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민

김소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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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소민 기자입니다.

so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문학/출판64%
인사일반10%
음악7%
산업7%
종교3%
문화 일반3%
생활/가정3%
국제사고3%
  • 故 길창덕 만화 ‘꺼벙이’, 숏폼 애니로 만난다

    땜빵 머리에 반쯤 감긴 눈. 추억의 만화 캐릭터 ‘꺼벙이’(사진)가 다시 돌아온다. 콘텐츠 기업 케이씨디컴퍼니는 “길창덕 화백(1929∼2010)의 만화 ‘꺼벙이’ 탄생 55주년을 맞아 꺼벙이를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네 칸 만화에 담겼던 꺼벙이 캐릭터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재현한다. 케이씨디컴퍼니는 길 화백의 딸 길혜연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길 화백의 손글씨를 되살린 ‘길창덕체’도 제작됐다. 해당 서체는 애니메이션과 다양한 지식재산권(IP) 콘텐츠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잡지 만화왕국 등에 연재됐던 ‘꺼벙이’를 묶은 책도 출간된다. ‘순악질여사’ ‘재동이’ ‘고집세’ 등 길 화백의 대표작도 전집으로 복간할 예정이다. ‘꺼벙이’는 1970년 잡지 만화왕국에서 처음 시작된 인기 만화 캐릭터다. 당대 서울 중산층과 신흥 주거지의 골목을 배경으로 그렸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서울의 골목 풍경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 서울미래유산에 등록되기도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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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어주는 AI의 진화… 죽음 전할땐 착 가라앉은 목소리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알베르 까뮈의 소설 ‘이방인’ 첫 문장을 오디오북으로 들어봤다. 마치 죽음의 의미를 곱씹듯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성우가 읽은 게 아니다. 인공지능(AI)이 만든 목소리다. 최근 ‘듣는 독서’가 진화하고 있다. 텍스트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TTS(Text-To-Speech)와 AI가 결합하면서부터다. TTS는 일찍이 시각장애인이나 약시자 등을 돕기 위해 도입된 기술. 기존 TTS가 다소 기계음의 느낌이 강했다면, AI TTS는 사람이 읽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휴지(休止)도 둔다. 취향에 따라 음색도 고를 수 있다.● AI TTS로 ‘이방인’ 들어보니최근 출판계는 AI 업계와 손잡고 AI TTS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과 예스24,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 리디, 윌라 등이 현재 AI TTS를 제공한다. AI TTS를 기존 TTS와 비교해 보기 위해 ‘이방인’을 두 버전으로 모두 들어봤다. 차이는 확연했다. 기존 TTS는 ‘죽었다’는 단어에 아무 감정의 깊이가 담기지 않았다. 반면 AI TTS는 쉼표와 마침표에서 확실히 한번 쉬어가는 게 느껴졌다. 3개 문장을 충분히 띄어서 읽다 보니 도입부의 충격을 곱씹는 데 도움이 됐다.하지만 문장이 길어지면 AI TTS도 살짝 ‘기계 티’가 났다. 황인찬 시인의 시 ‘밝은 방’을 AI TTS로 들어보면 더 확연히 느껴진다. “사진사는 말한다 눈을 크게 뜨라고 하지만 나는 대답한다 이게 다 뜬 거예요” 독자들은 이 구절이 사진사와 ‘나’의 문답이며, 쉼표와 마침표가 없어도 띄어 읽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지한다. 하지만 AI TTS는 통으로 붙여 읽었다. 사투리에도 약했다. 특유의 억양을 생략한 채 표준어처럼 읽었다. 한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AI TTS가 아직 의미를 구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라고 하면 WHO가 세계보건기구의 약자라는 걸 알지만, AI TTS로 돌리면 ‘후’라고 읽는다. 회사 이름 ‘3M’도 ‘3미터’라고 읽는 식”이라고 했다. 전문 성우를 대체하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한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AI TTS로 한 2시간 듣다 보면 알 수 없는 피로가 쌓인다”며 “성우라는 직업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가온 ‘듣는 독서’의 시대 보완할 점들이 적지 않지만, AI TTS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듣는 독서’의 시대를 성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 제작 비용이나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 TTS는 전자책 파일만 있으면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AI TTS를 도입한 예스24는 보유한 전자책(150만 권)의 70%가량(104만 권)을 바로 AI TTS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특히 경제경영서는 종이책을 출간하면서 전자책을 같이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며 “AI TTS 등을 도입하면 비용적으로도 효율성이 높다. 독자들 역시 새로운 콘텐츠를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예스24 관계자는 “현재 명확하고 신뢰를 주는 ‘진우’, 밝고 다정한 ‘이나’ 등 6가지 AI 목소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진우는 경제경영 서적에서, 이나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에세이에서 반응이 좋다”고 했다. AI TTS가 보편화되면 1인 창작자들도 손쉽게 오디오북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자가출판 플랫폼 ‘부크크’는 AI 전문 기업 ‘셀바스AI’와 협업해 1인 창작자들에게 셀프 오디오북을 만들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 샘플을 녹음하면 음색과 말투를 복제해 오디오북을 만들어 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다만 저작권 및 권리관계는 큰 숙제다. 6월 서울고등법원은 윌라가 배타적 오디오북 발행권을 가진 도서 6권에 밀리의 서재가 TTS 기능을 제공한 것에 대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AI TTS 기술을 개발할 때 사람의 목소리가 데이터로 학습된다”며 “성우들의 목소리 저작권도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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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 길창덕 만화 ‘꺼벙이’ 다시 돌아온다…숏폼 애니로 재탄생

