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들판에 맨발의 소녀가 서 있다. 고동색 곱슬머리와 흘러내리는 옷 주름, 목가적 풍경이 섬세한 붓질과 부드러운 색채로 표현돼 고상한 느낌을 준다. 당당한 눈빛으로 관람자를 응시하는 이 소녀는 당장이라도 액자 밖으로 걸어 나올 듯 생동감이 넘친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에서 볼 수 있는 ‘양치기 소녀’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 살롱에서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윌리엄아돌프 부그로(1825∼1905)의 작품이다. 소장처인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 측 표현을 빌리면 “비슷한 시기 활동한 밀레나 쿠르베 같은 사실주의 화가들이 그린 ‘흙내 나는 농부’가 아닌, 고전적인 목가시(牧歌詩)에 등장하는 이상화된 양치기”가 화폭에 담겼다.‘양치기 소녀’는 비슷한 크기로 나란히 전시된 호아킨 소로야(1863∼1923)의 그림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스페인 인상주의 화가인 소로야의 ‘라 그랑하의 마리아’ 속 여인은 과감하고 경쾌한 붓질로 그려졌다. 이와 달리 프랑스 아카데미 종신회원이었던 부그로는 고전적인 미(美)의 기준에 충실하게 소녀를 완성했다. 신체는 해부학적으로 정확히 묘사됐고, 빛과 그림자는 세밀하게 표현됐다.흠잡기 어려운 기술과 서정성을 갖춘 화가지만, 부그로가 활동한 19세기 후반 그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생전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라파엘로를 존경했다는 부그로는 여신이나 요정, 성모 마리아 등 주로 역사, 종교, 신화와 관련된 소재를 그렸다. 고전적 그림은 국가 기관과 상류층 수요가 꾸준했기에 미술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렸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종종 폄하되고 시장 가격이 불안정하던 상황과 대비된다.그러나 유럽에서 인상주의가 확산되고 미술계에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부그로는 ‘과거에 갇힌 기교파 화가’ 취급을 받기도 했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잘 알려진 에드가르 드가는 매끄럽고 인위적인 그림을 묘사할 때 경멸적인 뉘앙스를 담아 ‘부그로풍(Bouguereaut´e)’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부그로가 파리 아카데미 쥘리앙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제자인 앙리 마티스가 그의 화풍과 훈련법에 반기를 들었다는 일화도 전한다.하지만 오늘날엔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 비영리 교육기관인 ‘아트 리뉴얼 센터’는 부그로를 두고 “사회적 변화로 인해 불운하게 저평가된 화가”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들판에 맨발의 소녀가 서 있다. 고동색 곱슬머리와 흘러내리는 옷 주름, 목가적 풍경이 섬세한 붓질과 부드러운 색채로 표현돼 고상한 느낌을 준다. 당당한 눈빛으로 관람자를 응시하는 이 소녀는 당장이라도 액자 밖으로 걸어 나올 듯 생동감이 넘친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에서 볼 수 있는 ‘양치기 소녀’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 살롱에서 가장 성공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1825~1905)의 작품이다. 소장처인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 측 표현을 빌리면 “비슷한 시기 활동한 밀레나 쿠르베 같은 사실주의 화가들이 그린 ‘흙내 나는 농부’가 아닌, 고전적인 목가시(牧歌詩)에 등장하는 이상화된 양치기”가 화폭에 담겼다.‘양치기 소녀’는 비슷한 크기로 나란히 전시된 호아킨 소로야(1863~1923)의 그림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스페인 인상주의 화가인 소로야의 ‘라 그랑하의 마리아’ 속 여인은 과감하고 경쾌한 붓질로 그려졌다. 이와 달리 프랑스 아카데미 종신회원이었던 부그로는 고전적인 미(美)의 기준에 충실하게 소녀를 완성했다. 신체는 해부학적으로 정확히 묘사됐고, 빛과 그림자는 세밀하게 표현됐다.흠잡기 어려운 기술과 서정성을 갖춘 화가지만, 부그로가 활동한 19세기 후반 그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생전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라파엘로를 존경했다는 부그로는 여신이나 요정, 성모 마리아 등 주로 역사, 종교, 신화 관련된 소재를 그렸다. 고전적 그림은 국가 기관과 상류층 수요가 꾸준했기에 미술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렸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종종 폄하되고 시장 가격이 불안정하던 상황과 대비된다.그러나 유럽에서 인상주의가 확산되고 미술계에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부그로는 ‘과거에 갇힌 기교파 화가’ 취급을 받기도 했다. 발레리나 그림으로 잘 알려진 에드가 드가는 매끄럽고 인위적인 그림을 묘사할 때 경멸적인 뉘앙스를 담아 ‘부그로풍(Bouguereauté)’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했다. 부그로가 파리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제자인 앙리 마티스가 그의 화풍과 훈련법에 반기를 들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하지만 오늘날엔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국 비영리 교육기관인 ‘아트 리뉴얼 센터’는 부그로를 두고 “사회적 변화로 인해 불운하게 저평가된 화가”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세계적인 조각가 ‘론 뮤익’전의 흥행 등에 힘입어 사상 최다 관람객을 기록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부터 ‘국제 미술전’을 해마다 선보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6일 서울 종로구 미술관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국제 미술계에서 관심 높은 작가와 현상을 탐구하는 국제 미술전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과천관에서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 전’을 개막할 예정이다. 