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전남의 한우 사육 농가 5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소 334마리가 살처분됐다. 청정지역으로 꼽히던 전남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13일 영암군의 한 농가에서 키우던 소 4마리가 구제역으로 확진돼 184마리가 살처분됐다. 14일 영암군의 다른 농장 3곳에서 소 62마리가 구제역으로 확진돼 살처분됐고, 15일엔 무안군의 한 농가에서 3마리가 확진돼 전체 88마리가 살처분됐다. 전남도 집계 결과 구제역 발생 농가 3km 이내 345곳에서 소, 돼지, 염소 등을 6만2000마리 키우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영암, 무안, 나주, 화순 등 전남 10개 시군의 구제역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사육 농장과 축산시설, 축산차량에 대해 16일 오전 10시부터 17일 오후 10시까지 36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13개 시도에서 435건이 발생한 구제역이 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공기로도 감염되는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에서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식욕이 저하되면서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는 1급 전염병이며 백신 접종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최근 발생한 구제역은 해외 유입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충북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베트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유전자와 비슷했고, 최근엔 중국에서 구제역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근엔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이나 불법 축산물 등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철저하게 백신 접종을 하고 차량, 농장 관리인 등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 확산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108개 접종반을 편성해 이날 구제역 발생 농가 반경 3km 이내에 있는 축산 농가들에 대한 가축 백신 접종을 끝냈다. 도내 가축시장 15곳도 잠정 폐쇄했다.영암=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정부가 한국의 농업 위생·검역(SPS)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농축산 문제를 무역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다. 한국 정부가 빅테크 규제를 위해 추진했던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서도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 사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 통상 당국 수장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농산물 검역과 빅테크 기업 규제 문제가 나옴에 따라 다음 달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의 전방위 통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 시정할 게 많다고 이야기”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이날 진행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농업 부문 SPS에 관해 한국이 시정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도 “농업에 관해 광범위한 언급은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소고기 (30개월령 수입 제한) 문제를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와 만난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로 농업 분야의 경우 협의를 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과일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육류에서는 소고기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따라 미국의 과일 수입 확대 요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2018년도부터 한국 정부의 과일 검역 조치를 무역장벽으로 지목하며 미국산 과일의 국내 시장 진입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3월에도 USTR은 ‘2024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미국산 사과, 배 등 과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 검역 절차를 대표적인 무역장벽 중 하나로 꼽으며 “미국 정부는 한국 검역본부 측에 해당 품목의 수입 허용 절차를 더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1992년 미국산 사과에 대한 ‘수입위험분석’을 신청했는데, 현재까지도 여전히 8단계 중 2단계(수입위험분석 착수)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국은 병해충 유입 등을 이유로 사과와 배는 수입하지 않고 있다.소고기 30개월령 제한 문제도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축산업자들의 연합회인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중국, 일본, 대만이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 품질을 인정해 30개월령 제한을 없앤 만큼 한국과도 협의를 추진해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서를 USTR에 제출한 바 있다.● 디지털 통상 장벽·중국산 철강 우회 문제도 논의USTR은 한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디지털 통상, 플랫폼법 등에 대해 미국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우려 사항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플랫폼법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등 ‘갑질’을 막는 법이지만 미국은 구글이나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달리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정부는 중국산 철강의 국내 우회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에 적극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이 우회해서 미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걱정은 안 해도 좋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정 본부장은 12일부터 부과되기 시작한 철강과 알루미늄,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에 대한 25% 관세에 대해서도 “한국 철강의 관세 면제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철강 수출이 미국 산업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에서 생산이 부족한 품목의 공급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하방 산업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음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정부가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회 덤핑 제품의 유입 차단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 철강재의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이러한 내용이 담긴 ‘철강 통상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13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철강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불공정 수입에 대해 우회 덤핑, 수입재 모니터링 등 통상 방어 기능 강화를 추진 중”이라며 “불공정 무역에 대해 정부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특히 이번 조치에는 ‘우회 덤핑’을 차단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우회 덤핑이란 이미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을 제3국을 통해 품목 코드만 살짝 바꿔 다시 국내로 유입하는 일종의 ‘꼼수’ 전략이다. 