    땜빵 머리에 반쯤 감긴 눈. 추억의 만화 캐릭터 ‘꺼벙이’가 다시 돌아온다.콘텐츠기업 케이씨디컴퍼니는 “길창덕(1929~2010) 화백의 만화 ‘꺼벙이’ 탄생 55주년을 맞아 꺼벙이를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네 칸 만화에 담겼던 꺼벙이 캐릭터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재현한다. 케이씨디컴퍼니는 길 화백의 자녀 길혜연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길 화백의 손 글씨를 되살린 ‘길창덕 체’도 제작됐다. 해당 서체는 애니메이션과 다양한 IP(지저재산권) 콘텐츠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잡지 만화왕국 등에 연재됐던 ‘꺼벙이’를 묶은 책도 출간된다. ‘순악질여사’ ‘재동이’ ‘고집세’ 등 길 화백의 대표작도 전집으로 복간할 예정이다.‘꺼벙이’는 1970년 잡지 만화왕국에서 처음 시작된 인기 만화 캐릭터다. 당대 서울 중산층과 신흥주거지의 골목을 배경으로 그렸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서울의 골목 풍경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 서울미래유산에 등록되기도 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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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그린 뒤, 혜성 꼬리처럼 남은 글 그러모았죠”

    “저는 작품 콘셉트를 잡을 때 그림보다 글을 더 많이 씁니다.” 올 2월 한국인 최초로 미국 현대예술재단이 선정하는 ‘도로시아 태닝상’을 받은 현대미술가 이피(44)가 첫 산문집 ‘이피세’(난다)를 펴냈다. 이 작가는 강화플라스틱부터 불화(佛畫)의 금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회화와 조각 작업을 해온 작가다. 그는 13일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작업할 때 글과 그림은 한 덩어리로 있다가 그림을 그리고 나면 글이 잔여물처럼 남는다. 마치 혜성이 지나간 뒤 꼬리가 남는 것 같다”며 “그 꼬리를 그러모은 게 저의 글”이라고 했다. 책은 일상과 작업에서의 소회 등을 담은 1부와 그가 만든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주로 다룬 2부로 구성됐다. 작품 도판 113점도 실렸다. 책 제목 ‘이피세(世)’에 대해서는 “2019년 ‘현생누대, 신생대, 이피세’라는 개인전을 연 적이 있다. 제게 쌓인 지층 사이의 형상들을 발굴해서 자연사박물관처럼 전시한 것”이라며 “이 책도 제 지층에 숨어 있는 것들을 전시한 책”이라고 했다. 책에선 미술가의 내면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폐오징어 수천 마리를 조각조각 자르고 붙여 인간의 형상으로 만든 2010년 작 ‘승천하는 것은 냄새가 난다’는 늘 좋은 향기가 나던 할머니에게서 돌아가시기 직전 맡았던 냄새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호스피스에 오래 계셨어요. 호스피스를 다니며 느낀 게 모든 아픈 사람은 안에 있다는 겁니다. 호스피스 할머니들은 항상 창문을 보고 계셨어요. 작가로서 저는 아픈 사람을 자처해서 창문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로 했어요. 갤러리에 있는 저의 그림과 책에 있는 저의 글은 아픈 사람이 보는 창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문을 만드는 게 저의 작업인 셈이죠.”이 작가는 김혜순 시인과 이강백 극작가의 딸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글을 쓰셔서 자신도 창작 활동을 하는 삶이 당연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어머니에 대해 “집에선 그냥 엄마다. 여느 딸처럼 엄마한테 짜증도 낸다”며 “엄마를 어떻게 넘어서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한 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 그냥 우리 엄마니까”라고 했다.김 시인의 시집 ‘죽음 트릴로지’ 표지에 실린 이 작가의 드로잉도 “강제적 차출”이었다며 웃었다. “협업이 아니라 엄마가 ‘책 나오니 드로잉을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책을 많이 보시는 분들은 저를 삽화가로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하. 이 책이 그런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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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혹한 스토리에 희망 한 스푼… 공포스릴러 매력에 빠지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던 겨울방학. 조예은 소설가(32)는 한 달간 기숙학원에서 지내며 고교 과정을 미리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 읽은 소설 가운데 김동인(1900∼1951)의 ‘광염소나타’가 있었다. 불을 보면 흥분에 휩싸여 그 흥분을 느끼기 위해 계속 불을 지르는 주인공의 광기….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조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며 “아직 문학에 대한 취향이 형성되기도 전이었지만 이 소설이 ‘무척 재밌다’ ‘폼 난다’는 인상만큼은 뚜렷하게 남았다”고 했다. 반면 그때 이층 침대를 나눠 쓰던 룸메이트는 이 소설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고 한다. 조 작가가 자신의 취향을 발견한 순간이자, 사람마다 취향의 울타리가 다양하다는 걸 배운 순간이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섬찟한 문체와 괴이한 세계관으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됐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2020년) ‘트로피컬 나이트’(2022년), 장편 ‘적산가옥의 유령’(2024년) ‘입속 지느러미’(2024년) 등으로 공포 스릴러 붐을 일으켰다. 올해 예스24에서 독자 투표로 선정하는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에도 올랐다. 그의 소설은 굳이 따지면 ‘단짠단짠’하다. 달고 짠맛이 절묘하게 왔다 갔다 한다. 잔혹해 보이는 묘사도 잦지만, 이야기엔 ‘희망’이 한 스푼 들어가 있다. 기이하지만 귀여운 괴물 등 캐릭터도 선명하다. 짝짓기 프로그램, 미소년 좀비, 사이코메트리 등 흥미로운 소재와 빠른 전개도 인상적. 그의 소설을 읽고 스릴러와 호러 장르를 다시 읽게 됐다는 평들이 많다.지난달 30일 출간한 소설집 ‘치즈 이야기’(문학동네)는 이러한 ‘조예은 표’ 공포 스릴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표제작 ‘치즈 이야기’는 썩어가는 인간의 몸에서 풍기는 악취를 잘 숙성된 치즈 냄새에 빗댄 단편. 25쪽에 불과한데, 읽고 나면 퀴퀴한 치즈 냄새가 코에 밴 듯 한동안 어질어질하다. 이어지는 6편 역시 종잡을 수 없긴 마찬가지. 좀비는 물론이고, 머리를 터뜨리고 살점을 꼭꼭 씹어먹는 환상이 예사로 등장한다. 단순한 엽기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의 소설에서 환상은 말 못 하는 이의 표현 수단인 경우가 많다. 가령 ‘치즈 이야기’는 유년기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가 꾸는 악몽에서 시작된다. 조 작가는 “주변에 쉽게 보이는 인물보다 아예 안 보이는 존재나, 평범하게 존재하는 듯하면서도 내면에 비틀린 뭔가를 가진 캐릭터들에 끌린다”며 “좋은 장르문학은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주제 사이에 균형이 있다. 이야기 자체의 흥미로움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학에서 금속공예디자인학과를 전공한 뒤 ‘공모전 상금 30만 원’을 벌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북토크에서 만나는 젊은 독자들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조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재밌어서 독서를 시작했다’고 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작품을 쓰면서 고려할 것도 많아질 터. 조 작가는 “책을 묶을 때마다 생각보다 보편의 취향이라는 게 있고, 이런 이야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면서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와 작가의 세계를 살린 딥(deep)한 이야기, 둘 다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아무리 하고 싶은 대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대중의 취향과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믿음요. 아직은 좀 더 욕심을 부려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하.”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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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스24, 두달만에 또 해킹… 홈페이지-앱 7시간 먹통

