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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월드컵 준비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패한 한국 축구에 대해 “최소한 월드컵 때만큼은 훈련을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을 업그레이드할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강점이 체력과 조직력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힘 한번 써 보지 못했다. 월드컵 때만이라도 프로 구단과 상의해서 훈련 시간을 확보해 이 두 가지 요소를 키워야 그나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홍명보 감독이 사퇴하면서 “유럽파와 K리그 선수의 컨디션을 함께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벤치를 지키는 유럽파와 경기를 뛰는 K리그 선수들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은 축구 강국과 달리 저변이 약해 소수의 선수들만으로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한국의 ‘브라질 참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만의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년 6개월간이나 대표팀을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맡겨 4강 신화를 썼다. 이후 A매치는 3일 전 소집, 월드컵은 30일 전에 소집해 훈련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칙에 따랐다. 이 교수의 주장은 결국 FIFA 랭킹 57위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은 전 국민의 관심사로 파급 효과가 크니 색다르게 준비해 ‘참패’만은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칠레(16강)와 코스타리카(8강), 콜롬비아(8강) 등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월드컵을 준비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멕시코와 칠레, 콜롬비아처럼 자국 리그를 활성화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유럽을 포함해 ‘돈 많은’ 일본과 중국, 중동에 좋은 선수를 쉽게 뺏길 수 있는 상황에 있다. 이렇다 보니 K리그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K리그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요하임 뢰프 감독을 2004년 코치로 영입해 2006년부터 8년간 대표팀 사령탑에 앉혀 통산 4회 우승을 일군 ‘전차군단’ 독일 같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도 필요하다. 독일과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등 포메이션을 3∼5가지 활용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세계 축구의 흐름도 잘 읽고 따라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홍명보 감독 사퇴의 ‘결정적 이유’가 된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 ‘이구아수 회식 동영상’은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있던 협회의 한 직원이 촬영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직원은 해당 동영상 유출 경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문제의 동영상은 대표팀이 지난달 27일 벨기에와의 3차전을 마친 뒤 베이스캠프가 있는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로 돌아가 회식하는 장면을 담고 있으며 모 언론사가 ‘제보’를 받고 보도한 10일 오전 홍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해당 언론사는 ‘브라질 현지 교민이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협회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동영상을 찍은 장소와 각도 등을 종합한 결과 협회 직원이 찍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직원은 “내가 찍은 것은 맞지만 유출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대표팀의 한 인사는 “이구아수에는 교민이 거의 없다. 식당엔 우리만 있었다. 그 보도를 보고 동영상의 내부 유출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식은 월드컵에 출전한 소감과 반성, 앞으로의 계획 등을 돌아가며 밝히는 자리였다. 소감을 밝힐 때 우는 선수도 많았다. 코칭스태프까지 발언 순서가 모두 끝난 뒤 우리가 너무 침울하게 앉아있자 식당에 고용된 여가수가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마지막에 잠깐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이를 다 지켜본 직원이 유출했다면 그 사람은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동영상의 내부 유출 가능성이 확인되자 협회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키게 돼 면목이 없다. 하지만 철저히 조사해 유출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협회는 협회노동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안마시술소 등에서 법인 카드를 사용해 업무상 배임으로 법원에서 벌금 판결을 받은 간부를 협회가 해임했는데 노조가 처벌 규정 해석을 두고 반발한 것이다. 노조는 두 달여 전 이에 대한 ‘대자보’를 축구회관 곳곳에 붙이며 협회를 압박했으나 12일 대자보를 전격 철거했다. 동영상 유출 등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협회의 난맥상을 접한 한 축구 원로는 “기강이 깨져서 그렇다. 이번 월드컵 참패도 결국 느슨한 축구협회의 행정 탓”이라고 한탄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협회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인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제2의 홍명보’가 나오지 않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프로축구 수원 삼성을 8년간 이끌었던 김호 전 감독(70·사진)은 ‘홍명보 감독 사퇴’를 지켜본 뒤 한국 축구의 재건을 위해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한 방송에서 ‘축피아(축구+마피아)’를 거론해 관심을 끌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 ‘해피아(해수부)’ 등이 거론된 가운데 브라질 월드컵 참패 후 축구를 망치는 축피아까지 거론된 것이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30년 가까이 그분을 만났는데 모든 행정을 잘 못해 한국 축구의 풀뿌리를 다 망가뜨렸다”며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그 주변 사람들이 축피아라는 것을 암시했다. 정 회장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축구협회 수장을 맡았고 지난해부터는 그의 사촌 동생인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은 “그분들이 프로팀을 운영하고 축구 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분들이 축구계에서 떠난다고 해서 무서워하면 혁명을 할 수 없다. 우린 배고픔을 참으며 축구를 했고 그 결과로 이만큼 왔다. 다시 배고픈 시대로 돌아가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고희를 맞은 노(老)감독은 “축구인이 결정하고 축구인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를 비롯해 프로, 실업, 대학 등 산하 연맹과 각 시도협회장 등을 뽑을 때 축구인들이 제대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축구협회 회장을 산하 연맹과 시도연맹 회장들이 뽑는데 그들 대부분이 축구를 잘 모르는 분들이다. 그들이 협회 회장을 뽑고 그 회장은 자기 눈에 맞는 축구인들을 앉혀서 일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렇다 보니 권력은 비축구인이 장악하고 축구인은 비축구인의 하수인 역할밖에 못한다. 이런 구조를 타파하지 못하면 축구 발전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축구를 모르고 대한민국 축구를 좌지우지하는 축피아를 해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홍 감독과 허정무 부회장이 사퇴한 것은 그냥 꼬리 몇 cm 자른 것밖에 안 된다. 축구협회 운영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제시하지 못하지만 아래서부터 위까지 모든 결정을 축구인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브라질 참패에 대해 축구인 모두가 책임을 통감할 것이다. 