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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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취재분야

2024-03-20~2024-04-19
국제정치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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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톡 채널로 상품소개-할인정보 척척… “상인들 디지털 문해력 쑥쑥”

    《디지털화를 서두르는 전통시장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공동 기획으로 디지털을 고리로 맺어진 전통시장-기업 상생의 현장을 모색한다.》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상점 앞에는 QR코드 안내판이 걸려 있다. 손님들은 휴대전화로 코드를 열심히 찍고 있다. 촬영에 서툰 손님을 위해 상점 주인이 대신 찍어주기도 한다. 코드를 촬영하면 휴대전화 화면은 카카오톡 채널로 넘어간다. 손님은 이 상점의 카카오톡 채널을 ‘구독’하게 된 것이다. 구독 손님들은 채널을 통해 상점을 소개받고 각종 할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물건 살 때 이용하라는 할인쿠폰도 내려받는다. 카카오톡으로 물건 가격에 대해 주인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8월 신영시장은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 카카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손잡고 진행하는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의 시범 시장으로 선정됐다. 앞서 카카오는 4월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5년간 총 1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집행하는 ‘소신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 동네 단골시장’은 ‘소신상인 프로젝트’ 내에서 진행되는 사업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중기부,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카카오와 협약을 맺고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시장 선정 심사와 사업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신영시장에는 ‘디지털 튜터’들이 파견됐다. 온라인 지식교육 플랫폼 엠케이와이유(MKYU) 소속 튜터 6명이 8주 동안 시장 내에 부스를 설치하고 상주했다. 튜터들은 시장 상인회를 통해 채널 개설 의사를 밝힌 상인들에게 채널을 개설해주고 튜터 1인당 10여 개 상점을 담당해 개별 교육을 실시했다. 가게를 비우기 어려운 상인들을 고려해 튜터들이 직접 상점들을 방문해 교육했다. 상인들은 카카오톡 채널에 상점 프로필을 만들고,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물건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법 등을 배웠다. 채널 사용이 익숙해지자 모바일 마케팅 활용 등 온라인에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신영시장에서 디지털 튜터로 활동한 최규연 씨(44·여)는 “대기업이 벌이는 사업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상인들은 없었다”며 “그분들의 배우려는 열의에서 고객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들이 가게 영업도 바쁠 텐데 스마트폰과 씨름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상인은 처음에는 ‘교육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1, 2주 안에 사진을 척척 올리고 편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상인들의 열의 덕분에 신영시장 내 참여 가능 점포 70곳 중 88%에 이르는 62개 점포가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당 평균 65명, 총 4040명의 카카오톡 채널 친구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설된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발송된 광고 메시지는 총 361회로, 점포당 평균 6회가량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상품 홍보 및 할인 정보 등을 발송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영시장 점포들의 대표자 평균 연령이 63세임을 감안하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카카오는 평가했다. 신영시장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자 카카오는 전국 시장으로 확대해 참가 신청을 받았다. 심사를 거쳐 10월 서울 자양전통시장, 제주 동문공설시장, 부산 장림골목시장 등 10곳이 추가로 선정됐다. 지난달 14일부터 10개 시장에서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이 시작돼 현재 진행 중이다. 교육이 끝나는 올해 말에는 시장별 성과 공유 자리를 마련해 우수 사례 전파 및 우수 점포 시상식이 열린다. 교육 종료 후에도 오픈 채팅을 활용한 질의응답 창구를 마련하는 등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후속 지원도 제공된다. 육심나 카카오 ESG사업실장은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을 “카카오의 진심”이라고 표현했다. “단지 카카오톡 채널 개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전반을 강화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그는 “소신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우수한 상품과 철학이 고객과 디지털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제 닭강정-고랭지배추 ‘알림’ 뜨자 손님 밀물 ‘즐거운 비명’ 매출증대 효과 본 상인들 반응 원하는 시간 즉시 알림 큰 효과야채 품질-가격 사진전송 편리“간편 소통법에 노년층도 변화” “‘애플’이 쏩니다. 얼른 오세요.”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애플앤치킨’이라는 수제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김수자 사장은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는 날이 없다. 카카오톡 채널은 그가 손님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김 사장은 8월 가게명을 걸고 채널을 개설했다. 치킨의 특성상 저녁 시간이 되면 남은 식품을 빨리 소진해야 한다. 카카오톡 채널에 마감 세일 알림을 올리면 단골 손님들이 너도나도 찾아와 줄을 선다. 그는 신영시장 노점에서 장사를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가게를 가진 13년 차 사장님이다. 상인회가 카카오 ‘우리 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손을 들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치킨 영업은 온라인에 숙달된 손님이 많아서 주인이 디지털을 모르면 안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튜터로부터 교육을 받은 뒤 메시지 작성, 사진 올리기 등을 어렵지 않게 해내는 수준이 됐다. 카카오톡을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채널 운영법은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 채널에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원하는 시간대에 할인을 한다고 손님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야심차게 신메뉴를 개발해도 홍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는 김 사장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단골 손님들에게 신메뉴를 마음껏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신영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곽경신 사장도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한다. 그는 상품의 질을 중시하는 ‘깐깐한’ 사장님이다. 손님들에게 싸고 질이 좋지 않은 물건을 많이 주기보다 조금 비싸다고 느껴져도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야채만 팔자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야채를 정성스럽게 손질해 그냥 진열해 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 채널에 공유한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사진을 올리면 ‘정직한 물건을 판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 채소 사진과 함께 가격 안내판, 짧은 메시지 등을 전송하면 손님들이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야채의 품질과 가격을 시장에 가지 않고도 알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주부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요즘 같은 김장철에는 해남배추, 강원도 고랭지배추가 들어왔다는 알림이 인기가 높다. 야채가게를 33년 동안 운영해 온 곽 사장은 나이 지긋한 단골 손님이 많다. “‘어르신들은 기계를 모른다’는 것은 선입견일 뿐”이라며 “한번 모바일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금방 따라하시고 기계에 대한 호기심도 많으시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카카오톡 채널과 같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노년층과 상인들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하고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상인도 손님도 열심히 따라가 봐야죠.” 동아일보·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기획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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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난이 김치로 중국산 김치 몰아낸다’ … 충북도의 유쾌한 반란

    “못 생겼지만 맛있는 김치가 왔어요, 왔어.”충청북도가 김장철을 맞아 ‘김치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활용해 만든 ‘못난이 김치’의 첫 출하식이 열렸다. 1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김치제조업체 예소담에서 생산된 못난이 김치 300박스가 트럭에 실려 납품됐다. 이날 출하된 20t 물량의 못난이 김치는 충북도청 및 산하기관의 구내식당, 대한적십자사 등에 공급됐다. 못난이 김치는 제때 수확하지 못했거나 겉모양이 못생긴 배추를 사들여 김치제조업체들에서 제조하는 방식이다. 배추가격 폭락, 김장 기피 등으로 판로가 어려운 배추 재배 농가와 김치제조업체를 연결해 안정적인 생산 유통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충북도의 계획이다. 판매 가격은 시중에서 접하는 국산 김치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못난이 포기김치는 10㎏ 3만 원, 맛김치는 10㎏ 2만 원 선이다.못난이 김치는 음식점 등 외식업체들에게 공급된다. 전국 식당으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충북도는 지난달 말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내에서는 못난이 김치 생산을 반기는 곳이 많다. 농가는 미수확 배추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식당은 일반 국산김치보다 저렴한 가격에 김치를 공급받을 수 있다. 김치제조업체들은 안정적인 주문량을 확보할 수 있다. 배추 수확 작업에 도시의 유휴인력을 영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못난이 김치는 7월 민선8기 도지사로 당선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취임 후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못난이 김치’라는 브랜드명도 김 지사가 직접 고안했다. 김 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충북 괴산군 등에서 열린 김장체험 행사에 참석했을 때 농가의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고 가슴이 아팠다”며 “중국산 저가 김치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충북의 못난이 김치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지사는 김치의 정체성을 사수하고 농민들의 자존심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못난이 김치 사업을 ‘김치 의병운동’이라고 명명했다. 국내 연간 김치 시장 규모는 84만9000t(2019년 기준)이며 중국산 김치가 시장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 김치 평균 생산원가는 1㎏ 2400원에서 상승 중이지만 중국산은 1㎏ 500원에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반 국산 김치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과 중국산 김치에 비해 맛과 위생이 뛰어나다는 것이 못난이 김치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못난이 배추를 수거해 김치 제조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못난이’를 브랜드화해서 김치뿐 아니라 다른 과일 채소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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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의 꿈을 꺾은 딸바보 대통령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ey Naomi, it‘s Pop.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We just landed in Iowa. When you get a chance let me know where you are.”(나오미, 할아버지다. 사랑한다는 말하러 전화했다. 우리는 지금 막 아이오와에 도착했다. 시간 되면 지금 뭐하는지 알려다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손녀 나오미의 휴대전화에 남긴 음성 메시지입니다. 2020년 대선 때 나오미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들을 공개했습니다. 바쁜 유세 일정 중에도 손녀의 안부를 챙기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틈만 나면 손주들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where are you?” 직역을 하자면 “너 어디 있니”이지만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지금 뭐해”라는 일상적인 안부의 의미로 쓰입니다. 가족과 냉랭한 관계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따뜻한 할아버지상을 부각시키려는 바이든 진영의 선거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7명의 손주들을 두고 있습니다.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해 손주들을 돌봐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책임감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딸과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었고, 아들 중 한 명은 뇌종양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다른 아들 한 명은 문란한 사생활로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나오미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매일 저녁 10시 손주들이 집에 잘 들어왔는지 꼭 확인 전화를 돌리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백악관 회의 중이라도 손주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바깥으로 나와 통화를 합니다. “가족과의 짧은 대화를 기다려주지 못할 만큼 이 세상에 바쁜 일은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입니다. 이렇게 손주들에게 찐사랑을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이니 첫 손주 나오미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백악관을 내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근 나오미는 백악관 사우스론에게 약혼자 피터 닐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대통령 가족의 백악관 결혼식을 두고 “공사 구분을 못한다”고 탓하는 국민들은 없습니다. 오히려 백악관에서 오랜만에 열린 경사스런 가족 이벤트를 축하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운영자이지만 한 가족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가족 사랑을 알아봤습니다.“Love is the chain whereby to lock a child to its parent.”(사랑이 자식을 부모와 묶어주는 사슬이 돼야 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농부이자 목수였던 아버지는 그가 책을 펼 때마다 일을 거들지 않는다고 혼냈습니다. 아버지가 학교를 못 다니게 하면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링컨 대통령은 7세가 될 때까지 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이후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고 정치인으로 성공했습니다. 서운함 때문에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인들은 자녀 양육을 ‘hands’(손)로 표현합니다. 자녀 일에 열성적으로 관여하고 훈육하는 스타일을 ‘hands-on parents’(손을 움직이는 부모), 많은 자유를 주는 스타일을 ‘hands-off parents’(손을 떼는 부모)라고 합니다. 링컨 대통령은 ‘hands-off’ 스타일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친구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습니다. “It is my pleasure that my children are free, happy, and unrestrained by parental tyranny.” “내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고 거리낌 없이 자라는 것이 나의 기쁨이다”라고 했습니다. 현대 교육학자들은 “tyranny”(티러니)라는 단어에 주목했습니다. 부모의 관여를 “폭압”이라고 할 만큼 링컨 대통령은 자녀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했습니다. 자식을 혼내는 일도 없었습니다. 4명의 아들을 뒀던 링컨 대통령은 병과 사고로 2명을 잃었습니다. 남북전쟁 중에 7살짜리 막내아들 토머스가 백악관 식솔들을 동원해 전쟁 훈련을 하는 장난을 쳤습니다. 군부에서 떼를 써서 얻어온 진짜 총을 식솔들에게 나눠주고 사격 훈련을 시키고 보초를 서게 했습니다. 부인 메리 토드 여사가 아들을 따끔하게 혼내줄 것을 남편에게 부탁했지만 링컨 대통령은 허허 웃고 지나갔습니다.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의 링컨 대통령 저서 ‘팀 오브 라이벌즈’(Team of Rivals)에 따르면 그는 부인에게 “사랑만이 자식을 부모와 묶어주는 사슬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chain’에는 자유를 구속하는 ‘족쇄’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자유방임적 자녀관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그가 자라온 성장환경을 보면 이해가 된다는 것이 현대 교육학자들의 견해입니다.“Luci, if you don‘t have an opportunity to take advantage of all the education you can, you’ll never be your best.”(루시, 모든 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면 너는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단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처럼 자상한 부모는 아니었습니다. 대신 국정을 통한 산교육을 실천했습니다. 미국 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법인 민권법이 둘째 딸 루시의 생일에 존슨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됐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법안 서명식 날인 1964년 7월 2일 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백악관 메모지에 쓴 편지에서 “you have given us nothing but pride and pleasure”(너는 우리 부부에게 자부심이자 기쁨)라며 딸의 17세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이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It doesn‘t matter what color you are. It doesn’t matter what your ethnicity is.” “이제 이 나라에서는 피부색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법적 평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는 내용입니다. 이어 나오는 “Luci, if you don‘t have an opportunity to take advantage of all the education you can, you’ll never be your best”라는 구절은 민권법의 의의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대목으로 꼽힙니다. 존슨 대통령은 이듬해 민권법보다 진일보된 투표권법을 서명할 때는 아예 딸 루시가 서명식에 직접 참석해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도록 했습니다. “You’ll need a new nose, a lot of beefsteak for black eyes, and perhaps a supporter below.”(당신은 새로운 코가 필요할 것이다. 멍든 눈을 위한 비프스테이크와 아마 압박대도 필요할 것이다) 때로는 부모의 과한 사랑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hands-on’ 부모였습니다. 일본 원자폭탄 투하, 한국전쟁 참전 등 역사적 결정 때마다 냉정한 판단력을 보여줬던 그가 물불 안 가리고 흥분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딸 문제였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의 외동딸 마거릿은 소프라노 성악가였습니다.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TV 라디오에도 자주 출연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마거릿을 정치행사에 데리고 다니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그럴 때마다 언론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마거릿의 노래 실력이 좋기 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습니다. 1950년 워싱턴포스트는 컨스티튜션 홀에서 열린 당시 26세의 마거릿의 독창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매력적이었지만 노래는 잘 부르지 못했다. 평범한 실력으로 일관했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딸에 대한 언론 기사를 열심히 모으던 트루먼 대통령은 이 기사를 보고 화를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당신을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폭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코뼈를 부러뜨려 놓을 테니 ‘new nose’(새 코)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black eyes’(멍든 눈)를 치료하기 위해 비프스테이크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에는 상처 부위에 차가운 날고기를 얹어 붓기와 멍을 빼는 민간요법이 있습니다. 배에도 일격을 가할 것이기 때문에 ‘supporter’(압박대)를 차고 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 여부를 고민하는 사이 경쟁지 워싱턴타임스가 편지를 입수해 먼저 공개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인기가 급락했고 1952년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데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딸을 위해 쓴 편지는 결국 딸을 음악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마거릿은 이후 배우로 전향했고 방송인, 작가 등으로도 활동했습니다.명언의 품격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10세, 7세 2명의 딸을 데리고 백악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백악관에서 어린 두 딸을 키워야 하는 그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중요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면 저녁 식사는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은 과연 이 원칙이 지켜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워싱턴은 저녁 시간에 막후 협상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오후 6시 사저로 칼퇴근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 가정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정치인으로서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규칙을 임기 8년 동안 지켰습니다. 보좌관이나 지인들도 대통령의 저녁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해외 주둔 장병들을 위한 타운홀 미팅에서 저녁 식사 시간을 소개했습니다. 자녀들이 열중하기 쉬운 TV와 휴대전화를 멀리 하게 하고 대화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I’m a big believer in not getting the TV trays out and watching the Kardashians, You sit down, leave your cell phones somewhere else and we’ll have a conversation.”(나는 식사 때 TV를 켜고 카다시안을 시청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열렬한 신봉자다. 우리 애들은 식사 테이블에 앉으면 휴대전화는 다른 곳에 둬야 한다.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다) ‘get the TV tray out’은 ‘TV 선반을 꺼내다,’ 즉 ‘TV를 켜다’는 뜻입니다. ‘Kardashians’는 미국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하는 킴 카다시안 가족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카다시안 가족 따라잡기)를 줄여서 부른 것입니다. 휴대전화를 수중에 지참하지 않고 다른 곳에 두고 올 때 ‘leave cell phone’이라고 합니다. 집에 두고 왔으면 “I left my cell phone at home”이라고 합니다. 식사를 하고 나온 음식점에 두고 왔으면 “at the restaurant”이 됩니다. 실전 보케 360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최근 두 번째 책을 펴냈습니다. 2018년 발간한 자서전 ‘Becoming’(비커밍)이 1700만권이 팔려나가는 대성공을 거둔 후 이번에 내놓은 책은 ‘The Light We Carry: Overcoming in Uncertain Times’(우리가 품은 빛: 불확실 시대의 극복)입니다. ‘비커밍’이 개인적인 성장 스토리 위주였다면 이번 책은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 성격이 강합니다. 신작 홍보를 위해 북투어도 하고 언론 인터뷰도 열심히 하고 있는 미셸 여사는 두 딸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현재 24세, 21세인 두 딸은 독립해 로스앤젤레스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첫째 말리아는 할리우드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고 둘째 샤샤는 LA 소재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다닙니다. 미셸 여사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y’ve got each other’s backs.”(애들은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 한국말로 “백이 든든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뒤에 든든한 보호막이 있다’는 뜻입니다. 영어도 비슷합니다. ‘back’은 명사로 쓸 때 ‘등’ ‘허리’를 뜻합니다. ‘버팀목’이라는 의미입니다. 곤경에 처한 상대를 도와주고 싶을 때 “don’t worry. I’ll get your back”이라고 합니다. “걱정 마. 내가 너의 등이 돼주겠다” “보호해주겠다”는 뜻입니다. 중간에 ‘on’이 들어가서 “get on your back”이 되면 “등에 올라타다“ 즉 “성가시게 굴다”라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됩니다. 상대가 귀찮게 굴면 ‘on’의 반대인 ‘off’를 써서 “get off my back!”(내 등에 떨어져!)이라고 하면 됩니다. 조금 다른 경우로 상대에게 다시 연락할 때 “get back to you”라는 합니다. 이 때는 ‘back’이 형용사로 ‘다시’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0월 18일 소개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주 사랑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1년 10월 18일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군보좌관 진급식에 참석한 군 가족 자녀들에게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을 구경시켜 주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손자 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 같다”는 평이 많았습니다.실제로 7명의 손자 손녀를 둔 바이든 대통령은 ‘손주 바라기’로 통합니다. 졸업식 입학식 운동경기 등에 열성적으로 참석하고 손주 전용 채팅방까지 마련한 신세대 할아버지입니다. “Anyone who wants to get to Joe Biden will have to get past us first.”(조 바이든에게 도달하려는 사람은 먼저 우리를 지나가야 한다) 손주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대장격인 나오미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입니다. 갱들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보스를 만나려면 우리를 먼저 통과해야 돼”라는 대사가 나오죠. “할아버지 바이든은 우리 손주들이 호위무사처럼 지킨다”는 뜻입니다. ‘get past’는 ‘곁을 지나가다’ ‘통과하다’라는 의미입니다. “No matter your best-laid plans, reality has a way of intruding.”(너희가 어떤 훌륭한 계획을 세웠든 간에 현실이 방해하곤 할 것이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나오미의 대학 졸업식에 축하 연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축사의 한 구절입니다. “no matter (what) your best plans (are)”는 곳곳에 단어들이 생략됐습니다. ‘have a way of’는 ‘어떤 길을 가지다,’ 즉 ‘어떻게 되기 쉽다’라는 뜻입니다. 정치인의 연설이라기보다 할아버지가 자손에게 들려주는 “포기하지 말라”는 인생의 교훈이라고 봐야겠죠. “He likes to take a moment to take a breath, just like most people across the country do.”(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대통령도 숨을 쉬기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워싱턴에서 국정을 돌보기보다 시간만 되면 델라웨어 집으로 달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비판에 대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대답입니다. ‘take a moment’와 ‘take a breath’라는 ‘take’와 관련된 중요한 표현 2개가 연달아 나옵니다. ‘take a breath’는 원래 ‘숨을 쉬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한숨 돌리다’의 의미입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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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보고 있나” 유권자 울린 패배자의 연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I am not at all angry, did a great job. Remember, I am a ‘Stable Genius.’”(나는 전혀 화나지 않았다, 잘 싸웠다. 기억하라, 나는 안정된 천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 후 이렇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후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는 내용입니다. 정신상태가 불안정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자신은 “stable”하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stare’(응시하다)에서 유래한 ‘stable’(스테이블)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경제상황, 사람 심리상태 등에 두루두루 쓸 수 있습니다. “안정된 직업”을 가졌다고 할 때 “stable job”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그의 정치적 미래가 걸린 중요한 선거였습니다. 그가 밀었던 후보들이 대거 낙선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패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범하게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2년 전 대선 때나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패배가 결정된 후 하는 연설을 ‘concession speech’(컨세션 스피치)라고 합니다. ‘패배’ ‘실 패’라는 뜻으로 ‘loss speech’ ‘defeat speech’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concession’에는 ‘수긍’ ‘양보’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good fight’(멋진 싸움)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승자와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패배 연설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패배 연설은 승리 연설보다 듣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미국인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패배 연설을 알아봤습니다. “The dream shall never die.”(꿈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1968년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을 당한 후 케네디 가문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막내 에드워드(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체퍼퀴딕 사건’ 때문에 대선 도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번번이 포기했습니다. 1969년 케네디 의원이 한 여성과 함께 타고 가던 자동차가 체퍼퀴딕 섬에서 물에 빠지면서 여성은 사망하고 케네디 의원만 살아남은 사건입니다. 1980년 민주당에서는 인기 없는 지미 카터 대통령 대신에 케네디 의원을 대통령으로 미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케네디 의원은 대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 그의 허술한 선거 조직력이 드러났고 후보로서 활력 있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도전장을 낼 때만해도 카터 대통령에게 크게 앞섰지만 예비선거가 진행되면서 패색이 짙어졌습니다. 케네디 의원은 1980년 8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패배 연설을 했습니다. “도전에서 물러나지만 패배가 끝은 아니다. 앞으로도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해나갈 것이다”는 내용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미국의 진보주의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끝 부분이 특히 유명합니다. “For all those whose cares have been our concern, the work goes on, the cause endures, the hope still lives, and the dream shall never die.”(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들을 위한 일들은 계속 될 것이며 그들을 도와야 하는 이유 또한 계속될 것이다. 희망은 살아있고, 꿈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구절을 따라 ‘the dream shall never die speech’로 불립니다. 에드워드 케네디 최고의 연설인 것은 물론 미국 정치사에 길이 남는 명연설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총 32분간의 연설동안 51회 박수가 터졌습니다. 