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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안장된 독립유공자 6명의 유해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조국으로 돌아온다. 국가보훈부는 미국에 안장된 문양목 지사를 비롯해 김덕윤(캐나다) 김기주 한응규(이상 브라질) 임창모 김재은(이상 미국) 지사 유해를 국내로 봉환한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의 유해는 유해가 안장된 각국에서 현지 공관 등에서 주관하는 추모식을 마친 뒤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봉환될 예정이다. 13일에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유해 봉환식이 열리며 이날 오후 이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이에 앞서 보훈부는 이들 독립유공자의 유해 봉환을 위해 총 5개 반 11명으로 구성된 봉환반을 8일과 9일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번에 유해로 봉환되는 독립유공자 중 문양목 지사는 1905년 조국을 떠난 뒤 12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1905년 국권회복운동에 투신할 목적으로 1905년 하와이로 건너갔고, 이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대동보국회(大同保國會)를 결성해 활동하는 등 일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임창모 지사는 미국 내에서 3·1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이후 대한인국민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독립자금 모집에 앞장섰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정부는 문양목 지사님을 비롯한 여섯 분이 국민적 예우 속에 영면하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방패(UFS)’가 18~28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야외기동훈련 40여 건 중 20여 건은 9월로 늦춰서 실시된다. 이번 UFS 연습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연합훈련이다. 연습 기간과 한미 병력 참가 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지만 일부 야외기동훈련이 연기되면서 사실상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연합훈련을 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은 7일 야외기동훈련 연기에 대해 “폭염과 연중 균형된 전투준비태세 유지 등을 고려해 한미간 논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전날(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부 야외기동훈련의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UFS 연습이 방어적 성격임을 강조하고, 최대한 로키(low-key)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날 한미의 UFS 공동 발표문에는 ‘북한, 위협, 도발’이란 문구가 없었다. 지난해 UFS 공동 발표문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GPS 교란 및 사이버공격,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위협”,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에 중점을 두고, 어떠한 도발에도…” 등의 문구가 적시된 것과 대조적이다. 군 소식통은 “새 정부의 대북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습 기간 북한의 대남 핵 사용 억제와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훈련은 포함돼 있지만 실제 핵 사용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은 없다고 군은 전했다.라이언 도널드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대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UFS 연습의 주목적이 북한 WMD 능력의 억제 및 격퇴와 아울러 “한반도에 가해지는 모든 위협과 적대세력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거론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과 한국의 군사안보적 동참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지난달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던 만큼 군은 UFS 연습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주시 중이다.통일부는 한미가 UFS 연습의 야외기동훈련 일부를 연기한 데 대해 “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연합훈련 조정을 건의한 데 따라 실제로 일부 훈련 조정이 이뤄졌다는 것.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장 완화와 평화 안정은 통일부의 목표이자 이재명 정부와 대한민국의 목표”라며 “한미 훈련도 그런 점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북한 주민 1명이 지난달 해상을 통해 귀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일 북한 주민 1명이 중서부 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데 이어 이재명 정부 들어 공개 사례 기준으로는 두 번째 귀순이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은 지난달 31일 북한 남성 1명이 인천 강화군 교동도 앞 해상에서 스티로폼을 몸에 묶은 채 헤엄치는 모습을 감시 장비 등으로 포착했다. 장병들은 북방한계선(NLL) 이북 지역에서부터 이 모습을 포착해 밀착 감시를 이어오다가 이 남성이 NLL을 넘어온 직후 신병을 확보해 관계 당국에 인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동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과 마주하고 있다. 연안군과 직선거리 기준으로 2.5km 떨어진 곳으로 북한과 지척이다. 2013년 북한 주민이 맨몸으로 교동도 해안에 도착해 민가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북한 주민들의 단골 귀순 경로다. 지난해 8월에도 북한 남성 주민 1명이 교동도 북측 한강하구중립수역의 강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날 때를 이용해 ‘도보 귀순’했다. 이번에 귀순한 남성은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 관계 당국이 실시하는 합동신문에서 귀순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이 남성의 신원 등에 큰 문제가 없는 한 귀순을 수용할 방침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군이 4일 최전방에 설치한 대북 확성기를 전면 철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일 만인 6월 11일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지를 지시한 데 이어 취임 두 달 만에 철거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인 대북 유화 제스처가 가속화하는 형국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4일 “오늘부터 대북 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며 “대비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철거 대상은 고정식과 이동식 확성기 전체이고, 수일 안으로 이번 주 내 철거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은 “유엔군사령부와 확성기 철거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공유했다”고 전했다. 군은 “북한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도 대남 확성기 철거 등으로 호응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서 6월 11일 오후 우리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자 북한은 그다음 날 0시를 기해 대남 소음 방송을 중지한 바 있다. 대북 확성기가 철거된 것은 1년 2개월 만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의 오물풍선 연쇄 테러 등 고강도 대남 도발에 맞서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한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군은 고정식과 이동식을 합쳐 확성기 40여 개를 동부와 서부 전선에 배치했고, 거의 매일 한국의 발전상과 김씨 일가의 3대 세습 및 북한 인권 실태 비판, K팝 등 대북 심리전 방송(자유의 소리)을 송출했다. 