보이는 성적에 급급해하며 희생양만 찾는 현 시스템으로는 월드컵 때마다 새롭게 발전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0일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자 갑자기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연단에 올라 “브라질 월드컵 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몽규 회장이 나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허정무 김동대 최순호 유대우 부회장, 안기헌 전무이사 등과 함께 합동으로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동안 축구협회 고위층들이 홍 감독을 방패막이 삼아 비난의 화살을 피해 왔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들은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홍 감독에게 기회를 더 주겠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홍 감독이 떠나면 모든 비난이 협회로 쏠릴 것에 대한 우려도 협회가 홍 감독을 유임시킨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존재한다. 그런 홍 감독이 떠난다고 하니 협회 고위 관계자들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축구 원로는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비난 여론만 피하려고 하는 협회의 행정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날 정 회장이 실시한 ‘대국민 사과’를 협회가 일찌감치 실행하고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였으면 홍 감독이 사퇴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견해도 곁들였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참패는 얽히고설킨 협회 행정의 난맥상이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전임 집행부인 조중연 회장 때 조광래 감독이 경질된 이후 협회는 신임 감독 선임에 어려움을 겪었고 최강희 감독이 시한부 사령탑에 올랐다. 최 감독이 그만둔 뒤에도 협회가 어려움을 겪자 홍 감독이 위기 상황에서 사령탑에 올랐다. 홍 감독이 방패막이로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조 감독 경질 때부터 협회의 밀실행정과 근시안적인 행정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초에는 조 회장에서 정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있었다. 일부 축구인들에게서 ‘조중연 회장 냄새를 완전히 지우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전임 집행부 간부들이 대거 바뀌었다. 그러나 일부 인사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협회 관계자는 “월드컵은 전문가들이 나서서 해도 부족하다는 점을 많이 느끼는 대형 이벤트다. 그런데 요소요소에 비전문가들을 앉혀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졌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런 행정 난맥상의 ‘희생양’이 된 측면이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희망을 준다고 했는데 실망감만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4년간 한국축구의 중심에 있다 브라질 월드컵 참패를 책임지고 떠난 홍명보 대표팀 감독(45)의 얼굴은 무척 수척해 보였다. 일찌감치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유임 설득에 1주일간 고민하며 마음고생 한 흔적이 보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창출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한국축구의 영웅. 이후 대표팀 코치와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2009년·8강)과 광저우 아시아경기(2010년·동메달), 런던 올림픽(2012년·동메달) 대표팀 감독을 거치며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로 성장했지만 ‘브라질 참패’는 그를 한순간에 ‘죄인’으로 만들었다.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 감독의 사퇴 기자회견을 키워드로 정리한다.○ 해명 ▽의리축구=세상에 어떤 감독이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들만 데리고 가겠느냐. 철저히 검증했고 아주 냉정하게 판단했다. 100%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비치는 것은 결국 내 실수다. ▽유임과 사퇴=알제리와의 2차전이 끝난 뒤 사표를 썼다. 벨기에전 끝나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이 와서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6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가지고 팀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사퇴하면 너무 무책임할 것 같았다. 또 철저한 내 반성도 필요했다. 하지만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24년간 이런(대표팀) 자리에 있다 보니 좀 지치기도 했다. ▽부동산 구입 및 파티 동영상=부동산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었고 제가 그동안 그렇게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 동영상은 벨기에전 끝나고 이구아수 캠프로 돌아왔을 때 선수들에게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감독님에게 짐을 지워주기 싫다고 했고 당시 난 이미 사퇴를 결심했기에 슬픔에 빠진 어린 선수들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신중하지 못했다.○ 반성 및 과제 1년 전 대표팀을 맡고 실패한 뒤 지금 생각해보니 예선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았다. 예선을 거쳤으면 선수들의 장단점을 더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엔 내가 잘 알고 있는 올림픽 대표 출신으로 끌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국내파도 점검했다. 결과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은 다 내 책임이다. 하지만 유럽에 진출한 A급 선수는 그라운드보다는 벤치를 지키며 B급 선수로 전락하고 있다. K리그 선수들은 경기는 하고 있지만 해외파보다는 경기력이 떨어진다. 어떻게 선수 구성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앞으로도 이 점이 한국축구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해외파와 국내파의 실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 미래 홍 감독은 “당분간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보낸 뒤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더 이상 감독은 안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질문에 “축구선수도 했고 코치, 감독도 했다. 내게 보이지 않는 어떤 탤런트(재능)가 있을 것이다. 축구도 있고 그동안 해왔던 사회활동도 해야 되고 주위에 어려운 사람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개최국 브라질이 1-7이란 역대 최악의 스코어로 독일에 참패를 당하자 영국 방송 ‘채널4’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국민들의 반대 속에서 개최한 월드컵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직 대규모 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버스 방화 사건과 전자제품 매장 약탈행위가 일어나는 등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흐르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월드컵 전초전으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때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올해 초반까지도 시위는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대규모 시위는 없었다. 어쨌든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하기를 전 국민이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참패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브라질 정부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4배가량인 12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월드컵 유치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무려 285%가 늘어났다. 국민들은 예산이 늘어난 이유가 정부 관료와 건설업자들의 유착 때문이라고 봤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망가져 부담이 가중된 서민들은 그 돈으로 학교나 병원 등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관심을 온통 월드컵에 집중하는 사이 치안 불안과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국민들을 자극했다. 