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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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칼럼100%
  • 빌 클린턴 초상화에 르윈스키 그림자 숨어있다? 화가 폭로에…

    미국 워싱턴 국립초상화미술관에 걸려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초상화에 있는 흐릿한 그림자의 실체가 드러났다.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중 최대 스캔들의 주인공인 모니카 르윈스키의 그림자가 담겨 있다고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폭로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린 넬슨 생크는 2일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와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 초상화를 그리는 동안 내 마음 속에서 르윈스키를 완전히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르윈스키 관련 부분을) 살짝 그려 넣었다”고 말했다. 생크 씨는 클린턴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0년 초상화를 그렸으며 이 그림은 2006년 국립초상화미술관에 처음 전시됐다. 생크 씨는 “초상화의 그림자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내가 (초상화를 그릴 때 옆에 있던) 마네킹에 입힌 청색 드레스의 실제 그림자이고 또 하나는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있었던 (어두운) 그림자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르윈스키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불륜 당시 청색 드레스를 입었던 점을 감안해 생크 씨가 마네킹에 청색 드레스를 입혀 초상화를 그렸다고 전했다. 생크 씨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초상화 작업은 내가 맡은 작업 중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르윈스키 스캔들로)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거짓말쟁이라서 제대로 그림에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이 전시된 후 9년간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그림의 비밀을 알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물론 그의 재임 기간 좋은 일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초상화를 본 뒤 ‘그림자의 의미’를 알고 미술관에서 문제의 초상화를 떼 내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미술관 측은 이를 부인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측도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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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기불편 오바마… 쪼개진 워싱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의 미국 의회 연설을 앞두고 워싱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개 비판에도 불구하고 3일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 의장 초청으로 의회 연설에 나선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란 핵 협상이 이란의 핵무장을 부추겨 이스라엘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란과의 핵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네타냐후의 연설 수위를 낮추려는 막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1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 행사가 아주 큰 정치적 쟁점이 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며 네타냐후 총리 연설이 핵 협상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분란을 일으킬 만한 연설을 하지 말기 바란다는 간접 경고를 보낸 것. 그러자 베이너 의장은 “왜 백악관은 우방인 이스라엘의 이야기를 듣는 데 위협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의 미국 내 최대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네타냐후 총리 연설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참석을 종용하고 나섰다. 또 다른 유대계 로비 단체 ‘공화당 유대연합(RJC)’은 이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 광고를 냈다. 이런 가운데 1일부터 열리는 AIPAC 연차총회도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내 유대계 파워를 입증하는 이 행사에는 지난해보다 2000명이 더 많은 1만6000명의 정치인 기업가 등이 총출동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 연설 하루 전인 2일 AIPAC 연설에서도 이란 핵 협상을 강력 비판할 예정이다. 심기가 불편한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케리 장관은 매년 참석했던 AIPAC 총회에 모두 불참하는 대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 대사를 보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AIPAC 연차총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단합을 강조하는 상징적 행사인데 올해는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 연설을 둘러싼 논란은 이스라엘 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이스라엘 일각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17일 조기 총선을 의식해 자국 내 보수 진영을 결집하려고 미 의회 연설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직 군, 정보기관 출신 인사 200명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안보 사령관들’이라는 단체는 1일 텔아비브 기자회견에서 “총리가 미 의회 연설 덕분에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이스라엘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미-이스라엘 관계를 악화시키고 이란만 돕는 꼴”이라고 주장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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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공개 비판에도…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美 방문 감행

    ‘풍운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일 역대 이스라엘 총리 중 가장 논쟁적인 미국 방문길에 결국 나섰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 초청으로 3일 워싱턴에서 의회 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공개 비판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 연설을 감행하면서 전통적 맹방인 미-이스라엘 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이란과의 핵협상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연설에서 주장할 예정이다. 워싱턴엔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에서 연설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이 행사가 아주 큰 정치적 쟁점이 되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와 이란이 지난해 말 도출한 임시 합의의 결과로 이스라엘은 더 안전해졌다. 앞으로 이란과 어떤 협상을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안보 개선이 기준이 될 것”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이 이란과의 핵협상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전 같으면 네타냐후 총리의 방문을 반겼을 미국 내 친 이스라엘 진영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1일 시작된 미국 내 최대 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차총회 관계자들은 로비스트를 고용해 민주당 크리스 밴 올랜 하원의원 등 네타냐후 총리 연설 불참을 선언한 의원들에게 참석을 종용하고 있다. ‘공화당 유대연합’(RJC)은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 광고도 냈다. 하지만 미 정치권의 대표적인 유대계 인사인 9선의 민주당 잰 샤코우스키 하원의원은 네타냐후 총리 연설 불참을 최종 선언해 미국 내 이스라엘 사회를 긴장케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AIPAC 연차총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단합을 강조하는 상징적 행사인데 올해는 반쪽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AIPAC 총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스라엘 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 출신 인사들이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군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이스라엘 안보 사령관들’이라는 단체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가 미 의회 연설 덕분에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이스라엘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미 정부는 물론 이스라엘 일각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17일 조기 총선을 의식해 자국 내 보수 진영을 결집하려고 미 의회 연설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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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셔먼 “한중일 과거사 논쟁 실망스럽다”

    미국 정부가 동북아 과거사 논쟁, 특히 장기화되는 한일 갈등을 더는 지켜만 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올해 한중일 정상을 잇달아 미국으로 초청해 양자회담을 하기로 한 만큼 향후 미 정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사진)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워싱턴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가 개최한 ‘미 정부의 동북아 정책’ 세미나에서 한중일 과거사 논쟁과 관련해 “이해는 가지만 실망스럽다”고 포문을 열었다. 셔먼 차관은 이어 작심한 듯 “민족 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그러나 이는 진전이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서) 마비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과거사 논쟁을 촉발한 것은 일본이지만 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한국과 중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미국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공개 석상에서 나온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으로는 이례적으로 비판의 강도가 높다는 평가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일본, 중국, 한국이 지속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고 힘을 합친다면 세계가 좀 더 안전하고 풍요로우며 더욱 안정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몇 달간 오바마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강화할 메시지”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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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석]“한인들, 美사회 책임있는 일원 되려면 선거 적극 참여해야”

