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나라에 있었다면 우리의 아이디어는 아직 머릿속에서만 존재했을지 모른다.” 영국 친환경 냉동운송 시스템 스타트업인 선스왑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스시스 최고경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2월 15일 영국 수도 런던 인근 서리의 연구개발(R&D)센터를 아시아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에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선스왑이 2020년 창업 후 5년 만에 트럭 냉동운송계의 ‘게임 체인저’로 성장한 비결은 영국의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VC)에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후테크 VC들은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시작으로 실제 사업성을 갖춰 주는 액셀러레이팅까지 한다”고 말했다. ● 탈탄소 냉동 트럭으로 운송비 81% 감소 선스왑은 디젤 기반 냉동 시스템이 30년 이상 독주하던 트레일러 업계에서 ‘신성’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와 태양광으로만 운영되는 ‘탈탄소 냉동 시스템’을 개발해 급성장하고 있다. 트레일러 상부와 측면에 고효율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를 설치하면 운행 중에도 자체적으로 충전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트럭 1대당 이산화탄소 배출을 연간 12t 줄일 수 있다. 냉동 트레일러 운영 비용도 디젤 차량 대비 최대 81%까지 줄었다. 선스왑은 앤드루 등 공동 창업자 3명이 시작한 작은 회사였다. 사업이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했던 2020년 기후테크 전문 VC ‘서스테이너블 벤처스’가 전격적으로 15만 파운드(약 3억 원)를 투자하면서 연구개발의 기반이 마련됐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단순 자금 투자뿐 아니라 사무공간을 제공했다. 1년간 재무, 마케팅, 영업, 웹사이트 디자인 등 실무를 돕고, 다양한 교육을 지원했다. 축적된 기후테크 컨설팅 노하우를 살려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유통망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했다. ● 기후테크 VC의 전문성, 성공의 밑거름 사업이 물꼬를 트자 추가 투자가 이어졌다. 영국 유력 바클리 은행, 정부 기후펀드 ‘클린 그로스 펀드’, ‘브리티시 그로스 펀드’ 등이 투자를 결정했다. 셸벤처스의 투자는 선스왑이 유럽 전역의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투자는 ‘기술 혁신’으로 이어졌다. 투자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자체적인 시험 데이터가 쌓이면서 ‘데이터 기반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갖추게 됐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시간이 지나면서 배터리 기능을 최적화시키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선스왑 관계자는 “기존 디젤 기반 냉동 운송 체계는 성능이 떨어지고 고장이 나도 왜 그런지 알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배터리와 냉동 수준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명이 창업을 꿈꿨던 회사는 현재 직원 100명인 중견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사무실 규모도 6배로 확장했다. VC가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며 기술 혁신이 가속화된 사례도 있다. 영국 노팅엄에 본사를 둔 풍력발전기 예측 정비기업 오닉스는 2024년 세계적인 금융그룹 맥쿼리가 지분을 100% 확보하며 기술 혁신이 속도를 냈다.오닉스는 사전에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들고, 한 번 고장 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풍력발전 터빈을 실시간 점검하는 회사다. 기존에는 풍력발전의 고장 탐지와 진단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맥쿼리의 인수 뒤 감속 운전 여부, 수리 시점, 자원 투입 계획까지 AI로 운영되는 솔루션으로 진화했다. 단순 경보 시스템을 넘어 풍력발전소의 총운영비까지 줄이는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다. 알렉시스 그레논 오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맥쿼리의 투자로 자원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인재들이 합류하면서 개발 역량이 급속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VC의 투자 손실 지원하는 영국 정부유럽 지역에서 영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혁신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SEIS 제도가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SEIS를 통해 개인투자자가 소규모 기업에 투자하면 최대 50%까지 소득세를 공제해 준다. 투자 주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투자에 실패해도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전해 투자 리스크를 낮춰 준다. 스타트업 컨설팅 전문 기업 도헤 글로벌의 율리아나 이사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영국의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한 건 리스크가 낮기 때문”이라며 “아이디어 단계에서도 민간 VC들이 망설임 없이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키우는 제도들도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영국 정부의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제도인 ‘이노베이트 UK’는 초기 개발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지만,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 셈이다. 영국 정부가 기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안정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비결이다. 오닉스 관계자는 “미국은 정권에 따라 기후 정책이 달라지는데, 영국은 5년 단위 탄소 감축 예산이 법으로 이미 규정돼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기후 스타트업 160여 개 품은 英 벤처캐피털창업가 500여 명 자유롭게 드나들어고액 투자자들의 방 별도로 마련“회사 맞아? 카페 아닌가?”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 인근. 100년 넘은 바로크풍 흰색 벽돌 건물 5층에 들어선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털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사옥의 첫인상은 이랬다. 회사 외부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연상케 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파티룸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 카페에선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디저트를 30% 할인가로 즐기며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1인용 방에 누워 생각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이 건물은 1900년대 초부터 런던의 행정기관으로 사용되다 최근 37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방치돼 왔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3년 전 런던 중심부의 건물을 ‘기후 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공간의 벽과 바닥은 100년 넘은 기존 자재를 그대로 유지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가구, 파티션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앤드루 워즈워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160여 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이 입주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색적인 건 이 공간에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초기 단계부터 교류하며 투자할 회사들을 모색한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VC를 넘어 유망한 기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발굴해 사업 모델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 ‘기후테크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즈워스 CEO는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 창업자에 가깝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최근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 감행 의지를 거듭 나타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그 의미가 뭔지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이날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교수형 집행 계획까지 공언했던 이란 당국이 솔타니의 처형을 연기하는 등 한발 물러선 것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군사 조치와 이를 통한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은 중동 역내 기지에 머무는 일부 미군 인력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남중국해에 있던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 또한 15일 오전 1시 45분부터 7시 3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공중 임무’를 이유로 자국 영공을 전면 폐쇄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우려가 고조되자 이탈리아, 폴란드, 인도 등 각국은 이란 내 공관을 폐쇄하거나 자국민의 철수를 권고했다.● 트럼프-이란 모두 수위 조절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사람들이 얘기했던 처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시위대 살해 또한 “중단됐다”며 현지 상황이 호전됐음을 시사했다. 하루 전 솔타니의 처형 계획에 관한 질문을 받자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군사 개입을 시사했던 것과 상반된다.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늘이나 내일(15일) 중으로 교수형이 집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솔타니가 살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14일 시위대가 수감된 수도 테헤란의 한 교도소를 찾아 “어떤 사람(시위대)이 누군가를 참수하고 불태웠다면 우리는 임무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강경 진압 필요성을 강조했다. 14일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온라인 영상들을 분석해 이란 군경이 최소 6개 도시에서 자국 시위대를 향해 산탄총 등을 발포했다고 전했다. 수도 테헤란 인근의 한 영안실에서는 최소 100구의 시신이 가방에 싸인 채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르웨이 기반 국제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8일째인 14일 기준 누적 사망자를 3428명으로 집계했다.