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기자회견 자청한 北…트럼프 회견에 격분한 김정은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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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의 심야 기자회견은 북한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28일 자정을 앞둔 시각 북측이 직접 베트남 외교부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이다.

새벽 0시 15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리 외무상은 약 7분간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읽어 내렸다. 굳은 표정으로 회견문을 읽어 내린 리 외무상의 시선은 대부분 준비해 온 회견문에 꽂혀있었다.

북한이 정상회담 합의 결렬 11시간 만에 리 외무상을 내세워 직접 입장을 발표한 것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국 전 기자회견에 대한 맞대응을 위한 것. 리 외무상은 “우리는 모든 제재를 요구한 게 아니다”라며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정상회담 합의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이다.

북한이 외신을 상대로 심야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김 위원장의 특별지시에 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결렬이 북한의 전면적 대북제재 해재 때문이라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김 위원장이 리 외무상 등에게 즉각 대응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우리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리 외무상은 쇄도하는 기자들의 질문을 뿌리치고 회견장을 나섰다.

한편 리 외무상의 기자회견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배석했다. 리 외무상과 최 부상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해 회담을 취소 위기로 몰고 갔던 이들이다. 회견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담당해온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노이=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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