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

손효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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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림 기자입니다.

aryssong@donga.com

취재분야

2025-11-30~2025-12-30
문화 일반52%
문학/출판23%
연극13%
교육3%
무용3%
산업3%
학술3%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맨부커상과 번역의 힘

    멕시코와 쿠바를 여행하다 매료된 친구가 선언했다. “스페인어 배울 거야!”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스페인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나라에 끌리면 자연스레 언어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한강 씨가 맨부커상을 수상하자 한국책을 잘 번역할 외국인을 확보하려면 한국의 매력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인인 이만열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21세기북스)에서 재미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미국 아이들의 비밀 코드로 한글을 소개한다는 것. 가령 ‘Meet me at school’(학교에서 만나)을 소리나는대로 한글로 ‘미트 미 앳 스쿨’이라고 쓰면 부모는 읽을 수 없는 자신들만의 비밀 메시지 작성법이 된다. 이렇게 한글과 놀다 보면 친숙해질 거라고 상상했다. 뭐든 재미있어야 푹 빠진다. 한국 문화와 언어에 흥미를 느끼게 만들 참신한 방법을 찾아 나설 때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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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철살인 한 문장으로 독자를 잡아라”

    “기회야, 인생아, 나는 늘 늦게 깨닫지만, 그래서 후회도 많이 하지만, 가끔은 너희들의 뒤통수를 보며 웃기도 한단다. 안 잡을게. 그러니 뒤통수에 머리 길러도 괜찮아.” 지난달 경기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교보문고 본사 회의실. 김연수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의 한 구절이 울려 퍼졌다. 여기저기서 “오, 좋은데요” “통과, 통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특정 주제에 맞춰 책과 소품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코너인 ‘편집샵: K’의 5차 회의. 모바일인터넷영업팀 과장 대리 사원 등 1∼10년 차 직원 10명이 모여 ‘청춘’을 주제로 각자 골라온 책 속 문장 88개 가운데 30개를 골라내고 있었다. 낱권의 책이 아니라 주제별로 좋은 책 여러 권을 추천받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요구가 커지는 현상을 반영한 것. 최근 서점가에서는 독자가 관심 있는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고, 서점은 책을 여러 권 판매할 수 있어 큐레이션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편집샵: K가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운영하는 편집샵: K는 책 내용이나 저자가 아니라 문장을 먼저 보여 준 뒤 책을 소개한다. 호기심을 자극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3월 ‘처음’을 주제로 시작됐다. 페이지뷰는 하루 평균 3000건에 달했다. 주제는 두 달 만에 업데이트된다. 이달 18일 공개된 두 번째 주제가 바로 ‘청춘’이다. 이날 회의는 한 사람씩 문장을 낭송하고 다 같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익재 과장이 “결국 강조하는 메시지는 ‘당신은 지금도 청춘입니다’라는 겁니다. 여기에서 벗어난 건 뺍시다”라고 설명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 어딜까/너의 잠재력.” 하상욱의 시집 ‘서울 시’에 나온 구절이 낭송되자 곧바로 “오케이” “확 와 닿아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황은정 과장이 “제목이 ‘치약’이라는 걸 알면 더 재미있을 텐데요”라고 말하자 ‘와하하’ 웃음이 터졌다. 문장을 고른 뒤 ‘청춘’과 어울리는 소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소품은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책을 매개로 한 복합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의미가 있다. 파격, 불안, 여행, 연애 등 네 가지 ‘청춘’ 관련 테마에 맞춰 스니커즈, 여권지갑, 스케이트보드 등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주제부터 최종 문구와 소품을 정해 온라인에 올리기까지 10여 차례의 회의를 거친다. 이 과장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가격 유인책이 약화돼 책 자체의 매력을 ‘핫하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예스24는 ‘기획’이라는 꼭지로 일주일에 두 번씩 주제별 책을 소개한다. 이달에는 ‘기억해야 할 5·18민주화운동’ ‘지도 보고, 역사 보고!’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그림책&동화책’을 주제로 한 책을 선보이고 있다. 알라딘은 독자 개개인의 구매 성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하는 ‘추천마법사’를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빅 데이터를 돌려 선정하는데 갈수록 기법이 정교해져 독자들 사이에서 “꽤 용하다”는 말이 나온다. 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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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好통/손효림]맨부커상 수상 현장 외면한 창비의 무신경

