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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짚신이나 고무신을 신던 시절 홀로 맞춤양복을 입은 아이는 고독했다. 부유한 집안의 튀는 아이를 반기는 친구는 없었다. 부모가 집에 없는 사이 양복집에서 물건 배달이 온 날, 아이는 옷을 갈기갈기 찢었다. 이제 팔순을 넘긴 노장은 “그땐 날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참 서러웠다”고 했다. ‘고독한 개척자’ 김구림 화백(85)은 한국의 1세대 전위예술가다. 1969년 국내 첫 실험영화인 ‘1/24초의 의미’를 연출한 데 이어 이듬해 ‘제1회 서울국제현대음악제’ 총연출을 맡았다. 미술은 물론이고 영화, 음악, 무용, 연극 등 예술의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한 ‘르네상스인’ 그 자체다. 27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자신에 대해 “몰락한 귀족 같지 않냐”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구림은 한국 미술계의 이단아였다. 60여 년의 예술 활동을 회고하며 “나 스스로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신기할 때가 있다”고 자평했다. 1958년 첫 개인전을 연 그는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비디오아트 등 전방위로 미술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한강변 잔디를 태워 생명 순환의 과정을 표현한, 이른바 ‘대지미술’을 국내에서 처음 시도했다. 기성예술에 대한 장례식을 열기도 한 그의 파격 행보는 신문 문화면보다 사회면에 더 많이 났고 화단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건 1985년 도미 이후였다. 개인전, 백남준과의 2인전 등으로 이름을 알리며 미국 미술계에서 귀화 권유까지 받았다. 이를 마다하고 2000년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2012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잭슨 폴록 등과 함께 그의 작품을 전시한 데 이어 이듬해 서울시립미술관이 그를 재조명했지만 관심이 오래가진 않았다. 문화교실과 대학 강사 등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쌀이 없다”는 아내의 말에 가나아트재단 이호재 회장에게 작품 판매를 부탁하기도 했다. 김구림은 그날을 떠올리며 “내 자존심이 어떻게 됐겠나. 몇 번이고 고국을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움의 세월이었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은 결코 식지 않았다. 화단에 대한 울분, 시대를 향한 날선 해석은 그의 정체성이 됐다. 그는 ‘음과 양’ 시리즈를 통해 난민, 성형, 물질주의 문제를 다뤘다. 일간지와 각종 잡지를 폭넓게 읽으며 뉴스를 꿰고 있는 그는 이달 17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여는 개인전에 선보인 신작 ‘음과 양 20-S, 2’(2020년)에 팬데믹 기사를 반영했다. 전시에는 총 80점의 회화와 오브제, 드로잉이 포함됐다. “비난을 받으면서도 단연코 후회해본 적 없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다 죽는다’는 생각뿐. 고집 센 내가 그 고집대로 산 거다.” 그의 이런 성미는 남다른 삶의 궤적을 만들었다.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교수가 없어 미대를 자퇴했다. 밖에서도 스승을 찾을 수 없던 그는 헌책방에서 잡지 등을 뒤지며 예술을 독학했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열혈남아는 이제 원로가 됐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3년쯤 전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뒤에는 자택에 딸린 작은 화실에서만 작업한다. 대작을 마음껏 못하는 게 아쉽단다. 그는 내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동기획단체전 ‘아방가르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에 출품할 예정이다. “작가의 체취와 감정이 화면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신조로 조수를 쓰지 않는 그는 “휠체어에 앉아서라도, 침대에 누워서라도 내 손으로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다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이 다음 달 8일부터 운영을 재개한다. 삼성문화재단은 “코로나19 사태로 약 1년 7개월간 휴관하는 동안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시 및 공간 리뉴얼을 마쳤다”고 27일 밝혔다. 리움미술관은 재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선보인다. 위기와 재난 시기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다. 리움미술관은 2017년 홍라희 관장이 사임한 후 4년여 동안 기획전이 열리지 않았다. 또 한국 전통미술과 국내외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상설전’은 지금까지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호암미술관도 재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를 마련했다. 금속공예를 통해 한국미술의 역사를 짚어보는 융합 전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주말 내내 전 세계를 휩쓸며 ‘세계인의 게임’이 됐다.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각국에서 복장 따라하기, 장면 패러디, 관련 물품 구입 등 열풍이 불고 있다. 26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23일(미국 시간 기준) 세계 스트리밍 1위에 오른 뒤 사흘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5일 현재 미국,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일본 등 66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딱지 치고 달고나 만들고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를 넘어 현실 세계와 타 플랫폼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지하철 승강장 내 딱지치기 장면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을 각 나라에서 패러디한 영상들이 올라왔다. 넷플릭스가 작품 홍보를 위해 필리핀 등에 설치한 일명 ‘영희 로봇’ 인증샷 역시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물건들도 인기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엔 생존게임 6개 중 하나로 나오는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23.99달러(약 2만8300원)에,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트레이닝복이 39.95달러에 나오는 등 ‘비공식 굿즈’가 다수 등장했다. 달고나를 만들고 모양에 맞춰 잘라내는 챌린지 영상도 인기다. 핼러윈데이(10월 31일)가 한 달 이상 남았지만 영미권 온라인에는 핼러윈데이에 오징어게임 의상을 입겠다는 글이 많다. 특히 게임 진행요원인 ‘가면남’들의 마스크까지 갖춘 분홍 의상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코스튬’이라는 우스개 섞인 반응도 나온다. 유명인들도 속속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7’의 주연 배우 사이먼 페그는 게임 참가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영희 로봇을 들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넷플릭스는 자사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457번 참가자’라고 소개했다.넷플릭스 없는 중국에서도 인기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중국에서도 오징어게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2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오징어게임을 언급한 해시태그가 23만2000건에 달하고, 11억9000만 명이 관련 게시물을 읽은 것으로 표시돼 있다. 한때 인기 검색어 9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이 국경을 넘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두고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의 모습을 단순한 게임의 룰로 은유해낸 점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록달록한 거대 세트, 영희 로봇 등 다양한 볼거리로 오락성을 잡은 동시에 곳곳에 깔린 풍자로 작품성도 잡았다는 것.