모더니즘 회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 미술가 조지아 오키프(1887∼1986)를 중심으로 당대 미국 모더니즘 회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에 두꺼운 팬층을 가진 해외 작가들의 전시도 예정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 가운데 최고가로 꼽히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7월부터 ‘과천관 40주년 프로젝트: 빛의 상상들’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 전시는 필립 파레노, 이반 나바로 등 작가들의 설치미술을 ‘빛’을 주제로 망라해 소개한다. 3∼6월 서울관에서는 ‘문제적 작가’인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권 첫 대규모 개인전이 개최된다.‘K아트’의 원류라 할 수 있는 한국 원로 작가들도 대대적으로 톺아본다. 연말부터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파리의 이방인’ 전은 1950∼197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들을 조명한다. 김기린, 김창열, 방혜자, 이응노, 이우환 등 50여 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과수원 풍경화로 잘 알려진 한국 근현대 미술의 ‘숨은 거장’ 이대원 회고전도 8월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김인혜 학예연구실장은 “원로 작가를 재조명해 미술사를 확장하고 중견 작가에게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한편, 동시대 작가에게는 제작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난해 세계적인 조각가 ‘론 뮤익’전의 흥행 등에 힘입어 사상 최다 관람객을 기록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부터 ‘국제 미술전’을 해마다 선보인다.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6일 서울 종로구 미술관에서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국제 미술계에서 관심 높은 작가와 현상을 탐구하는 국제 미술전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과천관에서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 전’을 개막할 예정이다. 모더니즘 회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여성 미술가 조지아 오키프(1887~1986)를 중심으로 당대 미국 모더니즘 회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국내에 두꺼운 팬층을 가진 해외 작가들의 전시도 예정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 가운데 최고가로 꼽히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7월부터 ‘과천관 40주년 프로젝트: 빛의 상상들’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 전시는 필립 파레노, 이반 나바로 등 작가들의 설치미술을 ‘빛’을 주제로 망라해 소개한다. 3~6월 서울관에서는 ‘문제적 작가’인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권 첫 대규모 개인전이 개최된다.‘K아트’의 원류라 할 수 있는 한국 원로 작가들도 대대적으로 톺아본다. 연말부터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파리의 이방인’ 전은 1950~197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들을 조명한다. 김기린, 김창열, 방혜자, 이응노, 이우환 등 50여 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과수원 풍경화로 잘 알려진 한국 근현대 미술의 ‘숨은 거장’ 이대원 회고전도 8월 덕수궁관에서 열린다.김인혜 학예연구실장은 “원로 작가를 재조명해 미술사를 확장하고 중견 작가에게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한편, 동시대 작가에게는 제작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韓영화 그 자체… 별이 된 안성기(1952∼2026)‘한국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 배우 안성기(사진)가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1957년 다섯 살에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고인은 70년 가까이 200여 편에 출연하며 20세기 영화계 최고의 스타로 자리를 지켰다. ‘바람 불어 좋은 날’ ‘깊고 푸른 밤’ ‘라디오스타’ 등 숱한 대표작을 남겼으며, ‘실미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1000만 영화란 기록도 세웠다. “내 최고의 작품은 언제나 다음 작품”이라던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복귀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0일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지 6일 만에 결국 우리 곁을 떠나갔다.》그가 내딛는 발걸음이 한국 영화가 걸어온 길이었다. 5일 영면한 배우 안성기는 ‘국민 배우’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대한민국 영화의 전설이었다. 다섯 살 꼬마 배우로 데뷔해 70년 가까이 연기 외길을 지켜온 그는 한국 영화사(史) 전체를 훑어봐도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배우다. 영화계 안팎에서 존경받았던 고인은 ‘후배들의 영원한 선생님’으로도 불렸다. 촬영 현장은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예의 바르고 정도를 지켰다. 영화의 ‘사회적 영향력’을 믿었으며, 30년 넘게 국제구호기금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 사실상 연기 활동은 멈춘 상태였다. 투병 중에도 여러 영화제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복귀 의지를 불태웠으나 끝내 천상의 무대로 떠나갔다.● ‘천재 소년’에서 ‘국민 배우’로“1980년대에 영화며 광고며 정말 많이 쏟아졌죠. 보통 잘나갈 때 확 ‘땡기죠’. 주위에서 ‘메뚜기도 한철’이라 속삭이면 흔들리기 쉬워요. 하지만 전 자제했어요. 영화를 오래 하고 싶었고, 평생 할 거니까요.”(2006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1952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5세에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했다. 10년 넘게 아역으로 출연한 작품만 70여 편. 충무로에선 그를 “천재 소년”이라 불렀다. 