대북 확성기 철거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조치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대북) 확성기 중단이 됐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철거 조치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지금 남북 간의 제일 핵심은 신뢰”라면서 “(지금은) 완전히 신뢰가 없어졌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은 성명을 내 “도대체 어디까지 북한의 비위를 맞춰 줄 것이냐”며 “일방적 자진 무장 해제는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자해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국방부는 4일 대북 확성기 철거에 착수한 사실을 발표하며 북한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앞서 6월 11일 약 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먼저 대북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김여정 ‘선 긋기’에도 남북 신뢰 회복 조치 계속국방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며 “지난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후 후속 조치 차원에서 국방부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 관련 부서와 협의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 확성기 철거 조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간다는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8일 우리 정부가 취한 대북 유화 조처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튿날 “평화적 분위기 속에서 남북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담화 내용과 무관하게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치를 이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용을 떠나 김 부부장이 현 정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직접 담화를 내며 반응한 점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며 “담화 내용과 수위도 전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것에 비하면 한층 누그러든 만큼 우리 정부가 진정성 있는 조치를 계속 보여주면 북한도 언젠가 변화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국방부는 전방 20여 곳에 설치된 고정식 대북 확성기 방송 스피커 등 시설물 철거에 착수했다. 차량 형태의 이동식 방송 시설물 10여 개의 경우 6월 방송 중지 조치 이전부터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고정식 시설물 철거를 이번 주 내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적국’ 선포한 北, 호응 가능성 낮아”국방부가 4일 오전 10시 확성기 철거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렸지만 북한은 아직 대남 소음 방송 시설물을 철거할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도 북한의 대남 방송 시설 철거 동향과 관련해 “특별한 동향은 파악된 바 없다”면서도 “(대북 확성기 철거 조치는) 한반도 평화를 기획할 수 있는 구조적인 기초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정책적 방향으로 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올 6월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자 북한도 약 10시간 만에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화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천명한 데다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연합훈련이 18일부터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확성기 방송 중지, 국가정보원 대북 방송 중단, 북한 개별 관광 검토 등 이재명 정부가 집권 직후부터 남북 관계 복원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음에도 대남 소음 방송 중단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양보가 과도하고 명분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5월 대북 확성기 철거는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 중 ‘확성기 철폐’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였던 만큼 명분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철거 작업 역시 남북이 동시에 진행하는 등 상호주의 원칙도 지켜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미 2023년 12월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선포했다. 우리 조치에 호응하려면 김 위원장이 나서 선포한 이 노선 자체를 철회하기 위한 당대회나 전원회의부터 열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지금은 우리가 어떤 추가 조치를 해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국방부는 4일 대북 확성기 철거에 착수한 사실을 발표하며 북한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선제적인 조치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앞서 6월 11일 약 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먼저 대북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김여정 ‘선긋기’에도 남북 신뢰 회복 조치 계속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며 “지난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후 후속 조치 차원에서 국방부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 관련 부서와 협의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 확성기 철거 조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간다는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8일 우리 정부가 취한 대북 유화 조처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튿날 “평화적 분위기 속에서 남북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담화 내용과 무관하게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치를 이어나갈 것임을 시사했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용을 떠나 김 부부장이 현 정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직접 담화를 내며 반응한 점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며 “담화 내용과 수위도 전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것에 비하면 한층 누그러든 만큼 우리 정부가 진정성 있는 조치를 계속 보여주면 북한도 언젠가 변화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국방부는 전방 20여 곳에 설치된 고정식 대북 확성기 방송 스피커 등 시설물 철거에 착수했다. 차량 형태의 이동식 방송 시설물 10여 개의 경우 6월 방송 중지 조치 이전부터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고정식 시설물 철거를 이번 주 내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적국’ 선포한 北, 호응 가능성 낮아”국방부가 4일 오전 10시 확성기 방송 철거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렸지만 북한은 아직 대남 소음 방송 시설물을 철거할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도 북한의 대남 방송 시설 철거 동향과 관련해 “특별한 동향은 파악된 바 없다”면서도 “(대북 확성기 철거 조치는) 한반도 평화를 기획할 수 있는 구조적인 기초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정책적 방향으로 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올 6월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자 북한도 약 10시간 만에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했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화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천명한 데다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연합훈련이 18일부터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확성기 방송 중지, 국가정보원 대북 방송 중단, 북한 개별 관광 검토 등 이재명 정부가 집권 직후부터 남북 관계 복원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음에도 대남 소음 방송 중단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양보가 과도하고 명분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 5월 대북 확성기 철거는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 중 ‘확성기 철폐’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였던 만큼 명분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철거 작업 역시 남북이 동시에 진행하는 등 상호주의 원칙도 지켜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미 2023년 11월 전원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선포했다. 우리 조치에 호응하려면 김 위원장이 나서 선포한 이 노선 자체를 철회하기 위한 당대회나 전원회의부터 열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지금은 우리가 어떤 추가 조치를 해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안중근 의사 조카로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던 안원생 지사 묘소의 정확한 위치가 별세한 지 43년 만에 확인됐다. 