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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혁명적 수준의 사회 변화 규모를 가늠하지 못해 혁신에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18일 오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대회의실.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 구글을 이끌고 있는 에릭 슈밋 회장(60·사진)이 ‘파괴적 혁신자(disrupter)’란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갖던 도중 이렇게 말했다. “2001년부터 구글을 운영하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있다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사회자의 질문에 정작 술렁인 사람들은 회의실을 메운 200여 명의 방청객이었다. “과연 구글도 실수를 한 적이 있었을까” 하는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잠시 후 슈밋 회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역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현재의 자신에 안주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이다.” 슈밋 회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지속적 혁신만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일상과 세상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정보기술 업계 거물다운 통찰력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터넷은 곧 사라진다. 일상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 나중엔 그 존재 자체도 못 느낄 것”이라고 전망해 큰 화제를 모았다. 1시간가량 진행된 좌담회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가장 혁신적이라는 구글도 파괴적 혁신이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어떤 기업이든지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 구글도 그럴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냅챗(snapchat)’ 같은 소셜미디어를 개발할 기회를 놓친 게 대표적이다. 구글에 있던 케빈 시스트롬이 회사를 나가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을 만든 것도 그 시점엔 구글이 혁신에 한발 늦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었다.” ―파괴적 혁신에 필요한 건 무엇인가. “필요한 것은 꼭 만들겠다는 자발적 에너지이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령 누군가가 정말 장난감이 필요해서 만들어냈는데 거기에 혁신적 아이디어가 들어가면 그게 바로 능동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다니면서 IT 혁신을 통한 정보의 자유를 설파해왔다. 북한도 다녀왔는데 정보의 자유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인가. “완전한 정보의 자유를 가져다 줄 기술이 등장하지 않은 게 장애물 아닐까. 더 많은 사람을 온라인으로 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지구촌 대다수 사람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북한을 포함해) 아직 인구의 절반가량이 인터넷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인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날이 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자유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해당 국가의 체제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파트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도 있는 것 아니었나. “미안한 말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제 현장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거절했다. ‘바보 같은 정책(stupid policy)’이 많다. 전문직 취업비자(H1B) 문제만 해도 정치권이 아직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20위권 대학 상당수가 미국에 있고 많은 외국인이 졸업한다. 그런데 비자 때문에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하지 못하고 고국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게 무슨 낭비인가. 파괴적 혁신은 초창기 구글처럼 다양한 인재가 모여 혁신을 상상해야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 미 경제의 70%가량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소형 혁신적 기업들로 충당되고 있는데 정치권이 따라오지 못해 안타깝다. 이런 부조화는 미국에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미 정부는 정보의 자유 못지않게 테러에 대비한 사이버 보안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이버 보안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정부가 개인비밀정보에 접근하게 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정보기관들이 범죄를 막겠다며 정부가 감청을 할 수 있도록 IT 업체 서버에 접속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데 이는 ‘나쁜 사람’을 적발하겠다며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에 본격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사드 이슈에 대해 “한국 정부와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던 기존 입장을 넘어 이젠 중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이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가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 시스템인데 왜 중국이 반대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문제는 중국에 물어봐야 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이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17일 외교부 조태용 1차관을 만난 뒤 “아직 배치되지 않은 안보 시스템(사드)에 대해 제3국(중국)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의미의 발언이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사드 배치 여부는 군사 이슈인 만큼 국방부에 문의하는 게 더 좋겠다”며 “아직 한국 정부와는 사드 배치를 놓고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 없기 때문에 더이상 덧불일 말은 없다”고 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한미동맹 차원의 ‘군사 이슈’로 규정하면서 중국이 간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16일 사드 논란에 대해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 달라”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중국의 ‘사드 반대론’을 방치할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에선 한반도 사드 배치 여부를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 방어라는 안보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필요하면 미국 국방부 등을 통한 추가 입장 표명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공직자의 이메일까지 공공 자산으로 보는 미국 사회의 엄격한 잣대가 2016년 미 대선 판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이번에는 공화당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본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 전 주지사가 재직 시절(1997∼2007년) 작성한 약 55만 건의 이메일 중 지난달 일반에 공개한 약 28만 건의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개인 이메일 계정(jeb@jeb.org)으로 안보 현안 등을 논의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가령 2001년 9·11테러 직후 플로리다 주방위군 중 일부를 원자력발전소에 배치해 추가 테러에 대비할지 등에 대한 의견을 참모들과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았다는 것. 