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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막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가장 최근에 발간한 저서인 ‘70년의 대화’(지난해 1월)에서도 “5·24조치는 실패한 제재”라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차례 서해교전에 대해선 “우발적 충돌”이라고 했다. 책 출간 석 달 뒤 김 후보자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장에 취임했다. 김 후보자는 저서에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으로 이명박 정부가 취한 5·24조치에 대해 “대북 제재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우리 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24조치로) 모든 남북 경제협력을 중단한 상태에서 장기적인 통일의 경제이익을 상상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자는 2015년 대담집에서도 “5·24조치를 해제할 때도 반드시 천안함 사건과 연계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 해군 46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로 인해 남북 경협이 지장받아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1999년과 2002년 발생한 서해교전에 대해선 ‘우발적 충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1999년과 2002년 두 번 서해에서 우발적 충돌을 겪었지만 이후 노무현 정부는 보복의 악순환이 아닌 서해 평화 정착을 선택했고 포괄적인 서해협력특별지대에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 교전 모두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발생했지만 ‘의도적 공격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이다. 또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피살되자 이명박 정부가 북측에 현장조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반복했다”고 적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질 논란이 거의 매일같이 확산되고 있다. 이전에 인터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밝힌 북한에 편향된 듯한 발언이나 ‘문제적 언사’들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장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여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 제재와 남북 경협에 신중하고 균형 잡힌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제재 무용론자’로 꼽히는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한미 간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 동결’ 주장한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 후보자는 2017년 4월 11일 동아시아재단의 연재물 ‘정책논쟁’에서 핵 동결을 주장했다. 그는 “군사적 해결은 잃을 것이 너무 많고, 협상은 지속되지 못했고, 제재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면 지금 수준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비핵화에 앞서 핵 동결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창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가 선택할 북핵 노선으로 핵 동결을 내세운 것이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통째로 핵을 내놓을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비핵화 협상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북한에 유리한 협상안을 꺼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개를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재의 수단으로만 생각해서 너무 쉽게 폐쇄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 구축이 필요하고 개성공단은 신뢰의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조치였지만 이런 언급은 뺀 채 핵 동결과 개성공단 재개를 주장한 것.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 한 신문 칼럼을 통해서도 “‘제재를 유지한다’는 말은 ‘관계 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미국의 선(先) 제재 해제를 강조했다. 이런 대북 보상을 강조하면서도 과거 북한이 저지른 도발에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2015년 8월 페이스북에 북한 목함지뢰로 아군 2명이 부상을 입은 도발에 대해 “(북측 소행이라는) 심증은 가는데 (우리 정부 당국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적었다. 김 후보자가 정치권 인사들을 향해 날렸던 막말에 가까운 언사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후보자는 2015년 3월 26일 페이스북에 천안함 폭침 5주년을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대를 방문한 당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사진을 올리면서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 국민이 군대를 걱정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향해 “감염된 좀비”라고 했고, 같은 해 민주당을 지휘했던 김종인 전 대표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5년 하반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내 갈등을 겪자 “새것이라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피똥 싼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여권, “청와대가 또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북한학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그동안 정치권에 노크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쏟아낸 정치적 메시지들이 이제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자는 성균관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정치외교학)를 했고 1997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시작으로 2002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2008년 인제대 교수 등을 지냈다. 