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85

추천

여러분이 장바구니에 담은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leemail@donga.com

취재분야

2026-05-22~2026-06-21
문화 일반24%
인사일반20%
역사20%
미술20%
문학/출판8%
사회일반2%
종교2%
무용2%
금융2%
경제일반0%
  • 두쫀쿠 석달, 봄동 비빔밥 한달…먹거리 유행 ‘초단기화’ 이유는?

    “말차 가고 우베(ube) 온다.”얼마 전까지도 소셜미디어를 도배했던 초록빛. 하지만 말차 인기가 식자, 요즘 그 빈자리를 ‘보랏빛 물결’이 채우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각종 음료와 디저트로 만들어 먹는 참마의 일종인 우베다. 선명한 보랏빛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서구에서 유행하더니, 최근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는다.최근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지는 먹거리 유행의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올해만 놓고 봐도, 초겨울 돈 주고도 살 수 없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인기가 확 꺽였다. 뒤를 이었던 ‘봄동 비빔밥’도 벌써 시들해졌고, ‘상하이 버터떡’과 ‘창억떡(호박인절미)’ 등이 줄줄이 등장하는 모양새다.● 봄동 비빔밥은 벌써 끝물?소셜미디어를 봐도 그 흐름이 확연히 드러난다.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두쫀쿠는 약 3개월 만에 , 봄동 비빔밥은 약 1개월 만에 검색량 추이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창억떡과 우베는 각각 이달 20일과 25일부터 검색량이 폭증했으나, 그 주기는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음식 유행이 갈수록 ‘초단기화’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이런 트렌드가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새롭고 자극적인 걸 찾아야 이목을 끈다. 이른바 “억지 유행”이란 비판마저 나오는 ‘사백어(死白魚) 먹방’이 대표적이다. 팔딱거리는 사백어에 초장을 뿌려 그대로 씹어먹는 영상은 눈쌀이 찌푸려지지만, ‘자극’과 ‘신선함’이란 측면에서 입소문을 탔다.학계에선 ‘사회 불안감’과 연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 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러저런 음식을 찾는 욕구로 해소한다는 것.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스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 인식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색적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소비해 당장의 만족감을 채우려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드 집착은 계속 이어진다”유행에 뒤처지기 싫어하는 대중 심리와 결합한 결과라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외식산업학회지’ 제21권 6호엔 소셜미디어가 ‘포모(Fear of Missing Out·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를 자극해 비합리적이고 과시적·충동적 외식 소비를 조장한다는 조사 결과가 실렸다. 유럽에서 인지도 높은 음식 어플 ‘더포크’는 음식(food)과 포모를 결합한 신조어 ‘FOODMO(푸드모)’를 올해의 외식 키워드로 선정하기도 했다.이러다보니 급변하는 유행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그맨 강유미가 이달 공개한 유튜브 콘텐츠는 두쫀쿠에서 봄동 비빔밥으로 이어진 트렌드를 난해한 현대미술과 비교한 코미디로 큰 공감을 샀다. “단순 코미디가 아니다. 트렌드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와 겉치레를 중시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풍자까지 완벽하게 담았다”는 댓글이 달렸다.하지만 초단기 음식 유행은 쉽게 가라앉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버터떡’을 대신해 ‘코리안 버터떡’이 나오는 등 음식 트렌드의 확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일부 피로감을 호소해도, 불확실한 미래가 이어지는 한 ‘제2의 두쫀쿠’는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30
    • 좋아요
    • 코멘트
  • 경복궁서 새벽 원인불명 화재, 자선당 문 일부 훼손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서울 경복궁에 있는 쪽문에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보조기둥 등 일부가 훼손됐다.국가유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28일 오전 5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순찰 중이던 안전경비원이 자선당(資善堂) 앞에 있는 삼비문(三備門) 옆 쪽문에서 발생한 화재를 발견했다. 경비원은 상황실 직원과 함께 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해 자체 대응했으며, 오전 5시 50분경 불이 꺼졌다.이날 발생한 화재로 해당 쪽문의 보조 기둥 1개와 신방목(信枋木·가로 받침목) 일부가 불에 탔다. 유산청은 “현장에서 사람의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소방 등 관계기관과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결과, 현재로선 자연 발화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경복궁관리소는 화재 현장 일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 허민 유산청장은 소셜미디어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훼손된 시설은 보수하고 관람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유산청은 화재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유산 안전을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국 25곳 문화유산 돌봄 단체에도 소화시설 점검 등을 요청했다. 봄철 건조한 날씨에 대비해 주요 궁궐과 왕릉 등엔 물을 뿌릴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벽 경복궁 자선당 인근서 화재…유산청 “자연 발화 가능성”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서울 경복궁에 있는 쪽문에서 자연 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보조기둥 등 일부가 훼손됐다.국가유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28일 오전 5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순찰 중이던 안전경비원이 자선당(資善堂) 앞에 있는 삼비문(三備門) 옆 쪽문에서 발생한 화재를 발견했다. 경비원은 상황실 직원과 함께 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해 자체 대응했으며, 오전 5시 50분경 불이 꺼졌다.이날 발생한 화재로 해당 쪽문의 보조 기둥 1개와 신방목(信枋木·가로 받침목) 일부가 불에 탔다. 유산청은 “현장에서 사람의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소방 등 관계기관과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결과, 현재로선 자연 발화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경복궁관리소는 화재 현장 일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관람을 제한하고 있다. 허민 유산청장은 소셜미디어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훼손된 시설은 보수하고 관람에 불편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유산청은 화재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유산 안전을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국 25곳 문화유산 돌봄단체에도 소화시설 점검 등을 요청했다. 봄철 건조한 날씨에 대비해 주요 궁궐과 왕릉 등엔 물을 뿌릴 예정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9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속도광들의 묘수와 꼼수, F1 뒤집다