    “노벨 문학상 다음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았다.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강 씨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에 한국인은 환호했다. 출판 관계자들도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채식주의자’는 17, 18일 단 이틀 만에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에서 모두 3만 권이 훌쩍 넘게 팔렸다. 종이책이 동나자 독자들은 전자책으로 몰리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출간한 창비는 그야말로 수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데 정작 창비는 영국 런던 시상식장에 직원을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 창비는 수상 소식이 이미 다 알려진 17일 오전 11시경에야 수상 내용과 한 씨,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 씨의 약력 등이 간단히 적힌 자료를 냈을 뿐이다. 창비 관계자는 “수상 가능성은 높게 봤다. 하지만 한 씨가 시상식에 요란하게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직원을 보내지 않았다”며 “시상식 초청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씨의 일정은 영국 출판사인 포르토벨로가 챙겼다. 맨부커상 수상은 침체된 한국 문학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미 독자들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창비의 행보를 보면 너무 소극적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현장에 직원을 한 명이라도 파견해야 했다는 건 ‘작가를 모시라’는 뜻이 아니다.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는 현장을 지켜보고 해외 언론의 분위기와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 감각을 높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고 출판사로서도 큰 자산이 된다. 한국 작가가 앞으로도 큰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좋을지를 런던 현장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설사 한 씨가 상을 못 탔어도 이런 적극성을 갖고 임할 필요가 있었다. 출판계는 독자들이 줄고 있다며 지원을 호소한다. 지원과 격려를 받으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출판계의 빅이벤트가 떠올랐는데도 소극적 행보에 그치고 있는 창비의 모습을 보노라면 아쉽기만 하다.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요즘, 출판사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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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준높은 번역자 확보하려면 한국문화의 매력 널리 알려야

    《한강 씨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확인시켰다. 조정래 은희경 이승우 신경숙 정유정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이 해외로 진출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2001년부터 문학을 포함해 인문 아동 분야에서 모두 863종의 책이 30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고 18일 밝혔다. 하지만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 문학이 국경을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면 풀어야 하는 과제를 관련 전문가 10명에게 물었다.》○ 수준 높은 ‘메신저’를 찾아라 이들은 수준 높은 번역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꼽았다. 한 씨의 맨부커상 수상에 데버러 스미스 씨의 정교하고 매혹적인 번역이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능력 있는 번역자를 양성하려면 한국 문화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5명·복수 응답)이 많았다. 소설가 이승우 씨는 “한국인이 외국의 정서와 문화적 감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이 한국 문학을 공부하게 하려면 문화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각종 통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아시아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의 경우 선택하는 나라는 중국이 60%, 일본이 30%이고 한국은 소수에 그친다.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국 문화를 좋아해 문학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수만 명이 되면 그중에서 훌륭한 번역자가 나올 여지가 커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학위를 주는 번역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7개의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2년 과정의 번역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해외의 한국학 대학을 지원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다양하면서도 탄탄한 콘텐츠 발굴 훌륭한 번역자가 있어도 탄탄한 콘텐츠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려면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의견(4명)이 적지 않았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독자들은 ‘장미의 이름’ ‘다빈치 코드’ ‘반지의 제왕’처럼 지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을 원하는데 한국에서는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을 열등하게 여겨 재능 있는 작가들이 도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지의 제왕’을 쓴 존 로널드 톨킨은 옥스퍼드대 교수였고,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인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는 케임브리지대 교수였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용사와 부사를 중시하는 작법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훈련도 요구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자유라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거식증과 채식이라는 현대적인 소재로 풀며 인간이 나무로 변한다는 신화적 해석을 담았다”며 “외국인에게 익숙하고도 낯선 이야기를 접하는 경험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단편 중심의 국내 문학을 장편으로 변화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 해외 교류와 독자의 애정이 세계화의 자양분 국내외 작가와 출판사 간의 교류도 확대돼야 한다. 세계 문인과 출판사들과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 세계 문학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소설가 김중혁 씨는 “한국에 어떤 작가가 있는지 해외 출판 에이전시나 출판사 등이 알아야 작품도 알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은 독자들의 관심이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는 “문학의 세계화는 한국의 정신과 삶의 체계가 세계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독자들이 문학을 가까이 하는 것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밑바탕이 된다”고 당부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조종엽 기자  }

    •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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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식주의자’ 서점가 매진 돌풍

    한강 씨(46)의 맨부커상 수상에 대해 문학계와 독자들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인 쾌거라며 기뻐했다. 세계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드라마, 팝 등 대중문화로 형성된 한류의 물줄기에 문학도 동참하게 됐다. 한국 작가가 해외에 수월하게 진출할 디딤돌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과 미국에서는 ‘채식주의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과거에는 외국에 한국 작가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최근에는 한국 작가를 소개해 달라며 각국 출판사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김 원장은 “미국 영국 프랑스는 물론이고 러시아 체코 폴란드 등의 출판사에서 실력 있는 작가의 책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한국 작가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며 “문학에서 이룬 성취가 인문, 사회과학 등으로도 이어져 세계적인 책이 나오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침체된 문학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식주의자’의 판권을 수출한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는 “한국 작가가 세계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많은 작가가 해외에 적극 진출하고 독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면 국내 문학계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자들도 수상을 축하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를 제치고 상을 받다니. 어찌나 기쁘던지 눈물이 핑 돌더라”, “소설은 잘 안 읽지만 기념 삼아, 축하 삼아 ‘채식주의자’는 한 권 사야겠다” 등 축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독일 교포는 “김정은 소식이 1면을 장식하던 독일 신문들 속에서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이 가득 보여 참 반갑다”고 썼다. ‘채식주의자’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17일 하루 만에 4500여 권이 판매돼 전국 지점의 책이 모두 동났다. 책을 사고 싶다는 고객의 문의도 빗발쳤다. ‘소년이 온다’ ‘바람이 분다, 가라’ 등 한 씨의 다른 작품도 800여 권이 나갔다. ‘채식주의자’는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6900권 넘게 팔렸다. 판매량이 전날의 38배로 급증한 것. 알라딘에서도 하루 만에 3500여 권이 판매됐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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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자 스미스, 8년전부터 한국어 배운 한국학 박사

