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권위, 조국 수사 인권침해 조사해달라”…檢 압박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3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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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한 데 따른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인권위에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인권위가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을 직권 조사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 야당은 “조국 살리기” “검찰 끌어내리기”라고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수 대통령디지털소통센터장은 이날 “청원 내용을 담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국민청원 내용을 경찰청 등 다른 부처에 비서실장 명의의 공문으로 보낸 적은 있었지만, 인권위에 전달한 것은 처음이다. 이 청원은 지난해 10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22만 6000여 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해당 청원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힌 것이 아니라 답변 요건(20만 명)을 채워 인권위에 전달한 것일 뿐”이라며 “진정서가 아닌 공문 형태로 전달했고, 실명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명의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직권 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청원 내용이 인권 침해에 관한 사안으로 판단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조사 내용에 따라 관계자들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고발할 수 있고, 윤 총장은 90일 이내에 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인권위의 조사 여부는 이날 상임위원과 비상임 인권위원으로 각각 임명된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양정숙 변호사 등 인권위원 11명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인권위원은 대통령(4명), 국회(4명), 대법원장(3명)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박 위원은 대통령 몫이고 양 위원은 여당 몫이다. 박찬운 위원은 지난해 조국 사태 때 페이스북에 “(조국) 수사는 아무리 보아도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조 전 장관 가족을 구하겠다고 인권 침해 운운하며 나선 모양새가 기가 찰 지경”이라고 했다. 새로운보수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끌어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청와대가 급기야 인권위까지 동원하고 나섰다”고 했다. 전직 인권위 상임위원 A 씨는 “(당사자가 아닌) 청와대가 독립기관인 인권위에 공문을 보내는 건 인권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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