    《 워싱턴에서 만나는 미국인들 중 한국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대개 어눌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사말 외에 정작 한국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워싱턴 정가에서 대표적인 지한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4선의 제리 코널리 연방하원의원(민주·버지니아 11지구)은 조금 달랐다. 그는 한국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만나자마자 집무실 책상 뒤 한쪽에 있는 상자를 열어 보였다. 한글로 ‘국기함’이라고 적힌 상자엔 태극기가 가지런히 접혀 담겨 있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방문한 국회의원이 선물로 준 거다. 내가 한국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겠지?”라며 웃었다. 워싱턴에서 한국은 주요 관심사다. 지한파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넘쳐나는 것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과 한국인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는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서 코널리 의원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워싱턴 내 의사당 인근 레이번 오피스 빌딩 집무실에서 50분 동안 진행됐다. 1월에 새 의회(114차)가 시작된 만큼 그는 30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 열정적인 한인들, 투표율은 낮아―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4선 고지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지역구 내 한인들의 지원이 컸다고 들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버지니아 주에 사는 한인(약 7만1000명) 절반가량이 내 지역구에 살고 있는데 한인 지도자들이 지지 선언도 해주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중간선거라서 그런지 투표율이 36%로 높지 않았다. 한인들도 비슷했다. 물론 당선됐으니 별 상관 없지만…(웃음).” ―한인 투표율이 낮다니 잘 이해가 안 된다. 한인 사회가 정치에 그리 관심이 많은데….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한인들은 대단히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삶 자체가 정치적이다. 퇴근하면 대개 집으로 직행하는 미국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라는 게 무슨 저녁 모임들이 그리 많은지…. 출신 학교, 종교, 군대는 물론이고 고향 지역까지 구분해 모임이 있더라. 선거가 있던 지난해 1년간 내가 참석한 한인 관련 모임만 1000개가 넘는다.(코널리 의원의 지역구는 페어팩스 카운티,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로 한인들이 많이 사는 애넌데일, 페어팩스, 센터빌, 타이슨스 코너 등의 지역이 포함됐다.) 이런 능력이 아무래도 짧은 시간 내에 한국인들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을 거다. 그런데 이런 열정적인 한인들이 선거 때 생각보다 투표소로 많이 나오지 않아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한국인들의 특징을 열정에서 찾았다. 2009년부터 7년째 의정 활동을 하면서 만난 그 열정은 또 어디서 발견했나. “교육열, 교육에 대한 태도다. 미국에 건너온 한인 1세대들이 세탁소, 슈퍼마켓 운영하면서 자식들 대학 보내 변호사 의사 과학자 만든 건 이미 뉴스가 아니고, 나는 교육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한국인과 한국을 이해하고 있다.” ―그게 무슨 뜻인가. “한국인들의 교육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교육을 통한 성공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나머지 가족들은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는 게 한인들의 생각이다. 물론 경이로운 성과를 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미국에선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 등 군 사관학교에 가려면 지역구 의원의 지명 절차가 필요하다. ‘제복 입은 직업(men in uniform)’에 대한 미국 사회의 엄격한 기준 때문이다. 지난해 내 지역구에서 심사를 거쳐 37명이 내 지명을 받아 사관학교에 입학했는데 이 중 25%인 9명이 한국인이었다. 그것도 11명이 지원해서 9명이 입학했으니 무려 82%가 성공한 거다! 내 지역구 내 한인 인구가 전체의 10%가 채 안 되는데 이게 말이 되나(웃음). 또 얼마 전엔 지역구 내 한 고교 우등생 목록을 보니까 상당수 성(last name)이 김(Kim) 이(Lee) 박(Park) 정(Chung)이더라.”교육 넘어 다원적인 삶 추구 필요 ―칭찬할 일이네. 아메리칸 드림의 연장선상에서. “엄청난 성과와 동시에 아쉬운 점은, 특히 한국 어머니들을 보면 ‘공부 잘해라’가 아니라 ‘공부 못해서 우리 가족 창피하게 만들지 마라’는 정서가 강하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을 20여 차례 방문하며 지나친 교육열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멀리 갈 것도 없이 여기 한인 청소년들이 그렇다. 미국인 입장에서 이해는 되면서도 좀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 한국이 이룬 기적적인 압축 성장의 신화가 교육열에 투영돼 있겠지만 보다 다원적인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확실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 국회의원의 날카로운 지적에 한국에 대기업은 많지만 애플, 구글 같은 혁신적 기업 모델이 아직 나오지 않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한국 밖에서 한국이 더 잘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교육 이야기를 더 이어갔다. ―그런 ‘교육 프레임 분석’을 한국의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나. “한인들의 교육열을 확장해서 보면 어떤 제도(institution)에 대한 무조건적 믿음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와 미국은 서로 전통이 달라서 그렇겠지만. 예를 들어 지역구 내 한인 사업가들은 무슨 문제가 있으면 국회의원인 나에게 해결해 달라고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 노력하고 자주 성과를 낸다. 하지만 제도가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도 종종 ‘이것 보세요(Look), 내가 못하는 것도 있고 잘 모르는 것도 있어요’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웃음). 시민들은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야겠지만 결국은 제 영역에서 책임지고 헤쳐 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 물론 나처럼 공공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시민들을 지원해야겠지만 말이다.” 그의 말을 들으니 대형 사건이 터지면 일단 국가와 정부 탓을 하느라 정작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시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화제를 한국과 관련 있는 국제 이슈로 돌려 봤다. 그는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아베, 진정성 있는 ‘위안부’ 사과해야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놓고 한일 관계가 2차대전 후 최악이다. 워싱턴에선 ‘일본도 잘못했지만, 한국도 이제 그만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는 미국인 입장에선 참으로 쉽지 않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도 중요하지만 동아시아 전략적 요충지로서 일본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이 잘못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해 종전 70주년을 맞아 진정성 있는 사과(sincere apology)와 역사에 대한 진솔한 인식(candid acknowledgement of history)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거다. 딱 1년 전에 일본에 가서 아베 총리 등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한 관계자가 나에게 ‘한국 사람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좀 성숙해져야 한다. 우린 이미 돈(배상금)도 주고 할 거 다 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한일 관계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은 일본의 바로 그런 태도 때문이다. 이 문제마저 무슨 매춘부와 흥정하듯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흥분한 적이 있다. ―아베 총리가 4월경 워싱턴을 방문해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된 의견 표명 없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연설하면 안 된다는 여론도 있다. “한국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과거사 문제에서 진전을 이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게 워싱턴 방문의 전제 조건이 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나.”美, 한국 신경쓰느라 北美교착 못풀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가 답답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외교위에 있는) 나는 오죽하겠나.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북-미 관계에 진전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을 신경 쓰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의원들은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필요하면 미국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같은) 독재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결국 힘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북한이 핵실험 등 어떤 짓을 할지 모르고 이는 고스란히 한반도의 긴장감 고조로 이어진다. 그러니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들의 정치부터 교육 문제, 대북 문제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30분)을 훌쩍 넘겼다. 한인 인구가 많은 코널리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한국 영화 ‘국제시장’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이 영화를 봤느냐”는 질문을 꺼내려 하자 집무실 밖에서 그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해야겠다며 갑자기 기자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뭐냐”고 물었다. ―불고기를 가장 좋아한다. “그러냐? 나는 소주가 가장 좋다. 한국을 솔직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화끈하고. 마실 땐 좋은데 다음 날 아침 머리가 깨질 듯 아픈 게 문제지만(웃음). 언제 나랑 삼겹살(pork belly)에 소주나 한잔 하자.” 미국에서 미국인에게 맥주도 아니고 “소주 한잔 하자”는 한국식 인사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기자는 코널리 의원에게 “원하면 한국식 폭탄주 문화를 알려주겠다”는 인사와 함께 다음 만남을 기약한 뒤 헤어졌다. ▽1950년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출생▽1971년 일리노이 주 메리놀칼리지 졸업▽1979년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졸업▽1980∼89년 상원 외교위원회 연구위원 및 전문위원▽1990∼97년 비영리 연구기관 ‘SRI 인터내셔널’ 워싱턴지사 부사장▽1995∼2008년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카운티 감독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2009년∼현재 버지니아 주 11선거구 연방하원의원인터뷰=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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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워싱턴, 특정 공간서 대마초 흡연 합법화…국내외 관광객들도?