    11일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가 6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7시간 동안 먹통이 됐다. 예스24는 이날 오전 4시 40분경부터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접속이 불가능했다. 고객들은 서적 구매와 티켓 예매, 전자책 등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예스24 관계자는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게 맞다”며 “공격 직후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시스템을 긴급 차단했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고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예스24 측은 백업 데이터를 활용해 오전 11시 30분경 서비스를 정상으로 복구했다. 예스24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과 우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보안 시스템과 운영 정책을 지속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예스24는 6월 9일에도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홈페이지 및 스마트폰 앱이 마비됐고,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재개하는 데 5일이 걸렸다. 당시 예스24가 해킹 피해 사실을 회원들에게 즉시 알리지 않았고 KISA의 기술 지원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예스24는 “보안 체계를 원점에서 재점검할 예정”이라며 “외부 보안 자문단을 도입하고, 보안 예산을 확대해 시스템 설계부터 운영 전반까지 플랫폼의 신뢰도와 복원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스24는 이번 해킹이 지난번과 같은 해커 집단의 공격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번(6월) 해킹 공격에 대해서도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예스24는 회원 수가 2000만 명 수준인 인터넷서점으로, 도서 음반 DVD 문구 등 유통과 함께 공연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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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스24 또 랜섬웨어 공격… 홈페이지·앱 접속 마비, 복구 작업 중

    국내 최대 인터넷서점인 ‘예스24’의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또 다시 먹통이 됐다. 6월 랜섬웨어 해킹 사태 이후 2개월 만이다.11일 현재(오전 10시 30분 기준) 예스24 홈페이지는 접속 불가능한 상태다. 서적 구매를 비롯해 티켓 예매, 전자책 등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예스24 관계자는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게 맞다”며 “공격 직후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시스템을 긴급 차단했으며 백업 데이터를 이용해 복구 작업 중”이라고 했다. 다만 서비스 복구 예상 시간에 대해선 “아직 확답할 수 없다”며, 지난 번과 같은 해커 집단의 공격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답했다.예스24는 6월 9일에도 랜섬웨어 해킹을 받아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이 마비됐다. 사태 이후 5일 만에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재개했다. 당시 예스24는 해킹 피해 사실을 회원들에게 즉시 알리지 않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기술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예스24는 회원 수가 2000만 명 수준인 국내 최대 규모 인터넷서점이다. 도서는 물론 음반이나 DVD, 문구 등을 취급하고 있다. 각종 공연 관람권도 거래되기 때문에 서비스가 중단되면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일각에선 6월 해킹 사태 이후로 예스24가 제대로 대응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예스24는 “보안 체계를 원점에서 재점검할 예정”이라며 “외부 보안 자문단을 도입하고, 보안 예산을 확대해 시스템 설계부터 운영 전반까지 플랫폼의 신뢰도와 복원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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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소드 연기’ 창시 러 스타니슬랍스키 전집 첫 완역

    ‘메소드 연기’ 창시자인 콘스탄틴 세르게예비치 스타니슬랍스키(1863∼1938·사진)의 예술 세계를 담은 러시아어 원본 전집(8권·아카넷)이 국내에서 처음 완역됐다. 러시아의 배우이자 연출가, 연기 교육자인 스타니슬랍스키는 과거의 전형적인 연기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연기를 위한 방법론인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가 이론과 실제를 결합한 시스템은 미국에서 ‘메소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는 세계에서 배우 교육 기관의 보편적인 교육 커리큘럼으로 자리잡았으며, 현대 연기 이론의 기틀이 됐다. 이 전집은 스타니슬랍스키가 유년부터 말년까지 예술계, 문학계, 과학계 인물 및 친인척, 친구, 학생들에게 쓴 편지를 수집해 출판됐다. 박상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윤현숙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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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작가조합 “파업기간 극본 쓴 박찬욱 제명”