    1952년 영국 런던의 한 허름한 술집. 공군 조종사였던 한 남성이 술집 뒤편 마구간에서 ‘0.01초의 세계’에 뛰어들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으로 입은 피해가 남아있는 그곳에서, 그가 마주한 F1 레이스카는 “항공기 날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형태”나 다름없어 보였다. 설계를 시작한 그는 0.01초 차이가 승패를 가르는 F1에 덤비고자 기상천외한 방법을 시도했다. 하루는 차체 표면에 온통 작은 핀을 꽂았다. 자신이 설계한 차체가 항력을 얼마나 줄였을지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동료 엔지니어는 핀이 얼마나 휘어지는지 자세히 관찰하고자 자동차 보닛 위에 몸을 묶었다. “자신이 도로 위의 잔해가 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이 남성이 바로 세계적인 스포츠카 회사인 ‘로터스’의 설립자이자 숱한 F1 챔피언을 배출한 팀 로터스의 감독, 콜린 채프먼(1928∼1982)이다. 채프먼은 F1 역사상 레이스카 설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된다. 그에게 “트랙 위에서의 속도는 혁신의 속도”였고, F1은 매년 바뀌는 포뮬러(formula·규정)의 허점을 이용하는 공학 경쟁이었다.‘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F1의 세계에 얽힌 70년 역사를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속도 미치광이’들이 벌인 천재적 전략과 ‘꼼수’ 사이의 아슬아슬한 소동들을 박진감 있게 풀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스포츠부 기자 출신인 두 저자가 치밀한 취재력과 이야기꾼의 필력으로 재미와 깊이를 준다. 대중이 F1에 열광하는 이유가 경기 마지막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드라마’에 있듯, 책 역시 F1 역사를 일군 이들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규정 준수와 위반을 넘나드는 외줄타기, 간발의 차이로 인한 희비 교차 등을 핍진하게 담았다. 1950, 60년대 팀 페라리가 변화를 거부하다가 경쟁팀 로터스에 뒤처지던 상황은 마치 근접 촬영하는 듯 묘사됐다. 당시 팀 로터스가 레이스카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팀 페라리는 엔진 개조를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범죄”로 여겼다. 경기 중 인명 사고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팀 페라리를 향한 세간의 비난이 쏟아졌다. 쇄신이 필요했건만, 창업주 엔초 페라리는 직원들에게 무조건적인 충성과 복종을 강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출 앞니를 가진 까칠한 외국인’이 등장해 일침을 가하며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재앙이네요.” 훗날 F1 챔피언이 된 니키 라우다다. F1은 매년 20조 원에 이르는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화려한 스포츠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책은 그 위상을 지키려 펼친 전략을 담은 경영서로 읽기에도 좋다. F1 산업은 1970년대 접어들면서 TV 중계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중계 방식에도 변화를 꾀했다. 일례로 중계 화면은 선수의 얼굴을 오래 담도록 재구성됐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끌리지, 1000마력의 기계나 차량 색상에 반응하지는 않는다.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 힘은 드라이버들과 느끼는 유대감에서 나온다”는 까닭에서였다. 21세기 뉴미디어 시대에 F1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과감히 손잡았다. 넷플릭스는 경기장에 전례 없는 접근 권한을 얻고서 경기와 선수들의 뒷이야기까지 콘텐츠로 만들었다. 읽다 보면, “이 쇼의 클라이맥스에는 인간의 적나라한 감정과 실제 그대로의 논란, 숨 막히는 긴장감 같은 장치가 있다”는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밀물-썰물 읽는 옛 지식… ‘물때’ 국가무형유산 됐다

    예부터 전해 내려온 밀물과 썰물 등에 관한 전통 지식이 국가무형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조류의 일정한 주기를 역법(曆法)화한 지식인 ‘물때’를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물때 체계 중 밀물과 썰물에 관한 지식은 15세기 조선에서 고려의 역사를 정리한 ‘고려사’에서부터 확인된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15일 단위 조석표(潮汐表)를 만들어 물때 지식을 공유했다. 이는 ‘여암전서(旅菴全書)’,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 등에 남아 있다. 유산청은 “문헌 기록상 물때 표기가 오늘날 민간 지식으로 전승되는 물때 체계와 매우 유사하다”며 “물때 지식은 어업 활동뿐 아니라 염전과 간척, 뱃고사 등 일상생활과도 밀접하다”고 설명했다.‘물때’는 보편적으로 공유된 전통 지식이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전승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류를 역법으로 공유한 ‘물때’ 국가무형유산 됐다

    예부터 전해 내려온 밀물과 썰물 등에 관한 전통 지식이 국가무형유산이 됐다.국가유산청은 “조류의 일정한 주기를 역법(曆法)화 한 지식인 ‘물때’를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물때 체계 중 밀물과 썰물에 관한 지식은 15세기 조선에서 고려의 역사를 정리한 ‘고려사’에서부터 확인된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15일 단위 조석표(潮汐表)를 만들어 물때 지식을 공유했다. 이는 ‘여암전서(旅菴全書)’,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 등에 남아 있다.유산청은 “문헌기록 상 물때 표기가 오늘날 민간지식으로 전승되는 물때 체계와 매우 유사하다”며 “물때 지식은 어업 활동 뿐 아니라 염전과 간척, 뱃고사 등 일상생활과도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물때’는 보편적으로 공유된 전통지식이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전승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6
    • 좋아요
    • 코멘트
  • 호림박물관 ‘금상첨화’展 “상춘의 미학 소개”

