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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사진)가 해외에서 여는 극장 상영 이벤트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20일(현지 시간) “미국과 캐나다에서 1700개 극장이 케데헌 상영을 확정했다”며 “전날 기준 극장 상영 1000회 분량의 티켓이 매진됐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앞서 15일 ‘케데헌 싱얼롱(sing-along·따라 부르기)’ 특별 행사를 공지했다. 이에 따라 23, 24일 북미 지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케데헌 상영회가 개최된다. 케데헌 이벤트는 미 극장가로선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 영화관들은 스트리밍 업체들과 갈등이 심해 넷플릭스 작품 대부분을 보이콧해 왔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리걸시네마스 등 주요 영화관 업체들이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벤트가 얼마나 수익을 거둘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업계에선 “사전 티켓 판매율 등을 고려할 때 북미에서만 최대 1000만 달러(약 14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해외 극장 상영 행사도 연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 영화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20일(현지 시간)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1700개 극장이 케데헌 상영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전날 기준 1000회 상영분의 티켓이 매진된 상태라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앞서 15일 “특별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따라보르기(싱어롱) 이벤트가 당신과 가까운 극장으로 찾아온다”며 극장 상영 소식을 알린 바 있다. 이에 따라 23, 24일 북미를 비롯해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케데헌 싱어롱 특별 상영회가 열린다. 그동안 미 극장가는 스트리밍 업체들과 작품 상영 기간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넷플릭스 작품은 대부분 보이콧해왔는데, 이번 케데헌을 계기로 경쟁적인 상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행사에는 북미 주요 극장 업체인 리갈 시네마스와 시네마크 시어터스 등이 참여한다.케데헌은 할리우드 영화사인 소니픽처스에서 한국계 미국인인 매기 강이 연출을 맡아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주요 소재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이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 애니메이션으로 등극했으며, 영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가운데 8곡이 최근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 이름을 올리는 등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불도를 수행하던 성진이 팔선녀를 만나 세속의 부귀영화를 누리다 허망함을 깨닫는다는 하룻밤 꿈 이야기. 교과서 등을 통해 친숙한 고전소설 ‘구운몽’이다. 올해로 이 작품의 목판본이 세상에 나온 지 꼭 300년이 된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일 “구운몽 30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시 ‘꿈으로 지은 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내년 서울 은평구에 설립 예정인 한국문학관은 아직 공사 중이어서, 전시는 종로구 탑골미술관에서 열린다.이번 전시의 주요 출품작은 김만중(1637∼1692)의 ‘구운몽’ 목판본이다. 구운몽은 김만중이 1687년 집필한 뒤 40년 가까이 필사본으로만 전해졌다. 1725년에 처음으로 목판 제작돼 대량 유통됐다. 장순강 학예사는 “한국 소설이 인쇄로 시장에 나온 최초의 사례”라며 “소설이 상품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목판본 외에도 다양한 옛 판본을 소개한다. 특히 주목받는 유물은 구운몽의 집필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나계유고’(시대 미상)다. 김만중의 정적이었던 조사석(1632∼1693)의 미완 문집 초고인데, 조사석이 숙종에게 올렸던 상소문이 수록돼 있다.“…강변을 떠나서 성 밖으로 이사해, 세상과 인연을 끊고, 서로 경쟁할 뜻 없이, 말이든 소든 부르라는 대로 맡겨 두었는데, 소문이 점점 커지고 소문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제 ‘김만중’의 말까지 이 지경에 이르러 막혔던 것이 터졌으니 어찌 홀로 즐겁겠습니까?” 김만중은 1687년 ‘조사석이 후궁 장씨와 결탁해 출세했다’는 소문을 숙종에게 전했다. 이로 인해 숙종의 노여움을 산 김만중은 유배됐고, 효심이 지극했던 그가 어머니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해 하룻밤 만에 쓴 소설이 바로 ‘구운몽’이라고 전해진다. ‘나계유고’는 한국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내 유일본으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구운몽처럼 ‘꿈’을 소재로 한 다른 한국문학도 소개된다. 신라 승려 조신의 일장춘몽을 다룬 삼국유사의 ‘조신설화’와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광수(1892∼1950)의 소설 ‘꿈’, 김만중의 구운몽을 패러디했던 최인훈(1936∼2018)의 소설 ‘구운몽’까지 만날 수 있다. 내달 19일 종로구 탑골영화관에선 이광수의 ‘꿈’이 원작인 신상옥 감독의 영화 ‘꿈’(1955년)도 상영된다. 장 학예사는 “한국문학에서 꿈은 상처받은 주변을 위한 위로로, 스스로의 과오를 해명하는 죄의식의 공간으로, 현실을 비추는 은유로 활용돼 왔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달 20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실직자나 해고자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어둡고 심각하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떤 슬픈 이야기라도 막상 들여다보면 우스운 구석들이 있죠.” 내달 개봉하는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62)은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차기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출연 배우인 이병헌과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도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박 감독님 작품이라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출연 배경을 밝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해고된 직장인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준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은 이달 27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해당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는 건 2012년 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박 감독으로서는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두 번째다. 그는 “한국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에 오랜만에 간다는 점은 의미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은 박 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다고 한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이다. 