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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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문화 일반26%
역사22%
인사일반16%
미술13%
문학/출판9%
사회일반4%
검찰-법원판결4%
지방뉴스2%
연극2%
국제문화2%
  • 국가유산청, 상주 흥암서원 사적 지정 예고

    경북 상주에 있는 18세기 조선 서원(書院)이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9일 “조선 후기의 문신인 동춘당(同春堂) 송준길(1606∼1672)을 제향하는 상주 흥암서원(興巖書院·사진)을 사적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송준길은 송시열(1607∼1689)과 함께 서인 노론계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서원이 있는 영남 지역은 당대 남인의 중심지였으나, 송준길이 지역 인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쌓은 덕에 이곳에서 제향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산청은 흥암서원에 대해 “서원철폐령에도 훼철(毁撤)되지 않은 전국 47개소 사액서원 중 하나”라며 “해마다 봄가을에 지내는 제향인 ‘춘추향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등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흥암서원은 지정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적으로 최종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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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유산청장 “유네스코에 ‘DMZ서 평화의 선언’ 제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취임 50여 일 만에 첫 언론 간담회를 열고 “오늘날 K컬처의 뿌리로써 ‘K헤리티지’를 적극 발굴하고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허 청장은 8일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영화, 대중가요 등 만들어진 지 50년이 안 됐지만 K콘텐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한 ‘우리 시대’ 문화유산을 찾아내고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시대 문화유산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철도역사, 조선소 등 근현대 건축·산업유산과 음식, 의복 등 생활문화유산을 아우른다. 2029년까지 관련 목록 약 1만 건을 확보할 계획이다.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겨냥한 정책도 다수 마련됐다. 최근 국가유산 ‘굿즈’ 인기가 급증함에 따라 2027년까지 총사업비 168억 원을 투자해 경복궁 내 문화상품 판매 공간을 마련한다. 궁중문화축전 등 주요 행사에서 외국인 특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전체 구독자 중 85%가 외국인인 ‘국가유산채널’ 유튜브를 통해 국가유산을 활용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확산시킨다. 문화유산을 연결고리로 남북 교류를 재개한다는 계획도 눈길을 끈다. 금강산 조사와 복원에 대한 민간 협력을 지원하고 향후 개성 고려궁성(만월대), 태봉국 철원성에 대한 공동 조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허 청장은 “내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지는 부산이지만, 남북한 역사와 생태가 보존돼 있는 DMZ에서 ‘평화의 선언’ 등을 하고자 유네스코 본부 측에 제의해둔 상태”라고 부연했다. 분야별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정책이 많다. 판소리, 탈춤 등 무형유산은 AI와 3차원(3D) 기술로 동작과 음향을 정밀하게 기록해 후대 전승을 위한 디지털 교본을 제작한다. 현재 생성형 AI 모델에서 우리나라 국가유산 데이터가 부족함에 따라 발생하는 역사 왜곡, 디자인 오류 등은 AI 학습데이터를 구축하고 무료 보급해 해소한다. 또 AI를 활용해 자연재해, 기후 위기 등 재난이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예측력도 높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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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진본 국내 첫 공개

    모두를 집어삼킬 듯한 맹렬한 파도. 위태롭게 요동치는 배 위엔 선원들이 납작 엎드렸다. 물보라는 하늘을 뒤덮었으나, 저 멀리 후지산은 우뚝 선 채 동요하는 기색조차 없다. 가만히 보면 파도 역시 후지산을 닮았다. 4일 충북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개막한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전’에서 일본 에도시대 목판화의 걸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양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이 작품은 복각본(復刻本)이 아닌 진본이 국내에 전시되는 건 처음이다. 해당 작품은 소장처인 일본 야마나시현립박물관도 지난 19년 동안 딱 3주만 공개했을 만큼 애지중지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특별 전시됐다. 청주 전시에서 진품은 14일까지만 전시되고 그 뒤로는 복제품으로 대체된다. 작품은 가로세로 38X26cm의 아담한 크기지만 매력은 웬만한 대작을 웃돈다. 신민철 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화롭게 짜인 구도, 청색과 흰색의 선명한 대비 등이 시선을 모은다”며 “작품은 클로드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에 영감을 줬고,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림이 걸린 박물관 전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다’다. 이 작품은 일본 여권의 내지, 1000엔 지폐 뒷면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일본인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 모리야 마사히코(守屋正彦) 야마나시현립박물관장은 “신앙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후지산을 보러 갈 형편이 안 됐던 에도시대 사람들은 이런 목판화를 집에다 모셔놓고 기도했다”며 “지역별로 사람을 모아 흰옷을 입고 후지산을 순례하는 ‘후지코’라는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전했다.‘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1830년부터 약 3년간 8000장가량 찍었다고 전해진다. 그중 오늘날까지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된 건 200여 점으로 추산된다. 이양수 청주박물관장은 “영국박물관이나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메트) 등에도 소장돼 있는데, 야마나시박물관 소장본의 보존 상태가 그보다 좋다”고 했다. 모리야 관장은 “2006년 일본 개인 미술상에게서 구입했다. 현재는 경매 시장에서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함께 전시되는 다른 목판화들도 훌륭하다. ‘후가쿠(富嶽·후지) 36경’ 중 ‘청명한 바람과 붉게 빛나는 후지’ 등 17점과 또 다른 목판화의 대가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1797∼1858)의 그림이 번갈아가며 전시된다. 야마나시현립고고박물관에서 대여한 5000년 전 조몬시대 토기 13점도 선보인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로, 다채로운 동물 문양과 나선형 무늬가 눈길을 끈다. ‘가이(甲斐)의 호랑이’로 불린 전국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1521∼1573)의 초상화도 볼 수 있다. 12월 28일까지.청주=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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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진본 국내 첫 공개