    26일(현지시간) 0시부터 세계의 수도인 미국 워싱턴에서 21세 이상 성인이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든 소량의 오락용 마리화나(대마초)를 제한된 공간에서 피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고 팔 수는 없는데다 공공장소에서의 마리화나 흡연은 여전히 금지하고 있어 한동안 경찰 단속을 놓고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워싱턴엔 1년 평균 20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시는 지난해 11월4일 중간선거에서 시행한 주민투표에서 주민의 65%가 찬성한 마리화나 합법화안을 26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21세 이상 성인이면 워싱턴 주민은 물론 이 곳을 찾는 해외 관광객도 개인 당 2온스(56.7g)의 마리화나를 소지하거나 필 수 있다. 물론 한국 등 마리화나를 금지하는 나라에서 온 관광객은 귀국해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2온스는 작은 샌드위치 포장지에 들어가는 분량이다. 또 돈을 주고받지 않으면 1온스(28.3g) 이하의 마리화나를 역시 21세 이상의 타인에게 줄 수도 있다. 집에서 배추나 상추처럼 마리화나를 재배하고 이를 따서 피울 수도 있다. 가구 당 최대 6포기까지 마리화나를 재배할 수 있고 한꺼번엔 3포기까지 심을 수 있다. 하지만 합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마리화나 흡연 조건은 여전히 까다로워 단속 범위 등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듯 하다. 보수적인 공화당에서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시장도 이날 “워싱턴을 (마리화나 흡연이 자유로운)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처럼 만들 수는 없다”며 제한적 합법화를 강조했기 때문. 우선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더라도 식당 등 공공장소에선 마리화나 흡연이 금지되고 집 등 남이 보지 않는 장소에서만 피우도록 했다. WP는 백악관이나 링컨 기념관 앞에서 피우다간 즉각 경찰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시 당국은 워싱턴에선 마리화나를 돈 주고 살 수 없도록 해 암스테르담 등에서 성행하고 있는 ‘마리화나 카페’를 원천 차단키로 했다. 집에서 키우거나 외부에서 ‘알아서’ 워싱턴으로 반입해 피울 수만 있도록 해 마리화나 인구 확산을 가급적 막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시의 29%를 차지하는 연방 소유 땅에서는 흡연은 물론 마리화나 소지 자체도 금지된다. 가령 의회 인근에선 마리화나를 갖고 있다가 적발되면 500달러(55만 원)의 벌금이나 60일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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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이승헌]가족이라도 출석하면 달라질까

    #1. 이달 4일 애슈턴 카터 미국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장.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이 질의를 하기 전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후보자가 보여준 국가에 대한 헌신에 감사드린다. 특히 후보자의 부인과 자녀들, 이 자리까지 오느라 (검증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잘 안다. 후보자보다 더 힘들었을 텐데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린다.” 후보자 뒤에는 부인과 전처에게서 얻은 아들딸이 앉아 있었다. 가족들이 원할 경우 청문회에 참석하도록 하는 의회 전통에 따른 것이다. 설리번 의원은 가족에 대한 감사 인사 후 미사일방어(MD)체계 등 군사 현안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슬람국가(IS)’ 대응 전략을 비판했으나 고성 대신 논리 싸움이 이어졌다. 가족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2. 지난달 28일 미 흑인 여성 최초 법무장관 후보자인 로레타 린치에 대한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장. 린치 후보자 뒤에도 역시 가족들이 있었다. 아버지 로렌조 씨, 남편 하그로브 씨 등이 자리를 내내 지켰고 린치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목사인 아버지의 어깨 너머 세상을 보고 배웠다”며 자신의 성장 과정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최근 워싱턴에서 지켜본 두 건의 인사청문회 장면이 떠오른 것은 10, 11일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때문이다. 혹시나 해서 멀리 미국에서 인터넷 생중계로 본 이 총리 후보 청문회는 이전 청문회들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신상 검증과 정책 검증이라는 청문회의 두 가지 기능 중 한 가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최대 쟁점이던 ‘언론 녹취록’ 파문도 여야 간 고성에 파묻혀 유야무야됐다. 미국은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하다가 미국의 경우 후보자 가족이 청문회에 참석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후보자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가족들이 있어 청문회가 비교적 차분하고 진지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 등이 후보자의 신상 검증을 미리 하기 때문에 청문회는 주로 정책 검증 위주로 진행되지만, 아무래도 후보자 가족이 지켜보니 여야를 떠나 최소한의 격을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우리도 후보자의 가족을 출석시키면 어떨까. 아무리 얼굴이 두꺼운 정치인이더라도 가족이 보는 앞이라면 후보자에게 필요 이상의 인신공격을 삼가고 청문회를 파행시키는 일이 약간이라도 줄지 않을까. 가족 중에 병역 등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청문회장에서 즉석 해명을 하거나 제대로 밝혀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불필요한 공방이 줄어 정책 검증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제안도 물론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000년 도입돼 16년째를 맞는 한국의 청문회 문화는 당장 뭐라도 해야지 그냥 놔두기엔 너무 창피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수준의 청문회를 워낙 자주 접하다 보니 국민들이 “또 그런가보다”는 식의 정치적 면역 같은 게 생길 수도 있고, 코미디 같은 장면이 많으니까 ‘욕하면서 보는’ 일회성 막장 드라마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청문회가 반복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국민의 정치 혐오만 쌓이고 한국 정치의 격은 계속 추락할 뿐이다. 국회 차원에서 청문회혁신특위라도 만들어 미국이든 다른 나라든 사례 연구부터 해봤으면 좋겠다.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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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IS격퇴는 종교戰 아닌 테러집단과의 전쟁”

