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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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문학/출판29%
역사21%
문화 일반10%
사회일반10%
정치일반7%
칼럼7%
인사일반7%
검찰-법원판결3%
산업3%
만화3%
  • 격동의 해방공간부터, 하얗게 밤새운 PC통신까지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우리 현대사의 여정을 조명한 전시 2건을 최근 개막했다.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는 격동의 해방공간 속에서 잃어버렸던 우리의 이름을 되찾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며, 우리의 말과 문화 및 기억을 회복해 나갔던 여정을 조명하는 특별전이다.전시 1부는 우리말에 초점을 맞췄다.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와 ‘훈민정음해례본’의 첫 영인본, 광복 후 우리나라가 부여받은 국제 무선호출부호 ‘HLKA’가 새겨진 서울중앙방송 스피커 등을 볼 수 있다. 2부에선 조선총독부에 넘어갔다 반환된 ‘국새 칙명지보’, 우리 손으로 벌인 첫 국립박물관 발굴 조사(경주 호우총 발굴)에서 나온 청동 용기 등을 통해 식민 지배로 단절됐던 과거를 잇고 역사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3부에선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병풍 ‘팔사품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박물관 주제관에선 한국 현대사 속 ‘밤’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특별전 ‘밤 풍경’이 개최되고 있다. 조선의 야금(夜禁) 제도부터 미군정이 공포한 야간통행금지령, 1982년 야간통금 해제에 이르기까지 밤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 등을 소개한다. 통금과 관련된 다양한 일화를 담은 만화 ‘고바우영감’ 원화, 늦은 밤 PC통신의 추억이 담긴 ‘하이텔 단말기’, 달을 바라보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독립운동가 김여제의 시 ‘추석’이 게재된 상해판 독립신문 등을 볼 수 있다. 내년 3월 22일까지.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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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특검서 불법 확인땐 통일교 재단 해산 가능”… 與는 “국힘 해산”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야당이 요구해온 ‘통일교 특검’을 전격 수용하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통일교에 대한 정부의 해산 조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종교의 정치 개입을 비판하며 종교단체 해산 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특검 수사를 통해 통일교의 정교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부가 해산 절차에 착수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金 “정교 유착은 헌법 질서와 직결”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동안 국민의힘과 통일교, 신천지 등의 정교 유착 의혹이 지속됐다”며 “정교 유착은 헌법 질서와 직결된다. 위반 정당은 해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를 통해 정교 분리 등 헌법 위반이 확인되면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 민주당과 정부는 특검을 통해 통일교가 정교 유착 등 헌법에 위배된 심각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되면 통일교 재단에 대해서도 해산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통일교의 위법 행위가 특검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날 경우 주무 관청이 사실관계를 판단해 ‘해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종교 목적의 비영리 법인에 대한 설립허가권과 취소권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문체부에는 통일교 관련 법인으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지재단(통일재단)이 등록돼 있다. 1963년 문체부의 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비영리 법인인 통일재단은 일화와 용평리조트, 선원건설, 세일여행사, 파인리즈리조트, 팜스코, 신정개발특장차, 일신석재 등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법제처는 ‘법인이 목적 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주무 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민법 38조를 근거로 통일재단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재단의 설립 목적이 선교와 교육 사업 등인 만큼 정교 유착 등 심각한 헌법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설립허가 취소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 다만 계열사들에는 해산 결정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 관계자는 “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되더라도, 각각의 계열 법인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전망은 엇갈려 법조계에선 정부가 통일재단 설립허가를 취소하더라도 법적 논란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종교법인법’을 통해 정부가 종교법인을 관리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종교단체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별도의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종교법인법을 통해 올해 3월 1심 법원이 통일교 해산을 선고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종교단체를 직접 규율하는 법률이 없어 법원은 종교법인 해산을 상당히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법에 따라 종교법인 설립을 취소하는 결정이 자칫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종교법인 설립 취소는 법인의 목적 사업이나 존재 자체가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되거나, 법인의 행위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공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법원 판결을 통해 종교법인 해산이 확정된 사례는 드물다. 동방교는 일부 간부의 금품 갈취 등이 인정돼 1976년 국내 최초로 해산 판결이 내려졌고, 천종회도 2003년 법원에서 ‘종교의 탈을 쓴 사기 행각’이 인정돼 해산됐다. 반면 한국불교일련정종구법신도회는 일본 군국주의를 신봉한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설립허가를 취소하고 2심까지 승소했지만, 2017년 대법원은 “함부로 공익을 해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파기 환송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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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복 80주년 맞아 우리 현대사 전시 개막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서울 종로구)이 우리 현대사의 여정을 조명한 전시 2건을 최근 개막했다.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는 격동의 해방공간 속에서 잃어버렸던 우리의 이름을 되찾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며, 우리의 말과 문화 및 기억을 회복해 나갔던 여정을 조명하는 특별전이다.전시 1부는 우리말에 초점을 맞췄다.