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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다이소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받은 뒤 법정 기한인 60일을 거의 다 채워 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산에 걸리는 일수가 통상적인 유통업체 평균의 약 2배나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의도적인 ‘늑장 지급’으로 보고 지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유통업체의 정산 기한을 지금의 절반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쿠팡은 정산까지 걸리는 일수, 유사 업체의 2배28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체의 대금지급 실태조사 결과 납품업체에서 직매입하는 기업 중 쿠팡 등 9개사는 납품에서 정산까지 걸린 일수가 40일을 넘겼다. 정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3.2일이다. 이는 공정위가 올 2~3월 132개 업체를 전수조사한 결과다.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유통기업들은 사실상 법정 기한을 모두 채우고 있는 셈이다.업체별로 납품 뒤 정산까지 평균적으로 걸린 시간은 △영풍문고 65.1일 △다이소 59.1일 △컬리 54.6일 △M춘천점·메가마트 54.5일 △쿠팡 52.3일 △전자랜드 52.0일 △홈플러스 46.2일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9일 등이다. 영풍문고는 평균 소요 기간이 법정 기한을 초과했다.반면 직매입 거래를 하는 전체 유통업체는 평균 27.8일 만에 납품업체에 대금을 줬다. 쿠팡을 포함한 9개사와 거래하면 약 2배의 기간을 기다려야 대금을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9개사는 월 1회가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 정산해 대금을 지급하는 데 오래 걸렸다. 공정위는 이를 대금 지급을 미루려는 의도로 판단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은 “쿠팡 등 일부 업체는 2021년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으로 ‘직매입 거래에 대한 대금 지급기한(60일)’이 법에 명시되자 특별한 사유 없이 대금 지급 기간을 50일에서 60일로 늦췄다”고 지적했다. 이에 쿠팡 측은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앞서 다른 공정위 조사에서 쿠팡은 납품업체들로부터 판매촉진비, 판매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난해에만 약 2조30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납품업체에서 상당한 부수입을 올렸지만 정작 정산은 미룬 것이다. 유통기업들은 정산을 늦추면 지불해야 하는 대금을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쿠팡-다이소 등 정산 기한 30일로 단축 공정위는 늑장 정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 초 법 개정을 추진한다. 직매입은 정산 시한을 상품수령일로부터 30일 이내로 줄일 방침이다. 월 1회 정산하면 월 말일로부터 2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예외를 둔다. 안 팔린 상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외상 매입하는 특약매입, 판매 수수료를 받는 위수탁 거래 등 다른 거래는 정산 기한이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에서 20일로 줄어든다. 한편 쿠팡의 출판사 재계약 방식과 산업재해 대응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쿠팡이 출판사들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교도 쿠팡의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사과와 정부의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잡지 휴간를 발표한 뒤 전화를 100통은 받은 것 같아요. 문자까지 합치면 셀 수 없죠.”씁쓸하면서도 묵직한 미소란 이런 걸까. 22일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성구 ‘샘터’ 대표(65)의 표정이 도통 가늠이 되질 않았다. 1970년 4월 창간해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월간 교양지였던 샘터. 56년 동안 발행되며 국내 최장수 타이틀을 지켰던 샘터가 내년 1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 샘터사를 창립한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김 대표는 가슴에 담아둔 게 참 많은 목소리였다.● 피천득부터 한강까지 ‘문인들의 산실’ 24일 출간된 휴간호는 그 무게감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105)와 이해인 수녀(80), 정호승 시인(75)의 에세이가 실렸다. 세 필자는 모두 ‘샘터’와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김 교수는 1970년 창간호에도 글을 실었다. 56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 셈이다. 정 시인의 글도 의미심장하다. 제목은 ‘시간은 젊을 때 아껴야 한다.’ 창간호 주제였던 ‘젊음을 아끼자’와 수미쌍관을 이뤘다. 창간 때부터 샘터를 구독한 애독자 오두환 씨의 인터뷰도 눈길을 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반 세기 넘게 이어온 ‘샘터’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 그는 이를 “3대 3대 3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작가의 글 30%와 생활인이 직접 쓴 글 30%,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를 찾아가 기록한 글 30%. 김 대표는 “70세가 넘어 야학에서 글을 배운 할머니가 떠오른다”며 “몽당연필로 원고지에 글을 쓰셨는데, 맞춤법은 많이 틀렸어도 한 줄도 버릴 수 없는 원고였다”고 회상했다. “그런 분들이야말로 비범한 존재가 아닐까요. 그런 필자와 독자들이 ‘샘터’를 만들어온 겁니다.”샘터는 자주 ‘작가의 산실’로도 불렸다. 정 시인과 정채봉 아동문학가가 샘터에서 일했다. 피천득과 최인호, 정채봉, 법정 스님, 장영희 교수 등이 샘터 지면을 거쳐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도 1990년대 중반 샘터 기자였다. 김 대표는 “한 작가의 ‘관찰력’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계단의 높이, 집 앞에 놓인 아이 신발, 그 배열까지 유심히 보면서 그 집의 삶을 읽어내는 식이었어요. 그런 디테일한 관찰력이 훗날 소설의 토대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힘을 기른 뒤 돌아오겠다”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영 악화. 