꾸준히 현실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서 2004년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시작으로 2007년 정동영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했고, 2017년 대선엔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한 북한학 전문가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학자이면서도 현실 정치에 갈수록 관심을 보였고 SNS를 통한 정치적 발언의 강도도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김 후보자에 대해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했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과거 저술이나 SNS상 발언 등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가장 기본 항목이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감사원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 “청와대 면죄부 감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13일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대통령비서실이 공휴일과 주말, 심야(오후 11시 이후) 등 이른바 ‘사용제한 시간’에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총 2461건이다. 감사원은 전수조사를 통해 영수증과 증빙서류를 대조해 사용이 적정했는지, 휴일 및 심야 사용이 불가피했는지 검토했지만 “긴급 현안 대응 및 국회, 기자 등과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집행된 것이 대부분으로 사적 사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쟁점은 크게 네 가지였다. △주점에서 사용해도 됐는지 △사용 명세 중 누락된 업종의 사유는 무엇인지 △고급 일식점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은 아닌지 △영화관이나 백화점 등 사용 목적이 불명확한 곳에서 쓰인 것은 문제가 없는지 등이다. 대통령비서실이 주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81건의 경우 “단란주점 및 유흥주점 등 제한 업종이 아닌 집행이 허용되는 업종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고 영수증 허위 작성 등 부당 사례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업종 누락 건은 ‘카드사의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일부 정부 구매 카드사가 업종 코드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이 1인당 9만 원부터 시작하는 고급 일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사례에 대해서는 “지침을 위반했다는 기준이 없어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서실이 건당 50만 원 이상 지불한 내역은 총 43건, 2794만 원 상당으로 파악됐다. “업무 특성상 보안 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손님들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는 일식당을 업무 협의 장소로 주로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식당에서의 집행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가 접대하는 게 아니라 업무를 추진하고 집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감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해명했다. 영화관이나 백화점에서 집행된 업무추진비도 행사 관련 티켓이나 음료, 기념품, 행사 진행에 필요한 식자재 등을 구입한 것으로 적합하게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감사의 부당 사항은 비서실 3건, 대통령경호처 1건 등 총 4건이었고 이마저도 주의 또는 제도 개선 통보로 그쳤다. 경호처 직원들의 사우나 이용에 대해서는 사용제한 업종임에도 결제가 된 건 카드사의 잘못이라고 돌리면서 “평창 올림픽 준비 경호팀을 격려하기 위해 이용한 것으로 잘못 집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13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나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이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을 대변인이라고 하나.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명사 초청 공직자 평화통일전문가 특강’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에서 가장 친북 인사라고 하는 게 나인데 나의 발언에 친북적 요소가 있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핵·경제) 병진은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기본 원칙이고 거기에는 하나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나 원내대표가 지난달 방미 일정 도중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등에게 종전·평화선언 등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을 언급하며 “이런 것도 워싱턴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미국도 ‘빅딜’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고 북한도 ‘스몰딜’에 집착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 대통령이 촉진자 역할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협상 흐름상 갑자기 ‘빅딜’을 요구한 미국이 판을 깬 게 아닌가 싶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사진)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하노이 노딜’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해석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문 특보는 “(하노이 회담 전인) 1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에 갔을 때는 북한에 ‘스텝 바이 스텝(단계적)’ 타결이라는 메시지를 줬다가 갑자기 (하노이에서 미국이) ‘빅딜’로 나온 것”이라며 “북한은 예측 가능한 행태를 보였고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문 특보는 “(합의 결렬에는) 미국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언급했다가 바로 “쌍방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귀책사유란 표현은 철회한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핵무기 전면 폐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전체를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하는 ‘빅딜’을 제시했고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스몰딜’만으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 낼 수 있을 거라 과신했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해 보고 지켜봐야 한다”면서 “미 국무부 차관보 정도가 ‘노(No)’라고 해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하노이 노딜 후 남북 경협 논의를 경계하는 워싱턴 기류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앞서 7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안 한다(No)”고 선을 그은 바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정부가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 대화 기조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개성공단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이 또다시 미뤄졌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시설 점검을 위해 13일에 공단을 방문하겠다며 8번째 방북 신청서를 6일 통일부에 제출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신청한 13일 방북은 불가능하고 (결정 기일의)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22일까지 기업인들에게 방북 허가 여부를 전달해야 한다. 