    박찬욱 감독(사진)이 파업 기간 극본을 썼다는 이유로 미국작가조합(WGA)에서 제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 시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WGA는 2023년 파업 기간 HBO 7부작 드라마 ‘동조자’의 극본을 쓴 박 감독과 돈 매켈러 각본가를 조합에서 제명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WGA는 할리우드 영화 및 방송 등 작가 1만1500명이 소속된 대규모 조합이다. 2023년 5∼9월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작가 권리 보호, 기본급 및 스트리밍 재상영 분배금 인상, 고용 안정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각종 조합 규정을 어겼다며 작가 7명을 징계했다. 이 중 4명은 항소했으나 박 감독과 매켈러는 항소하지 않았다. 다만 WGA는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파업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WGA에서 제명되면 WGA와 단체협약을 맺은 대형 제작사와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 감독은 ‘어쩔 수가 없다’가 다음 달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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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美작가조합서 제명…“파업 기간에 극본 썼다”

    박찬욱 감독이 파업 기간 극본을 썼다는 이유로 미국작가조합(WGA)에서 제명된 것으로 전해졌다.8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WGA는 2023년 파업 기간 HBO 7부작 드라마 ‘동조자’의 극본을 쓴 박 감독과 돈 맥켈러 각본가를 조합에서 제명했다고 이날 발표했다.WGA는 할리우드 영화 및 방송 등 분야 작가 1만1500명이 소속된 대규모 조합이다. 2023년 5월부터 9월까지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작가 권리 보호책, 기본급 및 스트리밍 재상영 분배금 인상, 고용 안전성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조합 규정 위반 혐의로 작가 7명을 징계했다. 이 중 4명은 제명 처분에 항소했으나 박 감독과 돈 맥켈러는 항소하지 않았다.다만 WGA는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파업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WGA에서 제명되면 WGA와 단체협약을 맺은 대형 제작사와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의 작품인 ‘어쩔 수가 없다’가 다음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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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70대 뇌과학자가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

    저자가 후각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처음 든 것은 2006년이었다. 아름다운 장미 옆을 지날 때였다. 몸을 숙여 코를 대봤지만 향기가 나지 않았다. 2012년 우연한 기회에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가 APOE-4 유전자가 두 개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 년 안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것이 확실시되는 결과였다. 신간은 치매에 걸린 70대 신경과 의사의 기록이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인 저자는, 30년 가까이 신경과 의사로 일하며 지켜본 알츠하이머 환자의 길을 자신이 걷고 있다. 이 질환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뇌 건강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과학자의 분투가 인상 깊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 최대 20년 전부터 뇌에 변화를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그간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연구는 말기와 최종 단계에 집중돼 왔다. 뇌의 변화가 시작된 잠복기를 알츠하이머병 정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야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개입을 더 빨리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생활습관(유산소 운동, 매달 책 6∼10권을 읽는 정신 활동과 사회적 참여 등)을 자가 처방하는데, 이 같은 생활방식의 변화를 인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는다. 유전 등의 이유로 발병 위험성이 높은 경우라면 40대부터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다.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몇 년, 심지어 몇십 년의 의미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번은 아두카누맙이라는 치료제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뇌에 미세출혈이 일어나 철분 색소가 문신처럼 남기도 했다. 저자가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치료법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다. “어떤 연구를 통해 내 수명을 연장하거나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출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 바람은 이렇게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내 자식들의 세대에게 보탬이 되는 것, 그리하여 나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생애에는 알츠하이머병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고백이 울림을 준다. 원제는 ‘내 뇌에 새긴 문신(A Tattoo on My Brain)’이다. 뇌에 남은 부작용의 흔적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저자는 2021년 2월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알츠하이머 연구에 중요한 진전이 있을 때마다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질병의 운명을 이해하고 있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자신이 겪은 질환의 증상을 증언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의 끝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의 기록을 읽을 기회는 별로 없다. 저자 역시 자고 일어났더니 철자를 하나하나 짚어보지 않고서는 단순한 단어조차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상실감에 젖지 않고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다시금 자신을 재촉한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더 일찍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풀이해 강조한다. 그리고 회피할 수 없는 상실 속에서도 사랑과 행복, 성취를 위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삶은 언제나 참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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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내가?”…본인 치매 알아차린 신경과 의사의 분투기

    저자가 후각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처음 든 것은 2006년이었다. 아름다운 장미 옆을 지날 때였다. 몸을 숙여 코를 대봤지만 향기가 나지 않았다. 2012년 우연한 기회에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가 APOE-4 유전자가 두 개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 년 안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것이 확실시되는 결과였다.신간은 치매에 걸린 70대 신경과 의사의 기록이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인 저자는, 30년 가까이 신경과 의사로 일하며 지켜본 알츠하이머 환자의 길을 자신이 걷고 있다. 이 질환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뇌 건강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과학자의 분투가 인상 깊다.알츠하이머병은 인지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 최대 20년 전부터 뇌에 변화를 일으킨다고 한다. 하지만 그간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연구는 말기와 최종 단계에 집중돼왔다. 뇌의 변화가 시작된 잠복기를 알츠하이머병 정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야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개입을 더 빨리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생활습관(유산소 운동, 매달 6~10권을 읽는 정신 활동과 사회적 참여 등)을 자가처방하는데, 이 같은 생활방식의 변화를 인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는다. 유전 등의 이유로 발병 위험성이 높은 경우라면 40대부터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다.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몇 년, 심지어 몇십 년의 의미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한번은 아두카누맙이라는 치료제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가 뇌에 미세출혈이 일어나 철분 색소가 문신처럼 남기도 했다. 저자가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치료법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다. “어떤 연구를 통해 내 수명을 연장하거나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출 가능성이 매우 작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 바람은 이렇게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내 자식들의 세대에게 보탬이 되는 것, 그리하여 나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생애에는 알츠하이머병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고백이 울림을 준다.원제는 ‘내 뇌에 새긴 문신(A Tattoo on My Brain)’이다. 뇌에 남은 부작용의 흔적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저자는 2021년 2월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알츠하이머 연구에 중요한 진전이 있을 때마다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질병의 운명을 이해하고 있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자신이 겪은 질환의 증상을 증언하기도 한다.알츠하이머병의 끝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의 기록을 읽을 기회는 별로 없다. 저자 역시 자고 일어났더니 철자를 하나하나 짚어보지 않고서는 단순한 단어조차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상실감에 젖지 않고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다시금 자신을 재촉한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더 일찍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써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고 되풀이해 강조한다. 그리고 회피할 수 없는 상실 속에서도 사랑과 행복, 성취를 위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삶은 언제나 참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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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늦기 전에 세대간 이해 계기 마련 됐으면”

