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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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문학/출판51%
칼럼17%
문화 일반13%
사회일반7%
미술3%
연극3%
여행3%
경제일반3%
  • [어린이 책]실수 좀 해도 괜찮아… 그렇게 자라는 거란다

    숲에는 조그맣고 보송보송한 털을 자랑하는 동물들이 살고 있다. 속상한 일이 생겨 울거나 힘들고 지쳐 어쩔 줄 몰라 하는 친구들에게 동물들은 슬며시 따뜻한 마음을 담아 위로의 말을 건넨다. 실수해서 당황하는 친구에게 화를 내기보단 “실수하면 좀 어때? 너는 잘하고 있어. 조금씩 자라고 있단다”라고 얘기한다. “모두에게 꼭 맞는 신발도 너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없어. 네 생각이 가장 중요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어색한 느낌이 든다면 억지로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된단다.” 우는 토끼에게 흰넓적다리붉은쥐가 건넨 말이다. 동물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가끔 실수도 하고 속상해하며 성장하는 것이라고 위안을 건넨다. 포근한 베이지색 바탕에 그려진 동물들은 따뜻한 눈빛을 머금고 있다. 글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온기와 다정함을 느낄 수 있다. 각 페이지 밑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명칭이 표기돼 있어 다양한 동물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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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나이를 아주 많이 먹어도 사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아

    “할머니, 나이가 들면 어때요?” 어린 손자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나이 듦’이 궁금하다. 아이의 질문에 할머니는 “어릴 때랑 똑같지. 그냥 조금만 달라”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할머니가 말하는 조금 다른 점은 뭘까. 할머니는 어릴 땐 아직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제 더는 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화가 난다고 설명한다. 또 어릴 때는 시간이 너무 늦게 흘러 참아야 할 때가 많지만, 나이가 들면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 더는 참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나이가 들어도 어릴 때와 같은 점은 뭘까. 할머니는 많이 웃는다든가, 가끔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있다든가,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픈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게 같다고 말한다. 어린 손자와 할머니의 문답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지혜와 따뜻함이 묻어나는 할머니의 답변은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맑고 세련된 그림은 이야기와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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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인 마약 스캔들이 불러온 동료 배우들의 ‘상실의 시대’[광화문에서/김정은]

    “캐스팅의 반가운 전화도, 가슴 설레던 첫 촬영의 기억도 모두 물거품이 되려 한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과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에 출연한 배우 김영웅이 지난달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지난해 8월 촬영을 마친 ‘종말의 바보’는 올해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연배우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로 공개 시점은 오리무중이다. 지난달 경찰이 진행한 유아인의 소변 및 모발 검사에선 프로포폴, 대마, 코카인, 케타민 등 총 네 종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김영웅뿐 아니라 그와 함께 작품에 출연한 조연 배우들은 잇달아 SNS 등을 통해 절규했다. 유아인은 다작하는 주연급 배우로 유명하다. 올해 공개 예정인 그의 차기작은 총 3개. 그중 2개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작 영화와 드라마로, 다음 달 글로벌 공개 예정이던 넷플릭스 영화 ‘승부’와 올 하반기 글로벌 공개를 계획한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다. 특히 한국 바둑의 두 전설인 조훈현(이병헌)과 이창호(유아인)의 승부를 그린 영화 ‘승부’는 제작비만 무려 200억 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출연 기회가 적은 조연 배우들에겐 이들 작품은 기회였고, 희망이었다. ‘승부’에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 현봉식은 SNS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고 고백했고, 함께 출연한 배우 문정희 등이 해당 글에 공감의 댓글을 남겼다. 유아인이 출연한 또 다른 신작 영화는 ‘하이파이브’.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를 만든 강형철 감독의 작품으로 올 6월 개봉할 예정이었다.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로 출연작들의 공개가 무산될 경우 유아인은 넷플릭스 등에 고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동료 및 스태프의 경우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마땅치 않다. 유아인을 비롯한 주연급 배우들은 작품 회차당 서민의 월급, 때에 따라 연봉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다. 그들의 출연료에 대해선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그들의 연기로 다듬어진 작품의 완성도, 부가가치 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의 출연료에는 인기와 실력뿐 아니라 영향력을 지닌 공인(公人)으로서의 가치 역시 매겨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는 마약을 비롯해 음주운전, 성폭행 혐의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하는 연예인들을 숱하게 봐왔다. 대다수는 어느 순간 슬그머니 복귀해 아무 일 없는 듯 활동했다. 반면, 작품 하나에 생계가 걸렸던 조연 배우나 스태프의 고통과 날아가버린 기회는 거의 조명받지 못했다. “배우 유아인이라는 캐릭터는 관객이 만들어 낸 것이기에 좀 더 귀하게 보살펴 좋은 순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지난해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아인이 한 말이다. 그가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전혀 모르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팬과 동료를 기만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시대다. K스타들의 책임감과 윤리성도 그에 맞게 높아지길 바란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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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그림책의 힘… 韓작가 4명 ‘볼로냐 라가치상’

