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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12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 여부를 담은 감사 보고서 심사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7일과 8일에 이은 세 번째 심사에서도 감사위원들 간 의견이 대립하면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상징이 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두고 최재형 감사원장과 청와대 및 여당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큰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최 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감사 보고서 의결을 위한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13일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15일 감사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에 앞서 의결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원 안팎에선 감사 결과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이어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감사위원들은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당시 원자력판매단가가 2018년 1kWh(킬로와트시)당 59.26원에서 2019년 52.67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지난해 원자력판매단가는 kWh당 58.31원으로 예상보다 5.64원 높았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983년부터 가동된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운영 허가 종료 후 정부가 5925억 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한 뒤 2022년까지 10년간 연장 운전을 승인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원전을 조기 폐쇄하기로 하면서 2018년 6월 조기 폐쇄가 결정됐다. 특히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서 판매단가 조작으로 결론을 낼 경우 한수원 이사진은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한수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지표를 왜곡하는 데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감사원이 경제성 저평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원론적인 결과만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야당의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한수원의 재무 악화는 탈원전 정책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는 통계지표가 있다. 한수원 사장이 경영을 포기하고 정권의 주구(走狗·끄나풀)가 됐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도저히 정상적 사람들이 쓸 수 없는 단어”라며 “주구는 상당히 모욕적 발언이다. 북한 애들이나 쓰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18년에 청와대에 월성 1호기 경제성과 관련해 전혀 (언급한 적이) 없었다”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 / 세종=구특교 / 최혜령 기자}
우리 정보당국이 평양 미림비행장의 북한군 열병식 준비 현장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착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화성-14, 15형과는 다른 새로운 ICBM의 공개가 유력시된다. 미국 정찰위성 등이 미림비행장에서 포착한 신형 ICBM은 화성-14, 15형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15형을 싣는 9축(양쪽 바퀴 18개) 이동식발사차량(TEL)과 비슷하거나 더 큰 TEL도 포착되어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확장된 기종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고체연료나 다탄두 ICBM일 개연성도 제기된다.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장에서 미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강조하는 연설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비핵화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미국 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신형 ICBM 공개에 이어 김 위원장이 강성 발언에 나설 경우 한반도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바지선에 실어 운반하는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당국은 기존 잠수함이나 진수를 앞둔 신형 잠수함에 장착해 발사할 가능성을 주시 중이다. 다만 북한이 당 창건일에 맞춰 ICBM이나 SLBM의 발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박효목 기자}
사모펀드인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과 관련한 재판과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여권이 긴장하고 있다. 여권 주요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자칫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게이트’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9일 “여러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당사자가 극력 부인하는 등 아직 사실관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다”라며 “일단 신중하게 재판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기류”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라임 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5000만 원을 건넸다”고 증언한 당사자인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전 회장의) 진술은 너무 터무니없는 사기, 날조여서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 김봉현을 위증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찰 출석 통보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A 의원도 “돈을 받은 적도, 김 전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A 의원 외에도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비례대표 의원 B 씨, 중진 의원 출신 C 씨, 당직자 출신 D 씨 등의 실명이 적힌 리스트가 도는 등 파장은 계속 일고 있다. 또 옵티머스와 관련해 전현직 청와대 인사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실명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 내에서는 “누구 이름이 들어갔느냐”며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이 쉬쉬하면서도 문건 내용을 궁금해하지만, 별달리 잡히는 게 없다”고 했다. 특히 여권이 긴장하는 것은 이번 의혹이 자칫 당의 주축 세력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라임 사태의 핵심인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는 광주MBC에서 오래 일해 호남 지역 정치인들과 교분이 많다”며 “옵티머스의 경우 특정 대학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운동권 인사 일부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근 의혹과 연관됐다고 거론되는 의원들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빨리 발표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이낙연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대로 철저히 수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두 의혹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12일) 금융감독원(13일) 국감을, 법사위는 법무부(12일) 서울고검 등 재경 지검(19일) 대검찰청(22일) 국감을 앞두고 있다. 