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368

추천

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취재분야

2025-07-06~2025-08-05
국제정치71%
칼럼23%
산업3%
미국/북미3%
  • 미국 대선 토론에도 ‘간장공장공장장’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ho the heck is this skinny guy with a funny last name?”(도대체 이 웃긴 이름을 비쩍 마른 사내가 도대체 누구야?)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첫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8명의 후보가 참가했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이름도 어려운 비벡 라와스와미 후보. 기업가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없는 그에게 견제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라와스와미 후보가 한 말입니다.‘heck’은 ‘hell’의 점잖은 표현입니다. ‘도대체’라는 뜻입니다. 볼품없는 외모에 이름도 웃긴다고 자신을 비웃었습니다. 그래도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습니다.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연상됐기 때문입니다. 초짜 정치인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20년 전 비슷한 발언으로 대히트를 쳤습니다. 4년 뒤 정말 대통령이 됐습니다. “a skinny kid with a funny name who believes that America has a place for him”(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웃긴 이름의 마른 아이)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토론이나 연설을 듣다 보면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skinny kid with a funny name’ 같은 구절입니다. 이런 발언을 ‘sound bite’(사운드 바이트)라고 합니다 ‘sound’(소리)와 ‘bite’(물다)의 합성어로 ‘물고 안 놔주는 소리’라는 의미입니다. 흔히 대선 토론을 ‘sound bite war’(사운드 바이트 전쟁)라고 합니다. 깊이 있는 토론 능력이나 거창한 설교 보다 듣는 사람의 귀에 확 꽂히는 단어나 구절이 승패를 결정짓습니다. 대선 토론 역사에 길이 남는 사운드 바이트들을 알아봤습니다.There you go again.”(또 그 타령이네)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입니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이라서 대중이 무엇이 원하는지 잘 압니다. 1980년 대선 토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레이건 후보의 약점인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정책을 공격했습니다. 레이건 후보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 메디케어를 축소하는 정책으로 논란이 많았습니다.레이건 후보가 반박한 말입니다. ‘there you go again’(거기 네가 다시 간다)은 어디를 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또 시작이냐”라는 뜻입니다. 별것도 아닌 일을 꼬투리를 잡는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레이건 후보의 메디케어 정책을 살펴보면 비판할 근거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공격한 카터 대통령보다 “또 그 타령이네”라는 한 마디로 제압해버린 레이건 후보가 박수를 받았습니다. AP통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Reagan is a master at capturing a debate moment that everyone will remember.”(레이건은 모두가 기억할만한 토론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장인이다)“there you go again”은 레이건 대통령의 전매특허 발언이 됐습니다. 기자들이 난처한 질문을 하면 이렇게 말하며 살짝 피해갔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you’를 ‘they’로 바꿔 ‘there they go again’(쟤네 또 시작이네)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Well, we have fewer horses and bayonets.”(음, 그때보다 말과 총검 숫자는 적죠) 2012년 대선 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후보가 맞붙었습니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예산 축소를 지적했습니다. 미군 병력이 계속 줄어 100년 전인 1917년 때보다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론이나 연설에서 비교법을 쓰려면 비교 대상을 잘 정해야 합니다. 군사처럼 기술 발전이 빠른 분야에서 과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웃었습니다. 기억도 까마득한 20세기 초반과 비교를 하니까 그 시절 주요 병력인 ‘horse’(말)와 ‘bayonet’(총검) 얘기를 꺼내며 군사기술의 현대화를 알려준 것입니다. “horses and bayonets”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두 후보가 말을 타고 총검을 겨루는 밈(짧은 동영상)들이 쏟아졌습니다. 언론은 롬니 후보가 “KO패를 당했다”라고 조롱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We have these things called aircraft carriers, where planes land on them. We have these ships that go underwater, nuclear submarines.”(지금 시대에는 전투기가 착륙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라는 게 있거든요. 물속으로 들어가는 핵잠수함이라는 게 있거든요)I don’t have any experience in running up a $4 trillion debt. I don’t have any experience in gridlock government.”(나는 4조 달러의 국가 빚을 만든 경험이 없다, 교착상태의 정부를 만든 경험도 없다)1992년 대선 토론은 양자 대결이 아니라 3자 구도였습니다.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 제3의 후보인 기업가 로스 페로가 나왔습니다. 페로의 등장이 못마땅한 두 후보는 그를 집중 공격했습니다. 특히 페로 때문에 보수 표가 분산될 것을 우려한 부시 대통령은 그의 정치 경력 부족을 문제 삼았습니다.페로 후보는 ‘experience’(경험)를 반격의 단어로 활용했습니다. 4조 달러의 국가 채무와 대치 정국이 경험 많은 기존 정치인들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페로는 토론의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3당 후보로서 18%의 표를 얻는 전례 없는 성과를 올렸습니다.페로는 다음 대선에 또 출마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재치 있는 말솜씨를 다시 한번 기대했지만 실망스러웠습니다. 자꾸 얘기를 길게 늘어놓으며 토론 제한 시간을 어기는 바람에 눈총만 받았습니다. 그가 연발한 “can I finish?”(발언을 끝내도 되겠느냐)는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1960년 미국 대선 TV 토론이 처음 열렸습니다. 존 F 케네디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부통령의 대결이었습니다. 토론 전 관측은 ‘닉슨 우세’였습니다. 닉슨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밑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내며 외교 전문가라는 평을 얻었습니다.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모스크바에서 벌인 맞장토론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토론 실력도 입증받았습니다. 반면 케네디 후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기는 하지만 상원의원으로서 뚜렷한 업적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었습니다.토론은 총 4차례 열렸습니다. 1차 토론은 젊고 패기 있는 케네디 후보의 압승이었습니다. 닉슨 부통령은 하루 전날 무릎을 다쳤습니다. 핼쑥한 모습에도 무대용 화장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했습니다. TV 매체의 영향력을 몰랐던 것입니다. 반면 케네디 의원은 메이크업 담당에 코디까지 데리고 다닐 정도로 준비성이 철저했습니다. 패인을 분석한 닉슨 부통령은 2차 토론부터 달라졌습니다. 화장하고 양복 색깔을 바꿔 입으며 외모적 격차를 줄여나갔습니다. 케네디 의원은 초조해졌습니다. 토론 내용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Our high noon is in the future.”(미국에 최고의 순간은 이제 올 것이다) 케네디 후보의 진가는 뉴욕에서 열린 4차 토론에서 입증됐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냉전 경쟁에서 소련에 뒤지는 것에 초조해하고 있었습니다. 케네디 후보가 ‘high noon’(하이눈)이라는 단어를 통해 미래를 낙관하자 국민들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high noon’(하이눈)은 ‘정오’를 뜻합니다. ‘최고의 순간’ ‘전성기’를 말합니다. 1952년 개봉한 ‘하이눈’이라는 영화도 있어서 대중에게 친숙한 단어였습니다. 이후 ‘하이눈’은 케네디 연설의 단골 단어가 됐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화제가 됐습니다. 댈러스에서 암살당한 것은 정오를 막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댈러스의 하이눈’은 ‘케네디 암살’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극우단체 리더들에게 잇따라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프라우드 보이즈’의 지도자 조 빅스는 최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빅스는 눈물을 흘리며 형량을 줄여줄 것으로 호소했습니다. My curiosity got the best of me.”(호기심 때문에 벌인 일이었다)‘curiosity’는 ‘호기심’을 말합니다. ‘curiosity got the best of me’는 ‘호기심이 나의 최고를 얻었다’가 됩니다. 쉽게 말해 ‘호기심에 굴복했다’라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나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호기심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 때 흔히 하는 변명입니다. 일상대화에서 자주 쓰니까 통째로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best’ 대신에 ‘better’를 써도 합니다. 자신은 폭력사태의 주모자가 아니라 군중에 휩쓸려 행동한 것뿐이라고 것이 빅스의 변명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7월 1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실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말실수는 잘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토론은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 몇 차례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성적은 언제나 중하위권이었습니다.▶2019년 7월 1일 PDF최근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1, 2차 TV 토론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 후보는 토론에서 죽을 쒔습니다.This isn’t Winston Churchill we are dealing with.”(윈스턴 처칠도 아니잖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와중에 이번 토론을 열심히 시청한 듯합니다. G20 폐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바이든 후보의 토론 실력에 관해 묻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비교하며 조롱했습니다. 처칠 총리는 역사에 길이 남는 명연설가입니다. ‘deal with’는 ‘다루다’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처칠 총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은 ‘처칠과는 비교 대상이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What she said was so out of the can.”(그녀가 말하는 것을 보니까 정말 술술 쏟아져 나오더라)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토론 실력을 흉보는 데 열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진짜 의도는 바이든 후보를 맹공격한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비난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음료수 캔을 열면 음료가 쏟아집니다. ‘out of the can’은 분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해리스 후보가 바이든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오랫동안 치밀하고 작전을 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술술 말을 잘했다는 겁니다. Please, Media, Give Joe Biden Some Slack!”(제발 언론이여, 조 바이든을 조금 봐주자)바이든 후보의 답변 스타일은 동문서답이 많았습니다. 토론하는 모습이 너무 생기가 없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은 별명 ‘Sleepy Joe’(졸린 조)와 질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졸전을 벌인 바이든 후보를 향해 비난이 쏟아지자 한 매체는 “인격 모독이 지나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의 기사 제목입니다. ‘give some slack’은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다’라는 뜻입니다. ‘slack’은 ‘느슨한 부분’을 말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20
    • 좋아요
    • 코멘트
  • 대통령 재난현장 방문, 가도 욕 먹고 안 가도 욕 먹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ill I ever get by this?”(내가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산불이 휩쓸고 간 하와이를 찾았습니다. 불에 탄 나무를 만져보고 주민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십 년 전 자신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첫 부인과 세 자녀가 교통사고를 당한 얘기입니다. 그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고, 두 아들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과연 내가 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get by’는 ‘헤쳐나가다’라는 뜻입니다.바이든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전하자 지각 방문에 대한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사실 하와이 방문은 많이 늦었습니다. 산불이 난지 2주 만입니다. 그 사이 바이든 대통령은 전국을 돌며 자기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하와이를 찾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답했습니다. “I don’t want to get in the way.”(방해하고 싶지 않다)재해 지역 방문은 대통령 리더십의 중요한 척도입니다. 대통령이 방문하면 전국민적 관심을 피해 지역으로 돌릴 수 있고, 실질적 지원도 따라옵니다. 그런데 적절한 방문 타이밍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너무 늦게 찾거나 찾지 않으면 “you don’t care”(무관심하다)라는 비난을 듣기 십상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찾으면 “you disrupt”(방해한다)라는 비난을 듣습니다. 대통령 수행단이 한번 다녀가는데 엄청난 행정력이 동원되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구조 복구 작업은 지장을 받게 됩니다. 재난이 닥친 뒤 대통령에게 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지자체도 많습니다.대통령의 재난 재해 대응을 ‘tricky business’(트리키 비즈니스)라고 합니다. ‘tricky’는 쉬운 듯 보이지만 실은 까다로운 상황을 말합니다. 절묘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 때 희비가 엇갈렸던 대통령들을 알아봤습니다.Brownie, you’re doing a heck of a job.”(브라우니, 정말 잘하고 있어)재해 지역 방문은 원래 대통령의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별로 할 일 없는 부통령의 일이었습니다. ‘아버지 부시’인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에 “나의 주된 임무는 재해 지역 방문, 장례식 참석”이라고 한탄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전통을 바꿔놓은 것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였습니다. 카트리나 부실 대응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큰 비난을 받은 뒤부터 대통령들은 부지런히 재해 현장을 찾는 것이 관례가 됐습니다.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를 강타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 달 가까이 장기 휴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휴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피해 상황 보고가 늦어졌습니다. 지각 보고를 받은 부시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에어포스원이 루이지애나 상공을 지날 때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비행기 창문을 통해 피해 지역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수행 기자들에게 찍혔습니다. 사진이 보도되자 이런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why didn’t he stop?”(왜 비행기를 세우지 않았느냐)비행기에서 내려다보지 말고 세우게 해서 직접 피해 지역을 찾아야 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습니다. 나중에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에서 에어포스원을 세우지 않은 결정을 “huge mistake”(중대한 실수)였다고 고백했습니다. 복구 노력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내린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무관심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만 부각됐다는 것입니다.결정적으로 분노 여론에 불을 댕긴 것은 ‘Brownie(브라우니) 사건’입니다. 먹는 브라우니가 아니라 당시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이끈 마이클 브라운 청장의 애칭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카트리나 피해 지역인 앨라배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브리핑을 담당한 브라운 청장을 “정말 일을 잘한다”라고 폭풍 칭찬했습니다. ‘do a hell of job’은 ‘지독하게 일을 잘한다’라는 뜻입니다. ‘hell’(지옥)이 비속어이기 때문에 비슷한 발음의 ‘heck’(헥)을 씁니다.당시 FEMA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실해 국민적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친한 사이인 브라운 청장의 애칭으로 불러가며 격려한 부시 대통령은 ‘out-of-touch president’(상황 파악 못 하는 대통령)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카트리나 총체적 난국을 상징하는 최대 명언으로 기록됐습니다. 브라운 청창은 얼마 후 사임했습니다.My name is Lyndon Baines Johnson. I am your president. I am here to make sure you have the help you need.”(내 이름은 린든 베인스 존슨입니다. 여러분의 대통령입니다. 도울 준비가 됐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루이지애나는 카트리나 40년 전에도 큰 피해를 당했습니다. 1965년 대형 허리케인 벳씨가 덮쳐 8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리더십은 부시 대통령 때와 크게 달랐습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루이지애나 상원의원으로부터 방문 요청을 받았습니다. 3시간 뒤 그는 에어포스원에 올랐습니다. 대책 논의는 비행기 안에서 했습니다. 2시간 뒤 루이지애나에 도착했습니다. 방문 요청을 받은 지 5시간 만에 총알같이 현장에 나타난 것입니다.한밤중에 도착한 존슨 대통령은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초등학교부터 찾았습니다. 대피소 안은 정전으로 어두웠습니다. 마이크도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한 손에 플래시를 들고 자기 얼굴을 비췄습니다. 다른 한 손으로 확성기를 들었습니다. “내 이름은 린든 존슨입니다. 여러분의 대통령입니다. 여러분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존슨 대통령은 이재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항목별로 나눠서 지원책을 밝혔습니다. “I will order the following”(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지시하겠다)이라면서 의료, 구호물자, 인프라 재건, 주택 융자 등 분야별 조치들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워싱턴으로 돌아가 뉴올리언스 시장 앞으로 16장짜리 장문의 전보를 보냈습니다. 제목은 ‘뉴올리언스 재건 계획.’ 대통령이 직접 재건 작업을 지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Be quick, but don’t hurry.”(빨리 행동하라, 그러나 서두르지 말라)1976년 뉴저지 군부대에서 군인이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다른 부대원 11명도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전문가들과 상의 후 전국민 돼지독감 면역 접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사망자가 1명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민 접종은 너무 서두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포드 대통령은 밀고나갔습니다. “We cannot afford to take a chance with the health of our nation.”(국민의 건강을 두고 도박을 할 수 없다)1억 3500만 달러가 투입되는 사상 최대 접종 작전이었습니다, 당시까지 가장 규모가 컸던 1955년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능가했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소매를 걷고 주사를 맞았습니다. 대통령의 접종 사진은 전국 의료기관에 배포됐습니다. 그런데 접종 후 3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어 450여 명이 근육이 마비되는 길랭-바레 증후군을 보였습니다. 돼지독감 피해자보다 오히려 백신 부작용 사고가 더 심각한 상황이 됐습니다.포드 행정부는 접종 계획을 시행 2개월여 만에 중단했습니다. 인구의 4분의 1인 4500만 명이 백신을 맞은 뒤였습니다.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첫 발생 지역 외에는 퍼지지 않아 전국적 유행 가능성이 배제됐습니다. 이 사건을 ‘swine flu fiasco’(돼지독감 낭패)라고 합니다.이 사건 후 “be quick, but don’t hurry”라는 격언이 유행했습니다. 원래 미국 농구계의 전설인 존 우든 UCLA 농구 감독이 한 말입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에 지도자는 민첩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다각도에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포드 대통령이 돼지독감 접종 계획을 서두른 것은 선거의 정치학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1976년 대선을 앞두고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컸다는 것입니다.명언의 품격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 동부를 강타했을 때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와 접전을 벌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샌디 상륙 사흘 전 과감하게 유세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FEMA 청장과 공동 기자회견, 백악관 단독 기자회견, 동부 지역 주지사 시장들과 화상회의를 잇달아 열고 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샌디 상륙 후에는 피해가 심한 지역들을 찾아 복구 작업을 독려했습니다.“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유세를 포기한 것이 불안하지 않으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I am not worried about the impact on the election, I am worried about the impact on families.”(나는 허리케인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The election will take care of itself next week.”(다음 주 선거는 알아서 해결될 것이다)오바마 승리를 결정지은 발언입니다. ‘take care of self’는 ‘자신을 돌보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헤어질 때 “Take care of yourself”라는 안부 인사를 건넵니다. “건강 조심해”라는 뜻입니다. “선거는 스스로를 돌볼 것”이라는 것은 “선거는 관심 밖”이라는 의미입니다. 샌디는 큰 피해를 남겼지만,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위기관리에 전념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그 어떤 선거운동보다 유권자들에게 각인 효과가 컸기 때문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하와이 산불 현장을 늦게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교훈 삼아 최근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휩쓸고 간 플로리다를 신속하게 찾았습니다. 피해 사흘 만이었습니다. 대개 대통령이 재해 현장을 방문하면 주지사가 맞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내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지난해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허리케인 이언이 플로리다를 강타했을 때 디샌티스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을 환대했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바이든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이런 덕담을 건넸습니다.We’ve worked hand-in-glove.”(우리는 척척 맞는 사이다)‘hand’는 손, ‘glove’는 ‘장갑’을 말합니다. 흔히 ‘야구 글러브’ ‘권투 글러브’가 연상되지만 원래는 장갑을 총칭합니다. ’hand-in-glove’는 ‘장갑 안의 손’을 말합니다. 장갑과 손은 사이즈가 딱 맞아야 편합니다. ‘죽이 척척 맞는 사이’ ‘협력관계’라는 뜻입니다. 앞에 ’work’가 자주 옵니다. 주로 불법적인 은밀한 거래 관계를 말할 때 씁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9월 13일 소개된 ‘허리케인 리더십’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은 늦여름과 가을에 걸쳐 허리케인 피해를 자주 입습니다. 허리케인 시즌이 되면 전국이 바짝 긴장하고,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릅니다.▶2021년 9월 13일자최근 미국에서 허리케인 아이다로 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 지역들을 방문해 이재민을 위로하고 구조 복구 작업을 격려했습니다. 재해 지역 방문은 대통령의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대통령이 재해 지역에서 하는 발언은 관심의 초점이 됩니다.The nation and the world are in peril. That’s not hyperbole, that is a fact.”(미국과 세계는 지금 위기다. 과장이 아니다. 사실이다)바이든 대통령은 허리케인 피해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행정부가 추진하는 기후변화 정책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둡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지원과 재건이 절실한 피해 지역에서 정책 홍보를 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다 기자회견에서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hyperbole’(하이퍼벌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과장’이라는 뜻으로 ‘fact’(사실)의 반대 의미입니다.What a crowd! What a turnout!”(관중 좀 봐라! 이렇게 많이 오다니!)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닥치자 피해 지역 텍사스로 날아갔습니다. 하비가 상륙하기도 전에 현장에 도착해 점검 회의를 여는 등 부산을 떨었습니다. 자신을 보러온 관중 규모에 감격하는 발언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해 눈총을 받았습니다. 취임식 때도 참석자 수를 부풀려 말할 정도로 관중 규모에 집착하는 대통령다웠습니다. ‘turnout’(턴아웃)은 행사 참가자 수, 선거 투표율 등을 의미합니다.Your governor is working overtime to make sure that as soon as possible everybody can get back to normal.”(주지사가 여러분들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직전에 허리케인 샌디가 닥치자 선거 유세를 포기하고 뉴저지 등 피해 지역을 방문해 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당시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빛나는 조연을 담당했습니다. 당적이 다른 대통령과 주지사가 힘을 합쳐 일하는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국가 화합의 메시지가 전해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공적을 알리기보다 크리스티 주지사를 칭찬했습니다. ‘work overtime’은 직장인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야근하다’라는 뜻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13
