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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20대 문제에 대해 폼만 잡았지 정말로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우석훈) 청년, 부동산 등 국내 현안에 대한 대담집 ‘리셋 대한민국’(오픈하우스·사진)을 최근 펴낸 경제학자 우석훈 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와 여권이 진영논리에 갇혀 현재 한국이 마주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씨는 2007년 저서 ‘88만 원 세대’(레디앙)에서 우리나라 비정규직 20대의 월평균 급여가 ‘88만 원’이라며 청년 세대를 향해 “짱돌을 들라”고 주문했었다. 우 씨는 이번 책과 간담회에서도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지적했다. 좋은 직장이 사라지고, 일자리 정책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현실이 14년간 바뀌지 않았다는 것.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를 염려했다. 공채 제도가 수시 채용으로 변하고, 대기업 정규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제대로 된 논의는 없다는 지적이다. 우 씨는 현 정부가 청년을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세대 간 대립이 갈등 수준을 넘어 ‘전쟁’ 수준으로 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세 사람은 가장 치열하게 토론했던 문제로 부동산을 꼽았다. 박 의원은 “정부 주택정책이 왜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을 잡는 데만 집중되고 있는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며 “집값을 불로소득으로만 보는 건 전형적인 운동권 사고”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집값을 잡으려고 조세 정책을 과격하게 운영하는 건 이미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조세 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금융 규제와 적절히 결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현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이나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우 씨는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권이 탈원전을 비롯한 경제정책은 ‘전두환식 밀실행정’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여권의 친문 주류 세력에 대해 “내가 절대 ‘선’(善)이라는 확신에 빠진 채 민주항쟁 시절의 세계관에 아직도 갇혀 있다”고 비판했고, 박 의원은 “누가 ‘내로남불’ 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진영을 넘어선 통합과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행정안전부가 ‘거주 불명자’에 대한 첫 사실조사에 나선다고 24일 발표했다. 거주 불명자는 행정상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은 이를 뜻한다. 이번 조사의 대상이 되는 거주 불명자는 5년 이상 거주지를 등록하지 않은 29만 명이다. 오랫동안 거주지가 불명확한 이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다. 행안부가 사실조사에 나선 이유는 행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2009년부터 거주 불명자도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거주불명 등록제도’를 도입했으나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선거 공보물을 보내고 행정기구의 인력을 배분하는 등 행정 비용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거주 불명자의 생사를 확인한 뒤 주민등록을 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해 10월 보도한 ‘증발 사라진 사람들’을 통해 증발자들을 찾아다녔다. 실직, 파산, 사별, 이혼, 질병 등을 겪은 뒤 가족과 친구 곁에서 스스로 떠나버린 이들을 만난 것이다. 법원에서 실종 선고를 받은 뒤 주민등록이 말소된 이들도 있었고, 주민등록은 살아있지만 숨어 사는 이들도 있었다. 증발자 대부분은 거주가 불명확했다. 1회 주인공인 문모 씨(49)는 집을 떠나 6년간 전국을 떠돌았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날도 많았다. 보도된 이들 외에도 취재 과정에서 거주 불명자로 의심되는 이들도 많았다. 누구도 생사를 모르는 이들. 사회가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증발자들과 거주 불명자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문 씨의 경우 다행히 지난해 4월 세상으로 돌아왔다. 검사가 직권으로 실종선고 취소 소송을 낸 덕에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았다.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공사장에서 다친 뒤 고치지 못한 오른손도 치료할 계획이다. 전세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려고 한다. 문 씨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설은 누나 집에서 함께 지냈다”며 기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회가 우선해야 할 일은 지우는 것이 아니다. 찾아내는 일이다. 만약 이번 사실조사를 통해 주민등록이 말소가 되는 이들이 있다면 그 거주 불명자는 영영 사회에서 지워진다. 행정 비용을 줄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증발한 이들을 마음을 다해 찾아내고, 그들이 있고자 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가족들이 거주 불명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다면 행안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건강보험 진료 등의 기록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기 쉽지 않다.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금이라도 알기 바라는 것이 남은 이들의 마음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마음이 아닐까. 이호재 문화부 기자 hoho@donga.com}

“올해도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체 언제 살 수 있나요?” 지난달 출판사 열린책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 같은 문의가 수차례 왔다. 이 출판사가 보통 매년 초에 펴내는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출간 시기를 물었던 것. 김하늬 열린책들 홍보팀 과장은 “2018년 버전을 샀지만 2021년 버전을 또 사고 싶다며 연락한 독자도 있다”고 했다. 책 편집에 대한 기초지식을 담은 교본인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열린책들)이 책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버전은 20일 출간 직후 이틀 만에 2000부가 팔렸다. 출판인들을 상대로 펴내는 전문 서적임을 고려하면 호응이 높은 편이다. 이 책은 2005년 열린책들 내부용으로 처음 20부만 제작됐다. 신입 편집자들을 교육하고, 내부 편집 원칙을 정하는 데 사용됐다. 곧 책 구성이 탄탄하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2008년부터 외부용으로 펴내기 시작했다. 책은 올해까지 13권이 출간됐다. 새로 담을 내용이 적어 출간하지 않은 2016년만 제외하곤 매해 책이 나왔다. 누적 판매량은 5만 부가 넘는다. 2008년 초판엔 ‘한글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저작권 계약 방법’ 등 기초 지식이 담겼다. 이후 개정을 거듭하며 ‘도서 정가제’ ‘도서 구입비 소득공제’ 등 출판계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새로 담았다. 2019년 버전엔 출판 계약서 예시에서 ‘갑’과 ‘을’이라는 표현 대신 ‘저작 재산권자’나 ‘출판권자’라는 표현을 쓰며 사회적 변화도 반영했다. 책이 꾸준히 사랑받는 건 출판 실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틀리기 쉬운 외래어 표기법, 저작권 유의사항을 참고하기 위해 저자, 번역자들도 책을 사 읽는다. 1986년 러시아 문학 전문출판사로 시작한 열린책들의 러시아어 표기법을 참고하기 위해 책을 구입하는 러시아문학 마니아도 있다. 내용이 풍부하고 가격은 저렴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456페이지나 되는 2021년 버전은 7800원으로, 일반 서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최근 달라진 출판문화도 이 책에 대한 수요를 더욱 키우고 있다. 먼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 카카오 브런치 등을 통해 불고 있는 독립출판 열풍의 영향이 크다. 김새봄 한국작은출판문화연구소장은 “독립출판을 시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온라인이나 작은 책방이 진행하는 소규모 수업에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으로 책을 펴내는 시대가 되면서 작가 지망생들이 더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를 고려해 올해 버전엔 전자책 제작 팁을 새로 담았다. 김미정 열린책들 편집부 기획편집팀 차장은 “1인 출판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매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1937년 미국의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디즈니(1901∼1966)가 만든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다. 독일 동화작가 야코프 그림, 빌헬름 그림 형제가 쓴 원작동화에 등장하는 난쟁이를 개성적인 캐릭터로 재창조했다. 작은 키에 우스꽝스러운 얼굴의 재미있는 인물로 만든 것. 난쟁이는 관객의 정서적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희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작품을 이끈다. 난쟁이들의 활약 덕에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다. 아이들은 일곱 난쟁이의 익살스러운 행동을 보며 깔깔 웃었다. 왕비의 사악한 계략에 맞서 백설공주를 보호하는 난쟁이들에게 열광했다. 제작비가 150만 달러였던 이 작품은 개봉 직후 8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이 작품을 계기로 디즈니는 만화영화 시장을 주도해나갔다. 그런데 왜 하필 난쟁이들이 우스꽝스러운 역할을 맡았을까. 잘생기고 키 큰 왕자는 백설공주와 사랑에 빠지는데, 난쟁이들은 왜 그들을 축하하는 조연에 머물렀을까. 뇌성마비 장애인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디즈니의 선택에 질문을 던진다. 만화영화나 동화에서 왜 장애는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인 연출에만 한정해 쓰이는지 파고든 것이다. 디즈니가 1996년 발표한 장편 만화영화 ‘노틀담의 꼽추’의 주인공 콰지모도는 등이 굽은 장애인이자 성당의 종지기다. 콰지모도는 결말에서 선한 행동 덕에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결국 짝사랑하던 여주인공 에스메랄다와 이어지진 못한다. 저자는 “이야기의 끝에서 콰지모도는 친구를 얻지만 낭만적인 사랑은 하지 못한다”며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콰지모도도 디즈니에서 판매하는 왕자 인형이 될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반면 사랑에 성공하는 디즈니 공주들은 모두 비장애인이다. 