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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이라는 개념을 확립하면서 전천후 선수도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선수 위치에 관한 규칙이 존재함으로써 각 팀은 확실히 더욱 유연하고 흥미로운 전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 국제배구연맹(FIVB) 경기 규칙규칙을 제대로 적용한다면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제는 9인제 배구처럼 ‘로테이션 개념’이 없는 배구가 더 이상해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 말입니다.그런데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안방 팀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이 맞붙은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남자부 경기처럼 ‘선수 위치에 관한 규칙’을 잘못 적용하면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팀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도대체 로테이션이라는 개념은 뭐고, 선수 위치에 관한 규칙은 또 무엇일까요? 초보 배구 팬들께 도움을 드리는 차원에서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FIVB 경기 규칙 본문에는 로테이션(rotation)이라는 낱말이 총 15번 등장합니다. 그중 제일 먼저 이 낱말이 나올 때는 ‘taking turns to serve’(서브를 넣는 순서)라는 표현이 따라옵니다. 이어 7.3.1, 7.3.2를 통해 이 개념이 무엇인지 보충 설명합니다.“각 팀 선발 라인업은 코트에서 선수들의 순환적인 순서를 나타내는 것이며 해당 세트 동안에는 이 순서를 유지해야 한다.” ─ FIVB 경기 규칙 7.3.1“매 세트 시작 전 각 팀 감독은 라인업 용지 또는 전자장치를 통해 선발 라인업을 제출해야 한다. (후략)” ─ FIVB 경기 규칙 7.3.2이어서 7.3.5에 위치(positions)에 관한 규칙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코트에 있는 선수들 위치가 라인업 용지에 쓴 위치와 다를 경우 아래처럼 처리한다.” ─ FIVB 경기 규칙 7.3.5그러니까 각 팀 감독은 라인업 용지에 선수들 위치를 적어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FIVB 경기 규칙 7.4.1은 선수 위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네트 근처 선수 세 명은 전위 선수로 4번(전위 왼쪽), 3번(전위 중앙), 2번(전위 오른쪽) 위치에 자리한다. 나머지 선수 세 명은 후위 선수로 5번(후위 왼쪽), 6번(후위 중앙), 1번(후위 오른쪽)에 위치하게 된다.” ─ FIVB 경기 규칙 7.4.1.1, 7.4.1.2이 정의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이 자리는 서브 순서를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세트를 시작할 때 ①번 선수가 제일 먼저 서브를 넣고, 이어서 ②번 선수가 서브를 넣은 다음 … ⑥번 선수까지 서브를 넣고 나면 다시 ①번 선수가 서브를 넣는 겁니다. 그리고 서브를 넣는 선수(서버)가 바뀔 때마다 선수는 아래 그림처럼 자리를 한 칸씩 이동합니다.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냥 서버가 ①번 위치에 오도록 시계 방향으로 한 칸씩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선수 위치에 관한 규칙’은 기본적으로 서브 때 이 위치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입니다.“서버가 공을 때리는 순간 서버를 제외한 양 팀 선수는 로테이션 순서에 따라 자기 팀 코트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 FIVB 경기 규칙 7.4만약 서브 순간 엉뚱한 위치에 있게 되면 ‘위치 반칙’ 그러니까 포지션 폴트(positional fault)를 저지르게 됩니다. 위치 반칙을 범하지 않으려면 아래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됩니다.먼저 후위 선수는 대응(corresponding) 전위 선수보다 센터라인 뒤쪽에 자리해야 합니다. 후위 왼쪽 선수는 전위 왼쪽 선수보다, 후위 중앙 선수는 전위 중앙 선수보다, 후위 오른쪽 선수는 전위 오른쪽 선수보다 뒤쪽에 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전·후위 모두 왼쪽 선수는 중앙 선수보다, 중앙 선수는 오른쪽 선수보다 왼쪽에 자리해야 합니다.이때 앞뒤, 좌우 기준를 평가하는 기준은 ‘발’입니다. 그냥 한 발 그것도 일부만 전후좌우에 자리 잡고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까 후위 선수는 한쪽 발 일부라도 전위 선수보다 뒤에 있으면 되고, 마찬가지로 왼쪽 선수는 중앙 선수보다 한쪽 발 일부라도 왼쪽에 있으면 되는 겁니다.이렇게 규칙이 느슨하기 때문에 아래처럼 자리를 잡아도 포지션 폴트가 아닙니다.①번 선수는 ②번 선수보다, ⑥번 선수는 ③번 선수보다 ⑤번 선수는 ④번 선수보다 뒤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후위는 ①번 - ⑥번 - ⑤번, 전위는 ②번 - ③번 - ④번 순서를 지키고 있습니다.한국전력은 이날 1세트 16-16 상황에서 실제로 이렇게 자리를 잡았습니다.그리고 우리카드 알렉스가 서브를 넣는 순간 이렇게 공격 대형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포지션 폴트를 선언한 건 오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심판도 이 상황에서 헷갈릴 소지가 있기는 했습니다. 다른 팀 같으면 이런 로테이션 순서일 때는 ②번 자리에 있는 러셀(레프트)이 서브 리시브 라인에 합류하고 ③번 안요한(센터)이 빠지는 형태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전력은 러셀 대신 센터가 서브 리시브에 가담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형태와 다르게 섰습니다.이때 한국전력이 포지션 폴트를 범했다고 잘못 지적한 건 최재효 부심이었습니다. FIVB 경기 규칙 24.3.2.2는 서브를 받는 팀(리시빙팀) 포지션 폴트는 부심이 판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거꾸로 서브를 넣는 팀(서빙팀) 포지션 폴트 여부는 주심 소관 사항입니다(FIVB 경기 규칙 23.3.2.3) 그래서 같은 세트 13-13 상황에서는 권대진 주심이 포지션 폴트를 선언해야 했습니다. ②번 자리에 있어야 할 신영석과 ③번 자리에 있어야 했던 황동일이 자리를 바꾼 상태이기 때문입니다.원칙적으로 포지션 폴트는 서버가 공을 때리는 순간을 기준으로 판정해야 합니다. 한국 프로배구에서는 서버가 공을 띄우면 미리 움직이는 선수도 많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 역시 규칙 위반입니다.