    • 좋아요
    • 코멘트
  • 트럼프가 머그샷을 인상 쓰고 찍은 이유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We are making lemonade.”(전화위복이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머그샷을 찍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역사상 머그샷은 처음이라 ‘역사적’(historic)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머그샷 표정에 대해 ‘scowl’(스칼)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노려본다’라는 뜻입니다. 혹시 비웃는 ‘썩소’(smirk)를 날리지 않을까 했는데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분노의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머그샷 촬영 소감에 대해 “not a comfortable feeling”(불편했다)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찍기를 잘 했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머그샷 덕분에 지지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머그샷이 새겨진 머그잔, 티셔츠, 포스터 등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트럼프 캠페인 매니저는 기쁜 나머지 “우리는 지금 레모네이드를 만들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make lemonade’는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뒤에 ‘out of lemons’가 생략된 것입니다. 레모네이드는 새콤하고 맛있습니다. 반면 레몬은 시고 맛이 없습니다. 재수 없게 풀량품을 사는 것을 ‘lemon’이라고 합니다. 레몬에서 레모네이드를 만든다는 것은 불운을 행운으로 반전시킨다는 뜻입니다. 머그샷이 굴욕이 될 줄 알았지만 지지자를 결집하고 선거자금을 모으는 전화위복, 레모네이드가 된 것입니다.머그샷의 ‘머그’(mug)는 ‘얼굴’(face)의 비속어입니다. 원래 ‘mug’는 ‘강도질하다’라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I was mugged”이라고 하면 “강도를 당했다”라는 뜻입니다. 머그샷은 신원 확인용으로 범죄자의 얼굴을 찍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 역사에는 각종 범죄에 연루돼 머그샷을 찍은 유명인들이 많습니다. 머그샷의 주인공들을 알아봤습니다.I want the public to know that alcohol was not involved. What happened was an unexpected reaction to prescribed medications.”(이번 사고가 술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대중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처방약의 예상치 못한 반응 때문이었다)골프선수 타이거 우즈는 자동차와 관련이 깊습니다. 인생의 고비마다 꼭 자동차 사고가 등장합니다. 2009년 플로리다 집 근처에서 우즈가 탄 캐딜락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이 소화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불륜 사실을 알고 골프채를 휘두르며 쫓아오는 아내를 피하려다가 사고를 낸 것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많은 여성과 불륜관계였음을 시인하고 7억 5000만 달러(900억 원)의 위자료를 주고 이혼했습니다.우즈가 처음 머그샷을 찍은 것은 8년 뒤입니다. 2017년 그가 탄 메르세데스 벤츠가 플로리다 집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우즈는 차 안에서 잠든 채로 발견됐습니다. 그는 사고 원인을 묻는 경찰에게 횡설수설했습니다. DUI 혐의로 체포돼 머그샷 촬영대 앞에 섰습니다. 반쯤 감긴 눈, 덥수룩한 수염 등 우즈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머그샷의 파장을 우려한 우즈는 구치소에서 풀려나자마자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고 원인이 음주가 아닌 처방약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DUI는 흔히 ‘음주운전’으로 해석되지만, 포괄적으로 ‘영향 하의 운전’(Driving Under the Influence)을 말합니다. 음주, 약물 등 운전을 해치는 모든 물질(substance)의 영향 아래에서 운전했을 때 DUI 혐의가 적용됩니다.우즈의 옹색한 변명에 “술보다 처방약이 이미지 손상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음주건 처방약이건 운전할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우즈는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머그샷 사건 이후 정신을 차렸다고 고백했습니다. 4년 뒤 또 한 번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202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현대 제네시스를 타고 가다가 나무를 들이받고 목숨을 위태로울 정도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번에도 관심사는 음주 약물 복용 여부였습니다. 경찰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술을 마신 흔적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There is no question that I’ve done wrong. But I did not break the law.”(내가 잘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머그샷을 찍는 심각한 순간에 웃는 사람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18명 중 4명은 웃는 얼굴로 머그샷을 찍었습니다. ‘smiling mug shot’(미소 머그샷)은 대개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다는 제스처입니다.가장 유명한 미소 머그샷의 주인공은 불륜의 아이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입니다. 불륜이 발각돼 대선 도전을 포기한 그는 내연녀와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선거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2011년 기소됐습니다. 잘생긴 외모에 여성 팬이 많았던 에드워즈 의원은 머그샷을 찍을 때도 공들여 손질한 머리에 환한 미소를 날려 화제가 됐습니다.미소를 지은 이유에 대해 “무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there is no question that’은 ‘질문의 여지가 없다’ ‘전적으로 맞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불륜이라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을 한 것은 전적으로 맞지만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법 재판보다 더 무서운 여론 재판에서 용서받지 못했습니다. 대중은 그의 머그샷 미소에 “cheesy smile”이라는 별명을 붙이며 조롱했습니다. ‘cheesy’(취지)는 ‘치즈 맛이 나다’ ‘느끼하다’라는 뜻입니다. 데이트할 때 상대의 환심을 사려고 남발하는 ‘느끼한 작업 멘트’를 ‘cheesy pick up line’이라고 합니다. 에드워즈 의원은 정계를 은퇴하고 변호사로 전업했습니다.I’m just a patsy!”(나는 봉이다)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머그샷은 미국인들에게 유명한 이미지입니다. 그의 머그샷에 적힌 ‘54018 11 23 63’이라는 숫자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건번호 54018이고, 머그샷을 찍은 날짜가 1963년 11월 23일이라는 의미입니다.이 사진은 오스왈드의 첫 머그샷이 아닙니다. 케네디 암살 4개월 전 뉴올리언스에서 쿠바를 지지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다가 체포돼 머그샷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첫 머그샷에서 매우 긴장된 모습이었던 그는 두 번째 머그샷은 훨씬 중대한 죄목임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일부 음모론자들은 오스왈드의 범행이 아니라고 주장할 때 그의 머그샷 표정을 이유로 대기도 합니다.오스왈드는 머그샷을 찍으러 댈러스 경찰서 복도를 지나갈 때 “나는 ‘patsy’(패치)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태리어 ’pazzo’(미친)에서 유래한 ‘patsy’는 쉽게 이용당하는 사람, 즉 ‘봉’을 말합니다. “I’m nobody’s patsy”라고 하면 “나는 누구의 봉도 아니다” “나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라는 뜻입니다. 오스왈드가 말한 뒤 ‘patsy’는 최고의 화제어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가 이 단어를 썼는지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문을 남긴 채 그는 머그샷을 찍은 다음 날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잭 루비의 총격을 받고 사살됐습니다.명언의 품격Mug shot makes a good mug shot.”(내 머그샷이 찍힌 머그잔에 먹어서 맛도 좋다)여배우 제인 폰다가 최근 틱톡에 이런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mug shot’이라는 단어가 두 번 등장합니다. 커피머신에 머그잔을 대고 커피를 추출하는 사진과 함께 올린 메시지입니다. ‘shot’(샷)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사진 한 방’이라는 뜻도 있고, ‘음료 한 잔’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폰다가 들고 있는 머그잔에 해답이 있습니다. 50여 년 전 폰다의 머그샷이 찍혀있는 머그잔입니다.폰다는 지금은 할머니 역할을 많이 맡는 배우지만 1960~70년대에는 베트남전 반대 운동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1970년 폰다는 반전 행사 참석을 위해 클리블랜드 공항에 내렸다가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불법 약물 소지 혐의였습니다. 그녀의 소지품을 뒤지던 경찰은 봉투에 담긴 수상한 알약을 발견했습니다. 봉투에는 각각 ‘B’ ‘L’ ‘D’라는 알파벳이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모종의 암호가 적힌 알약들을 불법 약물로 판단하고 폰다를 체포해 머그샷을 찍었습니다.폰다는 경찰 조사에서 알약은 마약이 아니라 비타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식후 섭취하기 때문에 ‘B’은 ‘Breakfast’(아침용), ‘L’은 ‘Lunch’(점심용), ‘D’는 ‘Dinner’(저녁용)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래도 믿지 못한 경찰은 약물 성분 조사까지 의뢰하는 법석을 떤 끝에 비타민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반전 운동을 주도하는 그녀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약물 혐의를 조작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폰다의 틱톡 메시지는 자신의 머그샷이 찍힌 머그잔이라서 커피 맛도 좋다는 의미입니다.폰다의 머그샷은 두 가지 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첫째, 주먹을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주먹을 쥔 최초의 머그샷입니다. 이후 폰다처럼 주먹을 쥔 유명인들의 합성 머그샷 사진이 유행했습니다. 둘째, 폰다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헤어스타일입니다. 어두침침한 머그샷 조명과 폰다의 남성적이고 정리되지 않은 듯한 샤기컷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여성들 사이에 유행 스타일로 거듭났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좁은 수족관에 50년 넘게 갇혀있는 미국 범고래 ‘롤리타’가 최근 세상을 떠났습니다. 롤리타는 마이애미 수족관의 최고 인기 마스코트였습니다. 하지만 수족관에 갇혀 관광객을 위해 고래쇼를 선보이는 것은 고단한 삶이었습니다. 수족관은 내년에 바다에 풀어주기로 했지만, 그동안 건강이 나빴던 롤리타는 고향에 돌아가기도 전에 숨을 거둔 것입니다. 롤리타 귀향 운동을 벌였던 동물보호단체 PETA의 추모사입니다.Lolita was denied even a minute of freedom from her grinding 53 years in captivity,”(롤리타는 갇혀있던 53년의 고된 삶에서 단 1분의 자유로 허락되지 않았다)‘grind’(그라인드)는 ‘갈다’라는 뜻입니다. 재료를 잘게 부수는 기구를 ‘그라인더’라고 합니다. 주방 용어 같지만 폭넓게 쓰는 단어입니다. 특히 직장에서 많이 씁니다. 흔히 미국의 직장 문화를 ‘grind culture’라고 합니다. ‘뼈를 갈 정도로 고된 곳’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직장은 끊임없는 자기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요구받습니다. ‘grind’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저속한 의미로 ‘hustle’(허슬)도 많이 씁니다. ‘office grind’ ‘office hustle’은 직장인들의 치열한 일상을 말해주는 단어들입니다. 수족관은 지난 50년 동안 롤리타에게 직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훈련과 쇼를 반복하는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grindin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일찍 풀어줬더라면 롤리타가 자유롭게 살다가 눈을 감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말한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3월 29일 소개된 미국의 증오 범죄에 관한 내용입니다. 팬데믹 때 미국의 아시아인들은 증오 범죄에 노출됐습니다. 이유 없이 물리적 언어적 폭력의 대상이 됐습니다. 2021년 3월 애틀랜타의 아시아 스파에서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8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중 6명은 아시아계였고, 3명은 한국계였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나란히 애틀랜타를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2021년 3월 29일자오랫동안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은 “모델 마이너리티”(모범 소수인종)로 불려왔습니다. 주류 사회에 가장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조성된 반(反)아시아 정서가 최근 발생한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서 보듯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It’s the coronavirus, full stop.”(코로나바이러스다, 얘기 끝)조 바이든 대통령은 애틀랜타를 찾아 “증오와 폭력을 멈춰야 한다”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다”라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우한바이러스” “차이나바이러스” 등 아시아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을 비판하는 겁니다. 마지막에 “full stop”(풀스톱)이라고 하면 “얘기 끝”이라는 뜻입니다. 토를 달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방금 한 말을 강조하고 싶을 때 씁니다.No matter how you want to spin it, the facts remain the same.”(경찰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몰아가던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공을 회전시킬 때 “스핀을 건다”고 합니다. 특정 방향으로 스토리를 ‘몰아가다’ ‘각색하다’라는 뜻으로도 씁니다. 정치에서 언론 플레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켜 ‘spin doctor’(스핀 닥터)라고 합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인종 대상 범죄가 아닌 개인의 성범죄 쪽으로 스핀을 걸려고 하자 아시아계가 발끈했습니다. 조지아주 최초의 아시아계 주 하원의원인 비 응우옌 의원이 한 말입니다. 아시아계를 겨냥한 범죄가 확실하다는 것입니다.There are moments in a country’s history that chart its course for the future. For Asian Americans, that moment is now.”(한 나라의 역사에서 미래를 결정짓는 순간들이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는 바로 지금이 그런 순간이다)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아시아계 배우들도 나섰습니다. 한국계인 샌드라 오는 피츠버그에서 영화 촬영을 하던 중 규탄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했던 한국계 대니얼 대 김은 워싱턴으로 날아가 하원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chart a course’는 원래 해양 용어입니다. ‘바다에서 배가 나아갈 진로를 정하다’라는 뜻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06
    • 좋아요
    • 코멘트
  • 영농 정착 지원사업 혜택 70% 늘어나

    청년농 위한 내년 정부 예산 큰 폭 상승 영농의 꿈을 키우는 청년 농부들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 청년의 농업 진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사업들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청년 농업인 주요 지원사업의 2024년 예산안을 초기소득, 농지, 자금, 주거 분야별로 나눠 소개한다. △초기소득=청년 농부들의 고민은 영농에 뛰어드는 초기 일정 기간 소득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 시기에 결혼해 가정을 꾸미는 청년 농업인이 많으므로 불안한 소득은 가족 전체의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창업 초기 소득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최장 3년간 월 최대 110만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인기 높은 영농정착지원사업의 예산은 올해 551억 원에서 내년 943억 원으로 392억 원이나 증액 편성됐다. 7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영농정착지원사업 선발 규모도 2023년 4000명에서 2024년 5000명으로 확대된다. △농지=청년 농업인에게 공급 가능한 농지 물량이 내년부터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공공임대(1875ha→2500ha), 농지매매(320ha→380ha), 임차임대(538ha→1250ha), 선임대후매도(20ha→40ha), 청년창업형 스마트농업단지(6ha→40ha) 확대를 위한 예산이 반영됐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 농업인의 농지 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농지매입자금의 지원단가 상향(ha당 2억5400만 원→2억6700만 원) 예산도 반영됐다. 이를 위한 ‘맞춤형 농지’ 전체 예산은 올해보다 3836억 원 증가한 1조2413억 원으로 편성됐다. △자금=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파머스펀드’의 조성액 확대를 위한 예산이 증액 편성(135억 원→160억 원)됐다. 유망한 청년 농업법인에 대한 펀드 지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 농업인에 대한 우대보증을 지원하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정부 출연금도 300억 원이 증액 편성됨에 따라 보증 지원도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거=농촌 지역 청년의 주거 부담 완화를 지원하는 ‘청년농촌보금자리조성 사업’ 예산이 큰 폭으로 확대 편성됐다. 조성사업 지구가 전국 4곳에서 8곳으로 늘었다. 사업 예산은 48억 원에서 152억 원으로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청년들의 안정적 농촌 정착에 더욱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 분야에서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할 수 있는 주요 예산들이 확대 편성됨에 따라 청년들의 영농 진입과 정착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00종 키우는 젊은 여성 농부 “K다육이 해외에서 인기 높아요”

    세종시 금남면에 있는 식물원에는 20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것은 모두 다육식물이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중부권 최대 규모의 다육 농장이다. 식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선 현란한 색감에 놀라게 된다. 초록색, 빨간색, 흰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의 다육식물이 2100㎡(약 636평)에 달하는 스마트팜 농장에 끝없이 펼쳐져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농장의 주인이 올해 27세의 젊은 여성 농업인이라는 점이다. 채민정 대표는 주변에서 ‘다육이 엄마’로 통한다. 그녀도 이 별명이 싫지 않다. “2000여 개의 다육이를 다 구별할 수 있느냐”란 질문에 채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다육은 사계절이 다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배 특성상 ‘얼굴’이 수시로 바뀝니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어느 종이 어느 종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일 다육이들과 지내니까 각각의 이름과 특징을 구별하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다육(多肉)은 사막, 높은 산 등 건조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생존을 위해 줄기 잎 뿌리 등에 많은 물을 저장한다. 물을 포함하고 있어 외관이 통통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다육식물로는 선인장이 있다. ‘가시가 있으면 선인장, 가시가 없으면 다육식물’이라는 구분법이 통용되기도 한다. 이 식물원에서 자라는 다육식물은 개당 5000원에서 3000만∼5000만 원의 고가 품종까지 다양하다. 1만 원 이하의 품종이 인기가 높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키우는 다육식물은 크게 수출용, 인터넷 판매용, 일반 판매용으로 나뉜다. 가장 매출이 큰 것은 수출용이다. 지난해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70%에 해당하는 2억8000만 원은 수출에서 나왔다. 수출의 80∼90%는 미국이 차지한다. 나머지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한국산 다육식물은 해외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예쁘기 때문입니다. 온도 습도 바람 등 국내 기후 여건이 좋아서 모양이 예쁘고 색깔이 선명해서 키우는 재미가 큽니다.” 요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관상용으로 다육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육 애호가들이 말하는 가장 큰 장점은 “키우기가 쉽다”라는 것이다. 1개월에 1번 정도 물을 주면 된다. “그렇다고 관심 주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적당량의 햇빛과 바람에 노출시켜 줘야 합니다. 그러면 10년까지 갈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낮에 광합성을 해서 만들어놓은 산소를 밤에 내뿜기 때문에 산소가 풍부한 곳에서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침실에 다육식물을 놓으면 좋습니다. 2년마다 분갈이를 해주면 됩니다.” 채 대표의 오전 시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다육식물의 생육 상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인터넷용 사진 촬영, 웹사이트 관리, 포장 배송도 해야 한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국내용 웹사이트와 영문 웹사이트를 병행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 고객들의 질문에는 영어로 응답한다. 요즘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들어오는 주문도 많다. 다육식물 포장 배송은 여러 과정을 거친다. “화분과 흙은 배송하지 않습니다. 일단 주문이 들어오면 다육을 화분에서 분리해 말립니다. 일주일 정도 충분히 말려줘야 오염 걱정이 없습니다. 말린 다육을 휴지로 단단하게 포장해 박스에 넣어 배송합니다. 수출용은 식물 검역을 받아 검역증을 발급받고, 수출 서류를 작성합니다.” 재배, 마케팅, 배송 등 모든 업무를 채 대표 혼자 담당한다. 다른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도와주기도 하지만 주요 사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채 대표 몫이다. 또래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힘든 줄 모르는 것은 이곳이 어머니의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채 대표의 어머니는 국내 1세대 다육 전문가다. 바람꽃 다육식물원을 처음 만들었고, 50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온라인 다육 카페를 운영하다가 올해 초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채 대표는 그동안 아픈 어머니를 도우며 식물원 업무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세종시 청년농업인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현재 2개 동으로 구성된 바람꽃 다육식물원은 규모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이달 말쯤 600여 평 규모의 새로운 농장이 완공된다. 채 대표는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거창한 포부를 밝히기보다는 내실 있게 키워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다육식물을 알리고 소통하는 것이 꿈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9-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배우자의 ‘이 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After many meaningful and difficult conversations, we have made the decision to separate.”(힘들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헤어지기로 했다)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부가 ‘Big D’를 결정했습니다. ‘빅D’는 ‘Divorce’(이혼)을 말합니다. 인생에서 큰 결정이기 때문에 ‘빅D’로 통합니다. 부부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별거를 발표했습니다. 결혼 18년만입니다.이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양쪽이 협상을 통해 만족할만한 결과에 이르는 ‘합의 이혼’이 있습니다. ‘amicable divorce’라고 합니다. ‘amicable’(어미커블)은 ‘원만한’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혼을 ‘contested divorce’라고 합니다. ‘contest’(컨테스트)는 ‘겨루다’라는 뜻입니다. 트뤼도 총리 부부는 별거 글을 ‘after many meaningful and difficult conversations’로 시작했습니다. ‘conversation’(대화)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는 합의 이혼’이라고 밝히고 들어가는 겁니다. 이혼 소송으로 가면 결혼 생활의 추한 단면들이 들춰지게 됩니다. ‘air dirty laundry in public’이라고 합니다. 감추고 싶은 더러운 빨랫감이 공중에 나부끼는 장면을 상상하면 됩니다.선출직 지도자에게 이혼은 치명적입니다. ‘divorce is a career killer’(이혼은 경력을 죽인다)라는 불문율이 존재합니다. 유권자들은 이혼 딱지가 붙은 후보에게 표를 주는 데 인색합니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이름뿐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합니다. 트뤼도 총리처럼 이혼을 결정하는 지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혼과 관련된 지도자들을 알아봤습니다.It didn’t work out, and we divorced.”(결혼은 잘 안 풀렸고, 그래서 우리는 이혼했다)미국은 이혼한 대통령이 나오기 쉽지 않은 사회 분위기입니다. 특히 재임 중 이혼은 꿈도 꾸기 힘듭니다. 이혼 경력을 가진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도널드 트럼프 등 2명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오기 전까지 이혼 경력이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1940년 할리우드 배우 시절에 여배우 제인 와이먼과 결혼했다가 9년 만에 이혼했습니다. 1980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이혼 경력이 화제가 됐지만 30년 전 일이고, 당시 그의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해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의 이혼 경력은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다”라는 의견이 80%를 넘었습니다.레이건 대통령은 이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자서전에 나오는 한 줄이 유일합니다. 미국인들은 이혼할 때 듣기 좋게 “our marriage didn’t work out”(우리 결혼은 잘 안 풀렸다)이라고 합니다. ‘work out’(워크아웃)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운동하다’라는 뜻도 있고, ‘일이 잘 풀리다’라는 의미로도 씁니다. 한국에서는 ‘신용 회생’의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이혼 사유는 와이먼은 남편이 배우협회(SAG) 회장을 맡는 등 정치 야망을 품은 것이 불만이었고, 레이건은 자기보다 더 인기 높은 아내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이혼에 관해 얘기하지 않은 것은 와이먼 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계속 결혼한 상태였다면 퍼스트레이디가 될 수도 있었고, 이혼에 대한 가십성 보도도 많았지만 와이먼은 침묵했습니다. 한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t’s not because I’m bitter. But it’s bad taste to talk about ex-husbands and ex-wives”(불쾌하기 때문이 아니다. 전부인 전남편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악취미이기 때문이다).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것은 헤어진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America has lost a great president. And a great, kind and gentle man.”