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과 ‘훈민정음 해례본’의 첫 영인본, 광복 후 우리나라가 부여받은 국제 무선호출부호 ‘HLKA’가 새겨진 서울중앙방송 스피커 등을 볼 수 있다. 2부에선 조선총독부에 넘어갔다 반환된 ‘국새 칙명지보’, 우리 손으로 벌인 첫 국립박물관 발굴조사(경주 호우총 발굴)에서 나온 청동용기 등을 통해 식민지배로 단절됐던 과거를 잇고 역사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3부에선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병풍 ‘팔사품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박물관 주제관에선 한국 현대사 속 ‘밤’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특별전 ‘밤 풍경’이 개최되고 있다. 조선의 야금(夜禁) 제도부터 미군정이 공포한 야간통행금지령, 1982년 야간통금 해제에 이르기까지 밤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 등을 소개한다. 통금과 관련된 다양한 일화를 담은 만화 ‘고바우영감’ 원화, 늦은 밤 PC통신의 추억이 담긴 ‘하이텔 단말기’, 달을 바라보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독립운동가 김여제의 시 ‘추석’이 게재된 상해판 독립신문 등을 볼 수 있다. 내년 3월 22일까지.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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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년 역사 품은 ‘보성 영광정씨 고택’,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400년 넘게 이어져 온 전남 보성의 고택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됐다.국가유산청은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호남지역 민가의 특징이 잘 남아있는 이 고택은 정손일(1609∼?)이 처음 터를 잡은 이래 이어져 온 곳으로, 안채 사랑채 사당 등 총 6동으로 이뤄져 있다. 풍수설에 연원한 별칭 ‘거북정’으로 불리기도 했다.‘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甲胄)와 갑주함’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두루마기형 전갑(氈甲·모직물 등으로 만든 갑옷) 형태 갑옷으로, 왕실 의장용 등으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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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헌국회의원 44명의 발자취

    “정준 의원과 나는 세비 이외의 수당금은 받지 않기로 하고 이 뜻을 연서로 국회의장에게 통고했다. … 통고문이 국회 회람장에 올려져 의원석에 돌려지고 있었다. 그것을 나보다 먼저 보고 정 의원이 내게 가지고 왔다. 그 회람장의 통고문 여백에는 ‘네놈은 돈이 많아서 그러느냐’, ‘너는 애국자가 되어서 다르구나’ 하는 온갖 야유와 욕설이 나열돼 있었다.” 제헌국회의원 신현모 선생(1894∼1975)은 유고 ‘필부불가탈지(匹夫不可奪志)’를 통해 제헌국회 당시 벌어졌던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신 선생은 수양동우회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고, 한국민주당 소속으로 제헌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인물. 이 이야기는 그 아들(신광순 조선어학회선열유족회 초대 회장)이 30여 년 전 펴낸 유고 등을 통해 손자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린 글 ‘나라와 말글에 바친 삶’에 담겼다.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유족회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최근 ‘시대의 얼굴들: 제헌국회의원을 추억하다’(미래엔·사진)를 발간했다. 책엔 제헌국회의원 중 44명의 발자취에 대한 후손들의 글이 실렸다. 윤인구 유족회장은 “생전 제헌국회의원들을 기억하고 있는 세대의 마지막 기록일 것”이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세대에겐 건국의 아버지들이 어떤 분이었는지를 알리고, 학자들에겐 공적 외에 인간적인 모습을 살피는 연구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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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 문명, ‘이사’ 거듭하며 번창

    인류의 역사라고 하면 흔히 ‘4대 문명의 발상’부터 떠오르기 마련이다. 정주한 인류가 비로소 문명을 꽃피웠다는 통념이 지배적이기 때문.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곧 이주의 역사”다. “정주하지 않았고, 문자도 없었던 사람들의 ‘선사시대’와 그 이후 정주 제국들과 민족들의 ‘본격적인 역사’라는 단절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등의 교수들이 함께 ‘이주의 역사’를 조명한 학술적 입문서다. 저자들에 따르면 태고 시절 호모 사피엔스가 동아프리카를 나와 세계로 퍼져 나간 것부터가 이주사다. 이후에도 정주하기 시작한 초기 농경시대의 이주들(기원전 1만5000년∼기원전 5000년)이 이어지고, 순환 무역과 식민 정복, 19세기의 글로벌 이주 체계 등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주의 역사는 계속된다. 기존의 이주 연구는 국경을 넘어 ‘나가는 이주(emigration)’와 ‘들어오는 이주(immigration)’를 구분하고, 주로 들어오는 이주만 연구했다. 이주민들을 새로운 사회의 제도와 문화에 동화돼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봤던 탓이다. 이런 민족주의적 관점에선 이주민들의 복합적인 삶과 주체성이 묻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문화 접변 과정에서 이주민들은 고국 문화를 복제하지도, 도착지 문화로 통합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들은 하나의 융합, 즉 제3의 장소 또는 공간을 창조해 낸다”는 설명이다. “‘문화 접변’은 이중적인 과정이다. 사회화를 통해 얻은 문화의 일부 요소는 유지하면서, 다른 요소들은 수정하거나 나머지는 버리는 이주민들의 새로운 사회나 특정 분야로의 점진적인 접근, 그리고 이러한 뉴커머들에 대한 수용 사회의 대개 마지못한 혹은 뒤늦은 적응으로 이루어진다.”(4장 ‘이주 경로들에 대한 시스템 접근법’에서) 저자들은 또 기존 연구에선 배제됐던 ‘여성’과 ‘젠더’의 틀로 이주의 역사를 살핀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사회 변화와 함께 갈등을 촉발하고 있는 ‘이주’의 역사를 학술적으론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지가 담긴 책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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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학계 “환단고기는 위서… 단호한 입장 취해야”

    한국고대사학회와 한국고고학회를 비롯한 역사학 및 고고학 분야 48개 학회가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17일 성명에서 “12일 이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환빠’와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사이비역사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며 “사이비역사는 부정선거론만큼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명확하게 선을 긋길 바란다”고 밝혔다. 학회들은 “사이비역사는 일제의 대아시아주의를 모방해 ‘한민족의 위대한 고대사’를 주창하며 싹텄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와 전두환 정권의 군사독재를 옹호하는 국수주의적 이념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고대 한민족이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지배했다고 해석되는 내용 등이 담긴 환단고기는 1979년 이유립이 간행한 위서(僞書)라는 게 역사학계 정설이다. 성명은 “역사학계와 사이비역사 사이엔 어떠한 학문적 논쟁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실은 환단고기와 관련된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표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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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고학회 “정치권, 환단고기 사이비 역사와 선그어라” 성명