    국내 그림책 작가 4명의 작품이 아동문학계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볼로냐 라가치상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BIB상’과 함께 세계 3대 그림책 상으로 꼽힌다. BIB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2023 볼로냐 라가치상에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 등 그림책 4편이 선정됐다”며 “국제 무대에서 한국 그림책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은 픽션 부문에서 이지연 작가의 ‘이사가’(엔씨소프트), 오페라 프리마 부문에서 미아 작가의 ‘벤치, 슬픔에 관하여’(스튜디오 움), 만화(중등·만 9∼12세) 부문에서 김규아 작가의 ‘그림자 극장’(책읽는곰), 5unday(글)·윤희대(그림) 작가의 ‘House of Dracula’(5unday)다. 지난해에는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비룡소)와 최덕규 작가의 ‘커다란 손’(윤에디션)이 각각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과 논픽션 부문 우수상(스페셜 멘션)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들은 2004년 첫 입상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라가치상을 수상해왔다. 1966년 제정된 볼로냐 라가치상은 이탈리아에서 매년 3월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도서전인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출품된 책 중 예술성과 창의성이 우수한 책에 수여한다. 올해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6일(현지 시간)부터 9일까지 열리며, 시상식은 6일과 7일 진행된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벤치, 슬픔에 관하여’를 쓴 미아 작가를 비롯해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한국 작가들이 대부분 신인 작가”라며 “볼로냐 라가치상이 수상 부문을 다양화하면서 실험적인 작품들이 부각되는 분위기 속에 한국 신인 작가들이 선방한 것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스웨덴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는 “한국 그림책의 수준이 짧은 기간 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며 “최근 몇 년간 각종 국제도서전에서 한국관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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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마법같은 상상력에 한번 빠져볼래요?

    훈이는 단짝친구 소희와 함께 등교하기 위해 소희네집에 들렀다. 그런데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은 채 떠 있는 소희를 발견한다. 훈이는 고민 끝에 소희 아빠의 운동화 바닥에 흙이 담긴 비닐봉지를 깔고 소희에게 신긴다. 소희의 발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운동화 끈도 꽉 조인다. 다행히 소희의 몸은 더 이상 뜨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날 소희의 몸은 더 가벼워져 등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떠올랐다. 훈이는 노끈의 한쪽 끝을 소희의 허리에 묶고 다른 쪽 끝을 자신의 손목에 감는다. 소희는 풍선처럼 떠오른다. 그렇게 둘은 학교에 간다. 그날 밤, 소희가 훈이 방 창문 너머로 찾아온다. 소희는 훈이에게 인사한 뒤 밤하늘로 날아가 별처럼 반짝이더니 이내 사라지는데…. 표제작은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이다. 신간은 표제작을 포함해 총 7개 동화를 엮었다. 매일 입, 코, 눈이 하나씩 사라지는 두리에게 형의 도움으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는 ‘형’, 다양한 감정에 휘말린 어린이들이 동물의 모습으로 변하는 ‘낭비금지’ 등에 담긴 풍부한 상상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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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수출목표 6850억 달러로 높여… 尹 “최전선서 뛰겠다”

    정부가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약 893조 원)로 설정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수출액(6836억 달러)보다 0.2% 늘려 잡은 수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수출 전망치(―4.5%)보다 4.7%포인트 끌어올린 목표를 잡고 수출 총력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담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를 받고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4.5%의 수출 감소를 전망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전, 방위산업, 녹색산업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여러 국가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세제 지원들이 국회에서 진영과 정략적인 이유로 반대에 부딪쳐서 나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저는 여기에 더 드라이브를 걸고, 국민들을 상대로도 직접 설득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 수출액을 2021년 124억 달러(약 16조1200억 원)에서 2027년 250억 달러(약 32조5000억 원)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K콘텐츠 수출 전략’을 공개했다.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웹툰이나 K드라마 등을 발판으로 한국형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연관 산업이 함께 성장하도록 촉진해 4대 콘텐츠 강국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은 ‘아이폰’도 디자인이 승부를 내는 시대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아티스트와 기업들이 커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박성웅 씨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신세계’의 대사를 인용해 “오늘은 발표하기 딱 좋은 날”이라며 드라마 해외 진출 관련 발표를 했다. 윤 대통령은 “폭력배 연기를 잘해서 인상 깊었는데, 오늘 보니 말씀을 잘하더라”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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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올 수출목표 6850억 달러…최전선에서 뛰겠다”