올 초에는 15세 흑인 소년이 벌거벗겨진 채 쇠사슬로 목이 감겨 숨진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국민들이 스스로 치안유지를 위해 만든 ‘자경단(自警團)’의 짓이었다. 빈민촌 출신인 그 소년은 절도하려던 혐의로 자경단에 붙잡혀 봉변을 당한 것이다. 경제난으로 인한 경찰의 파업 등으로 정상적인 법적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자 자경단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자경단은 시민들이 다른 시민들을 처벌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브라질 월드컵은 이런 혼란 속에 개최됐고, 브라질 대표팀은 축구를 통해 국민이 하나 되기를 원하는 정치권의 열망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압박감으로 시달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 10월 대선에 다시 나갈 예정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아에시우 네베스 제1야당 후보 등은 “패배가 너무 슬프지만 좌절하지 말고 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자”라고 말하는 등 국민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날 경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독일과 브라질이 팽팽하게 기 싸움을 벌이던 전반 11분. 오른쪽에서 얻은 코너킥을 독일의 토니 크로스가 올리자 골 지역 오른쪽에 있던 토마스 뮐러는 천천히 골 지역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마크 찬스에서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뮐러의 ‘한방’을 얻어맞은 브라질 수비라인은 이때부터 무기력증에 빠진 듯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전문가들은 ‘월드스타’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부상을 당했고 수비의 핵 치아구 시우바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개최국 브라질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순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토너먼트 경기에선 올라갈수록 홈팀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우호적인 홈 관중 속에서 계속 이기다 보니 팬이나 선수 모두 ‘우리는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한방을 맞으면 힘없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선수들로선 홈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더해 주요 선수가 빠져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뮐러에게 ‘어퍼컷’을 맞으며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독일은 한 골을 넣은 뒤 “이렇게만 하면 이긴다”라는 ‘심리적 관성의 법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플레이를 하면서 7-1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뮐러는 이 한 방으로 사상 첫 2회 연속 득점왕(골든 슈 또는 골든 부트) 등극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득점왕 뮐러는 이번 월드컵에서 5골을 기록 중이다. 6골을 기록하고 8강에서 탈락한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에 이어 득점 2위. 하지만 뮐러는 결승에서 1골만 기록해도 득점왕이 된다. 대회 규정상 동률이 나올 경우 도움 수가 많은 선수가 우선한다. 뮐러는 도움이 3개, 로드리게스는 2개다. 이제 만 25세인 뮐러는 두 번의 월드컵에서 10골을 기록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회 활약에 따라 이날 16골로 역대 개인 최다골을 기록한 선배 클로제의 기록도 깰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브라질은 월드컵 준결승 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6-1이었다. 4강에서 한 팀이 7골을 터뜨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개최국이 4골 차 이상으로 패한 적도 이전에는 없었다. 브라질이 A매치에서 6골 차로 패한 것도 역대 최다 타이다. 홈에서 이어간 62연승도 마감됐다. 이 밖에 브라질의 월드컵 본선 최다 점수 차 패배, 월드컵 본선 사상 브라질의 최다 실점, 월드컵 개최국의 최다 점수 차 패배, 월드컵 개최국의 최다 실점 타이 등의 기록이 새로 나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4500만 유로(약 619억 원)에서 8000만 유로(약 1100억 원)로.’ 지난해 5월 프랑스 AS 모나코가 포르투갈 FC 포르투로부터 4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콜롬비아 출신 공격수 하메스 로드리게스(22)를 영입하자 ‘너무 비싸게 주고 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년여 뒤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해 로드리게스가 펄펄 날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 팀들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러브 콜’을 보내자 모나코는 “계약이 4년이나 남았다”며 8000만 유로를 내지 않으면 안 판다고 선언할 정도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어김없이 샛별들이 탄생했다. ‘축구 제전’ 월드컵은 선수들에게는 돈과 명예를 거머쥐는 월드스타 대열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지구촌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이유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로드리게스가 일약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로드리게스는 팀이 8강에서 개최국 브라질에 1-2로 패해 눈물을 흘렸지만 콜롬비아 사상 첫 ‘8강 신화’ 주역으로 활약하며 지구촌 팬들을 사로잡았다. 환상적인 터닝슛과 감각적인 슈팅, 개인기 등을 선보이며 6골을 기록했다. 월드컵은 마감했지만 8일 현재 나란히 4골을 기록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와 독일의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를 제치고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지역 예선에서도 3골을 잡아 콜롬비아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본선에 올려놓았다. 전문가들은 8000만 유로는 너무 과하고 7000만 유로(약 960억 원) 정도면 타협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도 로드리게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같은 H조였던 벨기에의 ‘황금 세대’ 디보크 오리기(19·릴)도 명문 구단들로부터 손짓을 받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1골밖에 터뜨리지 못했지만 수비수를 손쉽게 따돌리고 거침없이 치고 들어가는 ‘공격 본능’이 팬들을 사로잡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등이 낚아챌 태세다. 리버풀은 우루과이의 ‘핵 이빨’ 루이스 수아레스(27)를 바르셀로나에 뺏길 위기에 처하자 오리기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멕시코의 ‘거미 손’ 기예르모 오초아와 코스타리카의 ‘야신’ 케일러 나바스(레반테 UD), 네덜란드의 클라스얀 휜텔라르(샬케04) 등도 빅 리그 구단의 영입 대상으로 도약했다. 특히 약물 파동으로 무적선수로 있었던 오초아는 20개가 넘는 구단으로부터 ‘러브 콜’을 받고 있어 어느 팀을 선택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과 일본 등 상대적으로 축구 약소국에서는 월드컵에서 자국 감독들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때마다 ‘외국 감독 영입론’이 나온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뒤 전폭적인 지원으로 4강에 오른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땐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내세웠지만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일본은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차케로니 감독을 내세워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지만 1무 2패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우승하려면 자국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기라는 말이 있다. 