    미국 주도의 서방이 워싱턴에서 17일부터 19일까지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을 위한 정상회의’를 열고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세력에 대한 글로벌 대응의 첫 깃발을 올렸다. 지난해 9월 미군이 IS 격퇴전을 시작한 후 첫 국제 모임인 이번 회의에선 구체적 대응책 마련보다 테러 위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18일 미 국무부에서 열린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IS, 보코하람 등 이슬람 테러 세력에 대항하는 전쟁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끼리 충돌하고 있다거나 미국과 서방이 무슬림을 억누르거나 그들과 전쟁을 벌이려 한다는 식의 거짓말을 배격할 책임이 무슬림 사회, 특히 종교 지도자나 학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IS 격퇴전이 종교전쟁이나 문명 간 충돌이 아니라 테러 집단과의 전쟁이라는 점을 역설한 것. 그는 “국가와 문화권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같은 국가나 종교 안에서도 더 많은 대화가 이뤄져야 테러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중동, 아프리카 등 일부 사회가 불안한 곳에서) 사람들이 부패와 불의로 인한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극단주의에 물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연설에서 “다이시(IS를 지칭하는 아랍어)나 보코하람 같은 신세대 테러 단체의 출현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유엔총회 의장과 함께 수개월 내에 주요 종교 지도자들 간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관용 및 결속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특별행사를 주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9월 유엔총회 기간 중 폭력적 극단주의 대처를 위한 종교 지도자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IS가 장악한 이라크 모술 탈환 작전에 이라크군 8개 여단 등 2만5000여 명의 연합군을 올 4, 5월경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미국이 IS 격퇴 전략을 노출한 것은 IS 내부에 분란을 조장하기 위한 심리적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IS 리비아 지부가 20일 리비아 동부 꿉바에서 3건의 연쇄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러 45명이 숨졌다고 주요 외신이 21일 보도했다. 사고 직후 IS는 “테러는 우리의 소행이며 16일 이집트와 리비아 공군이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를 합동 공습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15일 IS가 인질로 잡았던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의 참수 동영상을 공개하자 이집트는 곧바로 다음 날 전투기를 동원해 데르나를 공습했다. 꿉바는 데르나에서 약 30km 떨어져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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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최대 敵은 러시아”… 北-中 제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부터 사흘간 백악관에서 ‘폭력적 극단주의 대처를 위한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유엔 고위관리들과 60여 개국 장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 창궐과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 총격 사건으로 테러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열리는 첫 국제회의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직접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대테러 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테러 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방안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논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인들은 러시아를 최대 적국으로 여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갤럽이 미국인 8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느 나라가 미국에 가장 큰 적인가’라는 질문에 러시아(18%)가 1위였고, 북한(15%)은 2위, 중국(12%)은 3위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며 형성된 러시아와의 ‘신냉전’ 구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선 중국(20%)이 1위였고, 북한과 이란(16%)은 공동 2위, 러시아(9%)는 4위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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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D 강화론자… 한반도 사드 배치 본격 논의될듯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60·사진)가 12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미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98명(정원 100명) 중 찬성 93표, 반대 5표로 인준안을 가결 처리했다. 카터 지명자는 다음 주 미국의 새로운 국방 수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카터 지명자는 영국 옥스퍼드대 이론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군 복무 경력이 없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획득·기술·병참 담당 차관, 부장관 등을 지낸 대표적인 군사 정책통으로 꼽힌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매파’로 분류된다. 카터 지명자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MD 강화론자’로 4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과 동맹 및 우방에 대한 심각하고 직접적 위협”이라고 지적해 이 지역의 MD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의 장관 취임을 계기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한미 간에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국 정부는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우려를 고려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미국 측으로부터 요청이 없었고, 협의도 가진 바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 쪽에서는 이와 다른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관해 동맹국인 한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와 더불어 카터 지명자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라는 무거운 짐도 짊어지게 됐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한적 지상군 투입을 선언한 ‘IS 격퇴전’에 그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행정부 내 연착륙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임 척 헤이글 장관은 IS 대응전략을 놓고 백악관 참모들과 갈등을 빚다 물러났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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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덕수 옆에 옛 전우가 있었다… 눈물에 젖은 美노병들

    영화는 끝났지만 객석은 고요했다. 그 대신 의자 위로 들썩이는 어깨들이 많이 보였다. 한 백인 노인은 극장에서 주문한 팝콘에는 손을 거의 대지 않은 채 휴지조각으로 연신 눈물을 닦고 있었다. 11일 오후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시 리걸 극장. 북한동포사랑 한인교회연대(KCNK) 등이 주최하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가 후원한 영화 ‘국제시장’(영어명 ‘Ode to My Father’) 시사회에 참석한 30여 명의 6·25전쟁 미국 참전 용사들은 2시간 가량의 상영 시간 동안 타임머신을 탄 듯 65년 전 전쟁의 참상으로 돌아간 표정이었다.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 장면부터 “오우…”라는 탄식이 객석 곳곳에서 들렸다. 6·25전쟁에 개입한 중공군을 피해 함경남도 흥남에서 단행한 철수작전을 그린 장면에서 피란민들의 생이별과 전쟁의 참상이 이어지자 노병들은 처음부터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듯했다. 특히 주인공 덕수가 피란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하기 전 막내 여동생 막순이의 손을 놓치는 장면에선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토머스 퍼거슨 예비역 대령(72)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흥남철수 당시 배에 실어야 할 무기를 버리고 피란민 1만4000여 명을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태우기로 결정한 당시 미 10군단장 에드워드 앨먼드 소장(1892∼1979)의 외손자. 퍼거슨 예비역 대령은 영화를 본 뒤 “외할아버지(앨먼드 소장)가 생전 참전했던 제1, 2차 세계대전, 6·25전쟁을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작전은 바로 흥남철수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며 “미군만 철수한 게 아니라 피란민까지 철수시킨 것은 기적 같은 작전이었다”고 말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23일 흥남을 떠나 24일 부산을 거쳐 26일 거제도에 도착해 피란민을 내려줬으며 이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불린다. 흥남철수 직전 중공군의 남진을 막아낸 ‘장진호전투’에 사병으로 참여한 뒤 흥남에서 철수한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해병대 중장(85)의 감회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시 20세였던 그는 “지금 봐도 전쟁은 정말 생지옥이다. 더군다나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민간인들의 아픔은 형언하기조차 어렵다”며 “덕수가 막순이의 손을 놓치는 장면에선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는 사람으로 가득 차 누울 공간도 없었는데 정비공들이 지하 벙커에 잠자리를 만들어 줘 무사히 철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벽안의 참전 용사들은 6·25전쟁 후 1960, 70년대를 거쳐 한국이 기적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장면을 지켜보며 웃었고, 1980년대 이산가족 찾기 행사를 그린 장면에선 다시 눈물을 훔쳤다. 특히 덕수가 미국으로 입양된 막순이를 찾아내는 장면에서 막순이가 “왜 (흥남철수 당시) 나를 버렸느냐”며 울부짖을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소리 내어 우는 미국인이 많았다.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은 “지금 자랑스럽게 성공한 한국이 존재하는 것은 6·25전쟁에 참전한 군인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그 후에도 오랜 세월 아픔을 겪고 이를 헤쳐나간 한국 국민들의 거룩한 희생 덕분”이라며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잊혀진 승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퍼거슨 예비역 대령은 “6·25전쟁과 이후의 한국 역사가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이며 더 많은 미국인이 이 영화를 보고 한국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르스 콜리바 6·25전쟁 참전 재향군인협회장(85)은 “한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라며 “한국전에 참전했던 모든 미국인에게 이 영화를 보라고 말하겠다. 매우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며 눈물을 닦았다. 지난달 초 미국에서 개봉한 ‘국제시장’은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에서 상영돼 개봉 5주 만에 200만 달러(약 21억8000만 원)의 흥행 수입을 거두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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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언론 취재윤리 버리면 온라인매체와 다를바 없어”

