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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하은이’의 죽음, 재판 통해 진실 밝혀지기를… [현장에서/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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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하은이’의 죽음, 재판 통해 진실 밝혀지기를… [현장에서/이소연]

이소연 기자 입력 2019-06-06 03:00수정 2019-06-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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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사회부 기자
“이거 무전유죄 유전무죄 아닙니까?”

5일 서울남부지법 306호 법정 앞. 생후 2개월 된 딸 하은이(가명)를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은이 아버지 김모 씨(42)가 변호사에게 무릎을 꿇은 채 울먹이며 말했다. 변호사가 김 씨를 일으켜 세우며 “감정적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자 김 씨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작가도 그렇게 지어내지 못한다”며 오열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온 뒤로 그는 계속 억울함을 주장했다.

김 씨는 이날 열린 ‘하은이 유기치사 사건’ 1차 공판에서 “절대 그런 일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사가 “피고인은 2010년 당시 동거하던 조모 씨가 외도를 해 낳은 아이라고 의심해 하은이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고 이 사실을 숨기려 시신을 유기했다”고 말하자 김 씨는 두 손을 흔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판사에게 수차례 요구한 끝에 발언 기회를 얻은 김 씨는 셔츠 소매를 걷고 오른손으로 가슴을 내리치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재판부가 “감정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은이 친모 조 씨(40)가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조 씨는 하은이가 숨진 지 7년 만인 2017년 3월 경찰서를 찾아 자신의 죄를 자백했다. 조 씨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 12월경 고열에 시달리는 하은이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 검찰 조사에서 조 씨는 “아이 아빠가 하은이를 때렸다. 숨질 당시 하은이의 몸 곳곳이 멍들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은이의 시신은 나무상자에 밀봉한 뒤 집에 유기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하은이가 어느 날 사라졌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학대한 적도 유기한 적도 없다”며 “아이 엄마가 하은이를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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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1월 23일 본보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은이는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숨을 거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하은이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은이의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보는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만 한정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후 정부는 의료기관도 아이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씨는 재판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가장 억울한 건 자신의 출생과 사망을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던 하은이일 것이다. 재판부가 사건의 실체 규명을 통해 진실을 밝혀 생후 두 달 만에 눈을 감은 하은이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를 바란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투명인간 하은이#아동학대#출생신고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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