    “봄바람도 저물고 꽃 역시 가버릴 테니(春風且暮又卷歸), 부디 꽃을 대하는 데 망설이지 마시길(愼勿對花還草草).” 고려 이규보(李奎報)는 취중에 문인 이담지(李湛之)에게 써준 시에서 만발하는 꽃을 제때 만끽하라고 권했다. 비단처럼 화사한 봄기운에 알록달록 수놓인 봄꽃을 바라보는 기쁨은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 이처럼 봄의 정취를 오래 간직하려 글과 그림, 공예품 등에 봄꽃을 담았던 옛사람들의 손길을 다룬 전시가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호림박물관은 “전통적인 상춘(賞春)의 미학을 다채로운 유물로 소개하는 특별전 ‘금상첨화’를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전시는 특히 비단에 봄꽃을 표현한 자수를 집중 조명했다. ‘자수 모란도 8폭 병풍’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과 괴석이 담겼다. 시선에 따라 오묘하게 변하는 자수의 광택이 아름답다. 봄 하면 떠오르는 동물을 형상화한 연적도 관람객을 만난다. 폴짝 뛰어오를 듯한 개구리, 팔딱거리는 물고기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땅이 채 녹지 않은 꽃샘추위에도 봉오리를 터뜨려 선비의 지조를 상징했던 매화가 섬세하게 표현된 필통과 연적, 서판(書板) 등도 인상적이다. 7월 3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서 특별전 ‘금상첨화’ 전시 개막

    “봄바람도 저물고 꽃 역시 가버릴 테니(春風且暮又卷歸), 부디 꽃을 대하는 데 망설이지 마시길(愼勿對花還草草).”고려 이규보(李奎報)는 취중에 문인 이담지(李湛之)에게 써준 시에서 만발하는 꽃을 제때 만끽하라고 권했다. 비단처럼 화사한 봄기운에 알록달록 수 놓인 봄꽃을 바라보는 기쁨은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 이처럼 봄의 정취를 오래 간직하려 글과 그림, 공예품 등에 봄꽃을 담았던 옛사람들의 손길을 다룬 전시가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호림박물관은 “전통적인 상춘(賞春)의 미학을 다채로운 유물로 소개하는 특별전 ‘금상첨화’를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전시는 특히 비단에 봄꽃을 표현한 자수를 집중 조명했다. ‘자수 모란도 8폭 병풍’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과 괴석이 담겼다. 시선에 따라 오묘하게 변하는 자수의 광택이 아름답다.봄 하면 떠오르는 동물을 형상화한 연적도 관람객을 만난다. 폴짝 뛰어오를 듯한 개구리, 팔딱거리는 물고기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땅이 채 녹지 않은 꽃샘추위에도 봉오리를 터트려 선비의 지조를 상징했던 매화가 섬세하게 표현된 필통과 연적, 서판(書板) 등도 인상적이다. 7월 31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5
    • 좋아요
    • 코멘트
  • BTS 광화문 공연, 1840만명 시청…24개국서 주간 1위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중계 영상을 전 세계 184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1위다.넷플릭스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중계 영상을 1840만 명이 시청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실시간 및 방송 종료 후 24시간 이내 시청자 수를 더한 수치. 지난주 총 시청 횟수(Views·시청 시간을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는 1310만 번에 달했다. 멕시코와 일본, 필리핀 등 24개국에서 주간 1위를 차지했다. 주간 10위권 안에 진입한 나라는 총 80개국으로 집계됐다.독보적 인기는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도 확인된다.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이번 컴백 공연 영상은 공개 당일 전 세계 77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특히 일본과 인도네시아, 페루,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7개국에서는 22~24일 사흘 내리 정상을 지켰다.약 4년 만의 컴백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화제를 일으켰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자사 공식 채널의 BTS 관련 콘텐츠가 26억 회 이상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측은 “미국과 호주, 아르헨티나, 영국 등에서 BTS 컴백 관련 해시태그(#)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고 했다.BTS는 2022년 12월 멤버 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해 6월 7명의 멤버 모두 전역하거나 소집 해제됐다. 타이틀곡 ‘스윔(SWIM)’,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 등이 수록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20일 발표하면서 복귀했다. 이튿날 광화문에서 열린 공연은 2022년 10월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Yet to Come in Busan’ 이후 3년 5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였다.이번 신보가 ‘그래미 어워즈’를 거머쥘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도 주목된다. 앨범 제작에 참여한 메인 프로듀서 25명 중 싱어송라이터 라이언 테더, 디플로 등 다수가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했거나 후보로 올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래미 수상을 겨냥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BTS가 컴백 및 신보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향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BTS: 더 리턴’은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5
    • 좋아요
    • 코멘트
  • 태조 건원릉 등 왕릉 10곳 석조물 살핀다

