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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8만 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서방국들이 군사력을 동원해 민간인들을 보호하려면 최대 5만 명의 지상군을 투입해야 하며,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에 따르면 독일국제안보연구원(SWP)과 국제 군사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시리아에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로 80km, 세로 50km 규모의 인도적 완충구역(humanitarian buffer zone)에 난민들을 수용해 보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부터 이 구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4만∼5만 명의 지상군 병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돼 서방국가들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또 민간인 보호를 위해서는 시리아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공습을 막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서방국가들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서방 전투기들을 공격할 것이 확실시된다. SWP의 마르쿠스 카인 연구원은 “이는 시리아 내전이 국제분쟁으로 비화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 활동하는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 발생 이후 사망자가 8만2257명에 이른다고 12일 밝혔다. 사망자 중 3만4473명이 민간인이며, 어린이 4788명과 여성 3049명이 포함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2일 “시리아에서 4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으며, 시리아의 인도적 위기는 이미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방국들은 시리아 내전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3일 미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은 미 CBS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8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방글라데시 건물 붕괴 참사에 전 세계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이들이 느끼는 슬픔에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깔려 있다. 지난달 24일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에서 라나플라자가 무너질 당시 이 건물에 입주한 5개 의류공장에는 약 4000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희생자도 대부분 의류공장 노동자들이다.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사건 하루 전 건물 벽에 심각하게 금이 간 것이 발견됐다. 이 건물에 입주한 한 은행의 지점장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24일 문을 닫았다. 그 덕분에 은행 직원 11명은 모두 무사했다. 하지만 의류공장 사장들은 “미싱을 계속 돌려야 한다”고 직원들을 다그쳤다. 하루에 15시간 일을 하는 대가로 한 달에 37달러(약 4만 원)를 받는 가난한 노동자들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노동자는 뉴욕타임스에 “하루 일을 빠지면 하루 치 임금을 못 받는 데다 사장이 월급을 늦게 준다. 집세를 내고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려면 월급을 제때 받아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방글라데시의 현실을 “노예 노동”이라고 통탄했다. 방글라데시는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값싼 옷을 만들어 주로 미국과 유럽에 수출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서방국가들은 ‘근로환경을 개선하라’고 방글라데시 정부를 압박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8일 안전에 문제가 있는 공장 18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는 없다. 이 사건을 보며 사람 목숨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무너진 건물에 깔려 덧없이 생을 마감한 사람들 하나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생명이었다. 공장 사장의 배를 불리기 위해, 선진국 사람들에게 더 싼값에 옷을 팔기 위해 버릴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한국은 방글라데시의 현재와 비슷한 과거를 갖고 있다. 국토는 좁고 천연자원도 없어서 사람의 노동력밖에 기댈 데가 없었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값싼 물건을 팔아 외화를 벌었다. 1970년 평화시장 앞에서 분신한 전태일 열사는 당시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처지를 “노예로서의 고통과 굴욕”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의 고통을 밑거름으로 후손들은 한결 풍요롭게 살고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국가에 공장을 짓고 물건을 생산한다. 대부분의 기업주들이 법률과 양심을 지키며 공장을 운영하고 있겠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들이 현지 노동자들을 핍박한다는 소식도 가끔 들린다. 적어도 한국인만큼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아픈 과거를 기억하며,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을 울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장택동 국제부 차장 will71@donga.com}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말레이시아 총선이 여당의 낙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독립 이후 56년간 집권해온 국민전선은 최장 5년간 더 집권하게 됐다. 하지만 여당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낸 데다 부정선거 논란까지 겹쳐 당분간 말레이시아 정계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실시된 총선 개표 결과 총의석 222석 가운데 나집 라작 총리가 이끄는 집권연합 국민전선(BN)이 133석을,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이끄는 야권 3당 동맹인 국민연합(PR)이 89석을 차지했다고 6일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통일말레이민족기구(UMNO)를 중심으로 연합한 국민전선이 줄곧 집권해 왔다. 