    “문학은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없잖아요. 번역이 그 장벽을 넘게 해주죠. 번역 작업을 지켜볼 때마다 경이로워요.” 한강 씨(46)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씨(29)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채식주의자’의 해외 진출과 수상에는 스미스 씨의 공이 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어 21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국에 한국어 전문 번역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틈새시장을 개척한 것. 하지만 한국인을 만나거나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었던 그는 “한국어를 선택한 것은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는 런던대에서 한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미스 씨는 자발적으로 ‘채식주의자’ 20쪽을 번역해 영국의 유명 출판사인 포르토벨로에 보냈다. 이 작품에 매료된 이유에 대해 “사회 금기에 도전하는 잔혹하고도 지극히 시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8년간 한국어를 공부해 예술적이고 세련되게 번역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는 영문학을 전공하며 강도 높게 읽고 쓰는 훈련을 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를 지켜본 이들은 문학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한국어 말하기 실력은 아주 능숙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 역시 작품성을 알아봤다. 섬세하게 번역된 ‘채식주의자’를 본 순간 맥스 포터 포르토벨로 수석편집자는 “완벽하게 설득당해 성공을 확신했다”고 술회했다. 시인이기도 한 포터 씨는 영국의 대표적 시인의 이름을 딴 딜런 토머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미스 씨는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한 씨의 소설 ‘소년이 온다’도 번역해 올해 초 영국에서 출간했다. 외국인이 5·18민주화운동을 잘 모른다는 점을 고려해 이 운동의 정치 사회적 배경을 설명하는 역자 서문을 실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스미스 씨는 번역 문학책을 내는 전문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를 최근 설립했다. 안도현 씨의 ‘연어’를 비롯해 배수아 씨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도 번역했다. 다음 달 열리는 서울 국제도서전에 참석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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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랍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았다

    테러, 석유, 난민, 여성 억압…. ‘아랍’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기 쉬운 말들이다. 아랍은 파편화된 이미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아랍의 현재가 어떻게 탄생했고 왜 이렇게 복잡다단한 정치 지형을 갖게 됐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길 원하는 이에게 딱 맞는 책이 나왔다. 레바논 베이루트와 이집트 카이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하버드대에서 중동 역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아랍이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 1516년부터 2011년 아랍 혁명까지를 다룬다. 서구 중심이 아니라 아랍인의 시각에서 역사를 서술하려 애썼다. 오스만 제국에 이어 영국, 프랑스 등 서구의 지배를 받게 된 아랍인들은 강력 저항하지만 신식 무기와 강력한 군대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힘없던 아랍인에게 새로운 무기로 떠오른 건 석유였다. 아랍이 국제무대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의 힘을 믿는 정치 세력이 강해지면서 이슬람주의 테러 세력이 형성됐다. 영국과 프랑스가 물러났지만 독재에 신음하던 아랍인들은 2011년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억압에 맞서 일어났다. 오랜 기간 무력감에 젖어 있던 아랍인들이 인권과 안전, 경제 성장을 누리려면 스스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랍의 봄’은 그렇게 왔다. 대규모 전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얼굴을 가리지 않은 매춘부가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던 18세기의 풍경 등이 풍성하게 펼쳐져 당시 시대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영국에 맞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던 여성, 최초의 이집트 페미니스트 등 가려져 있던 여성들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슬람이 출현한 후 7세기부터 다섯 세기 동안 아랍인은 세계의 주역이었다. 이는 이슬람 신앙을 가장 잘 실천했을 때 아랍인이 최고였다고 주장하는 이슬람주의자들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아랍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대목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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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마음으로 나무를 보는 법