공주들은 안경을 쓰지도, 휠체어를 타지도 않는다. 모두 아름답고 완벽한 얼굴을 지녔다. 흑인, 동남아인, 중국인 공주는 나왔지만 여전히 장애인 공주는 나오지 않았다. 장애를 지닌 이들이 해피엔딩을 맞는 결말을 디즈니에서 찾기는 힘들다. 저자는 “디즈니의 공주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영웅이 되려면 반드시 육체가 완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옛 동화들도 도마에 오른다. 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1805∼1875)이 쓴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는 목소리를 잃은 장애인이 된다. 소통 능력이 사라진 인어공주는 왕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상상을 해본다. “처음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기를 생각해보면 인어공주의 결말이 다르게 흘러가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왕자에게 직접 글로 써서 (자신의 뜻을) 알려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이다. 물론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2011년부터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 브랜은 장애인이다. 어렸을 때 창문 밖으로 내던져져 허리 아래쪽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결국 왕좌에 오른다. 비장애인으로 거듭나 성공한 게 아니다. 장애를 지닌 채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휠체어를 탄 공주 이야기가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생각처럼, 이야기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하…. 마음이 무겁네요.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다 해놓고….” 이르면 이달 말 출간되는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로 공식 복귀하는 소설가 신경숙(58)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15년 표절 사건 이후 6년 가까이 칩거했다. 이날 그는 인터뷰 중간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신경숙이 국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2015년 6월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그가 이번에 단행본으로 펴내는 장편소설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웹매거진 창작과비평에 연재한 소설을 수정한 것이다. 2008년 출간한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천착했다면 지난해 웹매거진에 연재한 작품은 아버지의 삶을 통해 가족을 이야기했다. 웹매거진 버전 소설은 화자인 ‘나’가 나이 든 아버지와의 추억을 계기로 유년 시절과 가족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신경숙은 지난해 12월 웹매거진에 연재를 마치면서 “이동도 만남도 제한된 나날 속에서 연재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생각하는 것조차 아찔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경숙은 출간 준비 상황을 묻자 “아직 책은 교정하는 중”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출간이 밀려 다음 달 초에 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단행본으로 묶으며 소설을 많이 고쳤냐는 질문엔 “틀은 그대로다. (연재 때) 못 쓴 말들을 다시 쓰고 보충했다”고 했다. 연재를 마친 뒤에 작품을 퇴고해 작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신경숙은 2015년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며 파장이 커지자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그는 이후 2019년 계간 창비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했지만 언론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30년 넘게 이어진 제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길고 쓰라린 시간이었다”라는 입장문만 냈다. 지난해 웹매거진에 ‘아버지에게 갔었어’의 연재를 시작할 때도 웹매거진을 통해 “사실은 오그라든 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심경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정도다. 그는 신작 출간에 맞춰 기자회견을 할 계획을 묻자 “아직 그런 생각은 못 해봤지만 이젠 해야겠다. 정말로”라고 했다. 출간 준비를 끝낸 뒤에 기자회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냐고 다시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웹매거진에 연재된 소설을) 잘 읽었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신경숙의 공식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에선 그동안 이어져 온 활동 중단이나 절필이 가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그의 표절 사건이 한국 문학계 전체에 파장을 미쳤는데 성급하게 신작 활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결국 그의 복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신경숙은 문단뿐 아니라 독자의 지지로 큰 작가인 만큼 신작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그의 복귀가 옳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출판계 관계자는 “표절 논란과 별개로 두고 신간을 읽을 순 없지만 새 작품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고대(古代) 영어를 번역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올바른 번역을 위해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지난해 성탄절 ‘반지의 제왕’ 국내 팬 카페(‘중간계로의 여행’) 회원인 김지혁 씨(31)는 동카 밍코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에게 e메일 한 통을 보냈다. 출판사 요청으로 반지의 제왕 새 번역본의 교정 작업을 하다 난관에 부닥친 것. 이 팬 카페의 회원은 약 1만 명. 이 중 골수 팬 5명이 공동 교정에 참여했다. 김 씨는 비슷한 시기 다른 고대 영어 전문가인 마크 애서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에게도 e메일을 보내 도움을 구했다. 이들 덕분에 고대 영어의 유성음화(특정 음운이 성대의 진동을 수반하는 유성음으로 바뀌는 현상)로 인해 벌어진 번역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전문 번역가는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반지의 제왕에 빠져 원문과 번역본을 대조하며 작품을 읽어 왔다”며 “고대 영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새 번역본을 펴내는 데 기여해 기쁘다”고 했다. ‘중간계로의 여행’ 회원들은 영국 초판에 쓰인 오류를 발견해 해외 출판사에 직접 알려줄 정도로 열성적이다. 영국 작가 존 로널드 톨킨(1892∼1973)의 걸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 60주년 기념판의 완역 개정본 ‘반지의 제왕 1∼3+호빗 세트’(아르테)가 23일 국내 출간을 앞두고 화제다. 이달 8일 예약판매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초판인 3000세트가 모두 팔렸다. 권수로 치면 1만2000부다. 장현주 아르테 본부장은 “반지의 제왕 팬 카페 회원들은 대체로 20, 30대의 젊은이들”이라며 “그들이 톨킨 작품에 대해 갖는 애정과 이해는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처음 펴낸 것은 1954년. 국내엔 1991년 ‘반지전쟁’(예문)으로 처음 번역 출간됐다. 이번 시리즈는 톨킨의 셋째 아들인 영문학자 크리스토퍼 톨킨이 개정에 참여해 영국 출판사 하퍼콜린스가 2014년 펴낸 60주년 기념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국내 팬들이 예약판매에 몰린 건 수준 높은 번역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번 번역엔 1991년 국내 첫 번역에 참여한 번역자 3명이 다시 합류했다. 이들은 1991년 서울대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함께 공부를 하다 당시 번역에 참여했다. 이 중 한 명인 김보원 한국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30년 전의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 영문학과 교수이자 언어학자였던 톨킨은 자신의 작품을 영어 이외 언어로 번역할 때 지침을 따로 만들었다. 이번 시리즈는 이 지침에 따라 500여 개의 번역 용어를 새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The Water’라는 강을 1991년 판에선 ‘워터강’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이번엔 ‘물’의 고어인 ‘믈’을 써 ‘믈강’으로 바꿨다. 이 밖에도 인물 사이의 말투, 어미, 존대법 등 세세한 부분을 토론을 거쳐 수정했다. 다음 달 중순엔 반지의 제왕 영화 시리즈가 4K 고화질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2001년 1편인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가 국내에 처음 개봉된 지 20년 만이다. 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이 줄었지만 반지의 제왕은 고정 팬이 많은 만큼 재개봉 리스크가 적다”고 설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아동도서 판매가 부쩍 늘었다. 아이들이 놀이터나 학원에 가지 못하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데다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학습 결손이 심화되자 자녀들에게 책을 읽히는 부모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교보문고가 지난해 연간 도서 판매 동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초등학생과 중고교생의 학습 분야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31.0%, 24.2% 늘었다. 이 기간 아동도서 판매량도 6.4% 증가했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과장은 “코로나19로 서점 판매에서 아동도서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동도서 출판사들의 매출액도 크게 뛰었다. 민음사의 아동도서 출판사인 비룡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0% 급증했다. 지난해 창비의 아동도서 매출액도 20% 늘었다. 출판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주요 아동도서 출판사들의 매출액이 평균 20∼30% 늘었다고 본다”고 했다. 아동도서 시장이 호황을 맞은 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우려한 부모들이 새 책을 선호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종이에선 1일, 플라스틱에선 3일가량 생존할 수 있다. 