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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수도권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이 도입된 적이 있다. 혼잡한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 같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객차에 여성들만 탈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여론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지하철을 탄 남성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라는 지적이 많았다.범죄를 막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이해가 안 갔다. 이 제도는 워낙 여론도 나쁘고 실효성도 없어 결국 흐지부지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남성’에겐 상처를 남겼고, 어떤 이에겐 ‘여성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세월이 상당히 지난 지금, 이 ‘일부 남성’은 일부가 아닌 상당한 규모까지 커졌다. 한데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가 보다.온라인에서의 여성 혐오, 극단주의, 데이트 폭력 등을 연구해 온 호주 사회학자가 이른바 온라인 ‘남초(男超)’ 커뮤니티에 들어가 요즘 시대의 실질적인 정치적·사회적 ‘현상’이 된 젊은 남성들의 분노를 분석했다. 젊은 남성의 이런 분노는 어디에서 왔고, 왜 모두의 문제가 됐을까.저자는 이런 남성들을 열등감에 빠진 못난 남자로 간주하고, 그 원인을 단순하게 ‘유해(有害)한 남성성’의 틀에 맞춰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해한 남성성’이란 남성성 중 일부 ‘유해한’ 특질이 폭력, 혐오, 기타 문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개념.저자는 여성 혐오는 남성이 본래부터 가진 나쁜 속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형성된 ‘병리적 현상’이기에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 혐오가 본래부터 남성 안에 내재한 속성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꾸짖거나 감옥에 가두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의 접근은 문제 해결도 못 할뿐더러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초 커뮤니티에 모여 여성을 적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역차별당한다고 믿는 젊은 남성의 억울함에는 어느 정도의 진실과 더 깊은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오히려 그들은 평범하고 지루하기도 한 바로 옆집 남자와 다를 바 없는 개인이다. 그들 역시 우리처럼 그저 일상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려 애쓸 뿐이다. …(비록 끔찍한 방식으로 기는 하지만) 점점 더 버거워지는 세상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1장 ‘젊은 남성, 사회의 폭탄이 되다’에서)사실 이런 부류의 문제 제기는 상당히 어렵다. 본의와 다르게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도 자신의 분석이 거친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젊은 남성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이런 폭력은 이미 우리 사회 구조 속에 깊숙이 내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도대체 세계적으로 만연해 가는 이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저자는 소셜미디어 차단이나 잘못된 말과 행동을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 등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 차단은 남성들을 전보다 더 규제가 약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만들고, 새 플랫폼은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행태로 흐른다. 대신 남성들의 분노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그렇게 느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실제 원인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난달 1, 2일 이해인 수녀가 머무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비구와 비구니, 남녀 교무, 신부와 수녀 등 수행 생활을 하는 종교인 30여 명이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을 체험하며 영적 친교를 나누는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가톨릭 수도원이 스님 등 타 종교인에게 문을 열고 함께 수도 생활을 체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모임을 주최한 박재찬 안셀모 신부(사진)는 27일 서울 중구 성 베네딕도회 서울 수도원에서 만나 “이웃 종교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체험하는 것만큼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서로 화합하는 데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은 다양한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합, 대화를 위해 1994년 북미와 유럽 대화위원회를 통합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기구(DIMMID)’를 설립했다.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위원회는 2019년 발족했으며, 박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절과 원불교 성지를 방문해 그분들의 수행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스님들이 의아해하며 ‘왜 여기 오셨느냐’고 묻더라고요.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했지요.” 박 신부는 “기도와 수행 등 이웃 종교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 종교 간 만남은 자칫 형식적인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종교는 달라도 수행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수행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가까운 친구, 도반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1박 2일 동안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성무일도(聖務日禱)와 미사 등 가톨릭 전례에 참가했다. 또 종교별 명상 및 수행법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녀가 성경을 천천히 읽고 묵상·기도·관상으로 이어지는 가톨릭 전통 영적 독서 방법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설명하면, 스님은 집중과 관찰을 통한 명상법과 차(茶) 명상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덤(?)으로 이해인 수녀는 ‘나의 삶, 시와 기도’란 주제로 젊은 시절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하며 이웃 종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 박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토머스 머턴과 불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이던 머턴 신부(1915∼1968)는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각 종교의 수도승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구자 중 한 명. 자기 종교를 초월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추구했다. 