    정부가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약 893조 원)로 설정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수출액(6836억 달러)보다 0.2% 늘려 잡은 수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수출 전망치(―4.5%)보다 4.7%포인트나 끌어 올린 목표를 세우고, 수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담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를 받고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4.5%의 수출 감소를 전망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전, 방위산업, 녹색산업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 복합 위기를 돌파하는 일은 오로지 수출과 스타트업의 활성화”라며 “정부는 원전·방산·해외 건설·농수산 식품·콘텐츠·바이오 등 12개 분야에 대한 수출 수주 확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K-콘텐츠 수출액을 2021년 124억 달러(약 16조 1200억 원)에서 2027년 250억 달러(약 32조 5000억 원)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K-콘텐츠 수출 전략’을 공개했다. 전 세계적 주목을 받는 웹툰이나 K-드라마 등을 발판으로 한국형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연관 산업이 함께 성장하도록 촉진해 4대 콘텐츠 강국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이폰도 디자인이 승부를 내는 시대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아티스트와 기업들이 커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박성웅 배우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신세계’의 대사를 인용해 “오늘은 발표하기 딱 좋은 날”이라며 “정부가 콘텐츠 업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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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위 ‘예술나무운동’에 꽃이 피었네

    “팀의 멤버인 피아노 연주자와 이전에 팀원이었던 드럼 연주자에게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가 있어요. 둘 다 어릴 때 경제적으로 어려워 수술을 제때 받지 못했죠. 이들을 통해 결심했어요. 음악을 통해 가치 있는 일을 하기로요.” 가야금 해금 첼로 피아노 드럼 연주자 5명으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 ‘허지혜컴퍼니’의 대표 허지혜 씨(43)는 3년 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의 ‘ARKO크라우드펀딩 매칭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예술위의 후원사업 ‘예술나무운동’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허지혜컴퍼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모금을 진행했고, 3년간 총 1만1292명의 후원으로 800만 원이 모였다. 예술위가 매칭으로 지원한 150만 원을 더해 총 950만 원이 마련됐다. 허 대표는 “이 기금으로 청각장애 아동 3명에게 보청기를 지원했다”며 “아이들이 ‘새 보청기를 끼니 소리가 잘 들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예술위는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위해 2012년부터 예술나무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을 ‘우리가 키워야 할 나무’로 형상화해 예술위 홈페이지에서 ‘예술나무 1그루’당 3000원씩 후원할 수 있다. 개인, 단체, 기업 후원 등을 합쳐 10년간 총 2237억 원이 모였다. 2017년부터는 카카오 등 플랫폼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기부금 후원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 19만 명이 참여해 총 6억 원가량을 모금했다. 예술위는 이렇게 조성한 후원금으로 예술 유망주를 육성하고 예술 분야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회화, 사진, 시각디자인, 영상, 일러스트, 전시기획자 등으로 구성된 예술인 축구동호회 CFC도 재능기부로 신진 예술인을 지원했다. 2021년 CFC 회원 30여 명이 나이키 에어포스1 운동화에 개성 있는 디자인을 담아 서울 마포구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서 한 달간 전시했다. 해당 운동화를 판매한 수익금 230만 원 전액을 예술나무운동에 전달했다. CFC 멤버인 문현철 갤러리 CDA 대표는 “취업하지 않고 작품 활동만 하는 미술 전공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저 역시 그런 경험을 했기에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술나무운동을 통해 예술위는 2017년부터 예술 영재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바이올린, 피아노, 발레 등 5개 분야 영재 12명에게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들 중 박재홍 씨(24)는 2021년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를 거머쥐었고 4개 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예술가들이 정부나 단체의 지원 없이 활동하기 쉽지 않다”며 “예술인 후원 제도를 범국민적으로 전개해 예술가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국민은 예술을 더 많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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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하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햇볕이 내리쬐는 기분 좋은 오후. 갑자기 하늘에 수상한 무언가가 나타난다. 검은 구름 한 조각이 나타난 것. “저기 좀 봐!” 누군가 검은 구름을 가리킨다. “이런, 비가 오려나 보네.” 사람들은 하나둘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검은 구름은 당황스럽다. “난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왜 다들 나를 싫어하지?” 검은 구름은 사람들을 피해 꼭꼭 숨는다. 바람이 불자 이리저리 떠밀려 모습이 드러난다. 새들은 검은 구름을 보자 놀라며 날아가 버린다. 시간이 흘러 검은 구름은 거대한 먹구름이 됐다. 더는 숨을 곳도 없다. 결국 검은 구름은 참았던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모두 집으로 돌아갔지만, 어린아이들은 노란 우비를 입고 거리로 뛰쳐나와 고인 빗물에 발을 담그며 신나게 논다. 그 모습에 위로받은 검은 구름은 울음을 그쳤고, 무지개가 떠오르며 다시 기분 좋은 일상이 이어진다.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이나 평가 때문에 위축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고 당부한다. 밝은 수채화는 산뜻함을 선사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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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정은]스타 캐스팅에 기대온 공연계, 잇단 사고로 구조적 한계 노출