하지만 1965년 ‘얄개전’을 끝으로 고인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베트남에 진출하려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배우의 길은 천명(天命)이었을까. 1977년 ‘병사와 아가씨들’로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고인의 화려한 날갯짓은 1980년대 꽃을 피웠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로 대종상 남우신인상을 받은 뒤 당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 탄탄한 연기력과 폭넓은 인지도, 온화한 성격 그리고 “내 최고의 작품은 언제나 다음 작품”이라던 도전정신은 그를 넘볼 수 없는 스타로 만들었다.반공법에 연루된 아버지를 둔 청년 만수를 연기한 ‘칠수와 만수’(1988년)에선 시대의 아픔을 담아냈다.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는, 국내 영화 최초 컬트물 ‘개그맨’(1989년)에선 한국의 찰리 채플린을 마주한 듯했다. 청춘의 부유를 담은 ‘고래사냥’(1984년) 속 노숙인 민우와 ‘깊고 푸른 밤’(1985년)의 야망에 찬 백호빈, ‘투캅스’(1993년)에서 세파에 찌든 조 형사와 ‘라디오 스타’(2003년)의 든든한 매니저까지. 그는 언제나 천변만화(千變萬化)했고, 그때마다 아름다웠다.● “품격을 보여준 삶에 경의를” 고인은 영화가 갖는 영향력과 가치를 믿는 배우였다. “영화로 표현되면, 그 사회는 거기까지 열려 있다”고 했던 그는 시대정신을 담은 작품에 적극적이었다. 최초의 1000만 영화 ‘실미도’(2003년)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2007년), ‘아들의 이름으로’(2021년) 등이 그랬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노개런티였는데 거기에 사비까지 보탰다.“책임자들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이런 영화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에 계속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 거죠.”‘가왕(歌王)’ 조용필과는 같은 중학교를 나온 60여 년 절친. 2003년 조용필은 ‘실미도’의 몇 장면을 18집 타이틀곡 ‘태양의 눈’ 뮤직비디오에 쓰기도 했다. 2013년 나란히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이 별세한 뒤 각계에선 애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화려함보다 겸손을, 경쟁보다 품격을 보여준 삶에 경의를 표한다”고 추모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세대와 시대를 넘어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우리 사회에 밝은 빛이 돼줬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고인을 평생의 지기(知己)로 여기는 배우 박중훈은 병마와 싸우던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안 선배님을 뵌 시간이 우리 아버지 뵌 시간보다 길어요. 안 선배님은 40년을 가까이서 뵀잖아요. ‘라디오 스타’나 ‘투캅스’ 같은 작품을 하나 더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고인의 마지막 걸음은 대한민국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운구는 배우 이병헌과 이정재, 정우성, 박철민 등이 맡는다. 배창호 감독과 정우성이 조사를 낭독한다. 정부는 5일 고인이 한국 영화에 기여한 공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조각가 오소영 씨와 아들 다빈 필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9일 오전 6시.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소설가 염상섭(1897∼1963)이 동아일보에 1927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연재한 ‘사랑과 죄’. 일제강점기 주인공 이해춘은 화가의 꿈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인 지순영과 함께 중국으로 망명한다. 황종연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는 두 인물이 ‘민족의 투쟁을 위해’ 망명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즉, 이상적인 연애를 “반제국주의 혁명에 통합된 남녀 관계”에 둔 서사라는 것. 황 교수는 “이광수에서 염상섭에 이르는 작가들이 새로운 이상으로 간주한 연애는 서양의 낭만적 문화에서 자라난 사랑의 번안이었다”고 봤다. 문학 속 사랑이 근대성과 식민성, 혁명과 신자유주의, 전쟁과 개발독재 사이에서 재구성된 ‘역사적 상상력’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문학과지성사가 근현대 한국 문학을 다층적으로 톺아보고자 비평 앤솔러지 시리즈를 출간했다. 염상섭의 ‘사랑과 죄’ 등을 다룬 ‘사랑’ 편에 참여한 교수와 문학평론가 5명은 사랑을 시대마다 바뀐 언어와 윤리, 권력 구조를 따라 표현된 개념이라고 본다. 문학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실험할 가치 있는 문명한 삶의 일부’라는 사랑의 관념을 근대 사회에 정착하도록 도왔다”고 분석한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1910년부터 2020년까지의 문학을 ‘나’ ‘젠더’ ‘사랑’ ‘폭력’ 등 주제별로 나눠 재조명했다. 권당 5편씩, 총 20편의 비평이 실렸다. 문학평론가와 교수 19명이 각자 꼭지를 맡아 문학이 시대와 어떻게 호흡해 왔는지 깊이 있게 살폈다. 20세기 문학이 ‘개인’이란 주체를 탐구한 면면을 밝힌 시리즈 첫권 ‘나’ 편도 눈길을 끈다. ‘나’에 대한 성찰과 발화의 본질적 한계를 ‘주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 교수 등의 비평이 실렸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고궁과 공항 등에서 판매되는 전통문화 상품 매출이 지난해 K컬처 열풍에 힘입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일 국가유산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주요 궁궐과 국립고궁박물관, 인천국제공항 및 온라인에서 판매된 ‘K헤리티지’(전통문화 상품) 매출액이 약 161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진흥원이 창립된 1980년 이래 최대치이자 2024년(약 119억 원) 대비 35% 이상 늘어난 수치다. ‘K헤리티지’ 매출은 박물관 문화상품인 ‘뮷즈’와는 별개다. 