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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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4~2026-06-13
문화 일반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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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일반6%
연극3%
인터넷/PC통신3%
기타3%
  • 명나라 사신과 술잔만 오갔을까

    16세기 고문헌 ‘천사일로일기(天使一路日記)’가 최근 국내에서 처음 번역됐다. 천사일로일기는 조선에 온 명나라 사신을 맞이한 조선 관료의 일기다. 원접사(조선시대 중국 사신을 영접하기 위해 둔 임시 관직) 일기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필사본이며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85호다. 이번 번역은 대구 계명대가 진행한 고문헌 번역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계명대는 지난해 7월 고문헌이 학생과 일반에 두루 활용되게 하겠다며 10명의 관련 전공 교수들로 구성된 ‘고문헌 번역 사업단’을 발족했다. 사업의 시작을 알린 천사일로일기는 1537년(중종 32년) 음력 2월 20일에 중국 사신을 의주에서 맞이해 한양까지 온 뒤 같은 해 4월 8일 압록강을 건너서 전송한 기록이다. 조선 조정은 중국 사신이 조선을 방문하는 경우 국경도시 의주에 환영단을 보내 한양까지 오가는 길을 안내했다. ‘천사’(天使)는 명나라가 조선에 파견한 사신을 이른 말이며, ‘일로’(一路)는 지나가는 길이란 뜻이다. 일기를 쓴 사람은 우리 쪽 환영단 책임자인 정사룡(鄭士龍)이었다. 그는 16세기 조선에서 최고로 꼽히는 시인이자 북경 방문 경험이 있어 중국에 밝은 문인이었다. 일기에는 거만하고 까다로웠던 명나라 사신 일행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사룡의 능력과 인품에 매료돼 친밀감을 느끼는 대목이 있다. 2월 25일 일기가 대표적이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두 사신이 웃으며 ‘우리는 날마다 조선말 몇 마디를 배우니, 판서도 중국말을 배우세요. 술 한 잔 합시다라는 말로 오늘부터 중국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아주 좋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원접사가 잔을 잡고 앞에 나아가 중국말로 술 한 잔 합시다라고 하자, 상사가 웃으며 제대로 배우셨어요라고 하였다.” 연구책임자인 김윤조 계명대 한국한문학 교수(62)는 “이 일기는 조선과 중국 사신의 왕래 절차가 상세히 기록돼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며 “두 나라 고위 관료의 인간적 교류는 외교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산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명대는 ‘천사일로일기’와 16세기 문인학자 윤춘년의 문집 ‘학음집’을 번역한 것을 시작으로 10년간 고문헌 27권을 번역할 예정이다. 대상은 1960년대 말부터 계명대 동산도서관에 보관돼있던 고문헌들로, 한 번도 번역된 적이 없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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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日 스파이 양성 ‘나카노학교’를 아시나요

    일본이 도쿄(東京)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2년이 지난 1966년. 일본 주요 도시에서 영화 ‘육군 나카노학교’(사진)가 일제히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다. 올림픽과 고도 경제성장으로 자부심이 한껏 고조된 당시 일본 사회에 베일에 가려 있던 이 학교가 전면에 등장했다. 나카노학교 졸업생을 슈퍼맨처럼 간주하는 분위기조차 있었다. 나카노학교는 1938∼1945년에 걸쳐 2차 세계대전 당시 활동한 정보요원과 특공대원 등 ‘그림자 전사’를 비밀리에 훈련시킨 곳이다. 소재지 도쿄 나카노(中野)구를 따 교명을 지었다. 1945년 종전까지 이 학교는 약 2300명의 정보요원을 배출했는데,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으로 파견됐다. 패전에 임박해선 전투 임무로 전환돼 일본 열도를 최후 방어하기 위한 특수전 및 게릴라전을 수행했다. 1945년 일본은 항복했지만 수많은 그림자 전사들은 전쟁을 계속 이어갔다. 미국 정보기관은 냉전을 맞아 나카노학교 졸업생들을 주목했다. 미국의 일본 점령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이들은 미군을 위해 복무했다. 그러나 다양한 전시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그림자 속에 남아 있다. 대중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졸업생은 오노다 히로(小野田寬郞)다. 그는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필리핀에 파견된 유격대원이자 정보요원이었다. 그는 ‘끝까지 살아 남으라’는 사령관의 마지막 명령 후 필리핀 정글에서 29년간 숨어 지역 순찰대와 게릴라전을 벌였다. 오노다는 수소문 끝에 찾은 30년 전의 직속상관이 전투중지 명령서를 읽어준 뒤에야 총을 내려놓았다. 일각에선 나카노학교 졸업생을 미국 전략첩보국(OSS)이나 영국 특수작전국(SOE)과 비견하기도 한다.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첩보전에 얽힌 비사를 다룬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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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궁’ 블록버스터급 리메이크”

    2006년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궁’이 리메이크된다. 궁은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가상하에 평범한 신분의 여고생 채경이 왕위 계승권자인 세자 이신과 정략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궁은 MBC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이 27%를 넘어섰고, 여전히 팬이 많다. 15년이 지나 다시 선보일 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30일 만난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의 김영배 콘텐츠제작본부장(41)은 리메이크 이유에 대해 “좋은 이야기의 가치는 잊히지 않는다. 한 세대를 풍미한 만큼 다음 세대 배우들이 연기하는 궁을 궁금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건 올해 초. 제작진은 리메이크 후보로 ‘꽃보다 남자’(2009년)와 궁 사이에서 고민했다. 김 본부장은 “궁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끈질기게 리메이크 요청을 하는 등 궁의 브랜드파워가 큰 것이 결정의 이유였다”고 말했다. 흥행한 전작을 뛰어넘어야 하는 리메이크엔 부담이 따르는 법. 그는 “원작의 매력을 지키면서도 재미를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중 하나가 유행어다. 2006년 방영 때도 ‘대략난감’ 같은 당시 유행어가 극의 묘미였다. 그는 “발랄한 채경, 까칠한 신의 정서를 트렌디하게 살릴 수 있는 아이디어 많은 2030 신인 작가를 물색 중”이라고 했다. 이달 중으로 작가 섭외를 마치고 내년 여름쯤 촬영에 들어가 16∼20부작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관건은 배우다. 제작 발표 전부터 드라마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에 가상 캐스팅을 올렸다. 제작진은 “가상 캐스팅을 눈여겨보고 있다.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 중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어긋나지 않을 인물을 캐스팅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대상을 반영해 대사와 설정은 일부 수정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일례로 미술과 의상을 좋아하는 채경이 궁에 들어가서 전통 복색을 연구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식의 성장 스토리를 생각하고 있다. 캐릭터의 주체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의 격을 높이는 고가의 세트장과 수제 소품도 세심히 살피는 중이다. 김 본부장은 “2006년 작 연출을 맡았던 황인뢰 감독을 이사로 영입한 만큼 전통 색과 미장센을 충분히 살릴 예정”이라며 “영화계 스태프를 많이 데려와 블록버스터급 연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최근 역사왜곡 논란이 본격화된 만큼 고품격 사극으로 호평받았던 ‘사임당―빛의 일기’ 자문단에 고증을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 팬들이 고대하는 OST에 대해선 “최대한 당시 작업한 뮤지션들을 섭외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울과 제이의 ‘사랑인가요’, 두 번째 달의 ‘얼음연못’은 2006년 작 궁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작진은 단순히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를 만들진 않겠다는 각오다. 김 본부장은 “지금 10대에겐 재밌는 스토리를, 2030에겐 추억을, 그 이상 세대에겐 궁내 암투와 가족 이야기를 전하는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수출도 염두에 두는 만큼 ‘다시 했는데도 재밌다’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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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략난감’ 2000년대 감성 먹힐까…드라마 ‘궁’, 15년만에 리메이크