정부 안팎에선 이번은 방북 허가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남북 협력 사업의 ‘속도감 있는 준비’를 주문한 데에 이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5일 국회에서 “필요하다면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우리 공장에 가서 가동 차원이 아니라 점검, 유지하는 차원의 작업들은 제재 틀 내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 국회의원 5명도 방북자 신청 명단이 이름을 올려 기업인 방북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평양 산음동 연구단지 등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 관련 각종 징후가 잇따라 포착되면서 정부 기류도 미세하게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12일 대통령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에서 “현재 대북 제재가 작동하기 때문에 제재 틀 내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긴밀한 협의를 전제로 남북 경협을 검토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실제 (경협) 재개를 위해선 비핵화 진전 등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통일연구원장으로 재임하던 최근까지 신의주 등 북한의 거점개발 지역 7곳의 구체적인 개발 청사진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측에 제시할 남북 경협 프로젝트였던 것.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제재 면제도 거부할 정도로 남북 경협에 부쩍 민감한 상황에서 정부가 실제로 이 같은 경협 프로젝트를 추진할지 주목된다. 1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통일연구원장에 취임한 김 후보자는 핵 포기 시 북한의 번영된 미래상을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신의주, 원산, 청진, 남포, 함흥, 삼지연, 양덕 등 7곳을 거점개발 지역으로 정하고 개발안을 만들었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협력, 투자 등을 통해 빠른 개발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가상현실(VR) 기술, 미니어처 등으로 만들어 올 하반기(7∼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시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번영된 미래상을 직접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비핵화를 설득하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 7개 거점개발 프로젝트를 장관 임명 시 실제로 집행할지 묻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청문회를 준비하는 입장이라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다. 정리해서 차차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답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결렬’ 이후 첫 공개 메시지를 통해 “극악무도한 제재 압살 책동도 파탄을 면치 못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유지하면서 내부 결속을 통한 장기전을 준비하며 대북제재 무력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흘 연속 경고를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6, 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조선노동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금 혁명 정세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9일 보도했다.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열린 초급선전일꾼대회에는 당 중앙위 간부들과 북한 전역의 일반 주민들에 대한 선전선동을 맡은 초급간부들이 참여한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오늘 우리 당에 있어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며 “자력으로 보란 듯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인민의 힘을 무엇으로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면서 “수령에게 인간적으로, 동지적으로 매혹될 때 절대적인 충실성이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회담 실패 소식 확산으로 ‘무오류의 신화’가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김정은의 ‘인간적 풍모’를 부각하며 내부 결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인 10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찾아 투표하는 등 하노이 회담 이후 열흘 만에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4월 초 제14기 1차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내부 정비를 마친 뒤 하노이 이후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효과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테스트를 보게 된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며 “만약 그(김 위원장)가 서로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문병기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 ‘하노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첫 공개 메시지를 통해 ‘경제발전 총력 노선’을 재확인했다. 대북제재 해제 합의에 실패한 뒤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위협했던 태도와 달리 핵·경제 병진 노선 부활의 카드는 일단 접어두었다. 당장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뒤엎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자력, 자급, 자족 등을 5차례 사용하며 내부결속을 통해 장기전 대비에 나섰다. 