    한국고대사학회와 한국고고학회를 비롯한 역사·고고학 분야 48개 학회가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는 성명을 17일 발표했다.이들은 성명에서 “12일 이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환빠’와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사이비역사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며 “명백한 위서인 환단고기를 바탕으로 한 사이비 역사는 부정선거론 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명확하게 선을 긋길 바란다”고 밝혔다.성명은 “사이비역사의 뿌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대아시아주의(대동아공영권)와 맞닿아 있다”며 “일제의 대아시아주의를 모방해 ‘한민족의 위대한 고대사’를 주창하며 싹텄다”고 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와 전두환 정권의 군사독재를 옹호하는 국수주의적 이념을 제공하는 데” 사이비역사학이 활용됐다는 것이다.또 “환단고기는 이 과정에서 탄생한 위서(僞書)”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고려 말~조선 전기 저술된 여러 책을 수합해 1911년 간행됐다고 하지만, 1979년에 이유립이 간행한 위서라는 것이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1911년 간행본은 확인된 바 없으며, 1922년 출토된 ‘천남생묘지명’의 내용을 비롯해 ‘세계만방’, ‘원시국가’, ‘남녀평권(男女平權)’ 등 19세기 말 이후의 근현대 용어가 이 책엔 많이 나온다”고 성명은 지적했다.성명은 이어 “역사학계와 사이비역사 사이에는 어떠한 학문적 논쟁도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학계를 향한 사이비역사의 일방적 비방과 터무니없는 주장이 존재할 뿐”이라며 “대통령실은 ‘환빠’나 환단고기와 관련한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표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는 사이비역사에 우호적인 정치인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이비역사는 이들과 결탁해 국책기관의 연구사업과 지방자치단체의 편찬사업을 방해했다”며 “정치권은 역사를 정치 도구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말고, 우리 역사를 깊이 성찰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중장기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이들은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역사’의 위험성을 직시하라 △이재명 정부는 ‘사이비역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어떠한 지원도 하지 말라 △여야 정치권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사이비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역사 정책 수립·추진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역사학계와 고고학계는 앞서 5월과 7월에도 각각 민주당과 국정기획위원회에 사이비역사를 비판하는 의견서를 냈고, 10월 전국역사학대회에서도 관련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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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조종엽]종묘 앞 세운4구역 논쟁 과열, 사실무근 견강부회 자제해야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의 고층 재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점점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종묘 경관 침해 논란이 정쟁화되는 등 논쟁의 과열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사실이 아닌 내용에 근거한 주장도 오가고 있다. 11일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이 추진 중인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높이·경관 등 이미 촘촘하게 운영 중인 도시 관리 시스템에 ‘세계유산 반경 500m 이내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화’를 획일적으로 추가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이중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6개 자치구, 38개 구역 정비사업 등 도시개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강북 죽이기 법’이라는 주장이었다. 이튿날 유산청은 반박에 나섰다. 개정안의 내용은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 사업, 사전 검토 절차 및 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것이고, ‘500m 이내 세계유산영향평가’라는 내용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유산청은 “서울시가 ‘법적 절차 미비’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제도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입법예고 내용을 살펴보면 관련 내용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해외의 유사 입법 사례를 소개하면서 ‘프랑스는 역사기념물 주변 500m 내 건축 허가 시 국가가 공인한 건축 유산 및 경관 전문가(ABF)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소개했을 뿐이다. 서울시의 오해는 10일 허민 유산청장의 브리핑 가운데 ‘문화유산법에 따라 관련 고시를 검토한다’는 설명이 와전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산청 관계자는 해당 고시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유산이면서 세계유산인 대상에 한정하고, 또 그 가치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대규모’ 행위에 한정해, 500m 이내에선 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고시가 마련된다면 종묘와 창덕궁, 조선왕릉, 수원화성 등 주변이 영향을 받게 된다. 견강부회식 주장도 논쟁에 가세하고 있다. 일각에선 세운4구역에 들어설 고층빌딩을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비견하기도 한다. ‘에펠탑도 건설 당시에는 욕을 먹었지만 지금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는 식이다. 알다시피 파리는 강력한 도심 건물 높이 규제 등을 통해 6층가량의 고풍스러운 건물로 가득한 경관을 지켜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도시다. 파리 시민들은 1973년 완공된 높이 209m의 몽파르나스 타워를 아직도 미워한다. ‘누구 목소리가 큰지’ 경쟁하는 걸 그만두고 차분하게 문제의 시작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고층 개발이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녹지를 만들 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는 녹지축을 조성’하는 세운지구 재개발에 약 1조5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절된 녹지를 잇는다는 데야 반대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지만 그만한 돈을 투입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개발 이익이라곤 해도, 고층 개발은 도시의 밀집도를 더욱 높인다는 차원에선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크건 작건 종묘 경관을 침해하면서, 기회가 한정된 도시의 공중 개발 카드까지 써 가며 1조5000억 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에 시민들은 과연 얼마나 동의하고 있는 것일까.