김 대표는 “월간지를 유지하려면 최소 5만 부는 나가야 적자를 면한다”며 “최근 샘터의 발행 부수는 약 2만 부 수준”이라고 했다.샘터는 2019년에도 휴간을 결정한 적이 있다. 당시 고(故) 장영희 교수 가족 등 수많은 독자들이 지원 의사를 밝혀 왔다. 이번에도 “후원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졌다고. 하지만 김 대표는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외부 지원에 기대 이어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했어요. 단행본을 통해 스스로 힘을 기른 뒤, 다시 돌아오겠다는 선택이었죠.”월간지는 휴간하지만 샘터 출판사는 계속된다. 잡지 기자들은 단행본 편집부로 자리를 옮겼다. 샘터동화상·생활수기상 등 독자 참여 프로그램도 유지한다. 새로운 필자 발굴 역시 멈추지 않는다.“샘터는 물이 솟는 ‘샘’이자 사람들이 모여 쉬는 ‘터’였습니다. 지금 세상은 너무 많은 게 문제처럼 느껴지는 시대잖아요. 그럴수록 맑고,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것의 가치가 더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진짜’를 찾아내 누구나 편안하게 마시는 단행본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지금 샘터의 각오입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가 새 장편소설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요다·사진)를 펴냈다. 정 작가의 영향으로 SF(공상과학)를 쓰기 시작해 2022년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은 최의택 작가와 공동으로 작업했다. 이 소설은 정 작가는 ‘보라’의 시선에서, 최 작가는 ‘의택’의 시선에서 한 장씩 바통을 주고받듯 번갈아 집필했다. 함께 썼다는 정보가 없다면 한 사람이 쓴 작품으로 느껴질 만큼, 물 흐르듯 전개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설은 석유 시추공 분양 사기 사건에 휘말린 ‘보라’와 ‘의택’이 천안에서 포항까지 290km를 이동하는 여정을 그렸다. 천안역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와 낙동강 의성휴게소, 경북 칠곡군과 안동터미널, 국도 7호선과 포항역을 거쳐 호미곶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반영한 동선 위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블랙 유머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올해 한국 출판계에서는 부동산 폭등으로 빚어진 문제 등을 담은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 극도의 편리성 추구로 생기는 병폐를 다룬 ‘편안함의 습격’(수오서재) 등 시대 현안과 이에 반응하는 개인의 삶을 포착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다. 2026년 출간 예정인 주요 신간들 역시 도파민 중독, 리더십의 변화, 인류세(人類世) 등 동시대의 질문을 여러 장르로 조명할 예정이다. 은희경, 천명관 등 연륜 있는 작가들도 모처럼 신작을 들고 돌아올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불확실한 시대 해석해줄 책 인기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리학과 교수가 신간 ‘위대한 리더십은 어떻게 탄생하는가’(가제·김영사)로 내년 하반기 독자를 찾아온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 책에서 정치·비즈니스·스포츠·종교 등 다양한 영역의 리더십 사례를 분석한다. 역사적 변곡점에서 리더가 수행한 역할을 짚는 한편 개인의 역량과 시대적 조건, 우연이 결합하는 방식을 조명할 예정이다. 인류 역사와 문명 발전을 통찰력 있게 연결해온 저자가 역사적·문화적 사례를 폭넓게 검토해 리더십의 작동 조건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현지에서도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올해엔 ‘경험의 멸종’(어크로스) 등 대면 소통이 줄고 극도의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책들이 주목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출간 예정인 니클라스 브렌보르의 ‘초자극의 시대’(위즈덤하우스)는 숏폼 콘텐츠와 즉각적 보상 등 ‘초자극’이라는 이름의 기술이 우리의 몸과 감정, 욕망, 집중력의 회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추적한 현대인의 생물학적 보고서다. 내년 4월 출간될 예정인 존 벨라미 포스터 미국 오리건대 사회학과 교수의 책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한길사)도 기대되는 신간이다. ‘먼슬리 리뷰’의 편집인인 저자가 자본주의의 지구 생태환경 파괴를 이론적, 역사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인류세는 방사능, 플라스틱, 화석연료 등 지구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인류의 활동을 특징짓는 ‘지질학적 단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공 깊은 작가의 귀환… 한강 신작 볼 수 있을까 문학 분야에서는 각자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작가들이 이를 확장하거나 변주한 신작들을 선보인다.은희경 작가는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제목 미정·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성격도 외양도 판이한 60대 자매의 입체적인 대비를 통해 노년의 삶과 몸을 깊이 있게 펼쳐 보이며, 우리가 살아내야 할 미래의 첫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고래’로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작가는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창비)을 내놓는다. 엄혹한 현실을 마주한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시공간적 배경, 제목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윤후명 유고시집(문학과지성사)과 천선란 장편소설(〃)도 독자를 만난다.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한강 작가의 차기작은 출판사도 “원고를 기다리고 있다”(문학동네)고 한다.내년 1월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의 마지막 소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다산북스)가 영국 출간과 동시에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다. 그는 이 책을 끝으로 집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혀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올해 한국 출판계에서는 부동산 폭등으로 빚어진 문제 등을 담은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문학동네), 극도의 편리성 추구로 생기는 병폐를 다룬 ‘편안함의 습격’(수오서재) 등 시대 현안과 이에 반응하는 개인의 삶을 포착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다.2026년 출간 예정인 주요 신간들 역시 도파민 중독, 리더십의 변화, 인류세(人類世) 등 동시대의 질문을 여러 장르로 조명할 예정이다. 