38초당 1번꼴입니다. “조금만 일찍 이런 연설을 했더라면…”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다음날 연단에 오른 카터 대통령조차 “내가 들어본 것 중에 가장 훌륭한 연설”이라며 경의를 표했습니다. 케네디 의원은 다시는 대선에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9년 타계 때까지 진보주의의 정신적 지주로 고비 때마다 연단에 올라 동료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습니다. “His success alone commands my respect, but that he managed to do so by inspiring the hopes of many Americans is something I deeply admire.”(그의 성공 자체만으로 존경을 받을 만하다. 게다가 많은 미국인들에게 희망의 영감을 주면서 성공했다는 점은 깊이 감탄하는 바이다) 아무리 훌륭한 패배 연설이라도 상대 후보에 대한 칭찬에는 인색합니다. 선거전을 치르다보면 상대 후보와 감정의 골이 생겨 칭찬할 마음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2008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대선 패배 연설에는 ‘the most gracious concession speech’(가장 품격 있는 패배 연설)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닙니다. 매케인 의원은 자신보다 25세나 어린 오바마 후보에게 참패했지만 그의 비전과 리더십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대선을 “역사적인 선거”라고 규정하며 오바마 후보를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춘 정치인이라고 했습니다. 연설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구절입니다. “선거에서 이긴 것만도 칭찬받아 마땅한 데 그동안 정치에서 소외됐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이건 것은 더욱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내용입니다. 영어에서는 주어가 짧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길 때는 일단 ‘that’을 앞에 두고 한 문장으로 엮어줍니다. 여기서는 ‘that’부터 ‘Americans’까지가 주어입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지만 흐름이 중요한 연설에서는 괜찮습니다. ‘manage’는 ‘관리하다’는 뜻 외에 ‘힘든 일을 용케 해내다’라는 의미로 더 많이 씁니다. 주변의 도움을 사양하고 나 혼자의 힘으로 해내고 싶을 때 “I will manage” “I can manage”라고 합니다. “I promised him that I wouldn‘t call him back this time.”(이번에는 다시 전화하지 않겠다고 그에게 약속했다) 미국 대선에서 패자는 선거가 치러진 다음날 새벽 2,3시쯤 연설을 합니다. 그 때쯤 당락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2000년 대선에서는 무려 36일 후에 패배 연설이 나왔습니다.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가 연방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2000년 대선은 선거본부에서 패배 연설이 나오지 않은 대선이기도 합니다. 승자건 패자건 대개 정치적 본거지에 차려진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설을 합니다. 하지만 2000년 대선은 이미 선거가 1개월 전에 끝났기 때문에 선거본부는 해산한지 오래였습니다. 앨 고어 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 룸에서 패배 연설을 했습니다. 지지자들의 환호는 없었습니다. ‘the loneliest concession speech’(가장 외로운 패배 연설)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배경은 삭막했지만 내용은 훈훈했습니다. 고어 부통령은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연설 시작과 함께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승리 축하 전화를 걸었다”는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한 마디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어 나온 “이번에는 다시 전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대목은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고어 부통령은 대선 당일 부시 후보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전화를 걸었다가 개표가 접전 양상을 보이자 다음날 새벽 3시 패배를 철회하는 전화를 다시 걸었습니다. 패배 번복 소동 때문에 고어 부통령은 “미숙한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전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농담을 통해 과거 자신의 섣부른 행동을 사과하는 동시에 깨끗한 승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명언의 품격선거 패배의 울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연설도 있습니다. 리처드 닉슨은 196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1952~60년 부통령을 지냈고 1960년 대선에도 출마했던 그는 주지사 정도는 쉽게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더구나 캘리포니아는 그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닉슨은 예상 밖으로 패했습니다. 층격적인 패배에 보좌관은 기자회견이 취소됐다고 밝혔지만 마지막 순간에 닉슨이 회견장에 나타났습니다. 100여명의 기자들이 모인 회견에서 그는 15분간 언론을 향해 분풀이를 했습니다. 횡설수설에 가까운 연설 내용이 워낙 유명해 ‘15-minute monologue’(15분의 독백)라고 불립니다. “I leave you gentlemen now. And you will now write it. You will interpret it. That‘s your right. But as I leave you, I want you to know: just think how much you’re going to be missing.” “이제 나는 가겠다. 여러분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마음대로 쓸 것이다. 해석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두길 바란다. 여러분들이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생각해봐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닉슨은 이를 무시하고 이날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발언을 하고 연단을 내려갔습니다. “You don’t have Nixon to kick around anymore. Because this is my last press conference.”(여러분들이 더 이상 가지고 놀 닉슨은 없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기자회견이기 때문이다) ‘kick around’는 스포츠에서 ‘공을 이리저리 굴리다’에서 유래했습니다. 회의 때 “let’s kick a few ideas around”라고 하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굴려보자,” 즉 “자유롭게 토론해보자”라는 뜻입니다. 닉슨처럼 ‘kick around’ 다음에 사람이 나오는 경우에는 ‘함부로 대하다’ ‘가지고 놀다’라는 의미입니다. 닉슨의 독설은 정치인으로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언론에게 ‘kick around’라는 단어를 쓴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패배 연설’ 사례로 꼽힙니다. 진짜로 정계 은퇴를 고려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패배 연설이 오히려 대중의 동정심을 자극하면서 닉슨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나중에 회고록에서 이 연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종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민주당이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이제 관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여부입니다. 기자회견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한 기자는 중간선거 출구조사에 근거해 “미국인의 3분의 2는 당신이 출마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바이든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Watch me.”(두고 봐라) ‘나를 보다’는 ‘see me’ ‘look at me’ ‘watch me’ 등 다양하게 쓸 수 있습니다. ‘see’는 가장 흔한 ‘보다’라는 뜻으로 그냥 ‘눈에 들어오니까 본다’는 의미입니다. ‘look at’은 ‘집중해서 바라보다’라는 뜻입니다. 상대의 관심을 끌고 싶을 때 “look at me!”(나를 좀 봐!)라고 합니다. ‘watch’는 ‘시계’ ‘시청하다’ 등 다양한 뜻이 있지만 미국인들은 ‘감시하다’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관찰하다’라는 의미로 많이 씁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를 지키는 자율방범대를 ‘neighborhood watch’(네이버후드 워치)라고 합니다. 자신의 출마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답 “watch me”에는 “내가 하는지 못하는지 두고 봐라”는 도전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출마한다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16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선 패배에 대한 내용입니다. ‘레이트 쇼’라고 불리는 미국의 심야 토크쇼들은 정치 풍자를 잘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패하자 토크쇼들은 이를 소재로 삼아 각종 개그를 선보였습니다. ▶2020년 11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대선 패배를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그의 혼란스러운 국정 운영을 개그 소재로 삼아서 조롱해 온 TV 심야토크쇼 진행자들이 아닐까요. 이들의 축제 무드를 살펴보겠습니다. “This is the first time that he’s ever failed at anything, besides his casinos, his airline, Trump steaks, Trump University, Donald Jr., Eric, etc.”(카지노, 비행기, 트럼프 스테이크, 트럼프대학, 도널드 주니어, 에릭 등을 빼면 이번 대선이 그의 첫 번째 실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최고의 사업가”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그의 사업 인생을 들여다보면 실패가 수두룩합니다. ‘지미 키멜 라이브!’(ABC)를 진행하는 지미 키멜은 “대선 패배가 그에게는 첫 번째 실패다”라며 트럼프 편을 들어주는 척합니다. 그러고 나서 실패작들을 줄줄이 읊습니다. 카지노, 비행기(여행 사업), 트럼프 스테이크(레스토랑), 트럼프 대학(교육) 등을 빼면 처음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 후광에 얹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을 거론하며 자식 농사까지 실패했다고 한 방 먹입니다. “Here’s the thing. We don’t have to listen to him anymore. Now he’s just some guy.”(내 말 좀 들어봐라. 우리는 더 이상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이제 그는 평범남이니까) ‘더 레이트 레이트 쇼’(CBS)의 제임스 코든은 대규모 선거불복 집회를 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비웃습니다. “here’s the thing”(내 말 좀 들어봐라)은 다음에 나올 말이 중요하니까 기대하라는 겁니다. “더 이상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이제 그는 평범남이니까”라는 조롱 멘트를 날립니다. 대통령이었을 때는 할 수 없이 관심을 가졌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some guy’는 ‘a guy with some name’의 줄임말로 이름도 모르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Trump doesn’t want you to know what causes global warming, how many people showed up to his inauguration, how much his hair costs.”(트럼프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 취임식에 온 관중 수, 심지어 자기 머리에 드는 비용도 숨기려고 했다) ‘더 레이트 쇼’(CBS)의 스티븐 콜베어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숨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은폐 성향을 비판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도 숨기려 하고, 취임식에 온 관중 수도 너무 적어 숨기려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대머리를 감추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도 숨기려 했다고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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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지금 해고” 미국 CEO의 냉정한 정리해고 방식[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How do we expect kids to be able to understand what is at stake?”(어떻게 아이들이 중요한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겠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트위터의 대량해고 사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경영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작심하고 트위터를 비판했습니다. 트위터를 “거짓말을 내뿜는 매체”(an outfit that spews lies)라며 “더 이상 미국에는 (참된 정보를 다루는) 편집자가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stake’는 원래 도박 용어로 손에 쥐고 있는 ‘패’는 말합니다. ‘at stake’는 ‘걸려 있다’는 의미로 중요한 것이 위태로운 상태일 때 씁니다. 트위터는 지난달 머스크 인수 후 전체 임직원 7500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3700명을 해고했습니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거짓정보를 통제하는 부서들이 해고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머스크의 정리해고 방식이 민주 사회의 자유로운 정보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해고 날벼락을 맞은 직원들이 올리는 메시지로 트위터는 난리가 났습니다. “just got laid off”라는 메시지가 가장 많습니다. “지금 막 해고됐다”는 뜻입니다. ‘해고’를 ‘layoff’라고 합니다. 좀 더 미화된 표현으로 “they let me go”(회사가 나를 가도록 놔뒀다)는 메시지도 보입니다. “just got a pink slip”(분홍색 쪽지를 받았다)이라는 메시지도 눈에 띕니다. 과거 회사들이 중요한 결정 사항을 분홍색 편지지에 적어 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트위터의 대량해고 방식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놀라운 것은 아닙니다. 최근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서 정리해고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한때 인재들을 쓸어 담았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있습니다.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의 인력감축 계획을 알아봤습니다. “If this place isn’t for you, that self-selection is OK with me.”(만약 회사가 당신을 위한 곳이 아니라면 스스로 떠나는 자기선택을 환영한다)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스타일입니다.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라고 해서 돌려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방지다”는 비판을 듣기도 합니다. 저커버그가 최근 내부 직원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최악의 경기침체가 오고 있으니 “떠날 사람은 빨리 떠나라”는 내용입니다. 저커버그는 “realistically, there are a bunch of people at the company who shouldn’t be here”라고 운을 뗐습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회사에는 있지 말아야 할 직원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 직원들을 가리켜 “coasting”(코스팅)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회사에 출근해 별로 하는 일 없이 하루를 때우는 ‘농땡이’ 직원을 ‘coasting worker’라고 부릅니다. 바다에 나가야 힐 배가 해안가(coast)에서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나태한 직원들에게 스스로 떠나는 자기선택(self-selection)을 하라는 압력입니다. 자발적 퇴사 신청을 받은 메타는 최근 본격적인 정리해고에 들어갔습니다. ‘30-day list’(30일 목록) 방식으로 인력을 조정하는 것이 메타의 오랜 전통입니다. 부서별로 정리 대상 인력을 ‘30일 목록’에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목록에 오른 직원은 1개월 내에 다른 부서로 재배치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메타는 내년까지 총인력의 10% 이상 줄일 계획입니다. “There is no choice when the company is losing over $4M/day.”(회사가 하루 400만 달러씩 손실이 나는데 다른 방도가 없다) 아무리 해고가 쉬운 미국이지만 단번에 총인력의 절반을 줄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유독 트위터에게만 ‘mass layoff’(대량해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입니다. 해고된 직원들은 사전 연락도 없이 갑자기 e메일로 통보를 받았습니다. 머스크나 다른 고위 인사담당자의 서명도 없이 ‘Twitter’라는 서명만 적힌 비인간적인 해고 통지였다고 합니다. 머스크는 대량해고가 논란이 되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루 400만 달러에 달하는 광고 손실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트위터에 광고하지 말도록 기업에게 압력을 넣은 시민단체들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광고주 이탈은 시민단체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머스크 인수 후 혐오 콘텐츠 증가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반박합니다. ‘no choice’(방법이 없다) 뒤에는 ‘but to’가 생략됐습니다. 그럴 경우 ‘but’은 ‘그러나’가 아니라 ‘외에는’이라는 뜻입니다. 머스크가 말한 “no choice” 뒤에는 “but to reduce workforce”(인력감축 외에는)가 생략된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숫자 ‘0’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할 때 알파벳 한 글자로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M’은 ‘million’(백만), ‘K’는 ‘thousand’(천)을 말합니다. ‘10억’은 ‘B’(billion), ‘1조’는 ‘T’(trillion)라고 합니다. “Scarcity breeds clarity.”(부족함은 명료함을 낳는다) 인도 출신의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머스크나 저커버그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인력감축 의지는 확실합니다. 그가 7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 등장하는 구절입니다. 인력 자원이 부족할수록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 문구는 원래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 했던 말입니다. 순차이 CEO가 브린 창업자의 발언을 인용한 것은 지금이 그 때와는 맞먹는 중대 위기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We need to work with more hunger than we‘ve shown on sunnier days.”(우리는 화창한 날에 보여줬던 것보다 더 강한 배고픔으로 무장하고 나가야 한다) 순차이 CEO가 헝그리 정신을 강조한 대목입니다. 구글 같은 초대형 IT 기업이 “hunger”를 거론한 것에서부터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졌다는 이들이 많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은 정리해고에 착수했습니다. 내년 신규 고용을 축소하고 구글랩 등 그동안 앞서왔던 연구개발 분야의 인력을 다른 사업으로 이동시켜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breed’(브리드)는 ‘품종’이라는 뜻도 있지만 ‘낳다’ ‘기르다’라는 동사로 더 많이 씁니다. 정성을 들여 품는다는 뉘앙스가 강조되기 때문에 명언에 자주 등장합니다. ‘familiarity breeds contempt’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명언입니다. ‘친밀함이 경멸을 낳는다,’ 즉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고 반듯하게 자란 사람을 가리켜 ‘well-bred’(웰브레드)라는 형용사를 씁니다. 명언의 품격‘미국 자동차산업의 전설’로 불리는 리 아이아코카는 크라이슬러를 파산의 위기에서 구해내면서 ‘turnaround artist’(경영 정상화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아이아코카 하면 크라이슬러가 연상되지만 그는 32년 동안 ‘포드 맨’이었습니다. 1946년 포드자동차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아이아코카는 영업으로 분야를 바꾸자마자 물 만난 고기처럼 재능을 꽃피웠습니다. 1964년 그의 주도로 내놓은 스포츠형 세단 ‘머스탱’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양대 시사 잡지인 타임과 뉴스위크에 동시에 커버 인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1970년 46세에 사장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포드자동차에는 아이아코카를 따라올 만한 인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튀는 경영 스타일은 포드자동차 소유주인 헨리 포드 2세 회장과 갈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포드 회장은 아이아코카 사장을 후계 구도에서 밀어내기로 했습니다. 1978년 포드 회장은 그를 집무실로 불렀습니다. “Sorry, we are going to have to let you go.”(미안하지만 당신을 보내야만 하겠어) 미국 회사들이 해고할 때 쓰는 단골 멘트입니다. 아이아코카 사장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포드자동차는 그의 리더십 아래 2년 연속 18억 달러 수익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Sometimes you just don’t like somebody.”(때로는 그냥 누군가가 싫을 뿐이야) 포드 회장의 답변입니다. 아이아코카 사장이 경영을 잘못해서도 아니고 개인적인 부정을 저질러서도 아니고 단지 싫기 때문이라는 포드 회장의 대답은 미국 경영사에 길이 남는 명언이 됐습니다. 싫은 감정이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습니다. 아이아코카 사장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했지만 “싫은 건 어쩔 수 없다”는 포드 회장 지지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이아코카는 포드자동차에서 해고된 지 몇 개월 만에 크라이슬러 사장으로 영입됐습니다. 그는 포드 회장과 끝까지 화해하지 않았습니다.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포드 회장을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If a guy is over 25% jerk, he’s in trouble. And Henry was 95%.”(만약에 어떤 사람이 전체 인간성에서 25% 이상 얼간이 짓을 하면 그 사람은 문제가 많은 것이다. 헨리(포드 회장)는 95% 얼간이였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장의 남편 폴 펠로시가 샌프란시스코 자택에 침입한 괴한에게 둔기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범인은 극우 음모론자로 당초 펠로시 의장을 노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 당시 워싱턴에 있었던 펠로시 의장은 곧바로 샌프란시스코로 달려가 남편 병상을 지켰습니다. 수술을 받은 남편이 엿새 만에 퇴원한 후 펠로시 의장의 첫 공개 발언입니다. 자신의 유튜브 및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서 쏟아지는 격려와 위로에 “thank you”를 세 차례 연발했습니다. “It’s going to be a long haul.”(장기전이 될 것이다) ‘haul’은 ‘많은 양’을 의미합니다. ‘hall’(홀)과 똑같이 발음됩니다. ‘많은 짐을 끌고 가다’라는 동사로도 씁니다. 미국에는 이삿짐 회사를 부르지 않고 트럭을 빌려 스스로 이삿짐을 옮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사 트럭 렌탈 회사 중에 ‘U-Haul’(유홀)이 가장 규모가 큽니다. ‘U’는 ‘you’의 줄임말이고 ‘당신 스스로 짐을 옮겨라’는 뜻입니다. ‘long haul’은 시간 또는 거리가 ‘길다’라는 의미입니다. 펠로시 의장의 말은 “남편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for the long haul’은 ‘멀리 보고’라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프로젝트에 임하거나 투자를 할 때 “I’m in this for the long haul”라고 합니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 연연하지 않고 멀리 보고 한다,” 즉 “끝까지 간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8월 10일 소개된 4대 빅테크 CEO 청문회에 대한 내용입니다.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애플 CEO가 시장 독점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바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청문회는 팬데믹 때문에 화상으로 열렸습니다.▶2020년 8월 10일 최근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빅4’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출석한 하원 반독점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청문회 내용은 본보에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7월 31일자 A14면). 여기서는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I don’t care how good an entrepreneur you are, you’re not going to build an all-fiber Boeing 787 in your garage.”(아무리 훌륭한 창업가라도 차고에서 광섬유 보잉787기를 만들 수는 없다) 아마존 설립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 CEO는 첫 청문회 출석인데도 긴장하지 않고 대답을 잘합니다.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가능하게 한 창업가정신이 훌륭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마존 같은 대기업 자본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Products like IPhone just work.”(아이폰 같은 제품은 그냥 된다) 팀 쿡 애플 CEO는 의원들의 질문에 짧게 답하는 스타일입니다. “아이폰 같은 제품은 그냥 된다”고 자신만만한 답합니다.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되는’ 상품이라는 겁니다. ‘It works’(작동하다)라는 기본 표현을 알아두면 활용할 곳이 많습니다. “Senator, we run ads.”(상원의원님, 우리는 광고를 팝니다) 2년 전 상원에서 비슷한 청문회가 열렸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가장 화제가 된 장면입니다. 의원들은 “페이스북은 이용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나”라고 질문합니다. 소셜미디어의 사업 모델을 이해하지 못하는 질문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살짝 웃으며 답합니다. ‘run’은 ‘달리다’ 외에 ‘기사 또는 광고를 게재하다’ ‘영화를 상영하다’ 뜻으로도 씁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열심히 공부해왔는지 소셜미디어의 기본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질문은 없었습니다. “Put your mask on.”(빨리 마스크 쓰세요) 짐 조던 공화당 의원은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습니다. 좋지 않는 의미로요. 자기 순서도 아닌데 자꾸 끼어들어 다른 의원들의 짜증을 유발합니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칩니다. “입 다물라”는 경고입니다. ‘마스크를 쓰다’는 ‘put on a mask’입니다. 반대로 ‘마스크를 벗다’는 ‘take off a mask’라고 하면 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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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금융부터 글로벌 사업까지 금융의 모든 순간 함께

    NH농협금융은 3월 서울 중구 본사에서 출범 10주년을 맞아 신(新)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융의 모든 순간,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비전이 공개됐다.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 과제도 선정됐다. 생활금융플랫폼 주력 채널 육성, 차별화된 글로벌 사업 추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선도, 농업금융 전문기관 공고화, 고객의 일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금융 구현 등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여러 서비스를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통합NH농협금융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정착시킨다는 것은 고객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에서 금융을 쉽고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계열사별 흩어진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디지털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융합시킨다는 의미다. 나아가 데이터사업 경쟁력 확보와 고객 분석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금융을 넘어 자동차, 쇼핑, 헬스케어 등 고객 맞춤형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고도화한다는 목표도 담고 있다.NH농협금융은 8월 2000억 원 규모의 디지털 전략적투자(SI)펀드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차원이다. 이 펀드를 통해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해 최근의 규제혁신 정책과 금융산업 및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발전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펀드 설립은 손병환 농협금융지주회장의 철학인 ‘개방형 사상’이 반영돼 있다는 평을 듣는다. 손 회장은 대표적인 ‘개방론자’로 꼽힌다. 손 회장은 “플랫폼 생태계는 개방과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한다”며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합종’과 ‘연횡’의 결합 글로벌 전략차별화된 글로벌 사업을 위해 동남아 지역에서 농협이 가진 농업 개발과 디지털 역량을 집중해 신남방을 개척하는 ‘합종’ 전략을 추진한다. 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자본시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연횡’ 전략과 연결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글로벌 사업에 가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전략투자 확대, 신남방 권역 중심 글로벌 디지털 사업 추진, 협동조합 기관 등과의 그룹형 협력 사업을 전개하고 협동조합의 경영철학을 글로벌 네트워크에 확대 적용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다른 금융그룹과의 격차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최근 열린 ‘2022년 제2차 글로벌전략협의회’에서는 ‘합종연횡’의 기본 전략 아래 글로벌 사업의 성과를 점검하고 비전 달성을 위한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아시아 권역(합종) 내 농협은행 중국 북경지점을 개점하고 인도에서 노이다지점의 개점을 준비 중에 있다. 선진금융허브(연횡)인 런던과 호주에는 NH투자증권 런던법인을 개설하고 농협은행 시드니지점을 9월 개정하는 등 1단계 네트워크 구축을 끝냈다. 2030년까지 11개국에 27개 네트워크를 확보해 글로벌 총자산 22조 원과 글로벌 당기순이익 3240억 원 달성으로 그룹의 글로벌 이익 비중을 10%까지 늘린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해외점포 경영 내실화, 글로벌 디지털 비즈니스 본격화, 글로벌 전략투자 추진, 사업추진 인프라 확충의 4대 중장기 핵심 과제를 선정하고 실행 계획을 마련했다.이번 회의에서 김용기 부사장은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는 긴 호흡으로 현지 수익원 다각화에 힘써야 하며, 고금리와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경기 불안정성 확대에 대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선제적인 내부 통제 강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NH농협금융은 5월 프랑스 금융사 Amundi와 자산운용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 상호 협력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주주 간 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양사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NH-Amundi 자산운용 수탁액 53조 원을 돌파해 국내 6위 종합자산운용사로 입지를 다졌다.MZ세대를 위한 메타버스 체험관고객의 일생을 함께하는 동반자 금융을 구현하기 위해 MZ세대에게는 재미와 편리성이 가미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퇴 세대에는 헬스케어·맞춤형 자산관리를 서비스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상품과 세대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10주년 기념 메타버스 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글로벌 1위 모바일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NH비전타운’ 체험관을 마련하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NH비전타운’은 새롭게 수립한 비전을 홍보하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MZ세대에게 농협금융을 알릴 수 있도록 기획됐다. 체험관은 농협금융지주와 6개의 금융계열사 체험관(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으로 구성됐다. 기존 금융권의 메타버스 홍보관이 가상공간에서 즐길 거리가 많지 않아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을 보완해 가상공간 체험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재방문할 수 있도록 농협금융과 연관된 다양한 체험을 준비했다. 방문자는 NFT 보물을 찾아 가상지갑에 보관할 수 있고, 농협은행에 판매해 체험관 내에서 사용하는 코인을 얻을 수도 있다. 모든 체험을 완료한 방문자를 대상으로 3월 25일부터 4월 22일까지 경품 이벤트도 진행됐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MZ세대와의 새로운 소통을 위한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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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책임은 온전히 나의 것입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Jill and I send our deepest condolences to the families who lost loved ones in Seoul.”(질과 나는 서울의 유가족들에게 매우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성명입니다. 유가족에 대한 애도, 한미관계의 굳건함 등이 담겨 있습니다. “the United States stands with the Republic of Korea during this tragic time”(미국은 이 비극적인 시기에 한국과 함께 하겠다)이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습니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보낸 조의문도 거의 비슷한 내용입니다. 