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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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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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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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에는 있고 美에는 없는 대통령 기자회견장 ‘이것’[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e best days of this country are still ahead of us, not behind us.”(이 나라의 최고의 날들은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다. 앞으로 올 것이다)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회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발언이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인플레이션 위기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위로가 되는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한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회견의 완성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내용과 형식 측면에 한국과 상당히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성과 홍보나 정책 설명 보다 리더로서의 신념과 철학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두고 “character study(인성 연구)의 기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기자회견은 대통령과 기자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unscripted’(무각본), ‘unscreened’(무검열), ‘unvetted’(무조사)는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의 3대 ‘un’(無) 원칙으로 통합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사전에 제출하거나 질문할 기자를 미리 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런 방식의 기자회견은 존 F 케네디 대통령부터 정례화됐습니다. 대통령과 기자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는 케네디 시절의 기자회견은 TV로 생중계돼서 드라마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체질상 맞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심성의껏 합니다. 무려 2시간동안 진행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참석 기자 30명의 질문을 다 받았습니다. “몇 시간은 더 할 수 있겠다”며 농담까지 했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더 이상 기자들의 질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단상을 내려왔습니다. 기자회견을 국민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로 보는 미국 대통령의 자세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대통령 기자회견 명장면을 알아봤습니다. “You should know better.”(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탁월한 연설력을 가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연설력이 뛰어나니까 기자회견도 많이 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연 20회 정도로 최근 5명의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적게 했습니다. 하지만 할 때는 확실하게 했습니다. 동문서답을 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지 않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바마 기자회견의 특징입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내용입니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기 붙을 만큼 중요한 협상 타결이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장 이란에 구금돼 있는 미국인 인질 4명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테러국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외교 원칙을 깨고 이란과 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반발이 거셌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메이저 갸렛 CBS방송 기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만족하느냐”(Can you tell the country, sir, why you are content to leave the conscience of this nation unaccounted for in relation to these four Americans)고 물었습니다. “미국의 양심”을 거론한 날카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답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난처하게 하는) 질문을 만드느라 수고했다”는 농담을 던진 뒤 “미국 시민이 이란 감옥에 갇혀 있는데 어떻게 만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면서 자신이 직접 인질 가족을 만난 사연을 소개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를 향해 “you should know better”(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따끔한 충고로 대답을 마무리했습니다. “you should know better”는 직역을 하자면 “너는 더 잘 알아야 한다”입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입니다. 잘못을 지적할 때 쓰는 화법입니다. 대놓고 비난하면 상대가 기분이 상하니까 예의를 갖춰 지적할 때 씁니다. 대통령으로부터 ‘꾸중’을 들은 갸렛 기자는 유명해져서 나중에 토크쇼에도 출연했습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you should know better”라고 한 것에 대해 나중에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I’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국장단 총회에 초대 연사로 참석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국장단의 질문은 당시 최대 이슈였던 워터게이트 스캔들에서 닉슨 대통령의 역할, 은폐 공모 여부 등에 맞춰졌습니다. 흥분한 닉슨 대통령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알아야 한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people have got to know whether or not their President is a crook. Well, I’m not a crook) 라고 주장했습니다. 발언의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전국에 생중계에 된 연설에서 현직 대통령이 “crook”(크룩)이라는 점잖지 못한 단어를 입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현명한 어법으로 표출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다음날 아침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은 “I’m not a crook” 문구로 도배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나온 가장 충격적인 발언으로 꼽힙니다. ‘crook’은 원래 ‘구부리다’는 의미입니다. ‘갈고리’를 뜻하기도 합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닉슨 대통령은 자신이 사기꾼이 ‘아니다’는 부정의 의미로 썼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president=crook’의 등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정치학 경영학 교과서에는 리더가 공식석상에서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부정 화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닉슨 대통령의 ‘crook’ 사건이 꼽히게 됐습니다. “I’d like it to be a four-year pledge.”(4년의 공약이다)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88년 대선 유세 때 “read my lips, no new taxes”(내 입술을 읽어라. 세금인상은 없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 발언은 부시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재정적자가 불어나면서 부시 대통령은 세금을 인상했습니다. 1990년 세금 인상이 거론되던 무렵 CBS 기자이자 시사프로그램 ‘60분’의 진행자인 레슬리 스탈은 부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입술을 읽어라’가 몇 년 기한의 공약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년, 2년, 4년?”(is that a 1-year pledge, 2-year pledge, 4-year pledge?)이라고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1,2년 요란하게 홍보하다가 폐기하는 공약인지, 대통령 임기 끝까지 밀고 갈 공약인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잠시 주저하다가 “4년 공약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의 최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gotcha question”(가챠 질문)이라고 합니다. “I got you”(잡았다)의 줄임말로 상대를 코너로 모는 유도 질문입니다.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것을 알면서도 불리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묘한 질문은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공약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스탈 기자는 나중에 부시 대통령 장례식 때 이 질문을 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명언의 품격백악관 기자실 맨 앞줄 중앙석은 여성 최초로 백악관을 출입한 헬렌 토머스 기자의 지정석이었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의 첫 질문권을 가졌으며, 회견이 끝날 때 “thank you, Mr. President”라는 인사말을 하는 것도 토머스의 권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중동 문제에서 토머스의 친(親) 팔레스타인 견해는 유대계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언론계에서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2010년 유대계 단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땅이 아니다. 폴란드나 독일, 미국으로 떠나라”는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기자직에서 물러났습니다. 3년 뒤인 2013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여성 기자들이 토머스를 “trailblazer”(선구자) “glass ceiling breaker”(유리천장 타파자)라고 애도했습니다. “Everything in the White House is classified. The color of the walls? they would even classify that.”(백악관의 모든 것이 기밀사항이다. 벽 색깔? 아마 그것도 기밀로 하고 싶을 것이다) 토머스는 2000년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백악관의 비밀주의를 비판했습니다. 뻔히 보이는 벽 색깔까지도 비밀에 붙이고 싶어 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입니다. 토머스다운 유머가 빛나는 대답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백악관이 다루는 서류에는 ‘classified’라는 붉은 도장이 찍힙니다. ‘기밀문서’라는 뜻입니다. ‘classify’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분류하다’라는 뜻이 있고, ‘기밀사항으로 취급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declassified’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반출한 백악관 문서들이 퇴임 전 ‘기밀해제한’ 것들이라고 주장하지만 기밀해제의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사법당국의 판단입니다. ● 실전 보케 360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보름 넘게 백악관에 격리됐던 바이든 대통령이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재해지역 켄터키 주를 찾았습니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38명이 사망 실종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곳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해 현장을 둘러본 후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재난 대응에 정치적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우리는 원 팀(one team)”이라고 강조했습니다. △“When I got elected, I promised to be, and it's not hyperbole, the president to all Americans.”(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나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건 빈말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연설을 상기시키며 “나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맹세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강조하기 위해 “it’s not hyperbole”라고 했습니다. “이건 허풍이 아니다” “빈말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hyperbole’(하이퍼벌리)는 ‘허풍’ ‘과장’을 뜻합니다. hyper(부풀리다)와 bole(말하다)가 합쳐진 것입니다. ‘hyperbole’는 몰라도 ‘hype’(하이프)는 아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hyperbole’의 줄임말이 ‘hype’입니다. 재미있는 사회 현상이 나타나면 언론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이를 부각시키는 것을 ‘media hype’(미디어 하이프)라고 합니다. 요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metaverse hype’이라고 합니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3월 5일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내용입니다. 재미 측면에서 보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따를만한 것이 없습니다. 마치 방송인 트럼프가 진행하는 한 편의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2019년 3월 5일자“He doesn’t lecture, he fights”(그는 설교하지 않는다. 싸운다). 한 미국 정치 평론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입니다. 다른 대통령들이 설교할 대 트럼프 대통령은 싸웁니다. 그가 가장 빛날 때는 적을 설정해 휘몰아치는 공격을 가할 때입니다. 미디어의 속성을 잘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설교보다 싸움이 TV 화면에 인상적으로 비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별다른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특기인 비난을 퍼부을 상대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이크 앞에 서면 술술 말을 잘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He is quite a character.”(그런 사람 또 없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가리켜 한 말입니다. ‘quite a character’는 ‘흔치 않은(unusual)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 또 없지’ ‘인물이야 인물’ 등의 뜻입니다. 주로 상대방을 칭찬할 때 쓰지만 비난할 때도 종종 쓰입니다. 고집불통인 사람을 가리킬 때도 “he is quite a character”라고 합니다.  “I happen to believe that North Korea’s calling its own shots.”(북한은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라고 믿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call its own shots’는 ‘스스로 알아서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believe’가 아닌 ‘happen to believe’라고 했습니다.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믿게 됐다’의 뜻입니다. 조금 자신이 없거나, 자신의 의견이 소수처럼 느껴질 때 씁니다.  “I’d much rather do it right than do it fast.”(일을 빨리 처리하기보다 올바르게 처리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인들은 ‘do it fast’(빨리빨리)보다 ‘do it right’(빈틈없이, 틀린 것 없이)를 중시합니다.}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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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도 머리 숙이게 만든 '개념' 셀럽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 “We owe you big, man.”(큰 신세 졌네) 최근 백악관에서 ‘참전용사 유해물질 피해 보상’(PACT) 법안 서명식이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PACT 법안에 대한 연설 중에 객석에 있는 TV토크쇼 진행자 존 스튜어트를 가리켰습니다. “존, 당신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연예인이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것도,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스튜어트에게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I owe you”는 “신세를 지다”는 의미입니다. “thank you”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뒤에 ‘big’을 붙였습니다. ‘big time’을 줄인 것입니다. PACT 법안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쓰레기 소각장의 독성물질에 노출된 참전용사들에게 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전장의 소각장에 노출된 군인들은 귀국 후 각종 병을 앓아왔지만 PACT 법안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협상 과정에서 몇 차례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고비 때마다 스튜어트는 법안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서 증언하며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법안을 지지해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스튜어트의 이런 노력들이 고마웠던 것입니다. ‘셀럽’이라고 불리는 유명인들은 자유분방한 사생활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과 정치문화가 다른 미국에서는 스튜어트처럼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유명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명인의 이런 활동을 ‘celebrity activism’(셀럽 행동주의)라고 합니다. 의식 있는 ‘개념파’ 셀럽들을 알아봤습니다. “I’m all in. I’m in it for the long haul. Just tell me what to do and I’ll do it.”(참여하겠다. 장기적으로 참여하겠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려만 달라) 배우 톰 행크스는 진솔하고 꾸밈없는 이미지로 ‘Mr. Nice Guy’(좋은 사람) ‘America's Dad’(미국의 아버지) 등으로 불립니다. 행크스의 관심사는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미국이 용감하게 싸운 전쟁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잊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크스는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에 단골 출연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더 퍼시픽’ ‘그레이하운드’ 등이 있습니다.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마스터즈 오브 에어’ 등에는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는 참전용사들의 공적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2010년 워싱턴 내셔널몰에 세워진 2차 세계대전 참전비 건립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에는 자비를 들여 작전에 참가했던 노병들을 데리고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을 방문했습니다. 행크스는 참전용사 단체인 ‘히든 히어로즈’의 캠페인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히든 히어로즈’ 설립자인 고(故) 밥 돌 상원의원은 일면식도 없는 행크스에게 단체에 참여해달라고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행크스는 돌 의원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I’m in”이라며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be 동사 다음에 나오는 ‘in’은 활동이나 단체에 참여한다는 의미입니다. 돌 의원은 행크스가 단체에 이름만 걸어놓은 ‘얌체 유명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행크스의 열정에 대해 “he has responded to every request, taken every phone call, and posed for every selfie”라고 전했습니다. “모든 요청에 답하고, 모든 전화를 돌리고, 모든 셀카 촬영에 응했다”고 합니다. “Anyone can put on a dress and makeup. It’s your mind that will define you.”(누구나 드레스와 화장으로 치장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2001년 캄보디아에서 영화 ‘라라 크로프트: 툼레이더’를 촬영하면서 내전의 참상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미국에 돌아온 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연락을 해서 세계 전쟁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바로 내전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과 탄자니아 난민캠프로 떠났습니다. 난민 구조로 시작된 졸리의 자선활동은 공동체 재건, 빈곤국 아동 이주 지원, 여성인권 운동 등의 분야로 확대됐습니다. 졸리는 3명을 입양아를 포함해 총 6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자녀들을 자선활동 때마다 데리고 다니는 졸리가 최근 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 3명에게 들려주는 메시지가 화제가 됐습니다. “외모는 누구나 꾸밀 수 있다. 너를 결정짓는 것은 마음, 즉 내적인 아름다움이다”라는 내용입니다. ‘put on’은 몸 위에 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옷을 입는 것은 ‘put on clothes,’ 신발을 신는 것은 ‘put on shoes,’ 화장을 하는 것은 ‘put on makeup’입니다. put on‘ 다음에 ‘weight’가 오면 ‘무게를 걸치다,’ 즉 ‘살이 찌다’라는 의미입니다. “When you crossed the picket lines, you made it clear you were not on the side of working people.”(당신들은 시위대의 선을 넘는 순간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셀럽 행동주의가 언제나 칭찬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속 다르고 겉 다른 위선적인 모습으로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흑인 인권 활동을 벌여온 할리우드 ‘파워 커플’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가 그렇습니다. 비욘세-제이지 부부는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뒤풀이 파티를 ‘샤토 마먼트’이라는 호화 호텔에서 열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유서 싶은 이 호텔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경영진의 성추행 의혹 등으로 올해 초부터 직원들이 “이 호텔을 이용하지 말라”는 보이콧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비욘세-제이지 부부의 인권 활동과 호텔 직원의 상당수가 흑인 여성이라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호텔 이용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부부는 개의치 않고 파티를 열었습니다. 호텔 노조 대표는 “배신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시위를 ‘picket lines’라고 합니다.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선을 의미합니다. ‘cross picket lines’은 ‘시위대의 선을 넘는다’는 뜻으로 ‘배신하다’는 의미입니다. 파티 주최자인 비욘세-제이지 부부는 물론 초대객인 킴 카다시안, 가수 리아나 등도 “무개념 연예인”으로 찍혀 욕을 먹었습니다. ● 명언의 품격 “You should be ashamed of yourselves.”(창피한 줄 알아라)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는 케이블 TV에서 ‘데일리 쇼’라는 토크쇼를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애플TV에서 비슷한 포맷의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크쇼가 많은 미국에서 스튜어트의 토크쇼는 정치성이 강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스튜어트가 토크쇼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는 ‘제복에 대한 존경’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 소방관, 경찰관 등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튜어트는 이번PACT 법안 이전에 2019년 9·11 구조요원 지원 연장 법안(VCF) 통과 때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9·11 테러 당시 인명 구조와 잔해 제거에 나섰던 구조요원들은 각종 후유증 때문에 수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보상금을 줄이거나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스튜어트는 보상금이 끊길 위기에 처한 구조요원들을 토크쇼에 출연시켜 지원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습니다. 2019년 지원 연장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직접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스튜어트는 의원들을 향해 “you should be ashamed of yourselves”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시 TV로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 청문회와는 달리 점잖게 진행되는 미국 청문회에서는 고성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청문회장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스튜어트는 이어 눈물을 글썽이며 “your indifference cost these men and women their most valuable commodity: time”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당신들의 무관심 때문에 이들은 가장 귀중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간이다”는 내용입니다. 스튜어트의 심금을 울리는 증언 후 의회는 곧바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시사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We get it.”(이해한다) 장 피에르 대변인의 대답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의 대답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난처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I get it” 또는 “We get it”이라고 답합니다. “알아들었다”는 의미입니다. ‘get’은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사 중의 하나입니다. ‘얻다’라는 뜻 외에 ‘알다’ '이해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I get it”은 “I understand it”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장 피에르 대변인은 ’understand‘라는 단어를 써서 부연설명을 했습니다. “We understand what the American people are feeling at this time”라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I get it”과 비슷한 ”I got it“도 미국인들이 자주 씁니다. ‘got’은 ‘get’의 과거형이므로 “I got it”은 “이해했다”는 뜻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겠다” “할 수 있다”는 미래의 의미입니다. 집에 전화벨이 울리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받아야 합니다. “내가 받을게”고 할 때 “I’ll get it”이라고 하지 않고 “I got it”이라고 합니다.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어려운 기계 사용법이나 컴퓨터 기능을 익힐 때 옆에서 친구가 시범을 보입니다. 친구가 “네가 할 수 있겠어?”라고 물을 때 “할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면 “I can do it”이 아니라 “I got it”이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7월 13일 소개된 셀럽의 대통령 도전에 대한 내용입니다. 