    “디지털 매체가 넘쳐 날수록 기성 매체들이 언론윤리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온라인 매체와 다를 게 뭐가 있겠나.” 최근 미국 미디어업계는 거짓말로 6개월 무급 정직 처분을 받은 NBC 방송 간판스타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취재윤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마침 한국에서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녹취록’ 보도 과정을 놓고 윤리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양국의 언론 상황에 두루 정통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저널리즘스쿨 리처드 콜 명예교수(사진)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일수록 기성 언론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엄정한 ‘일차적 정의자(primary definer)’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버겁지만 언론의 숙명은 정확성과 공정성, 그리고 보도 과정의 투명성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과정을 통해 얻어진 보도만이 다른 디지털 매체와 차별화되는 스토리와 사회적 영감(insight)을 제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콜 교수는 “이번 윌리엄스 사건은 미국 내에서도 선정적 보도를 둘러싸고 언론의 직업윤리가 다시금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일”이라며 “기본적인 언론윤리를 무시하면 언론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신뢰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참에 본보기로 윌리엄스는 6개월 정직이 아니라 언론계에서 아예 추방하는 조치를 NBC가 취해야 하며 그런 의견을 미 언론학계 동료들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윌리엄스를 바라보는 NBC 내부 시선은 매우 차갑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많은 동료가 “12년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실수를 했다”는 그의 사과문에서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내부 소식통은 “방송을 본 사람의 90%는 윌리엄스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꾸며 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동료들이 그에게 화가 많이 나 있다. 우리가 힘들게 쌓아 올린 신뢰가 윌리엄스 때문에 산산조각 났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터진 직후 당초 스티브 버크 NBC 최고경영자(CEO)는 윌리엄스를 아예 해고하거나 6개월 이상의 정직 처분을 내리는 방안 중 하나를 고민하다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겠다”며 다소 온정주의적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NBC는 모든 직원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콜 교수는 “윌리엄스처럼 유명 언론인들이 취재 현장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자기 전문 분야도 아닌 내용을 보도하는 이른바 ‘낙하산 저널리즘(parachute journalism)’이 시청률이나 독자를 끄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거짓말의 유혹에 넘어가기는 더 쉽다”며 미 언론이 지금이라도 신뢰성 제고를 위해 내부적인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의 이 총리 후보자의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녹취를 할 수는 있겠으나 이를 보도에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특히 기자가 언론과 무관한 집단(정당)에 취재 과정의 결과물을 넘겨 정치 쟁점화했다면 이는 결국 언론에 대한 국민 불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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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IS격퇴 지상군 투입 초읽기… ‘제2 이라크戰’ 채비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결국 ‘제2의 이라크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군한 미군이 IS가 부분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다시 전면적인 장기전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국제유가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동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018년 초까지 IS 격퇴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11일 IS를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무력사용권(AUMF)의 승인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IS 격퇴전을 시작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을 위해 2002년 의회에서 승인 받은 대테러 무력사용권을 법적 근거로 활용했으나 이번에 아예 IS만을 겨냥한 새로운 무력사용권을 요청한 것. 이에 따라 미국 상·하원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전쟁과 관련된 법안을 심의·표결하게 됐다. 이번 무력사용권은 기한을 3년으로 설정해 미국은 2018년 초까지 최소 3년간 IS 격퇴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상군 투입과 관련해선 ‘지속적인(enduring)’ 지상군 투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무력사용권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는 ‘제한적인’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지금까지 IS 격퇴전과 관련해 “지상군 투입은 결코 없을 것”이라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주도하는 의회는 대체적으로 무력사용권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은 이날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무력사용권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IS 격퇴 전략을 수정한 것은 IS가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인질 케일라 진 뮬러 씨(26)의 사망이 이날 확인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미군이 IS 격퇴전을 시작한 뒤 제임스 폴리 등 3명의 미국인이 IS에 처형됐지만 미국 여성이 IS에 억류됐다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잇따른 미국인 인질 사망에 IS 격퇴전의 효율성을 놓고 여론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열어두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이날 “중동 지역에 1명 이상의 미국인 인질이 더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질의 이름이나 억류 위치 같은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지상군 투입으로 IS 정밀 타격 미국은 그동안 공습만으로는 IS 격퇴에 한계가 드러난 만큼 지상군이 투입되면 IS 근거지에 대대적인 ‘정밀 폭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IS 수뇌부가 이라크, 시리아 산악지대에 숨어 지내며 민간인, 인질 등을 ‘인간 방패’로 삼아온 만큼 지상군의 유도가 필요한 합동정밀직격탄(JDAM), 레이저유도폭탄(GBU-24) 등으로 IS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당초 올 초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늦춰 올해 말까지 500여 명의 미군을 탈레반 반군 진압 지원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이라크 철군이 IS 세력화의 빌미를 제공한 것처럼 아프간에서 섣불리 철군할 경우 탈레반 반군이 아프간의 불안정한 정국을 틈타 세력을 다시 키워 ‘제2의 IS’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IS를 지지하는 세력은 밸런타인데이인 14일을 ‘피의 밸런타인데이’로 지칭하며 오바마 대통령 부인인 미셸 여사에 대한 협박에 나섰다. 이날 자신들을 ‘사이버 칼리페이트’(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국가) 소속 해커라고 주장한 이들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트위터 계정을 30분간 해킹했다. 이들은 지난달 미 중부사령부 트위터를 해킹했던 조직이다. 이들은 뉴스위크 해킹 메시지에서 “유혈이 낭자한 밸런타인데이 #미셸 오바마! 우리가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의 딸과 남편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 가족에 대한 협박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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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 가족캠핑 갔던 게 생각나요… 무너지지 않을게요”