국가보훈부는 3일 “1982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별세한 안 지사의 유해가 애리조나주 선랜드 메모리얼 파크에 안장된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훈부는 지난해 말 미국 서남부 지역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 조사를 진행하던 중 안 지사 묘소로 추정되는 묘소를 찾았다. 이 묘소 명판에는 그가 1904년 태어나 1982년에 사망했다는 내용과 이름 ‘DAVID W. S.’, 성 ‘AHN’ 등의 정보가 새겨져 있었다. 안 지사는 안중근 의사 동생인 안정근 지사의 아들로 1925년 중국 상하이에서 대학에 다니던 중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치외법권 지역)에서 반일 시위를 전개했다. 1933년에는 독립운동단체 흥사단에 가입했고, 대한민국임시정부 홍보 활동도 했다. 1942년에는 임시정부 외무부 직원으로 일하며 선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정부는 그의 공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정부는 그가 1982년 사망한 사실은 인지했지만 그의 후손이 확인되지 않아 묘소 위치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훈부는 안 지사 묘소를 확인한 현재도 후손의 행방을 찾고 있다. 보훈부는 후손을 확인하고, 후손의 동의를 구하는 대로 유해의 국내 봉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미 관세 협상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 회담이 취임 두 달여 만인 8월 중순경 이뤄지게 됐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에서 대미 투자 등 관세 협상 합의안의 세부 내용은 물론이고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와 관련한 안보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국방비 증액 의견 접근, 대중 견제 압박 변수 조현 외교부 장관은 31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정상회담 시점과 의제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2주 내’ 시한을 언급한 만큼 광복절(8월 15일) 이전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준비 시간을 고려할 때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 형식이 유력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과 안보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나서면서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한미 간 안보 협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대 현안은 국방비 지출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 동맹의 중국 군사적 견제 역할 확대 등 이른바 ‘동맹 현대화’가 꼽힌다. 한미는 관세 협상과 함께 진행돼 온 안보 협상을 통해 국방비 지출 증액에는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요구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기준을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나토가 미국과 합의한 직접 국방비 지출 규모인 GDP 대비 3.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비 지출에 대북 군사적 역량 확충, 장병 처우 개선, 연구개발(R&D)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선 증액이 어렵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무기 구매에 대한 발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산 무기 구매는 대미 투자를 주로 논의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협의 라인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견제 동참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한반도에서 연합 방어 태세가 공동의 위협에 대항한 억지력에 신뢰성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확장 억제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동맹의 위협을 북한으로 명시한 것과 달리 미 측은 ‘공동의 위협’을 거론하며 중국이 주요 위협임을 강조한 것. 국방부는 “양국 장관은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들어 한미동맹 현대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대기업 대미 투자 확대 발표될 듯 러트닉 장관이 “이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면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별도로 정상회담 기간에 재계 총수들도 워싱턴에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최근 165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투자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테슬라와 43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의 초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대미 투자에 대해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주문이 늘어나면 훨씬 더 많은 생산 능력을 갖춘 쪽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계획도 보고가 됐다”며 “삼성그룹이 테일러 팹(공장)을 건설하고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SK그룹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 투자”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대화 재개 및 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지프리덤실드·UFS)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가안보실이 주관하고 안보 부처 차관들이 참석하는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29일 열렸다. 이날 오후 열린 회의에선 연합훈련 조정이 의제로 올랐다. 회의에선 연합훈련 조정을 위해선 미국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전날(28일) 기자들과 만나 “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이 사안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정부 의지에 따라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NSC 실무회의는 이 대통령이 의장인 NSC 상임위원회 협의에 올릴 안건을 조정하는 회의체다. 하지만 다음 달 중순 훈련을 앞둔 군 안팎에선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정 장관의 연합훈련 조정 발언이 국방부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나온 발언이어서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국방부 내부에선 고위 당국자가 정 장관의 훈련 조정 발언을 두고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한국은) 한미연합 방위체계 구축을 근간으로 삼은 나라이기 때문에 훈련은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연습은 한미가 상호 협의하에 진행하는 사안으로 현재까지 변경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번 훈련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기간 단축 등 북한의 반응을 고려한 조정은 없다. 본 훈련 시작을 약 20일 앞둔 시점에서 이를 축소하거나 조정해 봐야 한미동맹에 실익이 전혀 없다는 것이 국방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신중한 기류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그런 제안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했고, 현재는 다양한 부처에서 그 부분 의견을 듣겠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장관 개인 의견으로 봐달라”며 “내부적으로 거기에 대해 논의가 더 진척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연합훈련이라는 게 결국 상황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정부가 지금 서두를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를 명분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보지도 않은 채 앞서가면 한미동맹을 갈라놓으려 하는 북한에 오히려 꽃놀이패를 쥐여 주는 격”이라고 우려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부 기관지인 국방일보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취임사를 보도하며 12·3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모두 누락한 것과 관련해 “기강을 잘 잡으셔야 할 것 같다”고 안 장관에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안 장관에게 “(국방일보가) 장관님 말씀 편집해서 주요 핵심 메시지는 빼버렸다고 하던데 기강 잘 잡아야 할 거 같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25일 취임한 안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국방일보는 전날(28일) 발행한 신문 1면에 안 장관 취임사를 주요 내용으로 보도했다. 