할리우드에는 다양한 셀럽들이 있습니다. 셀럽의 정치적 참여 방식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자선활동을 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대통령 직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셀럽의 대권 도전은 진지한 정치 참여라기보다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년 7월 13일자 최근 미국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녜이 웨스트가 11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웨스트의 당선 가능성은 물론 출마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은 별로 없습니다. 화제를 만들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선 때면 꼭 등장하는 ‘셀럽 출마자’들을 알아봤습니다.   “So who better to captain the ship as the nation goes under than another unqualified, self-centered celebrity?”(또 다른 자기중심적 무자격 셀럽보다 이 침몰하는 국가의 선장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웨스트의 출마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점잖게 포기하도록 타이르거나 “어쩌다가 나라가 이렇게 됐나”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CNN은 후자입니다. “웨스트 같은 또 다른 자기중심적 무자격 유명인보다 이 침몰하는 국가의 선장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셀럽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더니 웨스트라는 또 다른 셀럽이 더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captain’은 ‘지휘하다’라는 동사로 쓰였습니다.  “Just being mad doesn’t do anything. You’re just a toad.”(화만 낸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다. 뒷방 늙은이 신세일 뿐이다) 노동자 계층의 삶을 그린 TV 시트콤 ‘로잔느 아줌마’로 유명한 코미디언 로잰 바는 2012년 평화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7만여 표를 얻었습니다. 최근 연예잡지 ‘피플’과 인터뷰에서 “당시 출마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실버 세대에게 참여 민주주의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어 출마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노인 세대는 화가 나 있다. 그렇지만 화만 낸다고 되는 일은 없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을 뿐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toad’의 원래 뜻은 ‘두꺼비’지만 여기서는 은유적으로 ‘기피인물’을 뜻합니다.   “Nader cost us the election.”(네이더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랠프 네이더는 유명한 소비자보호 운동가입니다. 그는 소비자운동에 열심히 매진하면 좋았을 텐데 눈을 돌려 대선에 다섯 차례나 출마했습니다. 특히 2000년 대선 때는 수천 표 차이로 재검표까지 진행됐던 플로리다 주에서 수만 표를 얻어 결과적으로 민주당 패배에 중대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네이더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며 ”그가 다시 워싱턴에 얼씬거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화를 냈습니다. ‘cost’는 동사로 쓰일 때 ‘대가를 치르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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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 이것이 다르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에는 ’3가지‘가 없다       “The best days of this country are still ahead of us, not behind us.”(이 나라의 최고의 날들은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다. 앞으로 올 것이다)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회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발언이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인플레이션 위기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위로가 되는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한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회견의 완성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내용과 형식 측면에 한국과 상당히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성과 홍보나 정책 설명 보다 리더로서의 신념과 철학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두고 “character study(인성 연구)의 기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기자회견은 대통령과 기자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unscripted’(무각본), ‘unscreened’(무검열), ‘unvetted’(무조사)는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의 3대 ‘un’(無) 원칙으로 통합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사전에 제출하거나 질문할 기자를 미리 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런 방식의 기자회견은 존 F 케네디 대통령부터 정례화됐습니다. 대통령과 기자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는 케네디 시절의 기자회견은 TV로 생중계돼서 드라마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체질상 맞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심성의껏 합니다. 무려 2시간동안 진행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참석 기자 30명의 질문을 다 받았습니다. “몇 시간은 더 할 수 있겠다”며 농담까지 했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더 이상 기자들의 질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단상을 내려왔습니다. 기자회견을 국민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로 보는 미국 대통령의 자세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대통령 기자회견 명장면을 알아봤습니다.     “You should know better.”(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탁월한 연설력을 가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연설력이 뛰어나니까 기자회견도 많이 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연 20회 정도로 최근 5명의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적게 했습니다. 하지만 할 때는 확실하게 했습니다. 동문서답을 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지 않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바마 기자회견의 특징입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내용입니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기 붙을 만큼 중요한 협상 타결이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장 이란에 구금돼 있는 미국인 인질 4명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테러국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외교 원칙을 깨고 이란과 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반발이 거셌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메이저 갸렛 CBS방송 기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만족하느냐”(Can you tell the country, sir, why you are content to leave the conscience of this nation unaccounted for in relation to these four Americans)고 물었습니다. “미국의 양심”을 거론한 날카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답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난처하게 하는) 질문을 만드느라 수고했다”는 농담을 던진 뒤 “미국 시민이 이란 감옥에 갇혀 있는데 어떻게 만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면서 자신이 직접 인질 가족을 만난 사연을 소개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를 향해 “you should know better”(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따끔한 충고로 대답을 마무리했습니다.   “you should know better”는 직역을 하자면 “너는 더 잘 알아야 한다”입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입니다. 잘못을 지적할 때 쓰는 화법입니다. 대놓고 비난하면 상대가 기분이 상하니까 예의를 갖춰 지적할 때 씁니다. 대통령으로부터 ‘꾸중’을 들은 갸렛 기자는 유명해져서 나중에 토크쇼에도 출연했습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you should know better”라고 한 것에 대해 나중에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I’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국장단 총회에 초대 연사로 참석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국장단의 질문은 당시 최대 이슈였던 워터게이트 스캔들에서 닉슨 대통령의 역할, 은폐 공모 여부 등에 맞춰졌습니다.   흥분한 닉슨 대통령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알아야 한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people have got to know whether or not their President is a crook. Well, I’m not a crook) 라고 주장했습니다. 발언의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전국에 생중계에 된 연설에서 현직 대통령이 “crook”(크룩)이라는 점잖지 못한 단어를 입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현명한 어법으로 표출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다음날 아침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은 “I’m not a crook” 문구로 도배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나온 가장 충격적인 발언으로 꼽힙니다.   ‘crook’은 원래 ‘구부리다’는 의미입니다. ‘갈고리’를 뜻하기도 합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닉슨 대통령은 자신이 사기꾼이 ‘아니다’는 부정의 의미로 썼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president=crook’의 등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정치학 경영학 교과서에는 리더가 공식석상에서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부정 화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닉슨 대통령의 ‘crook’ 사건이 꼽히게 됐습니다.     “I’d like it to be a four-year pledge.”(4년의 공약이다)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88년 대선 유세 때 “read my lips, no new taxes”(내 입술을 읽어라. 세금인상은 없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 발언은 부시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재정적자가 불어나면서 부시 대통령은 세금을 인상했습니다.   1990년 세금 인상이 거론되던 무렵 CBS 기자이자 시사프로그램 ‘60분’의 진행자인 레슬리 스탈은 부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입술을 읽어라’가 몇 년 기한의 공약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년, 2년, 4년?”(is that a 1-year pledge, 2-year pledge, 4-year pledge?)이라고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1,2년 요란하게 홍보하다가 폐기하는 공약인지, 대통령 임기 끝까지 밀고 갈 공약인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잠시 주저하다가 “4년 공약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의 최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gotcha question”(가챠 질문)이라고 합니다. “I got you”(잡았다)의 줄임말로 상대를 코너로 모는 유도 질문입니다.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것을 알면서도 불리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묘한 질문은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공약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스탈 기자는 나중에 부시 대통령 장례식 때 이 질문을 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 명언의 품격     백악관 기자실 맨 앞줄 중앙석은 여성 최초로 백악관을 출입한 헬렌 토머스 기자의 지정석이었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의 첫 질문권을 가졌으며, 회견이 끝날 때 “thank you, Mr. President”라는 인사말을 하는 것도 토머스의 권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중동 문제에서 토머스의 친(親) 팔레스타인 견해는 유대계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언론계에서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2010년 유대계 단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땅이 아니다. 폴란드나 독일, 미국으로 떠나라”는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기자직에서 물러났습니다. 3년 뒤인 2013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여성 기자들이 토머스를 “trailblazer”(선구자) “glass ceiling breaker”(유리천장 타파자)라고 애도했습니다.   “Everything in the White House is classified. The color of the walls? they would even classify that.”(백악관의 모든 것이 기밀사항이다. 벽 색깔? 아마 그것도 기밀로 하고 싶을 것이다) 토머스는 2000년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백악관의 비밀주의를 비판했습니다. 뻔히 보이는 벽 색깔까지도 비밀에 붙이고 싶어 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입니다. 토머스다운 유머가 빛나는 대답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백악관이 다루는 서류에는 ‘classified’라는 붉은 도장이 찍힙니다. ‘기밀문서’라는 뜻입니다. ‘classify’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분류하다’라는 뜻이 있고, ‘기밀사항으로 취급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declassified’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반출한 백악관 문서들이 퇴임 전 ‘기밀해제한’ 것들이라고 주장하지만 기밀해제의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사법당국의 판단입니다.   ● 실전 보케 360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보름 넘게 백악관에 격리됐던 바이든 대통령이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재해지역 켄터키 주를 찾았습니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38명이 사망 실종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곳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해 현장을 둘러본 후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재난 대응에 정치적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우리는 원 팀(one team)”이라고 강조했습니다.   “When I got elected, I promised to be, and it's not hyperbole, the president to all Americans.”(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나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건 빈말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연설을 상기시키며 “나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맹세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강조하기 위해 “it’s not hyperbole”라고 했습니다. “이건 허풍이 아니다” “빈말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hyperbole’(하이퍼벌리)는 ‘허풍’ ‘과장’을 뜻합니다. hyper(부풀리다)와 bole(말하다)가 합쳐진 것입니다. ‘hyperbole’는 몰라도 ‘hype’(하이프)는 아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hyperbole’의 줄임말이 ‘hype’입니다. 재미있는 사회 현상이 나타나면 언론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이를 부각시키는 것을 ‘media hype’(미디어 하이프)라고 합니다. 요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metaverse hype’이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3월 5일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내용입니다. 재미 측면에서 보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따를만한 것이 없습니다. 마치 방송인 트럼프가 진행하는 한 편의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 “He doesn’t lecture, he fights”(그는 설교하지 않는다. 싸운다). 한 미국 정치 평론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입니다. 다른 대통령들이 설교할 대 트럼프 대통령은 싸웁니다. 그가 가장 빛날 때는 적을 설정해 휘몰아치는 공격을 가할 때입니다. 미디어의 속성을 잘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설교보다 싸움이 TV 화면에 인상적으로 비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별다른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특기인 비난을 퍼부을 상대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이크 앞에 서면 술술 말을 잘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He is quite a character.”(그런 사람 또 없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가리켜 한 말입니다. ‘quite a character’는 ‘흔치 않은(unusual)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 또 없지’ ‘인물이야 인물’ 등의 뜻입니다. 주로 상대방을 칭찬할 때 쓰지만 비난할 때도 종종 쓰입니다. 고집불통인 사람을 가리킬 때도 “he is quite a character”라고 합니다.    “I happen to believe that North Korea’s calling its own shots.”(북한은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라고 믿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call its own shots’는 ‘스스로 알아서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believe’가 아닌 ‘happen to believe’라고 했습니다.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믿게 됐다’의 뜻입니다. 조금 자신이 없거나, 자신의 의견이 소수처럼 느껴질 때 씁니다.    “I’d much rather do it right than do it fast.”(일을 빨리 처리하기보다 올바르게 처리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인들은 ‘do it fast’(빨리빨리)보다 ‘do it right’(빈틈없이, 틀린 것 없이)를 중시합니다.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  }

    •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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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범 잡은 바이든의 이 말, 미국을 감동시켰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As Commander-in-Chief, it is my solemn responsibility to make America safe in a dangerous world.”(최고 통수권자로서 나는 미국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엄중한 책임이 있다)대통령은 이런 말을 할 때 멋있습니다. 군사작전을 성공시킨 대통령이 “나에게는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대국민 연설을 하면 국민들은 폭포수 같은 감동을 받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백악관 2층에서 격리 중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왜 기어코 1층 블루룸 발코니까지 내려와 이 연설을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하늘 높게 뻗은 워싱턴 기념탑이 배경에 들어오는 블루룸 발코니는 백악관에서 가장 사진이 잘 받는 곳입니다. ‘폼’을 잡는 연설을 하고 싶을 때 애용하는 장소입니다.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제거에 성공한 뒤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치밀한 작전을 수립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초정밀 유도 미사일을 발사해 알자와히리를 제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는 거의 잊혀진 단어가 된 ‘war against terror’(대테러 전쟁)를 거론하며 “미국은 자유세계의 첨병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군사작전이 알자와히리 제거처럼 언제나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패한 사례도 많습니다. 설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민간인 피해, 과도한 무력 사용, 일관된 개입 원칙 결여 등으로 인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논란이 됐던 미국의 군사작전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Just because Bush felt like it.”(그냥 부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1989년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남미 파나마에 대한 군사작전에 돌입했습니다. 파나마 주재 미국인 보호, 민주주의 수호, 마약거래 차단, 파나마운하 보호 등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진짜 목적은 파나마의 실권자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을 권좌에서 축출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노리에가 장군은 미국의 비호 아래 권력을 잡았지만 각종 부정부패를 자행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자 미국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벌였습니다. 변변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파나마에 미국은 각종 최신 무기를 동원해 전쟁은 보름도 안 돼 끝났습니다. 노리에가는 미군에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자국 주도의 세계질서 확립을 위해 다른 나라에 무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미국 내부도 시끄러웠습니다. 파나마 작전명인 ‘Operation Just Cause’(정당한 명분 작전)에 빗대 ‘Operation Just Cuz’(단지 그 때문 작전)라는 뼈있는 농담이 나돌았습니다. ‘cause’(코즈)와 발음이 비슷한 ‘cuz’(커즈)는 ‘because’(왜냐하면)의 줄임말입니다. 뒤에 ‘Bush felt like it’이 따라오는 것으로 ‘그냥 부시가 벌이고 싶어서 벌인 전쟁’이라는 의미입니다. 부시 대통령의 진짜 의도는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과 거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을 때 ‘feel like’라고 합니다. “I just feel like it”은 “그냥 그렇고 싶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I don‘t feel like it”은 “그냥 댕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The responsibility is fully my own.”(전적으로 내 책임이다)1980년 이란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구출작전에는 ’failure‘(실패)가 아니라 ’disaster‘(재앙) ’fiasco‘(낭패)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처참한 수준의 실패를 뜻합니다. 예리하다는 의미의 ’Operation Eagle Claw‘(독수리발톱 작전)이라는 작전명이 무색하게 총체적 난국에 빠져 ’Operation No Claw‘(발톱 빠진 작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습니다.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창설 후 첫 투입된 작전은 각 군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수송용 헬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작 구출 임무는 시작도 하기 전에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헬기 간의 충돌로 군인 8명이 사망했고, 미군은 헬기와 시신을 이란에 버려둔 채 도망쳤습니다.대통령에게 실패한 군사작전에 대해 변명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습니다. 작전이 실패한 다음날 백악관에서 대국민연설을 한 지미 카터 대통령의 표정은 심각했습니다. 대통령은 작전 실패를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responsibility is my own”은 “responsibility is mine”보다 책임감이 더 강조된 표현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기대했던 “regret”(유감) 표명은 없었습니다. 대신 “the nation shares my disappointment”(국민들이 나의 실망을 공유할 것)이라며 어정쩡하게 사과했습니다. 국민들은 6개월 뒤 대선에서 ’강한 미국‘을 외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습니다.“The worse I do, the more popular I get.”(못할수록 인기는 높아진다)1961년 피그만 침공은 미국이 쿠바 망명자 1500여명을 훈련시켜 쿠바 피그만에 침투시켜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는 계획이었습니다. 상륙 지점인 피그만(the Bay of Pigs)이 야생돼지가 많은 곳이라 붙은 이름입니다. 그러나 지휘체계 혼란, 현지 정보부족, 쿠바혁명군의 압도적 우세 등 복합적인 이유로 작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취임 후 첫 군사작전인 피그만 침공이 실패로 끝나자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상심했습니다. 그는 원래 이 작전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중앙정보국(CIA)의 집요한 설득 때문에 승인했습니다. 작전이 실패하자 케네디 대통령은 “통치를 못할수록 인기가 높아지네”라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반어법 자학개그였습니다. 국민들은 ’뉴 프런티어‘로 포장된 케네디 리더십이 생각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현실 자각을 하게 됐습니다.’the 비교급, the 비교급‘은 ’할수록‘이라는 뜻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형태는 “the more, the better”(많을수록 좋다)입니다. ’TMTB‘가 줄임말입니다. ’TSTB‘도 있습니다. ’the sooner, the better‘(빠를수록 좋다)를 뜻합니다.충격을 받은 케네디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뜯어고쳤습니다. 전문가 집단에게 크게 의존했던 회의방식을 개방형으로 바꿔 찬반 의견이 자유롭게 토론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작전을 주도했던 CIA를 멀리 하게 됐고, 동생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의 발언권이 강화됐습니다. 이 때 사이가 틀어진 CIA는 훗날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배후로 지목됐습니다.● 명언의 품격 “We can do these things not just because of wealth or power, but because of who we are, one nation, under God, indivisible, with liberty and justice for all.”(우리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부유하거나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신의 가호 아래 자유와 정의의 원칙으로 단결된 나라이기 때문이다)알자와히리 제거 작전은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과 여러 모로 닮은꼴입니다. 제거 대상이 알카에다의 리더라는 점도 똑같고, 치밀한 위치 추적 정보를 수집해 정밀타격을 가한 점도 비슷합니다. 