    한 시대를 풍미한 드라마들이 있다. 2006년 MBC에서 방영한 ‘궁’은 그 대표주자다. 2006년 방영된 드라마 ‘궁’이 리메이크 된다. 궁은 대한민국이 입헌군주국이라는 가상 하에 평범한 신분의 여고생 채경이 왕위 계승권자인 세자 이신과 정략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궁은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이 27%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였다. 2000년대 인터넷소설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여전히 많은 팬층을 갖고 있다. 최근 이 드라마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있었다. 지난달 5일 만화전문기획사 재담미디어는 드라마제작사 그룹에이트와 만화 ‘궁’의 리메이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룹에이트는 당시 드라마제작사인 에이트픽스에서 파생된 제작사다. 15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될 궁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30일 만난 드라마 제작사인 그룹에이트의 김영배 콘텐츠제작본부장(41)은 리메이크 이유에 대해 “좋은 이야기의 가치는 잊히지 않는다. 한 세대를 풍미한 만큼 다음 세대 배우들이 연기하는 궁을 궁금해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건 올해 초. 제작진은 리메이크 후보로 ‘꽃보다 남자’(2009년)와 궁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는 “꽃보다 남자는 브랜드파워가 셌지만 수동적인 캐릭터, 학교 폭력 등 상대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메이크에는 항상 부담이 따르는 법. 2000년대 감성을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 2020년대의 궁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었다. ‘요즘도 먹힐 것인가’는 제작진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는 “원작의 매력을 지키면서도 재미를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 중 하나가 유행어다. 당시에도 ‘대략난감’과 같은 2000년대 유행어가 극의 묘미였다. 그는 “발랄한 채경, 까칠한 신의 정서를 트렌디하게 살려갈 아이디어를 많이 가진 2030 신인 작가를 위주로 물색 중”이라고 했다. 4월 중으로 작가 섭외를 마치고 내년 여름쯤 촬영해 16~20부작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관건은 배우다. 제작이 결정되기 전부터 드라마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에 가상 캐스팅을 올렸다. 2006년에는 주지훈, 윤은혜 등 주연 배우들이 모두 신인이었다. 제작진들은 2021년판 궁의 주인공은 신인, 스타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가상캐스팅을 가장 눈 여겨 보고 있다. 시청자들의 눈이 정확하다.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 중 시청자들의 기대치에서 어긋나지 않는 배우들로 캐스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대상을 반영해 대사와 설정은 일부 수정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일례로 미술과 의상을 좋아하는 채경이 궁에 들어가 전통 복색을 연구해 세계에 알리는 등 성장 스토리와 캐릭터의 주체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 재연재 중인 만화 궁도 왕실을 황실로 바꾸는 등 대사가 일부 수정되고 있다. 드라마 궁의 가치를 높였던 소품도 세심하게 살피는 중이다. 당시 고가의 세트장과 전통 소품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었다. 민언옥 미술감독은 이 작품으로 최초의 드라마 전문 국제 시상식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최우수 미술감독상을 수상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 연출을 맡았던 황인뢰 감독님이 자사 이사로 있으신 만큼 한국 전통의 색과 미장셴을 충분히 살릴 예정”이라며 “영화계 스태프를 많이 데려와 블록버스터라 평 받던 ‘더 킹 : 영원의 군주’(2020년)급 연출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최근 역사왜곡 논란이 심해지는 만큼 철저한 고증으로 고품격 드라마라 호평 받았던 ‘사임당-빛의 일기’의 자문단에게 고견을 물을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전작 때 사용했던 약혼지 등 주요 소품을 찾아 이번 작품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넣을 테니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팬들이 가장 고대했던 OST에 대해서는 “감독의 결정사안이겠지만 최대한 당시 작업자들을 섭외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울제이 ‘사랑인가요’, 두 번째 달 ‘얼음연못’ 등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해 ‘궁은 OST가 연기하는 드라마’라고 평가 받기도 했다. 2006년 안방에서 본방사수하고 궁 굿즈를 사모았던 10대들은 이제 20대 후반, 30대가 됐다. 제작진은 단순히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는 아닐 것으로 봤다. “지금 10대에게는 재밌는 스토리를, 2030에게는 추억을, 그 이상의 세대에게는 궁내의 암투와 가족 이야기를 전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 했다. 이어 “15년이라는 짧은 텀으로 리메이크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 스타터로서 책임감이 있다”며 “OTT를 통한 수출도 염두에 두는 만큼 ‘다시 했는데도 재밌다’는 반응이 나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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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8회 영랑시문학상에 ‘윤제림 시집’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8회 영랑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윤제림 시인(61·사진)의 시집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가 선정됐다. 본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근배, 최문자, 곽효환 시인은 최종 후보 5개 작품 중 윤 시인의 시집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수상작은 인간다움과 상생(相生)에 대해 노래한 시집. 심사위원들은 “윤 시인은 무심히 스쳐 지나갔을 법한 일상과 기억, 농담, 작은 기사, 광고 전단지, 소소한 사물 등 주변의 다양한 것들을 무겁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시로 만들어낸다”며 “고전적 미감과 세련된 페이소스로 미학적 개성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의 시에서 독서와 체험을 통한 독특한 미적 감각과 미사여구가 눈길을 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시 ‘푸른 꽃’의 일부 문구인 “열흘 싸움에 지친 꽃들이 피 흘리며 떨어져 눕고/상처만큼 푸른 꽃들이/함성을 지르며 일어선다/이제보니/꽃들의 싸움도 참으로/격하구나/장하구나”가 대표적. 한 심사위원은 “아름답고 쓸쓸한 미감과 서정성 그리고 윤 시인만의 시적 개성에 영랑시문학상이 값진 격려와 동행이 돼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윤 시인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너 해 전 꼭 이맘때 집이 화재로 전소되고 가족이 암 선고를 받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등 내게 잔혹했던 때가 있었다”며 “눈물 나는 상황에 바깥에 환히 핀 꽃을 보며 곧바로 생각난 건 영랑의 표현 ‘찬란한 슬픔의 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문학상 중에서도 한 번쯤 타고 싶다고 생각한 상을 받게 돼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란 윤 시인은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 석사를 마쳤다. 1983년 광고회사 오리콤에 입사한 후 10년 동안 독립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여러 대학에 출강했다. 2003년부턴 서울예술대 광고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인으로는 1987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고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지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삼천리호 자전거’ ‘미미의 집’ ‘황천반점’ ‘사랑을 놓치다’ ‘그는 걸어서 온다’ ‘새의 얼굴’ 등이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30일 오후 3시 전남 강진군 시문학파 기념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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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전 발매된 곡이 음원차트 ‘올킬’한 비결은?