안 장관은 취임사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로 복합적인 안보 위기에 대응할 시간을 허비했다”고 하는 등 비상계엄 사태를 3차례 언급했다. ‘상처받은 우리 군’ 등 계엄 사태 여파로 인한 군의 사기 저하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국방일보 기사에는 ‘비상계엄’은 물론이고 ‘상처’ 등의 표현이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일보는 국방부 소속 국방홍보원이 발행한다. 채일 국방홍보원장은 계엄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한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의 첫 통화 관련 기사를 국방일보에서 빼라고 지시하는 등 편집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방부 감사관실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채 원장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공보특보를 지냈다. 국방일보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채 원장이 이 대통령 등 현 정부에 긍정적인 기사를 쓸 경우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잦았다”며 “국방일보 기자들도 이런 지적에 과도하게 시달린 나머지 이번 취임사에서 채 원장이 문제 삼을 만한 부분을 스스로 검열해 빼는 지경이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마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남북관계의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8일 “정부 의지만 있다면 연합훈련 조정이 가능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연기나 축소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를 겨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의 첫 대남 비난 담화가 나온 지 약 9시간 만이다. 당초 다음 주 미국과 UFS 일정을 공동 발표하려 했던 군 당국은 “현재까지 한미 연합연습 시행과 관련해 변경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지만 UFS 조정 가능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정 장관은 이날 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내일 국가안보회의(NSC) 실무 조정회의가 열린다”며 “여기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것이다.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너진 남북 간의 신뢰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그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다르다”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기조도 윤석열 정부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다. 신중하게 하겠다”고 했다.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강화했던 윤석열 행정부와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이 담화문에서 한미의 UFS 강행 계획을 비난한 직후 나왔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의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연합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며 “미한(한미)은 상투적 수법 그대로 저들이 산생시킨 조선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해 보려고 획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대북전단 살포 중지’와 함께 정부가 검토 중인 개별 관광 허용 등에 대해선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며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북한이 이재명 정부에 대해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 역시 올 4월 9일 대외에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하며 ‘완전한 비핵화 불가’ 입장을 강조한 데 이어 3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몇 년간의 적대·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인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이라며 “정부는 적대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일관되게 취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정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김 부부장의 담화문에 대한 의견을 물으며 “평화적인 분위기 안에서 남북한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정 장관은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높은 만큼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한미 관세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UFS 훈련을 보름여 앞두고 정부가 조정을 요청할 경우 미국이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상대(미국)가 있는데 우리가 축소한다고 축소가 되느냐”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자칫 비용 문제가 얽히면 한미동맹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12·3 비상계엄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인당 1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25일 나왔다. 위법한 계엄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됐고 국민들이 공포와 불안, 수치심 등 명백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다. 계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고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보여준 이번 판결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당시 급박한 상황 탓에 명령의 위법성을 제대로 파악할 겨를도 없이 계엄 실행에 동원된 군인들의 정신적 피해였다. 계엄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군에 미치는 여파는 여전히 크다. 군 서열 1위 김명수 합참의장까지 평양 무인기 투입 사건과 관련한 수사 대상이 되면서 군의 사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 바닥을 치는 모습이다.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25일 취임사에서 군에 대해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군인들을 악용한 결과, 군은 존재 이유마저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시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그가 군을 사적 도구로 소모한 결과, 대한민국을 지켜낼 안보의 근간이어야 할 군은 쑥대밭이 됐다. 김 전 장관도 4월 옥중 편지로 “자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끝까지 싸우자”며 정치적 순교자 이미지를 부각했지만, 정작 자신이 안보의 심장인 군을 수십 년 퇴보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군 내부에선 “군사작전마저 수사 대상이 되게 만든 윤석열, 김용현 두 사람이야말로 한국군의 최대 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보자. 이 사건을 두고는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주장과 오물 풍선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 군사작전이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역 군인들도 작전의 의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 사건으로 앞으로는 북한이 도발하더라도 우리 군이 신속하게 대응 작전을 결정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장교 A는 “앞으로 군인들은 지휘관이 대북 대응 작전 명령을 내려도 ‘혹시 계엄 선포 전 밑 작업하는 건 아닌가’ ‘내가 이용당하는 건 아닌가’라며 명령의 진의부터 끝없이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대응 작전의 신속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장교 B는 “북한이 포격 등 도발을 해도 현장 군인들이 ‘선조치 후보고’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서화된 명령 외에 구두 명령은 훗날 책임을 우려해 거부하거나 최고위급에서 내려온 명령만 마지못해 수행하는 복지부동이 만연해질 것이란 우려다. 문서로 명시된 임무 외에 작전 수행에 있어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행하는 이른바 ‘추정 과업’에 적극적인 군인은 앞으로 더는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장교 C는 “군이 다시 ‘선조치 후보고’가 가능한 조직으로 돌아가는 데는 못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 장관은 취임사에서 “상처받은 우리 군의 자부심을 되찾고, 늦은 만큼 더욱 치밀하게 대내외적 위기에 대응할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군 통수권자는 물론이고 대선배라 믿은 군 출신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데다 국민적 비난까지 감당해야 하는 군인들의 상처는 이런 조치만으로 아물기 어렵다. 