특히 대북제재를 “파탄을 면치 못할 책동”으로 규정하며 10일 시작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통해 구축될 ‘김정은 2기 체제’를 통해 대북제재 무력화를 위한 전략·전술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노이 결렬 후 내부단속 나선 김정은 김 위원장은 6, 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조선노동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하노이 노딜 이후 첫 메시지를 냈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당 중앙의 전략적 결단과 우리 인민의 굴함 없는 투쟁에 의하여 모든 것이 목적하는바 그대로 되어 가고 있다”며 “사회주의 건설을 거침없이 다그쳐 나갈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성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택한 전략적 결단에 따라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악화된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자력으로 보란 듯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우리 인민의 힘을 그 무엇으로서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로 증명되었다”고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체 인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 살게 하려는 것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평생염원”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해제에 실패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경제건설이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내부 달래기에 나선 것. 김 위원장은 또 “만일 (수령의)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수령의 사상이론도 인민들을 존엄 높이 잘살게 하기 위한 인민적인 혁명학설”이라고 했다. ‘하노이 결렬’ 속에 ‘수령 무오류’의 신화가 흔들리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한에서 비핵화 협상 결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서한은 ‘북한의 괴벨스’라 불리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고문이 전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내부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기남 전 선전선동부장이 다시 등장한 것 역시 김 위원장이 내부 재정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도 ‘하노이 결렬’ 소식이 부정적으로 전파될 것을 우려한 김정은이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 제재 무력화 총력전 펼 듯 김 위원장은 서한 공개에 이어 10일에는 경제건설 총력 노선의 상징인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을 찾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열흘 만의 첫 공개행보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11시 김책공대에 마련된 선거장을 방문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 후보자인 홍서헌 김책공대 총장에게 투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잇달아 경제를 강조한 것은 북-미 비핵화 대화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제재를 풀어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동창리 미사일 기지 복원 움직임과 함께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 움직임이 포착된 만큼, 김 위원장이 2기 체제를 재정비한 뒤 민간 위성로켓 발사 등을 통해 긴장을 높일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도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대응 및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를 한국 측에 상세히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측은 현 시점이 북-미 대화 진전에 매우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대북 공조와 관련하여 긴밀한 조율을 지속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이번 회동 결과를 알리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조율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FFVD’ 관련 내용이 국무부 자료에 포함된 것을 두고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적합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달 중 한미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도 면담했다. 양국 북핵 수석대표는 이날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업무오찬 형식으로 한미일 3자 회동도 진행했다. 악화된 한일 관계와는 별개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행보로 해석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지훈 기자}
지난달 28일 ‘하노이 노딜’ 이후 일주일도 안 돼 한미의 대북 제재 공조에 엇박자가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 노딜 이후 연신 제재의 고삐를 한층 당기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중재자 역할에 나서겠다”며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검토를 시작으로 경협 사전 준비에 오히려 더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북-미가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서로 카드까지 공개할 정도로 충돌한 만큼 일정 시간 냉각기가 필요한 상황인데, 한국 정부가 너무 서둘러 비핵화 중매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북 제재 변한 것 없는데도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추진 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남북 협력 사업의 ‘속도감 있는 준비’를 주문한 이후 정부 내 경협 준비는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6일 통일부에 시설 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 신청서를 제출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바른미래당 정병국·박주선,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중진 의원 5명도 방북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설 점검 목적이지만 이번엔 제재 완화나 남북 경협을 강조하는 의미도 강하게 담긴 것이다. 앞서 개성공단 기업들은 박근혜 정부 때 3번 신청을 했다 불허당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4번 신청은 유보 조치를 받았다. 정부는 ‘자산점검을 위한 기업인 방북을 허용한다’는 기본 입장이지만 미국이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유보 조치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엔 정부 분위기가 이전과는 다르다. 