    제2의 브레이브걸스는 누가 될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역주행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의 후속주자를 찾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브레이브걸스는 4년 전 발표한 곡 ‘롤린’이 유튜브에서 뒤늦게 인기를 끌면서 14일 SBS 인기가요에서 1위에 올랐다. 이미 SNS에선 ‘롤린처럼 역주행했으면 좋겠다, 걸그룹 숨겨진 명곡 모음’ ‘두 번째 롤린, 역주행이 시급한 명곡 모음’ 등이 여럿 등장했다. 지상파의 유튜브 채널도 이에 가세했다. MBC의 ‘올더케이팝’ 채널은 ‘밀보드 차트 노래 모음’을 통해 군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군통령으로 불린 걸그룹들의 노래를 소개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걸스데이, EXID는 물론 헬로비너스, 라붐의 곡도 포함됐다. K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KBS Star TV’에선 10년 이상 경력의 영상 편집자가 골든차일드, 온앤오프, 더보이즈, SF9 등 눈여겨볼 만한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곡들을 추천한다. 이런 흐름은 대중의 주체적인 음악 소비 경향과 맞물려 있다. 대형 기획사의 자본력이나 사재기와 같은 편법이 아니라 대중이 음지의 곡들을 발견해내는 데 쾌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힘든 시절 자신을 위로해준 가수를 성공시키겠다는 욕구로 발현되기도 한다. 예컨대 브레이브걸스를 띄운 건 군인 팬들이었다. 이들의 댓글 모음 영상도 국방TV의 ‘위문열차’ 프로그램 영상이 주를 이룬다. 이 영상에는 “20대 가장 힘든 시절을 보내던 군인들에게 무명이었던 그룹이 건넨 위로” “은혜 갚은 장병들” 등의 댓글이 올라 있다. 성공 신화에 대한 갈증도 한몫했다. 브레이브걸스를 향한 대중의 응원이 컸던 건 이들이 갖고 있는 서사에 힘입은 것이었다. 지금은 탈퇴했지만 팀의 기초를 닦은 원년 멤버 5명은 10년 전 데뷔했다. 현재 활동 중인 멤버들도 데뷔한 지 5년이 넘었다. 힘든 무명 시간, 전방부대 등 작은 무대를 소중히 여기며 활동한 모습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줬다. 시청자들은 긴 무명기를 겪은 이들에게 자신을 투영했고, 무언의 애틋함을 느꼈다. 이런 분위기는 유튜브 채널을 타고 하나의 유행을 만들었다. EXID ‘위아래’, 비 ‘깡’을 비롯해 현재의 역주행 열풍을 가늠하려면 유튜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롤린 역주행에 크게 기여한 유튜브 채널 ‘비디터’의 경우 지난달 24일 올린 롤린 영상 조회 수가 약 1430만 회로 구독자 수(30일 기준 약 13만 명)를 훌쩍 뛰어넘었다. 비디터 운영자는 “역주행은 생각조차 못 했고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브레이브걸스가 잘돼 기분이 좋다”며 “코로나로 인해 삶이 힘들어진 이들에게 위문 영상과 웃긴 댓글들이 활력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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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스케키통, 연탄난로, 성탄 엽서… 뉴트로 감성 입힌 ‘한국인의 1년’

    국립민속박물관이 상설전시관 ‘한국인의 1년’을 20일 선보였다. 계절별 생활상을 선보인 기존 ‘한국인의 일상’ 전시를 지난해 5월부터 개편해 약 10개월에 걸쳐 리모델링했다. 농사 중심의 24절기에 치중한 기존 전시관과 달리 세시풍속을 중심으로 전시를 다시 꾸몄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뉴트로 전시품들이다. 박물관은 이번 개편에서 20세기 생활상을 적극 반영했다. 봄 파트에는 예전 콜라병과 팔레트, 소풍가방을, 여름 파트에는 빙수기, 변산해수욕장 개장 포스터, 아이스케키통 등을 전시했다. 겨울 파트에는 연탄 난로와 크리스마스 엽서를 선보였다. 이런 시도는 박물관의 새로운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올 1월 취임한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뉴트로나 레트로처럼 밀레니얼 세대도 친근하게 볼 수 있는 문화 현상을 찾아내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민속학을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 같은 과거 시점으로 한정 지을 게 아니다. 지금의 현상도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감각적 전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 마지막에 나오는 체험형 전시 ‘한옥에서의 사계절 풍경과 삶’이 특히 그렇다.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에서 옮겨온 한옥의 대청마루에 앉으면 벽면 영상을 통해 양동마을의 사계절을 담은 풍경과 소리를 생생히 감상할 수 있다. 무형문화재인 위도 띠뱃놀이(정월초사흘에 배를 띄워 행하는 마을 굿)에 쓰인 띠배와 동해안에서 미역 채취에 사용하는 떼배를 바다 영상과 함께 보여주는 전시는 마치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달력인 ‘경진년대통력’(보물 제1319호)은 겨울 파트의 동지책력(동짓날 새해 달력을 주고받는 풍습)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임진왜란 이전 역서로는 유일한 이 달력은 조선시대 역법과 활자연구에 있어서 핵심 자료다. 현장 조사를 통해 강원 홍천군에서 수집한 겨리쟁기(소 두 마리가 끄는 전통 쟁기)도 소개됐다. 이 밖에도 각종 사진과 영상, 전시품 등 700여 점이 전시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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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김태언]성소수자 등장 잦아진 드라마… 희화화로 ‘억지 웃음’ 우려