시급한 일은 대부분 군인 역시 헌법 위에서 폭주한 군 통수권자와 그를 추종한 이들에 의해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공식 인정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군 내부에선 시민들에 대한 피해 배상 판결 이후 “군인들도 윤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군이 나서서 내란 세력에 손해배상 책임까지 엄중히 묻는 것은 군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자 비슷한 일의 재발을 막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도 있다.이번 계엄과 같은 위헌 행위에 또다시 군이 동원되고, 그로 인해 군이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사기가 떨어진 군대는 그 어떤 첨단 전력으로 무장해도 이길 수 없다. 정치적 도구로 소모됐다는 군인들의 수치심과 무력감은 하루라도 빨리 치유돼야 한다. 그래야만 군이 국가 방위와 국민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hjson@donga.com}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평양으로의 무인기 투입을 합동참모본부에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합참 수뇌부가 무인기 작전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김 전 장관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23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6일 취임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북한 오물풍선 대응을 위해 무인기를 평양에 투입하는 작전을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5월부터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군사적 대응이 없었던 점을 문제 삼으며 무인기 투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본부장은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김 전 장관의 지시 내용을 보고했고, 김 의장은 “무인기가 발각되면 심각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김 의장과 이 본부장이 모두 우려를 표명했지만 김 전 장관은 뜻을 꺾지 않았고, 이에 지난해 10월 3일 최초로 김 의장→이 본부장→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드론사 예하 대대로 이어지는 지휘 계통을 통해 작전 실행 지시가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합참은 김 전 장관 지시를 받아 지난해 10월 3일과 9, 10일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1일 북한이 무인기 침투 사실을 공개하며 “계속 도발하면 끔찍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김 의장 등 합참 수뇌부는 평양의 방공망이 강화된 것 등을 근거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무인기 투입 지시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군 관계자는 “김 의장 등이 ‘평양에는 더 무인기를 투입할 수 없다. 타격될 수 있다. 너무 위험하다’고 했고, 이에 11월부터는 서해안 남포와 동해안 원산 등에 무인기가 투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해 6월부터 김 전 장관이 취임했던 지난해 9월 초까지는 드론사와 합참이 (무인기 투입과 관련해) 연락한 적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대 사령관이 합참을 ‘패싱’하고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시절부터 직접 소통하며 무인기 침투 작전을 ‘비선 설계’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 특검은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는 김 전 장관 주도로 작전을 모두 설계한 다음 합참 지휘 계통을 형식적으로 빌리는 형태로 작전을 강행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다만 김 사령관 측은 “김 사령관은 지난해 6월부터 합참에 수시로 정찰용 무인기를 대북전단 살포용으로 개조하는 ‘전투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등 정상 지휘계통을 통해 소통했다”고 반박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한미 국방부가 미국 육군이 운용하는 대형 기동헬기 CH-47(시누크)의 심장격인 엔진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시범사업을 국내 방산업체가 하는 것에 합의했다. 지난해 국내 방산업체가 미 해군 군함 2척에 대한 MRO 사업을 수주하고 올해 추가로 1척을 더 수주한 데 이어 항공기 엔진 MRO 시범사업 진행에도 합의한 것이다. 한미는 22일 서울에서 제57차 한미 군수협력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국방부는 “위원회에서 한미 공동의장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미 해군) 함정 MRO에 이어, 한미가 공통으로 운용하는 장비인 CH-47 엔진을 한국 방산업체가 참여하는 MRO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잉사가 제조하는 CH-47은 미 육군은 물론 우리 육군도 수송용 등의 용도로 운용하고 있다. 우리 공군도 CH-47을 탐색구조용으로 일부 개조한 HH-47D를 운용 중이다. 미국이 이 헬기의 핵심 부품인 엔진 MRO를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 CH-47 엔진 MRO 시범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이 사업은 국내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리 군이 운용하는 CH-47 및 CH-47 계열 헬기에 장착되는 T55 계열 엔진 MRO를 담당해 온 것을 비롯해 46년간 항공 엔진 5700여 대를 관리했던 경험을 갖추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1사업장은 미국 항공청(FAA) 인증을 포함해 다수의 글로벌 항공 엔진 관련 인증 보유하고 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장 진단에서 수리, 성능시험에 이르기까지 항공기 엔진 MRO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밝혔다. 이번 CH-47 엔진 MRO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미군이 운용하는 전투기 등 다른 항공기 MRO도 국내 방산업체에 맡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한미 대표단은 CH-47 엔진 MRO 시범사업과 기존 함정 MRO 사업 외에 추가로 추진할 수 있는 MRO 사업을 식별하기 위해 23~25일 경남 창원, 경북 구미 등에 있는 방산업체를 함께 찾아 K방산의 역량을 확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해군 군함 MRO 외에도 F-16 등 전투기 MRO를 한국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과거 미군이 운용하는 F-16 기체만 국내 업체가 정비하던 것과 달리 각종 무장 등 고도의 기술력과 보안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MRO를 수행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미 정부에 꾸준히 전달해 온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MRO 수주가 전투기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북한이 오물풍선을 살포한 지난해 6월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수시로 전화해 드론을 통한 작전 등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드론작전사령부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최소 6차례에 걸쳐 무인기 최소 10여 대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당시 무인기 투입 작전과 관련한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일 합동참모본부 지시로 무인기 4대를 북한에 투입했다. 김명수 합참의장과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김 사령관과 드론사 예하 대대로 이어지는 지휘계통을 거쳐 작전이 실행됐다고 한다. 10월 무인기 투입 날짜는 3일과 9일, 10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10월에 3차례, 한 번에 2대나 4대를 투입했다”며 “11월에는 중순까지 한 번에 1대나 2대를 보냈는데 총 3, 4차례였다”고 했다. 10월 3일∼11월 중순 최소 6차례에 걸쳐 최소 10여 대를 북한에 투입한 것이 된다. 