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중엔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사회의 의사결정 장치가 분명히 있지만 실제론 죽거나 1등이 되지 않으면 탈출하지 못한다”며 “현대인들 역시 조직 안에서 울며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대부분인데, 이 점에 세계인들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국민 육아 멘토’로 불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56)가 모든 세대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준다. ‘전 국민 멘털 케어자’로 나선 것. 채널A에서 17일 시작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금요일 오후 9시 반)는 기존 ‘금쪽 시리즈’(‘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요즘 가족 금쪽 수업’)보다 세대와 장르를 넓혔다. ‘세상의 모든 어른이들을 위하여’라는 기획 의도답게 상담소를 찾은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고 맞춤형 카운슬링을 받는다. 최근 전화 인터뷰로 만난 오 박사는 “시대적 사명을 부여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아이들과 체벌에 대한 기본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고, 어느 정도 뿌리가 내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청년들의 고충에 귀기울여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연속선상에서 생각해보면 청년의 어려움은 결코 중년, 노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금쪽 상담소는 유명인을 게스트로 초대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고민은 모두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첫 방송에 출연한 가수 에일리가 대표적이다. 당당한 에너지를 풍기는 에일리는 방송에서 처음 무대공포증과 루머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했다. 이에 오 박사는 “(에일리를) 싫어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마음이니 그 사람 것은 주인에게 돌려줘라. 그것을 떠안지 마시라”고 말한다. 오 박사는 방송에서든 진료실에서든 고민을 안고 사는 이들을 이렇게 위로한다. “사람은 포도송이와 같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부분의 합이에요. 어떤 알은 탱탱하고 또 다른 알은 껍질이 까지거나 아직 채 열매를 맺지 못한 것도 있지만 우리는 한 송이를 보고 싱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나하나의 알을 모두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나’라는 한 송이의 포도는 없어지고 알알이 헤쳐지면서 흔들리게 됩니다.” 그는 상담을 받으러 온 이의 생각을 온전히 따라간다. 침묵하면 기다리고, 말하면 듣는다. “서로가 서로의 상담사가 되어야 하는 이 시대”에 오 박사가 건네는 첫 번째 팁도 ‘듣기’다.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았든 열심히 살았다면 누구나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요. 존중은 잘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가 내담자에게 꼭 물어보는 건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느꼈고, 행동했나요?”라고 했다. 상대의 마음을 따라가며 삶에 대해 경청한다. 그는 “소중한 이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들의 이야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보라”고 당부했다. 24일 방송에는 배우 고 최진실의 아들인 가수 지플랫(본명 최환희)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지플랫은 “지인과 대중 모두 저를 ‘불쌍한 아이’가 아닌 꿈, 연애를 고민하는 한 20대 청년으로 봐주었으면 한다”며 “어머니와 함께한 행복한 기억도 많으니 ‘힘 내’ ‘슬퍼하지 마’라는 말보다 제 음악이 변변찮으면 따끔하게 충고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오 박사를 만난 게스트들은 기존 인터뷰에서는 털어놓지 않았던 고민을 말한다. 오 박사는 이들을 ‘조카’라고 부른다. “상대방의 아픔을 듣는 게 힘들기보다는 되레 힘이 된다”는 오 박사는 5시간이 넘는 제작진과의 회의, 12시간이 넘는 촬영 모두 즐겁다고 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같은 공염불은 하지 않을 겁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대를 사는 분들에게 한 방울의 물처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국민 육아 멘토’로 불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56)가 모든 세대의 고민을 듣는 ‘전국민 멘탈 케어자’로 자리매김한다. 채널A에서 17일 시작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는 기존의 ‘금쪽 시리즈’보다 세대와 장르를 넓혔다. ‘세상의 모든 어른이들을 위하여’라는 기획 의도답게 상담소를 찾은 게스트들은 이별, 사랑, 가족 등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고 맞춤형 카운슬링을 받게 된다. 최근 전화 인터뷰로 만난 오 박사는 “시대적 사명을 부여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아이들과 체벌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고, 어느 정도 뿌리가 내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로 당연시 여겨지는 청년들의 고충에 귀기울여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연속선상에서 생각해보면 청년의 어려움은 결코 중년, 노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금쪽 상담소는 공인을 게스트로 앞세우지만, 그들이 내놓는 고민은 모두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첫 방송에 출연한 가수 에일리가 대표적이다. 당당한 에너지를 풍기는 에일리는 방송에서 최초로 무대 공포증을 고백했다. 에일리는 루머가 생길까봐 외출을 자제한다고도 했다. 이에 오 박사는 “타인 민감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타인 민감성이란 인간관계에서 타인의 언어적·비언어적 신호에 반응하는 민감성의 정도를 뜻한다. 그러면서 “(에일리를)싫어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마음이니 그 사람 것은 주인에게 돌려줘라. 그것을 떠안지 마시라”고 말한다. 물론 오 박사도 이런 해법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SNS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비대한 반면 불특정한 사람들이 주는 자극을 잘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박사는 이런 과정에서는 누구나 대체로 자신의 가치관을 잘 형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때 그는 한 사람을 포도송이에 비유하며 위로한다. “사람은 부분의 합이다. 어떤 알은 탱탱하고 또 다른 알은 껍질이 까지거나 아직 채 열매를 맺지 못한 것도 있지만 우리는 한 송이를 보고 싱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나하나의 알을 모두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나’라는 한 송이의 포도는 없어지고 알알이 헤쳐지면서 흔들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게스트의 생각을 온전히 따라간다. 침묵하면 기다리고, 말하면 듣는다. 서로가 서로의 상담사가 되어야 하는 이 시대에 오 박사가 건네는 첫 번째 팁 또한 ‘듣기’다.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았든 열심히 살았다면 누구나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존중은 잘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 또 상담을 할 때 내담자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으로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느꼈고, 행동했나요?’를 꼽았다. 그는 상대방의 마음을 따라가며 타인의 삶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해보길 권했다. 24일 방송에는 고 최진실 배우의 아들인 가수 지플랫과 초아가 게스트로 예고돼 화제를 모았다. 