말레이시아 선거법은 5년 내에 총선을 치르도록 돼 있으며 보통 4, 5년마다 총선이 실시된다. 총선과 함께 실시된 12개 주 의원 505명을 뽑는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전선이 275석, 국민연합 229석, 기타 정당이 1석을 얻어 국민전선이 승리했다. 선거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에 대한 지지율이 비슷한 것으로 나오면서 말레이시아에서는 ‘사상 첫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당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5.6% 늘어나는 등 경제 상황이 양호한 점을 내세우면서 ‘안정’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야당은 정치·경제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BBC방송은 분석했다. 또 “전체 인구의 60%에 이르는 말레이계 주민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면서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계를 비롯한 소수민족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고 BBC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야당은 2008년 총선에 비해 7석을 더 얻는 데 그쳐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말레이계 주민들이 많은 농촌지역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총선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AP통신은 “현상 유지를 원하는 농촌 빈곤층과 변화를 원하는 도시 중산층의 표가 완전히 갈렸다”고 지적했다. 6일 말레이시아 증시는 전날보다 7.8%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야당은 ‘여당이 외국인들을 유권자로 등록하는 등 광범위한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있는 30∼40개 선거구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낼 것”이라며 “8일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나집 총리는 말레이시아 건국 지도자 중 한 명인 압둘 라작 후세인 전 총리의 아들로 2009년 4월부터 총리로 재직하고 있다. 예상보다 큰 차이로 승리했지만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 획득’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함에 따라 나집 총리의 입지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여당 관계자는 로이터에 “나집 총리가 올해 안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며 “(여당의 막후 실력자)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총리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전선은 2008년 총선에서 140석을 얻는 데 그쳐 3분의 2 의석(148석)을 지키지 못했고, 이 때문에 압둘라 바다위 총리가 사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데이비드 로드리게즈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신임 사령관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지난달 16일 지부티를 찾았다. 캠프 르모니에를 방문한 자리에서 로드리게즈 사령관은 “이곳은 아프리카의 유일한 AFRICOM 기지로서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4일 지부티에 330만 달러(약 36억 원) 상당의 식량을 지원했다. 일본은 2011년 7월 해적 소탕을 이유로 지부티에 해군기지를 개설해 18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1977년까지 지부티를 81년 동안 식민통치했던 프랑스는 지금도 약 2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8일 이스마일 오마르 구엘레 지부티 대통령이 방문하는 영국에서는 “지부티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부티는 남한의 4분의 1이 채 안 되는 2만3180km²의 국토 면적에 인구는 약 80만 명에 불과한 작은 국가이다.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도 아니다. 그런데도 강대국들이 지부티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지부티는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으로 들어가는 해상 관문으로 홍해 및 아덴 만과 접하고 있다. 예멘과는 바닷길로 불과 30km 거리에 있어 중동과도 가깝다. 아프리카의 뿔에는 지부티 외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등 국가가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소말리아는 해적과 이슬람 무장세력 알샤바브 때문에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에리트레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1998∼2000년 전쟁을 벌였던 에티오피아와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종종 교전을 벌이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나 에리트레아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내륙국가여서 전략적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아덴 만∼홍해∼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해상 수송로를 이용해야 하는 국가들로서는 지부티와 협력해 소말리아 해적과 대적할 필요가 있다. 