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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에 모든 걸 폭력으로 파괴하고 이념을 이루겠다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타협안을 조금씩 만들어 나가는 게 더 나은 길 아닐까요.” 이달 정년 퇴임하는 주경철 서울대 역사학부 교수(66)에게 ‘성숙한 발전의 길’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앙시앵레짐(구체제)을 깨뜨린 ‘혁명의 나라’ 프랑스 역사를 포함해 서양 근대사를 평생 연구한 학자의 답이라기엔 너무 온건한 게 아닐까. 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주 교수는 “프랑스 혁명 당시 지방 세력이나 반혁명 분자로 몰렸던 이들에게 혁명은 굉장히 끔찍하고 가혹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오늘날까지도 거론하길 꺼리는 ‘방데 반란’도 그중 하나다. 왕당파 농민군을 진압하던 혁명군은 중서부 방데 지역을 초토화하면서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주민을 학살했다. 2년 동안 13만 명이 희생된 이 사건은 제노사이드(genocide·특정 집단에 대한 대학살)로 규정되기도 한다.“오늘날엔 파리 혁명가 집단이 내세운 민주주의와 민족주의가 현대성과 미래로 나아가는 발전의 길이라고 보지만, 당시 프랑스의 각 지방이 쌓아온 지방 제도, 문화, 현실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현실에서도 이 같은 ‘역사의 복합성’을 이해하면서, 덜 고통스럽고 부작용이 적은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 주 교수는 “프랑스 혁명이 배고픈 이들이 참다 참다 봉기한 사건이란 이미지가 강한데, 사실은 번영이 지속되다가 흐름이 꺾이는 시기에 강한 반발이 일어나는 ‘발전의 끝’이 기본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최근 통사(通史)인 ‘주경철 프랑스사’(휴머니스트)를 출간했다. 역사학계에서 통사는 해당 분야의 ‘대가’만이 쓸 수 있다고들 말한다. 기존 프랑스사 입문서로는 앙드레 모루아(1885∼1967)의 ‘프랑스사’가 널리 읽혀 왔지만 다소 낡은 게 사실. 주 교수는 “프랑크족은 현지에 살던 이들이 로마를 추종하면서 정체성을 형성했다는 것이 요즘 연구인데, 먼 데로부터 이주해 왔다는 1980년대식 학설이 아직까지 우리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했다. 주 교수는 서구의 해양 팽창 등에 천착하며 해양사를 학과 전공과목으로 개설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공저한 ‘글로벌 패권의 미래’(아카넷) 서문에선 “한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서 성장했지만, 미국 상황은 이전 같지 않은 데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한국 내 사회 불안을 촉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중세 말 근대 초의 베네치아나 17, 18세기 네덜란드는 경제 번영과 뛰어난 문화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발휘했어요. 그를 참고해 부드러운 헤게모니를 발휘하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끄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인문학의 위기’를 묻자 “인문학자가 정신 차려야 한다”고 답했다. ‘왜 인문학을 찾지 않느냐’고 물을 게 아니라, 인문학이 사회과학과 과학기술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얘기다. 학술서와 교양서 등 20여 권을 낸 그는 “구미와 일본 등에선 전문 연구를 대중이 소화하기 쉽게 전달하는 분야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며 “연구뿐만 아니라 격조 있는 대중화(오트 뷜가리자시옹·haute vulgarisation)’도 목표였다”고 했다. 퇴임 뒤엔 중학생 정도의 독자를 염두에 둔 교양 세계사를 구상하고 있다.“세계 의식을 갖고, 세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알고 나아가야 하는데, 초중고교에 세계사 교육이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실정입니다. 짧게 압축하다 보니 암기 위주가 되고, 역사가 지겨운 게 돼 버렸어요. 큰일입니다. 학생들도 역사의 재미에 눈뜨길 바라요.”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마흔아홉 살 베키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자녀를 돌보는 등의 일상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자기 몸도 안 챙긴다. 만사에 의욕이 전혀 없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게으르다’고 타박하겠지만 베키는 사실 헌팅턴병을 앓고 있다.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이 병이 발병하면 뇌의 변성 탓에 무언가를 하려는 동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뇌 바닥핵과 관련된 영역의 손상이 보상, 선택, 행동, 노력 등 의사 결정을 관장하는 신경 체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590년 색욕, 탐식, 탐욕, 나태, 분노, 질투, 교만 등 7가지를 대죄(大罪)로 꼽았다. 하지만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신경학 교수인 저자는 이런 ‘나쁜 행동’이 뇌의 이상 등 생물학적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역설한다. 책엔 질병, 사고를 겪었거나 환경의 영향으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사례가 줄줄이 나온다. 유전자 이상으로 뇌에서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농도가 대폭 증가하는 탓에 쉽게 폭력적으로 행동하며,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분노). 학대나 방치 등으로 인한 아동기의 스트레스는 나중에 자기애적 인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데, 특히 ‘취약형 나르시시스트’는 특권의식과 열등감, 수치심뿐 아니라 질투심이 매우 강하다(질투).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여성은 뇌졸중을 겪은 뒤 의료진에게 끊임없이 성적 어필을 한다(색욕).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의 견해, 행동, 성격, 즉 본질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것은 그저 뉴런, 신경전달물질, 수조 개의 시냅스의 함수”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그저 ‘뇌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면 자유의지와 선악이 설 곳은 어디일까,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일까. 