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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금전 지원을 통해 우파 유튜버를 관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러한 지원과 가스라이팅을 통해 서부지법 난입 사태가 벌어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전 목사의 지시가 최측근과 유튜버를 거쳐 실제 법원 난동에 가담한 인물에게 전달된 정황도 파악됐다.●경찰 “금전 지원 통해 우파 스피커 지원”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전 목사 등을 5일 압수수색하며 “다수 참고인 진술에 따르면 전 목사는 대형 유튜버인 신혜식 씨(‘신의 한수’ 대표)를 통해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우파 스피커’ 역할을 하는 중간 유튜버들을 관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경찰은 이를 ‘조직적 명령 하달 체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경찰은 신 씨가 서부지법 난동으로 최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모 씨에게 지난해 12월 11일 200만 원을 송금한 계좌 내역을 확인했다. 이 씨는 압수수색 영장에서 ‘우파 스피커’ 중 한 명으로 분류됐다. 경찰은 전 목사가 직접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신 씨를 비롯한 측근을 통해 하달하는 ‘간접 명령 체계’를 구축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또 경찰은 이 씨와 사랑제일교회 간의 연관성도 영장에 명시했다. 교회 측은 이 씨가 특임전도사로 알려지자 “교회는 서울서부지법 사태를 포함한 특정 행동을 지시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경찰은 연관이 있다고 본 것이다.이 같은 구조는 경찰이 영장에서 적시한 “전 목사는 신앙심을 이용한 가스라이팅과 지시에 따른 대가로 금전적 지원을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게 했다”는 판단과도 연결된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전 목사에게 특수건조물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혐의를 적용했다.이에 대해 신 씨는 해당 송금이 특정 명령이나 지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신 씨는 “(200만 원은) 지난해 12월 당시 주최했던 여러 집회에 이 씨 차량을 5, 6회 사용한 것에 대한 사용료”라며 “서부지법 사태 한 달 전에 사용료 및 기름값 등의 명목으로 준 것을 서부지법과 엮는 건 황당하다”고 밝혔다.사랑제일교회 측도 “경찰이 주장하는 ‘종교적 영향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사건 당시 현장에 핵심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기관이 ‘종교적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통해 교회와 집회 주최 측을 음해하려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여론 몰이성 정치 수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수행비서가 난동범과 연락… 경찰 “지시 체계 실체 확인”경찰은 이 씨가 전 목사의 ‘수행비서’로 알려진 남모 씨와 지난해 12월 30일 집회와 관련된 문자 등을 1, 2분 간격으로 주고받은 것을 파악하고 이를 ‘지시 명령 계통 체계’로 봤다. 영장에 따르면 이 씨는 집회 당일 남 씨에게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때문에 차를 대려고 해서 (전광훈) 목사님 연설 끝나면 전달해 달라” “(다른 유튜버들이) 집회를 하라고 목사님께서 허락하셨나봐요?” 등 메시지를 보냈다고 적시했다. 남 씨는 이번 압수수색을 받은 7명의 피의자 중 1명으로, 사랑제일교회의 전도사로 알려졌다.또 남 씨는 같은 날 “목사님께서 신 대표는 알아서 하게 놔두라고” 등의 답변을 보내자 이 씨가 “네네 알겠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즉 남 씨의 지시가 결국 전 목사의 지시로 치환되며 전 목사가 남 씨를 통해 이 씨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이에 대해 사랑제일교회 측은 “국민대회 집회 운영과 진행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에서 주관했으며, 이른바 ‘명령 계통 체계’라는 것도 대국본 내부에서만 이뤄진 사안”이라며 “이 씨나 일부 유튜버는 대국본 운영위원회에 속하지 않으며, 대국본 주요 조직을 운영하는 인사들이 해당 현장에 없었다”고 밝혔다.한편 신 씨와 유튜브 채널 ‘홍철기TV’의 대표 홍철기 씨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에 반발했다. 이들은 당시 타임라인을 설명하며 “(올 1월) 18일 오후 8시 반 법원 앞에서 해산했고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용산구 한남동으로 집회 장소를 옮긴 상태였다”며 “우린 (서부지법 농성 현장이) 위험해보인다고 경찰에도 알려줬다”고 말했다. 또 불법 집회의 배후엔 윤 전 대통령 지지단체 ‘국민변호인단’ 관계자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6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전날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A빌딩에서 발견된 금고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추가로 압수수색했지만, 금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에 대해 사랑제일교회 측은 “원래 교회 물건이고 새 금고라서 아무도 비밀번호를 몰랐다”며 “교회 사람들도 몰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올 1월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해 추종자들에게 사전에 폭력을 수반한 위력행사를 지시 및 명령했다고 경찰이 판단한 내용이 압수수색 영장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전 목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해 공개 발언을 통해 물리력 행사를 유도했고, 이를 따르는 신도들이 그의 지시를 ‘곧바로 실행해야 할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 “영장 발부되면 위력행사하라 지시” 5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유튜브 스튜디오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 목사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전 목사가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등 혐의의 피의자로 명시됐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알려진 윤모 씨, 이모 씨 등에게 폭력 행위를 미리 지시·명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1월 서부지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당직판사가 영장을 발부할 경우 법원을 상대로 폭력을 수반한 위력행사를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 씨와 이 씨는 이달 1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경찰은 또 전 목사가 신앙심과 금전적 지원을 이용한 ‘가스라이팅’ 방식으로 윤 씨 등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폭력을 유도한 정황도 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전 목사는 난동 발생 약 11시간 전 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막기 위해서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겠다”는 취지의 공개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공권력에 저항하라’는 지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전 목사가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경찰은 영장에서 이들과 전 목사와의 관계에 대해 “전광훈은 2021∼2022년경 사랑제일교회 청교도신학원 1, 2기를 차례로 이수한 이 씨와 윤 씨를 특임전도사로 임명했다”고 적시했다. 영장에는 “전광훈은 자신을 선지자로 숭배하며 따르는 신도들이 예배 등에서의 발언을 곧 지시와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절대적으로 따를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압수수색 물품에는 휴대전화, 노트북, 데스크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 목사가 난동을 교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 목사의 통신내역도 압수해 분석 중이다. 경찰 수사 대상에는 ‘일파만파’ 채널 운영자 김수열 씨, 자유통일당 소속 손상대 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혜식 “목사님이 중앙지법 가라”… 지시 전달 정황 경찰은 구독자 163만 명의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 씨 자택도 이날 압수수색했다. 신 씨는 서부지법 난동 전날 인근에서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집회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신 씨가 지난해 12월 15일 집회 참여자들에게 “목사님께서 중앙지법으로 가라고 하셨다, 공지하겠다”고 말한 정황도 확보했다. 다음날인 16일 신 씨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정당한 집회였고, 당시 오히려 ‘폭력 집회는 안 된다’고 말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중앙지법으로 가라고 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해당 연락은 서부지법 사태 한 달 전이었고, 그 이후 사태 2, 3주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도 일제히 혐의를 부인했다. 