최근 사석에서 만난 김건태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본부장은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판정을 강화하고 싶다”고 사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역 심판 시절 ‘코트의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 본부장은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순간 발목이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냉정하게 말해 우리카드는 이날 전적으로 포지션 폴트 오심 때문에 패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어려운 경기력을 선보인 게 사실. 그렇다고 해도 1세트 승패가 바뀌었다면 또 경기 분위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래서 ‘운용의 묘’가 아쉽습니다.KOVO는 지난해 12월 12일 여자부 KGC인삼공사-현대건설 경기 3세트 도중 나온 네트터치 오심에 대해 “8월 10일 기술위원회에서 합의한 ‘리플레이를 선언하지 않는 스페셜 케이스’에 해당한다”면서 “경기 진행 중 네트 터치 등의 사유로 경기가 중단되어 비디오 판독을 통해 오심으로 판독이 된 경우, 해당 플레이가 누가 보더라도 플레이를 이어갈 상황이 아니고 아웃 오브 플레이가 되는 상태라면 리플레이를 진행하지 않고 득점 혹은 실점으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이 조항을 준용(準用)하면 이 상황도 조금 더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블루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의 새로운 시즌 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한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제주도에 훈련캠프를 차린 뒤 2주 일정을 마치고 21일 서울로 돌아왔다. 프로야구 한화 시절 팀 후배였던 이태양(SK), 장민재와 함께 6일 제주 서귀포시에 도착한 류현진은 올해 전담 트레이닝을 맡게 된 장세홍 코치와 함께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장 코치는 “초반에는 눈이 많이 와서 2, 3일 정도 캐치볼만 했다. 이후에는 날이 풀려서 70m 롱토스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론토 이적 첫해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한 류현진은 10월 2일 귀국한 뒤 11월 중순부터 2021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장 코치는 “류현진이 웨이트 트레이닝 등 기본적인 훈련을 충실하게 마쳤다. 1월부터는 투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23일부터 서울에서 몇 차례 더 투구 훈련을 진행한 뒤 2월 초에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2월 중순에 시작한다. 미국이 모든 입국자에 대해 자가격리를 의무화한다고 해도 현재 일정상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최근 류현진에게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토론토는 오프 시즌 자유계약선수 야수 최대어로 꼽히는 외야수 조지 스프링어와 구원 투수 커비 예이츠, 타일러 챗우드 등과 계약해 류현진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보강이 없는 선발 투수 영입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 CBS방송은 “토론토가 트레버 바워 영입전에 여전히 발을 담그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바워는 지난해 신시내티 선발 투수로 5승 4패,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CBS는 “토론토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선발진에는 여전히 구멍이 많다”며 “게다가 연봉 총액도 여유가 있다. 바워와 1년간 8000만 달러(약 883억 원)에 계약을 맺는다고 해도 사치세를 피할 수 있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바워에게 조금 더 과감하게 오퍼를 해도 좋다는 뜻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GS칼텍스가 현대건설을 물리치고 5연승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주전 레프트 강소휘(24)의 부상 때문이다. GS칼텍스는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안방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3-1(25-23, 25-17, 26-28, 27-25)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승점 37을 기록한 2위 GS칼텍스는 선두 흥국생명(승점 46)을 승점 9 차이로 추격했다. 강소휘는 3세트 24-24 상황에서 블로킹 시도 이후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접질렀다. 강소휘는 그대로 코트 위에 쓰러지면서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들것에 실려 코트를 떠났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일단 아이싱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GS칼텍스는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4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강소휘가 복귀하지 못한다면 GS칼텍스로서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한편 남자부 안산 경기에서는 선두 대한항공이 2위 OK금융그룹에 3-0(25-21, 25-19, 26-24) 완승을 기록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대한항공에 합류한 요스바니(30·쿠바)는 2세트에 코트에 들어서 5점(공격 성공률 66.7%)을 올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대시(dash). 한국 고교 과정에 해당하는 ‘아치미어 아카데미’ 재학 시절 친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 이 별명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모스 부호에서 쓰는 선(─) 기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7년 펴낸 자서전 ‘아빠, 약속해줘요(Promise Me, Dad)’에서 “당시 나는 말을 너무 심하게 더듬어서 꼭 ‘··· ─ ─ ─’이라고 모스 부호로 말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두 번째는 ‘질주한다’는 뜻이었다. 