부시 전 주지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서버를 둔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파동이 터지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던 부시 전 주지사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의혹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클린턴 전 장관 측이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이 문제가 되자 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작전”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 측이 언론을 통해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관련법을 준수했고 클린턴 전 장관의 문제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이메일을) 일반에 공개한 만큼 이 문제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부시 전 주지사도 클린턴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이메일을 정부 기록물로 보존하도록 규정한 연방기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보안 전문가인 요하네스 율리히 박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은 공공기관의 이메일보다 보안에 취약하며 주지사 재직 당시에는 이메일의 암호화 기술도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져 해커 침입 등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적 기록의 투명한 보존을 중시하는 미 사회의 기록 문화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법체계는 아직 공직자의 이메일은 개인 자산으로 보고 있는 데다 실제로 한국의 장차관들은 부처 이메일 외에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미 관계에 밝은 한 워싱턴 소식통은 “이번 논란은 공적 기록과 자산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한국 사회에도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공직자의 이메일까지 공공 자산으로 보는 미국 사회의 엄격한 잣대가 2016년 미 대선 판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이번에는 공화당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본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부시 전 주지사가 재직 시절(1997~2007년) 작성한 약 55만 건의 이메일 중 지난달 일반에 공개한 약 28만 건의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개인 이메일 계정(jeb@jeb.org)으로 안보 현안 등을 논의했다고 14일 보도했다. 가령 2001년 9.11 테러 직후 플로리다 주방위군 중 일부를 원자력발전소에 배치해 추가 테러에 대비할지 등에 대한 의견을 참모들과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았다는 것. 부시 전 주지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서버를 둔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파동이 터지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던 부시 전 주지사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의혹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클린턴 전 장관 측이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이 문제가 되자 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작전”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 측이 언론을 통해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관련 법을 준수했고 클린턴 전 장관의 문제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이메일을) 일반에 공개한 만큼 이 문제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부시 전 주지사도 클린턴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이메일을 정부 기록물로 보존하도록 규정한 연방기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보안전문가인 요하네스 율리히 박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은 공공기관의 이메일보다 보안에 취약하며 주지사 재직 당시에는 이메일의 암호화 기술도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져있어 해커 침입 등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적 기록의 투명한 보존을 중시하는 미 사회의 기록 문화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법체계는 아직 공직자의 이메일은 개인 자산으로 보고 있는데다, 실제로 한국의 장·차관들은 부처 이메일 외에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미 관계에 밝은 한 워싱턴 소식통은 “이번 논란은 공적 기록과 자산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 지를 놓고 한국 사회에도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작전이 3년 안에 끝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11일 오전 미국 워싱턴 덕슨 상원의원회관 내 대회의실. 지난달 11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위해 의회에 제출한 무력사용권(AUMF)을 놓고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첫 청문회에서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카터 장관의 말은 비록 지상군을 투입해도 IS 격퇴전이 끝나지 않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 ‘제2의 이라크전’이 될 수 있음을 미 최고위 관계자가 공식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나란히 증인석에 있던 존 케리 국무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이에 대해 별 언급이 없었다. ‘암묵적 동의’였던 셈이다. 이날 청문회는 지난해 9월부터 IS 격퇴전을 치르고 있지만 뚜렷한 전세 역전 기미가 없는 미국의 ‘불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각자의 전세기로 세계를 돌며 우방들의 IS 격퇴전 참여를 독려하는 미 외교안보 ‘톱 3’인 국무,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서 예상 시간(2시간)을 넘겨 3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날카로운 공방을 벌이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종종 웃음과 유머가 터지는데 이날 회의에선 좀처럼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줄곧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했다. 케리 장관은 속이 탔는지 연신 앞에 놓인 생수를 병째 잡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백악관이 ‘무력사용권’을 제출한 직후만 하더라도 긍정적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날은 공화 민주 모두 각자 입장만 내세우며 반대 일색이었다. 공화당은 ‘제한적이 아닌 전면적 지상군 투입’을 강조했고 민주당은 지상군 투입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마코 루비오 의원은 “이란이 중동 내 미군 증강을 우려하는데 그들과의 핵협상에 영향을 줄까봐 전면적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민주당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은 “지상군 확장 투입이 가능한 이번 권한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루하게 전개되던 청문회는 뎀프시 합참의장이 IS를 격퇴한다 해도 그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자 더 가라앉았다. 뎀프시 의장은 밥 코커 외교위원장(공화당)이 “IS가 격퇴된다 해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세력을 확대하면 결국 이란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어떤 일이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나도 우려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란 이슈가 나오자 공화당과 케리 국방장관 사이에서는 최근 공화당 의원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서한을 거론하며 청문회 주제와는 별 상관없는 문제를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미 외교안보 ‘톱 3’가 뜬다는 소식에 청문회 시작 30분 전부터 꽉 찼던 200여 석의 방청석은 중간을 넘어서자 절반이 자리를 떴다. 한 의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IS 때문에 미 정부와 의회가 이렇게까지 골치를 썩을 줄 몰랐다”고 고개를 저었다. :: 무력사용권(AUMF) ::미국은 전쟁 선포권이 의회에 있다는 헌법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타국과 전쟁을 치르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백악관은 지난달 초 의회에 “미국이 IS를 파괴하는 전략 앞에 단합돼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며 전쟁권한을 달라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해 이번 청문회가 열린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작전이 3년 안에 끝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11일 오전 미국 워싱턴 덕슨 상원의원회관 내 대회의실. 