이 때문에 타 종교에 관심이 높아 유교, 도교 공부와 함께 ‘장자(莊子)’까지 번역했다고 한다. “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이른 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배우려고 합니다. 이런 나눔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걸 느끼게 되지요. 다양한 종교적 갈등이 존재하는 오늘날, 모든 종교인에게 뭣보다 필요한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종교 간 대화에는 시간 낭비가 필요하다’라고 하셨다. 먼저 서로 신뢰하고 우정을 쌓으며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하신 말씀”이라며 “지금은 수도자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점차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자리로 확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난달 1, 2일 이해인 수녀가 머무는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비구와 비구니, 남녀 교무, 신부와 수녀 등 수행 생활을 하는 종교인 30여 명이 베네딕도회 수도 생활을 체험하며 영적 친교를 나누는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한국 가톨릭 수도원이 스님 등 타 종교인에게 문을 열고 함께 수도 생활을 체험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모임을 주최한 박재찬 안셀모 신부는 27일 서울 중구 성 베네딕도회 서울 수도원에서 만나 “이웃 종교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체험하는 것만큼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서로 화합하는데 좋은 방법이 또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은 다양한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합, 대화를 위해 1994년 북미와 유럽 대화위원회를 통합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기구(DIMMID)’를 설립했다. 한국 수도승 종교 간 대화위원회는 2019년 발족했으며, 박 신부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절과 원불교 성지를 방문해 그분들의 수행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스님들이 의아해하며 ‘왜 여기 오셨느냐’라고 묻더라고요.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라고 했지요.”박 신부는 “기도와 수행 등 이웃 종교의 근본을 이해하지 못한 종교 간 만남은 자칫 형식적인 행사가 될 수 있다”며 “종교는 달라도 수행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수행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가까운 친구, 도반이 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1박 2일 동안 이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하느님을 찬미하는 성무일도(聖務日禱)와 미사 등 가톨릭 전례에 참가했다. 또 종교별 명상 및 수행법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녀가 성경을 천천히 읽고 묵상·기도·관상으로 이어지는 가톨릭 전통 영적 독서 방법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설명하면, 스님은 집중과 관찰을 통한 명상법과 차(茶) 명상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덤(?)으로 이해인 수녀는 ‘나의 삶, 시와 기도’란 주제로 젊은 시절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하며 이웃 종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자기 경험을 들려줬다.박 신부는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토마스 머튼과 불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이던 머튼 신부(1915~1968)는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 각 종교의 수도승 간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선구자 중 한 명. 자기 종교를 초월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보편성을 추구했다. 때문에 타 종교에 관심이 높아 유교, 도교 공부와 함께 ‘장자(莊子)’까지 번역했다고 한다.“자신의 종교에서 영적 성숙에 이른 사람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오히려 배우려고 합니다. 이런 나눔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종교가 더 풍성해지는 걸 느끼게 되지요. 다양한 종교적 갈등이 존재하는 오늘날, 모든 종교인에게 뭣보다 필요한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박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종교 간 대화에는 시간 낭비가 필요하다’라고 하셨다. 먼저 서로 신뢰하고 우정을 쌓으며 경계를 허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하신 말씀”이라며 “지금은 수도자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점차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자리로 확산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황이 참가하는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개최일이 2027년 7월 29일∼8월 8일(10박 11일)로 확정됐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 컨벤션홀에서 ‘WYD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7월 29일∼8월 2일은 전국 15개 교구에서 교구 대회로, 8월 3∼8일은 서울에서 본대회로 진행된다. 본대회 전 교구 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이 각 교구 신자와 교류하며 K문화를 체험하고, 홈스테이 등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에서 열리는 본대회는 정 대주교가 집전하는 개막 미사(3일), 젊은이 축제(4일), 교황 환영 행사(5일), 교리교육(4∼6일), 연극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예수의 수난 여정을 그리는 십자가의 길(6일), 밤샘 기도(7일)와 파견 미사(8일) 등이 순서대로 열린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레오 14세 교황이 다음 개최지를 선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회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교황 환영 행사는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 중 한 곳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대규모 신자가 모이는 밤샘 기도와 파견 미사 후보지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과 인근 지역을 검토 중”이라며 “교황 환영 행사 등의 정확한 장소는 교황청과 협의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WYD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정한 ‘세계 젊은이의 날’을 기념해 1986년 로마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교황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로 발전했으며,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는 400만 명,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는 150만 명이 참여했다. 