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구역에 초등학교가 있으면 안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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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복원 지역에 구봉초 포함 논란, 학교 이전 놓고 김해시-학부모 대립
문화재청 “유적환경 지키면 존치 가능”

‘문화재와 교육시설은 병립할 수 없을까.’

경남 김해의 가야사(伽倻史) 복원 지역에 포함된 구봉초등학교(교장 조은주) 존치 여부를 둘러싼 당국과 학부모 간의 갈등이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김해시는 이전을, 학부모는 존치를 희망한다. 역사 복원과 미래 세대 교육의 충돌 현장인 구봉초는 김해박물관과 고분박물관 사이에 있다. 구지봉, 대성동 고분군, 김수로왕릉과도 가깝다.

구봉초지키기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은영)는 최근 “다음 달 초 ‘제2 가야사발굴사업 관련 민관협의회’ 회의를 열자”고 김해시에 제안했다. 민관협의회는 경남도교육청, 김해교육지원청, 김해시, 김해시의회와 구봉초비상대책위원회가 함께 참여하는 기구다.

비대위는 “지난해 11월 23일 이후 두 차례 회의를 가진 뒤에는 민관협의회가 열리지 않았다.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과 관련한 김해시의 분명한 입장을 듣기 위해 회의 개최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0일 “김해시가 계속 구봉초 이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면 더 이상 민관협의회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협의회를 해산하고 (구봉초 존치를 위한) 별도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산동 일원 9만3485m²에 1400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2단계 복원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1127억 원이 확보된 상태다. 김해시는 예산 부족분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시의회에 넘겼다. 시의회는 예산 심사에 들어갔다. 시는 이와 함께 2단계 사업 용역을 다음 달 발주할 계획이다.

구봉초 비대위는 “지난해 학부모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 85%가 현재 자리에 그대로 남기를 희망했다. 가야사를 널리 알리고 빛내는 ‘가야사 박물관 학교’로 구봉초를 특성화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야사 해설, 큐레이터를 양성하고 주말 학교에서 가야사 관련 체험활동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또 가야사를 주제로 인형극과 뮤지컬을 공연하고 도서관과 박물관 등의 복합문화공간인 ‘어린이 라키비움(Larchivium)’도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화재청은 김해시와 교육당국이 협의해 가야 유적의 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기능을 유지(구봉초 존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경남도교육청에 전달했다.

구봉초 비대위는 “김해시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 용역조사 역시 구봉초 존치를 전제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보호구역에 학교가 그대로 있는 경북 경주와 충남 공주의 사례도 들었다. 가야사 2단계 복원사업 구역에 포함돼 있는 교육기관 가운데 김해서중과 김해교육지원청은 이전이 확정됐다. 구봉초가 이전을 강력 반대하는 가운데 김해건설공고는 아직 뚜렷한 방향을 잡지 않았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구봉초#가야사#문화재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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