진흥원 측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팝업 매장 운영 등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케데헌’의 등장인물 ‘더피’를 닮은 호랑이 도자 인형(사진), ‘사자 보이즈’가 쓴 전통 갓을 형상화한 잔 등이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아이돌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본명 임진아)가 흉기를 들고 자택에 침입한 강도범을 제압했다가 오히려 살인미수 혐의로 역고소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2일 경찰과 소속사 써브라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나나의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였던 30대 남성 A 씨가 지난달 나나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리경찰서에 고소했다.A 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6시경 경기 구리시 아천동에 있는 나나의 자택에 흉기를 들고 침입했다. 미리 준비한 사다리를 이용해 베란다로 올라간 뒤 잠기지 않은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와 나나의 어머니를 흉기로 위협하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의 비명 소리에 잠에서 깬 나나는 어머니와 함께 몸싸움을 벌여 A 씨를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나나의 어머니는 부상을 입고 잠시 의식을 잃었으며, A 씨는 자신이 소지한 흉기에 목 부위 열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출동한 경찰은 당시 나나 모녀의 대응을 정당방위로 판단해 입건하지 않았다. 그러나 A 씨는 이에 불복해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특수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나나의 소속사 써브라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의 범죄 사실이 명확히 확인됐고, 흉기로 무장한 가해자의 범행으로 나나와 가족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가해자는 반성의 태도 없이 나나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는 등 피해자가 유명인이라는 점을 악용하여 2차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고궁과 공항 등에서 판매되는 전통문화 상품 매출이 지난해 K컬처 열풍에 힘입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2일 국가유산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주요 궁궐과 국립고궁박물관, 인천국제공항 및 온라인에서 판매된 ‘K헤리티지’(전통문화 상품) 매출액이 약 161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진흥원이 창립한 1980년 이래 최대치이자 2024년(약 119억 원) 대비 35% 이상 늘어난 수치다. ‘K헤리티지’ 매출은 박물관 문화상품인 ‘뮷즈’와는 별개다.진흥원 측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팝업 매장 운영 등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케데헌’의 등장인물 ‘더피’를 닮은 호랑이 도자 인형, ‘사자 보이즈’가 쓴 전통 갓을 형상화한 잔 등이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제주 ‘한라산 어리목계곡 화산암층과 용천수’가 천연기념물이 된다.국가유산청은 “제주도의 용천수가 통상 해안선 부근에 있는 것과 달리, 이 용천수는 해발고도 1020~1350m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희소성이 높다”며 2일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했다. 제주도 중간산 지역의 주요 상수원인 이 용천수는 화산암층과 계곡 절벽, 이끼 폭포 등으로 이뤄진 독특한 경관이 잘 보존돼 있고, 생태적 서식처로서 보존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자연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2026년 병오년(丙午年) 말띠 해가 밝았다. 설화에 따르면 ‘천년왕국’ 신라를 세운 혁거세는 말이 싣고 온 알에서 태어났다. 고구려를 세우고 광활한 영토를 다스렸던 주몽도 말을 잘 탔다. 이처럼 말은 우리 선조들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새 나라의 출현’을 알리고, ‘간절한 염원’을 실어나르는 상서로운 영물이었다.●진취적 현대인에 잘 어울려말은 십이지(十二支) 중에 용, 호랑이와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띠 동물로 꼽힌다. 국보 ‘경주 천마총 장니 천마도(天馬圖)’ 등에서 볼 수 있듯, 하늘을 치달리는 백마나 천리마, 용마(龍馬) 등은 멀리 나아갈 힘과 자유를 상징한다. 불교 사후세계를 그린 ‘시왕도’에선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신성한 존재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여성에겐 말띠가 그리 반갑지 않다. ‘팔자가 세다’는 선입견이 세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고문헌에서도 이런 속설의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십이지 전문가인 천진기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장은 “전통적으로 말띠 여성을 꺼리는 일본의 풍조가 일제강점기에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천 위원장에 따르면 실제로 조선 왕비 중엔 정현왕후(1462∼1530) 등 말띠가 다섯 명이나 된다. 말띠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단 뜻이다. 그는 “여성의 띠로 양 등을 선호하던 관습은 진취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대 사회엔 맞지 않는 옛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를 ‘붉은 말의 해’로 부르는 것도 우리 전통과 거리가 멀다. 병오년이 불(火)의 기운을 뜻하지만, 색깔과 결부해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 하도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오방색을 붙여 ‘붉은 말(赤馬·아카우마)의 해’라 일컫는 문화도 일제강점기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통적 근거가 약할뿐더러 ‘황금돼지의 해’처럼 상업적인 성격이 짙다”고 했다.●‘말뚝박기’도 말에서 유래돼한민족은 적어도 석기시대부터 말과 함께 삶을 이어왔다. 민속박물관이 발간한 ‘한국민속상징사전―말 편’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암사동 유적과 경남 김해 패총 등에서 발견된 말의 치아가 그 근거. 