지난달 11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위해 의회에 제출한 무력사용권한(AUMF)을 놓고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첫 청문회에서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카터 장관의 말은 비록 지상군을 투입해도 IS 격퇴전이 끝나지 않고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 ‘제2의 이라크전’이 될 수 있음을 미 최고위 관계자가 공식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나란히 증인석에 있던 존 케리 국무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은 이에 대해 별 언급이 없었다. ‘암묵적 동의’였던 셈이다. 이날 청문회는 지난해 9월부터 IS 격퇴전을 치르고 있지만 뚜렷한 전세 역전 기미가 없는 미국의 ‘불편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각자의 전세기로 세계를 돌며 우방들의 IS 격퇴전 참여를 독려하는 미 외교안보 ‘톱 3’인 국무,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서 예상 시간(2시간)을 넘겨 3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날카로운 공방을 벌이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종종 웃음과 유머가 터지는데 이날 회의에선 좀처럼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줄곧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했다. 케리 장관은 속이 탔는지 연신 앞에 놓인 생수를 병 째 잡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백악관이 ‘무력사용권한’을 제출한 직후만 하더라도 긍정적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날은 공화 민주 모두 각자입장만을 내세우며 반대 일색이었다. 공화당은 ‘제한적이 아닌 전면적 지상군 투입’을 강조했고 민주당은 지상군 투입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이란이 중동 내 미군 증강을 우려하는데 그들과의 핵협상에 영향을 줄까봐 전면적 지상군 투입을 주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민주당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은 “지상군 확장 투입이 가능한 이번 권한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루하게 전개되던 청문회는 뎀프시 합참의장이 IS를 격퇴한다해도 그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자 더 가라앉았다. 뎀프시 의장은 밥 코커(공화당) 외교위원장이 “IS가 격퇴된다 해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세력을 확대하면 결국 이란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어떤 일이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나도 우려하고 있다”는 시인했다. 이란 이슈가 나오자 공화당과 케리 국방장관 사이에는 최근 공화당의원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서한을 거론하며 청문회 주제와는 별 상관없는 문제를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미 외교안보 ‘톱 3’가 뜬다는 소식에 청문회 시작 30분전부터 꽉 찼던 200여석의 방청석은 중간을 넘어서자 절반이 자리를 떴다. 한 의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IS때문에 미 정부와 의회가 이렇게까지 골치를 썩을 줄 몰랐다”고 고개를 저었다.::무력사용권한(AUMP):: 미국은 전쟁 선포권이 의회에 있다는 헌법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타국과의 전쟁을 치르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백악관은 지난달 초 의회에 “미국 국민과 동맹국은 심지어 적들에게까지 미국이 IS를 파괴하는 전략 앞에 단합돼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어야 한다”며 전쟁권한을 달라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해 이번 청문회가 열린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워싱턴 정치컨설팅업체 코언그룹의 부대표를 맡고 있는 H K 박(박형근·사진) 씨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도의 글로벌 국가라면 이제 테러방지법 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언그룹은 2001년 9·11테러 당시 미 국방장관이던 윌리엄 코언이 퇴직 후 만든 컨설팅업체다. 재미교포로 한미 양국 사정에 두루 정통한 박 부대표는 9·11테러 당시 코언 장관의 비서실장 특보를 지내며 ‘애국법’ 제정 과정에 깊이 간여했다. ―한국은 테러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세계적으로 테러의 양상이 복잡다기해지고 있다. 분단국가인 한국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남한 내 종북 세력이나 북한 외에 이슬람국가(IS), 보코하람 등 극단적 폭력조직까지 걱정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 유럽에서 번지고 있는 사회 부적응자 등에 의한 ‘자생적 테러’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테러를 그저 남의 나라 일로 생각하지 말고 언젠가 닥칠지 모를 현실적 위협이라고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테러방지법을 만들다 보면 인권 침해 가능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 어떤 식으로든 인권 침해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이 중요하다. 여론의 힘을 얻지 못하고 수사기관만 비대해지면 그것은 결국 정권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느 수준까지 인권 침해를 감수하면서 대테러 기능을 강화할지,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여론도 중요하지만 정치권의 합의부터 중요해 보인다. “국가안보와 국민사생활 보호가 충돌하는 테러방지법의 속성상 정치권 내 갈등과 충돌은 필수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테러방지에는 여도 야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법을 만든다고 여권에 유리하고 야권에 불리한 게 아니다. 정권은 계속 변하지만 국민의 생명은 어느 정권이든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여야 어느 정권이 맡아도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법을 만들자고 의견을 모은 뒤 입법 논의를 해야 한다.” ―대테러 기관 신설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나. “한국에는 국가정보원이 있고 국군기무사령부도 있다. 테러 기관을 새로 만들더라도 기존 조직과의 기능 중첩 여부를 잘 고려해야 한다. 무작정 새로 만들면 ‘옥상옥’이 될 수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당론을 모으겠다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9일 선언 이후 미 워싱턴에서 유 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 대표가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2012년 7월∼2014년 6월)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사드 도입을 놓고 긍정적인 의견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안보 컨트롤타워인 김 실장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미 정부가 아직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유 대표, 그리고 그와 가까운 김 실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 원내대표가 사드 도입을 찬성한다며 집권당(ruling party) 의견을 모으겠다고 하니까 워싱턴에선 ‘좀 이례적이지만 생산적인 논의가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 국방위에서 6년간 활동해 국방 현안에 밝은 유 대표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위해 이른바 ‘총대’를 멘 것으로 보고 이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과 유 대표는 사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실장은 국방장관 시절인 지난해 6월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주한미군이 (자체 비용으로) 사드를 전력화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유 대표도 지난해 10월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우리 안보를 위해 필요한 만큼 사드 2개 포대를 아예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국감 뒤 기자들과 만나 “국방장관 시절 김관진 실장과 (국방위원장으로서) 사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김 실장도 사드 도입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한미 정부는 모두 공개적으로 사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관계자들은 물밑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지난달 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이 트위터에 “사드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 미사일방어는 