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터키에만 있는 ‘주휴 수당’… 왜 생겼는지 정부도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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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9% 인상 후폭풍]실질 최저임금 1만원 ‘숨은 불씨’

점주는 “생계 걱정”… 알바는 “해고 불안” 16일
 서울 성북구 영광빌딩에선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체 회의 후 “나를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도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양회성 기자
점주는 “생계 걱정”… 알바는 “해고 불안” 16일 서울 성북구 영광빌딩에선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체 회의 후 “나를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도 일자리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양회성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10.9% 인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두 자릿수 인상된 것을 두고 노사의 해석이 정반대다. 노동계는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물 건너갔다고 비난한다. 반면 경영계는 이미 실질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었다며 자영업자들을 낭떠러지로 떠밀고 있다고 반발한다.

같은 수치를 두고 정반대 해석을 불러온 주범은 ‘주휴수당’이다. 내년도 최저임금만 놓고 보면 노동계의 주장이 틀리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주휴수당 1680원을 합치면 사실상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이미 1만 원을 넘은 게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주휴수당이란 독특한 제도로 ‘최저임금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셈이다.

○ 왜 도입했는지 고용부도 몰라

근로기준법 55조에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하고 주말 이틀을 쉬어도 이 중 하루는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매주 일당(내년 최저임금 기준 6만6800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보장했다. 당시 국회는 주휴수당을 보장한 일본의 노동기준법을 거의 그대로 베껴 근로기준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왜 도입했는지는 관련 자료나 증언이 없어 고용노동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만 과거에는 근로자의 임금이 낮아 임금을 조금이나마 높여주고자 주휴수당을 도입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이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산업정책을 많이 활용했다”며 “그 대신 근로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 차원에서 주휴수당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도입한 나라는 일본 대만 한국 터키 등으로 모두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높아지고 근로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주휴수당을 없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주휴수당이 법으로 보장된 나라는 한국과 터키뿐이다. 미국과 영국은 법정유급휴일이 아예 없고 노사 자율에 맡긴다. 프랑스는 노동절(5월 1일) 하루만, 독일 호주 캐나다 등은 국가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있다.

○ “주휴수당,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과거 최저임금이 낮았을 때는 주휴수당 논란이 거의 없었다. 주휴수당을 법대로 지급하는 사업장이 드물었고, 지급하더라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최저임금을 시급과 월급으로 고시하기 시작하면서 주휴수당 논란이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추진했지만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년 7∼8%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에 노동계가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시급과 함께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을 함께 고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경영계와 고용부가 이를 수용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면 불법이란 점을 널리 알려 사실상 최저임금이 오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7530원)이 지난해보다 16.4%나 오르면서 주휴수당(1520원)을 합친 실질 최저임금(9050원)이 1만 원에 육박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휴수당 폐지 청원이 수백 건 올라왔다. 이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도 임금인 만큼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 산정 시 포함되는 임금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고용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달 10일 1심 선고가 나온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가 승소하더라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대법원 판결 이전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교수는 “당장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심각한 노사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특례를 만들어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포함시키는 방안은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만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에 당장 포함시키는 게 어렵다면 향후 몇 년부터 포함시킨다는 식으로 노사가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주휴수당 ::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결근을 하지 않고 한 주를 일했을 때 보장되는 휴일에 대한 유급수당.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주 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8시간씩 일하면 주말에 이틀을 쉬고도 이 중 하루는 8시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임금을 받는다. 주 5일을 일하고 6일 치 임금을 받는 셈이다.

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주휴수당#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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