    모두를 집어삼킬 듯한 맹렬한 파도. 위태롭게 요동치는 배 위엔 선원들이 납작 엎드렸다. 물보라는 하늘을 뒤덮었으나, 저 멀리 후지산은 우뚝 선 채 동요하는 기색조차 없다. 가만히 보면 파도 역시 후지산을 닮았다.4일 충북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개막한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 전’에서 일본 에도 시대 목판화의 걸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양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이 작품은 복각본(復刻本)이 아닌 진본이 국내 전시되는 건 처음이다.해당 작품은 소장처인 일본 야마나시현립박물관도 지난 19년 동안 딱 3주만 공개했을 만큼 애지중지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특별 전시됐다. 청주 전시에서 진품은 14일까지만 전시되고 그 뒤로는 복제품으로 대체된다.작품은 가로세로 38X26cm의 아담한 크기지만, 매력은 웬만한 대작을 웃돈다. 신민철 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화롭게 짜인 구도, 청색과 흰색의 선명한 대비 등이 시선을 모은다”며 “작품은 클로드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에 영감을 줬고,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림이 걸린 박물관 전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다’다.이 작품은 일본 여권의 내지, 1000엔 지폐 뒷면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일본인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 모리야 마사히코(守屋正彦) 야마나시현립박물관장은 “신앙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후지산을 보러 갈 형편이 안 됐던 에도시대 사람들은 이런 목판화를 집에다 모셔놓고 기도했다”며 “지역별로 사람을 모아 흰옷을 입고 후지산을 순례하는 ‘후지코’라는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전했다.‘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1830년부터 약 3년간 8000장가량 찍었다고 전해진다. 그중 오늘날까지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된 건 200여 점으로 추산된다. 이양수 청주박물관장은 “영국박물관이나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메트) 등에도 소장돼 있는데, 야마나시박물관 소장본의 보존 상태가 그보다 좋다”고 했다. 모리야 관장은 “2006년 일본 개인 미술상에게서 구입했다. 현재는 경매 시장에서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함께 전시되는 다른 목판화들도 훌륭하다. ‘후가쿠(富嶽·후지) 36경’ 중 ‘청명한 바람과 붉게 빛나는 후지’ 등 17점과 또 다른 목판화의 대가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広重·1797~1858)의 그림이 번갈아가며 전시된다.야마나시현립고고박물관에서 대여한 5000년 전 조몬 시대 토기 13점도 선보인다. 일본의 보물 격인 중요문화재로, 다채로운 동물 문양과 나선형 무늬가 눈길을 끈다. ‘가이(甲斐)의 호랑이’로 불린 전국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1521∼1573) 초상화도 볼 수 있다. 12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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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지구 크기-빌딩 높이 측정도 ‘삼각형’에 답 있다

    세 사람이 정사각형 샌드위치 하나를 공평하게 나눠 먹으려면 어떻게 잘라야 할까. 단, 조건이 있다. 누구도 건조한 식빵 껍질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러니 그저 직사각형 3개로 나눈다고 정답은 아니다. 책은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한 꼭짓점에서 샌드위치 정중앙까지 대각선으로 자르다가 우선 멈춘다. 그리고 맞은편 두 변의 3분의 1 지점에 각각 선을 그으면 끝. 이는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밑변X높이X½)과 관련 있다. 빵의 중심은 모든 변에서 같은 높이에 있기에 각 샌드위치의 면적은 밑변만 균등하게 나누면 같아진다. 물론 식빵 껍질(밑변)도 고루 나뉜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이처럼 친근한 예시들로 세상의 삼각형을 들여다본 책이다. 삼각형이 딱딱한 교과서 속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갇힌 도형이 아니라, 세계를 이루는 보편적 요소임을 다채로운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는 구독자 132만 명의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매스(Stand-up Maths)’를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수학 교사 출신으로, 대학 시절 스탠드업 코미디를 했던 경험을 살려 수학의 재미를 전파하고 있다. 저자의 ‘삼각형 예찬’은 인류가 삼각형을 활용한 역사를 짚으면서 시작된다.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 파피루스 중에는 피라미드의 경사면 길이를 계산하는 문제가 담긴 수학 교과서가 있다.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장 밥티스트 들랑브르와 지도 제작자 피에르 메생은 삼각형을 이용해 처음으로 지구의 크기를 현대적으로 측정했다. 먼 거리를 직접 잴 수 없으니, 작은 삼각형들을 죽 이어붙인 뒤 각도와 길이를 계산해 전체 둘레를 계산했다. 일상에서 품는 호기심도 삼각형으로 설명한다. 해변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실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저자는 지구 반지름과 사람의 키(2m로 가정),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사용해 약 4.7km라는 계산 결과를 도출해낸다. 각도기를 지닌 채 일정한 보폭으로 걸을 수 있다면 누구나 초고층 건물의 높이를 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독자가 직접 시도해 볼 만큼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수학은 실생활에 쓸모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게끔 한다. 일상의 대부분이 디지털화된 오늘날, 삼각형이 그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삼각형은 3차원(3D) 모델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화 속 캐릭터, 게임 배경은 수많은 삼각형이 촘촘히 이어져 만들어진다. 온라인 지도의 핵심 기술인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시스템(GNSS)’도 삼각 측량을 토대로 한다. 책은 다들 난해하다고 여기기 쉬운 수학을 다채로운 도판과 발랄한 문체로 풀어낸 게 강점이다. 그 덕에 수학에 관심 없는 독자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문화적 차이 탓인지 실제로 국내 독자의 배꼽까지 잡게 할지는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 농담 탓에 호흡이 다소 길어진다는 아쉬움도 남는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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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의 맛은 ‘고집’하는 게 아니라 법고창신하며 ‘고수’하는 것”