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매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도 최소 1만8400명이 체포 및 구금됐다고 추산했다.● 미-이란 군사 충돌 가능성은 여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은 배제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실제 미군이 이란 공습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보수성향 케이블 방송 ‘뉴스네이션’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항모전단을 중동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 전단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 에이브러햄링컨’호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는 데는 약 1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 또한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두고 인접한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선 일부 병력이 철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위험 지역에서 일부 병력을 이동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농축 시설을 대규모 공습했을 당시 이 기지에 보복 타격을 가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 CBS방송에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당신 나라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다.김윤진 기자 kyj@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회사 맞아? 카페 아닌가?”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 인근. 100년 넘은 바로크풍 흰색 벽돌 건물 5층에 들어선 기후 테크 전문 벤처캐피탈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사옥의 첫 인상은 이랬다. 회사 외부는 영국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를 연상케 했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파티룸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입구 바로 앞 카페에선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디저트들을 30% 할인가로 즐기며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1인용 방에 누워 생각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회사 사무실이라곤 믿기지 않은 풍경이었다.이 건물은 1900년대 초부터 런던의 행정기관으로 사용되다 최근 37년간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방치돼왔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3년 전 런던 중심부의 건물을 ‘기후 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공간의 벽과 바닥은 100년 넘은 기존 자재를 그대로 유지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다만 가구, 파티션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모두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앤드류 워스워스 서스테이너블 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영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이곳은 160여개의 기후 테크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이색적인 건 이 공간에 고액 자산가 투자자들의 방이 별도로 마련돼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초기 단계부터 교류하며 투자할 회사들을 모색한다.서스테이너블 벤처스는 투자하고 수익을 거두는 전형적인 VC를 넘어 유망한 기업을 아이디어 단계부터 발굴해 사업 모델을 함께 성장시켜 나가 ‘기후 테크 생태계’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앤드류 CEO는 “우리는 투자자가 아니라 가상의 공동 창업자에 가깝다”며 “기후테크 기업들의 어려움을 초기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말했다.런던=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한다면 “매우 강력한 조치(very strong action)에 나설 것”이라고 13일(현지 시간)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발발한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있으며, 14일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사형 집행까지 예고한 이란 정부에 군사 옵션 카드를 쓸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애국자들이여. 정부 기관들을 점령하라. 도움이 곧 도착한다(help is on its way)”고도 썼다. 이란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전하며 조만간 미국이 사태에 개입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이런 발언과 무관하게 미국이 실제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그간 시위대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는 이란 정부가 보다 강경한 진압에 나설 수 있고, 이란 내 반미 감정 또한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를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지지층 또한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이달 10, 11일 중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리자 팔레비(66)와 비밀리에 회동해 이란 사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 신정체제 붕괴 가능성에도 대비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두로-솔레이마니-바그다디 사례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솔타니의 교수형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만약 교수형을 집행하면 매우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강력한 조치’의 최종 목표는 “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행자가 ‘이기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고 묻자 3일 군사작전을 통해 체포한 뒤 미국으로 압송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거론했다. 2019년 10월 제거한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2020년 1월 제거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도 언급했다. 또 지난해 6월 B-2 폭격기로 이란 본토의 핵시설을 타격한 사례도 들었다.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와 바그다디 제거에는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가 투입됐다. 솔레이마니는 무인기(드론)로 살해됐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 자산으로 ‘핵심 표적’만 공격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 등 이란 최고위 핵심 지도부를 겨냥한 ‘핀셋 타격’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이 곧 도착한다”고 언급한 건 미국이 이란 당국을 상대로 조만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윗코프 특사와 팔레비 왕세자의 회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팔레비 왕세자의 부친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퇴위한 무함마드 팔레비 왕이다. 팔레비 왕세자를 비롯한 팔레비 왕가 사람들은 이후 미국에 정착해 하메네이의 독재를 고발하는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 그는 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 개입 걸림돌 여전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경제 제재 강화 등 비군사 옵션, 군사 공격 등 다양한 이란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했다. 다만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인사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반발, 미국 내 반대 여론은 물론이고 미군의 배치 현황 또한 걸림돌이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해 미군의 핵심 자산이 대거 중남미 카리브해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중동 내 미 공군 기지에서 전투기를 투입하고, 인근 해역에 배치된 미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방안이 가능한 선택지로 꼽힌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아랍권 주요국과 미국의 중동 내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등은 후폭풍을 우려해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에 부정적이라고 NBC방송이 전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시 이란이 페르시아만 봉쇄에 나서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같은 인근 친미 산유국을 공격하면 유가 급등 등 미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HRANA’는 이번 시위로 최소 2571명이 숨졌다고 추산했다. 영국 소재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사망자를 1만2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하메네이의 발포 지시로 8, 9일 양일간 국가 권력에 의한 계획적인 대학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13일 이란 국영방송 또한 시위 과정에서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이 사망자가 다수라고 인정한 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이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와 비밀리에 만났다고 13일(현지 시간)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란 반체제 시위가 격화된 가운데, 미국이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이끄는 이란 신정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악시오스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미국에 망명 중인 팔레비 전 왕세자와 지난 주말에 만났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 후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팔레비 전 왕세자와 접촉한 건 처음이다. 1960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팔레비 전 왕세자는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미국에서 전투기 조종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는 1980년 부친인 모하마드 팔레비 사망 후 미국에 정착해 하메네이 독재를 고발하는 반정부 활동을 해왔다. 