저자는 자신도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용서하거나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보다는 행동의 특성과 기원을 탐구하면 세상을 좀 더 낫게 바꿀 수 있고, 환경은 다시 우리의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치다’ 등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들이 본래 의미를 넘어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립국어원은 전국 만 15세~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관련 대면 설문 조사를 정리해 ‘2025년 국어 사용 실태 조사(의미)’ 결과를 5일 발표했다.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조사 결과 ‘고구마’와 ‘사이다’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본래 의미 외에 다른 뜻으로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마’를 ‘답답한 상황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6.8%, ‘사이다’를 ‘답답한 상황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사용한다는 응답은 71.5%에 달했다. 세대별로는 두 표현 모두 20대에서 새로운 의미 사용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60대에서는 각각 38.9%와 50.9%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감성’은 원래 ‘인간이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대상의 분위기를 평가하는 표현으로 더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실제로 ‘감성’을 ‘감성 카페’ 등 ‘특정 대상이 풍기는 특별한 분위기나 느낌’으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70.2%로 나타나, 새로운 의미가 일상어로서 상당 부분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이번 조사에서는 개인의 강한 만족감이나 인상적인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부정적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는 양상도 확인됐다. ‘미치다’를 ‘사람이나 사물, 현상 따위가 아주 대단하고 훌륭하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의 부정적 의미와는 다른 용법이 상당 수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국어원은 “이는 부정적 의미를 지닌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긍정적 의도를 극대화하는 표현 방식으로,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표현 전략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국립국어원은 “시대가 변하면서 일상 속 단어의 의미도 함께 변한다는 걸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실제 언어 사용 양상을 조사하여 국어의 변화 방향을 파악하고, 그 결과를 국어사전 기술 및 국어 정책 수립 등에 적극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반도에서 북한 금수산태양궁전 정도를 제외하고 가장 정치적인 공간이 청와대에서 경복궁을 거쳐 현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지는 축이다. 왕이 광화문 북쪽에서 ‘남면(南面)’해 정사를 보던 시절을 지나 근현대에도 광화문은 민중을 대하는 권력의 파사드(facade·건물의 정면) 성격이 강했다. 위정자들은 광화문과 그 앞 대로(광장)에 변화를 주며 ‘세상이 달라졌음’을 천명하고자 했다. 광화문 현판의 우여곡절도 맥을 같이한다. 알려져 있듯, 현판 글씨는 훈련대장 임태영의 한자 ‘光化門’(1867년)→박정희 대통령의 한글 ‘광화문’(1968년)→한자(2010년)로 바뀌었다. 2005년엔 ‘개혁군주 정조 글씨 집자(集字)’ 주장으로 논란이 일었고, 2010년 내건 새 현판은 여러 차례 갈라졌고 바탕색과 글씨 색도 잘못됐다. 모두 당시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광복절 기념식에 맞춰 새 현판을 제막하려던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지난달 20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한글 현판 추가 설치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는데, 거기에도 그런 측면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올해가 한글날의 효시인 가갸날 선포 100주년으로…이번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면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장관의 보고에서 ‘이번에’가 귀에 ‘턱’ 하고 걸린 건 사실이다. 문맥상 ‘올해’로 들리는 탓이다. 국가유산청에 미리 켜 놓은 현판용 자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무를 제대로 말리는 데만 수 년이 걸린다는 걸 우린 앞선 실패에서 배웠다. 문체부 측이 “구체적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한 만큼 서두르다 새로운 논란을 만드는 일은 부디 없길 바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한글 현판 추가 설치 제안에 공감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문화유산 관련 학계에선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 전통 사상과 현대의 연속성을 탐구하는 한 학자는 기자에게 “한글로 뭔가를 새로 쓴다면 옛 문(門)의 이름보단, 미래 가치를 담은 문구를 광장에 장식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기존의 현판 관련 논의는 문화유산의 원형 복원에 대한 입장뿐 아니라 정치적 좌우, 전통과 박정희 시대를 바라보는 가치관 등에 따라 온갖 의견이 뒤얽힌 면이 있다. 지금의 한자 현판은 ‘원형대로 바꾸는 게 그나마 반대가 적어서’ 결정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기존 현판을 내리는 것도 아니고 하나를 더 거는 정도라면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이냐 훼손이냐’ 하는 이분법적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음 달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 ‘아리랑’이 열리는 등 점점 더 우리 문화를 상징하는 주요 공간으로 변모할 광화문이니, 문화유산의 ‘활용’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정원 국립한글박물관장은 “비티에스(BTS)가 광화문 담장을 미디어 파사드로 연출한다는데, 한글도 활용해서 세계에 그 아름다움을 알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경복궁은 한글이 창제된 곳이고, 광화문과 한글은 일제강점기 함께 수난을 겪었다. 