특히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해외 저가 제품이 국내에 비정상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제품의 원산지에 대한 관리를 통해 우회 덤핑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회 덤핑을 막으려는 정부의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이미 올 1월 ‘덤핑방지관세 부과 신청·조사·판정에 관한 세부운영규정’ 개정을 통해 우회 덤핑에 대한 조사 신청 및 조사 개시 결정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산업부는 국내에 대량 유입되는 해외 저가 제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부처 산하 무역위원회를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덤핑조사지원과를 신설해 우회 덤핑 조사 등을 전담한다는 내용의 계획도 포함됐다. 덤핑 제품에 대한 제재 역시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무역위원회는 국내에서 수입하는 중국산 후판에 잠정 덤핑 관세를 최대 38%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된 반덤핑 관세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달부터는 저가의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건축용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달 전 세계 유제품 가격이 1년 전보다 20% 넘게 오르며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1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유제품 가격지수는 148.7포인트였다. 이는 2022년 10월(149.2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23.2% 올랐다. 세계 유제품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이라고 할 때, 유제품의 국제 가격이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버터와 치즈의 국제 가격은 각각 1년 전보다 23.8%, 30.5% 뛰었다. 세계 유제품 가격지수가 크게 오른 건 오세아니아 지역의 우유 생산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까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유제품의 가격 상승 압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445.58원으로 1년 전보다 114.21원 높은 수준을 보였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정부가 한국의 농업 위생·검역(SPS)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농축산 문제를 무역 협상 테이블에 올려놨다. 한국 정부가 빅테크 규제를 위해 추진했던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서도 미국 측이 비관세 장벽 사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 통상 당국 수장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농산물 검역과 빅테크 기업 규제 문제가 나옴에 따라 다음 달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의 전방위 통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 시정할 게 많다고 이야기”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이날 진행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 결과를 설명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농업 부문 SPS에 관해 한국이 시정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도 “농업에 관해 광범위한 언급은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소고기 (30개월령 수입 제한) 문제를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와 만난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로 농업 분야의 경우 협의를 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과일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육류에서는 소고기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에 따라 미국의 과일 수입 확대 요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2018년도부터 한국 정부의 과일 검역 조치를 무역장벽으로 지목하며 미국산 과일의 국내 시장 진입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3월에도 USTR은 ‘2024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미국산 사과, 배 등 과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 검역 절차를 대표적인 무역장벽 중 하나로 꼽으며 “미국 정부는 한국 검역본부 측에 해당 품목의 수입 허용 절차를 더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1992년 미국산 사과에 대한 ‘수입위험분석’을 신청했는데, 현재까지도 여전히 8단계 중 2단계(수입위험분석 착수)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한국은 병해충 유입 등을 이유로 사과와 배는 수입하지 않고 있다.소고기 30개월령 제한 문제도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축산업자들의 연합회인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중국, 일본, 대만이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 품질을 인정해 30개월령 제한을 없앤 만큼 한국과도 협의를 추진해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서를 USTR에 제출한 바 있다.● 디지털 통상 장벽·중국산 철강 우회 문제도 논의USTR은 한국의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디지털 통상, 플랫폼법 등에 대해 미국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우려 사항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리어 대표는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플랫폼법에 대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등 ‘갑질’을 막는 법안이지만 미국은 구글이나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달리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정부는 중국산 철강의 국내 우회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에 적극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이 우회해서 미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걱정은 안 해도 좋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정 본부장은 12일부터 부과되기 시작한 철강과 알루미늄,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에 대한 25% 관세에 대해서도 “한국 철강의 관세 면제 필요성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철강 수출이 미국 산업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미국에서 생산이 부족한 품목의 공급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하방 산업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음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이 ‘관세 유예’로 지정한 자동차 부품 등 87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1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본격 시행까지 불과 3시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세관 당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계속 바뀌고 있어 국내 수출 기업들 역시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예로 분류됐던 87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12일 0시 1분(미 동부 표준시 기준)부터 즉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5일 관세 부과 대상 253개 파생상품 중 87개에 대해선 관세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이 많은 자동차 부품 품목 5개도 유예될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를 일주일 만에 다시 철회한 것이다. 이로써 일부 자동차 부품 등 관세가 유예된 품목들의 관세 부과가 모두 확정됐다. 