북한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한국에 대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거부하는 대가로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을 제안했다는 주장이 미국 쪽에서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미 보수 성향 군사전문 온라인매체 워싱턴 프리비컨은 9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사드 배치 계획을 허용하지 말 것을 직접 호소하면서 한국에 경제교류를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10일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을 계기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 제정을 선언하면서 지난 15년간 국회에서 공전(空轉)됐던 테러방지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법이 국가정보원 등 수사 및 정보기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민간인 사찰 등 인권 침해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테러방지법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이른바 ‘애국법(Patriot Act)’의 제정 과정과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국법의 현재를 조명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찾아본다. 》○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필요 미국 ‘애국법’이 만들어진 배경은 2001년 9·11테러였다.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를 막고 테러의 주범이었던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 의회는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의 대테러 활동을 강화하고 감청 및 수색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법안 마련에 착수해 2001년 10월 25일 ‘애국법’이라는 이름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하는 즉시 그날 발효됐다.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미국의 입법 관행으로 볼 때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파격적으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것이다. 빨리 통과시키지 않으면 제2의 9·11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여론의 힘을 등에 업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사회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자 법의 위헌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쏟아졌다. 법 통과 3년 만인 2004년 2월 35개 주 240개 지방 정부는 아예 부시 행정부를 향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며 법 집행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법 제정 이후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국가안보국(NSA) 등의 무소불위적 수사 행태가 본격적으로 비판받기 시작했다. 2013년 6월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NSA가 미국 내 테러 분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무차별 감청 등 국민 사생활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폭로한 게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해 12월 미 연방 1심 법원인 워싱턴 지방법원은 시민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위헌 소송에서 “NSA의 정보 수집은 시민에 대한 부당한 압수 수색을 금지한 미 수정 헌법 4조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NSA가 미국 시민들에 대한 전화 통화 내용을 수집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하는 내용의 ‘미국자유법안(USA Freedom Act)’이 만들어졌다. 이 법은 지난해 5월 연방 하원을 통과했지만 11월 상원 통과에 실패해 재상정 여부가 주목된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애국법의 변천 과정은 한국의 대테러법 제정에도 참고가 될 것”이라며 “특히 과거 군사정권의 인권 침해 트라우마를 겪은 국민들을 설득할 정부와 정치권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도널드 맨줄로 소장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빨리빨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합의와 공감이 중요하다”며 “제정 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기관 설립보다 테러에 대한 정의가 먼저 미국 ‘애국법’은 테러 개념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즉 ‘테러’란 △민간인들을 협박하거나 강요하기 위한 의도로 행해지거나 △협박이나 강요에 의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행해지거나 △집단적 파괴, 암살, 유괴 등에 의해 정부의 행위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행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한국 법 체계에서는 ‘테러’ 개념에 대한 정의는 없고 1982년 대통령 훈령으로 마련된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전부다. 미국의 한 테러법 전문가는 “테러란 무엇인지, 테러의 행위와 주체를 어떻게 정할지 하는 문제는 테러방지 실행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기본 출발”이라며 “예를 들어 테러행위를 국내인이나 북한으로만 한정할 경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은 추방밖에는 대응 방법이 없게 된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기구 설립도 서둘 일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미국은 ‘애국법’ 제정 후 수사기관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대테러 조직을 신설했다. 그 결과 생겨난 것 중 하나가 무려 22개 부처와 기관을 통합한 ‘슈퍼 대테러 기관’인 국토안보부(DHS)였다. 국토안보부가 너무 비대하다 보니 연방수사국(FBI) 등 다른 관련 기관과의 업무 충돌이 빈번했고, 이 때문에 기능을 일부 재조정해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FBI 워싱턴지국의 한 관계자는 “기관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조직을 무조건 합친다고 해서 대테러 기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조직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지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은 국가정보국(DNI)을 중심으로 DHS 정보분석처, FBI, CIA, NSA 등 관련 조직이 테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테러 정보 커뮤니티’를 형성해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국법(Patriot Act) ::미국 의회가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 대응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만든 테러방지법. 국가안보를 위한 법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법명에 ‘Patriot(애국자)’을 넣었다. 테러 용의자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유선, 구두 통신 및 e메일 감청을 대폭 확대하고 테러 혐의를 받는 외국인의 기소 전 구금 기간을 48시간에서 최고 7일까지 늘린 것 등이 핵심이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신석호 특파원}