그는 12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이란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내 일부 시위대도 팔레비 왕조 부활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3일까지 이란 반정부 시위 참가자 2403명, 군경 147명 등 257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8~9일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돼 최소 1만2000명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하메네이가 발포를 직접 지시했고, 3부 요인의 승인 하에 강경 진압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이날 이란 국영방송은 시위대를 ‘무장테러단체’라고 부르며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고 했다. 이란 국영방송이 사망자가 다수라고 인정한 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이란에서 당국이 폭압적인 시위대 진압을 이어 가고 있다. 인명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이란인권(IHR) 등에 따르면 8일 시위 도중 당국에 붙잡힌 남성 에르판 솔타니(26)가 14일 교수형에 처해질 예정이다. 당국은 솔타니를 사형이 가능한 ‘신(神)에 대한 전쟁’ 혐의로 기소했다. 그에게 변호인 접견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인도주의비정부기구(IHRNGO)는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초법적 처형 위험이 심각하다. 국제사회가 당국의 대량 학살로부터 민간인 시위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영국 일간 가디언과 IHR 등에 따르면 8일 소수민족 쿠르드족 여대생 루비나 아미니안(23·사진) 또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 유족과 목격자에 따르면 그는 뒤쪽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란 당국이 사실상 자국민을 상대로 ‘즉결 처형’ 수준의 진압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딸의 유해를 찾기 위해 서부 쿠르디스탄주 마리반에서 수도 테헤란으로 상경했다. 수백 구의 시신을 직접 뒤지며 딸의 신원을 확인했다. 당국은 아미니안의 유해를 고향에 매장하려는 유족들의 염원을 외면한 채 시신을 테헤란 인근 도로변에 묻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2022년 9월 이란에서 발생한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도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당시 22세)의 죽음으로 발발했다. 아미니는 당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끌려갔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당시 이란 당국은 아미니의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라고 밝혀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관세를 즉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폭 강화하며 시위대를 유혈 진압 중인 이란 당국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노르웨이 기반의 국제 인권단체인 이란인권(IHR)에 따르면 시위 발발 뒤 이날까지 최소 648명이 숨졌고 일각에선 6000명 이상 사망을 거론한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이란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이란을 떠나라. 미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출국 계획을 마련하라”고 공지했다. 관세 부과 발표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 정보조사업체 트레이드아이멕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4∼2025년 325억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90.8%에 달한다. 다만 한국 기업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란 제재를 단행한 2018년 뒤 이란 관련 교역이 거의 없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美, 이란-중국 동시 옥죄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관세가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최종적이며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천연가스·각종 상품을 수입하거나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이 미국과도 거래한다면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뜻이다. 관세로 이란이 원유 수출 대금을 미국 달러로 회수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달러 유입이 줄면서 그렇지 않아도 연일 사상 최저치인 이란 리얄화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란은 외환 보유액도 매우 부족해 당국이 느끼는 어려움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제재는 미국과 패권 갈등 중인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크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빚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서 원유를 대거 수입했기에 이번 제재가 중국의 원유 확보 전략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앞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며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 원유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중국은 이번 관세가 “불법 제재”라며 반발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내 도로 폐쇄, 대중교통 운행 차질, 인터넷 제한 등을 거론하며 “이란을 떠나 이웃 튀르키예나 아르메니아로 가라”고 권고했다. 이란은 1979년 11월∼1981년 1월 444일간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삼았다. 이후 미국은 이란과 단교했고 현재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주미국 대사관이 없다. 미국 국무부가 사이버 대사관만 운영 중이다. ● 트럼프, 군사 개입 가능성 여전히 검토 중 한편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이란 공습 또한 미국 군통수권자(대통령)가 “선택 가능한 많은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군사 옵션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승인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다고 전했다. 다만 J D 밴스 부통령을 포함한 일부 고위 참모들은 “미국이 반정부 시위대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는 이란 당국에 유혈 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외교 해법을 선호한다. 또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과 군사력 등을 감안할 때 군사 개입의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외교안보 참모진과 회의를 한 후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공습, 사이버 공격, 추가 제재, 반정부 성향 단체 지원 등이 거론된다고 덧붙였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관세를 즉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폭 강화하며 시위대를 유혈 진압 중인 이란 당국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관련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13일 “8, 9일 이틀에 걸쳐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됐다. 최소 1만2000명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희생자 대부분이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바시즈 민병대 대원들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이며 시위대로부터 거센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알리 하메네이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이 발표는 외부 검증을 거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 현지에서 실제로 대규모 사상자가 나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르웨이 기반의 국제 인권단체 이란인권(IHR)또한 시위 발발 뒤 12일까지 최소 64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이란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이란을 떠나라. 미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출국 계획을 마련하라”고 공지했다. 관세 부과 발표는 이란의 핵 개발 의혹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이란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 정보조사업체 트레이드아이멕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4~2025년 325억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90.8%에 달한다. 다만 한국 기업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란 제재를 단행한 2018년 뒤 이란 관련 교역이 거의 없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美, 이란-중국 동시 옥죄기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관세가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최종적이며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천연가스·각종 상품을 수입하거나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이 미국과도 거래한다면 25%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뜻이다.관세로 이란이 원유 수출 대금을 미국 달러로 회수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달러 유입이 줄면서 그렇지 않아도 연일 사상 최저치인 이란 리얄화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란은 외환 보유액도 매우 부족해 당국이 느끼는 어려움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번 제재는 미국과 패권 갈등 중인 중국을 겨냥한 측면도 크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빚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서 원유를 대거 수입했기에 이번 제재가 중국의 원유 확보 전략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앞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며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 원유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중국은 이번 관세가 “불법 제재”라며 반발했다.미국 국무부는 이란 내 도로 폐쇄, 대중교통 운행 차질, 인터넷 제한 등을 거론하며 “이란을 떠나 이웃 튀르키예나 아르메니아로 가라”고 권고했다. 이란은 1979년 11월~1981년 1월 444일간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삼았다. 