전 목사는 5일 교회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날(난동 전날) 오후 8시에 미국으로 출국했고, 난동은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났다”며 “난동은 나와 관계없으며 난동자들이 왜 그랬는지 나는 모른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경찰 압수수색은 교회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입장문을 통해서도 “(사랑제일교회는) 서부지법 사태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압수수색에는 전 목사와 일가를 상대로 제기된 ‘돈벌이 집회’ 의혹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 목사 측은 사랑제일교회의 사업 법인 더피엔엘이 운영하는 알뜰폰 업체 ‘퍼스트모바일’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 등을 광화문 집회에서 광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올 1월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관련해 추종자들에게 사전에 폭력을 수반한 위력행사를 지시·명령했다고 경찰이 판단한 내용이 압수수색 영장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전 목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에 반발해 공개 발언을 통해 물리력 행사를 유도했고, 이를 따르는 신도들이 그의 지시를 ‘곧바로 실행해야 할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 “영장 발부되면 위력행사하라 지시”5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유튜브 스튜디오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 목사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전 목사가 특수건조물침입 교사 등 혐의의 피의자로 명시됐다.동아일보가 확보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전 목사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알려진 윤모 씨, 이모 씨 등에게 폭력 행위를 미리 지시·명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1월 서부지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당직판사가 영장을 발부할 경우 법원을 상대로 폭력을 수반한 위력행사를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 씨와 이 씨는 이달 1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경찰은 또 전 목사가 신앙심과 금전적 지원을 이용한 ‘가스라이팅’ 방식으로 윤 씨 등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폭력을 유도한 정황도 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전 목사는 난동 발생 약 11시간 전 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막기 위해서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겠다”는 취지의 공개 발언을 했는데, 이것이 ‘공권력에 저항하라’는 지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전 목사가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영장에는 “전광훈은 자신을 선지자로 숭배하며 따르는 신도들이 예배 등에서의 발언을 곧 지시와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절대적으로 따를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압수수색 물품에는 휴대전화, 노트북, 데스크탑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 목사가 난동을 교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 목사의 통신내역도 압수해 분석 중이다. ● 신혜식 “목사님이 중앙지법으로 가라고”…지시 전달 정황경찰은 구독자 163만 명의 우파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 씨 자택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신 씨가 지난해 12월 15일 집회 참여자들로부터 다음날 일정 관련 질문을 받자, “목사님께서 중앙지법으로 가라고 하셨다”, “공지하겠다”고 말한 정황을 확보했다. 전 목사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난동 전날 마무리는 신 대표가 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대상에는 ‘일파만파’ 채널 운영자 김수열 씨, 자유통일당 소속 손상대 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측은 일제히 혐의를 부인했다. 전 목사는 5일 교회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날(난동 전날) 오후 8시에 미국으로 출국했고, 난동을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났다”며 “난동은 나와 관계없으며 난동자들이 왜 그랬는지 나는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교회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교회 측 변호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향후 대응팀을 꾸려서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랑제일교회는) 서부지법 사태와 무관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신 대표는 미신고집회 혐의에 대해 “정당한 집회였고, 당시 오히려 ‘폭력 집회는 안된다’고 말렸다”고 해명했다.한편 이번 압수수색에는 전 목사와 일가를 상대로 제기된 ‘돈벌이 집회’ 의혹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 목사 측은 사랑제일교회의 사업 법인 더피엔엘이 운영하는 알뜰폰 업체 ‘퍼스트모바일’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 등을 광화문 집회에서 광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불법 체류자들이 찾아와 휴대전화 개통하는 방법을 자주 물어봐요.” 1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만난 매장 직원은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본인 인증이 안 돼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다니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가리봉동 일대에서 둘러본 휴대전화 대리점 앞엔 중국어 광고 문구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었다. 최근 경찰은 이곳 일대에서 불법 체류자 여권으로 대포폰을 개통하는 통신 대리점이 있는지 실태 조사에 나섰다.● 버젓이 ‘불법 여권 카드 개통’ 광고 걸어 지난달까지만 해도 이곳 일대에선 입구에 ‘불법 여권으로 카드 개통(非法护照开卡)’이라는 중국어 광고 문구를 붙여 놓은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잡(卡)은 카드를 뜻하지만, 휴대전화 대리점에선 대포폰에 사용되는 ‘불법 유심카드’를 뜻한다고 한다. 이날 구로동에서 만난 한 중국동포 남성은 “불법 체류자를 상대로 (휴대전화 유심) 카드 개통을 안내하는 곳이 있다”고 했다. 불법 여권을 통한 휴대전화 개통 문제는 지난달 24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증폭됐다. 아이돌 그룹이 경찰과 함께 가리봉동 일대를 순찰하는 동영상에서 한 휴대전화 대리점 매장의 ‘불법 여권으로 카드 개통’ 광고 문구가 노출됐다. 체류 기간이 지난 불법 체류자의 여권으로 대포폰을 개통해 주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이 나왔다. 해당 매장은 광고 문구를 설명해 달라는 본보 요청을 거부했다. 논란이 일자 경찰은 업체를 직접 방문해 문제가 된 광고판을 직접 떼어냈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28일부터 관내 모든 통신 대리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과 첩보 수집을 통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온라인에서도 여권 명의 거래 성행이 같은 불법 대포폰 영업이 온라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텔레그램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 온라인에 ‘외국인 여권 판매’, ‘여권 판매’ 등을 검색해 보니 ‘외국인 여권 팝니다’, ‘XX(지역명) 외국인명의거래’ 등의 문구로 불법 여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비대면으로 대포폰 개통 가능’이라는 광고도 있다. 불법으로 사들인 여권으로 대포폰을 개통하는 수법이다. 실제 5월 광주지법에선 텔레그램을 통해 외국인 개인정보 유통업자로부터 여권사진 파일을 내려받아 대포폰을 개통한 2명이 각각 1년 8개월,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외국인 여권 사진 등 개인 정보를 1개당 2만∼3만 원에 구입해 전송받은 뒤 이를 대포유심을 개통하는 데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외국인 명의로 대포폰을 마련했다가 적발된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23년 2903건에서 지난해 7만1416건으로 24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대포폰 적발 건수도 3만577건에서 약 3.2배인 9만7399건으로 증가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유효하지 않은 신분증으로 통신 서비스를 개통하거나 이를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위조 여권 소지 등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 측은 불법 유심 적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통사 유통은 이통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통신사 대리점과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판매점으로 나뉘는데, 판매점의 일탈은 이통사가 아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담당하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위법한 행위가 확인될 경우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서울 한복판에 내걸린 불법 유심 판매 광고가 유튜브 예능을 통해 우연히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체류 기간이 지난 불법 체류자의 여권을 통해 대포폰을 개통하는 방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불법 유심 개통을 위한 외국인 명의 거래 광고가 넘쳐나고 있어 관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튜브 통해 드러난 ‘불법폰’ 광고불법 유심 광고 논란은 지난달 24일 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서 시작됐다. 