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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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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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리스트 징계 후배 구명, 문체부 전직 관료들의 뒷북[광화문에서/김정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전직 고위관료 12명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연루된 후배 관료 2명에 대한 구명에 나섰다.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은 용호성 사행성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과 김낙중 국립중앙박물관 행정운영단장에 대한 징계를 멈춰달라는 탄원서를 황희 문체부 장관 등에게 전달한 것. 2018년 문체부는 두 사람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할 때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전달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은 검찰 수사결과와 별개로 징계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달 두 관료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문체부는 국무총리 소속 중앙징계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하며 자체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전 문체부 간부 A 씨에게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우리도 현직에 있을 때 청와대에서 내려온 부당한 명령을 후배들에게 전달했던 마음의 짐이 있다.” 그의 고백처럼 12명의 참여자 가운데 다수는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문체부 고위 간부로 재직했다. 그중 일부는 후배들에게 블랙리스트 지시가 하달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탄원서에는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하게 된 것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 당시 보직이 부당한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 통로에 해당됐기 때문이며 그 위치에 있었으면 누구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블랙리스트 사태 같은 일이 또 벌어질 경우 문체부 공무원들은 영혼 없는 ‘메신저’ 역할을 피하기 어렵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탄원에 참여한 유진룡 전 장관은 2017년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참고인으로 출석해 “김기춘 씨(전 대통령비서실장) 취임 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저한테도 그렇고 여러 차례 블랙리스트 작성에 해당하는 일을 지시했고 리스트 적용을 강요했다”며 “(블랙리스트 주도 인물들이) 문체부 담당자들에게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너희는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궁금하다. 왜 이런 얘기를 듣고도 장관으로 있을 때 직을 걸고 문제 삼지 않았을까. 정작 그는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방송인 자니 윤을 앉히라는 청와대 지시에 반발해 장관직을 사임했다. 전직 간부들의 후배 구명을 보며 2016년 9월 국회에서 열린 문체부 국정감사 현장이 떠올랐다. 문체부 국감 사상 처음으로 7급 주무관이 증인으로 이날 오후 11시쯤 단상에 섰다. 그는 공무원 임용 4개월 차에 미르재단 설립허가 업무를 맡은 막내 실무자였다. 주무관이 증인이 된 건 문체부 간부들이 “미르재단 허가 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모두 부인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임용 선서 중 ‘나는 정의의 실천자로서 부정을 뿌리 뽑는 데 앞장선다’는 내용이 있다. 전직 간부들은 퇴직 후 뒷북을 칠 게 아니라 현장에 있을 때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부정을 묵과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진정으로 후배들을 지키는 일이었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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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은은하고 쌉싸래한 가족의 소중한 기억

    낡은 폰티액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엄마가 길가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외친다. “잠깐만.” 차에서 내린 엄마와 아빠는 보석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뻐한다. “물냉이네!” 그리고 차에서 갈색 종이봉투와 녹슨 가위를 끄집어내 냉이를 캔다. 이들은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인 가족. 집에 돌아온 엄마는 물냉이 요리를 식탁에 내놓는다. 소녀는 단 한 입도 먹고 싶지 않다. 소녀는 공짜란 단어를 싫어한다. 물려받은 옷, 길가에서 주워온 가구, 이젠 도랑에서 뜯어온 저녁거리까지…. 그때 엄마가 오래된 가족사진을 꺼낸다. 엄마는 한숨을 쉬며 물냉이처럼 마른 한 남자아이를 가리킨다. “너희 외삼촌이야. 대기근 때 우리는 눈에 띄는 건 닥치는 대로 먹었단다.” 소녀는 투정만 부린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물냉이를 한 입 베어 문다. 은은하고 쌉쌀한 맛이 나쁘지 않다. 고향에 대한 엄마의 추억처럼. 올해 미국 콜더컷상 최고의 메달과 뉴베리 영예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수채화 그림은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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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한번쯤 놓쳤다고 해도 다시 손 내밀면 되니까