미식축구부에서 러닝백(직접 공을 들고 뛰는 포지션)으로 활약한 바이든 대통령은 3학년 때 터치다운 10개를 기록하면서 모교에 8전 전승 기록을 선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책에 “스포츠는 내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말하기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면서 “내가 아무리 말을 심하게 더듬어도 ‘지금 나한테 패스해’라는 말을 못 알아듣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미식축구 명문 델라웨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됐다. 그러나 전체 688명 중 506등에 그친 학업 성적 때문에 결국 선수 생활을 포기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대에 진학한 뒤 첫 번째 연습에서 팀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건 그저 운동 능력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팀은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신사로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스포츠는 바이든 대통령을 신사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희망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해줬다. 1972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절망에 잠겨 있을 때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피츠버그에서 보낸 사인볼을 보면서 활짝 웃는 두 아들을 보고 ‘나도 이제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스포츠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운동 시절 바이든 대통령에게 진보의 상징이기도 했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남자 팀과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미국축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법원에서 이 소송을 기각한 뒤에도 축구협회에 ‘당장 똑같은 임금을 줘라. 아니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팀 워싱턴은 전통에 따라 올해 개막전 시구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OK 사인을 보낸 상태. 반면 스포츠 팬이라기보다 골프광에 가까웠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임기 중에 한 번도 시구를 하지 않았으며, 인종차별 논란으로 스포츠 스타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미국 스포츠계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맞다. 여오현(43)도 돌아왔다.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선수는 지난해 3월 1일 KB손해보험전 이후 325일 만에 코트로 돌아온 문성민(35)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역시 “문성민이 돌아왔다”는 한마디로 총평을 대신했다.현대캐피탈은 이날 1세트를 먼저 내준 채 경기를 시작했고 2세트서도 6-13으로 끌려가자 최 감독은 코트라는 물 안에 문성민이라는 매기를 풀어 넣으면서 선수들에게 책임감 있게 물장구를 치라는 사인을 보냈다. (최 감독은 2016년 2월 25일 OK저축은행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코트는 물이고 너희는 물고기이니 마음껏 물장구를 치고 오라”고 말했다.)이 상황에서 코트를 밟은 건 ‘문캡’ 문성민 혼자가 아니었다. ‘영원한 리베로’ 여오현 플레잉 코치 역시 바로 다음 랠리 때 코트에 들어섰다. 여 코치는 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상대 서브 17개를 받는 동안 실패 없이 리시브 정확 7개를 기록했다(리시브 효율 47.1%). 이날 상대 서브를 10개 이상 받은 선수 중 이보다 리시브 성적이 높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시즌 전체를 봐도 그렇다. 이번 시즌 여 코치는 상대 서브를 207개(리시브 점유율 11.7%) 받으면서 리시브 정확 109번, 리시브 실패 11번을 기록했다(리시브 효율 47.3%). 리시브 점유율이 10% 이상인 선수 가운데 리시브 효율이 제일 높은 선수가 바로 여 코치다.단, 리빌딩 차원에서 ‘루키 리베로’ 박경민(22)에게 ‘경험치’를 먹여주는 동안 출전 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서브 리시브 순위표에서는 여 코치 이름을 찾을 수가 없다. (서브 리시브 순위에 이름을 올리려면 점유율 15% 이상이어야 한다.) 여 코치가 상대 서브를 10개 이상 받은 건 지난해 12월 18일 대한항공전 이후 이날이 33일 만에 처음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코트 위에서 만난 여 코치는 “경기에 많이 못 나가다 보니 살찐 것 좀 보라”고 없는 뱃살을 억지로 잡는 시늉을 한 뒤 “벤치를 지키는 게 체력적으로 더 힘들다. (박)경민이가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많이 출전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든 경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박경민을 제2의 여오현이라고 평가해도 좋겠냐’는 물음에는 “나보다 낫다. 경민이 나이 때 나는 그만큼 못했다.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다. 붙박이 국가대표 리베로가 될 수 있는 선수”라면서 “나이 차이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내 경험을 하나라도 더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이어 “다른 후배들도 오늘 부진했다고 기죽을 필요 없다. 더 당돌한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 그게 선배들이 원하는 모습”이라면서 “선배들도 항상 든든하게 뒤를 받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여오현은 리그 평균 리시브 효율(35.6%)보다 33% 높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개인 기록을 리그 평균으로 나눈 ‘리시브 효율 +’ 133은 프로 선수 생활 17년 동안 네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순간순간 ‘나이는 못 속인다’ 싶을 때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성기 못잖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누구나 40대가 되면 경험하는 것처럼 여 코치 또한 ‘한 해, 한 해 다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미 느끼고 또 느꼈을 터. 