기업인들이 방북 신청을 하기도 전에 정부가 먼저 나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신청 전날인 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특별위원회 주최 세미나 특강에서 “필요하다면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우리 공장들에 가서 가동 차원이 아니라 점검·유지하는 차원의 작업들은 제재 틀 내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갖고 미국 측과 협의해 풀어나간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협의해 개성공단 재개를 이끌어내겠다는 적극적 의사를 밝힌 것이다. ○ 하노이 분석 마치기도 전에 경협 띄우기 정부는 대북 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 경협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 간 대북 사업에 속도차가 나 결국 한미워킹그룹까지 발족해 ‘2인 3각’으로 대북 보조를 맞추게 된 만큼 워싱턴이 우려할 수준으로 다시 앞서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재 틀 안에서는 경협에 실질적인 진척을 이뤄내기 어렵다. 개성공단 임금이나 금강산 관광 비용 지급 문제의 경우 ‘대량현금 유입금지’란 제재를 비켜나가기 위해 ‘현물 지급’ ‘에스크로 방식’(국내 은행 등에 계좌를 개설, 비핵화 단계에 따라 대금 예치)이 논의되지만 경제 개발을 위해 당장 목돈이 급한 북한이 이를 반길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강조하며 제재 빈틈을 막으려 하는 미국이 제재 우회로를 통한 개성공단 재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방적으로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 재개에 참여한다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으로 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상세한 하노이 협상 결렬의 내막을 파악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영변+α’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남북 경협 분위기부터 성급하게 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오전 3시경 평양으로 돌아왔다. 집권 후 가장 길게 북한 땅을 벗어난 9박 10일 만의 귀환이다. 노동신문은 5일 “세계의 커다란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제2차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과 웰남사회주의공화국(베트남)에 대한 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북-미 합의가 실패한 만큼 ‘성과적’이란 단어 하나로 모호하게 결과를 전한 것. 김 위원장은 평양 복귀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갈 때는 평양∼베트남 동당역까지 66시간이 걸렸지만 돌아올 때는 60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아 5시간 반가량을 줄였다.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공개한 김 위원장의 도착 표정은 밝았다. 활짝 웃으며 꽃을 건네준 화동의 볼에 입을 맞추고 꼭 안아주기도 했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플랫폼을 가득 메운 평양 시민들은 꽃술을 흔들며 환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은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서 조선반도 정세와 세계평화를 논하는 강대국이 됐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은 이날 김 위원장의 도착 사실을 전하며 ‘제2차 조미수뇌회담’이란 단어를 한글판과 달리 아예 빼버렸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하노이 노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에 꺼내 든 한반도 비핵화 빅딜 청구서가 선명해지고 있다. 북한엔 모든 핵시설에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얹은 ‘대량살상무기(WMD) 원샷’ 타결을 제시하는 동시에, 한국을 향해선 최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미국의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향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를 예고한 것. 경제와 안보 이슈를 한데 섞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식 외교 기술’을 어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엔 ‘핵’, 한국엔 ‘돈’ 청구한 트럼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 2개를 건넸다”며 “여기에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내용, 그 대가로 북한이 얻게 될 엄청난 경제적 미래에 관한 것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라고 (김정은 위원장을)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엔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와 미국의 경제적 상응조치를 구체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통 크게(go bigger) 올인하라”고 주문했다는 협상 관계자들의 전언과도 일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4일 성명을 내고 “영변 핵시설에서 기존에 알려진 우라늄 원심분리기 농축시설이 계속 가동 중인 징후들을 포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관심의 방향을 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하더니 이날에도 트위터에서 “한국과 군사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돌려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국방부 장관이 전날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 폐지를 발표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비용 탓’이라며 속내를 밝힌 것이다. 이에 당장 한미가 상반기에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들어가는 만큼 워싱턴의 인상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2일 한미는 올해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789억 원 오른 1조389억 원에 가서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 각료회의에서 “더 올라가야 한다. 