역대 단 한 번도 외국인 감독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0회째인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4강에 오른 팀 사령탑이 모두 자국 출신이 됨에 따라 ‘자국 감독 우승의 역사’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개최국 브라질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과 독일의 요아힘 뢰프 감독, 아르헨티나의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 네달란드의 루이스 판할 감독이 자국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2002년 브라질에 통산 5회 우승을 안긴 스콜라리 감독이 주목받고 있다. 역대 두 번째로 2회 우승에 도전한다.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포초 감독이 1934년 이탈리아 대회와 1938년 프랑스 대회에서 우승한 뒤 첫 도전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14승으로 브라질 출신 최다승을 거둔 스콜라리 감독은 승부차기 없이 우승하면 역대 최다인 16승(헬무트 쇤·독일)과도 타이를 이룬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비롯해 미국, 스위스 등 14개국이 ‘이방인’ 사령탑에게 운명을 맡겼고 16강까지 7팀이 올랐지만 8강에는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만 턱걸이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콜롬비아로 귀화한 호세 페케르만 감독과 콜롬비아 출신 호르헤 루이스 핀토 코스타리카 감독이 8강에 이끌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 축구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홍명보 감독(사진)이 이끈 대표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잘 모르고 억측에 근거한 비난도 적지 않다. ‘홍명보호’에 대한 오해를 3가지로 정리해 본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월드컵 부진이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홍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허 부회장은 “성적에 따라 감독만 바꿔선 한국 축구 발전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된 홍 감독.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국 축구도 살 수 있다.○ 박주영과의 의리?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내용이다. “벤치를 지키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는 취임 당시 일성과 달리 홍 감독은 소속팀 경기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박주영을 선발하기로 결정하고 대표팀 소집 전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박주영이 훈련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이 고려대 출신이라 후배를 챙기기 위해 뽑은 것 아니냐”는 ‘학맥 논란’부터 홍 감독과 박주영의 ‘지나치게 끈끈한’ 관계를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박주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주영이 프랑스 AS모나코에서 잘나갈 때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와일드카드로 선발해 쓰면서 ‘박주영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선후배들의 가교 역할을 잘했고, 늘 솔선수범했다. 무엇보다 런던 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처럼 결정적일 때 ‘한 방’도 터뜨려줬다.○ 해외파만 우대? 전 세계 32개국이 참가하는 ‘축구 제전’ 월드컵에 참가하는 감독으로서 선수 23명을 선발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의 건장한 선수들과 겨뤄야 하는 월드컵이다. 십중팔구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해본 선수들을 선택할 것이다. 홍 감독도 그랬다. ‘유럽파’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홍 감독이 청소년과 올림픽 사령탑을 할 때 활약했던 ‘홍명보의 아이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는 비난도 설득력이 없다. 올림픽에서 활약한 선수들 중 여러 명이 유럽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이후 소속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홍명보는 ‘축구정치’의 산물? 홍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대표팀 코치가 됐고, 이어 ‘전략가’ 핌 베어벡 감독 밑에서도 대표팀 코치를 했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감독으로 출전했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협회의 난맥상은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이 사퇴하며 우여곡절 끝에 사령탑에 오른 ‘축구 야당’ 출신 조광래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 조중연 전 축구협회 회장의 설득으로 사령탑에 오른 최강희 감독의 시한부 사퇴 등이 복잡하게 얽혔다. 홍 감독이 ‘조 회장’ 라인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 부회장이 늘 “홍명보는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이다. 잘 보호해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듯 대부분의 축구인은 ‘홍명보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오늘 같은 자신감을 가지면 알제리도 문제없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러시아전을 지켜본 뒤 “선수들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희망을 던져줬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같이 당당하게 경기하면 알제리와 벨기에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축구 전문가들이 꼽은 러시아전 무승부의 효과는 ‘자신감 회복’이었다. 23일 알제리와의 2차전에 대해선 다양한 주문이 이어졌다. 최 감독은 “이근호가 선제골을 넣을 땐 (홍)명보 형의 운발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평소 홍명보 감독에 대해 ‘운(運)을 타고났다’는 말을 자주 했다. 국가대표 선수 시절부터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잘 피해 나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점을 말한 것이다. 최 감독은 “러시아의 이고리 아킨페예프 골키퍼가 세계적이라고 하는데 이날 이근호의 슈팅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지만 참 타이밍이 환상적이었다. 홍 감독의 운이 아닌가 한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알제리와의 2차전에 대해선 인내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봤듯 알제리는 강팀을 만나면 수비지향적이 된다. 알제리는 한국에 대한 경계를 높일 것이다. 1패를 안았고 한국은 무승부로 승점 1을 챙겼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수비를 강화한 뒤 역습을 노릴 것이다. 그래서 성급하게 덤비기보다는 차분하게 플레이하며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승이 급한 알제리로선 어느 순간부터는 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때를 노려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소피안 페굴리 등 뛰어난 공격수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역습할 때도 반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이 우리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압박을 했는데 러시아는 뒤로 처져 수비 위주 경기를 펼쳤다. 후반에 실점한 뒤부터 공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알제리전은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 알제리나 모두 1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모험을 할 순 없으니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러시아 경기에선 손흥민과 이청용의 사이드 돌파가 위력적이지 않았다. 알제리전에선 사이드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많이 나와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러시아전은 사실상 우리가 주도했다. 