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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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5-06-28~2025-07-28
문화 일반50%
문학/출판17%
인사일반17%
사회일반10%
정치일반3%
검찰-법원판결3%
  • [책의 향기]MRI로 찍은 개의 뇌, 교감의 비밀을 찾았다

    울고 있는 주인을 달래주는 강아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강아지는 주인을 빤히 지켜보다가 앞발로 어깨를 토닥이고 얼굴을 핥았다. 영상을 보면서 감동을 넘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는 정말로 공감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저 주인을 따르는 걸까. 미국의 저명한 뇌과학자인 저자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저자는 앞서 인간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연구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반려견에게 확장 적용했다. fMRI 기술로 강아지의 감정과 기억 방식 등을 연구한, 이른바 ‘도그(dog) 프로젝트’다. 책은 ‘개 뇌의 보상 중추를 식별한 실험’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사회인지·정서 신경과학(SCAN)에도 실린 이 연구의 과정들을 기록했다.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저자의 반려견 ‘뉴턴’이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키운 반려견이었다. 15년을 함께 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뉴턴은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뉴턴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까’, ‘내가 뉴턴에게 마음을 준 만큼 뉴턴도 나를 사랑하고 아꼈을까’…. 이에 저자는 반려견의 뇌에 초점을 맞췄다. 반려견이 가족의 목소리, 체취와 같은 특정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하고자 했다. 실험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좁은 MRI 기기 안에서 개가 머리를 똑바로 들고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각이 예민한 개가 MRI 기기가 내는 100dB의 소음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뉴턴이 떠난 뒤 들인 반려견 ‘캘리’와 함께 이를 성공시켰다. 기기와 비슷한 크기의 모형을 만든 뒤 간식으로 유인하고, 귀마개를 차는 등 훈련을 이어간 결과였다. 그렇게 MRI 기기 안에서 처음 진행한 실험은 ‘핫도그 실험’이었다. 핫도그를 의미하는 인간의 수신호를 개에게 인지시킨 뒤, 뇌의 어느 부분이 반응하는지를 살펴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보상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미상핵’은 물론이며, 대뇌 피질 중앙 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 그건 ‘거울 뉴런 반응’이었다. 거울 뉴런은 특정 움직임을 수행할 때와, 다른 누군가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다. 이 반응이 있다는 건 개가 사람의 수신호를 자기 앞발의 움직임에 대입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개가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치환해 해석할 능력이 있다면 사람의 감정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영장류 등은 거울 뉴런 덕분에 마음속으로 타인의 행동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듯이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 개가 주인의 체취에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저자는 개가 MRI 기기 안에서 주인의 냄새와 낯선 사람, 낯선 개의 냄새를 각각 맡도록 했다. 그 결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미상핵은 익숙한 사람의 냄새를 맡았을 때 강하게 활성화됐다. 반면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의 냄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개도 사람과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더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걸 시사한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개의 관계는 정말로 진실한 것 같다는 공감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도그 프로젝트’의 장점도 돋보인다. 저자는 마취 없이 주인과 교감하는 상태에서 반려견의 뇌를 MRI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연구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간과 개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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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6000원 할인’ 신청 몰려 홈피-앱 한때 먹통

    25일 오전 10시부터 영화티켓 ‘6000원 할인권’이 영화관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배포되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며 한때 접속이 마비되는 불편을 겪었다. 주말을 앞두고 일반 예매도 어려워지자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관람을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날 오전 CGV와 롯데시네마, 씨네큐브 등 국내 멀티플렉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은 3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겪었다. ‘현재 접속자가 많아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구가 뜨며 정상 이용이 불가능했다. CGV의 경우 오전 대기 인원이 10만 명을 넘기며 ‘예상 대기시간 22시간 이상’이란 안내 메시지까지 게재됐다. 오후에도 일부 사이트는 접속이 평소보다 원활하지 않았다.이번 사태는 이날부터 배포된 영화관 6000원 할인권을 받기 위해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할인권 총 450만 장을 선착순으로 발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전이다 보니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올해 관객이 급감하며 위기에 빠진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행되며 불편을 야기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주말에 영화 보려다 포기했다”는 댓글들도 올라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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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RI로 찍은 개의 뇌, 주인과의 교감은 본능일까? 공감 능력일까?

    울고 있는 주인을 달래주는 강아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강아지는 주인을 빤히 지켜보다가 앞발로 어깨를 토닥이고 얼굴을 핥았다. 영상을 보면서 감동을 넘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는 정말로 공감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그저 주인을 따르는 걸까.미국의 저명한 뇌 과학자인 저자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저자는 앞서 인간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연구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반려견에게 확장 적용했다. fMRI 기술로 강아지의 감정과 기억 방식 등을 연구한, 이른바 ‘도그(dog) 프로젝트’다. 책은 ‘개 뇌의 보상 중추를 식별한 실험’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사회인지·정서 신경과학(SCAN)에도 실린 이 연구의 과정들을 기록했다.프로젝트의 시작에는 저자의 반려견 ‘뉴턴’이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키운 반려견이었다. 15년을 함께 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뉴턴은 저자에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뉴턴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까’, ‘내가 뉴턴에게 마음을 준 만큼 뉴턴도 나를 사랑하고 아꼈을까’…. 이에 저자는 반려견의 뇌에 초점을 맞췄다. 반려견이 가족의 목소리, 체취와 같은 특정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하고자 했다.실험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좁은 MRI 기기 안에서 개가 머리를 똑바로 들고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각이 예민한 개가 MRI 기기가 내는 100dB의 소음을 견딜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뉴턴이 떠난 뒤 들인 반려견 ‘캘리’와 함께 이를 성공시켰다. 기기와 비슷한 크기의 모형을 만든 뒤 간식으로 유인하고, 귀마개를 차는 등 훈련을 이어간 결과였다.그렇게 MRI 기기 안에서 처음 진행한 실험은 ‘핫도그 실험’이었다. 핫도그를 의미하는 인간의 수신호를 개에게 인지시킨 뒤, 뇌의 어느 부분이 반응하는지를 살펴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보상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미상핵’은 물론이며, 대뇌 피질 중앙 쪽에서도 반응이 있었다.그건 ‘거울 뉴런 반응’이었다. 거울 뉴런은 특정 움직임을 수행할 때와, 다른 누군가가 그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다. 이 반응이 있다는 건 개가 사람의 수신호를 자기 앞발의 움직임에 대입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개가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것을 자신의 행동으로 치환해 해석할 능력이 있다면 사람의 감정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영장류 등은 거울 뉴런 덕분에 마음속으로 타인의 행동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듯이 시뮬레이션해 보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개가 주인의 체취에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저자는 개가 MRI 기기 안에서 주인의 냄새와 낯선 사람, 낯선 개의 냄새를 각각 맡도록 했다. 그 결과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미상핵은 익숙한 사람의 냄새를 맡았을 때 강하게 활성화됐다. 반면 낯선 사람이나 낯선 개의 냄새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는 개도 사람과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더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는 걸 시사한다.책을 읽다 보면 사람과 개의 관계는 정말로 진실한 것 같다는 공감이 커진다. 그런 면에서 ‘도그 프로젝트’의 장점도 돋보인다. 저자는 마취 없이 주인과 교감하는 상태에서 반려견의 뇌를 MRI로 촬영한 세계 최초의 연구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간과 개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연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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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보려다 포기”…6000원 할인권 풀리자 영화관 앱 한때 접속 마비