    조선 태조(太祖) 이성계의 무덤을 지키는 석조물의 보존 상태를 파악하는 조사가 실시된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궁능유적본부는 “2028년까지 국립수목원과 협력해 조선왕릉 40기 중 10기에 대한 석조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를 정밀 조사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원 등은 전체 왕릉 가운데 상징성과 재질, 보존 처리 이력 등을 살펴 10기를 추렸다. 조사 대상은 석조물 907점이다. 올해는 이성계를 모신 경기 구리 동구릉 내 건원릉과 단종을 모신 강원 영월 장릉(사진), 단종 비 정순왕후의 능인 경기 남양주 사릉을 점검한다. ‘억새 봉분’으로 잘 알려진 건원릉은 조선왕릉 제도의 표본으로 꼽힌다. 무덤 주변엔 문관 복장을 한 석인(石人)인 문석인 등 190여 점의 석조물이 있다. 이전 조사에서 손상 등급 ‘심함’ 판정을 받았다. 영월 장릉은 단종의 무덤으로 1457년 영월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몰래 거두어 가매장했다고 전해진다. 장릉과 남양주 사릉 역시 손상 등급 ‘심함’으로 판단됐다. 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석조물의 물리적 손상 특성 파악, 석조물을 손상시키는 미세 생물군 식별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조사 연구 데이터는 향후 조선왕릉 내 석조물별 맞춤형 보존 관리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전쟁 혼란속 늘어나는 ‘피의 유물’… “밀거래 막을 장치 강화를”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시작된 후, 선사 시대부터 오스만제국 시대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의 문화유산 약 2만 점이 약탈 또는 분실됐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가자지구의 문화유산 파괴와 유물 약탈’을 주제로 한 브리핑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13세기 맘루크 왕조의 유적이자 박물관으로 운영됐던 ‘파샤의 궁전’(정식 명칭 ‘카사르 알 바샤’)에선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군이 진입한 후 주요 유물이 모두 사라졌다”고도 했다. 실제로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파샤의 궁전에 보관돼 있던 소장품 1만7000점 중 잔해에서 수습된 유물은 ‘비잔틴 석관 뚜껑 조각’ 등 극소수에 그쳤다. 가자지구 분쟁에 이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문화유산들이 이중삼중의 위험에 빠져 있다. 공습 등으로 건축물 등이 훼손될 뿐 아니라,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2차 피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피의 유물(blood antiquities)’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치안 공백 틈타 늘어나는 ‘피의 유물’ ‘피의 유물’은 전쟁이나 분쟁 중에 약탈 또는 도난 당해 전쟁 자금 등으로 사용되는 문화유산을 일컫는다. 중동 지역 매체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8년 넘게 이어진 이라크 전쟁으로 당시 이라크 각지 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고대 유물 1만5000점가량이 무단 반출돼 해외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라크 국립박물관에서 훔친 것으로 추정되는 쐐기 문자 점토판 등은 미국과 유럽의 경매 시장에서 팔리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분쟁이 지상전으로 확대되거나 길어질 경우 치안 공백이 커지며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구미란 선문대 교양학부 겸임교수(아랍문학 박사)는 “전쟁으로 인해 제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혼란을 틈타 고가의 유물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며 “이라크 전쟁 때 바그다드 문화유산의 파괴와 반출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해당 지역 박물관 등의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카자르 왕조 유산이자 박물관인 ‘골레스탄 궁전’, 사파비 왕조의 궁전 겸 박물관인 ‘체헬 소툰 궁전’ 등도 훼손됐다. 이스라엘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화이트 시티’ 등이 미사일 충격파로 타격을 입었다.● 불법 반출돼 서구 경매장에서 팔려‘피의 유물’은 주로 사라진 뒤 잠복기를 거쳐 정식 거래인 척 위장돼 팔리는 경우가 많다. 유네스코가 2020년 공개한 자료 ‘문화유산: 무력 충돌에 얽힌 이해관계’에 따르면 예멘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예멘 문화유산 100여 점이 불법 반출됐다. 유럽과 미국 경매장 등에서 100만 달러에 팔린 것으로 추산됐다. 이예지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특임강의교수는 “불법 반출된 유물은 시간이 흘러 국제 암시장이나 골동품 시장으로 유입되고, 무장 세력의 자금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시리아와 이라크 간 분쟁 이후 해당 지역의 고대 유물에 대한 불법 거래가 급증한 전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때문에 문화유산 밀거래를 막을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PLO 측은 “국제적인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문화유산을 겨냥한 공격과 약탈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은 최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분쟁 당사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문화유산 복구와 보존을 위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자 전쟁 속 문화유산 2만점 사라져…‘전쟁터 피의 유물’ 확산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이 시작된 이후, 선사 시대부터 오스만 제국 시대에 이르는 팔레스타인의 문화유산 약 2만 점이 약탈 또는 분실됐다.”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는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가자지구의 문화유산 파괴와 유물 약탈’을 주제로 한 브리핑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13세기 맘루크 왕조의 유적이자 박물관으로 운영됐던 ‘파샤의 궁전’(정식 명칭 ‘카사르 알 바샤’)에선 “지난해 여름 이스라엘군이 진입한 이후 주요 유물이 모두 사라졌다”고도 했다. 실제로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파샤의 궁전에 보관돼 있던 소장품 1만7000점 중 잔해에서 수습된 유물은 ‘비잔틴 석관 뚜껑 조각’ 등 극소수에 그쳤다.가자 지구 분쟁에 이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문화유산들이 이중삼중의 위험에 빠져 있다. 공습 등으로 건축물 등이 훼손될 뿐 아니라, 혼란스런 정세 속에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2차 피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피의 유물(blood antiquities)’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치안 공백 틈타 늘어나는 ‘피의 유물’‘피의 유물’은 전쟁이나 분쟁 중에 약탈 또는 도난 당해 전쟁 자금 등으로 사용되는 문화유산을 일컫는다. 중동 지역 매체 알 아라비야에 따르면 8년 넘게 이어진 이라크 전쟁으로 당시 이라크 각지 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고대 유물 1만5000점가량이 무단 반출돼 해외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라크 국립박물관에서 훔친 것으로 추정되는 쐐기 문자 점토판 등은 미국과 유럽의 경매 시장에서 팔리다가 적발되기도 했다.분쟁이 지상전으로 확대되거나 길어질 경우엔 치안 공백이 커지며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구미란 선문대 교양학부 겸임교수(아랍문학 박사)는 “전쟁으로 인해 제도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혼란을 틈타 고가의 유물을 노리는 이들이 있다”며 “이라크 전쟁 때 바그다드 문화유산의 파괴와 반출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해당 지역의 박물관 등의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17일 기준 공습으로 훼손된 문화유산과 박물관은 최소 56곳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카자르 왕조 유산이자 박물관인 ‘골레스탄 궁전’, 사파비 왕조의 궁전 겸 박물관인 ‘체헬 소툰 궁전’ 등도 훼손됐다. 이스라엘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화이트 시티’ 등이 미사일 충격파로 타격을 입었다.● 불법 반출돼 서구 경매장에서 팔려‘피의 유물’은 주로 사라진 뒤 잠복기를 거쳐 정식 거래인 척 위장돼 팔리는 경우가 많다. 유네스코가 2020년 공개한 자료 ‘문화유산: 무력 충돌에 얽힌 이해관계’에 따르면 예멘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예멘 문화유산 100여 점이 불법 반출됐다. 유럽과 미국 경매장 등에서 100만 달러에 팔린 것으로 추산됐다.이예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특임강의교수는 “불법 반출된 유물은 시간이 흘러 국제 암시장이나 골동품 시장으로 유입되고, 무장 세력의 자금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시리아와 이라크 간 분쟁 이후 해당 지역의 고대 유물에 대한 불법 거래가 급증한 전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때문에 문화유산 밀거래를 막을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PLO 측은 “국제적인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문화유산을 겨냥한 공격과 약탈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산 루하니 전 이란 대통령은 최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분쟁 당사자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문화유산 복구와 보존을 위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4
    • 좋아요
    • 코멘트
  • 조선시대 왕릉 10곳 정밀 조사…보존 상태 점검 착수