이 중에는 자동차 범퍼와 서스펜션 등도 포함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범퍼(완충기) 및 부속물의 대미 무역 수지는 최소 3800만 달러에 달한다. 서스펜션 및 부속물의 대미 무역 수지 역시 2억50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번 관세 부과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합의했던 철강 면세 쿼터(연간 263만 t)가 결국 폐기됨에 따라 철강업계는 제품 가격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 관세 25% 부과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쿼터 제한은 사라진 만큼 미국의 시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품목별로 수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 철강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고망간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품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자체 아웃리치(대외협력)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다. 이날 경기 화성시에서 진행된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철강·알루미늄 수출기업 대표들은 입을 모아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알루미늄 제조업체 대표인 유경연 씨는 “올해부터 미국 현지 기업과 알루미늄 부품에 대해 연간 500만 달러 상당의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인데,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현지 기업 측이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며 계약을 스톱했다”고 말했다. 파스너(금속 접합 부품) 제조 업체 대표인 정한성 씨는 “과거에는 포스코에서 원자재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어 팔기만 해도 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싼 원재료를 사지 못하면 낙오하는 시대가 됐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긴급대응반’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애로사항과 필요한 정책 등을 설문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 제공, 법률 서비스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미국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12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되는데도 한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들에 관세가 부과되고 유예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유예됐다고 밝혔지만 확실하게 유예가 된 자동차 부품 품목은 5개에 그쳤다. 정부가 미국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관보조차 꼼꼼히 따져 보지 않아 정보 확보 등 대응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 업체들은 고스란히 관세 폭풍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별도 자료를 내고 “미국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대상 25%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 ‘이행 지침(Implementation of Duties)’을 발표했다”며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및 항공기 부품 등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 추가 공고 시까지 추가 관세 적용이 유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1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과 알루미늄, 이들이 들어간 제품들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는데, 자동차 부품에 대해선 당장 관세가 부과되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내놓은 관세 부과 대상에는 자동차 부품들이 포함됐었다.그러나 11일 본보가 미국 상무부의 이행 지침을 확인해 본 결과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유예되는 자동차 부품 품목은 5개였다. 일각에선 대미 수출 자동차 부품 최소 65개 중 10%도 안 되는 숫자만이 이번 유예에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미국 수출액은 82억2000만 달러로,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수출된 품목이었다. 상무부가 추후 관보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언제 관세가 부과될지도 미지수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큰 틀에선 같은 품목으로 묶이더라도 제작 방식 등에 따라 관세 부과와 유예가 엇갈리는데 정부는 어떤 세부 품목이 유예 대상인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었다. 미국의 알루미늄 제품 관련 이행 지침에는 ‘스탬핑(고강도 강판을 만드는 주물의 일종)을 제외한’ 차량용 범퍼만 관세가 유예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동시에 스탬핑에 대해선 12일부터 관세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품목 코드와 미국의 코드가 다르다 보니 각 코드 간 일대일 매칭이 쉽지 않아 관세 부과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누락됐다”며 다만 “스탬핑 자체는 대미 수출량이 매우 미미한 편”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기존 발표 품목 이외에도 관세 대상이 추가될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조차 신뢰할 수 없으면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업체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 통상정책이 조변석개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전파해 줬으면 하는 바람들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관세가 부과될 세부 품목을 확인해 대응책들을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로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사정권에 포함된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자동차 부품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3년 새 20% 가까이 급증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주장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자동차 부품 산업에는 2·3차 영세 협력업체가 줄줄이 얽혀 있는 데다 고용된 인원도 30만 명에 달하는 만큼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서민 경제로까지 타격이 번질 수밖에 없다.9일 동아일보가 한국무역협회의 자동차 부품 수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자동차 부품 65개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78억9943만 달러(약 11조5000억 원)였다. 2021년(66억1999만 달러)보다 19.3%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 부품은 총 82억2000만 달러어치가 미국에 수출됐다. 자동차 부품 수입은 적어 전체 수출액의 96%가 고스란히 무역흑자를 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이 포함된 290개 파생 제품도 관세 부과 품목에 들어갔는데, 이 중에는 범퍼, 서스펜션 등의 자동차 부품이 포함됐다. 문제는 자동차 부품 업계의 경우 대미 아웃리치(대외협력) 등 자체 대응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이 포진한 완성차 업계와 달리 자동차 부품 업계는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이 떠받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완성차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중소 협력업체가 충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만큼 고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대미수출 3위 車부품, 美관세 타격 초읽기… 中企 많아 속수무책[트럼프發 통상전쟁]美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범퍼 등 금속류 車부품 대거 포함… 영세업체 절반 넘어 직격탄 불가피28만명 종사… 내수에도 영향 우려“정부 지원책 마련 서둘러야” 지적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12일 미국으로 들여오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에 나서면 한국의 자동차 부품은 ‘미국발(發) 관세 전쟁’의 국내 첫 타자가 된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콕 집은 철강·알루미늄 제품 목록에 범퍼 등 금속류 자동차 부품이 줄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 부품은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3위 품목이었다.