(미국은 위대한 대통령을 잃었다. 그리고 위대하고 다정하고 상냥한 사람을 잃었다)Can I still be in this marriage without becoming unrecognizable to myself - twisted by anger, resentment, or remoteness? The answers were always yes.”(내가 나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분노, 억울함, 단절감에 의해 비뚤어지지 않은 채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언제나 대답은 ‘예스’였다)빌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결혼을 ‘marriage of convenience’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치적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편의적 결합’이라는 것입니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이후 힐러리 장관은 “왜 이혼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습니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성추문을 일으킨 남편과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이 되려는 야망 때문이라는 비판입니다. 그때마다 힐러리 장관은 모범 답안을 내놓았습니다. “I still love him.”(아직도 그를 사랑한다)가장 솔직한 대답은 2017년 자서전 ’What Happened’(무슨 일이 있었나)에서 나왔습니다. 2016년 대선 실패의 원인은 분석한 책에서 힐러리 장관은 ‘twisted’(비뚤어진)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부정한 배우자 때문에 받은 마음의 상처를 말합니다. 자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비뚤어진 마음에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자문했을 때 “그렇다”라는 답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장관의 마음고생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This is still a free country, ladies and gentlemen.”(여러분, 미국은 아직 자유 국가입니다)이혼 때문에 커리어가 망가진 인물로는 넬슨 록펠러 뉴욕 주지시가 있습니다. 석유왕 존 D 록펠러를 할아버지로 둔 록펠러 주지사는 5명의 자녀를 두고 첫 부인과 32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다가 1962년 이혼했습니다. 친구 부인인 마가리타 여사와 재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혼 이듬해 이들은 재혼했습니다.록펠러 주지사가 1964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이혼과 재혼 사실이 선거 공약보다 더 큰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친구 부인과 재혼하기 위해 30년 결혼 생활을 끝낸 그를 민심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출마 선언 직후 선두를 달리던 지지율은 사생활이 알려지면서 급락했습니다.록펠러 주지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습니다. 연단에서 “미국은 아직 자유 국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사생활을 정치와 분리해 봐달라는 메시지였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습니다. 객석에서 야유가 터졌습니다. 야유는 주로 록펠러 주지사의 경쟁자이자 강경 보수론자인 배리 골드워터 후보 진영에서 나왔습니다. 야유가 너무 커지자 록펠러 주지사는 “연설을 끝낼 수 있도록 5분만 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연설을 일명 ‘Boo Speech’(야유 연설)이라고 합니다. 가까스로 연설을 끝낸 록펠러 주지사는 곧바로 후보 사퇴를 선언했습니다.명언의 품격요즘 캐나다에서 “트뤼도 데자뷔”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이혼이 아버지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이혼과 묘하게 겹친다는 의미입니다. 부자 모두 재임 중에 이혼을 발표했습니다. 이혼은 아버지 쪽이 훨씬 빠릅니다. 결혼 6년 만에 갈라섰습니다.피에르 트뤼도 총리는 언론인, 노동운동가, 교수 등을 거쳐 1968년 48세에 총리에 올랐습니다. 40대의 미혼 훈남 총리의 탄생은 “트뤼도 마니아”라는 팬덤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여성 팬들이 환호했습니다. 취임 3년 후 그는 29세 연하인 마거릿 여사와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마거릿 여사는 22세로 막 대학을 졸업한 뒤였습니다.행복한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마거릿 여사는 자유분방한 삶을 원했습니다.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혼자 외출하고, 외국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격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퍼스트레이디로서 품위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으면 이렇게 말했습니다.I want to be more than a rose in my husband‘s lapel.”(나는 남편 양복 옷깃에 꽂힌 장미 이상이 되고 싶다)‘lapel’(르펠)은 양복 옷깃을 말합니다. 꽃 한 송이를 꽂는 것을 ‘a flower on the lapel’이라고 합니다. 파티에 잘 차려입고 간다는 의미입니다. ‘트로피 와이프’(성공한 중장년 남성이 보상으로 얻은 젊고 아름다운 아내)는 되기 싫다는 마거릿 여사의 독립선언으로 유명해진 발언입니다.하지만 독립선언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출됐습니다. 뉴욕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클럽에 드나들고 파티를 즐겼습니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영화배우 잭 니콜슨, 가수 믹 재거 등과 염문을 뿌렸습니다. 1977년 마거릿 여사의 요구로 트뤼도 부부는 별거를 발표했습니다. 별거 당시 6세였던 아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014년 자서전에게 부모의 이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I knew, even then, that the demands imposed by the life my parents were leading affected them far more than the ordinary stress of parenthood,”(내 부모가 살던 방식의 부담이 일반 부모의 스트레스보다 훨씬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당시의 어린 나도 알 수 있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발생한 하와이 산불이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습니다. 미국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습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큰 수고를 하는 것은 “firefighters and first responders”라고 불리는 소방대원과 응급구조대원입니다. 이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심은 대단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와이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자리에서 이들의 노고를 위로했습니다.They put themselves in harm’s way to save lives.”(그들은 인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in harm’s way’는 바이든 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입니다. 연설할 때 “I pray for our troops who serve in harm’s way”(위험한 전쟁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끝을 맺습니다. ‘harm’은 ‘피해’ ‘위험’을 말합니다. ‘in harm’s way’는 ‘피해를 볼 수 있는 길’ ‘위험을 만나는 길’을 뜻합니다.‘put in harm’s way’는 ‘위험한 길에 놓다’ ‘위험에 빠뜨리다’라는 뜻이 됩니다. 소방대, 응급구조대 등 산불 구조요원들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in harm’s way’의 반대말은 ‘out of harm’s way’가 됩니다. ‘위험에서 빠져나오다’라는 의미입니다. 소방요원이 화재 현장에서 구경꾼들에게 “Get out of harm’s way”라고 외칩니다. “위험하니까 빨리 멀리 떨어져라”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5월 6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결혼 생활에 관한 내용입니다.▶2019년 5월 6일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할 때 옆자리를 지키는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 무표정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길 때가 많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최근 49세 생일을 맞았습니다. 평소 보디랭귀지를 보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와이프 생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보겠습니다.I can’t think of anybody I’d rather have.”(그 사람보다 더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낼 수 없다)공교롭게도 멜라니아 여사 생일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가 백악관을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아베 총리 환영 만찬과 멜라니아 여사 생일 파티를 따로 할 수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원샷’에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아베 총리 부부가 당신 생일 만찬에 참석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멜라니아 여사의 대답입니다. ‘I can’t think of’ 다음에 ‘anybody’ ‘anything’ 등이 나오면 ‘최고의 선택’이라는 뜻입니다.I better not get into that because I may get in trouble.”(더는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 곤경에 처할 수도 있으니까)지난해는 어땠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바빠 아내 생일 선물을 사지 못했다고 고백하더니 곧 입을 다물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이 얘기를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get into it’은 ‘그 얘기(it) 안으로 들어가다(get into),’ 즉 ‘어떤 주제에 관해 얘기를 시작하다’라는 뜻입니다.Melania is my rock and foundation, and I wouldn’t be the man I am today without her by my side.”(멜라니아는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바위이자 토대이고, 그녀가 내 곁에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돌출 행동을 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생일 축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지자들이 아내 생일 축하 글에 서명하는 캠페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 축하 글의 일부입니다. ‘my rock, my foundation’은 미국 부부들의 생일, 결혼기념일 때 단골 멘트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런 카드를 주고받는 것도 좋겠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8-30
    • 좋아요
    • 코멘트
  • “지옥은 네가 가라, 난 임기 채운다”는 미국 원로 정치인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Good bipartisan cooperation, uh….”(바람직한 초당적 협조, 어…)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돌처럼 굳어졌습니다. 국방수권법에 대한 기자회견 자리였습니다. 단상에 나와 막 얘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어”하더니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매코널 대표. 이런 마비 상태가 21초간 계속됐습니다. 옆에 있던 의사 출신의 존 바로소 상원의원이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Are you OK, Mitch? Should we just go back to your office?”(미치, 괜찮은 거야? 자네 사무실로 돌아갈까)매코널 대표는 부축을 받으며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12분 후 회복된 모습으로 다시 단상에 오른 그는 “괜찮다”라면서 기자회견을 이어갔습니다. “조금 아까 왜 그랬느냐” “의사 진찰은 받았느냐” “물러나면 후임 대표는 누가 될 것이냐”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대답하지 않았습니다.요즘 ‘octogenarian’(옥토지내리언)이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80대 나이’를 말합니다. ‘octo’는 ‘8’ ‘genarian’은 ‘10년대’를 말합니다. 예전 같으면 한참 전에 은퇴했을 나이인 80대 노장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octogenarian’ 단어도 함께 뜨는 것입니다. 매코널 대표, 얼마 전까지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의원,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의원, 미국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었던 앤서니 파우치 박사 등이 모두 80대 현역입니다. 물론 가장 유명한 ‘octogenarian’은 조 바이든 대통령입니다.매코널 대표는 올해 81세의 최장수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입니다. 어린 시절 앓은 소아마비로 걸음이 부자연스럽고 자주 넘어집니다. 이번 마비도 낙상 사고의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며칠 후 매코널 대표가 참석한 행사에서 일부 청중들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retire, retire”(은퇴해, 은퇴해). 이전부터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아온 그는 앞으로 이런 구호를 훨씬 자주 듣게 될 것입니다. 미국에는 매코널 대표처럼 고령에 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은퇴 압력을 받은 노장 정치인들을 알아봤습니다.I see people. My attendance is good. I put in the hours. So I‘m rather puzzled by all of this.”(나는 사람들을 만난다. 출석률도 좋다. 매일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이 모든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최근 미 의회 조사에 따르면 이번 회기 상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65세로 역대 최고령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연령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올해 90세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입니다. 상하원을 통틀어 최고령 현역 의원입니다. 파인스타인 논란이 나올 때마다 꼭 등장하는 단어는 ‘mental acuity’입니다. ‘정신적 명민함’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직무 수행이 힘들 정도로 정신이 맑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한때 캘리포니아가 배출한 유능한 정치인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지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올해 대상포진 때문에 의회에 장기 불출석해놓고 그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주도해 만든 법을 기억하지 못해 옆 사람에게 묻습니다. 반대 의견을 내야 하는 연방 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갑자기 “내가 참석한 가장 훌륭한 청문회”라고 칭찬을 퍼부어 동료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눈총을 샀습니다. ‘aye’(찬성) ‘nay’(반대) 표결에서 엉뚱한 발언을 해서 제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내년에 끝나는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물러나라는 요구가 높습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사퇴 압력에 대해 “puzzled”(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역구 활동, 의회 출석률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put in the hours’는 시간(hours)을 쏟아붓는다(put in)는 뜻으로 ‘열심히 일하다’라는 의미입니다. 그녀 보좌관의 말이 유명합니다. “Diminished Feinstein is better than a junior senator.”(노쇠한 파인스타인이 경력 짧은 상원의원보다 낫다). 경험과 연륜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You can tell them to go to hell. I‘m serving my term out.”(꺼지라고 해. 임기를 끝까지 채울 거야)최고령 기록은 100세까지 상원의원을 지낸 스트롬 서먼드 의원이 가지고 있습니다. 100세 기록은 전무후무한지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생일 파티까지 열어줬습니다. 93세에 상원의 요직인 군사위원장을 맡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정신노동 강도가 높은 자리여서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보청기 사용을 거부한 서먼드 위원장은 의원들의 발언을 듣지 못해 회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무질서한 위원회’라는 오명을 쓰자 동료 의원들은 그를 몰아내려는 ‘쿠데타’까지 모의했지만 실패했습니다.언론도 나섰습니다. 내셔널리뷰는 “please Strom, step down”(제발 물러나 줘, 스트롬)이라고 간청하는 사설을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다른 언론도 동참했습니다. 이에 대한 서먼드 의원의 대답입니다. ‘serve out’은 임기, 형기 등 정해진 기간을 모두 채운다는 뜻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구를 위해 봉사하도록 선출된 것이기 때문에 임기를 마치겠다는 것입니다. 한 상원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For his last ten years, Thurmond didn‘t know if he was on foot or on horseback”(서먼드 의원은 마지막 10년 동안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 ‘not know if afoot or on horseback’은 ‘걷는지 말을 탔는지 모른다’라는 것으로 ‘완전한 혼란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도 2003년까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습니다.I won’t resign while there‘s a breath in my body, until we get a Democratic President.”(숨이 붙어있는 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대통령을 맞을 때까지)상원의원과 함께 단골 사퇴 표적이 되는 것은 연방 대법관입니다. 암 투병 중에도 법정을 지켰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다수 대법관들은 심각한 병이 있어도 물러나지 않습니다. 종신직이라는 의식이 확고합니다. 유명한 사퇴 사례는 37년간 봉직한 최장수 윌리엄 더글러스 대법관입니다. 그는 뇌졸중으로 한쪽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다녔습니다. 심한 신경통으로 몇 시간씩 진행되는 재판에 계속 앉아있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의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방청석에서 탄식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법관들끼리는 사퇴 압력을 넣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고 동료 대법관들은 그에게 은퇴해 휴식을 취할 것을 공개적으로 권했습니다. 물러나기를 거부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더글러스 대법관을 포함한 진보 진영이 5 대 4로 박빙의 우세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만약 물러나면 공화당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임명해 판결의 방향의 바뀌게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사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민주당 대통령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야만 후임으로 진보 대법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5년 4시간반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가까스로 2시간을 버틴 뒤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다음날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직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I am unable to shoulder my full share of the burden”(더이상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짊어질 수 없다). 사퇴 후 건강이 호전되자 다시 과거처럼 출근해 업무를 수행하려고 했습니다. 대법관들이 “당신은 이제 대법원의 일원이 아니다”라고 뜯어말려야 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인한 망각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명언의 품격은퇴 압력을 받는 정치인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빠지지 않습니다. 내년 대선 출마에 대한 여론은 반대가 찬성보다 높습니다. 단임 대통령으로 끝냈으면 하는 것이 대다수 미국인들의 바람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백악관에 초청한 자리에서 섭섭한 마음을 이렇게 드러냈습니다. 올해 74세의 애스트로스팀 감독에게 한 말입니다. “People counted you out, saying you were past your prime. Hell, I know something about that.”(사람들은 당신을 제외하고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했지. 제기랄, 나도 그런 기분을 안다)바이든 대통령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노년층을 만날 때 즐겨 인용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 노병 참전용사들을 만났을 때 인용한 구절입니다. 야구선수 사첼 페이지의 명언입니다.How old would you be if you didn’t know how old you were?”(당신이 자기 나이를 모르는데 당신 나이가 얼마겠느냐?)바이든 대통령이 사첼 페이지를 좋아하는 것은 나이를 장애물로 여기지 않는 끝없는 도전 정신 때문입다. 페이지는 불혹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습니다. 흑인 리그에서 활동하다가 42세에 아메리칸리그에 입단해 47세까지 활동했습니다. 은퇴했다가 1966년 59세에 다시 등판했습니다. 연금 수령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 3이닝을 던져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기자들이 “그 나이에 놀랄만한 일이다”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는 본인의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사첼 페이지는 명언이 많은 야구선수입니다. “Age is a case of mind over matter. If you don’t mind, it don’t matter”(나이는 실체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당신이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없다), “Don’t pray when it rains if you don’t pray when the sun shines”(게임이 잘 풀릴 때 기도하지 않으면 잘 안 풀릴 때도 기도하지 말라), “Work like you don’t need the money.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Dance like nobody’s watching.”(돈은 상관없는 것처럼 일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춤춰라) 실전 보케 360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한판 붙었습니다. 재임 시절 두 사람은 앙숙이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의 탄핵소추를 이끌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미친 낸시”라고 불렀습니다, 잠잠하다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 전복 혐의로 법정에 출석하자 펠로시 의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He’s got to face the music.”(그는 비난받아 마땅하다)‘face’는 ‘얼굴’이지만 동사를 쓸 때는 ‘대하다’ ‘직면하다’라는 뜻입니다. ‘music’은 ‘음악’입니다. ‘face the music’은 ‘음악을 대하다’라는 뜻일까요. 그건 아니고 ‘비난을 감수하다.’ ‘책임을 지다’라는 뜻입니다. 옛날 군대에서는 전쟁에 패하거나 명예롭지 못한 행동을 한 군인을 북을 쳐서 추방하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유래해 ‘face the music’은 ‘비난을 감수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됐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5월 13일 소개된 워런 버핏의 교훈입니다. 인생에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은 힘든 결정을 내릴 때 어떻게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2019년 5월 13일자“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진다.” 이런 말 들어보셨죠.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The older, the wiser.”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어른이 돼도 중요한 결정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입니다. 이럴 때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어떻게 할까요. 버핏이 들려주는 ‘힘든 결정 내리기’(making tough decisions)의 교훈입니다.We can afford to lose money. But we can't afford to lose reputation. Not a shred.”’(돈은 잃어도 된다, 하지만 평판은 안 된다. 절대)버핏 회장의 평소 지론입니다. ‘돈이냐, 평판이냐’가 걸린 결정이라면 돈을 잃는 쪽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평판을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평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not a shred’(결코)라는 했습니다. ‘shred’는 길게 자른 ‘조각’을 말합니다. ‘not’과 함께 써서 ‘한 조각도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는 뜻이 됩니다. 버핏 회장이 투자하는 원동력은 바로 ‘신뢰할 만한 투자가’라는 평판을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라고 합니다.How would you feel about any given action if you know it is to be written up the next day in your local newspaper?”(내가 내린 결정이 다음 날 신문에 실릴 것을 안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 버핏 회장은 신문 애독자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마음속으로 ‘신문 테스트’를 한다고 합니다. 신문이 객관적인 제삼자의 시각에서 그 결정에 관해 어떤 기사를 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판단을 내리기 전에 다시 한번 숙고하게 될 것입니다. 신문이 비판할 만한 결정은 아예 처음부터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People often subscribe to the outer scoreboard.”(사람들은 외부 득점판에 신경을 쓴다)버핏 회장은 ‘신문 테스트’ 외에 ‘득점판’(scoreboard)을 그려본다고 합니다. 내 결정에 대해 다른 사람이 내리는 평가는 ‘외부 득점판’(outer scoreboard)입니다. 반면 결정이 내가 세운 기준에 부합될 때 느끼는 만족감과 성취감은 ‘내부 득점판’(inner scoreboard)입니다. 사람은 외부 득점판에 과도하게 신경을 씁니다. 버핏 회장은 젊은 시절 아버지로부터 내부 득점판을 중시하라는 충고를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8-26
    • 좋아요
    • 코멘트
