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외국인 신부, 英 왕실결혼식 금기 줄줄이 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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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녀 마클, 해리와 19일 결혼식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손의 결혼을 앞두고 신부 메건 마클의 가족이 영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발단은 신부 아버지의 결혼식 불참 소식이었다. 갑자기 심해진 심근경색 탓이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지만 딸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속내는 복잡한 가정사 때문이다. 마클의 아버지 토머스는 아직까지 예비 사위인 해리 왕손과 전화 통화만 했을 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반면 마클의 이복 남매인 토머스 마클 주니어의 자녀들은 결혼식에 초대받지도 않았지만 14일 “윈저성 결혼식 앞줄에서 결혼을 축하하러 왔다”며 히스로 공항으로 입국했다. 이들은 20년 넘게 마클과 만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조명 디렉터였던 마클의 아버지 토머스는 1979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도리아 라글랜드와 결혼했다. 토머스는 에미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조명감독으로 선정될 만큼 실력파였다.

토머스는 도리아와 결혼하기 전 이미 한 차례 결혼해 두 명의 아이가 있었다. 토머스와 도리아 역시 마클을 낳은 지 6년 만인 1987년 이혼했다. 두 사람은 이혼한 후에도 친구처럼 지냈고 마클 역시 부모와 지금까지도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부 아버지가 결혼식에 불참함에 따라 결혼식 당일 신부가 결혼식장까지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오고, 결혼식장 복도를 함께 걸어오는 영국 왕실 관례는 깨지게 됐다. 이 모든 역할은 어머니인 도리아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마클은 결혼식 전날 마지막 밤도 도리아와 함께 보낼 예정이다.

2011년 해리 왕손의 형인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은 1660년 제임스 2세가 궁녀였던 앤 하이드 왕비와 결혼한 후 351년 만에 평민 신부의 탄생으로 시끌벅적했다. 해리 왕손과 마클 커플은 그보다 훨씬 많은 금기를 깨면서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마클은 외국인이다. 아버지 토머스는 네덜란드와 아일랜드계 후손인 백인이고 어머니 도리아는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이다. 이혼 가정 출신에, 혼혈 신부를 왕실로 맞는 일 자체가 드문 데다 마클 본인도 이혼 경력이 있다.

19일(현지 시간) 낮 12시 윈저성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열리는 결혼식에서도 관례를 깬 새로운 시도가 이어진다. 본래 왕실의 결혼식은 주중에 열리는 게 관례지만 이번 결혼식은 토요일에 열린다. 과거 왕실에서는 신부의 ‘복종’을 서약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마클은 복종 서약 대신 직접 결혼식장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하객도 주요 정치인 대신 시민과 지인들만 초대했다. 혼배미사 설교는 성공회 사상 최초의 흑인 의장 주교인 마이클 커리 의장 주교가 맡는다.

결혼식에 대한 영국인들의 관심은 뜨겁다. 영국 국적기 브리티시 에어라인은 결혼식 당일 마클이 살았던 캐나다 토론토로 향하는 운항기에 이름이 해리나 메건인 승무원만 태우기로 했다. 또 결혼식 당일에 한해 메건이나 해리란 이름을 가진 손님은 누구나 1등석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선물도 제공한다.

2011년 형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섰던 해리 왕손은 이번엔 본인 결혼식에 형이 들러리를 설 것을 요청했다. 영국 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왕세손은 결혼식 당일 저녁에 열리는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FA컵 결승전에 불참하고 동생 결혼식 저녁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영국 왕실결혼식#해리 왕손#메건 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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