    2019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 뮤지컬 ‘아이다’. 조세르 역의 한 배우에게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첫 장면을 소화하고 두 번째 등장까지 시간 차가 꽤 있던 배우는 대기실로 이동하던 중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소리쳤지만 무대에 올라가야 할 시간을 고작 몇 분 앞두고 스태프에게 발견됐다. 엘리베이터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결국 제작사는 ‘커버’(출연 배우가 긴급한 상황으로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 서주는 배우)를 투입해 사고를 막았다. 최근 공연계에서 기계 결함으로 인한 ‘공연 지연’ ‘캐스팅 당일 변경’이 발생해도 관객에게 제대로 배상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진다는 본보 기사가 나간 뒤 복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아이다’ 사례를 언급하며 “4년 전엔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되돌아보니 커버 배우를 준비해 활용한 미담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뮤지컬 ‘베토벤’의 경우 ‘카스파 반 베토벤’ 역의 배우 김진욱이 개인 사정으로 공연장에 늦게 도착해 공연은 20분 지연됐다. 관객들의 항의 및 환불 요구가 이어지자 제작사와 배우 소속사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제작사에 따르면 그를 대신할 커버 배우는 있었다. 하지만 제작사는 ‘커버’ 대신 ‘20분 공연 지연’을 선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상 공연은 ‘30분 이상 지연 시 보상’하게 돼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관객들이 신인인 커버 배우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제작사 입장에선 웬만하면 커버 투입을 꺼리게 된다”고 전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지난달 17일 러빗 부인 역의 배우 전미도가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에 불참하면서 공연 당일 다른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제작사 측은 관객들에게 예매 환불·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줬지만 일부 관객은 전액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 브로드웨이에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되면 객석에 앉자마자 누군가 무료 공연 잡지 ‘플레이빌’을 나눠준다. 이 안에 가끔 “오늘 ○○ 배역은 △△가 맡는다”라고 적힌 하얀 종이가 끼여 있는 날이 있다. 일종의 캐스팅 변경 고지서다. 커버가 무대에 오른다는 의미다. 브로드웨이에선 이렇게 당일 공연장에 가서야 관객이 그날 배우 캐스팅 변경 사실을 안다. 그래도 관객들은 별 군말 없이 본다. 이렇다 보니 외국에선 캐스팅 변경을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관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국내는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상 주요 출연자가 바뀔 경우 제작사 자율적으로 티켓가의 110%를 돌려주도록 권고한다. 사정이 다른 배경은 뭘까. 국내 공연계가 수십 년째 의존해온 ‘스타 캐스팅’에 그 답이 있다. 외국 관객들은 공연의 중심지 브로드웨이 등에서 해당 작품을 봤다는 데 의미를 둔다. 배우는 공연 선택의 중요한 변수가 아니기에 캐스팅 변경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다. 반면 스타 캐스팅으로 굴러가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국내 관객들은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가 작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내가 선택한 배우의 연기를 보기 위해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한 만큼, 캐스팅 변경은 보상받아야 할 요인이 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스타에게 목매는 공연시장의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 공연의 본질은 ‘작품’이지 ‘스타’가 아니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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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언젠가 멋진 꽃 피워낼 나는 텃밭의 새싹이에요