그러나 영세 기업이 대다수인 업계에서는 예상되는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처럼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를 늘려 대응하기도 어려운데, 정부 지원은 완성차 업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 수출액 82억 달러… 대미 수출 3위9일 정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방침을 구체화하면서 고율 관세를 부과할 290개 품목을 공식 발표했다. 해당 품목에는 범퍼, 압연기,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도 포함됐다. 당시 미국 측은 290개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도 추후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미국 수출액은 82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출액이다. 2021년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69억1000만 달러에 그쳤지만 미국으로의 완성차 수출이 증가하면서 부품 수출도 덩달아 늘었다.자동차 부품 교역에서 한국이 얻는 이익도 커지는 추세다. 2021년만 해도 한국은 전체 자동차 부품(65개) 가운데 34%(22개)에서 적자를 봤다. 이 비중은 지난해 18%(12개)로 반 토막이 났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커 흑자를 보는 품목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65개 부품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3년 새 19.3% 급증했다.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 부품 업계가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영세 업체가 절반이 넘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동차 부품 기업은 1만5239개였는데 이 중 5인 미만 사업체가 50.3%였다.현대자동차 등에 자동차 금형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 대표는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공장 투자 등은 우리 같은 중소 업체들에는 꿈같은 이야기”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2년 전부터 해외에서 부품의 직접 조달 물량을 늘리면서 이미 국내 부품 업체에 대한 주문 물량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측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실태 조사나 대응 방안은 아직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8만 근로자까지 줄줄이 ‘관세 폭탄’ 사정권4월로 예고된 완성차 관세까지 매겨지면 부품사의 추가 타격은 불가피하다.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생산을 늘리면 현지에서 부품 조달을 더 많이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이 부품 업체에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품의 납품 가격을 낮춰 관세 부과로 인한 완성차 가격 상승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완성차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7일 자동차 업계와 만나 미국 관세 부과 등 최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시작된 이후인 다음 달 중에야 자동차 업계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전문가들은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우 내수에 미칠 타격이 큰 만큼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3년 기준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28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내수 부진 탓에 금융권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품사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미국의 관세 영향까지 겹쳐 부품사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정부가 배추와 무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비축 물량을 대폭 풀고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민생경제점검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배추·무 수급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겨울 배추와 무는 이상 기후 여파로 생산량이 평년(2020~2024년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평균치)보다 각각 13.3%, 21.4% 감소했다. 지난해 9~10월 파종·정식기 당시 발생한 폭염, 집중호우에다 겨울철 대설까지 이어지며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지난달 하순 배추와 무 도매가격은 각각 평년보다 71.7%, 153.2% 올랐다. 소매가격 역시 배추와 무가 각각 평년보다 36.9%, 81.1% 비싸졌다. 배추와 무의 높은 가격은 봄 재배형이 출하되기 전까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봄배추와 봄 무는 각각 다음 달 하순, 5월 중순부터 출하된다. 농식품부는 당장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비축한 배추와 무를 시장에 풀기로 했다. 배추의 경우 비축분 2600t을 하루 100t 정도씩 도매시장에 공급한다. 무는 500t을 도매가격의 70% 수준에 대형마트에 저가로 공급한다. 직수입 물량 역시 전국 도매시장 등에 공급 예정이다.이 밖에도 정부는 봄배추와 무의 농협 계약재배를 물량을 작년보다 30∼45% 확대할 방침이다. 배추와 무 계약재배 물량은 각각 7000t, 1000t 늘어 2만2400t, 4500t이 된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거론하며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에 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청구서가 가시화되고 있다. 안보를 볼모로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재조정 등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12일까지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한 대응 공백으로 한국이 ‘트럼프발 태풍’을 직격타로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5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장관급 접촉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교장관, 산업장관에 이어 세 번째다. 신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에 대해 “통상 관계 부처가 미국 상무부나 무역대표부(USTR) 등과 긴밀히 협의가 되고 있어서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왈츠 보좌관은 관세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는 만큼 관세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백악관은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자동차 관세 부과를 다시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회담을 가진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이 미국의 관세 부과 시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낸 가운데 이들 국가에 제조 시설을 두고 있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함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예고된 일본,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도 등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 면제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국정 리더십 공백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수시로 관세 등 현안을 논의할 상설 고위급 채널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관세 면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세와 에너지 등 5개 분야 실무협의체를 만들기로 했지만 아직 협의체도 구성되지 않은 것.