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사건]매일 만지는 ‘스마트폰·리모콘 오염도’ 측정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7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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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도를 측정해 볼 카드지갑, 무선이어폰, 무선마우스, 신용카드, TV리모컨, 스마트폰.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오염도를 측정해 볼 카드지갑, 무선이어폰, 무선마우스, 신용카드, TV리모컨, 스마트폰.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스마트폰, 노트북, 마우스, 카드지갑, 무선이어폰, 책가방, 회사 출입증, 안경, 펜, TV 리모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생활을 참 많이도 바꿔놓았다. 그나마 개선이라 부를 게 있다면, 바로 ‘손 씻기’다. “최고의 백신”이라 불릴 정도로 강조하는지라 안 씻으면 불안하다.

하지만 정작 손으로 만지는 대상은 어떨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만지는 물건이 허다하지만 이들의 오염도는 모르고 지나친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손을 깨끗하게 해도 세균과 침방울(비말)이 가득한 물건을 손대면 오염되는 건 순식간”이라고 지적했다.

실험에 참가한 취재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24일 오후 1시부터 24시간 동안 5회 이상 만진 물건의 목록을 작성해 보니 한 페이지를 넘어갈 정도. 대부분 사용한 지 2년이 넘었지만 마지막으로 소독하거나 세척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같은 시간 동안 손은 8번 씻었고 손세정제는 4번이나 사용했건만. 우리는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걸까.


● 스마트폰과 TV 리모컨, 충격적인 오염 수치

25일 오후 3시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위생컨설팅업체 ‘녹색식품안전원’. 가장 많이 사용한 물건들을 들고 오염도를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다. 스마트폰과 TV 리모컨, 신용카드, 마우스, 무선이어폰, 카드지갑 등 6개가 대상이었다.

가장 궁금한 스마트폰부터 오염도를 측정해 봤다. 연구원들은 스마트폰을 꼼꼼히 문지른 면봉을 유기화합물 농도 측정 장치에 넣었다. 오염도는 ‘RLU(Relative Light Unit)’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김기범 녹색식품안전원 실장은 “식칼이나 도마처럼 청결함을 요구하는 조리도구의 오염도는 400RLU 이하여야 충분히 위생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측정 결과 스마트폰의 오염도는 1449RLU로 나타났다. 조리도구만큼은 아니더라도 3배 이상 수치가 높은 셈이다. 매일같이 손으로 만지고, 코와 입에 가장 가까이 밀착시켰던 생활도구가 이렇다니. 생각해 보면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뒤 가장 먼저 만지는 물건도 스마트폰이었다.
54만8829RLU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 기자의 TV리모컨
54만8829RLU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 기자의 TV리모컨
54만8829RLU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 기자의 TV리모컨.
54만8829RLU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 기자의 TV리모컨.

하지만 스마트폰은 애교 수준이었다. 다음 측정한 TV 리모컨은 처참할 정도였다. 무려 54만8829RLU가 나왔다. 엉겁결에 “기계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말이 튀어나왔다. 김 실장은 “원래 작은 틈새가 많은 물건일수록 세균이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다독였다.
1차 검사 때 오염도가 1449RLU로 나타났던 스마트폰을 알콜 거즈로 잘 닦은 후 다시 측정하니 오염도가 73RLU로 뚝 떨어졌다.
1차 검사 때 오염도가 1449RLU로 나타났던 스마트폰을 알콜 거즈로 잘 닦은 후 다시 측정하니 오염도가 73RLU로 뚝 떨어졌다.
1차 검사 때 오염도가 1449RLU로 나타났던 스마트폰을 알콜 거즈로 잘 닦은 후 다시 측정하니 오염도가 73RLU로 뚝 떨어졌다.
1차 검사 때 오염도가 1449RLU로 나타났던 스마트폰을 알콜 거즈로 잘 닦은 후 다시 측정하니 오염도가 73RLU로 뚝 떨어졌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비교적 표면이 매끄러운 신용카드와 마우스, 무선이어폰은 각각 462RLU, 314RLU, 251RLU로 ‘청결한 도마’에 가까웠다. 물론 표면이 매끈해도 자주 손대거나 외부에 노출되면 오염도는 증가한다. 하루 종일 겉옷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손으로 만지는 카드지갑은 표면이 매끈한 편인데도 오염도가 1081RLU로 나왔다.


● 항균필름과 탈지면, 쏠쏠한 소독 효과

요즘 같은 시기라면 기본적인 청결만 신경 써서는 부족하다. 가장 신경 쓰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떤 걸로 소독해야 막을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염소화합물이나 에탄올, 4급 암모늄화합물, 과산화물, 페놀화합물 등이 이 바이러스에 유효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탄올 솜으로 물건의 표면을 닦아주는 것만으로도 일반적 수준의 소독 효과는 충분하다. 금세 말라서 전자기기의 손상도 적다”고 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알코올스왑(swab·탈지면)’이 실제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다.

실제로 가장 오염 수치가 높게 나왔던 스마트폰과 TV리모컨을 소독액을 묻힌 거즈로 닦아 보았다. 청소 뒤에 다시 오염도를 측정하니 스마트폰의 오염도는 약 20분의 1로 떨어진 73RLU로 나타났다. TV 리모컨은 약간 아쉽긴 해도, 약 4분의 1인 12만2425RLU로 떨어졌다. 박정규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외출한 뒤 돌아왔을 때처럼 환경이 바뀔 때 소독을 해주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 많이들 부착하는 항균 필름의 효과는 어떨까. 필름에 함유된 구리 성분이 세균을 죽이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어항에 구리로 만든 10원짜리 동전을 넣어두면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이유도 구리의 항균력 때문이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소독액만큼 단시간에 살균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대략 1시간 내에 상당한 세균이 죽는다”고 했다.

소독 용품도 용도를 잘 살펴야 한다. 시중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독액은 크게 에탄올 기반과 암모늄 기반으로 나뉜다. 암모늄은 독성이 강해 인체에 직접 닿으면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신체 부위를 세정하거나 자주 만지는 물건을 닦을 때는 ‘의약외품’으로 지정된 에탄올 소독액을, 건물 바닥 등을 소독할 때는 ‘기타방역제제’로 지정된 암모늄 소독액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유효 성분을 함유한 살균제 목록 285종과 사용법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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