한글 사랑이 곧 배타적 국수주의와 등치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을 들여 차분히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우선이다.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2028년까지 ‘방한객 3000만 명’을 달성하겠습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사진)이 취임 약 한 달 만인 2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30년 ‘해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2년 앞당겨 자신의 3년 임기 내에 이루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3000만 명은 지난해 방한객(1894만 명)보다 58.4% 늘어난 수치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관광공사 해외 지사 등이 마케팅을 해 왔지만, 앞으론 관광공사 본사가 세계적 호텔 체인과 대형 항공사 본사, 글로벌 온라인 여행기업(OTA·Online Travel Agency) 등과 직접 협상하고 제휴해 관광객을 모으고 수용 인프라도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제일기획 글로벌부문장 출신인 박 사장은 “한국의 관광대국 도약 여부는 글로벌 마케팅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며 “30년 넘게 세계 시장을 무대로 마케팅을 했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K컬처 연계 관광 상품을 통해 새로운 방한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대한민국 곳곳의 명소를 발굴하는 ‘주제별 명소 발굴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공사와 민간 플랫폼, 소셜데이터 등을 분석해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테마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관광공사 사장은 2009년 이참 사장부터 직전 김장실 사장까지 대선 캠프나 정치권 출신 인사가 임명돼 왔다. 박 사장은 “난 정치권과 어떤 인연도 없는 마케팅 전문가”라며 “임기 내에 관광을 (외화 획득 규모 측면에서 국내) 3위권 산업으로 도약시키는 데 전념하겠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028년까지 ‘방한객 3000만 명’을 달성하겠습니다.”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취임 약 한 달 만인 2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30년 ‘해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2년 앞당겨 자신의 3년 임기 내에 이루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3000만 명은 지난해 방한객(1894만 명)보다 58.4% 늘어난 수치다.박 사장은 이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관광공사 해외 지사 등이 마케팅을 해 왔지만, 앞으론 관광공사 본사가 세계적 호텔 체인과 대형 항공사 본사, 글로벌 온라인 여행기업(OTA·Online Travel Agency) 등과 직접 협상하고 제휴해 관광객을 모으고 수용 인프라도 갖추겠다는 설명이다. 제일기획 글로벌부문장 출신인 박 사장은 “한국의 관광대국 도약 여부는 글로벌 마케팅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며 “30년 넘게 세계시장을 무대로 마케팅을 했던 노우하우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K컬처 연계 관광 상품을 통해 새로운 방한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대한민국 곳곳의 명소를 발굴하는 ‘주제별 명소 발굴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공사와 민간 플랫폼, 소셜데이터 등을 분석해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테마를 발굴하겠다”며 “대표 명소를 선정해 지역의 볼거리, 즐길 거리를 새롭게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관광 안내체계는 ‘인공지능(AI) 기반 단일 안내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다국어 통합 안내 챗봇인 ‘AI 여행비서’도 개발한다.그간 관광공사 사장은 2009년 이참 사장부터 직전 김장실 사장까지 대선 캠프나 정치권 출신 인사가 임명돼 왔다. 박 사장은 “난 정치권과 어떤 인연도 없는 마케팅 전문가”라며 “임기 내에 관광을 (외화 획득 규모 측면에서 국내) 3위권 산업으로 도약시키는데 전념하겠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1486년 ‘물의 도시’ 베네치아 인근 유리 공예의 심장인 무라노섬. 유리 공방(工房) 집안의 딸인 아홉 살 오르솔라 로소는 오빠에게 떠밀려 물에 빠지고, 경쟁 공방인 바로비에르가(家)의 작업장에 슬그머니 들어가 용광로 앞에서 몸을 말리게 된다. 그리고 너른 어깨, 이마, 심지어 핀을 꽂아 틀어 올린 회색 머리카락의 모양까지 ‘모든 것이 네모 형태로 각진’ 마리아 바로비에르를 보게 된다. 마리아는 전용 소형 용광로를 세우고 특별한 장식 구슬을 생산할 수 있는 허가를 가진 여자였다. “자기만의 용광로를 운영할 수 있는 여자”는 새로운 현상이었고, “세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건”이었다.‘진주 귀고리 소녀’(1999년)의 작가가 쓴 장편 소설이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1655년)는 원래도 명화였지만 작가의 소설과 소설에 바탕을 둔 영화(2003년)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바 있다. 예술가와 그가 살았던 시대를 되살리는 게 특기인 작가는 이번 소설에선 베네치아와 유리 공예가들의 삶을 손에 잡힐 듯 그려냈다.“그들은 녹은 유리구가 끝에 달린 펀티(punty)라고 하는 긴 철제 막대를 용광로에 넣었다 빼기도 했고, 유리구를 돌리거나 그걸 평평한 성형판 위에 굴리고, 다양한 형태의 주형에 끼워 넣기도 했으며…모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 한가운데에는 마에스트로가 작업대에 앉아 있었다. …오르솔라는 이 특별히 웅웅대는 에너지를 익히 알았다.”(제1부 ‘술잔, 구슬, 그리고 돌고래’에서) 소설 속 시간의 흐름이 특별하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출발한 소설은 ‘조약돌로 물수제비를 뜨듯’ 시간을 건너뛰면서 계몽주의 시대를 거쳐 베네치아가 세계적 관광지가 된 2019년까지 이어진다. 오르솔라는 전쟁과 역병을 겪으면서도, 고달픈 생활 속에서 치열하게 기술을 연마해 나간다. 