앞으로 몇 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내년도 협상은 1조389억 원을 기준으로 인상 폭을 조율하게 된다. ○ 북한 비핵화 시, 상응조치 비용 중 상당액 한국에 청구할 수도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까지 한반도 문제에 안보와 경제 카드를 혼용해 꺼내며 남북한으로부터 최대 이익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이어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를 내년 재선 캠페인 슬로건으로 내세운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 등 주력 지지층을 공략하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표심을 끄는 것은 북핵 위협보다는 경제 성과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이 관점에서 한반도 구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미동맹에도 경제 논리가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의 미국은 한국을 ‘최혜국 대우 프레임’에서 조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포함된 한반도를 거래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어야 하는 수많은 지역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북한이 핵 포기에 나설 경우 내어줄 경제 지원 등 상응조치 비용을 한국에 대폭 전가하는 방식으로 대북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실망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 오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로비에서 취재진과 만나 “전날 회담 결과에 김정은 위원장의 실망감이 큰 것 같으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느낌”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평소 한국 취재진을 피해 다녔던 최선희는 김 위원장의 수행을 위해 베트남 주석궁으로 출발하기 전 만난 취재진에 약 7분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최선희는 미국과의 대화 지속 여부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사리가 맞지 않고 이 회담에 계속 나가야 할지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 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협상 결렬로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본격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약 14시간 전인 이날 0시 15분경 돌발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선희가 전했던 김 위원장의 의중보다 더 무거워졌다. 당시 최선희는 “미국 측 반응을 보며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 조미(북-미) 거래에 의욕을 잃지 않으시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3차 회담’이 열릴 것인가”란 취재진의 질의에 최선희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미국 측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만 했다. 최선희가 전한 김 위원장의 생각 등을 종합하면 북한이 해제를 요구하는 유엔 제재결의는 ‘미사일 시험’ ‘핵 실험’ 관련 제재였으나 미국이 전체 핵시설 폐기를 요구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최선희는 이날 오후엔 “15개월간 계속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있는데 유엔 제재를 해제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전체 핵시설을) 폐기까지 해야 한다고 (미국이) 억지 주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왜 이렇게 회담이 되나 이런 생각이 든다”까지 말했다. 미국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대화판 자체를 엎을 수도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틀 전만 해도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은 “훌륭한 회담, 상봉이 마련되게 된 것은 각하의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가져온)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라고 높여 불렀다. 하지만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엔 온도가 달라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1일 오후 3시 20분경(현지 시간) 베트남 정부 고위급과의 연쇄 회담을 위해 숙소인 멜리아 호텔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숙소로 복귀한 지 약 25시간 만에 외출한 것. 로이터통신의 망원렌즈에 포착된 호텔 정문에서의 김 위원장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얼굴에 전날 회담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다.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하노이 시내 주석궁에서 연 환영행사 및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이후 만난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벽에 걸린 할롱베이 사진을 설명하자 김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번에 시간 내서 다시 한 번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노이=이지훈 easyhoon@donga.com·강성휘 기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12시간 뒤인 1일 0시 15분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1층엔 북측의 요청으로 간이 기자회견장이 차려지고 있었다. 북한 대미외교 라인의 핵심인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그리고 통역관이 순서대로 회견장에 들어섰다. 갑작스럽게 열린 기자회견이었다. 김 위원장의 ‘특별 지시’로 북측은 베트남 외교부에 “기자회견을 하고 싶으니 기자들을 불러 달라”고 회견 1시간 전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용호는 약 7분간 회견문을 읽고 퇴장했다. 이어 최선희가 취재진의 질문 5개를 받았고, 5분여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리용호와 최선희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북한의 한밤중 기습 회견으로 호텔 안팎은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취재진은 정장 상의만 걸친 채 반바지나 잠옷 차림으로 호텔로 뛰어 들어갔다. 마침 호텔 안이나 주변에 있던 기자들은 베트남 측의 신원 확인을 거친 뒤 들어갈 수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늦게 도착해 출입을 거부당한 일부 취재진과 현지 공안 사이에는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국내외 취재진은 호텔 밖 길바닥에 앉아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속보를 타전했다. 때마침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북한이 베트남 현지 시간으로 자정을 넘겨 ‘깜짝 기자회견’을 연 건 미국 뉴스 시간대를 감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 자정은 미국 동부 시간으론 낮 12시. 2017년 한창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당시 미국인들의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곤 했던 북한이 이번엔 정오 뉴스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견 내용을 반박하려 했다는 것이다.