    “이곳에 오겠다고 한 저를 용서하지 마세요. 저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으니까요….” ‘이슬람국가(IS)’에 1년 반가량 억류됐다가 10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미국 여성 케일라 진 뮬러 씨(26)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쓴 편지가 심금을 울리고 있다. 가족이 뮬러 씨의 동료 억류자를 통해 전달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이날 공개한 편지에는 최악의 테러집단에 붙잡힌 20대 젊은 여성이 절박한 공포 속에서도 가족을 안심시키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게 나타나 있다. 구호 활동을 해 온 뮬러 씨는 2013년 8월 내전으로 신음하는 시리아 민간인을 도우려 입국을 시도하다 IS에 억류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에서 뮬러 씨는 처음엔 “지금 저는 다치지 않았어요. 체중도 늘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회한과 공포를 드러냈다. 그는 “억류된 지 1년 지났는데 벌써 10년이 된 것 같아요. 처음 가족 캠핑을 간 게 생각나네요”라고 말을 이었다. 뮬러 씨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결국 신에게 의지했다. “결국 인생 끝에는 하나님밖에 없다는 (부모님의) 말씀이 기억나요”라며 “저는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말이죠. 잘 참아내세요. 걱정하지 말고 저처럼 기도하세요”라고 편지를 맺었다. 뮬러 씨 부모는 성명을 내고 “케일라와 그가 한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뮬러 씨가 IS 간부와 강제로 결혼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ABC방송은 10일 위성 정보를 분석한 결과 IS 요원들이 통화에서 뮬러 씨를 언급하거나 그녀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그녀가 강제 결혼을 해서 IS 간부의 무리에 섞여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미국 관리들은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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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군 美특사 “IS격퇴 대대적 지상전 수주 내 시작”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한 국제연합전선의 존 앨런 미국 대통령 특사(전 해병대 대장)가 8일 IS를 겨냥한 대대적인 지상전이 몇 주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특사는 이날 요르단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군이 국제연합전선 참가국들의 도움을 받아 지상전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특사는 “몇 주 내로 이라크군이 지상전을 시작하면 국제연합전선은 그와 관련된 중요 화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앨런 특사는 “미국은 가능한 한 빨리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6억 달러어치의 장비를 이라크군에 지원할 계획이다. CNN방송은 “이라크군이 이르면 4월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탈환하기 위한 지상전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때 미군이 이라크군에 합류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IS의 방어태세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앨런 특사는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S는 (알카에다보다) 조직이 더 잘돼 있고 지휘 및 통제 체계, 광범위한 전투공간에 대한 상황 인식도 더 낫다”고 말했다. 앨런 특사는 IS가 최근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화형 방식으로 살해한 영상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그것은 연합전선을 자극했고 단결시켰다”고 지적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IS에 빼앗긴 지역을 탈환하고 지하디스트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앨런 특사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만나 IS를 격퇴하기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편 지상전 소식이 전해진 이날 이라크의 바그다드 북부 시아파 지역에서는 자살폭탄이 터져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42명이 다쳤다고 현지 경찰과 의료 관계자가 말했다. 이라크 내무부는 이날 폭탄 테러는 주민들이 붐비는 복잡한 광장을 목표로 했다고 전했다. 자살 폭탄 테러는 사흘 사이 벌써 두 번이나 발생했다. 잇따른 폭탄 테러의 배후는 수니파 무장세력일 가능성이 높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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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악 폭력에 사이버심리戰… IS는 가장 위험한 테러團”

    ‘테러는 쉽다. 손에 아이폰과 칼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형제들이여, 일어서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전 세계 젊은이들을 유혹하면서 쓰는 문구이다. 잔혹한 인질 처형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사람을 불에 태우는 일까지 주저하지 않는 악마 집단 IS에 대해 지구촌의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재단이 ‘IS와 외국인 테러리스트’를 주제로 세미나를 연 데 이어 4일에는 워싱턴의 또 다른 대표적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도 ‘IS와 소셜미디어’를 제목으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는 재단 관계자, 미 국방부 등 정부 관계자, 조지워싱턴대 등 워싱턴 시내 대학생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청중 중에는 청소년 자녀를 둔 엄마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의 모습도 보여 IS 공포가 서서히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스라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국립안보문제연구소(INSS)에서 군사전략 및 사이버전 분석 총괄 조정관을 맡고 있는 다니엘 코헨(43·사진)이 IS의 사이버전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을 프레젠테이션했다. 세미나가 끝난 뒤 그를 따로 만났다. IS의 위험성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IS는 단순한 과격 단체가 아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과격한 수준의 폭력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도의 사이버 심리전 능력까지 갖춘 디지털 테러 조직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지구상에 출현하지 않았던 가장 위험한 테러단체다.” 이어 “문제는 우리(이스라엘)를 포함해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 전쟁에 동참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수집 능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를 통해 정보 공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헨 조정관은 “무엇보다 IS가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보완재가 아니라 테러의 기본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가장 두려운 요소 중 하나”라면서 “테러에 뉴미디어를 본격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작금의 테러는 IS 전과 후로 나뉜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원 모집 공고를 내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온라인 팬 카페’처럼 행세하며 전 세계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이 중 일부를 끌어 모으고 있다”며 “오사마 빈라덴이 이끌었던 알카에다도 소셜미디어를 사용했지만 IS는 이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가 속한 INSS가 지난해 초부터 1년간 분석한 바에 따르면 IS는 ‘미국을 응징해야 한다’는 식의 거창한 명분 이전에 한 손에는 권총을 들고 한 손으로는 애플사의 최첨단 ‘맥북 에어’ 노트북으로 테러 기획을 짜는 장면 등을 지속적으로 소셜미디어에 노출하며 이에 열광하는 ‘신규 조직원’을 자연스레 모집한다. 코헨 조정관은 “IS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도 당신들과 같은 21세기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했고 이 같은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며 “최근 유럽을 비롯해 한국 등 아시아권 젊은이들도 이런 경로로 관심을 가져 실제 가입도 하고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로 활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내 특수부대 지휘관을 지내 심리전 전문가인 그는 “이런 IS가 기존의 어떤 테러 조직보다 사이버 심리전에 능하다”고 강조했다. 요르단 공군 무아스 유세프 알 카사스베흐 중위의 화형도 그중 하나라는 것. 그는 “참수에 이은 화형은 IS가 갑자기 저지른 게 아니라 미 주도의 연합군에 대한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점만 고르고 있던 것”이라며 “비극적이고 극악무도한 일이지만 심리전 측면에서 보면 화형은 대단히 세련된 공격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IS의 다음 테러는 어떤 모습일까. 코헨 조정관은 “인질 처형 방식에 너무 놀라고 흥분하기보다는 IS가 최종 목표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조기에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IS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미국 등 서방 본토에 대한 조직적인 테러이다. 화형 퍼포먼스에 서방의 시선을 고정시킨 뒤 뒤로는 다양한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여러 정보가 포착되고 있다. 이들의 테러가 현실화되는 순간 IS는 미국이나 일부 중동이 아닌 전 세계의 이슈가 될 수 있다.” 그의 말은 한국 역시 IS 테러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경고로 들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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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앞 눈 안치운 케리, 벌금 50달러