마리아 바로비에르 등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과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들이 어우러지며 엮어가는 정교한 서사시가 매력적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공동위원장 박진영 최휘영)는 29일 세계 대중문화 산업을 이끄는 전문가 5인을 임기 2년의 특별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위촉된 위원은 마이클 라피노(Michael Rapino) 라이브 네이션 회장과 몬테 립먼(Monte Lipman) 리퍼블릭 레코즈 회장, 무라마쓰 슌스케(村松俊亮)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재팬 회장, 제이 펜스케(Jay Penske) 펜스케 미디어 코퍼레이션 회장 겸 최고경영자, 프레드 데이비스(Fred Davis) 레인그룹 파트너 겸 음악 부문 글로벌 공동대표 등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앞으로 공연과 스포츠 경기의 암표를 팔다가 적발되면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9일 밝혔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재판매 목적으로 표를 사서 상습적으로 또는 영업 목적으로 구입가보다 비싸게 파는 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암표로 얻은 수익은 모두 몰수하거나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징한다.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도 암표 방지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할 의무가 새로 부과됐다. K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고의적인 저작권 침해는 손해액의 5배까지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불법성이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돼 긴급 조치가 필요한 저작권 침해 사이트는, 적발 즉시 문체부 장관이 망사업자에게 접속 차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차단제’가 신설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앞으로 공연과 스포츠 경기의 암표를 팔다가 적발되면 최대 50배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9일 밝혔다.개정된 법에 따르면 재판매 목적으로 표를 사서 상습적으로 또는 영업 목적으로 구입가보다 비싸게 암표를 파는 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암표를 확보하기 위해 매크로(반복 작업 자동 수행)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는 상관이 없다. 기존 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해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암표로 얻은 수익은 모두 몰수하거나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징한다.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도 암표 방지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할 의무가 새로 부과됐다. 암표를 신고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한 사람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문체부는 “암표 거래 등 불법행위의 내부자와 이용자 제보를 유도함으로써 행정기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음성적 거래를 더욱 효과적으로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K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고의적인 저작권 침해는 손해액의 5배까지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불법성이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돼 긴급 조치가 필요한 저작권 침해 사이트는, 적발 즉시 문체부 장관이 망사업자에게 접속 차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차단제’가 신설됐다.저작권 침해 사범에 대한 형사처벌 기준도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된다. 불법복제물에 접근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영리적으로 운영하거나, 이러한 사이트에 영리적 목적으로 링크를 게시하는 행위도 처벌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 저작권법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개정 법률은 콘텐츠의 불법 유통과 암표 문제를 해소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장례는 시신을 처리하고,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상처를 치료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장례는 접객과 음식 대접이 우선되고, 장례식장 측의 판에 박힌 프로그램에 갇혀 진행되고 있어요.”‘2026 장례 패러다임 변화 #1’ 세미나를 22일 개최한 을지대 죽음문화연구소의 김시덕 소장(사진)은 “장례식장 문화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됐지만 여전히 장례의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획일적이고, 상업적 이익 중심으로 구조가 짜인 ‘공장식 장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이벤트를 하려고 해도 장례식장에 마땅한 공간이나 장비가 없을뿐더러, 식장 측이 ‘일이 많아진다’며 못 하게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생전 장례식’ 등 장례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생전 장례식은 육체와 정신이 비교적 건강할 때 지인들을 모아 잔치 등의 형식으로 치르는 것이다. 의미 있는 물건 또는 편지를 교환하거나 공연을 벌이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삶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사람이 지인들로부터 평가를 들으며 인생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사망했을 때는 따로 장례식은 치르지 않고 가족들끼리 마무리한다. 