    9월에도 더위가 늘어지며 여름이 가실 줄 모르고 있다. 조선 사대부들은 이럴 때면 ‘채소 잡채’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당면이나 고기 없이 채를 썬 오색빛 채소에 겨자를 끼얹어 차게 먹으면 그만한 별미가 따로 없다. 또 “끝물에 진짜 맛이 난다”고 하여 제철 막바지에 이른 은어로 국물 낸 국수로 기력을 보충하기도 했다.3일 서울 중구 국가유산진흥원 ‘한국의집’에서 만난 조희숙(67), 김도섭 셰프(55)는 이런 반가(班家)음식과 궁중음식 등을 보전하는 데 힘써 온 장인들이다. 합치면 경력이 80년 가까이 되는 전통 한식의 대가다. 2020년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됐던 조 셰프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등이 제자인 스타 요리사들의 스승. 한국의집에서 3년째 고문을 맡고 있다. 김 셰프는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로, 조선왕조 마지막 주방 상궁인 한희순(1889∼1972년)의 계보를 잇는 제3대 기능 보유자 한복려 선생을 사사했다. 현재 한국의집 한식연구팀장이다.“전통은 ‘고집’하는 게 아니라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하며 ‘고수’하는 것”이라는 조 셰프의 말처럼, 두 사람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요리를 선보여 왔다. 조선 고(古) 조리서인 ‘잡지(雜志)’,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조리법이 기록된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에서 착안해 메뉴를 개발한다. 대표적인 요리가 올봄에 선보였던, 식재료를 부드럽게 다져 찌거나 굽는 전통 조리법 ‘느르미’를 활용해 게살만 발라 고춧가루 없이 찐 ‘게 느르미’였다. 식재료도 옛것에 가까운 걸 쓰고자 노력한다. 오늘날 농산물 품종은 대부분 개량돼 옛 재료는 발품을 팔아야 구할 수 있다. 지난달 김 셰프는 커다란 돌배나무가 있다는 경북 영주 부석사를 다녀오기도 했다.“옛사람들이 먹던 돌배는 요즘 배보다 맛이 떨어져 수요도 공급도 없죠. 부석사 스님께서도 돌배는 땅에 떨어지게 둔다기에 우리가 써도 될지 여쭤봤어요. 배 떨어질 즈음 연락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그 맛’을 재현하려면 필요한 과정입니다.” 어렵사리 재료를 확보해도 요리의 완성까진 과정이 험난하다. 고문헌에 담긴 조리법 대부분이 체계적 순서나 통일된 계량법 없이 쓰였기 때문이다. 조 셰프는 “문헌에 적힌 대로 해서는 아예 요리가 안 되기도 한다”고 했다.“당시 요리는 그 행위도 기록도 귀하게 여겨지지 못했어요. 그나마 전해지는 기록은 주로 양반이나 고관댁 자제가 쓴 것이죠. 그 때문에 직접 만들지 않고 먹어본 경험만으로 쓰인 경우가 많아요.” 두 장인은 수백 년 전 요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전수에도 열성이다. 이달부터 한국의집에서 열리는 한식 아카데미엔 강사로도 나선다. 일반인 대상 정규 클래스는 지난달 모집 시작 3일 만에 마감됐다. 올해는 셰프를 위한 마스터클래스도 개설했다. 조 셰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내다보는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며 “한식이 수익 내기 어렵다 보니 최근 기피 종목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사실 한식은 여러 반찬에 품도 많이 들어 식당 운영이 쉽지 않다. 들어가는 재료비나 인건비에 비해 ‘반찬은 공짜’ 같은 인식이 강해 가격을 높이기도 어렵다. 두 셰프는 “동네 백반집은 물론 고급 호텔에서도 한식당이 사라지는 추세”라며 “세계는 K푸드에 주목하는데 정작 한국에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한식이 반짝 유행을 넘어 더 멀리, 오래 가려면 노를 저을 힘이 필요해요. 우리 스스로 음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그 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부터 한식을 아껴야 해외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지요.”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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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문헌 뒤져 옛맛 찾고, 법고창신 정신으로 새 메뉴 개발”