    14일 방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 8회에서 빈센조(송중기)와 홍차영(전여빈)이 라이벌과의 싸움에 신광은행장 황민성(김성철)을 이용하는 모습이 나왔다. 홍차영은 빈센조에게 남성 동성애자인 황민성을 유혹할 것을 제안한다. 빈센조에게 첫눈에 반한 황민성은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볼에 키스를 하거나 껴안는 애정 표현을 한다. 이를 억지로 받아들이는 빈센조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블랙코미디다운 유머러스한 장면이지만 찜찜한 구석이 있다. 방영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불편하다는 반응이 꽤 나왔다. 한 블로거는 “그저 재미로 볼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매력적인 남성이 유혹하면 정신 못 차리고 자신의 일까지 내치는 비정상적인 존재로 동성애자를 그린 건 유감스럽다”고 했다. 다른 시청자는 “성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덧칠하고, ‘데이트 폭력 가해자’라는 악한 캐릭터까지 부여했다. (빈센조가 황민성을 이용한 뒤 내치는 것에 대해) 악당에게 정의를 구현하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의 면피용 설정을 뒀다”고 지적했다. 사실 빈센조는 ‘매번 당하는 가난한 피해자’ 같은 틀에 박힌 공식을 깬 드라마다. 그런 빈센조도 깨지 못한 견고한 벽이 성소수자다. 혹자는 황민성은 한 개인일 뿐, 이 캐릭터가 성소수자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성애자 캐릭터를 희화화하는 건 국내 콘텐츠 내에 성소수자가 많이 다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혐오감을 부추길 수 있다. 더구나 이 드라마는 CJ ENM이 발표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의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종합(드라마·예능) 순위’에서 5위 안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돌아보면 예전에는 성소수자가 극의 감초 역할로 코믹하거나 이상한 인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실적 서사를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tvN 월화극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의 윤태형(김태훈)은 보수적인 의사 집안 장남으로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고 여성과 결혼해 죄책감을 느낀다. 같은 해 JTBC ‘이태원 클라쓰’에선 현이(이주영)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자취를 감췄다가 주변 격려에 힘입어 다시 세상에 나선다. 영화나 웹툰에 비해 성소수자에게 보수적이던 드라마가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성소수자의 등장이 많아진 만큼, 이제는 캐릭터의 설정과 표현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김태언 문화부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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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 “역사왜곡, 진심으로 사죄”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박계옥 작가가 공개 사과했다. 감우성 등 주요 출연 배우들도 잇달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작가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사려 깊지 못한 글쓰기로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로서 지난 잘못들을 거울삼아 더 좋은 이야기를 보여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고 미숙한 판단으로 오히려 시청자 여러분께 분노와 피로감을 드렸다”고 했다. 중국풍 소품과 더불어 태종 등 역사 인물을 왜곡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역사 속 큰 족적을 남기셨던 조선의 건국 영웅들에 대해 충분한 존경심을 드러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물이라는 장르에 기대어 안이한 판단을 한 점에 대해서도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는 “역사 왜곡은 추호도 의도한 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남긴 점 역시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작품 선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이날 배우 장동윤을 시작으로 감우성, 박성훈, 정혜성, 이유비 등이 사과문을 줄줄이 발표했다. 감우성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실존 인물로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배우로서 역사 왜곡으로 비칠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썼다. 장동윤은 소속사 인스타그램을 통해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봤다.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을 간과했다. 큰 잘못”이라고 했다. 연출을 맡은 신경수 PD는 이날 입장문에서 “드라마의 내용과 관련한 모든 결정과 선택의 책임은 연출인 제게 있다. 스태프와 배우들은 저를 믿고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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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구찌 가문 80년史’

    1995년 3월 27일 오전 8시 반,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에서 4발의 총성이 울렸다. 총탄은 오른쪽 팔과 엉덩이, 왼쪽 어깨, 오른쪽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총구가 향한 건 세계적인 명품 패션브랜드 구찌 가문의 마지막 최고경영자(CEO) 마우리치오 구찌(1948∼1995).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3년 뒤에야 밝혀졌다. 범인은 그의 전 부인 파트리치아 레자니. 파트리치아는 결혼 전 가난한 세탁소집 딸이었다. 둘은 가족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에 골인했지만 파트리치아의 허영심과 의부증으로 인해 이혼했다. 이혼 후 증오심으로 전처가 청부 살해를 의뢰한 것. 파트리치아는 살인교사 혐의로 징역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 패션잡지 루나 편집장으로 현재 미국 블룸버그 기자인 저자는 구찌 가문의 역사와 관련된 인물 100여 명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문헌을 섭렵했다. 패션 명가 구찌 가문의 끊임없는 내분과 사업 분쟁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재구성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 덕분에 많은 영화감독들이 탐낸 소재다. 지난해 리들리 스콧 감독이 레이디 가가, 애덤 드라이버 주연의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올 11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구찌 가문을 알기 위해선 수백 년을 이어 내려온 피렌체 상인들의 역사를 봐야 한다. 피렌체 상인에게 부는 곧 명예를 의미했다. 20세기 초 창업주 구찌오 구찌(1881∼1953)의 부모는 19세기 말 피렌체에서 밀짚모자 사업을 하다 파산했다. 구찌오는 도피하듯 영국 런던으로 떠나 호텔에서 일하며 부자들의 취향과 소지품을 관찰했다. 그는 고향 피렌체로 돌아와 1921년 가죽제품 매장 ‘발리제리아 구찌오구찌’를 세웠다. 이곳에서 그는 독일, 영국에서 가죽 원단을 사들여 각종 가방을 만든 뒤 관광객들에게 팔았다. 구찌는 창업 이후 결정적 순간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꿋꿋이 살아남았다. 대나무 손잡이가 달린 뱀부 백과 모카신 로퍼 등 히트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들 상품이 1960, 7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구찌는 로마, 런던, 뉴욕, 도쿄 등에 매장을 둔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가족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구찌 가문의 경영수업 방식은 구찌오 사망 이후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진다. 급기야 1980년대 들어 구찌 운동화가 마약상들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로 구찌의 브랜드 가치는 급락했다. 구찌는 브랜드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명품업계 최초로 투자은행과 손잡고 변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소송전으로 다시 난관에 부닥쳤다. 1990년대 초반까지 매출이 저조해 구찌는 빚더미에 올랐다. 구찌오의 손자 마우리치오는 투자은행에 회사를 매각해 가족기업 구찌의 마지막 운영자가 되었다. 구찌 가문의 손을 떠난 구찌는 1990년대 초 미국의 패션디자이너 돈 멜로와 톰 포드를 영입하고 브랜드 혁신을 단행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저자는 구찌가 20세기 후반 프랑스 LVMH(루이비통 모에에네시)의 인수합병 시도에 맞서 프랑스 피노프랭탕르두트(PPR) 그룹과 손잡고 변화를 선도했다고 평가한다. 20세기 후반 세계 패션업계의 흐름과 더불어 명품업계 주역들의 삶을 살펴보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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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세기 투박해진 용, 18세기 ‘화려한 컴백’