대통령의 연설 내용도 비슷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 제거 후 대국민 연설에서 “justice has been done”(정의가 이뤄졌다)이라고 말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justice has been delivered”(정의는 실천됐다)라고 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하지만 오바마 연설은 명연설이라는 칭찬이 따라다니는 반면 바이든 연설은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빈라덴이 알자와히리보다 훨씬 악명 높은 테러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바마 연설에는 미국인들을 감동시키는 도덕적 정당성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연설의 핵심 문구는 “justice has been done”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인들의 판단은 다릅니다. 미국인들이 꼽는 핵심은 마지막 구절입니다. 미국의 무력행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왜 미국이 군사작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지 설명하는 부분입니다.오바마 대통령은 빈라덴 제거가 미국의 부(富)나 군사력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유와 정의 실현은 미국인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삶의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백악관에서 격리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두 가지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알자와히리 제거와 소각장 유해물질 노출 참전용사 보상법안 통과입니다. 알자와히리 제거가 국가적 낭보라면 보상법안 통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I’ll tell you what, as long as I have a breath in me, I‘m going to fight to get this done.(한마디 하자면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이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보상법안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쓰레기 소각장의 유해물질에 노출된 군인과 가족 350만 명에게 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전장의 소각장은 독성 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어 노출된 군인들은 귀국 후 각종 질병을 호소했습니다. 법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격리 중이던 2일 통과됐습니다. 그동안 참전용사와 가족들은 의사당 앞에 천막 시위를 벌이며 법안 통과를 촉구해왔습니다. 법안 통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격리 중에도 시위대와 연락을 취하며 격려했습니다. 보훈처 장관을 시켜 시위대에게 피자를 배달시키는가 하면 시위대와 페이스타임 통화도 자주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위대와의 통화에서 ”I’ll tell you what“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일종의 주의 환기용 멘트입니다. ”나 지금부터 중요한 얘기하겠다“는 뜻입니다. ”as long as I have breath in me“는 ”내가 숨을 쉬는 한“ ”목숨이 붙어있는 한“이라는 뜻입니다. ”get it done“은 ”성사되도록 하다“는 뜻입니다. 본인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는 의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목숨까지 걸 정도로 법안 통과에 열성적으로 나선 것은 2015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맏아들 ‘보’의 사망 원인이 소각장 유해물질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연관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아들 헌터가 각종 ‘사고’를 치는 골칫거리인 것과 달리 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믿음직스러운 자식이었습니다. 이라크전에 자원입대해 전투부대로 싸운 ‘보’는 2009년 전역 후 델라웨어 주 검찰총장으로 일하다가 2015년 사망했습니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됐던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2월 22일 소개된 바이든 대통령의 부부애에 대한 내용입니다. 젊은 시절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2015년 맏아들도 잃은 등 슬픈 가족사를 가진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의 부인 질 여사와 금슬이 좋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2021년 2월 22일자‘PDA.’ 요즘 미국에서 화제의 단어입니다. ‘Public Display of Affection’(공개적인 애정 표현)‘의 약자입니다. PDA가 유행어가 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 때문입니다. 무척 냉랭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는 달리 바이든 부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며 애정을 과시합니다. “I’m gonna sound so stupid, but when she comes down the steps, my heart still skips a beat.”(내 말이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아직도 내 심장은 쿵쾅거린다)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결혼 생활 40년이 지났지만 아직 첫사랑을 앓는 사춘기 소년 같은 마음을 고백합니다. ”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아직도 내 심장은 쿵쾅거린다.“ 좀 유치한 고백이라는 걸 본인도 아는지 ”내 말이 바보같이 들리겠지만“이라고 사전 경고까지 합니다. ‘heart skips a beat’는 ‘심장이 박동을 건너뛰다’ 즉, ‘막 빨리 뛰다’라는 뜻입니다. 로맨틱한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놀라거나 무서워 심장이 벌렁거릴 때도 씁니다. “I married way above my station.”(나는 정말이지 급이 높은 사람이랑 결혼했어)대선 유세 때 연설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갑자기 시위대가 접근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부인 질 여사가 경호요원보다 더 날쌔게 시위대를 막아서며 남편을 보호했습니다. 아내가 고마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정말이지 나보다 급이 높은 사람이랑 결혼했어“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가문 외모 경제적 지위 등 여러 면에서 자신보다 조건이 나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을 ‘marry above my station’이라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marry below my station’이라고 합니다. “How do you make a broken family whole? The same way you make a nation whole. With love and understanding.”(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하게 만드냐구요?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요.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됩니다)과거 고교 교사였던 질 여사는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에 남편과 함께 방문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하게 만드냐구요?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요.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건 화합의 메시지가 국가뿐 아니라 가정에도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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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직을 걸고 사면을 결정합니다” [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Presidential pardons: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대통령의 사면: 좋고 나쁘고 추한 것들)광복절을 맞아 주요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면은 국가원수의 고유권한이지만 대통령이 쉽게 결정을 내릴 문제는 아닙니다. 사면 대상자의 죄의 경중과 형량, 정치권의 분위기, 민심의 흐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미국의 경우 사면은 헌법 2조 2항에 기술돼 있습니다. “대통령은 탄핵을 제외한 범죄행위에 대해 사면을 부여할 권한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미국 헌법을 만든 건국의 주역들은 사면 조항을 넣을지 말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했다고 합니다. 사면 반대론자들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인 만큼 잘못된 판단을 우려했고, 찬성론자들은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일을 할 리가 없다고 봤습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재임 8년간 16명을 사면하는데 그쳤지만 현대의 대통령들은 사면권을 적극 사용해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씩 사면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국 언론은 서부영화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한국 개봉명: 석양의 무법자)에서 유래한 ‘좋은 사면, 나쁜 사면, 추한 사면’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영화에서 악역이 더 주목받듯이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좋은 사면보다는 나쁘거나 추한 사면이 더 많아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미국에서 논란을 몰고 왔던 사면 결정들을 알아봤습니다.“I do believe that the buck stops here.”(대통령인 내가 책임을 진다고 믿는다)가장 큰 논란을 몰고 온 사면으로는 1974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면이 꼽힙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사면을 받은 유일한 사례입니다. 1974년 8월 9일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났습니다. 이로부터 한 달도 안 돼 9월 8일 후임 포드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닉슨 사면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기소되기 일보 직전이었던 닉슨 대통령에게 모든 사법조치 가능성을 면제시켜주는 ‘선제 사면’이었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사면의 이유를 사회통합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중죄를 지은 것은 맞지만 국가적 단결을 위해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사면 결정의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명언 “the buck stops here”를 인용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에 넘쳐나는 monday morning quarterback(월요일 아침의 쿼터백)을 물리치기 위해 이 명언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만 그 결정에 대해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일은 쉽습니다. 결정권자 주변의 잔소리 훼방꾼을 가리켜 monday morning quarterback이라고 합니다. 포드 대통령은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주변의 의견이나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력을 믿어야 한다고 했습니다.포드 대통령은 ‘God’(신)까지 거론하며 국민들의 자비심에 호소했지만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을 용서할지 말지 결정을 못한 국민들에게 사임 1개월 뒤에 나온 사면 결정은 너무 빨랐습니다. 포드 대통령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은 그가 재선에 출마했을 때 표를 주지 않았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도전자인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패해 2년 6개월의 단명 대통령으로 끝났습니다.“Come back home.”(돌아와라)카터 대통령은 1977년 1월 21일 취임 다음날 큰일을 벌였습니다. 베트남전쟁 징집 기피자 20여만 명을 대상으로 사면을 단행했습니다.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사면이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국가적 치유를 위해 사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사면 슬로건은 ‘come back home.’ 징집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습니다. 기피자의 90%는 이웃나라 캐나다로 도망쳤습니다. 캐나다는 불법 입국자인 이들을 미국으로 송환시킬 수 있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모른 척 했습니다. 오히려 “징집 기피자들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국경수비대에게 내리면서 암묵적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캐나다로 건너간 18만 명 중 5만 명은 사면 결정 후 본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캐나다에 남았습니다.카터 대통령은 사법적 처벌을 면제시켜주는 ‘full pardon’(완전한 사면)을 약속했지만 미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베트남 전에서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징집 기피자들이 정상적인 사면 복권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 국민적 시선은 따가웠습니다. 참전군인 단체들은 대놓고 “비애국적 범죄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아직도 미국 사회에는 징집 기피자들에 대한 낙인이 존재합니다. “She‘s minding her p’s and q‘s, but staying out of trouble doesn’t get you much.”(그녀는 극도로 조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재임 마지막 날에 밀린 숙제를 하듯이 몰아서 사면을 발표합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마지막 날인 2001년 1월 20일 140명을 사면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신문 재벌가 상속녀 패티 허스트였습니다.패티 허스트 납치 사건은 젊은 여성, 돈, 섹스, 총, 은행강도, 세뇌 등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허스트는 1974년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의 아파트에서 19세의 나이에 극좌 무장단체(SLA)에 납치됐습니다. 이 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가 SLA 대원들이 벌인 은행 강도 사건에서 그녀의 모습이 CCTV에 찍히면서 알려졌습니다. 허스트는 부모 앞으로 보낸 사진과 편지에서 자신의 이름은 ‘타니아’라며 자발적으로 SLA에 합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허스트는 미중앙정보국(FBI) 수배 명단에 올랐다가 이듬해 체포됐습니다.허스트는 당초 주장과는 달리 법정에 서자 “강압에 의해 세뇌를 받았다”는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세뇌된 상태로 의지에 따라 행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납치자에게 동화되는 ‘스톡홀름 신드롬’의 사례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유죄 판결을 받고 35년이 법정 최고형이지만 판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7년형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 조건을 채우기도 전에 카터 대통령의 감형 결정에 따라 복역 22개월만인 1979년 1월 석방됐습니다. 이어 클린턴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따라 정식 복권됐습니다.허스트가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고 순조롭게 사면 결정을 받은 것에 대해 “재력 덕분”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허스트를 기소했던 검사는 그녀에 대해 “mind p‘s and q’s”라고 비판했습니다. 영어에는 알파벳이 나오는 속담이 많습니다. 알파벳에서 p와 q는 모양과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습니다. ‘p와 q에 신경을 쓴다(mind)’는 것은 ‘극도로 언행을 조심한다’는 뜻입니다. 허스트가 사면 결정을 받기 위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범죄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 명언의 품격트럼프 대통령은 4년의 재임기간 중 237명을 사면했습니다.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닙니다. 문제는 사면 대상자의 대부분이 부정을 저지른 자신의 측근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가운데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 수전 앤서니(1820~1906)는 미국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전 앤서니 사면을 발표하자 의외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여성 운동계로부터 “사면 결정 고맙지 않다” “취소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친 것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여성표 공략을 위해 수전 앤서니 사면 결정을 내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요청에 스타일만 구기게 됐습니다.“I shall never pay a dollar of your unjust penalty.”(불공정한 벌금형에 단 1달러도 낼 수 없다)여성계는 “사면은 범죄 사실을 인정한다는 가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습니다. 수전 앤서니는 1872년 대통령 선거에서 뉴욕 선거구에서 투표를 했다가 재판에 회부됐습니다. 당시는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미국의 10대 재판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대 수전 B 앤서니’ 재판에서 그녀는 여성의 투표권에 대한 열변을 토했습니다. 당시 개정된 수정헌법 14조에 의거해 “그 어떤 주의 법률도 시민의 투표권을 방해할 수 없다”며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주재한 판사는 수전 앤서니의 투표 행위가 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당시로서는 상당히 큰 액수였던 100달러의 벌금형을 부과했습니다. 그녀는 불공정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로 “I shall never pay a dollar of your unjust penalty”라고 응수했습니다. 이 발언은 여성의 참정권 쟁취 노력을 상징하는 명언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수전 앤서니가 세상을 떠나고 14년 뒤인 1920년 성별에 따라 투표권이 거부돼서는 안 된다는 수정헌법 제19조가 통과됨에 따라 여성 참정권은 인정됐습니다. ●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이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올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수십억 광년 전 우주의 심연을 담은 사진들을 속속 보내오고 있습니다.“Supernova: a dying star‘s last hurrah.”(슈퍼노바, 소멸하는 별의 마지막 대축제)제임스웹 망원경의 사진 중에 30~40억 광년 전 은하계의 모습을 담은 슈퍼노바 사진도 있습니다. 슈퍼노바는 생명력이 다한 별이 폭발할 때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를 말합니다. 미국 언론들은 “사라지는 별의 마지막 대축제”라는 감성적인 제목으로 사진을 보도했습니다.’hurrah‘는 즐겁고 신날 때 쓰는 감탄사입니다. ’만세‘ ’힘내라‘는 뜻입니다. “허라” “호라” 등으로 읽고, ’라‘에 강세를 둡니다. 사촌 격으로 ’hooray‘가 있습니다. “후레이” “허레이”라고 읽고, ’레이‘에 강세를 둡니다. 미국인들은 어감상 명확하게 들리는 ’hooray‘를 선호합니다. “hip hip hooray”(힙 힙 후레이)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응원 구호입니다. 응원대장이 “hip hip”하고 선창하면 나머지 부대가 “hooray”라고 추임새를 넣습니다. ’hurrah‘는 글로 쓸 때, ’hooray‘는 말로 할 때 적절한 감탄사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2월 14일 소개된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정치인의 언어에 대한 내용입니다. ▶2018년 2월 14일미국 정치인들은 말을 잘합니다. 불시에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려운 이슈를 술술 풀어가며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힙니다. 머릿속에 생각이 정리돼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말 잘하기로 소문난 미국 정치인에게도 약점은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 중에는 알게 모르게 국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말을 하는 정치인은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는 언어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거죠.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정치인의 언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얼 폴리틱스‘라는 미국 유명 정치매체가 정치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no brainer”(별거 아니야)워싱턴 특파원 시절 정치인들이 힘든 결정을 내린 뒤, 마라톤협상을 타결한 뒤 “It’s a no brainer”라고 말하는 걸 여러 번 들었습니다. 은근한 자기 과시입니다. “당신한테는 어려울지 몰라도 나한테는 일도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이 표현은 때와 장소를 잘 구별해서 써야 합니다. 예컨대 셧다운(정부 폐쇄)으로 국민들에게 온갖 불편을 야기한 뒤 뒤늦게 협상을 타결하고 나서 여야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습니다. ’별거 아니면 왜 빨리 못했어.‘ “look!”(이것 봐)미국인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주변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싶을 때 ”look!“이라고 운을 뗍니다. ’내 말 좀 들어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look‘이라는 표현은 품격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국 TV 정치 토크쇼에서 패널들이 정신없이 말싸움할 때 서로 ”룩“ ”룩“ 하면서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대통령이 이 단어를 쓰면 얼마나 유치해 보이겠습니까. 그런데 ’연설의 달인‘이라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1시간 기자회견 동안 ”look!“을 26번이나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약 2분당 1번꼴이었습니다. “folks”(친구들, 동지들)정치인이 국민들과의 동질성을 강조하고 싶을 때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전략이죠.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대통령 할 것 없이 모두 연설이나 대화할 때 수없이 ”folks“를 외쳤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단어는 적에게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나 대통령들은 너무 즐겨 사용하다 보니 때를 가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를 일으킨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가리켜 ”folks“라고 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원수가 어느새 친구가 됐던가.‘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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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네디 대통령 따라다닌 ‘가방맨’ 정체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I’m on my way to recovery.”(회복 중이다)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고령에 총4차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돌파감염, 재감염까지 된 케이스여서 국정 공백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다행히 증세가 경미해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바이든 대통령은 첫 확진 닷새 후 기자들과의 화상대화에서 “I’m on my way to recovery”라고 했습니다.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하니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on my way to’는 ‘가는 길이다’ ‘하는 중이다’라는 뜻으로 어떤 활동을 진행 중이거나 시작할 때 씁니다. 회사에 가는 길이면 “on my way to work,” 집에 가는 중이면 “on my way home”이 됩니다. 장소 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처럼 ‘recovery’(회복), ‘success’(성공) 등 추상적인 의미의 단어와도 쓸 수 있습니다.리더의 건강은 중요합니다. 부하들을 통솔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리더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이 받쳐줘야 합니다. ‘메디케어 서플리먼트’라는 미국 의료정보 사이트가 식습관, 운동습관, 질병기록 등을 종합해 역대 대통령들의 건강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 시대의 대통령들 중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미 카터, 해리 트루먼 대통령 등도 A학점을 받았습니다. 반면 D학점, F학점의 불명예를 안은 대통령들도 있습니다. 건강이 부실했던 대통령들과 이들을 괴롭힌 질병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If the wrong people got hold of the bag, it would be murder.”(만약 가방이 잘못된 사람들 손에 넘어가면 끝장이다)건강이 안 좋은 것으로 치자면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막상막하입니다. 둘 다 현대 대통령 중에는 가장 낮은 D학점 그룹에 속합니다. 우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케네디 대통령은 10대 시절에는 위궤양, 대장염, 에디슨병(부신피질기능저하증) 등을 앓았고 성년이 된 후에는 요통과 각종 염증,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대중 앞에서는 열변을 토하지만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통증 때문에 쓰러질 정도로 괴로워했습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저서 ‘Profiles in Courage’(용기 있는 사람들)도 케네디 대통령이 1954년 허리수술 후 병상에서 쓴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 옆에는 항상 ‘수상한 가방’을 든 보좌관이 따라다녔습니다. 자주 아픈 그를 치료할 때 쓰는 ‘medical support’(의료지원) 가방이었습니다. 1960년 대선 때 코네티컷으로 유세를 나갔다가 이 가방을 잃어버렸습니다. 가방에는 구급상비약 정도가 아니라 간단한 수술도구, 의료보조장비, 진찰기록 등도 들어있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에게는 긴급 상황이었습니다. 가방의 내용물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가방이 ‘적’의 손에 흘러들어 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쟁자였던 리처드 닉슨 진영이 가방을 입수하면 케네디의 건강 상태가 들통이 날 뿐 아니라 그가 내세우던 ‘젊음’ ‘활력’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전기 작가 허버트 파멧의 저서 ‘JFK’(1983)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리비코프 코네티컷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가방을 찾으라”는 특명을 내렸습니다. 중요한 물건이 잘못된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을 ‘wrong people get hold of’라고 합니다. ‘get hold of’는 ‘손에 넣다’는 뜻입니다. ‘get rid of’(없애버리다)의 반대말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상황의 위중함을 알리기 위해 ‘murder’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물론 진짜 살인이 벌어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잘못 되면 큰일이다’ ‘끝장이다’라는 뜻의 관용적 표현입니다. 다행히 가방은 케네디 대통령의 손에 무사히 돌아왔다고 합니다. “My heart sank as he looked lost for words.”(말을 잊은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70세에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는 정신건강 논란이 따라다녔습니다.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레이건 대통령이 그 이면에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는지는 지금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공식적으로는 퇴임 8년 후에 알츠하이머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임기 중에, 또는 그전부터 이상 신호가 있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둘째 아들 론 레이건의 저서 ‘My Father at 100’(2011)에는 임기 초부터 단어를 자꾸 잊어버리고 표현을 못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말을 해야 할 상황에서 못하는 것을 ‘lost for words’라고 합니다. 