    소녀는 친하게 지내던 같은 반 친구와 서먹해졌다. 고작 몇 달간의 겨울방학 동안 만나지 못한 게 이유였다. 수업이 끝나면 함께 시간을 보냈고, 하굣길에서도 끊임없이 수다를 주고받던 사이였다. 개학 첫날, 학교에서 마주친 친구와 어쩐지 어색해 눈을 피했다. 한번 놓친 인사는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졌다. 소녀가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친구와 다시 손잡고 인사하며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다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편지지에 마음을 꾹꾹 눌러쓴 다음 친구의 집 우편함에 넣었다. 며칠 뒤 소녀 앞으로 친구의 답장이 왔다. “편지 보내줘서 고마워. 나도 사실은 너와 인사하고 싶었거든. 우리 엄마가 넌 참 용감한 아이라고 했어.” 다음 날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리고 다시 친구가 됐다. 멈추었던 관계를 움직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용기의 가치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따뜻한 색감의 그림도 인상적이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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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걱정 마, 모두 함께니까

    작은 크기의 씨앗은 넓은 세상 속 자신이 머물 곳을 찾지 못해 두렵고 외롭다. 땅과 물과 하늘은 그런 씨앗에게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넨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보살펴 줄게.” 땅은 흙으로 씨앗을 포근히 감싸 주고 물은 맑은 이슬방울로 씨앗을 적셔 준다. 하늘 역시 햇살로 씨앗을 따뜻하게 비춘다. 씨앗은 주변의 보살핌을 통해 새싹이 됐고, 마침내 큰 나무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찾아온다. 큰 나무는 “내 가지에 둥지를 지으렴. 내가 너를 보살펴 줄게”라며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훗날 큰 나무에는 주렁주렁 사과가 열렸고, 사람들이 하나둘 떼어 간다. 그러다 마지막 하나 남은 사과가 땅에 떨어진다. 부서진 사과에서 삐져나온 씨앗 하나가 바위틈 사이에 끼게 되는데 이때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온다. 새는 씨앗을 물어다 땅에게 건네주며 말한다. “걱정 마. 내가 보살펴 줄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공생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다채롭고 따뜻한 색감의 그림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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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 기자… ‘언론인 출신 6번째 문체부 장관’ 후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보균 당선인 특별고문(사진)은 1981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40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직후인 8월 4일 캠프에 합류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와 선거대책본부에서 특별고문을 지냈다. 박 장관 후보자는 10일 “새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그를 발탁한 이유 중 하나로 문화재청이 2012년 미국 워싱턴 소재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재매입하는 과정에서 산파 역할을 한 점을 꼽았다. 박 장관 후보자는 2000년대부터 공사관 매입을 촉구하고 매입이 성사될 때까지 약 20차례 현장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한 뒤 칼럼과 강연을 통해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국민훈장모란장을 받았다. 언론인 출신의 문체부 장관은 △초대 이어령(1990∼1991년) △이수정(1991∼1993년) △주돈식(1994∼1995년) △송태호(1997∼1998년) △정동채(2004∼2006년) 장관에 이어 여섯 번째다. △서울(68)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중앙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편집국장·편집인·부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윤석열 당선인 특별고문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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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새도 토끼도 함께하는 이곳은 모두의 놀이터

    새싹이 돋아나는 봄,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텃밭을 선물받는다. 소녀는 땅을 갈고 이랑을 내 양상추 호박 무 파슬리 딸기 토마토 꽃 씨앗을 심는다. 흙을 파다 지렁이들을 만나면 “안녕” 인사를 건네고, 텃밭을 가꾸는 건 운동과 같다며 즐거워한다. 텃밭의 양상추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민달팽이와 참새들이 양상추를 훔쳐간 것. 하지만 소녀는 화내지 않는다. 텃밭에 길게 줄지어 나뭇잎을 짊어진 개미 행렬을 구경하다 스르르 잠들기도 하고 물뿌리개 안에 물과 지렁이를 넣어 채소에 뿌려주기도 한다. 무가 머리를 내민 모습을 본 소녀는 녹색 잎을 단 무가 작은 야자수 같다며 즐거워한다. 이웃집 토끼가 무를 몰래 먹어도, 새들이 양상추를 먹어도 소녀는 너그럽게 용서하며 웃는다. 오히려 새가 싼 똥이 딸기의 비료가 됐다며 기뻐한다. 텃밭을 가꾸면서 땅을 존경하게 되고, 아름다운 선물을 준 자연에 감사함을 느끼는 소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화려한 색감의 그림도 눈을 즐겁게 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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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이 넓은 세상 속에는 신기한 게 너무 많아!