옵티머스 의혹과 관련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 국감에서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내년 7월까지가 임기인 윤 총장은 이번 국감이 검찰 수장으로서의 마지막 국감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제574주년 한글날인 9일 “한글에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함께 만물의 공존과 조화, 상생의 세계관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세종대왕은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사랑했고 백성 스스로 깨치는 힘을 믿었다”며 “오늘 한글날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한글의 꿈’을 세계인과 함께 나누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에는 한글을 지키는 그 자체가 독립운동이었다”며 “우리는 한글을 익혀 기적 같은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길을 열었고 문화를 일궈 세계 속으로 나아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K팝과 드라마, 영화, 웹툰을 접하며 우리 문화에 매력을 느낀 많은 세계인이 한글을 통해 한국을 더 깊이 알아가고 만남과 소통의 길에서 우리와 세계는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글날은 한때 ‘공휴일이 많아서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로 격하된 적도 있었으나 국민의 힘으로 다시 5대 국경일의 하나로 승격됐다”며 “우리가 한글날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했다. 한글날은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5대 국경일로 격상됐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스스로 우리 말과 글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정부부터 행정에서 쉬운 우리말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어렵게 이룬 진전과 성과를 되돌릴 수는 없으며 목적지를 바꿀 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한미 교류를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화상 연례 만찬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했다. 지난달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 이어 15일 만이자 6일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47) 아들에게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위로한 지 이틀 만이다. 종전선언 카드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만 북한이 공동 조사에 대한 응답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달래기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北 무응답에도 “마음 열고 소통할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만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화를 멈춘 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한미 친선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연설을 통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구상에 미국이 함께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소통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평화는 의견을 조금씩 나누고 바꿔 가며 장벽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조용히 새로운 구조를 세워 가는 일일·주간·월간 단위의 과정’이라고 했다”며 “북한과도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이해하며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했다.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카드를 또다시 내민 것은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과 11월 미 대선 등의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선 노동당 창건일 직후 북한이 미 대선 이후 대응 기조를 결정하는 숙의 과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7월 담화에서 “조미(북-미) 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밝힌 만큼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선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연설은 미 대선 전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종전선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힐 기회였다”고 말했다.○ 野 “끝없는 집착 두려울 정도” 하지만 공무원 피살 사건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고 북한이 공동 조사 요구에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진상 규명이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종전선언 제안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피살 사건 직후였던 유엔 총회 연설 때와 달리 이번 화상 연설은 피살 사건의 논란이 한창인 6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 전달됐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핵화는 실종된 지 오래고 우리 국민이 총살당하고 불태워져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종전선언과 가짜 평화밖에 없다”며 “정권을 교체해서 역사의 법정에서 이들의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도 “북한, 평화, 종전을 향한 대통령의 끝없는 집착에 슬픔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종전선언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위협을 제거할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엄중한 시기일수록 종전선언 추진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종전선언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남북관계 재개를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방문을 연기하고 ‘쿼드’ 회담 등을 위해 일본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미국이 미중 갈등 대처에 전력을 쏟으면서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종전선언’에 부여하는 가치가 최근 들어 많이 변했는데 정부가 이를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박민우·한기재 기자}

