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인 수준으로 사회 변해 파괴적인 혁신해야 생존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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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밋 구글 회장 특별 좌담회
모든 인류가 온라인 연결되는 날… 상상못할 자유가 北체제 바꿀 것

“구글도 혁명적 수준의 사회 변화 규모를 가늠하지 못해 혁신에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18일 오후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대회의실.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 구글을 이끌고 있는 에릭 슈밋 회장(60·사진)이 ‘파괴적 혁신자(disrupter)’란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갖던 도중 이렇게 말했다. “2001년부터 구글을 운영하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있다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사회자의 질문에 정작 술렁인 사람들은 회의실을 메운 200여 명의 방청객이었다. “과연 구글도 실수를 한 적이 있었을까” 하는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잠시 후 슈밋 회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역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현재의 자신에 안주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이다.”

슈밋 회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지속적 혁신만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일상과 세상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정보기술 업계 거물다운 통찰력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인터넷은 곧 사라진다. 일상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 나중엔 그 존재 자체도 못 느낄 것”이라고 전망해 큰 화제를 모았다. 1시간가량 진행된 좌담회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가장 혁신적이라는 구글도 파괴적 혁신이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어떤 기업이든지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 구글도 그럴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냅챗(snapchat)’ 같은 소셜미디어를 개발할 기회를 놓친 게 대표적이다. 구글에 있던 케빈 시스트롬이 회사를 나가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을 만든 것도 그 시점엔 구글이 혁신에 한발 늦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었다.”

―파괴적 혁신에 필요한 건 무엇인가.

“필요한 것은 꼭 만들겠다는 자발적 에너지이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령 누군가가 정말 장난감이 필요해서 만들어냈는데 거기에 혁신적 아이디어가 들어가면 그게 바로 능동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다니면서 IT 혁신을 통한 정보의 자유를 설파해왔다. 북한도 다녀왔는데 정보의 자유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인가.

“완전한 정보의 자유를 가져다 줄 기술이 등장하지 않은 게 장애물 아닐까. 더 많은 사람을 온라인으로 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지구촌 대다수 사람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북한을 포함해) 아직 인구의 절반가량이 인터넷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인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날이 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자유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해당 국가의 체제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파트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도 있는 것 아니었나.

“미안한 말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제 현장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거절했다. ‘바보 같은 정책(stupid policy)’이 많다. 전문직 취업비자(H1B) 문제만 해도 정치권이 아직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20위권 대학 상당수가 미국에 있고 많은 외국인이 졸업한다. 그런데 비자 때문에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하지 못하고 고국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게 무슨 낭비인가. 파괴적 혁신은 초창기 구글처럼 다양한 인재가 모여 혁신을 상상해야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 미 경제의 70%가량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소형 혁신적 기업들로 충당되고 있는데 정치권이 따라오지 못해 안타깝다. 이런 부조화는 미국에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미 정부는 정보의 자유 못지않게 테러에 대비한 사이버 보안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이버 보안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정부가 개인비밀정보에 접근하게 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정보기관들이 범죄를 막겠다며 정부가 감청을 할 수 있도록 IT 업체 서버에 접속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데 이는 ‘나쁜 사람’을 적발하겠다며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에릭 슈밋#구글 회장#특별 좌담회#혁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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