김병선 제주한라대 생명자원학부 교수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육한 건 청동기 시대부터로 본다”며 “동예와 고구려엔 키 작은 과하마(果下馬)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에도 말은 중요한 운송·이동 수단이었다. 6·25전쟁 이후 서울에선 마차와 군마가 바삐 오갔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며 ‘방해물’ 취급을 받았고, 결국 관광용 말고는 도심에서 사라졌다. 이젠 지명에서나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 목마장이 있던 서울 성동구 마장동, 자마(雌馬·암말)를 기르던 광진구 자양동 등이다. 정연학 비교문학회장은 “1950년대 말엔 말수레꾼들이 시장이나 역 근처에 있다가 짐을 실어 나르곤 했다”며 “도로에 자동차가 달리고, 우마차 통행금지 구역이 생기며 말은 도시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말은 여전히 우리 언어와 생활 속에서 함께한다. 더 잘하라고 재촉하거나 격려할 때 쓰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 대표적이다. ‘말뚝박기 놀이’에서 말뚝이란 나무나 쇠기둥이 아니라 ‘말이 둑처럼 늘어선’ 모양을 일컫는다. 서양에서도 말은 존귀했다. 영미권엔 ‘말 편자를 발견하면 행운이 온다(If you find horseshoe, you’ll have a good luck)’는 속담이 있다. 마침 행운을 전해주는 편자를 포함해 세계 말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 ‘말(馬)들이 많네’가 민속박물관에서 3월 2일까지 열리고 있다. 장상훈 관장은 “동서 불문하고 인류의 공간적 한계를 넓히는 데 기여했던 말에는 ‘새로운 세계로 도전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까치 호랑이 배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등 우리 문화유산을 토대로 만든 박물관 문화상품이 올해 400억 원어치 넘게 팔리면서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30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뮷즈’(뮤지엄+굿즈) 연간 매출액이 4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400억 원대를 넘어선 건 2004년 재단이 설립된 이후 최초다. 재단 측은 “전국 국립박물관의 오프라인 상품관과 로열티 매출 등을 모두 확정하면 전체 매출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뮷즈 매출은 올해 K컬처 열풍을 타고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4∼6월 평균 20억 원대였던 매출은 6월 개봉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영향으로 7월 약 50억 원으로 급증했다. 10월에는 처음으로 300억 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달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개막한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기증품의 첫 국외순회전에서는 뮷즈가 일주일 만에 완판되는 인기를 보이기도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8∼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에 일본 궁정에선 ‘주니히토에(十二単)’란 여성 복식이 유행했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걸쳐 옷자락은 층층이 겹쳐 보이고, 뒷자락은 땅에 끌릴 정도로 길게 늘어뜨렸다. 은은한 색감의 비단에 동백꽃과 나비 등 무늬가 담긴 주니히토에는 단순히 미학적인 측면을 넘어 당대 신분과 위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8일 개막한 특별전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에선 이런 의미가 담긴 주니히토에를 만날 수 있다. 일본 궁정문화는 8세기 중국 정치 문화를 받아들이며 기틀을 다졌고, 헤이안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받는다. 박수희 학예연구관은 “12세기 말 가마쿠라(鎌倉) 막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궁정문화는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의례와 기록으로 존속했다”며 “17∼19세기에 복원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에선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회화와 공예품 등 궁정 유물 39점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일왕이 거주하면서 정무를 보던 정전 안, 어좌 뒤편에 세워 두던 대형 병풍이 대표적인 문화유산. 세계 궁정 음악 가운데 그 원형을 가장 오랫동안 간직한 사례로 꼽히는 ‘가가쿠(雅樂)’와 궁정 무용 ‘부가쿠(舞樂)’ 관련 악기, 복식도 전시됐다. 내년 2월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8~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에 일본 궁정에선 ‘주니히토에(十二単)’란 여성 복식이 유행했다. 얇은 옷을 여러 벌 걸쳐 옷자락은 층층이 겹쳐 보이고, 뒷자락은 땅에 끌릴 정도로 길게 늘어뜨렸다. 은은한 색감의 비단에 동백꽃과 나비 등 무늬가 담긴 주니히토에는 단순히 미학적인 측면을 넘어 당대 신분과 위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8일 개막한 특별전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에선 이런 의미가 담긴 주니히토에를 만날 수 있다. 일본 궁정문화는 8세기 중국 정치 문화를 받아들이며 기틀을 다졌고, 헤이안 시대에 전성기를 맞았다고 평가 받는다. 박수희 학예연구관은 “12세기 말 가마쿠라(鎌倉) 막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궁정문화는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의례와 기록으로 존속했다”며 “17~19세기에 복원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특별전에선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회화와 공예품 등 궁정 유물 39점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일왕이 거주하면서 정무를 보던 정전 안, 어좌 뒤편에 세워두던 대형 병풍이 대표적인 문화유산. 세계 궁정 음악 가운데 그 원형을 가장 오랫동안 간직한 사례로 꼽히는 ‘가가쿠(雅樂)’와 궁정 무용 ‘부가쿠(舞樂)’ 관련 악기, 복식도 전시됐다. 