    오래전 런던의 한 박물관에서 돌 조각상을 손으로 가만가만 만지는 시각장애인 소녀를 봤다. 또 다른 소녀는 조각상을 설명하고 있었다. 작품을 이렇게도 감상할 수 있구나! 놀라웠다. ‘슈베르트와 나무’(고규홍 지음·휴머니스트)는 나무 인문학자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가 1년간 나무를 만지고, 냄새 맡고, 잎사귀를 스쳐온 바람을 느끼는 시간을 담았다. 나무로 만든 정교한 악기를 연주하는 이와 나무 전문가의 만남은 그 자체로 절묘했다. 김 씨는 목련 꽃봉오리를 손가락으로 느끼며 말한다. “한 생애를 마친 열매는 아주 단단해요. 새로 다음 생애를 시작하려는 꽃봉오리는 말랑말랑하네요. 꽃봉오리 안쪽에는 틈이 많은가 봐요. 새 생명을 탄생시키려면 그런 틈,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뭇잎이 푸른 요즘 촉각과 후각, 청각을 통해 만난 세상에 대한 깊은 사유를 선물처럼 받았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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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내는 서양미술사

    “그리스 도시 테베에는 동성애자 부대가 있었다고 해요. … ‘화랑세기’에 보면 신라 시대 화랑들도 서로 동성애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물론 ‘화랑세기’ 자체가 소설에 가깝지만요.” 바로 옆에서 이야기해 주듯 한국적 시각에서 서양미술사를 정리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난처한 미술이야기)’ 1, 2권이 나왔다. ‘상인과 미술’ ‘그림값의 비밀’ 등을 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49·사진)가 썼다. 1권은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을, 2권은 그리스·로마 문명과 미술을 각각 다뤘다. 모두 8권 시리즈를 낼 예정이다. 양 교수는 사회평론 출판사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4년 가까이 강의해 이를 구어체로 정리했다. 강연 내용을 책으로 내는 경우는 많지만 책을 위해 장기간 별도의 강의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양 교수는 “쉽게 읽히면서도 입문서를 넘어서는 깊이를 담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책은 한국 미술이 세계 미술과 어떻게 조우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원시 미술 이야기를 우리나라 신석기 시대 유물인 빗살무늬 토기로 시작하고, 인도 동쪽에는 주먹도끼를 만들 능력이 없었다는 학설을 뒤집어 세계를 놀라게 한 경기 연천의 주먹도끼도 다룬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이 독일 명예의 전당인 발할라, 미국 링컨 기념관, 백악관은 물론이고 덕수궁 석조전에까지 영향을 미친 점을 짚어냈다. 그는 “석조전은 시대적 과업이었던 근대화를 건축적으로 구현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3권 ‘기독교 미술’은 올해 12월에, 4권 ‘르네상스 미술’은 내년 6월에 나올 예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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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 별세

    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사진)이 8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방 고문은 올해 초 심근경색으로 혈관 이식 수술을 받은 뒤 회복하던 중 합병증이 갑자기 악화됐다. 1928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제강점기 조선일보를 인수해 사장을 지낸 계초 방응모 선생의 손자이자 방일영 전 회장의 동생이다. 서울 경신고, 연희전문학교(연세대의 전신) 상과를 졸업했다. 1952년 조선일보 공무국 견습생으로 입사해 8년간 사회부, 경제부 기자로 일했다. 1970년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으며 1993년 회장이 됐다. 2003년 명예회장에 이어 2010년 상임고문으로 추대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선영 여사와 아들 성훈 스포츠조선 대표이사 발행인 겸 조선일보 이사, 딸 혜성 윤미 혜신 씨, 사위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 정연욱 경남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고인의 조카다. 빈소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으며 영결예배는 12일 오전 8시 병원 영결식장에서 열린다. 장지는 경기 의정부시 입석로 선영. 문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02-2227-7550, 조선일보사 02-724-511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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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 신문인 외길 64년… 조선일보 성장 이끌어

    8일 별세한 방우영 상임고문(88)은 조선일보 사장과 회장을 지내며 조선일보의 성장을 이뤄낸 신문경영인이었다. 고인은 스스로를 “언론인이 아니라 신문인”이라며 “좋은 신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꾼”이라고 말했다. 1952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후 사회부, 경제부 기자를 지냈으며 1960년 조선일보 계열사인 아카데미극장 대표를 맡았다. 1962년 조선일보 상무로 복귀해 발행인을 거쳐 전무 대표이사가 됐고 1970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며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고인은 제호 빼고는 모두 바꾸라며 개혁을 단행했고, 1960년대 초반 10만 부를 밑돌던 조선일보 발행부수는 가파르게 늘어났다. 고인은 재정 독립을 못 하면 언론 자유를 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1980년 월간조선을, 1990년에는 스포츠조선을 각각 창간해 매체 다각화에 나섰다. 스스로 다양한 특집기사, 연재소설, 인터뷰 등 아이디어를 내 지면의 변화를 시도했다. 1983년 시작해 23년간 6702회 게재되며 한국 언론 사상 최장 칼럼 기록을 세운 ‘이규태 코너’도 고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일본 출장을 다녀올 때면 수십 권씩 책을 사다 주며 칼럼 집필을 독려하는 등 용인술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3년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형 방일영 전 회장의 장남이자 조카인 방상훈 씨에게 물려주고 고인은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2008년 팔순 기념으로 언론계 생활을 담은 회고록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를 펴냈다. 고인은 “밤새 전쟁을 치르듯 만든 신문이 전해지는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는 독자들이 우리 신문에 만족할지 언제나 가슴이 떨렸다”고 회고했다. 고인이 논설위원들에게 비판 정신을 강조하며 던진 “욕먹을 각오하라우”라는 말은 유명하다. 올해 1월에는 미수(米壽)를 기념해 ‘신문인 방우영’을 펴냈다. 또 다른 저서로는 ‘조선일보와 45년’(1998년)이 있다. 국민훈장 모란장·무궁화장,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독일 1등십자공로훈장 등을 받았고 고당조만식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연세대 재단 이사장, 대한골프협회 명예회장 등을 지냈다. 영결예배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결식장에서 12일 오전 8시에 치러진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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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를 향기롭게 한 꽃의 세계