아이돌 그룹 ‘빌리’의 멤버 츠키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를 순찰하는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한 휴대폰 대리점 매장에서 중국어로 ‘불법 여권으로 카드 개통(非法护照开卡)’이라는 문구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자 ‘卡’는 카드만을 뜻하지만, 휴대전화 대리점에 걸린 광고라는 점을 생각할 때 대포폰에 사용되는 불법 유심카드임을 유추할 수 있다. 영상이 게재된 이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네티즌 등에 의해 논란이 일자 경찰은 업체를 직접 방문해 문제가 된 광고판을 직접 떼어냈다. 현장에서 직접 불법 행위나 피해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1일 직접 찾아간 가리봉동 현장에서도 문제가 된 광고는 이미 제거돼 있었다. 구로동, 대림동 일대에 있는 32개 업체에도 비슷한 광고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다만 여전히 불법 개통 휴대전화를 찾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구로동의 한 대리점 직원은 “가끔 불법체류자 몇 명이 찾아와 휴대폰 개통을 문의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명의 거래불법 신분증을 통한 휴대전화 개통 시도는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텔레그램, 웨이보(중국 SNS) 등 온라인에 ‘외국인 여권 판매’, ‘여권 판매’ 등을 검색해본 결과 ‘외국인 여권 팝니다’, ‘XX(지역명)외국인명의거래’ 등의 문구로 불법 여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해당 광고에는 ‘비대면으로 대포폰 개통 가능’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불법으로 거래한 여권으로 대포폰을 개통하려는 이들을 노린 광고였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유효하지 않은 신분증으로 통신 서비스를 개통하거나 이를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위조 여권 소지 등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5월 광주지법에선 텔레그램을 통해 외국인 개인정보 유통업자로부터 여권사진 파일을 내려받아 대포폰을 개통한 2명이 각각 1년 8개월,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다만 이동통신사 측은 불법 유심 적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통사 유통은 이통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통신사 대리점과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판매점으로 나뉘는데, 판매점의 일탈은 이통사가 아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담당하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 여권을 통한 대포폰 개통 단속에 나섰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28일부터 관내 모든 통신 대리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 및 첩보 수집 등을 통한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 위법한 행위가 확인될 경우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경찰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에 대한 횡령, 배임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참여연대 등 10개 시민단체가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을 접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였던 티브로드 지분을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2000억 원의 이득을 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전 회장과 일가가 사실상 소유·운영하던 티시스의 휘슬링락 골프장 회원권을 협력업체에 구매하도록 유도했다는 혐의로도 고발됐다. 참여연대 등은 2022년 7월과 2023년 4월에도 비슷한 고발장을 검찰에 낸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지연되자 이달 16일 경찰에 재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검찰이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발 단체들은 재고발 과정에서 최근 태광산업이 318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 점에 대해서도 ‘세습 목적이 보인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에 대한 교환사채 발행을 의결했지만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초 발행을 중단한 바 있다. 태광그룹 측은 고발 혐의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태광그룹 측은 앞서 “교환사채 발행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상의 판단”이라며 “지배구조 강화 및 경영 세습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미진한 검찰 수사를 두고 고발 단체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경찰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횡령, 배임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참여연대 등 10개 시민단체가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을 접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였던 티브로드 지분을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2000억 원의 이득을 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전 회장과 일가가 사실상 소유·운영하던 티시스의 휘슬링락 골프장 회원권을 협력업체에 구매하도록 유도했다는 혐의로도 고발됐다.참여연대 등은 2022년 7월과 2023년 4월에도 비슷한 고발장을 검찰에 낸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지연되자 이달 16일 경찰에 재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검찰이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고발 단체들은 재고발 과정에서 최근 태광산업이 3186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 점에 대해서도 ‘세습 목적이 보인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에 대한 교환사채 발행을 의결했지만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초 발행을 중단한 바 있다.태광그룹 측은 고발 혐의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태광그룹 측은 앞서 “교환사채 발행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상의 판단”이라며 “지배구조 강화 및 경영 세습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미진한 검찰 수사를 두고 고발 단체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서울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30대 남성은 직장 동료 여러 명과 함께 ‘꼴통 나가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다. 회사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원들을 골라 단체방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남성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신고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건) 당시 회사에서 섭외한 노무법인 측이 회사에 유리한 측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현행법상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괴롭힘을 입증하도록 한 ‘셀프 조사’ 방식 탓에 제대로 된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나 회사 측이 피해자와 분리될 수 있는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자의 피해 입증, 사용자가 해야”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사용자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및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야 한다. 자체 조사도 병행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무법인 등을 통한 대리인이 조사를 진행한다. 문제는 전적으로 회사에 의해 대리인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입증될 경우 회사의 피해가 불가피한데 회사가 선임해 비용을 지불하는 노무법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 노무사는 “(선임된) 대리인이 고용인인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셀프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헀다. 가해자가 대표일 때도 ‘셀프 조사’가 진행된다. 과거 괴롭힘 당사자가 사업주나 대표이사, 친족일 경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이를 직접 조사해야 했지만 2023년 규정이 변경돼 사용자의 자체 조사 병행 문구가 추가됐다. 심 노무사는 “(서류상) 병행이지만 실제론 노무법인 혼자 입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 규정대로라면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셀프 조사’ 대상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는 매년 늘어… “객관적 조사 구조 필요”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5823건이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2253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직장갑질119의 신고 건수도 이달 25일 기준 올해에만 1439건에 달한다. 