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상무부와 USTR 실무진이 아직 구성되지 않은 만큼 실무급 협의체가 단기간 의미 있는 논의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미 측에 트럼프 발언의 시비를 따지기보다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며 “최상목 권한대행이 한미 채널을 잘 조정하면서 안보, 통상 종합 패키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대행체제’ 한국, 트럼프 맞상대 없어… 美관세 대응 카드 안보여[몰아치는 트럼프 스톰]美 ‘상호관세’ 한달도 안남았는데… 韓, 계엄이후 ‘정상 공백’ 이어져관세협상 대응 컨트롤타워 ‘고장’“카드도 없이 美에 끌려다닐 우려”“한국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게 불투명하다.”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한국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지에 대해 정부 당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하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상 공백’이 길어지면서 관세 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나 호주 등 주요국이 정상 외교를 통해 발빠른 대미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면제를 요구한 것과 달리 한국은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할 실무급 협의체도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한국의 참여까지 기정사실화하고 나서면서 우리 정부가 대미 협상에서 쓸 카드를 잃고 청구서만 받아들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도 가시화된 관세 위협트럼프 대통령은 4일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상호관세 시행 배경을 설명하면서 “유럽연합(EU),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캐나다 등이 우리가 그들에게 부과하는 관세보다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매겨 왔다”며 “한국의 평균 관세는 우리의 4배”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군사적으로나 다양한 방식으로 엄청난 지원을 제공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은 물론이고 EU와 인도, 브라질 등은 일찌감치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됐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정부는 한미 간의 관세율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 요청으로 세계은행 무역통합시스템(WITS)상 한국의 대(對)미 실효관세율(2022년 기준)이 13.6%에서 3.91%로 수정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효관세율 등을 기준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역시 한국 정부가 추산하는 실효 관세율(0.79%)보다는 여전히 높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펜타닐의 미국 유입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금 등을 명분으로 관세 압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韓 컨트롤타워 부재에 “청구서만 받아올 수도”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에너지, 조선 협력, 알래스카 가스 개발 등을 논의할 국장급 실무협의체 구성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가동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다음 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조치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세 발표와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한국이 미국의 청구서만 받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 사업은 미국 기업들이 사업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포기한 바 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조교수는 “정부 당국은 협력 카드를 한꺼번에 내놓지 말고 살라미 전술식으로 아껴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안보와 통상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 ‘컨트롤타워’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가 돼서 각 부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상 간의 ‘톱다운 담판’을 선호하는 트럼프와의 정상 외교가 불가능하다는 근원적 한계도 있다”고 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리더십 부재는 한국의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재계와 산업협회들까지 총력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라면 시장 부동의 1위인 농심이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을 1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새우깡 한 봉지도 1500원으로 100원 인상된다. 라면과 스낵과자가 포함되는 가공식품 물가는 이미 지난달 3% 가까이 오르며 3개월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식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심은 17일부터 라면과 스낵 브랜드 56개 중 총 17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고 6일 밝혔다. 대표 제품인 신라면은 950원에서 1000원으로, 1400원인 새우깡은 1500원으로 인상된다. 짜파게티(8.3%), 안성탕면(5.4%), 너구리(4.4%), 쫄병스낵(8.5%) 등 주요 라면과 스낵 제품 가격 역시 오른다. 농심 관계자는 “원재료비와 환율이 상승해 경영 여건이 더 악화되기 전에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라면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팜유, 전분류, 수프 원료 등의 구매 비용이 증가했고 환율과 인건비 등의 비용도 올랐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식품 가격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17일부터 빼빼로를 포함한 26종 제품 가격을 평균 9.5% 올렸고,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도 지난달 빵과 케이크 약 120종의 가격을 평균 5.9% 인상했다. 동아오츠카는 올해 초부터 포카리스웨트 등 제품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이 밖에 폴바셋은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렸고, 스타벅스코리아도 1월 24일부터 톨 사이즈 음료 22종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이미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월 가공식품 물가는 2.9% 상승하며 지난해 1월(3.2%) 이후 가장 큰 오름 폭을 보였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가공식품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0.24%포인트 끌어올렸다.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전체 물가 상승 폭보다 더 많이 오르고 있다. 특히 밀가루 값이 상승하면서 이를 주재료로 하는 비스킷(8.4%), 빵(4.9%) 등의 가격 인상 폭이 컸다.라면, 돼지고기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도 2.6% 올랐다. 