정말 좋았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찾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평가전 때와는 다른 선수들의 몸놀림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은 움직임을 보이다 보니 러시아가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러시아전에서는 치밀하지 못한 수비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알제리전에서는 특히 문전에서 수비수들이 조심해야 할 것이다”고 수비 안정을 주문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홍 감독의 이근호 교체 타이밍이 절묘했다. 러시아가 체력적인 문제로 후반에 뒷공간이 생길 거라고 예측했고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인 이근호를 투입했다. 이근호는 골로 보답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벨기에를 상대로 알제리가 상당히 수비적인 형태를 보였지만 우리와 할 때는 분명 이기려고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우리도 수비 안정이 중요하지만 러시아전 때보다는 조금 더 공격적인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승점을 확보하고 16강에 가려면 러시아와 경기할 때보다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을 끌어올려 압박해야 한다. 상대 진영부터 압박해 공을 뺏은 뒤 빠르게 역습하는 전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야! 우리 선수들 잘 뛰던데….” 18일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를 지켜본 대부분 팬들의 반응이다. 태극전사들이 브라질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치른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 때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평가전만을 떠올리면 러시아에 완패할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홍명보 감독은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 본선에서 최상의 전력을 내는 게 목표”라고 줄곧 말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의 컨디션 조절 프로그램이다. 스포츠 과학을 활용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주기화 원리’(일정 주기에 따라 훈련 강도를 높였다 낮췄다 하며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과학적 방법)가 있다. 인체는 강하게 몰아치다 강도를 낮추면 컨디션이 초과 회복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한 컨디션 조절법이 ‘주기화 원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창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파워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폴란드와의 1차전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이다. 이 프로그램 전문가가 이케다 코치다. 이케다 코치는 일본 최고의 체력관리 전문가다. 이케다 코치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때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당시 홍 감독은 이케다 코치를 영입하기 위해 세 번이나 일본을 방문했다. 이후 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 코치로도 발탁된 이케다 코치는 한국의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케다 코치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아이고 상’으로 불릴 정도였다. 일본식 존칭으로 ‘세이고 상’으로 부르던 것에서 따서 붙인 별명이었다. 이케다 코치는 가나 등과의 평가전 일정에 관계없이 훈련 프로그램을 이어나갔다. 선수 개인차에 따른 프로그램도 적용했다. 러시아전을 앞두고는 조금씩 훈련 강도를 낮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날 태극전사들이 펄펄 난 이유다. 알제리, 벨기에전을 앞둔 대표팀의 컨디션 회복이 관건으로 떠오르며 이케다 코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됐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아니! 저는 아르헨티나가 스리백(3명의 수비수를 쓰는 전술)을 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16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F조 첫 경기를 본 뒤 당황했다고 했다. 세계적인 강호로 우승까지 넘보는 아르헨티나가 축구계에서 퇴물 취급을 받던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온 탓이다. 포백 전술의 경우 양 측면 수비수들이 역습에 자주 가담한다.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이 적은 스리백은 상대적으로 수비지향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스리백은 ‘수비지향적이다’는 과거의 통설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등장한 전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알아봤다.○ “아르헨티나가 스리백 쓸 줄은 정말 몰랐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화려함은 사라지고 실리를 지향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을 제외하고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등 강팀들이 스리백으로 수비를 강화하고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네덜란드는 스페인의 패싱 축구인 ‘티키타카’를 깨기 위해 스리백을 썼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둬 사실상 5명이 수비를 하는 포메이션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과거와 달리 3명의 수비수를 미드필드 쪽으로 전진시켜 스페인을 압박하는 공격지향적인 스리백이다. 미드필더나 수비수가 볼을 차단하면 곧바로 볼을 앞으로 찔러 역습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이때 수비수가 앞으로 나가면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 쪽으로 내려서서 상대 반격에 대비한다. 네덜란드는 이 전술로 14일 B조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5-1로 완파하고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에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여의치 않자 후반에 포백으로 바꿨다. A조의 멕시코, D조의 코스타리카도 스리백으로 각각 카메룬과 우루과이를 무너뜨렸다.○ 헐거워진 압박, 그리고 3명의 공격수 황 감독은 “전반적으로 전방 및 중원 압박이 줄었다. 현지의 날씨가 덥고 습도도 높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먼저 수비에 치중해 안정을 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무더위 때문에 경기 중 물을 마시는 ‘쿨링 브레이크’를 부분 도입했다. 출전 팀들이 이런 환경에 맞게 압박보다는 전체적인 균형감을 찾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압박이 느슨해졌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은 “과거엔 스페인의 패싱플레이를 저지하려고 달려들다가 망가졌는데 이번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뒤 차단해 역습하는 플레이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은 “스피드가 빨라지고 정확도가 높은 공인구 브라주카의 영향도 있지만 네덜란드와 독일 등 강팀들이 3명의 공격수를 기용하는 스리톱을 쓴 것도 골이 많이 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한국 축구의 운명을 가를 일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첫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1차전 승리 팀들의 16강 진출 확률이 가장 높았다. 1차전에서 이기면 선수들의 자신감도 끌어올릴 수 있어 이후 경기 전망도 밝혀 준다. 프로 사령탑과 해설위원 등 선배들이 태극전사에게 주는 ‘필승전략’을 들어봤다. 》 ▼ “긴장 풀고 마음껏 즐겨라” 황선홍 포항 감독 ▼우리 땐 선수들이 유럽에서 뛴 경험이 거의 없어 월드컵에 나가서 쓸데없이 긴장하는 바람에 경기를 망친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마인츠) 등 대표팀 주전 대부분의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 선수들이 리그에서 함께 뛰는 유럽 선수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긴장하거나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월드컵이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라고 지나치게 크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 순간 몸과 마음은 굳는다. 