은희경, 천명관 등 중견작가들도 모처럼 신작을 들고 돌아올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불확실한 시대 해석해줄 책 인기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리학과 교수가 신간 ‘위대한 리더십은 어떻게 탄생하는가(가제·김영사)’로 내년 하반기 독자를 찾아온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 책에서 정치·비즈니스·스포츠·종교 등 다양한 영역의 리더십 사례를 분석한다. 역사적 변곡점에서 리더가 수행한 역할을 짚으며, 개인의 역량과 시대적 조건, 우연이 결합하는 방식을 조명한다. 역사적·문화적 사례를 폭넓게 검토해 리더십의 작동 조건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현지에서도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의 저작들이 인류 역사와 문명 발전을 통찰력 있게 연결해온 만큼 이번 신간에도 기대가 모인다.올해엔 ‘경험의 멸종’(어크로스) 등 대면소통이 줄고 극도의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책들이 주목받았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3월 출간 예정인 니클라스 브렌보르의 ‘초자극의 시대’(위즈덤하우스)는 숏폼 콘텐츠와 즉각적 보상 등 ‘초자극’이라는 이름의 기술이 우리의 몸과 감정, 욕망, 집중력의 회로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추적한 현대인의 생물학적 보고서다.‘먼슬리 리뷰’의 편집인인 존 벨라미 포스터 미국 오리건대 사회학과 교수는 내년 4월 출간되는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한길사)에서 자본주의가 지구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과정의 이론적·역사적 배경을 조명할 예정이다. 인류세는 방사능, 플라스틱, 화석연료 등 지구시스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인류의 활동을 특징짓는 새로운 ‘지질학적 단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견 작가의 귀환…한강 신작 볼 수 있을까 문학 분야에서는 각자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중견 작가들이 이를 확장하거나 변주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은희경 작가는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제목 미정·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성격도 외양도 판이한 60대 자매의 입체적인 대비를 통해 노년의 삶과 몸을 깊이 있게 펼쳐 보이며, 우리가 살아내야 할 미래의 첫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고래’로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작가는 10년 만에 창비에서 장편소설을 내놓는다. 엄혹한 현실을 마주한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시공간적 배경, 제목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받은 줄리언 반스는 내년 1월 마지막 소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다산북스)를 낼 예정이다. 그는 이 책을 끝으로 집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혀왔다.이르면 올해 발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강 작가의 차기작은 내년으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차기작을 준비 중인 문학동네 측은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작가는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작별’에 이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배우 신민아 씨(41·사진 오른쪽)와 김우빈 씨(36)가 공개 연애 10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을 기념해 소외계층을 위해 거액을 기부했다. 신 씨와 김 씨의 소속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는 20일 “두 사람이 한림화상재단과 서울아산병원, 좋은벗들 등에 총 3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양가 가족과 친인척,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주례는 김 씨가 비인두암으로 투병할 당시 인연을 맺은 법륜 스님이, 사회는 김 씨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배우 이광수 씨가 맡았다. 신 씨와 김 씨는 2014년 한 의류 광고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난 후 이듬해 연인 관계를 공식 인정하고 교제해 왔다. 김 씨가 2017년부터 투병으로 약 2년 반의 공백기를 가졌던 때에도 서로에게 힘이 돼 준 것으로 전해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배우 신민아 씨(41)와 김우빈 씨(36)가 공개 연애 10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그를 기념해 소외계층을 위해 거액을 기부했다.신 씨와 김 씨의 소속사 에이엠엔터테인먼트는 20일 “두 사람이 한림화상재단과 서울아산병원, 좋은벗들 등에 총 3억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양가 가족과 친인척,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사회는 김우빈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배우 이광수가 맡았다. 두 사람은 2014년 한 의류 광고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난 후 이듬해 연인 관계를 공식 인정하고 공개 연애를 이어왔다. 김 씨가 2017년 비인두암 투병으로 약 2년 반의 공백기를 가졌던 때에도 서로에게 힘이 돼준 것으로 전해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레오 14세 교황이 20일 곽진상 신부(세례명 제르마노·61)를 수원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했다고 주한교황대사관이 밝혔다. 곽 주교 임명자는 경기 수원 출생으로, 가톨릭대 신학대를 졸업하고 1993년 2월 사제품을 받았다. 수원교구 중앙 본당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분당성요한 본당, 조원동 주교좌본당 보좌신부를 거쳤다.이후 파리가톨릭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2005년 수원교구 범계 본당 주임신부로 임명됐다. 