혹여나 모를 감염 불안 탓에 자녀들에게 중고 책을 사주기를 기피하는 부모들도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 집합금지로 인해 도서관들이 일제히 문을 닫아 책을 빌리지 못한 것도 새 책 판매량이 느는 데 한몫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중고 서점의 아동 책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중고 책을 산 경우에는 이를 소독하는 부모들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고 서점에서 사온 책에 소독제를 뿌렸다” “책 소독기를 이용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중고 책을 에탄올로 닦거나 바람에 쐬는 행위를 가리켜 ‘북 샤워’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아동도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부 공공도서관은 매달 가정으로 추천 도서를 보내주는 ‘책 육아 구독서비스’를 시작한 곳도 있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추천 도서와 책에 대한 소개서를 집까지 배달해준다. 도서관 사서들이 독자층 연령대를 1단계(0∼18개월), 2단계(19∼35개월), 3단계(36개월∼초등학교 입학 전)로 나눠 이에 적합한 책을 고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방지 차원에서 책은 소독 절차를 거치거나 비대면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코로나19 시대에 인기를 끈 아동도서 중엔 톡톡 튀는 캐릭터를 내세운 책들이 유독 많다. 떠돌이 고양이가 경비원이 된 뒤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린 ‘고양이 해결사 깜냥’(창비) 1권은 지난해 3월 출간된 뒤 3만 부가 팔렸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같은 해 10월 2권이 출간됐다. 엉덩이처럼 생긴 얼굴을 지녀 웃음을 자아내는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아이세움)도 아동도서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다. 정석균 창비 마케팅팀장은 “독서력이 약한 아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를 내세운 도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책을 읽으면서 부모와 함께 놀이를 즐기거나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책들도 인기다. 지난해 아동도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어린이 수수께끼’(파란정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수수께끼 문제를 풀며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아이들이 영상 매체를 접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유튜버와 방송인의 추천 도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최영미 시인(60)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과 관련해 “이 정권에서 출세하려면 부패와 타락이 필수”라고 비판했다. 최 시인은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처음 세상에 알리며 문화예술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주도한 이다. 최 시인은 1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제 분노할 힘도 없다”라며 황 장관을 둘러싼 의혹들을 비판했다. 최 시인은 먼저 “국회 회기 중에 유럽여행, 나쁘다”면서 “학급 청소 시간에 내빼는 반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썼다. 황 장관이 2017년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고 스페인을 여행했다는 의혹을 비판한 것이다. 최 시인은 황 장관이 2019년 지출로 약 720만 원을 신고한 점도 비난했다. 최 시인은 “한 달 카드 지출이 60만 원?”이라며 “혼자 사는 저도 1년에 카드 1000만 원을 긁는다”고 했다. 이어 “황 후보자 가족 명의 통장이 46개라고 한다”며 “좋은 머리는 꼭 그런 데만 쓴단 말이야. 아이들이 뭘 배울까”라고 지적했다. 최 시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문체부 장관은 정의롭고 도덕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예술계가 타락하면 국민의 영혼이 타락하는 것”이라고 이 글을 쓴 이유를 밝혔다. 황 장관은 앞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표절과 ‘생활비 60만 원’ 의혹, 본회의 중 해외여행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다” “죄송하다”는 발언을 20여 차례나 하며 자세를 낮췄지만 “소명할 부분이 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후 황 장관의 임명안을 재가했다.이호재기자 hoho@donga.com}

1983년 9월 1일. 미국 뉴욕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 보잉747 점보 여객기가 사할린 부근 상공에서 추락해 269명이 사망한다.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소설 속 주인공은 한 비밀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미국의 최신 전투기를 몰래 빼돌려 소련 본토에 잠입하자는 것. 주인공은 전투기를 보이지 않게 하는 스텔스 기술과 적이 쏘아올린 유도탄을 돌려보내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며 소련과 맞선다. 15일 출간 예정인 문윤성 작가(1916∼2000)의 소설집 ‘월드컵 특공작전’(아작·사진)에 실린 중편소설 ‘소련 공습’의 일부다. 이 소설은 실제 있었던 KAL기 피격 사건을 배경으로 문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1984년 발표한 공상과학(SF) 소설 작품. 미소 갈등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담겨 있다. 최근 한국 SF 소설의 선구자인 문 작가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문 작가는 1965년 22세기를 배경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 최초의 SF 장편소설 ‘완전사회’를 썼다. 아동 SF 소설을 주로 써온 한낙원 작가(1924∼2007)와 함께 한국 SF 소설의 시작을 알린 1세대 작가다. 알라딘 서점은 지난달 31일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공모전’을 마감하고 수상작을 심사 중이다. 아작 출판사는 15일 총 3권으로 구성된 ‘문윤성 걸작선 세트’를 내놓는다. 문 작가가 주목받는 건 최근 SF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보문고의 SF 소설 판매량은 전년도에 비해 3배로 늘었다. 5일 한국 최초의 우주 블록버스터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가 공개된 것도 최근 SF 장르에 대한 높은 인기가 영향을 끼쳤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에 수록된 단편소설 ‘스펙트럼’은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SF 소설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화 등이 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상준 초대 한국SF협회장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펼치는 SF의 인기가 소설에서 시작해 영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SF의 원형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문 작가를 주목하는 이유다. 문 작가 등 1960년대 1세대 작가들은 추리소설에 과학적인 소재를 녹여 한국 SF의 첫발을 뗐다. 그러나 1970, 80년대 군사 독재정권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참여문학 기류가 거세지면서 SF 작가들은 사라져 갔다. 2000년대 치밀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SF를 쓰는 배명훈 김보영 등 2세대 작가가 등장했지만,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20세기 초 발달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SF 소설의 계보를 쌓아온 서양 문학에 비해 한국 SF 소설은 비주류였다. 그러나 최근 김초엽 천선란 등 3세대 SF 작가가 과학적 소재에 페미니즘, 소외계층 등 현실의 이야기를 담으며 SF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 SF의 태동부터 알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작 관계자는 “범죄에 대한 의심만으로 고문을 가하고 정부가 시민들을 감시하는 일이 일상이던 시대에 대한 비판을 작품에 담은 문윤성 작가의 현실 감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빛낸 22세 흑인 여성 시인이 한국 독자들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7일 출판계에 따르면 미국 시인 어맨다 고먼의 시집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 국내 판권 입찰 경쟁이 지난달 시작됐다. 이 시집의 판권을 보유한 미국 출판 에이전시 라이터스 하우스(Writers House)가 한 국내 출판 에이전시를 통해 국내에 입찰 공고를 냈고, 국내 출판사들이 이 에이전시를 통해 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번 판권 경쟁엔 국내 출판사 10곳 이상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해외 시집은 판매량이 적고 번역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해 판권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문학 전문 출판사 두세 곳이 경쟁을 한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판매량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 중소 출판사까지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경쟁이 불붙은 건 이 시집과 시인의 폭발적인 화제성 때문이다. 시집엔 고먼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5분 40초에 걸쳐 낭송한 동명의 자작시가 실려 있다. 시는 “민주주의는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영원히 패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재건하고 화해하고 회복할 것입니다”며 화해와 치유를 강조한다. 고먼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보고 썼다고 한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미국 정권 교체기에 한국인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아직 출판이 안 된 고먼의 시를 국내 독자들이 각자 번역해 인터넷에 공유할 정도”라고 했다. 인물이 지닌 힘도 출판사들이 눈여겨보는 이유다. 고먼은 아버지 없이 자랐다. 바이든 대통령처럼 어린 시절 청각장애로 말을 더듬었다. 얼마 전까지도 ‘R’ 발음이 어려워 자신이 졸업한 하버드대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노란 코트를 입고 빨간 머리띠를 하고 취임식에 오른 패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크게 화제가 됐다. 취임식 시 낭송 전 불과 7000명이었던 고먼의 트위터 추종자는 140만 명으로 늘었다. 인스타그램 추종자 역시 310만 명에 달한다. 최근 세계적 모델 에이전시 ‘IMG모델’과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명사가 됐다. 