    두 소녀가 산책한다. 자연은 온통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해는 세상의 전등일까?” “숲은 산의 털옷일까?” “바람은 세상의 숨결일까?” 소녀들이 주고받는 질문들은 신선하다. 소녀들은 때론 벌판에, 때론 바닷가에, 때론 산을 찾아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해변 모래사장에 쌓여 있는 조가비를 보며 “조가비는 해변의 목걸이일까?”라고 묻고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는 세상의 욕조일까?”라고 궁금해한다. 독자에게 발상의 전환을 선사한다. 숲속을 거닐며 “뿌리는 식물의 발가락일까?”라고 묻는 질문엔 웃음이 나온다. 풍부한 감성이 느껴지는 질문도 인상적이다. 비를 맞으며 두 소녀는 말한다. “비는 땅이 그리워 흘리는 하늘의 눈물일까?” 이들은 상상력 넘치는 질문을 통해 세상 곳곳을 창의력을 발휘하는 장소로 만들어버린다. 강렬한 그림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수제 고무도장을 활용하고 유화 물감을 더해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을 선보인다. 2022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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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정은]내공과 신선함을 갖춘 무대 배우들의 전성시대

    드라마 PD 및 영화감독, 캐스팅 디렉터들은 작품을 앞두고 ‘숨은 보석’을 찾을 때 서울 대학로 연극 무대를 곧잘 두드린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킨 신원호 PD와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녹두꽃’ 등을 연출한 신경수 PD가 대표적이다. 신원호 PD가 ‘슬기로운 감빵생활’ 주인공 제혁 역을 놓고 한참 고민에 빠졌을 때였다. 머리도 식힐 겸 연극 ‘남자충동’을 보러 간 날, 그는 진짜 ‘제혁’을 찾았다. 막이 끝나자마자 ‘남자충동’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연극배우 박해수를 만나 드라마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했다. 스타 배우를 기용하고 싶은 유혹이 없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수년 전 이렇게 답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감안한다면 스타 배우를 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기존 작품들을 보면 새로운 인물이 주는 영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박해수는 신 PD의 믿음에 보답하듯, 4년 뒤 ‘오징어게임’의 주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신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여주인공 역시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약 중이던 배우 전미도를 선택했다. 대중에겐 낯선 ‘신인’이나 다름없는 배우였다. 진선규 윤나무 등 많은 연극배우를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시킨 신경수 PD에게도 “무대 연기와 영상매체의 연기는 결이 다른데 왜 연극배우를 캐스팅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에 신경수 PD는 “새롭고 실력 있는 배우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연극 무대”라고 답했다. ‘오징어게임’이 낳은 배우 오영수 신화도 연극 무대에서 시작됐다.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깐부 할아버지’ 일남 역으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배우를 원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오영수 배우의 무대 연기를 직접 보고 캐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작 공연계에선 이런 배우들의 행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한 공연 연출가는 “일부 배우의 경우 영상매체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아지자 출연료가 10배 이상 뛰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공연 제작사 대표는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공연 무대가 무슨 배우 사관학교냐”며 언성을 높인다.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무대로 ‘금의환향’한 배우들 덕분에 신규 관객 유입 효과를 낳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종영 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돌아왔던 전미도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가 휘청이는 와중에도 전미도는 자신의 출연 회차 공연을 전석 매진시켰다. 온라인에서 이른바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바람에 제작사가 경고문을 올렸을 정도다. 업계의 이해관계와는 별개로 대중 입장에선 제2의 박해수, 또 다른 전미도와 같은 내공 있는 스타의 출현은 반가운 일이다. 팬데믹 여파 속 대중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숨은 보석’은 누구일까. 코로나로 잠시 멈춘 일상이 회복돼 연출가들의 발품팔이에 가속도가 붙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 20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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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장 된 연출가 “현장과 극장 잇는 게 내 역할”