또 중동 이슬람 무장세력의 아프리카 침투를 막아 아프리카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도 지부티는 최적의 지역이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노동의 존엄성을 기념하는 대신 절망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전한 세계의 노동절 표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일대와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노동절을 맞아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치솟는 실업률 속에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노동자들의 상실감이 커지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노동자총연맹(GSEE) 등 그리스 노동단체들은 1일 “정부가 27%에 달하는 실업률을 해결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내년까지 공무원 1만5000명을 감원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키는 등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긴축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에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 실업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30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3월 실업률이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아진 12.1%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으로도 실업난은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실업자가 1억9700만 명으로 전년보다 400만 명 늘었으며, 올해도 510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1일 3만여 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해당 도로의 차량 통행을 차단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최근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달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가 8만8000개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기대보다 회복이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빈부 격차의 확대도 노동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9∼2011년 미국 상위 7%인 부유층의 순자산은 평균 28% 증가했지만 나머지 93% 가구는 순자산이 4% 감소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저임금 개선 등을 요구하는 파업이 벌어졌고,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양측이 충돌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최근 의류공장 건물 붕괴로 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방글라데시에서는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시리아 내전의 ‘레드 라인(금지선)’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화학무기 사용이 사실상 확인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할 수도,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오바마 대통령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게임 체인저(상황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요인)가 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행동하고, 세밀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당장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25일 의회에 보낸 문서에서 “시리아 정부가 소규모의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정부도 최근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인데도 오바마가 시리아 개입을 꺼림으로써 가장 큰 득을 볼 사람은 바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미국의 무대응은 북한과 이란에도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결심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이라크전의 악몽’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는 정보를 믿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이 정보는 거짓으로 판명돼 전쟁의 명분이 상당 부분 퇴색했다. “오바마는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어떻게 실행됐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기를 원한다”고 AP는 전했다. 시리아 반군 내에서 알누스라 전선 등 알카에다 연계 단체의 세력이 커지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반군 내 친서방 세력은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 곳곳에는 이슬람 법정이 세워지고 있다. 아사드 정권을 몰아낸 후 시리아를 알카에다에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리아에 개입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고민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아사드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미국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내전의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행금지구역을 무력화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이 미국 전투기 등에 공격을 하면 미국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리아 내 화학무기 부대나 시설을 타격할 수 있지만 위치 파악이 어려운 데다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라크에서 정부군이 헬기를 동원해 수니파 무장단체와 시위대를 공격하고, 수니파가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사흘 동안 최소 147명이 숨졌다.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이 내전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는 경찰과 수니파 무장세력이 충돌하면서 19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24일에는 술라이만베크와 칼레스 등지에서 수니파 무장단체와 정부군이 전투를 벌여 22명이 숨졌다. 술라이만베크에서는 수니파 무장세력이 경찰서와 군 기지를 점령하자 정부군이 헬기에서 총탄을 퍼붓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23일 북동부 하위자에서 수니파 반정부 시위대와 정부군이 충돌하고, 수니파 무장단체가 보복공격을 감행하면서 80명이 숨졌다. 