이후 미국은 이란과 단교했고 현재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주미국 대사관이 없다. 미국 국무부가 사이버 대사관만 운영 중이다. ● 트럼프, 군사 개입 가능성 여전히 검토 중한편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이란 공습 또한 미국 군통수권자(대통령)가 “선택 가능한 많은 옵션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군사 옵션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란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승인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다고 전했다. 다만 J D 밴스 부통령을 포함한 일부 고위 참모들은 “미국이 반정부 시위대를 부추긴다”고 주장하는 이란 당국에 유혈 진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외교 해법을 선호한다. 또 이란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과 군사력 등을 감안할 때 군사 개입의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외교안보 참모진과 회의를 한 후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공습, 사이버 공격, 추가 제재, 반정부 성향 단체 지원 등이 거론된다고 덧붙였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11일(현지 시간) 현재까지 최소 500명, 최대 20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과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친위대 격이며 신정일치 체제 수호가 핵심 임무인 최정예 군대 혁명수비대를 투입하며 유혈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경제난과 무너진 하메네이 권위가 시위 키워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반정부 시위 여파로 민간인 496명, 보안요원 48명 등 최소 54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 116명에서 5배 가까이로 급증한 수치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19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실제 사망자 수는 2000명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란 안팎에선 8일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끊은 뒤 강경 진압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이란의 28세 여성 기자인 마흐사가 8일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다. 거리는 피로 가득하고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속출해 두렵다”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고 전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미국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사상 최악의 경제난과 하메네이가 이끄는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이란 경제가 붕괴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9일 기준 달러당 99만4055리알로 2015년 이란이 서방 5개국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맺었을 때(당시 달러당 3만2000리알)보다 약 31배 치솟았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올라 중산층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란 국민의 30% 이상이 빈곤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체제 순응적이었던 상인과 중산층이 시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며 ‘중동 맹주’를 자처하는 하메네이 체제의 권위가 무너진 것도 시위를 키운 요인이다. 이란은 지난해 이스라엘-미국과 치른 ‘12일 전쟁’에서 핵시설 등이 대거 파괴되며 사실상 참패했다. 최근 시위대는 ‘왕정 복귀’ ‘하메네이에 대한 죽음’ ‘주변국 개입 중단’ 등 사실상 현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의 구호를 많이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 트럼프에 “당신도 몰락할 것”미국은 이란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고, 결정을 곧 내릴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대이란 공격에 대한 세부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며 대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협상을 원하고 있고, 미국에 계속 두들겨 맞는 데 지친 것 같다”며 “우리가 먼저 행동할 수도 있지만 회담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12일 X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겨진 고대 이집트 석관이 무너지는 사진을 게시하며 “세상 독재자들의 교만이 극에 달했을 때 몰락했는데, 저자 또한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에도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놓고 미국 정치권에선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폭격은 해결책이 아니고, 대통령이 내키는대로 폭격하도록 헌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만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군부가 하메네이 체제를 떠받치고 있고, 맞설 정치적 대안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 군사 개입 등 외부로부터의 변화가 있을지 여부에 따라 하메네이 체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11일(현지 시간) 현재까지 최소 500명, 최대 20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과 인권단체들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 등 주요 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이란 정부가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직속기관으로 신정일치 체제 수호가 핵심 임무인 최정예 군대 혁명수비대를 투입하며 유혈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 거리에 피 가득”미국에서 활동 중인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반정부 시위 여파로 민간인 496명, 보안요원 48명 등 최소 54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전날 116명에서 5배 가까이로 급증한 수치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최소 19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실제 사망자 수는 2000명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이란 안팎에선 8일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끊은 뒤 강경 진압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의 28세 여성 기자인 마흐사가 8일 “시위대 얼굴에 조준 사격을 가하고 있다. 거리는 피로 가득하고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속출해 두렵다”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고 전했다. 또 저격수들이 투입됐단 주장도 나온다.이번 반정부 시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경제난과 하메네이가 이끄는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이란 경제가 붕괴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9일 기준 달러당 99만4055리알로 2015년 이란이 서방 5개국과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맺었을 때(당시 달러당 3만2000리알)보다 약 31배 치솟았다. 식료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올라 중산층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란 국민의 30% 이상이 빈곤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학생과 진보 지식인뿐 아니라, 체제 순응적이었던 상인과 중산층이 시위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이스라엘, 미국과의 전쟁을 거치며 ‘중동 맹주’를 자처하는 하메네이 체제의 권위가 무너진 것도 시위를 키운 요인이다. 이란은 지난해 이스라엘-미국과 치른 ‘12일 전쟁’에서 핵시설 등이 대거 파괴됐다. 또 군지도자와 핵과학자들도 상당수 표적 공습으로 암살당했다.최근 시위대들은 ‘왕정 복귀’ ‘하메네이에 대한 죽음’ ‘주변국 개입 중단’ 등 사실상 현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의 구호를 많이 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군사 개입 강력한 선택지” vs 이란 외무 “전쟁과 대화 모두 준비”미국은 이란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고, 결정을 곧 내릴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안보 당국자들로부터 대이란 공격 선택지에 대한 세부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미국에 협상을 제안한 사실을 밝히며 대화 가능성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협상을 원하고 있고, 미국에 계속 두들겨 맞는 데 지친 것 같다”며 “우리가 먼저 행동할 수도 있지만 회담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크치 이란 외무장관은 “우리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화에도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놓고 미국 정치권에선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폭격은 해결책이 아니고, 대통령이 내키는대로 폭격하도록 헌법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이란 반정부 시위가 하메네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진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군부가 하메네이 체제를 떠받치고 있고, 시민들의 분노를 대표해 맞설 정치적 대안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란은 2009년 대선 부정선거 시위, 2022년 히잡 착용 반대 시위를 겪었지만 하메네이 체제는 건재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 군사 개입 등 외부로부터의 변화가 있을지, 이 경우 이란 엘리트와 혁명수비대가 어떤 입장에 서는지에 따라 하메네이 체제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이라고 전망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최소 116명, 최대 2000여 명이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외신 보도와 인권단체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과 국제전화 등 외부 연결을 차단한 뒤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 수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시위대를) 도울 준비가 됐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이슬람교 시아파 성직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가 47년 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검찰총장 “시위 참여하면 사형 혐의”미국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민간인 78명, 보안군 38명 등 최소 11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이 본격화되면서 전날 기준 65명에서 사망자가 약 2배로 급증한 것. 