    서울 대학로가 ‘공연 1번지’가 된 데에는 1981년 건립된 한국문예진흥원 문예회관(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극장)의 영향이 크다. 700여 석의 중극장과 200여 석의 소극장, 연습실, 분장실 등을 갖춘 문예회관 완공 이후 대학로에 샘터파랑새극장을 시작으로 소극장들이 연달아 문을 열었다. 특히 신촌과 명동 인근에 있던 기존 소극장들이 옮겨오며 대학로는 ‘공연 1번지’로 자리매김했다. 대학로 공연 역사의 산실인 아르코예술극장이 지난해 건립 40주년을 맞았다. 올해 1월엔 극단 ‘동’ 창립자인 연극연출가 강량원 씨(59)를 새 극장장으로 맞았다. 아르코예술극장에서 24일 만난 강 극장장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창작자가 극장장으로 일하게 된 만큼, 극장과 현장을 잇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베서니’로 2016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및 연출상을 받았던 그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현장을 누빈 연극인이다. 그는 “아르코예술극장이 창작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공공극장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극장장은 “아르코예술극장은 특히 무용인과 연극인이 가장 선호하는 극장”이라고 강조했다. “무용인들이 말하길 아르코예술극장 무대 바닥은 여느 극장과 달리 특별하대요. 40년간 많은 무용수들이 공연하며 그들의 숱한 발돋움이 무대 바닥을 다졌고, 그 기운이 스며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는 2007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연극 ‘떼레즈 라캥’을 올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강 극장장은 “가변형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구조에다 층고도 높아 연극적 실험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박스형 극장이었다”면서 “덕분에 당시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2008년)도 수상했다”며 웃었다.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아르코예술극장은 요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노후화돼 2년 전 누수로 인한 정전으로 공연이 잠시 중단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대와 시설을 개선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달라는 관객들의 요구를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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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이 작은 점 위에 뭘 그릴래?

    “지구에 온 걸 환영해.” 여섯 살 남짓한 꼬마 아이가 갓 태어난 동생의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붙잡고 다채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는 여기, 이 작고 푸른 점에서 사는 거야.” 아이는 동생에게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물, 벌레 등 수많은 생물과 자기가 좋아하는 과일과 음식, 싫어하는 채소까지 여러 이야기를 조잘거린다. 때론 진지한 표정으로 “너무 빨리 어른이 되려고 하면 안 된대”라며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말한 걸 전하기도 한다. 아이는 동생에게 지구에서 가장 좋은 점을 비밀스럽게 알린다. “엉뚱한 상상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거야.” 인간은 작고 푸른 점인 ‘지구’를 돌보는 관리인이라는 아이만의 시각도 신선하다. 한참 조잘거리던 아이가 잠든 동생에게 던진 말은 독자에게 열린 결말을 남긴다. “너는 우리 이야기에 무얼 더 채워 넣을래?” 크레용과 연필을 활용해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인물을 표현한 그림은 보는 재미와 생생함을 더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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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책은 첫번째 미술관… 영감 주는 아이들에 감사”