지플랫은 “지인과 대중 모두 ‘불쌍한 아이’가 아닌 꿈, 연애 등을 고민하는 한 20대 청년으로 봐주었으면 한다”며 “어머니와 함께 한 행복한 기억도 많으니 ‘힘내’ ‘슬퍼하지 마’라는 말보다 제 음악이 변변찮으면 따끔하게 충고도 해주셨으면 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오 박사는 기존 인터뷰에서는 털어놓지 않은 고민을 말해준 게스트들을 ‘조카’라고 불렀다. “제겐 상대방의 아픔을 듣는 게 힘들기 보단 되레 힘이 된다”는 오 박사는 5시간이 넘는 제작진과의 회의, 12시간이 넘는 촬영도 모두 즐겁다고 했다. 그는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같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코로나19로 힘든 시대에 사는 힘든 사람들에게 한 방울의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내 노래 한 곡이면 힘든 게 사라져.” 채널A가 추석 당일 예능 ‘레전드 음악교실-랄라랜드’(랄라랜드)를 통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21일 방송분에는 가수 노사연(사진)이 일일 보컬 선생님으로 등장해 대국민 히트곡 ‘만남’을 열창할 예정이다. 랄라랜드는 신동엽 김정은 이유리 조세호 고은아 황광희가 대한민국 레전드 가수에게 직접 노래를 배워 미션에 도전하는 예능이다. 노사연의 더욱 짙어진 ‘동굴 보이스’는 멤버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안긴다. 특히 노사연은 다른 멤버들에게 쉴 새 없이 공격을 받는 조세호에게 “내 노래 한 곡이면 짜증도, 힘든 것도 다 사라진다”며 ‘치유의 열창’을 선물한다. 역대급 랄라송 무대에 황광희는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을 표현한다. 이어 노사연은 멤버들에게 일일이 음식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띄워 행복을 전파하는 긍정 선생님으로 활약한다. 이날 방송에는 랄라랜드 최초로 기존 멤버가 아닌 게스트도 투입된다. 멤버들이 “요즘 사귀는 분 없냐”며 조세호를 놀리자 게스트는 “뜬금없이 사람을 데운다”며 분위기를 달군다. 신동엽과 ‘브로맨스 케미’를 선보일 게스트의 정체가 누구일지에도 시선이 모인다. 제작진은 “한가위 선물처럼 따뜻함을 가득 안은 방송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방송은 21일 오후 10시 반에 볼 수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해 8월 영국 BBC가 36개국 영화평론가 17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100선’을 선정했다. ‘화양연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보이후드’ ‘이터널 선샤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내로라할 영화들이 상위권의 영광을 누렸다. 이 가운데 1위를 장식한 건 ‘멀홀랜드 드라이브’였다. 이 영화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리타가 할리우드 스타의 꿈을 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온 베티의 도움으로 기억을 찾아가며 끔찍한 악몽을 겪는 내용이다. 현실과 환상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있는 이 영화는 감독인 데이비드 린치 특유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실제 “직접 보면 명화인 걸 알겠는데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관람평이 대다수다. 감독이 소수의 열광적인 팬이 있는 ‘컬트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 책은 데이비드 린치가 데뷔 때부터 최근까지 영화 전문 매체에서 진행했던 24편의 인터뷰를 엮었다. 그는 1977년 ‘이레이저 헤드’로 데뷔해 영화계에 충격을 전했고 이후 ‘엘리펀트 맨’ ‘블루 벨벳’ 등을 연출하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그는 대표작 ‘블루 벨벳’에 대한 인터뷰에서 “세상의 표면 아래에서 진행되는 완전히 다른 무엇인가는 늘 있고, 영화가 하는 일 중 하나가 표면 아래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영화 철학을 말한다. 그런 “어둠”에 끌린다는 것이다. 영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그의 청년 시절 꿈은 미술가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술학교 3곳을 전전하고, 표현주의 화가 오스카어 코코슈카를 만나러 무작정 미국에서 유럽으로 가기도 했다. 이런 경험 덕택일까. 경계선을 넘나드는 걸 즐기는 그는 영화감독이 되고 나서도 미술 전시를 열고 영화 세트 제작에 직접 관여하기도 한다. 그는 “영화는 대다수 매체를 하나로 묶는다. 회화 작업이나 가구 제작, 음악 작업은 거리와도 같아서 애초부터 그 나름의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은 지난달 31일 공개되자마자 화제가 됐다. 드라마 소재로는 극히 드문 발기부전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상당히 도발적으로 보이지만 소재가 전부인 드라마는 아니다. 이는 여러 번의 공무원시험 탈락으로 자존감이 바닥난 30대 청년 도용식(윤시윤)의 극한 상황을 비유할 뿐. 드라마는 그런 용식이 첫사랑이자 비뇨기과 의사인 이루다(안희연), 친구 꽃보살(김설진)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작품은 용식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윤시윤(35)의 연기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14일 화상으로 만난 윤시윤은 자위행위를 하다 발기부전임을 깨닫는 장면을 두고 “가장 어려웠던 연기다. 목숨 걸고 한 큐에 가고 싶었다”면서도 “주제가 갖는 힘이 있어 참여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고 했다. 거북목과 굽은 어깨까지 연기한 윤시윤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웅크린 몸을 펴나가며 용식의 회복을 보여준다. “나만의 공간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고,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고,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나가는 순서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윤시윤의 말은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다. 모지혜 작가(33)는 용식에게 자신을 투영했다. 모 작가는 스무 살부터 습작생, 당선 작가, 보조 작가를 반복했다. 그는 “나는 안정적인 취업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용식에 가까웠다. 당시 자기 계발서를 읽었는데 혼나는 느낌이었다. 나를 예뻐하고 싶다가도 그런 글을 읽다보면 고개를 숙일 것 같았다”고 했다. 이 작품은 5년 전 4부작으로 만들어놓은 ‘서다’를 원작으로 했다. SBS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이 당시 입봉작(메인 연출로 데뷔하는 작품)으로 준비하다 무산됐고, 그 후로도 매년 제작제의가 왔지만 좌초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이 작품을 기억하고 꺼내든 건 김장한 감독(35)이었다. ‘서다’를 준비하던 시절 조연출이었던 김 감독은 “이 대본보다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무게감에 재미를 더했다. “불편할 수 있는 소재나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소품을 준비했다”는 그의 말대로 발기부전 검사를 받기 위해 엎드린 자세를 대체한 고양이 모형, 바람 빠진 풍선 등 재치 있는 미장센은 유쾌함을 선사한다. 음악도 “파격적인 소재라 연출에서 최대한 힘을 빼려 했다”는 이유로 톤 다운된 곡이 주가 됐다. 감독은 가수 요아리, 천단비에게 직접 OST를 제안했는데, 작품 주제처럼 실력에 비해 빛을 못 보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작품의 제목이자 유명곡인 ‘You Raise Me Up’은 극중 딱 한 번, 감독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 나온다. 용식이 분홍색 마니아인 자신을 납치범으로 오해한 경찰과 주민들이 무서워서 집 안으로 숨었다가 스스로 나와 결백을 주장하는 장면에서다. 김 감독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깨고 일어서는 용식을 표현하고 싶어 원작의 옥탑방 설정을 반지하로 바꿨다”고 했다. 결국 용식은 공무원시험을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감정을 찾은 용식은 마지막에 카메라를 응시하며 웃는다. 그 웃음을 보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시청자에게 작가와 배우는 말한다. “응원해준 주변의 기대를 떨치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모 작가) “괜찮아요. 오늘 맛있는 것 드시고요, 좋은 사람들이랑 수다 떠세요.”