박 감독은 “영화화하고 싶다고 생각한 지 20년이 되어 간다”면서 “결국 성사되는 날이 왔다”며 기뻐했다. “대개 미스터리 장르라는 게 범인이 밝혀지면 모든 게 해소돼 버리기 때문에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음미하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보통 사람이 내몰리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몇 번 곱씹어 봐도 재밌었고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원작을 영화화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대목은 다름 아닌 ‘유머’였다. 박 감독은 “원작을 읽을 때 씁쓸한 비극에 새로운 종류의 유머를 넣을 만한 가능성이 보였다”고 했다. 실제 이 배우가 박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 했던 말도 “웃겨도 돼요?”였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박 감독님이 만든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웃음 포인트가 너무 많았다”며 “슬프면서도 웃긴,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목에도 비화가 있다. 소설의 원제는 직역하면 ‘도끼’다. 직장에서 해고될 때 ‘도끼질당했다’고 하는 영어식 표현에서 비롯된 제목. 박 감독은 앞서 책 추천사에서 “영화로 만들면 한국 개봉명을 ‘모가지’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모가지가 날아갔다’는 한국식 표현을 차용했다. 결국 최종 제목은 바뀌었지만, 이는 극중 만수의 대사로 표현된다. 제목을 띄어쓰기하지 않은 이유는 발음상 리듬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 화법상 ‘어쩔 수가 없다’를 한번에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 관객이 감탄사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단어처럼 붙여 썼다. 박 감독은 영화 제목에 대해 “나쁘게 보면 비겁한 정서가 담겨 있지만, 인물에게 연민을 느끼면 또 ‘그래, 너도 어쩔 수가 없었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실직자, 해고자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어둡고 심각하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떤 슬픈 이야기라도 들여다보면 우스운 구석들이 있죠.”내달 개봉하는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62)이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주연 배우인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도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박찬욱 감독님 작품이라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합류 배경을 밝혔다.‘어쩔수가없다’는 해고된 직장인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준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은 이달 27일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는 2012년 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한국 영화로는 13년 만의 진출이다. 박 감독으로서는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 오래간만에 간다는 것이 의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 영화는 박 감독에게 ‘가장 만들고 싶은 영화’였다고 한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 대해 박 감독은 “영화화하고 싶다고 생각한 지 20년이 되어간다”며 “결국 성사되는 날이 왔다”고 기뻐했다.“대개 미스터리 장르라는 게 범인이 밝혀지면 모든 것이 해소되어버리기 때문에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음미하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보통의 사람이 내몰리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몇 번 곱씹어봐도 재밌었고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원작을 영화화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다름 아닌 ‘유머’였다. 박 감독은 “원작을 읽을 때 씁쓸한 비극에 새로운 종류의 유머를 넣을 만한 가능성이 보였다”며 “내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면 더 슬프고도 웃긴 유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실제로 이병헌이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 뱉은 말도 ‘웃겨도 돼요?’였다고 한다. 이 배우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박 감독님이 만든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웃음 포인트가 너무 많았다”며 “슬프면서도 웃긴,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제목에도 비화가 있다. 원제는 직역하면 ‘도끼’다. 직장에서 해고될 때 ‘도끼질 당했다’고 하는 영어 표현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앞서 박 감독은 책 추천사에서 “영화로 만들고 한국 개봉명을 ‘모가지’로 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가지 날아갔다’는 한국식 표현을 차용한 것이다. 개봉명은 바뀌었지만 이는 극중 만수의 대사로 표현됐다.박 감독은 제목에 대해 “나쁘게 보면 비겁한 정서가 담겨있지만, 인물에게 연민을 느끼면 또 ‘그래. 너도 어쩔 수가 없었겠구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세기 초반, 어느 열차 안. 온몸이 피로 얼룩진 부잣집 도련님이 갑자기 한 객실 안으로 뛰어든다. 심지어 적들의 수색을 피하기 위해 객실방에 있던 여주인공과 갑자기 낯 뜨거운 ‘애정 행각’(?)을 벌이려 하는데…. 설명만 들어도 개연성이라곤 없어 보이는 이 작품은 요즘 유튜브 등에서 쉴 새 없이 뜨고 있는 ‘중국 숏폼 드라마’다. 최근 30대 직장인 A 씨도 우연히 광고를 통해 1분 30초짜리 이 영상을 접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후 내용이 궁금했던 그는 결국 광고에 소개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A 씨는 “뭐에 홀린 듯 82회짜리 숏폼 드라마 시즌1을 하루 만에 다 봤다”며 “내용이 어설프긴 한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숏폼 드라마, 70%가 중국산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숏폼 드라마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벤처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약 13조 원. 그런데 이 중 9조 원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질 낮은 콘텐츠의 물량 공세로 인해 시청자들의 피로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현재 숏폼 드라마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중국계 플랫폼 ‘릴쇼트’와 ‘드라마박스’. 이들이 만든 숏폼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는 건 다름 아닌 자극성 때문이다. 회당 2분 내외인 짧은 분량 안에서 유료 구독을 이끌어야 하다 보니 불륜, 복수, 재벌 등 한눈에 스토리라인이 파악되는 소재가 주로 활용된다.보통 숏폼 드라마는 시즌별 50∼100회로 구성된다. 초반 5회 정도는 ‘미끼 상품’으로 무료로 보여준 뒤 유료 결제를 유도한다. 회당 300∼500원으로, 드라마 한 편당 2만 원 내외꼴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해 위클리리포트를 통해 “2027년에는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이 1000억 위안(약 19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작자 입장에서 숏폼 드라마는 남는 장사다. 제작비 대비 수익이 좋기 때문이다. 릴쇼트의 조이 자 대표는 지난해 11월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숏폼 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30만 달러(약 4억1000만 원) 미만”이라며 “기존 콘텐츠 제작사는 더 많은 트래픽을 얻으려 유명인에게 의존하지만, 우리는 유명인을 고용하지 않고 스토리에 돈을 쓴다”고 말했다.