    소설가 손원평(46)의 첫째 딸이 초등학교 고학년일 무렵이다. 딸이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 배웠다. 딸은 앞으로는 한국이 ‘노인이 많은 나라’가 될 것이며, 자신들이 크면 위 세대를 부양해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손 작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첫째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나는 크면 이 나라 떠날 거야!”라고 말하는 걸 듣게 됐다. 작가로서의 레이더가 반짝인 순간이었다. 8일 출간되는 장편소설 ‘젊음의 나라’(다즐링)를 쓴 그를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작품은 노인이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미래 한국이 배경. 노인 대상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29세 청년의 모습을 그렸다. 손 작가는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 이 사회의 변화가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늦기 전에 세대 간에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젊음의 나라’는 국내에서만 150만 부 이상이 팔린 장편 ‘아몬드’를 비롯해 ‘서른의 반격’ ‘튜브’ 등 베스트셀러를 쓴 손 작가의 첫 공상과학소설(SF)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있는 이야기를 미래라는 시점으로 옮겨서 그려본 것뿐”이라며 “친한 사람들에게 미리 보여줬을 때도 SF라고 생각하지 않더라”고 했다. 그만큼 소설이 묘사하는 고령 사회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작품에서 청년은 “내 삶이 나이 든 누군가를 살리는 수혈 팩에 든 피 같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노인의 나라’라고 해서 노인들은 다 살 만한 건 아니다. 경제력에 따라 A부터 F까지 세분화된 노인시설에서 생활하는데, B등급 아래로는 인간이 아닌 로봇의 서비스를 받는다. 가난한 노인일수록 외로움을 달랠 수단이 마땅찮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는 미래 일자리, 메타버스, 노년의 삶, 조력 죽음에 대한 책을 두루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품은 여러 씨앗이 발아하고 뻗어 나갈 때 어떻게 얽히고설킬지를 상상했다. 그는 “정책을 연구하는 마음으로 썼다”며 “여기까지는 이럴 것 같고, 여기서부턴 이럴 것 같고, 말이 되는지 혼자 따지다 보니 어려웠다”고 했다. 그럴 때 힌트가 된 건 아이들이었다. 14세, 6세 딸을 둔 손 작가는 “아이들이 컸을 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가 작품의 씨앗이 됐다”며 “아이가 있는 건 세상을 보는 렌즈가 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제게는 제 세대의 렌즈 외에도 중학생 세대의 렌즈가 하나 더 있는 거죠. 심지어 아이들끼리도 여덟 살 터울이다 보니 세대 차이가 나요. 첫째가 둘째한테 ‘나 때는∼’ 하거든요. 어린이용 렌즈도 하나 더 있는 셈이죠.” 손 작가는 앞으로의 세상은 세대 갈등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대 갈등이야 늘 있었지만,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가 되면 청년은 그 자체로 소수자가 된다”며 “젊은이들이 감당할 게 많아진다고 느낄수록 연금, 노인 혐오 같은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누구든 한 나이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아요. 저 역시 점차 나이가 들면서 지금은 잘 모르는,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세대에 속하게 될 거예요. 지금은 모르기 때문에 그냥 타자화하지만 이 소설이 나의 세대와 미래 세대, 나이 든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미래를 미리 살피고 모든 세대가 논의할 수 있는 재료가 되면 좋겠습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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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문화센터 로비를 도서관으로… 현관 열자마자 펼쳐지는 ‘책의 세계’[작은 도서관에 날개를]