    “우리 집 텃밭엔 꽃이 아주 많아.” 천진난만한 미소로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는 꽃을 사랑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꽃은 장미나 백합 같은 화려한 게 아니다. 무꽃, 토마토꽃, 시금치꽃, 양파꽃 등 텃밭 채소들이 틔우는 소박한 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는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살랑 꽃잎을 흔드는 무꽃을 보며 “발레리나”라고 표현하고, 둥근 꽃망울을 지닌 양파꽃에겐 꽃봉오리가 팡팡 터질 것 같다며 “불꽃놀이”라고 말한다. “양파는 눈이 매운데 양파꽃은 눈이 부셔”라고 하는 아이의 말은 시 같다. 아이는 자기 역시 텃밭에 핀 새싹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자신에게도 상상하지 못할 멋진 꽃이 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너에게는 어떤 꽃이 필까?” 식물이 꽃을 피우는 과정을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싱그러운 미소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아이의 밝고 순수한 표정이 눈길을 끈다. 색의 강약도 보는 맛을 더한다. 꽃은 다양한 색으로 그렸지만 아이는 검은색 선으로 스케치했다. 아이의 발그레한 볼은 오렌지색을 칠해 생기를 불어넣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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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아픔이 지나간 자리에 새로운 기쁨을 심어요

    부모님을 따라 해외로 간 아이는 한국이 그립다. 새로 이사한 집 뒷마당에는 오래된 자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이는 그 나무를 볼 때마다 한국 집 마당에 있던 감나무가 생각난다. 나무는 아이를 안아 올리고, 아이는 나뭇가지를 타고 논다. 아이는 나무에 ‘자두랑’이란 애칭을 붙여준다. 나무와 아이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세찬 바람과 함께 폭풍우가 도시를 휩쓴다. 자두랑도 뿌리가 뽑히며 쓰러진다. 마음을 기댈 나무가 없어진 아이는 아빠에게 자두랑이 그립다고 고백한다. 결국 아이와 아빠는 자두랑이 있던 그 자리에 키가 작고 꼿꼿한 새 자두나무를 심는다. 상실과 아픔의 자리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자라난다. 자두나무가 꽃을 처음 피운 날, 아이는 마치 자두랑을 마주한 것 같은 익숙함을 느낀다. 그리고 자두나무가 점점 더 크고 단단해지는 것을 지켜보며 아이는 힘들 때마다 위로를 얻는다. 지난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최우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으로 화려한 색감과 나무를 표현한 섬세한 질감이 인상적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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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에 나훈아 길, 목포엔 남진 길… K콘텐츠 관광 키울것”

    “부산에 가면 초량 출신의 가수 나훈아가 어린 시절 과외 수업을 받았던 절이 있고, 전남 목포에 가면 목포 출신 가수 남진의 생가가 있습니다. 국내 관광 프로그램에 대중가수들의 삶을 녹인 스토리텔링으로 ‘대중가요로드’(가칭)를 만들 계획입니다.”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67)은 팬데믹으로 침체됐던 관광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K콘텐츠를 기반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팬들이 한국을 더 많이 찾아오도록 대규모 K팝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5년 11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대중가요로 본 한국 근대사회의 발전상’ 토크콘서트를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 1920∼80년대를 풍미한 트로트 히트곡들을 역사적 사건과 결부시켜 분석한 ‘트롯의 부활’을 2021년 출간한 데 이어 문화계에서 쌓은 경험과 사색, 명상을 담은 에세이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를 지난달에 내놓았다. 김 사장은 “5000년 한국사엔 위대한 인물과 재미난 전설이 많다”며 “이는 관광에 스토리텔링을 강화할 수 있는 큰 자양분”이라고 했다. 계획 중인 스토리텔링 강화 관광 사업으로 이순신 둘레길 투어, 삼국통일로 투어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 외곽을 걸을 수 있는 ‘코리아둘레길’을 활용해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처음 승리를 거둔 장소, 노량해전 배경지, 거북선이 탄생한 곳을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함께 걷는 방식이 될 겁니다.” 태종 무열왕, 김유신 장군, 문무왕이 삼국통일을 이끈 결정적인 전투들과 이들의 흔적이 있는 곳들을 연계한 역사 관광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문체부에서 종무실장을 지낸 그는 종교계와의 인연도 깊다. “2002년 시작한 불교계의 템플스테이가 20년 넘게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불교뿐 아니라 한국 기독교의 발자취를 따라 다양한 관련 시설을 찾는 영성관광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들의 공연을 여럿 기획해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도 늘릴 예정이다. 종교, 가요, 클래식 등 차곡차곡 쌓아온 문화적 경험과 역량을 관광과 연결시켜 다채로운 꽃을 피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통해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을 살리고 2027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에게 노래를 요청하자 패티김의 ‘연인의 길’과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를 구성지게 뽑아냈다. 작사자와 작곡가는 물론이고 가사에 담긴 사연을 상세하게 설명한 뒤 노래해 마치 작은 콘서트를 보는 듯했다.“사람과 이야기가 풍경과 어우러질 때 매력은 배가됩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곳들로 가득하고요. 국내외 많은 분이 여행을 통해 이를 음미할 수 있도록 발로 뛰겠습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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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서로 달라서 더 특별한 우리… 마음을 열고 인사 나눠볼까?