● “저질 콘텐츠 양산 자제해야” 이런 마구잡이식 콘텐츠의 남발은 드라마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단 시청자의 이목을 끌려고 극단적인 설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당연히 개연성은 떨어지고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인다. 한 국내 방송계 관계자는 “웹툰 시장처럼 숏폼 시장도 인기작을 따라 유사한 서사와 캐릭터가 양산되고 있다”며 “엇비슷한 설정과 내용으로 표절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 방송 감독기관인 국가광전총국은 지난해 ‘숏폼 드라마 관리 지침’을 발표하고 “제작사들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 설정을 경쟁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며 “권력층이나 재벌과의 결혼을 숭배하는 기조를 부추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숏폼의 인기는 일시적일 뿐, 국내에선 주류로 성장하기 힘들 거란 분석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는 깊은 서사와 작품성을 강점으로 삼아온 만큼, 숏폼의 확산이 기존 드라마 산업을 잠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세기 초반, 어느 열차 안. 온몸이 피로 얼룩진 부잣집 도련님이 갑자기 한 객실 안으로 뛰어든다. 심지어 적들의 수색을 피하기 위해 객실방에 있던 여주인공과 갑자기 낯 뜨거운 ‘애정 행각’(?)을 벌이려 하는데….설명만 들어도 개연성이라곤 없어 보이는 이 작품은 요즘 유튜브 등에서 쉴 새 없이 뜨고 있는 ‘중국 숏폼 드라마’다. 최근 30대 직장인 A 씨도 우연히 광고를 통해 1분 30초짜리 이 영상을 접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후 내용이 궁금했던 그는 결국 광고에 소개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A 씨는 “뭐에 홀린 듯 82회짜리 숏폼 드라마 시즌1을 하루 만에 다 봤다”며 “내용이 어설프긴 한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숏폼 드라마, 70%가 중국산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숏폼 드라마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벤처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약 13조 원. 그런데 이 중 9조 원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질 낮은 콘텐츠의 물량 공세로 인해 시청자들의 피로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현재 숏폼 드라마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건 중국계 플랫폼 ‘릴쇼트’와 ‘드라마박스’. 이들이 만든 숏폼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는 건 다름 아닌 자극성 때문이다. 회당 2분 내외인 짧은 분량 안에서 유료 구독을 이끌어야 하다 보니 불륜, 복수, 재벌 등 한눈에 스토리라인이 파악되는 소재가 주로 활용된다.보통 숏폼 드라마는 시즌별 50~100회로 구성된다. 초반 5회 정도는 ‘미끼 상품’으로 무료로 보여준 뒤 유료 결제를 유도한다. 회당 300~500원으로, 드라마 한 편당 2만 원 내외꼴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해 위클리리포트를 통해 “2027년에는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이 1000억 위안(약 19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제작자 입장에서 숏폼 드라마는 남는 장사다. 제작비 대비 수익이 좋기 때문이다. 릴쇼트의 조이 자 대표는 지난해 11월 미국 타임지 인터뷰에서 “숏폼 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30만 달러(약 4억1000만 원) 미만”이라며 “기존 콘텐츠 제작사는 더 많은 트래픽을 얻으려 유명인에게 의존하지만, 우리는 유명인을 고용하지 않고 스토리에 돈을 쓴다”고 말했다.● “저질 콘텐츠 양산 자제해야”이런 마구잡이식 콘텐츠의 남발은 드라마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단 시청자의 이목을 끌려고 극단적인 설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당연히 개연성은 떨어지고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인다. 한 국내 방송계 관계자는 “웹툰 시장처럼 숏폼 시장도 인기작을 따라 유사한 서사와 캐릭터가 양산되고 있다”며 “엇비슷한 설정과 내용으로 표절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중국 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 방송 감독기관인 국가광전총국은 지난해 ‘숏폼 드라마 관리 지침’을 발표하고 “제작사들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 설정을 경쟁적으로 차용하고 있다”며 “권력층이나 재벌과의 결혼을 숭배하는 기조를 부추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중국 숏폼의 인기는 일시적일 뿐, 국내에선 주류로 성장하기 힘들 거란 분석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드라마는 깊은 서사와 작품성을 강점으로 삼아온 만큼, 숏폼의 확산이 기존 드라마 산업을 잠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필리핀 한인타운에 있는 한 부동산. 한 남성이 총을 연발하고 사라진다. 총격 피해자는 민회장. ‘코리안데스크(외국에서 일어나는 한인 사건 전담 경찰)’ 오승훈 경감(손석구)이 수사에 나서며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다. 2022, 2023년 디즈니플러스 등에서 방영돼 인기를 모은 드라마 ‘카지노’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의 핵심 줄기인 이 사건은 2015년 9월 실제로 필리핀에서 벌어졌던 청부살인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제작진은 극 중 오 경감처럼 실제 코리안데스크로 일했던 이 책의 저자에게 자문했다. 필리핀 최악의 무법지대로 꼽히는 앙헬레스에 최초로 파견됐던 저자가 2015∼2017년 그곳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가 파견 뒤 처음 현지 경찰과 협력해 잡은 이는 한국에서 강간을 저지르고 앙헬레스로 도피한 적색수배자였다. 진짜 문제는 체포한 이후였다. 수배자로부터 “너는 내가 꼭 지옥에 보낼 거다”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필리핀 비쿠탄수용소에선 수형자가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던 탓이다. 이처럼 이 책에선 한국과는 사뭇 다른 필리핀의 법체계도 엿볼 수 있다. 일례로 필리핀엔 ‘에이전트’라는 제도가 있다. 경찰 활동을 보조하는 일반인들인데, 사건 발생 시 경찰이 보유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 또 검거 작전 중에는 눈과 입이 뚫린 검은색 복면을 쓴다. 얼굴을 기억한 범죄자들에 의해 보복당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범죄들도 있다. 한 교민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당신을 죽이란 청부살인 의뢰를 받았다”는 문자를 받았다. “돈을 많이 주면 그 의뢰를 실행하지 않겠다”는 제안도 붙어 있었다. 점심을 먹다가도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앙헬레스에서는 청부살인 시도를 위장한 피싱 범죄 탓에 잠들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저자는 고군분투했다. 살인, 납치, 불법 도박 등을 ‘성실하게’ 자행하는 악인들을 마주하며 저자는 매일 밤 ‘무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문체는 다소 거칠지만 “범죄자들이 사라지고 싶을 때 사라지게 둬서는 안 된다”는 의지만큼은 잘 전해진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달 13일 재개봉한다.2017년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이야기를 다루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영화다. 