조직위는 서울 WYD에 세계 각지에서 약 10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인 이경상 주교는 “17번째 대회인 서울 WYD는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분단국가에서는 처음”이라며 “가능하면 북한 청년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서울 WYD로 약 2조∼3조 원의 경제적 효과와 1만1000∼1만6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순택 대주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청년들을 향한 우리의 약속이자 인류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초대”라며 “2027년 서울은 단순한 행사 개최지를 넘어 희망과 연대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황이 참가하는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개최일이 2027년 7월 29~8월 8일(10박 11일)로 확정됐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는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 컨벤션홀에서 ‘WYD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7월 29부터 8월 2일은 전국 15개 교구에서 교구 대회로, 8월 3~8일은 서울에서 본대회로 진행된다. 본대회 전 교구 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이 각 교구 신자와 교류하며 K 문화를 체험하고, 홈스테이 등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에서 열리는 본대회는 정 대주교가 집전하는 개막 미사(3일), 젊은이 축제(4일), 교황 환영 행사(5일), 교리교육(4~6일), 연극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예수의 수난 여정을 그리는 십자가의 길(6일), 밤샘 기도(7일)와 파견 미사(8일) 등이 순서대로 열린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레오 14세 교황이 다음 개최지를 선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대회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교황 환영 행사는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 중 한 곳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대규모 신자가 모이는 밤샘 기도와 파견 미사 후보지로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과 인근 지역을 검토 중”이라며 “교황 환영 행사 등의 정확한 장소는 교황청과 협의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WYD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정한 ‘세계 젊은이의 날’을 기념해 1986년 로마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교황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로 발전했으며, 1995년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는 400만 명,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는 150만 명이 참여했다. 조직위는 서울 WYD에 세계 각지에서 약 100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인 이경상 주교는 “17번째 대회인 서울 WYD는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분단국가에서는 처음”이라며 “가능하면 북한 청년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서울 WYD로 약 2조~3조 원의 경제적 효과와 1만1000~1만 6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순택 대주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 청년들을 향한 우리의 약속이자, 인류 공동체가 함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초대”라며 “2027년 서울은 단순한 행사 개최지를 넘어 희망과 연대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특이한 신부가 하나 있다. 편의점 ‘알바 대타’를 뛰고, 그도 모자라 가게를 인수까지 해버렸다. 낮에는 청소년을 학대하는 보육시설을 경찰에 고발하고, 밤마다 청소년들과 함께 운동한다. 그러기를 10여 년. 22일 인천 부평구 인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에서 만난 송원섭 베드로 신부(관장)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건 그들을 믿어주는 어른”이라며 “함께 걸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 쉼터, 위탁가정 등에 있다가 만 18세가 돼 시설을 나온 18∼24세 청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약간의 자립 지원금, 숙소 등을 지원하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자립은 ‘맨땅에 헤딩’이나 다를 바 없다.‘별바라기’는 이런 자립준비청년 중 우울증, 무기력, 경계선 지능 등 심리적·정서적 치료가 필요한 청년들 60여 명을 송 신부와 10명의 사회복지사가 돌보는 곳이다. 2013년부터 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런 청년들은 보육시설을 나와도 바로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기에 이곳에서 먼저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을 한 뒤 나아지면 자립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육시설에서 살았다고 하면 자립심이나 생활력이 강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단다. 제대로 된 훈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 보니 조금만 힘들어 보여도 포기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습관이 배어 있는 경우가 많다.“아이들이 힘든 일도 안 해보고,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사회 적응 훈련이 필요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여러 사람을 만나니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인근 편의점 사장님들과 계약해 정식으로 채용됐는데, 힘드니까 갑자기 전화해서 ‘아프다’며 새벽 근무를 안 나가는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밤새 남의 가게를 비워둘 수는 없는 일. 결국 ‘빵꾸’가 날 때마다 알바 대타는 그의 몫이 됐다. 좋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채용해 준 편의점 사장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가 없어, 아예 인근 편의점을 직접 인수해 사회 적응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보육시설 고발은 마음의 문을 연 아이들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벌어졌다. 지난해 경찰에 고발해 1곳을 폐업시켰고, 현재 2곳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자립준비청년 중에 아르바이트비로 자기가 한 살 때부터 살던 영유아 보육원 3∼5세 동생들을 늘 챙기는 애가 있어요. 8세가 되면 영유아 보육원을 나와 청소년 보육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동생들에게 늘 ‘거긴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당부하더라고요.” 송 신부는 “자기가 거기 나왔는데, 말도 못 하게 학대당했기 때문이라고 울면서 말하더라”며 “웬만하면 고발 같은 거 잘 못 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자립지원관 이름인 ‘별바라기’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걷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주자는 뜻이다. 송 신부는 “혼자 자립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엄마가 너무 그립고,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슬퍼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며 “부모가 돼줄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함께하면 반드시 (아이들도) 달라진다는 걸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했다.