매일 기삿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미국 워싱턴이라고는 해도 최근 열흘 사이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정신없게 만들었다. 두 사건이란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의 피습 사건이다. 문제는 사건 직후 한국에서 발신한 반응들이 너무 극과 극이어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웠다는 점이다. 셔먼 차관이 지난달 27일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한중일 과거사 논쟁이 실망스럽다”며 ‘한중일 공동책임론’으로 해석될 발언을 했을 때 한국은 미국 비판 여론으로 들끓었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위해 한국을 제치고 일본 편에 섰다”는 말에서부터 “미국의 본심이 드러났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러다 5일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이 터지자 ‘한미 동맹’ 여론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야당의 행보가 극과 극이었다. 셔먼 차관 발언에 대해 “적당히 그냥 외교적 답변을 듣고 넘어갈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2일 정세균 의원)고 공격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은 “한미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8일 문재인 대표)는 말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반 민심도 마찬가지다. 셔먼 차관 발언 후에는 “배신감을 느낀다”던 여론이 지금은 “대사 입원비를 대신 내주고 싶다”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로 바뀌었다. 애견(‘그릭스비’)을 끔찍이 아끼는 대사에게 수술 후 회복에 좋다며 개고기를 전달하려다 병원 측이 거부하는 미담성(?)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출렁였던 한국 내 여론을 듣고 있는 미국인들은 좀 혼란스러워하는 눈치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 여론이 즉각적이어서 좀 혼돈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미 동맹은 단순히 양 국민의 기분 문제가 아니다. 대사 피습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는 관계라는 것을 한국인들이 잘 알아주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동맹의 뿌리는 기자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튼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도 피습 직후 리퍼트 대사가 보여준 모습처럼 좀 더 의연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이 많고 감성적인 우리 한국인들의 정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야 없겠지만, 전략적으로라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냉철해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한국의 대미 협상력도 높아지고 한일 과거사 갈등을 풀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 사이가 그렇듯, ‘같이 가려면’ 너무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 사건 후 보여준 의연함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젊은 사람치곤 상당히 원숙하고 노련하다” “정치적 감각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퍼트 대사를 잘 아는 미국 워싱턴의 지인들은 피습 직후 “같이 갑시다”라며 한미를 동시에 끌어안은 그의 행보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데 입을 모은다. 한때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다니고 나이에 비해서도 동안(童顔)인 겉모습과는 달리 이미 30대에 백악관 정부 의회의 요직을 두루 거친, 우리로 치면 ‘당정청’을 모두 섭렵하며 오랜 기간 정치적 훈련을 받았다는 것이다. 리퍼트 대사는 1999년 의회 보좌관으로 입성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외교담당 정책 보좌관을 지냈고, 백악관 국가안보부 보좌관 등을 거쳐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지내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부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 그룹 중에서도 몇 안 되는 화려한 이력이다. 대사는 이 과정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폭넓은 인맥을 쌓았고 원로들을 만나며 정무감각을 훈련받았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그가 보좌관으로 일했던 민주당의 여걸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나 톰 대슐 상원의원 등이 초기 정치적 스승으로 꼽힌다. 지인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그가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상사로 모셨던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복잡다기한 ‘정치 세계’를 배웠다고 한다. 공화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을 지낸 헤이글 전 장관은 처음엔 소속당도 달라 별 인연이 없었던 리퍼트 대사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했고 대사는 소탈하고 격의 없는 특유의 소통능력을 발휘해 헤이글 전 장관이 가장 아끼는 참모로 부상했다. 헤이글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리퍼트 대사가 한국으로 떠난다고 하자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한창 지휘하던 바쁜 와중에도 일정을 취소하고 리퍼트 대사 부부와 동반으로 워싱턴 인근 최고급 프랑스레스토랑에서 환송 만찬을 갖고 장도를 축하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리퍼트 대사 피습 소식이 전해지자 워싱턴의 온갖 기관으로부터 ‘내 친구 마크가 어떻게 된 거냐’는 문의를 받았다. 예상은 했지만 워싱턴에 친구와 지인이 대단히 많다”고 전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존 햄리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도 최근 기자와 만나 “사람들이 나이만 보고 마크가 너무 어린 것 아니냐고 말하기 쉬운데 그와 일해 보면 그가 얼마나 정무적 감각이나 순발력이 좋은 잘 훈련된(seasoned) 공직자인지 금세 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현재 공석인 주한 미국 부대사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EAP) 소속 마크 내퍼 인도과장(44·사진)이 내정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내퍼 내정자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한국어에도 능숙하다. 내퍼 내정자는 이르면 이달 중 부대사에 부임할 전망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아들 상태는 많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보여준 우정과 걱정, 최선의 조치에 가족을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부친 제임스 리퍼트 씨(사진)의 목소리는 이역만리에서 초유의 테러를 당한 아들의 아버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종일관 차분했다. 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저도 부모인지라 아들이 피습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순간적으로 (한국을) 원망도 했고 화도 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를 비롯해 가족 모두 차분한 마음으로 마크의 쾌유를 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많이 놀랐을 것 같습니다. 리퍼트 대사와는 사건 직후 자주 통화합니까. 현재 대사의 몸 상태는 어떤 것 같습니까. “사건 전에도 자주 통화했고 이번 일 뒤로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나 아니면 아내(대사의 어머니)와 통화하고 있습니다.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나중에 혹 후유장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상황은 아닌 거 같아 보입니다.” ―병원 치료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마크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이전에 비슷한 사건을 겪어 그 병원에서 치료를 잘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설이나 수술이 매우 좋고 만족스럽다고 했습니다. 제게 ‘아버지, 병실이 거의 호텔 수준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으니까요.”▼ “처음엔 화도 났지만… 공직서 겪을 수 있는 사고” ▼―사건 직후 미국 언론을 통해 ‘공직을 수행하다 보면 이런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솔직히 놀라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그랬나요? 당연한 것이라 느끼는데 그렇게 (대단하다고) 받아들여 준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미국에서는 군인 경찰 같은 ‘제복 입은 공직자(Men in Uniform)’에 대한 존경심도 크고 가족이나 당사자들의 자부심도 큽니다. 마크가 기를 쓰고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에 가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자부심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가급적 피하면 좋지만 희생이 동반될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 마크가 겪은 비극적 사건도 명예로운 공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나는 변호사라서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나 국제정치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책임 있게 말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아버지로서 또 미국 시민으로서 이번 일이 아들이 지켜내고 싶어 하는 한미 간의 우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들이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아들 말로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국 방문 계획을 묻자 차분했던 목소리 톤이 약간 올라가면서 따뜻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근에 제가 무릎관절 수술을 받아 몸이 좀 불편합니다. 건강이 회복되면 5월경 방문해 아들 부부와 만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태어난 손자(제임스 윌리엄 세준 리퍼트)를 안아보고 싶습니다. 마크가 내 이름을 그대로 따서 손자 이름을 지었다고 하더군요.”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김정안 기자}