기억력 감퇴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기쁨 충격 등으로 인해 말문이 막힐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습니다.‘싱크홀’처럼 ‘sink’는 ’내려앉다‘는 뜻입니다. ‘heart sink’는 ‘마음이 내려앉다’, 즉 ‘낙심하다’입니다. 부엌 ‘싱크대’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싱크대는 콩글리시처럼 들리지만 미국인들도 ‘sink’(싱크)라고 합니다. ‘kitchen sink’라고 하면 더 정확합니다. 임기 중에도 알츠하이머로 고생했다는 둘째 아들의 주장은 레이건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great communicator’(위대한 소통가)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맏아들 마이클 레이건은 “아버지 탄생 100주년에 모욕을 선물한 것이냐”며 동생을 비난했습니다.“I had my appendix out when I was 11. That was the last time I was in a hospital.”(11세 때 맹장수술 받은 이후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학점 그룹에 속했습니다. 케네디, 레이건 대통령보다는 낫지만 자랑할 정도의 좋은 건강 상태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2016년 그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자 건강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습니다.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골프 외에는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는 생활습관 때문에 비만과 각종 성인병 위험이 컸습니다. 건강검진 기록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묵살하던 그는 대선을 2개월 앞둔 시점에 ’닥터 오즈 쇼‘라는 TV 의료 프로그램 출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자인 메르멧 오즈 박사에게 주치의로부터 받아온 2장짜리 진단서를 건넸습니다. 이를 훑어본 오즈 박사는 “직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훌륭한 건강 상태”라는 판정을 내렸습니다. 신이 난 트럼프 대통령은 “11세 때 맹장 수술 이후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70세였던 그가 11세 이후로 59년 동안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는 주장은 누구도 믿기 힘들었습니다. 주치의가 발급했다는 진단서의 진위 여부도 의심을 받게 됐습니다.‘병원 영어’를 잘 구사하려면 대표적인 병명을 알아두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 앞에 “I have” “I’ve got” 등을 붙여주면 됩니다. sore throat(인후통), high fever(고열), upset stomach(소화불량), diarrhea(설사), bruise(타박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들입니다. ‘맹장’은 ‘appendix’(어펜딕스)입니다. 맹장 수술을 받았다면 “I had my appendix removed(또는 out)”이라고 합니다.● 명언의 품격19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했던 소아마비가. 20세기 초 미국을 강타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소아바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운데 1921년 39세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도 성인으로는 드물게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재활훈련을 마친 뒤 정치활동을 이어가 미국 유일의 3선 대통령이 됐습니다. 휠체어를 특수 제작해 일반 의자처럼 보이게 했고, 서있어야 할 때는 보조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부축하도록 했습니다. 그를 곁에서 돌봤던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는 남편의 소아마비를 “blessing in disguise”라고 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강한 정신력을 가졌기 때문에 질병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아마비는 불행이 아니라 감춰진(in disguise) 축복(blessing)이라는 의미입니다. 사자성어로 ‘전화위복’을 뜻합니다. “You must do the thing you think you cannot do.”(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라)엘리너 여사의 저서 ‘You Learn by Living’(1960)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1945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자주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I have lived through this horror. I can take the next thing that comes along”에 이어지는 구절입니다. 소아마비라는 공포에 맞서는 과정에 삶의 어떤 두려움도 이려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내용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남긴 최고의 명언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와 일맥상통합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통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맏딸 캐럴라인 케네디가 최근 호주 주재 미국 대사에 취임했습니다. 취임 기자회견에 많은 호주 언론이 몰렸습니다. 중국 견제부터 바이든 대통령 확진 판정까지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가운데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Did you just talk over the woman?”(방금 저 여성이 발언하는 중에 끼어들었나요?)한 여성 기자가 캐롤라인 대사에게 질문을 하는 중에 남성 기자가 더 큰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며 끼어들었습니다. 앞선 기자의 질문은 나중에 끼어든 기자의 질문에 묻히게 됐습니다. 캐럴라인 대사는 두 기자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끼어든 기자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 앞서 질문했던 기자에게 다시 질문 기회를 줬습니다. ‘talk over’는 뒤에 나오는 목적어가 사물인지 사람인지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사물이나 주제가 나오면 ‘토론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나오면 발언이 진행되는 중에 다른 발언이 ‘끼어들다’는 의미입니다. 열띤 분위기의 회의나 수업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의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만약 내가 발언하는 중에 누가 가로채려고 한다면 “Don‘t talk over me”라고 경고하면 됩니다. 기자회견에서 끼어든 기자는 나중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무례했다고 사과했습니다. 호주 언론들은 캐럴라인 대사가 “취임 첫날부터 ’lesson in manners‘(예절의 교훈)를 알려줬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그의 고령에 대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정치인에게 2022년 1월 10일 소개된 고령 정치인의 고민에 대한 내용입니다.▶2022년 1월 10일자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2024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82세 대통령을 맞게 됩니다. 대통령은 진취적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고령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고령으로 대권에 도전한 정치인들의 ’나이 문제 대응법‘을 알아봤습니다. “I’m a great respecter of fate.” (나는 운명론자다)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운명론을 꺼내들었습니다. 자신을 ‘운명을 존중하는 사람(respecter of fate)’이라고 했습니다. 고령이지만 또 한 번의 대통령 도전이 운명이라면 순응하겠다는 뜻입니다. ‘respecter’는 ‘respect’(존중하다)를 의인화한 명사형입니다. ‘no respecter of persons’라는 관용구 형태로 많이 쓰입니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대표적으로 ‘Death is no respecter of persons.’(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I’m cognitively there.”(나의 인지력은 문제없다)2020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4세에 재선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인지력(정신건강)이 국정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지력 검사 결과를 자랑하며 “나는 인지적으로 정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존재를 나타내는 ‘be’ 동사 다음에 먼 곳을 나타내는 ‘there’(거기)가 나오면 ‘목표에 도달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I’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ence.”(나는 상대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1984년 73세에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적수였던 56세의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선 후보가 나이를 문제 삼자 “나는 상대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많은 나이를 귀중한 정치 자산으로 만들며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대선후보 토론에서 나온 명언 중의 명언으로 꼽힙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정신건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렇게 재치 있는 발언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나라를 이끌어도 문제가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었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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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정치인들은 매년 OOO으로 소풍 간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I wish we were able to do more of this so that you all got to know one another well.”(서로 알아가는 이런 행사가 좀 더 있었으면 한다) 햇빛 좋은 여름날 미국 정치인들은 단체 소풍을 떠납니다. 백악관으로 갑니다. ‘congressional picnic’(의회 소풍)은 수십 년간 이어져온 미국 정가의 전통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의회 소풍이 열렸습니다. 명칭은 ‘의회’ 소풍이지만 국회의원들만 대상은 아닙니다. 의원, 장관, 백악관 관리, 행정부 직원과 가족들까지 합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백악관 잔디밭에서 각종 음식과 놀이를 즐겼습니다. 필라델피아 명물 치즈스테이크, 프라이드치킨, 바비큐 등의 메뉴가 준비됐고, 아이들은 대통령 인장이 박힌 포장지의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뛰어다녔습니다. 손자 손을 잡고 온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장은 볼이 터져라 햄버거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습니다.이날 소풍은 1·6 의회 난입 사태 청문회,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 등을 놓고 정치권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열렸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의회 소풍을 두고 “바이든식 소통 이벤트”라고 불렀습니다. 신이 난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행사가 더 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정치는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의회 소풍처럼 화해하는 기회가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의회 소풍들을 알아봤습니다.“Democracy can be contentious, but events like today remind us that we‘re all on the same team, that’s the American team.”(민주주의는 시끄럽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행사는 우리가 한 팀, 즉 미국 팀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의회 소풍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당 내부 행사로 출발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의 트루먼 대통령이 민주당 정치인 150여명을 모아 워싱턴에서 가까운 휴양지 체서피크 만으로 단합 여행을 떠난 것이 시초입니다.1967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의회 소풍이 당파적 행사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며 양당 정치인과 행정부 관리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범위를 늘렸습니다. 가족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장소는 백악관으로 바뀌었습니다. 매년 소풍 주제는 대통령이 정합니다. 서부 분위기의 ‘와일드 웨스트,’ 뉴욕 스타일의 ‘브로드웨이,’ 뉴올리언스 축제 ‘마디그라’ 식으로 해마다 주제가 바뀝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sock hop’(삭 홉)이라는 1950~60년대 양말을 추켜올려 신고 록앤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댄스 파티를 주제로 열었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훌륭한 축사를 했습니다. 민주주의는 록앤롤 음악처럼 시끄럽고 정신 사납게 들리지만 구성원들은 한 팀, 즉 미국 팀이라는 의식을 공유한다는 내용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논쟁이 자주 벌어집니다. 그래서 ‘democracy’는 ‘contentious’라는 형용사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ontend’는 서로 다른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대결하다’는 뜻입니다. 형용사인 ‘contentious’는 ‘논쟁적인’ ‘호전적인’ 등의 뜻입니다. “The people are pulling in the same direction, much to the chagrin of the enemy.”(적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지금 미국은 똘똘 뭉쳤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1년 텍사스 바비큐 스타일의 의회 소풍을 준비했습니다. 소풍일은 9월 11일, 바로 9·11 테러가 터진 날이었습니다. 행사는 이날 오후 5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텍사스에서 바비큐 그릴까지 공수해오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오전 9시쯤 테러가 발생하면서 소풍은 취소됐습니다. 이듬해인 2002년 6월 부시 대통령은 의회 소풍을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미국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소풍 분위기는 비장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소풍 인사말로는 어울리지 않게 ‘전쟁’ ‘적’을 거론했습니다. ‘pull in the same direction’은 ‘같은 방향으로 당기다’ ‘일치단결하다’는 뜻입니다. 불어에서 유래한 ‘chagrin’(셰그린)은 유감스러운 감정을 표현할 때 씁니다. ‘유감스럽게도’라고 할 때 ‘to my chagrin’이라고 합니다. “It doesn‘t feel exactly right to me.”(영 아닌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의회 소풍이 열리기 며칠 전에 갑자기 취소했습니다.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무엇이 적절하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It doesn’t feel right”는 정확한 이유를 대기는 힘들지만 느낌이 좋지 않을 때 쓰는 말입니다. 전문가들의 추론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행사를 취소한 이유는 당시 추진 중이던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불법 이민자 부모는 구금해 추방시키고 자녀는 미국 내 친척 집에 보내거나 입양시키는 정책입니다. 이로 인해 최소 5000여 가족의 구성원들이 뿔뿔이 헤어졌습니다. 불법 이민자 가족은 생이별을 하는 판국에 정치인 가족들의 소풍은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준비했던 행사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갑자기 취소되면서 음식을 병원에 기부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 명언의 품격백악관에서 열리는 소풍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의회 소풍이 있고, 독립기념일에 여는 ‘Fourth of July picnic’(7월 4일 소풍)이 있습니다. 정치인 대상의 의회 소풍은 소규모인 반면 일반인들을 초대하는 독립기념일 행사는 불꽃놀이와 함께 성대하게 펼쳐집니다. 독립기념일 소풍은 백악관에서 열리는 것이 전통이지만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독립의 발상지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인디펜던스홀(독립기념관)을 직접 찾았습니다. 이곳은 미국 건국의 주역들이 독립선언서와 헌법을 토론하고 작성한 장소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연휴 동안 필라델피아에서 머무르며 주민들과 어울렸습니다.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케네디의 다른 연설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미국인들 사이에는 건국이념의 정수를 담은 명연설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그중에서 유명한 구절입니다.“To read it today is to hear a trumpet call.”(오늘 독립선언을 읽는 것은 분연히 일어나 행동하라는 것이다) 전쟁 용어인 ‘trumpet call’(트럼펫 콜)은 긴급 행동에 나서야 할 때 나팔로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독립선언이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미국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For that Declaration unleashed not merely a revolution against the British, but a revolution in human affairs’(왜냐하면 독립선언은 단지 영국 지배에 대항하는 혁명이 아니라 인간사 전반의 혁명이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오늘 주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최근 제롬 파월 미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상원은행위원회에 출석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물가 상승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결정 후에 밝힌 내용입니다.“Further surprises could be in store.”(추가적인 놀라움이 벌어질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높은 물가 상승률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store’는 ‘상점’뿐 아니라 ‘비축’ ‘보관’의 뜻도 있습니다. 상점은 물건을 보관했다가 파는 곳이니 일맥상통하는 뜻입니다. ‘in store’는 ‘준비돼 있는’ ‘일어날 예정인’이라는 뜻입니다. “추가적인 놀라움이 상점 안에 있다”가 아니라 “벌어질 수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You never know what life has in store for you”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물론 직역대로 ‘상점 안’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in-store banking’은 ‘상점 내 은행 서비스’를 말합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울트라 스텝’ 등 다양한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텝’이 너무 많아서 헷갈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복잡한 ‘스텝 분류법’을 잘 모릅니다. 미국인과 소통할 때 대뜸 “giant step”이라고 하기보다 앞에 “so-called”(일명)를 붙어주거나 뒤에 “which means 75 basis-point rate hike”(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의미한다)라고 부연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6월 7일 소개한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대한 내용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소풍을 포함한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personal and civilized approach(개인적이고 교양 있는 접근) 방식으로 국민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입니다. ▶2021년 6월7일자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607/107297086/1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소탈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백악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바깥세상으로 나가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즐깁니다. “Would you like to get a selfie?”(셀카 찍을래?)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행선지로 아이스크림 가게를 자주 택합니다. 최근오하이오 주를 방문했을 때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매니저로 일하는 20세 여대생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주로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봤다고 합니다. 가게를 나오기 전 여학생에게 “나랑 셀카 찍을래?”하고 묻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 여학생이 친구들에게 대통령과 만난 것을 자랑할 수 있도록 사진을 같이 찍어준다고 배려한 것입니다. 외국인에게 함께 사진을 찍을 의향이 있는지 물을 때는 “셀카”가 아니라 “셀피”(selfie)라고 해야 합니다. “A president who scopes out local establishments makes our city look so much more vibrant.”(지역 상권을 살피는 대통령은 도시의 인상을 활기차게 만든다)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워싱턴의 ‘르디플로마트’라는 레스토랑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와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는 대통령 부통령 부부를 본 인근 주민들로부터 환호가 터졌습니다. 지역 시설이나 상권을 ‘local establishments‘라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했던 레스토랑의 매니저는 “지역 상권을 자주 방문하며 살펴주는 대통령은 도시의 인상을 매우 활기차 보이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scope out’은 ‘살피다’ ‘정찰하다’는 뜻입니다. “I never thought of it.”(미처 몰랐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워싱턴에서 외식은 딱 한 번 했습니다. 그것도 백악관 인근의 자신 소유의 호텔 안에 있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한번은 주변에서 “백악관에 머물기보다 자주 외출해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통령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해줬다고 합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처 몰랐다”고 털어놨다고 합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줄 누가 알았나”라는 뜻이죠. “I never thought of that”이라고 합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발행일을 7월 마지막주부터 토요일에서 화요일로 옮깁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동아닷컴과 포털보다 더 빨리 ‘이런영어 저런미국’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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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어스테핑’은 원래 위험천만 취재를 말한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He doorstepped me at a private party.”(사적인 모임에서 나를 도어스텝하다니)최근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라는 단어가 화제입니다. 외교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약식 회견’ 의미로 ‘도어스테핑’이라는 단어를 써왔지만 새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의 ‘출근길 회견’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 모인 기자들과 대통령이 나누는 즉석 질의응답(Q&A) 세션입니다. ‘doorstep’은 ‘집 앞 계단’ ‘문간’을 뜻합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외국인들은 누가 문 앞까지 접근하면 침입자라고 여기며 반기지 않습니다. 도어스테핑은 원래 기자들이 사전 동의를 얻지 않고 문 앞까지 들이닥쳐 과열 취재 경쟁을 벌이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문 앞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인물이 타고 있는 차에 마이크를 들이미는 것도 도어스테핑이라고 합니다. 도어스테핑은 영국 유럽식 영어입니다. 2005년 한 비공개 파티에 참석한 런던 시장은 기자가 잠입 취재를 하려고 하자 “사적인 모임에서 나를 도어스텝 하다니”라며 벌컥 화를 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도어스테핑을 위험한 취재 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시도하는 기자들은 사전에 상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과격한 취재가 자주 벌어지지만 도어스테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어떤 단어를 쓰건 간에 유력 정치인, 특히 대통령이 언론의 최고 관심사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기자들은 대통령 주위에 몰려들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미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 인터뷰 명장면을 알아봤습니다. “I let down the country. I let the American people down.”(나는 국가를 실망시켰다. 국민들을 실망시켰다)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2년 넘게 은둔생활을 했습니다. 그동안 자서전을 썼습니다. 자서전을 완성한 뒤 공식적인 ‘컴백’을 위한 언론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닉슨 대통령을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언론이 없었습니다.그때 미국에서 활동하던 영국 언론인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나섰습니다. 1977년 닉슨-프로스트 인터뷰 과정은 2009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미국 영화 ‘프로스트 vs 닉슨’에 잘 나와 있습니다. 영화는 극적인 긴장감을 위해 두 사람 간의 치열한 대결 구도를 강조했지만 실제인터뷰에서는 프로스트가 닉슨에게 지나치게 동정적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습니다.닉슨 대통령은 프로스트 인터뷰에서 자신의 위법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실망시킨 점은 인정했습니다. ‘let down’은 ‘내려가다’라는 뜻으로 부피나 무게가 줄어들거나 사회적 분위기가 위축될 때 씁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실망시키다’가 뜻이 더 일반적입니다.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게”는 “I won‘t let you down”이라고 합니다. “If that’s not enough for people, then heck, don‘t vote for him.”(만약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면, 젠장, 그를 안 뽑아도 된다) 대선 출마 발표 후 각종 성추문이 끊이지 않던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 부부는 1992년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했습니다. 슈퍼볼 중계에 이어지는 프로그램으로 특별 편성됐기 때문에 높은 시청률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인터뷰의 주인공은 클린턴 주지사이었지만 정작 스타가 된 것은 힐러리였습니다. ’후보 부인‘ 정도로 알고 있던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힐러리의 똑부러지는 언행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역대급 명대사인 “You know, I’m not sitting here, some little woman standing by my man like Tammy Wynette”(나는 태미 와이넷의 노래처럼 남편 옆에서 내조나 하는 초라한 여자가 아니다)라고 하더니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방송 불가급 단어인 “heck”(젠장)을 써가며 “만약 사랑이라는 설명으로도 충분치 않다면 내 남편을 안 뽑으면 된다”는 결정타를 날렸습니다.영어에는 ‘욕설 완곡어법 3총사’가 있습니다. 흔히 ‘Gosh Darn it to Heck!’이라고 이어서 말합니다. 