    25일 오전 10시부터 영화티켓 ‘6000원 할인권’이 영화관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배포되자 신청자들이 대거 몰리며 한때 접속이 마비되는 불편을 겪었다. 주말을 앞두고 일반 예매도 어려워지자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관람을 방해했단 지적도 나왔다.이날 오전 CGV와 롯데시네마, 씨네큐브 등 국내 멀티플렉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은 3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겪었다. ‘현재 접속자가 많아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구가 뜨며 정상 이용이 불가능했다. CGV의 경우 오전 대기 인원이 10만 명을 넘기며 ‘예상 대기시간 22시간 이상’이란 안내 메시지까지 게재됐다. 오후에도 일부 사이트는 접속이 평소보다 원활하지 않았다.이번 사태는 이날부터 배포된 영화관 6000원 할인권을 받기 위해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할인권 총 450만 장을 선착순으로 발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전이다보니 더 혼란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올해 관객이 급감하며 위기에 빠진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행되며 불편을 야기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주말에 영화 보려다 포기했다”는 댓글들도 올라왔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접속자가 몰리면서 현재도 간헐적으로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동시접속자를 늘릴 수 있도록 서버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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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석 “좀비가 된 딸 살리려는 아빠… 코미디지만 여러번 울컥”

    “여름의 남자라니… 정말 감개무량하네요.”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 배우(45)는 그에게 붙은 ‘여름의 남자’란 별명에 관해 묻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별명처럼 최근 여름 영화 ‘타율’이 좋았다. 2019년 7월 개봉했던 ‘엑시트’는 900여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지난해 7월 선보인 영화 ‘파일럿’도 471만 명이 관람하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그런 조 배우가 고른 차기작이 30일 개봉하는 영화 ‘좀비딸’.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가 돼버린 딸(최유리)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조정석)를 그린 코미디물이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딸이었다고 했다. 2018년 가수 거미와 결혼한 조 배우는 2020년 딸을 품에 안았다.“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있는 조정석이란 배우에게 절묘한 시기였어요. 어떻게 이 작품이 딱 나에게 제안이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부모로서 마음이 성장하고 있는 때였죠. 소재가 좀비이고 코미디이긴 하지만, 부성애를 가진 캐릭터란 부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조정석표 코미디’는 빛을 발한다. “웃기려 하지 않을 때 되레 웃길 수 있는 것 같다”는 그의 연기 철학처럼,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는 여전히 압권이다. 여기에 좀비들을 피하기 위해 좀비인 척 몸짓을 하고, 기억이 남아있는 좀비 딸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만화적 설정이 더해져 웃음이 배가된다.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등 동료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도 잘 맞았다. 여고생들처럼 ‘까르르’거린다고 해서 단체 메신저 방 이름이 ‘좀비 여고 동창’일 정도라고 한다. 코미디로 시작했지만 이 영화는 K무비 특유의 ‘가족 감동 코드’를 품고 있다. 조 배우도 코미디만큼이나 코끝 찡해지는 장면에 신경을 썼다. 그는 “딸을 생각하며 연기하다 보니 다른 작품에 비해 너무 폭발적으로 감정이 튀어나왔다”며 “얼마만큼으로 조절하느냐가 문제였을 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클라이맥스는 딸을 살리려는 아빠의 모습을 담은 엔딩 장면.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대본 리딩 현장에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이 장면에서 매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어떤 분들은 코미디 작품만 선택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도 하세요. 하지만 저의 인생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작품을 선택해온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죠. 하지만 ‘내가 이런 역할을 하면 깜짝 놀라겠지?’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 최근 특별출연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2’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선 독특한 역할이었다. 그는 학교 일진 연합 배후에 있는 보스(최 사장)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다. 조 배우는 “그 역할을 연기하면서 도파민, 스릴을 느꼈다”며 “연기는 탐구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저 자신을 발견할 때 또 한번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자신이 출연한 모든 작품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조 배우. 안타깝게도 ‘좀비딸’은 나중에나 보여줄 생각이다. 아직 다섯 살이라 좀비를 무서워할 것 같기 때문이다.“이 영화를 찍으며 부성애가 커졌냐고 하면, 솔직히 변화는 없어요. 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언제나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추억거리도 많이 쌓는 그런 아빠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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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정석 “아빠가 됐을 때 와준 ‘좀비딸’…부성애에 이끌렸어요”