“한미 양국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정신 나간 사람의 소행을 한미 관계와 연관시켜 해석하면 안 된다.” 주한 미대사(2001∼2004년) 시절인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효순·미선 양 사건’으로 반미 촛불집회를 경험했던 토머스 허버드 전 대사(72·사진)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미 정부 관계자들은 어딜 가도 이런 테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한미우호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한미 관계를 가장 잘 아는 미국 대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리퍼트 대사의 대선배로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나. “극단주의자의 돌출적 행동으로 보는 게 맞다. 확대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에선 한국 내 반미 정서가 이번 사건과 관련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내가 대사로 재직할 때만 해도 ‘효순·미선 양 사건’으로 인해 반미 감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 아닌가. 있다고 해도 미미하다. 반미 정서와 이번 사건을 연결짓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종북 세력의 범죄로 봐야 한다.” ―이번 사건에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관련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사건 직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반응(“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이번 사건이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안 되고,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한미 동맹이 한 개인의 범죄로 틀어질 수 있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 ―미국인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하다. 한국 정부는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 “한국은 미국에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번 테러와 무관하고 그럴 의사도 없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미국에 설명해 주는 것이 적절하다.” ▼ “억울하고 황당하지만 양국 흔들리지 않을것” ▼흥남철수 주역의 외손자 퍼거슨씨“미군들이 6·25전쟁에서 피 흘려 지킨 한국에서 미국 대사가 유혈 테러를 당했다니 억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합니다. 양국이 잘 대처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동맹이 더 굳건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국제시장’에도 등장하는 6·25전쟁 당시 피란민을 대피시킨 흥남철수 작전을 지휘한 에드워드 알먼드 소장의 외손자인 토머스 퍼거슨 예비역 대령(72·사진)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크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나. “사건 발생 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고 적절했다.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터졌지만 한미동맹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사건을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아내(한국인)에게 통역을 부탁해 가며 하루 종일 관련 뉴스를 봤다. 범인이 수차례 방북했다는데 왜 한국 정부는 그런 인사가 계속 방북하도록 허용했는지, 리퍼트 대사에게 접근하도록 놔뒀는지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동료 참전 용사들의 시선은 어떤가.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의 6·25 참전 용사들은 이번 사건에 북한이 관련되어 있는지, 다른 공모자는 없는지 대단히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한국인은 물론이고 미국인들도 안심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그야말로 비온 뒤에 땅이 굳는 형국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42·그림)에 대한 종북세력의 테러로 흔들릴 것 같던 한미동맹이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가 보여주고 있는 의연하면서도 ‘쿨(cool)’한 대처로 오히려 더 굳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습 사건 후 미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리퍼트 대사의 행보 덕분에 한층 돈독해진 한미관계가 화제다. 얼굴에 80여 바늘을 꿰매는 대수술을 받고도 트위터에 “한국인들의 관심에 감사드린다.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올리는 리퍼트 대사의 성숙한 외교력에 놀랐다는 것.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마크(리퍼트 대사)가 비극적인 일을 겪었지만 멋지게 대처해 한미동맹의 ‘슈퍼스타’가 됐다. 한미동맹 역사에 중요한 모멘텀(계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역사 공동책임론’ 발언으로 한미관계에 이상 신호가 올 수 있었는데 마크가 한 방에 이를 해소했다”며 “유혈 테러를 당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양국의 혈맹 아이콘(bloody icon)’이 됐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입원 중에도 전화와 e메일을 통해 한미동맹의 메시지를 전하는 ‘병상 외교’를 펼치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6일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의 위로 e메일에 “기분 좋으니(in a good spirit)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절친’인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마크로부터 ‘상태가 좋다’는 e메일을 받았다. 그는 ‘터프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부임 전만 해도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리퍼트 대사에 대해 “주요 동맹국 대사로 너무 젊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미국 젊은이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초유의 테러에 대처했고 한미 양국의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퍼트 대사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쾌유를 기원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누리꾼 송풍규 씨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변치 않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병원에서 ‘나는 괜찮다(I‘m OK)’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나왔다”고 적었다. 우리 정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통화해 이번 사건을 논의하기로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박재명 기자}