당시 무인기를 활용해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 했던 지역은 북한 정권의 실상을 담은 전단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인구 밀집 지역이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저 등이 있는 평양 중심부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작전이 실행되기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6월엔 김용현 전 장관이 김 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해 오물풍선 대응책을 묻고 풍선 대응과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사령관은 “부대가 보유한 정찰용 무인기를 대북 전단 장착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등 비례적 대응을 위한 ‘전투실험’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전투실험’ 관련 보고를 비슷한 시기 합참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10월 11일 북한이 우리 군의 무인기 투입 사실을 공개한 직후 김 사령관과 자주 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사령관 측은 “무인기 투입 지시는 합참을 통해 전달됐고, 합참을 넘어선 윗선에선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사 창설 근거인 사령부령에는 그 임무를 ‘드론 전력을 활용한 적, 즉 북한에 대한 심리전 등의 군사작전’으로 명시하고 있다. 적법한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내란 특검이 경기 포천 드론사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15일 확보한 김 사령관 PC에 그가 일주일 전쯤 작성한 유서가 저장돼 있던 사실이 알려졌다. 유서에는 “평생 국민과 국가를 위해 살아왔다. 군인으로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글이 담겼다고 한다. 김 사령관 측은 관련 질의에 “현재 김 사령관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답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가 상급 부대인 합동참모본부 지휘를 받아 지난해 10월과 11월 최소 6차례에 걸쳐 무인기 최소 10여 대를 북한에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작전 실행 4개월 전인 지난해 6월부터는 당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수시로 전화해 북한 오물풍선 대응책을 물은 사실도 알려졌다. ● 약 40일간 최소 6차례 무인기 10여 대 투입 작전16일 지난해 10~11월 드론사가 실행한 평양 등으로의 무인기 투입 작전(‘북 오물풍선 대응 작전’)과 관련한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군 관계자 이야기를 종합하면 드론사가 북한에 처음 무인기를 보낸 건 지난해 10월 3일이었다. 김 사령관은 3일 당일 이승오 합참작전본부장에게서 작전 실행 지시를 받고 드론사 예하 대대 무인기 4대를 북한에 투입했다. 해당 지시는 김명수 합참의장→이 작전본부장→김 사령관→예하 대대로 이어지는 지휘계통을 거쳤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1일 밤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은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상공에 침범시켰다”면서 크게 반발했는데, 해당 날짜는 드론사가 실제로 평양 등에 무인기를 투입한 날짜와 일치했다. 무인기 투입 작전을 실행한 부대는 드론사 예하 3개 대대로 백령도, 경기 연천, 강원 속초에 있는 대대로 알려졌다.군 관계자는 “10월에 3차례, 한 번에 2대 혹은 4대를 투입했다”며 “11월에도 중순까지 한 번에 1대나 2대를 투입했는데 총 3~4차례였다”고 전했다. 종합하면 10월 3일~11월 중순 최소 6차례에 걸쳐 무인기 최소 10여 대를 북한에 투입한 것이 된다. 당시 무인기를 활용해 대북전단을 살포하려 했던 지역은 북한 정권의 실상을 담은 전단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구 밀집 지역이었는데, 여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저 등이 있는 평양 중심부와 신포, 남포 군사기지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 “北 오물풍선 도발 선 넘어 南도 비례적 대응”우리 군의 무인기 투입 작전이 집중적으로 실시된 지난해 10월과 11월은 북한이 하루 두 번씩 오물풍선 도발을 감행하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삐라’가 대통령실 앞마당까지 떨어지는 등 도발 수위가 절정에 달했던 때였다. 김 사령관 측은 동아일보에 “오물풍선이 터지며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국민 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임에도 대응 군사작전을 하지 않는 건 오히려 직무유기”라며 “드론사 창설 근거인 드론작전사령부령에는 그 임무를 ‘드론 전력을 활용한 적, 즉 북한에 대한 심리전 등의 군사작전’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임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식 지휘계통인 김명수 합참의장을 넘어선 최고위급에서 해당 작전을 두고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김 사령관도 알 방법이 없다”고도 말했다. ● 김용현, 드론작전사령관에 전화해 오물풍선 대책 논의무인기 투입 작전이 실행되기 약 4개월 전인 지난해 6월엔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이 김 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해 오물풍선 도발 대응책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8일 첫 풍선 도발에 나선 뒤 지난해 11월 28일까지 풍선 부양을 이어갔다. 김 처장은 당시 통화에서 오물풍선 대응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고민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이 과거 육군 사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인근 부대에서 근무해 김 처장과 인연이 있던 김 사령관은 해당 전화에 “드론사도 부대 보유 소형 정찰 무인기를 대북전단 장착이 가능하도록 개조하고 비행 훈련을 하는 등 오물풍선 대응을 위한 ‘전투실험’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전투실험’ 관련 보고를 비슷한 시기 합참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엔 김 처장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헬기로 오물풍선 격추 작전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다고 한다. 당시는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군이 오물풍선에 무대응하며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가던 때였다. 헬기에서의 기관총 사격을 통한 격추 등 보다 적극적인 군사 작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던 때였다. 김 사령관은 이에 “적재물이 든 풍선이 낙하하면 민간 피해 등 위험성이 매우 커 헬기 작전은 곤란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국방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10월 11일 북한이 우리 군의 무인기 투입 사실을 공개한 직후 다시 김 사령관에게 전화해 “부대원들을 많이 격려하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 측은 “당시 김 장관 의도가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한 북한 도발 유도였다면 김 사령관은 이 작전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물풍선에 맞선 비례적 대응 성격이 분명해 합참 지시를 받아 명령을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이 당시 김 사령관에게 직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거나 작전에 성공하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김 사령관은 당시 윤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만난 적도, 윤 대통령 반응을 전달받은 바도 없다”고도 반박했다. ● 김용대 드론사령관 유서 작성…“신변에 이상 없어”한편 내란 특검이 경기 포천 드론사와 사령관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 한 가운데 15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김 사령관 PC에 그가 일주일 전쯤 작성한 유서가 저장돼 있던 사실이 알려졌다. 유서에는 “나는 이념을 떠나 국민과 국가를 위해 살아왔고, 국민을 위해 무인기 투입 작전을 건의했다. 억울하다. 군인으로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 측은 관련 질의에 “해당 PC에 유서가 있는 건 맞지만 현재 김 사령관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고 답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서울교통공사가 국가보훈부를 상대로 “국가유공자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 달라”며 37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37억 원은 지난해 국가유공자 무임승차로 발생한 손실액이다. ‘전체 무임승차자 중 국가유공자는 비교적 비중이 작은데 소송까지 갈 일이냐’는 의견과 ‘총적자가 수조 원에 이르는 자본잠식 상태. 오죽하면 소송까지 했겠느냐’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 적자 7조 원 돌파… 하루 이자만 3억 원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전날 국가보훈부를 상대로 37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유공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도 커졌고, 이에 따른 부담을 정부가 일부라도 보전해 달라는 취지다.