    “늘 영감과 이야깃거리를 주는 아들 산, 딸 바다를 포함해 모든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인 최초로 ‘어린이책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48)는 전날 밤 12시 가까운 시간에 일어난 ‘기적’ 같은 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서울 광진구 작업실에서 22일 만난 이 작가는 “집에서 남편과 온라인으로 시상식을 보다 제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믿기지 않아 ‘진짜?’만 반복했다”며 웃었다. 안데르센상은 특정 책이 아니라 아동문학에 대한 작가의 공헌 전체를 평가해 2년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일러스트레이터)를 1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파도야 놀자’, ‘거울속으로’ 등 그의 그림책은 글 없이 주로 그림으로 이뤄진다. 그럼에도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은 다양한 해석과 상상이 가능해요. 제 작품을 보고 느낀 걸 얘기하는 아이들에게 ‘네 생각이 다 맞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는 ‘그림책은 첫 번째 미술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가까이 있다고 했다. “그림책은 여는 순간부터 닫을 때까지 온전히 빠져들고, 언제든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요. 0살부터 100살까지 보는 책이랍니다!”“종이책 ‘물성’ 살리기, 제 작업의 목적이자 동력”책장에 난 구멍을 망원경처럼 활용뒷장의 멀리 계신 할머니 바라보게 전자책은 흉내조차 못낼 감성 담아회화 전공해 기존의 동화책 틀 깨… 글 최소화하고 그림으로 의미 전달작품마다 해외서 먼저 진가 알아줘… 신작도 6월 한미서 동시출간 예정 이수지 작가는 안데르센상을 주관하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의 선정 과정 자체가 올림픽 같았다고 했다. “각국 IBBY 위원회가 자국 대표 작가를 뽑아 연구 자료집과 대표작을 제출해요. 올해 33개국 62명이 후보였어요. 최종 후보 6명 중 다국적 심사위원 12명이 투표로 수상자를 뽑죠.” 그의 작품 가운데 ‘경계 그림책 3부작’으로 불리는 ‘파도야 놀자’(2009년) ‘거울속으로’(〃) ‘그림자놀이’(2010년)를 비롯해 ‘동물원’(2004년) ‘검은 새’(2007년) ‘선’(2017년) ‘심청’(2019년)이 제출됐다.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작품은 전 세계 어린이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무국적’이란 매력은 그의 작품이 세계적 작품으로 발돋움한 원동력이 됐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그림 안에서 아이들이 단서를 얻고 자기만의 서사를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이책의 물성을 적극 활용한 작업도 그의 주특기다. 경계 그림책 3부작은 제본선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활용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종이책 물성과의 놀이는 제 작업 동력이자 목적”이라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책의 물성에 주목한 작가들이 많아졌는데 그중 이수지 작가는 선도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6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될 예정인 ‘See you someday soon’ 역시 종이책의 물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그는 “종이를 오려낸 뒤 구멍 난 창을 통해 뒷장이 보이는 ‘다이컷’ 기법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See…’는 멀리 떨어져 사는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첫 장은 아이가 망원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할머니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에요. 망원경에 뚫린 구멍 사이로 뒷장의 할머니가 보이고요. 각 책장 자체는 아이와 할머니 사이의 장벽이 돼요. 그건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에선 절대 할 수 없는 종이책만의 감각이죠.” 그에겐 ‘해외에서 역수출된 작가’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데뷔작이자 현재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02년)는 영국 런던 캠버웰예술대 석사과정 졸업 작품이다. “제본한 책을 명함처럼 들고 2001년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에 놀러갔어요. 우연히 이탈리아 출판사 코라이니 편집자를 만나 계약까지 이어졌죠. ‘전형적인 그림책 틀을 벗어나도 책을 낼 수 있구나. 맘대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였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지금도 제겐 영감의 소스북이죠.” 2008년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그림책으로 꼽은 ‘파도야 놀자’도 미국에서 먼저 출간돼 유명해졌다. 인터뷰 중간중간 동료 작가들의 축하 꽃다발과 메시지가 쏟아졌다. 몇몇은 장난스럽게 “상금이 얼마냐”고 물었다. 이 작가는 “상금은 없다”며 웃었다. “작가로서 꿈의 영역에 있던 상을 받았는데, 상금 유무는 상관없어요.” 안데르센상 역대 수상자를 보면 그의 말을 수긍하게 된다. ‘윌리’ 시리즈의 앤서니 브라운, ‘삐삐 롱스타킹’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무민’ 시리즈의 토베 얀손,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모리스 센닥 등 세계 어린이책의 역사를 만든 이름이 가득하다. 한편 안데르센상 시상식은 9월 5일부터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서 열리는 제38차 IBBY 국제총회에서 열린다. 이 작가는 덴마크 여왕 메달을 받는다. 이수지 작가는△ 1974년 출생△ 서울대 서양화과 학사, 영국 런던 캠버웰예술대 석사△ 2008년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 선정(‘파도야 놀자’)△ 2010년 〃(‘그림자놀이’)△ 2013년 보스턴글로브 혼 북 명예상 수상(‘이 작은 책을 펼쳐 봐’)△ 2019년 한국출판문화상 수상(‘강이’)△ 2021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수상(‘우로마’)△ 2022년 〃(‘여름이 온다’·사진)△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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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엄마의 엄마의 엄마로부터