시위로 인해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도 2600명을 넘어섰다. 이란 정부가 8일부터 국제전화와 인터넷을 차단해 내부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시위 중 죽거나 다친 사람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실제로 미 주간지 타임은 이란 병원 6곳에서만 최소 21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인 이란인권센터(CHRI)는 이란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는 목격자 증언과 보고를 접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일부 소식통은 2000명 이상 사망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인터넷 차단 등으로 검증은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CNN, BBC 등이 입수한 영상을 보면 이란 당국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의료체계가 마비되고 영안실 수용 공간이 부족해 수도 테헤란 동부의 한 병원에선 시신들이 겹쳐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관공서, 차량, 모스크 등이 불타기도 했다. 이란 시민들은 인터넷 차단 우회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시위대 진압 참상을 전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당국이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강화하고 있다는 참담한 보고를 분석 중”이라고 했다. 200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당국의 인터넷 차단을 겨냥해 “학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란 국영 매체들은 일부 시위대의 무장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은 당국이 총기, 수류탄, 휘발유 폭탄 등을 소지한 시위대 약 200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또 모하마드 모바헤디아자드 이란 검찰총장은 “시위에 참여하면 누구든 신의 적으로 간주한다. 이는 사형에 해당하는 혐의”라고 경고했다.● 美, 이란 공습 예비검토 착수 미국은 이란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썼다. 그는 전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미국이 개입해 이란의 아픈 곳을 매우 세게 때리겠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대규모 공습 등 군사 개입 옵션에 대해 보고받고 실행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대이란 군사작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신들은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란을 ‘중동의 맹주’로 이끄는 지도자로 자신을 포장해 왔지만, 지난해 이스라엘-미국과 치른 12일 전쟁에 참패하면서 권위가 크게 실추됐다. 또 오랜 기간 지속된 경제난이 이젠 중산층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면서 친정부 성향이었던 상인들마저 시위에 나서고 있다. 중동 소식통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선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 비옥한 농업지대,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에서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시위대는 ‘팔레비 왕조 복귀’,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같이 현 체제를 부정하는 구호도 외친다. 다만, 하메네이 체제가 당장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안보와 치안을 떠받치며, 다양한 공기업을 운영해 경제력도 막강한 혁명수비대 등 군부가 하메네이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난해 12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서머빌시. ‘미국 바이오산업의 실리콘 밸리’,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 마일’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케임브리지시 켄들 스퀘어와 함께 바이오산업 혁신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에 ‘아프리오리 바이오(Apriori Bio·이하 아프리오리)’사가 있었다. 아프리오리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으로 바이러스의 미래 변이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효과적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벤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를 탄생시켜 글로벌 바이오 업계에서 유명한 벤처캐피털(VC)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이하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끌었다.이날 찾은 아프리오리 입주 건물에서는 뜻밖에도 아프리오리 외에 플래그십이 창업시킨 바이오 벤처 회사 5곳을 한 층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플래그십이 유망한 신생 기업들을 모아 무럭무럭 키우는 거대한 인큐베이터인 셈이었다. 첨단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혁신 금융’ 플래그십은 씨앗 기업들을 집적해 창업 시너지를 배가시키고 있었다.● 대형 VC가 마련한 바이오 창업 단지기업들은 넓은 한 층 공간을 각각 구역을 나눠 쓰고 있었다. 가벽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개방된 공간이라 겉보기에는 마치 한 회사의 거대한 연구실처럼 보였다.연구실에서 만난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직원이 20여 명이라 딱 스타트업 규모지만 우리가 누리는 자원은 일반 스타트업은 누릴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래그십이 투자한 여러 분야 바이오 벤처가 한 공간에서 협업하고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AI 전문가부터 계산 생물학, 데이터 분석, 실험 연구자 등 전문 인재가 풍부하고 수십억 원 규모의 첨단 장비를 쓸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날 돌아본 플래그십 창업 벤처 연구 공간에는 세포 배양과 분석부터 차세대 유전자를 읽는 기술 딥 시퀀싱에 이르기까지 직원 수십 명이 수일, 수십 일 동안 해도 해내지 못할 연구를 하루나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첨단 장비가 가득했다. 바이러스 시료 수십 종을 자동판매기처럼 자동으로 보관하고 출고해 주는 장비도 있었다. 아프리오리 관계자는 “이런 투자와 장비 덕분에 우리는 그 시간에 더 좋은 논문을 읽고 더 지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다”며 “플래그십 안에서 이뤄지는 투자, 협업을 통해 우리는 과학 기술 최전선에서 최대한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VC가 투자뿐 아니라 창업 과정에 참여연구 현장에서 만난 플래그십 출신 크레이그 윌리엄스 아프리오리 최고경영자(CEO)는 “이 모든 건 플래그십만의 독특한 벤처 투자 프로세스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플래그십은 단순히 유망 벤처에 투자하고 이익을 얻는 일반 VC들과 달리 고유한 ‘창업(origination)’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플래그십은 매년 사내 전담 조직을 통해 100여 개의 ‘만약 ∼라면(What if?)’이라는 질문을 도출한다. 그런 뒤 사내 200여 명의 과학자들이 가능성 없는 질문을 제거해 나간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 하나에서 여러 방향의 혁신 기회가 나올 수 있는가’이다. 이 과정을 통해 플래그십이 정말 투자를 통해 회사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3∼4개의 최종 질문을 찾아낸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진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불확실성(uncertainty)의 영역’에 투자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리스크는 줄여야 하므로 끝까지 살아남은, 검증된 아이디어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는 이런 방식이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플래그십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바로 회사가 되는 건 아니다. 처음엔 회사 이름 없이 프로젝트 숫자만 부여된다. 윌리엄스 CEO는 “아프리오리도 처음엔 그저 ‘FL(Flagship Lab) 77’이었다”며 “질문에 대한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게 입증되기 전에는 회사라는 생각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자유롭게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덕분에 플래그십이 투자하고 창업을 이끈 바이오 회사는 각 전문 분야에서 빠르고 혁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윌리엄스 CEO는 “플래그십은 화이자, 노보 노디스크, GSK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종의 빅파마(대형 제약사) 연구개발(R&D)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투자자로서는 이 같은 혁신 ‘원천’에 가까워질수록 훨씬 더 큰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플래그십 투자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플래그십, 25년간 118곳 창업 지원플래그십은 3년마다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바이오 벤처 투자를 진행한다. 가장 최근 펀드 규모는 36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그 전 펀드는 33억 달러 규모였다. 모더나부터 아프리오리까지 이런 방식으로 플래그십이 창업을 이끈 기업은 25년간 118개에 달한다. 플래그십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 고문인 안드레 안도니안 아태 지역 의장은 “플래그십은 VC가 아니라 기업 창조자(company creater)”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창업가를 키우고, 자금을 대고, 회사를 운영하고 확장하는 모든 것을 한 지붕 아래에서 한다”며 “켄들 스퀘어 연구실 면적의 25%가 플래그십과 관련돼 있고 이를 통해 1만 명의 고용을 창출해 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안도니안 의장은 “혁신 측면에서 VC와 스타트업은 아주 큰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파일럿’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으로 갈 ‘우주 비행사’에게 투자하길 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반도체보다 큰 1000조 시장… 韓 스타트업, 큰 시장에 나와야”빅5 병원 데이터-우수 인력 강점보스턴 큰손 플래그십도 韓 개척“반도체가 400조 원 규모라고 하면 신약시장은 1000조 원이 넘습니다. 연간 성장률도 12%에 달하니 바이오에 베팅을 안 할 수가 없죠.”