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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로이스 미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이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공식 문서로 만들었다. 한미공공정책위원회(KAPAC) 이철우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로이스 위원장이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명시한 공식 문서(official record)를 보내 왔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스 위원장이 5월 19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재미한인지도자대회에서 밝힌 것으로, 미 정치권의 최고위급 인사가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말한 것을 공식 문서로 남긴 것은 처음이다. 이 문서는 재미한인지도자대회가 미국 의회, 대한민국 국회, 재미 한인 지도자 등 3자 회의로 진행됐다는 내용을 적시한 뒤 “하원 외교 위원장으로서 나(로이스 위원장)는 독도가 한국 영토라고 언급했다”(As Chairman of the House Foreign Affairs Committee I noted that Dokdo Island is South Korean territory)고 명기했다. 문서는 이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에게 위안부 이슈를 해결하고 교과서의 관련 내용을 바로잡는 데에서 떳떳하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하게 권고했다”라고 밝혔으며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사과할 기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는 부분도 포함했다. 이 회장은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미 의회 하원 외교위원장이 공식 확인한 만큼 미 의회에서 독도 문제를 보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와병설이 돌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1·사진)이 암에 걸렸다고 12일 공식 발표했다.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재임한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센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받은 간 수술 후 내 몸에 암이 있고, 다른 장기에도 전이됐다는 걸 알게 됐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추가 내용이 나오는 대로 다음 주에 더 자세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3일 에모리대 병원에서 간에 생긴 용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CNN은 “카터 전 대통령이 췌장암 가족력이 있으며 아버지와 형제 등 가족 중 4명이 이 병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휴가지에서 “그동안 보여준 결단력처럼 암을 이겨내길 기원한다”고 쾌유를 기원하는 성명을 낸 뒤 직접 카터 전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암 발병 소식을 대국민 보고 하듯 상세히 발표하자 자신의 건강 상태를 투명하게 밝히는 걸 불문율로 삼는 미국의 공인(公人) 문화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인이 한국인이어서 ‘한국 사위’로 통하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두 달 전 림프종암 발병 사실을 즉시 공개해 주 정부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항암치료 과정을 공개해 온 호건 주시자는 12일 “지난 5일간 3차 항암치료를 받았고 앞으로 세 번 더 받는다. 치료 기간 동안 다른 암 환자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어 뜻깊었다. 빨리 집무실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호건 주지사가 암 발병과 이후 치료 과정을 상세히 밝힌 것에 대해 “공인으로서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981∼1989년 재임)도 자신의 투병 사실을 밝혀 국민적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94년 11월 공개한 대국민 편지에서 “내가 최근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다. 공개 여부를 고민했지만 알리는 게 이 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제 내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작별 인사를 해 국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10년간 투병 후 2004년 서거했다. 글로벌 기업가 중에서도 소비자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공개한 경우가 적지 않다. 2009년 췌장암 발병 사실을 알리고 투병하다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대표적인 경우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016년 미 대선 주자들도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두 주자로 올해 68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4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일각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정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주치의의 검진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유령(ghost) 같은 도널드 트럼프 때문에 이렇게 전화할 시간도 없지만 최근 상황을 알리고 대책을 논의하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11일 오후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선거캠프의 선대본부장(campaign manager) 로비 무크(36·사진)의 목소리는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클린턴 전 장관의 4월 출마 선언 후 선거 전략을 실무 지휘하는 그는 이날 처음 ‘Team 16’(2016년 대선준비팀)으로 불리는 지지자 모임과 비공개 전화대책회의(콘퍼런스콜)를 마련했다. 그만큼 트럼프 돌풍 후 ‘힐러리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의 젊은 비밀병기’로 불리는 선거 전략가인 그는 미 전역에서 전화로 동시에 연결된 지지자 수천 명에게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며 총결집을 당부했다. 기자는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의 도움으로 여섯 자리 비밀번호를 받아야만 연결되는 전화대책회의를 참관할 수 있었다. 그는 6일 열린 공화당 TV 토론회를 거론하며 “그날 공화당 후보들이 보여준 지지부진한 모습이 공화당의 현재인데 트럼프 돌풍이 워낙 심해 판세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힐러리만의 특징을 각 지역 지지자들이 밑바닥에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의 특별 요청이라며 “공화당이 요즘 말하는 중산층 경제 활성화는 원래 민주당, 특히 힐러리의 정책이다. 