정부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를 특정 종목에 대한 ‘가족 합산’에서 ‘개인 보유분’ 과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주식 투자자를 중심으로 가족 합산 규정이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이어진 데다 ‘동학개미’들의 민심 이탈에 놀란 여당마저 정부를 압박하자 한발 물러난 것이다. 그 대신 대주주 양도세 과세 대상을 3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대주주 요건 강화로) 국민들이 증시 불안이 올까 봐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며 “어차피 2023년부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 양도세 과세가 확대되는데 2년간은 현행대로 가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달라”고 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3억 원 이상부터 양도세를 부과하는 건 시기상조다. 가족 합산도 폐지하라”라고 주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주주 요건 강화는) 증세 목적이 전혀 아니고 자산소득과 근로소득 간 과세 형평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그 대신 가족별 합산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개인별로 전환하면 실질적으로 한 종목당 3억 원”이라며 “(기준이) 6억 원 내지 7억 원으로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주식 한 종목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주주에 대해선 대주주로 간주하고 주식을 팔 때 양도 차익에 대해 22∼33%(지방세 포함)를 과세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10억 원 이상인 기준을 2021년 4월부터 3억 원 이상으로 낮춰 과세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이때 주식 보유액을 본인을 포함해 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손자녀 등 가족이 보유한 주식의 합산으로 따진다.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들의 주식 보유 현황까지 파악해야 해 논란이 일었다. 정책 시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주주 양도세 폐지 청원을 올리는 등 크게 반발했다. 증권업계도 연말에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물 폭탄이 쏟아져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 일부 의원들은 대주주 주식 보유액 기준을 3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보류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도 대주주 요건 확대와 관련해 “원칙적으로는 기존 정해진 정책 방향을 지켜야 하지 않나 하고 있다”면서도 “10억, 3억 원이라는 과세 기준이나 어디까지 합산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논란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부분을 조금 더 논의하거나 의견을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연말에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에 맞춰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요건 관련 규정이 추가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박효목 기자}
감사원이 7일 감사위원회를 열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 여부를 담은 감사 보고서 의결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9월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지 1년 1개월 만이자 올해 4월 재조사가 시작된 지 6개월 만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원전 1호기 감사 등을 두고 청와대 및 여당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번 보고서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최 원장 주재로 감사위원회를 열어 감사 보고서 의결을 위한 심의를 진행했다. 심의는 8일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최 원장과 5명의 감사위원이 참여한 이번 감사위에서 심의가 마무리되면 보고서 의결 뒤 감사 결과가 공개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용이 방대한 만큼 최종 심의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의결이 되는 대로 결과를 조속히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 국회 국정감사가 있는 15일 이전에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정당성과 이어지는 사안인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조기 폐쇄가 타당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감사원 독립성과 적절성 등을 놓고 야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반면 조기 폐쇄가 부당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최 원장 등 감사원에 대한 여권의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에 대한 긍정 결론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자 여권은 최 원장의 사퇴를 압박한 바 있다. 감사가 장기화되면서 감사 결과에 대한 외압 의혹과 더불어 최 원장과 친여 성향 감사위원간 충돌설, 감사원의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강압 조사 논란 등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이날 “무소불위의 감사권을 행사하는 감사원이 더 이상의 국민적 우려와 공정성 논란을 일으켜서는 안되며 흔들림 없는 공정성과 중립성으로 마지막까지 감사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재 수준인 ‘AA―’로 유지한다고 6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급증하고 있는 나랏빚과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 결정에 대해 “양호한 대외 건전성과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 재정 여력 등을 반영해 평가했다”며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 적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은 단기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7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대외 신인도가 재확인됐다”고 자평했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국가가 107개국에 이른다는 참고자료까지 내놨다. 이날 피치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한국의 재정 상황과 악화된 남북 관계 등이 불러올 위험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피치는 “고령화로 정부 지출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높은 부채 수준은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95.5% 수준”이라며 은행 건전성 악화와 가계의 상환능력 저하를 우려했다.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큰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 갈등 등 정보기술(IT) 시장 혼란 등에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피치는 북한 문제에 대해선 “지난 6개월간 남북 관계 개선 전망은 악화됐고 외교적 노력은 답보 상태”라며 “비핵화 협상은 미국 대선 전에 이뤄지기 어려운 데다 선거 이후에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고 했다.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정부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를 특정 종목에 대한 ‘가족 합산’에서 ‘개인 보유분’ 과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주식투자자를 중심으로 가족 합산 규정이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이어진 데다 ‘동학개미’들의 민심 이탈에 놀란 여당마저 정부를 압박하자 한발 물러난 것이다. 