    용은 우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신령한 존재의 상징으로 칼과 옷, 자기 등에 그려졌다. 조선왕조는 15∼19세기 꾸준히 용무늬항아리(용준·龍樽)를 만들었다. 최근 새롭게 단장한 국립중앙박물관 ‘분청사기·백자실’에선 시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천을 겪은 조선의 용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 용무늬항아리는 왕실 존엄의 의미를 담아 각종 행사에서 의례용기로 쓰였다. 1467년(세조 13년) 확립된 관요(官窯·국가가 운영하는 도자기 제작소)는 청화안료로 항아리를 제작했는데, 17세기 이전 것들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돼 문헌으로만 전한다. 당시 의례 종류에 따라 용은 조금씩 다르게 장식됐다. 세종실록과 국조오례의에 그려진 용은 발톱 3개에 턱수염이 있다. 국조오례의서례에선 5개의 발톱에 뿔이 있는 용이 그려졌다. 주요 국가 행사에선 5개 발톱의 용무늬가 주로 사용됐다. 그런데 17세기 들어 간략하고 투박한 용무늬가 등장한다. 이 시기 용무늬항아리는 청화(靑華)가 아닌 철화(鐵華)백자로 바뀐다. 전란으로 국가 재정이 악화돼 중국에서 청화안료 수입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이때 용무늬는 뿔과 수염, 코, 이빨, 다리, 발가락 등 세부묘사가 생략됐다. 특히 17세기 후반 제작된 구름용무늬항아리는 빠른 필치로 힘차고 자유로운 용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은 2010년 발간한 도록 ‘백자항아리 조선의 인과 예를 담다’에서 “왕실은 물론 사대부나 서민의 민수용 항아리에도 용무늬가 사용되면서 점차 해학적이고 익살스럽게 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 시기 왕실이 물을 상징하는 용무늬를 기우제에 사용하기 위해 이런 양식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헌에 따르면 숙종(재위 1674∼1720년) 연간에 기우제가 집중적으로 열렸다. 최윤정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용무늬철화백자를 제작한 유일한 민요(民窯·민간의 도자기 제작소)가 한양과 가까운 경기 가평군 하판리에 있었다. 질 좋고 큰 백자가 제작된 걸 보면 왕실이 주문 제작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8세기에는 용무늬가 다시 화려하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바뀐다. 백자청화 구름용무늬항아리는 높이 50cm가 넘는데 당당한 몸체에 주변 장식이 섬세해졌다. 이는 영·정조 때 왕실의 위엄을 되찾기 위해 의례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18세기 들어 관요 체제가 정상화되면서 정교한 작업이 가능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수경 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18세기부터 용이 제대로 된 품위를 보여주며, 이는 왕실의례용 용무늬항아리로 정립돼 19세기까지 유지됐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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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왜곡 논란 휩싸인 SBS ‘조선구마사’… 시청률 추락하고 광고주 지원 잇단 중단

    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시작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데 이어 광고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SBS는 이미 방영된 1, 2회의 다시보기와 재방송을 중단하고, 다음 주는 결방하기로 했다. 조선구마사는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이에 맞서는 인간들을 다룬다. 그러나 22일 첫 회에서 중국풍 소품들이 사용돼 도마에 올랐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 중지를 요청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24일 10만 명 이상이 동의를 표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24일 기준 1700여 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이 드라마 2회는 1회보다 시청률이 떨어졌다. 1회 최고 시청률은 8.9%를 기록했으나 하루 만에 6.9%로 하락했다. 광고주들도 제작 지원을 줄줄이 철회하고 있다. 삼성전자, KT, LG생활건강 등은 제작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나주시도 영상테마파크 장소 지원 계약을 철회했다. 대본을 쓴 박계옥 작가는 전작 드라마인 tvN ‘철인왕후’에서도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에 빗댄 대사로 뭇매를 맞았다. 박 작가가 최근 중국 제작사인 자핑픽처스와 집필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판이 더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하고, 다음 주 결방을 통해 재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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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두운데 편안한… 정면으로 마주친 4가지 아픔

    단 며칠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한 편의 영화가 됐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커피숍, 박물관, 바 등에서 네 사람의 사연을 듣는 게 줄거리다. 마치 단편소설집 같은 이 영화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46)을 24일 만났다. 그가 이 작품에서 주목한 건 상실감이다. 김 감독은 “전작들과 달리 다소 어둡다. 누구나 마음의 이야기가 있지 않나. 이 영화를 보며 ‘어둠도 편안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석이 만난 네 명의 인물은 모두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놓여 있다. 나이 들어 과거를 잊은 미영(이지은), 인도네시아 유학생이었던 남자친구와 이별한 유진(윤혜리), 아픈 아내를 살리고 싶은 성하(김상호),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바텐더 주은(이주영)이다. 하지만 이들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의 영화가 특별한 건 ‘특별한 기법’이 없어서다. ‘최악의 하루’(2016년)와 ‘더 테이블’(2016년)처럼 대화가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관객은 누군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엿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김 감독은 “많은 사연을 가진 이들이 한 명의 인물에게 달려드는 만큼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한 영화”라며 “연우진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영화를 완성시켰다”고 했다. 촬영지의 의미도 영화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 첫 장면에 나오는 카페 ‘시티커피’는 바쁜 세상의 속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긴다. 창석이 드나드는 공중전화 부스는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사연을 쏟아낸 곳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다. 사람이 꽉 들어찼다가 어느 순간 비워지는 바도 그렇다. 김 감독은 “사람과 사연들이 머물다 가는 곳일수록 타인의 온기나 자취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며 제목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영화는 숨어 있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적인 이야기들을 끌어낸다. 이 영화는 네 명의 삶을 다뤘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삶을 말하고 있다. 최근 범죄 드라마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다양한 인간상을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김 감독은 “제 작품이 인간에 대한 시선을 넓혀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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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규모 공사의 문화재 발굴 비용 국가가 전면지원 추진”