    아무리 고위직이라도 법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건가.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집 앞 보도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아 50달러(약 5만5000원)의 벌금 딱지를 받았다. 미 동북부에 눈폭풍이 몰아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내 고급 주택가인 버컨힐 지구. 눈 청소 차량이 6층짜리 고급 맨션 앞에 멈춰 섰다. 청소 회사 직원은 집 주인의 요청대로 60cm가량 쌓인 눈을 치우려 했으나 집 앞 보도에 노란색 테이프가 쳐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직원은 이를 경찰의 접근 금지 테이프로 판단하고 그냥 돌아갔다. 집 주인이 케리 장관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케리 장관은 1985년부터 2013년까지 29년간 내리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을 지낸 데다 이 집에서 오래 살았다. 하지만 노란색 테이프는 케리 장관 측에서 ‘지붕에서 눈이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취지로 설치한 것. 케리 장관은 눈폭풍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이었다. 뒤늦게 이를 안 청소 회사는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 직원을 다시 보내 케리 장관 집 앞 눈을 치웠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청소 전 누군가 케리 장관 집 앞에 눈이 쌓여 있는 사진을 찍어 보스턴 시 홈페이지에 고발한 것. 결국 보스턴 시는 지난달 29일 케리 장관 앞으로 오전 눈을 치우지 않은 ‘혐의’로 50달러짜리 벌금 통지서를 발송했다. 마틴 월시 보스턴 시장은 눈폭풍이 오기 전 “집 앞 눈을 치우지 않으면 법규대로 반드시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눈이 자주 내리는 지역에선 집주인이 집 앞 눈을 치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에 이은 미 권력 서열 4위인 케리 장관도 시 당국의 법망을 피해가지 못한 셈이다. 케리 장관 측은 실수를 인정했다. 글렌 존슨 케리 장관 개인 대변인은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케리 장관은 기꺼이 벌금 50달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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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선 낯선… 美의회 인사청문회의 풍경

    28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미국 워싱턴 의사당의 ‘하트 오피스 빌딩’ 216호에서는 미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법무장관에 지명된 로레타 린치 후보자에 대한 상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인준 청문회가 시작됐다. 린치 후보자는 뉴욕 동부연방지검 검사장 출신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호위대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가까웠던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지난해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백인 경관이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격으로 사망하게 한 사건을 계기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와중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후임으로 발탁됐다. 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긴장된 분위기였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뒤 열리는 첫 장관 후보자 인준 청문회인 데다 현재 미국 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다루는 주무 장관이 법무장관이란 점에서 시작부터 공화당의 강공이 예상됐다. 데이비드 비터 상원의원은 “인준을 거부하겠다”고까지 했었다. 예상대로 공화당 의원들은 후보자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행정명령으로 불법 체류자 수백만 명에게 미국에 살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준 거 아니냐?” “이번 행정명령은 당신이 아니라 물러나는 현 장관이 주도한 거 아니냐. (소신이 다르다면) 솔직히 편하게 밝혀보라.” 검사 출신인 린치 후보자는 의원들의 돌직구와 능구렁이 같은 유도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조목조목 법리를 앞세워 “법무부가 판단한 합법이라는 의견을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시간이 갈수록 표정이 일그러진 쪽은 공화당 의원들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했고 어떤 의원은 똑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고성이나 삿대질은 없었다.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감정을 꾹꾹 누른 저음들이 마이크를 타고 흘렀다. 후보자도 때로 “내가 결정 과정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피해가기도 했다. 보기 딱했는지 민주당 찰스 슈머 상원의원이 “후보자를 인준하는 날이지 행정명령을 인준하는 날이 아니지 않느냐”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공화당의 ‘저격수’이자 당내 보수 세력 ‘티파티’의 간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의 공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후에 다른 불법적인 결정을 해도 지지할 건가?”(크루즈 의원) “가정에 기초한 질문이다. 답하기 어렵다.”(린치 후보자) “내 질문은 간단하다. 법무장관을 희망하는 사람으로서 불법적인 행위(행정명령)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다.”(크루즈 의원) “판단할 추가적인 정보를 주면 말씀드리겠다.”(린치 후보자) 평소 대중 연설에선 거친 표현도 종종 썼던 크루즈 의원이었지만 이날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그쳤다. 린치 후보자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찰스 그래슬리 법사위원장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누가 위원장을 할 거냐. 평화적 정권 교체를 기대한다”며 폭소를 끌어내기도 했다. 9시간에 걸친 질의응답이 끝나자 의원과 후보자 모두 감사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날 청문회는 인신공격, 고성, 삿대질이 없었던 대신 정책질의, 웃음, 감사인사가 있었다. 가족 소개도 공격 대신 후보자의 성장 환경을 이해하는 따뜻한 공감이 주를 이뤘다. 가족을 일일이 의원들에게 소개하던 린치 후보자가 “저는 아버지의 어깨를 보며 컸습니다”라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아버지를 회고할 때에는 모두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는 이날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으로 2009년 전사한 동생의 배지를 가족 증언석에 놓기도 했다. 린치 후보자는 흑인 노예의 후손으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나고 자랐으며 흑인에 여성이라는 비주류 배경에도 검사 시절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강단 있게 처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상원 법사위는 29일 하루 더 청문회를 열고 린치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를 결정해 상원 전체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무난하게 관문을 통과해 첫 흑인 여성 법무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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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서양 대륙붕 원유’ 2017년 첫 시추

