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으로 민간기업 경영 흔들겠다는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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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어제 기업 경영참여의 길을 열었다. ‘특별한 사안’에 대해 경영참여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다. 기금위는 경영참여를 원칙적으로는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이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면 기금위 의결을 통해 이사 선임 및 해임을 요구하거나 다른 주주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영참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기금위는 경영참여는 아니지만 배당확대 요구부터 횡령, 배임 등이 발생하면 해당 기업에 개선을 요구하고 소송도 제기하는 적극적인 주주권도 2020년까지 단계별로 행사할 계획이다. 8월부터 이날 의결된 지침에 따라 본격적인 주주활동을 시작한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영참여의 조건으로 “기업의 경영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해 사회적 여론이 형성될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기금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했다. 문제는 기금위 구성상 정부가 친정부 측 위원 및 노동계와 합심해 경영참여 안건을 통과시키면 언제든 경영권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기금위 구조 때문에 경영참여 문구가 포함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기업 299곳은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당장 정부의 개입을 걱정하게 됐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나 주주권 행사가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정책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자칫 특정 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5월 말 기준 수익률은 0.49%에 그쳐 은행 예금만도 못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수익률 제고보다 정부 입맛에 맞춰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에만 온통 관심을 쏟고 있으니 ‘연금 사회주의’ ‘연금 관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국민연금#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스튜어드십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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