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흰 쌀밥에 고깃국, 선대의 염원”… 北민심 달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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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이후]첫 공개메시지 ‘포스트 하노이’ 시동
“자급-자족” 등 5차례 반복… 자력갱생 강조하며 장기전 태세
“수령을 신비화하면 진실 가려”… 인간적 풍모 부각시켜 결속 다져
노동당 일꾼대회에 보낸 서한, ‘북한의 괴벨스’ 김기남 통해 전달

김책공대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투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열린 10일 오전 대의원 후보인 홍서헌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에게 투표하기 위해 이 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국회의원 총선에 해당하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5년마다 열리며 김 위원장 집권 후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
김책공대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투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열린 10일 오전 대의원 후보인 홍서헌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에게 투표하기 위해 이 대학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국회의원 총선에 해당하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5년마다 열리며 김 위원장 집권 후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 ‘하노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첫 공개 메시지를 통해 ‘경제발전 총력 노선’을 재확인했다. 대북제재 해제 합의에 실패한 뒤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위협했던 태도와 달리 핵·경제 병진 노선 부활의 카드는 일단 접어두었다. 당장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뒤엎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자력, 자급, 자족 등을 5차례 사용하며 내부결속을 통해 장기전 대비에 나섰다. 특히 대북제재를 “파탄을 면치 못할 책동”으로 규정하며 10일 시작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통해 구축될 ‘김정은 2기 체제’를 통해 대북제재 무력화를 위한 전략·전술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하노이 결렬 후 내부단속 나선 김정은

김 위원장은 6, 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조선노동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하노이 노딜 이후 첫 메시지를 냈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당 중앙의 전략적 결단과 우리 인민의 굴함 없는 투쟁에 의하여 모든 것이 목적하는바 그대로 되어 가고 있다”며 “사회주의 건설을 거침없이 다그쳐 나갈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성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택한 전략적 결단에 따라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악화된 경제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자력으로 보란 듯이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우리 인민의 힘을 그 무엇으로서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로 증명되었다”고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체 인민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 살게 하려는 것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평생염원”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해제에 실패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경제건설이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내부 달래기에 나선 것.

김 위원장은 또 “만일 (수령의)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며 “수령의 사상이론도 인민들을 존엄 높이 잘살게 하기 위한 인민적인 혁명학설”이라고 했다. ‘하노이 결렬’ 속에 ‘수령 무오류’의 신화가 흔들리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한에서 비핵화 협상 결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서한은 ‘북한의 괴벨스’라 불리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고문이 전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내부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하다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기남 전 선전선동부장이 다시 등장한 것 역시 김 위원장이 내부 재정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도 ‘하노이 결렬’ 소식이 부정적으로 전파될 것을 우려한 김정은이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 제재 무력화 총력전 펼 듯

김 위원장은 서한 공개에 이어 10일에는 경제건설 총력 노선의 상징인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을 찾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열흘 만의 첫 공개행보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11시 김책공대에 마련된 선거장을 방문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 후보자인 홍서헌 김책공대 총장에게 투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잇달아 경제를 강조한 것은 북-미 비핵화 대화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제재를 풀어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동창리 미사일 기지 복원 움직임과 함께 평양 외곽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 움직임이 포착된 만큼, 김 위원장이 2기 체제를 재정비한 뒤 민간 위성로켓 발사 등을 통해 긴장을 높일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정은#북한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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