    “‘여름의 남자’라니… 정말 감개무량하네요.”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 배우(45)는 그에게 붙은 ‘여름의 남자’라는 별명에 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조정석은 여름 영화 ‘타율’이 좋다. 그가 주연한 ‘엑시트’는 2019년 7월 개봉해 900여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파일럿’도 471만 명이 관람하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그가 고른 다음 도전작은 30일 개봉하는 영화 ‘좀비딸’. 좀비딸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좀비가 된 딸(최유리)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조정석)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5억 뷰를 기록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조 배우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딸이었다고 한다. 2018년 가수 거미와 결혼한 그는 2020년 딸을 품에 안았다. 조 배우는 “마침 딸 아빠가 됐을 때 받은 시나리오라 이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있는 조정석이란 배우에게 절묘한 시기였어요. 어떻게 이 작품이 딱 나에게 제안이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부모로서 마음이 성장하고 있는 때였죠. 소재가 좀비이고 코미디도 있지만, 부성애를 가진 캐릭터라는 부분이 저에게는 크게 와 닿았습니다.”이번 영화에서도 조정석표 코미디는 빛을 발한다. “웃기려 하지 않을 때 되레 웃길 수 있는 것 같다”던 그의 연기 철학처럼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는 만화적 설정에 힘입어 배가 됐다.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등 동료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도 잘 맞았다. 여고생들처럼 ‘꺄르르’ 거린다고 해서 단체 메신저 방 이름이 ‘좀비 여고 동창’일 정도라고 한다.이번 영화에선 코미디만큼이나 감동 코드에 신경을 썼다. 조 배우는 “딸을 생각하며 연기하다 보니 다른 작품에 비해 너무 폭발적으로 감정이 튀어나왔다”며 “얼만큼으로 조절하느냐가 문제였을 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클라이막스는 딸을 살리려는 정환의 모습을 담은 엔딩 장면.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대본 리딩 현장에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매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어떤 분들은 코미디 작품만 선택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도 하세요. 하지만 저는 저의 인생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작품을 선택해온 것 같습니다. 물론 변신을 도모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죠. 하지만 ‘내가 이런 역할을 하면 깜짝 놀라겠지?’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최근 특별출연했던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클래스2’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선 독특한 부분이다. 그는 학교 일진 연합 배후에 있는 보스(최사장)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다. 조 배우는 “그 역할을 연기하면서 도파민, 스릴을 느꼈다”며 “연기는 탐구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런 제 자신을 발견할 때 또 한번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자신의 출연한 모든 작품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조 배우. 안타깝게도 ‘좀비딸’은 나중에 보여줄 생각이라고 했다. 5살이라 아직 좀비를 무서워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이 영화를 찍으며 부성애가 커졌냐고 하면 변화는 없어요. 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추억거리도 많이 쌓는 그런 아빠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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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부족 등장한 아바타… 이번엔 불 속으로

    ‘예고편 시사회’는 국내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행사다. 몇 분짜리 짧은 영상을 보려고 굳이 발걸음을 해야 하나 갸우뚱거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영화가 있다. 아바타3에 해당하는 ‘아바타: 불과 재’(사진)다. 이 영화는 올 12월 극장 상영을 확정하면서 벌써부터 흥행 예열에 나섰다. 개봉이 5개월 가까이 남은 이달 23일 공개한 3분가량의 예고편은 확장된 아바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우선 시리즈 최초로 ‘재의 부족’이 등장한다. 불을 잘 다루는 부족으로, 공개된 포스터에 등장한 인물도 재의 부족 ‘바랑’이다. 새로운 화산 지형과 대규모의 액션 장면 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대목이다. 이에 기존 ‘인간 대 나비족’ 구도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 개봉 당시 프랑스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대해 “이전 두 편에선 나비족이 인간의 탐욕에 당하는 일방적 피해자로 묘사됐다면, ‘아바타: 불과 재’에선 반대되는 상황들도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바타 시리즈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한 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지식재산권(IP)다. 1편 ‘아바타’(2009년)는 역대 세계 흥행 기록 1위를 16년째 지키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2022년) 역시 역대 세계 흥행 기록 3위에 올라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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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욱 신작 ‘어쩔수가없다’ 베니스 경쟁부문 진출

    박찬욱 감독(62)의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No Other Choice)’가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2012년 황금사자상을 받은 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베니스 영화제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경쟁 부문 초청작 21편에 포함됐다. 박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인 이 영화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다가 갑자기 회사에서 해고된 만수(이병헌)가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아이를 비롯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미국 소설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각색한 작품이다. 올 초 박 감독은 “이 영화의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게 17년 전쯤인 것 같다. 긴 시간 제가 가장 만들고 싶어 했던 작품을 드디어 촬영까지 마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9월 개봉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2005년 이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엔 장준환 감독의 장편 데뷔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년)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부고니아(Bugonia)’도 초청됐다. 두 남자가, 지구를 파괴하는 외계인이라고 믿는 거대 기업 경영자를 납치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그리스 출신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하고 에마 스톤이 주연을 맡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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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쿵, 쿵, 쿵… 정체불명의 ‘층간 소음’이 아파트를 덮친다