이정동 노무사는 “감수성 변화로 인한 신고 증가는 물론이고 직장 갑질 자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캐나다 퀘벡주에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공적 외부 기관(CNESST)이 주도해 사실 조사를 진행하며 재판까지 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개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1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제거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문가 및 고용부 관계자 등이 포함된 위원회 운영 등도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인력 확충 등 현실적인 문제 탓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노무사는 “현재 고용부 근로감독관 규모로는 접수된 신고만 처리하기에도 부족하다”며 “업무 부하를 줄이는 방법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부 외부에 독립된 조직을 만들어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행정부 차원에서 객관성이 담보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용부 근로감독관 외 별도 형태의 조직을 구성해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서울 중소기업에 다니는 한 30대 남성은 직장 동료 여러 명과 함께 ‘꼴통 나가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다. 회사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원들을 골라 단체방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남성은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로 신고했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건)당시 회사에서 섭외한 노무법인 측이 회사에게 유리한 측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최근 국회의원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둘러싼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현행법상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괴롭힘을 입증하도록 한 ‘셀프 조사’ 방식 탓에 제대로 된 피해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해자나 회사 측이 피해자와 분리될 수 있는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자의 피해 입증, 사용자가 해야”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사용자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및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야 한다. 자체 조사도 병행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무법인 등을 통한 대리인이 조사를 진행한다.문제는 전적으로 회사에 의해 대리인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입증될 경우 회사의 피해가 불가피한데 회사가 선임해 비용을 지불하는 노무법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준형 노무사는 “(선임된) 대리인이 고용인인 회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셀프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헀다.가해자가 대표일 때도 ‘셀프 조사’가 진행된다. 과거 괴롭힘 당사자가 사업주나 대표이사, 친족일 경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이를 직접 조사해야 했지만 2023년 규정이 변경돼 사용자의 자체 조사 병행 문구가 추가됐다. 심 노무사는 “(서류상) 병행이지만 실제로는 노무법인 혼자 입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 규정 대로라면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셀프 조사’ 대상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는 매년 늘어…“객관적 조사 가능한 구조 필요”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5823건이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만2253건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직장갑질119의 신고 건수도 이달 25일 기준 올해에만 1439건에 달한다. 이정동 노무사는 “감수성 변화로 인한 신고 증가는 물론 직장 갑질 자체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캐나다 퀘벡주에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공적 외부기관(CNESST)이 주도해 사실조사를 진행하며 재판까지 대리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국내에서도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사용자의 조사 의무를 제거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문가 및 고용부 관계자 등이 포함된 위원회 운영 등도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인력 확충 등 현실적인 문제 탓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노무사는 “현재 고용부 근로감독관 규모로는 접수된 신고만 처리하기에도 부족하다”며 “업무 부하를 줄이는 방법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고용부 외부에 독립된 조직을 만들어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행정부 차원에서 객관성이 담보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용부 근로감독관 외 별도 형태의 조직을 구성해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사건이 충격을 안긴 가운데, 비슷한 세대 남성의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생계형이나 경범죄 위주였던 범죄 성격도 최근엔 폭력, 방화, 성범죄 등으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른바 ‘육대남’으로 불리는 60대 남성들이 은퇴 후 겪는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 등이 대인관계 문제 등 사소한 갈등과 맞물려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년 새 12% 증가… 늘어나는 60대 범죄경찰청에 따르면 강력·폭력 범죄를 저지른 60대 남성 피의자는 2018년 2만6587명(강력 2024명, 폭력 2만4563명)에서 2022년 2만9788명(강력 2373명, 폭력 2만7415명)으로 12% 늘었다. 법무부 조사를 보면 전체 수형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 9.5%에서 지난해 17.5%로 증가했다. 수형자 중 남성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60대 이상 인구는 2015년 약 460만 명에서 2022년 약 700만 명으로 52.2%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형자 수는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성범죄도 예외는 아니다. 경찰 조사 결과 2018년 1756명이던 60대 남성 성범죄자는 2022년 204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 중 60대가 피의자인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봉천동 화염방사기 사건’은 4월 21일 층간소음 갈등 끝에 60대 남성이 직접 제작한 화염방사기로 이웃집에 불을 지른 케이스다. 5월 ‘지하철 방화 사건’ 역시 60대 원모 씨가 서울 지하철 5호선 객차에 불을 지른 것으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달 12일에는 전 여자친구에 대한 스토킹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60대 남성이 전 연인을 다시 찾아가 살해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은퇴 이후 상실감, 좌절이 공격성으로 전이” 전문가들은 60대 남성의 범죄 증가 원인으로 ‘상실감’을 공통적으로 지목한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60대 남성은 베이비붐 세대의 일원으로 한국 사회의 중추였지만, 은퇴 후 사회적 지위를 잃고 역할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쉽게 무력감을 느낀다. 지위 변화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60대 남성 인구는 약 387만 명으로, 젊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왕성한 나이인 30대 남성(347만 명)보다 많다. 현재의 60대는 1958∼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1990년대 경제 호황기에 사회 핵심층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경제 기반이 흔들렸다. 이후 2010년대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은퇴 시기를 맞았고, 다수는 무직이 되거나 비정규·단기 일자리로 옮겨갔다. 은퇴 후 남은 삶의 시간도 60대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한다. ‘건강한 60대’라는 인식이 오히려 심리적 괴리감을 키운다는 것. 