공화당 정책은 구닥다리(out of date)다. 지지자 여러분의 사회적 네트워킹을 최대한 활용해 이 사실을 적극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미국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한 이유 중 하나가 ‘오바마 바람’에 휘말려 각 지역의 풀뿌리 조직을 제대로 결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무크 씨가 이날 전화회의에서 유독 “내년 대선은 풀뿌리 조직에 달렸다”고 여러 번 강조한 것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 지지자들은 “트럼프 돌풍 때문에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트럼프 이야기만 한다”며 강력한 ‘힐러리 이슈’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에 사는 제니퍼 크룬 씨는 “트럼프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 인도와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데 우리도 보다 강력한 어젠다가 있어야 주변에 홍보할 것 아니냐”고 따지듯 묻기도 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힐러리 진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비공개 전화회의’까지 기획한 것을 볼 때 조만간 반격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내년 1월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려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아이오와 주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힐러리 진영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10일 공개한 아이오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양자 대결에선 44% 대 40%로 간신히 이겼고,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와의 대결에선 43% 대 44%로 오차범위 내에서 졌다. 트럼프와는 43% 대 40%로 간발의 차로 이겼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기자는 새벽마다 ‘컹컹’ 소리에 잠을 깬다. 이웃 미국인들이 키우는 각종 반려견들이 동틀 무렵 일제히 짖어대기 때문이다. 셰퍼드, 시베리안 허스키, 도베르만부터 푸들까지 각양각색이다. 개 짖는 소리에 이어 주인들이 다그치는 소리가 따라온다. 이웃들의 새벽잠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컹컹’ 소리는 곧 잦아든다. 얼마 전 주말 저녁 동네 인근 공원에 이웃들이 모였는데 반려견들도 함께였다. 하나같이 목줄을 하고 나왔는데 특정 지점에 다다르자 주인들이 일제히 목줄을 풀었다. 그곳에는 ‘Off Leash’(줄 놓을 수 있음)라는 푯말이 있었다. 푸들을 데리고 나온 조시 게이브리얼 씨는 “자식 같은 반려견에게 답답한 목줄을 두르고 싶어 하는 주인이 누가 있겠느냐. 다만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지정된 곳에서만 줄을 푸는 게 철칙”이라고 했다. 주인들 손에는 배변 봉투가 한두 개씩 들려 있었다. 미국은 반려견 천국이다. 하지만 관련 규제와 불문율은 한국보다 엄격한 편이다. 나에게는 사랑스럽지만 타인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기를 수 없다면 아예 기르지 말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 유기견 방지 등 반려견 문화를 안내하는 TV 공익 광고에선 ‘Breed Responsibly’(책임 있게 길러라)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서비스 도그(Service Dog)’라고 불리는 맹인안내견을 빼고 반려견이 공공건물에 들어가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워싱턴 인근 공원 식당에서는 반려견 여러 마리가 주인이 식사를 마치길 기다리며 목줄을 한 채 얌전히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시끄럽게 짖을 경우 주인이 나와서 반려견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먹거리 등 소비재가 한국보다 저렴한 미국에서 유독 ‘개 값’이 비싼 것도 ‘책임 사육’을 강조하는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워싱턴 인근 매클린 시에 사는 자영업자 보 듀어 씨는 지난해 말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1000달러(약 118만 원)를 주고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샀다. 서울 중구 충무로 애견 거리에서 같은 견종이 30만 원인 것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것. 듀어 씨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이 반려견도 책임감 있게 기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 시내의 수많은 노숙인, 걸인 중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미국이 ‘반려견의 천국’이 되기까지는 이처럼 애견가들의 배려와 노력이 숨어있다. 이제 애견문화도 국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기자는 새벽마다 ‘컹컹’ 소리에 잠을 깬다. 이웃 미국인들이 키우는 각종 반려견들이 동틀 무렵 일제히 짖어대기 때문이다. 셰퍼드, 시베리안 허스키, 도베르만부터 푸들까지 각양각색이다. 개 짖는 소리에 이어 주인들이 다그치는 소리가 따라온다. 이웃들의 새벽잠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컹컹’ 소리는 곧 잦아든다. 얼마 전 주말 저녁 동네 인근 공원에 이웃들이 모였는데 반려견들도 함께였다. 하나같이 목줄을 하고 나왔는데 특정 지점에 다다르자 주인들이 일제히 목줄을 풀었다. 그 곳에는 ‘OFF LEASH’(줄 놓을 수 있음)라는 푯말이 있었다. 푸들을 데리고 나온 조시 가브리엘 씨는 “자식같은 반려견에게 답답한 목줄을 두르고 싶어 하는 주인이 누가 있겠느냐. 다만 공공장소에서는 타인에게 피해 줄 수 있으니 지정된 곳에서만 줄을 푸는 게 철칙”이라고 했다. 주인들 손에는 배변 봉투가 한두 개씩 들려 있었다. 미국은 반려견 천국이다. 하지만 관련 규제와 불문율은 한국보다 엄격한 편이다. 나에게는 사랑스럽지만 타인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기를 수 없다면 아예 기르지 말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다. 유기견 방지 등 반려견 문화를 안내하는 TV 공익 광고에선 ‘Breed Responsibly’(책임있게 길러라)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서비스 독(Service Dog)’이라고 불리는 맹인안내견을 빼고 반려견이 공공건물에 들어가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워싱턴 인근 공원 식당에는 반려견 여러 마리가 주인이 식사를 마치길 기다리며 목줄을 한 채 얌전히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시끄럽게 짖을 경우 주인이 나와서 반려견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먹거리 등 소비재가 한국보다 저렴한 미국에서 유독 ‘개 값’이 비싼 것도 ‘책임 사육’을 강조하는 문화와 무관치 않다. 