인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여기 특이한 신부가 하나 있다.편의점 ‘알바 대타’를 뛰고, 그도 모자라 가게를 인수까지 해버렸다. 낮에는 청소년을 학대하는 보육시설을 경찰에 고발하고, 밤마다 청소년들과 함께 운동한다. 그러기를 10여 년. 22일 인천 부평구 인천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에서 만난 송원섭 베드로 신부(관장)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믿어주는 어른”이라며 “함께 걸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들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자립준비청년은 아동복지시설, 쉼터, 위탁가정 등에 있다가 만 18세가 돼 시설을 나온 19~24세 이하의 청년. 정부와 지자체에서 약간의 자립 지원금, 숙소 등을 지원하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자립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별바라기’에서는 자립준비청년 중 우울증, 무기력, 경계성 지능 장애 등 심리적·정서적 치료가 필요한 청년들 60여 명을 송 신부와 10명의 사회복지사가 돌보고 있다. 2013년부터 별바라기 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런 청년들은 보육시설을 나와도 바로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기에 이곳에서 먼저 치료와 사회 적응 훈련을 한 뒤 나아지면 자립하는 과정을 거친다”라고 말했다.얼핏 보육시설에서 살았다고 하면 만화 주인공 ‘캔디’처럼 자립심, 생활력이 강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일반 가정에서는 부모가 때려서라도 깨워 학교를 보내지만, 보육시설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기 때문. 어릴 때부터 싫은 일을 안 해 버릇하다 보니, 조금만 힘들어 보여도 포기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습관이 배 있다는 것이다.“아이들이 힘든 일도 안 해보고,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사회 적응 훈련이 필요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여러 사람을 만나니 도움이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인근 편의점 사장님들과 계약해 정식으로 채용됐는데, 힘드니까 갑자기 전화해서 ‘아프다’며 새벽 근무를 안 나오는 일이 벌어지더라고요.”밤새 남의 가게를 비워둘 수는 없는 일. 결국 ‘빵꾸’가 날 때마다 ‘알바 대타’는 그의 몫이 됐다.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채용해 준 편의점 사장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가 없어 아예 인근 편의점을 직접 인수해 사회 적응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보육시설’ 고발은 마음의 문을 연 아이들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벌어졌다. 지난해 경찰에 고발해 1곳을 폐업시켰고, 현재 2곳을 수사 의뢰한 상태다.“자립준비청년 중에 아르바이트비로 자기가 1살 때부터 살던 영유아 보육원 3~5살 동생들 늘 챙기는 애가 있어요. 8살이 되면 영유아 보육원을 나와 청소년 보육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동생들에게 늘 ‘OO는 절대로 가면 안 된다’고 당부하더라고요.”송 신부는 “자기가 거기 나왔는데, 말도 못 하게 학대당했기 때문이라고 울면서 말하더라”라며 “웬만하면 고발 같은 거 잘 못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자립지원관 이름인 ‘별바라기’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걷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주자는 의미다. 송 신부는 “혼자 자립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엄마가 너무 그립고,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슬퍼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라며 “부모가 돼줄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동반해 준다면 반드시 달라진다는 것을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미국 테네시대에는 ‘시체 농장(Body Farm)’으로 불리는,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소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연쇄 살인마들이 마구 사람을 죽이는 또는 좀비들이 출몰하는 곳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의 정식 이름은 ‘테네시대 인류학 연구소(University of Tennessee Anthropological Research Facility)’. 인간의 시체가 자연 상태에서 어떻게 부패하는지를 연구하는 세계 최초의 연구소다. 1980년 시체 농장을 설립한 저자가 ‘뼈 탐정’에 불과했던 유해 감식을 어떻게 ‘법의인류학’이란 과학으로 발전시켰는지를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마치 유명한 미 과학수사 드라마인 ‘본즈(Bones)’나 ‘CSI: 과학수사대’를 보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경이롭게 다가오는 건, 이 모든 것이 사실 젊은 시절 저자의 뼈아픈 실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샤이 대령의 사망 추정 시각을 무려 113년이나 잘못 판단했음을 깨닫고 나니 제일 먼저 엄청난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취재하던 신문기자들에게 아주 확신에 차서 말했었건만, 이제 나는 오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7장 ‘시체 농장, 탄생하다’에서) 저자는 망신과 구겨진 체면을 신경 쓰기보다 자신의 무지를 처절하게 반성하며 ‘시체 농장’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4000m² 넓이의 이 연구소를 통해 다양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사망 직후부터 시체가 뼈만 남을 때까지 벌어지는 ‘모든 것’을 연구하고 기록했다. 그 결과 사람의 사망 시각을 가장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수사 기관에 제공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살인 사건을 해결한 것은 물론이고 많은 법의학자와 검시관,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키워내는 산실이 됐다. 실수와 실패를 감추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 하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더 나은 내가 되는 가장 용감한 선택이라는 옛 성현의 말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부제 ‘죽음의 진실을 연구하는 법의인류학자의 시체 농장 이야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서울 총회(공동위원장 이영훈·오정현 목사)가 27∼3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개최된다.1846년 설립된 WEA는 세계 146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진보적 성향이라면, WEA는 복음의 순수성과 무신론적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리며, 2019년 제13차 WE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총회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다. 주제는 ‘모든 이에게 복음을, 2033을 향하여’.5일간 열리는 총회에서는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확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종교 박해, 동성애로 인한 가정 파괴,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 미디어 시대의 복음 전도 등 기독교가 처한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다. 