    “병원에서 나오는데 봄꽃이 활짝 피었더라고요. 진짜 화사하게요. 갑자기 너무 속상해서 그만 주저앉고 싶데요….” 쓰러진 남편을 입원시킨 여인은 멍한 눈으로 말했다. 굳세게 버텨 왔는데…. 꽃은 그런 거다. 우리 곁에서 축복과 위안을 주는 동시에 눈부신 아름다움 때문에 고통을 너무도 또렷하게 대비시키는 존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곤충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야말로 꽃의 모든 것을 담고자 애썼다. 꽃의 기원을 다룬 초반부에 겉씨식물, 속씨식물, 씨방, 수분 등이 등장한다. 학창 시절 생물 수업의 기억을, 먼지 쌓인 다락방에서 끄집어내듯 되살린다. 생물학적 지식을 열정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을 지나면 비로소 꽃과 관련된 역사, 문화, 예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 중에도 편지를 써서 정원사에게 단풍나무, 월계수, 사시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정원에서 농작물과 곡류로 실험을 거듭했고, 토머스 제퍼슨의 채소밭에는 호박, 양배추가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꽃과 벌은 뗄 수 없는 사이. 꿀벌을 길러 아침마다 구운 토스트에 걸쭉한 꿀을 발라 먹는 저자는 칸쿤, 메리다 등이 있는 멕시코 남부 지역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맛 좋은(본인 기준이다) 꿀 ‘수난카브’를 만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문학, 미술 작품에 등장한 꽃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햄릿’에서는 자살한 오필리아의 무덤에 제비꽃이 피어나길 축원한다. 당시엔 좋은 사람의 무덤엔 제비꽃이 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화훼산업도 비켜가지 않았다. 매년 항공기나 트럭을 통해 운반되는 꽃은 150억 송이에 달한다. 미국인이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선물하는 꽃은 대부분 콜롬비아, 에콰도르, 코스타리카에서 재배된다. 꽃은 향수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에스티로더의 향수 ‘뷰티풀’에는 꽃을 포함해 무려 700여 개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의외의 사실도 적잖다. 성행위 체위를 다룬 인도의 책 ‘카마수트라’에는 화관 만드는 법, 꽃으로 침상을 장식하는 법도 나온다. 1997년 뉴질랜드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용의자는 사건 현장 지역에만 있는 웜우드(쑥의 일종)의 꽃가루가 옷에서 대량으로 발견돼 결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강력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기도 하는 꽃가루는 잘 부패되지 않아 수백만 년 전의 암석에서도 채취된다. 낯설고 새로운 이름의 꽃들과 생물학적인 구조, 수많은 지역과 곤충의 역할 등 방대한 지식을 꼼꼼하게 읽어내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꽃을 전방위로 추적해온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삶 속에 꽃이 이토록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나 싶어 새삼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보라색 라벤더 꽃이 펼쳐진 들판으로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 레드록 라벤더 농장, 연분홍색 로즈드메가 가득한 그리스 근교의 장미 재배지를 묘사한 대목을 보노라면 그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저자가 직접 찍은 꽃 사진들은 원서에도 흑백으로 처리돼 실제 색감이 어떤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원제는 ‘The Reason for Flowers’.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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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책

    내일은 어버이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부모님이 계신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진 게 많은 이다. 나란히 나온 그림책인 ‘나의 엄마’(강경수 지음·그림책공작소)와 ‘나의 아버지’(〃)가 눈길을 끈다. ‘나의 엄마’에 나오는 글은 ‘맘마’와 ‘엄마’가 전부.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림이, 왼쪽 페이지에는 글씨만 있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기 옆에는 삐뚤빼뚤하게 쓴 ‘맘마’가 있다. 아파서 앙앙 울며 엄마를 찾을 때는 목젖의 떨림처럼 ‘엄마’ 글씨도 흔들린다. 사춘기에는 엄마를 사납게 몰아세웠지만, 커서는 어느새 작아져버린 엄마를 보며 목이 멘다. ‘나의 아버지’의 표지는 아빠의 모습이 윤곽만 남긴 채 오려져 있다. 그 구멍 사이로 작은 아이가 서 있다. 묵묵히 뒤에서 아이를 챙기는 아빠가 연상된다. 간결함과 여백에서 오는 따스함이 진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부모님께 슬쩍 내밀고 싶어진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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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만든 그림책, 아이들 자라서 추억할 수 있길 바라요”