    미국 정부가 그동안 개발을 금지해 온 미 동부 대서양 연안의 원유 개발 사업계획을 전격 발표하자 그렇지 않아도 저유가로 출렁이고 있는 세계 석유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부지역의 셰일가스 개발 성공에 힘입어 세계 경제에서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의 패권 강화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국제 정치 질서에서도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샐리 주얼 미 내무부 장관은 27일 미 대서양 연안의 50마일(약 80km) 외곽에 있는 외변 대륙붕(OCS·Outer Continental Shelf)에서 원유 채굴을 허용하는 해양굴착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대서양 연안은 2017년 8월에 끝나는 현재의 ‘대륙붕 개발 5개년 계획’에서 제외된 곳으로 지금까지 멕시코 만 등에서 원유 채굴을 해왔던 미국이 대서양 연안에서 원유 개발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개발 기간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이고 해당 지역은 동부의 뉴저지,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주 연안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대서양 연안과 함께 현재 개발 중인 멕시코 만과 알래스카 연안에서도 추가로 원유 채굴을 실시할 계획. 단, 물개 등이 서식하는 알래스카 북서쪽 해안 지역은 환경 보전을 위해 개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서양 연안 등에서 원유가 개발될 경우 미국은 오랫동안 꿈꿨던 ‘100% 에너지 자립’이라는 목표에 더 다가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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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은행 점포 줄일때 “일요일도 영업” 치고나온 TD뱅크

    《 미국은 어떻게 대형은행뿐만 아니라 마을 단위 금융기관들이 꿋꿋하게 골목상권을 지키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지역과 주민들에 대해 쌓아놓은 수십 년의 전문성과 노하우 덕분이다. 한국의 마을금고에 해당하는 소규모 은행들에서 일하는 전문 매니저들은 “우리는 고객들 집 숟가락 수까지 알고 있다”고 자랑한다. 》2008년 전 세계에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초강대국의 자존심을 구긴 미국의 금융산업은 대형은행들이 규제와 감시에 묶여 주춤하는 사이 서민생활에 모세혈관처럼 파고든 혁신 금융업을 선보이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은행이 TD뱅크다. 이 은행의 모토는 ‘가장 오래 문을 여는 은행’이다. 일요일인 이달 18일 정오경 뉴욕 맨해튼 49가에 있는 TD뱅크 지점에 가보았다. 은행 외관이나 내부 구조는 특이할 게 없었지만 건물 밖에서부터 ‘주 7일 영업(Open 7 Days)’이란 큰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19일 마틴 루서 킹 목사 데이에도 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술집조차 밤에 문을 여는 곳이 드문 미국에서 공공기관과 공립학교가 모두 쉬는 연방정부 법정 공휴일에도 문을 연다는 게 이색적으로 보였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백인 남자 직원을 붙잡고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소개한 뒤 “우리나라 은행들은 ‘평일 5일 영업’이 일반적인데 주 7일에다 공휴일까지 영업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은행이 손님들에게 가장 자주,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당신이 더 편리해지려면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할까요’다. 그것의 출발이 다른 은행들이 문을 닫을 때 우리는 문을 열자는 것이다. 고객 만족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이다. 지점마다 애완견용 비스킷까지 비치하고 있다.” TD뱅크는 1년 365일 중 부활절, 독립기념일, 성탄절 등 대형마트조차도 쉬는 딱 7일만 문을 닫는다. 하루 영업시간도 점포마다 차이가 있지만 월∼금요일 오전 7시 반에 개점해 오후 7시에 문을 닫고 토요일에도 오후 4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은 낮에 4시간 정도(보통 오전 11시∼오후 3시) 연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비에너에서 자동차 수리점을 하는 앤절로 마틴 씨는 “우리 수리점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데 종종 금융거래를 할 일이 있다. 유일하게 TD뱅크가 일요일에 영업한다는 말을 최근에 듣고 주거래은행을 곧바로 TD뱅크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을 파고든 영업 방식으로 이 은행은 미국에 둥지를 튼 지 10여 년 만인 2014년 말 기준 총자산 2430억 달러(약 262조 원), 지점 1300여 개, 직원 2만6000여 명으로 ‘미국 내 10위(톱10) 은행’으로 훌쩍 컸다. TD뱅크는 지난해 미 전역에 34개 지점을 새로 여는 등 다른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감축하는 ‘오프라인 점포’를 오히려 증설하고 있다. 한국의 7대 은행이 지난해 총 237개 지점(전체의 5.6%)을 폐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아시아계 은행 뉴욕지점장은 “TD뱅크의 독특한 영업 형태가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 같은 초대형 은행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유동인구가 많은 뉴욕 주의 상가 밀집지역 지점에서 부분적으로 ‘일요일 영업’을 개시했다. 월가 등 금융계에선 “꼬리(후발 은행)의 혁신이 몸통(초대형 은행)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했다. 한편 요즘 미국에선 20, 30대 젊은 고객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심플(Simple)은행의 성공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이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늘리는 TD뱅크와는 정반대로 지점이 아예 없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지점이자 은행이다. 더 나아가 ‘각 고객의 맞춤형 재무관리자 또는 금고지기 역할’을 자임한다. 이 은행 앱의 ‘세이브 투 스펜드(Save-to-Spend)’ 기능은 개인의 자산 현황을 토대로 세금 납부, 자산 리모델링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써야(납부해야) 할 돈이 얼마인지’ ‘오늘 마음 편히 써도 되는 돈은 얼마인지’까지 알려준다. 뉴요커인 커틀러 브라운 씨는 “나는 심플의 광팬이다. 돈 계산을 잘 못하는데 심플 앱 덕분에 경제생활의 체계가 잡혔다”고 말했다. 심플은행은 출범 3년 만인 지난해 고객이 12만 명을 넘었고 금융거래 규모도 20억 달러(약 2조1500억 원)에 육박했다. 2008년 이후 각종 규제가 많아진 금융업에서 어떻게 이런 혁신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을까. 금융인들은 한결같이 ‘기업가 정신’을 말했다. 체이스은행 뉴욕지역 룰루 스틸레스 매니저는 “규제 탓만 하면 어떤 변화나 혁신도 할 수 없다. 결국 금융기관들의 경쟁은 ‘주어진 상황(규제)에서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어떻게 창출해낼 것인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선 해리스 메릴린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내에는 상호가 다른 은행이 무려 600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타깃을 분명히 해서 특화된 서비스를 계속 찾아내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은 흔히 ‘산업의 피’라고들 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포함해 서민생활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은 고스란히 가계와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밑바닥 경제를 돌게 하는 활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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