  • 대통령이… 육두문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He has a potty mouth.”(그는 욕을 잘 해)유쾌한 성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를 훤히 드러내고 웃는 적이 많아 ‘Big Grin’(활짝 웃음)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실없는 농담으로 딱딱했던 주변 분위기를 푸는 재주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두 얼굴’이라는 것. 지인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고 합니다.그의 성질은 상대를 가리지 않습니다. 낮은 직급의 직원이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측근이든 바이든 대통령의 불같은 화를 감수해야 합니다. 백악관 회의 때 대통령의 질문에 우물쭈물하고 대답하지 못하면 극한의 분노 멘트가 날아옵니다.뉴욕타임스,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화가 날 때 주로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Why the fuck isn’t this happening?”(제기랄, 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거야), “Goddammit, how the fuck don’t you know this?”(젠장, 이것도 모르냐), “Don’t fucking bullshit me!”(헛소리하지마)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을 “potty mouth”라고 부릅니다. ‘potty’(파티)는 ‘유아용 변기’ ‘화장실’을 말합니다. ‘potty mouth’는 ‘지저분한 입’을 말합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분노가 ‘일’에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는 별로 화를 내는 일이 없습니다. 분노는 대통령 통치력의 중요한 변수입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가 분노를 적절히 다스리지 못하면 국민은 불안합니다. 화를 잘 내는 것으로 유명했던 리더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You ought to be ashamed of yourself for jumping on my wife.”(내 아내를 들먹거리다니 창피한 줄 알아라)흔히 빌 클린턴 대통령을 가리켜 “mother of all tempers”라고 부릅니다. ‘모든 성질의 어머니’ ‘성질계의 지존’이라는 뜻입니다. 그의 성격이 유명해진 것은 1992년 민주당 대선 후보 TV 토론 때였습니다. 아칸소 주지사로 전국적인 지명도가 없던 클린턴 대통령이 생방송 TV에서 벌컥 화를 내자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부인 힐러리 클린턴 여사의 변호사 사업거래를 비판하는 경쟁 후보에게 “감히 내 아내를 들먹거려”라고 흥분해 토론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습니다.재임 시절에는 주로 기자들에게 화를 냈습니다. 이름을 날리는 기자라도 클린턴 대통령의 분노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ABC 방송 명앵커 피터 제닝스는 모니카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 때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가 면박을 당했습니다. 퇴임 후에도 불같은 성질을 버리지 못해 불편한 질문을 던진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 기자에게 “너는 네가 똑똑한 줄 알지”라며 흥분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욱하는 성격에 대해 “폭력과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양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분노가 언제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라고 고백했습니다.You don’t know a goddamn thing you’re talking about.”(빌어먹을, 당신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역시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합니다. 클린턴 부부가 한번 싸우면 백악관이 들썩거렸다는 것이 워싱턴의 전설입니다. 힐러리 장관의 성격은 젊은 시절부터 유명했습니다. 법대 졸업 후 의회의 닉슨 대통령 탄핵 조사위원회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위원장이 사석에서 결혼 상대인 클린턴 대통령을 깎아내리자 폭발했습니다. “goddamn”(제기랄)이라며 대들고 문을 탕 닫고 나가버렸습니다. 위원장은 당돌한 초짜 직원 힐러리가 괘씸했지만, 워낙 일을 잘해 해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힐러리 장관의 분노는 백악관 안주인 시절 절정에 달했습니다. 당시 리언 패네타 백악관 비서실장에 따르면 그녀의 별명은 ‘screamer’(고함을 지르는 사람). 직원들은 힐러리 장관으로부터 지적을 당할까 봐 노심초사였습니다. 클린턴 대통령 직속 부하들에게까지 “당신들이 무능해서 내 남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험한 말로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거치면서 성격이 부드러워졌습니다.I don’t give a shit what happens.”(어떻게 되든 상관없어)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의 모든 대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했습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 이 사실이 탄로 나자 녹음테이프를 공개하라는 압력을 받게 됐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공개를 거부하다가 테이프 속 민감한 부분들을 대거 삭제한 문서본 형태로 공개했습니다. 많은 비속어가 삭제됐지만, 분노와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닉슨 대통령의 이상 성격이 대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대화 속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측근들에게 워터게이트 조사에 응하지 말도록 지시하는 내용입니다. “I don’t give a shit”는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shit’ 대신에 ‘damn’을 쓰기도 합니다. 이밖에 “Jewish cabal”(유대인 도당), “fucking academics”(빌어먹을 지식인들), “goddamn Ivy Leaguers”(망할 놈의 아이비리그 출신들) 등 특정 그룹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민심은 등을 돌렸습니다. 3개월 후 테이프 원본을 공개하라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났고, 그로부터 1개월 후 닉슨 대통령은 사임했습니다.명언의 품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화를 내지 않는 지도자였습니다. 화를 낼 일이 있어도 통제했습니다. ‘anger-deficit’(분노 결핍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정도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분노 통역자 ‘루터’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분노 통역자(anger translator)는 화가 나는 오바마 대통령의 속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대변인입니다. 무대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참석한 기자들에게 고맙다”라고 인사했습니다. 이 말을 루터는 이렇게 통역했습니다.Hold on to your lily white butts.”(흰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어)‘lily-white’(릴리화이트)는 ‘백합처럼 희다’라는 뜻입니다. 흑인을 “negro”라고 부르는 것이 경멸의 의미인 것과 마찬가지로 백인을 “lily white”이라고 부르면 조롱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백악관 기자들은 대부분 백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 기자들에게 유쾌한 인사말을 건넸지만 실은 “lily white”이라고 부르고 싶었다는 유머입니다. 백인 기자들의 잔치인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온 흑인 대통령의 복잡한 속마음이 담겨 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이 좀처럼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것은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angry black man’(성난 흑인 남성)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성난 흑인 남성의 이미지에 부합되면 안 된다는 자각이 그를 화를 낼 줄 모르는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of My Father)에서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잘 웃고 갑자기 위험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흑인 청년을 좋아한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체득했다”라고 고백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직한 부하였지만 지금은 사이가 틀어진 마이클 펜스 전 부통령. 그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로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연방대배심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 결과 전복 모의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기소장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를 번번이 거부했고, 이번 사실들을 특검 측에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펜스 부통령은 적입니다. 최근 한 행사에서 연설을 마친 펜스 부통령에게 트럼프 지지자가 이렇게 외쳤습니다.You are a sellout!”(이 배신자야!)‘sell’은 ‘팔다’라든 뜻이고, ‘out’은 ‘완전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sellout’(셀아웃)은 ‘다 팔다,’ 즉 ‘완판’이라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완판’ ‘매진’은 ‘sold out’(솔드아웃)입니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 매진된 것은 수동형이기 때문에 ‘sold out’을 써야 합니다. ‘sell out’은 이것저것 다 팔고 나중에는 자신의 믿음까지 파는 사람, 즉 ‘배신자’를 말합니다.남북전쟁 때 남군이 북군에 동조하는 남부인을 가리켜 “sellout to the devil”(악마에게 영혼을 판 배신자)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sellout”이라고 불린 적이 있습니다. 일부 흑인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하더니 백인 편을 든다면서 “sellout”이라고 비난했습니다. ‘sellout’은 ‘traitor’(트레이터)와 같은 뜻입니다. 야유자는 펜스 부통령을 먼저 “traitor”라고 부른 뒤 한 번 더 약을 올리려고 “sellout”이라고 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야유자에게 “헌법을 읽어봐라”라고 응수했습니다. 자신은 헌법에 명시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승자로 인증했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9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에 관한 내용입니다. 화를 잘 내는 것으로 치자면 트럼프 대통령을 따를만한 리더가 없습니다.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책 제목이 ‘Rage’(분노)일 정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지수가 최고치에 달했던 때는 2020년 대선입니다. 개표 초반에 앞서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패색이 짙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상태는 점점 불안해졌습니다.▶2020년 11월 9일 PDF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좋아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의 트윗 메시지를 보면 상대를 칭찬하는 내용보다 막말과 조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일 트윗 메시지들을 추적했습니다. 패배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지수 상승이 트위터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How come every time they count Mail-In ballot dumps they are so devastating in their percentage and power of destruction?”(아니 어떻게 무더기 우편투표를 개표할 때마다 엄청난 파괴력으로 득표율을 뒤흔드는 거냐)트위터 세계에 ‘meltdown’(대폭발)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분노의 트윗을 쏟아내는 것을 말합니다. 개표가 우편투표 쪽으로 옮겨가면서 초반 상승세가 확 꺾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 대폭발이 시작됩니다. ‘how come’은 ‘아니 어떻게’ ‘왜’라는 뜻으로 불만을 나타낼 때 씁니다.WHAT IS THIS ALL ABOUT?”(이게 대체 뭐 하는 짓들이야)‘all-caps tweeting’(전체 대문자 트위팅)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습관입니다.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쓰는 겁니다. 대문자는 읽는 사람의 주목도를 확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문자 트윗을 올렸습니다. ‘지금 분노가 최고치에 달했구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The damage has already been done to the integrity of our system.”(우리 시스템의 진실성이 훼손됐다)한바탕 분노를 쏟아낸 뒤 평정이 찾아옵니다. 지지자들의 이성에 호소할 때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자신의 어휘 범위에서 벗어난 ‘integrity’ ‘system’ 등의 단어들을 쓰면서 선거 부정을 주장합니다. 이제 법을 통해 상황을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8-19
    • 좋아요
    • 코멘트
  •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어디에 있을까[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Ocean temperatures are like stepping in a hot tub. They just topped 100 degrees, 100 degrees.”(바다 온도가 마치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는 것 같다. 100도를 넘었다) 지구가 뜨겁습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폭염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바다 온도가 뜨거운 욕조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화씨 100도, 즉 섭씨 38도의 수온이 놀라운지 두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top’을 동사로 쓰면 ‘넘어서다’ ‘그 이상이다’라는 뜻입니다.한국과 단위법이 다른 미국은 기온, 체온을 화씨(F)로 씁니다. 요즘 “triple digit hot”(트리플 디짓 핫)이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화씨 기온이 심리적 저항선인 세 자리 숫자, 즉 100을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덥기로 소문난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남쪽 주들은 ‘트리플 디짓’ 고지를 넘어선 날들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쿨링 센터’ ‘쿨링 스테이션’ 등으로 불리는 폭염 대피소입니다. 미국 가정의 에어컨 설치율은 80~90%, 중앙식 에어컨은 60% 이상으로 매우 높지만, 요즘처럼 에어컨을 온종일 틀어도 부족할 때는 너도나도 대피소로 피난 가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미국은 폭염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미 역사상 악명 높았던 폭염을 알아봤습니다.Let’s not blow it out of proportion.”(사태를 과장하지 말자)1995년 7월 시카고에 사상 최악의 더위가 몰려왔습니다. 가장 더운 날 최고기온이 43도. 체감온도는 55도에 육박했습니다. 폭염 기간은 4일 정도로 짧았지만, 사망자는 739명에 달했습니다. 하루 200명꼴입니다.시카고 당국은 늦장 대처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긴급대책을 수립해 놓았지만, 폭염 기간 절반이 지난 후에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방서는 구급차 구조 인력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무시해 집마다 시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경찰은 노약자 전담 부서가 있는 데도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자들은 처음에는 재난 사태가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재난인 것은 맞지만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미시간으로 휴가를 떠난 리처드 데일리 시카고 시장에게 비난이 집중됐습니다. 빨리 복귀하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휴가 일정을 채웠습니다. 돌아와서는 “어느 동네에나 문제는 있다. 문제를 과장하지 말자”라고 주장했습니다. ‘blow’(부풀리다)와 ‘out of proportion’(비율에서 벗어나게)을 합쳐 ‘과장하다’라는 뜻입니다. 시카고 폭염에 관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의 대부분은 독거노인으로, 에어컨이 없는 주택에 살면서 폭염 속에 창문도 열지 않고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다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 지역은 우범 지역이라서 문을 열어놓았다가 범죄의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한 것이었습니다. ‘범죄의 공포’가 ‘더위의 공포’보다 컸던 것입니다. 폭염 대책을 세울 때 사회 계층별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Let It Burn’ fire policy is a cockamamie idea.”(타게 놔두는 산불 대책은 바보 같은 아이디어다)미국에는 63개의 국립공원(National Park)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요세미티, 그랜드 캐니언을 많이 찾는 반면 미국인들은 옐로우스톤을 좋아합니다. 옐로우스톤은 가장 먼저 생긴 국립공원입니다. 이곳 방문객들은 불에 탄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1988년 대화재의 흔적입니다. 그해 여름 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을 제외한 미 전역에 화씨 90도(섭씨 32도) 이상의 무더위가 20일 이상 계속됐습니다. 건조한 날씨 때문에 옐로우스톤에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북서쪽 크라운뷰트 산의 나무 한 그루에 떨어진 벼락으로 시작된 불씨는 옐로스톤 전체 면적의 36%에 해당하는 3200㎢를 태우는 미 국립공원 역사상 최대 산불 피해로 기록됐습니다. 옐로우스톤 화재 전까지 미국 국립공원 정책은 산불이 나면 놔두는 ‘let it burn’(불타게 하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옐로우스톤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동식물들이 위태롭게 되자 “왜 그냥 두느냐”라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내무부 장관을 불러 긴급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산불을 그대로 두는 정책을 “cockamamie”(카커미미)라고 비난했습니다. 프랑스어 ‘decalcomania’(데칼코마니야)에서 유래한 ‘cockamamie’는 ‘바보 같은’ ‘타당치 않은’이라는 뜻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대대적인 진압을 지시했습니다. 소방관 9000명, 군인 4000명이 투입됐습니다. 수백 대의 헬기가 물과 발화지연재를 공중 살포했습니다.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3억 달러(3800억 원)가 투입된 옐로우스톤 화재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산불 진압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6월에 시작된 산불은 9월 옐로우스톤에 첫눈이 내리면서 잦아들었고 11월이 돼서야 꺼졌습니다. 이후 옐로우스톤을 비롯한 국립공원 정책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산불은 규모, 날씨, 위험도 등을 고려해 일정 구역 내에서 타도록 놔두고,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은 적극 진압하고 있습니다.Goodbye, Death Valley,”(잘 있거라, 데스밸리여)지구상에 가장 더운 곳은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는 데스밸리의 ‘퍼니스 크릭’(Furnace Creek)이라는 곳입니다. ‘furnace’가 ‘용광로’라는 뜻이어서 매우 적절한 이름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요즘 이곳이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퍼니스 크릭 방문객센터에서 온도계를 사서 인증샷을 찍느라 바쁩니다. 1913년 7월 10일 이곳에서 측정된 화씨 134도(섭씨 56.7도)는 세계기상기구(WMO)가 공식 인정한 지구 표면의 최고 온도입니다. 올해 데스밸리의 최고기온은 7월 16일 화씨 128도(섭씨 53.3도)로 1913년 기록에 못 미칩니다.데스밸리가 더운 것은 지형적 요인 때문입니다. 바다 표면보다 낮을 정도로 매우 깊은 협곡이어서 바람이 통하지 않고, 더위를 식혀줄 만한 식물과 나무가 자랄 수 없는 환경입니다, 데스밸리의 돌과 바위에서 내뿜는 열기 또한 대단합니다. 1912년 퍼니스 크릭에 기온 측정 기구가 설치됐고, 이듬해 최고기온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설치된 온도계는 화씨 135도까지 계측할 수 있었는데 그것보다 1도 낮은 온도였습니다. 왜 이곳의 이름이 ‘Death Valley’(죽음의 협곡)일까요. 더위와는 관계없습니다. 1849년 겨울 샌프란시스코에 금광을 찾으러 가는 개척자들이 이곳을 지나갔습니다. 파유트 인디언의 공격을 받은 개척자들은 마차를 불태우고 협곡 아래쪽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인디언이 지나가자 가까스로 협곡을 기어 나온 개척자들은 뒤를 돌아보며 “잘 있거라, 죽음의 협곡이여”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개척자들이 탔던 마차의 모형이 데스밸리 기념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이 개척자들을 가리켜 “Lost 49ers”(로스트 포티나이너스)라고 합니다. ‘길을 잃은 1849년의 개척자들’이라는 뜻입니다.명언의 품격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위기를 이겨내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리더십으로 유명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업적은 농업 분야입니다. 루즈벨트와 농사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는 ‘더스트볼’(Dust Bowl) 기근 사태를 해결한 대통령입니다.미국의 곡창지대인 로키산맥 동쪽의 대평원(Great Plains) 지역은 우묵한 그릇(bowl) 모양의 분지입니다.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네브래스카, 캔자스 등이 속한 이 지역은 모래바람(dust)이 잘 분다고 해서 ‘dust bowl’이라고 불렸습니다. 1930년대 이곳에 화씨 110도(섭씨 43도)에 달하는 폭염이 몰아닥쳤습니다. 폭염은 가뭄을 동반했고. 대평원의 땅들은 쩍쩍 갈라졌습니다. 이 지역은 남북전쟁 이후 과잉 경작돼서 땅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대평원 농민의 빈곤한 삶은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의 1935년 작품 ‘이주민 어머니’(Migrant Mother)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루즈벨트 대통령은 도시의 실업자 문제만큼 농촌 기근 사태도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농촌을 돌아본 그는 1936년 9월 일명 ‘더스트볼 연설’로 불리는 노변정담(fireside chat)에서 농촌 지원 대책을 밝혔습니다. 농민들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감정이 잘 드러난 명연설입니다. I shall never forget the fields of wheat so blasted by heat that they cannot be harvested.”(더위에 타들어 가 수확할 수 없게 된 밀밭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활용도가 높은 단어 ‘blast’(블래스트)는 ‘터뜨리다’라는 뜻입니다. ‘have a blast’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라는 뜻입니다. ‘laugh blast’는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blasted by heat’은 ‘열에 터지다’ ‘타들어 가다’라는 뜻입니다. 루즈벨트 행정부는 농토의 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농법을 소개하고, 풍식을 막기 위해 2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쉘터벨트 프로젝트를 벌였습니다. 농민들이 땅을 잃지 않도록 모기지 대출의 편의를 봐줬습니다. 1939년 농민들의 삶이 안정 궤도에 들어서자 루즈벨트 대통령은 글로벌 무대로 진출해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항마로 기세 좋게 출발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선 캠페인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비용 문제로 캠프 인력의 3분의 1을 감축하더니 최근에는 보좌관이 나치 문양이 그려진 홍보 영상을 제작 유포했다가 해고됐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강력한 ‘원톱’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노예제 교육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근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시로 플로리다 교육위원회는 ‘흑인들은 노예제도 덕분에 기술을 배우는 혜택을 입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교육 지침을 의결했다가 흑인 사회는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DeSantis, the guy is asleep at the switch.”(디샌티스, 그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나 브래자일이라는 흑인 민주당 선거 전략가는 ABC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디샌티스 주지사를 비판했습니다. ‘asleep’은 ‘자고 있는’이라는 뜻입니다. ‘switch’는 ‘스위치’입니다. ‘asleep at the switch’는 ‘스위치에서 자고 있다’가 됩니다. 철도가 주요 교통수단이던 시절에 생겨난 단어입니다. 선로 교체 임무를 가진 철도원은 계속 주의를 집중하고 있어야 열차가 탈선하지 않습니다. 만약 자고 있다면 큰 사고가 발생합니다. ‘asleep at the switch’는 ‘주의 의가 산만한’ ‘둔감한’이라는 뜻입니다. ‘asleep at the wheel’을 써도 똑같은 뜻입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인종차별적 교육 정책을 내놓을 정도로 둔감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고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31일 소개된 날씨에 관한 내용입니다. 폭염 때문에 날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날씨에 관한 영어를 알아두면 미국인과 만났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스몰 토크(잡담) 소재로 날씨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2018년 7월 31일미국에서 일기예보를 열심히 보는 한국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날씨와 관련된 표현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날씨 영어’(weather English)를 모르면 미국인과의 대화에 끼기 힘듭니다.Dog days of summer.”(폭염 시즌)폭염은 ‘extreme heat’이라고 합니다. 폭염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는 점에서 ‘heat wave’라고도 합니다. 올해 미국 영국 일본의 폭염이 얼마나 대단한지 위키피디아에 새로운 항목이 생겼습니다. ‘2018 North American heat wave’ ‘2018 British Isles heat wave’ ‘2018 Japan heat wave’입니다. 한국도 덥지만 ‘2018 Korea heat wave’라는 항목은 아직 없습니다. 몹시 더운 날을 ‘dog day’라고 합니다. 더위가 절정인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를 ‘dog days of summer’라고 합니다. ‘Dog Day Afternoon’(한국명 ‘뜨거운 오후’)이라는 1975년 할리우드 영화도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오후에 벌어지는 은행 강도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더운 날씨를 ‘dog’(개)에 비유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dog star’(천랑성)에서 유래했습니다. 천랑성은 ‘시리우스’로 불리는 가장 빛나는 별을 말합니다. 이 별이 태양과 일직선이 되면 큰 더위가 찾아온다고 합니다.Drizzle to downpour.”(미약하게 시작해 대사건으로 발전하다)물난리가 날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를 가리켜 ‘downpour’(다운푸어)라고 합니다. 시원하게 내리다가 금방 그치는 소나기는 ‘shower’(샤워)입니다. 가늘게 내리는 부슬비는 ‘drizzle’(드리즐)이라고 합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대사건을 ‘drizzle to downpour’라고 합니다. 눈도 마찬가지입니다. 쏟아지는 눈은 ‘downpour’ 또는 ‘down pouring snow’라고 합니다. 한동안 쏟아지다가 그치는 눈은 ‘snow shower’입니다. 비 눈 우박 등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들을 총체적으로 ‘precipitation’(강하)이라고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8-12
    • 좋아요
    • 코멘트
  • 청년농을 위한 자금 활용하세요