특히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논의된다. WEA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KEF), 평화한국(Peace Kore) 등과 연대해 북한에 억류된 한국 선교사들의 석방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주요 의제로 상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서울총회 조직위원회는 “1907년 평양 대부흥으로 타오른 복음의 불씨는 1970∼1990년대 폭발적 부흥과 함께 세계 선교 운동으로 확산했다”며 “이후 한국교회는 약 170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등 비서구권 최대의 선교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또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총회는 비서구 교회의 자립, 자치 모델을 세계와 공유하고, 성경적 가치관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World Evangelical Alliance) 서울총회(공동위원장 이영훈·오정현 목사)가 27~3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개최된다.1846년 설립된 WEA는 세계 146개국 6억5000만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복음주의 연합체.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진보적 성향이라면, WEA는 복음의 순수성과 무신론적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WEA 총회는 6년마다 열리며, 2019년 제13차 WE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총회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다. 주제는 ‘모든 이에게 복음을, 2033을 향하여’.5일간 열리는 총회에서는 △성경에 기초한 복음적 일치 확인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성령이 충만한 제자 훈련 △종교 박해, 동성애로 인한 가정 파괴, 다음 세대의 신앙 이탈, 미디어 시대의 복음 전도 등 기독교가 처한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논의된다. 특히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석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논의된다. WEA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KEF), 평화한국(Peace Kore) 등과 연대해 북한에 억류된 한국 선교사들의 석방을 유엔(UN) 인권이사회에 주요 의제로 상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서울총회 조직위원회는 “1907년 평양 대부흥으로 타오른 복음의 불씨는 1970~1990년대 폭발적 부흥과 함께 세계 선교 운동으로 확산했다”라며 “이후 한국교회는 약 170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등 비서구권 최대의 선교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또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총회는 비서구 교회의 자립, 자치 모델을 세계와 공유하고, 성경적 가치관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만행에 맞서다 순교한 평신도 교리교사인 피에트로 토 로트(1912∼1945·사진)가 파푸아뉴기니 첫 성인에 올랐다. 레오 14세 교황은 19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토 로트 등 복자 7명의 시성식을 거행했다. 파푸아뉴기니 라쿠나이에서 태어난 토 로트는 파푸아뉴기니 1세대 그리스도인이다. 일본군의 정책에 저항하는 사목 활동을 하다 체포돼 순교했으며, 1995년 파푸아뉴기니를 방문 중이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를 복자로 선포했다. 이날 시성식에서는 1915년 아르메니아 대학살 당시 튀르키예군에게 목숨을 잃은 아르메니아 대주교 이그나티우스 말로얀(1869∼1915), 평생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한 베네수엘라의 평신도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 시스네로스(1864∼1919), 왼팔 없이 태어났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예수의 시녀 수도회를 설립한 마리아 카르멘 렌딜레스 마르티네스(1903∼1977) 등도 성인에 올랐다. 교황청은 가톨릭 사제 또는 신자에 대해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검증해 가경자, 복자, 성인 등의 호칭을 수여한다. 가경자는 성덕만 인정된 이에게 부여되고 이후 한 번의 기적이 인정되면 복자, 두 번 이상의 기적이 검증되면 성인으로 각각 추서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종교계 안팎에서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 성직자’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방 성직자는 군목·군승, 경목·경승처럼 소방직과 소방관에게 특화된 이른바 ‘소방목·소방승’(가칭) 등을 일컫는다. 소방 성직자 도입 논의는 지난여름에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두 사람 모두 트라우마 때문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에 이른다. 절반에 가까운 2만8374명(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 한석훈 한국기독소방선교회장은 “소방관도 사람이라 대형 참사 현장에서 사선을 넘다 보면 당연히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하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직업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고민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앙 상담의 대부분이 삶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서 시작하는 만큼, 소방 성직자는 소방관들의 정서 안정이나 심리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일반적인 사회 상담사나 의사들이 소방관의 직업적 어려움과 고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소방 성직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인 종오 스님(대령)은 “치료, 상담 등을 위한 첫 단계가 라포(rapport·상담자와 피상담자 간의 상호 신뢰 관계) 형성인데, 군종 장교나 경목·경승처럼 자기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마음을 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쟁의 참혹함, 참사로 수십 명이 죽은 현장을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상담의 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종오 스님은 “미군 군종 목사의 경우 전쟁·전투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영혼의 돌봄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종교 활동을 넘어 상담, 정신적 위기 개입 등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과정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으로 은퇴 뒤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경찰선교회 김병철 대표 목사는 “피비린내를 맡아본 적이 없는 일반 상담사가 참혹한 현장의 기억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형사의 고충을 얼마나 피부로 느낄 수 있겠느냐”며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가 생긴다면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이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최근 종교계 안팎에서 참혹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소방관들을 위한 ‘소방 성직자’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방 성직자는 군목·군승, 경목·경승처럼 소방직과 소방관에게 특화된 이른바 ‘소방목·소방승’(가칭) 등을 일컫는다. 