내년 2월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은 K컬처와 ‘뮷즈’ 열풍에 힘입어 사상 처음 연간 관람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반짝’ 인기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전시 기획과 소장품 관리, 예산 체계 등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소장품 관리 역량과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중박에 따르면 현재 소장품 44만 점 중 8만여 점(약 18%)이 보존 처리가 필요한 상태다. 그중 1만여 점은 적절한 보존 처리를 거치면 전시가 가능한 상태이지만, 보존을 전담할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서 이애령 국중박 학예연구실장은 “보존 처리 인력을 28명까지 늘려야 하지만, 내년 기준 확보된 인력은 17명”이라고 밝혔다. 관련 예산을 마련할 방안 중 하나로는 ‘상설 전시 유료화’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체계에선 큰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국중박이 도록과 굿즈 등을 판매해 번 수익은 전부 국고로 귀속된다. 현재로선 전시 입장료를 받더라도 박물관이 이를 인력 확충이나 시설 개선 등에 직접 투입할 수 없는 셈이다. 국성하 연세대 교육대학원 부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관람료를 일반 성인 1만 원으로 산정할 경우 연간 350억 원 정도의 수입이 예상된다. 국중박 관계자는 “박물관이 수입을 ‘특별기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특별전의 주제와 대상 문화권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전공 교수는 “소위 ‘장사가 되는’ 테마 위주로 전시를 꾸리니 겹칠 수밖에 없다”며 “세계 문화의 다양성과 인류 역사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보편적 유물을 폭넓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5년 이상 장기 계획을 세워 해외 박물관과 더 긴밀히 협력하고, 유물 구입 예산을 우리 문화유산에만 쏟는 것을 넘어 여러 문명권으로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전시의 질과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매주 월요일 휴관’도 검토되고 있다. 검토 대상엔 국중박과 경주·광주·전주 국립박물관 등이 포함됐다. 현재 이 4곳은 연중 1월 1일과 설날·추석 당일(3일)만 문을 닫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실상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전시 유물 손상도가 높아지고, 최근 미디어월과 키오스크도 과열로 인한 고장이 이어졌다”며 “정기 휴관일에 전시실 공사 및 정기 점검 등을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대 교수는 “올해 K컬처 등 외부적 요인이 박물관을 향한 관심을 크게 높였다”며 “이런 돌풍을 이어가려면 높아진 명성과 다양해진 관객층에 걸맞게 운영의 내실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올해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은 K컬처 열풍을 타고 최초로 ‘관람객 600만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전이나 주차 문제 등이 불거지며 ‘무료 관람이 적절한가’라는 고민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물관 안팎에선 “우리 문화 가치에 걸맞은 대가를 내야 한다”는 시각과 “아직 시기상조”란 의견이 동시에 나온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르면 2027년 국중박을 시작으로 국립박물관 유료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중박은 상설 전시 관람료가 2008년 4월까지 2000원이었다가 문화 향유권 확대 목적으로 무료로 전환됐다. 그런데 최근엔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으로서 품격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박물관·미술관 발전 정책세미나’에서도 김영호 한국박물관학회 명예회장은 “돈을 내고 관람해야 우리 문화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부여할 수 있다”며 “입장료 수익은 전시 질 향상, 관람 환경 개선으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박물관 위상에 걸맞은 유물 구입비 확보를 위해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중박 유물 구입비는 2015년부터 10년간 매년 약 40억 원 수준. 문체부 관계자는 “유료화를 통해 가치 있는 유물을 적기에 구입해 전시의 질을 높이고 문화유산 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엔 전시장 혼잡도가 극도로 높아진 데다 해외 박물관 도난 사례 등이 잇따르며 관리 인력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역시 유료화를 통해 뒷받침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박물관 유료화는 최근 해외에서도 화두다. 영국박물관은 2001년부터 무료 입장을 실시했으나, 정부 재정 악화와 관람층 확대 한계 등이 지적되며 다시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 일간지 더타임스는 “무료 입장은 정부 예산에 구멍을 내고 있다”며 “연간 5억 파운드(약 9817억 원)가 쓰이는데, 이는 전체 예술 예산의 40%”란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물관 문화유산은 공공 자산이므로 누구나 편하게 관람하도록 무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주머니에 입장료가 있건 없건 부담없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국중박이 2008년 5월 무료 관람을 실시하자, 당시 5∼8월 하루 평균 관람객 수(9140명)가 전년 같은 기간(6196명)보다 47% 늘어났다. 한 문화유산 전문가는 “국중박 유료화는 전국 전시 관람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유료화에 앞서 후원제나 기부제부터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 국공립 박물관장은 “해외 주요 박물관들과 달리 운영비를 국고로 충당하면서 유료 입장까지 하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며 “자발적 지불을 장려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국중박을 유료화할 경우 성인 기준 약 5000원 선으로 하되, 사회적 약자나 학생 등은 감면해주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측은 “야간 개장 할인, 다자녀가족 할인 등 다양한 가격 정책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I―프롤로그, 디오니소스’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의 ‘젤리피쉬’가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았다.