대신 양도세 과세 대상을 한 종목 당 3억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대주주 기준 완화로) 국민들이 증시 불안이 올까봐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걱정하고 있다”며 “어차피 2023년부터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 양도세 과세가 확대되는데 2년간은 현행대로 가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달라”고 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개별 종목 주식을 3억 원 이상 가졌다고 대주주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3억 원 이상부터 양도세를 부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동학개미라고 하는 개인 주주들의 역할이 컸다”면서도 “(대주주 요건 완화는) 증세 목적이 전혀 아니고 자산소득과 근로소득 간 과세 형평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획대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대신 세대별 합산 과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우 의원의 지적에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주식 한 종목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주주에 대해선 대주주로 간주하고 주식을 팔 대 양도 차익에 대해 22~33%(지방세 포함)를 과세한다. 정부는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1년 4월부터 10억 원 기준을 3억 원 이상으로 낮춰 과세 대상을 넓히기로 했다. 이때 주식 보유액을 본인을 포함해 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손자녀 등 가족이 보유한 주식의 합산으로 따져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들의 주식 보유 현황까지 파악해야 하는 ‘양도세 연좌제’라는 논란이 일었다. 정책 시행 시기가 다가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식 양도세 폐지 청원을 올리는 등 크게 반발했다. 증권업계도 연말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물 폭탄이 쏟아져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반발을 샀던 가족 합산 규정이 개선되면 투자자들의 불만도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이 대주주 주식 보유액 기준을 3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보류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도 대주주 요건 확대와 관련해 “원칙적으로는 기존 정해진 정책방향을 지켜야 하지 않나 하고 있다”면서도 “10억, 3억 원이라는 과세 기준이나 어디까지 합산할 것인가 하는 합산 모형 부분도 (논란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부분을 조금 더 논의하거나 의견을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연말에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에 맞춰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대주주 요건 관련 규정이 추가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문재인 대통령(사진)이 6일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의 아들의 편지에 대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부의 남북 공동조사 제안에도 북한이 일주일 넘게 침묵하면서 국민의힘 등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고 이 씨 아들이 문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쓰자 유가족에게 위로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련 보도 내용을 보고받은 참모진 회의에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기 바라고 위로를 보낸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편지가 청와대에 도착하는 대로 해당 주소지로 답장도 보낼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해경이 여러 상황을 조사 중에 있다”며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했다. 유가족이 유엔 차원의 조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선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 씨 유가족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해경의 발표는 중간조사 결과 발표였다”며 “대통령의 오늘 언급은 시기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이번에 최종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고, 해경의 시신 수색 등의 상황을 (모두 포함해) 말한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개발에 필요한 핵연료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핵잠수함 개발 사업에 본격 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와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에 이어 핵잠수함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임기 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첨단 전력 증강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핵잠수함 개발을 위한 한미 논의에 대해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 국익에 관한 문제이니 신중한 접근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핵잠수함 개발과 관련해 한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김 차장은 지난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이를 위한 핵연료(저농축우라늄)를 미국에서 공급받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미국은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연료 공급 문제 등을 포함해 핵잠수함 문제를 계속 풀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핵잠수함 개발 필요성을 밝힌 만큼 미국을 계속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해 말부터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착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이 지난달 미국 측에 핵잠수함 연료 공급을 타진한 것도 가급적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물꼬를 트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7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이어 곧바로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선 임기 내 자주국방 ‘레거시(유산)’ 완성 프로젝트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하우스 대 하우스(청와대와 백악관)’ 차원에서 미국을 설득해 자주 국방력을 확충하고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잠수함의 최대 관건인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가 일단 난항을 겪으면서 핵잠수함 개발 프로젝트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양국 협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에 한해 20% 미만까지 농축이 허용되지만 군사적 전용은 금지돼 있다. 원자력협정의 모법(母法)에 해당하는 미국 원자력법도 군사용 농축우라늄의 대외 판매를 불허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핵잠수함용 핵연료를 확보하려면 한미 간 새로운 틀(협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김 차장이 사전 탐색차 미국을 방문했지만 일단 이번엔 뚜렷한 성과를 못 거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문제를 풀려면 결국 한미 정상 간 담판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북핵 대응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안보전략에 득이 된다는 데 양국이 합의하고, 미 대통령의 특별 행정명령 등으로 핵잠용 핵연료를 한국에 공급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것. 