    조선 태조(太祖) 이성계의 무덤을 지키는 석조물의 보존 상태를 파악하는 조사가 실시된다.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궁능유적본부는 “2028년까지 국립수목원과 협력해 조선왕릉 40기 중 10기에 대한 석조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를 정밀 조사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원 등은 전체 왕릉 가운데 상징성과 재질, 보존처리 이력 등을 살펴 10기를 추렸다. 조사 대상은 석조물 907점이다. 올해는 이성계를 모신 구리 동구릉 내 건원릉과 단종을 모신 영월 장릉, 단종비 정순왕후의 능인 남양주 사릉을 점검한다. ‘억새 봉분’으로 잘 알려진 건원릉은 조선왕릉 제도의 표본으로 꼽힌다. 무덤 주변엔 문관 복장을 한 석인(石人)인 문석인 등 190여 점의 석조물이 있다. 이전 조사에서 손상 등급 ‘심함’ 판정을 받았다. 영월 장릉은 단종의 무덤으로 1457년 영월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몰래 거두어 가매장했다고 전해진다. 장릉과 남양주 사릉 역시 손상 등급 ‘심함’으로 판단됐다.연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석조물의 물리적 손상 특성 파악, 석조물을 손상시키는 미세 생물군 식별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조사연구 데이터는 향후 조선왕릉 내 석조물별 맞춤형 보존 관리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4
    • 좋아요
    • 코멘트
  • 유럽 거장 명작 52점 한눈에… “국내서 평생 다시 못 볼 전시”

    “우리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이 이렇게 많이 국외에서 전시된 적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없을 것입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톨레도) 미술관의 앤드리아 가드너 부관장은 21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개막한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을 두고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125년 역사를 가진 톨레도 미술관은 탄탄한 유럽 고전 컬렉션으로 정평이 난 세계적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 3만 점 가운데 대표작 52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20일 만난 가드너 부관장과 로버트 신들러 큐레이터는 “톨레도 미술관이 대규모 공사로 인해 문을 닫는 시기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다”며 “미국이 아닌 곳에서 이런 전시를 보기란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전시에선 16∼19세기 유럽 회화사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로크 미술 거장 렘브란트 판레인의 ‘깃털 모자를 쓴 청년’(1631년)과 낭만주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수레와 아이들’(1778년) 등 기념비적 작품이 줄줄이 출품됐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시기별로 ‘최고’만 나왔다”며 “그림 속에 눈을 뗄 수 없는 인물과 이야기가 담겨 있고, 관람객이 자기 삶과 연계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다”고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으로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1786년)를 꼽았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호라티우스 형제와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며 슬퍼하는 누이, 약혼자가 그려져 있다”며 “고대 로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공적 책무와 개인적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은 현대인의 일상적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이번 전시엔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까막잡기 놀이’(1750∼1752년)나 존 컨스터블의 ‘어런들 방앗간과 성’(1837년) 같은 대작들이 가득하다. 그 밖에도 첫눈에 반할 그림들이 사이사이 끼여 있다. 18세기 프랑스 회화에 이정표를 세운 장 시메옹 샤르댕의 ‘세탁하는 여인’(1733∼1739년)도 숨은 명작 중 하나. 가로 31.8cm, 세로 40cm의 아담한 화폭에 소박한 집과 나무통, 빨래하는 여인이 그려져 있다. 가드너 부관장은 “시간을 갖고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그 디테일의 아름다움에 놀랄 것”이라며 “귀퉁이에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의 섬세한 털빛과 표정을 꼭 한번 봐 달라”고 했다. 르네상스 후기 매너리즘의 우아함을 보여주는 프란체스코 살비아티의 ‘성가족과 세례 요한’(1540년)과 영적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한 엘 그레코의 걸작 ‘겟세마네의 기도’(1608년)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서구 미술의 대전환기를 이끈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플랜더스) 지역의 예술적 정수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두 지역은 서구 미술이 르네상스의 고전적 규칙에서 벗어나 시각적 화려함과 정서적 압도감을 강조한 바로크 미술로 변모하는 길을 텄다. 신들러 큐레이터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와 18세기 프랑스의 회화 컬렉션은 우리 미술관의 강점”이라고 부연했다. 가드너 부관장은 “현대적인 문화로 유명한 한국이 고전 명작(old masterpieces)과 호흡하면서 나눌 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7월 4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NYT “한국 소프트파워의 웅장한 귀환”