영화는 20년 동안 민원 8000여 건을 제기해 온 옥분(나문희)이 1년차 ‘원칙주의자’ 공무원 민재(이제훈)를 만나 영어를 배우면서 시작된다. 곧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가 드러나고,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위안부’ 역사를 증언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올해 영화를 재개봉 한 데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더 다양한 연령대에 알리고 싶었던 제작사와 배급사의 의지가 있다. 제작사인 ‘영화사 시선’의 강지연 대표는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첫 개봉 당시 1020 세대들이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교과서에 제대로 나오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역사를 알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2017년도 개봉 당시에 살아계신 할머니가 36명이셨어요. 지금은 6명이죠. 아픈 현대사이자 잊지 않아야 할 사실입니다. 어린 친구들도 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광복 80주년을 맞아 더욱 의미가 있길 바랍니다.”(강 대표)이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75 대의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7)와 고 김군자 할머니(1926~2017)의 증언을 계기로 2007년 미국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모티브가 됐다.영화는 처절하고 근엄한 톤은 아니다. 이 문제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이 보통 일본 군인들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반면, ‘아이 캔 스피크’는 그렇지 않다. 역사의 무거움을 ‘휴먼 코미디’라는 장르의 문법에 녹여 부드럽게 풀어낸다. 제작 및 배급사 측은 “슬프고 힘든 역사지만 결국 우리가 이기는, 통쾌한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낮에는 유순한 빵집 직원, 밤에는 광기 어린 악마.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배우 임윤아(35)가 13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주인공 ‘선지’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낮의 선지가 파스텔톤이라면, 밤의 선지는 비비드(vivid·강렬한) 원색”이라며 “두 면모 모두 제게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선지에게 끌렸다”고 했다.‘악마가 이사왔다’는 밤만 되면 악마에 씌는 선지와 그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주된 감상 포인트는 광녀(狂女)에 가까운 ‘밤 선지’의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다. 임 배우는 그중에도 섬뜩한 느낌마저 주는 웃음소리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는 “웃음의 톤을 만들고 났더니 그때부터 밤 선지의 감정선에 기준점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이번 영화는 임 배우가 ‘엑시트’(2019년)를 함께했던 이상근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엑시트’에서 함께 주연을 맡았던 조정석 배우가 출연한 영화 ‘좀비딸’은 지난달 30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237만 명(7일 기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정석 오빠는 영화관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예요. 앞서서 흥행을 이끌어주시고 있으니까, 그 에너지를 저도 잘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에너지가 큰 캐릭터를 자유롭게 표현해본 건 처음이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합니다.”임 배우는 로맨틱 장르에 잘 맞을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영화 ‘공조’(2017년)부터 나름 자기만의 코미디 연기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왔다. 덕분에 배우로서 별 시행착오가 없었던 듯하지만 나름 고민도 있다. 그는 “공교롭게도 출연한 작품들의 결이 다소 비슷했다”며 “앞으론 임윤아 하면 떠올리기 힘든 다른 분위기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하고, 성장하잖아요. 그 과정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저 혼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덜컥 보여드리면 낯설어하실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차차 저에게 기대하시는 폭도 넓어지길 바라요.”지난해는 임 배우가 소속된 소녀시대가 집회 현장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탄핵 촉구 집회에서 소녀시대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지속적으로 울려퍼졌다. 임 배우는 “오래된 노래를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따라 부르시니 신기했다”며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최근에 데뷔 18주년을 맞아 멤버들과 따로 모임을 가졌어요. 20주년엔 뭐라도 기념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낮에는 유순한 빵집 직원, 밤에는 광기 어린 악마.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배우 임윤아(35)가 13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주인공 ‘선지’로 1인 2역 연기에 도전했다.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낮의 선지가 파스텔톤이라면, 밤의 선지는 비비드(vivid·강렬한) 원색”이라며 “두 면모 모두 제게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선지에게 끌렸다”고 했다.‘악마가 이사왔다’는 밤만 되면 악마에 씌는 선지와 그를 감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주된 감상 포인트는 광녀(狂女)에 가까운 ‘밤 선지’의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다. 임 배우는 그중에도 섬뜩한 느낌마저 주는 웃음소리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는 “웃음의 톤을 만들고 났더니 그때부터 밤 선지의 감정선에 기준점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이번 영화는 임 배우가 ‘엑시트’(2019년)를 함께 했던 이상근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엑시트’에서 함께 주연을 맡았던 조정석 배우가 출연한 영화 ‘좀비딸’은 지난달 30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237만 명(7일 기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정석 오빠는 영화관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예요. 앞서서 흥행을 이끌어주시고 있으니까, 그 에너지를 저도 잘 따라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에너지가 큰 캐릭터를 자유롭게 표현해본 건 처음이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합니다.”임 배우는 로맨틱 장르에 잘 맞을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영화 ‘공조’(2017년)부터 나름 자기만의 코미디 연기 필모그래피를 잘 쌓아왔다. 덕분에 배우로서 별 시행착오가 없었던 듯하지만 나름 고민도 있다. 그는 “공교롭게도 출연한 작품들의 결이 다소 비슷했다”며 “앞으론 임윤아하면 떠올리기 힘든 다른 분위기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성숙하고, 성장하잖아요. 