비극적인 사건사고 후 보내는 위로에는 ‘send deep condolence’(깊은 애도를 보낸다)라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이번 사고 현장에는 의인(義人)들이 있었습니다. 심폐소생술(CPR) 등을 도우며 구조 활동에 힘쓴 이들은 자신의 선행을 내세우기 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진정한 ‘시민 영웅’입니다. 미국에는 전쟁이라는 위기의 순간에 빛나는 리더십과 동료애로 국민에 귀감이 된 대통령이 여러 명 있습니다.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war hero president’(전쟁 영웅 대통령)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It was involuntary. They sank my boat.”(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 적들이 내 배를 침몰시켰거든) 군인 시절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유명하게 만든 일화는 ‘솔로몬제도 사건’입니다. 1941년 해군에 입대해 2년 뒤 태평양 전선에 투입된 케네디 중위는 PT-109, PT-59 등 두 척의 어뢰정을 지휘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1943년 8월 일본 구축함의 공격으로 케네디 중위와 20여명의 미군이 승선한 PT-109호가 솔로몬제도 인근에서 파괴됐습니다. 케네디 중위는 가라앉은 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교과서에 나와 있지 않다. 여러분들은 집에 가족과 아이들이 있다.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가. 나는 잃을 것이 없다.”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은 일본군에게 항복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하지만 독단적인 결정을 피하기 위해 부하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부하들도 항복을 원치 않았습니다. 케네디와 부하들은 5km 떨어진 무인도까지 헤엄쳐 가기로 했습니다. 선두에 있던 케네디 중위는 부상을 입은 한 부하가 자꾸 뒤쳐지는 것을 봤습니다. 자신도 부상을 입었지만 그는 부하의 구명조끼 끈을 이빨로 물고 15시간을 무인도로 헤엄쳐 갔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공훈으로 미 해군·해병대 영웅훈장,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군인에게 주어지는 ‘Purple Hearts’(퍼플 하츠) 훈장 등을 받았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 백악관을 찾은 어린이 방문객들로부터 “어떻게 전쟁 영웅이 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는 “내가 원한 건 아니었어. 적들이 내 배를 두 동강을 내버렸거든”이라는 겸손한 농담으로 답했습니다. “That has plagued me.”(그것이 나를 괴롭혀왔다)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41년 진주만 공습 때 명문 사립고교 필립스 아카데미에 다니던 17세 소년이었습니다. 그는 18번째 생일에 입대했습니다. 18세 이상이 돼야만 입대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받아놓은 예일대 입학 허가도 연기했습니다. 그는 19세 최연소 나이에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됐습니다. 1943년 그는 미군 전쟁포로들이 수용된 일본 지치지마 섬의 통신시설을 파괴하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부하 2명을 태우고 출격했습니다. 목표 지점이 가까워오자 일본군의 공격으로 부시 일행이 탄 폭격기의 조종석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럼에도 임무를 완수한 그는 추락하는 비행기를 가까스로 바다 한가운데까지 몰고 나왔습니다. 부하들에게 뛰어내리라는 명령을 내린 뒤 자신도 뛰어내렸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목숨을 건졌지만 부하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부하 1명은 낙하산이 펴지지 않았고, 다른 1명은 미처 뛰어내리지 못했습니다. 고무보트에 의지한 채 몇 시간을 바다 위에 떠 있던 그의 눈앞에 거대한 잠수함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미군 잠수함 USS 핀백호에 의해 구조됐습니다. 당시 20세의 깡마른 청년 부시 대통령이 구조되는 순간은 핀백호 선원들에 의해 촬영된 영상으로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공훈으로 비행십자훈장(DFC), 대통령부대표창(PUC)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공로보다 숨진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왜 다른 친구들의 낙하산은 펴지지 않았을까. 왜 나만 축복을 받은 것일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그 생각이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다”고 고백했습니다. ‘plague’(플래그)는 중세시대 흑사병(페스트)에서 유래한 전염병을 가리킵니다. 현대에는 ‘전염병’이라는 의미보다 ‘나쁜 덩어리’라는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한국인들이 ‘프라그’라고 부르는 ‘치석’은 ‘dental plaque’(덴틀 플래그)라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이 쓴 것처럼 ‘괴롭히다’ ‘아프게 하다’라는 뜻의 동사로도 많이 활용됩니다. “If any blame or fault attaches to the attempt it is mine alone.”(만약 누군가 이번 시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 온전히 나 혼자만의 것이다) 1944년 6월 6일 제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꿔놓은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전개됐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16만 명의 연합군이 참가한 인류 최대의 작전이었습니다. 연합군 총사령관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은 작전 전날 전투에 참가하는 부대들을 일일이 방문해 사기를 고취시켰습니다. 그가 만난 군인들은 아직 소년티가 가시지도 않은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이들을 거친 파도와 총알을 뚫고 적진으로 보내야 하는 아이젠하워 장군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병영으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운전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I hope to God I’m right.”(신에게 바라건대 내 결정이 옳아야 하는데) 그는 이날 저녁 메모지를 꺼내 편지를 썼습니다. ‘In Case of Failure Letter’(실패의 경우 편지)라고 불리는 이 편지는 작전이 실패로 끝났을 경우를 가정해 쓴 것입니다. ‘나의 공격 결정은 최상의 정보를 근거로 내린 것이지만 실패했다. 육해공 군인들은 모든 용기와 헌신을 보여줬다. 만약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것은 나 혼자만의 것이다’라는 내용입니다. 손편지이기 때문에 고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원래 ‘This particular operation’(이번 작전)이라고 썼다가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의미로 ‘My decision to attack’(나의 공격 결정)이라고 고쳤습니다. 마지막 두 글자인 ‘mine alone’(나 혼자만의 것이다)을 강조하기 위해 밑줄을 그었습니다. 긴장한 나머지 작성 날짜를 ‘June 5’(6월 5일)가 아닌 ‘July 5’(7월 5일)라고 잘못 썼습니다. 66개 단어로 이뤄진 이 편지는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문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등장해서 아니라 힘든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리더의 모습이 군더더기 없이 표현됐기 때문입니다. 실패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은 없습니다. 정치 경력이 전무했던 아이젠하워 장군이 1952년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편지를 지갑에 보관했습니다. 작전이 실패하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읽을 예정이었습니다. 작전이 성공으로 끝나면서 편지는 영영 빛을 보지 못할 뻔 했습니다. 나중에 편지를 발견한 아이젠하워 장군은 구겨 버리려고 했지만 그 내용을 본 보좌관이 감동을 받아서 보관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명언의 품격미국은 전쟁 영웅 출신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대통령이 되는데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통은 독립전쟁, 남북전쟁, 제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서 끝났습니다. 베트남전에는 오히려 참가하지 않은 것이 정치인에게 이득이 됐습니다.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 기류 때문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베트남전을 기피하고 반전운동을 벌였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아들 부시’인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징집 대상이었지만 국내에서 복무하는 편법으로 전쟁을 피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영장을 다섯 차례나 연기해 군대에 가지 않은 사실을 자랑스럽게 공개했습니다. 반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정치인들은 이런 사실을 애써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에 반기를 든 것이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입니다. 2000년, 2008년 등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한 그는 “패한 전쟁에 참가한 것은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베트남전 경험을 공개했습니다. “I fell in love with my country when I was a prisoner in someone else‘s. I loved it because it was not just a place but an idea, a cause worth fighting for.”(나는 다른 나라의 전쟁에 포로로 잡혀 있으면서 내 나라를 사랑하게 됐다. 조국은 단지 장소가 아니라 싸워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이념이고 명분이기 때문에 사랑한다) 매케인 의원의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입니다. 베트남전에서 5년간 포로로 잡혀 고문을 당하는 고초를 겪으면서 조국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내용입니다. 애국심에 약한 미국인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 정치인 중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것은 매케인 의원이 유일합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요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가로 인기가 높습니다. 중간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인기 없는 바이든 대통령 대신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원유세 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조심’을 해야 하는 현직 대통령의 부담이 없는 오바마 대통령은 화끈한 연설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시건 유세에서 선거 사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했습니다. “I took my lumps.”(나는 고통을 감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자신의 선거 패배 경험을 소환했습니다. 그는 2000년 하원의원에 도전했다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패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 입문 초기에 겪은 쓰라린 경험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경험을 얘기하며 “나는 고통을 달게 받았다”고 했습니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투표 사기를 주장하며 워싱턴 의사당 난입 사태까지 초래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겁하다는 의미입니다 ‘lump’(럼프)는 ‘덩어리’라는 뜻으로 ‘고통’ ‘치욕’ 등을 의미합니다. ‘take lumps’는 ‘덩어리를 삼키다,’ 즉 ‘고통을 감내하다’는 의미입니다. ‘lump’는 쓰이는 곳이 많습니다. “How many lumps do you like?” 미국인들이 커피나 차를 대접할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각설탕을 몇 개 넣어줄까”라는 뜻입니다. ‘혹덩어리’라는 뜻도 있습니다. 여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I feel a lump in my breast”라고 하면 “가슴에 혹이 만져진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18년 8월 7일에 소개된 6·25전쟁 영웅에 대한 내용입니다. ▶2018년 8월 7일 북한으로부터 인수 받은 6·25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이 하와이에서 열렸습니다. 아 자리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군 전사자들을 “영웅”이라고 부르며 최고의 경의를 표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아버지도 한국전 참전용사였습니다. 펜스 부통령 연설의 중요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Some have called the Korean War the ‘forgotten war’. But today, we prove these heroes were never forgotten.”(누군가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 영웅들이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 초반에 ‘forgotten war’(잊혀진 전쟁)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잊혀진 전쟁’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 한국전쟁을 ‘unforgotten war’(잊혀지지 않는 전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많은 한국전 참전용사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기념비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전쟁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80, 90대 나이의 할아버지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왠지 안쓰러웠습니다. 참전용사들에 따르면 한국전을 알리는 일에는 많은 장애요소가 있습니다. 미국이 참전했던 다른 전쟁들과 형평성을 가지려면 한국전만 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예상외로 강력하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한국전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국이 해줄 일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Today our boys are coming home.”(오늘 우리 용사들이 돌아옵니다) 워싱턴에서는 매년 10여 개의 한국전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미군 참전용사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하지만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고 워싱턴에 집결합니다. 참전용사들의 손에는 앨범이 한 권씩 들려 있습니다. 앨범 속에는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도 웃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한 할아버지 앨범에서 젊은 한국 여인의 사진도 봤습니다. 주둔했던 마을에서 좋아했던 여인이라고 합니다. 참전용사들은 전후 한국의 놀라운 발전상에 감격스러워합니다. 그들의 얘기는 대부분 무용담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끝납니다. 전쟁터에 남겨두고 온 동료에 대한 미안함에 우는 할아버지들도 있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연설 마지막 부분에서 한 말입니다. “Our boys are coming home.”(우리 용사들이 돌아온다) 참전용사 가족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 것입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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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진공, 포항 수해상인에 카드단말기 지원

    “태풍으로 카드단말기가 물에 젖어 고장이 났었는데 평생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지원해주니 부담이 없어 좋았습니다.”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은 태풍 피해 이후 결제 환경이 달라졌다. 물에 잠겨 고장 난 카드단말기 때문에 피해 복구 이후 어려움을 겪었는데,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결제 단말기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포항에는 당시 시간당 최대 104.5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오천시장에는 성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생필품, 가전 및 카드단말기 등이 모두 물에 젖어 건질 수 있는 게 없었다. 중소벤처부와 공단은 올해 시범사업으로 전통시장의 디지털 결제 환경 구축을 위해 모바일 POS앱 연동의 블루투스 결제 단말기 7500대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상인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결제 단말기(신용, 체크, QR 등)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다. 모바일 POS앱은 IBK기업은행에서 개발했다. 점주의 휴대전화 통신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통신료가 부담되지 않는다. 오천시장 상인회는 “모바일 POS앱은 사용 방법이 어렵지 않고, 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계산할 수 있어 결제가 편리하다”며 “수해 복구에 머물지 않고 상인과 고객이 모두 편리한 스마트한 전통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했다. 오천시장뿐 아니라 다른 전통시장 상인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상점가 내 점포라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신용·체크카드, 간편결제 등으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무선 단말기가 지원된다. 통신사 기반의 기존 단말기에 비해 유지관리 비용(POS 설치비, 통신비 등)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카드단말기는 영수증 출력 기능도 갖춘 일체형이다. 이 사업은 올해 6월 시작돼 연말까지 진행된다. 지원 대상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거해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한 시장, 상점가, 골목형 상점가, 상권활성화구역 내에서 영업 중인 소상공인이다. 신청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pos.ibkbox.net/bluetooth)를 통해 할 수 있다. 지원 대상 여부가 결정되면 신청인에게 결과가 문자메시지로 발송된다. 다만 7500개 점포를 지원하는 물량이 소진되면 조기 마감될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태풍 피해 및 코로나19로 어려운 전통시장의 경영 부담 해소와 더불어 결제 환경을 스마트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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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에 진 미국 대통령, 이렇게 말한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The White House takes a beating.”(백악관, 두들겨 맞다)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이런 제목의 언론 보도를 많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White House’ 대신에 ‘president’(대통령)를 쓰기도 할 것입니다. ‘beating’은 ‘구타’라는 뜻입니다. ‘take’라는 동사와 함께 써서 ‘얻어맞다’라는 뜻입니다. 선거나 경기에서 졌을 때 씁니다. 결과를 속단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중간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게 불리합니다. 하원은 공화당 주도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 됩니다. 실질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양당이 50석씩 동률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 역할)도 공화당이 가져갈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하원의원 435명 전원, 상원 35명, 주지사 36명, 기타 지방정부 관리들이 선출됩니다. 경기침체 공포, 도널드 트럼프 지지 세력의 존재감 등이 바이든 정권을 불리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진다면 앞으로 여소야대의 정국을 헤쳐 나가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고민이겠지만 사실 별로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중간선거, 특히 이번처럼 정권이 바뀐 후 치러지는 첫 중간선거는 대통령과 여당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도 비슷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온도계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유권자들에게는 정치의 적정 온도를 찾으려는 심리가 있습니다. 진보적인 대통령을 뽑았다면 의원들은 보수적으로 뽑아서 나라가 균형 있게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국민이 자동 온도계 역할을 합니다. 이를 ‘자동 온도조절 모델’(thermostatic model)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에게 패배의 쓴맛을 경험하게 했던 중간선거를 알아봤습니다. “I‘m not recommending for every future president that they take a shellacking like I did last night,”(모든 후임 대통령들에게 내가 어제 당한 것 같은 참패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존심은 2년 만에 중간선거에서 처참히 구겨졌습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63석을 잃었습니다. 하원에서 50석 이상 잃으면 ‘대패’로 간주됩니다. 상원에서는 51석으로 간신히 다수당의 위치를 지켰지만 6석을 잃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패인에 대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못 잡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2008년 미국을 뒤흔든 금융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10%까지 치솟은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대책을 원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역점을 둔 사업은 의료보험 개혁이었습니다. 의료보장 확대는 중요하기는 하지만 국민들에게 당장 급선무는 아니었습니다.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의료보험 개혁 법안을 놓고 정치권이 갈라져 싸우자 유권자들의 실망감은 당초에 의료보험 문제를 들고 나온 오바마 대통령에게 모아졌습니다. 정치공방 격화는 강경보수 유권자 단체이자 트럼프 지지 세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티파티’의 출현으로 이어졌습니다. 상원의원 당선, 대통령 당선 등 선거에서 이길 줄만 알았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패배는 충격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권력의 ‘bubble’(거품)을 인정했습니다. 백악관이 측근들에게 둘러싸인 거품 같은 곳이어서 민심과 동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We lose track of the ways that we connected with folks that got us here in the first place.” “그런 곳에 있다 보면 당초 나를 당선시켜준 국민들과의 연결선이 끊어지게 된다”고 반성했습니다. 이 연설에서 ‘shellacking’(쉘래킹)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참패’ ‘대패’를 의미합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져도 “유권자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등 돌려서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바마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은 화제가 됐습니다. ‘shellack’의 ‘lac’은 ‘라크칠을 하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take a shellakcing’은 ‘참패를 당하다’는 뜻입니다. “The GOP elephant emerged from the doghouse.”(공화당이 개집에서 나왔다) 민주당 공화당의 로고에는 상징 동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공화당은 코끼리, 민주당은 당나귀입니다. 민주당의 당나귀는 1828년 앤드류 잭슨 민주당 대선 후보가 “jackass”(잭애스)라는 조롱을 받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말이나 당나귀의 엉덩이를 가리키며 ‘멍청이’를 의미합니다. 잭슨 후보는 ‘jackass’를 ‘우직하고 소신 있다’는 좋은 의미로 해석해 유세에서 즐겨 사용했습니다. 이후 당나귀는 민주당의 상징 동물이 됐습니다. 코끼리는 1874년 공화당의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때 등장했습니다. 정치풍자 만화에서 무리하게 3선 도전에 나선 그랜트 대통령을 반대하는 유권자 세력을 거대한 코끼리에 비유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1932년 당선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인기가 워낙 높아서 공화당은 초라한 신세였습니다. 그랬던 공화당이 1938년 중간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자 뉴욕타임스의 “GOP 코끼리가 개집에서 나오게 됐다”는 헤드라인을 실었습니다. ‘republican’(공화당) 대신에 많이 쓰는 ‘GOP’는 ‘Grand Old Party’(위대한 오래된 정당)의 약자입니다. 개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동물이지만 개집은 별로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잘못을 해서 궁지에 처해 있는 상황을 ‘in the doghouse’(개집에 있다)고 합니다. 덩치도 맞지 않는 개집에 웅크리고 있던 공화당 코끼리가 드디어 운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1938년 중간선거는 미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71석, 상원에서 6석을 잃었습니다. 이 정도의 의석 손실은 ‘루즈벨트 신화’가 꺾였다는 의미입니다. 1938년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루즈벨트 대통령은 내치보다 외교에 주력하게 됩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패배는 독선 때문입니다. 정부 주도의 뉴딜 해법을 과신한 나머지 효과를 내지 않을 때도 밀고 나갔습니다. 뉴딜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민주당 소속이더라도 적대적으로 대하고 낙선 운동을 펼칠 정도였습니다. 정책에 대한 아집과 가시화되는 3선 도전 시도는 미국인들이 두려워하는 ‘독재 코드’를 건드렸습니다. “It was a thumpin’.”(폭망이야) 영어에는 의성어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thump’도 그중 하나입니다. 무거운 것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를 한국인들은 ‘쿵’ ‘쾅’ 등으로 표현하지만 미국인들은 ‘썸’이라고 합니다. ‘thump’는 여러 가지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머리가 심하게 아플 때 ‘thumping headache’(썸핑 헤대이크)라고 합니다. 쾅 하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아프다는 뜻입니다. 2006년 중간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패배의 충격을 “thumping”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폭망’ 정도로 해석됩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31석을 얻어 2002년 중간선거에서 잃었던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했습니다. 이때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됐습니다. 상원에서도 민주당은 5석을 얻어 공화당과 49석씩 동률이 됐습니다. 2006년의 패배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2002년의 승리 후 자만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중간선거에서 백악관은 패한다’는 속설을 깨고 2002년 중간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공화당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역사적으로 이 때가 유일합니다. 9·11 테러 후 부시 행정부가 전개한 대테러 전쟁에 대한 초기 여론이 압도적으로 찬성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6년 중간선거 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불법 고문 스캔들이 터지면서 대테러 전쟁은 빛이 바랬고, 국민들은 계속 이어지는 전쟁에 염증을 느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부실 대응으로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미 추락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쓰라린 심정을 고백한 ‘thumping’은 2006년 중간선거가 낳은 최대 유행어가 됐습니다. 명언의 품격 2018년 중간선거는 여성이 기록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선거였습니다. ‘미투 운동,’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등이 많은 여성 정치인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당시 만 29세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입니다. 뉴욕 선거구의 민주당 경선에서 10선 경력의 조 크롤리 의원을 꺾고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크게 이겨 역대 최연소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후원금이 생명줄과도 같은 정치세계에서 코르테즈 의원은 대기업의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30만 달러를 모금하는데 그쳤지만 그보다 10배가 넘는 340만 달러를 모급한 크롤리 의원을 제쳤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에 손을 벌려 지지를 요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주요 지지층인 히스패닉계, 노동자계급, 밀레니얼 세대 등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풀뿌리 선거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초선의 하원의원답지 않게 의정활동도 두드러져서 그가 추진하는 녹색 일자리 창출 운동 ‘그린 뉴딜’은 화제를 몰고 다닙니다. “Say out loud what everyone is thinking quietly. Be brave. Shake the table. And most importantly, stick up for yourself.”(사람들이 생각만 하는 것을 크게 말하라. 용기를 내라. 판을 흔들어라.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네 자신의 편을 들어라) 코르테즈 의원이 연설 때마다 자주 인용하는 구절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challenge the status quo’(현재의 상황에 도전하라)입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바꾼다는 뜻입니다. 물론 ‘반짝 인기’라는 비판도 있지만 마 정치권에 오랜만에 등장한 잚은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stick up for yourself’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삶의 교훈입니다. ‘stick’은 ‘붙어있다’는 뜻으로 ‘stick up for yourself’는 ‘자신을 지지하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믿는 바를 밀고 나가라’는 의미입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불법 총기 구매 때문에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2018년 총기를 구매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그가 마약 사용 상태였다는 것. 불법약물 사용자나 중독자가 총기를 구매하는 것은 미 연방법에 금지돼 있습니다. 사법당국은 헌터 바이든이 총기 구매 때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거짓 신고를 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간선거 이후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He’s on the straight and narrow.”(그는 정도를 걷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을 변호하느라 바쁩니다. 그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아들이 총기 구매 신고를 했을 때 이미 약물을 끊은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올바르게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on the straight and narrow”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곧고(straight) 좁은(narrow) 길 위에 있다’라는 것은 ‘정도(正道)를 걷다’ ‘바른 생활을 하다’는 의미입니다. 성경에서 유래한 구절입니다. 곧고 좁은 길을 가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이런 길을 통과해야만 의미 있는 삶에 이른다는 의미입니다. 참회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표현입니다. “his mother kept him on the straight and narrow”라고 하면 “그의 어머니는 그가 올바르게 살도록 옆에서 지켜줬다”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8월 19일 소개된 미국의 선거 풍경에 대한 내용입니다. 흔히 ‘campaign rally’(캠페인 랠리)라고 부르는 미국의 선거 유세에 가보면 한국과 상당히 다릅니다. 한국의 요란한 유세에 비하면 좀 산만합니다. 2020년 미국 대선 때 후보들이 어떤 유세를 펼쳤는지 들여다봤습니다. ▶2019년 8월 19일한국인들에게 선거 하면 친숙한 풍경이 있습니다. 후보들은 너도나도 시장으로 달려가 상인들과 악수를 하고 국밥도 먹습니다. 그런가 하면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어설픈 율동을 선보이는 후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을 보니 시장에 가는 이도 없고, 율동을 선보이는 이도 없습니다. 미국의 선거유세는 이런 겁니까. “No one is having more fun on the trail than Andrew Yang.(앤드루 양만큼 선거 유세를 즐기는 후보는 없다) 사실 율동을 선보인 후보가 한 명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가 출신인 앤드루 양 민주당 후보는 여성 표를 잡겠다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 중 ‘재저사이즈’(에어로빅) 수업에 참가했습니다. 양 후보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유명 힙합 댄스곡 ‘큐피드 셔플’에 맞춰 열심히 춤을 췄습니다. 그의 캠페인 매니저는 양 후보가 선거 유세를 ‘일’이 아니라 ‘놀이’처럼 즐긴다는 자랑했습니다. ‘trail’(트레일)은 ‘campaign trail’(유세 여정)을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Me running for the bathroom when the movie is over.”(영화가 끝났을 때 화장실로 달려가는 내 모습 같다) 사회자가 무대에서 후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유세는 시작됩니다. 그러면 후보는 청중들 사이를 가르고 뛰어옵니다, 사실 뛰는 흉내만 내는 것이지 손도 흔들고 눈도 맞추고 사진도 찍으며 걸어 나오는 후보가 대부분입니다. 지지자와의 인간적인 ‘접촉’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후보는 다릅니다. 