    밀폐된 공간, 되풀이되는 출처 불명의 소리…. 영화에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기에 이만한 소재도 별로 없다. 여름을 맞아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공포스릴러 한국 영화 2편이 관객을 찾아왔다. 극장 영화 ‘노이즈’와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다. 두 작품은 모두 우리에게 친숙한 ‘밀폐 공간’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했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층간소음을 둘러싼 정체불명의 존재를 쫓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상영 플랫폼이 극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나뉘는 만큼 연출 스타일은 뚜렷하게 갈린다.● 원조 스릴러 vs 현실 스릴러‘공포의 핵심은 청각’이란 본질을 더 잘 살린 작품은 ‘노이즈’다. 영화관 상영이란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인공 서주영(이선빈)은 아파트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다. 층간소음의 범인을 추적하며 이웃들과 불화를 겪었던 여동생의 흔적을 쫓는다. 이 과정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정체불명의 소리 등 효과음을 섬세하게 연출해 긴장감을 높였다.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란 설정도 눈에 띈다. 작품에서 공포를 선사하는 소재 중 하나는 서주영이 쓰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이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갑자기 앱에 음성 인식이 뜨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적히는 순간. 기존 공포영화에선 볼 수 없던 섬뜩함을 제공한다. 보청기를 통해 들리는 기괴한 소리 또한 한층 온몸을 찌릿하게 만든다.이에 비해 ‘84제곱미터’는 현실적인 공포를 추구했다. 흥미롭게도 ‘노이즈’와 같은 음향·음악감독이지만, OTT 작품인 만큼 심리적 긴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층간소음 그 자체에 집중하진 않는다. 대출금에 허덕이던 영끌족 노우성(강하늘)이 작전 세력이 개입한 코인을 매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극이 펼쳐진다. 영화 속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도 노우성이 코인을 매도하려는 장면이다. 코인 고점을 기다리던 노우성은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몰리며 상황이 꼬이고, 결국 예정된 시간에 매도하지 못해 전 재산을 잃는다. 평범한 이들에게 이만큼 공포스러운 게 뭐가 있을까.● 마무리 아쉽지만 성적은 준수 두 작품은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아쉽다는 점도 엇비슷하다. ‘노이즈’는 귀신과 빙의 등 오컬트적 현상을 끌어들이며 이야기의 톤이 급격히 바뀐다. ‘84제곱미터’ 역시 사건의 배후에 대해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치달으면서 개연성을 무너뜨린다.‘84제곱미터’는 2030 청년 세대의 주거 현실을 시작으로 집값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아파트 커뮤니티, 부실 감리와 비리, 아파트 소유에 따른 계층 차 등이 담긴 작품. 하지만 스릴러 자체의 재미보다 너무 메시지가 강조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끝까지 장르적 흐름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성적은 나쁘지 않다. 둘 다 익숙한 소재인 데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누구나 공감할 일상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노이즈’는 지난달 25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돌파했다. ‘84제곱미터’ 역시 글로벌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2일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3위까지 올라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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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제주살이 시인의 사계절 ‘자연일기’

    “해바라기의 키가 커가고, 대낮의 시간이 길어지고, 목에 두른 수건이 흠뻑 젖어 있으니, 이즈음을 여름의 얼굴이 설핏설핏 보이는 때라고 해야겠다.”(여름편 ‘여름의 얼굴이 설핏 보이는 때’에서) 지난해 등단 30년을 맞은 문태준 시인이 제주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그가 그곳에서 오래된 밭을 일구고 풀을 뽑으며 자연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시인은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연을 보며 삶의 이치를 깨우친 듯한 글보다는, 여름날 바닷가에서 뛰노는 아이들에 대해 쓴다.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여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글이 많다. 팔이며 등이며 까맣게 탄 채 바다수영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면 누구나 올해 여름을 각별하게 하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책의 묘미는 중간중간 자연을 관찰하며 지은 시들이다. 대낮에 화초에 물을 뿌리는데 이웃집 사람이 말렸단다. 물방울로 인해 꽃과 잎을 불에 익히는 것처럼 되고 만다는 것. 시인은 그날 저녁 무렵에야 물을 주며 ‘동근(同根)’이라는 시 한 편을 썼다.‘대지가 가물어 사람도 가물어요/나는 대지의 작은 풀꽃/흥얼거리는 실개천/대지에 먹을 물이 모자라니/나는 암석 같아요’ 책은 여름에서 시작해 사계절을 담은 4부로 구성돼 있다. 계절에 맞춰 읽어도 좋고, 시원함을 미리 느끼고 싶으면 가을이나 겨울 챕터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감귤, 돌담 등 제주에 관한 생생한 묘사가 많아 섬 풍경이 그리울 때마다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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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우 피해’ 남겨진 아픔, 온정으로 채웁니다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주민과 재해 복구를 위한 각계의 지원 및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피해 복구와 이재민 긴급 구호에 각각 20억 원씩 총 80억 원의 성금을 기부하는 한편 긴급 대출 등 다양한 금융지원안을 밝혔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0억 원을 기부하고 ‘재난·재해 대응 체계’를 가동해 이날 새벽 폭우가 쏟아진 충남 당진시, 아산시에 긴급 구호키트 약 500개를 배포했다. 또 특별대출, 만기연장, 금리우대, 보험료·카드 결제대금 유예 등의 다양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성금 20억 원과 함께 생필품·의약품 등으로 구성된 긴급 구호키트 및 텐트를 이재민들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 최대 5억 원 신규 여신, 만기연장과 분할상환금 유예, 신규·만기연장 시 최고 1.5%포인트 특별 우대금리, 신규 개인대출 등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피해 고객의 카드 대금을 6개월 후에 받는 청구 유예와 유예 기간 종료 후 6개월간 나눠 납부하도록 하는 분할 상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15개 계열사가 마련한 20억 원의 성금을 피해 지역 복구사업과 수재민 긴급 구호사업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했다. 또 생필품과 의약품이 담긴 행복상자 1111세트, 이동식 밥차와 세탁차를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개인에게는 5000만 원 이내 긴급 생활안정자금을, 중소기업에는 기업당 5억 원 이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대출 금리도 최대 1.3%포인트 감면한다. 우리금융지주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20억 원을 기부했다. 우리은행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최대 1.5%포인트 금리를 감면한다. 또 2000억 원 이내 운전자금 대출이나 피해 실태 인정금액 범위 내의 시설자금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1인당 최대 2000만 원의 긴급 생활자금 대출과 대출금리 최대 1%포인트 감면, 예·적금 중도해지 시 약정이자 지급, 창구 송금수수료 면제 등을 지원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비트코인 5개(18일 기준 약 8억 원)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기부한다. 두나무의 성금은 충남과 충북, 광주 등 피해가 큰 지역을 우선 지원하고 향후 피해 상황에 따라 이재민 구호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유통업계도 이재민 긴급 지원에 나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이날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당진시 등 중부 지역과 전남·광주 등 호남 지역에 빵 5000개, 생수 5000개 등 구호물품 1만 개를 전달했다. CJ푸드빌은 당진시, 아산시, 예산군을 직접 방문해 빵과 음료 5000개를 긴급 전달했다. 연예인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18일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방송인 유재석과 배우 임시완이 집중호우 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해 각각 5000만 원을, 배우 이혜영이 2000만 원, 개그맨 이승윤과 웹툰작가 이말년이 각각 1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 202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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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투알 10명 출연… 모두가 한국 공연 원해”