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명화)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심사위원 추천작 34편이 올랐다. 김명화 위원장은 “팬데믹 이후로 등장한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들이 메시지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무대를 보는 재미는 물론 대사를 듣는 문학적인 재미도 더해졌다”며 “여기에 정극 중심의 작품이 함께 나타나 균형감을 이룬 한 해였다”고 총평했다.작품상과 연출상(윤한솔), 무대예술상(백지영)을 함께 받은 ‘안트로폴리스 I’은 테베 왕가의 건국과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들을 벌하고 파멸을 안기는 이야기 ‘디오니소스’로 구성됐다. 고대 그리스 고전을 인간의 관점으로 풀어낸 독일 원작의 현대적 각색에 더해 한국의 연출가가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촌철살인의 이미지로 담아낸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여러 포커스를 활용해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박진감이 넘쳤다”, “백지영 분장디자이너는 신화와 현대를 부드럽게 공존시켰다”는 평이 나왔다. 또 다른 작품상 수상작인 ‘젤리피쉬’는 영국 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가 사랑과 관계,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이 강요받기보다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던 수작으로, 공존과 인간의 선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며 연출과 배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공연제작센터의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는 희곡상(권영준)과 연기상(박현미)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오랜만에 발견한 시극으로 정제된 언어로 사회의 아픔을 잘 반영했다”며 “나이 든 부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절절한 비극과 인간의 존엄을 일깨웠다”고 평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시극의 고양된 언어와 에너지를 상투적이지 않게 보여 줬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연기상 수상자 이종무 배우(‘굿피플’)는 “사건의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연기 포인트가 과하지 않으며 지식인의 속물적인 근성과 양심의 복잡한 양면을 잘 소화”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신인 연출상은 스토리 포레스트의 ‘아르카디아’(김연민 연출)에 돌아갔다. 톰 스토파드 원작의 과학 철학이 섞인 어려운 텍스트를 잘 소화하고 아르코 소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해 객석과 무대를 허문 점이 돋보였다. “카오스 이론에 기반해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연극 속에 관객이 있다는 연극의 기본 철학을 연출로 잘 소화해 냈다”는 평도 나왔다. 이 작품에 출연해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유한함을 탐구하는 발렌타인 역을 맡은 권일 배우는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또 다른 유인촌신인연기상 수상자는 두산아트센터 ‘마른 여자들’의 정제이 배우다. “신인이지만 늘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인물”, “이번에도 주연은 아니나 거식증에 걸린 인물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개념연극상은 ‘아나그노시스 사포’를 만든 창작집단 푸른수염과 안정민 연출이 받았다. 주로 연극을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 이뤄졌던 ‘낭독극’을 ‘낭송극’으로 이름을 바꾸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가다. 특별상에는 배우 색자가 선정됐다. 퀴어 배우인 색자는 ‘DRAG X 남장신사’, ‘곡비’,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등의 작품에서 “편견과 온갖 위험을 통과하며 배우와 연기에 대한 해묵은 정의를 무너뜨리는” 연기를 선보여 왔다. “배우가 자신을 올곧이 내어 놓을 때 연극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는 심사평이 나왔다. 수상은 못 했지만 극단 돌파구의 ‘아이들’, 극단 백수광부의 ‘다 내 아이들’, 어처구니 프로젝트의 ‘벚꽃동산’, 무브먼트 당당의 ‘모스크바 밀사 선택’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6일 열릴 예정이다.“현실 말고 연극에서, 비극을 느껴보시길”‘안트로폴리스…’로 연출상 윤한솔 씨“세상에 비극이 없으면 좋겠지만, 비극을 목격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극은 비교적 안전하게 그 비극을 목격하게끔 하는 장이 돼줄 수 있어요.” 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 디오니소스’로 제6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윤한솔 연출가(53·사진)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안트로폴리스…’는 “거친 듯 박진감 넘치는 촌철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작품상까지 받아 3관왕을 차지한 작품. 윤 연출가는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작품이기에 더욱 고마운 상”이라며 “관객이 연극을 보는 동안엔 안온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건과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그렸다. 공연 초반 화려하고 우스꽝스럽던 분위기는 점차 고통과 광기로 추락한다. 