러시아도 똑같이 부담감이 있다. 누가 더 평상시같이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월드컵을 즐겨라. ▼ “후회없는 투혼 발휘할 때” 최용수 서울 감독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곤 부담감과 불안감, 조바심이 났던 기억이 있다. 막상 경기를 치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한국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다. 최근 평가전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된 데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클 텐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과거를 떠올려보면 이마가 터져 피가 나도 투혼을 발휘해 뛰었을 때 국민들도 감동받았다. 젖 먹던 힘까지 꺼내 ‘우리 팀이 살아야 내가 산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꼭 러시아를 꺾기 바란다. 월드컵은 선택받은 사람만 나갈 수 있다. 이 좋은 기회를 날리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 “先수비-後역습에 길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트레이너가 최근 훈련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봐 러시아전에 맞춰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생각된다. 우리 몸은 강하게 몰아치다가 훈련량을 줄이면 컨디션이 상승하게 돼 있다. 체력이 올라왔다면 우린 먼저 수비를 강화한 뒤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써야 한다. 최근 세계적인 축구의 트렌드가 수비 강화다. 빈틈없는 수비조직력이 러시아 격파의 선제조건이다. 그동안 평가전에서 흔들렸던 수비를 다소 안정시켰다고 보면 초반부터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최소한 비겨야 한다. ▼ “초반 실수만 안하면 승산” 김대길 KBSN 해설위원 ▼관건은 체력과 자신감 회복이다. 마지막 가나와의 평가전 때 보여줬던 무기력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러시아가 한 수, 두 수 위의 팀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체력이 정상으로 올라오고 자신감만 잃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 이번 월드컵에선 그동안 사라졌던 스리백(3명이 서는 수비라인)이 다시 등장하는 등 전술적인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활용했던 4-2-3-1 포메이션을 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흔들렸던 수비라인이 잘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전술을 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초반에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승산은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나이를 잊었다는 평가를 받는 ‘중원 사령관’ 안드레아 피를로(35·유벤투스)와 ‘악동’ 마리오 발로텔리(24·AC 밀란)가 ‘죽음의 D조’에서 이탈리아를 구했다. 일본 열도는 ‘드록신(神)’ 디디에 드로그바(36·갈라타사라이)의 활약에 슬픔에 빠졌다.○ ‘중원 사령관’ 피를로-‘악동’ 발로텔리 콤비 피를로와 발로텔리의 나이 차는 11세. 세대 차를 넘어 침착하고 묵묵히 플레이를 하는 피를로와 다소 건방진 듯 다혈질인 발로텔리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15일 브라질 마나우스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열린 D조 1차전에서 ‘종주국’ 잉글랜드를 무너뜨리는 데 있어서는 환상의 콤비를 이뤘다. 긴 머리와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피를로는 중원에서 정확한 패스와 재치 있는 플레이로 잉글랜드의 조직력을 무너뜨렸다. 이날 전반 35분 터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유벤투스)의 선제골은 피를로의 플레이에서 나왔다. 오른쪽에서 마르코 베라티(파리 생제르맹)가 볼을 밀어주자 수비수 한 명을 달고 움직이던 피를로가 공을 그대로 다리 사이로 흘려보냈다. 피를로의 움직임에 집중하던 잉글랜드 수비진 사이에 틈이 벌어졌고 그 사이로 마르키시오가 슈팅해 골네트를 가른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경기 리포트에 따르면 피를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112차례의 패스를 시도하고 103차례 연결해 92%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사실상 잉글랜드는 피를로의 칼날 패스에 무너진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정상에 올려놓은 주역이었던 피를로는 후배들을 위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발로텔리는 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안토니오 칸드레바(라치오)가 올린 크로스를 골 지역 왼쪽을 파고들며 머리로 받아 넣었다. 수비수 게리 케이힐(첼시)을 따돌리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압권이었다. 과격한 행동으로 구단에 거액의 벌금을 내고 여성 교도소가 궁금하다며 차를 타고 난입하는 등 경기장 안팎에서 기행을 일삼아 ‘악동’으로 불리던 발로텔리가 이탈리아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대회 직전 벨기에 출신 여자친구에게 청혼한 발로텔리는 “첫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기록해 정말 행복하다. 이 승리를 내 미래의 아내에게 바친다”며 활짝 웃었다. AP통신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병기(兵器)’가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한편 이탈리아가 잉글랜드를 꺾고, 조 최약체로 평가되는 코스타리카가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우루과이를 3-1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D조는 혼전 양상을 띠었다.○ 드록신 존재감에 무너진 열도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넘어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을 노리던 일본은 교체 출장한 드로그바의 무서운 존재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이날 헤시피의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전반 16분 혼다 게이스케(AC 밀란)의 선제골로 앞서 갔다. 그렇지만 사타구니 부상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던 드로그바가 후반 17분 교체 출전하면서 분위기는 물론이고 결과까지 달라졌다. 드로그바에게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가 집중되는 사이 코트디부아르는 후반 19분 윌프리드 보니(스완지 시티)에 이어 21분 제르비뉴(AS 로마)까지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일본으로선 드로그바 등장 4분 만에 2골을 헌납했다.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들은 “드로그바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 다른 선수들에게 당하고 말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드로그바는 4년 전 남아공 대회를 앞두고 가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오른팔 척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정작 월드컵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는데 이번 월드컵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당시의 빚을 갚았다. 이날 승리로 코트디부아르는 사상 첫 16강 진출이 유력해진 반면 월드컵 본선에서 아프리카 팀에 첫 패배를 당한 일본은 16강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졌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브라질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개최국 브라질을 포함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 남미의 강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과 독일,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유럽의 전통 명문들이 저마다 정상을 넘보고 있다. 월드컵 역사에서 4강까지는 의외의 팀들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그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땐 크로아티아, 1994년 미국 월드컵 땐 불가리아가 4강에 올랐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신은 월드컵을 단 8개국에만 허락했다. 