어떤 의미에서 여 코치가 코트 위에서 외치는 ‘파이팅’ 소리는 자신의 40대를 향한 응원가인지도 모른다. 여 코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 응원가를 오래오래 들을 수 있기를, 그리하여 ‘여오현이 돌아왔다’로 시작하는 글도 오래오래 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전국에 계신 모든 40대, 특히 자신이 40대가 됐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계실 1982년생 여러분도 모두 파이팅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15년 4월 2일 오전 10시 47분. 세라 토머스(48·사진)는 딘 블랜디노 당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심판 부문 부사장에게 전화가 온 시각을 정확히 기억한다. 블랜디노 부사장은 “NFL 첫 번째 여성 심판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걸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토머스는 NFL 창설 95년 만에 처음으로 심판실 유리천장을 깼다. 다음 달 8일 토머스는 NFL 결승전인 슈퍼볼 역사 55년 만에 처음으로 슈퍼볼에 참가한 여성 심판 타이틀도 얻게 된다. NFL 사무국은 20일 올해 슈퍼볼 심판진 8명을 발표하면서 토머스를 선심 가운데 한 명인 다운 저지(Down Judge)로 지명했다. 미국 미시시피주 패스커굴러에서 태어난 토머스는 학창 시절 소프트볼과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 농구 장학생으로 입학한 모바일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토머스는 1995년 고향으로 돌아와 제약회사 홍보실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취미 삼아 중고교 미식축구대회에서 심판을 보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스포츠와 모든 인연을 끊기는 싫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10년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된 토머스는 2007년 게리 오스틴 미식축구심판협회 고문으로부터 “미시시피주 고교 미식축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잘 봤다”는 전화를 받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NFL 심판을 지낸 오스틴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심판 채용 담당자였다. 토머스는 NCAA 미식축구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심판이 됐고, 결국 슈퍼볼 무대까지 밟게 됐다. 임신 중에도 심판을 봤던 토머스는 “자기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그다음 문도 여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경기대에 키 195cm짜리 세터가 있어요. 제 마음대로 뽑을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 세터인데 그럴 수 없어서 고민 중입니다.”프로배구 2019~2020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던 어느 여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삼겹살집에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 저는 배구 담당 기자가 아니었는데 공교롭게 같은 가게에 최 감독도 저녁 식사를 하러 왔던 겁니다.)그 키 195cm짜리 세터는 김명관(24)이었고 최 감독 예상대로 당시 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에서 지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스포츠 팬이라면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압니다. 학창 시절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막상 프로 무대 진출 후에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선수가 한둘이 아닙니다.데뷔 시즌 김명관 역시 리그 최고 신인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던 게 사실. 지난해 11월 13일 최 감독이 트레이드를 통해 기어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힌 뒤에도 김명관이라는 이름 석 자 뒤에는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더 많이 따라다녔습니다. 실제로 김명관은 한국전력에서 뛴 1라운드 때 세트(토스) 효율 0.314로 남자부 7개 팀 주전 세터 가운데 가장 나쁜 기록을 남겼고 2라운드 때(0.311)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라운드 때도 김명관(0.383)보다 세트 효율이 떨어지는 선수는 삼성화재 이승원(0.357) 하나뿐이었습니다. (세트 효율 = 해당 선수 세트 시 공격 효율)그랬던 김명관이 달라졌습니다. 4라운드 네 경기에서 김명관은 세트 효율 0.413으로 대한항공 한선수(0.415)급 활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4라운드 들어 김명관보다 확실히 세트 효율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 선수는 우리카드 하승우(0.472) 한 명뿐입니다.무엇보다 상대 블로커와 ‘가위바위보’를 하는 솜씨가 좋아졌습니다. 국제배구연맹(FIVB)에서는 세터 순위를 매길 때 상대 블로커 숫자를 따집니다.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일 때를 따로 ‘러닝 세트’라고 기록하고 이 러닝 세트가 많을수록 좋은 세터라고 평가하는 겁니다.한국배구연맹(KOVO)에서도 상대 블로커 숫자를 집계합니다. 이번 시즌 남자부에서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일 때 공격 효율은 0.401로 2명 또는 3명일 때(0.308)보다 0.100 가까이 높습니다. 따라서 상대 블로킹을 잘 ‘열어주는’ 세터가 좋은 세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개막전에서 러닝 세트 비율 13.3%를 기록한 김명관은 한국전력 시절 좀처럼 이 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뒤로는 러닝 세트 비율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현대캐피탈 이적 이후만 따지면 김명관은 러닝 세트 비율 37.5%로 KB손해보험 황택의(40.9%)에 이어 주전 세터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러닝 세트 비율은 팀 서브 리시브 효율과 큰 관계가 없습니다. 