    9월에도 더위가 늘어지며 여름이 가실 줄 모르고 있다. 조선 사대부들은 이럴 때면 ‘채소 잡채’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당면이나 고기 없이 채를 썬 오색빛 채소에 겨자를 끼얹어 차게 먹으면 그만한 별미가 따로 없다. 또 “끝물에 진짜 맛이 난다”고 하여 제철 막바지에 이른 은어로 국물 낸 국수로 기력을 보충하기도 했다.3일 서울 중구 국가유산진흥원 ‘한국의집’에서 만난 조희숙(67), 김도섭 셰프(55)는 이런 반가(班家)음식과 궁중음식 등을 보전하는데 힘써온 장인들이다. 합치면 경력이 80년 가까이 되는 전통 한식의 대가다.2020년 ‘아시아 최고의 여성 셰프’로 선정됐던 조 셰프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등이 제자인 스타 요리사들의 스승. 한국의집에서 3년째 고문을 맡고 있다. 김 셰프는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로, 조선왕조 마지막 주방 상궁인 한희순(1889~1972년)의 계보를 잇는 제3대 기능 보유자 한복려 선생을 사사했다. 현재 한국의집 한식연구팀장이다.“전통은 ‘고집’하는 게 아니라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하며 ‘고수’하는 것”이라는 조 셰프의 말처럼, 두 사람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요리를 선보여 왔다. 조선 고(古) 조리서인 ‘잡지’(雜志),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조리법이 기록된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에서 착안해 메뉴를 개발한다. 대표적인 요리가 올봄에 선보였던, 식재료를 부드럽게 다져 찌거나 굽는 전통 조리법 ‘느르미’를 활용해 게살만 발라 고춧가루 없이 찐 ‘게 느르미’였다.식재료도 옛것에 가까운 걸 쓰고자 노력한다. 오늘날 농산물 품종은 대부분 개량돼 옛 재료는 발품을 팔아야 구할 수 있다. 지난달 김 셰프는 커다란 돌배나무가 있다는 경북 영주 부석사를 다녀오기도 했다.“옛사람들이 먹던 돌배는 요즘 배보다 맛이 떨어져 수요도 공급도 없죠. 부석사 스님께서도 돌배는 땅에 떨어지게 둔다기에 우리가 써도 될지 여쭤봤어요. 배 떨어질 즈음 연락 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그 맛’을 재현하려면 필요한 과정입니다.” 어렵사리 재료를 확보해도 요리의 완성까진 과정이 험난하다. 고문헌에 담긴 조리법 대부분이 체계적 순서나 통일된 계량법 없이 쓰였기 때문이다. 조 셰프는 “문헌에 적힌 대로 해서는 아예 요리가 안 되기도 한다”고 했다. “당시 요리는 그 행위도 기록도 귀하게 여겨지지 못했어요. 그나마 전해지는 기록은 주로 양반이나 고관댁 자제가 쓴 것이죠. 때문에 직접 만들지 않고 먹어본 경험만으로 쓰인 경우가 많아요.”두 장인은 수백 년 전 요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전수에도 열성이다. 이달부터 한국의집에서 열리는 한식 아카데미에선 강사로도 나선다. 일반인 대상 정규 클래스는 지난달 모집 시작 3일 만에 마감됐다. 올해는 셰프를 위한 마스터클래스도 개설했다. 조 셰프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내다보는 전문가 양성 과정”이라며 “한식이 수익 내기 어렵다보니 최근 기피 종목이 됐다”며 아쉬워했다.사실 한식은 여러 반찬에 품도 많이 들어 식당 운영이 쉽지 않다. 들어가는 재료비나 인건비에 비해 ‘반찬은 공짜’ 같은 인식이 강해 가격을 높이기도 어렵다. 두 셰프는 “동네 백반집은 물론 고급 호텔에서도 한식당이 사라지는 추세”라며 “세계는 K푸드에 주목하는데 정작 한국에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한식이 반짝 유행을 넘어 더 멀리, 오래 가려면 노를 저을 힘이 필요해요. 우리 스스로 음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그 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부터 한식을 아껴야 해외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지요.”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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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정보 무단수집 디즈니에 벌금 140억원

    미국 디즈니가 자사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는 어린이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혐의로 벌금 1000만 달러(약 139억4000만 원)를 물게 됐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일(현지 시간) “디즈니가 일부 유튜브 동영상에서 부모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고 어린이 시청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혐의와 관련해 벌금 1000만 달러를 내는 데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FTC는 앞서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보호(COPPA) 규정 위반 혐의로 디즈니와 유튜브 등을 조사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달 같은 혐의와 관련해 3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FTC와 합의했다. FTC는 “디즈니는 다수의 어린이용(MFK) 콘텐츠를 ‘비어린이용(NMFK)’으로 표시된 유튜브 채널에 올렸으며, 비어린이용 동영상을 시청한 아동의 개인정보를 성인과 동일하게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COPPA 규정은 어린이용 동영상은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 배치, 댓글 게시 등의 기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문제가 된 동영상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토이 스토리’ ‘인크레더블’ 등이 포함됐다. 디즈니 측은 해당 규정 위반과 관련해 “유튜브에 게시한 일부 콘텐츠에 국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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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동 광흥사 응진전 보물 지정예고… “조선 불교건축 양식 변화 잘 보여줘”

    국가유산청은 3일 경북 안동 광흥사 응진전(應眞殿·사진)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광흥사는 조선 전기 불경을 활발히 간행했던 안동의 주요 사찰이다. 응진전은 앞면 5칸, 옆면 2칸 규모의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조선 중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산청은 “조선 전기 양식을 계승해 중기, 후기에 이르는 조선 불교 건축 양식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건물에 봉안된 16세기 ‘소조석가여래오존상 및 16나한상 일괄’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응진전은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최종 지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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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 서명문 태극기’속 매우사 신부, 한국사역 17년 ‘스타신부’였다