    수니의 증조할머니는 고작 일곱 살 때 흑인이란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 노예로 팔려간다. 증조할머니는 자신의 엄마가 준 헝겊 조각 하나를 품에 안고 주인집에서 얻은 바늘과 붉은 색실로 조각보에 달과 별, 그리고 떠나온 길을 수놓으며 살아간다. 훗날 성인이 된 증조할머니는 딸을 낳았고, 그 딸 역시 일곱 살에 노예로 팔려간다. 딸은 자신의 엄마처럼 주인집에서 조각보에 비밀 지도를 수놓으며 커간다. 저자는 미국에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 흑인 여성들의 삶을 헝겊을 이어 붙여야 완성되는 조각보와 연결해 풀어나간다. 일곱 살에 노예로 팔려가 엄마가 보고플 때마다 엄마가 준 헝겊을 얼굴에 대고 숨죽여 울던 흑인 여성들이 자유를 얻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미국 유명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2006년)이다. 세계적인 아동 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재클린 우드슨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했다. 다양한 색감의 조각보를 포함한 화려한 그림은 보는 맛을 더한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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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어떤 옷이 어울리는지 같이 골라볼까?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는 닮고 싶은 사람이자 세상의 전부다. 프레드는 발가벗은 채 집 안 곳곳을 뛰어다닌다. 자기 방 침대에서 뛰다가 복도를 건너 부모님의 안방에 도착한다. 옷장을 열어 아빠의 옷을 살핀다. 아빠가 평소 어떤 옷을 입었는지 떠올리며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꺼내 입어본다. 이번엔 엄마의 옷장 앞에 선 프레드. 엄마의 블라우스와 스카프를 골라 몸에 둘러본다. 화장대 서랍까지 열어 분홍색 립스틱을 얼굴 여기저기에 바른다. 사라진 프레드를 찾아 나선 엄마와 아빠. 한껏 치장한 프레드를 혼내기보단 온화한 미소로 따뜻하게 맞는다. 더 나아가 각종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온 가족이 화장을 하며 몸단장 놀이를 한다. 프레드의 호기심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이보단 부모를 위한 그림책이랄까. 각 장마다 분홍색과 보라색의 화려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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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대문구, ‘메타버스 도서관’ 운영…테마서가 등 온라인서 즐긴다

    서울 동대문구는 가상세계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도서관’을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과 동대문구답십리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메타버스 도서관은 스마트폰에서 제페토 앱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한방, 마음건강 등 주제별 책을 모은 테마서가와 추천도서 목록, 행사소식 등을 접할 수 있다. 미로 찾기를 할 수 있는 게임존, 벚꽃길에서 하는 레이싱 같은 즐길거리도 있다. 서경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도서관운영팀장은 “코로나19로 외출하기가 조심스러운 시기에 주민들이 메타버스 도서관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길 바란다”며 “앞으로 콘텐츠 종류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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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무섭고 힘들 때 으라차차 그 힘은 어디서 솟았을까