아직 입찰이 진행 중이라 어느 국내 출판사가 시집을 출간할지는 미정이다. 다만 시집이 미국 현지에서 출간되는 3월 말과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도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이 마무리되는 즉시 국내 출판사가 번역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에선 한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던 해외 시집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8)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고먼이 화제를 끌어 호재”라며 “국내 독자들이 시 자체에 기울이는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빛낸 22세 흑인 여성 시인이 한국 독자들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7일 출판계에 따르면 미국 시인 어맨다 고먼의 시집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 국내 판권 입찰 경쟁이 지난달 시작됐다. 이 시집의 판권을 보유한 미국 출판 에이전시 라이터스 하우스(Writers House)가 한 국내 출판 에이전시를 통해 국내에 입찰 공고를 냈고, 국내 출판사들이 이 에이전시를 통해 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번 판권 경쟁엔 국내 출판사 10곳 이상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해외 시집은 판매량이 적고 번역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해 판권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문학 전문 출판사 두 세 곳이 경쟁을 한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판매량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 중소 출판사까지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 경쟁이 불붙은 건 이 시집과 시인의 폭발적인 화제성 때문이다. 시집엔 고먼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 5분 40초에 걸쳐 낭송한 동명의 자작시가 실려 있다. 시는 “민주주의는 잠시 멈출 수는 있어도 영원히 패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재건하고 화해하고 회복할 것입니다”며 화해와 치유를 강조한다. 고먼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보고 썼다고 한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미국 정권 교체기에 한국인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아직 출판이 안된 고먼의 시를 국내 독자들이 각자 번역해 인터넷에 공유할 정도”라고 했다. 인물이 지닌 힘도 출판사들이 눈여겨보는 이유다. 고먼은 아버지 없이 자랐다. 바이든 대통령처럼 어린 시절 청각장애로 말을 더듬었다. 얼마 전까지도 ‘R’ 발음이 어려워 자신이 졸업한 하버드대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노란 코트를 입고 빨간 머리띠를 하고 취임식에 오른 패션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은 크게 화제가 됐다. 취임식 시 낭송 전 불과 7000명이었던 고먼의 트위터 추종자는 140만 명으로 늘었다. 인스타그램 추종자 역시 310만 명에 달한다. 최근 세계적 모델 에이전시 ‘IMG모델’과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명사가 됐다. 아직 입찰이 진행 중이라 어느 국내 출판사가 시집을 출간할지는 미정이다. 다만 시집이 미국 현지에서 출간되는 3월 말과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도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이 마무리되는 즉시 국내 출판사가 번역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에선 한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던 해외 시집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78)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고먼이 화제를 끌어 호재”라며 “국내 독자들이 시 자체에 기울이는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옥스퍼드 영어사전. 수록된 단어가 약 40만 개에 달하는 세계 최대 사전이다. 1857년 편찬이 시작된 뒤 1928년 초판 완성까지 71년이 걸렸다. 1000여 명의 언어학자가 여기 동원됐다. 높은 권위 덕에 일반인들뿐 아니라 언어학자들도 찾아보는 사전이다. 세월이 흘러 개정을 거듭하며 ‘makkoli(막걸리)’ ‘ondol(온돌)’ 등 한국어도 들어갔다. 그런데 이 사전에 성차별적 표현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단어 ‘rabid(과격한)’ ‘nagging(잔소리하는)’의 용례로 각각 ‘feminist(페미니스트)’와 ‘wife(아내)’가 소개됐다는 것.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저자는 이 사실에 착안해 상상을 시작했다. 사전 편찬 과정에 여성이 많이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그 여성들로 인해 성차별적 단어가 바뀌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이 상상은 한 편의 소설이 됐다. 1887년 5월 옥스퍼드대의 한 창고.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자인 아빠 곁에서 놀던 어린 소녀 에즈미는 테이블 아래로 굴러떨어진 쪽지를 줍는다. 쪽지에는 ‘bondmaid(여자 노예)’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어떤 단어가 영어사전에 들어가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을 하는 아빠 몰래 에즈미는 재미 삼아 쪽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에즈미의 장난으로 인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그 단어는 사라진다. 1896년 9월 에즈미는 첫 생리를 한다. 자고 일어나니 이불, 잠옷, 침대시트가 모두 빨갛게 물들어 있다. 비명을 질렀다. 피는 끈적였다. 아빠가 단어를 분류해 넣어 놓은 상자를 뒤졌다. ‘menstruate(생리하다)’라고 쓰인 쪽지에는 2개의 정의가 쓰여 있었다. 첫 번째는 ‘월경을 배출하다’였고, 두 번째는 ‘부정(不淨)하게 되다’였다. 이때부터 에즈미는 의심하기 시작한다. 왜 생리는 나쁜 뜻으로 쓰일까. 세상을 정의하는 단어는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이후 에즈미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을 돕는 조수가 된다. 당시 편집자의 대부분은 남성이었고, 여성은 보통 이들을 돕는 조수로 일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작업을 곁눈질로 배워 어떤 남성들보다 단어를 골라내는 데 기민한 에즈미는 일을 처리하며 세상의 불합리함을 마주한다. 에즈미는 여성 관련 단어들에 비하적인 표현이 들어 있는 현실과 싸운다. 성차별적 단어들을 조금씩 바꿔 간다. 소설이 오직 상상으로만 만들어진 건 아니다. 저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 책임 편집자에 대한 책을 탐독했고 당시 문학 작품과 신문 기사를 뒤졌다. 사전 편찬에 참여했던 몇몇 여성의 이름을 찾았고 그들의 삶을 추적했다. 에즈미라는 허구의 인물이 겪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사전은 영어라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항상 현재 진행형인 작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성차별적 단어를 고치는 일은 현재도 계속돼야 하는 게 아닐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527년 6월 16일 밤. 조선 한양 경복궁을 지키는 한 군인이 악몽을 꾸다 가위에 눌렸다. 동료 군인들이 일어나 가위에 눌린 군인을 간호하려 했다. 그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엔 커다란 개처럼 생긴 짐승이 있었다. 짐승은 곧 달아났지만 궁엔 두려움이 퍼졌다. 중종의 어머니 정현왕후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겼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괴물 ‘수괴’ 이야기다. 조선시대 괴물 탐구서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위즈덤하우스)을 지난달 펴낸 곽재식 작가(39·사진)는 수괴에 대한 백성들의 상상은 당시 혼란스러운 조선의 정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궁에서 수많은 동물을 키우고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로 피바람을 일으킨 연산군에 대한 반발과 두려움으로 민심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것. 그는 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먼 외국이 아니라 경복궁처럼 우리에게 가까운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 조선 괴물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매력적이다”고 했다. 그는 2년 6개월 만에 KAIST 학부과정을 조기 졸업했다. 공학 박사로 현재 화학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소설을 쓴다. 소설의 소재를 찾던 중인 2007년 한국 괴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개인 블로그에 한국의 옛 기록 속 괴물 이야기를 수집했다. 조선왕조실록, 열하일기 등 사료를 기반으로 괴물 이야기를 모았다. 스무 괴물의 모습을 통해 조선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는 조선 괴물의 등장을 당시 백성의 삶에서 찾는다. 일기예보를 하는 괴물 ‘삼두일두귀’가 나타난 건 농업 국가인 조선의 상황 때문이다. 바다를 붉게 물들여 물고기를 죽이는 ‘천구성’은 어부들의 관심사와 관련이 크다. 정치 사회적 상황도 괴물 이야기의 유행에 영향을 끼쳤다. 가뭄과 홍수를 불러오는 괴물 ‘강철’이 사료에 자주 등장한 건 임진왜란 직후다. 전쟁이라는 파괴적 상황에 부닥친 백성의 허무함 때문에 아무리 공들인 일이라도 큰 재앙이 닥치면 별수 없다는 뜻의 속담 ‘강철이 지나간 곳은 가을도 봄과 같다’가 등장했다. 가을에 거둬들일 곡식이 없어 배를 곯아야 하는 봄처럼 지내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에서 넘어온 괴물도 있다. 사람 1만 명을 잡아먹는다는 괴물 ‘만인사’는 여진족에서 유명했던 이야기였지만 세종 시대 북방 개척과 함께 조선에 흘러 들어왔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금두꺼비는 고대 중국 설화가 원조다. 그는 “괴물이 등장한 이유는 시대 상황과 별개로 놓고 볼 수 없다”며 “꼭 혼란한 상황뿐만 아니라 삶이 여유 있을 때도 백성들은 괴물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조선 괴물은 영화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며 현대에도 여전히 매력을 뿜어낸다. 괴물 ‘수괴’의 등장으로 혼란에 빠진 조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물괴’(2018년), 사람과 물고기 사이에 있는 괴물 ‘인어’의 설화를 담은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2016년)이 대표적이다. 