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의 시대 ②] 게임은 질병 인가?-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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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8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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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72차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게임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2016년에 이미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 계획을 포함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를 최종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게임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 국내 게임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하고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이뤄져야할까. 본지에서 짚어봤다.>


- 해당기사는 [게임 질병의 시대 ②] 게임은 질병 인가?- 1부와 이어집니다.

게임 이용 장애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논문들 역시 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5월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게임 중독, 게임 과몰입 등을 다룬 국내외 논문 614개 중 중국이 85개, 미국이 83개, 독일이 64개, 호주가 38개였지만, 한국에서 나온 논문이 91개로 13.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인구와 게임을 즐기는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국가들과 비교해 인구와 게임 연구 기반이 가장 빈약한 한국이 더 많은 논문을 쏟아낸 셈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는 논문이 나오는 분야와 전공이 다양했지만, 한국에서 작성된 논문 중 정신의학계에서 작성한 비중은 59.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글로벌 평균인 28.4%에 비교에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건복지부 CI(자료출처-게임동아)
보건복지부 CI(자료출처-게임동아)

논문의 결과 역시 매우 달랐다.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복합적인 결론과 다양한 방식으로 우려를 표한 해외 논문들과는 달리 국내 논문의 경우 전체의 89%가 게임 과몰입 현상 즉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 동의했다. 세계 정신 의학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논문 중 54.2%만 게임 이용 장애가 존재한다고 추정한 것에 비교해 봐도 압도적인 수치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의 윤태진 교수는 마치 한국 정신의학자들이 게임의 질병화에 앞장서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5월 문화연대가 개최한 긴급토론회에서 윤태진 교수는 동아시아 전체 연구자 중 68.6%에 이르는 연구자들이 게임 중독이라는 개념을 전제하고,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한국, 중국, 타이완 등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무려 90%에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명칭을 정하는 것은 어떤 개념을 정의하고, 이로부터 사고를 발전시키는 것이 연구이기에 가장 기초적인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이 기초 작업을 수행하지 않고, 가장 많은 논문을 써냈다는 것이 윤태진 교수의 설명이다.

문화연대 게임질병코드 분류 긴급 토론회 윤태진 교수 발표 자료(자료출처-게임동아)
문화연대 게임질병코드 분류 긴급 토론회 윤태진 교수 발표 자료(자료출처-게임동아)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논문의 작성을 위한 지원 대부분을 정부에서 담당했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 이용 장애 논문의 경우 82.4%의 논문이 정부 지원으로 작성됐으며, 한국연구재단(35개)과 보건복지부(23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17개) 순으로 논문 지원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국가 기관 중에서도 게임 이용 장애 등록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WHO의 ICD-11 의결이 결정되자 5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의 김강립 차관은 “WHO 권고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만한 필요성이 있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정부 기관 역시 게임의 질병 구분에 이미 결정을 내린 모양새다. 지난 2016년 2월 25일 문화부, 보건복지부, 미래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참여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에서는 인터넷&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자로 분류해 게임을 이미 중독 요소로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태도를 취했다.

이 자료에서는 중독 분야별 관리 체계에서 산업관리를 문화부와 미래부가 예방 및 교육 홍보를 문체부와 미래부로 나누어 관리하도록 규정했는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 게임이 포함된 '인터넷 중독'의 핵심이자 중독자 관리와 치료 및 재활을 맡은 부서가 다름아닌 교육부, 보건복지부 그리고 여성가족부로 되어 있다.

2016 정신건강 종합대책 자료(자료출처-게임동아)
2016 정신건강 종합대책 자료(자료출처-게임동아)

여성가족부는 전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게임 규제로 손꼽히는 셧다운제를 적용시키며 이미 게임 시장에 노골적인 반대 스텐스를 취한 곳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앞선 논문 사례에서 보듯 게임 중독에 긍정적인 논문을 가장 많이 지원한 정부 부처 중 하나기도 하다.

현재 게임 시장에 가장 부정적인 행정조직인 여가부와 게임 중독에 게임 중독을 긍정하는 논문을 쏟아낸 보건복지부가 가장 많은 예산을 획득할 수 있으며, 가장 높은 영향력을 지닌 '인터넷 게임' 중독의 치료와 재활을 맡겠다는 것은 게임을 이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번 WTO의 ICD-11의 '게임 이용 장애' 코드 등록에 대해 "그래서 누가, 왜 우리를 환자로 만드는가? 누가 주범이고, 누가 결백한가?"라는 질문을 던진 윤태진 교수의 발언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 [게임 질병의 시대 ②] 게임은 질병 인가? 기사는 3부에서 계속됩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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