수원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2023년 6월부터 수원교구 서판교본당 주임 신부로 사목해왔다.이번 임명으로 한국 천주교의 현직 주교는 대주교 3명, 주교 21명을 포함해 24명으로 늘었다. 원로 주교 18명을 합치면 전체 주교 수는 42명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나치 체제 때의 교육을 들여다보면 교육이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는 장치로 전락할 수 있는지가 선명해진다.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집권한 뒤로 나치의 교육과정은 탐구심을 기르기는커녕 지식을 전달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아이들은 전쟁을 일상처럼 접하도록 길러졌다. 미술 시간에는 방독면을 쓴 인물이나 폭격 장면을 그렸고, 교실 밖에서는 군대식 대형을 맞춰 행진하는 훈련이 반복됐다. 독일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이러한 교육을 설계하고 정당화한 이들을 ‘곤충숭배자’라고 명명했다. 마치 개미나 벌처럼 인종과 계급, 국가 같은 집단을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암흑의 시기에도 인간이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던 바르부르크 도서관은 나치 집권 직후 수석 사서의 주도로 6만 권에 이르는 장서를 포장해 영국 런던으로 옮겼다. 책과 함께 사유의 전통을 국외로 피신시킨 이 결정은 폭력과 전체주의에 맞선, 조용하지만 단호한 선택이었다.이 ‘망명 도서관’은 이후 바르부르크 연구소로 발전해 국경과 시대를 넘어선 국제적 휴머니즘의 거점이 됐다. 이곳에는 페트라르카의 저작을 비롯해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전전하던 15세기 휴머니스트들, 파시즘을 피해 망명한 20세기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함께 보존돼 있다. 사유의 계보는 이렇게 단절되지 않은 채 이어져 왔다. 신간은 르네상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7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복잡하고 불완전하지만 그 자체로 고유한 인간의 삶을 탐구해 온 휴머니스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14세기의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에서 출발해 몽테뉴와 흄, 다윈, 버트런드 러셀, 조라 닐 허스턴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적 조건 속에서 인간을 사유한 인물들을 새롭게 불러낸다. 저자가 말하는 휴머니즘은 추상적인 사상이 아니다. 억압과 폭력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도 인간의 얼굴을 지키려는 ‘실천적 선택’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은 종교적 탄압과 전쟁, 인종차별과 불평등이란 위협에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절망 속에서도 인간의 가능성을 끝까지 붙들었다. 특히 이 책은 휴머니즘의 지형을 서구 남성 중심의 전통에서 벗어나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르네상스 시기에 배제됐던 여성 학자 카산드라 페델레, 여성의 몸과 자유를 스스로 재정의한 어밀리아 블루머, 인종차별의 현실 속에서 존엄을 증명한 프레더릭 더글러스, 흑인 여성의 삶과 언어를 기록한 조라 닐 허스턴 등 기존 역사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호출한다. 인간다움이 특정 문화나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임을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페스트가 도시를 초토화한 이후에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졌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에도, 언제나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인간다움은 위기의 순간마다 희미해졌다가도 끈질기게 되살아났다. 억압과 불평등, 폭력과 전쟁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인간의 정체성과 미래가 위협받는 인공지능(AI)의 시대에도, 우리가 무엇을 놓지 말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무뎌지지 않기 위해 애써 온 수많은 휴머니스트들에게 보내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격려로 읽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동아일보는 ‘2025년 올해의 우수 독자센터’ 수상자 16명을 18일 선정했다. 올해의 우수 독자센터는 지역별로 공헌도가 가장 높은 독자센터 사장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수상자는 홍원영(서울 후암신촌), 이종실(서울 원남), 이성수(서울 잠원), 김영원(서울 풍납성내), 허남기(경기 일산남부), 조덕연(경기 중동중부), 정연우(경기 이천), 김춘상(경기 오산), 김익태(대구 만촌), 박이섭(경북 안동), 박종최(부산 대저), 김연채(경남 마산월영), 조준식(대전 신관저), 김덕용(충북 제천), 정병진(광주 운암동운), 신홍근(전남 북순천) 독자센터 사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올해의 우수 독자센터 수상자로 이동수(서울 은평뉴타운), 김충열(서울 문래당산), 김석환(경기 원미도당), 오찬열(경기 안산중앙), 정선진(대구 반야월), 서지철(울산 전하남목), 홍성욱(충남 천안북부), 노월성(전남 남악신도시) 독자센터 사장을 선정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듀스 멤버 고 김성재의 음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되살려 신곡 ‘라이즈(Rise)’를 발표한 이현도가 해당 곡에서 발생하는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 유족과 공유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는 18일 “음실련 회원인 이현도가 ‘자신의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의 몫으로 분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에 따른 분배 구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저작인접권은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등 음반 제작에 참여한 실연자에게 부여되는 권리다.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저작권과 구분된다. 이번 곡은 과거 음원에서 추출한 김성재의 음성을 AI 기술로 복원해 활용했다. 작사·작곡과 실연을 맡은 이현도는 동료 김성재를 기리는 뜻에서 저작인접권 일부를 나누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듀스 멤버 고(故) 김성재의 음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되살려 신곡 ‘라이즈(Rise)’를 발표한 이현도가 해당 곡에서 발생하는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 유족과 공유하기로 했다.