지난해 7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식 가격도 1년 전보다 3% 상승하며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역시 6.3% 상승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높은 환율 수준 등 상방 요인과 낮은 수요 압력 등 하방 요인이 엇갈리고 있다”며 “목표 수준(2%)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불안정한 환율뿐만 아니라 국내 원가도 상승 압력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전체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에서 한국을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국 중 하나로 꼽으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다. 한국을 ‘우방국(friend)’인데 미국에 ‘손해’를 끼치는 국가로 규정하면서 한국이 다음 달 2일부터 부과될 미국의 상호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 수십조 원의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보조금도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명해도 비관세 장벽 등 앞세워 인정하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에서 “다른 국가들은 수십 년 동안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해 왔으며 이제 우리가 그들 국가에 관세를 부과해야 할 차례”라며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들로 유럽연합(EU),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캐나다를 언급했다. 이어 “매우 불공정하다”며 한국을 사례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이든 적국(foe)이든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4월 2일부터 상호주의 관세가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지난해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로 부상할 정도로 한미 협력을 강화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지원은 받으면서 불공정 무역을 지속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연설로 확실히 드러난 것이다. 향후 철강, 자동차, 반도체 및 상호관세 협의에서 난항이 예상대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미국산 자동차에만 자동차 대출 이자 세금 공제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생산 자동차에만 세금 지원에 나서는 ‘투트랙’으로 대미 자동차 투자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학부 특임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세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더라도 현재 미국은 비관세 장벽이나 부가가치세 등을 앞세워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권의 대(對)한국 목표는 ‘조선 협력’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방위비 증액이다. 이들 문제가 해결되면 관세 부과는 장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안갯속 보조금, 예정 투자금의 10∼20%대 차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실시했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부과한 관세를 피하는 것, 오직 하나였다”며 “칩스법을 없애고 남은 자금은 부채를 줄이는 데 써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이 무산될 경우 국내 기업의 현지 경영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기업마다 보조금이 예정 투자금의 10∼20%대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총 37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미 정부와 현지 전체 투자금의 약 12.8%에 해당하는 47억4500만 달러(약 6조8900억 원)의 보조금을 최종 계약했다.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해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할 계획인 SK하이닉스도 4억5800만 달러(67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 SKC 자회사 앱솔리스는 이미 가동에 들어간 조지아주 반도체 유리기판 공장에 7500만 달러의 보조금이 계약돼 있다. 업계에선 강경 정책을 앞세운 뒤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를 감안할 때 현지 투자 확대의 수단으로 칩스법 폐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도 미국 내 1000억 달러를 투자해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첨단산업 분야에서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전용 비자가 새로 만들어진다. 해당 비자를 받으면 최대 10년간 근로소득세 50% 감면 등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5일 열린 30차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자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분야 인재 확보에 과감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글로벌 혁신을 주도할 해외 우수 인재들이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이달 중으로 ‘톱 티어(Top Tier·최상위)’ 비자를 신설하기로 했다.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첨단 산업 분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로봇, 방산 등이다. 세계 순위 100위 이내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세계 500대 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며 총 8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이들이 대상이다. 또 연간 근로소득이 국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3배(약 1억4000만 원)가 넘어야 하고 국내 첨단 기업 근무 예정자여야 한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선 이들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톱 티어 비자 대상자와 그 가족은 모두 취업 제한 없이 장기 거주가 가능한 거주 비자(F-2)가 부여된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산업 우수 해외 인재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인 ‘K-Tech Pass’까지 연계될 방침이다. 이 경우 대상자는 최대 10년간 근로소득세 50% 감면, 자녀의 외국인학교 정원외 입학, 전세대출 및 보증한도 내국인 수준 확대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을 추천하면 법무부가 비자를 심사·발급하는 ‘광역 비자’ 시범 사업도 이달부터 시작된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사업인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해 에너지, 비관세 장벽 등 총 5개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 방안을 상시 논의할 채널을 마련했다. 미국발(發) 통상 전쟁의 영향권 안에 들어간 주요국 중에선 가장 빠른 실무협의체 구축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는 미국과의 실무협의체를 구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조선 산업과 관세 조치,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 에너지, 비관세 장벽 등 크게 5개 분야를 미국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에너지위원회 등 3개 부처와 논의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장급으로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지난달 26∼28일(현지 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등을 면담했다. 특히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대해 이번에 첫 논의가 이뤄졌다. 