    “둘째가 입학한 후 일하다 말고 학교에 가야 할 때가 많았어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컸죠. 이렇게 반응이 격렬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어요.” 요즘 그림책 ‘이상한 엄마’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45)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이상한…’은 아파서 조퇴한 주인공 호호를 일하는 엄마 대신 선녀가 돌봐주는 이야기. 올해 3월 출간된 지 7주 만에 2만7000권이나 판매됐다. 인터넷에는 ‘아이에게 읽어주다 왈칵 눈물이 났다’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친구에게 꼭 선물해야겠다’는 워킹맘의 소감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촌로 한 아파트에 자리한 작업실을 최근 찾았다. 거실에는 스컬피(찰흙과 유사한 재료)로 만든 열에 들떠 얼굴이 빨개진 호호, 입술을 내밀고 후후 불며 국물을 마시는 호호의 모형 등이 가득했다. 놀라거나 다급함이 묻어나는 호호 엄마와 연지를 찍은 느긋한 표정의 선녀 얼굴도 있었다. “다른 책은 보통 1년이 걸리는데 ‘이상한…’은 1년 7개월이 걸렸어요. 구안괘사(안면 신경 마비)가 와서 일주일간 입원할 정도였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작업해 왔는데 제 이야기를 하려니 더 어렵더라고요.” 2년 전 낸 책 ‘달 샤베트’는 10만 권 넘게 팔렸고 지난해에는 중국에 2만5000권이 공급됐다. ‘장수탕 선녀님’은 중국에는 이달에, 일본에는 8월에 각각 출간된다. 중국에서는 그의 책이 나오자마자 계약하자고 달려온다. ‘구름빵’이 백 작가의 단독 저작물이라는 판결이 올해 초 났지만 저작권을 온전히 가져오려면 험난한 과정이 한참 남았다. ‘구름빵’을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에서 출판사가 저작권을 다른 업체에 넘기면서 생긴 엉킨 실타래 같은 문제도 풀어야 한다. 그림책이 정식 장르로 인정받지 못해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동화작가로 소개되는 현실도 안타까워했다. ‘구름빵’으로 인한 가슴앓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지만 그는 그림책 작가라는 천직을 찾은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어릴 적 그림을 그릴 때면 너무 좋아서 ‘하아하아’ 하고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마구 뛰었어요. 그림책을 만들지 않으면 하루하루 살 수가 없더라고요.” 인형과 소품을 직접 만들어 사진으로 촬영하는 그의 작품은 정교하면서도 판타지를 담고 있다. 웃음이 ‘빵’ 터질 정도로 엉뚱한 상상력은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사로잡는다. “치열하게 일상을 살다가 생활의 단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그림책 작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자꾸 생각하게 돼요. 가진 것의 200%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력파랍니다(웃음).” 그를 오랜 시간 지켜본 이들은 백 작가 안에 어린아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강아지 집과 나무의자, 인형을 같이 만들던 유쾌한 아빠와 뭐든지 해보라며 응원해주던 엄마의 셋째 딸이다. ‘구름빵’ 속 엄마 아빠의 캐릭터는 실제 부모님의 모습이다. “제 작품이 지금 아이들이 자라서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는 책이 되면 정말 좋겠어요. 가령 ‘달 샤베트’ 이야기가 나오면 ‘아, 나도 그거 읽었어’라며 같이 어릴 적 기억을 나눈다면 그야말로 최고라고 생각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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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전시로… 연극동화로… 책 밖으로 나온 이야기들

    2016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사진)가 5일부터 8일까지 경기 파주출판도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14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책 밖으로 나온 이야기’를 주제로 테마 전시와 거리퍼레이드, 연극 동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출판도시 입주사와 외부 출판사 등 200여 개사가 참여한다. ‘이상하고 요상한 그림책 마을’은 9명의 그림책 작가가 원화와 미술 도구를 각각의 ‘집’에 전시해 아이들이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매일 오후 1시와 3시에 작가들의 공연과 체험 행사를 연다. 5일 오후 2시에는 어린이가 좋아하는 책 속 등장인물의 옷을 만들어 입고 출판도시를 걷는 ‘출판도시 어린이 퍼레이드’가 열린다. 커다란 종이가방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송하는 ‘어린이 페이퍼백 캐릭터 공모전’도 함께 진행한다. 연극 극단과 출판사가 기획한 ‘연극동화’는 책의 캐릭터로 분장한 배우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연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온몸으로 책읽기의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명필름은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어린 왕자’, ‘고녀석 맛나겠다’를 상영하고 명필름아트센터 견학도 실시한다. 구텐베르크 특별전에서는 독일 장인이 15세기 인쇄술을 시연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100여 개의 부스로 구성된 ‘야외 북마켓’에서는 어린이책, 독서 관련 가구, 문구류를 함께 판매한다.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는 사전 신청해야 한다. 홈페이지), 031-955-005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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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계천 책방]감옥에서의 ‘인생 수업’