《 ‘미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한 미대사가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매우 불행한 사건”이라며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훨씬 격앙됐다. “한국 내 반미 감정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새삼 놀랐다”는 반응과 “우리 아들딸들(주한미군)이 목숨을 내놓고 지키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한반도 전문가를 포함해 전화 인터뷰를 한 미국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한다. 》○ 전문가들 “더 굳건한 관계 유지해야” 대부분의 미 한반도 전문가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런 일로 한미동맹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주한 미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즈워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소장은 “소식을 접하고 내 입에서는 ‘오 마이 갓(Oh My God)’이 튀어나왔다”며 “한국 내 반미 감정에 대해 잘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향후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때일수록 더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런 일이 터지면 한미 간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의 오랜 한국 관련 업무 경험으로도 그렇고 대부분의 미국인도 이런 일이 결코 남한 내 반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지금은 리퍼트 대사의 회복과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잘 헤쳐 나갈 것이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은 “매우 매우 불행한 일이 일어났지만 제복을 입는 미국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한미 관계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미 관계는 (이런 일로 흔들릴)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지낸 도널드 맨줄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대사와 가족을 위한 기도이다. 범인의 행동이 굳건한 한미 관계를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일이 혹여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사건을 접하고 너무 놀랐다”면서 “큰일이야 더 없겠지만 최근 웬디 셔먼 차관 건으로 한미 간에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터져서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미 정부 내에 있다”고 전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도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번 일을 저지른 범인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소 수년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은 왜 한국 법원이 이 범인이 일본대사를 공격한 뒤 집행유예를 선고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반영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경호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미 몇 년 전에 일본대사를 공격해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또다시 미국대사에게 다가가는 상황이 될 수 있었는지 아직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보안은 현지 외교관들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주재국인 한국의 보안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매우 안타깝다”면서 “많은 미국인은 리비아 주재 미대사 피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가운데 대한민국처럼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동맹국에서 일이 터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충격, 분노… 美 시민들 소식을 들은 미국의 일반 시민은 대부분 겉으로는 냉정하고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지만 가장 친한 동맹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놀랍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보 듀어 씨는 “우리 (미국)대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아침을 먹다가 칼을 맞았는지 모르겠다”며 “일반인의 생각엔 ‘아니, 한국 경찰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생각할 거다. 나도 그렇다. 한국 정부에 실망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제니퍼 포스터 씨도 “미국이 한국에 뭐 그리 잘못했다고 강연하러 간 사람이 칼을 맞느냐. 한국에는 총이 없다는데 미국으로 치면 아침 먹다가 총 맞은 것 아니냐”고 밝혔다. 기사를 전하는 언론의 댓글들도 분노와 흥분이 주를 이뤘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 댓글 중에는 “한국의 젊은 사람 중에는 ‘미국이 남북통일에 방해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간혹 있다”는 비교적 중립적 시각도 있었지만 “이럴 바에는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한국 경찰은 미친 사람을 대사 근처에 접근하도록 했느냐” 등의 흥분 섞인 반응도 있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신석호 특파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한미동맹’이 테러를 당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종북 성향 인사가 5일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대사 피습 소식을 접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한미관계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5일 오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 행사 도중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55)의 공격을 받았다. 김 씨가 휘두른 길이 약 25cm의 흉기에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에 길이 11cm, 깊이 3cm의 자상과 왼쪽 팔꿈치와 손목 중간 부분에 2cm의 관통상을 입었다. 새끼손가락에는 김 씨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가벼운 찰과상이 생겼다. 리퍼트 대사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며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테러에 앞서 준비한 유인물에서 “남북 대화를 가로막는 전쟁훈련을 중단하라. 전시작전통제권(OPCON)을 우리나라에 환수하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자 서울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 미일관계 강화에 불만을 담은 메시지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 씨의 발언을 보면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종북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번 테러가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서 미국대사가 처음으로 테러를 당했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논쟁이 실망스럽다”는 발언으로 한미관계가 꼬인 미묘한 시점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이 불필요하게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돼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외교사절에 대한 이런 가해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현재 실시 중인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 등 한미 연합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 정부는 리퍼트 대사가 괴한의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北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리퍼트 대사의 피습에 대해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한국)에서 위험천만한 합동군사연습을 벌여 놓고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주장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과연 선진국회에서는 가능한 일일까.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위헌 논란에도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국 국회가 모델로 삼는 미국 의회에선 입법 과정에서 위헌 조항을 어떻게 심의하고 최대한 걸러내는지에 대해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의회는 법안 발의부터 처리까지 크게 세 단계의 ‘위헌 조항 여과 장치’를 두고 있다는 게 의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미 헌법엔 입법권을 의원에게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처럼 정부가 법안을 내는 경우는 없다. 우선 의원들은 법안을 발의하기 전 의회 산하 법제실(Office of Legislative Counsel)에 1차 법률 자문을 한다. 상·하 양원에 각각 있는 법제실은 총 70여 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제관들이 법안의 각 조항과 조문을 심의하면서 위헌 소지가 있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하원 법제실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법안의 위헌 요소는 대부분 여기서 1차로 걸러진다”며 “변호사로서 객관적인 법률 검토를 하는 게 임무라서 법률 검토를 부탁한 의원을 (의원이 아니라) ‘의뢰인(client)’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1924년 설립된 의회 법제실은 정파나 여론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법률 검토 내용을 오로지 의원에게만 통보하는 기밀성(confidentiality)을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 국회도 이를 본떠 2000년 국회 사무처에 법제실을 설치했으나 국회 사무처 인사들이 순환 보직으로 근무하고 있어 전문성 확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법제실의 1차 법률 검토를 마친 법안은 의원실 차원에서 2차 검토에 들어가 성안에 착수한다. 