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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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4·3 진압 박진경 대령, 유공자 취소 검토하라”… 또 역사 공방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제주4·3사건 진압 책임자 논란이 일었던 고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보수 진영 일각의 재평가 움직임 속에 국가보훈부가 지난달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데 대해 시민사회를 비롯해 여권이 반발하는 등 진영 갈등으로 비화되자 이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진보 진영의 손을 들어준 것. 국민의힘에선 “지지층 요구에 따라 역사적 판단을 흔드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령, 생전 행적 논란… 진보 진영 손들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국가유공자 등록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이 대통령이 전날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가보훈부 서울보훈지청은 올해 10월 박 대령의 유족이 4·3사건 당시 무공수훈을 근거로 제출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해 지난달 4일 유공자증서를 전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가 유공자 지정 취소를 요구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권오을 보훈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박 대령은 올해 9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무장세력과 싸우다가 암살당한 ‘자유의 투사’로 묘사된 바 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무공수훈자라는 이유로 심의 의결도 거치지 않고 국가유공자가 된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6일 제9연대장에 임명된 뒤 제주도로 가 6월 18일 부하에게 암살될 때까지 한 달 남짓 제주4·3사건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의 참모였던 임부택 대위는 박 대령이 “조선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에 대해 3회 정지명령에 불응하는 자는 총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진술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익단체와 경비대가 제주에 파견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며 “당시 민간인에 대한 대량 체포는 과도했다는 것이 학계의 연구”라고 했다. 반면 당시 소대장이었던 고 채명신 중장은 생전 진술에서 박 대령이 “폭도들의 토벌보다는 입산한 주민들의 하산에 중점을 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박 대령의 양손자인 박철균 예비역 육군 준장은 동아일보에 “내 할아버지가 부임 후 부대 정비를 하기에도 빠듯했던 기간에 학살을 주도했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은 “국민주권정부가 역사 정의를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환영한 반면에 국민의힘은 “역사적 판단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마음대로 뒤집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보훈부 “유공자 등록 면밀 검토해 조치” 보훈부는 논란이 이어지자 15일 “무공훈장 재검토 등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 및 관련 법령과 절차 등을 면밀히 검토해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보훈부 내부에선 박 대령의 유공자 등록 취소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죄 사실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유공자 등록을 취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령은 생전 범죄 사실이 확인된 바 없고, 사망 후 훈장이 수여된 만큼 훈장 수여 후엔 범죄 사실이 있을 수 없기에 훈장을 취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 또 국가유공자 등록의 근거인 무공훈장을 취소하려면 훈장이 수여될 당시 공적이 허위라는 점이 확인돼야 하지만 6·25전쟁 중 무공훈장이 수여된 박 대령은 공적의 진위를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공적 기록을 관리하는 국방부 역시 박 대령이 어떤 공적으로 훈장을 받은 것인지 구체적인 기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3특별법 개정이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결과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 박 대령의 무공수훈을 취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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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경의선 숲길, 뉴욕 센트럴파크… 도시 리듬 바꾸는 조경의 힘

    “조경은 인간에게 자연을 돌려주는 일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에서 잃어버린 자연을 되찾게 하는 일이다. … 출근길의 그늘, 공원의 새소리, 산책로의 흙냄새, 계절마다 달라지는 색과 바람의 질감이 감각을 일깨운다. 사람은 그 안에서 위로를 얻고 도시는 다시 숨을 쉰다. … 일과 놀이의 틈, 자연과 인공의 사이, 예술과 과학의 접점. 조경은 그 경계에서 피어난다.”(‘프롤로그’에서) 복개됐다가 20년 전 복원된 서울 청계천을 일주일에도 몇 번씩 걷는다. 걷다 보면 ‘왜가리와 잉어, 족제비가 함께 사는 이 하천이 없었다면 도심에서의 일상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싶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인 저자는 “인공 하천일 뿐이라는 우려까지 온갖 논란이 쏟아졌지만 지금 청계천을 걸어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의 복원’이라는 더 큰 맥락 속에서 수용됐음을 알 수 있다”고 썼다. 남은 과제가 없진 않지만, 청계천 복원은 ‘삶의 질 중심 위주의 도시 만들기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점을 상징한다’는 얘기다. 도시와 조경의 관계를 다룬 교양서다. 저자는 “살기 좋은 도시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로 시작해 시민공원에 숨겨진 설계, 서울 경의선 숲길, 선유도 공원, 서울숲, 미국 뉴욕의 고가철로가 탈바꿈한 선형공원 ‘하이라인’, 센트럴파크 등을 통해 도시의 리듬을 바꾸는 조경의 힘을 담담한 인문학적 필치로 조명한다. “서울 종묘의 은행나무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시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조선 중기인 1519년쯤 심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거대한 은행나무들이, 조선 왕조 수백 년의 격변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왔다. 매년 5월 종묘대제가 거행되는 날이면, 이 나무들 아래에서 과거와 같은 제례가 이어진다. 나무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연대기이며 나이테에 새겨진 시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시간을 품은 경관은 역사의 기록을 넘어 인간 문명의 증언”이라며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거울이며, 변화 속에서도 이어지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어떤 도시를 원하는지’를 자문해 본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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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교 의혹’ 전재수 등… 피의자 입건 - 출국금지