이 밖에 바그다드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로 사흘 동안 26명이 사망했다. 이라크 내 시아파와 수니파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참여했던 수니파 각료 2명은 폭력사태에 대한 항의로 23일 사임했다. 뉴욕타임스는 “수니파는 정부군을 ‘이란(시아파)에 충성하는 군대’라고 욕하고, 시아파는 수니파를 ‘알카에다와 가까운 극단주의 세력’이라고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이라크를 내전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우려했다. 팔루자, 라마디 등 수니파 밀집지역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왔다. 수니파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시아파가 집권하면서 수니파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수니파와 권력을 분점해온 알말리키 총리가 ‘앞으로는 시아파 중심으로 정부를 이끌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종파 갈등이 확대된 원인의 하나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중동에서는 이제 ‘아랍의 봄’ 대신 ‘쿠르드의 봄’이 주목받고 있다.”(워싱턴포스트)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경제·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독립국가를 건설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자유와 번영이 움트기 시작했다”며 “치안은 안정돼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전과 공항 등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도 “쿠르드족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치안과 질서 속에서 경제적 부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이라크 쿠르드족이 사담 후세인 시절 탄압을 받으며 처참한 삶을 살았던 것과는 대비된다. 후세인은 24년간 이라크를 통치하면서 자신의 장기 집권에 반대했던 쿠르드족을 10만 명이나 학살했고 쿠르드족 100만 명은 집을 잃고 난민이 됐다.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이후 쿠르드 지역의 경제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약 12%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이후 10배나 늘어났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안정을 누리고 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2003년 3월 미군의 공격 이후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단 한 명의 연합군 군인도 사망하지 않고, 외국인 납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1994∼1997년 내전을 벌이는 등 앙숙관계였던 쿠르드 지역의 양대 세력 쿠르드애국동맹(PUK)과 쿠르드민주당(KDP)도 지금은 협력하며 정국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터키와의 협력을 통해 이라크 쿠르드족은 경제적 도약을 꿈꾸고 있다. 30년 가까이 터키와 충돌해온 터키 내 쿠르드족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지난달 휴전을 선언하면서 PKK를 지원했던 이라크 쿠르드족과 터키의 관계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하루 30만 배럴의 석유를 수송할 수 있는 쿠르드 자치지역 내 타크타크 유전과 터키를 직접 잇는 송유관이 올 3분기(7∼9월)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쿠르드 자치지역에는 이라크 전체 석유 매장량 1150억 배럴의 3분의 1이 넘는 450억 배럴이 매장돼 있다. 하지만 송유관 관리권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가 쿠르드 지역 석유 수출액의 83%를 가져가고 17%만 쿠르드자치정부에 분배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에 제한을 받았다. 쿠르드자치정부와 터키가 직접 관리하는 이 송유관이 완공되면 사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이라크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건설할 여건이 성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 내에서는 ‘쿠르드의 독립을 용인하고 나머지 지역이라도 확실히 통치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권을 지지해온 시리아 시아파 정부의 몰락과 알카에다의 끊임없는 테러에 지쳐 쿠르드에까지 손을 뻗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물질이 처음 검출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23일 성명을 내고 “9일 북한 핵실험 장소에서 약 1000km 떨어진 일본 다카사키의 관측소에서 크세논(Xe) 131m과 133이 검출됐다”며 “분석 결과 북한 핵실험 당시 방출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른 곳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3차 북한 핵실험에 플루토늄을 썼는지, 우라늄을 썼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탐지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거의 두 달이 지난 시점에 크세논이 검출됐기 때문에 어떤 핵 원료를 썼는지는 판별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CTBTO는 설명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나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11년 3개월 동안 갇혀 있습니다. 나는 기소되지 않았고, 재판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나는 다시 가족들과 살 수 있기를 원할 뿐입니다. 그래서 두 달 넘게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을 때까지 먹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독자투고란에 실린 이 글은 예멘 출신의 사미르 나지 알하산 무크벨 씨(35)가 변호인을 통해 보낸 것이다. 