곽 씨는 용과 사람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괴물 ‘용손’을 2019년 펴낸 소설 ‘이상한 용손 이야기’(창비)의 모티프로 삼기도 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과거의 이야기를 현대 문화 콘텐츠에 어떻게 활용할까 궁리를 많이 한다”며 “창작자들이 조선 괴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활발하게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요즘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출간할 만한 작품을 찾는 게 일이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자신의 일상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 편집자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출간한 작품들은 최신 트렌드에 기민한 2030세대의 입맛에 딱 맞아 판매량에도 도움이 된다”며 “제안이 늦으면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이미 맺은 경우가 잦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텀블벅, 와디즈 등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화제가 된 작품을 출판사들이 출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이 부족한 이들이 자신이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법이다. 벤처기업에서 주로 사용했지만 게임 공연 사진 영화 음악 등 문화 예술인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많이 활용하고 있다. 특히 무명작가들이 펀딩을 통해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후원을 받은 뒤 출간해 성공하는 경우가 늘면서 출판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진희 작가가 우울증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2018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올라온 뒤 인기를 끌어 2000만 원이 모였다. 같은 해 6월 출판사를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된 뒤에 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판계에선 크라우드 펀딩의 신화로 불린다. 무명작가들은 책과 함께 ‘굿즈’를 배송하며 후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미예 작가는 텀블벅에서 자신이 쓴 소설에 대한 후원자를 모집했다. 후원한 이들에겐 독립 출판한 책과 메모지, 스프링노트, 머그컵 등을 직접 포장해 배송했고, 목표금액인 100만 원의 18배가 넘는 1812만 원이 모였다. 지난해 7월 출판사를 통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이 출간된 후 30만 부가 팔렸다. 우리나라의 요괴에 대한 정보를 모은 ‘한국요괴대백과’와 페미니즘 서적 ‘사표 내지 않는 여자들을 위한 야망안내서’는 각각 1억 원, 7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으며 독립출판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크라우드 펀딩의 영향력이 커지자 출판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 출판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회의 때 꼭 최근 인기 있는 크라우드 펀딩 작품 출간 여부를 논의한다. 유명 저자를 접촉하는 대신 매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접속해 인기를 끄는 프로젝트를 찾는 게 유용하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출간을 팬덤 문화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김명래 쌤앤파커스 편집자는 “후원자들이 종이책 출판 이후에도 홍보를 자처하는 열혈 독자가 된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9세기 영국을 그린 드라마가 넷플릭스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 치웠다. 영국 브리저튼 가문 8남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브리저튼’이 지난해 12월 25일 공개된 지 4주 만에 8200만 가구 시청을 기록한 것. 2019년 공개 이후 4주간 7600만 가구가 시청해 기존 1위에 올라 있던 ‘더 위처’ 시즌1을 앞질렀다. 영국 왕비 역으로 흑인 배우를 등장시켜 ‘블랙 워싱’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화제성에선 압도적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크리스 밴 듀슨 감독(사진)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소설에서 사치와 타락,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점철된 시기인 리젠시 시대(1811∼1820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봤다”고 했다. 미국 작가 줄리아 퀸이 2000년부터 쓴 동명의 원작소설이 상류층 사교계의 전성기였던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전통 시대극을 벗어난 데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듀슨 감독은 “시대극은 자칫 고루하거나 보수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며 “매력적인 요소는 그대로 살리면서 신선한 감각을 더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시대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건 리젠시 시대의 매력이다. 사교계의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드라마의 8개 에피소드에 드레스, 상의, 망토, 모자 등 총 7500개의 의상 소품이 등장한다. 주인공 다프네 역을 맡은 배우 피비 디네버는 100여 벌의 드레스를 입으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모든 의상이 이 작품만을 위해 제작됐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듀슨 감독은 “의상 한 벌 한 벌이 전부 예술작품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며 “의상에 드라마의 정체성을 녹여내 생동감 넘치고 화려한 의상들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도 흥행 요소다. 시청자들의 귀에 익숙한 최신 팝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작품에 적절히 녹여냈다. 주인공이 연회장에 들어설 땐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리아나 그란데의 ‘thank u, next’의 클래식 버전이 울려 퍼진다. 미국 록밴드 머룬5의 ‘Girls Like You’의 오케스트라 편곡도 연회의 흥을 돋운다. 그는 “작품에선 클래식 음악을 재기발랄하게 재해석해 봤다”며 “현대적 감성을 더했기에 절대 전통 시대극처럼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드라마는 2007년부터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국 뉴욕 맨해튼 상류층 자녀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가십걸’의 19세기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화려한 배경에 운명적 사랑을 가미한 로맨스물의 성공 법칙을 그대로 따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듀슨 감독은 “스캔들과 가십이 등장하지만 결국 이 드라마는 사랑에 관한 것”이라며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찾아 헤매는 여성과 남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후속 작품에 대해선 “올해 런던에서 시즌2를 촬영할 계획”이라며 “브리저튼 가문의 자녀 8명을 모두 조명할 수 있는 스토리로 구성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새 넷플릭스 TV 쇼 최고 흥행작이 등장했다. 영국 브리저튼 가문 8남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브리저튼’이 지난해 12월 25일 공개된 지 4주 만에 8200만 가구 시청을 기록한 것. 2019년 공개된 뒤 4주 동안 7600만 가구가 시청해 1위를 지켰던 ‘더 위처’ 시즌1을 앞질렀다. 영국 왕비 역으로 흑인 배우를 등장 시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했다는 ‘블랙 워싱’ 비판도 있지만 화제성에선 압도적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크리스 반 뒤센 감독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 소설에서 사치와 타락,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점철되었던 시기인 리젠시 시대(1811~1820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봤다”고 했다. 미국 작가 줄리아 퀸이 2000년부터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이 화려한 상류 사교계가 발달한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해 전통적인 시대극을 벗어난 점에 영감을 받았다는 것. 뒤센 감독은 “시대극은 자칫 고루하거나 보수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며 “매력적인 요소는 그대로 살리면서 신선한 감각을 더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시대극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드라마의 성공을 이끈 건 리젠시 시대의 매력이다. 사교계의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드라마의 8개 에피소드엔 드레스, 상의, 망토, 모자 등 총 7500개의 의상 소품이 등장한다. 주인공 다프네 역을 맡은 배우 피비 디네버는 100여 벌의 드레스를 입으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모든 의상이 이 작품만을 위해 제작됐을 정도로 공과 돈을 들였다. 뒤센 감독은 “의상 한 벌 한 벌이 전부 예술작품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며 “의상에 드라마의 정체성을 녹여내 생동감 넘치고 화려한 의상들이 탄생했다”고 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 역시 흥행 요소다. 시청자들의 귀에 익숙한 최신 팝을 클래식으로 편곡해 작품 속에 녹여낸 것. 주인공이 연회장에 들어설 땐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리아나 그란데의 ‘땡큐 넥스트’(thank u, next)의 클래식 버전이 울려 퍼진다. 미국 록 밴드 마룬5의 ‘걸스 라이크 유’(Girls Like You)의 오케스트라 편곡도 연회의 흥을 돋운다. 그는 “작품에선 클래식 음악을 재기발랄하게 재해석해봤다”며 “현대적인 감성을 더했기 때문에 절대 전통적인 시대극처럼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드라마는 2007년부터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국 뉴욕 맨해튼 최상류층 자녀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가십걸’의 19세기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화려한 배경에 운명적 사랑을 가미한 로맨스물의 성공 법칙을 그대로 따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뒤센 감독은 “스캔들과 가십이 등장하지만 결국 이 드라마는 사랑에 관한 것”라며 “본인의 정체성과 꿈을 찾아 헤매는 여성과 남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후속 작품에 대해선 “올해 런던에서 시즌2를 촬영할 계획”이라며 “브리저튼 가문의 자녀 8명을 모두 조명할 수 있는 스토리로 찾아오려고 한다”고 했다. 