    토끼 친구들이 모인 교실, 선생님이 새로 전학 온 친구 루시를 소개한다. 낯선 환경에 놓인 루시는 작은 목소리로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토끼 친구들은 그런 루시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쉬는 시간, 친구들은 운동장으로 향한다. 한 친구가 “루시는 우리와 정말 다르지만, 그래도 이제 우리 반 친구니깐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외친다. 또 다른 친구가 “루시에게 점심으로 무엇을 가져왔는지 물어보자. 분명히 우리처럼 당근을 가져왔을 거야”라고 제안한다. 친구들은 깜짝 놀란다. 각자 다른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루시와 가장 좋아하는 것 등에 대해 얘기하지만,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친구들은 루시를 제외한 자신들이 모두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음을 깨닫는다. 친구들은 루시에게 다가가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한 용기 있는 한마디였다. 친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색을 활용용한 밝고 경쾌한 그림도 귀엽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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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질 결심’ 외면한 오스카, “범죄”라며 분노한 외신들[광화문에서/김정은]

    “올해 가장 큰 놀라움 중의 하나는 호평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 최종 후보에서 배제된 것.”(AP통신)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24일(현지 시간) 발표된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의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3년 만에 오스카 문을 두드린 한국 영화의 도전이 무산된 셈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뒤 흥미로웠던 건 외신 반응이었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으로 올해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의 유력 수상 후보로 꼽힌 ‘헤어질 결심’이 결국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자 거세게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인 매셔블은 “칸영화제 선두주자였던 ‘헤어질 결심’을 무시하기로 한 아카데미의 결심은 절대적인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헤어질 결심’의 오스카 후보 탈락은 올해 가장 큰 퇴짜 중 하나”라며 “일부 사람은 ‘아카데미의 억지’라고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담담히 소식을 전한 국내 언론과 달리 외신들은 흥분한 어조의 아카데미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박 감독은 ‘깐느 박’으로 불릴 정도로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영화인이다. 하지만 유독 북미에선 그의 감성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10일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헤어질 결심’은 비영어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박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시상식을 중계한 NBC의 카메라에 박 감독의 모습은 단 1초도 담기지 못했다. 국내 영화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여러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듣던 중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기생충’ ‘오징어게임’ ‘미나리’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 한국계 영화가 주요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비영어권 작품 중 K콘텐츠에 상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비영어권 작품 중 유독 한국영화가 상을 독식한 점이 이번 아카데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미권에서 상을 받으려면 통상 사회 문제를 깊게 다루거나 ‘오징어게임’처럼 창의적이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헤어질 결심’은 그 두 부분이 다소 약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의 벽을 넘든 넘지 못했든 ‘헤어질 결심’이 수작이란 점은 변함이 없다. 특히 ‘미장센의 대가’로 불리는 박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은 감탄을 거듭 자아내게 만든다. 극 막바지 해준(박해일)이 서래(탕웨이)를 찾으러 간 바닷가 장면에서 모래사장에 남은 파도 자국은 서래의 옆모습과 닮아 놀라움을 선사했다. 해준이 스마트폰 고도계를 활용해 서래의 남편이 사망한 절벽이 138층 높이인 걸 확인하는데 공교롭게도 ‘헤어질 결심’의 러닝타임은 138분이다. 관객들은 박 감독이 작품에 숨겨둔 의도를 찾아내고자 N차 관람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카데미의 결정은 아쉽지만, 아쉬움은 수작을 놓친 아카데미의 몫이다. ‘헤어질 결심’은 다음 달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비영어영화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에서 강한 박 감독의 마법이 다시 한 번 통하길 기대해 본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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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매일매일 달라지는 기분… 다채로운 색깔로 말해봐