    “매우사 신부에게 부탁하오. 당신은 우리의 광복 운동을 성심으로 돕는 터이니 이번 행차의 어느 곳에서나 우리 한인을 만나는 대로 이 의구(義句·올바른 글)의 말을 전하여 주시오. (…) 충칭에서 김구 드림.”‘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대형 복제본이 내걸리는 등 최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태극기는 1941년 3월 16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이 독립의 염원을 담은 글을 써서 ‘벨기에 신부 매우사(梅雨絲)’에게 건넸다. 매우사 신부는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의 부인 이혜련 여사에게 이를 전했다. 이 태극기와 관련해 그간 명확한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던 매우사 신부가 최근 국내 학자의 노력으로 구체적인 신원이 드러났다. 신부는 중국에서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을 뿐 아니라, 광복 후에도 한국에 머물며 선행을 베풀었다. 학계에선 매우사 신부의 행적이 밝혀지며 김구 서명문 태극기의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되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범과 교류하며 광복군 승리 기원 가로세로 62X44cm 크기의 비단으로 된 이 문화유산은 19∼20세기 초 태극기 가운데 유일하게 제작 시기가 명확한 데다 독립운동의 간절한 신념이 담겨 가치가 무척 높다. 도산의 후손들이 1985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으며, 2021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태극기 전문가로 꼽히는 송명호 전 중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식 이름인 매우사 또는 ‘차매우(車梅雨)’로 불린 이는 샤를 미우스 신부”라며 “중국과 미국에서 전교(傳敎)하는 동안 적극적으로 항일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송 전 교수가 5년에 걸쳐 수집한 미국 외교문서와 가톨릭계 자료 등에 따르면 1909년 벨기에 태생인 매우사 신부는 27세에 중국 주카이민(朱開敏) 주교로부터 사제품을 받으며 중국에 귀화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해외 언론에 중국의 항일 의지를 알리는 기고문을 쓰는 등 일제와 맞섰다. 당시 중국식 이름은 ‘米烏斯(미오사)’였다고 한다. 임시정부가 충칭에 정착한 뒤엔 백범 등과 적극 교류했다. 송 전 교수는 “매우사 신부가 독립운동에 직간접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백범과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한 중국 가톨릭 지도자 위빈(于斌·1901∼1978) 주교와도 교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 주교는 1940년 한국광복군의 승리를 기리는 연회에 김 주석과 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광복군 참모장 이범석과 더불어 매우사 신부를 초청했다. 위 주교는 독일에서 열린 포츠담 회담에서 조선의 독립을 적극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따스한 성품의 ‘배달꾼 아저씨’ 매우사 신부와 한국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치 않는다. 송 전 교수는 “1957년부터는 17년간 대구에서 사역하며 ‘스타 신부’로 활약했다”고 말했다.송 전 교수에 따르면 매우사 신부는 1957년 대구대교구 파견 미8군부대 군종 신부로 한국에 왔다. 1961년부터는 대구 가르멜여자수도원(이하 수녀원)에서 사역했다. 토요일마다 미군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창한 한국어를 뽐냈고, 평소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도와 ‘배달꾼 아저씨’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1974년 암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가 향년 65세로 선종했다. 따뜻한 성품 탓에 수녀원에선 지금까지도 신부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된다. ‘차매우 카롤로 신부님’으로 불린 그는 “기념 축일을 맞는 수녀들에게 선물하고자 1년 전부터 화분을 길러 주셨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능해서 우정의 꽃을 곧잘 피우셨다”고 한다. 수녀원 측은 “신부님과 가까운 분들은 다 세상을 떠났는데도 여전히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밝혔다. 매우사 신부는 국내 예술가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극작가 김우진의 형이자 문필가인 김익진(1906∼1970), 수묵추상화 대가 지홍(智弘) 박봉수(1916∼1991) 등이 대표적이다.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 교수는 “태극기의 제작자는 김구 주석이지만, 매우사 신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던 문화유산”이라며 “신부의 신원을 찾아내고 연구함으로써 우리의 소중한 보물이 역사적 의미와 서사적 풍성함까지 지니게 됐다”고 평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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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집트 왕자도 여행 후 기념품 돌렸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념품을 사오는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이 책에 따르면 기원전 2200년에도 기념품이 존재했다. 이집트의 하르쿠프 왕자는 수단으로 여행을 갔다가 파라오에게 바칠 선물을 수집했다. 왕자가 모은 표범 가죽, 코끼리 상아, 흑단 등은 ‘역사에 기록된 가장 이른 시기의 여행 기념품’ 중 하나로 꼽힌다. 주변 사람과 자기 자신을 위해 기념품을 사모은 인류의 역사와 그 의미를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는 세계 70여 개국을 다녔고, 여행기를 쓰는 작가다. 영어로 기념품을 뜻하는 ‘souvenir’는 프랑스에선 흔히 동사로 쓰인다고 한다. ‘나 자신에게 돌아가다’ 또는 ‘기억하다’라는 뜻이다. 저자는 자신이 살면서 모은 기념품들을 두고 “그 자체로 무작위적인 박물관을 이뤄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을 이해하는 방식을 전시한다”며 “기억과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일깨워주는 물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고 기념품에 대한 감상을 추상적으로 늘어놓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영국의 골동품 전문가 호러스 월풀 등 관련 연구자들의 책, 논문을 소개하면서 분석에 깊이를 더했다. 과거엔 여행의 기념품이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저자는 미국 사회학자 딘 맥커넬의 책 ‘관광객: 신유한계급론’을 인용해 기념품이 대중화한 과정을 짚는다. “한때 기념품이 장거리 여행을 가능케 하는 부와 특권의 상징이었다면, 철도와 증기선이 발달한 후로는 중산층 대중의 감성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기념품의 용도와 목적에 관한 윤리적 문제를 짚는 대목도 흥미롭다. 예컨대 미 뉴욕에 있는 국립 9·11 테러 사건 추모관은 기념품 매장으로 인해 논란이 됐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냉장고 자석이나 우산 등을 판매하는 게 유가족에게 충격을 줬던 탓이다.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 부대가 적군으로부터 빼앗은 물건이나 이라크의 역사나 종교와 관련 깊은 물건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한 일 등은 ‘기념’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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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 갈증에 ‘말차 붐’… 고려시대에도 유행했다