    부끄러움이 유독 많은 어린 소 ‘송송이’는 며칠 뒤 열릴 가창시험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하고 싶다. 어느 날, 송송이 앞에 ‘빨간 공’ 하나가 나타난다. 수년 전 마법사 할머니로부터 받은 마법의 빨간 공과 꼭 닮았다. “빨리 가!”라고 외치면 시간을 건너뛰게 해주던 비밀을 지닌 공이었다. 설렘도 잠시…. 마법사 할머니가 일러준 당부의 말이 번뜩 떠오른다.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야 한단다.” 홀로 집을 지키느라 무서움에 떠는 등 피하고 싶은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송송이는 갈등한다. “빨간 공을 써볼까?” 하지만 가창시험에서 빨간 공을 써야 하기에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공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어려운 순간을 곧잘 이겨내며 송송이는 강해진다. 빨간 공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하기 싫은 일을 척척 해내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 송송이의 성장기를 따라 책을 읽어 내려가면 누구나 자신감의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제 10회 다케이 다케오 기념 일본 동화대상의 그림책 부문 대상작이다. 따뜻한 색감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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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 자처한 ‘정치인’ 장관…공직자 정치중립의무 지켜야[광화문에서/김정은]

    “정치인으로 돌아가기 전 자기 홍보를 위한 무리수였다.” 최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잇단 행보를 놓고 많은 이들이 내놓은 평가다. 지난달 17일 황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성과를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황 장관은 해당 간담회 성격에 대해 “특정 예술인을 배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반성의 말씀을 드리는 자리”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 이행협치추진단이 이달 말 백서 발간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것 외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황 장관이 간담회를 연 건 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이틀 뒤였다. 현 정부의 ‘실세 장관’으로 불리는 황 장관이 직접 나서 정권 교체의 발단이 된 원인 중 하나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현 정권의 성과를 부각한 점은 여러 해석을 낳을 여지가 상당했다. 일각에선 그가 정치인 출신이란 점을 들며 비판했고, 황 장관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발표 내용에 알맹이가 없고, 시기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게다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공개 사과와 반성은 전임 장관 때도 숱하게 이뤄졌다. 그의 해명은 여러모로 궁색했다. 닷새 뒤 황 장관은 또다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장관 취임 1년을 돌아보는 자리였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정부 대표로 참석했던 황 장관은 자신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문화 올림픽’을 제안한 사실을 알리고 싶어 했다. 기자들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불거진 중국의 ‘한복 공정’ 논란에 대한 정부 대표로서의 대처에 대해 질문했다. 황 장관은 “중국이 한복은 한국의 것이라 이야기해 항의할 빌미가 없었다”고 답했다. 국민 여론을 대변하기 위해 한복을 입고 갔으며 추운 날씨에 한복을 입어야 했기에 발열 내복을 준비해 갔다는 나름의 ‘생색’도 덧붙였다. 황 장관의 발언을 접한 여론은 들끓었다. 누리꾼은 ‘해명이 궁색하다’ ‘정부의 대응이 이렇게 소극적이니 중국이 한국을 소국(小國)이라 주장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일주일 새 두 번에 걸친 황 장관의 기자간담회는 ‘편 가르기’ ‘선거 개입’ ‘생색내기’ 논란만 낳았다. 황 장관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찾아뵌 인물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꼽았다. 아마도 문화 수장으로서의 역할 등 다양한 조언을 얻고자 선배인 이 전 장관을 찾았을 테다. 이 전 장관은 생전 동아일보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요즘 지식인들은 정치, 경제에 종속됐다. 지식인이 제 역할을 못 하니깐 편 가르기와 진영 싸움판이 되어 버린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지식인을 향한 지적이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식인 및 문화예술인과 관련된 정책을 담당하는 문체부 장관에게도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황 장관은 ‘정치에 종속돼 편 가르기와 진영 싸움판을 만들지 말라’는 이 전 장관의 충고를 새겨듣길 바란다.김정은 문화부 차장 kimje@donga.com}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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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동물 친구들은 알지 ‘다정함’이 무엇인지