    농사에 미래를 걸고 뛰어드는 청년들에게 최대 고민은 ‘돈’이다. 여유 자금이 없고, 어디서 어떻게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지 정보가 부족하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청년농부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정부 주도 자금은 농식품 모태펀드,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 등 크게 3가지다. 농식품 모태펀드는 정부 자금을 기초로 민간 자본을 유치하며 민관 공동으로 출자하는 투자 펀드(자펀드)를 결성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농식품 경영체에 투자하는 제도다. 청년농업인 전용으로는 ‘영파머스 펀드’ ‘직접투자 펀드’가 있다. 영파머스 펀드는 1차 농산업에 종사하거나 농축산물 가공·유통 등으로 융·복합화를 추진하는 농식품 경영체 중 대표자가 만 49세 이하인 경영체 또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이나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 등에 선정된 경영체에 투자한다. 2020년 100억 원 규모로 최초 결성한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05억 원, 2023년 152억 원을 추가로 결성해 현재까지 총 4개 462억 원의 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직접투자 펀드는 민간투자 유치가 어려운 청년농, 스타트업 등을 위해 2022년 결성됐다. 기존의 재무 성과, 수익성 위주의 민간투자 방식에서 탈피해 사업성, 영농 의지가 우수한 청년농 등에게 투자한다. 생애 첫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청년농 등에게 최대 2억 원의 사업 자금을 담보 없이 투자한다.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은 융자, 교육을 지원해 청년농업인의 영농 정착을 유도하고 영농 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만 4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을 지원하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되면 별도의 신청 없이 후계농업경영인 지원사업도 연계해 지원받는다. 올해 영농정착 지원사업에는 4000명이 선정됐다. 대출은 선정 후 5년까지 지역농협 단위조합에서 할 수 있으며, 2023년부터 지원 한도가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되는 등 지원이 강화됐다. 농지, 시설의 설치 임차 비용뿐만 아니라 5000만 원 한도 내 농기계 구입비, 묘목 및 종자 구입비 등 운영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은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시설장비 및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시설물 자동 원격 제어 장치를 설치한 원예·축산분야 재배·생산 시설을 지원한다. 청년농업인의 경우 10억 원 이하는 전액 융자, 10억∼15억 원은 95%까지 융자받을 수 있다. 고정금리 1.0%로 5년 거치 20년 상환 조건이다. 스마트팜은 대규모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원금 상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해·화재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경영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한 구제가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스마트팜 종합자금은 재해 등으로 경영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할부 원금에 대해 1년간 유예(최대 3회)할 수 있도록 올해 6월부터 제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8-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마트팜 기술과 농산물 유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경기 김포시에 있는 농업법인 ‘그린’에서는 직원들이 서서 농사를 짓는다. 농사 하면 연상되는 쪼그리고 앉는 자세가 아니다. 그린이 개발한 실내 타워형 수직재배 시설은 기둥 형태의 프레임에 특수 배양액 등을 채워 식물이 가로로 뿌리내리도록 해서 양액 침전물이 고이지 않고, 농부는 불편한 자세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사에 필요한 지대 면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 권기표 대표(37)의 얘기다. 그린은 스마트팜 설비를 개발, 보급하는 회사다. 특허권이 있는 타워형 수직재배 시설 외에 발광다이오드(LED) 자동 거리조절 장치, 인공지능(AI) 영상 분석 솔루션, 자동 방제 로봇 서비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기술 등도 개발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무리 공들여 지은 농사도 유통 채널이 확보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린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스마트팜의 각종 인프라를 제공할 뿐 아니라 판로까지 제공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유통망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그린이 직접 수매해 판매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권 대표는 이를 ‘토털 솔루션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기술보다 영농 정착을 위한 완성된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산물 유통업체와 가공식품 업체들은 우수 품질 농산물의 안정적인 확보를 원합니다. 반면 청년농, 중소 농가는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고 소량이어서 유통업체들에 좋은 가격을 받고 판매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그린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팜을 설치한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여 음식 가공업체 등에 납품합니다.” 그린은 현재 30개 농가에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했고 39건의 계약건에 대한 시공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린이 매입한 농산물은 78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군부대 시설에 납품되고 있다. 부족한 공급량은 그린이 직접 작물을 재배해 채운다. 주로 재배하는 작물은 허브를 비롯한 16종의 신선 농산물이다. 과잉 공급되는 기존 농산물은 피하고, 공급이 일정하지 않거나 신선도가 중요한 작물 위주로 생산한다. “스마트팜 솔루션으로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작물들을 곳곳에서 매입해 종류를 늘리니 판매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농가의 수확량을 예측할 수 있고, 전체 생산량의 공유도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도·소매 유통단계를 생략해 가격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린의 비즈니스는 제품과 서비스 판매라기보다 공동영농 모델에 가깝다.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한 뼘의 농지도 없이 농사에 뛰어든 권 대표는 “청년 농업인과 중소 농가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은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지만 농부와 함께 웃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웃음이라는 콘셉트는 회사 이름에도 반영돼 있다. 농업법인 그린은 ‘웃다’라는 의미의 ‘grin’과 ‘환경’을 뜻하는 ‘green’이 합쳐진 신조어 ‘griin’이다. 권 대표는 환경친화적 농업에 종사하고 싶어서 2016년 30세의 나이에 그린을 창업했다. 요즘 20대 초반에 뛰어드는 청년 농부들에 비하면 늦은 셈이다. 처음에는 임대농으로 잎채소를 키웠다. 회전식, 고정식, 이동식, 다단베드 등 다양한 재배 방식을 시험해봤지만 설비 구입, 유지 보수에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에 생산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스마트팜 시설을 직접 개발한 것이다. “요즘 스마트팜이 대형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좁은 공간의 스마트팜도 필요합니다. 각 농업인의 사업 규모 및 예산에 맞춰 평당 10만 원대 설비에서부터 평당 300만 원대의 예산이 들어가는 식물공장 수준의 스마트팜까지 다양하게 설치할 수 있습니다.” 권 대표는 “창업 초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준비한 초기자금은 기술 개발을 하면서 금방 소진됐고 인력은 부족했다. 경영자로서 얼마나 금융과 기업 운영에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창업했는지 매일 느꼈다. 이럴 때 그린의 미래를 보고 투자자들이 손길을 뻗쳤다. 지금까지 기관 및 개인으로부터 유치한 투자액은 누적 35억여 원에 이른다. 하이트진로, MYSC, 코맥스 벤처러스, 더인벤션랩 등이 투자했다. 첫 기관투자가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는 신한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스퀘어브릿지서울’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에 침여해 그린을 협업 우수팀으로 선정한 후 지분투자 계약을 마쳤다. 그린은 2022년 중소농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인 매출액 45억여 원을 달성했다. 회사 경영 방식도 신세대적이다. 정규직원 25명은 직함 대신 ‘파트너’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대화할 때는 존댓말을 쓴다. 강압적 언행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자는 것이다. 권 대표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8-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미일 회담 하는 캠프데이비드가 어떤 곳이야?[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Camp David is where a president can be a human being again.”(캠프 데이비드는 대통령이 다시 인간이 되는 곳이다)다음 달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열립니다. 백악관이 아닌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다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캠프 데이비드는 메릴랜드주 산속에 있는 대통령 휴양시설입니다. 백악관에서 헬기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됩니다.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초청해 협상이나 담판을 벌일 때 자주 사용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정상을 이곳으로 초청했다는 것은 친한 사이라는 증거지만 다른 한편으론 협상의 구체적인 성과를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격식과 프로토콜(의전) 중심으로 돌아가는 백악관 회담과는 다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캠프 데이비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꿰뚫고 있어야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의 역사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를 이곳으로 불러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디데이(노르망디 상륙) 작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초청해 미소 관계개선, 데탕트를 논의했습니다. 이때 ‘the Spirit of Camp David’(캠프 데이비드 정신)라는 유명한 용어가 탄생했습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합의를 끌어낸다는 뜻입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넥타이를 풀고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캠프 데이비드를 좋아합니다. “대통령이 인간으로 돌아가는 곳”이라는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 켄 카치지안의 명언도 있습니다. 대통령들에게 “favorite place(애정 장소)가 어디냐”로 물으면 “캠프 데이비드”라는 답이 돌아온다는 것이 워싱턴의 정설입니다. 한국 대통령 방문에 앞서 캠프 데이비드를 알아봤습니다.You will be asked for your patience; for, the conflict will not be short. You will be asked for resolve; for, the conflict will not be easy. You will be asked for your strength, because the course to victory may be long.”(전쟁을 짧지 않기 때문에 인내가 요구된다. 전쟁은 쉽지 않기 때문에 결의가 요구된다. 승리의 길은 멀기 때문에 용기가 요구된다)9·11 테러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보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외부와 차단돼 테러 가능성이 적은 데다 백악관 못지않은 통신 시설이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무너진 뉴욕 무역센터 현장을 찾은 뒤 곧바로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전쟁 내각을 소집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미국을 공격하는 집단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한다는 테러와의 전쟁 계획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격 대상, 주변국 동참 여부를 두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끄는 비둘기파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주도의 매파가 치열하게 맞붙었습니다. 투표를 통해 1차 공격 대상은 아프가니스탄으로 결정됐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동맹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돌려 동참을 요청했습니다.국민에게 전쟁의 필요성을 알린 곳도 캠프 데이비드입니다. 부시 대통령은‘9·15 연설’로 알려진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인내(patience), 결의(resolve), 용기(strength) 등 3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연설 그 어디에도 ‘war’(전쟁)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conflict’(갈등)로 대체됐습니다.They looked so lonely.”(그들은 너무 외로워 보였다)캠프 데이비드는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 장소로도 활용됐습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입니다. 취임 후 첫 군사 프로젝트인 피그만 침공 사건이 실패하자 케네디 대통령은 위기에 몰렸습니다. 피그만 침공 사건은 쿠바가 공산화되자 미국 정부가 쿠바 망명자들을 훈련시킨 뒤 피그만에 침투시켜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려던 계획이었지만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만 계획 최초 수립자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정치적 성향도, 연령대도 너무 다른 두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났습니다.케네디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온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착륙장에서 맞았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상심한 케네디 대통령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두 대통령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캠프 데이비드 실내로 향했습니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앞을 향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두 손을 양복 주머니에 넣고 얘기하고 있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모자를 들고 뒷짐을 진 채 듣고 있습니다. 인생의 실패를 경험한 아들과 묵묵히 듣는 것으로 위로를 전하는 아버지의 모습 같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두 대통령의 쓸쓸한 뒷모습을 찍은 AP통신의 폴 바디스 기자는 이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사진 제목은 ‘Serious Steps.’(심각한 발걸음). 바디스 기자는 “그들은 너무 외로워 보였다. 세상의 모든 짐을 진 듯이 보였다”라고 촬영 순간을 전했습니다. What’s the point, we never win.”(무슨 소용이야, 우리는 이긴 적이 없는데)캠프 데이비드에서 심각한 회의만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재미있는 순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2012년 주요8개국(G8) 정상회의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습니다. 원래 개최 예정지는 시카고였지만 대대적인 시위가 예고되자 급히 캠프 데이비드로 바꿨습니다. 회담은 공교롭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같은 시기에 열렸습니다. 결승전에는 영국(첼시)과 독일(바이에른 뮌헨)이 맞붙었습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문제로 G8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던 중이었습니다. 아이패드로 득점 상황을 확인하던 독일의 축구광 앙겔라 마르켈 총리가 “이건 꼭 봐야 한다”라면서 회담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가 승부차기에 돌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회의 주최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당신도 보고 싶지 않으냐”라고 물었습니다. 모두 함께 시청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캐머런 총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what’s the point”는 “요점이 무엇이냐” “소용없는 일이다”라는 뜻입니다. 독일팀과 붙을 때마다 지는 영국의 징크스를 “we never win”이라고 한탄했습니다. 앞서 2010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기간에 열린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영국은 독일에 4 대 1로 대패한 전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옆방에서 들리는 경기 소리에 가장 먼저 뛰어간 것은 캐머런 총리였습니다. 다른 정상들도 줄줄이 그의 뒤를 따라 옆방으로 가서 TV 앞에 섰습니다.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한 것은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던 캐머런 총리였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차기에서 첼시는 바이에른 뮌헨을 4 대 3으로 이겼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메르켈 총리를 이렇게 약 올렸습니다. “It was extremely exciting. It is a privilege of the job to watch a penalty shootout in the presence of the German chancellor and win.”(흥미진진한 경기였다. 독일 총리 앞에서 승부차기를 관람하고 이겼으니 이 직업의 특전 아니겠는가)난데없는 축구 응원전이 펼쳐진 것은 일반 회담 장소가 아닌 캠프 데이비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루한 회의보다 스포츠 경기에 마음을 뺏기는 것은 세계적인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여준 일화입니다. G8 정상들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회담 모드로 복귀했다고 캐머런 총리는 전했습니다.명언의 품격모든 미국 대통령들은 중동 평화 정착을 최대 외교 과제로 내세웁니다. 대부분은 취임 후 현실 인식이 달라지면서 중동 문제를 포기나 현상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달랐습니다. ‘도덕 정치’를 외교의 영역까지 확장한 그는 유혈 충돌이 계속되는 중동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미국의 석유 이권을 도모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1978년 카터 대통령은 중동의 숙적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에게 캠프 데이비드로 와달라는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체류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open-end invitation’(무기한 초청장)이었습니다. 백악관이 아닌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것은 외부의 간섭 없이 끝장 토론을 하자는 의미였습니다.이집트-이스라엘 정상은 협상 테이블에서 앉기는 했지만, 양보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다른 정무를 옆으로 치워두고 협상을 중재했습니다. 나중에는 본인도 아예 캠프 데이비드에서 머물렀습니다. 협상이 고비에 달하자 카터 대통령은 두 정상을 남북전쟁의 현장 게티스버그로 안내했습니다. 미국의 유혈 내전 남북전쟁의 메시지를 중동 영토를 두고 싸우는 이들에게 전하려는 것이었습니다.중재자인 미국의 최대 무기는 지원이었습니다. 경제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두 정상은 섣불리 협상 테이블을 걷어찰 수 없었습니다. 꼼꼼한 베긴 총리와 통이 큰 사다트 대통령이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깨달은 카터 대통령은 최대한 실무자들이 협상을 진행하게 하고 두 정상은 마주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사다트 대통령은 영화를 58편 보고, 매일 캠프 데이비드 산에 오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1주일 정도로 예상됐던 회담은 13일이나 계속됐습니다. 9월 17일 2개의 부속 합의로 이뤄진 ‘캠프 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이 체결됐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Let history record that deep and ancient antagonism can be settled without bloodshed and without staggering waste of precious lives,”(아무리 뿌리 깊고 오래된 적대감이라도 귀중한 인명의 참혹한 낭비와 유혈 사태 없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사다트 대통령과 베긴 총리는 한 달 뒤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 협정은 중동 문제를 대화로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협정 체결 후에도 중동은 바람 잘 날이 없지만, 이집트와 이스라엘 관계는 양호합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중재력을 보여준 캠프 데이비드 협정은 오늘날에도 외교 분야뿐 아니라 비즈니스 거래 등에서 ‘협상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통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파랑새’를 버리고 알파벳 ‘X’를 새로운 로고로 채택했습니다. 트위터의 새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내린 결정입니다. X를 대화, 금융. 차량 호출, 오디오, 비디오 등 광범위한 기능을 갖춘 ’슈퍼 앱‘으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비전을 반영한 것입니다. 머스크가 알파벳 X를 좋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녀 이름도 ‘X’이고, 그가 소유한 우주개발 회사 이름도 ‘스페이스X’입니다. 머스크의 결정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명함 연락처에 트위터 파랑새 로고를 넣었던 사람들은 명함을 새로 바꿔야 할 판입니다. 트위터가 없어지면 ‘트윗’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될까요. 머스크에 따르면 “트윗을 올리다”라는 앞으로 “X를 올리다”라고 해야 합니다. 트위터가 어느 날 갑자기 X가 된 것은 아닙니다. 머스크는 꾸준히 트위터의 변신을 예고하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재스민 엔버그라는 유명 마케팅 분석가의 말입니다. The writing was on the wall.”(불안한 조짐은 있었다)‘writing’은 ‘글쓰기’ ‘글씨’를 말합니다. ‘on the wall’은 ‘벽 위’를 뜻합니다. ‘the writing on the wall’은 ‘벽 위의 글씨’라는 뜻은 아닙니다. ‘좋지 않은 기운’ ‘불행의 전조’를 말합니다. 좋지 않은 일이 닥칠 때는 사전에 기운이 감지되기 마련입니다. “I haven’t lost my job yet, but the writing is on the wall. My company just laid off 50 more people today”이라고 하면 “나는 아직 일자리를 잃지 않았지만, 불운이 감돈다. 회사가 50명을 추가 감원했다”라는 뜻입니다. 원래 성경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왕 벨사살(Belshazzar)이 잔치를 벌일 때 벽에 수수께끼 글자가 나타납니다. 멸망을 예고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이 글씨대로 왕은 죽고 나라는 멸망했습니다. ‘writing’ 대신에 ‘handwriting’을 써도 됩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직원을 대량 해고하고, 부분 유료화 정책 등 운영 방식이 바뀔 때부터 불길한 조짐은 있었다는 것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9월 16일 소개된 휴가 후 우울증 대처법입니다. 여름 휴가 시즌입니다. 산으로 바다로 휴가는 즐겁지만 돌아오면 우울해집니다. 휴가나 연휴를 즐긴 뒤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알아봤습니다.▶2019년 9월 16일자연휴 잘 보내셨나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에 복귀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여러 감정이 교차하겠지만 아마 착잡함과 우울함을 느끼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이런 감정을 ‘post-holiday blues’(휴가 뒤 우울)이라고 합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한국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인들도 연휴가 끝나고 찾아오는 이 찜찜한 기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고민합니다. It’s time to get back to the grind.”(이제 직장으로 돌아갈 시간이다)워싱턴 특파원 시절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갈 즈음 뉴스를 보니까 앵커가 이런 마무리 멘트를 날립니다. 직장이라면 ‘work’ ‘job’ 등의 단어를 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 ‘grind’(그라인드)는 ‘갈다’라는 뜻으로, 직장을 가리키는 속어입니다. 생산성 높기로 유명한 미국의 직장 문화를 가리켜 ‘grind culture’라고 합니다. 육체적 에너지든, 정신적 에너지든 모두 갈아버릴 정도라는 뜻입니다.What goes up, must come down.”(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다)유명한 격언입니다. 세상의 이치가 이렇다는 겁니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연휴 뒤 느끼는 우울함을 이 격언에 비유했습니다. 연휴나 방학이 되면 기대감과 즐거움으로 가득하죠. 하지만 이렇게 올라간 기분은 내려와야 합니다. 계속 높은 상태로 살 수는 없습니다. 이 전문가가 하고 싶은 말은 휴가 뒤 찾아오는 우울함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이라는 겁니다. 병리학적 우울증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Count your blessings.”(당신이 누리는 것들에 감사하라)휴가 뒤 우울한 감정은 누구나 느낍니다. 이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업무에 복귀해 열심히 일하다 보면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다시 돌아갈 일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휴가가 끝나서 힘들다고 엄살을 떠는 사람에게 적절한 충고입니다, 직역한다면 “네가 가진 축복을 세어 봐라”가 됩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8-05
    • 좋아요
    • 코멘트