미국 공급이 불발로 끝날 경우 제3국에서 천연 우라늄을 가져와 독자 농축을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관련 연구와 시설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미국의 간섭과 국제기구의 사찰 등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박효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의 아들의 편지에 대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부의 남북 공동조사 제안에도 북한이 일주일 넘게 침묵하면서 국민의힘 등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고 이 씨 아들이 문 대통령에게 공개 편지를 쓰자 유가족에 위로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련 보도내용을 보고 받은 참모진 회의에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기 바라고 위로를 보낸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편지가 청와대에 도착하는 대로 해당 주소지로 답장도 보낼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해경이 여러 상황을 조사 중에 있다”며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유가족이 유엔 차원의 조사를 요청한 것에 대해선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해경의 발표는 중간조사 결과 발표였다”며 “문 대통령은 시기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이번에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고, 해경의 시신 수색 등의 상황을 (모두 포함해) 말한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우려가 컸던 개천절 불법 집회를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을 유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 빈틈없이 차단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석 연휴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찰도 방역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까지는 특별방역기간이 이어지고 추석 연휴로 인한 코로나의 확산을 최소화시켜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며 “확실한 진정세를 이뤄내야만 지난 2개월 동안의 코로나 재확산 위기 국면을 벗어나 서서히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개천절 집회를 경찰버스로 봉쇄한 것을 두고 야당이 ‘과잉 대응’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한글날(9일) 집회에 대해서도 원천 봉쇄 필요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글날 집회에 대해 “개천절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또다시 차벽 설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향후에도 얼마든지 집회를 차단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경찰버스로 원천 봉쇄한 것을 두고 ‘재인산성’ ‘문리장성’이라고 비판하자 이를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천절 집회 봉쇄조치에 대해 “이번 추석 연휴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며 “경찰도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시민들께서도 적지 않은 교통 불편을 감수하며 협조해주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1일까지 이어지는 코로나19 특별방역기간과 관련해 “정부는 더욱 노력을 기울여 방역에서 확실한 성과를 만들고 민생과 경제를 조속히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일부 보수단체의 한글날 집회 차단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개천절 집회 차단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황희 의원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명박산성’은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수입 쇠고기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번 봉쇄는) 국민 생명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코로나 내로남불, 이중잣대의 ‘코로남불’”이라며 “과거 명박산성이 민주주의를 막았다면, 재인산성도 민주주의를 막은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9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7.7% 증가해 코로나로 인한 수출 감소 이후 7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서고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추석 연휴 기간에 발표된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가 조사 대상국 63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며 “디지털 혁신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우리 군이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가 사살될 당시 북한군이 상부에 이 씨의 처리 방침을 묻고 상부가 사살 지시를 내리는 교신 내용을 감청해 실시간으로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군이 청와대에 피격 사실을 보고할 때 북한의 사살 관련 내부 대화까지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보고 초기에는 조각조각 파편화된 첩보의 신빙성을 확인해야 해 시간이 걸렸다”는 청와대의 해명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실시간으로 감청된 사살 정황을 확보하고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보수 야당에선 청와대가 북한의 구체적인 사살 정황을 알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늑장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군과 정치권에 대한 본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22일 오후 9시경 북한군이 상부로 추정되는 누군가에게 이 씨 처리 방침을 문의했고 사살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후 9시 40분경 사살 결과 보고가 북한군 상부에 전해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9일 라디오에서 “‘그러면 어떻게 처리할까요?’라고 보고하는 과정에 갑자기 ‘사격을 하라’고 해 단속정이 사격을 했다고 저는 (군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보안서약서를 받고 피살 당시 감청 내용이 담긴 특수정보(SI)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한기호 의원은 “감청 내용은 비밀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상급부대에서 죽이라고 지시해서 죽였다는데 다른 구체적인 상황이 뭐가 더 필요하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는 23일 오전 1시에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조각조각 토막 난 첩보를 연결해 정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시간이 걸렸고 이 때문에 문 대통령에 대한 대면보고도 23일 오전 8시 반에야 이뤄졌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군에 정통한 소식통은 “우리 군이 북한군 교신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살”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포착된 은어나 암구호 등 관련 감청 내용을 군이 분석해 신속하게 사살 정황을 유추해내고 청와대에 보고할 수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실시간 감청을 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매끄럽게 들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단어가 혼재돼 들리는 상황이었고 그것을 맞춰서 하나의 정보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군의 감청에서 “사살할까요”라는 말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29일 나오자 군과 청와대는 별 반응을 하지 않다가 첫 보도가 나온 2시간 뒤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당시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 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면서도 “다만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 분석하여 추후에 (사살)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합참은 28일 국민의힘 브리핑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 씨의 사망 경위가 담긴 25일 북한 통지문의 핵심 주장들을 반박하고 나섰다. 