김 교수는 “‘몸은 멀쩡한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다’는 생각이 고립감과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생존한 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동시에 부양하는 역할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21일 발생한 조모 씨(62)의 사제 총기 살인 사건도 60대 남성의 심리적 박탈감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씨는 20여 년 전 이혼한 전처가 사업적으로 성공한 데 대해 열등감을 느꼈으며, 가족 갈등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5호선에 불을 지른 원 씨 역시 “이혼 소송에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60대는 사회적 역할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기”라며 “이런 전환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사소한 갈등도 자존심 문제로 비화돼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대다수 60대는 심리건강 지켜내, 지원책은 강화해야” 하지만 이 같은 60대의 상실감을 범죄와 관련된 ‘위험 신호’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60대 대다수는 상실감을 겪어도 자기 관리를 통해 심리적 건강을 지켜내고 일자리를 찾는 등 어떻게든 가족과 사회에 기여하려 한다”며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60대 남성들의 범죄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들 세대의 심리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복지 및 일자리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은퇴 후에도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관계망이 절실하다”며 “단순한 일자리 제공이 아니라, 대화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60대 남성의 심리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상담 인프라 구축과 심층 연구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온라인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부동산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수억 원대 돈을 가로 챈 일당이 붙잡혔다. 피해자는 대부분 사회 초년생으로 50여 명에 이른다.서울 마포경찰서는 당근마켓 허위 매물 사기 피의자 30대 남성 2명을 7일 붙잡아 16일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해외에 기반을 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매물 주소와 공동현관 비밀번호, 세대 출입문 비밀번호 등을 제공받은 후 허위 매물을 당근마켓에 올리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허위 공인중개사 명함과 대포 물건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 일당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당근마켓에 매물을 올려놓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공인중개사를 사칭해 접근했다. ‘임장’(현장 방문)을 원하는 이들에겐 “일정이 바쁘니 알아서 방을 보라”며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제공했다. 피해자들은 이후 비대면으로 방을 계약하면서 계약금 명목으로 100만~20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피의자에게 건넸다. 일부 피해자는 잔금까지 전액 지급했으며 입주까지 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허위 매물과 비밀번호를 알아낸 경위 등 자세한 범행 수법을 조사하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총 51명이며 피해 금액은 3억5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포서 관계자는 “추가 포렌식 등 조사가 확대되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주로 사회초년생인 20~30대로 알려졌다.이들 일당은 피해 금액을 돌려달라는 여성 피해자에게 합성 음란사진을 보여주며 이를 유포하겠다는 협박하기도 했다. 사진 제작에는 합성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범죄 조직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논 700평을 덮쳤어요.”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진한 씨(79)는 눈물부터 훔쳤다. 그는 “자식처럼 키운 콩과 벼가 망가져 언제 피해 복구가 가능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한반도를 덮친 ‘괴물 폭우’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산청군에선 농업·축산업 종사자들의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경기 가평군 역시 여름철 성수기에 수해 피해를 입어 관광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19일 이후 산청군에서는 호우로 인한 농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시천면 주민 손경모 씨는 “(이번 수해로) 1200평 딸기밭을 모두 날리고 곶감 농사가 수해를 입는 등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추석에 팔 작물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전봇대 파손으로 인한 단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현재도 비가 계속 내리면서 전력 복구가 지연됐다. 같은 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정기호 씨(61)는 “양봉장 냉장시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벌에게 줄 먹이가 모두 상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산청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 전체 취업자의 56%가 농업·임업·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평군은 여름철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 MT, 수상레저, 골프장 등 여름철에 수익이 집중되는 업종이 많은 만큼, 피해 규모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21일 광주시, 전북도, 전남도, 경남도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특교세) 55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17일에는 경기도와 충남도에 25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특교세는 재난 등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이다. 행안부는 지자체에 예비비와 재난관리기금 등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활용해 구호 물품 지원과 임시 주거시설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 지원은 세제 감면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침수되거나 파손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자동차세가 면제되며, 멸실·파손된 주택·축사·농기계·차량을 새로 취득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가 면제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민은 지방세 감면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지방소득세와 취득세 납부 기한이 최대 1년까지 연장되고, 지방세 체납액에 대한 징수도 유예된다.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요금 등 생활요금 감면도 가능하다. 금융 지원도 병행된다. 행안부는 지역 새마을금고와 협력해 피해 가구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1년 이내) △원리금 상환 유예(6개월 이내) △긴급자금 대출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자원봉사단도 현장에 투입된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지역 자원봉사센터는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구성해 이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하며 대응 체계를 복구 중심으로 전환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3대 국민운동 단체와도 협력해 피해 지역의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나설 계획이다.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산청=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가평=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논 700평을 덮쳤어요.”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진한 씨(79)는 눈물부터 훔쳤다. 그는 “자식처럼 키운 콩과 벼가 망가져 언제 피해 복구가 가능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한반도를 덮친 ‘괴물 폭우’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산청군에선 농업·축산업 종사자들의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경기 가평군 역시 여름철 성수기에 수해 피해를 입어 관광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19일 이후 산청군에서는 호우로 인한 농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시천면 주민 손경모 씨는 “(이번 수해로)1200평 딸기밭을 모두 날리거나 곶감 농사가 수해를 입는 등 한 해 농사를 망쳤다. 추석에 팔 작물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전봇대 파손으로 인한 단전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현재도 비가 계속되면서 전력 복구가 지연됐다. 같은 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정기호 씨(61)는 “양봉장 냉장시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벌에게 줄 먹이가 모두 상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산청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 전체 취업자의 56%가 농업·임업·어업에 종사하고 있다.가평군은 여름철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 MT, 수상레저, 골프장 등 여름철에 수익이 집중되는 업종이 많은 만큼, 피해 규모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한편 행정안전부는 21일 광주시, 전북도, 전남도, 경남도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특교세) 55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17일에는 경기도와 충남도에 25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특교세는 재난 등으로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이다.