    소규모 건축물 공사에 한해 건축 목적과 상관없이 국가가 문화재 발굴 조사 비용을 전면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취임 3개월을 앞두고 18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규모 (건설공사) 사업자에 대해선 정부가 발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며 “소규모 사업에서 졸속 발굴이 많이 나오기에 정부가 직접 나서 빠르게 정리해주는 게 좋다. 이 부분에 대해선 ‘발굴 공영화’가 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매장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공사에 앞서 실시하는 지표조사에서 문화재가 땅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 시굴 혹은 정밀 발굴에 들어가야 한다. 이 중 일정 면적 이하의 개인주택이나 농어업 시설물, 공장 건설공사에 한해서만 발굴조사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김 청장의 방침은 소규모 공사의 경우 이 같은 정부 지원 조건을 아예 풀어 개인이나 영세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줄임으로써 매장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의 발굴사업단 인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청장은 “재단 발굴사업단을 확대해 소규모 발굴부터 지표조사까지 맡겨 국민 부담을 줄이고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단, 민간 발굴기관의 업무와 중복되지 않도록 수익성이 낮은 소규모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20여 년 만에 문화재청에 다시 돌아와 보니 조직은 커졌지만 시대 변화에 맞는 패러다임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들은 문화재가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왜 보존이 필요한지 국민들을 설득하고, 절박한 게 아니라면 과감히 (규제를) 풀어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고시 34회 출신인 김 청장은 1994∼1997년 문화재관리국(문화재청의 전신) 사무관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정책과장, 정책기획관 등을 지냈다. 문화재청으로는 2018년 차장으로 돌아와 지난해 12월 청장(차관급)으로 승진했다. 앞서 김종진 전 청장을 제외하고는 교수, 언론인 등 외부 전문가들이 문화재청장에 주로 발탁됐다. 그는 특히 경주 월성(月城) 같은 대규모 국책 발굴사업에서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50년 넘게 발굴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 나라(奈良)의 헤이조쿄(平城京) 발굴처럼 유적이 파괴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재 당국이 월성 발굴 성과에 급급해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고고학계에서 제기된 바 있다. 김 청장은 “월성 발굴은 학계 비판이 아주 많다”며 “월성 발굴을 조금 더 장기적으로 추진했다면 훨씬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화재 및 미술품 물납제(소장품으로 세금을 대신 납부하는 제도)에 대해선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청장은 “이 제도는 장롱 속에 숨겨진 문화재를 양지로 끄집어내는 것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며 “문체부와 법제화를 협의하고 있다. 단, 증여세법과 상속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상운 sukim@donga.com·김태언 기자}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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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령… 재난… 청춘물… 새봄 안방극장 ‘드라마 만발’

    악령, 변종인간, 재난, 청춘…. 봄철 다채로운 드라마들이 펼쳐진다. 영화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콘텐츠 못지않은 소재와 장르를 안방에서도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들이다. 22일 시작하는 SBS의 ‘조선구마사’(사진)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려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렸다. 시작 전부터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제2의 킹덤(넷플릭스)이 될 것인가” “지상파에서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는 등의 반응을 끌며 기대를 사고 있다. 특히 극본을 맡은 박계옥 작가의 전작 ‘철인왕후’가 흥행에 성공한 만큼 조선구마사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연출은 ‘육룡이 나르샤’ ‘녹두꽃’의 신경수 PD가 맡았다. KBS도 퇴마물을 내놓는다. 다음 달 14일 시작하는 ‘대박부동산’은 공인중개사 퇴마사가 퇴마 사기꾼과 한 팀이 돼 흉가에서 지박령을 퇴치하고 기구한 사연을 풀어주는 내용이다. 주로 영화 소재로 쓰이는 재난 상황을 다룬 드라마도 나온다. 다음 달 24일부터 방영하는 OCN의 ‘다크홀’은 싱크홀에서 나온 검은 연기를 마신 변종인간과 그 사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룬다.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한 OCN은 이번 작품에 영화 제작진들을 투입했다. ‘악인전’ ‘범죄도시’ 등을 제작한 키위미디어그룹의 첫 드라마이며, ‘돌연변이’ 등을 제작한 영화사 우상이 참여했다. 스릴러 영화 ‘더 폰’으로 입봉한 김봉주 감독과 스릴러 드라마 ‘구해줘’ ‘타인은 지옥이다’를 집필한 정이도 작가의 합작이라서 마니아층을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르물만 있는 건 아니다. 22일 방영되는 tvN의 ‘나빌레라’는 청춘 기록 드라마다. 뒤늦게 꿈을 찾아 발레를 시작한 70대와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의 이야기로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시청자층을 노린다. 동명의 다음 웹툰 원작은 2016년 첫 연재를 시작한 이래 별점 만점을 기록했으며, 배우 송강 박인환이 드라마 주연을 맡아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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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로봇에 감성을 가르치는 여자

    운전자와 탑승객이 언쟁을 벌이면 자동으로 주행권을 가져가는 차량을 상상해보자. 운전자의 감정이 격해져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하지만 자동차업계는 감성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이런 차량을 현재 개발하고 있다. 저자는 감성 AI 기술의 선두 기업 ‘어펙티바’의 창업자다. 기계에 감정을 가르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도 전문가일까. 저자는 한때 자기 감정을 파악하는 게 코딩보다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착한 이집트 소녀였다. 아버지에게 절대 거역하지 않았고 이성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했고, 스무 살도 채 되기 전에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첫 데이트를 한 남자친구와 결혼해 유부녀가 됐다. 오로지 ‘이웃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삶은 유학을 계기로 바뀌었다. 신혼 시절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연구소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은 진학에 반대했다. 착한 이집트 소녀는 갈등했다. 그러나 몇 번의 기도와 울음 끝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결행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감정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봤다. 그의 사생활은 일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로절린드 피카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쓴 ‘감성 컴퓨팅’도 그의 삶에 전환점이 됐다. ‘건전한 결정을 내리는 데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책 내용에 놀랐다. 냉정하고 계산된 논리가 가장 좋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정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혼생활은 파탄이 났고, 일자리를 유지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에도 감정을 심어줄 순 없을지를 고민했다. 우뚝 선 그의 야망은 끝이 없다. 저자는 파킨슨병 징후를 미리 포착해 진료 예약을 잡아주는 로봇, 자살 징후를 감지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인간 생명과 직결된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연민과 이해심으로 가득 찬 미래, 기술로 소통하지만 인간성은 잃지 않는 세상을 그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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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 청부살해… ‘19금’ 잔혹 드라마 판친다