당장 KB손해보험은 리시브 효율 31%로 리그 최하위지만 황택의가 이 비율 1위입니다.)김명관이 이렇게 상대 블로킹을 잘 열게 된 건 공격 옵션 선택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전력 시절 김명관은 오픈과 백어택 등 ‘큰 공격’ 의존도가 높은 세터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이적 이후에는 속공과 퀵오픈 같은 ‘빠른 공격’을 선택하는 비율이 늘었습니다.미국이나 한국 프로 스포츠 세계에 ‘리빌딩’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건 드래프트 제도 때문입니다. 상위권을 오래 지킨 팀은 드래프트 순번이 밀리다 보니 좋은 유망주를 뽑기가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아 인위적으로 선수단 물갈이를 해야만 하는 것. 그런 점에서 최 감독 표현처럼 ‘리그 넘버1 센터’ 신영석(35)을 내주는 대신 받아온 2019~2020 신인 드래프트 1순위 김명관이야 말로 현대캐피탈 리빌딩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이 리빌딩을 끝내는 그 시점에 우리는 김명관을 어떤 세터로 평가하고 있을까요?그에 앞서 김명관은 당장 20일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자기 실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김명관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3연승을 경험하게 됩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신)영석이 형은 우리나라 넘버 1, 넌 드래프트 1순위야.”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지난해 12월 7일 작전 타임 도중 세터 김명관(24·사진)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에서 ‘리빌딩’은 ‘즉시 전력감’을 내주고 미래에 팀 기둥이 될 ‘핵심 유망주’를 모으는 작업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대표 붙박이 센터 신영석(36)을 한국전력으로 보내며 대신 영입한 2019∼2020 신인 드래프트 1순위 김명관은 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을 상징하는 선수다. 명세터 출신인 최 감독은 김명관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뒤로 세트(토스) 자세를 처음부터 바꿔가면서 공을 들여 지도했다. 김명관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감독님께서 ‘내 스타일이 아닌 김명관의 세트를 찾아주겠다’고 하시는데 어쩐지 찡했다. 그 뒤로 감독님을 믿고 따르다 보니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김명관은 조금씩 자신이 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는지 증명하고 있다. 김명관의 세트가 안정되면서 그전까지 4승 13패였던 팀 성적이 최근 다섯 경기에서는 4승 1패로 올랐다. 최근 다섯 경기만 보면 김명관의 세트를 받아 공격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공격효율은 0.413으로 18일 기준 남자부 공격효율 1위 KB손해보험 김정호(0.428)와 큰 차이가 없다. 또 다섯 경기 동안 총 384번 공을 띄워 그중 41.7%인 160번이 상대 블로커가 1명 이하였다. 이 부분 리그 1위인 KB손해보험 황택의(41.6%) 부럽지 않은 활약이다. 국내 최장신(195cm) 세터인 만큼 유효 블로킹(상대 공격을 바운드해 우리 팀 디그로 연결하는 플레이)도 현재까지 33개를 기록했다. 팀에서 이보다 유효 블로킹이 많은 건 ‘전문 블로커’ 최민호(68개)와 차영석(34개·이상 센터)뿐이다. 한편 19일 의정부 경기에서는 OK금융그룹이 KB손해보험을 3-0(25-23, 25-23, 25-19)으로 꺾었다. 승점 42(16승 7패)로 KB손해보험(승점 40·13승 10패)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팀 최다인 4연패 늪에 빠졌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KT 주권(26·사진)이 9년 만에 연봉 조정 신청을 내면서 1 대 19 확률에 도전했다. ‘연봉 조정’은 선수와 구단이 다음 시즌 연봉을 합의하지 못할 때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정위원회에서 선수 희망액과 구단 제시액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는 제도를 뜻한다. 지금까지 이런 사례는 20번 있었는데 조정위원회가 선수의 손을 들어준 건 2002년 LG 류지현 딱 한 번뿐이었다. 주권이 두 번째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또 5세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기장이 대한항공을 상승세로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안방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3-2(25-16, 21-25, 25-21, 19-25, 15-13)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승점 2를 더한 남자부 선두 대한항공(승점 44)은 2위 KB손해보험(승점 40)과의 격차를 승점 4로 벌렸다. 최근 7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5세트 접전을 치른 대한항공은 이날 시즌 11번째 5세트 경기를 하면서 리그에서 풀 세트 경기를 가장 많이 치른 팀이 됐다. 대한항공은 원래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36)의 팀이다. 그러나 이날은 KB손해보험 블로커 라인에 세트(토스) 패턴이 읽히는 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동갑내기 백업 세터 유광우(사진)가 코트에 들어가 분위기를 바꿔주면서 팀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이날 팀 내 최다인 25점을 올린 대한항공 레프트 정지석(26)은 후위 7점, 블로킹 3점, 서브 3점으로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성공했다. 한편 여자부 대전 경기에서는 GS칼텍스가 안방 팀 KGC인삼공사에 3-1(23-25, 25-22, 25-13, 25-15) 역전승을 거두고 4연승을 기록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드디어 우리의 올림픽 챔피언이 등장합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7·강원도청·사진)이 15일 스위스 생모리츠 트랙 스타트 라인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지 TV 중계 아나운서는 이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곧바로 감탄이 이어졌다. 