안 장관은 “알래스카 사업은 미국 입장에선 굉장히 우선순위가 높은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는 실무협의체에서 구체적 내용이나 상황을 검토한 후에 입장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가스 생산을 크게 늘려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알래스카의 천연가스 개발 제한을 푸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초기 추산으로만 약 450억 달러(약 64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이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철강·자동차 분야에서 관세 면제 조치를 얻기 위한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무역적자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만큼 우리의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미국으로의 직접 투자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미국이 해군력 증강과 조선업 역량 강화를 위해선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있고 한국이 충분히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하자 러트닉 장관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철강, 자동차를 시작으로 반도체, 농산물도 예고된 만큼 이제 한국도 미국 관세전쟁의 사정권에 접어들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업종별로 어떤 세부 전략을 내세울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해 한 해 국민 한 명당 돼지고기를 평균적으로 30kg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닭고기, 소고기를 제치고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은 고기로 돼지고기가 꼽혔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농업전망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 추정치는 30.0kg이다. 이는 평년 소비량(2019∼2023년 중 최대 및 최소를 제외한 평균)인 28.1kg 대비 6.8%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소비량은 다른 육류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인당 닭고기와 소고기 소비량은 각각 15.2kg과 14.9kg으로, 모두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 역시 돼지고기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지난해 12월 16∼22일 소비자 패널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에서 먹을 때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 돼지고기를 꼽은 응답자 비중은 63.2%에 달했다. 소고기(21.1%), 닭고기(14.7%), 오리고기(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돼지고기 중 가장 선호하는 부위로는 삼겹살이 꼽혔다. 삼겹살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60%로 절반을 넘겼다. 그 뒤로는 목심(24.5%), 갈비(7.8%), 앞다리·뒷다릿살(4.4%)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국내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 2024’에 따르면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970년 2.6kg에 불과했다. 이후 1990년에는 11.8kg으로 처음으로 10kg을 돌파했고, 2022년(30.1kg)에는 30kg마저 뛰어넘었다. 이후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해 다시 30kg을 넘어섰다. 54년 만에 돼지고기 소비량이 약 12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소비량 증가는 과거 ‘밥’ 중심에서 육류 중심으로 변화된 식습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1인당 3대 육류(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소비량은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 이후 육류 소비량은 2023년 60kg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소고기도 2020년 12.9kg에서 지난해 14.9kg으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쌀 소비량은 지난해 55.8k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돼지고기는 특히 수입량 증대 등으로 10년 동안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이 선호도를 더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kg당 5100∼5300원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5년(48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한 해 국민 한 명당 돼지고기를 평균적으로 30kg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닭고기, 소고기를 제치고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은 고기로 돼지고기가 꼽힌 것이다.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농업전망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 추정치는 30.0㎏(킬로그램)이다. 이는 평년 소비량(2019~2023년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평균)인 28.1㎏ 대비 6.8%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소비량은 여타 다른 육류와 비교했을 때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인당 닭고기와 소고기 소비량은 각각 15.2㎏와 14.9㎏로, 모두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실제 국내 소비자들은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 돼지고기를 꼽았다. 농경연이 지난해 12월 16∼22일 소비자 패널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에서 먹을 때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 돼지고기를 꼽은 응답자 비중은 63.2%에 달했다. 소고기(21.1%), 닭고기(14.7%), 오리고기(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돼지고기 중 가장 선호하는 부위로는 삼겹살이 꼽혔다. 삼겹살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60%로 절반을 넘겼다. 그 뒤로는 목심(24.5%), 갈비(7.8%), 앞다리·뒷다릿살(4.4%)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한편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 사육 마릿수는 1107만 마리, 돼지고기 총 공급량은 174만7000 t으로 추정된다. 올해 사육 마릿수와 생산량의 경우 각각 1105만 마리, 113만 t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올해 돼지 도매가격은 5100~5300원/kg으로 전망되며, 이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을 만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건 처음이다.25일 산업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미 워싱턴을 방문해 러트닉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미 의회 주요 인사 등과 면담을 가질 계획이다.안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철강을 비롯한 품목별 관세 및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한 면제를 적극 요청할 예정이다. 또 조선·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양국의 관심 분야를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첫 장관급 회담인 만큼 (관세 등) 여러 문제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합의는 추후 실무진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안 장관은 또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도입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세액공제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IRA와 칩스법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에 나섰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IRA와 칩스법의 혜택 축소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조4000억 원대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놓고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간 마찰이 격화하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측은 국제 중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24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최근 비공개 만남에서 추가 비용 처리 방안에 대해 협의했으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측은 각자 국제 분쟁에 대비해 로펌까지 선임해 둔 상태다. 