    “광화문 도심 한복판이란 무대는 서울이 가진 특징인 ‘전통과 현대의 대비’를 더욱더 부각시켰다.”(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에 대해 외신들도 잇달아 호평을 쏟아냈다. 특히 BTS 컴백 무대가 광화문에서 열렸다는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무대가 경복궁과 서울 도심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진 점에 주목하며 “BTS의 광화문 복귀 무대는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이 떠오른다”면서 “마치 BTS에게 헌정된 사원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AP통신은 “광화문과 경복궁은 웅장한 역사적 배경을 제공했으며, 광장 곳곳을 보라색과 빨간색, 파란색으로 물들인 조명은 공연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며 “평소와 달리 많은 경찰력이 투입돼 현장 인파를 통제하는 와중에도 열광적인 광경이 펼쳐졌다”고 보도했다.광화문 공연이 K컬처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전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서울의 역사적 중심부에서 펼쳐진 BTS 공연은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 동력인 BTS의 웅장한 귀환”이라며 “정체성과 책임감, 모국과의 유대감이 연결된 복귀를 상징한다”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BTS가 무대에 등장하자 광화문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고, 수만 개의 응원봉이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일제히 빛났다”고 했다.미 워싱턴포스트(WP)도 “신곡과 대표 히트곡이 이어지는 동안 팬들은 환호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응원봉을 흔들었다”면서 “BTS 팬덤 ‘아미(ARMY)’에게는 한 시간짜리 공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현장 열기를 전했다. 이어 “BTS는 한국의 음악 산업이 해외로 확장하고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 되는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그간 BTS 멤버들이 인상적인 솔로 활동을 펼쳐 왔던 것처럼, 7개의 별이 다시 모여 별자리를 이루는 것 같은 무대였다”고 총평했다.BTS가 22일 오전 미국 일정을 위해 출국한 가운데 향후 활동과 월드 투어에 대한 기대감도 모이고 있다. 프랑스 유로뉴스는 “이번 광화문 콘서트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총 23개국 34개 도시에서 예정된 BTS의 월드 투어는 BTS가 최근 몇 년간 이뤄낸 수많은 업적처럼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향후 예정된 글로벌 투어 수익은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에라스 투어’로 벌어들인 20억 달러(약 3조 원)와 맞먹거나,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상에서 가장 강한 ARMY

    2017년 5월 22일은 K팝 역사에서 거대한 전환점이 됐던 날이다.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방탄소년단(BTS)이 K팝 그룹 최초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BTS가 수상한 부문은 ‘톱 소셜 아티스트’.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2016년까지 독차지했던 부문이다. 팬 투표와 소셜미디어 영향력이 평가 기준이라 글로벌 팬덤의 힘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시상식을 앞두고 BTS 팬덤 ‘아미(ARMY)’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스트리밍 및 투표 참여 방식을 각국 언어로 번역해 알리고 눈길 끄는 콘텐츠들을 만들어 확산시켰다. 이날 이후 BTS는 해당 부문이 폐지되기 전인 2021년까지 5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BTS가 이달 완전체 활동을 재개하며 아미의 막강한 화력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미는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 BTS를 월드 스타로 탄생시킨 주역이자 4년의 공백기에도 BTS의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한 원동력이다. 미 예일대의 그레이스 카오 교수는 지난해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아미의 저력을 이렇게 설명했다.“글로벌 K팝 팬은 둘로 나뉜다. BTS를 좋아하거나, 좋아했거나.”다양한 국적의 아미들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BTS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번역 역할을 담당한 팬들의 활약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어로 된 노래나 예능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함축적 의미까지 전달하면서 탄탄한 공감대를 쌓았다. 멤버들의 군 복무 기간에도 팬덤의 결속력은 탄탄했다. 정국의 ‘골든’ 등 솔로 음반이 발표되면 아미들은 신보뿐 아니라 기존 음반과 콘텐츠까지 꾸준히 소비했다.아미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동참하면서 BTS를 알렸다. 그 덕분에 K팝의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6월 BTS가 미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자 아미는 소셜미디어에서 ‘매치 기부’ 캠페인을 벌여 단 하루 만에 같은 금액을 모았다. 온라인에 참여 방법을 공유하고 ‘기부 인증’을 빠르게 유행시킨 덕분이다. 그 밖에도 환경보호, 재난 구호 등 여러 분야에서 자선 활동을 벌이며 ‘K팝의 선한 영향력’ 이미지를 구축했다.2024년 국제학술지 ‘컴퓨터 통신학과 정보학’에 게재된 논문 ‘트위터에서 결집하는 BTS 아미’에선 세계적인 BTS 열풍이 “초국가적 팬덤에 의해 유통되고 소비되는 사회적 네트워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압적인 정책이나 통제 없이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거대한 연대를 잇는 유례 없는 행보”가 BTS가 가진 진정한 힘이라고 봤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봄이 부른다, 가자