    “내 기분은 무지개색이야. 자꾸자꾸 달라져. 내일은 또 어떤 기분이 꽃처럼 피어날까?” 소녀는 자신의 기분을 색깔로 표현한다. 아침에 막 눈을 뜬 아이의 기분은 ‘눈부신 하양’이다. 오늘 하루가 어떤 색의 기분으로 칠해질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꽃과 나비를 보며 학교로 향하는 등굣길, 아이는 ‘설레는 노랑’이라고 기분을 말한다. 호기심이 가득할 땐 초록,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야 할 땐 수줍은 마음이 들기에 여린 잎처럼 파르르 떨리는 연두, 칭찬을 받아 신이 날 땐 주황, 가장 좋아하는 남자친구랑 소꿉놀이를 할 때는 두근두근 분홍색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우울할 땐 회색, 화가 날 땐 불이 일렁이는 것처럼 붉은 빨강 등 색깔과 기분 상태를 절묘하게 연결하는 아이의 표현력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감정의 파도에 흔들리는 인간의 기분을 색깔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도 신선하다. 다양한 색을 활용해 아이의 순간순간을 세련되게 그린 삽화도 인상적이다. 한 편 한 편의 그림 작품을 보는 듯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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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늘어나 편한 ‘한복 근무복’… 현대드레스 느낌 ‘전통 혼례복’

    “근무복에 한복의 전통미를 더하니 우아한 스타일이 완성됐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이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한복 근무복 전시 ‘한복 입고 일하다’와 전통한복 전시 ‘전통한복, 일생의례’를 함께 개최한다. 12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김소연 씨(34)는 “한복 근무복이란 개념이 신선하고, 다소 불편한 옷이라 여겼던 한복이 실용성을 갖춘 의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복 입고 일하다’ 전시에선 ‘한복 근무복’ 개발 사업을 통해 지난해 만든 항공 열차 분야 및 여가 서비스직 한복 근무복 25벌을 처음 공개했다. 권혜진 김혜진 이서정 이혜미 정혜진 등 한복 디자이너 5명과 지난해 한복 디자인프로젝트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고수경 씨가 디자인 개발에 참여했다. 이들이 디자인한 한복 근무복은 항공 열차 및 여가 서비스직 종사자를 비롯해 한복 패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의 의견을 참고해 최종 완성됐다. 전시된 작품 중 열차 승무원 및 스튜어디스 근무복을 디자인한 권혜진 한복스튜디오 혜온 대표(54)는 “한복에 대한 고정관념 중 하나가 입었을 때 불편하다는 점”이라며 “근무복이 갖춰야 할 실용성과 활동성을 고려해 잘 늘어나는 옷감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서양복 패턴으로 만들되 한복의 깃 디자인을 살리고 책가도(冊架圖) 등 전통 문양을 섞어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전시장 3층에선 전통한복 전시인 ‘전통한복, 일생의례’가 진행 중이다. 전시장엔 오늘날의 성인식에 해당하는 전통의례인 관례·계례복을 시작으로 혼례복, 장수를 축하하는 수연례(환갑 칠순 등) 의상, 제사 때 입는 제례복 등 디자이너 5명(김인자 이혜순 유현화 조은아 이춘섭)이 만든 총 10벌의 일생의례복이 전시돼 있다.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일생의례’란 한 사람이 태어나 겪는 성인식, 결혼식, 환갑 등 삶의 기점마다 그 변화를 잘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를 갖추는 의식을 말한다”며 “생활 방식이 서구적으로 변하면서 점차 사라진 의례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관련 의복 전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보유자 황을순 씨의 꽃장식 작품 윤회매, 옻칠 공예가 김난희·디자이너 김상윤의 매듭장 등 다양한 전통 소품이 배치돼 이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번 전시에선 한국실크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항라, 춘포 등 한복 소재 원단 10종도 공개한다. 혼례복을 디자인한 유현화 한복디자이너(52)는 “전통 혼례복은 속옷을 겹겹이 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유 디자이너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현대적인 드레스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겹겹이 겹쳐 입어 격을 갖춘 의복처럼 보일 수 있도록 분홍 저고리 위에 칠부 연두색 저고리를 덧댔다. 두 벌의 효과를 내며 드레스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조은아 디자이너가 만든 또 다른 혼례복은 대례복에서 차용한 면사포와 영친왕비(1901∼1989) 적의에 있는 꿩 문양에서 영감을 얻은 새 문양 패턴을 사용해 눈길을 끈다. 김태훈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복 고유의 품격과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활동성을 높여 한복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일상에서 한복이 보다 많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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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더 낫거나 못한 게 아냐… 서로가 조금씩 다를 뿐

