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의 살벌한 한국 공습.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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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8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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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중국 게임들의 공습으로 인해 초토화되고 있다.

상위권은 3N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기는 하나, 중소게임사들의 부진으로 인해 허리가 비면서, 그 자리를 중국 게임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순위 (출처=홈페이지)
구글 플레이 순위 (출처=홈페이지)

이처럼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게임 시장 공습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중국의 치열한 경쟁과 강화된 판호 정책을 피해 해외 진출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게임 시장은 총량제, 삼진아웃제 등 강화된 판호 정책으로 인해 신작 출시가 쉽지 않으며, 특히 텐센트, 넷이즈 등 대기업들이 시장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어, 중소 게임사들이 상위권에 진출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와 같은 상황이다.

차이나조이 2019 (사진=게임동아)
차이나조이 2019 (사진=게임동아)

때문에, 중국과 가장 게임성향이 비슷하면서 전세계 3위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모바일 시장은, 과거 온라인 게임 시절 한국 게임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 게임사들의 제 1 순위 타겟이 되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 공습에 열을 올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과 비슷한 국내 게이머들의 성향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사들과의 마케팅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에 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 시장에 침투 중인 중국산 게임들은 한국보다 더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만큼 게임성이 이미 검증된 게임이며, 중국 본사로 수입이 잡히기 때문에 한국에 법인세를 낼 필요가 없어, 수익의 상당 부분을 마케팅비로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레전드 오브 블루문 (제공=레인보우 홀스)
레전드 오브 블루문 (제공=레인보우 홀스)
회사의 매출이나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약 10~20%에 달하는 법인세 금액만큼의 마케팅이 국내 게임사들과 중국 게임사들의 격차를 만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 게임사들은 대기업들의 마케팅 공세에 중국 게임사들의 마케팅 공세까지 겹쳐 신작을 출시해도 묻힐 수 밖에 없으며, 큰 마음 먹고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올려놓은 단가로 인해 예전보다 더 비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작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국 게임사들은 얼마를 벌던 법인세 부담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을 성공시키면, 그 수익을 바탕으로 다음 작품에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예전보다 치열해진 경쟁과 자금, 인원 부족 때문에 신작을 개발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국내 중소 게임사들과 달리, 중국 게임사들은 엄청난 인원을 바탕으로 게임을 찍어내고 있으며, 자금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괜찮은 중국 게임을 확보하는 것도 한국 게임사에 비해 훨씬 쉬운 편이다.

즉, 리니지M,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검은사막 모바일 같은 대작들을 선보이는 것은 힘들어도, 중위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만한 괜찮은 중국산 게임들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그 때마다 3N의 대작 게임들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녀전선으로 유명한 XD글로벌이 소녀전선, 붕괴3RD, 벽람항로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단기간에 급성장하고, 최근 갑자기 등장한 지롱게임즈가 랑그릿사에 이어 라플라스M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소녀전선 3주년 이미지 (제공=X.D글로벌)
소녀전선 3주년 이미지 (제공=X.D글로벌)
게임 하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국내 중소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한국 시장을 먹기 위해 작정하고 달려들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가혹한 상황인 것이다.

다행스럽게 올해 7월에 열린 G7재무장관회의에서 이른바 구글세라 불리는 디지털 과세 원칙에 합의하면서, 다국적기업들의 법인세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구글, 애플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되어 있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국내 중소 게임사들의 고통의 시간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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