    3일 밤 12시 무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키워드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첫 회를 선보인 tvN 드라마 ‘마우스’였다. 일부 시청자들이 “너무 잔인해 채널을 수시로 돌려가며 봤다” “아역 배우들이 걱정된다”는 반응을 SNS에 올린 것. 첫 회에서 극중 연쇄살인마 한서준(안재욱)은 목이 잘린 시체를 들고 다니는가 하면 어린아이를 폭행했다. 한서준의 아들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재훈(김강훈)은 동물을 학대하고 어린 동생까지 생매장하려 했다. 드라마는 초반부터 ‘19세 이상 시청 가’(19금)로 편성됐다. 올 들어 잔혹 드라마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SBS ‘펜트하우스’ 시즌2는 살인, 청부살해, ‘왕따’ 등 온갖 폭력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첫 회에서만 무려 세 건의 자살 또는 살인 사건이 나왔다. 맞바람을 포함해 20∼40대 여성들의 다양한 연애 행태를 담은 MBC의 ‘러브씬넘버’는 모든 회차가 19금이고, 이 중 일부는 ‘웨이브’에만 공개됐다. JTBC ‘괴물’은 잘린 손가락이 드러난 살인 장면 등이 19금으로 편성된 1, 2회에 등장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안방극장에 폭력이나 선정성이 높은 장면이 그대로 노출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펜트하우스의 폭력성을 지적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5일 글을 올린 한 시청자는 “미성년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이 아주 많이 잔인하게 노출됐다. 심의 규정은 없는 건가. 방송에 내놓을지 말지는 구분해줬으면 한다”고 썼다. 이날 방송에선 천서진(김소연)의 딸 은별(최예빈)이 트로피로 라이벌인 로나(김현수)의 목을 공격한 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게 하는 장면이 나왔다. 해당 회차엔 19금이 붙긴 했지만, 청소년이 접근하기 쉬운 지상파 방송의 황금 시간대(오후 10시)에 방영됐다. 최근 이런 현상이 빈발하는 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공백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올 1월 29일 방심위 4기 위원들의 임기가 끝난 후 5기 위원에 대한 임명이 늦어지면서 방송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방심위 공백으로 인해 가장 최근에 ‘주의’ 조치를 받은 드라마는 1월 4일의 펜트하우스 시즌1이었다. 이후 자극적인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두 달 넘게 조치가 없는 상태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펜트하우스의 경우 19금을 달고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장면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며 “방심위원들이 공백인 데다 제재도 사후처방이라 문제 있는 장면을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선 잔인한 폭력 묘사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라는 시각도 있다. 불륜이나 폭력 소재를 자주 다루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요소라는 의견도 있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킹덤’ ‘인간수업’은 모두 청소년 관람 불가였지만 성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웰메이드 콘텐츠’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콘텐츠들은 넷플릭스 등 유료 플랫폼에서 성인 인증을 거쳐야 시청할 수 있는 반면에 지상파 등의 드라마는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차이가 있다. 정덕현 드라마평론가는 “과거 지상파에선 19금 프로그램이 주로 선정적인 수준 위주였지만 지금은 그 법칙이 깨졌다”며 “시청자도 TV에서 각자만의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표현 자체를 막기보다는 각 콘텐츠를 소화할 연령대를 어떻게 정하고 합리적으로 내보낼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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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 옥적’ 빼돌리려 한 日… 조선인들이 막았다

    1909년 4월 경북 경주군(현 경주시) 현장 시찰에 나선 소네 아라스케(曾(니,이)荒助) 통감부(統監府·조선총독부의 전신) 부통감 일행은 나흘간 조선시대 관아(官衙)를 뒤졌다. 천장은 물론 마루까지 뜯어 샅샅이 살폈지만 원하던 물건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조선시대 관기(官妓)를 관리하던 건물의 땔감 창고에서 새까맣게 변색된 목재함 하나를 발견했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4중으로 된 함 안에는 이들이 그토록 찾아 헤맨 ‘신라 옥적(玉笛·옥으로 만든 피리)’이 들어 있었다. 신라 옥적은 신라 신문왕 때 만들어져 왕실 창고(천존고)에 보관됐으나 한동안 종적을 감췄다. 조선 후기인 17세기 경주 동경관에서 다시 발견됐다. 일각에선 이 피리가 삼국유사에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해결해준다는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네가 찾아낸 신라 옥적은 이듬해인 1910년 경성으로 반출돼 이왕가박물관에 보관됐다. 이로부터 13년이 지난 1923년 옥적은 원래의 자리인 경주로 반환됐다. 어떻게 된 걸까. 아라키 준(荒木潤) 경북대 인문학술원 연구원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고고학지에 발표한 논문(‘일제강점기 경주의 유물 반출·훼손과 조선인의 대응’)에서 구한말 조선인들이 일제에 맞서 문화재를 보호한 사례로 신라 옥적을 들었다. 그는 “국가 보물인 옥적이 기생건물 창고에서 발견된 건 석연치 않다”며 “당시 어느 조선인이 일본인들의 약탈을 막기 위해 일부러 격에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옮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라 옥적의 제자리 찾기에도 경주 주민들의 숨은 공이 컸다. 1921년 9월 경주 노서리 언덕에서 공사 도중 우연히 신라 왕릉인 금관총(金冠塚)이 발견됐다. 총독부는 금관총 출토 유물을 경성의 총독부박물관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주민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당시 경주 유지인 조선인과 일본인 19명이 총독부에 제출한 청원서(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금관총 출토품과 더불어 신라 옥적도 경주에 돌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아라키 연구원에 따르면 이들은 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장을 지내는 등 총독부와 끈이 있던 모로가 히데오(諸鹿央雄)를 이용하기도 했다. 모로가는 경주에서 온갖 고분을 도굴하고 유물을 빼돌린 자다. 그는 지역 유지로서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경주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여러 사람들이 애쓴 덕에 1923년 금관총 출토 유물과 신라 옥적이 경주박물관에 보관될 수 있었다. 경주 주민들의 문화재 사랑은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1937년 일제는 조선시대 경주 부윤(府尹)의 직무 공간이던 일승각(一勝閣)을 헐고 이 자리에 근대식 건물의 세무서를 짓는 방안을 추진했다. 앞서 1935년 경주 관아 중 하나인 월성아문이 헐린 상황이었다. 이에 경주 주민들은 ‘경주박물관 확장 운동’을 벌여 박물관에서 약 10m 떨어진 일승각을 박물관 경계 안으로 넣어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라키 연구원은 “일제강점기 경주박물관은 일본인이 운영했기에 총독부 동의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이용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난으로 인해 박물관 확장 운동은 실패했지만 일승각은 결국 보존될 수 있었다. 한 조선인이 경매로 나온 일승각을 사들여 경주읍성 남쪽으로 건물을 해체 이전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건물은 불교 사찰로 쓰이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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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 만에 주연… “세상에 막 첫발 내디딘 느낌이에요”