    경찰이 여야 정치권 인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피의자로 입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내사(입건 전 조사)를 벌이던 전 전 장관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일부에겐 최대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죄도 함께 적용했다. 수사팀은 여야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추가 접견도 준비하고 있다. 전 전 장관에게 현금 4000만 원과 까르띠에 불가리 등 명품 시계 2개를,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에겐 총선을 앞두고 각각 현금 수천만 원을 줬다는 게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수사팀은 전날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전 본부장을 3시간가량 접견해 조사한 바 있다. 윤 전 본부장을 비롯해 금품을 제공한 통일교 관계자들도 입건됐다. 경찰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만간 강제수사를 통한 증거물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품 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준비 중이다. 일부 피의자와는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특검에서 넘겨받은 각종 기록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대한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통일교 측에 재산 목록의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를 겨냥하며 종교단체 해산 필요성을 거론한 가운데, 정부가 교(敎)의 재산을 관리하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지재단’에 재산목록을 달라고 한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류상 미비한 점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윤 전 본부장은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해 ‘발 빼기’로 일관했다. 그는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다), 저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권 의원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는 기존 입장에 대해서도 “배달 사고가 있었다”며 번복하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윤 전 본부장의 폭로 이후 이 대통령이 통일교를 겨냥해 해산을 언급하고, 교단에서도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발표하는 등 압박이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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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교 재산목록 제출하라” 문체부, 재단측에 최근 요청… 李 ‘해산’ 거론 연관성 주목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통일교 측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지재단(이하 통일재단)에 재산목록의 제출을 요청한 건 통상적 업무의 일환이라고 12일 설명했다. “얼마 전 통일재단이 정관 변경 승인 신청을 해 왔고, 이를 처리하다가 필요해 목록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통일재단은 통일그룹 기업들을 총괄하는 곳으로 모나용평, 일신석재, 세일여행사, 일화 등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통일교) 선교 및 교육 사업과 이념 구현을 위한 제반 활동을 지원, 보조하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재단 소유의 토지와 건물, 기타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비영리법인으로, 문체부의 감독을 받는다. 정관상 기본 재산이 변동되거나 토지의 매각·취득 등을 하려면 법원 등기 전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서류에 미비한 점이 있기에 관련 자료를 달라고 했을 뿐이라는 게 문체부 측의 설명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재단 허가 취소 등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산목록 제출 요구가 이재명 대통령과 최휘영 문체부 장관 등이 통일교를 겨냥해 ‘해산’을 거론한 최근의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장관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종교단체는 민법에 의거해 설립, 운영되고 법을 위반하거나 공익 침해가 인정될 때는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해산시키도록 규정돼 있다”며 “공익 침해가 인정되는지 여러 사실에 대한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통일교 관계자는 “통일교 교단이 아니라 유관 기업 등을 관리하는 통일재단으로 자료 제출 요구가 온 것”이라며 “문체부가 통상적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목록을 달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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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교 의혹’ 발뺀 윤영호 “세간에 회자되는 진술한 적 없어”

    경찰이 여야 정치권 인사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피의자로 입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내사(입건 전 조사)를 벌이던 전 전 장관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일부에겐 최대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죄도 함께 적용했다. 금품을 제공한 통일교 관계자들도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수사팀은 여야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추가 접견도 준비하고 있다. 전 전 장관에게 현금 4000만 원과 까르띠에 불가리 등 명품 시계 2개를,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에겐 총선을 앞두고 각각 현금 수천만 원을 줬다는 게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수사팀은 전날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전 본부장을 3시간가량 접견해 조사한 바 있다.경찰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만간 강제수사를 통한 증거물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품 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준비 중이다. 일부 피의자와는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특검에서 넘겨받은 각종 기록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대한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통일교 측에 재산 목록의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를 겨냥하며 종교단체 해산 필요성을 거론한 가운데, 정부가 교(敎)의 재산을 관리하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지재단’에 재산목록을 달라고 한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류상 미비한 점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이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윤 전 본부장은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해 ‘발 빼기’로 일관했다. 