윤 연출가는 “구원이나 용서를 전제하지 않은 ‘진짜 비극’이 오늘날 필요하다고 봤다”며 “나쁜 놈이 벌 받지 못해서 생기는 게 비극이라면, 그 비극을 무대에서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형 스크린과 실시간 영상 등을 활용한 실험적 연출도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점을 한 군데로 모으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관객이 연극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끔 했다. 윤 연출가는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객마다 집중하는 부분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부 다르다”라며 “연극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벌어지는 방식과 태도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나는 기쁘다’로 연극 연출을 시작한 윤 연출가는 ‘활화산’, ‘엑스트라연대기’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현재는 극단 ‘그린피그’ 상임연출가다. 등장인물과 무대 미술 등에 곁들이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B급’ 정서는 그의 무기로 꼽힌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언정 작품이 감각적으로 다가가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설교일 뿐이죠.”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미국 빌보드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의 세계적 열풍을 ‘올해 가장 파격적인 음악적 순간(Wildest Music Moments)’으로 꼽았다. 23일 빌보드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5년 대중문화를 정의한 가장 파격적인 음악적 순간 10선(選)’ 중 하나로 ‘케데헌 OST의 음원차트 돌풍’이 선정됐다. 빌보드는 “그 누구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음악으로 모든 것을 평정하리라고 예상할 순 없었다”며 “‘케데헌’은 OST 4곡이 싱글차트 ‘톱10’에 드는 최초의 사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케데헌 OST 중 하나인 ‘골든(Golden)’은 애니메이션 속 가상 그룹의 곡으로는 처음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정상을 차지했다. 내년 열리는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서 본상에 해당하는 ‘송 오브 더 이어(Song of the year)’를 비롯해 5개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OST 앨범 역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했다. 빌보드는 이 밖에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결혼, 가수 케이티 페리의 우주 비행 도전, 콜드플레이 콘서트 ‘불륜 생중계’ 사건 등을 10대 이슈로 꼽았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서 통산 100주째 1위를 기록했다. 빌보드 역사상 ‘통산 100주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22일(현지시간) 빌보드는 캐럴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21주 연속으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캐리는 이로써 1990년 데뷔곡인 ‘비전 오브 러브’(Vision of Love)를 포함해 총 19곡의 노래로 통산 100주간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는 “차트 출범 이래 최초의 기록”이라며 “리한나(60주), 비틀즈(59주), 드레이크(56주)가 그 뒤를 잇는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세상에 비극이 없으면 좋겠지만, 비극을 목격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극은 비교적 안전하게 그 비극을 목격하게끔 하는 장이 돼줄 수 있어요.”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 디오니소스’로 제6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윤한솔 연출가(53)가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안트로폴리스…’는 “거친 듯 박진감 넘치는 촌철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작품상까지 받아 2관왕을 차지한 작품. 윤 연출가는 “많은 스탭과 배우들이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작품이기에 더욱 고마운 상”이라며 “관객이 연극을 보는 동안엔 안온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건과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그렸다. 공연 초반 화려하고 우스꽝스럽던 분위기는 점차 고통과 광기로 추락한다. 윤 연출가는 “구원이나 용서를 전제하지 않은 ‘진짜 비극’이 오늘날 필요하다고 봤다”며 “나쁜 놈이 벌 받지 못해서 생기는 게 비극이라면, 그 비극을 무대에서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대형 스크린과 실시간 영상 등을 활용한 실험적 연출도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점을 한군데로 모으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관객이 연극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끔 했다. 윤 연출가는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객마다 집중하는 부분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부 다르다”라며 “연극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벌어지는 방식과 태도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나는 기쁘다’로 연극 연출을 시작한 윤 연출가는 ‘활화산’, ‘엑스트라연대기’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현재는 극단 ‘그린피그’ 상임연출가다. 등장인물과 무대 미술 등에 곁들이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B급’ 정서는 그의 무기로 꼽힌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언정 작품이 감각적으로 다가가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설교일 뿐이죠.”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