미 연방 의원들은 대부분 해당 상임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인 ‘입법 담당 보좌관’을 두고 2차 법률 검토를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의회에 입성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해당 상임위원장이 법안을 상정하기로 하면 각 상임위의 소위원회로 넘어가 본격적인 심의를 거친다. 이때 소위원회는 법안을 백악관 산하 예산관리처(OMB)로 보내 정부 정책이나 관련 법 체계와 상충되는 것이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한다. 미 정부의 예산 책정과 주요 정책 조율을 총괄하는 예산관리처는 해당 의원에게 검토보고서를 제출해 정부 의견을 밝힌다. 예산관리처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법안) 등 주요 이슈에서 의원과 법률적으로 의견이 다를 경우 검토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언론에 배포해 공개 토론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마친 법안은 어느 정도 법률 검토를 끝낸 것으로 간주되고 소위원회 청문회와 자구 수정 등을 거쳐 본격적인 입안 단계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한국 국회와 다른 것 중 하나는 별도의 ‘위원회 수정안’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4선인 민주당 제리 코널리 연방하원의원의 조지 버크 공보담당 보좌관은 “예산관리처 검토까지 거친 법안은 어느 정도 법리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만일 이 단계에서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정치적 싸움인 만큼 시간을 충분히 갖고 여야가 조율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처럼 여론 눈치를 보다가 원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갑자기 ‘위원회 수정안’으로 둔갑해 누더기가 되고 위헌 조항이 끼어들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상임위 전체회의를 지난 법안들은 본회의에 상정된다. 미 연방하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을 지낸 도널드 맨줄로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미 의회가 만든 법안도 종종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결정이 날 때가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위헌 소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경험과 노하우가 미 의회 시스템에 녹아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우리 유대인이 홀로코스트 대학살 때처럼 적 앞에서 무능하게 대응하는 그런 시절은 이제 끝났습니다!” 3일 오전 미국 워싱턴 의사당 본회의장.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초청으로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큰 소리로 외치자 회의장엔 “와” 하는 소리와 함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회의장 뒤편에 미국 성조기가 없었다면 이곳이 워싱턴인지,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미 의회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43분간의 도발적인 연설을 쏟아내자 워싱턴 정가에는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이날 연설에서 그는 미 정부와 이란의 핵협상을 “아주 나쁜 협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북한 및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비교했다. 그는 “이란은 북한처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쫓아내고 저항했다. 이란은 북한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이 IS와 별반 다르지 않다”며 “둘의 차이라면 IS가 도살용 칼과 노획 무기, 유튜브로 무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탄으로 무장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창한 영어 연설로 미국인들의 감성에 호소했다. 그는 회의장 방청석에 있던 198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유대계 작가인 엘리 위젤(87)을 일으켜 세우더니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다. (이란과의 핵협상을 막아) 유대인에게 다시는 그런 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본회의장 한쪽에 있는 선지자 모세의 얼굴 조각을 가리키며 “‘강해져라. 그리고 굳건해라’라는 모세의 가르침을 다시 상기해야 할 순간이다. 미국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우리는 혼자서라도 조국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며 연설을 맺었다. 유대교 집회를 연상케 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에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박수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 중 50여 명은 불참했지만 마침 워싱턴에서 이날 폐막된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차총회 관계자들이 방청석에 대거 참석해 빈자리는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무려 22번의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미국을 주무르는 유대계의 자신감을 새삼 목격한 미 정치권은 놀란 표정이었다. 공화당 피터 킹 하원의원은 “의정 생활 23년 만에 외국 정상의 연설에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히브리어까지 써가며 “대단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네타냐후 총리가 비영어권 정상임에도 원어민에 가까운 미국식 영어를 구사한 점도 ‘록 콘서트’ 같은 반응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백악관과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해 오바마 정권에서 미-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직후 “새로운 이야기도 없고 대안을 제시한 게 전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들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의 노력을 무시한 슬픈 연설”이라고 비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공식 초상화에 있는 흐릿한 그림자의 비밀이 풀렸다. 화가가 초상화 공개 9년 만에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중 최대 스캔들의 주인공인 모니카 르윈스키의 그림자라고 폭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린 넬슨 생크 씨는 2일 필라델피아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 초상화를 그리는 동안 내 마음 속에서 르윈스키를 완전히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르윈스키 관련 부분을) 살짝 그려 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마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거짓말쟁이였기 때문에 그를 그리는 초상화 작업이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공식 초상화는 2006년 국립초상화미술관에 처음 전시됐다. 생크 씨는 “초상화의 그림자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내가 (초상화를 그릴 때 옆에 있던) 마네킹에 입힌 청색 드레스의 실제 그림자이고 또 하나는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있었던 (어두운) 그림자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르윈스키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불륜 당시 청색 드레스를 입었던 점을 감안해 생크 씨가 마네킹에 청색 드레스를 입혀 놓고 초상화를 그렸다고 전했다. 르윈스키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액이 묻은 자신의 청색 드레스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그는 “9년간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그림의 비밀을 알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물론 그의 재임 기간 좋은 일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생크 씨는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초상화에 그려진 ‘그림자의 의미’를 알아채고 미술관에서 문제의 초상화를 떼 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미술관 측은 이를 부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