그는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와는 전혀 (관계 없다), 저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권 의원에게 1억 원을 전달했다는 기존 입장에 대해서도 “배달사고가 있었다”며 번복하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재판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리스트’에 대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가 입을 닫았는데,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의혹까지 부인하는 듯한 증언을 한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의 폭로 이후 이 대통령이 통일교를 겨냥해 해산을 언급하고, 교단에서도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발표하는 등 압박이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조종엽 기자 jjj@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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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년 최장수 교양지 월간 ‘샘터’ 무기한 휴간

    국내 최장수 교양지 월간 ‘샘터’가 2026년 1월호(통권 671호·사진)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한다. 샘터는 10일 “스마트폰이 종이책을 대체하고 영상 콘텐츠의 수요가 활자 미디어를 뛰어넘는 흐름을 이기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샘터는 ‘거짓 없이 인생을 걸어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정다운 마음의 벗이 될 것을 다짐한다’는 취지로 1970년 4월 김재순 전 국회의장(1923∼2016)이 창간했다. 최근까지 평범한 독자들의 사연을 1만1000여 개 담아 오면서 공감을 바탕으로 감동과 웃음을 자아내는 소박한 삶의 이야기들로 사랑을 받았다. 정채봉 작가를 비롯한 유명 문인들이 연재한 글들도 화제였다. 최인호 작가의 연재소설 ‘가족’은 1975년부터 34년간, 법정 스님의 ‘산방한담’은 1980년부터 16년간 이어졌다. 수필가 피천득 선생, 장영희 교수와 이해인 수녀 등이 맑고 고운 글로 삶의 의미를 전하며 고정 필진으로 왕성히 활동했다. 한때 월 50만 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였으며 ‘어머니에게 편지 보내기’ 공모엔 한 달간 1만여 통의 편지가 날아들기도 했다고 샘터 측은 밝혔다. 정호승 시인과 한강 소설가 등이 젊은 시절 샘터 편집부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샘터는 앞서 2019년에도 한 차례 휴간 의사를 밝혔다가 독자의 기부와 기업 후원 등으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수익 악화가 계속돼 6년 만에 마침내 다시 휴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김성구 샘터 발행인은 “단행본은 계속 발행한다”며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중시하는 샘터의 정신을 계속 지켜 나갈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호는 이달 24일 발간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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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 만월대 디지털 복원, 궁궐 진화 연구 단초 마련”

    “이번 (개성 만월대) 디지털 복원을 통해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건물들의 위계와 성격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궁궐의 진화 연구를 위한 단초가 마련된 셈입니다.”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개최된 ‘개성 만월대 디지털 복원 학술대회’에서 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렇게 강조했다. 만월대는 고려 태조가 919년 송악산 남쪽 기슭에 창건한 궁궐 터. 이날 학술대회는 만월대를 디지털로 복원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시작된 사업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등이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에선 만월대 각 건물지의 지붕 형태 등 건축 고증연구가 소개되는 한편, 빌딩 정보 모델링(BIM)을 통해 만월대 건축물을 디지털로 복원한 결과물이 시연됐다. 김영재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고려 태조와 4대 조상의 초상을 모시던 장소인 ‘경령전(景靈殿)’에 대해 “평면 유구(遺構)상 전각부가 장방형이란 점을 바탕으로 맞배지붕으로 산정해 건물의 전체 형상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고려 건축물의 옛 모습을 처음으로 디지털 복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요근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는 “글과 사진 자료로 한정됐던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의 성과를 디지털 공간에서 입체적인 형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과 도전성을 지닌 작업”이라며 “고려 궁궐과 건물지 연구, 나아가 고려시대사 연구의 심화와 저변 확대에 동력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다만 유구만 남아 실존했던 건물과 일치하는지 명확히 검증할 수 없다는 점, 2019년 이후 남북 교류 중단으로 현장 방문 및 북한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건축 분야에서 만월대 고려 궁궐 전각의 복원 설계 방향, 단청 복원, 건물지의 속성과 해석의 단서 등을 조명한 발표도 이뤄졌다. 역사 분야에선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조사와 남북 교류, 고려시대의 개경과 경기, 개경의 의례 등의 주제를 다뤘다. 고고·미술 분야에선 만월대 건물지 출토 와전(瓦甎) 및 청자 등에 관한 발표가 진행됐다. 디지털 복원 사업은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성과를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돼 최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향후 관련 연구 총서를 발간하고, 시민용 공공 콘텐츠도 제작할 방침이다.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은 2005년 실무협의를 시작으로 2007∼2018년 진행됐다. 남북 관계에 따라 일시 중단과 재개가 되풀이됐지만 만월대 전각 등의 유구를 확인했고, 2015년엔 금속활자를 발굴하고 개성에서 전시회와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정태헌 전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만월대 공동 발굴은 남북 관계나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햇수로 12년이나 지속했다”며 “평화와 공존, 번영의 공감대를 확산시킨 의의를 되살려야 한다”라고 했다. 학계에선 남북 관계가 개선돼 공동 발굴이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0월 “문화유산 분야 남북 협력사업 재개를 위해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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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위성 수만 개… ‘교통정리’ 안되는 우주