  • 아이스크림 좋아하다 충치 생겨 일까지 미룬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The press said, ‘Well, was he unconscious?’ Unfortunately, no, I was wide awake.”(언론이 ‘그는 의식을 잃었느냐’라고 묻던데 미안하지만 아니다. 나는 정신이 또렷했다) 요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통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 치통은 아이스크림 등 단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얼마 전 치과 치료를 받느라 공식 일정을 줄줄이 연기했습니다. 대통령이 치료를 받으면 백악관은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보도자료에는 아픈 치아 번호(29번), 치료 방법(신경치료), 치료 장소(백악관 내 치과 수술실), 치료팀 이름(월터 리드 국군병원 대통령 치과팀), 치료 기간(이틀), 통증 수준(예상범위), 환자 반응(잘 이겨냈음) 등이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다음날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대통령 구강 건강에 대한 청문회 같았습니다. 마취 방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게 돼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부통령에게 권력이 승계됩니다, 기자들은 대통령이 얼마나 자주 이를 닦는지, 치실을 사용하는지 등 사소한 문제까지 캐물었습니다.치료를 마친 뒤 공식 행사에 나타난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은 내가 의식을 잃었는지 묻던데 나 멀쩡했거든”이라며 웃어넘겼습니다. 국부마취여서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be 동사 다음에 ‘awake’(깨어있는)가 나오면 ‘의식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면 앞에 ‘wide’를 넣으면 됩니다. 이럴 때는 ‘넓은’이라는 형용사가 아니라 ‘온전히’ ‘진짜’라는 부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간단한 치과 치료에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는 뉘앙스로 말했지만, 미국은 대통령의 건강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은 나라입니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건강은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권력자의 건강 문제를 일종의 접근금지 구역으로 보는 한국 문화와 크게 다릅니다. 미국 대통령은 정기 검진 기록에서부터 사소한 치과 진료 내역까지 모두 공개 대상입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키 몸무게는 물론, 혈압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 심박수까지 알 수 있습니다. 수술 경력, 복용 약도 가차 없이 드러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이라서 더욱 관심을 받는 것입니다. 건강검진 기록에 나타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건강상태를 알아봤습니다.Uncorrected visual acuity(distant and near) is 20/20 in both eyes.”(교정하지 않는 양쪽 눈의 원거리 근거리 시력은 모두 양호하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기간 8년 동안 4차례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올 A’급 검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많은 부러움을 산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시력입니다. 나이가 들면 시력이 약화하고 노안 증상을 겪기 쉽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55세 때인 2016년 건강검진 기록을 보면 교정하지 않은 원거리 근거리 시력이 모두 ‘20/20’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역대 대통령들이 대부분 시력 교정용 안경을 쓴 것과 대조적입니다. ‘20/20’은 ‘정상적인’ ‘양호한’이라는 뜻입니다. 안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넬렌 시력검사 도표에서 1.0에 해당하는 시력을 말합니다. 즉 정상 범위라는 뜻입니다. 시력검사뿐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20/20’은 자주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twenty twenty’라고 읽으면 됩니다. ‘‘예리한’ ‘정확한’이라는 뜻입니다. 미국에 ‘20/20’이라는 유명 시사 뉴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hindsight is 20/20’이라는 격언도 있습니다. ‘hindsight’(하인사이트)는 ‘뒤돌아보다’라는 뜻입니다. ‘뒤돌아보면 정확하다’라는 뜻으로 뒤늦은 깨달음을 한탄할 때 씁니다. What the heck, it was my last time.”(젠장, 마지막이었어)2001년 빌 클린턴 대통령 퇴임 일주일을 앞두고 마지막 건강검진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먹은 햄버거, 감자튀김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233까지 올랐습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177로 이전(134)보다 크게 올랐습니다.주치의는 “영양 불균형 식단, 이동 중 음식을 먹는 바쁜 일정, 긴 업무 시간, 운동 부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애써 태연한 척을 했습니다. ‘what the heck’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 ‘아이고, 나도 몰라’의 의미로 후회와 배짱이 뒤섞인 말입니다. “임기 마지막인데 뭐 어떠냐”라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명절 때 과식한 케이크를 탓하며 6개월 이내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에도 식습관을 고치지 못해 4년 뒤 막힌 심장 혈관을 대체하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았습니다. 2010년 2차 수술을 받은 뒤에야 채식주의자로 변모했습니다.The completion of the new White House swimming pool provides him with short intervals for relaxation.”(새로운 백악관 수영장의 완공은 대통령에게 짧은 휴식 주기를 마련해준다)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브리핑룸으로 가는 길목에 야외 수영장이 있습니다. “백악관에 웬 수영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외출하기 쉽지 않은 대통령 가족의 휴식처와 같은 곳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여사, 바버라 부시 여사 등이 즐겨 이용했습니다. 수영장을 만든 것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입니다. 재임 기간이 2년 6개월로 짧은 포드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백악관에 수영장을 만든 것이라는 농담까지 있습니다. 집에 수영장이 있을 정도로 수영광인 포드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백악관 수영장 건설 계획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전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한 터라 주변에서는 수영장 계획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뒤 만들라는 충고가 많았지만, 포드 대통령은 밀고 나갔습니다. ‘백악관 수영장 건설 태스크포스’가 꾸려졌습니다. 현재 금액으로 28만 달러(3억6000만 원)에 달하는 건설 예산은 세금이 아닌 사적 기부금으로 충당했습니다. 1975년 포드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길이 15m, 폭 6m의 수영장이 완공됐습니다.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은 가운을 벗고 수영복 차림으로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백악관 수영장은 포드 대통령 건강검진 기록에도 등장합니다. 업무 틈틈이 신체를 단련하는 데 수영장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반대를 뚫고 만든 수영장인만큼 잘 사용되고 있다는 홍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검진 기록에는 14분대에 수영장을 24바퀴 돈다는 포드 대통령의 주파 실력도 나옵니다.명언의 품격2016년 대선 유세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과로로 쓰러지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진영은 건강검진 기록을 공개했습니다. 36년째 트럼프 주치의를 맡고 있는 해럴드 본스타인 박사 명의의 4문단짜리 짧은 소견서였습니다.If elected, Mr. Trump, I can state unequivocally, will be the healthiest individual ever elected to the presidency.”(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역대 대통령직에 선출된 사람 중에 가장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다른 대통령들과 구체적인 비교 없이 “unequivocally” “healthiest” 등의 단어를 써서 트럼프 후보의 건강을 역대 최상급으로 평가한 것은 황당하다는 지적을 낳았습니다. 110/65 수준인 혈압에 “astonishingly excellent”(기가 찰 정도로 훌륭한)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과장된 수식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소견서는 정작 틀린 철자는 고치지 않았습니다. 편지 첫 문장에 흔히 등장하는 “To Whom It May Concern”(관계자분에게)을 “To Whom My Concern”이라고 잘못 썼습니다. 수준 미달인 본스타인 박사의 소견서에 “odd”(독특하다)라는 조롱이 잇따랐습니다. 어쨌든 소견서가 발표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이라고 행복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나중에 대통령 주치의 자리에서 밀려난 본스타인 박사는 소견서를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부르는 대로 받아쓴 것이라고 실토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백악관에서 코카인 마약이 발견됐습니다, 보수 진영은 과거 마약 복용 경력이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게 의심의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코카인이 발견되기 사흘 전부터 헌터 바이든을 포함한 바이든 대통령 가족이 백악관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가족 전체가 백악관에서 한참 떨어진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기자들이 헌터 바이든과의 연관성을 따져 묻자 잔피에어 대변인은 “무책임한 질문”이라고 쏘아붙인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I’ll just leave it there.”(이 정도에서 그만두겠다)‘leave’는 ‘떠나다’ ‘남겨두다’라는 뜻입니다.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에게 “don’t leave me”이라고 하면 “나를 떠나지 마” “나를 남겨두지 마”라는 뜻입니다. 잔피에어 대변인의 말에서 ‘it’는 ‘한창 진행되던 대화’를 말합니다. 대화를 거기에(there) 남겨두겠다(leave)는 것은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라는 것입니다. 할 얘기는 많지만 계속해봤자 상대를 이해시킬 수 없을 때 씁니다. 양측의 논쟁이 계속될 때 한쪽에서 “let’s leave it there”라고 하면 “이쯤하고 그만두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라는 것입니다. “leave it at that”(그 지점에 남겨두다)도 똑같은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19년 11월 18일 소개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에 관한 내용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대입, 낙태, 소수자 보호 등에서 보수적인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긴즈버그 대법관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020년 긴즈버그 대법관 타계로 대법원은 보수 우위 체제가 확실하게 굳어졌습니다. 투병 중에도 꼿꼿하게 법원을 지킨 긴즈버그 대법관은 일에 대한 열정, 소신 있는 발언, 젊은 감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법관으로 통했습니다.▶2019년 11월 18일 PDF최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이 암이 재발해 치료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언론에는 “조속한 회복을 바란다.”라는 글이 넘쳐나고, 그녀의 건강을 기원하는 격려 카드까지 발매됐습니다. 다섯 번이나 암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위로해주는 이들이 이렇게 많으니 그녀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 ‘진보의 아이콘’이자 말도 똑 부러지게 잘하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발언들을 모아봤습니다.I would remain a member of the Court as long as I can do the job full steam.”(전력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한 법원의 일원으로 남겠다)긴즈버그 대법관이 최근 연방대법원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법원의 일원으로 남겠다”라는 것은 “은퇴하지 않겠다”라는 다짐입니다. 현재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대법원 구도 속에서 자신마저 은퇴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산업혁명에서 유래한 ‘full steam’은 ‘전속력’ ‘전력’이라는 뜻입니다.All I ask of our brethren is that they take their feet off our necks.”(내가 남성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여성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우라는 것이다)긴즈버그 대법관이 좋아하는 명언이라고 합니다. 19세기 여성 운동가 사라 그림케가 한 말입니다. 상대의 목을 밟으면 숨을 못 쉬고 꼼짝 못 하게 됩니다. 여성을 옭아매는 사회적 억압을 ‘목을 밟고 있는 발’이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도 비슷한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시위대는 ‘get your knee off our neck’(흑인의 목에서 백인의 무릎을 치워라)’이라고 외쳤습니다. 사건 당시 백인 경찰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brethren’(브레드렌)은 남성 동지, 교우를 말합니다. 여기서 ‘brother’(형제)가 유래했습니다.For most girls growing up in the 40s, the most important degree was not your B.A. but your M.R.S.”(1940년대 성장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위는 대학 졸업이 아니라 결혼이었다)1940년대 대다수 미국 여성들의 인생 목표는 교육이 아닌 결혼이었습니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은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했고, 이후 가정과 사회생활을 훌륭하게 양립했습니다. 향학열은 어머니 덕분이었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최근 연설에서 “당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위는 대학 졸업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타이틀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B.A.는 Bachelor of Arts(학사 학위)를 말합니다. M.R.S.는 기혼 여성 칭호 Mrs를 철자 하나씩 또박또박 말한 겁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7-29
    • 좋아요
    • 코멘트
  • “농촌 살리고, 답례품도 받고”… 고향사랑기부제의 ‘힘’

    축구선수 손흥민, 방탄소년단(BTS) 제이홉, 전·현직 대통령…. 서로 다른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됐다.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그 기부금을 주민 복리 등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자는 세제 혜택과 지역 농축산물 등을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고향사랑기부제는 저출산·초고령화 심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로 인해 심각한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지방 재정 보완,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균형발전 도모 등을 위해 고향사랑기부금법이 2021년 10월 19일 제정돼 2023년 1월 1일 시행됐다.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한 개인에게는 10만 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가 세액 공제된다. 기부금액의 30%는 기부 포인트로 적립돼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합쳐 13만 원을 돌려받는다. 500만 원을 기부하면 80만 8500원의 세액공제와 150만 원 상당의 답례품으로 총 240만 8500원의 혜택이 주어진다.10만 원의 기부로 그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제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자체에는 지방 재정 보완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부가가치 창출 기회로 작용한다.온-오프라인 가입해 농촌 사랑 실천온-오프라인을 통해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행정안전부의 고향사랑e음 사이트(ilovegohyang.go.kr)가 운영되고 있다. 대면 납부를 원한다면 고향사랑기부제 지정 금융기관인 농협을 이용하면 된다. 전국 5900여 개 농·축협 및 농협은행 지점에 고향사랑기부제 수납창구가 열려 있다.기부자를 위해 다양한 금융 혜택이 제공된다. 농협은 1월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한 개인에게 최대 0.6%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NH고향사랑기부 예·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 판매액의 0.1%는 공익기금으로 적립돼 지역사회 발전과 농촌 지역 복지사업에 활용된다.NH농협카드는 4월 특화카드인‘zgm.고향으로’ 카드를 출시해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자에게 NH포인트 특별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NH농협생명 및 NH농협손해보험은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쌀, 샤인머스켓, 치즈 등 지역 특산물 수요 늘릴 기회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또 다른 매력이다. 관계기관들이 답례품 선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전국 243개 지자체는 지자체별 조례 제정을 통해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선정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만의 차별화된 답례품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표준 가이드라인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하는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60여 개의 지자체에 농·축협이 농·축산물을 답례품으로 납품하고 있다.경기 연천 전곡농협의 쌀, 충북 영동농협의 샤인머스캣, 전북 임실치즈농협의 치즈선물세트, 전남 담양축협의 대숲맑은한우세트,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귤로장생 등 다양한 지역 농·축협이 구성한 3만 원 상당의 특산품 선물세트가 답례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액 기부자를 위한 맞춤형 고급 선물세트도 있다.농촌 생활을 체험하고 싶은 기부자를 위한 체험형 답례품도 개발되고 있다. 농촌을 체험하면 농촌 지역에서 2·3차 소비를 창출할 수 있다. 농협의 팜스테이마을 등 특색있는 마을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콘텐츠 발굴을 통해 기부자의 농촌 지역 체류를 유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농협중앙회는 농·축산물 답례품 및 체험형 답례품을 개발 운영하는 농·축협을 지원해 농가의 소득을 늘리고 농촌을 더 활기차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향사랑기부제 알리기 총력전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관계부처, 지자체, 기관들은 홍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고향사랑기부금법’에 지정 근거를 마련한 뒤 대국민 공모를 통해 9월 4일을 국가기념일 ‘고향사랑의 날’로 지정했다. 지자체들은 유명 출향민을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대사로 임명하거나 이들의 기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농협은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상품 가입 행사 및 온·오프라인 홍보 캠페인을 열고 있다. 유명인이나 임직원이 소속된 향우회의 고향사랑기부제 가입 행사를 열고, K리그나 마라톤 등 지역별 오프라인 스포츠 행사를 통해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제1회 고향사랑의 날 행사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농협중앙회는 올해 초 설 연휴에 서울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귀성객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을 비롯한 농업계에서는 농촌 소멸 위험을 극복하고, 열악한 지방 재정 보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라면서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도시민들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7-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일론 머스크는 마크 저커버그를 이렇게 부르며 도발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m sure Earth can’t wait to be exclusively under Zuck’s thumb with no other options.”(세상이 아무런 대안 없이 저크의 지배를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게 확실해)미국 정보기술(IT) 업계 맞수의 격투기 대결이 화제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가 주인공입니다. 대결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은 메타가 트위터와 비슷한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스레드’(Threads)를 내놓겠다고 하면서부터입니다. 발끈한 트위터 소유주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격투기 대결의 시발점이 됐습니다.다섯 손가락 중에 가장 굵은 ‘thumb’(엄지)는 ‘최강’이라는 뜻입니다. ‘under thumb’는 ‘엄지손가락 아래에 있다’ ‘지배 하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엄지로 콱 누르면 그 밑에 있는 벌레는 죽은 신세나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저커버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저커버그를 “Zuck”(저크)라고 부른 것도 조롱하려는 의도입니다. ‘저크’는 하버드대 시절부터 친구와 동료들이 저커버그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머스크가 저커버그와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저크”라고 부른 것은 “내가 너를 잘 알지”라는 의미입니다. “Zuck the Fourteenth”(저크 14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오만한 전제군주 루이14세처럼 저커버그도 독재자라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14세’는 뺐습니다. 머스크, 저커버그 같은 경영자들은 젊은 나이에 회사를 세워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rock star complex’(록스타 증후군)를 가졌다고 합니다. 숭배하는 팬들에 둘러싸인 록스타인 양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은 도전 제의가 들어오면 그것이 기술 개발이든, 격투기 ‘현피’(현실세계 대결)이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났다 하면 으르렁거리는 IT업계 숙명의 라이벌들을 알아봤습니다.What would I do? I wouldn’t be in this situation.”(나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나는 그런 상황에 부닥치지도 않아)저커버그는 머스크뿐 아니라 애플 경영자 팀 쿡과도 사이가 나쁩니다. 저커버그와 쿡은 2010년대 초반 ‘누구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 나은가’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의 불행은 나의 행복인 법. 2018년 페이스북이 제3자 정보 도용 사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일으키자 쿡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상황을 가정할 때는 ‘would’를 씁니다.이 발언에 분노한 저커버그는 단칼에 휴대전화를 바꿨습니다. 이전까지 아이폰을 쓰던 그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갤럭시폰으로 바꿔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기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페이스북 전 직원도 바꾸도록 했습니다. “We’ve encouraged our employees and executives to use Android because it is the most popular operating system in the world.”(우리 임직원에게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가장 인기 있는 운영체제니까)Jeff who?”(제프 누구?)머스크는 저커버그 외에 싸움 상대가 많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전기 자동차(테슬라)와 온라인 쇼핑(아마존)은 전혀 다른 분야라서 다툴 일이 없지만, 우주가 무대가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민간 우주 개발업계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설립은 블루오리진이 2년 앞서지만, NASA(미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을 대거 영입해 먼저 두각을 나타낸 쪽은 스페이스X입니다. 의기양양한 머스크는 한 모임에서 베이조스를 만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I actually did my best to give good advice, which he largely ignored.”(나는 좋은 충고를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는 거의 듣지 않더라)2013년 스페이스X가 NASA 발사대 단독 사용권을 얻자 블루오리진은 정부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머스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프 누구라고” 하면서 쏘아붙였습니다. 이름 뒤에 “who?”가 붙으면 상대가 누군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하찮은 상대라는 뜻입니다. 절치부심한 베이조스는 최근 NASA의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머스크를 많이 따라잡았습니다.We’re coming after you buddy.”(친구야 우리가 추격하고 있어)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CEO로 복귀했을 때 회사 상태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PC 시장은 델컴퓨터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CEO는 당시 곤경에 처한 애플을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I’d shut it down and give the money back to the shareholders.”(나 같으면 회사 문 닫고 주주들한테 투자금을 돌려주겠네)이 말은 잡스를 다시 일어서게 했습니다. PC 아이맥 시리즈를 개선해 델컴퓨터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델컴퓨터가 저렴한 대량 생산이 특기였다면 아이맥은 세련된 디자인이 무기였습니다. 잡스는 1997년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델을 “buddy”(친구)라고 비꼬며 “우리가 맹추격하고 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come after’는 ‘뒤를 따르다’ ‘잡으러 가다’라는 뜻입니다. 잡스는 델에게 무시당한 기억을 잊지 않았습니다. 2006년 애플의 시장가치가 델컴퓨터를 따라잡던 날 잡스는 직원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Team, it turned out that Michael Dell wasn’t perfect at predicting the future.”(팀원들이여, 마이클 델의 미래 전망이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어)명언의 품격 뭐니 뭐니 해도 스티브 잡스의 최대 라이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입니다. 1975년, 1976년 각각 회사를 창업한 게이츠와 잡스는 초창기만 해도 사이좋은 친구였습니다. 서로의 회사를 방문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습니다. 게이츠는 잡스의 애플 컴퓨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사이가 나빠진 것은 198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를 개발하면서부터입니다. 잡스는 윈도가 매킨토시를 베낀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게이츠는 지지 않고 잡스를 ”비틀린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싸움은 인신공격으로 발전했습니다. 잡스는 게이츠를 “a stick in the mud”라고 조롱했습니다. 흙 속의 막대기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창의성 없는 현실 안주형 인간을 부르는 말입니다. 게이츠는 잡스를 “묘하게 흠집 있는 인간”(weirdly flawed human being)이라고 꼬집었습니다.하지만 살벌한 경쟁의식은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에 바탕을 둔 것이었습니다. 싸울 때조차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졌습니다. 게이츠는 잡스가 아이튠스를 내놓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혁신적인 상품으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이 놀랍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잡스는 게이츠에 대해 “그가 일군 회사는 감동적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We spurred each other on.”(우리는 서로의 원동력이었다)게이츠는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spur’(스퍼)는 카우보이 부츠 뒤에 달린 톱니바퀴처럼 생긴 기구를 말합니다. 이 기구로 말을 차면 자극을 받아서 빨리 달리게 됩니다. ‘자극제’ ‘원동력’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프로농구에 ‘샌안토니오 스퍼스’(San Antonio Spurs)라는 팀이 있습니다. ‘spur on’은 ‘용기를 북돋우다’라는 뜻의 동사입니다. 게이츠와 잡스는 서로의 자극이 됐고, 이들의 경쟁의식이 IT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텍사스, 앨라배마 등 더위가 심한 남부 지역에 폭염 경보가 발효됐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위를 피하는 행동요령이 중요합니다. 미 기상청(NWS)이 발표한 행동수칙 1조는 ‘stay hydrated’(하이드레이티드)입니다. 계속 수분을 보충하라는 것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렇습니다.Make sure that you’re sipping water, not chugging it.”(물을 들이켜지 말고 천천히 마셔라)물을 마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sip’과 ‘chug’는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마시는 소리에서 유래한 의성어입니다. 홀짝거리는 소리를 ‘sip’(십), 벌컥거리는 소리를 ‘chug’(척)이라고 합니다. ‘sip wine, chug beer’라는 말이 있습니다. 와인은 음미하면서 마시고, 맥주는 벌컥거리며 마신다는 뜻입니다.덥다고 물을 들이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이라는 수분중독 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갑자기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몸이 붓는 증상은 이 때문입니다. 물을 마실 때는 천천히 마셔야 수분이 보충되고 과잉 섭취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2월 16일 소개된 빌 게이츠에 관한 내용입니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물러난 뒤 자선가, 강연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염병 유행을 예견해 코로나19 시대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경영자는 아니지만, 세상을 보는 연륜이 있습니다.▶2019년 12월 16일요즘 여기저기서 빌 게이츠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합니다. 넷플릭스 3부작 다큐멘터리시리즈 ‘인사이드 빌 게이츠(Inside Bill’s Brain)’이 화제가 되는가 싶더니 본인이 즐겨 읽는 책 목록도 발표하고 정보기술(IT) 팟캐스트에도 초대 손님으로 등장했습니다. 올해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까지 탈환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넷플릭스 다큐에 나온 게이츠의 발언들을 모아봤습니다.I don’t want my brain to stop working.”(뇌 작동이 멈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큐 시작하고 2분도 안 돼 게이츠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입니다. 죽으면 뇌도 작동하지 않으니까 처음에는 죽고 싶지 않다는 얘기인가 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가 말하려는 것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뇌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혁신가다운 발상입니다.I didn’t believe in weekends. I didn’t believe in vacations.”(나는 주말을 믿지 않았다. 휴가를 믿지 않았다)게이츠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합니다. 20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을 때 주말도 휴가도 없이 일한 그는 30대가 돼서야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세워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사생활에서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일에 모든 것을 거는 삶의 방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Stay the course through market gyrations and economic cycles.”(경기 사이클이나 시장의 회전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밀고 나가라)“경영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라는 질문에 게이츠는 친구 워런 버핏 얘기를 꺼냈습니다. 버핏의 투자 방식을 지켜보면서 경영 전략을 배웠다는 겁니다. 버핏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지만, 일단 내린 결정은 단기적인 외부환경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stay the course’는 원래 전쟁 용어로 ‘계속 밀고 나가다’라는 뜻입니다. ‘gyration’(자이레이션)은 시장의 등락, 회전을 말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7-22