    “모두가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어요. 이 발레 갈라(gala) 공연을 기획한 보람이 정말 컸습니다.”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사흘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에서 무대 총괄을 맡은 박세은 씨(36)는 17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박 씨는 동양인 최초로 세계 정상급 발레단인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수석무용수)에 올랐으며,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갈라 내한 무대를 총괄했다.박 씨가 이번 무대에 캐스팅한 무용수 중에는 발레리노 마티외 가니오(41)도 있다. 가니오는 ‘21세기 파리 오페라 발레의 상징’이라 불리는 에투알이다. 올 3월 ‘오네긴’을 끝으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은퇴한 뒤 첫 해외 공연이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가니오는 “오래전부터 한국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가니오는 이번 무대에서 ‘소나타’ ‘인더나이트’ 등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같은 2인무라고 해도 ‘인더나이트’는 형식미에 기반한 절제된 감정이라면, ‘소나타’는 보다 직접적이고 생생한 감각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는 에투알 10명이 출연하는 전례 없는 규모로 펼쳐진다. 박 씨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으로 무대에 오른다. “제가 처음 입단했을 때만 해도 ‘동양인 무용수’에 대한 시선이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후배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무대를 채우고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인 무용수들이 파리에서, 또 세계에서 빛날 거라 믿어요.”(박 씨)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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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데헌’ 보이그룹 진우, ‘전독시’ 김독자로 돌아왔다

    “영화 시사가 끝난 뒤에 보니 온몸에 힘이 엄청 들어가 있더라고요. 결국 감기약을 먹었어요. 굉장히 긴장했었나 봐요.” 배우 안효섭(30·사진)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달 20일 공개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가 연기한 사자보이스의 ‘진우’는 근사한 목소리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 안 배우가 마침 올 여름철 국내 극장가의 최대 기대작인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 주인공을 맡았으니 부담이 작을 리가 없다. 23일 개봉하는 전독시는 2015년 데뷔한 안 배우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대형 화면으로 보는 제 얼굴이 부담스러웠다”며 웃었다. 하지만 “배우를 꿈꾸던 사람으로서 엄청나게 감격스러운 순간이기도 했다”며 수줍게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독시는 인지도 없는 웹소설의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안효섭)가 소설 속 세상이 현실로 펼쳐지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액션물. 그가 영화 데뷔작으로 이 작품을 택한 건 김독자의 ‘평범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굉장히 무료했어요. 3, 4년 쉬지 않고 작품을 찍으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같아요. ‘내가 원했던 연기자의 삶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고민 중에 이 대본을 읽었는데, 평범하디평범한 김독자란 캐릭터를 보자 마음이 놓였어요. 상황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에 공감이 갔다고 해야 할까요?” 김독자는 그다지 특별한 능력이 없다. 단지 웹소설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캐릭터로서 주변을 이끌어간다. 이 때문에 그가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도 ‘제가 너무 멋있지 않았나요’라고. 안 배우는 “아무것도 없는 김독자가 어떻게든 세상을 구해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가슴이 뛰었다”며 “제가 가는 길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한 작품”이라고 했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데뷔를 준비했던 안 배우는 배우 초기엔 관두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고 한다. 연기에 대한 환상이 컸기에 현실에서 느낀 괴리감도 엄청났다. 처음 연기가 재밌다고 느꼈던 건 ‘낭만닥터 김사부 2’를 찍을 때였다. “한석규 선배님이 ‘효섭아, 연기 재밌지? 근데 잘하면 더 재밌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너무나 와 닿았고 열망이 더 커지기 시작했죠. 지금은 너무 즐기는 중이에요. 이제야 좀 알 것 같은데, 놓치고 싶지 않아요. 연기자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어요.” 그런 그의 연기 인생에 케데헌은 또 하나의 획을 그은 작품이다. 안 배우는 “그저 재밌는 프로젝트라 생각하고 참여했는데, 이렇게 크게 사랑해주시니 얼떨떨하다”며 “전독시도 케데헌으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독시의 흥행 여부는 영화계에서도 관심사다. 올 상반기 극장가는 최악의 불황이라 부를 만큼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안 배우는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업계가 살아나길 간절히 바란다”며 “최선을 다해 김독자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으니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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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소설 바탕 영화 ‘전독시’, 속도감 있는 액션으로 몰입도 높여

    여름철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은 원작인 웹소설이나 웹툰을 보지 않으면 낯선 설정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잘 짜인 세계관과 속도감 있는 액션신으로 관객을 유혹할 장점도 분명하다. 23일 개봉하는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기대와 우려가 뒤섞였다. 원작 웹소설이 누적 조회 2억 회를 찍은 대형 지적재산권(IP)이다 보니, 실사화 확정 때부터 팬들은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단 뜻이다. 3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영화는 일단 ‘원초적 재미’는 갖췄다. 웹툰 등에서 묘사된 세계관 재현에 정성을 들여 몰입도를 높이려 애쓴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작품의 세계관은 이렇다. ‘소설이 갑자기 현실이 된다’는 설정. 10년 이상 연재된 한 웹소설이 어느 날 완결됐다. 작품을 끝까지 읽은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안효섭)의 퇴근길, 소설 속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김독자는 자신만 아는 지식을 활용해 소설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등과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영화는 첫 미션을 수행한 뒤 지하철 3호선 안에서 벌어지는 괴수와의 전투까지만 다뤘다. 원작을 봤던 관객이라면 ‘프롤로그’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별 과거 서사를 잘 버무려, 나름 이 한 편만이 가진 기승전결을 갖췄다. 하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이끌어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작품의 매력인 방대한 세계관은 반대로 약점이 될 여지도 상당하다. ‘회귀’나 ‘스킬’ ‘성좌’ 등 게임적 요소들이 다수 등장한 것도 마찬가지. 원작을 읽지 않았거나 롤플레잉게임(RPG)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낯설 수밖에 없다. 또 괴수와 도깨비, 어룡 등 판타지적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컴퓨터그래픽(CG)은 다소 부자연스럽다. 영화는 다음 편을 예고하며 끝을 맺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엄청난 돈을 들인 대작인 만큼, 이번 영화가 흥행할 경우에 후속작 제작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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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영화 안효섭 “‘케데헌’ 인기 얼떨떨…‘전독시’도 좋은 영향 받았으면”