소방 성직자 도입 논의는 지난 여름에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두 사람 모두 트라우마 때문에 여러 차례 심리 상담 및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지난해 소방청의 전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상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6만여 명 중 4375명(7.2%)이 PTSD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인한 치료는 3141명(5.2%), 우울증은 3937명(6.5%), 수면장애는 1만6921명(27.9%)에 이른다. 절반에 가까운 2만8374명(46.8%)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 한석훈 한국기독소방선교회장은 “소방관도 사람이라 대형 참사 현장에서 사선을 넘다 보면 당연히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는다”라며 “하지만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라는 직업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고민이나 정신적 어려움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신앙 상담의 대부분이 삶의 고민을 털어놓는 데서 시작하는 만큼, 소방 성직자는 소방관들의 정서 안정이나 심리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일반적인 사회 상담사나 의사들이 소방관의 직업적 어려움과 고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소방 성직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방부 군종정책과장인 종오 스님(대령)은 “치료, 상담 등을 위한 첫 단계가 라포(ropport·상담자와 피상담자 간의 상호 신뢰 관계) 형성인데, 군종 장교나 경목·경승처럼 자기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마음을 여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쟁의 참혹함, 참사로 수십 명이 죽은 현장을 겪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상담의 질’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종오 스님은 “미군 군종 목사의 경우 전쟁·전투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영혼의 돌봄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종교 활동을 넘어 상담, 정신적 위기 개입 등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정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경찰 출신으로 은퇴 뒤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경찰선교회 김병철 대표 목사는 “피비린내를 맡아본 적이 없는 일반 상담사가 참혹한 현장의 기억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형사의 고충을 얼마나 피부로 느낄 수 있겠느냐”며 “군종 장교, 경목·경승처럼 소방 성직자가 생긴다면 소방관들의 심리적 안정이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법주사 진옹당(震翁堂) 월성(月性) 대종사(사진)가 19일 충북 보은 옥천암에서 원적에 들었다. 법랍 50년, 세수 91세.월성 스님은 1956년 남원 실상사에서 금오 스님을 은사로 수계한 뒤 제방 선원에서 정진했다. 법주사 총지선원 선덕, 복천선원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영결식은 21일 오전 10시 법주사에서, 다비식은 법주사 연화대에서 엄수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매일 숱한 영양제를 쏟아붓고 이상한 걸 먹기 전에 이 책을 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가 27여 년간 3000여 건의 부검을 통해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질병과 사고로부터 죽음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비유가 다소 무서운 것 같지만, 수천 명의 범죄자를 본 교도관이 일상의 일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살다가는 여기 와”라고 하는 것 같다.“38세 여성 A 씨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더불어 야근이 잦아 야식을 주로 먹다 보니 입사 당시보다 15kg이나 살이 찐 상태였다. 하루는 동료와 흡연 장소로 이동하다가 전날부터 시작된 등의 통증을 호소했다. … 그 순간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져 버렸다. … 부검대에 오른 그녀의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을 절개했을 때 심낭 내부에는 응고된 혈액이 가득 들어 있었다. 대동맥 내부가 찢어진 대동맥 박리 때문이었다.”(2장 ‘막히거나 터지는 혈관의 최후’에서) 저자는 대동맥이 딱딱해지면 심장이 강한 압력으로 혈액을 퍼뜨리려고 할 때 혈관이 부풀어 오르다 터져 버리는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대동맥을 딱딱하게 만드는 위험인자가 주로 흡연, 고혈압, 당뇨병 등이다. 혈관의 가장 큰 위협인 담배는 스스로 끊기 어렵다면 약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끊어야 하며, 내일 말고 오늘 바로 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술, 변비, 가벼운 낙상과 복통, 주변 온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심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겨 버리는 것들이 어떻게 심장, 대장, 뇌, 간 등에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지 속된 말로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설명한다. 저자는 매번 부검대 앞에서 ‘이 사람을 생전에 만났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를 고쳤거나 의사의 충고를 가볍게 듣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을 부검대에서 만나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제발 살아 있을 때 읽어 두세요’라는 저자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사회적 약자 옆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지요.” 다음 달 퇴임을 앞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는 13일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구세군 등 29개 단체가 모인 국내 대표적인 기독교 협의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면, NCCK는 진보 기독교계를 대표하고 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2023년 8월에 2년여의 잔여 임기를 맡은 김 총무는 포용과 화합의 지도력으로 위기의 NCCK를 순탄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임기 중 NCCK를 다시 ‘교회 협의체’ 본연의 자리로 복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NCCK가 오랜 세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민주화, 평화통일 운동에 집중해 오다 보니, 그 과정에서 교회 협의체라기보다 ‘강성 시민단체(NGO)’처럼 인식된 아쉬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 총무는 “NCCK의 사회운동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소수 정예에 의한 선언이나 거리 시위 방식이 아니라, 교회 내 대중의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며 “먼저 NCCK부터 획일적으로 의제와 방식을 내려보내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오가는 ‘플랫폼형 협의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임기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꼽았다. NCCK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 총무는 “불의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건 교회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교분리라는 말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실은 김 총무도 1980년 5월 비상계엄의 피해자다. 