    “클래식 시럽 빼고 프라푸치노 시럽 라이트로 넣어 주세요. 우유는 두유로 바꾸고, 말차 파우더는 4번 추가해 주세요.”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말차 주문법이다. 말차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말차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최근 소셜미디어에선 바닥에 쏟은 말차를 자신의 신발, 옷 등과 함께 찍어서 올리는 ‘말차 스필(Matcha Spill)’ 챌린지가 인기다. 감성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젊은 남성이 말차를 즐겨마시는 데서 착안한 ‘퍼포머티브 메일(Performative Male)’ 밈도 확산하고 있다. 말차의 초록빛과 부드러운 거품 등의 이미지가 ‘인증 샷’이 중요한 MZ세대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가수 두아 리파, 배우 젠데이아 등이 말차를 마시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도 유행 확산에 한몫했다.28일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6월 ‘제주 말차 라떼’와 ‘제주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찻잎을 우리는 녹차와 달리 가루로 만들어 통째로 마시는 말차가 건강에 더 이롭다는 인식이 있다”며 “즐겁게 건강을 챙기려는 ‘헬시플레저’ 트렌드 속에 연예인을 따라 하는 모방 소비로 젊은층에서 인기”라고 분석했다.말차는 패션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말차 색깔 옷과 네일아트 등을 즐기는 ‘말차코어(말차+Normcore)’가 유행이다. LF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0일까지 ‘그린·카키·민트’를 키워드로 한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급증했다. LF몰 측은 “전통적으로 가을, 겨울철에 선호하는 색상이라 이례적”이라며 “최근 말차 유행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그렇다면 말차는 해외에서 들어온 갑작스러운 문화일까.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말차를 마시기 시작한 건 11∼12세기 고려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본다. 송나라에서 고려로 전래된 말차는 사찰과 상류층을 중심으로 음용됐다고 한다. 불교 승려에게 말차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자 수행 방식이었다. 고연미 차학인문연구소장은 “개경에서는 다점(茶店)이 성행하면서 문인뿐 아니라 서민도 말차를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고려 중기의 문인인 이인로(1152∼1220), 이규보(1169∼1241) 등이 남긴 문집에도 말차에 관한 기록이 전해진다. 이인로는 시 ‘승원다마(僧院茶磨)’에서 찻잎을 갈아내는 모습을 “옥가루가 날린다”고 했다. 이는 당대 유행한 차 마시는 방식과 관련된다. 찻잎을 다마(茶磨·차맷돌)로 곱게 갈아 끓인 뒤 휘저어 마시는 점다법(點茶法)으로, 오늘날 말차를 만들어 먹는 법과 유사하다.하지만 조선시대엔 차(茶) 문화가 대부분 없어지면서 말차도 명맥이 거의 끊겼다. 현대에 들어선 산업화를 거치면서 티백형 녹차가 보급됐다. 정진원 국민대 도자공예과 교수는 “오늘날 웰빙을 추구하고 ‘녹색 갈증’을 느끼는 젊은층 문화와 부합하면서 말차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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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티칸 사자보이즈!”…김대건 신부 성상, 해외서도 화제

    ‘케데헌 때문에 난감해진 바티칸’.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인 인기 속에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 세워진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1821~1846) 신부 성상이 새삼 국내외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갓을 쓴 김 신부의 성상이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자 보이즈’를 닮았다는 것. 특히 ‘사자 보이즈’는 극 중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는 악령의 수하여서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25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바티칸 사자보이즈”(Vatican Saja Boys)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조선의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성상을 찍은 사진이 첨부됐다. 영화 속 저승사자 모티브의 아이돌그룹인 ‘사자 보이즈’의 노래 ‘유어 아이돌’ 가사도 덧붙였다. 2023년 김대건 신부의 순교 177주년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 세워진 이 성상이 ‘사자 보이즈’를 닮았다는 것이다.‘가톨릭 세계 청년의 날’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해당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사자 보이즈? 아니! 사제 보이즈!”(Saja boys? No! Saje boys)라고 썼다. 이어 “사제는 한국어로 신부를 뜻한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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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저트-음료 넘어 패션까지…‘말차’ 녹색 열풍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말차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행이 패션 트렌드로도 옮겨붙었다. 말차 음료, 디저트를 넘어 초록색 계열 옷과 네일아트를 즐기는 ‘말차코어’(말차+Normcore)가 유행이다.트렌드는 연예인들의 ‘말차 인증샷’에서도 드러난다. 이달 17일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소셜미디어(SNS)에 말차를 마시는 사진을 게시했고, 이튿날 배우 차정원은 “말차같은 운동화 끓여왔다”며 말차 음료와 말차 색 운동화 패션을 찍어 올렸다. 해외에서는 감성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젊은 남성들이 말차를 패션 소품으로 활용하는 ‘퍼포머티브 메일’(Performative Male)이 SNS 밈으로 확산하고 있다.LF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0일까지 ‘그린·카키·민트’를 키워드로 한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급증했다. LF몰 측은 “전통적으로 가을, 겨울철에 선호하는 색상이기에 이례적”이라며 “말차 유행의 영향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800여 년 전 고려도 말차 열풍한반도에서 말차가 사랑받는 건 비단 오늘날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말차 열풍에 대해 “그 시작은 11~12세기 고려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고 있다. 송나라에서 고려로 전래된 말차는 사찰과 상류층을 중심으로 음용됐다고 한다. 불교 승려에게 말차는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자 수행 방식이었다. 고연미 차학인문연구소장은 “개경에서는 다점(茶店)이 성행하면서 문인뿐 아니라 서민도 말차를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고려 중기의 문인인 이인로(1152∼1220), 이규보(1169~1241) 등이 남긴 문집에서도 말차에 관한 기록이 전해진다. 이인로는 시 ‘승원다마’(僧院茶磨)에서 찻잎을 갈아내는 모습에 대해 “옥가루가 날린다”고 표현했다. 이는 당대 유행한 차 마시는 방식과 관련된다. 찻잎을 다마(茶磨·차맷돌)로 곱게 갈아 끓인 뒤 휘저어 마시는 점다법(點茶法)으로, 오늘날 말차를 만들어 먹는 법과 유사하다.●조선시대·산업화 거치며 명맥 뚝말차는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명맥이 거의 끊긴 것으로 보인다. 정진원 국민대 도자공예과 교수는 “숭유억불을 기조로 한 조선에서는 일부 호남지방과 사찰을 제외하곤 차 문화가 대부분 종적을 감췄다”며 “대신 숭늉을 즐겨 마셨고, 다과상에는 주로 식혜나 수정과가 올라왔다”고 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생활이 피폐해짐에 따라 차를 마시기 어려워진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1960~199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여유롭게 차를 우려 마시기보다는 티백형 녹차를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역시 검소함과 절약을 강조한 14세기 명나라대를 지나면서 말차 대신 찻잎을 우리는 방식이 보급됐다고 알려졌다. 정 교수는 “일본은 그와 달리 800년 이상 말차 전통을 이어오면서 고유한 식문화로 인정받고 있다”며 “오늘날엔 웰빙을 추구하고 ‘녹색 갈증’을 느끼는 젊은 층 문화와 잘 부합하면서 국내외에서 재조명되고 있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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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창작-감상 방식 AI가 모두 바꿔… 공공지원은 버팀목”

