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쪽 인사 잇달아 찾아와 상고법원 얘기… 행정처 치밀한 접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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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치권로비 문건 파장]문건 거론된 의원들이 밝힌 로비

“2015년에 아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만났다. 내가 가입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상고법원 얘길 꺼내시더라. 비슷한 시기에 제주 근무 시절 모셨던 윤성원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와 비슷한 얘길 하셨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행정처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찾아 체계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라며 당시를 돌이켰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을 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최대 역점 사업인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실제로 국회의원들에게 접근하려 했는지 알 수 있다. 동아일보가 문건에 이름이 등장한 의원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상당수는 법원 간부를 만나 민원을 듣거나 식사를 같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법원행정처의 접촉이 치밀하고 전방위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실행 계획에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로비’가 있었다는 얘기다.

○ “변론 종결로 심리적 압박” 재판 개입 의혹

법원행정처는 2015년 6월 작성한 문서에서 서 전 의원에 대해 “개인적 악감정으로 상고법원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또 압박의 일환으로 그가 진행 중인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에서 ‘7월 2일 변론 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을 들었다.

서 전 의원은 “변론 종결은 재판장이 당일 상황까지를 감안해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인데 문건에 따르면 행정처가 (날짜를 정하는 등) 미리 개입했다는 것”이라며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소송인만큼 불리할 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패소했다. 서 전 의원은 “판결이 나기 전 법사위 회의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소송을 취하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는데 돌이켜보면 이 역시 재판을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문서 중에는 법원행정처 간부들이 2015년 6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서울 종로구 한식당에서, 2016년 7월 이춘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을 서울 서초구 일식당에서 만나 접대한 기록도 있다. 이정현 의원은 이에 대해 “문건을 본 적도 없다. 말씀드릴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춘석 의원 측은 “황당한 일이며 ‘성향에 비추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문건을 통해 윗선에 보고했다는 대목에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둘 다 식사를 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 “검찰에 ‘본받으라’고 말하기도”

문건에 이름이 등장한 의원들은 법원행정처가 당시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기억했다. 검사 출신인 이한성 전 새누리당 의원은 “법사위 간사를 할 동안 법원행정처에서 상고법원 법안에 대한 심의를 잡아달라고 많이 접촉해 왔다. 대법원장이 밀어붙이고 (자신들) 목이 걸려 있으니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검사 출신인 김재경 한국당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자신들의 현안이 있을 때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나서더라. 검찰에 (이런 자세를) 본받으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건의 ‘접촉 루트’난에 ‘(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친밀하다’고 나와 있는 노철래 전 새누리당 의원은 “홍 의원이 차 한잔하자고 해서 대화하면서 상고법원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의 로비를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한국당 김도읍 의원 등은 “전혀 접촉이 없었다”고 밝혔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박성진·최고야 기자
정다예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대법#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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