지금까지 19회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전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브라질이 5회로 최다 우승을 차지했고 그 뒤를 이탈리아(4회), 독일(3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각 2회), 잉글랜드, 프랑스, 스페인이 따르고 있다. 강팀만이 월드컵을 넘볼 수 있었다. 개최 대륙에서 우승팀이 나온다는 월드컵 전통도 쉽게 깨지지 않고 있다. 1994년 미국, 2002년 한일, 2010년 남아공까지 포함하면 개최 국가는 크게 ‘유럽 vs 비유럽’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지금까지 유럽이 월드컵을 개최하면 유럽 국가가, 남미 등 비유럽 국가가 월드컵을 열면 남미 국가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예외는 두 번,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뿐이다. 월드컵은 개최국의 이점이 극명한 대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개최국이 조별 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2010년 남아공 대회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개최국 우승도 많다. 우루과이(1930년)와 이탈리아(1934년), 서독(1954년), 잉글랜드(1966년), 아르헨티나(1978년), 프랑스(1998년)가 모두 자국에서 우승했다. 이런 역사적 전통 때문에 브라질이 월드컵 트로피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 사상 가장 위대한 팀이다. 브라질은 1930년 1회 우루과이 대회 때부터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에 참가한 유일한 국가다. 브라질은 1958년과 1962년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1970년 다시 정상에 오르며 초대 우승컵인 쥘리메컵을 영원히 소유한 국가가 됐다. 당시 브라질엔 축구 황제 펠레가 있었다. 브라질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골잡이 호마리우를 앞세워 최초로 4회 우승의 위업을 세웠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호나우두가 골 폭풍을 몰아치며 다섯 번째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4회 우승의 이탈리아 등 유럽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수비축구를, 지난 대회 챔피언 스페인은 특유의 패스축구를 앞세워 정상에 도전한다. ‘전차군단’ 독일은 전통의 파워에 스페인식 기술축구를 가미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우승을 넘본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0-4 완패. 브라질로 향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행보가 불안하다.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3일 앞두고 10일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리카 강호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결하지 못했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은 고사하고 16강에도 못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졸전이었다. 축구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지낸 최강희 전북 감독과 박경훈 제주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김대길 KBSN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월드컵은 분위기 싸움… 반전 계기로대표팀 내부 관계자가 아니라 뭐라 말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외부에서 보는 것은 피상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드러난 현상은 전체적으로 수비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월드컵은 분위기 싸움인데 너무 골을 많이 내줘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된다. 박주호와 홍정호를 투입하는 등 수비수를 3명이나 바꾼 것은 홍명보 감독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을 전반적으로 테스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패배에 연연하기보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선수들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튀니지전보다는 좋아졌다는 것이다. 단시일에 능력을 향상시킬 순 없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선에선 다를 것” 자신감 가져라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반응이 늦었다.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다. 4골이나 내준 것은 선수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게 자신감이다. 본선에서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절대 상대에 밀리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계속 졌다. 패하다 보면 서로 신뢰와 믿음이 깨지게 된다. 오늘 컨디션이 나빴던 게 의도적으로 훈련을 많이 한 오버트레이닝의 결과라면 남은 시간 동안 컨디션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목표로 하는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많이 한 뒤 조정기(훈련 강도를 낮춰 몸을 회복시키는 시기)를 거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 홍명보 감독을 믿고 힘 실어줘야내가 쭉 지켜보며 훈련시킨 팀이 아니라 할 말이 없다.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믿고 기다려야 한다. 다만, 지금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월드컵이란 큰 대회는 특수성이 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홍명보 감독이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다고 했으니 믿어줘야 한다. 비판하기보다는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홍 감독은 선수 때부터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했으니 팀을 잘 추슬러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믿는다.○ 너무 무기력… 러와 1차전에 집중을러시아와의 1차전을 고작 8일 남겨둔 가운데 너무 무기력했다. 경기 내용이 콤팩트하지 못했고 압박도 허술했다. 전술 완성도도 떨어졌다. 경기에서 골은 내줄 수도 있다. 그런데 반격할 때 파워가 떨어졌다. 이런 상태라면 러시아와 벨기에를 상대하기 힘들다. 지금쯤이면 전체 팀 컨디션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하는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남은 기간 어떻게 끌어올릴지 걱정된다. 체력은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힘들다. 현재로선 선수들이 낙담하지 않도록 막는 게 최선이다. 패배를 잊고 러시아와의 1차전에 집중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러시아를 잡으면 최근의 무기력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상 최고의 축구 제전이 다가옴에 따라 누구보다 가슴이 뛰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축구 전쟁’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그 성적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사령관들이다. 본선 진출 32개국엔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명장들이 즐비하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 못지않게 그들의 지략 대결도 팬들의 관심사다. 이번 대회에서는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66)이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개최국으로 홈그라운드 이점을 가진 브라질이 역대 최다 우승 신기록을 갈아 치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역대 최다인 5번째 우승컵을 안긴 주인공. 정상에 오른 뒤 브라질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진해서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이후 포르투갈 감독을 맡아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2004에서 준우승, 2006년 독일 월드컵 4강을 이끌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이후 첼시(잉글랜드)와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 팔메이라스(브라질)를 지도했고 브라질축구협회의 부름을 받아 다시 ‘삼바 축구’ 지휘봉을 잡았다. 