(윤시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31일 공개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은 약 2주간 소셜네트워크상에서 화제였다. 발기부전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굉장히 도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재가 전부인 드라마는 아니다. 발기부전은 여러 번의 공무원시험 탈락으로 자존감이 바닥난 30대 청년 도용식(윤시윤)의 극한 상황을 비유할 뿐. 드라마는 그런 용식이 첫사랑이자 비뇨기과 의사인 루다(안희연), 친구 꽃보살(김설진)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되는 따뜻한 작품이다. 작품은 용식의 변화를 따라가기에 윤시윤(35)의 연기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14일 화상으로 만난 윤시윤은 자위를 하다 발기부전임을 깨닫고 충격 받는 장면을 두고는 “가장 어려웠던 연기다. 목숨 걸고 한 큐에 가고 싶었다”면서도 “주제가 갖는 힘이 있어 참여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고 했다. 거북목과 굽은 어깨마저 연기한 윤시윤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웅크린 몸을 조금씩 펴나가며 용식의 회복을 보여준다. “나만의 공간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고,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고,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사랑을 이뤄나가는 순서를 능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윤시윤의 말은 작품의 주제를 정확히 관통한다. 모지혜 작가(33)는 용식에게 자신을 투영했다. 모 작가는 스무 살부터 습작생, 당선작가, 보조작가를 반복했다. 그는 “저는 안정적인 취업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용식에 가까웠다. 그때 한 자기 계발서를 읽었는데 혼나는 느낌이었다. 나를 예뻐하고 싶다가도 그런 글을 읽다보면 고개를 숙일 것 같았다”고 했다. 이 작품도 5년 전 4부작 아이템으로 만들어놓은 ‘서다’를 원작으로 한다. SBS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이 당시 입봉작으로 준비하다 무산됐고, 그 후로도 매년 제작제의가 왔지만 좌초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이 작품을 다시 기억하고 꺼내든 건 김장한 감독(35)이었다. ‘서다’를 준비하던 시절 조연출이었던 김 감독은 “이 대본보다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무게감에 재미를 더했다.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소재나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소품을 준비했다”는 그의 말마따나 발기부전 검사를 받기 위해 엎드린 자세를 대체한 고양이 모형, 어린 환자 무릎 위에 있던 고래 인형, 바람 빠진 풍선 등 재치있는 미장셴은 불쾌함을 유쾌함으로 전환시킨다. 음악도 “파격적인 소재라 연출에서 최대한 힘을 빼려 했다”는 이유로 톤 다운된 곡이 주가 됐다. 감독은 요아리, 천단비에게 직접 OST를 제안했는데, 작품 주제처럼 실력에 비해 빛을 못 보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작품의 제목이자 유명곡인 ‘You Raise Me Up’은 극중 딱 한 번, 감독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 나온다. 분홍색 마니아인 용식을 보고 납치범으로 오해한 경찰과 주민들이 무서워 집안으로 숨은 용식이 스스로 나와 결백을 주장하는 장면에서다. 김 감독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깨고 일어서는 용식을 표현하고 싶어 원작의 옥탑방 설정을 반지하로 바꿨다”고 했다. 그렇게 서서히, 결국 우뚝 선 용식이 결정한 건 공무원 시험 포기다. 타인의 재단에서 벗어나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감정을 찾은 용식은 마지막에 카메라를 응시하며 웃는다. 가만히 그 웃음을 보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시청자에게 작가와 배우는 말한다. “응원해준 주변의 기대를 떨치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모 작가) “괜찮아요. 오늘 맛있는 것 드시고요. 좋은 사람들이랑 수다 떠세요.”(윤시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비무장지대 내 GP(Guard Pos) 초소 경계근무를 서며 북한군의 활동을 감시·보고하는 4사단 14연대 수색중대 2소대 2분대 소속 일병 조충렬. 여느 때와 같던 평범한 날, 그의 앞에 북한군이 나타난다. 그리고 실수로 그를 사살한다.2019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 ‘민간인 통제 구역’은 GP내 총기사고를 다룬 작품이다. 밀폐된 군대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담아낸 이 작품은 국내 유일한 만화상인 부천만화대상에서 올해 신인만화상을 받았다. 올해 신설될 신인만화상은 커지는 웹툰 시장의 신예들 중 잠재력 있는 작가에게 수상했다.작품은 무게감이 꽤 있는 팩션(Faction·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가미한 허구)에 가깝다. 최영식 작가(24·필명 OSIK)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경기 연천군 소재 군대에서 복무하며 GP 생활을 했다. 최근 본보와 만난 그는 “직접 작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제가 복무할 당시 ‘귀순자를 잘 포섭했다’는 성공 사례를 건너 들었다. 그때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상상은 제대가 가까워질 때 즈음 구체화됐다. 복무기간 공상과학(SF) 장르를 취미로 그리던 그는 군대의 향수를 만화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대 후 SNS에 5회 단편 웹툰을 올렸다. 그는 “가상의 부대지만 어딘가에 있는 부대, 실제 사건처럼 받아들여지길 바랐다”며 현실성을 최우선 과제로 여겼다. 작품에는 제대를 앞두면서 달라지는 감정이나 옷매무새 등 치밀한 묘사도 포함돼 더욱 긴장감을 갖게 된다는 댓글이 많다.정식 연재를 위해 5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치며 바뀐 건 결말이었다. 초기작에서는 조충렬이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타살된 조충렬의 죽음이 은폐되는 내용으로 각색됐다. 그는 “북한군을 사살한 조충렬의 실수가 은폐된 상황이 조충렬 자신의 죽음과 오버랩되는 장면을 그리면서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작품은 최근 넷플릭스 ‘D.P.’ 흥행으로 언급량이 늘고 있는 군 소재 웹툰 중 하나다. ‘D.P.’의 시청자이기도 한 최 작가는 “연재 초기에는 군대 스릴러라는 장르가 마이너하다고 생각했는데, 재밌게만 풀어낸다면 성별이나 나이 구분 없이 충분히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걸 ‘D.P.’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 작가의 차기작 또한 ‘민간인 통제 구역’보다 15년 앞선 시간대를 그리는 프리퀄이다. 과거 간부였던 인물들을 찾아 인터뷰를 하는 등 사전조사 중이다. 다만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한계를 군 관련 장르에 두지 않았다. 특히 하고 싶은 장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과 전쟁을 소재로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평소 ‘스타워즈’를 즐겨본다는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해외에 비해 인기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다”라고 말했다. 부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로를 노려보며 견제하는 듯한 47명의 여성 댄서들. 여성들의 신경전인 듯했다. 그러나 곧이은 장면에선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지하게 댄스에 임하고 경연이 끝나면 서로를 응원한다. 기 싸움이 아닌 실력전이다. 지난달 24일 시작한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는 케이팝 아티스트가 독점하던 스포트라이트를 댄서들에게도 비추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총 8개 크루, 47명의 여성 댄서들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고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입소문의 중심에는 서사가 있다. ‘홀리뱅’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 리헤이의 댄스 경연이 대표적이다. 7년간 한 팀에서 활동하다 헤어진 과거 때문이었다. 