다음은 크리스 반 뒤센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줄리아 퀸의 원작 소설 첫 편을 읽고 나서, 연달아 다른 편들까지 읽을 정도로 빠져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드라마화기로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입니까. “원작을 처음 접하고 저는 사치와 타락, 아름다움과 화려함으로 점철되었던 시기인 리젠시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았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저는 일종의 도피를 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대극 장르를 정말 좋아하지만 장르의 특성상 자칫 고루하거나 보수적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브리저튼을 제작하면서는 제가 항상 꿈에 그려온, 그리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시대극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르의 매력적인 요소는 그대로 살리면서 신선한 감각을 더해야 했죠.”―소설을 드라마화면서 가장 공을 들인 인물과 장면은 무엇입니까. “브리저튼 가족의 개성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형제간의 실없는 대화와 농담들, 어머니인 바이올렛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 뒤의 강인함까지. 원작의 팬 분들도 드라마에서 이런 요소를 느끼시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물론 다프네와 사이먼의 감동적이고 강렬한 러브스토리도 중요했죠. 특히 첫 번째 시즌은 이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진행이 되는 만큼 둘의 서사를 최대한 임팩트 있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규칙이 넘쳐나는 사교계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고증이 필요했을 듯 합니다. 다른 인터뷰에서 역사가들의 컨설턴트를 받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있었습니까. “시리즈를 연출하면서 많은 자문위원들, 그리고 연구진과 협업했습니다. 하나 그레이그 박사님께서 에티켓에 대한 자문을 해주셨는데, 매 촬영에 함께하시면서 현장에서 리젠시 시대에 맞는 디테일을 정확하게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배우들에게 올바르게 무릎을 굽혀 인사하는 법도 가르쳐 주셨고요. 특히 식사 장면을 찍을 때 큰 도움을 받았는데요, 따라야 할 규칙이 정말 많았습니다. 식탁에 앉는 방식부터 식사 매너, 음료 리필을 요청하는 법, 하인들이 접객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요. 모든 자문위원들로부터 귀한 조언을 얻었죠.” ―화려한 사교계를 구현하기 위해 총 7500벌 의상을 동원하고 유명 쥬얼리 전문가들과 작업을 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저희가 가장 먼저 손을 내민 분이 엘렌 미로즈닉 의상 디자이너였는데, 의상의 퀄리티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업계 최고의 인재를 섭외하고자 했습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의상은 저희가 브리저튼 만을 위해 제작한 것들입니다. 전부 맞춤으로 제작되었고요. 미로즈닉 디자이너님과 의상팀이 사실상 이 시리즈만을 위한 의상실을 만든 셈이죠. 정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의상 한 벌 한 벌이 전부 예술작품에 버금간다고 생각합니다. 의상에 드라마의 정체성을 녹여내는 것이 저희의 목표였는데, 그 결과 생동감 넘치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섹시하면서 신선한 의상들이 그 분들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소식지는 현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역할처럼 보입니다.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는 화자 레이디 휘슬다운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레이디 휘슬다운의 펜촉은 엄청난 위력을 지녔습니다. 이 전지적인 내레이터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글의 힘입니다. 단 한 명의 여성이 전하는 가십이 어떻게 여론을 바꾸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불러일으키는지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마치 오늘날 타블로이드 잡지와 신문, SNS가 지닌 영향력처럼요.”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 팝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이 시리즈 전반에 걸쳐 저희가 현대적인 감성을 더했기 때문에 브리저튼은 절대 전통적인 시대극처럼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배우진이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 및 전체적인 외관상으로도 이러한 면모가 느껴지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음악입니다. 배경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는 저희가 모든 촬영이 끝난 후 후반 작업을 진행하면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시도 끝에 저희가 정한 방향은 바로 클래식 음악을 신선하고 현대적이면서 재기 발랄하게 재해석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이 연회장에 들어설 때 클래식하게 편곡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화면 속 주인공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시청자 분들께도 온전히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보시는 모든 분들이 그 순간 화면 속 인물의 몸에 흐르는 에너지와 전율을 함께 느끼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최상류층 자녀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가십걸’의 19세기 판이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물론 시리즈에서 스캔들과 가십이 등장하지만, 결국 이 드라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19세기 런던, 리젠시 시대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발랄하고 대담한 해석이죠. 똑똑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자주 깊은 고민에 빠지는, 본인의 정체성과 꿈을 찾아 헤매는 여성과 남성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시즌2 촬영 및 공개 시기가 궁금합니다. 총 8권으로 구성된 작품은 8개 시즌으로 제작할 계획입니까. “올해 런던에서 시즌2를 촬영할 계획입니다. 첫 번째 시즌의 결론이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고 끝냈기에 시즌2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드디어 말씀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습니다. 브리저튼 가문의 자녀 8명을 모두 조명할 수 있는 스토리로 찾아오려고 합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26일 여성가족부가 비혼이나 동거도 정부 정책에서 가족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할 때 이 책이 문득 떠올랐다. 결혼하지 않은 성인 여자 두 명이 아파트를 함께 구입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2019년 2월 출간 직후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아직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실험이 가능할까.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여자 둘이서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김하나 작가(45·여)는 19세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대부분의 기간 홀로 자취했다. 처음엔 혼자 사는 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은 점점 바뀌었다. 누군가와 밥과 찌개를 차려먹는 일상이 그리워진 것. 한 여자를 알게 됐고 함께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에 이른다. 만족도는 최상.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한집에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누그러진다. 서로의 인기척에 자연스레 잠이 깨고 집에서 매일같이 인사가 오가는 게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김하나) 동거인 황선우 작가(44·여)는 18세부터 서울에서 홀로 살았다. 고깃집에 가서 혼밥을 하는 건 기본일 정도로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하다. 결혼에 대해서도 큰 욕심이 없었다. 그러나 김 작가와 살기 시작하면서 함께 사는 인생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 동거인을 ‘사회적 안전망’으로도 인식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로 의지하며 같이 살고 있다. 나는 동거인에게서 배워간다.”(황선우) 함께 사는 일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들은 자주 싸운다. 서로의 물건이 많다고, 빨래를 너무 오래 안 개켰다고 싸운다. TV에 매일 부부들이 싸우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알 것 같다.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우정이 가득한 친구라는 점만 빼곤 그들은 부부와 다를 게 없다. 화해의 방법도 같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네 마리의 귀여운 고양이를 핑계로 서로에게 말을 건네 보는 것. 함께 아는 친구를 불러 다 같이 술을 마시며 고주망태가 되어보는 것. 물론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 있지 않아 이별을 가끔 생각하곤 한다. 함께 사는 아파트의 처분 방법을 혼자 생각하다가도 “우리에게도 끝이 언젠가 오겠지만 최대한 미루고 싶다”며 고개를 젓는다. 새벽녘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면 환자와의 관계에 ‘지인’으로밖에 쓸 수 없는 현실에는 조금 씁쓸해한다. 둘은 책을 끝내기 전 사회제도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인다. “한 사람의 생애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황선우)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57). 미국 헌정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 부통령이 20일 취임했다. 취임식장에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해 해리스 부통령과 ‘주먹인사’를 나누며 확고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인종 갈등을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큰 변화를 상징한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혐오를 해결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해리스 부통령의 추천사가 마음에 든다면 책을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미국의 인종 편견을 파고든다.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심리학 교수인 그가 진행한 인터뷰와 사회학적 실험이 빼곡하다. 본인과 남편 모두 흑인인 저자는 몇 년 전 아들과 비행기를 탔다. 