    5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청소년교육문화센터. 현관에 들어서자 우산꽂이 옆에 ‘세계문학의 터’란 명패가 붙은 원목 잡지대가 눈에 띄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리고 ‘춘향전’ 등 30여 권이 표지가 보이게끔 진열돼 있었다. 문화센터를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눈이 가는 자리였다. 원래 유휴공간이었던 문화센터 로비가 또 하나의 도서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날 문화센터에선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315㎡(약 90평) 규모로 만든 청소년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KB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전국 각지 문화 소외지역에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이번이 127번째이며, 올해 2번째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문화센터의 계단과 기둥만 있던 곳에 책장을 들이고 장서 1만8000권을 채워 만들었다. 위층의 댄스실, 탁구장, 쿠킹룸 등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책에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했다. 청소년 자치기구 활동을 하며 한 달에 두세 번 센터를 방문한다는 오채은 양(포천 송우고 2학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녔는데 이제야 정말 ‘센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린이들도 책과 친해지면 좋겠다”고 반가워했다. 센터 계단 옆과 아래에도 서가를 만들고 책을 채웠다. 유아와 아동을 위한 학습만화부터 신간인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 한강의 ‘빛과 실’, 김장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 빌 게이츠 자서전 ‘소스 코드’ 등 다양한 책이 눈에 띄었다. 서가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꺼내든 윤은성 군(송우고 2학년)은 “카이사르 사후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권력 다툼 장면을 읽었다”며 “역사책을 좋아해 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접이식 문으로 연결된 도서관 앞마당은 앞으로 시민 캠핑장으로 꾸며진다. 김현철 포천시청소년재단 대표는 “도서관은 3층 꼭대기가 아닌 현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엄마 아빠랑 캠핑하다가도 들어오게끔 하고, 친구 생일파티도 도서관에서 하라고 방(榜)을 붙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백영현 포천시장과 최위집 KB국민은행 북부지역영업그룹대표 등이 참석했다. 백 시장은 “부모님들이 교육 때문에 자녀 손 잡고 외부로 나가면서 포천시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며 “청소년도서관이 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대표도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배움과 상상의 공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이달 7일엔 경북 울진군 기성면복지회관에서 기성작은도서관의 문도 연다. 김 목사는 “많은 이들에게 ‘당신들은 어떻게 잘사는가’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대답이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며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강조했다.포천=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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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듀오 ‘애즈원’의 이민,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

    여성 R&B 듀오 애즈원의 이민(사진)이 5일 사망했다. 향년 47세. 6일 경찰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애즈원의 소속사 브랜뉴뮤직 관계자는 “정확한 경위는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고인은 1999년 애즈원 1집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로 데뷔한 뒤 세련된 창법으로 사랑을 받았다. 대표곡으로 ‘너만은 모르길’ ‘원하고 원망하죠’ 등이 있다. 올해 6월에도 신곡 ‘축하해, 생일’을 발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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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센터 로비에 도서관 꾸몄더니, 오며 가며 책과 친해져요”

    5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청소년교육문화센터. 현관에 들어서자 우산꽂이 옆에 ‘세계문학의 터’란 명패가 붙은 원목 잡지대가 눈에 띄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그리고 ‘춘향전’ 등 30여 권이 표지가 보이게끔 진열돼 있었다. 문화센터를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눈이 가는 자리였다. 원래 유휴공간이었던 문화센터 로비가 또 하나의 도서관으로 변신한 것이다.이날 문화센터에선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315㎡(90평) 규모로 만든 청소년도서관 개관식이 열렸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KB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전국 각지 문화 소외지역에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 이번이 127번째이며, 올해 2번째 도서관이다.도서관은 문화센터의 계단과 기둥만 있던 곳에 책장을 들이고 장서 1만8000권을 채워 만들었다. 위층의 댄스실, 탁구장, 쿠킹룸 등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오며 가며 자연스럽게 책에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을 활용했다. 청소년 자치기구 활동을 하며 한 달에 두세 번 센터를 방문한다는 오채은 양(포천 송우고 2학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녔는데 이제야 정말 ‘센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린이들도 책과 친해지면 좋겠다”고 반가워했다.센터 계단 옆과 아래에도 서가를 만들고 책을 채웠다. 유아와 아동을 위한 학습만화부터 신간인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 한강의 ‘빛과 실’, 김장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 빌 게이츠 자서전 ‘소스 코드’ 등 다양한 책이 눈에 띄었다. 서가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꺼내든 윤은성 군(송우고 2학년)은 “카이사르 사후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권력 다툼 장면을 읽었다”며 “역사책을 좋아해 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접이식 문으로 연결된 도서관 앞마당은 앞으로 시민 캠핑장으로 꾸며진다. 김현철 포천시청소년재단 대표는 “도서관은 3층 꼭대기가 아닌 현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엄마 아빠랑 캠핑하다가도 들어오게끔 하고, 친구 생일파티도 도서관에서 하라고 방(榜)을 붙일 것”이라고 했다.이날 개관식에는 백영현 포천시장과 김수연 대표, 최위집 KB국민은행 북부지역영업그룹대표 등이 참석했다. 백 시장은 “부모님들이 교육 때문에 자녀 손 잡고 외부로 나가면서 포천시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며 “청소년도서관이 이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배움과 상상의 공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이달 7일엔 경북 울진군 기성면복지회관에 기성작은도서관의 문을 연다. 김 대표는 “많은 이들에게 ‘당신들은 어떻게 잘사는가’ 질문하면 대부분 대답이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며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강조했다.포천=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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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판지’ ‘조립 선반’ 팝업스토어에 지속가능한 미래가 엿보여