아무 곳에서나 욕을 할 수는 없으니까 비슷한 어감의 순화된 버전을 쓰는 것입니다. ‘gosh’는 ‘god’의 대체어입니다. “oh my god”(하느님 맙소사) 대신에 “oh my gosh”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damn it”(빌어먹을) 대신에 “darn it”, “what the hell”(도대체) 대신에 “what the heck”입니다. “He wrote a beautiful three-page, right from top to bottom.”(김정은 위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3장짜리 편지를 보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언론과 정식 인터뷰를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통령의 막말을 우려한 언론도 무리하게 인터뷰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기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chopper talk’(초퍼 토크)를 즐겼습니다. 백악관 앞뜰에 대기 중인 헬기를 타고 이동하기 직전에 근처에서 대기하는 기자들과 즉석 토크를 하는 것입니다. 이동하는 중에 기자들과 짧게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도어스테핑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헬기를 ‘chopper’라고 합니다. 헬기 날개가 공기를 ‘chop’(썰다, 가른다)는 의미입니다. 이밖에도 ‘헬기 앞 기자회견’이라고 해서 ‘heliconference’, ‘전용 헬기 회견’이라고 해서 ‘Marine One presser’ 등 다양하게 불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헬기 앞 대화를 선호한 이유는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부지런히 이동하며 직무를 수행하고, 언제 어디서나 언론과 소통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헬기의 굉음 속에서 기자들이 고함을 질러가며 질문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만을 골라 답했습니다.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러브레터’를 자랑했습니다. 당시 기자들은 북한이 다섯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한 반응을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제를 돌려 김 위원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편지는 3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내용이라고 합니다. ● 명언의 품격사회생활에서 꼭 받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구직자는 “왜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가”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돼있어야 합니다.“Why do you want to be president?”(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1979년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던 “테디(Teddy)”라는 애칭의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질문을 받았습니다. 케네디 가문의 탁월한 연설력은 실종된 채 케네디 의원은 예상 밖으로 머뭇거렸습니다. “Well… uh… the reasons that I would run…”(음, 아, 내가 출마하려는 이유는…)이라며 어색한 미소만 날릴 뿐이었습니다. 케네디 의원의 머뭇거림은 미 정치사에서 “four-second pause”(4초의 공백)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합니다.당시 민주당 경쟁자였던 지미 카터 대통령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 중이었고, 앞선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의 암살로 여론도 비교적 호의적이었지만 머뭇거림과 함께 대통령이 되려던 케네디 의원의 꿈도 날아갔습니다. 출마를 강행했지만 인터뷰 실패로 ‘케네디 후광 효과’는 이미 사라진 터라 고전만 거듭하다가 중도 사퇴했습니다. 이후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모든 대선 주자들이 가장 먼저 대답을 준비해야 하는 ‘the question’(바로 그 질문)이 됐습니다. ●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이 워싱턴의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 ‘모턴스’에서 식사도 끝내지 못하고 뒷문으로 빠져나오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낙태권 폐기 반대 시위대가 레스토랑 앞에서 “캐버노 대법관을 쫓아내라”는 시위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강경 보수파인 캐버노 대법관은 최근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6명의 대법관 중 한 명입니다.시위대에 밀려 피신한 캐버노 대법관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갈립니다. 보수 쪽에서는 시위대가 밥 먹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반발합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민주당의 스타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도 그중 한 명입니다.“I will never understand the pearl clutching over these protests.”(왜 호들갑 떨며 놀란 척을 하는지 이해 못하겠네)코르테즈 의원이 올린 트윗에 ‘pearl clutching’(펄 클러칭)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자동차 클러치에서 볼 수 있듯이 ‘clutch’는 ‘움켜쥐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이목을 중시하는 중년 여성들은 진주 목걸이를 선호합니다. 놀랍거나 충격적인 장면을 봤을 때 진주 목걸이를 움켜쥐고 호들갑스럽게 놀란 반응을 보이는 것을 ‘clutch the pearls’라고 합니다. 과격 시위는 보수주의자들의 전문 분야라는 것이 코르테즈 의원의 주장입니다. 보수 시위대가 코르테즈 의원 사무실 앞에서 업무를 못 볼 정도로 시위를 벌이는 일이 다반사라고 합니다. 보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망각한 채 레스토랑 앞에서 캐버노 대법관의 식사를 방해한 시위대 몇 명을 두고 과장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2일 소개된 언론사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 대한 내용입니다. 선거 때가 가까워오면 언론사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사이트는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수많은 댓글이 올라오며 활발한 의견 교류의 장이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2020년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주요 언론사의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들을 살펴봤습니다.▶2020년 11월 2일자“Like him or not, Trump lets you know where he stands. Biden stands for whatever the teleprompter tells him to stand for.”(트럼프를 좋아하건 말건 그는 자기주장이 확실하다. 반면 바이든은 텔레프롬프터가 시키는 대로 말한다)폭스뉴스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올린 댓글입니다. ‘stand for’는 ‘주장을 펴다’ ‘찬성하다’는 뜻입니다. ‘반대하다’는 ‘stand against’가 됩니다. 댓글 필자는 “당신이 트럼프를 좋아하건 말건 이건 인정하자”고 합니다. 트럼프는 자기주장이 확고한 사람입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텔레프롬프터(원고 자막 장치)에 적힌 대로 주장을 편다, 즉 자기주관이 없다고 합니다. “I didn‘t realize doing rallies, watching TV and tweeting was considered the president working his ass off, lol.”(지지 유세하러 다니고, TV 보고, 트위터 하는 걸 뼈 빠지게 일한다고 하는 건가)CNN 유튜브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이 댓글이 달린 동영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한가한 바이든 후보와는 달리 여기저기 유세 다니며 열심히 일한다(work my ass off)”고 자랑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댓글은 그 발언을 비꼽니다. 엄밀히 말해 지지자들을 만나러 다니고, TV 보고, 트위터를 하는 것은 선거운동이자 취미생활이지 대통령의 직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런 활동들을 “열심히 일한다”고 할 수 있냐는 것이죠. 댓글은 마지막에 “lol”(정말 웃겨)라며 트럼프를 비웃습니다. “The US is just like these tik tok people. They don’t care how dumb they look, as long as all eyes are on them.”(미국 정치인들은 틱톡 출연자 같다. 자신이 얼마나 멍청해 보이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주목만 받으면 된다) NBC 방송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대선 후보 토론 영상을 보고 외국 시청자가 올렸습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애를 씁니다. 비록 부정적인 관심이라고 하더라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틱톡 출연자들도 비슷합니다. 짧은 동영상이 많이 올라오는 틱톡에는 몸을 이용한 우스꽝스런 묘기를 선보이는 출연자들이 많습니다. 관심 받는 것 자체를 즐기는 요즘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합니다. 외국인이 보기에는 TV 토론을 벌이는 트럼프-바이든 후보가 토론 내용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주목을 받기 위해 열을 올리는 것이 틱톡 묘기자랑 같다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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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MZ서 울려퍼지는 평화의 하모니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클래식 음악의 선율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비영리 음악단체인 PLZ 페스티벌은 “24일 민간인 통제구역인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오프닝 공연을 시작으로 3개월에 걸친 음악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12일 밝혔다. PLZ 페스티벌은 ‘DMZ를 PLZ(Peace & Life Zone)로’라는 주제로 클래식 음악을 즐기며 우리 시대의 화두인 평화와 생명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야외축제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페스티벌은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 등 강원도 접경 5개 군을 돌며 열린다. 모든 공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올해는 국가등록문화재 23호인 철원 제일교회 옛터, 고성 명파해변, 양구 백자박물관, 인제 가을 꽃축제 현장 등에서 총 20여 차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피날레 공연은 10월 29일 국군 6사단 영내의 철원 평화문화광장에서 펼쳐진다. PLZ 페스티벌에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출연한다. 올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첼로 부문에서 1위를 수상한 최하영과 중국인인 2위 이바이첸이 나란히 9월 17일 철원 제일교회 콘서트에 출연한다. 오프닝 콘서트는 PLZ 페스티벌 예술감독이자 피아니스트인 임미정 한세대 교수, 클라리넷의 김한, 서울 비르투오지 챔버오케스트라가 장식한다. 10월에는 국내 발달장애 연주자들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볼 수 있다. 8월 3∼5일에는 온라인상에서 ‘PLZ 국제평화음악캠프’가 열린다. 음악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특강과 연주회, 마스터클래스 등이 펼쳐진다. 특강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데 나시옹의 앙투안 마르기에 음악감독이 출연할 예정이다. 임미정 감독은 “접경 지역은 사람의 때가 묻지 않아 자연 풍광이 아름답다”며 “이런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PLZ 페스티벌을 통해 남북 대치라는 국내 상황 외에도 우크라이나 등 세계 분쟁지역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일정, 사전 참가 신청 등은 PLZ 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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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은 패션 리더? 패션 테러?[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태평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부인 김건희 여사는 패션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태극기 모양이 그려져 있는 배지를 달고 다녔고, 한인 상점을 방문했을 때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우크라이나 국기의 상징색인 노란색과 파란색의 투피스를 입었습니다.국가 리더급 인사들의 패션에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을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패션에 담아 표현하는 것을 ‘make a political statement’라고 합니다. 패션을 통해 정치적 ‘진술’(statement)을 한다는 뜻입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패션 애정템은 레이벤사(社)의 애비에이터형 선글라스입니다. 그냥 멋내기용으로 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도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Joe Biden’s Aviators: A Political Statement’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하고자 메시지는 ‘노익장’입니다. 자신의 많은 나이를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아직 한창 때”라고 반박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조종사들이 즐겨 쓴데서 유래한 애비에이터(aviator) 선글라스는 바이든 대통령 같은 전후 세대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합니다. 정치인들의 패션 속에 담긴 메시지를 풀어보겠습니다. “This is my dissenting collar. It looks fitting for dissents.”(이건 반대의 칼라다. 반대에 딱 맞는 스타일이다)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단조로워 보이는 검은색 법복에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녀는 목걸이를 착용하거나 목에 칼라를 다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연출했습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에게 목걸이는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다수 의견을 낼 때, 소수 의견을 낼 때,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을 때, 동료 대법관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 등 용도별로 착용했습니다. 아무 일이 없거나 다수 의견을 낼 때는 밝은 색 목걸이를 택했습니다. 소수 의견을 내거나 정치권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는 모서리가 날카롭고 어두운 색깔의 디자인을 골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날에도 어두운 분위기의 목걸이를 착용했습니다. 이 목걸이가 ‘반대 목걸이’로 불리며 주목을 받자 긴즈버그 대법관은 강연에 직접 가지고 나와 설명을 했습니다. “이게 나의 반대용 칼라(목걸이)다. 반대와 어울리는 디자인이다”라고 했습니다. 옷이나 액세서리가 ‘어울리다’ ’잘 맞는다’고 할 때 ‘fit’ ‘suit’을 씁니다. 신체 사이즈, 때와 장소에 맞는다면 ‘fit’을 씁니다. “It fits you”는 “너한테 맞는 사이즈네”라는 뜻입니다. 반면 성격 및 취향과 잘 맞아떨어질 때는 “It suits you”라고 합니다.“Put on a sweater.”(스웨터를 입어라)지미 카터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TV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처럼 백악관 서재 난로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의상은 포근한 이미지의 가디건을 입었습니다.그런데 가디건이 문제였습니다. 가디건에는 당시 카터 행정부가 추진했던 에너지 절약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난방 스위치를 올리지 말고) 스웨터를 입어라”고 강조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뿐만이 아니라 백악관에서 회의할 때도, 지방 방문을 할 때도 가디건을 입었습니다.미국 남성들은 가디건을 꺼립니다. 특히 가디건의 앞 단추를 잠그지 않는 오픈된 스타일로 입는 것은 ‘패션 테러‘에 해당합니다. 가디건은 여성스럽고 나이 들어 보인다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취임 초 의욕적인 추진력을 보여줘야 하는 대통령이 가디건 차림으로 돌아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당시 50대 중반이던 카터 대통령은 “70대로 보인다”는 조롱을 들었습니다. 카터의 가디건은 아무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훌륭해도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옷을 ‘입다‘는 ‘put on’과 ‘wear’가 있습니다. 이 두 단어는 미세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put on’은 입는 ‘동작‘입니다. 카터 대통령의 말처럼 “지금 스웨터를 꺼내 입어라”는 뜻입니다. 반면 ‘wear’는 입은 ‘상태’를 말합니다. ‘입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에서 한창 팬데믹이 확산될 때 “Put on a mask”라는 팻말이 걸린 상점이 많았습니다. 상점 입장 전에 “마스크를 꺼내 써라”는 뜻입니다. 반면 보건당국은 “Wear a mask”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라”는 뜻입니다. “The three-monkeys pin landed me in hot water.”(세 원숭이 브로치 때문에 낭패를 봤다)패션을 얘기할 때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브로치 외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0여개를 브로치를 수집한 올브라이트 장관은 중요한 외교 협상을 벌일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브로치에 담아 전했습니다.브로치 때문에 곤경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달았던 ‘세 원숭이’ 브로치입니다. 세 마리 원숭이가 눈 코 입을 가리고 있는 디자인의 브로치는 ‘악을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말라’(hear-no-evil, see-no-evil, speak-no evil)는 일본 전래 동화에서 유래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브로치의 의미를 묻자 올브라이트 장관은 당시 러시아가 벌인 체첸공화국 침공은 악이라고 답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크게 화를 냈고, 이를 전해들은 빌 클린턴 대통령도 “브로치 때문에 회담을 망쳤다”며 언짢아했습니다. ‘hot water’는 ‘곤경’ ‘골칫거리’를 의미합니다. 미국에서 적이나 불청객을 퇴치할 때 뜨거운 물을 끼얹는 전통에서 유래했습니다. 곤경에 처하는 것을 ‘land in hot water’라고 합니다. 직역을 하면 ‘뜨거운 물 안에 내려놓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land’를 단순히 ‘땅’의 의미가 아니라 ‘상황에 놓이게 하다’ ‘결과를 낳다’는 동사로 많이 씁니다. 비행기의 ‘landing’(착륙)이 여기서 유래 했습니다. ● 명언의 품격5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미국의 지도급 인사들이 총출동한 장례식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고인과의 일화를 회고하며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추도사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워싱턴의 일개 외교관이었던 올브라이트를 발탁해 유엔주재 미국대사, 국무장관으로 중용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장관을 누구보다 잘 아는 클린턴 대통령은 경건과 유머가 적절하게 섞인 추도사를 낭독했습니다. 조문객들을 웃게 만든 마지막 구절입니다. “I pray to God we never stop hearing you. Just sit on our shoulder and nag us to death until we do the right thing.”(당신이 우리에게 계속 연락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한다. 당신이 우리 어깨에 앉아서 우리가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겹게 잔소리를 해달라고) ‘nag’은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잔소리’를 ‘nagging’(내깅)이라고 합니다. “잔소리 좀 그만해”는 “Stop nagging me!”라고 하면 됩니다. ‘nagging’을 ‘marriage killer’에 비유하는 미국 속담이 있습니다. 결혼 파탄의 원인이 사소한 잔소리에서 시작되는 된다는 의미입니다. ●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미 의회의 1·6 의사당 난입 사태 조사 청문회에서 캐시디 허친슨 백악관 전 보좌관이 발언한 내용입니다. 허친슨은 이번 청문회의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할 정도로 핵폭탄급 증언을 했습니다. 증언 중에 미 언론이 집중 보도한 대통령 전용차 ‘비스트’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내용입니다.“The president said something to the effect of, ‘I'm the effing president, take me up to the Capitol now.”(대통령은 ‘내가 빌어먹을 대통령이다. 나를 당장 의사당으로 데려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지지 집회에서 연설을 한 뒤 의사당에 가려고 고집을 부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차 안에서 경호원으로부터 운전대를 빼앗기 위한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허친슨의 증언 중에 “to the effect”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취지로” “요지로”라는 뜻입니다. 전해들은 내용을 말할 때 씁니다. 허친슨은 당시 전용차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경호원으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욕설도 눈에 띕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는 “I‘m the effing president”에서 “effing”은 “에핑”이라고 읽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욕설인 ‘fucking’(빌어먹을)에서 f를 제외한 나머지 세글자를 묵음 처리해서 읽은 것입니다. “fucking”이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할 때 완곡하게 “effing”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fucking”이라고 했지만 이를 청문회에서 전하는 허친슨 보좌관은 순화시켜 말한 것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자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1월 18일 소개된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0년 타계한 긴즈버그 대법관의 빈자리가 요즘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최근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 폐기 결정을 내리자 “긴즈버그 대법관이 아직 살아있었다면…”하고 안타까워합니다. ▶2019년 11월 18일자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191118/98411204/1올해 미국에서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열풍이 한바탕 불고 지나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녀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와 극영화가 개봉됐습니다. 꼬장꼬장한 할머니 인상이지만 실제로는 농담도 잘하고 밝은 성격이라고 합니다. 암 치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던 긴즈버그 대법관이 최근 또다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장염이라고 합니다만 이미 4차례나 암을 겪은 만큼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로 보입니다. “My hope is that it is as effective for the woman who works as a maid in a hotel as it is for Hollywood stars.”(내 희망은 ‘미투’가 할리우드 스타들뿐 아니라 여성 청소부에게도 해당됐으면 하는 것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전문 분야는 차별, 불평등에 관한 이슈들입니다. 인종차별, 성차별에 대한 중요한 판결에 참여했고, 소수 의견도 많이 내놓았습니다. 그녀가 올여름 건강을 회복했을 때 한 대학 연설에서 한 말입니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주로 할리우드 유명인들에게 국한됐고 힘없는 일반 여성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 얘기인 현실을 비판적으로 말한 내용입니다. “When I started, I looked like a survivor of Auschwitz. Now I’m up to 20 push-ups.”(내가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아우슈비츠 생존자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팔굽혀펴기 20개를 할 수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외모적으로 작고 허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체력은 장난이 아닙니다. 1999년 첫 번째 암 선고를 받은 뒤 운동을 시작했으며 20년간 운동을 쉰 적이 없다고 합니다.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처럼 피골이 상접했지만 지금은 한번에 팔굽혀펴기(푸시업) 20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근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를 훈련시킨 개인 트레이너까지 덩달아 유명해졌을 정도입니다. ‘긴즈버그도 할 수 있는데 왜 당신은 못해’라는 제목의 책까지 내서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In every good marriage, it helps sometimes to be a little deaf.”(행복한 결혼생활은 어느 정도 귀가 먹어야 한다)긴즈버그 대법관은 코넬대 시절에 만난 마틴 긴즈버그와 대학 졸업 직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녀가 21세 때였습니다. 시어머니가 어린 며느리에게 귀띔해준 결혼생활 어드바이스입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이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살았다고 합니다. 대범하게 흘려버려야 할 것들은 흘려버렸다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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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전략으로 아시아 금융벨트 강화