(이성환 SV인베스트먼트 이사)미국 바이오 산업 메카인 보스턴과 케임브리지에서 만난 한국 벤처캐피털(VC)들은 입을 모아 더 많은 한국의 VC와 바이오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2014년 보스턴에 진출해 올해로 현지 바이오 벤처 투자 13년 차를 맞는 솔라스타벤처스 윤동민 대표는 “바이오 투자야말로 현지에 나와 실시간으로 동향을 느끼고 중요 기업인과 네트워킹하며 독점 개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글로벌 빅파마 연구개발(R&D) 헤드와 바이오 벤처 수백 개가 모인 이곳은 벤치마킹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굉장히 많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이 이사는 “한국에서는 바이오벤처가 초기 투자를 받은 뒤 상장하지 않으면 중간에 가치를 인정받을 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에서는 중간에 빅파마와 손을 잡거나 라이선스를 팔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엑시트할 다양한 기회가 있고, 많은 경우 한국보다 4∼5배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한국 VC 가운데 보스턴 현지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 진출한 곳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 이사는 “한국에서 나오는 정책자금만 운용하거나 코스닥에만 상장시켜도 VC들이 먹고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 VC와 기업이 자꾸 더 큰 시장에 나오고 한미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야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역설했다.한편 이들은 “2, 3년 전부터 보스턴 VC 사이에서 한국 바이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라며 “한국의 우수한 인력,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빅5 병원 환자 규모와 데이터, 시장 자금력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실제로 미국 대표 바이오 VC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도 2년 전 싱가포르에 지사를 내 한국과 일본 등 3개국 시장을 개척 중이다. 안드레 안도니안 플래그십 아태지역 의장은 “아시아는 혁신 원천이자 가장 큰 시장”이라며 “기회가 너무 많아 어디에 시간과 노력의 우선순위를 둘지가 가장 큰 고민일 정도”라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3, 2, 1! 자, 배가 물 위로 올라갑니다! 배 뒤에 생기던 파도가 사라졌어요.” 지난해 12월 17일(현지 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동부 항구지역인 프리함넨 인근 해역. 전기 수중익(水中翼·선체 밑에 설치된 날개) 선박을 운항하는 ‘칸델라’ 직원 토드 링엔홀 씨가 이같이 외쳤다. 2014년 설립한 스웨덴 스타트업 칸델라는 세계 최초로 전기 수중익 선박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기업이다. 기자가 칸델라가 개발한 2세대 전기 수중익 선박 ‘C-8’의 데모 버전에서 ‘수중익’ 기어를 위로 올리자 선체 앞부분부터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체 뒤로 10m가량 길게 퍼지던 파도는 수중익 모드로 전환한 지 10초도 안 돼 잠잠해졌다.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 칸델라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기 수중익 여객선 ‘P-12 노바(Nova)’ 운항을 시작했다. 100% 전기로 움직여 ‘조선업의 테슬라’라고 불린다. 노바의 최대 장점은 속도다. 노바는 파도를 만들지 않아 기존 선박보다 약 2배로 빠른 시속 46km로 달린다. 노바 이용객이기도 한 링엔홀 씨는 “50분 이상 걸리던 출퇴근이 30분 가까이로 줄었다”며 웃었다. 혁신 기업이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면서 환경 오염도 방지하고 있는 셈이다. 칸델라의 전기 수중익선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호주 등으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인구 감소한 스웨덴, 수출 키워줄 ‘혁신 산업’ 키운다스웨덴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혁신 기업을 성장시켜 수출 엔진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절감하며 사업 초기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 강소기업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톡홀름의 무인(無人) 전기 운반 트럭 ‘엔라이드’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무인 전기 트럭은 레이저로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위험 정도를 판단해 대응할 수 있다. 엔라이드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아이온큐와 자율주행·물류 최적화 영역에서 3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시도한 세계 최초 사례다. 지난해 엔라이드가 아이온큐를 포함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은 약 1억 달러(약 1452억 원)에 달한다.이들 기업 창업자는 모두 스웨덴의 민간 벤처캐피털(VC)이 성장하는 힘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구스타브 하셀스코그 칸델라 대표는 “(칸델라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은 창업 이후 제품을 실제 판매하기까지 ‘죽음의 계곡’ 시간이 치명적”이라며 “이큐티(EQT) 벤처와 같은 스웨덴 대형 민간 VC가 우리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자 이를 신뢰의 증표로 본 다른 자본들도 유치됐다”고 설명했다. 로베르트 팔크 엔라이드 대표도 “스웨덴 VC 시장은 추후 글로벌 자본까지 이어지는 일종의 허브”라며 “글로벌 자본을 향한 개방성이 성공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창업 선배가 VC로 활약하는 ‘인재 선순환’스웨덴의 스타트업 생태계 핵심은 민간 주도 혁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VC 투자 비율은 0.11%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0.0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다. 1인당 VC 투자액은 2020∼2024년 누적액 기준 EU 회원국 중 1위다. 인구 100만 명당 2400유로로 추정된다.스웨덴 내 스타트업 VC 관계자들은 혁신의 키워드로 ‘선순환’을 꼽았다. 과거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끌었던 창업자가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의 에인절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전환의 핵심에는 민간 VC가 있다.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VC 내부 파트너로 영입하거나 미래 세대 스타트업 이사회 핵심 멤버로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스웨덴 스타트업의 신화로 꼽히는 스포티파이와 유럽 최대 사모펀드 EQ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스포티파이 기업공개(IPO) 이후 초기 임원진 다수가 에인절 투자자 또는 VC 파트너로 영입됐다. 이들은 이후 엔라이드, 클라르나 등 자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로 활동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포티파이가 스톡홀름 테크 생태계에 ‘재능·자본 재활용 기계’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스웨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파일럿 소비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 내 혁신조달 제도를 통해 정부나 지자체가 파일럿 사업의 형태로 스타트업의 고객이 된다.● AI가 ‘숨은 챔피언’을 찾아낸다 벤처 투자자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미래의 혁신 기업을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EQT 벤처는 AI에 기반한 마더브레인 시스템을 통해 지난 10년간 투자처를 발굴했다. 마더브레인은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잠재력이 높은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식별한다. 매출,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속도, 기술 활동, 창업 생태계 내 참여도, 초기 고객 수요, 창업자의 위기 대응 능력 등 맨파워를 따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한다. 빅토르 엥레손 EQT 파트너 겸 초기 단계 기술 부문 총괄은 “투자처를 선정할 때 핵심은 창업자의 야망과 문제에 대한 통찰력 및 위기 회복력”이라고 설명했다. 韓 은행들 혁신기업 찾는 ‘AI 헤드헌터’ 도입… “기술력은 갈 길 멀어”국내 은행, 올해 AI로 우량기업 선별AI가 은행의 대출 심사 기간 줄여줄 듯“AI의 기업대출 기능, 아직은 보조적”인공지능(AI)으로 혁신 기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내기 위해 AI를 기업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부터 AI가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내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예측모델을 AI 기반 기업대출 자동심사 시스템 ‘빅스(Bics)’에 반영할 계획이다. 빅스는 AI가 각종 정보를 분석해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낮은 대출에 대한 판정 결과를 기업대출 심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신속한 심사를 도울 뿐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다. AI가 심사관뿐 아니라 일종의 헤드헌터 역할도 맡게 되는 것이다. 신한은행 역시 심사 업무를 돕는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심사의견서 작성에 필요한 재무 분석, 사업 역량, 기술 경쟁력, 업종 분석 등을 포함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이르면 3월 도입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부터 AI가 기업대출 심사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자동심사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우량기업을 선별하고, 재무 정보와 산업 전망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대출 사후 관리 등 기업대출 과정 전반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통상 소득과 신용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기업 재무제표와 사업 역량, 업황 등 검토 요소가 많아 심사가 더 오래 걸린다. AI가 먼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참고 자료를 제공하면 은행 담당자가 심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I가 주도적으로 기업대출 심사와 혁신 기업 선별을 맡기에는 기술력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AI에 심사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우선 심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싱가포르=강우석, 스톡홀름=김수현 기자실리콘밸리=신진우, 보스턴=임우선, 런던=유근형 특파원서울=전주영 신무경 주현우 최미송 기자}