양측 계약서에는 양사 간 이견이 클레임 단계에서 조정되지 못할 경우 런던국재중재법원(LCIA)에서 법적 해결을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의 첫 해외 수주 원전으로, 2009년 한전이 대표로 나선 ‘팀 코리아’가 20조 원 규모로 수주했다. 당시 한전은 한수원과 운영지원용역(OSS)을 체결하고 시공 인력 관리 및 시운전 등 주요 업무를 맡겼다. 이후 지난해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며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업비가 당초 예상보다 조 단위로 늘어나자 한수원이 지난해 1월 한전에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는 정식 ‘클레임’을 제기한 것이다. 한수원 측이 요구한 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자사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양사가 독립 법인으로서 OSS 계약을 체결한 만큼 한전이 발주처인 UAE와 정산을 하는 것과 별도로 자사 서비스 정산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전 측은 ‘팀 코리아’ 차원에서 발주자인 UAE 측과 선 협의 후 정산받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앞으로 25년 뒤에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고 2072년에는 7300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50년부터 0%대로 떨어지고 국민연금은 2057년에 완전히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2050년 4057조4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2050년 GDP 전망치의 107.7%에 달하는 규모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모두 현금화해 나랏빚을 갚는 데 써도 모자란다는 뜻이다. 2072년 국가채무는 현재의 5.7배 수준인 7303조6000억 원까지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17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나랏빚이 빠르게 늘어나는 건 정부 수입보다 씀씀이가 더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부의 총지출은 2072년까지 연평균 1.6% 늘어나지만 총수입은 0.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전망은 현행 법령과 제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했다.예산정책처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050년 0.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뒤인 2060년에는 0.5%로 떨어지고 2072년에는 0.3%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0%대를 보였던 건 1956년(0.7%)과 2009년(0.8%) 두 해뿐이다.예산정책처는 또 국민연금 기금의 누적 적립금은 2039년 정점을 찍고 2040년부터는 지출이 더 많은 적자 상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립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2057년으로, 2072년 국민연금의 누적 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60.9%에 달할 것으로 봤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정부가 선박 등에 쓰이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된 반덤핑관세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反)덤핑 조치다. 최근 중국의 내수 침체로 초저가의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로 대량 유입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국내 철강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산 철강의 한국 밀어내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에만 2번째 중국산 철강 반덤핑 관세무역위원회는 20일 제457차 무역위를 열고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 압연 후판 제품에 대해 27.91∼38.02%의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의 신청으로 시작됐다. 열간 압연 후판은 두께 4.75mm 이상, 폭 600mm 이상에 코일 모양이 아닌 철강재다. 기본 관세율은 8%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정세율에 의해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국내 철강 후판 산업 현장에서는 이번 무역위의 결정에 그나마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덤핑 방지 관세 부과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 시장의 실질적인 피해가 확인되면서 국내 산업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한국은 별다른 산업 보호 장치가 없어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이 시기에 중국산 밀어내기 물량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두꺼운 철판인 후판은 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되며 일부는 H형강 등으로 가공되어 건설 산업에도 쓰인다. 후판 물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는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값싼 중국산 후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돼 왔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후판 유통 물량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0.9%에서 지난해 19.7%로 높아졌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후판 가격은 2월 기준 t당 78만5000원으로 국산(약 90만 원)보다 12% 낮다. 국내 철강 업계는 “현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을 고려하면 지금의 중국산 후판의 유통가는 원가보다 낮은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연간 590만 t)의 후판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포스코만 해도 지난해 후판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저런데 나머지 업체들은 안 봐도 뻔한 실정”이라며 “중국산 저가 후판의 공세로 그야말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정부 통상전 위기감 속 “무역위 조직 확대 추진” 다만 철강 업계에선 정부가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관세를 회피할 수 있는 ‘보세 제도’ 등 우회경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HD현대중공업은 울산 조선소 일대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 2021년부터 이곳을 통해 수입산 후판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있다. 또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중국에 반제품인 ‘블록’ 생산 공장을 두고 있어 아예 중국산 블록을 들여오는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도 세계 각국 보호무역 방벽이 높아지자 무역위를 전면 확대 개편해 다음 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혹은 제3세계 제품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으로 밀려들면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위에 접수된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10건으로 2014년(10건)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산업부는 행정안전부와 무역위 인력 증원을 위한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소 1개 과 단위의 정원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정원을 한두 명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번 무역위 조직 확대의 경우 정부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