    “엄청 떨려요. ‘개봉일에 조조로 혼자 영화관 가서 볼까?’ 생각 중이에요.” 14년 차 배우의 현재 고민이다. 임성미(35). 이 낯선 이름이 극장 스크린에 ‘주연’으로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파이터’는 잘 여문 그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윤재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힘겹게 살아가는 탈북민 진아가 복싱을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담았다. 경계심이 강한 진아는 복싱 관장(오광록)과 코치(백서빈)를 만나며 조금씩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간다. 영화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진아, 임성미를 11일 만났다. 그는 “세상에 막 첫발을 내디딘 느낌”이라고 했다. 파이터는 임성미가 극장 개봉하는 장편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그는 파이터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어릴 적 개그맨을 꿈꿨던 임성미는 중3 때 콩트를 보다가 연기를 접했다. 고교 시절 생애 처음 영화관에서 가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2003년)를 본 뒤 연기자의 꿈은 커졌다. 이후 청소년 연극제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장르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재학 시절 정희재 감독의 단편 ‘복자’(2008년)에 출연해 주목받았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년)에서 여고생 흉터(이미도)의 친구 역으로 장편 영화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다. 이후 연극 ‘헤다 가블러’(2012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2019년) ‘스타트업’(2020년)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갔다. 하지만 빼곡한 필모그래피에도 빈칸은 있었다. 2010년 연기를 그만두려 했다. “연기를 할 때는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연기를 하지 않을 땐 뭘 할지 몰라 연락도 모두 끊고 술만 마셨어요. ‘이렇게 평생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 무서웠어요.” 다시 털고 일어났지만 3년 뒤 무용에 빠져 무용원 진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준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첫 위기였던 2010년, 그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었다. 두 달을 홀로 걸으면서 자존감을 키웠다. 진로가 헷갈릴 때는 스스로 물었다. ‘무용을 시작한 건 춤을 위한 것이었나, 연기를 위한 것이었나.’ 그는 “세 보이지만 전형적인 ‘외강내유’형”이라면서 “아마 죽을 때까지 흔들릴 것”이라며 웃었다. 파이터에서 임성미는 진아 그 자체다. 영화는 복싱 대회를 준비하며 감정 표현이 서툴던 진아가 차츰 마음을 여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몰입도를 높인다. 그는 “이방인이던 진아의 감정에 순간순간 이입하려 했다”고 했다. 그는 억척스러운 진아에게 어울릴 만한 의상도 스스로 선택했다. “체육관에 버려져 있던 복싱화가 눈에 들어왔는데 마침 딱 맞았어요. 신기해 기념으로 가지고 있어요.” 그는 한 달 넘게 ‘체육인’으로 살며 복싱 실력을 키웠다. 옌볜 출신이자 극 중 부동산 매니저로 나오는 이문빈 배우에게 북한말을 집중 지도받았다. “나이 드는 게 재밌어지려 한다”는 그는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경주마 같은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제 작품을 보고 어떤 감정을 하나 안고 가셨으면 해요. 그러곤 ‘이 배우,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네’ 하고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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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르노빌 사고, 정부는 오만했고 국민은 용감했다 [책의 향기]

    1986년 4월 25일 금요일 오후, 소비에트연방 우크라이나의 프리피야트는 화창하고 따뜻했다. 다들 주말부터 노동절(5월 1일)로 이어지는 긴 연휴를 고대하며 들떠 있었다. 26일 오전 1시 24분. 프리피야트에서 3km 정도 떨어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4호기에서 정기 점검을 하던 중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14명의 당직 소방대원은 대기실에서 눈을 붙이고 있다가 창문과 바닥이 흔들리자 벌떡 일어났다. 폭발 후 2분 뒤, 발전소장 빅토르는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전화를 받은 빅토르는 직감했다. “나는 감옥행일 거야.” 올해는 체르노빌 사고 35주년이다. 사고 후 체르노빌은 ‘방사능 공포’ ‘전 세계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린 지역’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정작 사고 자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0년 이상 취재에 매달렸다. 당시 사람들의 일기와 편지부터 과학자들의 조사 보고서, 사고 직후 방사능 정찰 부대가 사용했던 지도까지 여러 자료를 뒤져 생생하게 묘사했다. 소련의 당시 정치·사회적 배경 설명도 사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70년대 소련 당국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 대대적인 원전 건설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1980년대에 가속화됐는데, 인력과 자재가 부족하다 보니 크고 작은 건설상 결함이 많았다. 하지만 기술을 무한 신뢰하고 대중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과학계는 무모한 실험들을 강행했다. 문제는 사고 이후에도 계속됐다. 진실을 덮으려는 자들의 움직임은 이어졌다. 사고 후인 5월 1일 오전 10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중심가에서 열린 노동절 퍼레이드는 2시간 동안 열렸고 2000여 명의 구경꾼이 도로에 가득 찼다. 당시 우크라이나 당 제1서기인 셰르비츠키는 행사를 강행하라는 명령이 모스크바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행사로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추가 폭발을 막기 위해 동원된 사람들도 많았다. 하룻밤 사이 급히 소집된 예비군인 ‘제731 특별부대’는 안전복은 물론이고 헝겊 방독면조차 없이 투입돼 폭심에 모래, 납 등을 떨어뜨렸다. 로봇도 시도했는데, 세 대 모두 버티지 못하고 고장이 났다. 결국 납 앞치마를 두른 젊은이들이 방사능을 내뿜는 파편들을 삽으로 퍼서 옥상까지 갖고 간 뒤 4호기 폐허 위로 던졌다. 3분, 2분, 40초…. 시간이 다 되면 사이렌이 울렸다. 하고 나면 눈이 아프고 입이 마비돼 치아의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발로 뛰어 모은 방대한 사실을 현장감 넘치는 글로 정리해 흡인력 있는 긴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마음 아프다. 끔찍한 사고 후 삶을 이어 나가는 피해자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1-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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