    • 좋아요
    • 코멘트
  • 스마트팜 20년 장기임대 10명 대상자 선정

    농촌 고령화, 생산성 저하, 농가소득 감소는 농촌의 심각한 문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큰 청년농업인을 농촌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농업인 육성은 대한민국 농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열어줄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2022년 10월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 부분은 청년농업인의 어려운 재정여건과 다양한 농지 수요를 감안해 농지지원사업 지원체계를 새롭게 정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농지지원사업을 통해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 정착, 전업농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농지지원사업에는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맞춤형 농지지원사업’이 있다. 농지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농을 적시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다. 첫째, 청년농업인의 선호를 반영해 농지 매입 범위를 확대하고 농지 비축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농업인에게 임대하고 있다. 둘째, 청년농업인이 영농 규모를 확대하여 전업농(경영면적 6ha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진입농의 농지지원 한도를 상향(2→3ha)했다. 셋째, 청년농업인이 희망하는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차하고자 할 때 농지은행 포털의 공고 절차를 생략하여 농지를 우선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했다. 주목할 것은 올해부터 청년농업인의 수요를 반영해 선임대-후매도사업,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사업, 농업스타트업단지 조성사업 등 농지 매매와 임대 방식을 다양화한 신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임대-후매도사업은 청년농업인이 희망하는 농지를 공사가 매입한 후 청년농업인에게 매도를 목적으로 조건부 장기 임대(최장 30년)하고, 원리금 상환 완료 시 소유권을 이전한다. 농지 매입자금 전액을 지원해 6월 말 기준 43명에게 18.8ha 농지 매입을 지원했다.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사업은 공공임대용 비축농지에 스마트팜(연동형 비닐온실)을 설치해 청년 농업인에게 최장 20년간 장기 임대한다. 초기자본이 부족한 청년농업인도 스마트팜 영농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5월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농업인 10명이 스마트팜 진출을 앞두고 있다. 농업스타트업단지 조성사업은 집단화된 유휴부지, 국·공유지 등을 공사에서 매입해 스마트팜 영농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정비한 뒤 청년농업인에게 장기 임대(10∼30년)하거나 장기 임대 후 매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달 사업 대상자를 모집하고 심사를 거쳐 총 14명이 선정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은행과 협력해 청년농업인의 농지 수요를 반영한 농지 확보와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다양한 제도 개선과 신규 사업 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농업과 농촌 발전을 이뤄가겠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공지능 스마트팜 기술로 농사의 패러다임을 바꿉니다”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기를 꺼리는 것은 “농사는 고되고 돈을 벌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 2명이 있다. 주식회사 어밸브를 운영하는 박규태, 이원준 공동 대표다. 나이도 28세로 동갑인 이들은 “농업도 쉽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어밸브(Avalve)는 ‘단 하나의 밸브’라는 뜻이다. 밸브는 농사에 필수적인 기구다. 회사 이름에서부터 ‘농사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베테랑 농부들은 항상 논밭에 나가 작물 상태를 확인합니다. 병충해가 생기지 않았는지, 잎이 시들지 않았는지, 오늘 일조량은 어떤지 등을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관찰합니다. 하지만 농사를 경험하지 못한 초보자들은 이런 판단들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축적된 데이터가 있다면 초보자라도 품질이 우수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생산량을 극대화해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어밸브는 AI, 드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스마트팜을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다. 누구나 쉽게 우수한 품질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행처럼 확산되는 스마트팜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발전됐다. 어밸브는 스마트팜 통합 솔루션, 즉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성장 속도, 품질 등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생육 데이터는 스마트팜 범용 프레임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합니다. 카메라와 센서는 일일이 작물의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뿌리 줄기 잎 등의 상태를 자동으로 조사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는 어밸브가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통합 플랫폼 시스템에 저장 관리되고 표준화돼 다양한 스마트팜 환경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박 대표는 “호환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어밸브의 소프트웨어는 타사의 스마트팜 하드웨어와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스마트팜 제조사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농가에서 어밸브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버터헤드레터스, 로메인 등 32종의 잎채소, 바질, 로즈메리 등 27종의 허브류, 새싹삼 등 특용작물을 재배해 1억 개 이상의 작물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테스트해본 결과 어밸브의 AI 솔루션을 적용하면 평균적으로 수익성이 20% 이상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어밸브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AI, 작물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다. 기계공학, 컴퓨터과학, 생명과학, 석박사 출신 연구원이 대부분이다. 초기에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금 17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창업 멤버를 비롯해 지금까지 어밸브에 합류한 직원 중 단 한 명도 퇴사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머신러닝, AI, 로봇제어 등을 연구했다. 일반 회사 취업, 연구소 연구원 등 다양한 진로를 고민할 즈음에 스마트팜 관련 소식을 접했다.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 대학원을 다니며 2019년 어밸브를 창업했고, 석사 과정을 마쳤다. “스마트팜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초록색 작물을 보면 마음이 안정됐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을 들었습니다.” 박,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 사이다. ‘공동 대표 체제니까 혹시 싸울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각자 분야가 다르니까 그럴 일은 없다”며 웃었다. 박 대표는 경영 전반, 이 대표는 해외 사업을 담당한다. 최근 이들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혁신을 주도하는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Asia 2023)’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예술, 산업 등 10개 분야에서 30명의 주목할 만한 아시아권 리더가 선정됐다. ‘인더스트리, 제조 & 에너지’ 부문에서는 박, 이 대표가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이들은 “어느 날 포브스 측으로부터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한국 AI와 스마트팜 기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기뻐했다. 어밸브는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국립비료검증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베트남 하노이 인근 빈푹성에 조성되고 있는 80만 평 규모의 스마트 농업 단지 내에 어밸브의 AI 솔루션을 도입한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를 함께 구축했다. 어밸브가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베트남 현지에서 초보자들이 키우기 어려운 작물을 쉽게 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베트남을 찾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어밸브의 현지 농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밖에 어밸브는 농식품부의 ‘A벤처스(제44호)’, 산업통상자원부 등 12개 부처의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 기업’ 등에 선정되는 등 창업 후 많은 성과를 낳았다.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박,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식량이 무기인 시대입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인 AI 첨단기술을 연결해 농업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실현하겠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미국 대통령 아들도 ‘아빠찬스’를 쓴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Wow! The corrupt Biden DOJ just cleared up hundreds of years of criminal liability by giving Hunter Biden a mere ‘traffic ticket.”(놀랍다! 부패한 바이든 법무부가 헌터 바이든이 받게 될 수백 년의 형사책임을 달랑 교통티켓으로 말소시켰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탈세 및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혐의가 크지 않아 징역형을 받거나, 아버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위협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뿔이 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아버지가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수사 특혜를 받은 것이라며 “달랑 교통티켓을 받은 것”에 비유했습니다. 기밀서류 불법 반출 등 갖가지 중대 혐의로 기소된 자신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바이든 대통령은 큰 법적 고비를 넘긴 아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끈끈한 가족 사랑으로 유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지해왔습니다. 해외 방문 때 수행원처럼 데리고 다니고, 최근 헌터 딸의 대학 졸업식에도 참석했습니다. 헌터 바이든은 주로 ‘trouble’(골칫거리), ‘scandal’(스캔들) 등의 단어를 동반합니다. 미국 역사에는 헌터 바이든처럼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 가족 스캔들을 알아봤습니다.You don’t want to see a grown woman cry, do you?”(다 큰 여자가 우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니죠?)‘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6명의 자녀를 뒀습니다. 자녀 중에는 대통령도 있고 주지사도 있지만 닐 부시처럼 잘 알려지지 않는 인물도 있습니다. 넷째인 닐 부시는 석유관련 회사를 경영하면서 ‘실버라도’ 저축대부조합의 사외이사를 맡았습니다.1980년대 실버라도 금융은 부실 대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고, 구제 과정에서 1억 3000만 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실버라도 사태에 대한 의회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외이사를 맡은 닐 부시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경영 감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실버라도로부터 10만 달러 부정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1990년 닐 부시는 실버라도 청문회에 출석해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서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식의 명예를 확신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닐의 결백을 위해 다른 형제들이 나설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습니다.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도 나섰습니다. 여장부 스타일의 바버라 여사는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성인 여자가 우는 걸 보고 싶으냐”라고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인은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식 문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바버라 여사 덕분에 비판 여론은 크게 줄었습니다. 닐 부시는 형사 기소를 피했고, 관련 민사소송에서 5만 달러를 변상하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I hope this testimony will show that Billy Carter is not a buffoon, a boob or a wacko.”(나는 이 증언이 빌리 카터가 어릿광대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로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중동 평화를 위해 동생 빌리 카터를 리비아에 특사로 파견했습니다. 빌리 카터는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리비아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그는 리비아 정부의 공식 로비스트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비아로부터 거액의 불법 로비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의 친구들은 리비아로부터 마약을 밀수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빌리 카터가 일으킨 스캔들을 ‘빌리 게이트’라고 합니다.카터 대통령은 동생을 캘리포니아 중독 재활 시설에 보내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퇴원 후 빌리 카터는 상원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모두발언 첫마디부터 “나는 어릿광대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도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buffoon’ ‘boob’ ‘wacko’ 등은 청문회에서 쓸만한 단어가 아닙니다. 바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바보 이미지는 더욱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빌리 카터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는 되지 않았습니다. 술을 끊고 1988년 51세를 일기로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I hope I haven’t been responsible for losing the election.”(선거에서 진 것이 내 책임이 아니길 바란다)195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동생 도널드 닉슨은 ‘닉슨스’(Nixon’s)라는 햄버거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닉슨 버거’ 등을 메뉴로 내놓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도널드 닉슨은 억만장자 사업가 하워드 휴즈로부터 20만 달러를 빌렸습니다. 하워드 휴즈는 영화 ‘에비에이터’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1960년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가 대선전을 벌이던 때였습니다. 케네디는 리처드 닉슨과 휴즈가 밀착관계이기 때문에 도널드 닉슨이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Huges loan’(휴즈 대출)이 유행어가 됐습니다. ‘Hughes loan’(휴즈 론)이 ‘거금 대출’이라는 뜻의 ‘huge loan’(휴지 론)과 발음이 비슷한 데서 유래했습니다.휴즈의 대출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닉슨의 햄버거 사업은 망했습니다. 리처드 닉슨은 대선에서 케네디에게 패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자서전에 따르면 선거 패배 후 동생은 “내 탓이 아니길 바란다”라면서 울었습니다. 동생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동생도 도청한 것으로 워터게이트 스캔들 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명언의 품격빌 클린턴 대통령의 동생 로저 클린턴도 사고뭉치였습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백악관 경호원들 사이에 암호명이 ‘headache’(두통거리)였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로저 클린턴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이던 시절 위장 경찰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1년을 복역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2001년 퇴임 직전 발표한 사면 명단에 동생도 포함됐습니다. 사면으로 로저 클린턴의 범죄 기록은 말소됐습니다.이 과정에서 로저 클린턴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사면 장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마약사범으로 감옥에 있던 마피아 두목 로사리오 갬비노를 사면해준다는 조건으로 롤렉스 시계와 5만 달러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사기죄로 복역 중인 텍사스 사업가로부터는 22만5000달러의 받았습니다. 의회 조사에 따르면 로저 클린턴은 친구와 사업 동료 6명의 사면을 부탁하는 편지를 형에게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면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면 후에도 계속 문제를 일으켜 2001년, 2016년 음주운전으로 체포됐습니다.I’m not the black sheep of the family. I’m the dark horse.”(나는 우리 가족의 사고뭉치가 아니다. 나는 복병이다)로저 클린턴은 부적절한 처신 논란이 가열될 때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black sheep’과 ‘dark horse’의 공통점은 검정색 때문에 무리에서 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정반대입니다. 17세기 목축 용어에서 비롯된 ‘black sheep’은 ‘골칫거리’를 말합니다. 흰 양 떼에 섞여 있는 검은 양은 주인에게 처치 곤란입니다. 검은 양의 털은 색깔이 진해서 염색을 할 수도 없습니다. 가족이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진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구성원을 ‘black sheep’이라고 합니다.반면 ‘dark horse’(다크호스)는 좋은 의미로 씁니다. 예상 밖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후보나 선수를 말합니다. ‘복병’이라고 합니다. 19세기 영국 소설에서 흰 말들 사이에 섞인 검은 경주마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black sheep’ ‘dark horse’ 외에 ‘약자 응원 심리’를 말하는 ‘underdog’(언더독)도 있습니다. 동물 비유 3대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학에 적용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내린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은 백인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고,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불리해졌습니다.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아시아계는 득실이 복잡해서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내린 대법원을 비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학생을 뽑아야 하는 대학들은 어떨까요.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일정 자격 기준을 갖춘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줘서라도 다양성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affirmative action’의 기본 이념입니다. 대학들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버드대의 로런스 바카우 총장은 판결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Harvard will continue to be a vibrant community whose members come from all walks of life, all over the world.”(하버드는 세계 각국,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커뮤니티로 유지될 것이다)‘walk’는 ‘걷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길’(path)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할리우드에 가면 유명 연예인의 별들이 찍힌 명예의 거리를 ‘walk of fame’이라고 합니다. ‘walks of life’는 ‘삶의 모든 갈림길에서’ ‘사회 각계각층’을 말합니다. 리더가 통합, 결속을 강조할 때 “from all walks of life”라는 구절이 자주 등장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3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분리 이민정책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중시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입국자의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가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미국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불붙었습니다.▶2018년 7월 3일요즘 미국이 시끌시끌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격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가족 단위의 시위대가 많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온 듯한 형형색색 피켓을 들고 유명인의 연설을 듣거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족 축제 같았던 이번 시위에 등장한 슬로건들을 소개합니다.Families belong together.”(가족은 함께여야 한다)가장 많이 등장한 슬로건입니다. 한국 시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결사반대’ ‘물러가라’ 같은 자극적인 구호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no family separation’(가족격리 반대)도 아닙니다. 타인의 잘못을 공격하기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고쳐나가자’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합니다.We are better than this.”(우리는 이것보다 낫다)be 동사 또는 know 뒤에 ‘better than this’가 나오면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인도적 이민정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라는 행동 구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You will come of age with our young nation.”(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이 뮤지컬을 작곡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시위에 나와 직접 불렀습니다. 미란다는 반(反)트럼프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come of age’는 ‘나이에 오다,’ 즉 ‘성인이 되다’라는 뜻입니다. 성장담을 다룬 영화를 ‘coming-of-age film’이라고 합니다. ‘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미국)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라며 부모와 헤어지게 된 불법 이민자 자녀를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너를 위해 싸울 것이고, 피를 흘릴 것이다’라는 가사가 이어집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3-07-15
    • 좋아요
    • 코멘트