    19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노진아 작가의 작업실. 처음 들어서니 실내에 가득 찬 기이한 두상 조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주름까지 생생한 한 조형물은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사람의 움직임을 좇았다. 다른 두상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잠깐 다른 얘기 해도 될까요?”라며 대화에 끼어들기조차 했다. 이 작품들은 노 작가와 예술기업 ‘인간공장’이 대형언어모델(LLM) 챗봇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든 실시간 소통형 조형물.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전시하고 있는데, 관람객과 하루 3000번 넘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술융합예술 지원 플랫폼 ‘아트코리아랩’ 지원을 받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노 작가는 “인공지능(AI)은 감상과 창작 방식을 전부 바꿔놓고 있다”며 “예술계에 미치는 파장이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에서 공공 지원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버팀목이 된다”고 말했다. 오늘날 창작자들에게 AI의 활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기술융합예술에 도전하는 창작자들도 급증했고, 이를 지원하는 제도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아트코리아랩에 따르면 관련 지원을 받은 예술기업 수는 2023년 30곳에서 올해 65곳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올해 관련 컨설팅도 대폭 증가해 연말이면 1000건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박억 감독의 ‘너스텔지아’는 대표적인 사례다. AI가 관객과 대화하며 감정과 기억을 실시간 분석한 뒤 가상현실(VR)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VR 콘텐츠 스타트업 ‘식스도파민’을 운영하고 있는 박 감독은 “관객이 더는 일방향적인 영상 매체를 원하지 않는단 걸 느꼈다”며 “제작부터 마케팅, 법률 자문에 이르는 아트코리아랩 지원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했다. 관련 업계에선 예술 창작 환경이 이처럼 급변할수록 공공 지원이 중요한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AI를 접목한 오디오비주얼아트 스타트업 ‘뉴튠’의 박승순 사내이사는 6월 아트코리아랩의 글로벌 교류·유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인 기술융합예술 축제에 참가했다. 그는 현지에서 해외 투자 제의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박 이사는 “AI 분야는 맨땅에 헤딩하듯 살길을 찾아야 하는 분야”라며 “공공 지원은 스타트업에 소중한 자양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이런 지원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도권 창작자를 돕기 위한 제도도 생겨나고 있다. 아트코리아랩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 등 6곳은 기술융합예술 저변 확대를 목표로 25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수령 아트코리아랩 본부장은 “내년부터 지방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 등으로도 지원과 협력을 적극 넓혀갈 계획”이라고 했다. 특정한 유행 기술이나 산업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설동준 프로젝트 퍼플비 공동대표는 “국내에선 기술융합예술이 AI 미디어아트 등 일부 ‘톱티어’ 장르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기초기술, 시니어 창작자를 아우를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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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8월까지 418만 찾아… 역대 최다

    최근 에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등의 인기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가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 1월 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박물관을 찾은 누적 관람객이 418만982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6일 밝혔다. 2023년 세운 기록(418만285명)을 8월이 끝나기도 전에 넘어선 것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상설전시관 중심으로 본 잠정 수치라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 등을 포함하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올 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1·2월 두 달 연속 50만 명을 넘었으며, 7·8월은 여름방학 특수까지 겹쳐 월 70만 명대로 치솟았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1945년 국립박물관으로 개관해 80주년을 맞은 올해 연간 관람객은 500만 명을 넘어 600만 명 돌파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반가사유상 2점을 상설 전시한 ‘사유의 방’ 등이 입소문을 탔고, 무료인데도 수준 높은 문화유산을 선보여 외국인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외국인 관람객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24% 늘어났다. 최근엔 케데헌에 등장한 갓과 호랑이, 까치 등이 화제를 모으며 관련 ‘뮷즈(뮤지엄+굿즈)’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박물관 측은 “K컬처의 인기가 음악과 음식 등을 넘어 전통문화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또 “수용 가능 인원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리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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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세계유산 30년’ 17건 보유했지만… 등재후보 바닥 ‘숙제’