    “영화 시사가 끝난 뒤에 보니 온몸에 힘이 엄청 들어가 있더라고요. 결국 감기약을 먹었어요. 굉장히 긴장했었나봐요.”배우 안효섭(30)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 중 한 명이다. 지난달 20일 공개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가 연기한 사자보이스의 ‘진우’는 근사한 목소리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 안 배우가 마침 올 여름철 국내 극장가의 최대 기대작인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 주인공을 맡았으니 부담이 적을 리가 없다. 23일 개봉하는 전독시는 2015년 데뷔한 안 배우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대형 화면으로 보는 제 얼굴이 부담스러웠다”며 웃었다. 하지만 “배우를 꿈꾸던 사람으로서 엄청나게 감격스러운 순간이기도 했다”며 수줍게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독시는 인지도 없는 웹소설의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안효섭)가 소설 속 세상이 현실로 펼쳐지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액션물. 그가 영화 데뷔작으로 이 작품을 택한 건 김독자의 ‘평범함’ 때문이었다고 한다.“당시에 굉장히 무료했어요. 3, 4년 쉬지 않고 작품을 찍으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같아요. ‘내가 원했던 연기자의 삶이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고민 중에 이 대본을 읽었는데, 평범하디 평범한 김독자란 캐릭터를 보자 마음이 놓였어요. 상황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에 공감이 갔다고 해야 할까요?”김독자는 그다지 특별한 능력이 없다. 단지 웹소설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캐릭터로서 주변을 이끌어간다. 때문에 그가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도 ‘제가 너무 멋있지 않았나요’라고. 안 배우는 “아무것도 없는 김독자가 어떻게든 세상을 구해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가슴이 뛰었다”며 “제가 가는 길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한 작품”이라고 했다.JYP엔터테인먼트에서 아이돌 데뷔를 준비했던 안 배우는 배우 초기엔 관두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고 한다. 연기에 대한 환상이 컸기에 현실에서 느낀 괴리감도 엄청났다. 처음 연기가 재밌다고 느꼈던 건 ‘낭만닥터 김사부 2’를 찍을 때였다. “한석규 선배님이 ‘효섭아. 연기 재밌지? 근데 잘하면 더 재밌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너무나 와닿았고 열망이 더 커지기 시작했죠. 지금은 너무 즐기는 중이에요. 이제야 좀 알 것 같은데, 놓치고 싶지 않아요. 연기자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어요.”그런 그의 연기 인생에 케데헌은 또 하나의 획을 그은 작품이다. 안 배우는 “그저 재밌는 프로젝트라 생각하고 참여했는데, 이렇게 크게 사랑해주시니 얼떨떨하다”며 “전독시도 케데헌으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전독시의 흥행 여부는 영화계에서도 관심사다. 올 상반기 극장가는 최악의 불황이라 부를 만큼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안 배우는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업계가 살아나길 간절히 바란다”며 “최선을 다해 김독자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으니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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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격의 거인’ 역주행… 입소문 타고 두꺼운 팬층 수면 위로

    역주행은 노래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10년도 넘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 요즘 국내에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 등에 ‘N차 관람 인증’ ‘명장면 공유’ 등 활발한 콘텐츠 재생산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진격의 거인’ 검색량은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3월 검색지수(100)도 최근 1년 기준 최고점을 찍었다. 7월 현재까지도 60∼70 정도로, 지난해보다 4∼5배 높은 검색량을 유지 중이다.‘진격의 거인’ 검색량 급증은 소설미디어와 스트리밍, 영화 등 다양한 경로에서 콘텐츠가 재소환되며 기존 팬들을 불러모은 건 물론이고 새로운 팬층도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 3월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SOOP(숲)은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1기 같이 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이 보기 서비스는 스트리머와 유저가 실시간 반응을 주고받는 것이 특징. SOOP 관계자는 “콘텐츠의 주요 장면을 함께 보면서 특정 장면에서 감탄하거나 공감이나 해석을 나누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팬덤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이러한 열기는 유튜브로도 이어졌다. 침착맨과 셜록현준, 감스트 등 인기 채널이 4∼6월 잇따라 애니메이션 후기 영상을 올리며 팬덤 확산에 불을 지폈다. 관심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진격의 거인 월드 투어 콘서트’는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10월 다시 앙코르 콘서트를 연다. 주최사 측은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팬층 저변이 예상보다 넓어진 걸 느꼈다”며 “첫 콘서트 이후 팬들의 연락이 쇄도해 앙코르 콘서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올 3월 개봉했던 영화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총 관객 수가 약 93만 명에 이른다. 대형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통상 관객 수가 60만∼70만가량인 걸 감안하면 기대치를 웃돈다.‘진격의 거인’은 2009년부터 연재된 이사야마 하지메의 만화가 원작인 TV 애니메이션으로, 2013년부터 국내에 방영됐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격의 거인’은 왜 이렇게 주목 받고 있을까. 업계에선 ‘진격의 거인’이 이렇게 다시 회자되는 건 유명인 등을 통한 입소문의 힘이 크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양질의 콘텐츠가 지닌 저력이 받쳐줬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서브컬처라 불렸던 콘텐츠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팬층을 새로이 결집시키며 메인스트림(주류)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진격의 거인 또한 두꺼운 팬층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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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서트에 감상회까지…‘진격의 거인’ 역주행 왜?