결별한 지 5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경연이 끝난 후 끌어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작진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댄서로 걸어온 시간이 상당한 인물들인 만큼 다양한 관계 이야기와 크루를 승리로 이끌려는 리더 간의 대단한 신경전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특히 환호하는 건 리더와 팀원 간의 우애와 스포츠 정신. ‘훅’의 리더 아이키는 팀원 중 한 명이 워스트 댄서로 지목되자 마이크를 집어 들어 공개적으로 칭찬해 기를 살려줬고, 이를 본 다른 댄서들은 “멋있다”며 박수쳐 준다. ‘라치카’ 피넛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프라우드먼’ 립제이에게 대결을 신청한다. 결국 이기지 못했지만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한다.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엠넷 특유의 뻔한 경쟁 구도가 존재함에도 시청자들이 출연진의 진정성을 믿는 이유다. 특색 있는 크루별 퍼포먼스는 코로나19로 중단된 각종 공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제작진은 “크루 간의 양보 없는 전쟁 뒤편에 댄서들의 춤에 대한 진심과 열정, 그리고 미션 후나 카메라 뒤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있다는 점이 승부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또 크루들의 활약상을 통해 춤이 얼마나 매력적인 예술인지도 알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로를 노려보며 견제하는 듯한 47명의 여성 댄서들. 여성 참가자들의 신경전인 듯 했다. 그러나 곧 이은 장면에선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지하게 댄스에 임하면서도 경연이 끝나면 서로를 응원한다. 기싸움이 아닌 실력전이다. 지난달 24일 시작한 엠넷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는 케이팝 아티스트가 독점하던 스포트라이트를 댄서들에게도 비추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총 8개 크루, 47명의 여성 댄서들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고른 인기를 모으고 있다. TV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8월 4주차 비드라마 TV 화제성 TOP10에서 스우파는 12%가 넘는 비율로, 2위 ‘걸스플래닛 999’(4%)와 큰 격차를 내며 1위를 차지했다. 입소문의 중심에는 서사가 있다. ‘홀리뱅’ 허니제이와 ‘코카N버터’ 리헤이의 댄스 배틀이 대표적이다. 7년간 한 팀에서 활동하다 헤어진 과거 때문이었다. 결별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배틀이 끝난 후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안무를 추는 두 사람의 모습은 함께 한 세월의 깊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제작진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댄서로 걸어온 시간이 상당한 인물들인 만큼 다양한 관계 이야기와 크루를 승리로 이끌려는 리더 간의 대단한 신경전이 공존한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특히 환호하는 건 리더와 팀원 간의 우애와 스포츠 정신이다. ‘훅’의 리더 아이키는 팀원 중 한 명이 워스트댄서로 지목되자 마이크를 집어 들어 공개적으로 칭찬해 기를 살려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댄서들은 “멋있다”며 박수쳐준다. ‘라치카’ 피넛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프라우드먼’ 립제이에게 대결을 신청한다. 이번에도 이기지 못했지만 결과에 깔끔하게 승복한다.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엠넷 특유의 뻔한 경쟁 구도가 존재함에도 시청자들이 출연진의 진정성을 믿고 따라가는 이유다. 특색 있는 크루별 퍼포먼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각종 공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기도 했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걸스힙합·왁킹·락킹·크럼핑·팝핀 등 댄스 종류나 배틀 용어에 대해 해설해놓은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는 12일 팬들과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부정적인 평가마저 고맙다.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방송에 나왔다. 모두가 댄서라는 직업에 무관심해지고, 공연도 없어지고, 하나씩 주변에서 춤을 그만두려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가 누군가의 팬이 되어 댄서의 상황에 공감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크루 간의 양보 없는 전쟁 뒤편에는 댄서들의 춤에 대한 진심과 열정, 그리고 미션 후나 카메라 뒤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승부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또 크루들의 활약상을 통해 춤이 얼마나 매력적인 예술인지도 알게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크루에게 팬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서울 종로구 창성동 샛길을 걷다 보면 빼꼼 모습을 드러낸 작은 한옥. 성인 여성 키만 한 노란색 문 옆에는 ‘창성동 실험실’이라는 작은 녹색 팻말이 붙어 있다. 종종 전시를 여는 이 공간에서는 현재 전시 ‘CHEOL’이 열리고 있다. 장소만큼이나 비밀스럽게 열리는 듯한 이 전시에서는 한국인의 원형을 찾는 작가, 권순철(77)의 작품 55점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이 장소에서 전시를 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창성동 실험실을 운영하는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61)가 그의 제자다. 가수 CL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이 교수는 미대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미술에 관심이 많다. 대학 시절 그가 이화여대와 서강대 합동 미술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1978년부터 1984년까지 동아리 지도교수로 있었던 권 작가는 “평일 방학 할 것 없이 방방곡곡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도자기를 구웠는데 미대 강의보다 재밌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학 시절을 황금 같은 시간으로 만들어주신 애틋한 선생님”이라며 그 시절을 추억했다. 이번 전시는 “예나 지금이나 일관된 예술가의 삶을 살고 계신 것 같다”는 이 교수의 말처럼 권 작가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대학 시절, 권 작가는 영등포역에 가 노인들의 얼굴을 그렸다. 6·25전쟁으로 아버지와 삼촌을 여읜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함축한 얼굴에 집중했다. “한국인의 얼굴을 잘 표현하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승화시키는 얼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올해 7, 8월 그는 서울역에 나가 그때와 같이 드로잉을 했다. 작품 ‘서울역’을 보면 마스크를 쓴 노숙인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제는 젊은이들의 얼굴도 살펴보려 한다”며 앞으로의 과업을 고민했다. 그의 드로잉은 기초 작업으로 간주되어 온 드로잉에 관한 색안경을 벗게 한다. 인왕산을 산책하며 발견한 꽃을 그린 작품 ‘들꽃’ ‘무궁화’의 획들은 단순히 재현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리듬감을 품은 작가의 동작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전시는 대작 유화보다는 스케치북에 그린 드로잉들이 주가 됐다. “15평 정도인 협소한 공간을 관람객이 편안하게 느꼈으면 한다”는 의도도 있지만 “한국에서 저평가되는 드로잉의 가치를 조명하고 싶었다”는 게 기획자이자 권 작가의 딸인 권정원 씨(35)의 설명이다. 이제껏 ‘얼굴’ ‘예수’ ‘넋’ 등 하나의 테마에 집중한 것과 달리 작가를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이 모두 섞여 있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작품 ‘등’은 고문, 태형을 당한 역사를 생각하며 그린 누군가의 등이다. 권 작가는 “인체에도 역사성과 표정이 있다”고 말했다. 누드 드로잉 5점은 작가가 매주 참여하는 드로잉 모임에서 만들어 온 작품들 중 일부다. 