브라질협회는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내자 2012년 11월 마누 메네지스 감독을 경질하고 ‘백전노장’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그는 지난해 ‘미니 월드컵’인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우승 청부사’의 귀환을 전 세계에 알렸다. 스콜라리 감독의 아성을 위협할 인물로는 스페인을 메이저 2개 대회 챔피언으로 이끈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64)이 꼽힌다. 유로2008에서 우승을 일군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이 도입한 짧은 패스를 앞세운 ‘티키타카’(쉴 새 없이 랠리를 거듭하는 스페인의 패스축구를 표현하는 말)를 계승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2012에서 최고봉에 올랐다. 헬무트 쇤(독일·유로1972와 1974년 월드컵 우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유로와 월드컵 우승컵을 모두 거머쥔 감독이다. 이번에 우승하면 개인적으론 메이저 대회 3개 연속, 스페인으로선 4개 메이저 대회 연속 정상에 서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델보스케 감독의 지휘 속에 스페인은 2011년 9월부터 FIFA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브라질에 0-3으로 지는 등 최근 다소 흔들리는 모습에서 탈출하는 게 델보스케 감독의 숙제다. H조에서 한국과 만나는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68)도 주목받고 있다. H조에서 가장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AC 밀란, AS 로마(이상 이탈리아) 등 유럽의 명문 클럽을 정상에 올려놓았고 잉글랜드 대표팀도 지휘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이끌 당시 32개 출전국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990만 달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럽예선에서 포르투갈을 제치고 러시아를 F조 1위로 이끌며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켜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 밖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FC바르셀로나), 독일 분데스리가(바이에른 뮌헨),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아약스·알크마르)에서 정규리그 우승만 7번 한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감독(63), 잉글랜드의 자존심 로이 호지슨 감독(67), ‘전차군단’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미국 감독(50) 등도 전술적 반란을 꿈꾸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 사람 요즘 참 바쁘다. 지방선거가 열린 4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전문지, 각종 방송에서 온 전화로 신문이나 방송에 낼 ‘희귀 자료 없냐’는 질문과 만나 달라는 요청이다. 6일엔 모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5시간 넘게 녹화까지 했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 때만 되면 반복되는 현상이다. ‘축구자료 수집가’ 이재형 베스트일레븐 이사(53)는 이렇게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도 또 다른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한국과 브라질이 수교한 지 55주년이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한·브 축구 외교 53주년인지는 잘 모른다. 1961년 프로축구팀 마르레이라 팀이 처음 방한하면서 한국과 브라질의 축구 외교가 시작됐다. 이런 스토리를 브라질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마르레이라 이후 1970년 플라멩구, 1972년 산투스가 방한했고, 브라질 대표팀은 1997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1999년과 2013년까지 ‘삼바축구 대표’는 3차례 방한했다. 이 이사는 “브라질 대표팀과 클럽 팀이 방한했을 때 만든 포스터와 팸플릿, 사진 등 5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적으로 이 이사 개인이 혼자 하는 것이다. 당초 기업의 후원을 받아 크게 열 계획이었으나 여의치 않아 평소 가깝게 지내던 상파울루축구협회 관계자와 함께 상파울루 시내에서 조그맣게 연다. 브라질 축구영웅 펠레(74)가 산투스 시절 입었던 유니폼 등 브라질 관련 축구 물품도 있다. 국내 일정상 현지 시간 17일 브라질에 들어가는 바람에 그날부터 한국과 벨기에의 H조 3차전이 열리는 26일까지 10일간 열 계획이다. “월드컵이란 큰 행사로 브라질과 한국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월드컵에 집중하느라 한국과 브라질의 외교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양국이 축구로 어떤 외교를 펼쳐 왔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서울 성북초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이 이사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뺑뺑이(추첨)로 축구팀이 없는 홍익중에 입학하면서 가슴에 ‘한(恨)’을 품고 살았다. 인근 경신중 축구팀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는 게 낙이었다. 우표 등 각종 축구 관련 기념품을 모으는 것도 그때 생긴 취미였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해 회사를 다니면서도 축구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94년 축구전문잡지 ‘월간축구(현 베스트일레븐)’의 기자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가면서 인생은 바뀌었다. 현장을 돌며 더 많은 자료를 모을 수 있었다. 1996년 2002 한일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자료 수집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월드컵 개최 기념으로 1997년 아크리스백화점에서 소장하고 있던 축구자료를 전시했다.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기념품 수준의 것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유물’이 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계기가 됐다.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때 안정환의 골든 볼, 스페인과의 8강 승부차기 때 마지막 키커 홍명보가 찬 공을 각각 에콰도르와 이집트까지 날아가서 찾아왔다. 42개국을 돌아다니며 4만여 점을 모았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자료 구입비와 여행비에 썼다. 30년 넘게 약 20억 원을 썼는데도 아깝지 않다. 이번에도 사재를 털어 떠나지만 새신랑이 신혼여행 가듯 행복하기만 하단다. 참고로 그는 아직 솔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H조 두 번째 상대 알제리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알제리는 5일 스위스 스타드 드 제네바에서 열린 루마니아와의 평가전에서 나빌 벤탈렙(토트넘)의 선제골과 힐랄 수다니(디나모 자그레브)의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알제리는 1일 아르메니아를 3-1로 꺾은 데 이어 스위스 전지훈련에서 2연승이고 최근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에서는 4연승을 달렸다. 알제리는 좌우 측면을 활용한 공격력이 돋보였다. 알제리의 벤탈렙은 전반 22분 압델무엔 자부(클럽 아프리칸)가 왼쪽 측면을 돌파해 수비수를 제치고 올려준 볼을 상대 골키퍼가 주춤하며 놓치는 사이에 골로 연결했다. 알제리는 1-1이던 후반 22분 사피르 타이데르(인터 밀란)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해 낮은 크로스를 깔아주자 수다니가 쇄도하면서 왼발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알제리는 수비 집중력에선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29분 루마니아의 알렉산드루 킵치우가 중원에서 2 대 1 패스로 파고드는 것을 수비라인이 놓쳤고 골키퍼 라이스 음볼리(CSKA 소피아)가 너무 일찍 앞으로 나와서 막으려다 킵치우의 페인트에 말려 골을 허용했다. 한편 한국으로선 알제리 팬 변수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제리 팬들은 이날 첫 골이 터지자 불을 피워 연기를 냈고 물병도 투척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수백 명이 경기장으로 난입하기까지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