    신한금융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2021년 말 현재 20개국에 246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2001년 신한금융지주 출범 당시 신한은행이 보유한 6개국 8개 네트워크와 비교하면 뛰어난 성과다. 신한금융그룹의 해외진출 전략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함께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현지 기업에 힘을 쏟았다. 2단계는 현지 기업과의 거래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현지 고객에 대한 마케팅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추진했다. 3단계는 나라별로 현지에 최적화된 조직 기반과 상품 서비스를 만들고 외국계 선도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이다. 웬만한 금융사 전체 손익과 맞먹는 신한 글로벌 사업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아시아 금융벨트’를 구축했다. 2018년부터 그룹 전체 수익 중 10% 이상을 글로벌 사업에서 일궈내고 있다. 글로벌 사업에서 현지 고객 비중도 80.4%에 이른다. 2021년 글로벌 당기순이익은 4000억 원으로 해외 진출 30년 만에 웬만한 금융회사의 전체 손익 규모를 신한금융은 글로벌 사업에서 만들어냈다. 이런 성과는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조용병 회장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2017년 지주,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등 5개사를 겸직하는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선임해 매트릭스 체제로 개편한 것이 한몫했다. 그룹사가 동반 진출해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국가별 리더(Country Head) 제도를 운영했다. 그룹 차원의 글로벌 사업전략 수립은 본사 매트릭스 체제 아래에서, 해외 현지 글로벌사업은 CH 제도를 중심으로 추진했다. CH는 베트남 홍콩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런던 등 전략적 요충지에 두고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협업을 이끌고 있다.글로벌 사업의 시작점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청년 인구 비율이 높고 은행 계좌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60%를 넘어 금융산업의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진출 30년 만에 올해 5월 2조8000억 동(약 1530억 원) 규모의 현지 회사채를 발행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두 번 째다. 이를 계기로 저금리의 안정된 자금을 조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제신용평가사 S&P로부터 올해 4월 신용등급 ‘BB’ 유지 및 향후 발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신용도는 베트남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신한카드 자회사인 신한파이낸스(2018년 푸르덴셜파이낸스 인수)는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소비자금융업을 기반으로 확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올 7월부터 본업인 신용카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또 다른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베트남법인은 2016년 출범 이후 투자은행(IB) 중심의 성과를 내다가 지난해 5월부터 리테일 주식거래 플랫폼을 정비하고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5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고 3개월 만에 4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2021년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으로 탄생한 신한라이프는 2022년 1월 베트남에서 글로벌 영업을 시작했다. 2015년 신한생명이 베트남 하노이에 주재 사무소를 설치한 뒤 현지 생명보험 시장 조사와 베트남 금융당국과의 협력사업 등을 이어오다 지난해 2월 베트남법인 설립 인가를 따냈다. 신한DS도 2018년 현지법인을 섭립해 그룹 ICT 인프라는 물론 디지털 채널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퓨처스랩 베트남과 함께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등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 구축 앞장신한금융그룹은 2020년 그룹 CEO 주관의 디지털-아날로그 융합 ‘글로벌 디지로그’ 대토론회 이후 해외사업 도약을 위해 글로벌 디지털 전략을 수립했다. 올해 5월 2000만 명 이상 보유한 베트남 e커머스 선도 기업 ‘Tiki’의 지분 10%를 인수(신한은행 7%, 신한카드 3%)하는 지분투자 계약을 맺고 3대 주주가 됐다. 신한의 금융 전문성과 Tiki의 현지 고객층 및 데이터를 결합해 베트남에서 금융복합 디지털 생태계 조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 5월 디지털 성장전략 추진을 위한 ‘퓨처뱅크그룹(Future Bank Group)’ 출범식을 열었다. 퓨처뱅크그룹은 ‘은행 속 은행(Bank in Bank)’ 형태의 독립 조직으로 디지털금융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내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차지하는 신한은행 일본법인인 SBJ의 디지털 혁신도 지속되고 있다. 2017년 일찌감치 디지털 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한 이후 자회사인 DNX를 설립해 일본 현지은행을 대상으로 뱅킹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은행, 카드, 금융투자 라이프 등이 출자한 전략적 투자(SI) 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디지털 기업을 지속 발굴해 나가겠다”며 “현지법인과의 협업 가능한 신사업 기회를 창출해 신한 K-파이낸스의 성공 신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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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루하고 졸음만 오는 청문회는 가라 [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e hearings will blow the roof off the House.”(청문회가 확 날려드리겠습니다)지금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의사당 난입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는 의회 청문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청문회는 이례적으로 정치인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많이 연출한 방송 PD가 총감독을 맡았습니다. 그는 청문회 시작 전부터 “blow the roof off the House”(하우스 지붕을 날려버리겠다)고 장담했습니다. ‘House’는 ‘집’이 아니라 ‘하원’을 말합니다. 미 의회의 상원은 Senate, 하원은 House of Representatives, 줄여서 House라고 합니다. 이번 청문회를 주최한 하원 건물 지붕을 날려버릴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벤트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지붕이 날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6회 시리즈로 기획된 청문회는 드라마처럼 다음회 예고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효과음이 팡팡 터지고 자막도 감각적으로 답니다. 피크닉처럼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야외에서 단체관람을 할 수 있는 ‘뷰잉 파티’도 열고 있습니다. 이번 청문회를 두고 “쇼 같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하지만 비주얼 시대에 맞게 청문회도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높습니다. 미국에는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청문회들이 많습니다. 청문회 명장면들을 모아봤습니다.“Have you no sense of decency, sir?”(예의도 없으십니까?)1950년대 미국에서 TV가 보급된 후 가장 먼저 전파를 탄 청문회는 매카시 열풍의 주인공인 극렬 반공주의자 조지프 매카시 청문회였습니다. 상원 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매카시는 일련의 청문회를 열어 사회 저명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며 살벌한 사상 검증을 벌였습니다. 매카시가 기획 연출 진행 질문자 역할을 혼자서 도맡은 ‘원맨쇼’ 청문회였습니다. 1954년 군 청문회에서 매카시는 다짜고짜 핵시설에 130여명의 소련 스파이가 암약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자 군부를 대표한 조지프 웰치 변호사는 “선생님, 예의도 없으시네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정중하면서도 당당한 웰치 변호사의 답변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 한마디로 매카시 열풍의 몰락은 시작됐습니다. 정치권은 매카시에 대한 비난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정치무대에서 쫓겨난 매카시는 3년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인성을 나타내는 ‘decent’(디슨트)는 한국인들은 많이 쓰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흔히 쓰입니다. “He‘s a decent person”이라고 하면 “도리를 아는,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일맥상통하는 뜻으로 ’적절한‘ 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며 “are you decent?”라고 물으면 “예의가 있느냐?”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신은 적절한 상태냐?”, 즉 “들어가도 돼?(옷 제대로 갖춰 입고 있어?)”라는 뜻입니다.“What did the president know, and when did he know it?”(대통령은 무엇을 알았고, 언제 알았나?)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질문은 “대통령은 무엇을 알았고, 언제 알았느냐”입니다. 대개 이 질문은 대통령을 공격하는 야당 쪽에서 던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1973년 워터게이트 상원 청문회에서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의 하워드 베이커 의원이 질문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증인으로 나온 존 딘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역사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은 닉슨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돕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앞서 백악관에서 닉슨 대통령을 만난 베이커 의원은 야당 공세의 김을 빼기 위해 선수를 쳐서 이 질문을 하기고 짰습니다.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고 부하들이 꾸민 것이라는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질문의 의도를 눈치 챈 딘 고문은 “대통령은 사건의 처음부처 뒤처리까지 모두 관여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의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는 알렉산더 버터필드 부보좌관의 증언이 나오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Lying does not come easy to me.”(거짓말에 소질 없다)올리버 노스는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낳은 청문회 스타였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근무하며 이란 불법 무기판매와 콘트라 반군 군수지원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노스는 청문회에서 거짓으로 답변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애국적인 차원에서 상부의 암묵적 동의를 받고 한 일이라는 노스의 시인 전략은 일명 ’올리마니아‘라고 불리는 노스 광팬들을 만들어냈습니다.1987년 노스의 청문회 발언 중에 “나는 거짓말에 소질이 없다”라는 말은 티셔츠 머그컵 등 각종 머천다이즈에 찍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come‘만큼 미국인들이 여기저기쓰기 좋아하는 동사도 없습니다. ’나는 소질이 있다‘ ’타고 태어났다‘고 할 때 ’come easy to me‘라고 합니다. ●명언의 품격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물러난 닉슨 대통령은 2개의 연설을 남겼습니다. 1974년 8월 8일 사임 연설(resignation speech)과 9일 고별 연설(farewell speech)입니다. 역사적 의미로 본다면 전국에 생중계된 공식 사임 연설이 중요하지만 미국인들에게 더 많이 기억되고 인용되는 것은 100여명의 백악관 직원들 앞에서 한 고별 연설입니다. 후회, 수치심, 체념 등 닉슨의 복잡한 감정이 묻어나는 연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고별사를 한 뒤 곧바로 헬기를 타고 백악관을 떠났습니다. “Always remember, others may hate you, but those who hate you don’t win unless you hate them, and then you destroy yourself.”(언제나 기억하라. 당신을 미워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 한 그들은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미움은 당신 자신을 파괴할 뿐이다)닉슨의 고별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은 ‘hate’(미움)에 대한 내용입니다. ‘당신을 미워하지 자를 미워하지 말라’는 긍정적인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상대를 미워하지 않는 이유가 승리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에 집착하는 닉슨의 편집증적 면모가 드러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판결을 공식적으로 폐기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실망의 뜻을 밝혔습니다. “It stuns me.”(망연자실하다)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stun’(스턴)은 어떤 충격에 너무 놀라 정신이 멍할 때 씁니다. 좋은 충격, 나쁜 충격 모두의 경우에 쓸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단어인 만큼 사례로 알아두는 편이 이해가 빠릅니다. 기가 막힐 때 “I‘m stunned”라고 합니다. 상대의 외모나 옷이 멋있다고 칭찬할 때 “You look stunning”이라고 합니다. 외모가 매우 아름다운 사람, 특히 여성을 가리켜 “stunner”라고 합니다. 사람을 잠깐 기절시키는 전기충격기를 ’stun gun‘이라고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2월 1일 소개된 1.6 의사당 난입 사태 공권력 사용 청문회에 대한 내용입니다. 의회 난입 사태 당시 부실한 경찰 대응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이에 대한 긴급 비공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의회 난입 사태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남긴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이 그렇게 쉽게 폭도들에게 뚫릴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최근 미 의회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비공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We need additional boots on the ground.”(추가 파병이 필요하다)청문회에 출석한 요가난다 피트먼 의회 경찰국장대행은 폭도들에 대항하는 경찰력의 수적 열세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신속하게 지원 병력을 요청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스티븐 선드 경찰국장이 연방경찰과 주방위군 등에게 곧바로 연락해 “우리는 추가 파병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는 겁니다. ’boots on the ground(지상의 군화)‘는 쓰임새가 많은 군사용어입니다. ’지상군(육군)‘을 의미하기도 하고, ’파병군‘을 말하기도 합니다. 정치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현장 인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It was only by pure dumb luck more weren’t killed.”(인명 손실이 더 없었던 것이 행운일 뿐)이번 사태로 시위대에서 4명, 경찰에서 2명이 사망했습니다. 적지 않은 인명 손실을 초래한 경찰의 허술한 대응에 대해 보고받은 의원들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한 의원은 “더 많은 인명 손실이 없었던 것을 뜻밖의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Dumb luck’은 ‘luck’보다 좀 더 어처구니없고, 의도치 않은 행운을 말합니다. ‘blind luck(눈이 먼 행운)’이라고도 합니다. 할리우드 영화 제목에도 있는 ‘serendipity(세렌디피티)’도 비슷한 뜻입니다. “We need to get to the bottom of this.”(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청문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에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을 비판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진상 규명의 필요성에는 의견이 갈립니다. 친(親)도널드 트럼프 성향이 강한 공화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트럼프 지지 시위대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을 주저합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폭력 시위대를 끝까지 추적해 색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get to the bottom of’(바닥까지 가다)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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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대에 달린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I got my foot caught.”(발이 걸렸네)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습니다. 샤워하고 나오다가 넘어지고, 비행기 계단에 오르다가 넘어지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고 바이든 대통령이 넘어지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닙니다. 언론은 넘어진 바이든 대통령을 다채롭게 묘사했습니다. 대통령의 낙상 사고를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take a tumble (CNN)’ ‘take a spill (로이터)’ ‘fall (AP)’ 등 다양한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take’는 넘어지는 동작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fall’은 무난하게 쓸 수 있습니다.자전거는 바이든 대통령이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주말마다 백악관을 떠나 델라웨어 집에 가서 부인 질 여사와 함께 자전거를 탑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체력 유지를 위해 부지런히 운동을 합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준 프로급으로 운동을 잘하는 대통령도 많습니다. 대통령들의 스포츠 사랑을 알아봤습니다.“I‘d rather quote Yogi Berra than Thomas Jefferson.”(토머스 제퍼슨을 인용하느니 차라리 요기 베라를 인용하겠다)’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 서랍에 야구 글러브를 간직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보고 프로야구 개막전 때 그 글러브로 시구를 했습니다. 예일대 야구부 시절 쓰던 글러브였습니다. 예일대 야구팀 ’불독스‘의 1루수 출신인 그는 4학년 때 주장을 맡아 전미대학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퇴임 후에는 매년 예일대 야구부를 자신의 메인 주 별장으로 초대해 파티를 열었습니다. 부시 동문을 자랑으로 여긴 예일대는 ’예일 필드‘로 불리는 야구 경기장을 지난해 ’부시 필드‘로 개명했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야구 사랑은 이 한 마디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1988년 대선 승리 후 취임 연설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명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공감하기 힘든 토머스 제퍼슨보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야구인 요기 베라를 인용하고 싶다고 했습니다.“He is not a jogger but an honest-to-God runner.”(조거가 아니고 정말 러너야)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자녀들에게 ’야구 특훈‘까지 시켰지만 모두 소질이 없었습니다. 맏아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은 뜻밖에 달리기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아들 부시는 서른이 넘어 두 가지를 시작했습니다. 정치에 입문했고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1993년 46세 때 첫 출전한 휴스턴 국제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44분 52초로 완주했습니다. 마일당(1마일은 1.6km 정도) 8분 30초대의 실력이었습니다. 2002년 대통령 운동 장려 캠페인으로 열린 3마일 경주대회에서 20분 29초로 끊으며 마일당 7분 미만대로 향상됐습니다. 당시 56세의 나이에 대단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아침마다 조깅을 한 부시 대통령은 너무 빨리 달려서 경호원들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를 경호했던 댄 에밋은 나중에 대통령들의 달리기 실력을 비교한 책 ’가까운 거리에서(Within Arm‘s Length)’에서 부시에 대해 “조거가 아니라 러너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honest to God(신에게 정직하게)”라는 감탄사까지 썼습니다. ‘정말’ ‘진짜’라는 뜻입니다. 진심을 담아 말하고 싶을 때 신에게 약속합니다. 줄여서 ‘HTG’라고 합니다.“He was not the weak link. He held his own.”(그는 약점이 아니다. 제 몫을 한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습니다. 포지션은 왼쪽 포워드. 그가 속했던 고교 농구팀은 1979년 주 대항전에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백악관 뒤뜰에서 농구를 잘 하는 직원들과 어울려 슛을 던졌습니다. 프로 농구선수들과 친선게임을 열기도 했습니다.오바마 대통령과 친선게임을 벌였던 한 전미프로농구(NBA) 선수는 “he held his own”이라고 했습니다. 스포츠나 선거 상황에서 많이 쓰는 ‘hold one’s own‘은 ’밀리지 않고 버티다‘ ’자기 몫을 하다‘는 뜻입니다. “weak link”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스포츠 팀이나 사내 프로젝트 팀을 짤 때 실력이 부족한 멤버들이 있습니다. 그런 구성원을 ’weak link‘라고 합니다. 팀워크에 부담을 주는 ’약한 고리‘라는 뜻입니다. ● 명언의 품격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요기 베라는 1940~60년대 뉴욕 양키스의 황금시대를 이끈 포수 출신으로 2015년 사망했습니다. 그가 존경받는 것은 뛰어난 야구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구에 빗댄 명언들을 다수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It ain’t over ‘til it’s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1973년 뉴욕 메츠 감독 시절 팀이 연패를 하며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을 때 한 기자가 “이걸로 시즌이 끝이냐”고 묻자 베라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메츠는 심기일전해 그 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게 패했습니다.언어학적으로 이런 말을 ‘tautology(타털로지)’라고 합니다. ‘동어반복,’ 즉 같은 뜻의 말을 표현만 달리해서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대개 접속사로 이어지는 문장은 인과관계, 부연설명 등의 목적을 가지는데 이 말은 비슷한 의미를 두 번 되풀이할 뿐입니다.곱씹어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도 수많은 팝송과 드라마 대사에 언급되며 ‘국민 명언’으로 사랑받는 것은 이만큼 희망을 주는 말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fighting spirit(투지)’을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습니다.이밖에도 베라의 명언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The future ain‘t what it used to be”(미래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When you come to a fork in the road take it”(길을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택해야 한다), “If you don’t know where you are going, you‘ll end up someplace else”(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곳에서 끝날 것이다), “It’s like deja vu all over again”(기시감이 계속 되는 느낌이다) 등이 있습니다.● 실전 보케 360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화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인수 후 경영 방침 등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정리해고, 재택근무에서부터 표현의 자유, 계정보호 정책까지 직원들의 질문이 넘쳤습니다. 머스크의 답변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입니다. 언론이 모두 제목으로 뽑았습니다.“One does not need to read between the lines, one can simply read the lines.”(행간을 읽을 필요 없다. 행을 읽어라)‘line’은 단순히 ‘선’이 아니라 ‘말’ ‘대사’라는 뜻입니다. 대화할 때 상대의 의도, 속뜻을 파악하는 것을 ‘read between the lines’(행간을 읽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의도 파악은 추측이기 때문에 오해를 낳기 쉽습니다. 저의를 파악하려는 과잉 노력은 인간관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적 사고방식입니다. 그래서 보여지는 대로 ‘read the lines’(행을 읽다)‘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WYSIWYG‘(위지윅)이라고 해서 “What you see is what you get(보는 게 믿는 것이다)”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뒤 수많은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트위터 직원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행간을 읽지 말고 행을 읽어라”는 머스크의 발언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머스크는 논란을 즐기고, 말을 자주 바꾼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에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3월 28일 소개된 정치와 스포츠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2018년 3월 28일 미국 정치 용어 중에는 스포츠에서 유래한 것이 많습니다. 정치와 스포츠는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Jump the gun.”(섣불리 행동하다) 육상선수가 심판의 총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튀어나가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 표현은 선거 때 자주 등장합니다. 개표 방송을 보면 승리가 확실히 결정되기도 전에 ’승자(winner)‘라고 단정 짓는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승자가 뒤집어지기도 하는데 말이죠. 섣부른 행동을 ’jump the gun‘이라고 합니다. CNN은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2008년 ’선거결과 발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이렇게 나옵니다. “We won’t jump the gun before the winner is confirmed.” “우리는 승자가 확인되기 전에 단정 짓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물론 그 후에도 CNN은 수차례 승자 오보를 냈습니다. “Lose the locker room.”(아랫사람의 신뢰를 잃다)역시 스포츠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팀이 연패를 당합니다. 선수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지면 감독은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선수들에게 더 이상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lose the locker room’(라커룸을 잃다, 라커룸에 들어가지 못하다)‘라고 합니다.정치에서는 어떻게 쓰일까요.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사임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이 물러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무부 직원들은 리더십 부족을 이유로 듭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틸러슨 전 장관은 자신이 신뢰하는 몇몇 부하들하고만 대화할 뿐 조직의 구성원들과는 소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틸러슨 전 장관이 물러난다는 말에 적잖은 국무부 직원들이 속으로 “Hooray(만세)!”를 외쳤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틸러슨 전 장관 같은 리더는 부하의 존경을 받기 힘들다는 점에서 ’he has lost the locker room‘이라고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뒤에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It is very hard to get it back.‘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리더들이 명심해야 할 말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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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준화 기반위에 R&D 공든 탑 세워야 글로벌 시장 선점”