프랑스 파리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권 작가는 약 2년 만인 다음 달에 파리로 간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이강소, 오천용 작가와 같은 공간에서 3인전을 열 계획이다. 권 작가는 “서촌에서 이강소와 함께 작업실을 썼던 1964년을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문유석 작가(52·사진)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당시 그는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의 책을 펴내며 판사의 시각에서 현실비판 인식을 드러냈다. 이상적인 법원을 꿈꾸는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문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 ‘미스 함무라비’(2018년)에도 자신의 경험이 반영돼 있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악마판사’는 판사가 주인공인 법정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등 흥미로운 가상 요소들이 가미됐다. 문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 작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쓴 것일 뿐 코미디, 공상과학(SF), 정치물, 사극, 애니메이션까지 경계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악마판사는 한 재단이 국가를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적폐들과 맞선 판사 강요한(지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강요한은 금고 235년형, 태형 등 파격적인 판결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다. 문 작가는 “미스 함무라비 방영 당시 완전히 반대되는 톤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마련한 작품”이라며 “분위기가 다를 뿐 실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박차오름이 당한 핍박과 고난을 떠올리면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장밋빛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드라마 속 세계는 시민들의 건강한 연대를 기대할 수 없다. 나라를 휩쓴 역병과 이에 따른 경제 붕괴로 사회 불만이 극에 달해 약탈과 폭동이 벌어진다. 혼란을 틈타 막말을 일삼는 유튜버 허중세(백현진)가 인기를 끌며 대통령이 된다. 문 작가는 “코로나 사태 당시 스페인에서의 요양원 노인 방치, 미국 트럼프 지지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습격 등 세계가 한순간에 달라지는 걸 보면서 무서움을 느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어떨까를 상상하다 ‘블랙 미러’나 ‘브이 포 벤데타’ 등 근미래 디스토피아물처럼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판 장면에는 현실의 사건들이 반영됐다. 역병이 퍼졌다는 이유로 빈민촌 주민들을 탄압하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민 폭행에 앞장선 죽창(이해운)에 대한 재판이 대표적이다. 죽창은 재판에 앞서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좇는 백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구절로 시작되는 선언문을 낭독한다.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극우 테러리스트 브레이비크의 트위터 글에서 따온 것이다. 극중 ‘사이다 재판’은 통쾌함을 선사하지만 극약 처방이 과연 옳은 방식인지를 자문하게 한다. 허중세 등 적폐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지도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을 보며 “난 이제 무얼 해야 할까? 요한이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서”라고 독백하는 판사 가온(진영)의 대사는 작가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문 작가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런 세상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시민들은 정치, 사법, 언론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다크 히어로가 되어 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해 다크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언어의 마술사’ ‘흥행 보증수표’ 따위의 흔한 말이 붙는 드라마 작가들 사이, 문유석(52)에게는 꼭 ‘판사 출신’이란 수식이 붙는다. 그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의 책을 통해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다는 사실이 대중에 각인됐다. 드라마 데뷔작인 ‘미스 함무라비’(2018년) 역시 강강약약인 이상적인 법원을 꿈꾸는 초임 판사 박차오름(고아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사례들과 판사들의 고민을 다뤘다. 그런 그가 3년이 지난 올해에는 조금 더 작가적 상상력을 담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지난달 22일 종영한 tvN ‘악마판사’는 “시작하는 입장에서 우선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쓴 것일 뿐, 코미디, SF, 정치물, 사극, 애니메이션까지 경계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문유석의 작가적 도전이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법정물이긴 하지만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등 가상의 요소가 주가 됐다. 악마판사는 한 재단이 국가를 장악한 대한민국에서 적폐들과 맞선 판사 강요한(지성)의 이야기를 담는다. 강요한은 금고 235년형, 태형 등 파격적인 재판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다. 문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미스 함무라비 방영 당시 완전히 반대되는 톤의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해 마련한 작품”이라면서도 “톤 앤 매너가 다를 뿐 사실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박차오름이 당했던 핍박과 고난을 떠올려 보시면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장밋빛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작품 속 세계는 시민들의 건강한 연대 따위를 기대할 수 없다. 나라를 휩쓴 역병과 이에 따른 경제 붕괴로 사회 불만이 극에 달해 약탈과 폭동이 벌어진다. 급기야 막말을 일삼는 유튜버 허중세(백현진)가 인기를 끌며 대통령까지 된다. 문 작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스페인 요양원 노인 방치 사건, 트럼프 지지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습격 등 세계가 한 순간에 달라지는 걸 보며 무서움을 느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하다가 ‘블랙 미러’나 ‘브이 포 벤데타’ 같은 근 미래 디스토피아물처럼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판 곳곳엔 우리네들 현실 사건이 반영되기도 했다. 역병이 퍼졌다는 이유로 빈민촌 주민들을 탄압하려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민 폭행을 앞장선 추종자 죽창(이해운)의 재판이 대표적이다. 죽창은 재판에 앞서 선언문을 낭독하는데, 그 첫 마디인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익만을 좇는 백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는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극우 테러리스트 브레이빅의 트위터 내용에서 따 온 것이다. 극 중 사이다 재판은 통쾌함을 선사하면서도 강요한 식의 극약 처방이 옳은 정의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결국 허중세 등 적폐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자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난 이제 뭘 해야 할까? 요한이 필요없는 세상을 위해서”라 독백하는 판사 가온(진영)의 대사는 작가의 고민과 맞닿아있다. 