행안부는 지자체에 예비비와 재난관리기금 등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활용해 구호 물품 지원과 임시 주거시설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 지원은 세제 감면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침수되거나 파손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자동차세가 면제되며, 멸실·파손된 주택·축사·농기계·차량을 새로 취득할 경우 취득세와 등록면허세가 면제된다.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주민은 지방세 감면 혜택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지방소득세와 취득세 납부 기한이 최대 1년까지 연장되고, 지방세 체납액에 대한 징수도 유예된다.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요금 등 생활요금 감면도 가능하다.금융 지원도 병행된다. 행안부는 지역 새마을금고와 협력해 피해 가구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1년 이내) △원리금 상환 유예(6개월 이내) △긴급자금 대출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자원봉사단도 현장에 투입된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지역 자원봉사센터는 ‘통합자원봉사지원단’을 구성해 이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하며 대응 체계를 복구 중심으로 전환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3대 국민운동단체와도 협력해 피해 지역의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나설 계획이다.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산청=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가평=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나이 드신 할머니가 바위 위에 앉아 비를 맞으면서 떨고 있는 모습에 너무 황망했죠. 더 큰 피해가 없어서 다행입니다.”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병정마을에서 만난 현대환 씨(28)는 산사태로부터 94세 친할머니를 구하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병정마을 토박이인 현 씨는 폭우가 쏟아지던 19일 아침 산사태로 집 밖에 떠밀려나온 할머니를 구조해 119로 인계했다.당시 집 2층에 있던 현 씨는 오전 9시 20분 경 비가 너무 많이 와 집 근처 상황을 파악하려 집 앞 내리막길로 나왔다. 부모님과 누나가 모두 집밖을 나가 집에는 현 씨와 할머니밖에 없던 상황, 순간적으로 ‘쿠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토사와 바위, 자갈 등이 현 씨의 집을 덮쳤다. 현 씨 역시도 하반신이 순식간에 밀려온 토사에 빠져 버렸다.뻘밭에서 빠져나온 현 씨의 눈에 보인 것은 바위 위에 앉아있던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비탈길에 위치한 현 씨의 집은 아래로부터 차고, 2층집이 있었는데, 1층에 있던 할머니가 산사태를 맞으며 침대와 함께 차고로까지 굴러떨어진 것. “(할머니가) 온 몸에 진흙은 덮어쓴데다 머리에는 자갈을 맞아서 피를 흘리고 있었죠. 노인분이 추위에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 상황을 돌이켜보던 현 씨는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현 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지만 폭우로 도로 곳곳이 끊겨 최소 20~30분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50m 거리의 마을회관 평상으로 할머니를 옮겨 씻기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이 부른 119 구급차가 마을 입구에 도착한 것을 발견했다. 현 씨는 곧바로 할머니를 업고 700m 거리의 빗속을 뛰어 119 구조대에 할머니를 인계했다. 현 씨의 빠른 조치 덕분에 할머니는 인근 진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찰과상과 갈비뼈 골절 2개를 제외하곤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 현 씨는 “(빗속에) 더 오래 있었다가는 할머니가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고 말했다.다만 할머니를 구했음에도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다. 수마가 집을 쓸어간데다 현 씨의 가업이던 벼농사도 이번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현 씨의 고향 병정마을도 여전히 일부 지역에는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고 있지 않다.현 씨는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착잡하다”고 답했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떻게든 살아가야지요”.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30m 앞에서 ‘살려주이소, 좀 살려주이소’ 소리쳐서 어찌든 도울라꼬 움직이려는 찰나에 산 한 개만 한 흙더미하고 바위가 확 몰아쳐서 계곡 따라 쏟아지더니 그 자리 집을 그냥 통째로 쓸어가뿌리는기라.” 20일 오전 8시 반경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마을 산사태 현장 인근에서 만난 황산 스님(62)이 전날 산사태로 이웃 주민들을 상당수 잃었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장대비가 쏟아진 지 5분도 안 돼 암자 옆 컨테이너와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가 토사에 휩쓸려 수십 m 떠내려갔다”며 “좀 시간이 있었다면 이웃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청에선 이번 폭우로 총 10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눈앞에서 ‘살려 달라’고 하는데도 못 구해 이날 오전 찾은 내리마을은 산사태 당시 처참한 상황 그대로였다. 매몰 주택 마당에는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가 찌그러져 있었고, 집은 포탄을 맞은 듯이 한중간이 움푹 파인 상태였다. 마당엔 성인 무릎 높이의 펄이 가득해 발이 쉬이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내리마을에선 전날 오전 10시 46분경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40대 남성 1명과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여성의 남편인 70대 남성만 대피할 곳을 찾기 위해 이동했다가 구조됐다. 사망자는 장모와 사위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갑자기 벌어진 산사태에 미처 피할 새도 없이 휩쓸렸다. 한 주민은 “1명은 화장실을 향하던 길에, 마당에 있던 다른 1명은 허리 높이까지 몸이 빠친 채로 빠져나오려다 미처 움직일 수 없게 돼 매몰됐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도로 곳곳이 끊기며 소방당국이 제때 출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민들은 “소방대원들이 우회로로 빙빙 돌아오는 동안 살아남은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 주민은 “‘살려 달라’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구할 수 없어 마음이 찢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759mm 비, 사상 첫 ‘전 군민 대피령’ 내렸지만… 이날 역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도 곳곳에 진흙과 건물 잔해가 가득했다. 도로와 교량은 끊겨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마을에서는 축사를 운영하던 70대 부부가 사망했다. 인근 부모님 식당에서 부모님을 도우며 작가를 꿈꾸던 20대 여성도 숨졌다. 강민정 씨(53)는 “돌아가신 분들 모두 들어봤거나 아는 사람들이다. 특히 한 분은 어제까지도 ‘옷이 예쁘다’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사람인데 갑작스레 돌아가시니까 너무 허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산청에는 16일부터 4일간 지난해 전체 강수량의 절반이 넘는 759mm의 비가 내렸다. 군은 산청읍에서 산사태가 난 직후인 오후 ‘전 군민 대피령’을 내렸다. 단일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전 지역을 대상으로 대피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전 10시 20분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가 1시간 뒤 2단계를, 같은 날 오후 1시부터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피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전 군민 대피령을 내리기 전에 이미 사망자 및 실종자 다수가 발생한 상황인 점을 근거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민 대피령은 19일 오후 1시 50분경 내려졌지만 이미 산청읍에선 산사태로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였다.● 3월 화마-7월 수마 겹친 산청군 3월 역대 최악의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산청군은 넉 달 만에 수마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군 전체가 큰 실의에 빠졌다. 1600여 가구, 2100여 명이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산불로 산림이 훼손되고 나무를 베어내면서 수마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천면에서 만난 주민 손경모 씨는 “올봄 산불 때문에 마을 전체가 아직도 난리도 아닌 상황인데 비 피해까지 갑작스레 닥치니 마을 주민 전체가 한마디로 ‘멘붕’(멘털 붕괴)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산청읍 내리마을 앞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산청에 평생 살면서 한 해에 불난리와 물난리가 동시에 난 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것도 처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산청읍 주민 송모 씨(63)는 “눈앞에서 사람이 살려 달라고 하는 걸 보고 트라우마에 걸려서 정신안정센터로 가신 분도 계시고 지체장애인인 주민이 가까스로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산청=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0미터 앞에서 ‘살려주이소, 좀 살려주이소’ 소리쳐서 어찌든 도울라꼬 움직이려는 찰나에 산 한 개만한 흙더미하고 바위가 확 몰아쳐서 계곡 따라 쏟아지더니 그 자리 집을 그냥 통째로 쓸어가뿌리는기라.”20일 오전 8시 반경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 마을 산사태 현장 인근에서 만난 황산 스님(62)이 전날 산사태로 이웃주민들을 상당수 잃었다며 망연자실해하고 말했다. 