최근 뉴햄프셔 유세에서 마치 100m달리기 주자처럼 쌩하고 달려 나와 연단 위에 올라갔습니다. 나이는 70세지만 젊은 활력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이죠.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워런 후보의 뛰는 동영상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꼭 영화가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내 모습 같다.” 활기찬 것도 좋지만 여유가 없어 보인다는 뜻입니다. “He divan’t bite.”(그는 수락하지 않았다) 유명인 들은 선거 때가 되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밝힙니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 땀 포드는 피트 부티지지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게다가 부티지지 후보가 촌스러운 패션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스타일리스트가 돼주겠다고 제안도 했습니다. 부티지지 후보는 “지지는 고맙지만 스타일리스트 제안은 거절하겠다”고 했습니다. 톰 포드는 보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bite’는 ‘제안을 수락하다’는 뜻입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꽉 물다(bite)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저소득층과 소수계층이 주요 지지그룹인 부티지지 후보가 톰 포드를 스타일리스트로 둔다면 표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잃는 것이 되겠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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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적’ 미국-중국이 ‘친구’ 됐다가 다시 ‘적’이 된 사연[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Let China sleep, for when she wakes, she will shake the world.”(중국을 계속 자도록 놔둬라. 중국이 깨어나는 순간 세상을 흔들어놓을 것이다)18, 19세기를 살다 간 유럽의 정복왕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중국에 대해 한 말입니다. 중국에 대한 서구세계의 경계심을 상징하는 발언입니다.최근 공개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도 중국 일색입니다. 총 68쪽에 달하는 보고서는 중국을 “the only competitor with both the intent to reshape the international order and, increasingly, the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do it”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이를 실현하려는 경제 외교 군사적 기술적 영향력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경쟁자”라고 합니다. 점잖은 단어들로 포장됐지만 보고서 곳곳에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시간 넘게 NSS 내용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연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브리핑이 끝난 뒤 워싱턴 조지타운대로 가서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다시 한번 열었습니다.설리번 보좌관은 “we are not seeking competition to tip over into confrontation or a new cold war”라고 했습니다. “중국과의 경쟁이 대결 또는 새로운 냉전 구도로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대결 구도로 넘어갔고, 신냉전 시대도 이미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첨단기술, 군사.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중 관계의 역사적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The only time I’d meet with him would be if our cars accidentally collided.”(내가 그와 유일하게 만나는 때는 우리 차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때일 것이다)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미·중 간의 접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냉랭한 양국 관계는 1954년 스위스 제네바회담에서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한반도 문제 등이 논의됐던 제네바회담에 미국에서는 ‘냉전의 설계자’로 불리는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이 참석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최고의 외교관’으로 통하는 저우언라이 공산당 외교부 부장이 참석했습니다.이들은 회의장에서 마주쳤습니다. 저우언라이가 먼저 악수를 청했습니다. 덜레스 장관은 저우언라이가 내민 손을 외면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일었지만, 덜레스 장관은 “내 행동에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내가 그와 만나는 일은 우연히 우리 차가 충돌했을 때뿐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교통사고처럼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사이라는 것입니다. 냉전 시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감을 상징하는 발언입니다. 악수를 거절당한 저우언라이는 노련한 외교관답게 어깨를 으쓱하고 넘어갔습니다. 대신 그는 미국의 조지프 매카시 열풍 때문에 공산주의자로 낙인이 찍혀 스위스로 쫓겨 와있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을 수소문해서 함께 식사했습니다. ‘속 좁은’ 미국 외교 수장의 악수 거절에 대한 복수였습니다.“The ping heard round the world.”(탁구 소리가 전 세계로 퍼지다)관계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탁수 선수들이었습니다. 1971년 4월 일본 나고야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연습장으로 가는 버스를 놓친 미국 선수 글렌 코원은 우연히 중국 선수단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좡쩌둥이라는 중국 선수는 코완에게 중국의 명산인 황산이 그려진 실크 수건을 선물했습니다.중국 선수들에 섞여 코원이 버스에서 내리자 기자들의 눈에 띄었습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코원은 “중국 같은 나라에 가보고 싶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마오쩌둥 중국국가주석은 미국 선수단을 초청했습니다. 선수단 15명은 1949년 이후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입국한 첫 미국인들이 됐습니다. 이들은 귀국 후 “they are just like us”(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당시 선수단과 동행했던 시사잡지 타임은 “the ping heard round the world“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ping’과 ‘heard’ 사이에 ‘was’가 생략된 것으로 “핑(탁구) 소리가 전 세계에 들리다”라는 뜻입니다. 작은 행동이 큰 결과를 낳을 때 긍정적 의미로 쓰는 말입니다. “We need to urge China to become a responsible stakeholder in the international system.”(우리는 중국이 국제 체제에서 책임 있는 이해관계자가 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개혁 개방 노선을 선택한 중국은 경제적으로 급성장했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는 중국 견제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9월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은 뉴욕에서 열린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NCUSCR) 만찬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에 편입된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responsible stakeholder’(책임 있는 이해관계자)라는 단어는 지금까지도 중국의 역할을 가장 적절하게 규정한 단어로 꼽힙니다.졸릭 부장관은 연설에서 다채로운 표현들을 사용했습니다. 중국을 용(龍) 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fire breather’(입에서 불을 내뿜는 용)에 비유했습니다.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얘기할 때는 ‘cauldron(컬드런) of anxiety’(불안감으로 끓는 가마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끈 단어는 ‘responsible stakeholder’로 졸릭 부장관이 3차례나 사용했습니다. ‘responsible’을 뺀 ‘stakeholder’는 더 자주 등장했습니다. 원래 ‘stakeholder’는 도박 용어로 ‘판돈을 거는 사람’을 말합니다. 광업 용어로 채굴 지점에 막대기(stake)를 꽂아놓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요즘은 종업원, 주주, 투자자, 채권자 등 기업 운영에 이해관계를 가진 참여자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졸릭 부장관이 강조한 단어는 중국에서도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번역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responsible stakeholder,’ 특히 ‘stakeholder’는 중국인들이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낯선 단어였기 때문입니다. 중국 지도부는 ‘책임지는 대국’이라는 의미의 ‘부책임대국’(負責任大國)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영어로는 ‘responsible great power’의 뜻입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stakeholder’가 완전히 다른 의미의 ‘great power’로 바뀐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China’s leadership appropriated the responsible stakeholder framework to suit their foreign policy goals.” 한 미국 언론은 이렇게 꼬집었습니다. 중국 지도부가 ‘대국’이라는 외교 목표에 맞추기 위해 마음대로 단어를 전용(appropriate)했다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뛰어난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전략가’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베트남전과 반전시위 등으로 고전하던 그는 난관을 뚫고 나갈 ‘한 방’이 필요했습니다. 1971년 핑퐁 외교가 성사되자 그는 중국 방문을 생각해냈습니다. 이듬해 그는 중국을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닉슨 대통령이 극비리에 헨리 키신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중국에 보내 방문 일정을 조율한 것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습니다. 키신저 보좌관은 아시아 순방 중 파키스탄에서 배탈이 났다고 해놓고 한밤중에 파키스탄 외교관이 모는 폭스바겐 비틀을 타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중국행 비행기 오르자 목적지를 모르던 키신저 경호원들은 위협을 느껴 총까지 꺼내 들 정도였습니다. 무사히 중국에 도착한 키신저 보좌관은 저우언라이 공산당 총리를 만나 초청 수락을 받은 뒤 성사됐다는 표시로 닉슨 대통령에게 “eureka”(유레카)라는 한 마디가 적힌 암호를 보냈습니다. ‘환희’라는 뜻입니다.“Nixon goes to China.”(닉슨, 중국에 가다)키신저 보좌관으로부터 연락받은 닉슨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중국 방문 계획을 밝혔습니다.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열렬한 반공주의자’라는 평판이 자자한 대통령이 중국에 가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닉슨 대통령은 권력을 잡기 전부터 “미국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한다면 재난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공언해왔습니다. 충격이 가시자 여론은 지지 쪽으로 모아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통해 긴장 완화가 이뤄진다면 모든 나라에 득이 될 것이다”라는 닉슨 대통령의 연설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언론은 ‘Nixon goes to China’라는 헤드라인으로 도배를 했습니다. 이 구절은 ‘정치인의 결단’ ‘과거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명언이 됐습니다. 리더는 눈앞의 이해관계나 지지 기반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온 신념이나 발언을 뒤엎는 것이라도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를 ‘Nixon-to-China moment’(닉슨의 중국 방문 순간)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노선’을 갈아타는 정치인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기보다 오히려 “유연한 사고”라고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쓴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쿼지 콰탱 재무장관을 취임 37일 만에 경질했습니다.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이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됐습니다. 헌트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콰탱 전 장관과 트러스 총리가 추진했던 감세안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We have to show the world we have a plan that adds up financially.”(우리는 재정적으로 말이 되는 계획을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헌트 장관의 발언 중에 ‘add up’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직역하면 ‘더하다’라는 뜻이지만 ‘이치에 맞다’ ‘앞뒤가 맞다’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입니다. ‘make sense’(말이 되다)와 같은 의미입니다. 말들이 차곡차곡 더해지면(add up) 이치에 맞게 된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헌트 장관은 재원 마련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콰탱 전 장관처럼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의미에서 한 발언입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형사가 범인을 취조할 때 “your story doesn’t add up”이라며 화를 내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당신 진술 내용은 앞뒤가 안 맞는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난해 11월 열렸던 첫 회담에서 두 정상은 치열한 탐색전을 벌였습니다.▶2021년 11월 22일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팬데믹 때문에 화상 회담으로 열렸지만, 양측은 서로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면서 설전을 벌였습니다. “If past is prologue, I am sure that today we’ll be discussing those areas where we have concerns.”(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우리는 우려되는 현안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만약 과거가 서막이라면 우리는 오늘 우려되는 분야들을 논의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If past is prologue”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 ‘템페스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What’s past is prologue”(과거가 서막이다)에서 유래했습니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라는 뜻입니다. 과거 양국 정상이 만났을 때마다 우려했던(부딪쳤던) 현안들이 이번 회담에서도 다뤄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조목조목 짚을 준비가 돼 있다는 기선 제압용 발언입니다. “Let’s get something straight, we’re not old friends.”(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시 주석과 나는 오랜 친구가 아니다)바이든 대통령은 6월 한창 대중(對中) 강경 모드를 밀고 나갈 때 기자회견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시 주석과 나는 오랜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친한 척을 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치열한 신경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Let’s get something straight”는 다음에 나올 말을 강조하고 싶을 때 씁니다. 비슷한 어감의 “Let me get this straight”와 헷갈리기 쉽습니다. 후자는 “방금 네가 한 말을 정리해보자면”이라는 뜻입니다. “We were not expecting a breakthrough. There were none to report.”(애초 돌파구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보고사항 없다)회담 후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보고할 것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애초 돌파구를 기대하지도 않았다”라고 합니다.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강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None(또는 Nothing) To Report”는 군대에서 많이 쓰는 말입니다. “보고사항 무(無)”를 의미합니다. 줄여서 “NTR”라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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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동조합 공동사업으로 기술 개발·비용 절감 ‘두 토끼’ 잡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개별 중소기업의 자원과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내는 기업 간 협업 플랫폼이다. 디지털 경제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으로 협동조합이 새로운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사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협동조합은 비회원을 통한 자본 조달이 제한돼 있어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본 조성이 쉽지 않았다. 2006년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회원의 공동사업 지원을 위해 공동사업 지원자금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보조금 지원 주체를 모든 중앙정부 및 지자체까지 확대한 데 이어 지난해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으로 정부 지원사업에서 소외됐던 협동조합의 중소기업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협동조합이 수행하고 있는 공동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한국제약협동조합 ‘K-바이오’ 견인 한국제약협동조합은 개별 제약사인 조합원 상호 간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1964년 설립돼 많은 공동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1980년대 공장 수도권 이전 계획과 수도권 인구 분산 계획, 우수의약품 제조관리시설기준(KGMP) 제도 도입을 위한 제조시설 강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합은 경기도 화성에 20만 평 규모의 향남제약공단을 조성했다. 공단에 입주한 39개 제약사는 공해방지 시설과 공동관리 시설 등을 설치하고 친환경 사업장을 운영하며 양질의 제품을 싼값에 공급해오고 있다.조합은 물적 유통 비용을 줄이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완제품 공동운송을 실시했고, 1995년 약품 원료의 공동 보관 및 공동 배송 물류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물류비의 30%를 절감해 연 5억 원 이상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뒀다. 공동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2020년 7월에 10개 제약사가 출자해 제약물류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경기도 평택 드림산업단지 내에 터를 잡았다. 물류비용의 20%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단체표준 인증 1호’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은 국내 단체표준인증단체 제1호의 명성을 갖고 있다. 단체표준인증은 가정용 가구 제품에 대한 업체별 규격을 표준화해 단체표준으로 제정하고, 공장의 제조 능력 및 성능 시험을 평가해 적합한 경우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은 단체표준인증제도 운영과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한국실내건축환경시험연구원(KASTI)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투명한 운영을 위해 조합은 공평성 보장 선언을 실시했고, 시험 기관은 공인된 기관의 여러 인증을 통해 신뢰도를 보장받고 있다.조합이 직접 운영하는 단체표준인증제도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정용 싱크대는 44개 업체가, 반침장과 현관장은 34개 업체가 표준규격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단체표준인증을 받고 3개월 이상의 생산 실적이 있는 인증업체의 경우 심사를 통해 우수 단체표준제품으로 인정받고 국가·공공기관·단체의 물품 구매 때 우선구매 대상으로 분류된다.‘공동브랜드’ 경쟁력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경기도 파주에 펌프제조기업 협동화단지와 공동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유체기계연구소는 조합원사들이 개발하는 제품에 대한 설계와 예상 효율 산정 등에 도움을 주고, 개발 제품에 대해서는 KS 규정에 맞춰 제품 성능과 효율을 측정한다.2020년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시행한 ‘협동조합 공동시설 스마트화 구축 지원 사업’에 협동조합 최초로 참여해 연구소의 소프트웨어도 개선했다. 기존의 아날로그 식 펌프 성능 측정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고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해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조합원사들이 연계하는 시스템까지 갖추게 됐다.조합은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고 기술개발과 품질관리, 사후관리의 공동 시스템을 갖춰 판로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펌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국내 대기업과 경쟁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공동사업을 통해 조합원사의 국내 판매 실적은 2011년 20억 원에서 2014년 103억 원, 현재는 매년 18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6개사에서 출발한 참여 조합원사도 2021년 말 기준 약 60개에 이른다.한국주유소운영업 ‘공동구매 전용보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주유소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2016년 설립돼 원유 공동구매 사업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의 원유 구매 물량을 모아 조합이 대량으로 공동구매를 하는 방식이다. 조합이 공동구매 사업을 시작한 후 5년 만에 매출이 크게 올랐다. 2019년 198억 원, 2020년 430억 원, 2021년 63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공동구매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게 된 데는 2018년부터 시작된 ‘중소기업중앙회 원부자재 공동구매 전용보증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 유류 구매는 대부분 국내 정유사의 대리점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에서 영세 주유소는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을 수가 없어서 구매가 어려웠다. 조합은 중기중앙회 사업에 참여해 조합을 주축으로 기존에 신용 구매가 어려웠던 임차주유소도 신용으로 유류 구매를 할 수 있게 했다. 조합원사들은 공동구매 전용보증제도를 활용해 자금 융통의 어려움을 해소한 것이 공동구매 사업의 가장 큰 혜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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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억장 무너뜨린 美 대통령의 실언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I don’t think there‘s any such thing as an ability to easily lose a tactical nuclear weapon and not end up with Armageddon.”(전술핵무기 통제권을 잃고 아마겟돈으로 끝나지 않는 능력 같은 것은 없다고 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실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민주당 상원캠페인위원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아마겟돈’(지구 종말 대전쟁)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nuclear”(핵) 소리만 들어도 놀라는 국민들에게“Armageddon”(아마겟돈)이라는 지옥의 미래상을 경고했으니 분위기가 술렁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음날 백악관 언론 브리핑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기자들은 ‘아마겟돈’이 등장하는 요한계시록 성경 구절까지 소환해서 대변인에게 대통령의 발언 의도를 캐물었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은 “two words”(2개의 단어)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메릴랜드 주 볼보 미국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let me start with two words: Made in America”라고 했습니다. “2개의 단어로 연설을 시작하겠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Made in America’니까 “three words”(3개의 단어)라고 해야 맞습니다. 너무나 기본적인 실수를 한 대통령에게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같은 ‘발언 사고’이지만 종류는 다릅니다. ‘two words’ 사건은 순간적 판단착오로 생긴 단순한 ‘말실수’이고, ‘Armageddon‘ 사건은 민감한 정치외교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치 못한‘ 발언입니다. 전자와 같은 단순한 말실수를 ’gaffe‘(개프)라고 합니다. 후자처럼 사회적 분위기나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발언을 ‘unfortunate remarks’(불운한 언급)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대통령들의 ‘gaffe’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반면 ‘unfortunate remarks’는 드물지만 파장은 더 큽니다. 후폭풍을 몰고 왔던 대통령의 ‘불운한 발언’ 사례를 알아봤습니다.“I had a discussion with my daughter Amy the other day to ask her what the most important issue was. She said she thought the control of nuclear weaponry.”(지난번 딸 에이미와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물었다. 에이미는 핵무기 통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재선이 걸린 1980년 대선 TV 토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딸 에이미 얘기를 꺼냈습니다. 에이미에게 “현재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핵무기 통제”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당장 “Amy, policy advisor to the president”(대통령 정책고문 에이미)라는 조롱이 나돌았습니다.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상대가 당시 13세의 딸이라는 것에 국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13세의 딸이 핵무기 통제라는 어려운 주제를 꺼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조지아 주 땅콩농장 주인 출신인 지미 카터 대통령은 워싱턴에 물들지 않은 ‘도덕 정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대통령이 됐습니다. 하지만 소박하고 가족적인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딸 에이미를 등장시킨 카터 대통령의 토론 전략은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판만을 남긴 채 참담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I did not have sexual relations with that woman, Ms. Lewinsky.”(나는 그 르윈스키라는 여성과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1월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알려지고 열흘 뒤였습니다. 이 발언은 르윈스키 스캔들이 낳은 가장 유명한 발언으로 꼽힙니다. 현직 대통령의 입에서 “sexual relations”(성관계)라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인들이 분노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that woman”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그’라는 뜻의 ‘that’은 상대를 업신여기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주로 싸울 때 “that”이라는 형용사를 붙입니다. “that woman”(그 여자), “that man”(그 남자) 등에서 ‘그’가 가리키는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이라는 뜻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손가락으로 ‘그 여자’를 가리키는 제스처까지 취하며 성관계를 부인했습니다. 국민들의 눈에는 르윈스키와 거리감을 두려는 클린턴 대통령의 발뺌으로 비춰졌습니다. “that woman”이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으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후 발언에서도 성관계를 부인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특별검사팀 조사보고서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보면 ”that woman”이 쏙 삐졌습니다. “They get bitter, they cling to guns or religion or antipathy as a way to explain their frustrations.”(그들은 억울해 하고, 총 종교 반감에 매달리는 방식으로 좌절감을 표출한다) 연설력이 좋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불운한 발언’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2008년 대선 도전에 나선 오바마 후보는 유세 연설에서 제조업 사양화로 고전하는 ‘러스트 벨트’ 지역 소도시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좌절감을 총, 종교, 이민족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바마의 ‘소도시 발언’(small-town remarks)이라고 합니다. 소도시 주민들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상류층 대상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out of touch”(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소도시들에서는 오바마 발언에 빗대 “I’m not bitter”(나는 억울하지 않다)라는 구호가 유행했습니다. 비판이 가열되자 오바마 후보는 사과했습니다. 평소 자신이 하는 말에 신중을 기하는 그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유감 표명이었습니다. “If I worded things in a way that made people offended, I deeply regret that.”(만약 내 말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다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명언의 품격1980년 미국 대선의 풍항계로 불리는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경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지역 언론사가 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밥 돌 등 5명의 후보가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토론회는 이상한 모양새로 진행됐습니다. 토론회 개최 비용을 부담한 곳은 레이건 후보. ‘내슈아 텔레그래프’라는 뉴햄프셔 지역 신문이 주최한 토론회였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자가 아닌 선두 후보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선두권을 형성한 레이건 후보와 부시 후보가 비용을 분담해야 했지만 부시 후보가 거절하면서 레이건 진영이 전액을 부담하게 됐습니다. 토론 진행자를 사이에 두고 레이건-부시 후보가 좌우로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3명은 구석에 찬밥 신세로 몰려 앉았습니다. 이들 3명은 토론에 참가할 수 없고 종료 발언만 할 수 있도록 허용됐습니다. 레이건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모든 후보들에게 동등한 발언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토론회가 방해를 받자 진행자는 레이건 후보에게 마이크를 꺼버리겠다고 위협했습니다. “I am paying for this microphone!”(내가 이 마이크 값을 냈거든!) 그러자 레이건 후보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애초에 토론회를 성사시킨 것은 자신이라는 뜻입니다. 무례한 발언이었지만 방청석에서는 오히려 레이건 후보에게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방청객들은 갖가지 토론 규칙을 정해놓고 후보들의 발언을 제한하는 얄미운 진행자에 맞서 할 말을 다하는 레이건 후보에게서 리더십을 봤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불한 돈만큼 합당한 권리를 누리겠다는 레이건 후보의 논리는 대중의 공감을 샀습니다. 미국에서는 대선 때마다 1,2개씩 명언이 탄생합니다. 1984년 대선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의 “I a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ence”(나는 상대 후보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가 판세를 결정지은 명언이었습니다. 4년 앞서 1980년 대선에서는 이 발언입니다. 지역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레이건 후보는 단독 선두로 부상하게 됐습니다. 그는 나중에 회고록에서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I may have won the debate, the primary, and the nomination right there.”(토론회와 예비선거를 이기고, 궁극적으로 대선 후보로 결정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을 것이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취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은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올해 들어 역대 최다 수준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며 “우리는 2017년 북한 핵실험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It all comes down to ‘Will he ever use it?’”(모든 것은 ‘그가 과연 핵을 사용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멀린 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시켜온 점을 상기시키며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과연 그가 핵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자신도 모르지만 “5년 전보다 북한과의 핵 대결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come down to’는 ‘come’(향하다)과 ‘down to’(아래쪽으로)가 합쳐진 것입니다. ‘모아진다’ ‘귀결된다’는 뜻입니다. 