당시 다섯 살이던 아들은 흑인 승객을 보더니 “아빠와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남편과 전혀 닮지 않았다. 키는 10cm 이상 차이 나고, 대머리인 남편과 달리 머리카락이 길었다. 흑인 아들마저 “모든 흑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여길 정도로 깊게 뿌리 내린 인종 편견에 그는 좌절한다. “다섯 살 난 아이조차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을 자연스레 예상하게 만드는 심각한 인종 계층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찰과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한 경찰은 옷차림이 수상한 흑인을 발견하고 다가간 적이 있다. 지저분한 턱수염, 헝클어진 머리뿐 아니라 검은 피부는 흑인이 범죄자라는 편견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 경찰은 진실을 깨닫는다. 반사된 유리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었다. 위장 근무 중이라 허름한 차림새였던 흑인 경찰관은 자신을 범죄자로 착각한 것이다. 경찰은 “전 자신을 보고 있었어요. 두려워하던 사람은 바로 저였어요”라고 고백한다. 사회학적 실험도 근거로 든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진은 인종 편견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쏴-쏘지 마’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에게 컴퓨터 모니터에 총을 든 사람이 등장하면 ‘쏴’ 버튼을, 일반 사물을 든 사람이 등장하면 ‘쏘지 마’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백인이 총을 들고 있을 때보다 흑인이 총을 들고 있을 때 ‘쏴’ 버튼을 더 빨리 눌렀다. 일반 사물을 든 사람을 오인해 ‘쏴’ 버튼을 누른 경우도 백인보다 흑인일 때가 많았다. 그는 이런 편견이 쌓여 경찰이 흑인을 과잉 진압하는 사건이 벌어지곤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편견이 우리 삶 곳곳에 침투한 이유는 18, 19세기에 일부 과학자들이 펼친 인종 열등성 이론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노예제도가 부정확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정당화됐고, 그 편견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암묵적 편견은 인간의 두뇌 체계와 사회 격차가 만들어낸 일종의 왜곡된 렌즈”라며 “편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우리는 모두 인종에 대해 특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개인적 노력을 넘어 편견 문제를 끊임없이 사회적 화두로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를 위한 편견 교육’을 실시한 스타벅스처럼 조직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8년 미국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던 흑인 남성 2명을 직원이 신고하자 경찰이 이들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한 사건이 벌어진 뒤 회사가 취한 조치다. “편견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가정을 버려야 이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낼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편견을 극복하는 힘 역시 우리에게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프랑스 괴도 신사가 영국 명탐정의 인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재해석한 넷플릭스 드라마 ‘뤼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8일 공개 직후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하는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아 ‘오늘의 한국 TOP10 콘텐츠’ 상위권에 올랐다. 이 작품을 연출한 루이 르테리에 감독(45)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뤼팽은 아주 프랑스인다운 인물”이라고 했다. 영국인 셜록 홈스가 논리적인 추리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반면에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맞게 감각적으로 대처해나가는 뤼팽에게는 프랑스인의 감성이 담겨 있다는 것. 그는 “프랑스인은 무엇이든 아주 강렬하게, 그리고 많이 느낀다”며 “프랑스인을 프랑스인답게 하는 기질은 바로 감각”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뤼팽은 1905년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적인 추리에 기반을 둔 영국 추리소설의 틀을 벗어났다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소설에서 뤼팽은 도둑질을 하고, 악당을 목 졸라 죽이는 자유분방한 범법자다. 여러 여성과 염문을 즐기는 바람둥이기도 하다. 문학계에선 19세기 말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프랑스가 전례 없는 풍요와 평화를 누렸던 ‘벨 에포크’가 반영된 작품으로 해석된다. 드라마는 과거 프랑스 배경을 현대로 옮겨온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라는 현대 프랑스의 논쟁거리를 파고든다. 드라마에서 흑인 주인공 아산이 비싼 양복을 입고 부자처럼 행동하자 사람들은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가 청소부로 변장하고 범죄를 저지르려고 할 때도 도둑으로 전혀 의심받지 않는다. 르테리에 감독은 “내가 탐구하고자 한 주제는 초능력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주인공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를 역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지난 세기에 쓰인 소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산 역을 맡은 배우 오마르 시의 부모는 서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다. 드라마에서 아산의 아버지가 부잣집에서 일하는 가난한 운전사인 것처럼, 시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했다. 르테리에 감독은 “각본이 배우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질 때 특정 면모들이 가장 잘 발현된다”며 “(시는) 프랑스에서 이민자 2세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정성 있게 구현해냈다”고 했다. 아산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를 훔치는 장면은 세트장이 아닌 실제 루브르 박물관에서 촬영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촬영 시간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촬영 대기 시간에 오마르 시는 보안 요원도 없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 앞에서 홀로 있기도 했다. 르테리에 감독은 “나 역시 촬영 기간과 그 전후에 영감을 얻기 위해 루브르의 복도를 혼자 몇 시간씩 걷곤 했다”고 했다. 그는 범죄조직이 의뢰한 물건을 비밀리에 운반해주는 ‘트랜스포터: 엑스트림’(2005년), 헐크가 등장하는 ‘인크레더블 헐크’(2008년) 등을 연출한 유명 감독이다. 그는 “프랑스로 돌아와 보니 생전 처음으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유럽이 아닌 미국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뤼팽’을 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러브스토리다. 관객들이 캐릭터, 작품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프랑스 괴도신사가 영국 명탐정의 인기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재해석한 넷플릭스 드라마 ‘뤼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8일 공개 직후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하는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오늘의 한국 TOP10 콘텐츠’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프랑스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시청자들까지 사로잡고 있다.이 작품을 연출한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45)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뤼팽은 아주 프랑스인다운 인물”이라고 했다. 영국인 셜록 홈즈가 논리적인 추리 논증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반면,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맞게 감각적으로 대처해나가는 뤼팽엔 프랑스인의 감성이 담겨 있다는 것. 그는 “프랑스인은 무엇이든 아주 강렬하게 느끼고 많이 느낀다”며 “프랑스인을 프랑스인답게 하는 기질은 바로 감각”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프랑스 소설 아르센 뤼팽은 1905년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적인 추리에 기반을 둔 영국 추리소설의 틀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소설에서 뤼팽은 도둑질을 하고, 악당을 목 졸라 죽이는 자유분방한 범법자다. 여러 여자와 염문을 즐기는 바람둥이로 도덕적 관습에 저항한다. 문학계에선 19세기 말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프랑스가 전례 없는 풍요와 평화를 누렸던 ‘벨 에포크’가 반영된 작품으로 해석된다. 이번 드라마는 과거 프랑스 배경을 현대로 옮겨온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라는 현대 프랑스의 논쟁거리를 파고든다. 드라마에서 흑인 주인공 아산이 비싼 양복을 입고 부자처럼 행동하자 사람들은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 청소부로 변장하고 범죄를 저지르려고 할 때도 도둑으로 전혀 의심받지 않는다. 그는 “내가 탐구하고자 한 주제는 초능력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주인공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를 역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또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지난 세기에 쓰인 소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주인공을 맡은 배우 오마르 시는 부모가 서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 출신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부잣집에서 일하는 가난한 운전수인 것처럼, 오마르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각본이 배우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질 때 특정 면모들이 가장 잘 발현된다”며 “(오마르는) 프랑스에서 이민자 2세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정성 있게 구현해냈다”고 했다. 주인공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를 훔치는 장면은 별도 세트장이 아닌 루브르 박물관에서 촬영됐다. 루브르 박물관은 촬영 시간에 전혀 제한을 두지 않았다. 