그는 “장대비가 쏟아진 지 5분도 안 돼 암자 옆 컨테이너와 집 채만한 바위덩어리가 토사에 휩쓸려 수십 미터 떠내려 갔다”며 “좀 시간이 있었다면 이웃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청에선 이번 폭우로 총 10명이 사망하고 4명 실종됐다.● 눈 앞에서 ‘살려달라’고 하는데도 못 구해이날 오전 찾은 내리 마을은 산사태 당시 처참한 상황 그대로였다. 매몰 주택 마당에는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가 찌그러져 있었고, 집은 포탄을 맞은 듯이 한중간이 움푹 패인 상태였다. 마당엔 성인 무릎 높이의 뻘이 가득해 발이 쉬이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내리 마을에선 전날 오전 10시 46분경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40대 남성 1명과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여성의 남편인 70대 남성만 대피할 곳을 찾기 위해 이동했다가 구조됐다. 사망자는 장모와 사위 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갑자기 벌어진 산사태에 미처 피할 새도 없이 휩쓸렸다. 한 주민은 “1명은 화장실을 향하던 길에, 마당에 있던 다른 1명은 허리 높이까지 몸이 빠친 채로 빠져 나오려다 미처 움직일 수 없었던 상황에 매몰됐다”라고 말했다. 산사태로 도로 곳곳이 끊기며 소방당국이 제때 출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민들은 “소방대원들이 우회로로 빙빙 돌아오는 동안 살아남은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 주민은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구할 수 없어 마음이 찢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759mm 비, 사상 첫 ‘전 군민 대피령’ 내렸지만…이날 역시 산사태 피해를 입은 산청읍 부리 내부 마을도 곳곳에 진흙과 건물 잔해가 가득했다. 도로와 교량은 끊겨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마을에서는 축사를 운영하던 70대 부부가 사망했다. 인근 부모님 식당에서 부모님을 도우며 작가를 꿈꾸던 20대 여성도 숨졌다. 강민정 씨(53)는 “돌아가신 분을 모두 들어봤거나 아는 사람들이다. 특히 한 분은 어제까지도 ‘옷이 예쁘다’라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인데 갑작스레 돌아가니까 너무 허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산청에는 16일부터 4일간 지난해 전체 강수량의 절반이 넘는 759mm의 비가 내렸다. 군은 산청읍에서 산사태가 난 직후인 오후 ‘전 군민 대피령’을 내렸다. 단일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전 지역을 대상으로 대피를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전 10시 20분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가 1시간 뒤 2단계를, 같은 날 오후 1시부터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피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일각에선 전 군민 대피령을 내리기 전 이미 사망자 및 실종자 다수가 발생한 상황인 점을 근거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주민 대피령은 19일 오후 1시 50분 경 내려졌지만, 이미 산청읍에서 산사태로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였다.● 3월 화마-7월 수마, “어떻게 살란 말인가” 3월 역대 최악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산청군은 넉 달만에 수마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군 전체가 큰 실의에 빠졌다. 1600여 가구, 2100여 명이 임시 대피한 대피소에서는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새어나왔다. 산불로 산림이 훼손되고 나무를 베어내면서 수마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시천면에서 만난 주민 손경모 씨는 “올 봄 산불 때문에 마을 전체가 아직도 난리도 아닌 상황인데 비 피해까지 갑작스레 닥치니 마을 주민 전체가 한 마디로 ‘멘붕’(멘탈붕괴)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산청읍 내리 마을 앞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산청에 평생 살면서 한 해에 불난리와 물난리가 동시에 난 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은 것도 처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산청읍 주민 송모 씨(63)는 “눈 앞에서 사람이 살려달라고 하는 걸 보고 트라우마에 걸려서 정신안정센터로 가신 분도 계시고 지체장애인인 주민이 가까스로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기도 했다”라며 “하늘이 참 무심하다”고 말했다.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산청=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에 합숙소를 차리고 복싱·유도 선수 출신 조직원을 모아 도박 사이트 등을 운영해 온 폭력조직(조폭) ‘진성파’가 경찰에 일망타진됐다. 서울에서 조직범죄 형태의 조폭이 검거된 건 2004년 ‘연합새마을파’ 이후 21년 만이다. 사라진 줄 알았던 조폭이 가상화폐(코인) 자금 세탁과 대포 유심 유통 등 온라인 지하경제를 발판 삼아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단체로 흉기 훈련을 벌이고, 위계와 강령을 따르는 등 운영 방식은 전형적인 영화 속 조폭을 연상케 했다.● “이탈자는 손가락 절단”… 합숙소서 흉기 연습도 17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진성파 조직원 39명을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집단 구성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두목 역할을 한 행동대장 40대 A 씨 등 9명은 구속했고, 해외에 체류하는 조직원 2명은 수배 중이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명확한 위계와 서열이 있는 조폭으로, 자체 강령을 통해 조직을 운영했다. 강령은 “이탈자는 손가락을 자른다” “선배의 말을 이행하지 않으면 ‘빠따(매)’를 맞는다” 등 복종을 강요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선배와 대화 시 반드시 ‘형님’이라는 호칭과 ‘다나까체’(경어체)를 써야 한다. 운전 시 미리 “좌회전하겠습니다, 형님”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사업(범죄) 관련 대화를 나눈 후에는 텔레그램 자동삭제 기능을 활용한다” 등 수사를 피하기 위한 행동 요령도 포함했다. 이들은 배우 조인성 주연의 영화 ‘비열한 거리’에 나올 법한 합숙소를 운영하며 조직원을 관리했다. 복싱·유도 등 투기 종목 선수나 고등학교 ‘짱(싸움꾼)’ 출신 조직원을 모아 금천구의 숙소에서 공동 생활을 시킨 것. 조직원 경조사 시 검은 양복을 입은 채 한 줄로 도열하는 이른바 ‘병풍’을 하거나 생수 통을 세워놓고 칼로 찌르는 등 흉기 사용법을 연습하기도 했다. 흉기와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비상 타격대’를 두고 무력 충돌에 대비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조직원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주거나 도피 자금을 제공해 감시망을 피했다. ● 코인 세탁-온라인 도박으로 돈벌이 진성파의 등장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2000년대 초반에 명맥이 끊긴 것으로 보였던 조폭이 온라인 도박 등 지하경제를 업고 다시 세를 불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명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조폭이 등장했지만, 또래 친구들로 모인 점조직 형태에 그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조직범죄 형태의 조폭에 해당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진성파는 1980년대 참 진(眞), 별 성(星) 자를 따서 학교폭력 서클로 출발했다. 1990년대에는 유흥업소 갈취로, 2000년대에는 도박장 및 보도방 운영으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바다이야기 사태 등으로 단속이 심해지고 신규 조직원 유입이 끊기면서 조직이 와해됐다. 이들이 부활하기 시작한 건 2018년경, A 씨를 비롯한 1980년대생 조직원들이 온라인을 무대로 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면서였다. 진성파는 코인을 통해 수십억 원의 자금을 세탁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 유심을 공급하며 세를 불렸다. 이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의 규모는 1200억 원대였다.경찰은 2023년 10월 한 특수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중 진성파의 합숙소를 발견했다. 이후 1년여 간의 수사를 통해 금천구와 경기 광명시 등에서 활동하는 조직 실체를 입증했다. 올 3월엔 거점 15곳을 동시에 덮쳐 조직원 10명을 체포했다. 이후 조직원을 차례로 검거해 최근 소탕에 성공했다. 