경제난에 항의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7일 현재 최소 38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시작한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격화되면서 7일 하루만 이란 남부 도시 야수즈에서만 19명이 체포됐다. 이란 남서부 도시 로르데간에서는 상인 약 300명 가게를 닫고 거리에 모여 시위를 펼치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무기를 든 시위대가 발포해 경찰관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이란 관영 파르스 통신이 전했다. 특히 말렉샤히 지역에서 열린 시위 사망자의 장례식 후 100여 명의 조문객들이 거리로 나가 은행 세 곳을 파괴하기도 했다.이란 정부는 시위로 인한 사망자 추계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 네트워크(HRANA)는 이란 반정부 시위 11일 동안 최소 38명이 사망하고 최소 2076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 29명, 경찰과 보안요원 4명이 포함됐고, 18세 미만 어린이 청소년도 5명 숨졌다고 전해진다.시위가 격화되면서 세계 각국 정부는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가능한 빨리 출국하라고 권고했다. 호주 외교통상부(DFAT)는 이날 여행경보를 내고 “전국적으로 폭력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예고 없이 추가로 격화할 수 있다”며 출국을 경고했다.이란 정부는 강경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이란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대법원장은 이날 시위대에게 “이슬람 공화국에 대항하는 적을 돕는 자들에게는 어떠한 관용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시위대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제이 대법원장은 “미국과 이슬람이 혼합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슬람 공화국과 국민의 평화를 해치는 적을 돕는 자는 누구든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가 보안군에 발포하면 지원에 나서겠다”며 시위대를 옹호하자 이에 반박한 것이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7)가 시위 진압 실패에 대비해 러시아 등으로의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고령의 하메네이는 시위 발발 후 “적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1989년 집권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뒤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6·25전쟁 뒤 한반도에 배치된 유엔군사령부와 유사한 형태의 다국적군을 우크라이나에 주둔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 군대 구성과 운영은 유럽 주요국이 주도하고 미국은 후방에서 무기와 재정 지원에 나서는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는 전후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제 추진 시 난항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파리 엘리제궁(대통령궁)에서 열린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를 마친 뒤 전후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내용의 의향서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35개국과 2개 국제기구가 참여한 ‘의지의 연합’은 다국적군 배치를 통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고, 재건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유럽, 미국, 우크라이나 간 협력을 조정할 기구도 공식화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휴전 후 감시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이 전선 감시 측면에서 참여 의사를 명확히 했고, 후방 지원도 약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은 세부 파병 계획도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수천 명 규모의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며 “이들은 최전방이 아닌 후방에서 휴전 뒤 안전 보장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도 “휴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군사 거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이날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이날 메르츠 총리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직접 주둔이나 인접 국가들에 추가로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 모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파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에는 미국 측에선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다. 윗코프 특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선 지속 가능한 안전 보장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 연합국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혔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모진과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을 논의 중이며 이를 위해 미군을 활용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백악관이 6일(현지 시간) 밝혔다.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꼭 필요하다”며 합병 의지를 강조한 지 이틀 만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공개한 것이다. 서반구에서 미국 패권 강화를 위해 3일 군사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목표로 그린란드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백악관은 이날 언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획득이 미국 국가안보의 우선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북극 지역에서 우리의 적들을 억제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합병 추진 이유를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그의 팀은 이 중요한 외교정책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그린란드 합병을 위한 미군 활용 방안 또한 “최고사령관(대통령)의 권한하에 언제나 가능한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참모진이 미국이 그린란드를 ‘완전 매입’하는 방식이나 미국과 ‘자유연합협정(Compact of Free Association·COFA)’을 체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같은 날 의회 군사·외교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침공(invade)’하기보단 덴마크로부터 ‘매입(buy)’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그린란드를 얻기 위한 최신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도 덧붙였다. 유럽 주요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 7개국은 같은 날 공동 성명에서 “그린란드 문제를 결정하는 주체는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뿐”이라며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뒤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6·25 전쟁 뒤 한반도에 배치된 유엔군사령부와 유사한 형태의 다국적군을 우크라이나에 주둔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 군대 구성과 운영은 유럽 주요국이 주도하고 미국은 후방에서 무기와 재정 지원에 나서는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는 전후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제 추진시 난항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파리 엘리제궁(대통령궁)에서 열린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를 마친 뒤 전후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내용의 의향서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35개국과 2개 국제기구가 참여한 ‘의지의 연합’은 다국적군 배치를 통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고, 재건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유럽, 미국, 우크라이나 간 협력을 조정할 기구도 공식화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휴전 후 감시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이 전선 감시 측면에서 참여 의사를 명확히 했고, 후방 지원도 약속했다”고 밝혔다.특히 프랑스와 영국은 세부 파병 계획도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수천 명 규모의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며 “이들은 최전방이 아닌 후방에서 휴전 뒤 안전보장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머 총리도 “휴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군사 거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이날 파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이날 메르츠 총리는 “독일은 우크라이나 직접 주둔이나 인접 국가들에 추가로 군대를 파견하는 방안 모두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파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이날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에는 미국 측에선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선 지속가능한 안전보장이 꼭 필요하단 점에 연합국과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3일부터 정전이 발생해 주민들이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6일 기준 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최소 2만4700가구, 상점 1120곳이 정전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정전을 야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좌익 극단주의 단체 ‘불칸그루페’를 테러 혐의로 수사하기로 했다.슈피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6일(현지 시간) 신원을 알 수 없는 방화 용의자에게 테러단체 가입과 반헌법적 사보타주, 공공시설 교란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기로 했다. 베를린 검찰이 조사하던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불칸그루페는 3일 베를린 남서부 리히터펠데 열병합발전소 인근 고압 송전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자신들이 방화 사실을 직접 밝혔다. 이들은 “ 정전이 아닌 화석연료 경제가 이번 행동의 목표”라며 “가스발전소 공격은 정당방위이자 지구와 생명을 보호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국제적 연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촌인 베를린 남서부를 겨냥했다는 사실도 밝혔다.