문 작가는 “아직 늦지 않았으니 그런 세상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시민들은 정치, 사법, 언론 등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다크 히어로가 돼주길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잘 해 다크 히어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라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미술사의 근간이라 평가되는 고전 미술, 미술사의 혁신이라 여겨지는 초현실주의 미술. 이 수식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이 수식어를 만들어 온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사람들은 흔히 미술이라 하면 고상하고 품위 있는 세계에 속한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고전 미술, 즉 기원전 6세기∼기원전 4세기 그리스 미술은 서구에서 수천 년 동안 아름다움의 기준이 돼 왔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연구소 소장이자 책 ‘벌거벗은 미술관’의 저자는 “고전은 없다”고 말한다. 더 정확히는 “짝퉁”이라며 미(美)에 대한 대개의 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독일 출신 고전주의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1717∼1768)은 ‘벨베데레의 아폴로’와 같은 그리스 고전 조각을 ‘자연과 정신 그리고 예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 평했다. 그런데 현대 연구에 따르면 이 조각은 그리스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다.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 조각을 로마시대에 재제작한 복제본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밀로의 비너스’(기원전 130년∼기원전 100년)도 기원전 4세기에 제작된 원본을 로마 시대에 복제한 것이다. 즉, 고전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칭송했던 작품들이 알고 보면 복제본이거나 고전기에서 한발 떨어진 시기에 제작된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미술교육 체계가 고전 미술을 중심으로 짜여 온 이유는 무엇일까. 드로잉의 기본 모델로 여겨지는 줄리앙의 조각상도 사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미켈란젤로의 조각 ‘줄리아노 데 메디치’를 프랑스에서 본뜬 것이다. 이탈리아를 점령하며 그리스·로마 조각을 대량으로 가져왔던 프랑스 측이 나폴레옹 실각 후 조각을 되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석고로 복제해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 당시는 원본을 볼 기회가 적어 프랑스가 제작한 석고상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한국도 19세기 말 이를 흡수했고 미술교육에 적극 활용했다. 저자는 “고전이라 믿어왔던 것들의 실체는 생각보다 모호했고, 그랬기에 역설적으로 고전 미술을 향한 예찬이 극적으로 이뤄졌을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책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초현실주의 작가 32명의 작품보다는 삶에 초점을 맞춘다. 초현실주의는 비합리적인 잠재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구해 표현의 혁신을 꾀한 예술 운동으로, 192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저자 또한 초현실주의 운동의 마지막 세대 작가로서 직접 그들과 어울리며 얻은 체험을 토대로 책을 만들었다. 그중 한 명이 살바도르 달리(1904∼1989)다. 달리는 25세가 되던 해, 초현실주의 집단의 정회원이던 친구 루이스 부뉴엘과 영화를 찍으면서 프랑스 파리 초현실주의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5년 후 달리는 초현실주의를 이끈 작가 앙드레 브르통(1896∼1966)에게 자신이 히틀러에게 매료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브르통은 그를 축출하려 했다. 달리는 그런 그를 향해 브르통이 “모든 금기를 금지하라”고 말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도덕도, 검열도, 두려움도 자신을 막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책에는 작가들이 초현실주의 운동의 전성기 때 그린 작품이 1점씩 포함돼 있는데, 달리 파트에는 작품 ‘욕망의 수수께끼, 또는 내 어머니, 내 어머니, 내 어머니’(1929년)가 있다. 이 시기 달리는 운명적인 뮤즈 갈라를 만났는데, 갈라는 예민하던 달리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달리의 어머니는 달리가 태어나기 3년 전 동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는 금방 사망했다. 이후 그는 달리를 달리(죽은 형)의 무덤에 데려가곤 했고, 달리는 무덤 앞에 서서 묘석에 새겨진 자기 이름을 바라보곤 했다. 훗날 달리는 자신이 했던 악명 높은 무절제한 행동이 자신이 죽은 형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MBC ‘뉴스데스크’가 전체 뉴스의 70% 이상을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로 채워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생방송일 거라는 시청자 인식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MBC노동조합(3노조)은 ‘창사 이래 처음 녹화물 70%, 시청자 기만한 뉴스데스크’라는 성명을 내고 “24일과 25일 뉴스데스크의 상당수 리포트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제작된 녹화물인데도 생방송 뉴스인 것처럼 방영됐다”며 “이는 MBC가 메인 뉴스를 진행하면서 오랜 세월 시청자와 쌓은 ‘생방송 뉴스의 원칙’을 무너뜨린 일”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4일 방송은 19개 뉴스 중 15개(79%), 25일은 23개 뉴스 중 16개(70%)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녹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본사는 확인 결과 24일 방송은 노조의 주장과 일치하고, 25일은 23개 뉴스 중 15개(65%)가 사전 녹화였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게스트 출연 등 특수한 상황에 따라 뉴스 사전녹화를 진행한다. 컴퓨터그래픽(CG) 등의 효과가 들어가면 앵커 멘트도 미리 녹화한다”고 말했다. 사전녹화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게 처음인지에 대해선 “평소 관련 통계를 내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방송사 뉴스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메인 뉴스에서 3∼5개 정도를 사전 녹화하기도 하지만 생방송 뉴스의 대부분을 사전 녹화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제55조는 ‘시사, 보도, 토론, 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 중 일부가 사전 녹음, 녹화 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 앵커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오른쪽 상단에 ‘사전녹화’ 문구가 표시됐다. 하지만 다른 뉴스들에는 사전녹화 문구가 없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차렷, 경례!” “충성!” 25일 열린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온라인 제작발표회는 출연진의 우렁찬 경례로 시작됐다. 군 생활반을 연상시키는 세트장에 들어선 이들은 배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와 한준희 감독. 27일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총 6부작이다. DP는 군무이탈 체포전담조(Deserter Pursuit)를 말한다. 실제 우리나라 육군에 소속된 군사경찰 보직이다. 주로 조장과 조원이 2인 1조로 다니며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한다. 소수의 군인만 차출되는데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고 병영 밖을 돌아다닌다. 드라마는 DP에 차출된 이병 안준호(정해인)가 상병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가정 문제, 폭력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쫓으며 낯선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D.P.’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작 웹툰 ‘D.P 개의 날’(2015년)은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여기에 영화 ‘차이나타운’(2015년), ‘뺑반’(2019년)을 만든 한준희 감독과 대세배우 정해인 구교환 등 화려한 배우진이 가세했다. 