그는 20대 시절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2년 반의 옥고를 치렀다. 이른바 ‘한울회 사건’이다. 공부 도중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관해 얘기한 걸 신군부가 국가 전복 음모로 몰았다. 김 총무 자신도 어느새 서열 2위의 수괴가 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한국 교회가 과거처럼 사회의 등불이자 지남차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거의 한국 교회는 교육·복지·의료·여성 인권 향상 및 민주화운동 등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모범이 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기득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일부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은 오히려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김 총무는 교회가 다시 국민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안의 잘못된 문화와 관습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한국 교회의 지도자 계층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 목사나 여성 지도자 배출에 소극적인 게 사실입니다. 타성에 젖어 변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지요. 교회가 사회보다 앞서지 못하고 오히려 못하다면 어떻게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가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사회적 약자 옆입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쉽지요.”다음 달 퇴임을 앞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는 13일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NCCK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구세군 등 29개 단체가 모인 국내 대표적인 기독교 협의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면, NCCK는 진보 기독교계를 대표하고 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2023년 8월에 2년 여의 잔여 임기를 맡은 김 총무는 포용과 화합의 지도력으로 위기의 NCCK를 순탄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그는 특히 “임기 중 NCCK를 다시 ‘교회 협의체’ 본연의 자리로 복원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NCCK가 오랜 세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민주화, 평화통일 운동에 집중해 오다 보니, 그 과정에서 교회 협의체라기보다 ‘강성 시민단체(NGO)’처럼 인식된 아쉬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김 총무는 “NCCK의 사회운동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소수 정예에 의한 선언이나 거리 시위 방식이 아니라, 교회 내 대중의 공감과 참여를 이끄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라며 “먼저 NCCK부터 획일적으로 의제와 방식을 내려보내는 곳이 아니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오가는 ‘플랫폼형 협의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그는 임기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꼽았다. NCCK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 총무는 “불의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건 교회의 당연한 의무”라며 “정교분리라는 말로 침묵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실은 김 총무도 1980년 5월 비상계엄의 피해자다. 그는 20대 시절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가 붙잡혀 2년 반의 옥고를 치렀다. 이른바 ‘한울회 사건’이다. 공부 도중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관해 얘기한 걸 신군부가 국가 전복 음모로 몰았다. 김 총무 자신도 어느새 서열 2위의 수괴가 돼있었다고 한다.그는 지금의 한국교회가 과거처럼 사회의 등불이자 지남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과거의 한국교회는 교육·복지·의료·여성 인권 향상 및 민주화 운동 등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모범이 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사회의 길잡이 역할을 할수있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점차 기득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일부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은 오히려 사회 갈등과 분열의 원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김 총무는 교회가 다시 국민의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안의 잘못된 문화와 관습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남녀 차별이 하나님의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한국교회의 지도자 계층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 목사나 여성 지도자 배출에 소극적인 게 사실입니다. 타성에 젖어 변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지요. 교회가 사회보다 앞서지 못하고 오히려 못하다면 어떻게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왈왈!” “나무 접인망령 인로왕보살(망령을 인도하는 인로왕 보살님께 귀의합니다)”, “멍멍!” 부처님을 모신 엄숙한 대웅전에서 개 짖는 소리라니…. 그것도 큰스님들의 법문과 염불이 한창인데. 그런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이 작은 소란꾼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만 할 뿐. 이슬비가 흩뿌리던 11일, 강원 강릉시 대한불교조계종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 열린 개산 26주년 동식물 천도재(遷度齋)는 그렇게 시작됐다. 천도재는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 의식. 하지만 현덕사는 문을 연 1999년부터 지금까지 ‘동식물’을 위한 천도재를 별도로 지내고 있다. 20년이 넘게 한결같이 지내다 보니, 사찰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는 이 작은 절이 반려동물 천도재를 지내는 절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됐다. “어린 시절 장난치다 제비 새끼를 죽인 적이 있어요. 출가 뒤에도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절을 세운 뒤에 그 제비 새끼를 위한 천도재를 몇 년 지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걸 알고 세상을 떠난 자기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를 부탁하더라고요. 그게 벌써 20여 년 전이네요.” 이 때문에 현덕사 대웅전에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실험용으로 있다가 죽은 동물, 길에서 사고로 숨진 동물 등의 위패 수백 개를 모신 제단이 부처님과 함께 있다. 