그 과정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저 혼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덜컥 보여드리면 낯설어하실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차차 저에게 기대하시는 폭도 넓어지길 바라요.”지난해는 임 배우가 소속된 소녀시대가 집회 현장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탄핵 촉구 집회에서 소녀시대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지속적으로 울려퍼졌다. 임 배우는 “오래된 노래를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따라부르시니 신기했다”며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고 했다. “최근에 데뷔 18주년을 맞아 멤버들과 따로 모임을 가졌어요. 20주년엔 뭐라도 기념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어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를 찾은 이모 씨(24)는 관광이 목적이 아니었다. 지난달 18일 현지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보기 위해서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리즈 ‘귀멸의 칼날’의 열렬한 팬인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스포일러 당하고 싶지 않았다”며 “국내 개봉을 기다리기 힘들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말했다. 일본영화는 국내에서 2023년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 드물었다. 하지만 하반기 개봉을 앞둔 두 작품이 한국에서도 각별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2일 개봉이 확정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재일교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국보(国宝·하반기 개봉 예정)’가 주인공들이다. 두 편 모두 현재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 2위를 굳건히 지키며 현지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영화 관광’까지 이끈 귀멸의 칼날‘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2020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국내에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5위(관객 수 215만여 명)를 기록한 이후 나온 작품. 이번 무한성편 역시 6일 기준 사전 예매율 30.4%로, 예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한성편이 특히 주목받고 있는 건 2019년부터 TV 시리즈와 영화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귀멸의 칼날’의 본격적인 최종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무한성편은 시리즈의 결말로 향하는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로, 악당 혈귀(血鬼)의 본거지인 무한성에서 귀살대와 최정예 혈귀들이 벌이는 최종 결전을 그렸다. 국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되는 만큼 여러 수입사가 판권을 따내기 위해 입찰 경쟁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이미 새로운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개봉과 동시에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무한성편은 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본 영화 사상 가장 이른 시점인 개봉 8일 만에 흥행 수입 100억 엔(약 938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이 작품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며 “일본 극장들은 그 흐름에 열광하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칸 초청’ 재일교포 감독의 국보영화 ‘국보(国宝)’는 이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보니 국내 영화 팬들도 진작부터 관심이 적지 않았다. 이 감독은 데뷔작 ‘青(청) chong’(1999년) 등을 통해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풀어냈고 ‘69’(2004년), ‘훌라걸스’(2006년) 등으로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영화는 야쿠자의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가부키 배우 집에서 자라게 되면서 예술에 삶을 바친 기쿠오(요시자와 료)의 삶을 그렸다. 특히 일본 전통극의 디테일을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6월 6일 개봉 뒤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였으며,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개봉한 뒤에도 2위를 지키고 있다. 이 감독은 올해 5월 칸 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전통문화라는 소재로 오락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담아냈다”고 했다. 당초 국내 영화계에선 이 작품이 일본 전통문화를 깊게 다루다 보니 ‘왜색(倭色)’이 짙어 수입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성이 높은 점수를 받으며 하반기 국내 개봉이 확정됐다. 수입사인 미디어캐슬 강상욱 대표는 “연기와 연출, 전개 등 여러 측면에서 인상적인 영화”라고 소개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모두에게 서툴렀던 과거가 있잖아요. 그래서 출연진의 어색한 모습에 더 공감해 주신 것 같아요.”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넷플릭스 연애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의 조욱형 김노은 원승재 PD는 “모두가 한때는 모태솔로였다”며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모태솔로지만…’은 인생 첫 연애에 도전하는 20, 30대 ‘모태솔로’ 12명의 9일간의 합숙 과정을 담은 10부작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8일 첫 공개 후 입소문이 났고,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TV 부문)에도 2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서투름’이다. 출연자들은 롤러장 데이트에서도 각자의 레이스에 집중하고, ‘남녀칠세부동석’을 따르는 것처럼 동성끼리 모여 논다. 이성 간의 대화는 뚝뚝 끊긴다. 오후 10시면 전원 취침. 예상과는 딴판으로 진행되는 전개에, 제작진은 수차례 현장 회의를 진행하며 급히 새 코너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 PD는 “설렘을 그리고 싶었는데, 의도대로 된 것들이 거의 없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날것의 모습들에 시청자는 움직였다. 이성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 주는 출연진의 모습에 답답해하다가도 ‘나도 그랬지’ 하며 어느새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저도 연애하면서 어리석은 짓을 많이 했는데요. 그 장면들을 재생해 보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모두가 장타를 칠 순 없잖아요. 적시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출연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 모습 자체가 사랑스러웠습니다.”(조 PD) ‘모솔’의 연애인 만큼 일단 불이 붙으면 관계가 급진전한다는 것도 이 쇼의 묘미다. 첫 연애에 결혼을 언급하는 패기(?)를 보이기도 한다. “출연진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감정의 밀도가 높았어요. 그렇다 보니 표현이 급하게 나올 때도 있었죠. 하지만 첫 연애는 모두 그렇지 않나요? 오히려 더 공감이 갔어요. 멋지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란 쉬워요. 