    ‘봄바람이 분다. 떠나야겠다.’ 남쪽 끝 제주 서귀포엔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고, 북쪽 강원 고성에선 파도에 스미는 빛이 달라진다. 따스한 바람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을 간질이는 계절. 주머니가 가볍다고 발까지 묶일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6 여행 가는 봄’ 캠페인을 통해 4, 5월 교통과 숙박, 여행 등 상품에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전국 각지의 다채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를 연계해 부담 없는 봄나들이를 지원하고 나섰다. 특히 올해 캠페인은 ‘여행을 다르게, 곳곳에 다다르게’라는 표어에 걸맞게 인구감소지역을 비롯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여행할 때 혜택이 많다. 코레일의 ‘인구감소지역(42곳)행 자유여행상품’을 구매한 여행객은 지정된 관광지를 방문하고 인증하면, 열차 운임의 100%에 해당하는 철도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서해금빛과 남도해양 등 5개 노선의 테마열차 50% 할인, ‘내일로 패스’ 2만 원 할인 혜택도 있다. 철도 할인 혜택은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총 9만 명에게 주어진다. 올해 봄맞이 ‘숙박할인페스타’는 연박 할인권이 신설돼 이틀을 묵으면 할인을 더 받는다. 오래 머물러도 한결 여유가 생기는 셈. 4월 8∼30일 비수도권의 숙박시설에서 쓸 수 있는 할인권 약 10만 장(1박 7만 원 이상 상품 3만 원, 7만 원 미만 상품 2만 원 할인)을 온라인여행사를 통해 배포한다. 2박 이상 시 할인권(14만 원 이상 상품 7만 원, 14만 원 미만 5만 원 할인) 1만1000장도 추가로 배포한다. 홈페이지 참조. 강원 평창군 등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선정된 16개 지역을 여행하면 경비의 50%를 모바일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환급(개인당 최대 10만 원, 2인 이상 단체 최대 20만 원)하는 ‘지역사랑 휴가지원’ 사업도 4∼8월 진행된다. 환급액은 올해 말까지 써야 한다. 해당 지역 재방문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먼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여행 계획을 신청하고 확인을 받은 뒤 경비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맞춤형 혜택도 풍성하다. 이달 26일부터 지마켓, 롯데온 특별전 페이지에서 판매하는 국내 여행 상품(이용 기간 4월 1일∼5월 29일)에 대해 최대 40%(5만 원 한도)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연안 지역 숙박과 해양 레저 및 관광 패키지 상품을 할인하는 ‘5월 바다 가는 달’ 캠페인도 추진된다. 또 근로자 휴가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근로자는 ‘휴가샵 온라인몰’에서 숙박, 입장권, 교통편 등을 최대 50%(3만 원 한도) 할인받을 수 있다. 콘텐츠 창작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상품 ‘5인 5색 취향여행’도 마련됐다. 강원 영월군 청령포 등 관광지 입장료를 최대 50% 할인하는 등 전국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캠페인에 동참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국내 관광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독어-불어에 없는 부드러운 멜로디, 한국어 그 자체로 아름다워”

    “가수는 가창력을 뽐내거나 가사를 전달하려고 무대에 서는 게 아닙니다. 목소리를 도구로 관객에게 감동과 이야기를 선사해야 하죠. 한국어에는 독일어나 프랑스어엔 없는 부드러운 멜로디가 있으니 그 자체로 아름다워요!” ‘LG와 함께하는 제2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준결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심사위원 안드레아스 마조브와 페터 하일커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준결선에서 참가자들은 김순남 작곡가(1917∼1983)가 작곡한 우리 가곡을 부르게 된다. 한국어가 낯선 해외 심사위원을 상대로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 오장환 시인의 ‘상렬’ 등에 곡을 붙인 6곡 중 하나를 노래한다. 마조브 심사위원은 “가사를 모르는 관객도 가수가 무엇을 들려주려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목소리에 자기만의 색깔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조브 심사위원은 최근 독일 최대 규모 극장인 ‘도이체 오퍼 베를린’의 차기 오페라 감독으로 발탁된 인물. 독일 출신 극작가인 하일커 심사위원은 오스트리아의 ‘무지크테아터 안 데어 빈’에서 부예술감독 겸 캐스팅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다. 두 감독은 이번 콩쿠르에서도 “매우 매우 유망한(very very promising)” 샛별들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성악 부문으로 열리는 올해 대회엔 11개국 175명이 도전장을 냈으며, 15∼18일 두 차례의 예선을 거쳐 3개국에서 온 13명이 준결선에 올랐다. 하일커 심사위원은 “한국은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가진 행운아다. 성악가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작곡가와 연출가, 지휘자가 많다”며 향후 한국이 스타 예술가 배출을 넘어 오페라 장르의 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콘텐츠를 보면 지난 50년간 모두가 따라가려 했던 미국식 서사와는 완전히 다른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거기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죠. 이런 감각을 오페라에도 접목한다면 한국의 오페라는 국내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마조브 심사위원 역시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한국만의 독창성이 핵심 무기”라고 짚었다. “단순히 해외 프로덕션을 수입하는 단계에 그치지 않고, 여러분이 가진 세계 최고의 영화 산업처럼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무대에서도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콩쿠르의 경쟁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마조브 심사위원은 “모든 예술가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 경쟁한다”고 했다. “오랜 전통이 있고, 같은 노래를 부르는 동료들이 있기에 무대에선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만의 소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하일커 심사위원은 요즘엔 “자기 색깔을 가진 성악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30년간 테크닉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개성이 약해졌는데, 다시 목소리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60∼70년 전엔 기술적으론 지금보다 부족했지만, 성악가마다 뚜렷한 색깔로 각자 다른 감동을 줬다”며 “특히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영향으로 관객이 ‘스펙터클함’에 익숙해지면서 개성이 없는 목소리는 외면받기 십상”이라고 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죽음과 욕망, 허스트가 왔다