드라마는 원작의 캐릭터와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 상병 계급으로 조장이던 준호를 드라마에선 이등병 조원으로 설정했다. 그 대신 새로운 조장 호열을 투입해 차분한 준호와 상반되는 능글맞은 선임으로 그려 적재적소에 유머를 넣었다. 실제 DP로 군복무를 마친 원작 웹툰 작가 김보통이 공동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배우들은 “남자들의 최고 악몽인 ‘두 번 군대 가는 꿈’을 꾸는 느낌일 것 같다”는 제작발표회 MC 박경림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생활반을 옮겨놓은 듯한 리얼한 세트장 등의 영향으로 극 중 캐릭터 이름이 아닌 자신의 본명으로 관등성명을 댄 배우들도 많았단다. 정해인은 “촬영 현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병 정해인’이라고 본명을 말해 NG가 난 적이 있다. 다시 훈련을 받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배우들의 숨은 노력도 빛을 발했다. 권투 이력으로 DP에 차출된 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촬영 전 3개월간 권투를 배웠다. 정해인은 “무술감독님이 원테이크로 찍기를 원해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구교환과 손석구는 DP 출신 지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헌병대에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 역을 맡은 손석구는 “나의 병사 시절을 기준으로 장교 캐릭터를 연기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군 복무 당시 부대 소대장이던 지인을 자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장교처럼 보일 수 있는가’ 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장면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스토리에 무게를 뒀다. 그는 “원작에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중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나 대사가 있는 에피소드와 인물들을 가져왔다. 건조하고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라면 저는 확장성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를 긍정이나 부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군대가 저랬구나’를 깨닫고 어떤 순간엔 아파하고 어떤 순간엔 극복하는 지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MBC ‘뉴스데스크’가 전체 뉴스의 80% 가량을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로 채워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생방송일 거라는 시청자 인식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6일 MBC노동조합(3노조)은 ‘창사 이래 처음 녹화물 70%, 시청자 기만한 뉴스데스크’라는 성명을 내고 “24일과 25일 뉴스데스크의 상당수 리포트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제작된 녹화물인데도 생방송 뉴스인 것처럼 방영됐다”며 “이는 MBC가 메인 뉴스를 진행하면서 오랜 세월 시청자와 쌓은 ‘생방송 뉴스의 원칙’을 무너뜨린 일”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24일 방송은 19개 뉴스 중 15개(79%), 25일은 23개 뉴스 중 16개(70%)가 앵커 멘트까지 사전 녹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본사는 확인 결과 24일 방송은 노조의 주장과 일치하고, 25일은 23개 뉴스 중 15개(65%)가 사전 녹화였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게스트 출연 등 특수한 상황에 따라 뉴스 사전녹화를 진행한다. 컴퓨터그래픽(CG) 등의 효과가 들어가면 앵커 멘트도 미리 녹화한다”고 말했다. 사전녹화 비율이 이처럼 높은 게 처음인지에 대해선 “평소 관련 통계를 내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방송사 뉴스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메인 뉴스에서 3~5개 정도를 사전 녹화하기도 하지만 생방송 뉴스의 대부분을 사전 녹화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규정 제55조는 ‘시사, 보도, 토론, 운동경기 중계 등의 프로그램 또는 그 내용 중 일부가 사전 녹음, 녹화 방송일 때에는 생방송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5일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 앵커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오른쪽 상단에 ‘사전녹화’ 문구가 표시됐다. 하지만 다른 뉴스들에는 사전녹화 문구가 없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차렷, 경례” “충성!” 25일 열린 한 온라인 제작발표회는 출연진들의 우렁찬 경례로 시작됐다. 군 내무반을 연상시키는 세트장에 들어선 이들은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한준희 감독.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6부작 드라마 ‘D.P.’를 알리는 자리였다. DP는 ‘Deserter Pursuit’(군무이탈 체포전담조)의 줄임말이다. 실제 대한민국 육군에 실제로 있는 헌병 보직인데, 주로 조장과 조원 2인 1조로 다니며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한다. 소수의 군인만이 차출되며, 임무를 위해 머리를 기르거나 사복을 입은 채 군대 밖을 다니기에 군필자들에게도 낯선 존재다. 이 드라마는 DP에 차출된 이병 안준호(정해인)가 상병 한호열(구교환)과 함께 가정문제, 폭력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넷플릭스지만 ‘D.P.’만큼은 기대작이라는 분위기다. 누적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원작부터 영화 ‘차이나타운’(2015년), ‘뺑반’(2019년) 등을 만든 감독, 대세배우 정해인 구교환 등 배우진 모두 화려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D.P 개의 날’(2015년)을 원작으로 한다. 다만 캐릭터는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 조장이던 준호를 상병이 아닌 이등병으로 설정했다. 대신 새로운 조장 호열을 투입해 차분한 준호와 상반되는 능글맞은 선임으로 그리며 적재적소에 유머를 가했다. DP로 군 복무한 경험을 살려낸 원작 작가 김보통이 공동 각본에 참여했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남자들의 최고 악몽인 ‘두 번 군대 가는 꿈’을 꾸신 느낌일 것 같다”는 제작발표회 MC 박경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무반을 옮겨다놓은 듯한 리얼한 세트장 탓에 극 중 캐릭터 이름 대신 본명으로 관등성명을 한 주조연 배우들도 많았다고 한다. 정해인은 “실제로 현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병 정해인’이라고 본명을 말해 NG가 난 적이 있다. 다시 훈련 받는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숨은 노력들도 있었다. 권투를 했던 이력 때문에 DP에 차출된 준호를 연기한 정해인은 촬영 전 3개월간 실제 권투를 배웠다. 정해인은 “무술감독님이 원테이크로 찍길 원하셔서 무더운 여름날 열심히 연습했다”고 했다. 구교환과 손석구는 DP 출신 지인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고증을 채워갔다. 헌병대에 새로 부임한 대위 임지섭 역을 맡은 손석구는 “제 병사 시절을 기준으로 장교 캐릭터를 연기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실제 군 복무 때 부대 소대장이었던 지인을 자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장교처럼 보일 수 있는가’ 등 거의 모든 씬을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 스토리에 무게를 많이 뒀다. 끄는 “원작에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나 대사가 있는 에피소드와 인물 중심으로 가져왔다. 건조하고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원작이라면 저는 확장성을 고민했다”고 했다. 이어 “군대를 긍정이나 부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저랬구나’를 깨닫고 어떤 순간은 아파하고, 어떤 순간에는 그럼에도 극복하는 지점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