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는 18일 “음실련 회원인 이현도가 ‘자신의 저작인접권 일부를 김성재의 몫으로 분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에 따른 분배 구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저작인접권은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등 음반 제작에 참여한 실연자에게 부여되는 권리다.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저작권과 구분된다.이번 곡은 과거 음원에서 추출한 김성재의 음성을 AI 기술로 복원해 활용했다. 작사·작곡과 실연을 맡은 이현도는 동료 김성재를 기리는 뜻에서 저작인접권 일부를 나누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올해 응모작들은 소재가 한층 다양해져 각기 다른 세계를 이야기로 끌어오려는 시도가 반가웠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사건과 모티프를 잡아놓고도 이를 문학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긴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작품들이 적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올해 9개 부문에 접수된 작품은 총 9113편으로, 지난해(7384편)보다 1729편이 더 늘었다. 부문별 응모 편수는 중편소설 436편, 단편소설 787편, 시 6878편, 시조 488편, 희곡 101편, 동화 273편, 시나리오 81편, 문학평론 18편, 영화평론 51편이었다. 예심 심사위원은 △중편소설 손홍규·정한아 소설가, 정여울 문학평론가 △단편소설 김성중·손보미·안보윤 소설가, 강동호 문학평론가 △시 김상혁·서효인 시인 △시나리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가 맡았다.● “소재 폭 넓고 문장력 높아져” 중편소설 응모작은 다양한 소재를 다뤘지만, 문장력과 서사력이 결합한 ‘중편다운 밀도’를 갖춘 작품은 드물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여울 평론가는 “이태원 참사, 비상계엄 등 시사적 소재가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문학적 형상화의 밀도는 부족했다”며 “살인 등 강력범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은 폭력이 일상화된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홍규 소설가는 “다양한 시공간을 다루지만 현실 문제를 직접적으로 파고든 작품은 적었다”며 “유머와 여유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웠다”고 했다. 정한아 소설가는 “중편이 줄 수 있는 회복·치유의 감각을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은 드물었다”면서도 “편차가 큰 가운데도 울림 있는 작품은 분명히 존재했다”고 평했다. 단편소설 부문은 소재의 폭은 넓은 반면에 문체와 톤이 비슷해 ‘음역대가 비슷한’ 작품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성중 소설가는 “평균적인 문장력은 높아졌고 못 쓰는 소설은 확연히 줄었지만 마지막에 힘이 빠지는 작품이 많았다”고 했다. 강동호 평론가는 “가족, 돌봄, 장애, 부동산, 플랫폼 노동 등 한쪽에 경향이 몰린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소재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안보윤 소설가는 “한 사람을 악인으로 몰아 분노를 터뜨리는 방식의 서술에서 벗어난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보미 소설가는 “직업적·생존적 불확실 등 사회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잔잔한 우울과 불안이 두드러져” 시 부문은 내면의 불안과 고립감 등 예민한 정서가 두드러진 응모작이 많았다. 서효인 시인은 “정치적 이슈는 뉴스의 과잉 때문인지 시로 가져온 경우가 드물었다”며 “시어 선택은 전반적으로 날카롭고 예민했다”고 말했다. 김상혁 시인은 “거대 담론은 사라지고 생활·주변 이야기로 이동하고 있으며, 잔잔한 우울과 불안이 응모작 전반을 관통했다”며 “응모 편수가 늘어난 것은 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시나리오 부문에선 소재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표현 방식이 한층 세련돼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윤수 감독은 “예전보다 훨씬 의연하고 가볍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고 복수, 정의, 사이비 종교, 소셜미디어 등 사회적 주제도 세련되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조정준 대표는 “전체적으로 편차가 줄고 평균적 완성도가 올라갔다”면서도 “아이템은 흥미롭지만 서사로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다”고 했다. 또 공상과학(SF) 응모작이 증가했으나 논리적 설계 없이 ‘SF를 가장한 판타지’가 많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11편(11명) △단편소설 12편(12명) △시 58편(11명) △시나리오 11편(11명)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희곡·동화·문학평론·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에서 당선작을 정한다. 당선자에게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동아일보 내년 1월 1일자 지면에 실린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2016년 경기 이천시의 한 지역축제 현장. 라틴 음악단이 가설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동안 옆에서 인형 탈을 쓰고 열심히 춤을 추는 알바생이 있었다. 그날 공연엔 이름 없는 밴드부터 마술사까지 다양한 팀이 참여했다. 비록 세간의 ‘성공’ 기준에선 멀어 보이는 이들이었지만, 그 알바생은 최선을 다해 무대를 채우는 모습에서 그들의 “눈부신 순간”을 목격했다. 시간이 흘러 당시 인형 탈을 썼던 알바생은, 소설이란 또 다른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가 됐다. 2022년 등단해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이효석문학상’을 연달아 휩쓴 소설가 함윤이(33). 지난달 11일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문학과지성사)를 펴낸 작가를 3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 수록작 ‘구유로’의 주인공은 개기일식 기념 축제에 참가한 무명 걸그룹. 이들은 오래된 승합차를 손수 몰고 전국의 축제를 전전하며, 얼렁뚱땅 지어진 무대를 오르내린다. 데뷔와 앨범 발매는 계속 미뤄지고, 스물일곱 살이 된 멤버들은 “너무 늙었어”라며 한탄한다.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K팝의 이면을 들춘 듯한 세계다. 