군이 정보자산 등을 통해 결론 내린 초기 판단 중 핵심 내용은 그대로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일각에선 청와대의 과도한 정보 통제에 더해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온 이후 우리 군이 포착한 대북 정보의 재검토 방침까지 나오자 합참이 기존 판단을 고수하는 한편 추가 정황을 공개하면서 북한 주장을 맞받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선 합참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북한이 이 씨를 사살한 후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는 초기 판단을 거듭 확인했다. 이 씨가 단속 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상황이 조성돼 사살했지만 시신은 찾지 못했고, 부유물만 태웠다는 북한의 주장을 뒤엎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확보했음을 내비쳤다는 것. 구명조끼를 착용한 시신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원들과 합참 관계자들은 견해를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북한에서 출동한 함정이 ‘동력선으로 엔진이 가동 중인 상태’였다는 정황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를 토대로 (배의 엔진 소음에) 바다 소음까지 있는 상황에서 80m 떨어진 거리에서 기진맥진한 이 씨와 소통해 신원을 확인했다는 북측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파도가 치는 밤바다에서 불빛에만 의존해 40∼50m 떨어진, 흔들리는 부유물 위의 사람을 사살했다는 북한의 발표 내용은 믿을 수 없다고도 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박민우·박효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과 35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러시아의 지지를 당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직접 러시아산 백신을 맞고 한국을 방문하겠다”며 방한 의지를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수교 30주년 축하 및 실질 협력 증진 방안,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정상이 대화를 나눈 건 지난해 4월 한-러 정상회담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유라시아 공동 번영을 위한 ‘9개 다리 협력 사업’이 성과를 쌓아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9개 다리 협력 사업은 문 대통령이 2017년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제안한 것으로 조선·가스·철도·전력 등 9개 분야의 북방경제협력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정상화 노력을 평가하고 관련 당사국 간 대화 재개를 기대하면서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한 노력에 지속 협력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총장 선거에 출마한 유명희 후보에 대해 러시아의 지지를 당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유 후보에 대한 평가에 공감하면서 “현 보호무역주의 타개와 WTO 신뢰 회복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으며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이 25일 보내온 통지문에 담긴 김 위원장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 사살에 대해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언급 없이 김 위원장의 사과에 의미를 부여하며 남북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이 사건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피살 사건 발생 엿새 만이자 23일 문 대통령이 첫 대면 보고를 받은 지 125시간 30분 만이다.○ 북한 통지문에 ‘각별히’ ‘이례적’ 강조한 文 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되었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민들께서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신변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첫 사과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곧 북한의 사과에 대한 평가와 남북관계 복원 요구에 이날 메시지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북한이 25일 김 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보내온 데 대해 문 대통령은 “각별한 의미”,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통지문을 보내 신속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사태를 악화시켜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 사과에 대해 여권이 일제히 반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도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던 전날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보다 한발 더 나간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외신은 ‘북한 지도자가 특정 이슈에 관해 남측에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extremely unusual)’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는 도움 되는 조치’라고 평가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진전 계기로 반전 기대” 문 대통령은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전날 제안한 공동조사와 군사통신선 복구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반전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기나긴 분단의 역사는 수많은 희생의 기록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풀어 나가는 데에서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에 사살된 공무원의 ‘희생’을 통해 대립 대신 협력의 길로 나가자는 의미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비극이 반복되는 대립의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유엔총회 연설에서 강조했던 한반도 종전선언의 추진 의지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이날 화상으로 주재한 ‘제10차 한―메콩강 외교장관회의’에서 “남북미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첫 공개 발언을 두고 북한의 만행에 대한 규탄이 빠진 채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사과 메시지가 너무 늦어진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한기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고 무겁게 여기고 있으며 남북관계가 파탄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이 25일 보내온 통지문에 담긴 김 위원장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 사살에 대해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언급 없이 김 위원장의 사과에 의미를 부여하며 남북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이 사건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피살 사건 발생 엿새 만이자 23일 문 대통령이 첫 대면 보고를 받은 지 125시간 30분 만이다. ●북한 통지문에 ‘각별히’ ‘이례적’ 강조한 文대통령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되었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 씨를 둘러싼 월북공방에서 벗어나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표현한 것이다. 