    현대 로켓과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소련 항공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는 적도 위에 높은 탑을 세워 우주로 나아가는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상상한 것이다. 높이 3만5786km 지점에 위성을 띄워 케이블을 내리면 엘리베이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 높이에선 인공위성의 공전 속도와 지구의 자전 속도가 같기 때문이다. 이 ‘정지궤도’의 위성은 특정 경도 상공에 머무르면서 대륙 규모의 커버리지를 갖는다. 주파수 등의 간섭 없이 정지궤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위성의 수는 한정돼 있으므로 오늘날 각 나라와 기업들이 정지궤도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고도 500∼2000km의 저궤도도 문제다. 저궤도는 통신이나 관측, 과학 실험이 주로 이뤄지는 영역인데, 위성이 많아도 너무 많다. 스타링크는 위성 4만2000기, 윈웹은 6000여 기,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와 중국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 첸판은 1만5000기의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다간 충돌로 발생한 우주 쓰레기가 다시 충돌 가능성을 높이며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케슬러 신드롬’이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인 저자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우주 개발 경쟁의 실태를 조명한 책이다. 우주의 교묘한 무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우주전의 연관성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능동적 제거 기술은 우주 안보 측면에서 국방 기술의 하나로 접근되고 있다. … 타국의 인공위성을 고의적으로 제거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데 있어서 명확한 책임과 의도를 드러내줄 제도의 마련이 필요해진다.”(6장에서) 최근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우주 산업 경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저자는 “우주 기술의 독점과 종속은 지금의 불균형 문제를 넘어 미래세대의 주권적 선택지를 제한하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우주 개발의 기술 주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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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조종엽]뉴스와 경쟁하는 AI 모델의 뉴스 학습은 ‘공정 이용’ 아니다

    “영리적으로 (AI를 개발)하려는 민간회사 입장에선 (공정이용이 인정)되는 게 거의 없지 않느냐…. 제대로 본 겁니다.” 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안내서) 설명회를 열었다. 안내서 초안의 검토에 참여한 최진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는 설명회 막바지 현장에서 나온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공정이용은 특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저작권법 조항이다. 이 안내서는 AI 개발 시 저작물 학습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예시로 ‘공공데이터 기반 비영리 AI’ ‘오픈액세스 논문으로 과학기술 요약 AI’ ‘이공계 논문의 데이터분석 AI’ 등을 제시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체로 비영리 목적이다. 이에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는 질문이 나오자 내놓은 답이었다. 최 교수의 답변 논지를 따라가 보자. 저작권은 잉여 이익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다룬다. AI 개발도 마찬가지다. AI가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면 그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도 논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한데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은 분배 비율이 ‘100 대 0’이다.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만 하면 AI 개발의 원자재를 공급한 창작자들에겐 돌아가는 몫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공정이용이 폭넓게 인정되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창작자의 권리라는 가치만큼이나 AI 산업의 성장 기회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안내서는 ‘거래 활성화’와 ‘저작권 권리정보 제공, 유통 플랫폼 구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AI의 학습 데이터가 되는 저작물을 합리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뜻이다. AI에 앞서 빅데이터가 ‘산업의 쌀’로 주목받을 당시 관련 산업의 도약을 위해선 데이터 거래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과 결이 같다. 하지만 실정은 어떠한가. 당장 포털 네이버에 최근 주요 이슈를 검색하면 언론 보도에 앞서 ‘AI 브리핑’의 내용 요약이 맨 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대강만 살펴봐도 개방된 공공데이터만을 학습해 내놓은 답변으로 보이진 않는다.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가 뉴스 기사의 주요 내용을 무단 복제·요약·재구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AI가 원저작권자의 시장을 침해한다는 측면 등에서 이번 안내서가 제시한 ‘공정이용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1번 예시와 별로 다름이 없다. 네이버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뉴스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것도, “뉴스가 AI 학습과 개발에 필요한 가장 고품질 데이터”라는 것도 인정했지만 정작 뉴스 데이터를 얼마나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꽁꽁 숨기고 있다. 국내 손꼽히는 빅테크 기업의 태도가 이런 식이니, AI 학습 데이터 거래 시장의 활성화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밥을 지어 팔려면 쌀값은 치르는 게 상식이다. 학습 데이터 거래 시장이 활성화돼야, 스타트업이 AI를 개발하는 단계에선 데이터에 대해 대가를 적게 치르더라도 나중에 AI 모델이 상용화되면 제대로 보상하는 식의 거래도 가능해진다. 무턱대고 ‘공짜로 쓰겠다’는 건 창작자와 저작권자의 반발을 불러올 뿐이다. 개발사들도, 그렇게 개발된 AI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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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무단 추출해 AI 학습, 공정이용 인정 어려워”