함 작가는 “세간의 시선에선 실패처럼 보일지라도 계속 열심인 사람들, 어떤 과정에 있는 이들이 있다”며 “그들에게 드라마틱한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 ‘드라마틱한 순간’은 118년 만에 찾아온 개기일식이다. 그는 “일식은 찰나지만 낮과 밤이 뒤바뀌고 어둠과 빛이 교차한다”라며 “그 순간을 다 같이 보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의 소설들은 고단함 속에서도 묘한 생기가 감돈다. 지지고 볶다가도 “밥이나 먹자”는 말로 허기를 달래는 인물, 악취와 빛이 공존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는 작가가 경험한 다양한 ‘현실 세계의 노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스무 살 이후 그는 제약공장과 외국인 게스트하우스, 토마토 농장, 동물원, 화장품숍, 웨딩홀 등 정말 많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함 작가는 “학창시절 거의 매년 지리산을 종주하는 등 산을 타며 얻은 체력이 이를 뒷받침한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소설들은 실존하는 작품과 미디어가 적지 않게 등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구유로’엔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의 산문집 ‘얼음 속을 걷다’가, ‘규칙의 세계’에는 미국 시트콤 ‘사인필드’가 나온다. ‘나쁜 물’에는 작곡가 조율이 이 소설을 읽고 만든 곡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삽입돼 있다. 함 작가는 “이야기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어져 있다. 예컨대 ‘해리포터’는 ‘반지의 제왕’의 영향을 받았고,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며 “어떤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불러오고, 서로 만나 부딪히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작가에게 하나의 이야기란 언제나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문’과도 같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순간이동 마법 기물 ‘포트키’처럼. 함 작가는 “모든 책이 저에게는 포트키였다. 제 책도 독자에게 다음 이야기를 향해 이동할 수 있는 포트키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가 다음에 건넬 ‘포트키’는 무엇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2016년 경기 이천시의 한 지역축제 현장. 라틴 음악단이 가설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동안, 옆에서 인형 탈을 쓰고 열심히 춤을 추는 알바생이 있었다. 그날 공연엔 이름 없는 밴드부터 마술사까지 다양한 팀이 참여했다. 비록 세간의 ‘성공’ 기준에선 멀어 보이는 이들이었지만, 그 알바생은 최선을 다해 무대를 채우는 모습에서 그들의 “눈부신 순간”을 목격했다.시간이 흘러 당시 인형 탈을 썼던 알바생은, 소설이란 또 다른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가 됐다. 2022년 등단해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문학동네소설상’ ‘이효석문학상’을 연달아 휩쓴 소설가 함윤이(33). 지난 달 11일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문학과지성사)를 펴낸 작가를 3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났다.수록작 ‘구유로’의 주인공은 개기일식 기념 축제에 참가한 무명 걸그룹. 이들은 오래된 승합차를 손수 몰고 전국의 축제를 전전하며, 얼렁뚱땅 지어진 무대를 오르내린다. 데뷔와 앨범 발매는 계속 미뤄지고, 스물일곱 살이 된 멤버들은 “너무 늙었어”라며 한탄한다.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K팝의 이면을 들춘 듯한 세계다. 함 작가는 “세간의 시선에선 실패처럼 보일지라도 계속 열심인 사람들, 어떤 과정에 있는 이들이 있다”며 “그들에게 드라마틱한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 ‘드라마틱한 순간’은 118년 만에 찾아온 개기일식이다. 그는 “일식은 찰나지만 낮과 밤이 뒤바뀌고 어둠과 빛이 교차한다”며 “그 순간을 다 같이 보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그의 소설들은 고단함 속에서도 묘한 생기가 감돈다. 지지고 볶다가도 “밥이나 먹자”는 말로 허기를 달래는 인물, 악취와 빛이 공존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는 작가가 경험한 다양한 ‘현실 세계의 노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스무 살 이후 그는 제약공장과 외국인 게스트하우스, 토마토 농장, 동물원, 화장품숍, 웨딩홀 등 정말 많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함 작가는 “학창시절 거의 매년 지리산을 종주하는 등 산을 타며 얻은 체력이 이를 뒷받침한 것 같다”고 했다.그의 소설들은 실존하는 작품과 미디어가 적지 않게 등장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구유로’엔 독일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의 산문집 ‘얼음 속을 걷다’가, ‘규칙의 세계’에는 미국 시트콤 ‘사인필드’가 나온다. ‘나쁜 물’에는 음악가 조율이 이 소설을 읽고 만든 곡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삽입돼 있다.함 작가는 “이야기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어져 있다. 예컨대 ‘해리포터’는 ‘반지의 제왕’의 영향을 받았고,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며 “어떤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불러오고, 서로 만나 부딪히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때문에 작가에게 하나의 이야기란 언제나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문’과도 같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순간이동 마법 기물 ‘포트키’처럼. 함 작가는 “모든 책이 저에게는 포트키였다. 제 책도 독자에게 다음 이야기를 향해 이동할 수 있는 포트키가 됐으면 한다”며 “저한테 자극을 준 작품들을 소설에 직접 드러내는 건, 독자가 그 문을 더 쉽게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다음에 건넬 ‘포트키’는 무엇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알프스산맥이 내려다보이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의외의 공간, 지하 봉안당이 있다. 이곳엔 손으로 하나하나 채색한 두개골 610개가 보관돼 있다. 