김 소장은 “생전 장례식을 하신 분들은 마음이 편해졌는지, 하고 나서 더 오래 사셨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장례가 우울하고 슬프고 어두운 의례가 된 건 일제강점기에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부터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진도 ‘다시래기’ 마당굿은 빈소 앞마당에서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연극을 합니다. 우리 전통 장례는 물론 울음도 있지만, 한쪽에서 웃음이 같이 존재해도 문제가 없었어요.”‘조문객 없는 가족장’도 새롭게 확산되는 문화다. 하지만 김 소장은 “요즘 ‘무빈소장’, ‘후불식 상조’라며 저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곳이 늘었다”며 “실제론 각종 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미나에선 공영장례 전용 빈소 등 공공 장사시설의 역할, 수목장·산분장·펫(Pet) 장례시설의 도입, 인공지능(AI) 시대 장례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 3일에 박장범 KBS 사장(당시 사장 내정자)이 미리 연락을 받고 계엄 선포 중계방송을 준비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제1노조)는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내란 직후 KBS 내부에 내란 정권과 결탁해 계엄방송을 미리 준비한 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의혹의 전말을 풀 큰 실마리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노조의 성명에 따르면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 23분 KBS는 지상파 가운데 유일하게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를 적시에 맞춰 방송했다. 계엄 당일 저녁 최재현 당시 KBS 보도국장은 퇴근했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와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동향 확인을 지시했으며, 평소 들어가지 않던 뉴스 부조정실에 들어가 신호 수신 여부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슨 일이냐’는 질문엔 ‘안보 관련’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계엄 선포 2시간 전쯤 대통령실로부터 계엄방송을 준비하라는 언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최 국장은 “대통령실 인사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2024년 12월 6일 해명한 바 있다.하지만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적 끝에, 최재현 당시 국장에게 전화한 주인공이 박장범 현 KBS 사장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노조는 “박 사장은 사장 내정자 신분으로 방송 편성과 관련한 어떠한 권한을 가지지 않은 위치였음에도, 권력자 누군가의 연락을 받아 최 국장에게 대통령 담화방송 준비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며 “대통령실 관계자가 박 사장에게 연락했다면 방송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해사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박 사장과 최 국장 역시 공범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다만 노조는 계엄 선포가 임박한 시점 박 사장 내정자와 최 보도국장의 전화 통화 여부를 어떤 경로로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노조는 또 “계엄 당일 코리아풀을 통해 대통령 담화가 공식적으로 예고된 것이 밤 9시 18분이었지만 그보다 이른 밤 8시 40분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22시 KBS 생방송’을 들었고, 밤 9시쯤에는 한덕수 전 총리도 같은 내용을 들었다”며 “이 역시 KBS 내부의 누군가에게 담화 생방송을 지시했고, 수행하겠다는 회신을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박 사장은 내란의 밤, 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의 연락을 받았고, 최 국장에게는 뭐라 얘기했는지 밝히라”고 촉구했다.KBS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며 “내란 특검과 경찰에서 이미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했지만, 사실로 밝혀진 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오늘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향후 법적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박 사장은 지난해 8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부 인사가 비상계엄에 대한 사전 협의나 공모, 인지를 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회사 차원 진상조사를 했나’라는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답한 바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장례는 시신을 처리하고,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상처를 치료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장례는 접객과 음식 대접이 우선되고, 장례식장 측의 판에 박힌 프로그램에 갇혀 진행되고 있어요.”‘2026 장례 패러다임 변화 #1’’ 세미나를 22일 개최한 을지대 죽음문화연구소의 김시덕 소장은 “장례식장 문화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됐지만 여전히 장례의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획일적이고, 상업적 이익 중심으로 구조가 짜인 ‘공장식 장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이벤트를 하려고 해도 장례식장에 마땅한 공간이나 장비가 없을뿐더러, 식장 측이 ‘일이 많아진다’며 못하게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김 소장은 ‘생전 장례식’ 등 장례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생전 장례식은 육체와 정신이 비교적 건강할 때 지인들을 모아 잔치 등의 형식으로 치르는 것이다. 의미 있는 물건 또는 편지를 교환하거나 공연을 벌이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삶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사람이 지인들로부터 평가를 들으며 인생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사망했을 때는 따로 장례식은 치르지 않고 가족들끼리 마무리한다. 