서툰 자신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게 더 큰 용기라고 생각합니다.”(김 PD) 연예인 패널의 역할도 컸다. 서인국, 강한나, 이은지, 카더가든은 위트 있는 반응과 가감 없는 조언으로 재미를 더했다. 이들이 진심 어린 직언을 할 수 있었던 건 6주간 모솔 출연진과 직접 소통하며 애정을 쌓았기 때문이다. 원 PD는 “출연자들의 관계를 잘 관찰하는 등 통찰력이 정말 좋은 패널들이었다”고 했다. 기분 좋은 후일담도 있다. 시청자들의 응원을 가장 많이 받은 출연자 노재윤 씨가 최근 첫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김 PD는 “재윤 씨가 약 2주 전 연상의 여인과 교제를 시작했다”며 “‘연애를 하기 위해선 남자가 돼야 하고, 사람이 돼야 한다’며 용기 있게 출연했던 그가 좋은 소식을 전해 와 기쁘다”고 말했다. ‘시즌2’ 제작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에 지원자가 몰리면 이 프로그램만의 순수성이 흐려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김 PD는 “진정성이 이끌어 온 프로그램인 만큼, 시즌2가 제작될 경우에도 외모나 스펙보다 진실된 참가자를 위주로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사진)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가 됐다. 30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6월 20일 공개된 케데헌은 누적 시청이 2억2080만 시간, 이를 러닝타임으로 나눈 ‘시청 수’가 1억3240만으로 집계돼 역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중 1위를 기록했다. 케데헌은 OST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속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Golden)’을 포함해 OST 8곡이 3주 연속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들었다. ‘골든’ 2위, 보이그룹 사자 보이스의 ‘유어 아이돌(Your Idol)’ 12위, 헌트릭스의 ‘하우 이츠 던(How It‘s Done)’ 19위, 사자 보이스의 ‘소다 팝(Soda Pop)’ 21위 등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성판 ‘존 윅’의 탄생.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발레리나’(감독 렌 와이즈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설적인 살인청부업자를 소재로 한 ‘존 윅’ 시리즈를 아는 이라면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발레리나’는 세계 액션 영화 팬들을 홀렸던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주인공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는 존 윅(키아누 리브스)을 배출한 암살자 조직 ‘루스카 로마’에서 킬러로 성장하는 인물.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좇으며 정체불명의 도시에서 홀로 피의 전쟁을 벌인다. ‘헤드샷 장인’ 존 윅이 전장을 지배했다면 이브는 전장을 해석한다. 무술과 총기로 정공법을 펼치던 존 윅과 이브의 액션은 결이 다르다. 2시간 4분 내내 이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이브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읽고 주변 사물을 닥치는 대로 무기로 바꾼다. “여자처럼 싸우라”는 대사처럼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반격 기술을 갈고닦은 덕이다. 이처럼 영화의 묘미는 이브가 ‘무엇으로 어떻게 싸우는가’에 있다. 영화는 맨몸 싸움은 물론이고 총, 장검, 스케이트 날, 접시, 수류탄 등 갖가지 도구를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나오는 화염방사기 액션 신이다. 이브가 적들을 피해 도망치다 무기고에 들어가 우연히 발견한 무기는 ‘무려’ 화염방사기. 설원을 가르며 적을 불태우는 장면이 통쾌함을 불러일으킨다. 전설적인 킬러 존 윅이 등장해 적들과 짧은 대결을 펼치는 것도 바로 이때다. 다만 이브의 서사는 꽤 단선적이다. 어릴 적 이브는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후 루스카 로마에 들어간 뒤 복수를 위해 암살자로 성장한다. 임무 수행 중 아버지를 살해한 조직의 표식을 발견하고, 이들을 추적해 마침내 적의 수장(게이브리얼 번)을 처단한다. ‘개 한 마리’ 때문에 복수에 나선 존 윅에 비하면 동기가 뻔할 뿐 아니라 그런 이브의 내면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편이다. 이브 역의 데 아르마스는 강렬한 액션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년)에서 CIA 요원인 본드걸로 스타가 됐던 데 아르마스는 이번 영화 ‘발레리나’를 통해 “내 한계를 확실히 뛰어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윅’ 시리즈를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가 주요 액션 신 촬영을 진두지휘했고, 키아누 리브스는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한국 관객의 눈길을 끄는 캐스팅도 있다. 이브가 받은 첫 임무의 보호 대상인 ‘카틀라 박’은 ‘소녀시대’의 최수영이 맡았다. 최수영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또 이 임무의 상대역은 무술감독 정두홍이 연기했다. ‘짝패’ ‘전우치’ ‘베테랑’ 등의 무술을 담당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데 아르마스와 맨몸 격투를 펼친다. 정두홍은 ‘존 윅 3’ 때 이미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참여하지 못했다가, 이번 영화에서 마침내 합류하게 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성판 ‘존 윅’의 탄생.6일 개봉하는 영화 ‘발레리나’(감독 렌 와이즈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설적인 살인청부업자를 소재로 한 ‘존 윅’ 시리즈를 아는 이라면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암살자 조직인 ‘루스카 로마’에서 킬러로 성장한 주인공 이브(아나 데 아르마스)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쫓으며 정체불명의 도시에서 홀로 피의 전쟁을 벌이는 액션 블록버스터다.영화는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다. 이브의 서사는 꽤 단선적이다. 영화는 어릴 적 이브의 아버지가 죽음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루스카 로마에 들어간 이브는 복수를 위해 암살자로 성장한다. 임무 수행 중 아버지를 살해한 조직의 표식을 발견하고, 이들을 추적해 마침내 적의 수장(가브리엘 번)을 처단한다. 관객이 쉽게 이야기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브의 내면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편이다.하지만 ‘존 윅’과는 결이 또 다른 화려한 액션이 이런 단점을 뛰어넘는다. 2시간4분 내내 이어지는 액션 장면에서 이브는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읽고 주변 사물을 닥치는 대로 무기로 바꾼다. “여자처럼 싸우라”는 대사처럼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반격 기술을 갈고 닦은 덕이다.이브가 ‘무엇으로 어떻게 싸우는가’를 감상하는 데 영화의 묘미가 있다. 영화는 맨몸 싸움은 물론이고 총, 장검, 스케이트 날, 접시, 수류탄 등 갖가지 도구를 활용해 다채로운 액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특히 중반부 이후에는 거의 모든 장면이 액션으로 구성될 정도로 속도감이 있다. 얼음으로 꾸며진 클럽에서의 난투극, 자동차를 활용한 추격전 등 장소도 다양하다.하이라이트는 후반부에 나오는 화염방사기 액션씬이다. 이브가 적들을 피해 도망치다 무기고에 들어간 우연히 발견한 무기는 ‘무려’ 화염방사기. 설원을 가르며 적을 불태우는 장면이 장르적, 시각적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전설적인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등장해 적들과 짧은 대결을 펼치는 것도 바로 이 때다.