워싱턴 인근 맥클린 시에 사는 자영업자 보 듀어 씨는 지난해 말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1000달러(118만 원)를 주고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샀다. 서울 중구 충무로 애견 거리에서 같은 견종이 30만 원인 것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것. 듀어 씨는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이 반려견도 책임있게 기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 시내의 수많은 노숙자, 걸인 중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미국이 ‘반려견의 천국’이 되기까지는 이처럼 애견가들의 배려와 노력이 숨어있다. 이제 애완견문화도 국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길게 제대로 쉰다. 그러나 국정의 끈은 놓지 않아 공백은 최소화한다.’ 8일부터 무려 16일간의 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휴가 사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름, 겨울 휴가 때 결코 백악관에서 머물지 않고 휴양지를 찾아 제대로 즐기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주요 국정 이슈를 챙기는 노하우를 보여주고 있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여름휴가 때 매사추세츠 주의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서 주로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서스비니어드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도 찾은 곳이다. 백악관 참모와 고교 친구들이 주로 라운딩 파트너이지만 10일에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도 골프를 쳤다. 골프 치는 시간 외에는 가족과 함께 휴가지 인근 식당을 찾거나 가벼운 파티를 즐기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을 통해 꾸준히 주요 국정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거나 미리 준비한 인터뷰를 시의적절하게 공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시작 다음 날인 9일 공영 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남은 임기 중 인종갈등 문제를 포함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해 하반기 국정 운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같은 날 CNN과의 인터뷰에선 이란 핵 협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두 인터뷰 모두 휴가 전인 5일에 제작된 것이다. 장기 휴가 중 이란 핵 협상 등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이 거세질 것에 대비한 ‘부재중 포석’인 셈이다. 10일에는 인터넷 매체인 ‘믹(MIC)’의 제이크 호로위츠 운영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동영상 질문에 답하며 이란 핵 협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란이 핵 합의에 따라 행동하고 이웃 국가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도 이번 핵 합의를 환영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인터뷰 역시 휴가 출발 전인 6일에 제작됐다. 백악관 공보실 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중이지만 백악관은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 주요 보좌진은 정상 근무 중이며 매주 일요일 발표하는 주례 라디오 연설도 휴가 중에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 1주기(9일) 행사가 폭력으로 얼룩지며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9일 오전까지 평화롭던 시위는 브라운의 친구인 흑인 청년 타이런 해리스 주니어가 시위 도중 경찰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지면서 폭력으로 번졌다. 경찰 3명을 포함해 6명이 다쳤고 시위대 6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대는 10일 퇴근 시간대에 퍼거슨 시를 관통하는 70번 고속도로의 양쪽 차도를 막아서며 “(흑인이 차별받는) 퍼거슨은 미 전역에 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30여 분 만에 별다른 충돌 없이 시위는 끝났고 11일 오전까지 ‘긴장감이 흐르는 평온한 상태’라고 현지 언론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앤드 디스패치가 전했다. 지난해 소요 사태 당시 큰 피해를 본 이 지역 한인들은 아직까지는 별 피해가 없는 것으로 주미 한국대사관 측은 파악하고 있다. 시위대는 브라운 추모 기간(9∼15일)에 계속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퍼거슨 시를 관할하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행정 책임자인 스티브 스텡어는 10일 “최근의 폭력은 지난해 퍼거슨 사태를 겪은 뒤 피곤함도 잊고 새롭게 도시를 세우려던 지역 공동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은 즉각 퍼거슨 시 통제에 들어갔다. 해리스가 총에 맞은 경위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경찰은 “해리스가 먼저 경찰에게 총을 쐈다”고 밝혔고, 해리스 가족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총을 맞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해 퍼거슨 사태 후 경찰의 보디캠(몸에 부착하는 카메라) 착용 의무화 등 가시적인 조치를 마련했던 미 연방정부는 폭력 사태에 단호히 대응할 방침이다.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은 이날 “퍼거슨 지역 공동체를 겨냥한 폭력을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각종 막말로 화제를 일으키며 미국 대선 정국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막말로 부메랑을 맞았다. 6일 첫 공화당 대선 주자 토론회에서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등 공격적 발언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던 트럼프는 토론이 끝난 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진행자 메긴 켈리(폭스뉴스 앵커)에게 폭탄 발언을 쏟아냄으로써 ‘뒤끝’을 드러냈다. 켈리는 토론회에서 트럼프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문제 삼는 질문을 했었다. 트럼프는 토론회 직후 트위터에 “이번 토론회의 최대 패자는 켈리”라고 주장하더니 7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토론회를 진행하던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다른 어디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blood coming out of her wherever)”이라고 말했다. 켈리가 ‘월경 증후군’ 때문에 자신을 괴롭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이었다. 