무크벨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00년 ‘예멘에서 일하는 것보다 한 달에 50달러(약 5만6000원)를 더 벌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군이 아프간을 공격하자 파키스탄으로 몸을 피했다가 ‘오사마 빈라덴의 경호원’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돼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졌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현재 166명이 수감돼 있다. 이 가운데 86명은 미국 정부가 ‘혐의가 없다’고 밝힌 사람들이고, 48명은 ‘기소할 수는 없지만 풀어주기에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29명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혐의는 포착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수감자 중 범죄혐의가 드러난 사람은 단 3명뿐이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2002년 1월부터 관타나모 수용소에 ‘테러 연루자’들을 수감하기 시작했다. 관타나모 수용소 운용의 불법성과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고문 등이 문제가 되자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는 관타나모 폐쇄를 약속했다. 실제 그는 취임 직후 관타나모 폐쇄 명령을 내렸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의회가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도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신설했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 전담 특별대표직을 올 1월 폐지했다. 이에 관타나모 수감자 40여 명은 2월부터 단식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예전에는 수감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대한 항의로 집단행동을 했지만, 지금은 절망감 때문에 행동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권’과 ‘법치’는 미국이 신봉하는 핵심 가치들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비난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관타나모는 미국의 윤리적 치부”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데도 11년 넘게 인권과 법치가 침해되는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9·11테러의 상처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미국이 혐의가 없거나 불분명한 외국인들을 감금해 둘 권리는 없다.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기부터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관타나모에 얽힌 모순을 미국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미국의 상식과 양심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장택동 국제부 차장 will71@donga.com}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임시 대통령(51)이 19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45일 만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의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영원한 사령관(차베스)에 대한 영원한 기억 앞에서 나는 헌법을 수호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이에 차베스·마두로 지지자들은 “차베스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환호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취임연설 도중 엔리케 카프릴레스 야권 대선후보의 지지자인 옌드리크 산체스 씨가 갑자기 연단에 올라와 마이크를 빼앗은 뒤 “니콜라스(마두로), 내 이름은 옌드리크”라고 외치다가 끌려 나가는 소동이 빚어졌다. 마두로는 “경호가 완전히 엉망이다. 내가 총을 맞을 수도 있었다”고 개탄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지금까지 재검표가 이뤄지지 않은 684만 표(전체 투표의 46%)에 대해 재검표를 실시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마두로와 카프릴레스의 표 차는 27만3056표에 불과했기 때문에 야권에서는 재검표 결과 당락이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누가 왜 저질렀는지 밝혀내고 책임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에는 상응한 정의의 무게를 느끼게 하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발 사건이 발생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미 정부는 ‘단 한 점의 단서도 놓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현장에서 강력한 연쇄 폭발이 발생한 뒤 수사당국은 폐쇄회로(CC)TV 분석, 통화기록 입수, 불심검문, 비행금지구역 설정,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수사를 총괄하는 미국연방수사국(FBI)은 사건 현장 근처에 설치돼 있던 모든 CCTV에 찍힌 동영상을 제출받아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전했다. 현장 인근 전화기지국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기록을 입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연방항공청(FAA)은 사건 발생 직후 추가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반경 약 5.6km 이내에 항공기 비행을 금지했다가 비행 금지 범위를 반경 3.7km로 축소했다. 수사 당국은 원격장치를 이용한 추가 폭탄 공격을 막기 위해 이날 보스턴에서 휴대전화 사용도 한때 금지했다. 사건 현장 부근 버스 정류장은 일시 폐쇄됐으며 거리에서는 시민들을 상대로 불심검문이 실시됐다. 데벌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당분간 무작위로 가방이나 소포 등에 대한 검색이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팀은 사건 현장에 버려진 가방 등을 하나하나 검사하고 있으며, 폭발물 잔해를 수거해 폭탄의 제원과 제조자를 조사하고 있다. 