다만 도박 사이트 등 지하경제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 조직범죄의 온상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 온라인 도박 신고는 2019년 1만3064건에서 2023년 3만9082건으로 약 3배로 증가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하경제를 통한 자금을 세탁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범죄를 막는) 핵심”이라며 “경찰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동환 빙그레 사장(42)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1부(부장판사 정성균)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사장에게 1심과 같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해 경비원과 말다툼하던 중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 사장은 집으로 안내하려는 경찰에게 “내가 왜 잡혀가야 하느냐”며 버티다가 한 경찰관의 팔뚝을 여러 차례 내리치거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순찰차에 탑승하면서는 다른 경찰관의 얼굴을 본인 머리로 들이받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를 볼 때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김 사장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하는 점을 들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정장 차림에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정에 나온 김 사장은 선고 직후 ‘피해 경찰관에게 할 말이 없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2014년 빙그레 입사 후 2021년 임원으로 승진해 지난해 3월 사장 자리에 올랐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서울에 합숙소를 차리고 복싱·유도 선수 출신 조직원을 모아 도박 사이트 등을 운영해 온 폭력조직(조폭) ‘진성파’가 경찰에 일망타진됐다. 서울에서 조직범죄 형태의 조폭이 검거된 건 2004년 ‘연합새마을파’ 이후 21년 만이다. 사라진 줄 알았던 조폭이 가상화폐(코인) 자금 세탁과 대포유심 유통 등 온라인 지하경제를 발판 삼아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단체로 흉기 훈련을 벌이고, 위계와 강령을 따르는 등 운영 방식은 전형적인 영화 속 조폭을 연상케 했다.● “이탈자는 손가락 절단”… 합숙소서 흉기 연습도17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진성파 조직원 39명을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집단 구성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두목 역할을 한 행동대장 40대 A 씨 등 9명은 구속했고, 해외에 체류하는 조직원 2명은 수배 중이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명확한 위계와 서열이 있는 조폭으로, 자체 강령을 통해 조직을 운영했다. 강령은 “이탈자는 손가락을 자른다” “선배의 말을 이행하지 않으면‘ 빠따(매)’를 맞는다” 등 복종을 강요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사업(범죄) 관련 대화를 나눈 후에는 텔레그램 자동삭제 기능을 활용한다” 등 수사를 피하기 위한 행동 요령도 포함했다.이들은 배우 조인성 주연의 영화 ‘비열한 거리’에 나올법한 합숙소를 운영하며 조직원을 관리했다. 복싱·유도 등 투기 종목 선수나 고등학교 ‘짱(싸움꾼)’ 출신 조직원을 모아 금천구의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시킨 것. 조직원 경조사 시 검은 양복을 입은 채 한 줄로 도열하는 이른바 ‘병풍’을 하거나 생수통을 세워놓고 칼로 찌르는 등 흉기 사용법을 연습하기도 했다. 흉기와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비상 타격대’를 두고 무력 충돌에 대비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조직원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주거나 도피자금을 제공해 감시망을 피했다. 선배의 구타를 견디다 못한 막내급 조직원이 도망가는 일도 벌어졌다.● 코인 세탁-온라인 도박으로 돈벌이진성파의 등장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2000년대 초반에 명맥이 끊긴 것으로 보였던 조폭이 온라인 도박 등 지하경제를 업고 다시 세를 불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명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조폭이 등장했지만, 또래 친구들로 모인 점조직 형태에 그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상 조직범죄 형태의 조폭에 해당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진성파는 1980년대 참 진(眞), 별 성(星)자를 따서 학교폭력 서클로 출발했다. 1990년대에는 유흥업소 갈취로, 2000년대에는 도박장 및 보도방 운영으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바다이야기 사태 등으로 단속이 심해지고 신규 조직원 유입이 끊기면서 조직이 와해됐다.이들이 부활하기 시작한 건 2018년경, A 씨를 비롯한 1980년대생 조직원들이 온라인을 무대로 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면서였다. 진성파는 코인을 통해 수십억 원의 자금을 세탁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 유심을 공급하며 세를 불렸다. 이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의 규모는 1200억 원대였다. 전체 범죄수익 규모는 수사 중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해외까지 발을 뻗을 정도로 (수익처를) 확장했다”고 말했다.경찰은 2023년 10월 한 특수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중 진성파의 합숙소를 발견했다. 이후 1년여 간의 수사를 통해 금천구와 경기 광명시 등에서 활동하는 조직 실체를 입증했다. 올 3월엔 거점 15곳을 동시에 덮쳐 조직원 10명을 체포했다. 이후 조직원을 차례로 검거해 최근 소탕에 성공했다.다만 도박 사이트 등 지하경제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 조직범죄의 온상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조사결과 불법 온라인 도박 신고는 2019년 1만3064건에서 2023년 3만9082건으로 약 3배로 증가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하경제를 통한 자금을 세탁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범죄를 막는) 핵심”이라며 “경찰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지인 씨(32)는 올해 들어 음식을 주문할 때 사이드 메뉴를 주문하지 않는 ‘외식비 다이어트’에 나섰다. 짜장면을 시킬 땐 ‘군만두 추가’ 버튼을 누르지 않고 참았다. 피자를 주문할 때도 좋아하던 3500원짜리 고구마무스를 추가하지 않았다. 윤 씨는 “물가가 무섭게 올라 외식비를 1000원이라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며 “국밥을 먹어도 ‘특’ 사이즈 주문은 피한다”고 했다.● 외식 한 번에 쓰는 돈, 5년 만에 감소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윤 씨처럼 메뉴 수를 줄이는 식으로 돈을 아끼려는 이들이 늘면서 우리 국민이 외식 한 번에 쓰는 돈인 ‘외식 객단가’가 5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외식 객단가는 2만3368원(한식 중식 일식 베트남식 등 기준)으로 추산됐다. 지난해(2만3582원)보다 0.9% 줄어든 수준이다. 피자도 외식 객단가가 2만3978원으로, 지난해보다 0.5% 줄었다. 전년 대비 외식 객단가가 감소한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객단가는 1∼6월 치를 조사해 그해분을 추산한다. 외식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객단가 하락 폭은 더 크다. 메뉴 1개당 가격이 오르자 주문하는 가짓수를 줄이거나, 전보다 저렴한 메뉴를 시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24.6% 올랐다. 회사원 김동하 씨(27)는 “전에 먹던 대로 먹으면 1인분에 1만5000원은 써야 한다. 식당에서 음료 주문은 피하는 식으로 한 끼 식대를 8000∼1만2000원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하모 씨(40)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손님들이 사이드, 추가 메뉴를 줄이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줄어든 객단가만큼 손님이 늘지 않아 6월 이후론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생을 모두 내보내고 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1인 가구가 객단가 감소 이끌어전체 가구 중 35%를 넘긴 1인 가구의 증가세도 객단가 감소에 영향을 줬다. 한 끼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 객단가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승우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 1인 가구 증가세로 감소하는 객단가 상승분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라고 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객단가에 이어 외식 산업 자체도 축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부문 실질 지출액은 전년 대비 0.9% 줄었다. 올해 역시 1분기(1∼3월) 외식업의 활력도를 보여주는 음식점 생산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줄어들었다. 배달 시장 역시 2023년 사상 처음으로 거래액이 감소했다. 지난해 다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애플리케이션(앱)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할인 경쟁’이 벌어진 영향이 컸다. 실제 대다수 배달앱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줄어들었다. 외식 업체들은 외식 부진에 맞서 궁여지책으로 메뉴 객단가를 줄이는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3)는 최근 2인 이상의 손님만 받던 가게 방침을 바꾸고 칼국수와 맛보기용 수육을 포함한 1만3000원짜리 1인용 메뉴를 신설했다. 김 씨는 “객단가 3만 원의 2인 손님만 기다리는 것보다 1인 손님 3명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 (신메뉴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는 한 (객단가 감소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100만 명을 넘은 자영업자 폐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일선 업체나 정부 모두 이런 현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