불칸그루페는 2011년 첫 방화 이후 베를린과 인근 지역의 철로와 송전설비 등 공공시설에 열두 차례 불을 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2024년 베를린 근교 테슬라 공장 인근 송전탑을 공격해 공장 가동이 일주일간 멈췄다. 당시 불칸그루페는 좌파 성향 인터넷 매체를 통해 범행을 자백하면서 반자본·반기술·반제국주의 메시지를 발표했다.독일 정치권 일각에선 러시아의 공작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로데리히 키제베터 기독민주당(CDU) 의원은 “성명을 러시아어로 다시 번역하면 어색한 (원문) 독일어보다 훨씬 자연스럽다”며 “이 극좌단체는 독일어를 제대로 못하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지시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현재 정전 중인 지역에서는 대부분 휴대전화까지 먹통인 상태다. 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숙박비를 지원하고 응급 발전기를 투입하는 등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2일 정오경(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앞 상업지구의 한식당을 찾았다. 한국의 거리 음식을 판다는 홍보 문구를 내세운 곳이었다. 가게 앞에 비치된 메뉴판에는 비빔밥, 불고기, 닭갈비 등 한국 음식들이 파리지앵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한국 식당이었다. 하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한국 스타일을 연상하고 가게에 들어섰지만 일본풍 인테리어 소품들이 가득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후지산이 그려진 대형 벽지가 가게를 장식했다.》메뉴판도 달랐다. 첫 페이지에는 한국 음식들이 나열돼 있었지만, 두 번째 페이지부터는 일본식 라멘, 튀김 등 다른 나라 음식이 많았다. 일본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시아 나라 음식을 팔다가 한식을 끼워 넣은 듯한 인상이 강하게 풍겼다.● 단무지 오이 들어간 비빔밥 파는 가짜 한식당 맛은 더욱 심각했다. 15유로(약 2만5000원) 하는 한국 대표 메뉴 비빔밥을 시켰는데, 고추장 대신 동남아풍 스리라차 소스를 줬다. “고추장 없느냐”고 물으니 티베트 출신 지배인은 “그게 뭔가?”라고 되물었다. 비빔밥 위에는 단무지, 오이, 두부 튀김 등 통상 비빔밥에 얹히는 재료가 아닌 것들이 즐비했다. 숟가락 없이 젓가락만 준 것도 한국 스타일과 거리가 있었다. 비빔밥을 어떻게 먹는지 기본조차 모르는 눈치였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진 K치킨도 상상하던 맛이 아니었다. 시큼한 향이 강한 중국풍 튀김에 가까워 보였다. 분명 한식당에 왔는데, 한식이 아닌 음식들만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 식사를 하고 나온 한 프랑스 부부에게 “이곳의 음식이 한식이 아니란 걸 아느냐”고 물으니 “전혀 몰랐다. 다음엔 좀 더 전통적인 한식당을 찾아가야겠다”며 놀랐다.파리 13구에 위치한 다른 한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매우 맛있다’를 의미하는 비속어(JMT)를 가게 이름으로 내세운 이곳은 외관만 보면 한식당처럼 보였다. 실내에 ‘어서 오십시오’ 같은 한국식 네온사인도 달려 있어, 겉모습만 보면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주문한 음식들은 한식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김치찌개는 뜨거운 물에 생김치를 담근 듯한 맛이 났다. 자장면에는 생경한 닭고기가 토핑으로 들어 있고, 국물이 흥건했다. 춘장의 비린 맛이 여전할 정도로 조리가 100% 되지 않았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유승희 셰프는 “파리지앵들은 이 같은 음식이 한식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며 “프랑스 미식 시장에서 한번 형성된 이미지는 쉽게 수정되지 않는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인 종업원 내세운 중국계 한식당도 등장 한류 여파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유럽 대륙을 강타하고 있다. 2010년대 수십 곳에 불과했던 파리 내 한식당은 최근 400여 곳까지 늘었다. 유럽 전체로 넓히면 한식당은 2000곳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한식에 대한 관심은 K푸드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K푸드 관련 수출은 130억 달러(약 18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10월 112억 달러(약 16조20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7% 성장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시장은 전체 수출 성장세보다 가파른 11%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 콘텐츠의 확산과 맞물려 ‘건강하고 트렌디한 음식’으로 인식되면서 유럽 외식 식품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식 시장의 양극화다.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맛과 품질이 수준 이하인 ‘짝퉁 한식당’이 너무 빨리 늘고 있다. 단기간에 창업된 한식당들이 기본적인 조리 표준, 재료 이해, 위생 관리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유럽 시장에 왜곡된 한식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한식 붐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고, 나아가 한식 브랜드 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짝퉁 한식당들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한국인 중간 매니저를 내세우거나, 기존 한식당을 인수한 중국 자본의 식당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파리의 중국계 한식당들은 우버이츠, 딜리버루 등 애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해 배달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마르세유, 리옹, 니스 등 프랑스 지방 도시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 등 유럽 대도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 한식당을 운영하던 한인들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계 등 외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기존 한인 식당들이 매출 감소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인증 스티커를 자체적으로 부착하는 등 각종 대책을 짜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파리 한국인 밀집 지역인 15구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한 교민은 “지난해 파리 시위 과정에서 한식당이 불타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실제로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며 “한식 특수를 교민들은 보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식 전문화 고급화 전략 필요 K푸드 붐을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선 전문화 고급화 등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파리에 진출한 돼지국밥 전문점 ‘옥동식’이 대표적이다. 국밥 메뉴에 집중하는 옥동식의 파리 지점에는 2일 영업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10시 반부터 대기줄이 서기 시작했다. 점심 영업을 시작할 무렵에는 대기자가 105명을 넘었다. 옥동식 셰프는 “한식당들이 메뉴 가짓수를 줄이고 한식 본연의 맛에 더 집중한다면 유럽 미식계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한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식자재 시장이 더 커져야 정통에 가까운 한식이 유럽에 소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 런던의 유명 한식당들은 고추장 참기름 간장 등 고급 식재료를 2∼3주에 한번 지인을 통해 핸드캐리로 공수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한식과 프랑스 음식을 결합한 퓨전 음식을 하는 용석원 셰프는 “한식 재료가 부족해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며 “중식 일식처럼 양질의 식재료가 풍부해져야 정통에 더 가까운 한식을 유럽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파리, 런던, 베를린 등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민관 공동의 한식 맛 평가를 진행하고 맛집 리스트를 발표하거나, 공인 식당을 지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태국 정부는 2000년대 초 ‘타이 셀렉트(Thai Select)’ 인증을 도입해 해외 태국 음식점의 맛, 재료, 조리 기준을 관리했다. 인증 식당은 공신력을 얻으며 수준 이하 업장은 자연스럽게 도태됐다. 일본도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일본요리사협회 중심으로 품질 관리를 진행했다. 현지 셰프들을 대상으로 하는 김치, 장류, 육수 등의 단기 요리 클래스를 정례화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유 셰프는 “사실상 파리 한식당계는 품질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 이제 규모에 맞게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유근형 파리 특파원 noel@donga.com}

극심한 경제난에 항의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4일 현재 최소 16명이 숨졌다고 이란 인터내셔널, 영국 일간 가디언, AP통신 등이 전했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시위대를 ‘폭도’라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된 이란의 대정부 시위가 2일 현재 전체 31개 주 가운데 25개 주의 60여 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 15명, 보안군 1명 등 최소 16명이 숨지고 최소 44명이 총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또 최소 119명이 시위 참여 혐의로 체포됐다고 현지 인권 운동가들이 전했다. 2022년 히잡 착용을 거부한 22세 마사 아미니가 경찰 구금 중 사망하면서 촉발된 ‘히잡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 시위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란 서부 말렉샤히에서는 무장 시위대가 경찰서에 진입하려다 보안군 1명과 시위대 2명이 사망했다. 시위대가 모스크를 공격한 사례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이번 시위는 이란 리얄화 가치가 지난 6개월 사이 50% 이상 하락하는 등 심각한 경제 침체 여파로 지난해 12월 28일 시작됐다. 상인들이 주도한 이번 시위는 대학생 등이 동참하면서 점차 확대됐다. 또 반정부 메시지도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독재자에게 죽음을’같이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한 구호까지 등장했다.하메네이는 시위 발생 6일 만인 3일 이란 국영 방송에 처음 등장해 강경 진압을 시사했다. 하메네이는 “우리는 시위대와 대화해야 하지만 폭도들과 대화하는 것은 이득이 없다”며 “우리는 적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폭동을 일으킨 자들은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에게 선동되거나 고용된 사람들이 이러한 상인들 뒤에서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이란 정부가 평화 시위대에 발포해 폭력적으로 살해할 경우 미국은 그들을 구출하러 나설 것”이라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을 공격하겠다”고 반박했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