거의 1년 만에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윤성빈이 이날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4초78 만에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다. 윤성빈을 비롯한 한국 썰매 대표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020∼2021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월드컵 1∼5차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탓에 윤성빈은 트랙마다 천차만별인 얼음 상태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관계자도 대회 시작 전 “이번 대회에서는 입상보다 실전 감각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윤성빈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1차 레이스를 5위(1분8초61)로 마친 윤성빈은 2차 레이스 때는 스타트 기록을 4초74로 더 줄이면서 3위(1분8초71)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1, 2차 시기 합계 기록(2분17초32) 역시 3위였다. 윤성빈은 지난해 2월 15일 지난 시즌 8차 월드컵 이후 11개월 만에 포디움(시상대)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있는 윤성빈은 “늦게나마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시작하는 대회를 괜찮게 마무리해서 나쁘지 않다”면서 “이번 시즌은 좋은 성적을 내기보다 경기력을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윤성빈을 비롯한 대표팀은 독일 쾨니히스제로 이동해 7차 월드컵에 대비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6차 대회에서는 알렉산더 가스너(31·독일·2분16초85)가 생애 첫 월드컵 1위에 등극했고, ‘전통의 강자’ 마르틴스 두쿠르스(37·라트비아·2분16초86)가 0.01초 차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지수(27·강원도청)가 2분18초77로 13위에 이름을 올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투수 브랜던 맨(37)은 2002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로부터 전체 794번으로 호명됐다. 이런 선수는 쉽게 야구를 포기하거나 더 쉽게 잊혀지게 마련. 맨은 마이너리그에서 10년을 버텼다. 프로 선수 생활 11년 차를 맞아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로 이적했지만 두 시즌을 버티지 못했다. 다시 길고 긴 마이너리그 생활이 이어졌다. 맨은 ‘과학’을 믿기로 했다. 투구 추적 데이터를 분석해 자기 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냈고, 5년에 걸쳐 수정을 거듭했다. 맨은 결국 서른네 번째 생일을 사흘 남겨둔 2018년 5월 13일 텍사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미국에서 이날은 ‘어머니날’이었지만 투구를 마친 맨은 제일 먼저 한국 출신 아내에게 달려갔다. 2019년은 다시 일본에서 보냈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방출 통보가 날아왔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맨은 방출 통보를 받은 뒤에도 2군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마지막은 아니었다. 한국 구단에서 테스트를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있던 게 기회가 됐다. 테스트 결과 투구는 합격이었지만 팔꿈치는 불합격이었다. 맨에게 최종 합격 사인을 보낸 건 대만 구단 라쿠텐이었다. 아내와 아이를 한국에 두고 홀로 대만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시 시즌이 끝났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대만 생활이 끝나자 그는 한국 팀 롯데에 입사 지원서를 보냈다. 선수는 아니지만 결국 ‘피칭 코디네이터’ 타이틀을 얻었다. 롯데 관계자는 “맨 코디네이터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게임 플래닝(planning) 전문가”라며 “구단 피칭랩(lab) 분석 결과를 더 유용하게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올 시즌 투구 데이터를 분석해 조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아무리 흔들려도 흥국생명은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이 우여곡절 끝에 승점 40 고지에 선착했다. 흥국생명은 13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여자부 방문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3-2(23-25, 19-25, 25-21, 25-15, 22-20)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2를 보탠 흥국생명은 승점 40으로 2위 GS칼텍스(승점 31)에 승점 9 차로 앞서갔다. 도로공사는 경기 초반 상대 왼쪽에 블로킹 벽을 세운 뒤 블로킹에 맞고 나오는 공을 걷어내는 수비 전략으로 흥국생명 두 레프트 김연경과 이재영의 공격을 무력화했다. 흥국생명이 외국인 라이트 없이 경기를 치른다는 점을 노려 코트 왼쪽을 집중 마크한 것이다. 3세트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연경이 고비 때마다 블로킹과 서브 득점을 성공시켰다. 승부는 결국 5세트로 향했고 화력전이 펼쳐졌다. 흥국생명 김연경과 이재영 쌍포에 맞서 도로공사도 박정아와 켈시가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5세트 승부는 결국 20-20 여섯 번째 듀스까지 이어졌다. 흥국생명이 21-20으로 앞선 채 시작한 마지막 랠리에서는 김연경의 수비가 빛났다. 켈시의 시간차 공격을 받아내면서 실점을 막아낸 것. 도로공사에서도 이재영의 스파이크를 임명옥이 받아내면서 반격 기회를 맞이했지만 박정아의 백어택이 코트 바깥으로 벗어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2시간 24분 동안 경기를 치르면서 이재영이 41득점, 김연경은 27점을 기록했다. 