꽃과 나뭇잎 무늬로 장식하거나, 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일을 적어 넣은 것도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두개골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왜 유해를 전시한 걸까. 이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맞게 될 마지막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인 셈이다. 중국계 싱가포르인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가 고대 이집트의 미라부터 인도의 야외 화장, 미국의 방부처리 산업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지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례 의식을 탐색한 책이다. 인류 역사상 대표적인 장례 방식인 매장과 화장뿐 아니라 티베트 산악 지대의 조장(鳥葬), 남미 와리족의 식인 의식까지 아우르며 폭넓게 조명한다. 감각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 일러스트는 죽음을 삶의 중요한 일부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저자의 시선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필리핀 북부 산악 지방 사가다에서는 약 2000년 동안 죽은 이를 동굴이나 석회암 절벽의 벽에 묻어 왔다. 이른바 ‘매달린 관’이다. 계곡 곳곳에는 수백, 수천 개의 관이 바위틈과 절벽 가장자리에 매달린 모습으로 남아 있다. 관은 받침대를 이용해 들어 올리거나, 덩굴에 엮어 선반처럼 튀어나온 바위나 절벽에 박힌 기둥 위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이 지역의 토착 부족 이고로트족은 시신을 높은 곳에 두면 홍수나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할 뿐만 아니라 조상의 영혼에 더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필리핀이 3세기 넘게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사가다만은 지형적 고립으로 인해 그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았다. 덕분에 이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인도의 갠지스강 변에는 시신을 태우는 전통의 불꽃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힌두교 신앙에서는 영혼이 새로운 육신으로 환생하기 전에 불을 통해 정화돼야 한다고 여긴다. 화장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의식을 주도하는 장남이 고인의 두개골을 뚫거나 깨뜨려 영혼을 해방시키는 의식을 행한다. 바라나시에서는 매일 약 100건의 화장이 이뤄지며, 이 중 많은 수가 전통적인 야외 화장터에서 진행된다. 화장 과정에서 발생한 독성 폐기물은 그대로 갠지스강으로 흘러들고, 이질과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을 유발하는 거대한 ‘박테리아 스튜’를 만든다. 수백만 명이 그 물을 마시고, 요리하고, 목욕하고, 수영한다. 강을 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전통주의자들의 반발과 정치적 부패가 얽혀 정화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갠지스강 변에선 여전히 장례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책에 소개되는 장례 의례 가운데 일부는 낯설고, 때로는 끔찍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을 대하는 데 옳은 방식과 그른 방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는 문화적 차이일 뿐이며, 그 안에는 나름의 의미와 망자를 존엄하게 보내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저자는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남은 삶의 모습에 깊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환기한다. 다양한 장례 풍습을 들여다보는 일은 죽음뿐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는 여정이 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국공공외교학회와 한양대 현대영화연구소가 6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에서 ‘국가 이미지와 영화, 영상미디어’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영화와 시각 매체가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고 확산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다.회의에는 전문 석학 4명이 기조 강연자로 나선다. 홍콩 뱁티스트대 다야 투쑤 교수는 국제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회(IAMCR) 회장으로 국제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대가다. 김홍준 영상자료원 원장은 한국 영화사에 정통한 학자로 한예종 영상원에서 가르쳤다. 리츠메이칸대 오야마 신지 교수는 런던대에서 문화연구를 가르치다 교토로 자리를 옮겼다. 알렉산더 황 교수는 중국계 프랑스인으로 파리대에서 공공외교를 가르치고 있는 소장 학자다.이번 기조연설은 아시아의 소프트파워와 미디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영화와 시각 미디어를 통해 어떤 국가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전문적인 시각으로 다룰 예정이다.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미국,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12개 국가에서 참여해 50여 개 논문을 두고 발표 및 토론한다. 일반인 참여 가능하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여류 문인으로 2025년 ‘인촌상’ 수상자인 신달자 시인(82·사진)의 작품 세계를 담은 ‘신달자문학관’이 4일 경남 거창군에서 개관했다. 현존하는 국내 여성 시인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건 문학관을 개관하는 건 처음이다. 이날 개관식엔 신 시인과 김수복 한국시인협회장, 구인모 거창군수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박정자 배우가 시인의 시 ‘핏줄’을, 나태주 시인이 ‘아! 거창’을 낭송하며 개관을 축하했다. 신 시인은 이날 인촌상 수상자로 받은 상금 가운데 2000만 원을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하기도 했다. 신 시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 문학관을 연다고 했을 때는 너무 민망했다”면서 “‘감사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걸 수억 개를 풀어다 놓아도 내 마음을 다 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시가) 내 감정을 노래하고 나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고향과 대한민국의 모든 독자들에게 나누어 줄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1964년 여성지 ‘여상’에 시 ‘환상의 밤’이 당선됐고, 박목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단 활동에 나섰다. 