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지하화 관건은 45조 원 사업비 마련[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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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지하화 12월 1차 사업지 선정
지하에 노선 신설해 공원 등 고밀개발
채권 발행-부지 매각으로 자금 조달
“민간 끌어들여야 사업 가능해져”

10일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열렸습니다.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는 여야 모두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을 두드렸습니다. 지상 철도가 깔려 있는 지역, 특히 수도권 지역 주민이라면 철도 지하화가 주거 환경이나 지역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많으실 겁니다. 지하화의 단계적 과정을 이해하고 있으면 실제로 실현 가능할지 좀 더 판단하기 쉽지 않을까요? 이번 부동산 빨간펜 주제는 ‘철도 지하화’입니다.

Q. 왜 지상철도 지하화 논의가 계속 나오는 건가요?

지상철도는 도시 공간을 단절시킨다. 서울역(가운데) 서쪽은 고층 빌딩이 들어선 동쪽 대비 개발이 지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속 공터인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용지는 ㈜한화 건설부문이 올해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시 SMAP 제공
지상철도는 도시 공간을 단절시킨다. 서울역(가운데) 서쪽은 고층 빌딩이 들어선 동쪽 대비 개발이 지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속 공터인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용지는 ㈜한화 건설부문이 올해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시 SMAP 제공
“크게 3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생활권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 주변을 볼까요. 서울역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동쪽과 서쪽을 나누고 있습니다. 27개의 선로가 9개 승강장으로 엉키듯이 연결되는데 너비가 약 400m에 이릅니다. 서울역 동쪽은 광화문, 을지로 등 도심업무지구(CBD)로 연결돼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서쪽은 접근성이 열악해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런 단절 문제를 해결하면 개발이 더뎠던 지역이 수혜를 입을 수 있습니다.

철도 주변 건축물 노후화 및 생활환경 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상철도와 인접한 곳은 개발 여건이 열악해 주택, 오피스보다는 고물상, 창고 등과 같은 도시에 적합하지 않은 건물이 들어서기 쉽습니다. 장기간 개발이 지체되어 슬럼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 외에도 도시 중심지에 있는 철도 부지 지상부를 고밀 개발하거나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토지 이용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도 지하화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Q. 철도 지하화는 어떤 단계로 진행되나요?

“철도 지하화는 동일한 역, 구간을 지나는 지하철도를 신설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먼저 신규 대체노선을 지하에 우선 조성합니다. 지하 공사 중에도 기존 철도는 그대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연트럴 파크’라 불리는 경의선 숲길을 살펴볼까요. 먼저 가좌역부터 효창공원역 인근까지 놓인 경의선 지상철도 약 6.3km를 지하 20m 깊이에 새로 지었습니다. 상부 폐철길은 457억 원을 들여 공원으로 조성했습니다. 면적은 약 10만2000㎡에 이르는데, 현재는 연간 885만 명이 오가는 명소가 됐죠.

경의선 숲길에서는 서울시가 토지주인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땅을 무상으로 빌려 공공에 개방했습니다. 대신 관리비용으로 매년 20억 원가량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단은 경의선 숲길 조성에 따른 공덕역, 홍대입구역 등 개발을 통해 2700억 원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철도 지하화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없나요?

“지하화하는 역은 화물을 취급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상 선로에는 일반여객용 선로 외에도 화물열차 통과선, 객차유치선, 검수선 등 다양한 용도의 선로가 있죠. 현재 서울에는 9개 화물 취급역(수색·서울·용산·영등포·오류동·서빙고·청량리·망우·광운대역)이 있습니다. 따라서 철도 기능이 중요한 구간은 지하화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신규 철도 건설 계획과 통합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서 거론한 경의선 지하화 때도 같은 구간 지하 50m 깊이에서 인천공항철도 공사가 함께 진행됐습니다. ‘듀얼 지하철 공사’라고 부르는데 이 덕분에 전체적인 공사 기간이 단축됐죠.”

Q.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2022년 8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전략 연구’에 따르면 지하화에 드는 사업비는 2010년 기준 서울 국철 구간(71.6km)과 도시철도 구간(29.6km)이 각각 32조6000억 원, 5조46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합계 금액이 약 38조 원인데 2010∼2021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약 18.7%를 적용하면 45조2000억 원에 이릅니다. 최근 공사비 인상 등을 고려하면 이 비용은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서울시는 사업 대상지를 국철 구간으로 좁힌 상황입니다.

자금 조달 방안도 필요하겠죠. 정부는 1월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철도 부지를 출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채권을 발행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후 상부 공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회수할 계획입니다.”

Q. 자금 확보가 어렵지는 않을까요?

“철도 지하화로 조성된 토지가 개발하기 좋은 땅인지가 관건입니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지역이라면 개발 차익이 크겠죠. 하지만 대체로 좁고 길쭉한 선형(線形)이라 개발하기 어렵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인근 토지를 추가로 매입해야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땅이라면 민간에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Q. 앞으로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정부는 올해 6월까지 사업 제안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계획입니다. 서울, 부산, 인천, 세종 등 16개 광역지자체에서는 이를 근거로 사업을 구상해 제출하게 됩니다. 완결성이 높은 사업은 올해 12월에 1차 선도사업으로 선정된다고 하네요. 국토교통부는 2025년 12월까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청사진을 담은 종합계획을 수립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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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철도 지하화#국토교통부#선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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