도둑 역할을 맡은 오마르가 보안 요원도 없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 앞에서 홀로 있을 정도로 프랑스 사회가 이 작품의 제작을 뒷받침했다. 그는 “가끔은 영감을 얻기 위해 루브르 전체에 나 홀로 있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범죄조직이 의뢰한 물건을 비밀리에 운반해주는 ‘트랜스포터: 엑스트림’(2005년), 괴물 헐크가 등장하는 ‘인크레더블 헐크’(2008년)를 연출한 유명 감독이다. “관객이 프랑스인이나 유럽인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지, 솔직히 미국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볼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루이스 리터리어 감독 인터뷰 전문―뤼팽을 드라마하기로 한 이유와 제작 과정을 설명해 달라. “드라마인 동시에 음모와 강도, 액션, 코미디 요소가 많이 녹아있는,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아르센 뤼팽은 프랑스에서 아주 유명한 시리즈 소설이다. 우리는 오마르, 고몽과 함께 뤼팽 캐릭터를 재조명하려고 하면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맞을지 고심하고 있었는데, 그때 각본가 조지 케이가 ‘오마르가 아르센 뤼팽 자체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리스 르블랑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행동하는 인물을 연기하고, 소설을 하나의 장치로 이용하자’는 흥미로운 발상을 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책을 주고 그 책을 통해 자신이 뭔가를 훔쳤다는 억울한 누명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식으로. 이를 최고의 발상이라고 생각하고 집필에 착수했다. 곧 그것이 여러 갈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더없이 좋은 출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맞는 방식을 찾고, 그렇게 제작을 결정하게 되었다.―고전 소설 아르센 뤼팽을 현대의 배경의 드라마 뤼팽으로 바꾸는 데 가장 유의하고 집중했던 점은 무엇인가. ”소설을 그대로 각색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아산이라는 캐릭터가 소설과 소설의 정신에서 영감을 받고, 소설 속 인물의 정신과 그 인물이 내보이는 특정 계층이나 어떤 인간 군상에 대한 투쟁 정신에서 영감을 받기를 원했다. 실제 창작도 그렇게 했다. 기존 소설을 길잡이로 활용할 뿐 결코 제약으로 여기지 않았다. 사회적인 메시지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옛날 옛적 지난 세기에 쓰인 소설인 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소설에서 멀어져 아산의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그게 더 흥미로웠다. 이것이 예술의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다른 예술에 영감을 준다. 마치 예술의 전파 같은 것이다. 이 이야기 자체가 전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책을 전하고, 그 아들이 자라 또 그 자식에게 책을 전한다. 소설의 이야기를 따와서 우리 작품의 형식을 만들었다.“―뤼팽엔 액션에 집중한 제임스 본드와 지적 능력이 뛰어난 셜록 홈즈의 장점이 모두 녹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뤼팽은 제임스 본드와 셜록 홈즈 중 어떤 인물에 더 가깝다고 보나. ”뤼팽은 둘 다 아니고 둘 다이기도 하다. 뤼팽은 아주 프랑스인다운 인물이다. 제임스 본드와 셜록 홈즈는 굉장히 영국적이지 않나. 어떨 때는 너무할 정도로 영국적이다. 뤼팽은 프랑스적이다. 프랑스인을 프랑스인답게 하는 기질은 바로 감각이다. 프랑스인은 무엇이든 아주 강렬하게 느끼고, 많이 느낀다. 반면 제임스 본드와 셜록 홈즈는 생각하는 타입이다. 뤼팽도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들은 뤼팽만큼 느끼지 않고, 뤼팽은 느낀다.“―루브르 박물관 촬영 장면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차 액션 신과 박물관 내부 액션 등은 별도 제작 세트를 만들어서 촬영했나. ”아니다. 모든 촬영은 100% 루브르에서 진행되었다. 세트를 만들긴 했는데, 복도가 없어서 세트를 만들어 복도 장면을 촬영했다. 하지만 자동차 추격 신이나 다른 액션은 루브르에서 찍었다. 물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약간의 영화적 마법이 들어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장면은 루브르에서 촬영했다. 루브르는 우리 작품의 가장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주었다. 우리에게 문을 열어 주었고 촬영 시간도 전혀 제한을 두지 않았다. 오마르가 모나리자 앞에 혼자 있어도 아무도 보안 요원을 불러와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우리를 신뢰해 주었다. 다들 안에서 마음대로 걸어다닐 수 있었고 나도 그랬다. 가끔은 영감을 얻기 위해 루브르 전체에 나 홀로 있기도 했다. 그리고 촬영 전이면 루브르의 복도들을 혼자 몇 시간씩 걷곤 했다. 믿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뤼팽의 내적 분장술은 프랑스 내에서의 흑인이라는 설정이 더해져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흑인인 주인공 아산은 루브르 청소부들과 다르지 않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지만, 경매에 참석할 땐 백인들 사이에서 튀는 인물로 인식된다. 프랑스 사회에서 흑인이라는 위치와 뤼팽을 연결하면서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 ”내가 탐구하고자 한 주제는 비가시성이다. 초능력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 말이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흑인, 아랍계, 아시아계, 또는 심지어 백인이라도 사회적 계층에 따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정원사나 청소부, 환경미화원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거의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저 한밤중에 쓰레기를 치워주는 유령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명성과 사회적 인정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아산은 자신의 피부색이 때로 사회적 계층과 연관지어지기도 하면서 발생하는 잠재적 비가시성을 이용한다. 이것을 자신의 무기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는 꼭 인종주의라기보다는, 사회가 어떤 사람은 보지 않기로 했다는 점을 이용한다. 아산의 대사 중에도 있다. “눈길은 줬지만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그가 시야에는 들어왔지만 그와 제대로 눈을 맞추고 어떤 사람인지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우리 작품에서 가장 섬세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주제인 것 같다. 정신적 주짓수랄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흑인인 그가 이목을 끌려고 할 때는 보랏빛 쓰리피스 수트를 입고 루브르로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간다. 그러면 아무도 그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다. 흑인이 쓰리피스 수트를 입고 레인지로버에서 당당하게 내린다면 분명히 엄청난 부자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왕자이거나 테크 업계의 백만장자거나 거물이거나. 중간 지점이 없는 거다. 우리는 그걸 활용하고 싶었다. 이런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이 주위를 돌아보고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나 차를 주차해주는 발레 주차 요원, 버스 기사의 존재를 알아차렸으면 했다. 그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주연 배우 오마르 시의 부모는 서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다. 그의 모리타니아인 어머니는 집 청소부로 일했고 그의 세네갈인 아버지는 공장에서 일했다. 오마르 시를 캐스팅한 것이 이 드라마의 주제 의식과 연관이 있나. ”오마르는 프랑스에서 굉장한 스타이며 이 작품 전에도 그랬다. 그래서 오마르를 캐스팅하고 그와 작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오마르는 오마르이고, 각본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나 상황, 그리고 신장 190cm의 흑인 남성으로 살아가면서 형성된 사회에 대한 인상과 맞아떨어질 때 그의 어떤 면모들이 가장 잘 발현된 것이다. 당연히 모든 것은 오마르를 염두에 두고 썼다. 작품 자체가 오마르를 생각하지 않고 쓴 작품이 아니다. 오마르가 우리가 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였고 이런 작품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의 영감이 되었기에 그는 아주 중요했다. 그는 이 작품에 진실성을 더해주었고, 각본을 쓸 때도 관심을 가지고 아주 좋은 아이디어들을 내주었다. 프랑스에서 이민자 2세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정성 있게 구현해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프랑스 드라마로선 처음으로 미국 넷플릭스 Top10이 됐고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기분이 좋다. 감독 경력 20년 동안 ‘인크레더블 헐크’, ‘트랜스포터’ 등 많은 영화 작업을 했고 세계 최고의 스타들과 일했다. 그런데 이번에 프랑스로 돌아와 보니, 생전 처음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해왔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선물을 주기도 한다. 내가 전에 상상하지 못한 방식, 과거의 작품들로는 전혀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게 된 것이다. 만들 때부터 특별한 작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우리에게 특별한 작품이라는 의미였다. 오마르와 나, 모든 크리에이터들,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렇게 만든 작품을 넷플릭스에 선보였다. 좋은 작품이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니까. 그렇게 올라가 있으면 누군가 봐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관객이 프랑스인이나 유럽인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지, 솔직히 미국이나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봐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모든 국가에서 잘 되고 있다. 열광적인 리뷰를 적어준 평론가에서부터 블로그에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재미있었다’, ‘캐릭터가 좋았다’, ‘오마르가 좋았다’, ‘스토리가 좋았다’, ‘연출이 좋았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준 개인 시청자들까지 작품을 본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솔직히 내게 일어난 적이 없었던 일이고, 그래서 아주 아주 기쁘다. 과거에 상업적인 성공과 비평적인 성공을 모두 거뒀지만 이번에는 매우 다르다. 이건 러브스토리다. 관객들이 캐릭터와 작품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어 기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