여성 특유의 심미감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삶의 고뇌를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하며 여성성을 바탕으로 시 세계를 확장했다. 은관문화훈장(2012년)과 대한민국문학상(1989년) 등을 수상했다. 신달자문학관은 내년부터 신 시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지역 문인들의 창작·낭송 프로그램과 주민 대상 문학 강좌 등 다양한 문학 행사를 운영할 계획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최근 온라인에서 소소하게나마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제목은 ‘이해인 수녀님께 사인 요청하면 벌어지는 일’. 말 그대로 이해인 수녀(80)가 사인해주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수녀는 필통에서 어른 주먹만 한 도장을 꺼내 ‘쾅’ 찍고, 색연필로 꽃 그려 넣고, 장미 스티커 꺼내 종이를 빈틈없이 꾸민다. 사인 하나에 5분이 걸렸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대신 사꾸(사인 꾸미기)”라는 댓글이 달렸다.지난달 22일 산문집 ‘민들레 솜털처럼’(마음산책·사진)을 펴낸 이 수녀를 1일 전화로 만났다. “7년 만에 제주를 찾아 김기량성당에서 특강과 독자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는 그는 ‘명랑 수녀’답게 목소리부터 경쾌했다. “우리 집안은 어머니, 언니가 나이 들어도 이렇게 목소리가 젊어요. 제가 수녀원에 안 왔으면 앵커가 됐을 거예요, 호호.”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낸 지 벌써 49년. 신간은 인터뷰와 미공개 대담 가운데 꼭 남기고 싶은 말을 시와 함께 엮은 산문집이다. 이 수녀는 “50년 전 책은 민들레 영토, 이번엔 민들레 솜털”이라며 “가끔 거울을 보면 머리가 하얗게 셌다. ‘어머, 내가 존재 자체로 진짜 민들레 솜털이 됐구나’ 그런 묵상을 하게 된다”고 했다.“민들레 영토 때는 ‘이 땅에서 내가 고독의 진주를 캐며 꽃으로 피어나야 되는데. 좁은 돌 틈에 피어나 민들레처럼 강인하게 살아야 되는데’ 그런 결심을 갖고 글을 썼어요. 그 민들레 한 송이의 수녀가 50년 한길을 가서, ‘진짜 민들레 영토가 됐구나. 내가 한 송이 민들레로 솜털을 날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한 그는 수도 생활 60년이 준 선물은 “모든 사람이 다 정겹고, 처음 보는 이도 일가친척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수녀원 창고엔 1980년대 중반부터 모은 독자 편지가 수십만 통 쌓여 있다고 한다. 특히 교도소에서 온 편지는 대부분 직접 답한다.“이감됐으면 교도관한테 물어서라도 답장해요. 가령 공주 감호소에 있다가 다른 곳에 갔다면, 옮긴 지역에 있는 독자한테 ‘크리스마스 때 나 대신 뭐라도 전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요.” 화제가 된 ‘사꾸’에 대해선 “사인 하나하나가 기도라 생각한다”며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단 맘으로 정성껏 한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예쁜 스티커를 보내줘요. 일본 출장 다녀왔다며 보내주기도 하고. 제가 ‘스티커 부자’예요. 온갖 스티커가 다 있어요. 스티커, 색연필, 메모지는 항상 제 가방에 있어서 어딜 가도 들고 다녀요.” 50년 가까이 글을 써 온 ‘민들레 소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신앙 안에서 한길로 오느라 참 애썼다고 하고 싶네요. 마음 변해서 민들레 영토에서 도망칠 수도 있었을 텐데. 고독의 진주를 키워내고 시에 나오는 대로 살아보려 안간힘을 썼구나. 고맙다, 축하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최근 온라인에서 소소하게나마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제목은 ‘이해인 수녀님께 사인 요청하면 벌어지는 일.’ 말 그대로 이해인 수녀(80)가 사인해주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수녀는 필통에서 어른 주먹만한 도장을 꺼내 ‘쾅’ 찍고, 색연필로 꽃 그려 넣고, 장미 스티커 꺼내 종이를 빈틈없이 꾸민다. 사인 하나에 5분이 걸렸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대신 사꾸(사인 꾸미기)”라는 댓글이 달렸다.지난 달 22일 산문집 ‘민들레 솜털처럼’(마음산책)을 펴낸 이 수녀를 1일 전화로 만났다. “7년 만에 제주를 찾아 김기량성당에서 특강과 독자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는 그는 ‘명랑 수녀’답게 목소리부터 경쾌했다. “우리 집안은 어머니, 언니가 나이 들어도 이렇게 목소리가 젊어요. 제가 수녀원에 안 왔으면 앵커가 됐을 거예요, 호호.”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낸 지 벌써 49년. 신간은 인터뷰와 미공개 대담 가운데 꼭 남기고 싶은 말을 시와 함께 엮은 산문집이다. 이 수녀는 “50년 전 책은 민들레 영토, 이번엔 민들레 솜털”이라며 “가끔 거울을 보면 머리가 하얗게 셌다. ‘어머, 내가 존재 자체로 진짜 민들레 솜털이 됐구나’ 그런 묵상을 하게 된다”고 했다.“민들레 영토 때는 ‘이 땅에서 내가 고독의 진주를 캐며 꽃으로 피어나야 되는데. 좁은 돌 틈에 피어나 민들레처럼 강인하게 살아야 되는데’ 그런 결심을 갖고 글을 썼어요. 그 민들레 한 송이의 수녀가 50년 한 길을 가서, ‘진짜 민들레 영토가 됐구나. 내가 한 송이 민들레로 솜털을 날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한 그는 수도 생활 60년이 준 선물은 “모든 사람이 다 정겹고, 처음 보는 이도 일가친척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수녀원 창고엔 1980년대 중반부터 모은 독자 편지가 수십만 통 쌓여 있다고 한다. 특히 교도소에서 온 편지는 대부분 직접 답한다.“이감됐으면 교도관한테 물어서라도 답장해요. 가령 공주 감호소에 있다가 다른 곳에 갔다면, 옮긴 지역에 있는 독자한테 ‘크리스마스 때 나 대신 뭐라도 전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어요.”화제가 된 ‘사꾸’에 대해선 “사인 하나하나가 기도라 생각한다”며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단 맘으로 정성껏 한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예쁜 스티커를 보내줘요. 일본 출장 다녀왔다며 보내주기도 하고. 제가 ‘스티커 부자’예요. 온갖 스티커가 다 있어요. 스티커, 색연필, 메모지는 항상 제 가방에 있어서 어딜 가도 들고 다녀요.”50년 가까이 글을 써 온 ‘민들레 소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신앙 안에서 한 길로 오느라 참 애썼다고 하고 싶네요. 마음 변해서 민들레 영토에서 도망칠 수도 있었을 텐데. 고독의 진주를 키워내고 시에 나오는대로 살아보려 안간힘을 했구나. 고맙다, 축하한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