이브 역의 아르마스는 강렬한 액션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년)에서 CIA 요원인 본드걸로 스타가 됐던 아르마스는 이번 영화 ‘발레리나를 통해 “내 한계를 확실히 뛰어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윅’ 시리즈를 연출한 채드 스타헬스키가 주요 액션씬 촬영을 진두지휘했고, 키아누 리브스는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한국 관객의 눈길을 끄는 캐스팅도 있다. 이브가 받은 첫 임무의 보호 대상인 ‘카틀라 박’은 ‘소녀시대’의 최수영이 맡았다. 이번 작품은 최수영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또 이 임무의 상대역은 무술감독 정두홍이 연기했다. ‘짝패’ ‘전우치’ ‘베테랑’ 등의 무술을 담당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아르마스와 맨몸 격투를 펼친다. 정두홍은 ‘존 윅 3’ 때 이미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참여하지 못했다가, 이번 영화에서 마침내 합류하게 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너무 행복해지려고 하지 말기, 지금 행복하기, 걱정하지 말기, 과거에 너무 머물러있지 말기. 모두가 알고 있는 답이지만 잊고 살 때가 많잖아요. 저희 드라마를 통해 한 번 더 이 답을 되새기고 여러분만의 답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달 2일 첫 회가 방영되는 채널A 새 토일드라마(오후 9시 20분)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에서 주인공 ‘강여름’을 연기한 배우 공승연은 드라마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행을 대신해…’는 한 번도 ‘센터’에 선 적이 없던 아이돌 출신 여행 리포터 강여름이 의뢰받은 여행을 대신 해 주며 진정한 성공과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감성 여행 드라마다. 5년간 전국을 누비는 리포터였던 강여름은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폐지를 맞는다. 그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보낸 편지와 함께 대리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하라다 마하(原田マハ) 작가의 동명 소설(2024년)을 2021∼2022년 채널A ‘쇼윈도: 여왕의 집’을 만들었던 강솔 감독이 10부작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29일 서울 마포구 쇼킹케이팝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엔 공승연을 비롯해 배우 유준상(오상식 역), 김재영(이연석 역), 홍수현(유하나 역), 오현중(현바람 역)과 강 감독 등이 참석했다. 배우들은 이 작품에 출연한 동기로 하나같이 ‘따뜻함’을 꼽았다. 오현중은 “도파민을 갈망하는 삶을 살았는데, 적어도 이 대본을 읽는 시간은 굉장한 위로와 힐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홍수현은 “이 드라마는 행복 호르몬이 나오는 세로토닌 같다”며 “대본도, 촬영 현장도 모두 힐링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김재영 또한 “부모님 집에서 집밥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의 디톡스 드라마”라고 했다. 국내외 명소를 담아낸 드라마의 아름다운 영상미는 또 다른 볼거리다. 제작진은 경북 포항 해수욕장, 경남 진주 진주성, 충남 부여 백제문화단지 등 한국의 여행지부터 일본 홋카이도까지 국내외 여행지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강 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K솔(soul)을 전 세계에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 제작진과 의기투합해 아름다운 장면들과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의 지역별 에피소드는 모두 한국의 정서에 맞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강 감독은 “의뢰자의 사연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특징들이 각 로케이션 장소에서 묻어난다”며 “의뢰인들이 각자 잃어버렸던 마음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행 의뢰인 역할로는 배우 진구, 하석진, 이일화, 김혜화, 정만식 등이 특별출연했다. 극 중 강여름이 소속된 오구엔터테인먼트 내의 다채로운 이야기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다. 드라마엔 대표 오상식을 주축으로 편집 아르바이트생 이연석, 재무이사 유하나, 강여름의 매니저 현바람 등 개성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강여름과 이연석의 풋풋한 로맨스, 이연석과 오상식의 브로맨스 등이 펼쳐진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잖아요. 이 드라마를 보시고 다들 잠시나마 쉼을 선택하셨으면 좋겠어요.”(공승연)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오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해서 오는 것’이란 강여름의 대사가 있어요.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는 모두가 위로받길 바랍니다.”(강 감독)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울고 있는 주인을 달래주는 강아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강아지는 주인을 빤히 지켜보다가 앞발로 어깨를 토닥이고 얼굴을 핥았다. 영상을 보면서 감동을 넘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는 정말로 공감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저 주인을 따르는 걸까. 미국의 저명한 뇌과학자인 저자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저자는 앞서 인간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연구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반려견에게 확장 적용했다. fMRI 기술로 강아지의 감정과 기억 방식 등을 연구한, 이른바 ‘도그(dog) 프로젝트’다. 책은 ‘개 뇌의 보상 중추를 식별한 실험’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사회인지·정서 신경과학(SCAN)에도 실린 이 연구의 과정들을 기록했다.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저자의 반려견 ‘뉴턴’이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키운 반려견이었다. 15년을 함께 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뉴턴은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뉴턴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까’, ‘내가 뉴턴에게 마음을 준 만큼 뉴턴도 나를 사랑하고 아꼈을까’…. 이에 저자는 반려견의 뇌에 초점을 맞췄다. 반려견이 가족의 목소리, 체취와 같은 특정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하고자 했다. 실험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좁은 MRI 기기 안에서 개가 머리를 똑바로 들고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각이 예민한 개가 MRI 기기가 내는 100dB의 소음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뉴턴이 떠난 뒤 들인 반려견 ‘캘리’와 함께 이를 성공시켰다. 기기와 비슷한 크기의 모형을 만든 뒤 간식으로 유인하고, 귀마개를 차는 등 훈련을 이어간 결과였다. 그렇게 MRI 기기 안에서 처음 진행한 실험은 ‘핫도그 실험’이었다. 핫도그를 의미하는 인간의 수신호를 개에게 인지시킨 뒤, 뇌의 어느 부분이 반응하는지를 살펴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보상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미상핵’은 물론이며, 대뇌 피질 중앙 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그건 ‘거울 뉴런 반응’이었다. 거울 뉴런은 특정 움직임을 수행할 때와, 다른 누군가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다. 