    1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연무장길. 1.2km 남짓한 성수동 대표 상권인 이곳엔 이날만 팝업스토어(Pop-up Store) 16개가 새로 설치되거나 철거되고 있었다. 망치와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는 팝업스토어 주변엔 우레탄폼과 합판, 벽돌, H빔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서 나온 폐기물을 수거하는 트럭들이 수많은 인파 물결 속에서 함께 휩쓸려 다녔다. 최근 문화계를 비롯해 패션·뷰티업계 등에선 단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성수동만 해도 이런 팝업스토어가 한 달 평균 90개, 하루 3개씩 생겨난다. 하지만 이런 ‘가설 공간’이 만들어질 때마다 쓰레기 역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팝업스토어 자재들을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재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팝업사이클링’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기관도 패션업체도 재활용 팝업스토어들은 단기간 주목받기 쉬운 데다,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여러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주일 내외로 운영하는 방식부터 한 달 이상 운영하는 ‘쇼룸’까지 종류와 규모도 다양하다. 문제는 짧은 기간 운영한 뒤 철거를 하다 보니 발생하는 쓰레기들이다. 목재나 폐벽돌, 합판, 시트지 같은 폐기물은 스토어마다 디자인이 달라 재활용이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5일짜리 팝업스토어 한 곳을 철거하면 1t 트럭 2∼3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런 팝업스토어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문화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에 대한 고민들이 커지고 있다. 기본 뼈대가 되는 자재들을 재활용해 쓰레기를 줄여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이날 찾은 무신사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도 그중 하나다. 무신사에서 팝업을 여는 브랜드들은 공용 행거와 하부장, 수납장 등을 써야 한다. 같은 집기를 쓰더라도 색상 선택과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팝업을 진행해 보니 폐기물도 많고 매번 제작되는 소모품의 비용이 크다”며 “폐기물과 팝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팝업 전용 집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유휴 공간이던 건물을 팝업스토어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다. 성동구는 지난달 1일부터 뚝섬역 인근에 ‘공공 팝업스토어’를 만들어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구에 따르면 연무장길 시세의 10분의 1 가격으로 임대 중이다. 이곳에선 우드 팔레트를 쌓아 선반으로 활용하고, 팝업스토어에 따라 현수막만 바꿔 활용한다. 임대료를 낮추려는 목적도 컸지만 집기 대부분을 재활용해 폐기물 감소 효과도 거뒀다. 신혜승 성동구 기업활성화팀장은 “이미 갖춰진 기물들의 세팅만 바꾸면 되니 입점 브랜드들도 몸만 들어오면 된다”며 “폐기물이 줄고 철거비도 아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재활용 통한 가치 부여를 예술로 승화6월 약 15만 명이 찾은 서울국제도서전은 전국에서 올라온 535개 출판사가 특색 있는 부스를 선보여 테마파크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5일간의 잔치 뒤 그 많던 부스는 어떻게 됐을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도서전 당시 설치했던 종이 부스를 해체해 창고에 보관했다가, 지난달 용산 아이파크몰에 다시 설치하고 ‘앙코르’ 팝업을 진행했다. 재활용한 종이 부스는 다시 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내년 도서전 때 다시 선보이는 게 목표다. 문지는 2023년 도서전 때 만든 종이 부스도 절반은 사옥 책장으로 재활용했다. 나머지도 서울예대에 기부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광호 문지 대표는 “사실 재활용은 비용과 의지가 더 드는 일이긴 하다”면서도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은 팝업과 굿즈 등에서 거대한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걸 이해한다면 이런 방식에 더 공감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의 폐기물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 ‘팝업사이클링’ 개념을 처음 도입한 퍼니준(본명 김완준) 작가가 대표적이다. 과거 팝업스토어 제작에도 참여했던 그는 어느 날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팝업스토어와 폐기물을 보고 ‘더는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남은 폐기물을 모아 설치미술전을 여는 등 팝업사이클링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퍼니준 작가는 “팬데믹 기간 급격하게 팝업스토어가 늘어나면서 잠깐 설치됐다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철거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기업 등의 입장에선 당연히 효용성이 중요하겠으나 이젠 팝업스토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자원순환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이전에 비해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로 인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한 번 사용한 팝업스토어에서 뜯어낸 자재들을 다른 팝업에 다시 활용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순환형 팝업스토어 모델’을 확대하고, 과도하게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선 규제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팝업사이클링‘팝업스토어(Pop-up store)’와 ‘업사이클링(Upcycling)’이 합쳐진 신조어.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재활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버려지는 물건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팝업사이클링 역시 팝업스토어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국내에 팝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한 퍼니준 작가는 한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스토어 자재를 이용한 설치미술전 ‘포레스트(foRRest)’를 개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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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켈란젤로도 비싸서 못 쓴 色… 화학으로 본 예술

    인류 역사상 푸른색은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던 색이었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에서 바다의 색을 푸른색이 아닌 “포도주처럼 검은색”이라고 묘사했다. 최초의 안료는 돌을 갈아 만들었으니 황토색, 갈색, 붉은색 위주일 수밖에 없었다. 푸른색은 언제부터 과학, 예술, 언어에 등장하기 시작했을까. 저자는 스페인 라코루냐대에서 재료과학을 연구하는 화학자다. 예술 속 색채와 재료를 화학의 언어로 읽어내면서 과학이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다시 푸른색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값비싼 색으로 알려진 울트라머린 안료는 ‘청금석’이라는 푸른색 광물에서 비롯됐다. 안료에 ‘울트라머린(바다를 넘다)’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청금석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 발견돼 바다 건너 유럽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울트라머린은 한때 금보다도 비쌌다. 미켈란젤로는 울트라머린이 너무 비싸 ‘그리스도의 매장’을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울트라머린을 사용한 그림은 그 자체로 고급스러운 작품이 됐다. 특히 성스러운 푸른색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성녀의 옷을 그릴 때 주로 사용됐다. 19세기 울트라머린의 가치가 정점에 달했다. 청금석을 깨지 않고도 울트라머린을 합성할 방법이 시급히 필요했다. 1824년 프랑스 국가산업진흥협회는 300프랑 이하의 비용으로 울트라머린 합성에 성공하는 사람에게 6000프랑의 상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화학자 장바티스트 기메가 1828년 산업용 울트라머린을 최초로 개발했고, 이후 합성 울트라머린은 ‘프렌치 울트라머린’으로 불리게 됐다. 제프 쿤스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뒤편에 설치한 조형물 ‘튤립’은 강철로 만들어졌다. 강철은 철과 탄소가 혼합된 합금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산화된다. 이를 막기 위해 크롬을 첨가했다. 크롬은 철보다 먼저 산화돼 철을 보호한다. 이 과정에서 얇은 산화막이 형성되는데, 이 층은 프라이머처럼 표면을 정돈해 래커가 매끄럽게 달라붙도록 만든다. 덕분에 ‘튤립’은 마치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을 갖게 됐다. 화학자의 큐레이팅을 따라 읽다 보면 예술을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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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으로 나눠진 미래의 도시, 우리에게는 이미 낯익은 모습”