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부터 보훈부에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훈부는 전국 버스조합과 철도 운영기관(코레일, SR)에 총 107억 원의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는 반면, 서울지하철에는 별도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전국 광역 철도와 달리 지하철은 지역 주민 교통 편의를 위해 운영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가 보조해야 한다는 게 보훈부의 논리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애국지사, 전상군경 등 16개 유형의 유공자가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다. 무임승차 대상인 국가유공자는 2021년 211만 명에서 2024년 249만 명으로 약 18% 증가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떠안아야 할 손실도 같은 기간 29억 원에서 37억 원으로 커졌다. 전체 무임승차 손실 규모는 훨씬 크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1∼8호선의 무임승차 건수는 2억7482만 건으로, 전체 승차 건수의 17.2%에 달한다. 2020년(1억9569만 건)보다 40.4%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도 2643억 원에서 4135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7241억 원이다. 특히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규모는 당기순손실의 57%를 넘는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지하철 기본요금을 150원 인상(1400원→1550원)했지만, 올해도 50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의 총부채는 7조3474억 원으로 하루 이자만 3억 원 이상이다. 금액상 적은 국가유공자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소송을 낸 건 “유공자 손실만이라도 줄여보자”는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버스와 철도 손실은 정부가 보전하고 있어 승소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 “무임 연령 조정하고 정부 지원 늘려야” 서울교통공사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전체 적자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저출산 고령화로 무임승차하는 65세 이상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9.2%이며 2036년에는 30%, 2050년엔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기후동행카드’(교통 정액권)로 인한 손실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와 공사가 절반씩 나눠 부담하는 구조인데, 공사 몫만 연 1300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요즘 노인은 과거보다 경제 여건이 나은 경우가 많다. 모든 고령층에 전면적인 요금 면제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며 “연령 조정이나 출퇴근 시간 제외 등 현실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 이동권도 중요한 만큼 정부가 취약계층 교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미군 서열 1위인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11일 “북한과 중국이 전례 없는(unprecedented) 군사력 증강을 진행하고 있다”며 “더 넓은 지역과 전 세계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신뢰 구축과 3국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일 3국 군사 협력이 중국의 위협 대응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케인 의장은 11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Tri-CHOD) 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언급하며 “중국과 북한은 명확하고 분명하게 목표한 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인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군사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014년 시작된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케인 의장은 회의에서 첫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를 언급하며 “당시엔 (역내 안보 도전이) 거의 전적으로(almost solely)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국한돼 있었다”고 했다. 이어 “첫 회의에서 당시 미 합참의장은 ‘우리는 함께 역량 강화부터 진정한 책임 분담(sharing responsibility)까지 3국 파트너십의 미래를 밝혀가고 있다’고 했다”며 “오늘날 우리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민감한 국면(delicate chapter)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 역할·규모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인 의장이 이날 ‘책임 분담’을 거론한 것을 두고도 북핵 위협에 초점을 맞췄던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역할을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미군 서열 1위 합참의장, 中위협 강조… 주한미군 재조정 가능성美합참의장 “北中 군사력 증강”“억제력 재확립 초점, 3국협력 필요… 北-中 넘어 세계 안보 목표로 해야”연합훈련 中견제 확장 가능성 시사3국 의장, 해군 2함대 ‘천안함’ 찾아“우리는 오늘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한 국면(delicate chapter)으로 나아가고 있다.” 11일 개최된 한미일 합참의장(Tri-CHOD) 회의에서 미군 서열 1위 댄 케인 합참의장은 “북한과 중국이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받으며 러시아와 밀착하고, 중국의 군사력 팽창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한미일 안보협력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北中 넘어 전 세계 안보 목표로 해야” 케인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의 초점은 억제력 재확립(reestablishing deterrence)에 있다”며 “이를 위해선 우리 세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3국 군사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억제력 확보에 집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중국 견제 목적 등도 동반한 ‘다목표 훈련’으로 진화할 필요성을 밝힌 셈이다. 실제로 이날 케인 의장은 해상, 공중, 사이버 등 다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3국 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등을 언급하며 “모든 3국 간 협력은 전술적 전투 수행 단계에서부터 최고위급 수준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세 나라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고, 더 나아가 이 지역과 전 세계 안보를 위한 일”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일은 지난해부터 3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매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23년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3국 연합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케인 의장의 발언은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이 대북 대응을 넘어 대중 견제를 목표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일본 통합막료장(우리 합참의장 격)으로는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요시다 요시히데(吉田圭秀) 통합막료장도 모두 발언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모호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한미일 협력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축이 될 수 있도록 이번 회의를 출발점으로 협력을 더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중국 견제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방 전략 기조에 힘을 싣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고 역내 안보 도전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추동력을 유지하고 지속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합참의장은 회의 직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선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3국 간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수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이 추진 중인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재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미군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반도의 ‘인계철선’으로 두는 대신 대테러 전쟁, 중국 견제 및 대만 사태 대응 등 미군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투입 가능한 전력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인 의장이 2014년 처음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당시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의 말을 빌리는 형식으로 ‘책임 분담’을 강조한 것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사실상 한국이 전담하는 방식으로 동맹 기여를 높여야 한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책임연구위원은 “(케인 의장의 발언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별개가 아니라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고 그 안에 북한의 위협이 존재한다는 뜻”이라며 “중국의 위협에 맞서 주한미군의 역할도 얼마든지 조정되고 변화될 수 있다는 맥락”이라고 했다. 