제단도 의식의 취지에 맞춰 자유롭게 꾸민다. ‘선(先) 애견 푸들 백초코 영가(靈駕·불교에서 죽은 이를 일컫는 말)’라고 적힌 위패와 함께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도 함께 건다. 음식도 반려동물이 좋아했던 사료와 간식이 함께 오른다. 산짐승을 위한 무와 배추, 새들을 위한 좁쌀 등도 제단에 올랐다. 이날 천도재에는 스님과 신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온 안효진 씨(47)는 “현덕사 템플스테이에 왔다가 반려동물 천도재를 알게 됐다”며 “15년 전 키우던 리트리버 위패를 이곳에 모신 뒤 매년 천도재를 지내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 시간에 걸친 천도재는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소망지를 태우는 소지(燒紙) 의식으로 마무리됐다. 현종 스님은 “지금은 반려동물 천도재가 자리를 잡았지만, 초기엔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꽤 있었다”며 “대웅전에 사람과 동식물의 위패를 함께 모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는 외양만 강아지나 고양이일 뿐, 마음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지요. 오히려 더 기특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며 사는 연기(緣起)의 관계지요. 하물며 생명이라면 그 모습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스님은 “법당을 지을 때 키우던 강아지(현덕이)가 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를 밟아 혼을 냈는데, 현덕이가 가고 난 지금은 그 발자국이 저와 나를 잇고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끈이 됐다”며 “천도재를 통해 동식물일지라도 인연이 닿은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나무 극락도사 아미타불(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왈왈!”“나무 접인망령 인로왕보살(망령을 인도하는 인로왕 보살님께 귀의합니다)”, “멍멍!”부처님을 모신 엄숙한 대웅전에서 개 짖는 소리라니…. 그것도 큰 스님들의 법문과 염불이 한창인데. 그런데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이 작은 소란꾼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만 할 뿐. 이슬비가 흩뿌리던 11일, 강원 강릉시 대한불교조계종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 열린 개산 26주년 동식물 천도재(遷度齋)는 그렇게 시작됐다.천도재는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 의식. 하지만 현덕사는 문을 연 1999년부터 지금까지 ‘동식물’을 위한 천도재를 별도로 지내고 있다. 20여 년이 넘게 한결같이 지내다 보니, 사찰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는 이 작은 절이 반려동물 천도재를 지내는 절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됐다.“어린 시절 장난치다 제비 새끼를 죽인 적이 있어요. 출가 뒤에도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절을 세운 뒤에 그 제비 새끼를 위한 천도재를 몇 년 지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걸 알고 세상을 떠난 자기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를 부탁하더라고요. 그게 벌써 20여 년 전이네요.”이 때문에 현덕사 대웅전에는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실험용으로 있다가 죽은 동물, 길에서 사고로 숨진 동물 등의 위패 수백 개를 모신 제단이 부처님과 함께 있다. 제단도 의식의 취지에 맞춰 자유롭게 꾸민다. ‘선(先) 애견 푸들 백초코 영가(靈駕·불교에서 죽은 이를 일컫는 말)’라고 적힌 위패와 함께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도 함께 건다. 음식도 반려동물이 좋아했던 사료와 간식이 함께 오른다. 산짐승을 위한 무와 배추, 새들을 위한 좁쌀 등도 제단에 올랐다.이날 천도재에는 스님과 신도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에서 온 안효진 씨(47)는 “현덕사 템플스테이에 왔다가 반려동물 천도재를 알게 됐다”며 “15년 전 키우던 레트리버 위패를 이곳에 모신 뒤 매년 천도재를 지내러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시간에 걸친 천도재는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소망지를 태우는 소지(燒紙) 의식으로 마무리됐다.현종 스님은 “지금은 반려동물 천도재가 자리를 잡았지만, 초기엔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꽤 있었다”라며 “대웅전에 사람과 동식물의 위패를 함께 모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저는 외양만 강아지나 고양이일 뿐, 마음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지요. 오히려 더 기특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며 사는 연기(緣起)의 관계지요. 하물며 생명이라면 그 모습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스님은 “법당을 지을 때 키우던 강아지(현덕이)가 마르지 않은 시멘트 위를 밟아 혼을 냈는데, 현덕이가 가고 난 지금은 그 발자국이 저와 나를 잇고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끈이 됐다”라며 “천도재를 통해 동식물일지라도 인연이 닿은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강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탐정이라고 하면 셜록 홈스밖에 모르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에 탐정이 2만5000여 명이나 활동 중이라고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2020년 8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합법화된 지 불과 5년 만에 이렇게 늘었다고 한다. 이 책은 30년 넘게 범죄학과 범죄수사학을 연구해 온 1세대 탐정학자가 탐정에 관해 썼다. 일반인도 자신을 지키고 범죄에 당하지 않기 위해 탐정처럼 바라보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 속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나 원인을 추적하는 것, 이것은 내 안의 쓸데없는 걱정이나 두려움보다 집중도를 높여준다. 탐정의 시선을 유지한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탐구자이자 파수꾼의 눈을 갖는 것이다. 탐정의 시선은 곧 나를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것이다.”(1부 ‘인간의 행위는 이유나 원인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에서) 일반인이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의외로 조금만 습관을 들이면 자신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도 있다. 누구나 모함이나 무고로 고소를 당하거나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 저자는 탐정에게 요구되는 객관적 관찰력과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 기록하는 능력이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현장은 엉망이었다”라고 표현하는 대신 “책상 위 서류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서랍은 열려 있었으며, 컵이 바닥에 깨져 있었다”라고 기술하는 식이다. 이렇게 써야 법정 증거나 분석 자료로 활용될 때 신뢰성을 높이고 해석상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읽다 보면 민간 탐정들이 특히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기업에서 지점 관리 업무를 전문으로 했던 은퇴자가 탐정 면허를 딴 뒤, 은퇴자를 노리는 프랜차이즈 사기범을 잡고 있다니 말이다. 수십 년간 특정 분야에서 일했던 전문가들이 탐정 면허를 취득한 뒤 경찰과 함께 범죄에 대응한다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워낙 이상한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