현장 인근에서 2∼5개의 미사용 폭탄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패트릭 주지사는 “미사용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 관계자는 “1차 조사 결과 터진 폭탄은 소형이며 군에서 주로 사용하는 콤퍼지션 폭약(C-4) 등 고성능 폭약은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에 사용된 폭탄은 2명의 사망자와 1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1996년 애틀랜타 센테니얼 올림픽공원에 사용된 파이프 폭탄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수사당국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범인이 인명 피해를 크게 하기 위해 폭탄에 쇠구슬이나 금속 조각을 채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폭발물에 장착된 쇠구슬이나 금속 조각은 폭발물이 터질 때 엄청난 속도로 공격 대상에게 날아가기 때문에 살상 효과가 크다. 오바마 대통령은 밤새 리사 모나코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에게서 계속 수사진행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16일 밝혔다. 보스턴 경찰 당국은 휴가 등 근무가 아닌 모든 경찰관들도 출근해 비상 근무하도록 명령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법무부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조사에 임하라”고 지시했다.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도 “수사에 필요한 모든 지원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호주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호주와 가까운 뉴질랜드에서도 한국 여성이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듣고 물건을 빼앗기는 봉변을 당했다고 뉴질랜드헤럴드 등 현지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13일 오후 8시 반경 뉴질랜드를 여행 중이던 한국 여성 A 씨는 유명 관광지인 퀸스타운의 호숫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때 여러 명의 남성이 다가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며 A 씨를 괴롭혔다고 현지 경찰은 설명했다. 당황한 A 씨는 핸드백을 벤치에 놔둔 것도 잊은 채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남성들은 A 씨의 핸드백에 들어있던 소지품들을 꺼내 여기저기에 던져버리고 핸드백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들은 A 씨의 여권도 찢어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경찰이 쓰레기통에서 A 씨의 핸드백을 발견했을 때 핸드백에 들어있던 60만 원 상당의 뉴질랜드달러와 미국달러는 없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직후 19세 남성을 절도 혐의로, 30대 남자 형제 2명을 인종차별 및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프랑스의 악명 높은 무장 강도가 폭탄으로 감옥 문을 부순 뒤 교도관을 인질로 잡고 탈출하는 프랑스판 ‘프리즌 브레이크’가 벌어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북부 릴 인근의 세크댕 교도소에 복역하던 르두안 파이드(40)는 13일 폭발물로 감옥 문 5개를 잇달아 폭파했다. 이어 교도관 4명을 인질로 삼은 그는 교도소를 벗어났다. 파이드는 차량을 이용해 고속도로까지 간 뒤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고 도주했다. 인질들은 이동 중에 차례차례 풀려났다. 수감 중인 아들을 면회하러 이 교도소를 찾았다가 상황을 목격한 한 여성은 “폭발물이 터지면서 건물이 흔들렸고 ‘내가 죽을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 토비라 프랑스 법무장관은 “파이드에 대해 유럽 전역에서 유효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며 “프랑스 북부 지역은 물론이고 인터폴의 협조를 받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기에까지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은 파이드가 탈옥하기 직전 면회한 아내에게서 폭발물을 건네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파이드의 아내는 이를 부인했다. 알제리 이민자 가정 출신인 파이드는 파리의 위성도시인 크레유에서 자랐다. 그는 1995년 크레유에서 BNP은행 지점장과 아내, 자녀를 인질로 잡고 강도 행각을 벌였고 1997년에는 보석상 주인과 그의 아내를 총으로 위협한 뒤 보석을 훔쳐가는 등 8건의 무장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 이스라엘 스위스 독일에서 도피생활을 한 그는 1998년 체포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2009년 가석방으로 풀려난 파이드는 2010년 자서전을 펴냈고 방송에도 여러 차례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자서전에서 “‘스카페이스’ ‘히트’ 등의 영화는 내게 ‘무장 강도 안내서’나 마찬가지였다”며 “이제는 손을 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이드는 2010년 여자 경찰관 한 명이 숨진 강도사건의 배후로 지목됐고 2011년 재수감됐다. 그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이 확인되면 최대 징역 30년 형을 추가로 선고받을 처지였다고 CNN방송은 전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상대방 국가의 ‘인권침해자’들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주고받았다. 칼은 미국이 먼저 꺼냈다. 미국 정부는 12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인권법인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18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금융거래를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러시아 변호사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는 16명이 포함됐다. 그러자 13일 러시아 외교부는 “러시아를 혐오하는 미 의원들의 압력에 미 정부는 미-러 관계와 상호신뢰에 큰 타격을 줄 조치를 취했다”고 비난하며 똑같이 18명의 미국인 제제 대상을 발표했다. 