이 반응이 있다는 건 개가 사람의 수신호를 자기 앞발의 움직임에 대입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개가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치환해 해석할 능력이 있다면 사람의 감정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영장류 등은 거울 뉴런 덕분에 마음속으로 타인의 행동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듯이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개가 주인의 체취에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저자는 개가 MRI 기기 안에서 주인의 냄새와 낯선 사람, 낯선 개의 냄새를 각각 맡도록 했다. 그 결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미상핵은 익숙한 사람의 냄새를 맡았을 때 강하게 활성화됐다. 반면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의 냄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개도 사람과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더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걸 시사한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개의 관계는 정말로 진실한 것 같다는 공감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도그 프로젝트’의 장점도 돋보인다. 저자는 마취 없이 주인과 교감하는 상태에서 반려견의 뇌를 MRI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연구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간과 개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5일 오전 10시부터 영화티켓 ‘6000원 할인권’이 영화관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배포되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며 한때 접속이 마비되는 불편을 겪었다. 주말을 앞두고 일반 예매도 어려워지자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관람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날 오전 CGV와 롯데시네마, 씨네큐브 등 국내 멀티플렉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은 3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겪었다. ‘현재 접속자가 많아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구가 뜨며 정상 이용이 불가능했다. CGV의 경우 오전 대기 인원이 10만 명을 넘기며 ‘예상 대기시간 22시간 이상’이란 안내 메시지까지 게재됐다. 오후에도 일부 사이트는 접속이 평소보다 원활하지 않았다.이번 사태는 이날부터 배포된 영화관 6000원 할인권을 받기 위해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할인권 총 450만 장을 선착순으로 발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전이다 보니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올해 관객이 급감하며 위기에 빠진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행되며 불편을 야기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주말에 영화 보려다 포기했다”는 댓글들도 올라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울고 있는 주인을 달래주는 강아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강아지는 주인을 빤히 지켜보다가 앞발로 어깨를 토닥이고 얼굴을 핥았다. 영상을 보면서 감동을 넘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는 정말로 공감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저 주인을 따르는 걸까.미국의 저명한 뇌 과학자인 저자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저자는 앞서 인간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연구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반려견에게 확장 적용했다. fMRI 기술로 강아지의 감정과 기억 방식 등을 연구한, 이른바 ‘도그(dog) 프로젝트’다. 책은 ‘개 뇌의 보상 중추를 식별한 실험’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사회인지·정서 신경과학(SCAN)에도 실린 이 연구의 과정들을 기록했다.프로젝트의 시작에는 저자의 반려견 ‘뉴턴’이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키운 반려견이었다. 15년을 함께 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뉴턴은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뉴턴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까’, ‘내가 뉴턴에게 마음을 준 만큼 뉴턴도 나를 사랑하고 아꼈을까’…. 이에 저자는 반려견의 뇌에 초점을 맞췄다. 반려견이 가족의 목소리, 체취와 같은 특정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하고자 했다.실험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좁은 MRI 기기 안에서 개가 머리를 똑바로 들고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각이 예민한 개가 MRI 기기가 내는 100dB의 소음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뉴턴이 떠난 뒤 들인 반려견 ‘캘리’와 함께 이를 성공시켰다. 기기와 비슷한 크기의 모형을 만든 뒤 간식으로 유인하고, 귀마개를 차는 등 훈련을 이어간 결과였다.그렇게 MRI 기기 안에서 처음 진행한 실험은 ‘핫도그 실험’이었다. 핫도그를 의미하는 인간의 수신호를 개에게 인지시킨 뒤, 뇌의 어느 부분이 반응하는지를 살펴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보상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미상핵’은 물론이며, 대뇌 피질 중앙 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그건 ‘거울 뉴런 반응’이었다. 거울 뉴런은 특정 움직임을 수행할 때와, 다른 누군가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다. 이 반응이 있다는 건 개가 사람의 수신호를 자기 앞발의 움직임에 대입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개가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치환해 해석할 능력이 있다면 사람의 감정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영장류 등은 거울 뉴런 덕분에 마음속으로 타인의 행동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듯이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개가 주인의 체취에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저자는 개가 MRI 기기 안에서 주인의 냄새와 낯선 사람, 낯선 개의 냄새를 각각 맡도록 했다. 그 결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미상핵은 익숙한 사람의 냄새를 맡았을 때 강하게 활성화됐다. 반면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의 냄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개도 사람과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더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걸 시사한다.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개의 관계는 정말로 진실한 것 같다는 공감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도그 프로젝트’의 장점도 돋보인다. 저자는 마취 없이 주인과 교감하는 상태에서 반려견의 뇌를 MRI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연구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간과 개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