    유독 멍이 잘 드는 체질이 있다. 손보미 소설가(45)도 그런 편이다. 살짝만 부딪혀도 멍이 들고, 접영 연습 직후엔 눈 주위에 수경 자국이 그대로 남아 멍이 든다. 가리고 싶고, 빨리 없애고 싶은 멍 자국…. 이 세상엔 ‘멍 같은’ 취급을 받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평소 멍의 이미지가 깊이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손 작가는 말했다. 신작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창비)를 최근 낸 그를 2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이 소설의 배경은 정부의 통제 아래 재개발된 신시가지와 각종 범죄가 집중된 구시가지가 극명하게 구분된 도시다. 제일 안전한 ‘0등급’부터 우범지대인 ‘엑스(X) 구역’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앱이 있을 정도다. 엑스 구역은 공공연하게 ‘도시의 멍’이라 불린다. 모순적인 것은 ‘세이프 시티’를 표방하는 이 도시가 안전하고 쾌적하기는커녕 조커가 사는 고담시티만큼이나 삭막하기 그지없다는 것. 손 작가는 “사람들에겐 등급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며 “사는 집, 사는 동네로 살아왔던 모습을 평가하고, 아이들끼리도 같은 단지 내에서 임대주택 아이들을 구분 짓기도 한다. 소설 속 설정은 이미 낯익은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속한 곳은 좋은 곳이었으면 하는 게 사람 심리다. 그는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비판하다가도 내가 집을 사면 이제는 집값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라며 “그런 욕구를 가지는 게 너무 자연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욕구가 참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소설에는 ‘도시의 멍’을 인위적으로 없애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손 작가는 “0등급, 1등급 이런 식으로 등급을 나누는 순간 아무리 애를 써도 틀은 벗어날 수 없다”며 “한 구역을 좋게 만들어도 결국 차상위 구역이 다시 그 밑으로 가게 된다. 등급화라는 프레임 자체를 깨지 않으면 그 구분 안에 계속 남아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에는 나쁜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울 수 있는 신기술, 이른바 ‘기억 교정술’이 등장한다. 어떤 이들은 ‘멍 같은 기억’을 지우고자 한다. 이에 대해 손 작가는 “지금 남아 있는 기억은 사실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중요한 기억”이라며 “아무리 버리고 싶고 창피하고 떨쳐버리고 싶은 기억이라도, 어쨌든 내가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충분히 창피해하고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게 기억의 효용”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손 작가는 수상 이력이 화려한 작가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잇달아 받았다. 비결을 묻자 그는 “수면 위로 안 드러나서 그렇지 망한 작품도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작업 일기를 쓴다고 했다.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갈 땐 이렇게 쓰기도 한다. “그냥 쓰자. 이 소설은 그냥 망하기 위해 쓰는 거다. 그래도 스스로 배우는 게 있겠지. 여기서 배운 게 다음 소설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이 되겠지.” “제가 일희일비하고 쉽게 좌절하는 면이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바꿔 보려고 수년에 걸쳐 노력하는 거예요. 어떤 면이 남들보다 부족한지 잘 알고 있는 게 저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멍이 들어도 앞으로 나아간 비결이겠다 싶은 답변이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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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하며 키운 소설가의 꿈… 인간성 얘기 전해 드릴게요”

    “저는 항상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고, 그 꿈을 떨쳐낼 수가 없었어요.” 정보라의 ‘저주토끼’,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 수많은 한국 소설을 영어로 번역해온 안톤 허의 첫 소설 ‘영원을 향하여’(반타)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톤 허 작가는 “오랜 꿈은 소설가였고 영미권 출판사와 소통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시작하게 된 게 문학 번역이었다”고 회고했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허 작가는 해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첫 소설도 영어로 썼지만 국적은 한국인이다. 그는 “한국 문단 시스템이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데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 소설을 많이 읽어서 꼭 영어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영원을 향하여’는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근미래부터 수천 년 뒤 핵전쟁으로 지구가 황폐해진 먼 미래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소설(SF). 기억을 잃었지만 불멸하게 된 주인공을 통해 인간과 자아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허 작가는 “인간성이란 것이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있는 무엇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그가 번역해 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올렸던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가 한국어 번역을 맡아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정 작가님이 ‘죽어도 제가 번역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며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미안했지만 제 욕심으로 승낙했다”고 했다. 이틀 전 처음 번역본을 접했다는 그는 “제가 쓴 글 같지 않았다. 이 느낌이 온다는 것 자체가 번역이 잘됐다는 신호”라며 “직접 번역했어도 정 작가님보다 잘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작가는 올해 계간지 자음과모음 여름호에 단편 ‘화가의 미래’를 발표하는 등 소설 집필에 공을 들이고 있다.“번역가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고생문이 열리는데 소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원을 향하여’로 지금까지 독일어 중국어 등 4개 언어 출간 계약을 맺었는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 돈이 들어와 엄청난 희열을 느꼈어요. 소설을 더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앞으로도 번역 일은 놓지 않을 계획이다. 그가 번역한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은 내년 미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문학 세계가 정말 풍요롭고 번역하고 싶은 것들도 너무 많다”며 “번역으로도 세상에 계속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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