켈시는 이번 시즌 여자부 한 경기 최다 득점인 49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남자부 천안 경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 3-0(25-22, 25-23, 25-23) 완승을 거두면서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현대캐피탈은 승점 20으로 승점 추가에 실패한 삼성화재(승점 18)를 꼴찌로 밀어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번에도 승부는 5세트에 갈렸다. 우리카드가 1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안방 팀 대한항공에 3-2(18-25, 25-21, 28-26, 24-26, 18-16) 승리를 거뒀다. 5세트 16-16 듀스 상황에서 대한항공 정지석의 서브 범실에 이어 임동혁이 공격 범실을 저지르면서 2시간 26분에 걸친 승부는 우리카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우리카드 승리의 일등공신은 외국인 선수 알렉스(30·포르투갈·사진)였다. 신장 2m의 알렉스는 양 팀 최다인 35점(공격 성공률 68.8%)을 올린 건 물론이고 경기 막판 임동혁의 공격 시도 때도 블로킹 벽을 높이 치면서 공격 범실을 유도해냈다. 외국인 주공격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임동혁도 32득점으로 제 몫을 다했지만 마지막 범실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두 팀은 이번 시즌 유독 5세트와 인연이 깊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두 팀의 4차례 맞대결 가운데 세 번이 5세트까지 이어졌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22경기 가운데 10경기를 5세트까지 소화했다. 21경기를 치른 삼성화재와 함께 5세트 경기가 가장 많은 팀이 대한항공이다. 선두 대한항공은 이날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그치면서 한 경기를 덜 치른 KB손해보험(승점 39)에 승점 3점 차이로 쫓기게 됐다. 여자부 수원 경기에서도 IBK기업은행이 안방 팀 현대건설에 3-2(17-25, 25-20, 24-26, 25-18, 15-10) 승리를 거두면서 2연패에서 벗어났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외국인 선수 라자레바(23·러시아)가 5세트에만 6점을 올리는 등 34득점을 기록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결국 터질 게 터지고 말았다. 최태웅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감독은 10일 경기서 비디오 판독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 심판에게 등을 돌린 채 체육관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심판 판정이 불만인 건 최 감독 혼자가 아니었다. 남녀부 12개 팀 감독은 12일 한국배구연맹(KOVO) 기술위원회에서 “모든 심판이 비슷한 기준으로 판정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배구가 판정 불신을 아무 탈 없이 벗어날 수 있을까.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라멜로 볼(20·샬럿·사진)이 미국프로농구(NBA) 최연소 트리플더블 기록을 새로 썼다. 2001년 8월 22일 태어난 볼은 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스펙트럼센터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애틀랜타를 상대로 22득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작성하며 만 19세 140일에 NBA 무대에서 첫 번째 트리플더블 기록을 남겼다. 이전까지는 마켈 펄츠(23·올랜도)가 필라델피아 소속이던 2018년 4월 11일 안방에서 밀워키를 맞아 만 19세 317일에 13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작성한 게 최연소 기록이었다. 이번 NBA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아 NBA 선수 생활을 시작한 볼은 뉴올리언스에서 뛰는 론조 볼의 막냇동생이다. 볼은 8일 뉴올리언스 방문경기 때도 형이 지켜보는 가운데 12득점, 10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선보였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태웅 감독의 ‘작심 액션’도 소용이 없었다. 현대캐피탈이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현대캐피탈은 1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남자부 방문경기에서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OK금융그룹에 2-3(25-22, 25-19, 21-25, 17-25, 11-15)으로 역전패했다. 최 감독은 이날 1세트 후반에만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두 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심판진이 두 번째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는 무관중으로 열려 텅 빈 체육관이 쩌렁 울릴 정도로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이 1, 2세트를 연거푸 따낼 때만 해도 이 ‘사자후’가 팀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경기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하는 것이었다. 세터 김명관의 세트(토스)가 흔들리면서 1, 2세트에서 0.386이었던 현대캐피탈의 공격 효율은 3, 4세트 들어 0.250으로 내려갔다. 5세트 때는 공격 득점이 단 3점에 그쳤다. 최 감독은 경기 후 “나보다 선수들이 더 많이 아쉬울 것”이라며 “선수들과 이기는 방법을 계속 같이 연구하면서 연습하고 있는데 오늘 그런 부분이 나왔다. 경험 부족으로 졌지만 선수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OK금융그룹에서는 최근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던 외국인 선수 펠리페가 모처럼 30점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펠리페는 이날 후위 9점, 블로킹 4점, 서브 3점으로 트리플크라운 기록도 남겼다. 한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러츠(19득점), 이소영(17득점), 강소휘(12득점)가 48점을 합작한 GS칼텍스가 한국도로공사를 3-0(26-24, 25-23, 25-22)으로 완파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NC 외야수 나성범(32·사진)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실패했다. 2020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MLB 문을 두드린 나성범은 10일 오전 7시까지 30개 구단과 입단 계약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그를 원하는 구단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5툴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나성범은 원래 MLB에서도 주목하던 타자였다. 