김 소장은 “생전 장례식을 하신 분들은 마음이 편해졌는지, 하고 나서 더 오래 사셨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장례가 우울하고 슬프고 어두운 의례가 된 건 일제강점기에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부터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진도 ‘다시래기’ 마당굿은 빈소 앞마당에서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연극을 합니다. 우리 전통 장례는 물론 울음도 있지만, 한쪽에서 웃음이 같이 존재해도 문제가 없었어요.”‘조문객 없는 가족장’도 새롭게 확산되는 문화다. 하지만 김 소장은 “요즘 ‘무빈소장’, ‘후불식 상조’라며 저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곳이 늘었다”며 “실제론 각종 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세미나에선 공영장례 전용 빈소 등 공공 장사시설의 역할, 수목장·산분장·펫(Pet) 장례시설의 도입, 인공지능(AI) 시대 장례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 소장은 “후속 세미나를 통해 장례방법의 변화 등 새로운 장례문화를 위한 문제제기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위업을 이룬 것도 아닌 평범한 개인의 일기나 회고록, 편지, 재산분할 기록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미시사(微視史) 연구자에겐 훌륭한 사료가 된다. 이탈리아 역사학자가 토스카나의 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한 기록을 토대로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까지의 ‘브라치 캄비니’라는 가문의 역사를 재구성한 책이다.“그녀는 내가 지정한 유언 집행인의 도움을 받을 것이며, 나는 그녀가 언제나 그랬듯이 따뜻하고 진실한 부부간의 사랑을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이어갈 것이라고 믿는다.”(2부 ‘안토니오 마리아와 안나의 사교 그리고 루소리오의 결혼’에서) 책이 다루는 이 가문의 3대인 루소리오가 남긴 유언장의 일부로, 그가 부인 테레사에 대해 가진 생각을 알 수 있다. 사소한 내용 같지만 저자는 루소리오가 유산 분할에서 홀로 남을 아내의 삶을 확실히 보장하려고 했다는 데 주목했다. 형의 두 아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루소리오는 부계 친족에게 유산 상속의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고 당시 관행보다 훨씬 많은 대부분의 재산을 부인에게 남겼다. 저자는 여기서 가문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귀족들의 ‘가문의 논리’가 계몽주의의 확산 속에 흔들리고 있었음을 포착해 낸다. 가문의 경제적 부를 유지하기 위해 차남 이하의 아들은 결혼도 하지 않는 등 재산의 분할을 막는 걸 뭣보다 우선시했던 과거의 관행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던 것. ‘이익과 애정 사이’, 근대인의 감성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생생하게 조명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정부가 서울 광화문에 한글로 된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광화문 현판 교체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보고했다. 최 장관은 “광화문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대사의 역동적인 상징이고 현재진행형”이라며 “한자(현판)도 있지만 한글도 있게 해서 상징성을 부각시키자는 뜻”이라고 했다. 최 장관이 보고한 방안에 따르면 기존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되,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는 방식이다. 최 장관은 “한글 현판 추가 설치는 (한자 현판) 원형을 지키면서 시대적 요구도 포용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등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 추진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현판은 그간 여러 차례 교체돼 왔다. 광화문이 6·25전쟁 때 불타며 현판도 전소했다가, 1968년 복원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걸렸다. 2010년 광화문 원형 복원 때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해 한자 현판을 달았으나 3개월 만에 갈라졌다. 2012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문화재위원회(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새로운 현판은 한자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걸려 있는 현판은 잘못된 바탕색과 글씨 색을 수정하고 2023년 10월 새로 내건 것이다. 2024년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최응천 당시 국가유산청장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도 “취지와는 별개로, 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문화유산 복원 및 보존 원칙에 이 같은 변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광화문에 한글로 된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국무회의에서 “광화문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대사의 역동적인 상징이고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한자(현판)도 있지만 한글도 있게 해서 상징성을 부각시키자는 뜻”이라며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최 장관은 기존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최 장관은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이자 한글날의 효시인 ‘가갸날’ 선포 100주년”이라며 “한글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면, 원형을 지키는 정신에 더해 한글현판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요구도 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광화문은 6·25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가 1968년 콘크리트로 복원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걸렸다. 2010년 광화문 원형을 복원하면서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해 한자 현판을 달았으나 3개월 만에 갈라졌다. ‘새 현판은 한글로 써 달자’는 한글 단체의 주장이 나왔지만 2012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문화재위원회(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기존대로 한자 현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금 걸려 있는 한자 현판은 잘못된 바탕색과 글씨 색을 수정하고 2023년 10월 새로 내건 것이다.