데이비드 애딩턴 전 딕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과 전 관타나모 수용소 책임자 2명 등이 제재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미국에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이 아니라 마그니츠키 사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마그니츠키 변호사는 ‘러시아 관리들이 2억3000만 달러(약 2600억 원)의 세금을 빼돌렸다’고 폭로했다가 오히려 억울한 탈세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된 뒤 2009년 옥중에서 사망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 관련자 및 인권침해 행위 관련자를 제재하도록 규정한 마그니츠키법을 제정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인에게 러시아 아동 입양을 금지하는 등 내용의 보복 법안을 제정해 맞불을 놓는 등 인권 공방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이 이번에 취한 조치로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긴장이 높아진 미-러 관계가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통신은 “양국이 상대국의 현직 고위 관료들을 제재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서로 자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토머스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국의 안보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 대변인도 미국의 제재조치를 비난하면서도 “양국 간에는 발전시켜 나가야 할 많은 사안이 있다”고 말했다.장택동·이설 기자 snow@donga.com}
아프가니스탄의 법원 청사에 군복을 입은 탈레반 대원들이 난입해 폭탄을 터뜨리고 군경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53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3일 오전 8시 45분경 아프간 서부 파라 주의 법원청사 앞에 세워둔 군용 트럭에 폭탄조끼를 입은 탈레반 대원 2명이 올라타 자폭했다. 이어 7명의 대원이 청사 안으로 들어가 법원 직원과 시민 21명을 인질로 붙잡고 7시간여에 걸쳐 군경과 대치했다. 이번 테러로 민간인 34명과 군경 10명, 탈레반 대원 9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다쳤다. 2011년 12월 카불의 한 사원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58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탈레반 측은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탈레반 대원 10명을 구출하기 위해서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파키스탄의 15세 소녀 마랄라 유사프자이의 사연이 많은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인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 계곡 일대는 이슬람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탈레반의 힘이 강한 곳이다. 탈레반은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 정도로 여긴다. 교육을 비롯한 여성의 권리를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저항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스와트 계곡의 밍고라에서 자란 유사프자이는 11세 때 탈레반의 여학교 폐쇄 명령에 저항하는 글을 영국 BBC방송을 통해 공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탈레반은 ‘죽이겠다’고 위협했지만 굴하지 않고 여성 교육권을 계속 주장하던 유사프자이는 지난해 10월 탈레반 대원들의 총격을 받았다. 총알이 머리를 관통했지만 오랜 치료 끝에 기적처럼 살아나 최근 영국에서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유사프자이의 용감한 행동은 큰 결실을 낳았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한 해외 명사들이 파키스탄 여성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해 12월 남녀 모든 아이들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유사프자이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11세면 한국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한 나이다. 어떻게 그런 어린 나이에 여성의 권리에 대해 눈을 뜨고, 목숨을 건 행동에 나섰을까. 답은 아버지였다. 미국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은 “유사프자이의 가장 큰 후원자는 아버지였다”며 아버지 지아우딘에 대해 소개했다. 지아우딘은 밍고라에서 여학교를 운영하는 페미니스트다. 이 지역에서는 여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주에만 스와트 계곡에서 여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2명이 피살됐다. 지아우딘은 “나의 어머니와 아내, 누나는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내 딸 세대에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지인들에게 말해 왔다. 딸은 아버지의 신념을 이어받았고, 아버지는 딸의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아이가 성장하고, 직업을 갖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를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 ‘아버지 요소(father factor)’ 등으로 부른다. 사실 굳이 어려운 학술용어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점점 나의 말투와 행동과 성정(性情)을 닮아 가는 어린 아들을 보고 있으면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슴으로 알 수 있다. 아이의 앞에는 하얀 도화지 같은 미래가 놓여 있다. 아이는 자라면서 도화지 위에 자기 삶의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다. 아이가 아름다고 행복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것이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겠지만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아이 스스로 그림을 완성해 나갈 수밖에 없다. 다만 아이가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 가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장택동 국제부 차장 will71@donga.com}