하노이=이지훈 easyhoon@donga.com / 강성휘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심야 기자회견은 북한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28일 자정을 앞둔 시각 북측이 직접 베트남 외교부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이다. 새벽 0시 15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리 외무상은 약 7분간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읽어 내렸다. 굳은 표정으로 회견문을 읽어 내린 리 외무상의 시선은 대부분 준비해 온 회견문에 꽂혀있었다. 북한이 정상회담 합의 결렬 11시간 만에 리 외무상을 내세워 직접 입장을 발표한 것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국 전 기자회견에 대한 맞대응을 위한 것. 리 외무상은 “우리는 모든 제재를 요구한 게 아니다”라며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정상회담 합의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이다. 북한이 외신을 상대로 심야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김 위원장의 특별지시에 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결렬이 북한의 전면적 대북제재 해재 때문이라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김 위원장이 리 외무상 등에게 즉각 대응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우리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리 외무상은 쇄도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뿌리치고 회견장을 나섰다. 한편 리 외무상의 기자회견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배석했다. 리 외무상과 최 부상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해 회담을 취소 위기로 몰고 갔던 이들이다. 회견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담당해온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노이=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나는 급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옳은 거래를 하는 것이다.(I‘m in no rush. What’s important is that we do the right deal)”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을 앞둔 28일 오전 9시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No rush’(급하지 않다)를 5번 언급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을 두고 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우리에겐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속도가 다른 두 정상이 함께 손을 잡고 걸어 나올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었다. 회담 전 두 정상은 좀처럼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주먹을 쥐었다 펴고 깍지를 끼었다 푸는 행동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존경한다” “북한은 잠재력 있다”고 말하면서도 찌푸린 미간은 그대로 굳어있었다. 두 정상은 발언 내내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정면을 주시했다. 30여 분간의 단독회담에 이어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도 불길한 징조는 이어졌다. 기자회견 말미 김 위원장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질문을 계속하자 “우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할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다”며 이례적으로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단독회담에서도 두 정상이 충분히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해야 할 이야기’가 남았다는 방증이었던 셈이다. 확대회담 때의 ‘수상한 배석’도 회담 결렬의 또 다른 징후였다. 통역관을 제외하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4명, 북한은 김 위원장 등 3명이 참석해 배석자 수를 맞추지 못한 것.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의 때와 달리 ‘대북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카운터파트는 없었다. 당시 볼턴 보좌관의 카운터파트였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회담에 배석했지만 맞은편에 앉지는 않은 것. 이를 두고 미국의 강경한 반응을 우려한 북측이 볼턴 보좌관의 발언 기회를 줄이려고 카운터파트를 맞추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싱가포르 때와 달리 김 위원장이 회담 전 외부활동을 최소화한 것도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시간에 쫓기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난해에는 회담 전날 저녁 김 위원장이 호텔 인근을 산책하며 여유를 보인 것과 달리 하노이에선 1시간가량 북한대사관 방문 일정 외엔 외부활동을 줄여 협상 준비에 몰두했다.하노이=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28일 오후 2시(현지 시간). 당초 북-미 양국의 합의문 서명식이 열릴 예정이던 시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각각 숙소에 있었다. 270여 분간의 회담을 끝낸 양국 정상은 생선요리와 인삼과자 등을 곁들인 가벼운 오찬을 할 예정이었으나 점심도 거른 채 각자의 길을 갔다. 오후 1시 24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회담장을 떠났고 1분 뒤 김 위원장도 숙소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계획보다 2시간 앞당긴 오후 2시경 약 40분간 기자회견을 열었고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들어간 김 위원장은 침묵을 지켰다. 북한 대표단 경호 문제로 예약을 닫아뒀던 멜리아 호텔은 28일 저녁부터 다시 예약을 받겠다고 밝혔다. 회담이 결렬되자 김 위원장이 ‘베트남 친선 방문’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베트남 외교부는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의 공식방문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일 응우옌푸쫑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푸쫑 주석 주최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2일엔 호찌민 묘소 참배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 6시 반경 중국 접경지인 동당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당초 김 위원장의 베트남 공식방문은 ‘친선 외교’ ‘경제 시찰’ 두 축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북-미 회담 결렬로 경제 관련 행보는 취소되거나 대폭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수용 노동당 국제부장 등이 지난달 27일 찾은 베트남 개혁·개방 상징 도시인 하이퐁시나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박닌성 일정이 그 대상이 될 듯하다. 