  • 미국 최고의 ‘패피’ 대통령을 알아보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When I need a job, Ray Ban may have me as a sponsor.”(내가 일자리가 필요할 때 레이밴이 후원해줄지도 모른다)재선 도전을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을 도는 ‘미국에 투자하기’(Investing in America)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 부처 장관들을 대동하고 20개 주 이상을 방문하는 이번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끼고 다니는 선글라스입니다.바이든 대통령 하면 애비에이터(조종사) 스타일의 선글라스가 떠오릅니다. 분신 같다고 해서 ‘시그너처 룩’(signature look), ‘시그너처 스타일’(signature style)이라고 합니다. 그가 처음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을 때 첫 포스트에 올린 것은 책상 위에 놓은 선글라스를 클로즈업한 사진이었습니다. 이 선글라스는 이탈리아 선글라스 회사 레이밴(Ray Ban)의 디자인입니다. 선글라스를 홍보한 공로가 있으니 레이밴으로부터 후원 제의를 받아야 한다는 농담도 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은 패션 센스가 좋은 지도자입니다. 고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스타일의 남색 양복을 즐겨 입고, 그 밑에 하늘색 셔츠를 받쳐 입는 센스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옷을 타이트하게 입는 것도 활동적인 인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바이든을 가장 바이든답게 만드는 것은 선글라스입니다. 자신만의 시그너처 룩이 있다는 것은 대중 앞에 자주 나서는 정치인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을 알아봤습니다.He has it all – the looks, the hair, the smile, and the fashion sense to bring it all together.”(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얼굴, 헤어, 미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패션 센스까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은 싱글 여밈에 단추가 2개 달린 정장(single breasted two button suit)입니다. 지금은 싱글 투버튼이 표준 정장이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더블 정장이나 싱글 쓰리버튼 정장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43세의 젊은 케네디에게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간 헐렁한 스타일의 투버튼 정장을 유행시켰습니다.1960년 최초의 TV 대선 후보 토론에서 말쑥한 투버튼 정장의 케네디 후보는 구겨진 쓰리버튼 정장에 연신 땀을 흘리는 리처드 닉슨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라”라는 취임 연설을 할 때도 투버튼 정장을 입었습니다.시사잡지 라이프는 케네디 특집 기사에서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라고 평했습니다. 잘생긴 얼굴, 풍부한 머리숱, 자연스러운 미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패션 센스까지 4박자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양복 단추 2개를 모두 잠그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허리 통증 때문에 차고 다녔던 보호대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Tact is the ability to step on a man’s toes without messing up the shine on his shoes.”(신발의 광을 망치지 않으면서 발을 밟는 것도 요령이다)“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딱딱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패션에 조예가 깊었습니다. 젊은 시절 고향 캔자스시티에서 ‘트루먼 앤 제이컵슨’이라는 양복점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패선 감각입니다. 대통령이 된 뒤 백악관 전속 재단사가 아닌 고향 재단사에게 옷을 주문해 입었습니다.필리핀의 이멜다 여사만큼은 아니지만, 트루먼 대통령도 유명한 신발 애호가였습니다. 대통령 시절 그가 신었던 신발 96켤레는 지금도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구두, 부츠, 샌들, 슬리퍼 등 다양합니다. 시그너처 스타일은 흰색과 갈색이 배합된 투톤(two-tone) 옥스퍼드 구두입니다. 바로 집 앞에 산책하러 나갈 때도 투톤 옥스퍼드 구두를 갖춰 신을 정도로 패션에 신경을 썼습니다.트루먼 대통령은 신발에 비유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tact’는 ‘요령’이라는 뜻입니다. ‘step on toes’는 ‘발가락을 밟다’ ‘간섭하다’라는 뜻입니다. 발을 밟을 때 신발의 광을 망치지 않는 것은 어려운 기술입니다. 도움을 줄 때는 생색을 내지 말고 상대의 기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The new jacket has to be very short, very comfortable, and very natty looking.”(새 군복은 매우 짧고, 매우 편안하고, 매우 세련돼 보여야 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정장보다 군복이 어울리는 대통령입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입은 야전용 재킷을 ‘아이젠하워 재킷’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에는 아이젠하워 장군이 직접 참여했습니다. 전쟁을 지휘하기도 바쁜 그가 디자이너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은 기존 군복의 불편함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미군 상의는 엉덩이를 덮고 허리에 벨트를 매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거추장스럽고 후줄근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보기 흉한 유니폼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아이젠하워 장군은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하도록 했습니다. 새 디자인은 혁신적이었습니다. 허리길이를 줄여 활동성을 강조했습니다. 허리 부분에 버클을 넣어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군데 주름을 넣어 움직임이 편하게 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조지 마셜 육군 참모총장에게 새 디자인의 군복을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새 제복의 특징을 짧음, 편안함, 말쑥함 등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1944년 보급된 군복을 ‘M-1944 필드 재킷’이라고 합니다. ‘아이젠하워 재킷’ ‘아이크 재킷’이라고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군 복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아이젠하워 재킷은 일선 군인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참전용사들은 평상복으로 입고 다녔습니다. 미 우정국은 색깔만 바꿔 집배원 유니폼으로 채택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재킷은 다양한 스타일로 변형돼 지금도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명언의 품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옷을 잘 입는 지도자입니다. 마른 체형에 키가 커서 대충 입어도 스타일이 산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패션 참사’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일명 ‘tan suit gate’(갈색 양복 게이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IS)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갈색의 여름 양복을 입고 나왔습니다.다음날 언론 보도는 기자회견 내용보다 대통령 의상에 집중됐습니다. 공화당은 “unpresidential”(대통령답지 못하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yes we can’(우리는 이룰 수 있다)에 빗대 ‘yes we tan’(우리는 갈색을 입는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오바마 슬로건 ‘audacity of hope’(담대한 희망)를 비틀어 ‘audacity of taupe’(대담한 갈색)이라고 놀렸습니다.지도자는 옅은 색의 양복을 피합니다.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기자회견은 ISIS 공세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결단력 부족 이미지는 더욱 부각됐습니다. 8년 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2022년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부부 초상화 공개 행사였습니다.You’ll note that he refused to hide any of my gray hairs, refused my request to make my ears smaller. He also talked me out of wearing a tan suit, by the way.”(보다시피 그는 흰머리를 가려달라는 내 요청을 거절했다. 귀를 작게 보이게 해달라는 청도 거절했다. 그러나저러나 갈색 양복을 입지 말아 달라고 나를 설득하더라)초상화를 그린 화가를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화가는 흰머리를 감추고 귀를 작게 그려달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탁을 무시할 정도로 예술적 심지가 곧은 사람입니다. 갈색 양복을 입지 말아달라는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talk out of’는 ‘하지 말도록 설득하다’라는 뜻입니다. 반대는 ‘talk into’(하도록 설득하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외모와 패션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정치문화를 비꼬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대의 표시로 오바마 60세 생일 때 갈색 양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최근 CNN 인터뷰에서 8년간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경력을 얘기하며 “국민들은 좌파, 우파로 극단적으로 분열된 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당파 정치에 물들지 않은 자신이 출마하면 쉽게 당선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It’s a no-brainer.”(식은 죽 먹기다)‘brain’은 ‘뇌’ ‘지능’을 말합니다. ‘brainer’(브레이너)는 ‘머리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brainer’만으로는 쓰지 않고, 앞에 ‘no’를 붙여서 씁니다. ‘no brainer’는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는 쉬운 일’ ‘식은 죽 먹기’라는 뜻입니다. “you are a no brainer”처럼 사람을 향해서는 쓰지 않습니다. 결정이나 임무가 쉬울 때 씁니다. 비슷한 의미로 ‘child’s play’가 있습니다.슈워제네거는 “출마하면 당선은 식은 죽 먹기”라고 했지만, 출마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고민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 출생자만이 입후보할 수 있습니다. 설사 출마 자격이 있다고 해도 외도로 아들까지 낳은 혼외정사 스캔들을 유권자들이 용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은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21일 소개된 미국 대선 유세에 관한 내용입니다. 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합니다. 상당수는 지키기 힘든 공약입니다. 눈물겨운 아부성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후보들의 과장 왜곡 발언은 선거 때마다 문제가 되지만 지나가면 흐지부지되게 마련입니다.▶2020년 9월 21일요즘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영합’이라는 뜻의 선거용어입니다. 특정 유권자 그룹의 표를 얻기 위해 아부성 발언을 한다거나 선심 공약을 내세우는 전략을 말합니다.If I had the talent of any one of these people, I‘’d be elected president by acclamation.”(내가 이 가수들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됐을 텐데 말이야) 최근 플로리다 유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갑자기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습니다. 전화에서 2017년 빌보드 차트 1위 곡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가 흘러나왔습니다. 신나는 라틴 댄스곡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을 폭풍 칭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음악 취향을 추측해 보건대 ‘데스파시토’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도 이 노래를 칭찬한 것은 플로리다가 중남미 출신 유권자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오글거림의 극치”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 등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I think hot sauce is good for you, in moderation.”(적당량의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뉴욕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제나 가방에 핫소스를 휴대하고 다닌다”라고 밝혔습니다. 매운 맛의 핫소스는 주로 흑인들이 좋아합니다. 진행자가 “흑인들에게 아부하려는 것이냐”고 하자 힐러리 후보는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음식 취향을 살펴보니 진짜 오래전부터 매운 소스를 좋아한 듯합니다. 하지만 흑인 대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치 준비해온 듯이 그런 말을 하면 “속 보인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What he deserves is a Nobel Prize for Political Pandering.”(그는 정치 영합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방문해 이 지역 일대의 석유 시추 금지를 10년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평소 환경보호는 뒷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보호론자가 된 것은 대다수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석유 시추 금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노벨상 수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꿈입니다. 플로리다 일간지 올랜도 센티 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비꼬았습니다. 그가 원하는 평화상 부문이 아니라 정치 영합 부문에서.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7-08
    • 좋아요
    • 코멘트
  • 해외 방문을 꿈에 비유한 퍼스트레이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I believe the youth of Egypt. just like your peers around the world, are our future.”(나는 이집트의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미래라고 믿는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최근 해외 순방을 마쳤습니다. 일주일에 걸쳐 포르투갈, 요르단, 이집트, 모로코 등 4개국을 방문했습니다. 이집트의 유서 깊은 알 아즈하르 사원을 방문했을 때 미리 준비해간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신발을 벗고 입장했습니다. 질 여사뿐 아니라 동행한 딸, 여동생도 똑같은 차림으로 사원을 둘러봤습니다. 이슬람에 대한 의미 있는 배려라는 평을 들었습니다.이번 방문은 남편과 동행하지 않는 질 여사의 단독 해외 방문이었습니다. 스카프를 두른 모습만큼 연설도 화제였습니다. 알 아즈하르 사원에서 ‘this I believe’(내가 믿는 이런 것들)이라는 주제로 이집트의 젊은 여성들에게 교육의 필요성, 문화적 포용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들은 남편과 별도로 자신이 벌이는 사회운동 캠페인이 있습니다. 질 여사가 주도하는 ‘this I believe’ 캠페인은 취약계층 지원과 자립심 고취 운동입니다. 대통령 부인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사절입니다. 남편과 함께, 또는 남편 없이 홀로 다른 나라를 방문해 국익을 위한 임무를 수행합니다.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년 동안 미국 내 40개 주 100개 도시, 해외 10개국을 방문했습니다. 72세라는 적지 않는 나이를 감안하면 정력적인 활동입니다.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를 나홀로 방문했고, 미국과 중국의 원조 경쟁이 펼쳐지는 아프리카에는 올해 두차례나 갔습니다. 화제를 뿌렸던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해외 방문을 알아봤습니다.You certainly have left golden footprints behind you.”(당신은 확실히 귀중한 인상을 남겼다)퍼스트레이디가 단독 해외 방문을 시작한 것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 때부터입니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루즈벨트 대통령은 엘리너 여사에게 영국 방문을 제안했습니다. 영국이 어떻게 독일에 맞서 싸우고 있는지 직접 보고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활동적인 엘리너 여사는 이 제안을 적극 환영했습니다.엘리너 여사는 한달 넘게 영국에 머물렀습니다. 미군 지프를 타고 군사시설 공장 병원 학교 대피소 등을 샅샅이 누비고, 영국 전선에 파견된 미군들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오전 8시부터 밤중까지 이어지는 일정에 그녀를 수행한 영국 군인들까지 녹초가 될 정도였습니다. 전장을 둘러본 엘리너 여사는 ‘마이 데이‘(My Day)라는 일기를 써서 미국에 송고했습니다. 이 일기는 미국 신문에 보도돼 유럽의 전쟁 상황을 빨리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됐습니다. 엘리너 여사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개선점까지 찾았습니다. 고국의 가족들로부터 받는 편지가 늦어져 실망하는 미군들을 보고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보고해 군 우편 체계를 개편하도록 했습니다. 일선의 군인들이 양말 때문에 발에 물집이 생기자 군 당국에 제안해 양말 재질을 바꾸도록 했습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는 엘리너 여사의 열성에 감동했습니다. 엘리너 여사가 귀국할 때가 되자 “당신은 금발자국을 남겼다”라고 말했습니다. ‘leave footprints behind’는 ‘인상을 남기다’라는 뜻입니다. 그냥 발자국도 아닌 금발자국이라고 한 것은 엘리나 여사가 양국관계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입니다. 영국 방문이 큰 성공을 거두자 엘리너 여사는 1년 뒤 태평양전쟁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했습니다.It’s been a dream.”(꿈만 같았다)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는 유럽을 방문했습니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남편보다 더 큰 화제를 몰고 다녔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때 “I’m the man who accompanied Jackie Kennedy to Paris”(나는 재키 케네디를 프랑스까지 수행한 사람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유럽 방문을 계기로 재클린 여사는 케네디 행정부의 둘도 없는 외교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이듬해 케네디 대통령은 외교 마찰을 빚는 인도를 친선 방문해 줄 것을 재클린 여사에게 제안했습니다. 당시 인도가 포르투갈령인 고아 지역을 무력으로 병합한 것 때문에 미국-인도 관계는 껄끄러웠습니다. 바쁜 케네디 대통령을 대신해 재클린 여사의 여동생 리 라지윌이 동행했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미국 국적기 대신에 에어인디아를 타고 인도 땅을 밟았습니다. 인도 9일, 파키스탄 5일 등 총 14일의 긴 일정이었습니다. 짐 트렁크만 62개에 달하는 대이동이었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인도 방문 9일 동안 22벌의 의상을 갈아입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언론의 관심이 재클린 여사의 의상에 집중되면서 “외교 방문이 아니라 패션쇼”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타지마할 구경, 폴로 게임 관전, 민속 댄스 관람 등으로 이뤄진 일정을 두고 “인도의 빈곤을 외면했다”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하지만 재클린 여사의 방문이 패션이나 관광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출발 전 인도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라다크리슈난의 책들을 독파한 재클린 여사는 인도 역사에 해박한 지식으로 현지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특징을 적은 메모지를 들고 다니며 대화를 이끌어나갔습니다. 재클린 여사는 귀국 후 “꿈만 같았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인도 방문은 재클린 여사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쳐 나중에 뉴욕에서 편집자로 일할 때 다시 인도를 찾아 예술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도 했습니다.I worked in a peanut warehouse, and I didn’t think about being a woman working in a peanut warehouse.”(나는 땅콩 창고에서 일했지만, 땅콩 창고에서 일하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가장 정치성이 강한 퍼스트레이디의 해외 방문은 1977년 로잘린 카터 여사의 남미 방문입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불린 로잘린 여사는 남편 취임 5개월 만에 남미 7개국 단독 방문에 나서며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브라질과는 핵 개발과 인권을 논의했고, 자메이카와는 채무 보증 문제가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대미 소고기 수출량을 늘려달라는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부탁에 딱 잘라 “노”라고 답했습니다.철저한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로잘린 여사는 떠나기 전부터 남미 전문가 40여 명으로부터 1회 5시간씩 남미 특별과외를 13회나 받았습니다. 남미에 가서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서류를 읽고,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담당자들을 깨워 추가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로잘린 여사의 자신감에 상대국 정상들은 “보기 드문 여성” “남편(카터 대통령)과 대화하는 줄 알았다”라며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퍼스트레이디로는 전례가 없다”라는 기자들의 평가에 로잘린 여사는 남편과 함께 힘들게 땅콩 농장을 경영하던 시절 얘기를 꺼냈습니다. 땅콩 창고에서 허드렛일을 했지만, 여성으로서 한 것이 아니라 남편의 동등한 비즈니스 동반자로서 한 것이라고 의미입니다.명언의 품격1994년 퍼스트레이디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야심 차게 이끌던 건강보험 개혁안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 여파로 민주당은 그해 중간선거에서 참패했고, 공화당은 42년 만에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공화당 혁명’을 이뤘습니다. 힐러리 여사는 ‘워싱턴의 방사성 물질’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모두 피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됐습니다.그렇게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힐러리 여사는 이듬해 3월 중국에서 열린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부활했습니다. 미국 대표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힐러리 여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성 인권유린 사태를 고발하며 여성의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연설을 했습니다. If there is one message that echoes forth from this conference, let it be that human rights are women‘s rights and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 once and for all.”(이 콘퍼런스에서 울려 퍼지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면 최종적으로 인권은 여성의 권리이고, 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라는 것이다)핵심 구절은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이라는 뒷부분으로 1800년대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인 그림케 자매가 처음 썼던 구절입니다. 아메리칸 레토릭이 선정한 미국 100대 명연설 35위에 오른 연설이자 뉴욕타임스가 “정치인 힐러리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연설입니다. 연설 곳곳에서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중국 인권 상황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힐러리 여사는 나중에 회고록 ‘리빙 히스토리’에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됐지만 여성 문제에 관한 한 소신 있게 밀고 나가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힐러리가 2016년 대선 때 이렇게 뛰어난 연설을 했더라면”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아마존 정글에서 40일 동안 버틴 콜롬비아의 원주민 부족 4남매가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4남매는 경비행기 사고로 추락한 뒤 밀림의 거친 환경 속에서 평소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식량과 거처를 구하면서 한 달 넘게 생존했습니다. 콜롬비아의 희망이 된 4남매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심리치료 중에는 그림을 그리는 치료도 포함돼 있습니다. 4남매의 삼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Sometimes they need to let off steam.”(긴장을 풀 필요가 있다)‘let’은 “let’s go”처럼 조동사로 쓰일 때도 있고 본동사로 쓰일 때도 많습니다. 본동사일 때는 주로 ‘let on’ ‘let off’의 형태로 씁니다. ‘let off’는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내놓는 것을 말합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고 싶다면 버스 기사에게 “let me off at the next stop”이라고 하면 됩니다. ‘let off steam’은 ‘열을 밖으로 꺼낸다’라는 뜻입니다. 생존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충격을 그림을 통해 발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let off steam’ 대신에 ‘blow off steam’(열을 끈다)이라고 해도 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6월 22일 소개된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다른 퍼스트레이디들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미국 출생이 아니라는 점, 전직 모델이라는 점 등 배경부터가 다릅니다. 공식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멜라니아 여사의 단독 해외 방문은 2018년 아프리카 4개국 방문이 유일합니다. 워낙 비밀스러운 이미지라서 언론 보도에서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습니다.▶2020년 6월 22일 PDF워싱턴포스트 기자 매리 조던이 쓴 ‘그녀의 협상 기술: 멜라니아 트럼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출간됐습니다. 그동안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이 공개된 책은 아닙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은) 긴 기사를 읽는 것 같다”라고 평했습니다. ‘차가운 미소 뒤에 숨은 철저히 계산된 처세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숨겨진 일등공신’ 등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들입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뒷얘기와 주변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This is not some wallflower.”(내성적인 여자가 아니다)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친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wallflower’(월플라워)는 ‘꽃무’라는 풀입니다. 내성적인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파티에서 춤을 청하는 사람이 없어 벽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꽃 같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공식 석상에 잘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겁니다. 막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When she goes and does something, it is well executed, it is well thought-out.”(그녀가 무슨 일을 할 때는 치밀하게 계획해서 빈틈없이 행동한다)트럼프 행정부 초대 대변인을 지낸 숀 스파이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용의주도한 사람을 가리켜 ‘well thought-out, well-executed’라고 합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빈틈없이 행동한다’라는 뜻입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무슨 일이든 서두르지 않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는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One of the most lethal places to find oneself is in Melania’s crosshairs.”(멜라니아의 표적이 되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멜라니아 여사의 보좌관이 한 말입니다. 총기에 부착된 조준경에는 가느다란 십자선이 있습니다. 이를 ‘cross hairs’라고 합니다. ‘표적’을 뜻합니다.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장소는 멜라니아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라는 것은 결국 그녀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입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3-07-01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