    “이젠 상어조차 마치 하품하는 것처럼 보인다. 첫 작품이 최고였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동시에 끝의 시작이기도 했다.”2012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의 회고전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형 선고에 가까운 평을 남겼다. “초기에 재능은 있었다. 그러나 이후 그 성공을 계속 되풀이했다”며 개념적 반복과 노골적인 자기 노출을 호되게 지적했다. 이처럼 ‘과거에 박제된 고인물’이라는 조롱과 ‘지치지 않는 현대미술계 악동’이란 찬사가 혼재하는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이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국현미)에서 개막한다.18일 언론에 먼저 공개된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전은 초기작부터 약 35년에 걸친 설치, 조각, 회화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아시아권 국가에서 열린 허스트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 포르말린 용액이 담긴 수조에 상어를 넣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년) 등 교과서에 실린 대표작도 줄줄이 출품됐다. 국현미의 예산과 인력이 아니라면 국내에선 만나보기 힘들었을 수준과 규모다.일단 현대미술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의 작품을 실물로 본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작가 트레이시 에민, 마크 퀸 등과 함께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는 허스트는 영국 등 유럽 미술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수정 전시과장은 “우리 모두 허스트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지가 아닌 진본을 본 경험은 많지 않다”며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를 마주하고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년)도 한국을 찾았다. 허스트가 가격을 올리려 “가짜 마케팅을 벌였다”는 논란이 불거졌던 그 작품이다. 두개골을 백금으로 만든 뒤 실제 사람 치아를 넣고, 다이아몬드 8601개로 장식했다. 이사빈 학예연구관은 “영원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의 조합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을 대비시킨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국현미 관장의 저서 ‘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에서 허스트는 “작품 원제(For the love of God)는 ‘빌어먹을! 하느님 맙소사’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허스트가 시각적 충격을 앞세워 꾸준히 의문을 던져 온 주제들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삶과 죽음, 예술과 시장, 믿음과 욕망 등을 아우른다. 다만 허스트라는 거대 ‘브랜드’가 워낙 숱하게 다뤄진 탓인지, 기대만큼 신선함은 느끼기 어려웠다. 죽은 소와 파리 유충을 이용해 생명의 순환을 표현한 대표작 ‘천 년’(1990년) 등을 마주해도 그리 놀랍진 않다. 오히려 세간엔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들이 더 반갑다. 가죽이 벗겨진 성인(聖人)이 해부용 도구인 가위와 메스를 들고 서 있는 ‘성 바르톨로메오, 극심한 고통’(2007년), 하늘로 솟구친 칼날들 위로 비치볼이 아슬아슬하게 떠다니는 ‘사랑의 취약성’(2000년) 등은 “무거운 소재와 익살을 대비시키는 허스트 특유의 반의적이고 양가적인 표현”을 여실히 보여준다.마지막 전시 공간도 인상적이다. 허스트의 런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와 보여준다. ‘앙리 마티스 모사작’ 등 그가 최근 몰두하고 있다는 유화 페인팅 작품들도 있다. 다만 왜일까. 전시장을 걷다 보면, 20세기를 호령했던 옛 브릿팝 밴드가 뒤늦게 방한한 콘서트에 간 기분이 든다. 이날 언론 공개회에서 허스트는 해골 무늬 상의를 입고서 짧은 소감을 남겼다. “이렇게 환영해 주다니 감사하다.” 6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현대미술계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 서울 상륙…대표작 50여점 한눈에

    “이젠 상어조차 마치 하품하는 것처럼 보인다. 첫 작품이 최고였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동시에 끝의 시작이기도 했다.”2012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의 회고전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형 선고에 가까운 평을 남겼다. “초기에 재능은 있었다. 그러나 이후 그 성공을 계속 되풀이했다”며 개념적 반복과 노골적인 자기 노출을 호되게 지적했다. 이처럼 ‘과거에 박제된 고인물’이라는 조롱과 ‘지치지 않는 현대미술계 악동’이란 찬사가 혼재하는 허스트의 대규모 개인전이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국현미)에서 개막한다.18일 언론에 먼저 공개된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전은 초기작부터 약 35년에 걸친 설치, 조각, 회화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아시아권 국가에서 열린 허스트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 포르말린 용액이 담긴 수조에 상어를 넣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년) 등 교과서에 실린 대표작도 줄줄이 출품됐다. 국현미의 예산과 인력이 아니라면 국내에선 만나보기 힘들었을 수준과 규모다.일단 현대미술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의 작품을 실물로 본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작가 트레이시 에민, 마크 퀸 등과 함께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는 허스트는 영국 등 유럽 미술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수정 전시과장은 “우리 모두 허스트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지가 아닌 진본을 본 경험은 많지 않다”며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 세계를 마주하고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년)도 한국을 찾았다. 허스트가 가격을 올리려 “가짜 마케팅을 벌였다”는 논란이 불거졌던 그 작품이다. 두개골을 백금으로 만든 뒤 실제 사람 치아를 넣고, 다이아몬드 8601개로 장식했다. 이사빈 학예연구관은 “영원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의 조합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을 대비시킨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국현미 관장의 저서 ‘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에서 허스트는 “작품 원제(For the love of God)는 ‘빌어먹을! 하느님 맙소사’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허스트가 시각적 충격을 앞세워 꾸준히 의문을 던져온 주제들이 총체적으로 다뤘다. 삶과 죽음, 예술과 시장, 믿음과 욕망 등을 아우른다. 다만 허스트라는 거대 ‘브랜드’가 워낙 숱하게 다뤄진 탓인지, 기대만큼 신선함은 느끼기 어려웠다. 죽은 소와 파리 유충을 이용해 생명의 순환을 표현한 대표작 ‘천 년’(1990년) 등을 마주해도 그리 놀랍진 않다. 오히려 세간엔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들이 더 반갑다. 가죽이 벗겨진 성인(聖人)이 해부용 도구인 가위와 메스를 들고 서 있는 ‘성 바르톨로메오, 극심한 고통’(2007년), 하늘로 솟구친 칼날들 위로 비치볼이 아슬아슬하게 떠다니는 ‘사랑의 취약성’(2000년) 등은 “무거운 소재와 익살을 대비시키는 허스트 특유의 반의적이고 양가적인 표현”을 여실히 보여준다.마지막 전시 공간도 인상적이다. 허스트의 런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와 보여준다. ‘앙리 마티스 모사작’ 등 그가 최근 몰두하고 있다는 유화 페인팅 작품들도 있다. 다만 왜일까. 전시장을 걷다보면, 20세기를 호령했던 옛 브릿팝 밴드가 뒤늦게 방한한 콘서트에 간 기분이 든다. 이날 언론 공개회에서 허스트는 해골 무늬 상의를 입고서 짧은 소감을 남겼다. “이렇게 환영해 주다니 감사하다.” 6월 28일까지.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6-03-18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