발언이 알려지자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트럼프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체 유권자의 53%인 여성을 모욕한 그의 발언은 잘못됐을 뿐 아니라 유권자의 표를 모을 수도 없는 말”이라고 비난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트위터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발언”이라고 했고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기본적인 품위도 없는 심각한 인격 부족”이라고 몰아붙였다. 논란이 가열되자 트럼프는 뒤늦게 자신의 트위터에 “‘다른 어디(wherever)’라는 표현은 ‘코’를 뜻하는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반발만 더 샀다. 폭스뉴스 소유주이자 트럼프와 가까운 루퍼트 머독조차 트위터에 “내 친구 도널드는 (발언으로 논란이 생기는) 이런 상황이 공인의 생활이라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보수단체 ‘레드스테이트’는 8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사로 트럼프를 초청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레드스테이트의 에릭 에릭슨 대표는 “아무리 직설적인 논객이거나 비전문적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밝혔다. 막말 파문의 여파로 트럼프 캠프의 핵심 참모인 정치 컨설턴트 로저 스톤이 이탈하는 등 선거캠프 내분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자문 출신으로 공화당의 전설적인 선거 전략가인 스톤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나를 해고한 게 아니라 내가 트럼프를 해고했다”며 “그에게 켈리 관련 논란은 미친 짓이니 그만하라고까지 조언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돌풍은 ‘거품’이 아니었다. 2016년 미국 대선 초기 지형을 가늠할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 주자 TV 토론회가 6일 오후(현지 시간) 미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내 농구경기장인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렸다. 트럼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17명의 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 상위 10명만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인공은 단연 트럼프였다. 토론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으면 거품이 곧 꺼질 것이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젠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작부터 다른 주자들의 공격이 트럼프에 맞춰졌지만, 그는 예봉을 요리조리 피하며 미 전역에 생중계된 토론회를 즐겼다. 여론조사 1위로 무대 정중앙에 선 트럼프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후보는 손을 들라”는 진행자의 첫 질문에 유일하게 손을 들었다. 객석에서 환호와 야유가 터졌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내가 아닌 다른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는 (경선 결과 승복) 약속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선 패배 시 제3당 또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트럼프는 자신이 주도한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에 비유했던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이를 언급하기 전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던 문제”라며 “미국의 어리석은 정치인들이 불법 이민 문제를 잘 다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이 큰 목소리로 “당신은 그동안 정치인을 매수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자 “당신한테도 많은 돈을 주지 않았느냐”고 폭로하기도 했다. 2, 3위 주자인 부시 전 주지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히스패닉 불법 이민에 대해 “그들은 불법 이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옹호했지만 반응은 밋밋했다. 미 현지 언론은 트럼프 돌풍이 더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CNN은 “이미 앞서 나가는 트럼프가 첫 TV 토론에서 폭발적인 토론을 했다. 트럼프의 ‘리얼리티쇼’가 굉음을 울렸다”고 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처음부터 불꽃 튀는 공방이 벌어졌는데 트럼프가 물러서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원맨쇼’에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토론회 도중 긴급 이메일 보도자료를 내고 “나는 더이상 의미 없는 토론회를 보지 않겠다”며 ‘시청 중단’을 선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여겼던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돌풍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미 서퍽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처음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제치더니 4일 공개된 CBS방송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성향 유권자에게서 23%의 지지율을 얻어 부시(13%),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0%)를 여유 있게 제쳤다. 미국 사회는 처음엔 트럼프 특유의 막말을 쇼맨십 정도로 여기는 듯했지만 분명한 대세론을 형성하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놀라는 눈치다. 특히 워싱턴 정가에서 만난 주류 미국인들은 더욱 그렇다. 대사를 지낸 한 고위 공무원은 “요즘 우리끼리 이란 핵협상 빼고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게 트럼프 인기의 비결”이라고 전했다. 미 현지 언론은 지금까지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억눌렸던 백인 주류 사회를 대변하고 있다” “카리스마형 언행이 주목을 끌고 있다”는 그 나름의 분석을 내놨지만 트럼프 현상이 장기화되자 이젠 서서히 기성 정치의 문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오바마 정부 들어 더욱 심각해진 민주, 공화당 간의 갈등과 ‘정치’의 실종으로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적 인내가 다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그런 것이다. 