미국인들은 토론하는 것을 즐깁니다. 열심히 말한 뒤에 “it comes down to”라고 하면 결론 지점에 이르렀다는 신호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연설이 끝날 때쯤 주의환기용 멘트로 좋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14일 게재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내용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때마다 자주 푸틴 대통령을 거론하며 “비이성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사이가 좋았습니다. ‘스트롱맨’ 지도자로 공통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트럼프-푸틴 대통령의 좋은 관계 때문에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2018년 7월 24일미국에서 오후 10시 반∼11시쯤 TV를 틀면 심야 토크쇼 시간입니다. ‘호스트’로 불리는 진행자는 초대 손님을 부르기 전 10분 정도 방청객을 앞에 두고 혼자 ‘썰’을 푸는 ‘모놀로그’(독백)를 합니다. 호스트의 인기는 모놀로그에서 얼마나 뛰어난 입담을 과시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요즘 모놀로그의 화제는 얼마 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앞에서 극도의 저자세를 보여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Putin is Trump’s KGBFF.”(푸틴은 트럼프의 KGB 출신 절친이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사회를 맡았던 코미디언 지미 키멀의 모놀로그입니다. ABC방송의 ‘지미 키멀 라이브’를 진행하는 그는 푸틴 대통령을 트럼프의 ‘KGBFF’라고 소개합니다. ‘Best Friends Forever’의 줄임말인 ‘BFF’는 ‘영원한 절친’을 뜻합니다. ‘KGBFF’는 ‘KGB’(옛 소련 비밀경찰)와 ‘BFF’를 합친 것으로 ‘KGB 출신의 푸틴이 트럼프의 영원한 절친’이라는 뜻입니다. 이 신조어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미국에서는 ‘KGBFF’라고 적힌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He’ll steal the shirt off your back. Hell, he stole the shirt off his own back.”(푸틴은 당신에게 사기를 칠 위인이다. 사실 그는 자신한테도 사기를 친 사람이다) 케이블 채널 ‘코미디 센트럴’의 토크쇼 ‘데일리쇼 위드 트레버 노아’를 진행하는 노아는 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같은 사람한테 꽂혀서 저자세로 일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모놀로그를 펼칩니다. 푸틴이 어떤 작자냐 하면 ‘당신의 셔츠를 벗겨 훔쳐갈’(steal the shirt off you) 사람이라고 합니다. 당신에게 사기를 칠 사람이라는 겁니다. 한술 더 떠 “세상에나, 그러고 보니 그(푸틴)는 자기 자신한테까지 사기를 친 위인이네”라고 합니다. 푸틴이 러시아 스캔들 때 “러시아는 미국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은 결국 자신을 속인 거짓말이라는 의미입니다.  “It’s only a matter of weeks before he ‘Single White Females’ Putin.”(트럼프가 푸틴을 스토킹하기 일보 직전이다) NBC방송의 ‘레이트 나이트 위드 세스 마이어스’의 진행자 마이어스는 ‘Single White Female’이라는 영화 제목을 인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위험한 독신녀’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스토킹 하는 줄거리입니다. 마이어스는 ‘Single White Female’을 ‘스토킹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썼습니다. ‘트럼프는 푸틴을 (너무 좋아해서) 스토킹하기 일보 직전이다’라는 조롱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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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러다니는 포탄’이 싫었던 이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e commitment of the United States to the defense of the Republic of Korea is ironclad.”(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은 굳건하다) 최근 한국을 찾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습니다. DMZ 감시초소에서 망원경을 통해 북한 쪽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DMZ 방문은 한국을 찾은 미 고위 정치권 인사들에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일정입니다. 한국을 떠난 후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먼저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메시지도 DMZ 방문에 관한 것들입니다. 한국 대통령과 만나 환담한 사진보다 많습니다. 백악관은 해리스 부통령의 DMZ 방문을 감시초소,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 공동경비구역(JSA) 캠프 보니파스 등 동선별로 따라가며 발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다른 현안들은 “경제기술 파트너십”(economic and technology partnership)이라는 한 단락의 설명으로 끝낸 것과 비교됩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통령의 ‘뉴욕 발언 논란’ 등 미국과 주고받을 얘기가 많은 한국으로서는 섭섭할 수도 있지만 한국은 미국에게 안보의 나라’ ‘군사적으로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이 지난 70여 년 동안 굳어졌습니다. 헤리스 부통령은 DMZ 연설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ironclad”(아이언클래드)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인사들이 한국을 언급할 때 ‘핵심축’을 의미하는 “linchpin”(린치핀)과 더불어 가장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iron’(철)으로 ‘clad’(덮여있다), 즉 ‘파괴할 수 없다’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남북전쟁 때 버지니아 해상 전투에서 철로 두른 증기선이 처음 등장한데서 유래했습니다. 미국 전쟁사에 한 획을 긋는 이 전투를 ‘battle of ironclads’(철갑 전투)라고 부릅니다. 미국인들은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규칙을 ‘ironclad rule’이라고 합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철통같은 계약조건을 ‘ironclad contract’라고 합니다. 군대나 전투에서 유래된 단어들을 알아봤습니다.“Bite on the bullet.”(이 악물고 참아라) 옛날에는 상처를 치료할 때 지금처럼 마취제 진통제가 없었습니다. 치료나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천, 가죽 등을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물고 참았습니다. 하지만 군인들은 전장에서 부드러운 재료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사방에 널려있는 탄피를 입에 물고 참았습니다. 여기서 유래한 ‘bite the bullet’(총알을 물다)은 힘든 상황을 꾹 참고 이겨내는 것을 말합니다. 약간 어감은 다르지만 한국 속담 ‘울며 겨자 먹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정글북’을 쓴 영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러디아드 키플링의 1891년 작품 ‘the Light That Failed’(사라지는 빛)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아프리카 내전에서 참전 기자로 활동하던 중 부상을 당해 혼수상태에서 하는 말입니다. 총알을 문다는 시각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금도 미국인들이 고난을 이겨내야 할 때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한국에는 ‘허망한 경주’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1975년 동명의 미국 영화도 있습니다. 거액의 상금을 노리고 목숨을 건 전미 횡단 경주대회에 참가한 카우보이들의 대한 내용입니다. “Cup of Joe”(커피) 옛날 군인들은 고된 전투를 술로 푸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1913년 조지퍼스 대니얼스 미 해군장관은 군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술을 금지시켰습니다. 당시는 사회 전반에 금주 운동이 불붙던 시대였습니다. 1917년 미국에서 금주법(Prohibition)이 시행됐습니다. 술이 금지되자 전투 에너지가 필요한 군인들은 카페인 성분이 강한 커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술을 금지시킨 대니얼스 장관의 이름 ‘Josephus’의 애칭 ‘Joe’(조)에 빗대 자주 마시는 ‘cup of coffee’(커피 한 잔)를 ‘cup of Joe’(조의 한 잔)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1933년 금주법 폐지 이후 군에서는 다시 제한적 음주가 허용됐지만 커피에 붙은 ‘cup of Joe’라는 별명은 그대로 남아 지금도 널리 사용됩니다. 잠에서 깨기 위해 커피가 필요하다면 “I need a cup of Joe to wake me up”라고 하면 됩니다. 대니얼스 장관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음료’라는 뜻으로 ‘cup of Joe’라고 부른다는 설도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Joe’는 평범함을 상징하는 이름입니다. 모든 것이 평균치인 중산층의 미국인을 가리켜 “Average Joe”라고 부릅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고, 한가득 끓여놓고 물처럼 마시기도 합니다. ‘평범한 미국인이 마시는 평범한 음료’가 바로 ‘cup of Joe’입니다. “Blockbuster”(초대형 폭탄) ‘블록버스터’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를 말합니다. 요즘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많습니다. 대형 영화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제작하는 오락 영화를 말합니다. 영화에서 주로 쓰이지만 원래 군에서 출발한 단어입니다. ‘blockbuster’는 영국 공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 투입한 초대형 화력을 가진 폭탄을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얼마나 화력이 대단한지 도시의 블록(block)을 통째로 부순다(bust)는 뜻입니다. 화력은 4,000파운드(1.8t)에서 1만6000파운드(7.2t)급으로 건물이나 거리 파괴가 주목적인 재래식 폭탄을 말합니다. 1941년 엠덴 지역을 시작으로 독일 도처에 투하된 블록버스터 폭탄은 연합군의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핵이나 생화학 무기 등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폭탄 기술이 발전하면서 블록버스터 폭탄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됐습니다. 대신 미국으로 건너가 대형 폭발력을 가진 할리우드 영화를 가리키는 단어가 됐습니다.명언의 품격“I don’t want to be the old cannon loose on the deck in the storm.”(폭풍우 속 선상에 굴러다니는 포탄 신세는 되고 싶지 않다.) 지난 회에서 소개했듯이 제26대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신조어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loose cannon’이라는 단어도 그가 만들었습니다. 예측불허의 언행으로 주변에 피해를 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42세에 대통령이 된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재선까지 성공해 8년 임기를 채운 뒤 50세에 물러났습니다. 아직도 창창한 나이에 퇴임한 그는 ‘인생 2막’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는 “폭풍우에 배 위를 굴러다니는 묵은 포탄 신세는 되고 싶지 않다”며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대중의 관심을 다시 받고 싶어서 돌출 언행을 일삼는 전임 대통령은 되고 싶지 않다는 진솔한 고백이었습니다. 옛날 군함은 포탄을 장전해 발사했습니다. 포탄은 화력이 총보다 뛰어나지만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선상에서 굴러다니는 대포알은 위험했습니다. 특히 폭풍우 때 배가 흔들려 서로 부딪히기라도 하면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loose cannon’은 느슨한, 즉 굴러다니는 포탄을 말합니다. 군에서 유래했지만 지금은 정치에서 더 많이 쓰입니다. 예측불허의 행동으로 당과 동료들에게 해를 끼치는 정치인을 말합니다. 2016년 대선 때 ‘loose cannon’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an unqualified loose cannon is within reach of the most powerful job in the world”라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비난했습니다. “무자격의 굴러다니는 포탄이 세계 최강 권한의 자리에 근접해 있다”는 경고였습니다. 예측불허, 돌출행동의 소유자 트럼프 대통에게 딱 맞는 별명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발끈한 트럼프 후보는 트위터에 “she is a lose cannon with extraordinarily bad judgement & insticts”라고 올렸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급했으면 ‘loose’를 ‘lose’로, ‘instincts’를 ‘insticts’로 잘못 썼습니다. “힐러리는 지독하게 나쁜 판단력과 직관력을 가진 굴러다니는 포탄이다”라는 뜻입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테슬라가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공개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옵티머스는 무대에서 손을 흔들고 걸어 다니는 시범을 보였습니다. “We just didn’t want it to fall on its face.”(로봇이 실수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옵티머스의 기술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얼굴은 체면을 의미합니다. 한국인들은 체면을 구기는 일을 당했을 때 “내 얼굴이 뭐기 되냐”고 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face’(얼굴)는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save face’는 ‘얼굴을 구하다’가 아니라 ‘체면을 지키다’ ‘창피를 면하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고 내놓는 임시방편 조치를 ‘face-saving measure’라고 합니다. ‘면피용 대책’이라는 뜻입니다. 머스크가 말한 “fall on face”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직역대로 로봇이 시연 행사 중에 ‘얼굴 위로 넘어지는,’ 즉 ‘엎어지는’ 불상사를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한 말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fall on face’는 ‘실수, 실패를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특히 공개 망신을 당하는 실수 실패를 의미합니다. 머스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로봇 때문에 전기차, 우주탐사 분야에서 쌓은 명성에 금이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기도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 대결에 대한 내용입니다. 오랫동안 미국의 적수는 러시아(옛 소련)였습니다. 냉전시대 미-러 갈등은 수많은 스파이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계 역사의 두 주인공이었던 미-러 관계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알아봤습니다. ▶2021년 6월 21일자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냉전 시대 미-러 관계를 상징하는 명언들을 알아봤습니다.   “From Stettin in the Baltic to Trieste in the Adriatic an iron curtain has descended across the Continent.”(발트 해의 슈체친부터 아드리아 해의 트리에스테까지 철의 장막이 대륙에 드리워졌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1946년 미국 방문 연설에서 “iron curtain”(철의 장막)을 언급했습니다. 처칠 총리가 처음 쓴 단어는 아니지만 그의 발언이 가장 유명합니다. ‘철의 장막’은 소련과 그 영향권 내에 있던 동부유럽 국가들을 가리킵니다. ‘철’의 차가운 이미지와 ‘커튼’의 포근한 이미지를 대비시켜 유럽의 이념적 대치를 묘사한 명언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커튼은 ‘가린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밀실 공작’을 말할 때 쓰는 ‘behind the curtain’(커튼 뒤)은 ‘몰래’ ‘막후’라는 뜻입니다.  “We′re eyeball to eyeball. I think the other fellow just blinked.”(우리는 서로 노려보고 있다. 지금 저쪽 친구가 눈을 깜빡인 듯하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때 미-러 관계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까지 갔습니다.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배치를 시도하자 미국은 해상봉쇄로 맞섰습니다. 당시 긴박한 해상대치 상황은 미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됐습니다. 봉쇄 사흘 만에 소련은 쿠바 쪽으로 향하던 미사일 장비를 실은 선단의 뱃머리를 돌려 후퇴했습니다. 양쪽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 대치하는 것을 눈싸움에 비유해 ‘eyeball to eyeball’(안구 대 안구의 대결)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눈을 ‘blink’(깜빡이다) 쪽이 지는 겁니다. 소련 함정이 물러나는 순간 백악관 긴급 안보회의에 참석 중이던 딘 러스크 국무장관은 옆자리에 앉은 맥조지 번디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외교사에 길이 남는 명언입니다.   “Mr. Gorbachyov, tear down this wall!”(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벽을 허무세요!) 1987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연설을 했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을 추진 중이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베를린 장벽을 허물 것을 호소했습니다. 연설 당시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2년 후인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의 종말을 의미하는 명언이 됐습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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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을 뒤집은 대통령의 이 한 마디[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You guys aren’t used to snowmageddon.”(여러분들 스노마게든에 익숙하지 않죠?) 대통령은 힘들고 바쁜 직업입니다. 국정도 운영해야 하고 정치도 해야 하고 민생 시찰도 해야 합니다. 또 해외 순방에도 나서야 합니다. 외국에 나갈 때는 해외 언론이 주목하므로 꼭 ‘말조심’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말’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세종대왕처럼 없던 언어를 새로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간의 화제가 되는 유행어, 즉 신조어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신조어를 만드는 것을 ‘coin’(동전)이라고 합니다. 신조어를 ‘coinage’(코이니지)라고 합니다. 쇠를 녹여서 동전을 만드는 주조(鑄造)의 과정처럼 신조어는 기존 단어를 활용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2월 미 동부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습니다. 눈이 1미터 가까이 왔습니다. 대중교통은 올스톱되고 길거리는 제설차로 정신이 없고 직장인들은 출근하느라 전쟁을 치렀습니다. 의회에 출석하는 의원들도 모두 지각을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설 대책을 발표하면서 “여러분들 이런 ‘snowmageddon’(스노마게든)에 익숙하지 않죠”라는 농담으로 시작했습니다. 연설을 마무리할 때는 “snowmageddon에 나도 전쟁을 치러야 한다”며 백악관 앞뜰로 나가 딸들과 눈싸움을 벌였습니다. ‘snowmageddon’은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신조어입니다. ‘snow’(눈)와 지구 종말의 대전쟁을 의미하는 ‘armageddon’(아마게든)의 합성어입니다. 1998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Armageddon’(한국명 ‘아마겟돈’) 개봉 때 이미 들어본 단어이기 때문에 ‘snowmageddon’은 금세 유행어가 됐습니다. 이후 큰 눈만 왔다하면 snowmaggdon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미국인들은 대설 지옥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내려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도 기억합니다. 신조어의 힘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신조어 제조 능력이 뛰어났던 대통령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They’ll be the Spin Doctors.”(그들이 바로 스핀닥터다) ‘spin doctor’는 미국 정치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나 주요 정치인들이 주목받는 언행을 했을 때 긍정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메시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홍보 전문가를 말합니다. 공식 언론 창구인 대변인일 수도 있고 막후에서 활동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일 수도 있습니다. 이 단어가 생긴 것은 1984년 대선 때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월터 먼데일 민주당 후보 간의 2차 TV 대선 토론이 열리는 날 아침 뉴욕타임스 사설에 ‘spin doctor’라는 단어가 첫 등장했습니다. 사설은 “오늘 토론이 끝나면 비싼 정장과 실크 드레스로 멋을 낸 남녀 10여명이 기자들 사이를 능숙하게 돌아다닐 것이다. 그들은 기자들에게 확신에 찬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그들이 바로 스핀 닥터다”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열린 1차 토론에서 레이건 대통령은 죽을 쒔습니다. 그는 노쇠한 기색이 역력했고 먼데일 후보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레이건 선거 본부는 2차 토론 때 홍보 전문가들을 가동시켰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레이건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토론 결과를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토론을 취재하러 모인 기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질문에 답하고 레이건 발언의 요지를 해석해줬습니다. 레이건 진영은 이 홍보 부대를 ‘spin doctors’라고 불렀습니다. 도널드 리건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 리더 격인 ‘Director of Spin Control’(스핀 관리 책임자)을 맡았습니다. ‘spin’은 ‘spin a yarn(얀)’에서 유래했습니다. 원래 ‘물레에서 실을 뽑다’라는 의미로 짧게 해도 될 얘기를 길게 늘어놓는다는 뜻입니다. ‘doctor’는 ‘의사’라는 뜻 외에 ‘전문가’(expert)라는 뜻도 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2차 토론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스핀 닥터의 도움에 안도한 레이건 대통령은 여유 있게 토론에 임했습니다. 레이건의 명언 “I am not going to exploit, for political purposes, my opponent’s youth and inexperience”(나는 상대의 젊음과 경력 부족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가 나온 것도 2차 토론입니다.“I have got such a bully pulpit.”(나에게는 그런 불리 펄핏이 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같은 루즈벨트 가문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 밀려 한국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미국에서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32년 먼저 권좌에 오른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사이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연설을 잘 한다는 것입니다. 연설 스타일은 다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식이라면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장내가 쩌렁쩌렁하게 휘몰아치는 카리스마형 연설가입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독점 규제, 대외적으로는 파나마운하 운영권 획득 등 업적이 많습니다. 러일전쟁 후 양국의 포츠담조약을 주선한 공로로 미국 대통령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연설 무대에 올랐습니다. TV는 물론 라디오도 거의 보급되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그가 연설을 할 때마다 “설교 좀 그만해라”는 야유도 나왔습니다. 그런 야유에 대해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내 연설에 ‘설교’라는 비판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bully pulpit’(불리 펄핏)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bully’는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왕따’(집단 따돌림)를 ‘bullying’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시어도어 대통령은 좋은 뜻으로 ‘bully’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상대를 이해시키고 즐겁게 해준다’는 의미입니다. ‘pulpit’은 설교를 하는 ‘연단’을 말합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말한 ‘bully pulpit‘은 ‘대중을 설득하는 연설 무대’라는 뜻인 동시에 ’최고결정권자가 국민에게 쟁점을 알릴 수 있는 권한‘이라는 깊은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bully pulpit’은 미국 정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어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 연설력이 뛰어난 대통령을 ‘bully pulpit president‘라고 부릅니다. 연설력을 지수화해서 대통령 순위를 매기는 ‘bully pulpit index’도 널리 활용됩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bully pulpit’ 외에도 미국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단어들을 다수 만들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처럼 사회 주변부에서 활동하는 소수 극단주의 집단을 “lunatic fringe”(루너틱 프린지)라고 처음 부른 것도 그입니다. 글로벌 외교무대에서 미국의 역할을 “international police”(세계경찰)이라는 단어로 규정한 것도 그입니다. 사회적 책임감 없이 재산 축적에만 골몰하는 갑부들을 가리키는 ‘malefactors of great wealth’(위대한 부의 탈취자들)라는 딘어도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작품입니다. “The whole thing is iffy.”(모든 상황이 녹록치 않아) 미국 정치경제 발전에 큰 공을 세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심오한 연설을 많이 했지만 사석에서는 농담도 잘 했습니다. 그가 만든 단어 ‘iffy’(이피)를 보면 루즈벨트 대통령의 유쾌한 면모를 알 수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의 해결책으로 뉴딜 정책을 제시했지만 반대가 많았습니다. 그가 주도한 뉴딜 법안들은 좀처럼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기자들이 “뉴딜 법안이나 행사들이 어떻게 돼가고 있냐”고 묻자 지친 대통령은 “모든 상황이 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신조어 ‘iffy’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iffy’는 ‘if’(만약)를 형용사로 만든 것입니다. ‘확실치 않은’ ‘의심스러운’ 등의 뜻입니다. 이렇게 명사 뒤에 ‘y’를 붙여서 형용사를 만드는 사례는 많습니다. ‘muddy’(진흙탕의), ‘glossy’(매끄러운), ‘floppy’(헐렁한) 등이 있습니다. ‘iffy’는 쉽고 현대적인 발음 때문에 오늘날에도 많이 쓰입니다. ‘우유가 상한 것 같다’는 의미의 “the milk smells kind of iffy”는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표현입니다. 어떤 일을 할지 말지 망설일 때 “I’m iffy about”이라고 시작하면 됩니다. 명언의 품격1969년은 미국에게 혼란의 해였습니다. 그 해 초 임기를 시작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화(Vietnamization)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이 서서히 철수하면서 남베트남군에게 자국 방어의 임무를 단계적으로 이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미군 사망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해 10월 대학가에서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모라토리엄 선언과 대규모 연좌시위가 불붙었고 미국 도처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죽음을 거부하는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And so tonight - to you, the great silent majority of my fellow Americans - I ask for your support.”(오늘밤 나는 위대한 침묵의 다수인 동료 미국인들에게 지지를 촉구한다) 1969년 11월 3일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화 정책 지지와 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이 연설에서 ‘침묵의 다수’라는 뜻의 ‘silent majority’(사일런트 머조리티)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침묵의 다수’와 ‘과격한 소수’(vocal minority)를 ‘현실주의자 대 이상주의자’로 대비시켰습니다. ‘과격한 소수’를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침묵의 다수’라는 것이 연설의 결론이었습니다. ‘침묵의 다수’는 시대의 성격을 규정짓는 명단어가 됐습니다. 이 연설은 반전 반체제 시위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던 기성세대 미국인들로부터 큰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나중에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했지만 임기 초반에는 인기가 높았습니다. 연설 전 50%대였던 그의 지지율은 연설 후 81%까지 치솟았습니다. 사사잡지 타임은 그해의 인물로 ‘침묵의 다수’를 상징하는 ‘the middle Americans’(중간층의 미국인들)를 선정했습니다. ‘침묵의 다수’는 이후 많은 정치인들의 단골 선거 슬로건이 됐습니다. 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 연예계 인사들의 백악관 공연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각종 시상식 때마다 연예인들을 초청해 축하 공연을 여는 것이 관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할리우드와 사이가 나빠서 연예인들이 백악관에 갈 일이 거의 없었지만 조 바이든 시대가 되면서 축하 공연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최근 가수 엘튼 존은 백악관에서 열린 인문학 공로자 시상식에서 축하 공연을 펼쳤습니다. 자신의 히트곡 ‘Rocket Man’(로켓맨), ‘Tiny Dancer‘(타이니 댄서) 등을 열창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엘튼 존에서 국가 인문학 훈장(National Humanities Medal)을 수여했습니다. ‘엘튼 존 에이즈 재단’을 설립해 에이즈 퇴치를 위해 활동한 공로입니다. 축하 공연을 하러 온 줄만 알았던 엘튼 존은 바이든 대통령이 수상자라고 소개하자 깜짝 놀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America's kindness to me as a musician is second to none.”(음악가로서 나에 대한 미국의 환대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앨튼 존의 수상 소감에 ‘second to none’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직역을 하자면 아무 것도 아닌 것(none)에 대한(to) 두 번째(second)라는 뜻입니다. ‘첫 번째,’ 즉 ‘최고’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식 표현으로 하자면 ‘둘째가라면 서럽다’가 됩니다. “the best”라고 하면 되는데 “second to none”이라는 돌려 말하는 이유는 그것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최상급을 조심스럽게 씁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비교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최상급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0월 19일 소개된 ‘선거 문구’에 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양당 선거본부는 티셔츠, 머그잔 등 각종 유세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거기에 적힌 후보 지지 문구들을 들여다봤습니다. ▶2020년 10월 19일자미국 대통령 선거가 보름 정도 남았습니다. 지금쯤 되면 양당 선거본부가 제작한 티셔츠, 머그잔, 스티커 등 홍보 상품 판매가 성황을 이룹니다. 그런 상품들을 ‘campaign merchandise’(캠페인 머천다이즈)’라고 합니다. 상품들이 진열돼 있는 양당 선거본부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들여다봤습니다.   “You Ain’t Black. Joe Biden.”(조 바이든, 당신은 흑인이 아니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최근 흑인 대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만약 바이든과 트럼프 중에 누구를 찍어야 할지 망설인다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you ain’t black)”라고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탄탄한 흑인 지지층을 가진 민주당 후보인 자신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자 흑인들이 반발했습니다. “우리를 가르치려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게다가 흑인들이 많이 쓰는 ‘ain’t’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흑인 영어를 흉내 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공화당은 이 논란을 소재로 삼은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했습니다. 티셔츠에 적힌 문구는 “You ain’t black. Joe Biden.” “조 바이든, 당신은 흑인이 아니잖아’라는 조롱입니다. “Truth over Flies.”(파리가 아닌 진실을 선택하라) 최근 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파리 한 마리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머리 위에 앉아 떠날 줄을 몰라 화제가 됐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내가 잡아주겠다’는 의미로 파리채를 들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파리채 컨셉이 인기를 끌자 민주당 선거본부는 아예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워낙 잘 팔려서 현재는 품절 상태라고 합니다. 파리채 이름은 ‘Truth over Flies.’ 민주당 대선 슬로건인 ‘Truth over Lies’(트럼프의 거짓말이 아닌 바이든의 진실을 선택해 달라)’에서 ‘Lies’를 ‘Flies’(파리들)’로 살짝 비튼 것입니다. “No Malarkey.”