다만 군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 위협 문제가 거론된 건 맞지만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의 문제는 전날 한미 양자 회의에서는 물론이고 3국 간 회의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다.● 천안함 찾는 등 대북 대응 공조 의지도 과시 한미일 3국 의장은 회의를 마친 직후 2010년 북한에 피격된 천안함 실물이 전시된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를 찾았다. 북한과 가까운 해병대의 한 부대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도 3국 의장이 방문할 후보지로 검토됐지만 천안함이 있는 부대가 3국의 대북 대응 공조 의지를 보여줄 상징성이 가장 큰 장소로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 중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 전략폭격기 B-52H가 지난해 4월 이후 1년여 만에 한반도에 전개돼 우리 공군 및 일본 전투기 등과 3국 공중 훈련을 실시하며 북한 위협 억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보직 해임됐던 박정훈 대령(사진)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11일 복귀한다.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의 항소 취하로 항명 혐의에 대한 무죄가 확정된 지 이틀 만이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 차원의 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던 당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됐다. 해병대는 10일 “순직 해병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확정된 박 대령을 11일부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재보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해병대는 박 대령이 당시 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불응한 건 중대 군 기강 문란이라며 2023년 8월 8일 보직 해임을 공식 의결했다. 이후 박 대령은 별다른 보직 없이 재판을 받아 오다가 중앙지역군사법원이 진행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 한 달이 지난 올해 3월 7일 해병대사령부 인사근무차장에 보직됐다. 해병대가 사령부 내에 없던 보직을 신설해 박 대령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것. 이후에도 박 대령은 수사단장으로의 복귀를 희망했는데 무죄 확정을 계기로 복귀가 이뤄지게 됐다. 이명현 특검은 9일 “원심 판결과 객관적인 증거, 군검찰 항소 이유가 타당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박 대령 항소 취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군대를 위해 돈을 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한국은 주한미군을 위해 아주 적은(very little) 금액을 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산 수입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낸 지 하루 만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청구서를 꺼내 들고 압박한 것이다. 정부는 한국이 연간 약 1조5000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미국에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과 통상·투자·안보 현안을 묶은 패키지 협상을 제안했다. 관세 협상이 벽에 부딪힌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국방비 지출 확대 등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된 핵심 안보 현안들을 함께 논의해 돌파구를 찾자는 것이다. 정부에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이 관세와 함께 논의될 카드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한미군 미국에 손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다(rebuild). (주한미군은)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그들은 아주 적은 금액을 내고 있다”며 “그건 말도 안 되는(ridiculous)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를 거론하며 “나는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정부와 5년 치를 최종 타결한 제12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서 결정한 내년 분담금 1조5192억 원의 약 9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날 한국과 일본에 상호관세율이 담긴 첫 서한을 보낸 데 이어 미국이 ‘나쁜 협정(bad deal)’을 맺은 대표적인 사례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을 꼭 집어 언급한 것.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지렛대로 국방비 지출 증가와 주한미군 재조정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한국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며 “이는 그들에게 엄청난 돈이고, 우리에겐 엄청난 손실”이라고 했다. 2만80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과장해 언급하며 주한미군이 미국에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4500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韓 “통상·투자·안보 패키지 합의하자” 제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했다.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을 갖고 9일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방위비를 우리가 1조5000억 원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사실관계에서 출발해야겠다”고 말했다. 다만, 위 실장은 루비오 장관과 통상 및 안보 현안을 ‘패키지’로 협상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미국에 △동맹관계 발전 △패키지 협상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 등 3가지 사안을 제안했다면서 “통상이나 투자, 구매 또 안보 관련 전반에 걸쳐 망라돼 있기 때문에 이런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관세만 두고 얘기하면 비관세 장벽의 한계가 있다”며 “거기에 매몰되면 협상이 더 이상 갈 데가 없기 때문에 패키지 협상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농산물 비관세 장벽 완화를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확대, 국방비 지출과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현안을 한 테이블 위에 두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직간접적인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는 대신 미국에 전작권 전환이나 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비 지출 증액은 국민 동의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능한 부분이지만 이익의 균형을 맞춰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미국에) 동맹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최종 상태)’까지 시야에 놓고 협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고 제기했다”며 “(주한미군 규모, 전작권 등은) 논의 대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에 대해선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것이고 정부 공약에 들어 있다”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루비오 장관도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일자까지는 나와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상회담이) 8월 1일 이전이다, 이후다’ 단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