마치 2012년 한국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정치에 절망한 한국 사회가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냈듯 워싱턴 정치권에 실망한 미국 사회가 돈키호테 같은 트럼프에게서 일종의 대안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역사학자인 바드대 이언 부루마 교수는 3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라는 온라인 매체에 올린 기고문에서 “직업 정치인에게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트럼프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는 근래의 여론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정부와 정치권을 신뢰하고 있다는 응답은 1960년대 조사 시작 후 가장 낮은 수준인 24%에 머물고 있다. 6일 첫 공화당 대선 주자 토론회를 계기로 트럼프 현상의 지속 여부가 판가름 나겠지만 지금까지의 돌풍만으로도 미국식 정치 시스템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7년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권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승헌·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어, 이건 내게 필요한 서비스네. 백악관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여기서 살 수 있네요.” 4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내 국빈만찬장. 정상회담 후 대형 연회가 주로 열리는 곳이지만 이날은 미 전역에서 엄선된 30여 개의 유망 중소기업 대표들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중 ‘파트픽’이란 업체가 전시하고 있는 ‘화상 제품 주문 서비스’에 유독 관심을 보였다. ‘파트픽’은 나사, 전구 부품 등을 교체하려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면 이 제품의 이름과 규격, 판매업체 등 상세 정보를 즉시 제공해 주는 서비스. 오바마 대통령은 신기한 듯 서비스를 체험한 뒤 “얼마 전 집무실 가구에서 나사가 하나 빠졌는데 이 서비스로 구매해 봐야겠다”며 이 회사의 주얼 버크스 대표에게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요청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데모 데이’ 행사가 처음 열렸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중소기업들이 대통령 앞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시연하고 대기업과 벤처투자회사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백악관에서 가장 큰 공간 중 하나를 몇 시간 동안 내준 것이다. 2009년 취임 후 줄곧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판 창조경제’의 생생한 현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소기업 대표들과 1시간 넘게 만나 상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제품을 사용해 봤다. 백악관은 이 장면을 홈페이지로 실시간 생중계하며 오바마 정부의 창업 지원 의지를 부각시켰다. 이날 행사에는 20대에 교통사고로 18개월 가까이 의식을 잃었다가 기적적으로 재활해 정보검색 업체를 차린 전직 여성 해병대원, 노인들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션 센서’ 기술을 이용한 동선 관리 프로그램을 내놓은 대학교수 등 ‘창업 천국’ 미국의 주인공들이 모여 관심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과 만난 뒤 20여 분간의 연설에서 “도전적인 창업과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지금의 미국을 가능케 했다”며 “중소기업 창업 지원을 위해 대기업과 연방 기관이 더욱 과감히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12개 글로벌 선도기업이 중기 창업 지원을 위한 투자 및 멘토링 프로그램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구글, 아마존처럼 혁신형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기업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창업 비법을 전수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여기에 국방부, 국토안보부, 국가안보국(NSA) 등 연방 기관은 선별 작업을 거쳐 보안 전문 중소기업들이 정부 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제공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5년간 창업이 미국 전체 일자리 창출의 40%를 차지해 왔다”며 중소기업 육성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체 혁신형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은 3%, 흑인 등 소수 인종은 1%에 불과하다”며 “더 활발한 창업을 위해 여성과 소수 인종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제2의 스티브 잡스는 스테퍼니(여성 이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이 성공 창업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단순히 창업 지원 방안 발표에 그치지 않고 내년 이맘때 두 번째 ‘데모 데이’ 행사를 열어 1년간의 성과를 점검할 계획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부통령(사진)의 대선 출마를 서서히 부추기는 모양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3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하면 강한 소신을 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아예 “바이든 부통령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의) 활발한 대결이 민주당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최선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를 띄우는 것은 최근 하락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독주하는 민주당 경선에 유권자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초반 대선 정국을 주도하자 ‘힐러리 카드’만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중론이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호감도는 37%로 한 달 전 같은 조사의 44%보다 7%포인트 줄었다. 트럼프 돌풍을 맞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도 27%에서 26%로 감소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클린턴이든 바이든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해야 퇴임 후에도 오바마케어 등 자신의 업적을 지켜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3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지지율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51%로 1위였고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2%, 바이든 부통령이 13%였다. 