    신영복 교수는 수감 기간을 늘 ‘대학 시절’이라고 말했다. 감옥에서의 깊은 사유와 성찰을 통해 그는 철학자로 거듭났다. ‘낮은 인문학: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배철현 등 지음·21세기북스)은 서울대 교수들이 교도소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담았다. 배 교수는 “우리는 모두 자신이라는 오만에 갇힌 수용자지만 구속돼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책에는 없지만 수용자들이 쓴 독후감 일부를 받아봤다. ‘집착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와 남이 하나임을 알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소망한다.’ ‘중요한 건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 일이다. 악은 질서와 의무와 권위의 모습으로 다가와 고민하기를 포기한 이들을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유는 철학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읽고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보기. 스스로를 맑고 향기롭게 만드는 길임을 다시 깨달은 봄날이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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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뮤지컬]“관객이 즐거워할 때 가장 행복… 브로드웨이 다시 도전할 것”

    “어제(26일) 뉴욕에서 귀국해 새벽 2시까지 ‘스위니 토드’ 무대 디자인 회의를 했어요. 오늘 아침에도 9시 반부터 회의에 참가했고요. 덕분에 오늘밤은 시차 문제 없이 푹 잘 것 같네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48)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쉼 없이 달리는 열차 같았다. 그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드라큘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동시에 숱한 실패도 맛봤다. ‘뮤지컬계의 돈키호테’로 불리는 그는 별명처럼 끊임없이 풍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2009년 미국과 합작해 ‘드림걸즈’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스핀’ ‘요시미 배틀스 더 핑크 로보츠’를 제작해 계속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다. 2014년에는 전설적 힙합 가수 투팍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 들리면 소리쳐)’로 처음 책임 프로듀서가 돼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닥터 지바고’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둘 다 결과는 처참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상처투성이가 된 채 돌아왔어요. 하지만 무언가를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차분하게 숨 고르기를 한 후 전력투구할 수 있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는 브로드웨이에 선보일 세 번째 작품을 꿈꾸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두 손을 들 만한데 끄덕도 없다. “공연장을 떠나며 즐거워하는 관객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해요. 뮤지컬은 마술 같아요. 관객은 무대를 보며 환호하지만 백 스테이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많은 일이 일어나거든요.” 다행히 지난 2년간 한국에서 올린 작품은 다 성공했다. 현재 공연 중인 미국 신문팔이 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뉴시즈’(충무아트홀 대극장)는 유명 배우 없이도 열정적인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 매혹적인 음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인 배우들이 많다 보니 애정이 많이 가요. 배우 한 명 한 명이 모두 주인공이라 생각하면서 진짜 열심히 해요. 그게 작품을 끌어 가는 힘이에요. 저 자신을 돌아보게도 됐고요.” 6월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스위니 토드’는 기존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될 거라 장담했다. 조승우 옥주현 양준모 전미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작품의 전형성에서 벗어나려고 해요. 뚱뚱하고 못생긴 러빗 부인은 섹시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만들 거예요. ‘뮤지컬 덕후’가 많은 작품이라 반응이 어떨지 진짜 궁금해지네요.” 브로드웨이에서 처절하게 깨진 결과, 그는 비로소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빨리 주목받고 싶었는데, 지금은 인정받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작품을 잘 만들면 인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니까요. 중요한 건 저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천천히 한 발짝씩 내디디겠다고 말하는 목소리에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설 때 다시 도전할 거예요. 주변 사람과도 고민을 나누고요. 예전에는 좌충우돌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산초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돈키호테가 되지 않을까요.”(웃음)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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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보석보다 빛나는 ‘욕망의 역사’

    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해적을 고용해 스페인의 보물선을 공격하라고 하고는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진주란 진주는 모두 빼앗을 것. 그녀의 진주 사랑은 특별했다. 실제 진주 장신구를 한 초상화도 많다.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펠리페 2세가 이복언니인 메리 여왕에게 청혼 선물로 보낸 큼직한 진주 ‘라 페레그리나’를 흠모해 그만큼 아름다운 진주를 손에 넣고자 애썼다. 보석은 역사 곳곳에 박혀 있다. 때론 처연하게 때론 아름답게. 반짝이는 희귀한 돌멩이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강렬하다. 고대사를 전공한 보석 회사 디자이너인 저자는 역사 속 보석 이야기를 세세하게 발굴해낸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관련된 유명한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의 실체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이 맨해튼과 맞바꾼 유리구슬,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가 만들어낸 다이아몬드에 대한 환상 등 8가지 이야기를 정리했다. 곳곳에는 흥미를 끄는 대목이 적잖다. 여성의 장신구로 여겨진 손목시계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일상으로 복귀한 군인들이 계속 손목시계를 차면서 남성의 소유욕도 자극하게 됐다. 로마인이 친구나 동맹자끼리 신의의 징표로 주고받은 반지가 약혼반지의 기원이 됐을지 모른다고 저자는 추측한다. 보석이 세계사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돼 보이지만 보석과 함께한 역사 속 인물의 캐릭터와 일상을 드라마 보듯 편안하게 조망하게 만든다. 보석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상식이 풍부해지는 깨알 같은 정보에 조금은 흥분된 상태로 책장을 넘길 것 같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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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대 마트 “책도 팝니다”