    태양광, 디스플레이, 자율주행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다. 세계시장을 선점하려면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표준화 작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첫 단계인 연구개발(R&D)에서부터 표준 연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국가 R&D와 표준 연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R&D 전문가들이 뭉쳤다. 지난달 25일 ‘R&D 사업화 표준 연계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문기관 PD 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 및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활동하는 R&D PD(프로그램 디렉터) 14명이 참석했다. R&D PD는 산업부가 R&D 전략 수립과 핵심 전략과제 발굴·평가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2009년 도입한 민간 전문가 활용 제도다. 지난해 국가 연구성과평가법 개정으로 논문과 특허 외에 표준도 R&D의 주요 성과로 인정받게 됐다. 또한 새 정부 국정과제인 R&D 혁신의 중요한 실천과제 중 하나가 바로 R&D와 표준의 연계이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은 ‘R&D 사업화 표준 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표준 연계 강화를 위한 표준화 동향조사와 표준화 전략 컨설팅 △표준 연구개발 성과의 체계적 관리 및 활용·확산을 위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피부 밀착도를 높이기 위해 화장품 성분을 입히는 ‘코스메틱 섬유’ 산업은 R&D 기획 단계에서부터 표준화를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연구개발 성과로 얻은 기술은 국제표준으로 이어졌고 약 6조 원의 수출 기반을 마련했다. 간담회에서는 이처럼 국가 R&D를 통한 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병행하면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다수 소개됐다. 참석자들은 표준 연계 필요성에 공감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중국을 추월하기 위해 차세대 태양전지 등 신기술 개발이 중요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표준화 선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SS 분야는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와 시장 확대를 위해 기술 표준 제정이 필요하고 국제표준 선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R&D와 표준 연계를 위한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섬유 분야에서는 국제표준 제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연구 기획 단계에서의 지원뿐만 아니라 이후 국제표준 개발·제안·등록 단계에서의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분야는 표준 개발 단계에서 표준 전문가와 표준을 실제 사용하는 현장 전문가들의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특허 등 독자적인 노하우로 간직할 기술과 표준으로 공개·확산할 기술을 전략적으로 사전 검토한 뒤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액정표시장치(LCD) 산업의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세계 1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이 선행 주자들의 표준화 제정으로 인한 기술장벽 완화이기 때문에 세계 1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에 대해서는 전략적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오광해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정책과장은 “R&D 기술의 표준 연계를 범부처로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R&D 사업 과제가 종료되더라도 연계된 표준화 작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 국제표준화활동지원사업 등의 표준화 사업을 통해 국제표준 개발 후속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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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비리그 인재를 웃기고 감동시킨 졸업식 축사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미국의 졸업 시즌입니다. 우리나라는 2월 졸업식이 일반적이지만 미국 고등학교 대학교들은 봄 학기가 끝나는 5,6월에 엽니다. 최근 몇 년간 팬데믹 때문에 행사를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축소했던 학교들은 올해는 모처럼 정식 졸업식을 열고 있습니다.졸업식에서 가장 주목받는 순서는 축사입니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한 커뮤니티 컬리지 졸업식 축사에서 한국계 학생을 언급하며 격려했습니다. 졸업 시즌이 되면 축사를 할 유명 인사를 섭외하기 위한 학교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집니다. 기업가, 사회운동가, 연예인이 연사로 인기가 높습니다. 정치인은 연설력은 뛰어나지만 졸업식 무대에서는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졸업은 ’commencement(커멘스먼트)‘라고 합니다. ’graduation‘이라고도 하지만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로 ’commencement‘를 더 많이 씁니다. ’commence‘는 ’시작하다‘는 뜻입니다. 인생 스타트라인에 선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졸업 축사들을 모아봤습니다.“You might never fail on the scale I did, but some failure in life is inevitable.”(여러분들이 나와 같은 실패를 겪을 일이야 없겠지만 인생에서 실패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어떤 축사가 훌륭한 축사일까요. 희망,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는 거창한 단어들로 장식된 축사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설은 감동을 주기 힘들다고 CNN 방송은 최근 축사 분석 기사에서 전했습니다. 졸업생들은 투박하더라도 연사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가 담긴 축사를 원한다고 합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은 2008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그런 연설을 했습니다. 롤링의 축사는 하버드대에서 레전드급으로 통합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Very Good Lives(매우 좋은 삶)‘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까지 됐습니다. 롤링은 노숙자로 내몰릴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싱글맘 무명작가로 겪은 고통을 털어놓았습니다. 언론은 롤링의 축사에 대해 “brutally honest(잔인할 정도로 솔직하다)”고 평했습니다. 축사로는 “too dark(너무 어둡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최고 학벌인 하버드대 졸업생들이 롤링처럼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실패를 경험할 확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롤링은 “여러분들이 나와 같은 정도의 실패를 경험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실패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롤링의 메시지는 “자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scale‘은 ’범위‘ ’등급‘을 의미합니다. ’저울‘ ’체중계‘를 뜻하기도 합니다. 미국인과 대화할 때는 수준이나 등급을 매기는 식의 질문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On a scale of one(1) to ten(10), how would you rate?”로 시작하는 질문입니다. “10점 만점에 몇 점?”이라는 뜻입니다. 롤링도 비슷한 의미로 “on the scale”이라고 했습니다.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라는 뜻입니다. “Remembering that you are going to die is the best way I know to avoid the trap of thinking you have something to lose.”(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잃을 것을 따지는 함정에서 벗어나는 최상의 방법이다)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 참석해 연설을 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 실력을 가진 잡스에게는 유일한 졸업식 축사였습니다. 아이팟으로 히트를 친 뒤 조만간 선보일 아이폰에 관심이 집중된 때였습니다. 잡스의 연설은 일반적인 축사와 많이 달랐습니다. 축사의 금기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언급했습니다.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잡스는 “도전을 꺼리는 것은 중요한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면 그런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2003년 췌장암 진단을 받은 잡스의 투병 사실은 당시 널리 알려진 상태였습니다. 잡스가 죽음을 언급하자 장내가 숙연해지면서 일순간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잡스가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졸업생들이 잡스를 격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이어지는 구절도 좋습니다. “You are already naked. There is no reason not to follow your heart.”(생명의 유한함을 아는 당신은 이미 벌거벗은 상태다. 진심이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Not everything that happens to us happens because of us.”(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우리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최근 사임을 발표한 셰릴 샌드버그 메타플랫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오늘날의 페이스북을 키운 일등공신입니다. 2016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대) 졸업식 연설에서 남편을 잃은 사연을 공개하며 ’3P의 함정‘을 역설했습니다. 이를 극복해야만 인생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샌드버그가 말하는 3P는 Personalization(개인화), Pervasiveness(확장성), Permanence(영속성)를 뜻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문제에 부딪히면 자신의 잘못이라고 개인화하고, 문제가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확대시켜 생각하며, 문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다는 합니다. 샌드버그는 남편을 급성 심장부정맥으로 떠나보낸 사연을 전하며 한동안 자신도 3P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만 원인 제공자가 우리 자신이 아닐 때도 많으니 고민의 굴레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입니다.● 명언의 품격졸업식에서 축사만큼 주목받는 것은 졸업생 대표의 고별사입니다. 졸업생 대표 자격으로 연설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만큼 대표로 선발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합니다. 미국을 이끄는 리더 중에는 졸업생 대표 출신들이 많습니다. 1969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웰즐리대 졸업생 대표 연설은 언론에 앞 다퉈 소개됐을 정도로 내용이 뛰어납니다. “God gave you a voice. Use it.”(신은 당신에게 목소리를 줬다. 써라) 지난달 플로리다 주 롤린스 컬리지 졸업식에서 엘리자베스 봉커 씨는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했습니다. 그의 연설은 약간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는 비언어적 자폐 증세(non-speaking autism)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후 15개월 때 언어 능력을 상실하면서 자폐 진단을 받았다는 봉커 씨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텍스트를 쓰면 컴퓨터가 음성으로 전환했습니다.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신은 당신에게 목소리를 줬다. 써라”는 대목입니다. 컴퓨터 음성이 전하는 “목소리를 써라”는 구절은 묘한 울림을 줬습니다. 봉커 씨는 “말의 귀중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목소리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speak”(말하다)를 넘어서 “communicate”(소통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연일 지지율 최저치를 갱신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기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최근 심야토크쇼에 출연했습니다. 말실수를 잘 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순발력이 중요한 토크쇼 출연 제의를 모두 거절해오다가 큰맘 먹고 ABC 방송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 초대손님으로 나왔습니다. 노쇠해 보이고 말을 더듬기는 했지만 ’대형사고‘ 없이 무사히 출연을 마쳤습니다.“Inflation is the bane of our existence.”(인플레이션은 골칫거리다)토크쇼에서 총기규제,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 심각한 주제들이 다뤄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별다른 처방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인플레 상황을 설명하면서 ’bane(배인)‘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미국인들은 많이 쓰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단어입니다. 원래 ’죽음‘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해 ’악‘ ’고통‘ ’골칫거리‘ 등의 뜻입니다. ’bane‘ 활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boon or bane‘입니다. ’득이냐, 실이냐‘ ’축복이냐 저주이냐‘의 뜻입니다. “Is technology boon or bane?”(기술이 선이냐 악이냐)는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 둘째,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bane of existence‘ ’bane of life‘라는 표현도 자주 씁니다. “골머리를 앓다” “애를 먹이다”는 뜻입니다. 프로젝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면 “This project is the bane of my existence”이라고 하면 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에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월 22일 소개된 심야토크쇼에 대한 내용입니다.오후 10시,11시가 되면 TV에서 심야토크쇼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저녁 뉴스만큼이나 방송사들의 심야토크쇼 경쟁도 치열합니다. CBS 방송의 ’더 레이트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는 토크쇼들 중에서 가장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화제성도 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하고 유쾌한 조롱 덕분에 인기가 높습니다. “The T is silent. Like you were during the Roger Ailes scandal.”(철자 T는 침묵해야 돼. 당신이 로저 에일스 스캔들 때 침묵했던 것처럼 말이야)콜베어(Colbert)는 발음이 독특합니다. 철자 ’t‘가 묵음이라서 ’콜버트‘가 아니라 ’콜베어‘로 발음해야 합니다. 그런데 친(親) 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의 브라이언 킬미드 앵커는 기어코 ’콜버트‘라고 발음합니다. 은근히 무시하는 거죠. 기분이 상한 콜베어가 킬미드에게 한방 먹입니다. “내 이름에서 T는 침묵해야 돼. 당신이 로저 에일스 스캔들 때 침묵했던 것처럼 말이야.” 폭스뉴스 최고경영자 로저 에일스의 직장 내 성희롱 스캔들이 터졌을 때 상당수 직원들이 에일스를 비판했지만 킬미드는 침묵을 지킨 것을 비꼬는 겁니다. 발음이 되지 않는 묵음을 ’silent(침묵)‘라고 합니다. “Whoa! Pump the brakes.”(잠깐! 천천히 갑시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김 위원장은 기분이 어땠을까요. 콜베어가 김 위원장의 속마음을 들여다봤습니다. 단 한 번 만난 것이 전부인 70대 아저씨(혹은 할아버지)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은 김 위원장은 아마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잠깐! (우리 사랑을) 천천히 이어가자”며 상대의 열렬한 구애를 피하고 싶겠죠. ’pump the brakes‘는 위험한 도로 상황에서 운전할 때 반복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가며 속도를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I’m a manila envelope taped to a beige wall.”(나는 투명인간이야)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를 수차례 백악관으로 불러 설득 작전을 폈습니다. 회동은 ‘토크 배틀’ 난타전이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웃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콜베어가 펜스 부통령의 속마음을 읽어봤습니다. “나는 투명인간이야.” 난장판에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돕느니 차라리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겁니다. 베이지 색깔의 벽에 붙여놓은 노란색 마닐라 봉투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존재감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목석처럼 앉아있는 펜스 부통령이 오히려 더 눈에 잘 띄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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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웃긴 대통령’을 원한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The president is mostly the president, and an occasional comedian.”(대통령은 대부분의 시간은 대통령이지만 코미디언이 돼야 할 때도 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자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고마워요, 오바마’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리트는 “대통령은 코미디언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위로와 웃음을 주기 위해 망가질 위험을 감수하는 대통령을 국민은 원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머나 농담 실력이 좋은 사람은 어느 자리에서나 인기가 높습니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닙니다. 권위가 중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유머가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미국에서는 ‘웃긴 대통령’이 환영받습니다. 국민을 웃게 만드는 미국 대통령들의 유머 실력을 알아봤습니다.“If I were two faced, would I be wearing this one?”(내가 두 얼굴이면 이 얼굴을 달고 다니겠냐?)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실없는 농담을 잘 했습니다. 링컨의 근엄해 보이는 얼굴 뒤로 장난끼 다분한 유머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1860년 대선에서 링컨 대통령은 경쟁자인 스티븐 더글러스 민주당 후보로부터 “당신은 두 얼굴이야”이라는 공격을 받자 “내가 두 얼굴이면 이 얼굴을 달고 다니겠냐”며 촌철살인의 유머를 선보였습니다. 더글러스 후보는 ‘위선적(hypocrite)’이라는 의미로 “두 얼굴(two-face)”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지만 링컨은 자신의 외모로 주제를 바꿔서 위선자라는 비판을 비껴갔습니다. ‘얼굴을 하다’ ‘표정을 짓다’를 ‘wear a face(얼굴을 입다)’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시무룩한 얼굴이다’는 “wear a long face all day”라고 합니다.링컨 시대의 언론들은 그의 외모를 가리켜 ‘homely’라는 표현을 즐겨 썼습니다. 좋게 말하면 ‘소박한’, 나쁘게 말하면 ‘촌스러운’이라는 뜻입니다. 링컨 대통령은 자신의 외모를 조롱하면서 상대의 말이 틀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일종의 ‘자학개그’입니다. 영어로는 ‘self-deprecating joke’(자기비하 농담)라고 합니다. 정치인은 남을 비판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나는 잘났고 상대는 못났다’ 식의 일방적인 비판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반발심만 키우게 됩니다. 상대를 비판하려면 우선 자신부터 낮춰야 한다는 것을 링컨 대통령이 보여줬습니다.“When people wave at me, they use all their fingers.”(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건지, 손을 흔드는 건지) 유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지미 카터 대통령도 자학개그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도덕의 가치를 내세우며 기대 속에서 출범했으나 외교와 내치 모두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끝난 그는 자신을 향한 국민들의 실망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국민들이 나에게 손을 흔들며 환영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손가락을 쓴다(use fingers)’고 합니다. 즉 ‘손가락질을 한다’ ‘욕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회에서도 설명했듯이 영어 대화 속에 ‘finger(손가락)’가 나오면 십중팔구 욕의 의미입니다.“I have left orders to be awakened at any time in case of national emergency even if I‘m in a Cabinet meeting.”(국가위기 상황 때는 언제라도 나를 깨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내각 회의 중이라도)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유머의 신‘으로 불립니다. 유머 어록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레이건의 유머는 펀치라인(웃음을 유발하는 결정적 구절)을 아무렇지도 않게 슬쩍 던지고 지나가는 식입니다. 주의 깊게 들어야 하고 되새겨보면 미소를 짓게 됩니다.레이건 대통령은 70세 고령에 대통령이 됐고 임기 초 암살 시도까지 겪었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그는 “안보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나를 깨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내각 회의 중이라도”라는 펀치라인이 나옵니다. 직장인에게 회의는 지루하고 졸음이 오는 시간입니다. 미국 대통령도 예외가 아닙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 유머를 통해 자신은 잘 조는 사람이지만 국정 운영에는 차질이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었겠죠.“There are few things in life harder to find and more important to keep than love. Well, love and a birth certificate.”(인생에서 사랑만큼 찾기 힘들고 중요하게 간직해야 할 것은 없다. 사실 그런 것이 또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출생증명서)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버서‘(오바마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 아프리카 케냐 출신이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없다는 운동)의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미국 하와이 태생이라는 것을 밝히는 출생증명서를 제시했지만 버서 운동은 증명서의 진위를 문제 삼으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습니다.오바마 대통령은 “인생에서 사랑만큼 찾기 힘들고 고이 간직해야 할 것은 출생증명서”라는 유머로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 유머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무분별한 공격을 벌이는 버서 운동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머 한 마디가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입니다.● 명언의 품격얼마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말과 글이 주업인 기자들이 마련한 행사에서 참석하는 것인 만큼 대통령은 뛰어난 연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백악관 연설문 작성팀은 몇 달 전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기자들을 압도할만한 연설을 준비합니다. 특히 대통령의 유머 실력이 중요합니다. 관객석에서 몇차례 웃음이 터지고 박수가 나왔는지 매년 만찬 때마다 통계도 나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팬데믹 등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별로 웃음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 등 좀 더 무거운 주제를 다뤘습니다. “Democracy is never guaranteed. It has to be earned.”(민주주의는 결코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쟁취하는 것이다)‘guarantee’와 ‘earn’은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흔히 ‘배우 몸값’을 뜻하는 ‘개런티’는 원래 ‘보장’ ‘약속’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상대에게 내 말을 믿어달라는 확신을 주고 싶을 때 “I guarantee you(내가 보증할게)”라고 시작하면 됩니다. 반대로 ‘earn’은 ’피땀 흘려 쟁취한다는 의미입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상을 받을 때 “you've earned it”(너는 받을만한 자격이 있어)라고 격려해줍니다. 미국인들은 민주주의를 당연히 누리는 것, 즉 영원히 보장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싸워서 얻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전 보케 360°미국인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국은 낙태 논쟁으로 뜨겁습니다. 보수 우세의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1973년의 역사적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진보-보수간 이념 대립이 팽팽합니다.“How dare they. How dare you.”(어떻게 그들이 감히. 어떻게 당신이 감히)전현직 부통령 2명도 낙태 논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여성단체 연설에서 낙태권 판결을 뒤집으려는 연방 대법관들을 겨냥해 “How dare they!(어떻게 그들이 감히)”라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그러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신성한 법원을 모욕했다며 “How dare you!(어떻게 당신이 감히)”라고 쏘아부쳤습니다. ‘dare’는 ‘감히 엄두를 내다’라는 뜻입니다. 놀랍고 기가 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dare’가 들어가는 문장은 짧게 줄여서 임팩트를 높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if you dare’라는 말도 있습니다. ‘할테면 해봐’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에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14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Effective ways to muffle noise between floors”(층간소음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들)미국에서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적지 않은 갈등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갈등의 최전선에 기자들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을 밀착 취재해야 하는 기자들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백악관 때문에 전염의 위험성이 크다고 불안해합니다. “If you don’t take it off, you are very muffled.”백악관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질문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을 내며 벗으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마스크를 벗지 않아 소리가 잘 안 들린다.” 마스크를 쓴 채 말하면 소리가 작게 들리죠. 이럴 때 “You are muffled”라고 합니다. ‘머플(muffle)’은 ‘덮다’ ‘(덮어서) 소리를 죽이다’라는 뜻입니다. 자동차 머플러, 겨울철 목에 두르는 머플러 등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There was absolutely no social distancing.”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취재는 대통령 집무실이나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처럼 좁은 공간에서 이뤄질 때가 많습니다. 특히 기자들이 대통령이나 참모들을 둘러싸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에어포스원 내부 취재는 위험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 기자는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재한 경험에 대해 “전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에어포스원 동승 기회가 있어도 기자들이 거절한다고 합니다.“We are doing more than they are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팬데믹 시대에 가장 중요한 영어 표현을 한 개 꼽으라면 바로 이것입니다. ‘Out of an abundance of caution.’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혹시 몰라서’라는 뜻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를 취소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공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백악관 기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간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들(방역수칙 안 지키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보다 더 잘 알아서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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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고유 표준 ‘KS X 9101’ 도입해 데이터 실시간 교환… 제조업 생산성 쑥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25%를 차지하는 제조기업들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생산과 신규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의 디지털 전환은 전사적 자원관리(ERP), 제조실행 시스템(MES) 등의 기업 업무 시스템을 공정별, 업무 단위별로 도입해 전통 생산 방식을 효율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최근 고객 맞춤형 및 개인화가 제조업의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 맞춤형 유연 생산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객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 방식을 구현하려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생산 품목·라인 수정과 그에 따른 설비 및 시스템 변경 때 서로 다른 시스템 간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 운용성이 확보돼야만 제품 설계와 구매, 생산, 물류, 서비스 등 제조 업무 프로세스 전반의 단계가 단절 없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고객에게 신속 정확하게 제품이 도달할 수 있다. 이런 목적 때문에 제정된 것이 국가 고유 표준인 ‘KS X 9101’이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서로 다른 제조 업무 시스템이 하나의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도록 기업 내, 기업 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해 준다. 업무 데이터를 교환할 때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내용을 똑같이 인식하도록 해주는 표준이다. 예컨대 시스템별로 ‘품목명’은 ‘NAME’ ‘NM_ITEM’ 등으로 서로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이를 시스템 간에 교환할 때 ‘ItemName’으로 정해 해당 데이터를 ‘품목명’으로 서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표준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선뜻 도입하기를 주저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적지 않다. 표준이 어느 대상에 어떻게 적용되고 활용되는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주도하는 제조 업무 데이터 교환 표준 실증 사업은 기업들이 참조할 수 있는 적용 사례를 발굴하고 확대해 나가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4개의 실증 기업들이 산업·업종별 참조 사례가 될 수 있다. 실증 기업들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디지털전환연대 6대 전략 분야 중 가전·전자(뉴옵틱스), 조선(현대중공업), 미래차(코렌스이엠), 소재·부품(명화공업) 분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4월 실증 기업을 모집해 6월 선정됐다. 기업 내, 기업 간 시스템들이 상호 운용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업무에 어떤 데이터 구조가 필요한지 규정하는 ‘데이터 스키마’ 정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데이터 스키마를 실증 기업 및 수요·공급 기업 사례를 기반으로 표준화한다. 실증 기업들은 데이터 스키마를 표준화하기 위해 시스템 간 단절된 업무 프로세스를 도출하고, 도출된 프로세스 간의 연계를 위한 상호 운용 업무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다. 이후 KS X 9101 표준을 적용해 시스템 간의 데이터 교환을 검증한다. 고객, 해외 법인, 협력사 간의 주문, 발주 및 수급 생산, 제품 출하, 배송, 재고, 품질 관리 등 모든 제조 프로세스 단계의 업무가 단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KS X 9101 표준 적용 설계를 마치고 시스템 간 통합 연계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실증 사업은 구매, 생산, 물류 분야뿐만 아니라 품질 관리, 고객 관리 등 제조 업무 관련 데이터 교환을 위한 표준 확장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기업이 제조 업무 데이터 교환 표준을 쉽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KS X 9101 표준 활용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는 데이터 교환 모델링 툴, 표준 진단 툴, 데이터 교환 시나리오 등이 제공된다. 데이터 교환 모델링 툴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KS X 9101 표준 실증 사례를 통해 산업 밸류체인 기업 간의 디지털 전환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중견기업들이 표준을 도입해 경영 성과를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기업의 표준 활용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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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 표준화로 막힘 없는 자율주행 가속… ‘편리한 미래’ 성큼