트럼프는 6일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첫 공화당 대선 주자 토론회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3일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유니언 리더’ 등 지역 언론사 주최로 열린 공화당 대선 주자 토론회에 불참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없어서 좌담회가 맥이 빠졌다”고 평가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호텔 앞. 50대의 한국인 남성 관광객이 점심 식사 후 호텔 정문 앞에서 담배를 꺼내 물다 도어맨 훌리오 마르티네스 씨의 제지를 받았다. 이 관광객도 건물 내에서 금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밖으로 나와서 피웠지만 도어맨은 “건물 밖에서도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피워야 한다”며 정문 옆 지정 흡연 장소를 안내해줬다. 마르티네스 씨는 “아시아 국가 중 특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호텔 인근에서 담배를 피워 자주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들은 아직도 미국의 흡연 관련 법규와 에티켓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담배 피우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갈수록 흡연자들이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인 CVS가 담배 판매를 전격 중단했을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국 성인의 흡연자 비율은 17.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금연 공간을 무시하고 있다. 워싱턴의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 인근은 장시간의 비행을 마친 뒤 참았던 담배를 피우려는 한국인들로 자주 북적인다. 특히 출입문 주변에 많은 편인데, 공항에서는 지정된 곳 외에는 흡연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종종 공항 관계자들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충돌하는 장면이 목격된다. 덜레스 공항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13시간 넘는 비행을 마친 관광객들이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담배를 피우려다가 공항 경찰에게 적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주변 골프장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한국인들이 눈에 띈다. 골프장은 클럽하우스 주변이나 재떨이가 설치된 곳에서 흡연을 허용하지만 푸른 잔디밭 한가운데서 담배를 피우다가 관리 요원들에게 걸리는 한국인이 아직도 많다. 골프장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미국 관리인들은 화재를 우려한다. 미국인들도 종종 골프를 치다가 흡연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이 적은 시가를 피운다. 한인들이 자주 찾는 워싱턴 인근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담배로 대형 화재가 난 적은 없지만 봄이나 여름처럼 건조할 때는 더욱 주의를 당부하게 된다”며 “한인들이 하도 담배를 자주 피워 한글로 ‘담배는 지정된 곳에서만’이라는 간판을 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내가 아는 한인 교포는 담배를 피우려고 휴대용 재떨이를 갖고 다니는 것을 봤다”며 “한국의 국격에 맞게 담배도 주변을 배려해 즐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다가 미국인들의 눈총을 사는 한인들도 줄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교민은 “공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승용차나 택시에 오르는 순간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그냥 던지고 사라지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미국인들이 쳐다보면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거나 어디엔가 숨고 싶다”고 말했다.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침이나 가래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한국인들도 여전히 목격된다. 한 미국인은 “담배를 피우면서 가래침을 뱉는 것은 그 사람의 인성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호텔 앞. 50대의 한국인 남성 관광객이 점심 식사 후 호텔 정문 앞에서 담배를 꺼내 물다 도어맨 훌리오 마르티네즈 씨의 제지를 받았다. 이 관광객도 건물 내에서 금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밖으로 나와서 피웠지만 도어맨은 “건물 밖에서도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피워야 한다”며 정문 옆 지정 흡연 장소를 안내해줬다. 마르티네즈 씨는 “아시아 국가 중 특히 한국 관광객들이 호텔 인근에서 담배를 펴 자주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국에 도착한 한국 관광객들은 아직도 미국의 흡연 관련 법규와 에티켓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담배 피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갈수록 흡연자들이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의 의약품 유통업체인 CVS가 담배 판매를 전격 중단했을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국 성인의 흡연자 비율은 17.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금연 공간을 무시하고 있다. 워싱턴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미국 흡연자가 예전보다 대폭 줄어 담배를 피우는 외국인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가 훨씬 더 따가워졌다”며 “특히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꺼내드는 외국인 흡연자들은 집중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 인근에는 장시간의 비행을 마친 뒤 참았던 담배를 피려는 한국인들로 자주 북적인다. 특히 출입문 주변에 많은 편인데, 공항에서는 지정된 곳 외에는 흡연이 제한되어 있다보니 종종 공항 관계자들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충돌하는 장면이 목격된다. 덜레스 공항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13시간 넘는 비행을 마친 관광객들이 공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담배를 피려다가 공항 경찰에 적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주변 골프장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한국인들이 눈에 띈다. 골프장은 클럽하우스 주변이나 재떨이가 설치된 곳에서 흡연을 허용하지만 푸른 잔디 한 가운데서 담배를 피우다가 관리 요원들에게 걸리는 한국인들이 아직도 많다. 골프장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미국 관리인들은 화재를 우려한다. 미국인들도 종종 골프를 치다가 흡연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이 적은 시가를 핀다. 