이어 “국민들께서 받은 충격과 분노도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신변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첫 사과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곧 북한의 사과에 대한 평가와 남북관계 복원 요구에 이날 메시지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북한이 25일 김 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보내온 데 대해 문 대통령은 “각별한 의미”,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표현을 쓰며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통지문을 보내 신속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사태를 악화시켜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국민들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해온 것에 대해 각별한 의미로 받아 들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 사과를 두고 여권이 일제히 반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도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던 전날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외신은 ‘북한 지도자가 특정 이슈에 관해 남측에 사과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extremely unusual)’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는 도움되는 조치’라고 평가했을 정도”라고 말했다.●“남북관계 진전 계기로 반전 기대” 문 대통령은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전날 제안한 공동조사와 군사통신선 복구 등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반전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기나긴 분단의 역사는 수많은 희생의 기록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풀어 나가는 데에서부터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에 사살된 공무원의 ‘희생’을 통해 대립 대신 협력의 길로 나가자는 의미다. 특히 문 대통령이 “비극이 반복되는 대립의 역사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유엔총회연설에서 강조했던 한반도 종전선언의 추진 의지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첫 공개 발언을 두고 북한의 만행에 대한 규탄이 빠진 채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사과 메시지가 너무 늦어지면서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북한이 25일 통지문을 보내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불태웠다는 우리 군의 발표를 부인하며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만행’ 등과 같은 불경스러운 표현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전했지만 책임자 처벌 등 정부 요구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25일) 오전 북측에서 우리 측에 보내온 통지문 내용을 말씀드린다”며 북한의 통지문을 공개했다.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북한은 “(22일 저녁)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 이어 “(사격 후)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우(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일방적인 주장으로 잔혹한 살해 과정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날 군이 감청 정보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씨가 사망한 시간은 오후 9시 40분으로 북한의 설명처럼 80m 밖 해상에서 신원 확인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것. 또 군은 이 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북한은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전부는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 실장은 이날 오후 두 번째로 브리핑에 나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친서에서 김 위원장의 수해 현장 시찰에 대해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친서에서 “대통령께와 남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했다. 청와대가 정상 간 친서 전문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무참히 짓밟힌 초유의 사태를 친서 한 장, 통지문 한 통으로 애써 덮고 ‘실수’였다고 편들어 주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
청와대가 25일 이례적으로 남북 정상 간 오간 친서를 공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친서 공개는 외교 결례라며 철저히 내용을 비공개해온 청와대가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 사살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자 국면 전환용으로 친서를 공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난 국무위원장께서 재난 현장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 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장의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며 “무너진 집은 새로 지으면 되고 끊어진 다리는 다시 잇고 쓰러진 벼는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사람의 목숨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나흘 뒤인 12일 보낸 답신 친서에서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의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도 귀측 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악성 비루스 확산과 연이어 들이닥친 태풍 피해 소식을 접하고 누구도 대신해 감당해줄 수 없는 힘겨운 도전들을 이겨내는 막중한 부담을 홀로 이겨내실 대통령의 노고를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리는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 친서를 공개한 것은 북한군의 이 씨 사살로 종전선언 제안이 담긴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바탕으로 동북아 보건협력체와 종전선언이 포함된 연설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건까지 포함해 총 8번의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사실을 알렸는데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