    역주행은 노래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10년도 넘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 요즘 국내에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020 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 등에 ‘N차 관람 인증’ ‘명장면 공유’ 등 활발한 콘텐츠 재생산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진격의 거인’ 검색량은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3월 검색 지수(100)도 최근 1년 기준 최고점을 찍었다. 7월 현재까지도 60~70정도로, 지난해보다 4~5배 높은 검색량을 유지 중이다.‘진격의 거인’ 검색량 급증은 소설미디어와 스트리밍, 영화 등 다양한 경로에서 콘텐츠가 재소환되며 기존 팬들을 불러모은 건 물론, 새로운 팬층도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 3월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SOOP(숲)은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1기 같이보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이보기 서비스는 스트리머와 유저가 실시간 반응을 주고받는 것이 특징. SOOP 관계자는 “콘텐츠의 주요 장면을 함께 보면서 특정 장면에서 감탄하거나 공감이나 해석을 나누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팬덤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이러한 열기는 유튜브로도 이어졌다. 침착맨과 셜록현준, 감스트 등 인기 채널이 4~6월 잇따라 애니메이션 후기 영상을 올리며 팬덤 확산에 불을 지폈다. 관심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진격의 거인 월드 투어 콘서트’는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10월 다시 앵콜 콘서트를 연다. 주최사 측은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팬층 저변이 예상보다 넓어진 걸 느꼈다”며 “첫 콘서트 이후 팬들의 연락이 쇄도해 앵콜콘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올 3월 개봉했던 영화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총 관객 수가 약 93만 명에 이른다. 대형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통상 관객 수가 60만~70만가량인 걸 감안하면 기대치를 웃돈다.‘진격의 거인’은 2009년부터 연재된 이사야마 하지메의 만화가 원작인 TV 애니메이션으로, 2013년부터 국내에 방영됐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격의 거인’은 왜 이렇게 주목 받고 있을까. 업계에선 ‘진격의 거인’이 이렇게 다시 회자되는 건 유명인 등을 통한 입소문의 힘이 크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양질의 콘텐츠가 지닌 저력이 받쳐줬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서브컬처라 불렸던 콘텐츠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팬층을 새로이 결집시키며 메인스트림(주류)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진격의 거인 또한 두터운 팬층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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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경 ‘할인쿠폰’에 기대는 극장들… “구조개혁 없인 단기효과뿐”

    “7말, 8초만 기다리고 있어요.” 최근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를 올해 ‘극장가 부활’ 여부가 걸린 가장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달 중으로 영화 할인 쿠폰을 발급하기로 하면서, 하반기 영화관 관람객 회복에 계기가 마련되길 바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변화 없는 한시적 처방만으론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팽배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영화관에서는 이달 25일(예정)부터 10월 31일까지 입장료 할인 지원 사업이 시행될 방침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270억 원을 반영해 영화관 할인 쿠폰 450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해당 정책의 핵심은 쿠폰을 이용해 영화관 입장료를 회당 6000원 할인하는 것. 극장 티켓값에 부담을 느끼는 관객들이 많아지자 정부가 관람 장벽을 낮추기 위해 시행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말 기준 2014년 1인당 1만 원이었던 티켓값은 2022년 1만5000원까지 올라갔다. ‘일회성 정책’임에도 영화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한 독립·예술영화관 관계자는 “목이 말라 죽으려고 하니 겨우 물 한 모금 떠먹여 주는 것과 같다”면서도 “우선 살아야 다음을 도모하니 지금으로선 절실한 정책”이라고 했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도 “일회성으로 보일 순 있지만, 이번 추경은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영화 관람을 다시 활성화시킬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선 장기적으로 관객 수를 회복하기 위해선 구조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영화관 공간 활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대영 중앙대 예술대학원장은 “영화관이라는 하드웨어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크다”며 “영화인과 게임 개발자, 스토리텔러 등이 모여 다양한 융·복합 매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 근본적으로 상영하는 작품들의 질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극장 살리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옛 영화의 재개봉이나 콘서트 실황 및 스포츠 중계 등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결국 본질은 영화에 있다”며 “대작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중저예산의 활기찬 영화들을 기획·제작하는 등 중장기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영화계도 산업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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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년만에 1억 관객 붕괴 조짐… 최악 불황 극장가, 생존게임 돌입