한인들이 자주 찾는 워싱턴 인근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담배로 대형 화재가 난 적은 없지만 봄이나 여름처럼 건조할 때는 더욱 주의를 당부하게 된다”며 “한인들이 하도 담배를 자주 피워 한글로 ‘담배는 지정된 곳에서만’이라는 간판을 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내가 아는 한인 교포는 담배를 피려고 휴대용 재떨이를 갖고 다니는 것을 봤다”며 “한국의 국격에 맞게 담배도 주변을 배려해 즐겨야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다가 미국인들의 눈총을 사는 한인들도 줄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교민은 “공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승용차나 택시에 오르는 순간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그냥 던지고 사라지는 한국 관광객들을 미국인들이 쳐다보면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고 말하거나 어디엔가 숨고 싶다“고 말했다.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침이나 가래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한국인들도 여전히 목격된다. 한 미국인은 ”담배를 피면서 가래침은 뱉는 것은 그 사람의 인성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돌풍은 이번 주에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공화당의 첫 대선 주자 토론회가 6일 예정대로 열리기 때문이다. 미 전역에 생중계되는 이번 토론회의 중심인물은 단연 트럼프가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토론회 직전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화당 주자 17명 중 7명을 탈락시키고 10명만 참석시키는데, 여기서도 트럼프가 1위를 하면 토론회장 한가운데 앉게 된다. 다른 주자들은 지지율 순서대로 1위 주자를 부채꼴 모양으로 둘러싼다. 다른 공화당 주자들은 이번 기회에 트럼프의 막말 논란과 정책 능력의 한계를 들춰내겠다며 검증 공세를 벼르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한 달 정도는 잘나갈 수 있다”며 트럼프 돌풍이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트럼프가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한 점을 거론하며 “분명하고도 강력하게 반박하겠다”고 했고,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토론회를 거치며) 트럼프도 다른 주자들처럼 부침을 겪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2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직전까지는 사업가였지만 이젠 사업가가 아닌 정치인”이라며 “어떻게 미국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지 유권자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등 막말과 기행 논란에 대해선 “내가 먼저 (상대 주자들을) 공격한 게 아니라 그들이 공격하니까 되받아친 것일 뿐”이라며 “토론회에선 경쟁자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돌풍이 계속되는 배경 중 하나로 이른바 ‘트럼프이즘’을 꼽으며 쉽게 돌풍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했다. 트럼프가 누구보다 확신에 찬 어조로 대선 정국을 휘젓고 있다 보니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강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있으며, 이는 지지율 고공 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요인이라는 것. 트럼프는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 실시해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 19%의 지지율을 기록해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5%),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4%)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해병대가 미군에서 처음으로 차세대 전투기 F-35의 실전 배치를 선언했다. 한국 공군이 2017년 차세대 전투기로 40대(대당 1200억 원)를 도입하기로 한 F-35는 그동안 엔진 결함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미 해병대는 “애리조나 주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 121전투공격편대에 배속된 F-35B 전투기 10대가 최근 실전 배치에 필요한 초도작전능력(IOC)을 충족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F-35는 신속한 발진과 수직 착륙이 가능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F-35B는 F-35 계열 전투기 중 해병용으로 부분 변경된 기종이다. 조지프 던퍼드 해병대 사령관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달 17일까지 5일간 진행된 작전준비검사(ORI)를 거쳐 초도작전능력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해 실전 배치 결정을 내렸다”며 “이 전투기가 앞으로 해병 전술항공 부문에서 AV-8B 해리어, F-18 호닛 등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총 3911억 달러(약 420조 원)를 들여 향후 20년간 미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F-35 전투기 2443대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군 일각에선 F-35의 성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실전 배치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 장치와 엔진 등에 잇따라 결함이 발생했고 올 4월 미 의회는 F-35 엔진을 신뢰할 수 없다는 감사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군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인 F-35 도입에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F-35가 해외 미군기지로는 처음으로 일본에 2017년 배치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군은 F-35B 전투기 10대를 2017년 일본 야마구치(山口) 현 이와쿠니(巖國) 시의 미 해병대 기지로 옮길 예정이다. 교도통신도 미 해병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와쿠니에 처음으로 F-35가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북한이 2012년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했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내부의 증·개축 공사를 끝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나왔다. 