(허튼소리 작작해) 바이든 후보는 “no malarkey”(노 말라키)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malarkey’는 ‘허튼소리’라는 뜻입니다. “no malarkey”라고 하면 “허튼소리 그만해”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선거본부는 이 문구가 적힌 버튼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전국을 돌며 벌이는 버스 유세 이름도 ‘No Malarkey Tour’라고 지었습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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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 외친 까닭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Biden: one and done president”(바이든: ‘한번 하고 된’ 대통령) 최근 전기차, 반도체. 바이오 등 각종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에 참석해 “made in America”을 외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미국 패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재선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재선 도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시기와 대략적으로 일치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주장은 이제 공화당을 넘어 그가 속한 민주당 내에서도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65~75%를 차지할 정도로 높습니다. 재선 도전이 위태롭다고 판단한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하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확실하게 민심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카드인 ‘애국’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대통령 단임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4년 임기의 대통령 직을 두 번까지 할 수 있는 중임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중임은 재선 도전에 성공해 연이어 자리를 지키는 연임의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22대, 24대 그로버 클리브랜드 대통령처럼 물러났다가 다시 출마해 백악관에 재입성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선 포기 압력을 넣고 있는 사람들을 그를 가리켜 “one and done president”라고 부릅니다. ‘한번(one) 했으니(and) 됐다(done)’는 의미입니다. 재선 ‘포기’는 재선 ‘실패’와는 경우가 다릅니다. 선거에 나섰다가 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도전을 아예 포기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승부욕 권력욕 미달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됩니다. 이런 낙인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도전을 포기한 대통령 3명의 사연을 알아봤습니다. “I shall not seek, and I will not accept, the nomination of my party for another term as your president.”(나는 다음 임기를 위한 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하지도 도모하지도 않겠다) 1968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재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최대 이슈였던 베트남전쟁에 대한 의례적인 연설이려니 하고 TV를 틀었던 국민들은 대통령이 갑자기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자 “지금 내가 들은 말이 맞나?”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설이 있던 3월 31일 다음날이 4월 1일 만우절이어서 “‘April Fools’ Day joke’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미국에서 텍사스 주는 야심가 정치인들을 많이 배출한 곳입니다. ‘텍사스 사람’을 의미하는 ‘texan’(텍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길들여지지 않은 카우보이를 상징합니다. 대표적인 텍산인 존슨 대통령이 당연 코스인 재선 출마를 포기하자 국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재선 포기를 통해 베트남전 해결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미국의 자녀들이 전장에서 싸우는 마당에 대통령의 단 한 시간, 단 하루를 개인적이고 당을 위한 일에 쓸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선거유세 같은 정치활동에 쓸 시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통령 직을 건 전쟁 해결 의지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존슨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케네디 가문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습니다. 그가 출마 포기를 선언한 시점은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직후입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부통령으로 케네디 암살 뒤 대통령 직을 승계했던 그는 케네디 가문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습니다. 로버트 케네디 의원이 출마할 경우 이기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I have served my country long, and I think effectively and honestly.”(나는 오랫동안 효율적이고 성실하게 나라를 위해 봉사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후세에 좋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입니다. 역대 대통령 인기 조사에서 언제나 10위 안에 듭니다. 2021년 미 의회방송(C-SPAN) 조사에서 케네디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보다도 높은 6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인들이 트루먼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는 결단력 때문입니다. 결단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트루먼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1945년 전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 3개월 만에 타계하면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물려받았고 1948년 재선됐습니다. 하지만 재임 기간 중 터진 한국전쟁 참전에 반대 여론이 높았고, 전쟁을 지휘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계속 대립해 ‘발목 잡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전후 유럽 재건을 지원하는 마샬 플랜을 발표하자 “왜 유럽에 돈을 쏟아 붓느냐”는 불만을 낳았습니다. 트루먼 행정부 요직 인사들의 부정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1952년 3선 출마를 망설였습니다. 미 헌법상 3선 출마는 금지됐지만 이 조항은 트루먼 대통령 재임 당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는 예외 자격으로 3선에 출마할 수 있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큰 마음을 먹고 대선 전초전 격인 뉴햄프셔 민주당 예비선거에 이름을 올렸다가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상원의원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뒤 출마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지금까지 국가를 효율적이고 정직하게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는 출마 포기의 변(辨)은 평소 그의 직설 화법과는 달리 카리스마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952년 대선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공화당 후보가 그의 3대 정책 실패를 ‘Korea, communism, corruption’(한국, 공산주의, 부패)이라고 조롱하는 슬로건으로 만들어 승리하면서 트루먼 대통령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I do not choose to run for president.”(나는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독특한 방법으로 재선 도전을 포기한 대통령은 캘빈 쿨리지입니다. 1928년 쿨리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모인 기자들에게 작은 쪽지를 하나씩 돌렸습니다. 쪽지에는 “I do not choose to run for president”라는 한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구절은 문법적으로 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나는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할 때 “I choose(또는 decide) not to run”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쿨리지 대통령은 부정사 ‘not’를 앞쪽에 두면서 “출마하는 것을 택하지 않겠다”가 됐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 본인은 출마 선언을 하지 않겠으니 당에서 후보로 추대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속한 공화당에서 추대 음직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쿨리지 대통령은 “그런 행동을 그만두기 바란다”며 간접적으로 출마 의지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캘빈 쿨리지는 1920년대 미국의 번영을 이끈 대통령입니다. ‘Coolidge prosperity’(쿨리지 시대의 풍요)라고 불립니다. 당시 태평성대를 구가한 미국 사회의 분위기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 등에 잘 나와 있습니다. 월터 리프먼 등 미국의 유명 사상가들이 활동한 것도 쿨리지 시대입니다. 인기가 높은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자 모두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쿨리지 대통령은 딱 부러지는 설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재임 중 사망한 둘째 아들 때문으로 추측됐습니다. 쿨리지 대통령은 나중에 자서전에서 “캘빈 주니어(아들)의 죽음으로 대통령직의 모든 영광도 사라졌다”고 회고했습니다. 사색을 좋아하는 쿨리지 대통령의 성격이 사교적이어야 하는 워싱턴 생활에 적합하지 않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파티에서도 한 마디 말도 없이 조용해 “Cal is silent in five languages”(쿨리지 대통령은 5개 언어로 침묵한다)라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였습니다.명언의 품격미국 헌법을 만든 건국의 주역들은 대통령 임기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들 사이에서는 4년 임기를 3회 이상 지속할 경우 유럽 왕정의 독재를 답습할 수 있는 우려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헌법에 명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헌법에는 오랫동안 대통령 임기에 대한 조항이 없었습니다. 헌법에는 없지만 미국 대통령들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을 모델로 삼아 4년 임기를 최대 두 번 지내면 물러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이를 ’no-third-tradition’(3회 제한 전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임기를 늘리고 싶은 것은 권력자의 영원한 욕망입니다. 미 역사상 2,3명의 대통령이 3회 제한 전통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반대 분위기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전통을 유일하게 깨뜨린 것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3선, 이어 4선까지 성공했습니다. “We must be the great arsenal of democracy.”(우리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무기고가 돼야 한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3,4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입니다. 전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재편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던 루즈벨트 대통령은 3선 성공 직후인 1940년 12월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으로 방송된 라디오 특별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꺼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고립주의를 지지하던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직접 전쟁에 참가한 것과 똑같은 결의, 애국심, 희생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병기창이 돼야 한다”며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영국 프로축구팀의 이름이기도 한 ‘arsenal’(아스널)은 각종 무기들을 모아두는 창고를 말합니다. 이탈리아어로 같은 뜻의 ‘arsenale’(아르세날레)에서 유래했습니다. 로버트 셔우드라는 미국 작가가 7개월 먼저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민주적인 연합군을 위한 무기고가 돼야 한다”고 주장할 때 쓴 단어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arsenal’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자 전쟁이 임박했음을 실감했습니다. 이 연설을 ‘arsenal of democracy speech,’ 또는 줄여서 ‘arsenal speech’라고 부릅니다. 연설 1년 후인 1941년 12월 미국은 진주만 공습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공식 참전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불만도 많았습니다. 1945년 그가 타계하자마자 대통령 임기 제한 규정을 법적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습니다. 1951년 4년 임기의 대통령 직을 3회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내용의 수정헌법 22조가 발효됐습니다.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가 즉위 초부터 스타일을 크게 구겼습니다. 런던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열린 즉위식에서 책상 위의 잉크병과 펜대를 치우라고 짜증스럽게 손을 내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데 이어 사흘 후에는 북아일랜드 힐스버러성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던 중 펜에서 잉크가 흘러 손에 묻자 이를 닦아내는 순간 화가 폭발했습니다. “Oh, God, I hate… Can’t bear this bloody thing… Every stinking time.”(맙소사, 정말 싫다. 이런 빌어먹을 것 참을 수 없다. 허구한 날 이렇다) 화를 참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meltdown’(멜트다운)이라고 합니다. ‘녹아내린다’는 뜻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는 ‘cool’(쿨)한 사람을 좋아하는 영미권 문화에서 새 국왕으로서 바람직스럽지 못한 모습입니다. ‘Charles Ⅲ, Meltdown King’(짜증 대왕 찰스 3세)’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Just in case.”(혹시 몰라서) 그래도 스토리는 해피엔딩입니다. 찰스 3세가 영국 웨일스 카디프를 방문해 군중의 환호에 답하던 중 한 시민으로부터 펜을 건네받습니다. 처음에는 펜을 선물 받은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한 찰스 3세. “just in case”라는 설명을 듣고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주변에서도 박수가 터집니다. ‘just in case’는 ‘in case’ 앞에 ‘just’를 붙여서 강조한 것입니다. ‘in case’는 ‘경우에 대비해서’라는 뜻입니다. 뒤에 간단한 명사가 나오기도 하고 긴 문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Take an umbrella in case it rains”는 “비가 올 경우에 대비해 우산을 가져가라”는 뜻입니다. 시민이 찰스 3세에게 펜을 건네주면서 한 말을 길게 풀자면 “just in case you experience any future pen problems”가 될 것입니다. “혹시 또 펜 문제를 겪을 것에 대비해서”라는 뜻입니다.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는 새 국왕을 위로하며 센스 있는 선물을 준비한 시민과 이를 받고 호탕하게 웃는 국왕. 짜증 스토리는 훈훈한 미담으로 끝났습니다. 이어 찰스 3세는 카디프의 랜더프 대성당을 방문했을 때 직접 준비해온 자신의 펜으로 방명록에 서명했습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제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6월 24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설 때에 관한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1년 5개월 전 재선 운동에 돌입했습니다. 대통령의 ‘현직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늦게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운영 때문에 선거 운동은 잡음이 많았고 팬데믹 때문에 원활하게 굴러가지 못했습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습니다.▶2019년 6월 24일자최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출정식은 좀 준비가 안 된 듯 보였습니다. 공약 청사진도 없고, 하다못해 재선 구호도 아직 없는 듯 보였습니다.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일까요. 준비 없이 나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말입니다.  “My eardrums will never be the same.”(고막이 터질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출정식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선거 구호 후보를 몇 개 제시하면서 박수 소리가 가장 큰 것으로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초선 때 슬로건이었던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 가장 큰 박수를 받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고막(eardrum)은 예전과 같지 않을 거야”라고 말합니다. 박수 소리가 너무 커서 고막이 터질 듯하다는 얘기죠. 그래서 재선 슬로건은 이를 약간 변형시킨 ‘Keep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계속 위대하게)’이 됐습니다. ‘never be the same’은 ‘예전과 같지 않다’, 즉 ‘크게 달라지다’라는 뜻입니다.  “It reminds me of the Academy Awards before it went political and their ratings went down the tube.”(정치적으로 변하더니 시청률이 바닥을 친 아카데미 시상식이 생각난다) 언론과도, 할리우드와도 사이가 나쁜 트럼프 대통령. 이 둘을 한꺼번에 조롱합니다. “오늘 모인 언론을 보니까 아카데미 시상식이 생각나네. 정치적으로 변하더니 시청률이 바닥으로 떨어졌잖아.” ‘언론도 계속 나를 비판하면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go down the tube’는 ‘망하다’ ‘헛수고하다’는 뜻입니다.   “We‘ll tell ‘Sleepy Joe’ that we found the magic wand.”(‘생기 없는 조’한테 마술지팡이를 찾았다고 얘기해줘야지) 2016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로 이전한 공장들은 안 돌아온다. 돌아오게 하려면 마술지팡이(magic wand)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이전 기업들을 돌아오게 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득의만만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마술지팡이 있거든” 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자주 비웃었습니다. 이번 연설에서는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조롱 대상을 바꿨습니다. 자신이 붙인 별명 ‘Sleepy Joe(생기 없는 조)’라고 부르면서 말이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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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왕의 이 한 마디에 영국 국민이 다시 일어섰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I like to save one for later.”(나중을 위해 아껴뒀지롱)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향년 96세로 타계했습니다. 영국에서 여왕의 인기는 절대적입니다. 왕실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픈 마인드’가 존경을 받은 이유입니다. 영국에서는 ‘여왕과 패딩턴의 티타임’ 동영상이 추억소환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6월 즉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왕실이 제작한 동영상에서 여왕은 곰 인형 캐릭터인 패딩턴을 버킹엄궁으로 초대해 오후의 티타임을 즐깁니다. 왕실 예법을 모르는 패딩턴이 식탁 위의 다과를 어지럽혀놓자 여왕은 “괜찮다”며 핸드백을 엽니다. 핸드백에서 나온 것은 식빵. 여왕이 좋아하는 마멀레이드(잼) 샌드위치입니다. 여왕은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둔 것”이라고 패딩턴에게 자랑을 합니다. 귀중한 것을 미래에 즐기기 위해 남겨두는 것을 “save for later”라고 합니다. 이 동영상은 여왕의 ‘요술 핸드백’을 풍자한 것입니다. 여왕은 비싼 외국산 명품이 아닌 ‘로너(Launer)’라는 영국 브랜드의 핸드백을 애용했습니다.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그러하듯이 여왕은 몸에서 가방을 놓지 않았습니다. 외출할 때는 물론 집에서도 핸드백을 들고 다녔습니다. 영국인들에게 여왕이 매일 들고 다니는 검정색 핸드백은 수수께끼였습니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가방 안에서 보물이 튀어나오고 마술이 펼쳐질 것 같았습니다. 여왕이 핸드백에서 샌드위치를 꺼낸 것은 해리포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마술 할머니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촬영 뒷얘기에 따르면 패딩턴은 컴퓨터로 합성된 것으로 여왕은 허공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핸드백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여왕이 직접 냈다고 합니다. 영국인들은 3개월 전만 해도 패딩턴과 유쾌한 케미를 선보였던 여왕이 갑자기 세상을 뜨자 황망하다는 반응입니다. 여왕은 뛰어난 연기력뿐 아니라 훌륭한 연설력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여왕이 구사했던 고급진 영국 왕실 영어를 알아보겠습니다. “I have in sincerity pledged myself to your service, as so many of you are pledged to mine. Throughout all my life and with all my heart I shall strive to be worthy of your trust.”(수많은 국민들이 나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서약했듯이 나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진심으로 서약한다. 나의 일생과 마음을 바쳐 국민의 신임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찰스 3세 국왕 즉위식이 열렸습니다. 즉위식을 ‘proclamation’(프러클라메이션)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국왕을 대외적으로 ‘proclaim’(선포)한다는 의미입니다. 즉위식은 왕위 계승을 알리는 약식 행사입니다. 찰스 3세가 정식으로 왕관을 물려받는 대관식 ‘coronation’(커러네이션)은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여왕의 대관식은 아버지 조지 6세 타계 1년 4개월 후인 1953년 6월 2일 열렸습니다. TV를 통해 생중계된 첫 대관식입니다. TV 생중계는 당시 영국 정치권의 논란거리였습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는 성스러운 대관식을 TV로 중계하는 것은 왕실의 전통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25세에 왕위를 계승한 당찬 여왕은 국민들에게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생중계를 관철시켰습니다. 대관식 중계를 시청하려는 국민들로 TV 세트 판매율이 급증할 정도였습니다. 대관식은 왕실 결혼식에 버금가는 전 세계적인 ‘미디어 이벤트’지만 사실 재미는 없습니다. 여왕의 대관식은 3시간 넘게 열렸습니다. 2018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coronation’에 출연한 여왕은 “각종 기도가 이어져 나도 지루했다”고 말했습니다. 허기가 진 하객들이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꺼내 먹으면서 대관식 뒤쪽으로 갈수록 분위기는 어수선해졌습니다. 다행히 여왕의 연설은 행사 앞쪽에 진행됐습니다. 6분 정도 진행된 연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to your service’입니다. ‘당신들(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미입니다. ‘service’는 찰스 3세 즉위식에서도 자주 등장한 단어입니다. ‘룸서비스’ ‘애프터서비스’ 등 한국인들은 ‘편리’의 개념으로 ‘service’를 이해하지만 원래 ‘봉사’라는 뜻이고 영어권에서는 그런 의미로 많이 씁니다. 동사형인 ‘serve’는 ‘slave’(노예)에서 유래했습니다. 비서, 웨이터, 호텔 종업원 등 고용관계에서 을의 위치는 갑에게 “I’m at your service”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시켜만 달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 ‘여왕폐하 대작전’으로 번역된 007 영화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는 ‘여왕폐하를 위한 비밀봉사’라는 의미입니다. ‘On Her Majesty’s Service,’ 또는 줄임말로 ‘O.H.M.S.’는 영국·영연방 국민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로 정부 우편물의 소인이기도 합니다. 찰스 3세 즉위로 소인도 바뀔 예정입니다. “1992 is not a year on which I shall look back with undiluted pleasure. It has turned out to be an 'annus horribilis'.”((1992년은 희석되지 않은 즐거움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해가 아니다. 실은 ‘끔직한 해’였다) 1992년 여왕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습니다. 휴식처인 윈저성에 누전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문화재와 귀중품들이 소실됐습니다. 복원에 5년이 걸렸고 당시 기준 3700만 파운드(한화 548억원)가 투입됐습니다. 여왕이 개인적으로 200만 파운드를 내놓았고, 나머지 70% 이상은 당시 무료였던 버킹엄궁 입장료를 1인당 8파운드씩 징수해 충당했습니다. 잇단 왕실 스캔들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지던 때여서 “왜 왕실의 화재 복구를 국민들이 지불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여왕 4명의 자녀 중 3명의 결혼이 파탄에 이른 것도 이 때입니다. 1992년 발간된 앤드류 모튼의 전기 ‘다이애나’를 통해 찰스 3세와 당시 유부녀였던 카밀라 파커 보울스의 불륜설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찰스-다이애나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앤 공주와 앤드류 왕자도 이 때 이혼했습니다. 1992년 여왕은 즉위 40주년 연설에서 “충만한 즐거움으로 돌이켜 볼 수 있는 한 해가 아니었다”며 “실은 끔찍한 해(horrible year)였다”고 말했습니다. 여왕은 “horrible”이라는 비속어를 쓰지 않고 라틴어로 돌려서 “annus horribilis”(애너스 허리블러스)라고 했습니다. “That mischievous, enquiring twinkle was as bright at the end as when I first set eyes on him.”(그 짓궂고 호기심 어린 시선은 내가 그를 처음 봤을 때처럼 마지막까지 반짝거렸다) 여왕은 남편 필립공 타계 1년 5개월, 정확히 516일 후에 눈을 감았습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2021년 4월 필립공 장례식 때 세인트 조지 성당 앞줄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여왕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기억합니다. 여왕은 2021년 크리스마스 연설에 필립공을 그리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주로 왕실의 외교적 성과와 자선활동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해 연설들과는 달리 지난해는 필립공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영국인들이 뽑은 가장 로맨틱한 구절입니다. 여왕은 “필립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처음 봤을 때의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enquire’는 ‘inquire’(질문하다)의 영국식 표기입니다. ‘시선을 두다’라는 뜻의 ‘set eyes on’은 ‘see’(보다)와 같은 뜻입니다.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할 때 씁니다. 연애편지나 유행가에 등장하는 단골 문구 ‘당신을 처음 본 순간’은 ‘when I first set my eyes on you’라고 합니다.명언의 품격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는 배우 콜린 퍼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킹스 스피치’에 나오는 말더듬 증을 가진 왕입니다. 영화는 조지 6세가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1939년 나치 독일에 항전 의지를 밝히는 연설을 준비하는 내용입니다. 이후 언어 훈련에 매진한 조지 6세는 1945년 유럽 전승일 연설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유럽 전승일(Victory in Europe Day)은 1945년 5월 8일 나치 독일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입니다. 나치의 공습이 거셀 때도 조지 6세는 피신하지 않고 버킹엄궁을 지켰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버킹엄궁 앞에 수많은 군중이 모여 환호했습니다. 조지 6세는 이날 오후 9시 승전 연설을 했습니다. 말투는 어눌했지만 연설 내용은 좋았습니다.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앞으로도 국가 재건을 위해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Never give up, never despair.”(절대 포기하지 말라. 절대 절망하지 말라) 조지 6세의 승전 연설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짧게 ‘never never’ 연설로도 불립니다. 실제 연설에서 이 구절은 나오지 않습니다. 승리는 했지만 폐허가 된 나라에서 용기를 잃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왕은 2020년 5월 8일 유럽 전승일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아버지의 사진을 옆에 놓고 아버지와 똑같이 오후 9시에 맞춰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여왕은 “지금이야말로 ‘never give up, never despair’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전후 복구는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이 힘들어하던 때였습니다. 여왕은 “승전일 때와 달리 지금 길거리는 조용하지만 서로를 돕는 마음만은 살아있다”며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never give up, never despair’는 짧고 간결한 메시지 효과 때문에 정치 슬로건으로 자주 쓰입니다. 명연설가인 윈스턴 처질 총리는 이 구절을 약간 변형시켜 1955년 총리 퇴임 연설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Meanwhile, never flinch, never weary, never despair.”(그러는 사이, 주춤하지 말라, 지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실전 보케 360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영국에서 여왕 추모 행사들이 펼쳐지는 동안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행사가 열렸습니다. 9·11 테러 21주년 추모식입니다. 테러 공격을 받았던 뉴욕,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3곳에서 동시에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국방부 청사(펜타곤) 앞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중에 여왕을 추모하며 9·11 테러 후 여왕이 보내온 메시지 “grief is the price we pay for love”(슬픔은 사랑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We don’t always live up to it, but we've never walked away from it.”(우리가 항상 그것을 충족시킨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결코 포기한다는 것도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평등의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평등을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평등이라는 목표를 언제나 충족시켰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져버린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live up to’와 ‘walk away from’을 대비되는 개념으로 썼습니다. ‘live’(살다)와 ‘up to’(까지)가 결합된 ‘live up to’는 ‘충족시키다’ ‘부응하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에 높은 목표를 의미하는 ‘expectation’(기대), ‘ideal’(이상), ‘promise’(약속), ‘reputation’(평판) 등의 단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live up to’가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라면 ‘walk away from’는 어떤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걸어 나가다’라는 뜻의 ‘walk away from’은 일이나 가정생활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로 씁니다. 가족을 등지는 것을 ‘walk away from family’라고 합니다. 결혼생활을 끝내는 것을 ‘walk away from marriage’라고 합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월 19일 소개된 여왕의 손자 해리 왕자 부부의 독립 선언에 대한 내용입니다.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독립 선언과 미국행은 영국 왕실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인종차별 의혹 등 왕실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들춰낸 해리-마클 부부 때문에 여왕은 말년에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칼럼에 나오는 칭호는 모두 여왕 타계 전입니다. 참 헷갈립니다. 영국은 최근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손 부부를 대역죄인 취급합니다. 반면 미국은 ‘잘됐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미국의 관심사는 ‘해리 왕손 부부가 독립하면 돈을 얼마나 벌까’에 모아져 있습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 건가요. “I really tried to adopt this British sensibility of a stiff upper lip.”(영국 특유의 감성인 불굴의 정신으로 왕실 생활을 이겨내려 했다)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손빈이 지난해 11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 영국인들의 미움을 왕창 받게 되는데요. ‘stiff upper lip’은 직역으로 ‘뻣뻣한 윗입술’입니다. ‘입술을 꽉 문다’는 뜻이지요. 영국의 국민성을 말해주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입술을 꽉 물고 참는다는 뜻입니다. 메건 왕손빈은 “영국 특유의 감성인 불굴의 정신으로 왕실 생활을 이겨내려 했다. 그러나 바보 같은 짓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영국인들 사이에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감히 당신이 영국의 국민성을 들먹거려?” “It’s a masterclass in wanting to have your cake and eat it.”