미국에서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첫 여성 국장에 이어 직원이 3만6000여 명인 연방수사국(FBI) 국장 자리에도 여성이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취임 12년 만인 9월 퇴임하는 로버트 뮬러 FBI 국장 후임에 여성인 리사 모나코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45·사진)이 5명의 후보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모나코 보좌관은 법조인 출신으로 법무장관 자문역, 법무부 국가안보국장 등을 지낸 뒤 올해 1월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나코 보좌관이 FBI 국장으로 임명되면 1908년 FBI 설립 이후 105년 만에 첫 여성 국장이다. WP는 “여성이 FBI 국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처음”이라고 전했다. 모나코 보좌관이 백악관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이 약점이다. 한 법무부 간부는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보좌관 자리가 스쳐 지나가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좌관으로 일하는 모나코의 리더십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에 임명되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미국총기협회(NRA)가 이겼다.”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이 용두사미로 끝날 기미를 보이자 미국 언론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NRA의 강력한 로비력에 의회가 넘어갔다는 지적이다. ‘NRA가 대통령이나 국민보다 더 강하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해 12월 코네티컷 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27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잇따르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강력한 총기규제 방안을 추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총기 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의견이 50%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3개월이 흘렀는데도 성과물은 나오지 않고 총기규제 법안의 내용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총기규제 법안에서 공격용 총기 및 대용량 탄창 금지 조항을 제외하기로 했다”며 “이 방안을 포함하면 상원에서 총기규제 법안에 찬성할 표가 40표도 안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사교양 주간지 뉴요커는 “민주당 상원의원 55명 중에서도 적어도 15명은 총기규제 반대로 돌아섰다는 뜻”이라며 “총기규제 찬성론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과 대통령이 총기규제를 찬성하는데도 결국 NRA가 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미국의 수치”라고 통탄했고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은 “의원들의 비겁함과 (NRA의) 노련한 로비에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1871년 설립된 NRA는 회원 수가 450만 명에 이르는 대형 이익단체다. 총기소유 권리를 강화하고 유지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이를 위해 NRA는 의원들을 정교하게 관리하면서 강력한 로비를 펼친다. 워싱턴포스트(WP)와 미국 비정부기구인 책임정치센터(CRP) 등에 따르면 NRA는 의원을 A+ A AQ B C D 등 6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총기소유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수록 높은 등급을 받으며 등급이 높을수록 NRA에서 많은 후원을 받는다고 WP는 설명했다. NRA는 1990년 이후 의원들에게 총 430만 달러(약 48억 원)의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약 90%(약 385만 달러)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지원됐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총기 소유권을 지지한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총선에서도 261명의 후보에게 65만7646달러를 후원했는데 이 중 236명(90.4%)이 공화당 소속이었다. 또 NRA는 예산안의 부칙에 예산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을 슬쩍 끼워 넣는 교묘한 방식으로 행정부의 총기규제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가 지적했다. 예산안에 포함된 여러 개의 부칙이 뭉텅이로 넘어가는 점을 악용해 슬그머니 NRA에 유리한 내용을 법제화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다음 달 의회에 제출될 2014년 예산안 부칙 중에는 정부가 총기 거래상들에게서 재고 목록을 제출받지 못하도록 해 규제를 어렵게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한 전직 NRA 로비스트는 WP에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예산안 부칙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NRA가 전통적으로 써 온 방식”이라고 설명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미국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일본산에서 한국 및 미국 산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인 에드먼즈에 따르면 2008년 자동차를 구입한 24~34세 연령층의 소비자 가운데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를 선택한 비율이 50.6%나 됐지만 지난해에는 42.9%로 4년 새 7.7%포인트나 낮아졌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8년 청년층에서 시장점유율이 5.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9.5%로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최근 4년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최대 승자는 한국 자동차업체들"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대 벨로스터, 기아 쏘울 등 젊은 취향의 브랜드가 큰 인기를 얻었고, 직장 경력이 짧은 사회 초년병들을 대상으로 할부 구입조건을 완화한 것이 시장점유율 상승의 주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또 크라이슬러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35.4%에서 36.8%로 1.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예산이 빠듯한 젊은이들을 겨냥해 쉐보레 스파크(GM), 피에스타(포드) 등 소형 자동차를 잇달아 출시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인 것으로 WP는 풀이했다.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