문체부 관계자는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관해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등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아직 구체적 추진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난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2018년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전년 대비 3.3%포인트 상승한 82.3%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문체부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과 변화 추이를 조사해 국가 홍보 전략 수립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 이미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엔 26개국에서 각 500명씩 총 1만3000명을 대상으로 10월 1~31일 온라인 조사했다.문체부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94.8%)였으며, 이집트(94.0%), 필리핀(91.4%), 튀르키예(90.2%), 인도(89.0%), 남아프리카공화국(88.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체부는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의 높은 호감도는, 최근 정부와 이들 국가의 활발한 교류 흐름 속 긍정적인 협력 여건이 조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태국과 영국의 경우 한국 호감도가 전년 대비 각각 9.4%포인트(76.8%→86.2%), 9.2%포인트(78.2%→87.4%) 상승했다. 특히 영국은 조사 이래 처음으로 평균 이상의 호감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평균 이상의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문체부는 분석했다.중국과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각각 62.8%, 42.2%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3.6%포인트, 5.4%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2018년 20.0%, 2019년 18.8% 등이었는데, 지난해 조사 이래 가장 높은 호감도를 기록했다.한국의 전반적 호감도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문화콘텐츠(45.2%)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넓히고, 이를 통해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필리핀(69.3%)과 일본(64.4%), 인도네시아(59.5%), 베트남(58.4%)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문화콘텐츠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뒤이어 현대생활문화(31.9%), 제품 및 브랜드(28.7%), 경제 수준(21.2%) 등이 한국 호감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문화적 요인 외에도 제품 및 브랜드, 경제 수준 등 경제적 요인이 한국 호감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을 접촉하는 경로는 동영상 플랫폼(64.4%), 소셜 네트워크(56.6%), 인터넷 사이트(46.7%), 방송(32.8%)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플랫폼 중에서는 유튜브(77.4%), 넷플릭스(65.1%), 아마존 프라임(27.8%) 등이, 소셜 네트워크 중에서는 인스타그램(63.7%), 틱톡(56.2%), 페이스북(53.6%) 등이 주로 이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편 한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전년 대비 8.2%포인트 상승한 60.4%로, 우리 국민이 스스로 평가하는 국가 이미지는 세계인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효자태황제(孝子太皇帝)…황고문조(皇考文祖).” 순종 즉위 뒤 종묘사향대제(宗廟四享大祭)에 쓰인 축문에서 고종은 자신을 ‘태황제’로 칭했다. 하지만 일제강점 뒤엔 태황제라는 칭호 없이 자신을 그저 ‘효자’라고만 했다. 대한제국 황실이 이왕가(李王家)로 격하되면서 축식(祝式·제향 때 신이나 조상에게 올리는 축문의 형식)이 바뀐 것이다. 이욱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최근 발간한 ‘일제강점기 종묘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사진)에서 일제강점기 종묘가 식민 권력 아래서 어떻게 바뀌고 존속했는지를 조명했다. 책에 따르면 1910년 국권을 강탈당하며 대한제국 황실은 일본 천황제 체제 내의 왕공족(王公族)이 됐다. 순종은 ‘창덕궁 이왕’, 고종은 ‘덕수궁 이태왕’이 됐고, 조선의 유교적 예법은 천황(일본 왕)제하의 식민지 행정 기구인 ‘이왕직(李王職·이왕가의 사무를 담당하는 관제)’의 사무규정으로 편입됐다. 왕실의 제사는 대부분 유지됐다. 하지만 고종뿐만 아니라 순종 사후 후사를 이은 영친왕도 축문에서 자신을 가리켜 ‘효손(孝孫)’이라고 했다. 황제나 왕이란 호칭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종묘 제향(祭享·나라에서 지내는 제사)은 국가의 안녕을 비는 대사(大祀)에서 한 가문의 조상을 모시는 사적인 ‘가문 제사’로 축소됐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엔 종묘 건물도 축소됐다. 일제강점기 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묘지(宗廟志)’와 조선 후기 ‘종묘전도(宗廟全圖)’를 비교하면, 종묘 정전 남문 밖에 있던 악공청이 칠사당의 향청(香廳·향축을 보관하는 곳) 자리로 옮겨진 것이 확인된다. 부속 건물인 집사청(執事廳)도 다수가 없어졌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 제향 때 수많은 관원이 종묘에 동시에 머물렀던 데 반해, 일제강점기엔 외부의 참여 인원이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이왕직의 자료를 바탕으로 종묘 소장 물품, 제기, 제물의 공급과 분배 등을 상세히 좇는다. 1932년경 제관의 수는 조선시대 8분의 1 수준인 16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관원에서 차출했던 제관 역할은 이왕직 또는 종묘 직원이 했다. 