(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하죠. “You can’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 ‘케이크를 보고 즐기면서 동시에 먹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속담으로 하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다.’ 해리 왕손 부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입니다. 왕실의 특권은 버리지 않으면서 왕실의 간섭이나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욕심이라는 겁니다. 그냥 욕심도 아니라 명작(masterclass)급 욕심. Harry and Meghan show us what happens when you have ‘an heir and a spare.’(해리와 메건 부부의 독립 선언은 ‘계승자와 여분’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영국 왕위 계승자는 형 윌리엄 왕세손입니다. 해리 왕손은 왕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계승 라인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spare’(여분)라고 부릅니다. ‘An heir and a spare’(계승자와 여분)는 왕실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 제목입니다. 여분의 삶을 살아야 하는 해리 왕손이 자기 인생을 건설적으로 찾아가겠다는 것은 욕먹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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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개석상에서 구토한 대통령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Every once in a while I make a mistake.”(나도 가끔씩 실수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실수를 하면 창피합니다. 창피하고 쪽 팔리는 순간을 ‘embarrassing moments’(임배러싱 모먼츠)라고 합니다. ‘어색한’이라는 뜻의 ‘awkward’(어쿼드)를 써서 ‘awkward moments’라고도 합니다. 창피한 순간을 맞는 것은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창피한 순간으로 치자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타일 구기며 자주 넘어집니다. 워낙 자주 넘어져서 ‘fall guy’(넘어지는 남자)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fall guy’는 원래 ‘scapegoat’(희생양)를 의미합니다. 말실수도 너무 잦아서 미국 언론은 더 이상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이런 실수들은 국정운영 능력과 결부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창피한 순간 때마다 “every once in a while I make a mistake”라고 변명합니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끔씩 실수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every once in a while”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주 실수를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피해갈 수 없었던 굴욕의 순간들을 알아봤습니다. “They’re just happy they’re sitting behind me.”(내 뒤에 앉아서 행복한 사람들이다)‘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1992년 일본 방문 중 토한 사건은 미국 역사에 길이 남는 굴욕의 순간입니다. 물론 구토는 어쩔 수 없이 나타는 생리현상이지만 공식 행사 중에, 그것도 다른 나라 지도자 앞에서 왈칵 토했다는 것은 외교 결례임에 분명합니다. 영문 위키피디아가 ‘George H W Bush Vomit Incident’(부시 대통령 구토 사건)라는 별도 항목으로 자세히 취급할 정도입니다. ‘구토’의 ‘vomit’(보밋)은 격식을 차린 말이고 ‘throw up’ ‘puke’(퓨크)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을 국빈 방문해 미야자와 키이치 총리가 마련한 만찬에 참석 중이었습니다. 총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는 각국 외교사절 135명이 참석했습니다. 당일 오전 일본 국왕 가족과 두 차례 테니스를 칠 때만 해도 건강해 보였던 부시 대통령은 점점 컨디션이 나빠져 만찬에 참석했을 때쯤은 안색이 창백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만찬 코스 사이에 자신의 왼쪽에 앉은 미야자와 총리의 무릎에 토한 후 기절했습니다. 경호원들이 달려올 때까지 부인 바버라 여사가 부시 대통령의 입에 냅킨을 대고 있었습니다. 몇 분 후 의식을 회복한 부시 대통령은 “influenza(독감 몸살)” 때문이라며 부축을 받으며 만찬장을 떠났습니다. 컨디션을 회복한 부시 대통령은 다음날 오후부터 다시 공식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대통령 구토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라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됐습니다. 정치 풍자쇼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는 구토가 독감이 아니라 일본이 대접한 상한 초밥 때문이라며 ‘bad sushi’(배드 스시)라는 제목의 코너를 선보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토하자 바버라 여사가 만찬 테이블 위로 기어 올라와 우왕좌왕하는 코미디였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때 자동차 위로 올라와 대통령을 보호하려 했던 부인 재클린 여사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임기 말년 재선 국면에 발생한 구토 사건 때문에 당시 67세의 부시 대통령은 ‘늙고 약한 리더’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고 경쟁자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었습니다. 수치스러운 상황에서 귀국한 부시 대통령은 며칠 후 열린 의회 국정연설에서 이 사건을 유쾌한 농담으로 풀었습니다. 국정연설 때 대통령 뒷자리에 앉는 것이 관례인 권력서열 2,3위 부통령과 하원의장을 가리켜 “내 뒤에서 그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토하면 주로 앞쪽이나 옆쪽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뒷좌석은 안전하다는 의미의 농담입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실수를 감추지 않고 자신을 낮추는 방식으로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고두고 뒷말에 시달리기보다 차라리 ‘털고 가자’는 의식이 강합니다. 자신의 실수나 불행을 소재로 삼는 자학개그를 ‘self-deprecating joke’(셀프 데프리케이팅 조크)라고 합니다. “I’ve also quit beating my wife,”(아내를 때리는 일도 그만 뒀다) 회심의 농담을 던졌는데 아무도 웃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진땀 나는 순간입니다. 특히 미국처럼 유머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정치인의 재미없는 농담은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됩니다. 청중의 웃음을 유발하지 못하는 농담을 ‘flat joke’(평평한 농담)라고 합니다. 김빠진 타이어를 ‘flat tire’라고 하듯이 ‘김빠진 농담’이라는 뜻입니다. 동사형으로 쓸 때는 ‘joke falls flat’이라고 합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농담을 못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연설은 언제나 딱딱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농담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1974년 워터게이트 수사가 막바지에 달했을 때 닉슨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나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아내를 때리는 일도 그만 뒀다”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먼저 웃으며 청중의 반응을 유도했지만 객석은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미국에서 ‘wife beating’(아내 폭행)은 매우 심한 욕입니다. 농담의 소재로는 부적절합니다. 오히려 이 단어를 스스럼없이 입에 올린 닉슨 대통령의 범죄인 이미지만 굳어졌습니다. 실제로 닉슨 대통령의 가정폭력 때문에 부인 패트 여사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등의 소문이 돌던 때였습니다. ‘quit’과 ‘stop’은 모두 ‘그만두다’ ‘중단하다’라는 뜻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습관이나 오랫동안 계속돼온 행동을 그만둘 때는 ‘quit’을 씁니다. 금연 결심은 영영 담배를 끊겠다는 의지이므로 ‘quit smoking’이라고 합니다. 반면 일시적인 멈춤은 ‘stop’을 씁니다. 실내에 많이 붙여진 흡연 금지 경고판을 ‘stop smoking sign’이라고 합니다. “Mission Accomplished”(임무 완수) ‘아들 부시’로 통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여러 차례 굴욕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기자회견중 신발짝이 날아와 맞을 뻔한 수모를 겪기도 했고, 문법을 무시한 정체불명의 영어를 자주 써서 ‘Bushism’(부시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습니다. 부시 대통령 본인이 꼽는 가장 창피한 사건은 2003년 ‘mission accomplished’(임수 완수) 사건입니다. 2008년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회고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5월 이라크에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 중인 핵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호에 헬기로 착륙해 “전쟁 승리”를 선언하는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영화 ‘탑건’ 주인공처럼 조종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commander-in-chief’(군 통수권자)라고 쓰인 헬기에서 내리는 장면과 이어 ‘mission accomplished’라고 쓰인 현수막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이라크전의 가장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러나 전쟁 개시 2개월 뒤 나온 부시 대통령의 승리 선언과 달리 이라크전은 8년을 더 끌어 2011년 종료됐습니다. 승리 선언 2개월 뒤 터진 이라크 대형 폭탄테러로 수백 명이 사망했습니다. “전쟁을 모르는 대통령이 벌인 명분 없는 싸움”이라는 비난이 가열됐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승리 연설을 할 때 배경이 됐던 ‘mission accomplished’ 문구는 전쟁 오판의 상징이 됐습니다. 연설 행사를 주관한 해군과 백악관은 서로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며 현수막의 소유권을 떠넘겼습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현수막은 결국 텍사스에 있는 조지 W 부시 센터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가 됐습니다. ‘mission accomplished’ 문구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때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 문구에 얽힌 사연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명령을 내린 후 자랑스럽게 트위터에 ‘mission accomplished’라고 올렸습니다. “전쟁 무지 대통령들이 사랑하는 문구”라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명언의 품격미국에서 4년마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립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the oath of office’(공직 선서)라고 불리는 대통령 선서입니다. 대법원장 앞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순간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으로 자격이 바뀝니다. 선서에서 당선인은 대통령의 직무를 기술한 미 헌법 2조 1항을 낭독합니다. 선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 do solemnly swear (or affirm) that I will faithfully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will to the best of my Ability, preserve, protect and defend 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나는 대통령 직을 충실히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유지하고 옹호하고 보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 취임 선서에서 실수를 하는 대통령은 거의 없습니다. 철저한 사전 리허설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뛰어난 연설력을 가졌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선서를 틀리는 굴욕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선서는 대법원장이 한 구절씩 먼저 낭독하면 대통령이 이를 따라 낭독합니다. 2009년 1월 취임식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손발이 맞지 않았습니다. 2005년 대법원장이 된 뒤 대통령 선서를 처음 주관한 로버츠 대법원장이 먼저 틀렸습니다. “I will faithfully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를 “I will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faithfully”라고 잘못 낭독했습니다. ‘faithfully’의 위치가 틀린 것입니다. 뒤따라 낭독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순서가 틀렸다는 것을 감지하고 “I will execute”에서 멈추고 겸연쩍은 듯이 웃었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을 재촉하려고 다시 한번 반복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틀린 순서였지만 대법원장을 따라 낭독을 마쳤습니다.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논란이 가열됐습니다. ‘faithfully’는 전체 의미상 중요한 단어가 아니고 아예 빠진 것도 아니고 순서가 뒤바뀐 것에 불과했지만 대통령 자격 시비를 부를 수 있는 중대한 실수였기 때문입니다. 헌법은 취임 선서의 모든 단어들을 정확하게 낭독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비난이 집중됐습니다. ‘oath of office’에 빗대 그를 가리켜 ‘oaf of office’(공직의 멍청이)라는 조롱이 뒤따랐습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시 선서할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권유했습니다. 두 번째 선서는 다음날 백악관에서 조촐하게 열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다시 틀릴 것을 우려해 대법원장에게 “we’re going to do it very slowly”(이번에는 정말 천천히 하자)라는 농담을 건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한국 추석 연휴처럼 미국인들도 최근 연휴를 즐겼습니다. 9월 첫째 월요일은 미국의 ‘labor day’(노동절)입니다.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쉽니다. 미국인들은 노동절을 기점으로 여름이 마무리된다고 봅니다.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여행객들로 공항과 도로가 붐비는 때입니다. 최근 한 미국 방송 프로그램은 노동절 휴일에 즐길만한 국내 명소 10곳을 추천했습니다. 외국 관광객보다 미국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곳들입니다. -Portland, Maine(메인 주 포틀랜드)-Newport, Rhode Island(로드아일랜드 주 뉴포트)-Harpers Ferry, West Virginia(웨스트버지니아 주 하퍼스페리)-The Delaware Coast(델라웨어 주 해변)-Savannah, Georgia(조지아 주 서배너)-Yellow Springs, Ohio(오하이오 주 옐로우스프링스)-Lake Geneva, Wisconsin(위스콘신 주 제네바호수)-St. George, Utah(유타 주 세인트조지)-Whidbey and Camano Islands, Washington(워싱턴 주 위드비섬 & 카메이노섬)-San Luis Obispo, California(캘리포니아 주 샌루이스 오비스포) “We only have so many more dog days of summer left to savor.”(만끽할 수 있는 여름날들이 별로 남지 않았다) 앵커는 명소 소개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둘러 떠나라”는 의미입니다. ‘dog days of summer’는 ‘더운 여름철,’ 한국식으로 하자면 ‘삼복더위’를 의미합니다.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를 “독 데이즈”라고 부릅니다. 개에 비유하는 것은 덥고 습한 여름철에 볼 수 있는 큰개 별자리 ‘Sirius’(시리우스)에서 유래했습니다. ‘many’는 ‘많다’는 뜻이고, ‘so’는 강조하는 의미이니 ‘so many dog days of summer’는 ‘매우 많은 여름날들’이라는 의미일 것 같지만 아닙니다. 반대로 ‘적은’ ‘한정된’이라는 뜻입니다. 앞에 ‘only’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only so many(much)’는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8월 9일 소개된 미국 대통령들의 문자 메모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알아보겠습니다. ▶2021년 8월 9일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화상회의 도중 보좌진으로부터 살짝 메모지를 전달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받거나 메모지에 적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돼 화제가 되곤 합니다. 대통령이 주고받는 메모에는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 “Sir, there is something on your chin.”(대통령님, 턱에 뭔가 묻었습니다) 메모지는 ‘note card’(노트 카드))라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달 받은 노트카드에는 “대통령님, 턱에 뭔가 묻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대통령이 문자를 읽은 뒤 손으로 닦아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얼굴에 묻은 것만큼이나 창피한 상황은 이빨 사이에 뭔가 끼었을 때입니다. 그런 때는 “there is something in your teeth”라고 합니다. “I hear you.”(네 심정 이해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난사 사건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는 자리에 노트카드를 손에 쥐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보좌진이 “가족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시라”고 적어준 위로의 말 목록입니다. 카드 마지막 줄에 “I hear you”라고 적혀 있습니다. 의미는 “나는 너를 듣는다”가 아니라 “너의 기분이나 상황, 네가 방금 한 말을 십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That large-heartedness, that concern and regard for the plight of others, is not a partisan feeling.”(너그러운 마음, 즉 다른 사람의 곤경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당파를 초월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노트카드의 도움 없이도 주옥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연설가였습니다. 이런 연설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수십 번 원고를 고쳐 쓰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서 “너그러운 마음, 즉 다른 사람의 곤경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당파를 초월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중간 부분인 ‘that concern and regard for the plight of others’는 원래 연설문 담당자가 작성한 초고에는 ‘that compassion‘(연민)’이라는 짧은 단어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좀 더 가슴을 울리는 문구로 만들기 위해 수정한 것이라고 합니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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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보다 못 하다’는 말을 들은 美 대통령이 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난데없이 “개고기” “양 머리”가 등장했습니다. 집권당이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나온 단어들입니다. 이에 대해 “모멸감을 주는 언행”라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동물에 비유해 상대를 비하하는 것은 미국 정치에서도 있는 일입니다. 단골로 등장하는 동물도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PETA에 따르면 dog(개)은 blind loyalty(맹목적 충성심)를 의미합니다. chicken(닭)=coward(겁쟁이), rat(쥐)=snitch(고자질꾼). snake(뱀)=jerk(얼간이)를 상징합니다. PETA는 “동물 비유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동물에 비유되는 수난을 겪은 유명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동물을 사랑하는 정치인이었지만 동물에 비유돼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병약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고릴라에 비유됐습니다. 에드윈 스탠튼 전쟁장관은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을 불사하면서 노예제도 폐지를 고수하자 꿈쩍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밀고나간다는 해서 “original gorilla”(원조 고릴라)라고 불렀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부하의 불경스러운 동물 비유를 “스탠튼 장관이 하는 말은 대부분 옳지”라며 웃어넘겼다고 합니다. 링컨 대통령이 지혜롭고 품위 있는 리더로 존경을 받는 이유입니다. 미국 정치에 등장했던 동물 비유 사례들을 알아봤습니다. “The General doesn’t know any more about politics than a pig knows about Sunday.”(돼지가 일요일을 모르는 것처럼 장군은 정치를 모른다) 돼지는 동양에서 ‘부(富)’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서양에서는 ‘미련함’ ‘탐욕’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돼지의 미련함에 빗댄 속담도 많습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는 “값어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물도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do not throw your pearls to pigs”(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마라)라고 합니다. “pig doesn’t know about Sunday”(돼지는 일요일을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모두 휴식을 취하는 주말에 돼지는 오로지 먹을 것만 챙긴다는 의미입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후임자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조롱할 때 인용한 속담입니다. 트루먼과 아이젠하워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2명의 군 출신 대통령입니다. 차이점은 트루먼 대통령은 ‘흙수저,’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금수저’라는 점입니다. 미주리 주 시골 농장에서 성장해 제1차 세계대전에 육군 보병으로 참전했던 트루먼 대통령은 제대 후 지역 정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대통령이 됐습니다. 반면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서 리더의 통치술을 배웠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공을 세운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정치권에서 영입 러브콜이 쏟아졌습니다. 걸프전 이후 콜린 파월 장군의 위상과 비슷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입이 거친 정치인이었습니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그는 공식 석상에서 “damn”(제기랄)이라는 막말을 처음 쓴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정치 경력이 부족한 아이젠하워 장군이 스타급 정치인으로 대접받는 것이 못마땅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일요일을 모르는 돼지”에 빗대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He is a chameleon on plaid.”(그는 능수능란한 아첨꾼이다) 주변 상황에 맞춰 몸 색깔을 바꾸는 ‘chameleon’(카멜레온)은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을 말합니다.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지조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욕이 되기도 합니다. 정치에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원칙 없이 유리한대로 말을 바꾸는 사기꾼을 뜻합니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1932년 대선에서 맞붙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민주당 후보를 “카멜레온”이라고 불렀습니다. ‘plaid’(플레이드)는 체크무늬를 말합니다. “He wears a plaid shirt”는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는 뜻입니다. ‘on plaid’는 ‘체크무늬 차림’이라는 뜻입니다. 체크무늬는 가로 세로 줄이 격자로 있어서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본성을 알 수 없는 카멜레온에 체크무늬까지 더해지면 혼란의 강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chameleon on plaid’는 ‘능수능란한 아첨꾼’을 뜻하는 정치 용어입니다. 후버 대통령 집권 말기인 1930년대 초에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고 실업률이 치솟는 대공황이 시작됐습니다. 후버 대통령이 별다른 처방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루즈벨트 후보는 ‘뉴딜’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는 정부 주도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our government is not the master but the creature of the people”(정부는 국민의 주인이 아니라 창조물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뉴딜은 당시까지만 해도 검증되지 않은 공약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뉴딜이 제시하는 미래상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루즈벨트 후보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지지자 그룹의 특성에 맞게 뉴딜에 대한 설명을 바꿔나갔습니다. 그러다보니 뉴딜의 실체는 더욱 모호해지고 심지어 자기모순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루즈벨트 후보를 가리켜 “chameleon on plaid”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루즈벨트 후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위기 대응력이 부족한 단임 대통령으로 끝났습니다. “He's a real centaur - part man, part horse’s ass.”(그는 정말 반인반마 켄타우로스다. 반은 인간, 반은 멍청이) 딘 애치슨은 냉전시대 미국을 주름잡은 국무장관입니다. 1950년 미국의 극동 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애치슨 라인’을 발표해 6·25 전쟁 발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합니다. 1960년대 후반 그는 미국의 베트남전 전략에 대해 자문하는 과정에서 린든 존슨 대통령을 “horses’s ass”(멍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외교계 원로인 애치슨 장관은 미국의 군사전략을 재고해 베트남에서 신속하게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현자들’(the Wise Men) 그룹의 1968년 백악관 회동에서였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애치슨 장관이 이끄는 현자 그룹의 의견을 수용했습니다. 애치슨 장관은 1970년 퓰리처상을 받은 회고록에서 설득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고집이 센 존슨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게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centaur’(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part man, part horse’(半人半馬)의 괴물입니다. 영어식 발음은 ‘센투어’인 괴물은 고집이 세고 다혈질의 특성을 가졌습니다. 애치슨 장관은 존슨 대통령을 “centaur”에 비유하면서 “part man, part horse’s ass”라고 비꼬았습니다. 영어에서 ‘ass’(엉덩이)가 들어가면 비속어가 됩니다. 애치슨 장관은 존슨 대통령을 괴물에 비유한 것도 모자라 ‘멍청이’라고 한 방 더 먹였습니다.● 명언의 품격미국 대선 시즌이 되면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가 열립니다. 부통령 후보 토론회도 열립니다. 하지만 부통령 토론은 대통령 토론에 밀려 인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1988년 대선에서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 후보인 조지 H W 부시와 마이클 듀카키스보다 부통령 후보인 댄 퀘일과 로이드 벤슨의 토론이 더 인기를 끌었습니다. 퀘일-벤슨 토론이 인기를 끈 것은 이 발언 덕분입니다. “I served with Jack Kennedy. I knew Jack Kennedy. Jack Kennedy was a friend of mine. You’re no Jack Kennedy.”(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나는 그를 알았다. 그는 내 친구였다.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야) 당시 41세의 퀘일 후보는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존 F 케네디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자신의 나이가 케네디 대통령 취임 때 나이(44세)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의정 경력도 자신(12년)과 케네디 대통령(14년)이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벤슨 후보는 퀘일 후보를 쳐다보며 “나는 케네디를 안다.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야”라고 반박했습니다. 정치적 식견과 비전에서 퀘일 후보는 케네디 대통령과 비교 대상이 안 된다는 조롱이었습니다.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졌습니다. 일격을 당한 퀘일 후보는 “that was really uncalled for”(그렇게까지 공격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응수했지만 토론의 분위기는 이미 벤슨 후보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토론 뒷얘기에 따르면 벤슨 후보 측은 퀘일 후보가 케네디 대통령 얘기를 꺼낼 것으로 알고 리허설 때부터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신은 케네디가 아니야”라는 명언이 즉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철저한 연구 끝에 나온 답변이라는 것입니다. 퀘일 후보가 이전에도 케네디 비교 발언을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벤슨 후보는 퀘일 후보를 공격하면서 자신이 케네디 대통령과 친구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은 안부 인사 정도를 나누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친하지는 않고 그냥 안면을 익힌 지인이 많아집니다. 이런 관계를 ‘nodding acquaintance’(너딩 어퀘인턴스)라고 합니다. ‘목례를 나누는 친분’이라는 뜻입니다.● 실전 보케 360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학자금을 대출 받아 대학을 다닌 젊은이들의 부채를 1인당 2만 달러까지 감면시켜주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 포퓰리즘적 정책 의도, 물가상승 유발 요인 등 다각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사까지 거론하며 탕감 계획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자식 4명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자동차 영업을 하던 아버지가 기름때를 묻혀가며 수리 업무까지 ‘투잡’을 뛰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education is a ticket to a better life”(교육은 더 나은 삶을 향한 티켓)이기 때문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였습니다. “the outrage over helping working people with student loans is just simply wrong. Dead wrong.”(학자금 대출 문제를 가진 근로자들을 돕는 계획에 분노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탕감 계획에 분노를 표하는 이들에게 “wrong”이라고 두 차례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wrong’ 앞에는 ‘dead’를 붙였습니다. ‘dead’은 ‘죽은’이라는 뜻 외에 ‘정말’ ‘진짜’라는 뜻도 쓰입니다.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표현법입니다. 미국인들은 “I’m dead tired”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피곤해 죽겠다”는 말입니다. “I’m dead serious”라는 말도 자주 합니다. “나 정말 심각해” “내 말 진짜야”라는 뜻입니다. ‘dead’의 사촌격으로 ‘drop dead’가 있습니다. ‘죽음으로 떨어지다’ ‘급사하다’라는 뜻으로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에게 “drop dead gorgeous”(드롭 데드 고저스)라는 찬사를 보냅니다. 그냥 “drop dead!”라는 명령형으로 쓰면 “꺼져!” “입 다물어!”라는 뜻입니다.●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미국 대통령 중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자주 한 리더를 꼽으라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상식과 예의를 벗어난 그의 거친 발언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2018년 6월 26일에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네임 콜링’(모욕적 별명 부르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2018년 6월 26일지난해 핵 문제 때문에 극도로 사이가 나빴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little rocket man”(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이 별명을 들은 김 위원장은 매우 기분이 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대에게 모욕적인 별명을 붙여 부르는 것을 ‘name calling’(네임 콜링), ‘call names’라고 합니다. 이름은 신성한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크게 떠벌리지 않는 것이 미국식 예의입니다. 그런 이름을 ‘call’(부른다)한다는 것은 ‘욕을 하다’ ‘나쁜 식으로 말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네임 콜링’은 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대 비방 전략 중의 하나입니다. “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 흘리는 법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 미 의회에서 민주당의 ‘톱’이라고 할 수 있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감정이 풍부한 슈머 의원은 의회 연설에서 몇 차례 울먹인 경험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Crying Chuck’(울보 척)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연기용 가짜 눈물이라고 놀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 흘리는 법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누군지 물어봐야겠다”고 조롱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습니다.  “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괴짜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네) ‘Pocahontas’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중의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붙인 별명입니다. 워런 의원의 원주민 혈통이 논란이 되자 디즈니 영화 주인공 ‘포카혼타스’에 빗대 붙인 별명입니다. ‘Wacky Jacky’(왜키 재키)는 네바다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트럼프가 붙인 별명입니다. ‘wacky’는 ‘괴짜’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워런 의원과 로즌 후보가 공동 유세를 벌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왜키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네”라고 비꼬았습니다. ‘정신 나간 여성 2명이 끼리끼리 어울려 다닌다’는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It might be Prime Minister Abe, or Justin from Canada.”(아베 총리였나, 캐나다의 저스틴이었나) ‘캐나다의 저스틴’이 누구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관세 부과 문제로 싸운 저스틴(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붙인 별명입니다. 귀국 후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며 여러 리더들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Prime Minister”(총리)라는 직함을 붙이면서 트뤼도 총리는 그냥 “Justin from Canada”(캐나다의 저스틴)라고 불렀습니다. 외교 결례입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거론할 때마다 “캐나다의 저스틴 있잖아”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했습니다. 아마 ‘젊고 잘생긴 저스틴’이라서 미워하는 것이겠죠.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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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에는 있고 美에는 없는 대통령 기자회견장 ‘이것’[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신청“The best days of this country are still ahead of us, not behind us.”(이 나라의 최고의 날들은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다. 앞으로 올 것이다)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회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발언이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인플레이션 위기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위로가 되는 발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한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회견의 완성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내용과 형식 측면에 한국과 상당히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성과 홍보나 정책 설명 보다 리더로서의 신념과 철학을 보여주는데 주력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두고 “character study(인성 연구)의 기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기자회견은 대통령과 기자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unscripted’(무각본), ‘unscreened’(무검열), ‘unvetted’(무조사)는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의 3대 ‘un’(無) 원칙으로 통합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사전에 제출하거나 질문할 기자를 미리 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런 방식의 기자회견은 존 F 케네디 대통령부터 정례화됐습니다. 대통령과 기자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는 케네디 시절의 기자회견은 TV로 생중계돼서 드라마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말실수가 잦은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체질상 맞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심성의껏 합니다. 무려 2시간동안 진행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참석 기자 30명의 질문을 다 받았습니다. “몇 시간은 더 할 수 있겠다”며 농담까지 했습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더 이상 기자들의 질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단상을 내려왔습니다. 기자회견을 국민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로 보는 미국 대통령의 자세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대통령 기자회견 명장면을 알아봤습니다. “You should know better.”(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탁월한 연설력을 가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연설력이 뛰어나니까 기자회견도 많이 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연 20회 정도로 최근 5명의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적게 했습니다. 하지만 할 때는 확실하게 했습니다. 동문서답을 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지 않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바마 기자회견의 특징입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내용입니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기 붙을 만큼 중요한 협상 타결이었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장 이란에 구금돼 있는 미국인 인질 4명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테러국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외교 원칙을 깨고 이란과 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반발이 거셌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나왔습니다. 메이저 갸렛 CBS방송 기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인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을 타결한 것에 대해 만족하느냐”(Can you tell the country, sir, why you are content to leave the conscience of this nation unaccounted for in relation to these four Americans)고 물었습니다. “미국의 양심”을 거론한 날카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답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난처하게 하는) 질문을 만드느라 수고했다”는 농담을 던진 뒤 “미국 시민이 이란 감옥에 갇혀 있는데 어떻게 만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다”면서 자신이 직접 인질 가족을 만난 사연을 소개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를 향해 “you should know better”(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따끔한 충고로 대답을 마무리했습니다. “you should know better”는 직역을 하자면 “너는 더 잘 알아야 한다”입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뜻입니다. 잘못을 지적할 때 쓰는 화법입니다. 대놓고 비난하면 상대가 기분이 상하니까 예의를 갖춰 지적할 때 씁니다. 대통령으로부터 ‘꾸중’을 들은 갸렛 기자는 유명해져서 나중에 토크쇼에도 출연했습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you should know better”라고 한 것에 대해 나중에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I’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니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국장단 총회에 초대 연사로 참석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국장단의 질문은 당시 최대 이슈였던 워터게이트 스캔들에서 닉슨 대통령의 역할, 은폐 공모 여부 등에 맞춰졌습니다. 흥분한 닉슨 대통령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알아야 한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people have got to know whether or not their President is a crook. Well, I’m not a crook) 라고 주장했습니다. 발언의 여파는 엄청났습니다. 전국에 생중계에 된 연설에서 현직 대통령이 “crook”(크룩)이라는 점잖지 못한 단어를 입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조절하고 현명한 어법으로 표출하는 것은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다음날 아침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은 “I’m not a crook” 문구로 도배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나온 가장 충격적인 발언으로 꼽힙니다. ‘crook’은 원래 ‘구부리다’는 의미입니다. ‘갈고리’를 뜻하기도 합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닉슨 대통령은 자신이 사기꾼이 ‘아니다’는 부정의 의미로 썼지만 국민들의 뇌리에는 ‘president=crook’의 등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정치학 경영학 교과서에는 리더가 공식석상에서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부정 화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닉슨 대통령의 ‘crook’ 사건이 꼽히게 됐습니다. “I’d like it to be a four-year pledge.”(4년의 공약이다)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1988년 대선 유세 때 “read my lips, no new taxes”(내 입술을 읽어라. 세금인상은 없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 발언은 부시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재정적자가 불어나면서 부시 대통령은 세금을 인상했습니다. 1990년 세금 인상이 거론되던 무렵 CBS 기자이자 시사프로그램 ‘60분’의 진행자인 레슬리 스탈은 부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입술을 읽어라’가 몇 년 기한의 공약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년, 2년, 4년?”(is that a 1-year pledge, 2-year pledge, 4-year pledge?)이라고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1,2년 요란하게 홍보하다가 폐기하는 공약인지, 대통령 임기 끝까지 밀고 갈 공약인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잠시 주저하다가 “4년 공약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의 최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gotcha question”(가챠 질문)이라고 합니다. “I got you”(잡았다)의 줄임말로 상대를 코너로 모는 유도 질문입니다.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것을 알면서도 불리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묘한 질문은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공약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스탈 기자는 나중에 부시 대통령 장례식 때 이 질문을 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명언의 품격백악관 기자실 맨 앞줄 중앙석은 여성 최초로 백악관을 출입한 헬렌 토머스 기자의 지정석이었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의 첫 질문권을 가졌으며, 회견이 끝날 때 “thank you, Mr. President”라는 인사말을 하는 것도 토머스의 권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중동 문제에서 토머스의 친(親) 팔레스타인 견해는 유대계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언론계에서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2010년 유대계 단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땅이 아니다. 폴란드나 독일, 미국으로 떠나라”는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기자직에서 물러났습니다. 3년 뒤인 2013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여성 기자들이 토머스를 “trailblazer”(선구자) “glass ceiling breaker”(유리천장 타파자)라고 애도했습니다. “Everything in the White House is classified. The color of the walls? they would even classify that.”(백악관의 모든 것이 기밀사항이다. 벽 색깔? 아마 그것도 기밀로 하고 싶을 것이다) 토머스는 2000년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백악관의 비밀주의를 비판했습니다. 뻔히 보이는 벽 색깔까지도 비밀에 붙이고 싶어 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입니다. 토머스다운 유머가 빛나는 대답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백악관이 다루는 서류에는 ‘classified’라는 붉은 도장이 찍힙니다. ‘기밀문서’라는 뜻입니다. ‘classify’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분류하다’라는 뜻이 있고, ‘기밀사항으로 취급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declassified’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반출한 백악관 문서들이 퇴임 전 ‘기밀해제한’ 것들이라고 주장하지만 기밀해제의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사법당국의 판단입니다. ● 실전 보케 360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보름 넘게 백악관에 격리됐던 바이든 대통령이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재해지역 켄터키 주를 찾았습니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38명이 사망 실종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곳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해 현장을 둘러본 후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재난 대응에 정치적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우리는 원 팀(one team)”이라고 강조했습니다. △“When I got elected, I promised to be, and it's not hyperbole, the president to all Americans.”(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나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건 빈말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연설을 상기시키며 “나는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맹세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강조하기 위해 “it’s not hyperbole”라고 했습니다. “이건 허풍이 아니다” “빈말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hyperbole’(하이퍼벌리)는 ‘허풍’ ‘과장’을 뜻합니다. hyper(부풀리다)와 bole(말하다)가 합쳐진 것입니다. ‘hyperbole’는 몰라도 ‘hype’(하이프)는 아는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hyperbole’의 줄임말이 ‘hype’입니다. 재미있는 사회 현상이 나타나면 언론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이를 부각시키는 것을 ‘media hype’(미디어 하이프)라고 합니다. 요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metaverse hype’이라고 합니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3월 5일 소개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내용입니다. 재미 측면에서 보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따를만한 것이 없습니다. 마치 방송인 트럼프가 진행하는 한 편의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2019년 3월 5일자“He doesn’t lecture, he fights”(그는 설교하지 않는다. 싸운다). 한 미국 정치 평론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입니다. 다른 대통령들이 설교할 대 트럼프 대통령은 싸웁니다. 그가 가장 빛날 때는 적을 설정해 휘몰아치는 공격을 가할 때입니다. 미디어의 속성을 잘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설교보다 싸움이 TV 화면에 인상적으로 비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별다른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특기인 비난을 퍼부을 상대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이크 앞에 서면 술술 말을 잘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놓았습니다.  “He is quite a character.”(그런 사람 또 없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가리켜 한 말입니다. ‘quite a character’는 ‘흔치 않은(unusual)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 또 없지’ ‘인물이야 인물’ 등의 뜻입니다. 주로 상대방을 칭찬할 때 쓰지만 비난할 때도 종종 쓰입니다. 고집불통인 사람을 가리킬 때도 “he is quite a character”라고 합니다.  “I happen to believe that North Korea’s calling its own shots.”(북한은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라고 믿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call its own shots’는 ‘스스로 알아서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believe’가 아닌 ‘happen to believe’라고 했습니다.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믿게 됐다’의 뜻입니다. 조금 자신이 없거나, 자신의 의견이 소수처럼 느껴질 때 씁니다.  “I’d much rather do it right than do it fast.”(일을 빨리 처리하기보다 올바르게 처리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올바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인들은 ‘do it fast’(빨리빨리)보다 ‘do it right’(빈틈없이, 틀린 것 없이)를 중시합니다.}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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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도 머리 숙이게 만든 '개념' 셀럽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83995 “We owe you big, man.”(큰 신세 졌네) 최근 백악관에서 ‘참전용사 유해물질 피해 보상’(PACT) 법안 서명식이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PACT 법안에 대한 연설 중에 객석에 있는 TV토크쇼 진행자 존 스튜어트를 가리켰습니다. “존, 당신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연예인이 백악관 행사에 참석한 것도,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스튜어트에게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I owe you”는 “신세를 지다”는 의미입니다. “thank you”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뒤에 ‘big’을 붙였습니다. ‘big time’을 줄인 것입니다. PACT 법안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쓰레기 소각장의 독성물질에 노출된 참전용사들에게 의료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전장의 소각장에 노출된 군인들은 귀국 후 각종 병을 앓아왔지만 PACT 법안은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협상 과정에서 몇 차례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고비 때마다 스튜어트는 법안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서 증언하며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자신이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법안을 지지해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스튜어트의 이런 노력들이 고마웠던 것입니다. ‘셀럽’이라고 불리는 유명인들은 자유분방한 사생활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한국과 정치문화가 다른 미국에서는 스튜어트처럼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유명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명인의 이런 활동을 ‘celebrity activism’(셀럽 행동주의)라고 합니다. 의식 있는 ‘개념파’ 셀럽들을 알아봤습니다. “I’m all in. I’m in it for the long haul. Just tell me what to do and I’ll do it.”(참여하겠다. 장기적으로 참여하겠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려만 달라) 배우 톰 행크스는 진솔하고 꾸밈없는 이미지로 ‘Mr. Nice Guy’(좋은 사람) ‘America's Dad’(미국의 아버지) 등으로 불립니다. 행크스의 관심사는 제2차 세계대전입니다. 미국이 용감하게 싸운 전쟁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잊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크스는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에 단골 출연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더 퍼시픽’ ‘그레이하운드’ 등이 있습니다.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마스터즈 오브 에어’ 등에는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는 참전용사들의 공적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2010년 워싱턴 내셔널몰에 세워진 2차 세계대전 참전비 건립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일에는 자비를 들여 작전에 참가했던 노병들을 데리고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을 방문했습니다. 행크스는 참전용사 단체인 ‘히든 히어로즈’의 캠페인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히든 히어로즈’ 설립자인 고(故) 밥 돌 상원의원은 일면식도 없는 행크스에게 단체에 참여해달라고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행크스는 돌 의원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I’m in”이라며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be 동사 다음에 나오는 ‘in’은 활동이나 단체에 참여한다는 의미입니다. 돌 의원은 행크스가 단체에 이름만 걸어놓은 ‘얌체 유명인’이 아니라고 합니다. 행크스의 열정에 대해 “he has responded to every request, taken every phone call, and posed for every selfie”라고 전했습니다. “모든 요청에 답하고, 모든 전화를 돌리고, 모든 셀카 촬영에 응했다”고 합니다. “Anyone can put on a dress and makeup. It’s your mind that will define you.”(누구나 드레스와 화장으로 치장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2001년 캄보디아에서 영화 ‘라라 크로프트: 툼레이더’를 촬영하면서 내전의 참상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미국에 돌아온 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연락을 해서 세계 전쟁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바로 내전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과 탄자니아 난민캠프로 떠났습니다. 난민 구조로 시작된 졸리의 자선활동은 공동체 재건, 빈곤국 아동 이주 지원, 여성인권 운동 등의 분야로 확대됐습니다. 졸리는 3명을 입양아를 포함해 총 6명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자녀들을 자선활동 때마다 데리고 다니는 졸리가 최근 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 3명에게 들려주는 메시지가 화제가 됐습니다. “외모는 누구나 꾸밀 수 있다. 너를 결정짓는 것은 마음, 즉 내적인 아름다움이다”라는 내용입니다. ‘put on’은 몸 위에 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옷을 입는 것은 ‘put on clothes,’ 신발을 신는 것은 ‘put on shoes,’ 화장을 하는 것은 ‘put on makeup’입니다. put on‘ 다음에 ‘weight’가 오면 ‘무게를 걸치다,’ 즉 ‘살이 찌다’라는 의미입니다. “When you crossed the picket lines, you made it clear you were not on the side of working people.”(당신들은 시위대의 선을 넘는 순간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셀럽 행동주의가 언제나 칭찬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속 다르고 겉 다른 위선적인 모습으로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흑인 인권 활동을 벌여온 할리우드 ‘파워 커플’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가 그렇습니다. 비욘세-제이지 부부는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뒤풀이 파티를 ‘샤토 마먼트’이라는 호화 호텔에서 열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유서 싶은 이 호텔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경영진의 성추행 의혹 등으로 올해 초부터 직원들이 “이 호텔을 이용하지 말라”는 보이콧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비욘세-제이지 부부의 인권 활동과 호텔 직원의 상당수가 흑인 여성이라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호텔 이용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지만 부부는 개의치 않고 파티를 열었습니다. 호텔 노조 대표는 “배신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시위를 ‘picket lines’라고 합니다. 시위대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선을 의미합니다. ‘cross picket lines’은 ‘시위대의 선을 넘는다’는 뜻으로 ‘배신하다’는 의미입니다. 파티 주최자인 비욘세-제이지 부부는 물론 초대객인 킴 카다시안, 가수 리아나 등도 “무개념 연예인”으로 찍혀 욕을 먹었습니다. ● 명언의 품격 “You should be ashamed of yourselves.”(창피한 줄 알아라)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는 케이블 TV에서 ‘데일리 쇼’라는 토크쇼를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애플TV에서 비슷한 포맷의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크쇼가 많은 미국에서 스튜어트의 토크쇼는 정치성이 강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스튜어트가 토크쇼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는 ‘제복에 대한 존경’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 소방관, 경찰관 등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튜어트는 이번PACT 법안 이전에 2019년 9·11 구조요원 지원 연장 법안(VCF) 통과 때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9·11 테러 당시 인명 구조와 잔해 제거에 나섰던 구조요원들은 각종 후유증 때문에 수천 명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이들에 대한 보상금을 줄이거나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스튜어트는 보상금이 끊길 위기에 처한 구조요원들을 토크쇼에 출연시켜 지원 연장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켰습니다. 2019년 지원 연장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직접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스튜어트는 의원들을 향해 “you should be ashamed of yourselves”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시 TV로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 청문회와는 달리 점잖게 진행되는 미국 청문회에서는 고성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청문회장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스튜어트는 이어 눈물을 글썽이며 “your indifference cost these men and women their most valuable commodity: time”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당신들의 무관심 때문에 이들은 가장 귀중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시간이다”는 내용입니다. 스튜어트의 심금을 울리는 증언 후 의회는 곧바로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시사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We get it.”(이해한다) 장 피에르 대변인의 대답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본인의 대답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한 난처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I get it” 또는 “We get it”이라고 답합니다. “알아들었다”는 의미입니다. ‘get’은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사 중의 하나입니다. ‘얻다’라는 뜻 외에 ‘알다’ '이해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I get it”은 “I understand it”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장 피에르 대변인은 ’understand‘라는 단어를 써서 부연설명을 했습니다. “We understand what the American people are feeling at this time”라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I get it”과 비슷한 ”I got it“도 미국인들이 자주 씁니다. ‘got’은 ‘get’의 과거형이므로 “I got it”은 “이해했다”는 뜻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겠다” “할 수 있다”는 미래의 의미입니다. 집에 전화벨이 울리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받아야 합니다. “내가 받을게”고 할 때 “I’ll get it”이라고 하지 않고 “I got it”이라고 합니다.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에 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어려운 기계 사용법이나 컴퓨터 기능을 익힐 때 옆에서 친구가 시범을 보입니다. 친구가 “네가 할 수 있겠어?”라고 물을 때 “할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면 “I can do it”이 아니라 “I got it”이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7월 13일 소개된 셀럽의 대통령 도전에 대한 내용입니다. 할리우드에는 다양한 셀럽들이 있습니다. 셀럽의 정치적 참여 방식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자선활동을 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대통령 직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셀럽의 대권 도전은 진지한 정치 참여라기보다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년 7월 13일자 최근 미국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녜이 웨스트가 11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웨스트의 당선 가능성은 물론 출마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은 별로 없습니다. 화제를 만들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선 때면 꼭 등장하는 ‘셀럽 출마자’들을 알아봤습니다.   “So who better to captain the ship as the nation goes under than another unqualified, self-centered celebrity?”(또 다른 자기중심적 무자격 셀럽보다 이 침몰하는 국가의 선장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웨스트의 출마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점잖게 포기하도록 타이르거나 “어쩌다가 나라가 이렇게 됐나”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CNN은 후자입니다. “웨스트 같은 또 다른 자기중심적 무자격 유명인보다 이 침몰하는 국가의 선장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셀럽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더니 웨스트라는 또 다른 셀럽이 더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captain’은 ‘지휘하다’라는 동사로 쓰였습니다.  “Just being mad doesn’t do anything. You’re just a toad.”(화만 낸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다. 뒷방 늙은이 신세일 뿐이다) 노동자 계층의 삶을 그린 TV 시트콤 ‘로잔느 아줌마’로 유명한 코미디언 로잰 바는 2012년 평화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7만여 표를 얻었습니다. 최근 연예잡지 ‘피플’과 인터뷰에서 “당시 출마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실버 세대에게 참여 민주주의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어 출마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노인 세대는 화가 나 있다. 그렇지만 화만 낸다고 되는 일은 없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을 뿐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toad’의 원래 뜻은 ‘두꺼비’지만 여기서는 은유적으로 ‘기피인물’을 뜻합니다.   “Nader cost us the election.”(네이더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  랠프 네이더는 유명한 소비자보호 운동가입니다. 그는 소비자운동에 열심히 매진하면 좋았을 텐데 눈을 돌려 대선에 다섯 차례나 출마했습니다. 특히 2000년 대선 때는 수천 표 차이로 재검표까지 진행됐던 플로리다 주에서 수만 표를 얻어 결과적으로 민주당 패배에 중대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네이더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며 ”그가 다시 워싱턴에 얼씬거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화를 냈습니다. ‘cost’는 동사로 쓰일 때 ‘대가를 치르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 202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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