    동물원에서 일하는 아모스 할아버지. 다음 날 동물 친구들과 놀러갈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일찍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던 중 깜빡 잠들어버린 할아버지는 결국 동물원행 5번 버스를 놓친다. 동물원까지 먼 길을 터벅터벅 걸어갔지만 끝내 지각한 할아버지는 코끼리 펭귄 코뿔소 부엉이에게 지각한 이유를 설명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던 아모스 할아버지는 깜빡 잠들고 만다. 동물 친구들은 할아버지를 대신해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작은 동물들에게 먹이도 주고, 동물원을 찾은 손님들에게 동물을 보호하는 법을 알려준다. 할아버지는 전날 계획한 스케줄이 작은 실수로 어그러졌지만 동물 친구들의 도움으로 함께 버스를 타고 야외로 나선다. 일상의 균열이 친구들의 다정한 마음으로 메워진 셈이다. 각 장마다 연필 스케치와 목판화로 연출된 그림은 온화하고 따뜻하다. 2011년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로 콜더컷상을 수상한 저자가 내놓은 후속작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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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희 “中에 ‘한복 논란’ 항의할 빌미가 없었다” 논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 공연의 한복 논란에 대해 “정부 대표로서 항의할 만한 빌미가 없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황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이른바 ‘한복 공정’에 대해 “중국 정부가 ‘한복은 한국 것이다’라고 인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 대표로서 항의하기가 애매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 공연에서는 소수 민족의 의상으로 한복이 등장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한 황 장관은 “한국과 중국 간에 김치 한복 등을 둘러싸고 오랜 감정싸움이 있었다.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기 위해 한복을 준비해갔다. 한복을 입고 앉아있는 게 최선이었다”고 덧붙였다. 황 장관의 발언에 대해 누리꾼은 “중국에 한마디도 못 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실망스럽다” “해명이 궁색하다” 등 글을 올리며 거세게 비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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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 여정 다 녹여… 국내 팬들께 다가갑니다”

    피아니스트 김혜진(35·사진)이 다음 달 10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첫 솔로 음반 ‘미로와 MIROIS’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이다. 그는 “제 음악 여정이 여실히 녹아 있는 음반”이라고 했다. 김혜진은 2005년 이탈리아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18세)로 입상(3위)하는 기록을 세웠다.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콜번스쿨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거슈윈, 라벨, 그라나도스의 피아노 솔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공연 전반부는 클레멘티 소나타 작품번호 25의 5번,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 모음집 중 ‘사랑과 죽음’, 쇼팽의 뱃노래 작품번호 60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후반부에는 솔로 앨범의 메인 수록곡인 라벨의 ‘거울’과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들려드리고요.” 김혜진은 음반 발매와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국내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올해 8월 열리는 ‘랑데부 디 무지크’ 실내악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아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함신익과 심포니송’과 함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 협연도 준비하고 있고요. 음악이 가진 위로의 힘과 희망의 메시지를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3만∼6만 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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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마음은 돌아오는 거야

    안나는 겨울이 되면 잔뜩 쌓인 눈을 밟으며 할머니 집으로 간다. 할머니와 안나에게 말을 거는 이웃은 아무도 없다. 어느 날 할머니는 빨간 선물 상자 하나를 준비해 안나와 함께 길을 나선다. 그리고 길에서 처음 만난 숲 해설가 아저씨에게 상자를 건넨다. “상자를 열면 상자 속 선물은 사라질 거예요. 절대 열지 마세요. 행복과 평화가 들어 있어요.” 안나는 할머니에게 상자를 더 만들자고 조르지만, 할머니는 손을 내저으며 답한다. “하나면 충분하단다.” 숲 해설가 아저씨는 가장 친한 친구 굴뚝 청소부에게 상자를 건넨다. 행복과 평화가 담긴 상자는 소중한 이웃들에게 위로와 힘이 돼주는 선물로 전해지며 돌고 돈다. 결국 상자는 집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달려간 안나의 품으로 되돌아온다. 안나는 외친다. “할머니 말이 맞았어요. 하나면 충분해요!” 서먹했던 이웃들이 빨간 선물 상자를 주고받으며 잔잔한 정을 나누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각 장마다 수놓은 파스텔 톤 색감의 그림에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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