이 역시 제향이 철저히 이왕가의 행사로 간주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종묘 예식은 중국 고대 유교 예식에 근거를 뒀는데, 황제도 아닌 이왕가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하지만 논자들은 이왕가의 종사(宗祀)를 보장한 일본 천황의 조서를 통해 기존 제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 예식은 일본의 것과 다르므로 천황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 ‘신앙의 자유가 있다’ 등의 의견을 근거로 이왕가는 기존 천자의 의식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 이 교수는 “왕조의 신전이며, 국가 사당이었던 종묘의 역사를 이왕가의 역사로 환원하는 것은 종묘에 깃든 공적인 성격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효자태황제(孝子太皇帝)…황고문조(皇考文祖).”순종 즉위 뒤 종묘사향대제(宗廟四享大祭)에 쓰인 축문에서 고종은 자신을 ‘태황제’로 칭했다. 하지만 일제강점 뒤엔 태황제라는 칭호 없이 자신을 그저 ‘효자’라고만 했다. 대한제국 황실이 이왕가(李王家)로 격하되면서 축식(祝式·제향 때 신이나 조상에게 올리는 축문의 형식)이 바뀐 것이다.이욱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최근 발간한 ‘일제강점기 종묘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일제강점기 종묘가 식민 권력 아래서 어떻게 바뀌고 존속했는지를 조명했다. 책에 따르면 1910년 국권을 강탈당하며 대한제국 황실은 일본 천황제 체제 내의 왕공족(王公族)이 됐다. 순종은 ‘창덕궁 이왕’, 고종은 ‘덕수궁 이태왕’이 됐고, 조선의 유교적 예법은 천황(일본 왕)제하의 식민지 행정 기구인 ‘이왕직(李王職·이왕가의 사무를 담당하는 관제)’의 사무규정으로 편입됐다.왕실의 제사는 대부분 유지됐다. 하지만 고종뿐만 아니라 순종 사후 후사를 이은 영친왕도 축문에서 자신을 가리켜 ‘효손(孝孫)’이라고 했다. 황제나 왕이란 호칭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종묘 제향(祭享·나라에서 지내는 제사)은 국가의 안녕을 비는 대사(大祀)에서 한 가문의 조상을 모시는 사적인 ‘가문 제사’로 축소됐다”고 했다.일제강점기엔 종묘 건물도 축소됐다. 일제강점기 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묘지(宗廟志)’와 조선 후기 ‘종묘전도(宗廟全圖)’를 비교하면, 종묘 정전 남문 밖에 있던 악공청이 칠사당의 향청(香廳·향축을 보관하는 곳) 자리로 옮겨진 것이 확인된다. 부속 건물인 집사청(執事廳)도 다수가 없어졌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 제향 때 수많은 관원이 종묘에 동시에 머물렀던 데 반해, 일제강점기엔 외부의 참여 인원이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저자는 이 밖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이왕직의 자료를 바탕으로 종묘 소장 물품, 제기, 제물의 공급과 분배 등을 상세히 좇는다. 1932년경 제관의 수는 조선시대 8분의 1 수준인 16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관원에서 차출했던 제관 역할은 이왕직 또는 종묘 직원이 했다. 이 역시 제향이 철저히 이왕가의 행사로 간주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 교수에 따르면 종묘 예식은 중국 고대 유교 예식에 근거를 뒀는데, 황제도 아닌 이왕가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하지만 논자들은 이왕가의 종사(宗祀)를 보장한 일본 천황의 조서를 통해 기존 제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 예식은 일본의 것과 다르므로 천황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 ‘신앙의 자유가 있다’ 등의 의견을 근거로 이왕가는 기존 천자의 의식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이 교수는 “왕조의 신전이며, 국가 사당이었던 종묘의 역사를 이왕가의 역사로 환원하는 것은 종묘에 깃든 공적인 성격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제가 왜 못 우는지 모르겠어요.” 병원 신경정신과 진료실에 온 청년 마테오의 말이다. 8주 전, 임신 중인 아내가 마테오의 곁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고속도로에서 불쑥 밴이 나타났는데,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못했던 것. 젊은 의사이던 저자는 그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감정적인 울음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유인원에게서도 찾기 어려운 현상. 광유전학(Optogenetics·빛으로 생체조직의 세포를 제어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테오가 울지 못했던 건 뇌 깊숙한 곳 다리뇌(橋腦·교뇌) 안의 신경섬유가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감정이 어떻게 신경회로에서 생성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성격과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조명한 책이다. 세계적 신경과학자로 꼽히는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정신의학과 교수로 광유전학을 창시한 인물. 남들이 자기 머리를 해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을 비롯해 조증, 섭식장애 등 다양한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의 사례를 살피며 마음에 대한 이해로 나아간다.“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들에게는 사는 동안 마주치는 여러 상황과 다양한 인간 상호작용 수준의 상대적 가치가 간단하게 비교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적당한 중간 없이 허무맹랑한 걱정에 빠지거나 자연스러운 주고받음의 인간관계에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마치 일종의 가치 환산 시스템이 발달하다 만 것 같다.”(제4장 ‘상처가 건네는 이야기’에서) 저자는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행동에서 심리적 보상을 얻는 경향이 있고, 그 배경엔 훨씬 더 깊고 큰 내면의 상처를 가리려는 목적이 있다고 했다. 이 성격장애는 모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설명되는 건 아니지만,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뇌 심부의 ‘고삐(Habenula)’라는 구조에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과학자의 책인데도, 문체가 문학적인 느낌을 준다. 비유적 표현 등을 해석하는 게 까다롭긴 하지만 읽는 맛이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