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태운 뒤 택시승객 없었다더니… 23명이상 더 태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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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다시 온 메르스]택시기사 거짓말 드러나… 방역 비상

촉각 곤두세운 인천공항 3년 만에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 유입된 가운데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검역관이 입국자의 발열 여부를 열화상 카메라로 감시하고 있다. 추가 확진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상 접촉자 
가운데 행방이 불투명한 사람이 70여 명이나 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촉각 곤두세운 인천공항 3년 만에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 유입된 가운데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검역관이 입국자의 발열 여부를 열화상 카메라로 감시하고 있다. 추가 확진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상 접촉자 가운데 행방이 불투명한 사람이 70여 명이나 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A 씨(61)를 공항에서 태워 병원에 내려준 택시 운전사가 이후에도 격리 전까지 최소 23명 이상의 승객을 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역학조사에서 “A 씨를 병원에 내려준 뒤 더 이상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던 택시 운전사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카드 결제 명세로 뒤늦게 파악하고 승객들의 소재를 찾고 있다. A 씨와 같은 항공기에 탔던 외국인 승객 51명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A 씨의 일상접촉자 중 총 74명 이상의 행방이 묘연한 셈이다.

○ 문제의 택시에 23명 이상 더 탔다

10일 질병관리본부는 “택시 운전사 B 씨 소속 회사의 카드 결제 명세를 조회해보니 23건의 추가 탑승 기록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택시 회사는 카드만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 명세만 23건이기 때문에 동승자를 감안하면 23명 이상이 된다. 보건당국이 이 기록을 토대로 재차 조사하자 B 씨는 그제야 “손님을 더 태웠다”고 말을 바꿨다.

A 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내린 이후에 문제의 택시를 탄 승객들은 밀접 접촉한 게 아니라 간접 접촉했기 때문에 격리 대상은 아니다. 당국은 이 택시를 이용한 승객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일상접촉자로 분류해 관찰할 방침이다.

하지만 B 씨가 몰았던 리무진 택시는 A 씨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삼성서울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되기 전까지 가장 오랜 시간(1시간 40여 분) 머무른 공간이다. A 씨는 입국장을 통과한 뒤 공항 내 식당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이용하지 않았다. 메르스는 환자의 침방울에 오염된 손잡이나 소파 등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택시를 탔을 당시 A 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보다 더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다.

A 씨가 귀국할 때 이용한 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의 외국인 승객 115명 중 51명도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당국은 행정안전부와 경찰의 협조를 얻어 이들의 위치를 추적 중이다.

보건당국은 A 씨와 접촉한 승무원 1명(밀접접촉자)과 이코노미석 승객 5명(일상접촉자)이 메르스 의심증세로 신고돼 격리 검사한 결과 전원 1차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이 중 영국 여성 승객 등 2명은 정밀(2차)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아 이날 오후 퇴원했다. 나머지 4명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당국은 건설사 임원인 A 씨가 쿠웨이트에서 오한 등 메르스 의심증세로 4일과 6일 두 차례 현지 병원에 들른 것으로 확인된 만큼 현지에 남은 회사 동료의 상태를 관찰 중이다. 이 건설사 직원 20여 명은 A 씨와 같은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했다.

○ 메르스 확진자와 아내, 병원 갈 때 각각 다른 차로 이동

추가 조사 결과 A 씨는 공항에 자가용을 갖고 마중 나온 아내와 따로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입국 전 삼성서울병원의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이 의사가 아내가 공항에 갈 때 마스크를 쓸 것과 함께,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 아내는 자가용을 타고, A 씨는 택시를 타고 가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A 씨가 메르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려주는 정황이다.

A 씨는 10일 현재 고열과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다. 주치의인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보다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번 주가 지나야 안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집중치료 중이다.

한편 보건당국은 A 씨가 탑승했던 항공기의 밀접접촉자인 외국인 승무원 3명을 한때 이들이 숙소로 사용했던 영종도의 한 호텔에 격리했다가 뒤늦게 인천공항검역소로 이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첫 격리 장소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호텔이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박재명 기자
#메르스#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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