그러나 2019년 5월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복귀해 타율 0.324, 34홈런, 112타점을 기록했지만 수비 범위가 좁아졌고 주루 플레이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2015년 23개였던 도루가 지난해엔 3개로 줄었다. 그러는 사이 나이는 한 살 더 먹었다. MLB 쪽 사정도 좋지 않았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각 구단은 허리띠를 졸라 매기 바쁜 상황. 또 올해 MLB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는 나성범처럼 ‘장타력 있는 코너 외야수’가 차고 넘친다. 게다가 아직 FA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 각 구단에서 나성범에게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조차 나성범에게 메이저리그 계약을 안기지 못했다. 나성범은 NC를 통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큰 미련은 없다. 다른 기회가 또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2021시즌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졸자인 나성범은 올 시즌 후 국내 FA 자격을 얻지만 해외 무대에 진출하려면 1년간은 더 구단 동의를 얻어야 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주처님’ 김주찬(40)이 결국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20년 1군 무대서 7경기 출전에 그친 김주찬은 시즌 종료 후 자유의 몸이 됐지만 새로 오라는 팀이 없었고 결국 두산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김주찬이 21년에 걸친 현역 생활을 접으면서 이제 KBO 리그에는 ‘20세기 프로야구’를 경험한 선수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서울 충암고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듣던 김주찬은 2000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5순위로 삼성에서 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1군 무대에서 60경기를 소화했다. (여전히 21세기 시작이 2000년이라고 믿으시는 분은 아니 계시리라고 믿는다. 21세기는 2001년 1월 1일 시작이다.)2000년에 프로야구 1군 무대를 경험한 선수 가운데는 김주찬과 1981년생 동갑내기인 이범호(전 KIA), 배영수(전 두산)도 2019년까지 현역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2020 시즌에는 김주찬 혼자만 남아 있던 상태였다. 2020 시즌이 끝난 뒤 역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권오준(41·전 삼성)은 김주찬보다 1년 빨리 삼성에 입단했지만 1군 무대 데뷔전은 2003년이었기에 20세기에는 1군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었다. 김주찬이 현역 생활을 접으면서 2001년 데뷔한 이대호(39)가 타자와 투수를 통틀어 프로야구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오래 전부터 1군 무대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투수 쪽에서는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고효준(38·2002년 데뷔)이 새 팀을 찾지 못한다면 2003년 데뷔한 1984년생 트리오 노경은, 안영명, 송은범(이상 2003년 데뷔)이 가장 오래 전 1군 무대를 경험한 선수가 된다.메이저리그에서는 2018년 아드리안 벨트레(42)와 바톨로 콜론(48·이상 전 텍사스)을 마지막으로 20세기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모두 사라졌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2019년 은퇴한 후쿠우라 카즈야(福浦和也·46)가 20세기 프로야구를 경험한 마지막 선수였다.신인 선수 시절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한 선수가 노장이 되어 그라운드를 떠나는 걸 지켜볼 때마다 야구팬은 자기 나이를 실감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제 주민번호 맨 앞자리가 0으로 시작하는 선수들이 각 팀 주전 자리를 꿰차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의 저주를 깨고 꿋꿋하게 살아 남았던 20세기 야구는 그렇게 세월과 함께 야구팬과 작별하고 말았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멈췄던 스파이크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한국배구연맹(KOVO)은 5일부터 프로배구 2020~2021 V리그 일정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5일에는 의정부에서 KB손해보험-삼성화재, 김천에서 한국도로공사-KGC인삼공사 경기가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KOVO는 “중계 방송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지난 주말을 이용해 KOVO 및 남녀부 13개 구단 선수단, 임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면서 “또한 중계 방송사 관계자 역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역학 조사 과정에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ㅐㅆ다한 촬영팀 9명은 현재 자가 격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2, 3일에 치르지 못한 경기는 23~26일 사이에 새로 일정을 잡았다. 2일 열릴 예정이던 △현대캐피탈-KB손해보험(천안) △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김천) 경기는 23일(토)로 일정을 바꿨다. 3일 예정이던 우리카드-한국전력(서울) 경기는 24일(일), 흥국생명-GS칼텍스 경기는 26일(화)에 각각 열린다.KOVO는 “리그 일정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존에 실시하던 ‘스마트 방역 게이트’와 ‘관계자 자가 코로나19 검진 어플리케이션’ 등을 더욱 철저히 운영하고 경기 전후 경기장 소독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