    주말 저녁이던 이달 6일 오후 6시경. 서울 도심 중심가에 있는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점은 한산하다 못해 허전했다. 이날 예매율 1위인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상영 10분 전임에도 입장 관객은 마흔 명 남짓했다. 영화계 극성수기로 꼽히는 7월에 들어선 분위기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최근 상당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영화 ‘F1 더 무비’조차 개봉 3주째 누적 관객 수가 130만 명(12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 심각한 불황에 빠진 국내 극장가가 좀처럼 회복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영화관 총 관객 수는 4200만 명대. 팬데믹 시기(2020, 2021년)를 제외하면 21년 만에 최저치다. 이에 영화계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관객 1억 명’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2, 3위 기업이 합병을 추진하는 등 극장가에선 피 말리는 ‘생존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신규 투자가 불확실한 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파급력은 갈수록 커져 분위기를 반전할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공연시장 절반으로 줄어든 영화시장 13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총 4249만여 명이다. 2004년 상반기(약 2182만 명)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앞서 국내 영화 관람객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2억 명을 넘었다가 팬데믹 영향이 심각했던 2020∼2021년 평균 6000만 명으로 줄었다. 그러다 2022년 1억1280만 명으로 회복한 뒤 3년 연속 1억 명을 넘겼다. 하지만 올해 이런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다시 1억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극장가에선 이런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천만 영화’의 부재를 꼽는다. 팬데믹 이후 국내 영화산업이 지지부진하긴 했지만, 흥행작은 꾸준히 있어 왔다. 2022년에는 ‘범죄도시2’와 ‘아바타: 물의 길’이, 2023년엔 ‘범죄도시3’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범죄도시4’와 ‘파묘’가 각각 1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는 가장 ‘잘나간’ 영화들조차 300만 명 수준에 머물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상반기 1∼3위 영화는 ‘야당’(337만 명)과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336만 명), ‘미키17’(301만 명)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박’ 정도로 취급되던 숫자다. 이에 상반기 영화시장 매출은 약 4079억 원에 그쳤다. 같은 시기 공연시장 매출액(7413억 원)의 약 55%로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영화관 합병, 득일까 실일까 극장가의 위기는 업계 분위기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국내 영화관 시장 점유율 2, 3위인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합병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양 사는 올 5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2026년 2월까지 합작법인을 세워 대주주인 롯데쇼핑과 콘텐트리중앙이 공동 경영할 방침이다.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 사 합병 건에 대한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협의란 정식 기업결합 신고 전 자료를 미리 제출해 공정위가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합병이 성사되면 이들은 전국 1688개(921개+767개)의 스크린 수를 가진 거대 사업자가 된다. 산술적으론 현 시장 점유율 1위인 CGV(1329개)를 넘어선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이번 합병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한 영화투자사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통해 놀고 있는 상영관이 정리되고 극장가가 내실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유통 창구가 하나라도 더 있는 게 기회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양강 구도가 되면 다양한 콘텐츠가 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합병이 극장가의 분위기 전환을 이끌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신규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상당하다. 양 사는 합작법인의 부채비율을 줄이고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4000억 원 상당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러 투자배급사 관계자들은 “영화산업 자체에 비관적이어서 선뜻 투자할 투자처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합병을 하더라도 ‘영화관 정리’는 또 다른 난관이다. 점포들을 정리해 사업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일반적인 영화관은 10∼30년 단위로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 해지 시 위약금 부담이 큰 데다 구조상 용도 변경도 어렵다. 롯데시네마는 전국 점포 중 1곳을 제외한 모든 곳이, 메가박스는 모든 점포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OTT의 약진에 대응할 전략이 부재하단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OTT 이용률은 79.2%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OTT를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국내 영화관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단순 합병만으론 지속적으로 생존을 보장하긴 어려운 구조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젠 영화관끼리가 아니라 OTT-영화관 경쟁으로 구도가 바뀌었다”며 “합작법인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합병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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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슈퍼맨… 지구를 구하러 왔나,지배하러 왔나

    “슈퍼맨은 세계 슈퍼 히어로의 시초입니다. DC 세계관을 리부트(reboot)하는 첫 영화로 슈퍼맨을 고르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9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슈퍼맨’은 DC스튜디오에 영광의 샴페인일까, 독이 든 성배일까. 배트맨과 원더우먼, 플래시 등 수많은 매력적인 초인을 제쳐두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슈퍼맨을 낙점한 제임스 건 감독(59)의 선택은 어떤 앞날을 맞이할까.이 영화의 연출자이자 DC스튜디오 최고경영자(CEO)인 건 감독은 3일 화상간담회에서 ‘슈퍼맨’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2022년 수장으로 부임한 뒤 내놓은 첫 작품이기에 더욱 기대에 찬 모양새였다. DC의 라이벌인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히트시킨 스타 감독다운 당당함도 엿보였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않은 각본이면 어떤 것도 제작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그가 만족한 스토리의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사진)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다. 클라크 켄트로 기자 생활을 하며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크립톤 행성 출신 외계인 초인이란 건 낯익은 설정.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시민을 구하기 위한 슈퍼맨의 행동이 국제적인 갈등으로 번지면서 그의 활동에 대한 여론이 찬반으로 갈라진다. 특히 이 과정에서 슈퍼맨은 ‘초인의 도덕적 고뇌’로 번민한다. 숙적 렉스 루터(니컬러스 홀트)가 슈퍼맨의 부모가 남긴 메시지를 복원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지구인들은 멍청하니 지구를 다스려라.” 자신을 질타하는 시민들. 슈퍼맨은 마냥 선(善)이라 믿었던 자신의 본질을 두고 흔들리기 시작한다.“슈퍼맨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를 더 깊이 탐구하고 싶었어요. 현실에 있는 존재라면 어떤 감정선을, 어떤 생각을, 또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죠.” 건 감독의 말대로 이번 슈퍼맨의 강점은 입체적인 심리 묘사다. 그를 두고 극과 극으로 나뉜 정치권과 대중의 반응도 꽤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하지만 이런 내적 갈등에 집중하다 보니 호쾌한 액션이 펼쳐지는 전개가 아니다. 다소 대사가 두드러지는 드라마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배트맨의 조커만큼 ‘빌런의 아이콘’인 루터의 복합적인 면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그저 뻔한 악인으로 느껴진다. 이번 슈퍼맨의 또 다른 볼거리는 ‘슈퍼 도그(dog)’ 크립토다. 1955년 원작 만화에 처음 등장해 코믹스 팬들에게 사랑받아 온 강아지. 실사 영화에 나오는 건 처음이다. 건 감독의 반려견을 모델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슈퍼맨 영화는 결국 슈퍼맨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지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번 영화에선 신인 배우 코런스웻이 그 무게를 짊어졌다. 그는 2018년 ‘어페어즈 오브 스테이트’에서 데뷔와 동시에 주연을 맡았던 라이징 스타이다. 코런스웻은 이날 화상 간담회에서 ‘부담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며 “과거 (슈퍼맨을 연기한) 배우들이 날 든든히 받쳐주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현지에선 꽤 오랫동안 만족스러운 히트작이 없었던 DC의 사활이 이번 ‘슈퍼맨’에 걸려 있단 분석도 나온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년), ‘샤잠! 신들의 분노’(2023년) 등 최근 DC 주요작들은 매출이 각각 세계적으로 2억 달러(약 2734억 원)를 넘기지 못했다. 이번 영화는 제작비만 2억2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 작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제임스 건 DC 유니버스’호는 출항부터 거센 폭풍우에 휩쓸릴 수도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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