    아기 늑대가 아빠 늑대에게 물었다. “나는 커요?” 아빠 늑대는 “그때그때 다르지”라고 답한다. “기린 옆에 서면 너는 아주 작아. 기린은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거든. 하지만 네 옆을 지나가는 개구리에 비하면 너는 커. 아주 커다랗게.” 아기 늑대는 매일 자신이 빠른지, 포동포동 한지, 목소리가 큰지 등 질문을 쏟아낸다. 그때마다 아빠 늑대는 주변 동물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며 물음에 답한다.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고가지만 아빠의 답변에 담긴 메시지는 한결 같다. 누가 더 우월하거나 열등한 게 아니라 서로가 그저 다를 뿐이란 것이다. 아기 늑대가 조심스레 묻는다. “나를 사랑해요? 그때그때 다르지 않아요?” 아빠는 말한다. “네가 힘이 세든 약하든 키가 크든 작든 전혀 상관없단다. 아빠는 너를 항상 사랑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지.” 아빠 늑대와 아기 늑대의 대화에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방법에 대한 지혜가 담겼다.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는 아빠 늑대의 따뜻한 마음이 돋보인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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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재-박은빈 등 K콘텐츠 빛나게 한 별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 할리우드와 충무로를 오가며 활약하는 배우 마동석…. 지난해 K콘텐츠를 국내외에 알린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CJ ENM이 선정한 ‘2023 비저너리(Visionary)’ 10인에 포함됐다. CJ ENM은 2020년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며 전 세계 대중에게 영감을 준 인물을 ’비저너리’로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 비저너리로 선정된 이는 배우 이정재 박은빈 마동석 김혜수,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박 감독과 정서경 작가, 나영석 PD, 티빙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를 연출한 이진주 PD, 걸그룹 (여자)아이들이다. ‘2023 비저너리’ 시상식은 서울 마포구 CJ ENM 센터에서 8일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박은빈은 “그동안 배운 건 ‘부담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가지자’는 것이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진심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훗날 뒤돌아봤을 때 모든 선택이 맞는 길이었다고 여길 수 있도록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마동석은 “‘범죄도시3’에 이어 4편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며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에 더 재미있고 즐거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비저너리의 뜻처럼 미래를 읽고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인지는 아직 자신이 없지만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느끼는 연대감이 내게는 독창성의 근원”이라며 “함께 일한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작품인지, 관객과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인지 늘 고민하며 작업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외 일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박 감독은 영상으로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은 영화가 영화일 수 있게 해주는 기본 요소들에 충실하고자 한 작품”이라며 “비저너리로 선정된 것이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의미도 담긴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K콘텐츠는 강력한 글로벌 팬덤을 만들며 세계 곳곳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구창근 CJ ENM 대표는 “K엔터의 힘은 사람이 가진 독창성에서 비롯된다”며 “비저너리 수상자들처럼 K엔터가 만들어갈 미래의 모습에 대해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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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내가 나를 힘껏 안아주면 남의 시선은 중요치 않아

    공중 곡예를 하는 피에로 우첼로는 서커스단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예사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우첼로는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려고 애쓴다. 공연이 끝난 뒤 우첼로에게 남는 건 외로움과 불안감이다. 사랑받고 싶지만 그런 마음이 커질수록 복잡한 감정이 우첼로를 서서히 옥죄어 온다. 어느 날 우첼로는 방안에 걸린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때 흰색 깃털 하나가 나타난다. 깃털을 따라 내려가자 굳게 닫힌 문이 나왔다. 자물쇠 위에 찍힌 문양에 우첼로가 조심스레 손을 얹자 문이 철컥 열린다. 방 안은 새장에 갇힌 아이들로 가득했다. 바로 우첼로의 자아였다. 그제야 우첼로는 깨닫는다. 자신을 괴롭혔던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이란 것을 말이다. 내면을 돌보지 못한 탓에 버려진 마음의 상처가 커졌다. 우첼로가 새장 안 아이들을 한 번씩 안아 주자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 자신을 지키는 자존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우첼로의 모습을 인형으로 구현해 한 편의 인형극을 보는 것 같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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