    포털 기업이 언론사의 허락 없이 뉴스 기사를 크롤링(웹페이지에서 데이터 추출)해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킨다면 저작권법상 ‘공정이용(fair use)’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안내서(가이드라인)를 이달 안에 정식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4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 초안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공정이용은 특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도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문체부에 따르면 기사 요약을 제공하는 ‘AI 상업 서비스’는 목적이 뉴스 제공으로 언론사와 마찬가지다. 이러한 뉴스엔 기자의 해석과 논평 등이 담겨 있는 데다, AI가 언론사의 영역을 침범해 경제적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저작물을 무단 수집하고, 저작물 전체를 AI 학습에 사용했다면 이 역시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불리하다.이날 공개한 안내서 초안에 따르면 비슷한 이유로 에듀테크 기업이 교과서나 문제집 등을 만들기 위해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 및 강의 자료를 AI에 학습시키는 사례도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설령 자료를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AI의 목적이 원저작물과 같고 출판사의 교육·문제집 시장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료 사이트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대량으로 크롤링하고 학습시켜 이미지 생성·판매 AI를 개발하거나, 인기 가수의 음반 수천 곡을 학습시켜 AI 커버곡 생성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내서 초안에는 “공정이용에 해당이 되는지는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 종류·용도 △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 이용이 그 저작물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 담겼다. 안내서 초안은 ‘AI-저작권 제도 개선 워킹그룹’ 특별분과의 검토를 거쳐 마련됐다. 특별분과에 참여한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설명회에서 “AI의 학습이라고 해서 ‘공정이용’ 조항을 고무줄처럼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적이거나 기능적인 저작물을 이용해 개발한 (AI의) 경우 (원저작물) 전체를 사용하거나 목적이 원저작물과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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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기사 크롤링 통한 AI 학습은 ‘공정이용’ 아냐”

    포털 기업이 언론사의 허락 없이 뉴스 기사를 크롤링(웹페이지에서 데이터 추출)해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킨다면 저작권법 상 ‘공정이용(fair use)’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안내서(가이드라인)를 이달 안에 정식으로 발간할 예정이다.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4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 초안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공정이용은 특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도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가리킨다.문체부에 따르면 기사 요약을 제공하는 ‘AI 상업 서비스’는 목적이 뉴스 제공으로 언론사와 마찬가지다. 이러한 뉴스엔 기자의 해석과 논평 등이 담겨 있는 데다, AI가 언론사의 영역을 침범해 경제적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저작물을 무단 수집하고, 저작물 전체를 AI 학습에 사용했다면 이 역시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불리하다.이날 공개한 안내서 초안에 따르면 에듀테크 기업이 교과서나 문제집 등을 만들기 위해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 및 강의 자료를 AI에 학습시키는 사례도 마찬가지다. 설령 자료를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AI의 목적이 원 저작물과 같고 출판사의 교육·문제집 시장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료 사이트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대량으로 크롤링하고 학습시켜 이미지 생성·판매 AI를 개발하거나, 인기 가수의 음반 수천 곡을 학습시켜 AI 커버곡 생성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공정이용으로 보기 힘들다.정리하면 △AI 학습 행위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면서 △이용 목적의 ‘변형성’이 없고 △사회적·공익적 목적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영리 목적인 경우 공정이용이 인정되기 어렵다. 또 불법적으로 취득한 저작물이나 이용 허락이 명확하지 않은 저작물을 학습데이터로 이용하는 경우 권리자의 이용 허락 기회를 침해하므로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안내서 초안은 밝혔다.공정이용을 인정받기 유리한 경우는 이와는 반대다. △AI 학습 행위가 권리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학습에 이용된 저작물이 원저작물의 이용 목적·성격과 다른 경우다. △학습에 사용된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취득했고 △원저작물과 동일한 결과물이 생성되지 않도록 한 경우 △AI 모델로 생성된 결과물이 원저작물의 판매 등 경제적 손해를 끼치지 않았거나 △저작권자의 이용 허락의 기회를 훼손하지 않았다면 공정이용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한다.안내서 초안에는 “공정이용에 해당이 되는지는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 종류·용도 △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 이용이 그 저작물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 담겼다.이번 안내서 초안은 ‘AI-저작권 제도 개선 워킹그룹’ 특별분과의 검토를 거쳐 마련됐다. 특별분과에 참여한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설명회에서 “AI의 학습이라고 해서 ‘공정이용’ 조항을 고무줄처럼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적이거나 기능적인 저작물을 이용해 개발한 (AI의) 경우 (원저작물) 전체를 사용하거나 목적이 원저작물과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공정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박 교수는 “공정이용에 해당하더라도 저작권법 상 (사용한 자료의) 출처는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저작권위는 10월 13일부터 11월 2일까지 AI 개발사와 창작자, 권리자 단체 등으로부터 70건의 의견을 수렴했다. 권리자는 “(AI 개발사는) 학습에 이용된 저작물을 공개해야 하며, 정당한 대가가 지급돼야 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걸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AI 개발사는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 허락 시장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안내서 초안은 밝혔다.이날 설명회엔 창작자와 저작권 단체, AI 개발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석원 저작권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학습과 관련해 권리자와 AI 개발사 간의 분쟁이 74건 진행 중”이라며 “안내서가 창작 생태계와 AI 기술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문체부와 저작권위는 인공지능업계, 권리자단체, 학계, 법조계, 관계부처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워킹그룹의 특별분과엔 최승재 교수와 박준우 교수 외에도 이규홍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부장판사), 김민정 인천지방검찰청 공판송부2부장검사, 임상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이철남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철 상명대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최진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 및 문체부와 저작권위의 담당 국장·본부장 등 18명이 참여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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