    “군대에서 책을 팔기 시작해서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반가웠습니다.” 20일 찾은 강원 홍천군 제1야전수송교육단 마트. 오형석 상병(21)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연신 책장을 살폈다(육군은 PX, 공군은 BX로 불리던 부대 내 매점 이름은 마트로 통일됐다). 책장에는 ‘마션’ ‘밤의 파수꾼’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시민의 교양’ 등 신간이 많이 꽂혀 있었다. 전국 1200여 개 부대는 군인 복지를 위해 올해 1월부터 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00종이 공급되며 10% 할인한 가격에 판다. 부대 내 진중문고에서 책을 빌려 볼 수 있지만 신간은 거의 없었다. “휴가 때 책을 사오거나 온라인 서점에서 부대로 주문해 봤는데 이제 바로 살 수 있어서 편합니다.”(정민제 상병) 이들은 입대 후 독서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입대 전에는 영화 보고 컴퓨터 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한 달에 한두 권은 꼬박꼬박 봅니다.”(김무진 상병)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동명 영화의 원작소설인 ‘마션’이다. 올해 2만 권이 팔렸는데 군대에서 소화된 물량이 5000권이나 된다. ‘가면산장 살인사건’ ‘오사카 소년 탐정단’ ‘헝거게임’ 시리즈, ‘맏물 이야기’ 등 장르소설이 판매 상위권을 차지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전쟁의 물리학’ ‘이기적 유전자’ 등 묵직한 책을 찾는 장병도 적지 않다. 이 부대에선 매달 장병에게 독후감을 받아 시상한다. 박기진 일병(21)은 지난달 ‘마션’ 독후감이 2등으로 뽑혀 외박 포상을 받았다. 1등에게는 3박 4일 휴가를 준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보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독후감을 더 쓰고 싶어졌습니다!” 1500명이 복무하는 이 부대에서는 1분기(1∼3월)에 책 400만 원어치가 팔렸다. 이병∼병장의 월급이 14만∼19만여 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물량이다. 국군복지단에 따르면 1분기에 전국 부대에서 팔린 책은 모두 6만 권에 이른다. 출판사도 반색하고 있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괴수전’은 군에 1500권을 공급한 후 추가로 1500권을 더 보냈고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도 1400권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초판을 보통 1000∼2000권 찍는 걸 감안하면 부대 내 판매량이 적지 않다. 박설림 재인 대표도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가면산장 살인사건’ ‘오사카 소년 탐정단’이 모두 3000권 넘게 들어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잡지와 토익 책, 운전면허나 컴퓨터 자격증용 수험서 등 현재 들어오지 않는 실용서적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지게차 필기시험을 봤는데 휴가 때 책을 사 와서 공부했습니다. 국가기술자격증을 무료로 딸 수 있어 다들 자격증 준비를 많이 하는데 관련 신간이 있었으면 합니다.”(오 상병) “해외 축구나 자동차 관련 잡지를 관심 있는 사병끼리 공동구매해 돌려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정 상병) 홍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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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누 대신 폼 클렌징… 초코파이 대신 스낵류…

    군부대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인터넷TV(IPTV)가 공급돼 제1야전수송교육단 병사들은 ‘태양의 후예’를 주말에 몰아서 다 함께 봤다고 말했다. 김무진 상병은 드라마에 대해 “요즘은 ‘…지 말입니다’는 표현은 안 쓴다. 그냥 ‘다·나·까’체로 말한다”고 지적했다. 비누로 세수하는 사병도 거의 없다. 선크림을 챙겨 바르는 것도 일반화됐다. 이성열 제1야전수송교육단 마트 관리관은 “폼 클렌징과 마스크팩이 많이 팔린다. 초코파이처럼 배부른 간식은 잘 안 사먹고, 스낵처럼 입이 즐거운 과자를 주로 사간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도 가능해 부대에서 택배를 받을 수 있다. 컴퓨터로 웹툰을 보고 부대 내 노래방에서 회식도 한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 장병들에게 가장 먹고 싶은 것과 받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답은 모두 똑같았다. “치킨, 피자가 먹고 싶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손편지와 사진을 자주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홍천=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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