    지난달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모두 17건으로 늘어났다. 내년엔 한국(부산)에서 처음으로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되며, 2021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던 ‘한국의 갯벌’의 확대 등재에도 도전한다.2025년은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가 우리 문화유산 최초로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지 3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유네스코로부터 재정 지원까지 받았던 한국은 이제 세계유산 등재나 관리 면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춰 나가고 있다. 다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의 영향 등 다양한 변수들이 산재한 만큼, 전문가들은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ODA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1990년대 한국은 유네스코 본부에서 재정·기술적 도움을 받고서야 석굴암 등의 등재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허권 전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은 “당시 세계유산의 취지와 기준을 정부조차 몰랐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불국사가 여러 번 중창됐다는 이유로 처음엔 신청서에서 빠졌다”며 “실사 온 해외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부랴부랴 포함시켰다”고 회고했다.이렇게 ‘도움받는 나라’에서 ‘돕는 나라’로 바뀐 건 2010년대에 들어서다. 지난달 국가유산청이 중남미 9개국에 ‘세계기록유산 등재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한 게 대표적 사례다. 부산이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개최지로 선정된 것도 오늘날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지 38년 만이다. 지난해부터 상당수 국가가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베트남 등은 한국을 의식해 유치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종묘’처럼 단독 등재할 만한 유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연속유산(지리적으로 떨어졌으나 통일된 성격을 지닌 일괄 유산)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등 2건뿐이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상해 국민대 석좌교수는 “자연유산은 주민 생업과 개발 등 문제가 얽혀 있어 지방자치단체 심사 단계부터 쉽지 않다”며 “등재 이후 유산 보호나 주민 불편 해소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시행령도 자연유산 발굴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국가적 협력 중추 역할 해야” 게다가 최근 10여 년간 급속히 ‘정치화’한 세계유산위원회도 난관이 될 수 있다.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치밀한 사전 교섭을 벌이거나 같은 언어·문화권끼리 서로 ‘뒷배’가 돼주는 경우가 잦아졌다. 실제로 올해는 당초 등재 불가·보류 등의 권고를 받았던 유산 15건 가운데 11건이 결국 등재됐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UAE)의 ‘파야 고고경관’은 기존에 등재 불가 유산이었으나 ‘오일머니 로비’로 과반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 대해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한 설명이 보완되지 않고 있다”며 별도 안건 상정을 추진했지만 지지를 얻지 못했다. 최재헌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교수는 “올해 등재된 ‘식민지 시대 파나마의 길’은 미국이 식민 지배하며 물자를 날랐던 역사가 오히려 미국의 지지를 얻었다”며 “심사 단계부터 다들 팔이 안으로 굽는 와중에 한중일만 계속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전문가 차원에서 국제 네트워크 협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국경을 넘어 ‘화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선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 전 총장은 “앞으로 유산에 대한 정치·문화적 해석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는 여러 문화와 국경에 걸친 연속유산을 발굴하는 데도 중요한 요소”라고 짚었다. 이어 “지난해 한국에 설립된 ‘유네스코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를 단순 행정기관이 아니라 초국가적 협력과 비교연구를 촉진하는 기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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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애니 ‘귀멸의 칼날’… 이틀만에 115만 관객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사진)이 국내 개봉 2일 만에 누적 관객 115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24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일인 22일 54만3900여 명, 23일 60만6300여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개 2일 차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긴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지금까지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평가받았던 조정석 주연의 영화 ‘좀비딸’은 개봉 4일 차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귀멸의 칼날은 누적 발행 부수 2억2000만 부를 돌파한 고토게 고요하루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주인공이 착용한 귀걸이가 전범기 모양인 점 등이 지적되며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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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된 강원래 “K팝 연습생 문제점 파고들어”

    “가요계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 그게 K팝 선배 가수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룹 ‘클론’으로 활동하며 1세대 한류스타로 인기를 누렸던 강원래 씨(56)가 교육학 박사가 됐다. 강 씨는 19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인문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논문 ‘K팝 아이돌 연습생 양성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으로 일반대학원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청소년 지도학 전공이다. 강 씨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 5년 만”이라며 “논문에 오타가 나는 악몽을 여러 번 꿨다. 아직은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그의 박사 논문은 자신의 가요계 경험을 살려 K팝 아이돌 시스템에 대해 다뤘다. 전현직 아이돌 연습생 9명과 산업계 관계자 3명을 심층 면접하고 분석했다. 논문은 연습생 훈련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데뷔 후에도 여러 갈등이 빚어지는지 등을 지적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기획사 자체적으로 연습생의 생활, 교육 등 전반적 성장을 지원하는 규정을 확립할 것’ ‘미국, 일본의 사례처럼 연습생 인권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할 것’ 등을 제시했다. 강 씨는 이러한 논문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K팝의 화려한 성장 이면에 놓인 문제점들에 사람들이 관심 갖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저는 운 좋게도 지금 같은 연습생 시스템을 거치지 않았어요. 춤이 좋아 열심히 하다 보니 무대에 올랐고, 어느 날 댄스계 유행을 주도하는 가수가 됐죠. 하지만 오늘날 K팝 연습생들은 끊임없이 유행을 좇으려 애쓰면서도 기약이 없고, 안전망조차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짚고 싶었습니다.” 강 씨는 1996년 가수 구준엽과 댄스 듀오 ‘클론’으로 데뷔해 ‘꿍따리 샤바라’ ‘초련’ 등 히트곡을 내며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2003년 가수 김송 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2020년 명지대 대학원에서 K팝 안무를 연구한 논문으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듬해 한국 댄스음악 100년사를 정리한 책 ‘더 댄스’를 펴내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K팝 안무에 대한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팝 가수뿐 아니라 안무가, 댄서들도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과거에 제가 안무를 맡은 음반이 엄청나게 팔렸어도, 안무 저작권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달랑 안무비로 50만 원 받은 게 전부인 적도 있었죠. 1980, 90년대 한국 댄스음악 발전사와 안무 저작권의 필요성 등을 꾸준히 연구해 논문과 저서로 정리할 계획입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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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멸의 칼날’ 개봉 이틀만에 관객 115만 돌파…올해 최고 흥행작 되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사진)이 국내 개봉 2일 만에 누적 관객 115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일인 22일 54만3900여 명, 23일 60만6300여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개 2일차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긴 건 올 들어 처음이다. 지금까지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평가받았던 조정석 주연의 영화 ‘좀비딸’은 개봉 4일차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TV 시리즈부터 이어진 이야기의 결말로 향하는 마지막 3부작의 첫 번째 영화다. 해당 작품은 일본 현지에선 개봉 17일 만에 관객수 1255만 명을 돌파했다. 매출액은 176억엔(약 1659억 원)을 넘겼다.귀멸의 칼날은 누적 발행 부수 2억2000만 부를 돌파한 고토게 코요하루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주인공이 착용한 귀걸이가 전범기 모양인 점 등이 지적되며 일본 군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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