현지 소식통은 “베트남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염려하기 때문에 경제 시찰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담장과 양국 정상의 숙소가 있는 거리엔 여전히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부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말에 하노이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북-미 정상회담 자원봉사자로 나선 대학생 응우옌짱투이 씨(22)는 “평화를 향한 양국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하노이에서 이뤄질 거란 기대에 주저 않고 자원봉사를 신청했는데 결과가 허탈하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3차 회담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3500여 명의 기자가 몰릴 정도로 뜨거웠던 취재 열기도 싸늘히 식었다. 오후 3시경 ‘합의 결렬’을 알리는 속보가 뜨자 하노이 시내에 차려진 국제미디어센터(IMC) 현장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하노이=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대표단의 하이퐁 빈패스트 자동차 공장과 빈스마트 손전화기 공장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27일 오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110km가량 떨어진 하이퐁에 있는 베트남의 첫 완성차업체인 ‘빈패스트(Vinfast)’ 공장 입구 기둥엔 이렇게 ‘조선어’로 된 환영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하노이에서 하이퐁으로 가는 길가엔 인공기와 베트남 국기가 나란히 바람에 나부꼈고, 곳곳에 경찰이 배치되는 등 경비가 강화됐다. 하이퐁시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현장을 찾은 북측 고위급 수행단을 극진히 맞았다. ○ 北 ‘경제팀’, 베트남 첨단산업단지 찾아 이날 하이퐁시 시찰에 나선 대표단은 북한의 외교 수장인 리수용 당 국제부장을 필두로, 오수용 경제부장, 김평해 간부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성남 국제부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10여 명이었다. 이들은 오후 베트남 경제발전의 상징적 장소인 빈패스트 자동차 공장, 그리고 휴대전화 업체인 ‘빈스마트(Vinsmart)’, 버섯 재배 농장 ‘빈에코(Vinecho)’를 둘러본 후 오후 5시 하이퐁 당서기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특히 시찰단 가운데 오수용이 눈에 띈다. 그는 북한의 첨단산업을 이끄는 전자공업상,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을 거친 경제통으로 북한 경제 개방과 발전의 상징적 인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경제시찰의 단골 멤버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핵 담판을 앞두고 바쁜 김 위원장이 오수용을 대신 보내 북한 경제발전 의지를 발신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본격적인 경제개발은 대북제재 완화 이후에 가능하지만 그에 앞서 베트남 성장 노하우를 전수받아 사전 준비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중국에 경제시찰단을 보내는 것처럼 베트남에도 교육생을 보낼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정은 경제시찰 앞두고 예행연습 가능성도 하이퐁 현지에선 김 위원장의 전격 방문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한 현지 소식통은 “26일 빈패스트 직원들이 ‘VVIP’가 온다는 지시를 받았다는 말이 돌았다”며 “일일이 동선을 짜고 각자 위치에서 대기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이후에도 다음 달 2일까지 베트남에 머물며 공식 행사를 이어가는 만큼 하이퐁을 방문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복수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북측 수행단의 방문은 김 위원장의 방문을 위한 ‘사전 답사’ 성격이 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은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하이퐁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엔 오수용 등 경제 책임자들이 나와서 실전 연습을 했다는 것. 이와 함께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박닌성 현장시찰 가능성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베트남 현지 소식통은 “북-미 간 논의할 비핵화 사안이 아직 남은 만큼 정상회담이 끝나기 전에 김 위원장이 경제시찰 등 외부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베트남을 떠난 뒤 김 위원장이 현지에서 광폭 행보를 펼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북한 수행단은 이날 하이퐁을 찾기 전 관광도시 할롱베이를 찾기도 했다. 할롱베이를 둘러본 후 파라다이스 선착장에서 꽝닌성 노동당서기가 주최한 환영 오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은 1964년 베트남을 찾았을 때 할롱베이를 찾은 바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과거 김일성이 했던 것처럼 열차를 타고 베트남을 찾은 김정은이 할롱베이를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북한의 관광사업 개발에 관심이 높은 만큼 할롱베이 관광시설을 두루 시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하노이=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하이퐁=김남준 채널A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3+3 친교 만찬’에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나섰다. 당초 참석이 예상되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대신 리용호가 나선 것. ‘미국통’ 리용호가 나선 것을 보면 단순한 식사 자리를 넘어 막바지 비핵화 실무 논의가 집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핵 협상 총책을 군부 출신인 김영철에서 정통 외교관인 리용호로 바꿔달라고 북측에 요구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입과 귀’도 바꿨다. 일대일 회담과 친교 만찬의 통역으로 신혜영(Sin Hye Yong)이란 여성 통역관이 새로 투입된 것.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에선 김주성 통역관이 ‘1호 통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주성 통역관 대신 여성 통역관이 등장했지만 다른 인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어 통역은 이연향 미 국무부 통역국장이 1차 때에 이어 나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상 간 북핵 대화 등 민감한 사안의 통역에 있어 중간에 통역관을 바꾸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통역 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했다. 하노이=이지훈 easyhoon@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