    원활한 자율주행차 시대 여는 국가 표준화 작업 본격화“자동차 산업이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진화함에 있어 자율주행 기술과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표준화된 데이터를 통해 더 안전하고 원활한 자율주행을 이룰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자율주행 데이터 표준화에 협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김동욱 부사장의 말이다. 안전성이 확보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차량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며 제어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프라와 관제센터 등 주변 상황과 앞으로 발생하게 될 상황을 긴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데이터를 통해 이뤄진다. 차량사물통신(V2X)을 통해 주고받는 데이터들이 표준화돼 있어야 다양한 계층 간에 명확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데이터 생태계에 표준화는 필수2020년 10월 서해안고속도로에 짙은 안개가 끼면서 3건의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하행선 275km 지점 서해대교에서 25t 화물차 2대가 추돌했고, 뒤따르던 차량들도 급정거하면서 9대가 연속 추돌하는 대형 사고였다. 짙은 안개 때문에 차량들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 생긴 사고였다. 도로교통공단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안개가 낀 날 총 118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05명이 사망했다. 경찰청 발표에 의하면 2020년 한 해에만 교통사고 사망자는 3079명에 이른다.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기대되는 효과 중 하나는 사고율 감소다. 자율주행차는 자체 내장된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주변 상황을 인지해 인간보다 더 정확한 상황에 기반한 운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에 내장된 센서에도 한계는 있다. 카메라는 안개 상황에서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이다(레이더를 목표물에 비춰 거리 감지) 등의 기술을 활용해 보완할 수 있지만 100% 성능 발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 같은 센서의 한계 때문에 V2X 통신에 의한 정보데이터 활용이 떠오르고 있다. V2X 통신은 기상 상태 이외에 다양한 도로 상황으로 센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율주행차는 센서 정보와 V2X 정보 데이터를 이용함으로써 안전도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도로 인프라 및 주변의 차량과 보행자 등과 지속적으로 정보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미래 자율주행차가 보여줄 모빌리티 서비스도 이 같은 데이터 활용에 기반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서울, 경기 성남시 판교, 대구 등에 실증단지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관제센터를 통한 데이터 기반 기술 상용화와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프라 구축과 관련 법규도 잇따라 제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환성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 활용 및 호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타 지역으로의 서비스 확장과 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표준화를 통한 호환성 확보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18년부터 자율주행차 표준화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자율주행차 데이터 표준 K-동맹’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MOU에는 국가기술표준원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서울시, 경기도, 대구시, 세종시, 한국표준협회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포럼 산하에는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반이 운영되고 있다. 포럼 운영사무국인 한국표준협회 강명수 회장은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실증 사업이나 기반 조성으로 표준 연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을 위한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들의 단체표준 연구도 진행돼 왔다.○데이터 표준화가 보여주는 미래상자율주행 데이터 표준을 위해서는 어떠한 환경에서 데이터 표준이 활용되는지, 활용 시 어떤 표준화된 데이터들이 필요한지를 규정하는 ‘시나리오 정의’가 필요하다. 포럼 산하 자율주행차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반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국내 실증단지 및 국내외 사례를 기반으로 표준화하고 자율주행 데이터 표준의 범위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300여 종의 데이터 표준화가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자율주행 차량 간 주행 협상 상황에서 주행 주체가 되는 차량은 경합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주행을 위한 협상 요청 신호를 주변 차량에 전달한다. 이때 차량 위치, 속도, 가속도, 이동 방향, 향후 이동경로 등 표준화된 데이터가 전달된다. 이후 주행 협상에 참여한 주변 차량은 이 사실과 자차 정보를 주체가 되는 차량에 전달하고, 주체가 되는 차량은 자신의 주행 경로와 주변 차량들의 주행경로를 제안한다. 이후 모든 주변 차량이 동의한 경우 주체가 되는 차량은 계획에 따른 자율주행을 수행한다. 이때 표준화된 데이터는 데이터 값의 정의와 표현을 표준화한 것이다. 기존에 km/h(시간당 km), m/s(초당 m), 마일(mile) 등 주체별로 달리 적용되던 속도에 대한 데이터 속성을 표준화 작업을 통해 ‘0.02m/s(초당 0.02m)’로 통일해 적용한다. 이 밖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지도, 레이더 등 차량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측위 방법들과 긴급 자동차 종류를 관련 법령의 분류로 표준화하는 작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논의 결과를 ‘협력형 자율주행 시나리오’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한 기본 데이터’ 등 2건의 표준안으로 제안했다. 표준으로 논의 중인 데이터가 현장 적용에 문제점이 없는지, 전국 단위 적용이 가능한지 등 검토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반을 이끄는 유재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 산업을 위해 활용성 높은 데이터 표준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 및 실증 단지들과의 긴밀한 논의와 협력을 통해 검증된 표준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데이터 표준을 통한 편리성의 극대화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되는 차량호출 서비스는 호출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차량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준다.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이런 편리한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보여줄 모빌리티 서비스는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에 기반을 둔다. 관제센터는 호출 차량의 상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며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율주행차의 안전 운행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목적 기반의 서비스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는 차량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정규적으로 관리되며, 소비자는 데이터에 투명한 운행을 제공받는다. 자율주행 장거리 물류 차량은 차량 상태 데이터에 지속적으로 운행이 모니터링되며 실시간 관리된다. 데이터 기반의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표준 이외에도 다방면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데이터 국가표준 작업은 이러한 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스마트 제조와 올해부터 추진되는 전기차, 로봇 등의 데이터 표준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실제 데이터들의 축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표준화 작업에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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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예의 전당에 오른 미국 대통령들의 명연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Write your own presidential inauguration speech.”(당신의 대통령 취임 연설을 써보시오) 미국 중고교 역사 시간에 자주 출제되는 시험 문제입니다. 학생은 자신이 대통령이 됐다고 가정하고 “나를 나라를 이렇게 이끌겠다”고 다짐하는 연설문을 작성합니다. 학생 수준에서 유치한 답변들도 많이 나오지만 어릴 적부터 국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얼마 전 한국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취임식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가장 주목받은 것은 취임사였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 취임사는 “민주주의의 대제일(high holiday)”이라고 불립니다. 민주주의를 기념하는 축제의 언어들로 꾸며진 연설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베스트 취임사’를 알아봤습니다. “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라) 미국인들은 좋아하는 취임사가 3개 있습니다. 그중에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로 꼽힙니다. 연설 말미, 즉 끝에서 두 번째 문단에 나오는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 구절의 묘미는 전쟁이나 국가안보 위급 상황이 아니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케네디 연설에 감동 받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에 자원입대하거나 평화봉사단에 들어가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국가를 위한 봉사를 실천했습니다. 이 구절을 두고 “20세기 통틀어 가장 큰 영감을 주는 17개의 단어”라는 찬사가 따라다닙니다.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우리가 오직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미국인들이 케네디 연설만큼 좋아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1933년 취임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루스벨트는 대공황 중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실업률이 20%를 넘고, 산업생산은 50% 이상 줄고, 기업 파산이 줄을 잇던 시대였습니다. 경기 침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국민들의 심리상태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라 전체가 우울증에 걸린 상황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fear) 그 자체”라며 미국 특유의 도전 정신을 고취시키는 연설을 했습니다. 이 구절 다음에 나오는 내용도 좋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두려움이란 후퇴를 전진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마비시키지만 이름도 없고, 이성적이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은 공포심이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nameless, unreasoning, unjustified terror which paralyzes needed efforts to convert retreat into advance).“Government is not the solution to our problem, government is the problem.”(정부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다)대개 민주당 대통령들의 취임사가 좋습니다. 평등, 사회복지 실현, 소수에 대한 관심 등 민주당이 내세우는 메시지가 연설로 표현됐을 때 감동 전달이 쉽기 때문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예외입니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미국인들을 사로잡는 취임사를 했습니다. 1960~70년대는 진보의 이념, 민주당 대통령이 득세한 시대였습니다. 1970년대 말이 되자 미국인들은 민주당 대통령에게 염증을 느끼며 새로운 리더를 찾았습니다. 이 때 나타난 레이건 대통령은 민주당이 내세우는 큰 정부 역할론에 반기를 들며 민심을 파고들었습니다. 1981년 취임사에서 나오는 “정부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이다”라는 구절로 레이건 보수 혁명이 시작됐다는 평이 많습니다.명언의 품격미국의 유명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대통령 취임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내(I)가 아닌 우리(We)”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인 ‘나’의 국정 목표를 밝히는 연설이지만 국민적인 공감대를 사려면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We do not believe that in this country, freedom is reserved for the lucky, or happiness for the few.”(우리는 이 나라에서 자유가 행운을 가진 자들 위한 것이고, 행복이 소수를 위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이 원칙을 충실히 지킨 취임사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꼽힙니다. 앞서 소개한 ‘3대 베스트’ 급은 아니어도 오바마 취임사도 훌륭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2013년 오바마 2기 취임사의 핵심 구절입니다. 1기 때 국민 화합을 강조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2기 취임사에서 평등과 차별 철폐의 메시지에 주력했습니다. “2기 취임사야말로 오바마의 진짜 ‘색깔’을 드러냈다”는 평이 많습니다. 흑인만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리더가 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 위주로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버크셔해서웨이 창업자인 워런 버핏이 등장했습니다.“He is a hero for being aggressive instead of sitting by and thumb sucking.”(앉아서 엄지손가락이나 빨지 않고 공격적 행동을 보여준 그야말로 진짜 영웅이다).“ 버핏의 발언 중에서 ”엄지손가락 빨기(thumb sucking)“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칭찬하면서 쓴 단어입니다. 엄지손가락을 빠는 것은 주로 아기 때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불안하거나 짜증날 때 만족감을 얻기 위한 행동입니다. 손가락을 빤다는 것은 마땅히 내려야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꾸물거린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의미의 ‘dawdling’이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지만 버핏은 쉬운 단어를 애용하기 때문에 ‘thumb-sucking’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회에 다섯 손가락을 영어로 부르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thumb(엄지), index finger(둘째), middle finger(셋째), ring finger(넷째), little finger 또는 pinky(다섯째)라고 부릅니다. thumb 뒤에는 finger가 붙지 않습니다. 욕하는 제스처로 셋째 손가락을 위로 향하게 하죠. ‘give the finger’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에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23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실력에 관한 내용입니다.“Let‘s clear the decks and build a fresh team.”(이제 정리를 하고 새로운 팀을 짜보자) 곧 취임사를 발표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 실력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1970년대 정계 진출 이후 그의 주요 연설들을 살펴봤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화려한 연설에 능하지는 않지만 옆 사람과 얘기를 주고받는 것처럼 친근하게 설득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f you’re giving me the honor of serving as your President, clear the decks for action.”바이든 당선인은 조지아 주 웜스프링스 유세 연설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수차례 인용했습니다. ‘Clear the decks for action’은 대공황과 싸웠던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자주 했던 말입니다. ‘전투를 위해 갑판을 치우다’라는 뜻입니다. 최대 당면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퇴치에 올인(다걸기)하기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고 전의를 불사르는 것이죠. “People ask if I can compete with the money of Hillary and Barack. I hope at the end of the day, they can compete with my ideas and my experience.”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은 ‘별들의 전쟁’이었습니다.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바이든이 모두 출사표를 냈습니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힐러리의 기세에 눌려 일찍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래도 출마 발표 때만 해도 꿈은 다부졌습니다. “사람들이 나에게 ‘힐러리와 버락의 자금력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두 명이 나의 생각과 경험을 따라잡을 수 있겠느냐’일 것이다.” ‘at the end of the day’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Make sure of two things in Washington DC. Be careful, microphones are always hot, and understand that a gaffe is when you tell the truth.” 바이든 당선인은 2012년 부통령 시절 한 기자 모임에서 노련한 워싱턴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유머를 풀어놓습니다. “워싱턴에서는 두 가지만 기억해라. 마이크는 언제나 뜨겁다(말할 때는 언제나 조심해라), 다른 한 가지는 말실수는 진실을 말할 때 생기는 것이다(말 속에 뼈가 있는 법).”}

    • 20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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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 선물하기-라이브방송…사회초년생의 든든한 ‘자산 불리기’

    20대가 되면 사회에 첫 발걸음을 떼면서 월급을 받아 소득이 생기게 된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던 때보다 훨씬 더 큰 소득을 얻게 되지만 재무 계획은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자칫 무분별한 지출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집 마련, 결혼, 자녀 교육비 등 앞으로 고려해야 할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초년생들에게 재테크는 중요하다.재테크에 관심은 있으나 아직 투자 길잡이가 필요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KB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마블미니(M-able mini)’가 도움이 된다.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을 위해 국내주식 대상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지난해 11월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5월부터 해외주식으로 확대됐다.1000원으로 시작하는 쉬운 해외주식 투자지난해 8월 선보인 ‘마블미니’는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주식거래에 해당하는 기능과 콘텐츠만으로 간소하게 구성됐다.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 등 편리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 현재 85만 건이나 다운로드 됐다. 지난해 12월 개시된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는 미국 고가(高價) 주식을 ‘1000원 단위’의 소액으로 살 수 있다. 1주 단위로 거래되는 기존 매매 방식과 달리 원화를 기준으로 소수점 단위의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이다. 주당 수백만 원이 넘는 미국 글로벌 주식을 1000원 단위로 살 수 있어 소액투자 고객들도 글로벌 주식을 원하는 금액만큼 사들여 모을 수 있다. 소수점 구매 가능한 미국 주식과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300여 개 종목이 제공된다. 최소 금액은 1000원 단위로 24시간 언제든지 주문과 취소가 가능하다.‘마블미니’는 해외주식 장기 투자에 특화된 1000원 단위 ‘적립식 구매’를 지원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한 번에 10종목을 동시에 선택해 종목별 비중(금액)을 조정하고 포트폴리오 기반의 정기 구매를 할 수 있다. ‘적립식 구매’는 월급을 미국 우량주로 저축하려는 20¤30대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마블미니’ 고객들은 해외 주식을 거래할 때 환전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2019년 1월 업계 최초로 선을 보인 ‘글로벌원마켓’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미리 달러로 환전하지 않아도 원화(KRW)로 해외주식을 살 수 있다. 매매 때 환전 수수료도 없다. ‘글로벌마켓’ 가입은 현재 131만 계좌를 넘어서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보여준다.라이브방송도 보고 주식거래도 하고마블미니의 다른 특징은 최근 쇼핑업계의 새로운 트렌드인 라이브커머스를 주식거래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주식전문가가 출연하는 증권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방송 중에 언급되는 종목을 바로 매매할 수 있고, 실시간 채팅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때 샀다면’ ‘충전 미션’ 등의 기능으로 시각적 재미 요소를 가미했다. ‘그때 샀다면’은 고객이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종목의 현재가에 핀을 꽂아 종목 가격의 변동을 관찰할 수 있다. 핀을 꽂은 날과 ‘오늘’의 현재가를 비교해 주식 가격의 등락 정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첫 화면에 뜨는 ‘충전하기’ 박스는 주식 입문자들이 계좌에 투자금을 입금해야 한다는 것을 안내해준다. 금융 MTS에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접목한 것으로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게이지가 차는 방식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밖에 로그인 없이 실시간 종목시세를 제공한다. 대다수 증권사의 MTS가 종목 시세를 보려면 로그인 절차를 거쳐야 실시간 시세를 조회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마블미니’는 별도 로그인 없이도 실시간 시세를 볼 수 있도록 화면을 열어놨다. MZ 세대를 위한 신규 브랜드 ‘깨비증권’‘주식 선물하기’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서비스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주식을 선물할 수 있다. ‘마블미니’ 및 ‘마블’ 앱의 주식 선물하기 화면에서 가능하며 1일 3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주식과 함께 간단한 메시지도 보낼 수 있어 생일 입학 졸업 등 기념일에 축하를 전할 수 있다.KB증권은 MZ세대와 새롭게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 닉네임으로 ‘깨비증권’을 선정했다. 새로운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들에게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한 ‘부캐(부캐릭터)’의 개념이다. 광고는 청춘, 생각, 일상을 담은 가사와 소신 있는 모습으로 MZ세대의 공감을 받는 가수 AKMU(악뮤)를 모델로 발탁했다. KB증권 관계자는 “KB증권이 익숙하고 보편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면 신규 브랜드 ‘깨비증권’은 젊고 감각적이며 신선한 이미지를 대변한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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