이는 북한이 곧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 존스홉킨스대 산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28일(현지 시간) 최근 촬영한 민간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올해 봄부터 진행돼 온 동창리 발사대 주변의 증·개축 공사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또 “로켓 부품을 발사대로 운반하는 이동식 지원 플랫폼과 새로운 발사 지원 건물도 완공됐으며, 발사 지원 건물 안에 우주발사체(SLV)와 탑재부가 준비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올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즈음해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한편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28일 뉴욕 북한대표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0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규모의 성대한 기념식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북한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항시 있었던 만큼 상황이 발생하면 아주 합당한 대응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미국 사람들이 한국 정부의 친(親)중국 성향에 대해 의구심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 워싱턴에 와보니 이를 절감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에겐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한국이 중국 등과 많은 교류를 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보는 시각이 미국에 있다”고 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자칫 외교적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표현을 쓴 것은 막상 미국에 와서 한중 관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를 접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와 함께 온 새누리당 중진 의원도 기자에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일 갈등 장기화 등을 거론하며 “이러다간 한미 관계가 큰일 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에 올 때마다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이미 신문들이 보도를 통해 워싱턴에서 느끼는 한미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음을 귀가 따갑게 울렸는데 이제서야 느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미 동맹이 우려되는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 느끼는 것처럼 ‘한 줄기 빛이 들어올 틈 없이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김 대표는 불과 9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은 시 주석의 단호한 북핵 부정 원칙에 대해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한중이 ‘한마음 한뜻’이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번 미국 발언을 접한 중국으로서는 고개를 갸웃할 대목이다. 미중 사이를 오간 김 대표의 ‘양다리식 발언’은 주요 2개국(G2) 사이에서 한국이 지혜롭게 중장기적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교적 수사라고 할 수 없는 거친 언사야말로 한국 지도층의 외교 전략 부재를 보여준 방증인 것 같아 씁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의 우선순위를 거론하며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27일(현지 시간) 워싱턴 인근의 한 식당에서 가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에서 (중국과 가까워지는 한국을) 의구심을 갖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은 유일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동맹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김 대표는 친중(親中) 성향 아니냐’는 워싱턴 일각의 시각을 의식한 언급”이라고 평가했다. 한일 관계 관련 발언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후 10시경 수행기자단 버스에 예고 없이 올라탄 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같이 갈 수는 없는지, 일본이 어떻게 해야 한국이 마음을 풀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미 외교안보전문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에서도 “일본과의 치욕적인 역사에 대해 잊지 못하고 있는 국민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우드로윌슨센터 연설에서 “그동안의 전략적 인내를 넘어 창의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미가 논의해야 한다”며 기존 6자회담을 넘어설 수 있는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해진 일정을 마친 뒤 술자리 등을 피하며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내가 머리가 나빠 제대로 준비해 나간다고 새벽 2시까지 자료를 봤다”며 “그런데도 오늘 연설에서 상당히 헤맸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워싱턴=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이승헌 특파원}
케냐에 이어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인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화석을 직접 만져보는 호사를 누렸다. ‘루시’로 불리는 이 화석은 1974년 에티오피아 북부 아파르에서 출토된 것으로 신장 1m가량의 20세 전후의 여성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완벽한 형태의 초기 인류 조상 유골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대통령 궁전에서 열린 만찬에 앞서 궁전 안에 전시된 루시 화석을 관람할 기회를 가졌다. 이 화석은 원래 철저한 보안 속에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이날은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특별히 궁전으로 옮겨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람 도중 동행한 제레세네이 알렘세지드 미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관장 등의 권유로 별다른 제지 없이 루시 화석을 손가락으로 슬쩍 만져봤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얼마나 오바마 대통령을 환대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화석 관람을 마친 뒤 만찬에서 “에티오피아 사람이나 미국인이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은 우리가 이런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