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럽 車조명업체 ‘1조원대 인수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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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톱3’ 오스트리아 ZKW社… ‘미래 먹거리’ 전장사업 공격투자 이어가

LG전자와 ㈜LG가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LG전자와 ㈜LG가 인수에 제시한 금액은 1조 원대로 알려졌다. 이는 LG그룹 및 계열사가 M&A에 투자한 금액 중 최대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ZKW 매각과 관련한 본입찰에 참가했다. ZKW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공급 업체로 오스트리아와 인도, 중국 등지에 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GM,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가 이 회사의 고객사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0년 3억 유로에 못 미쳤으나 올해 12억 유로(약 1조6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글로벌 차량용 조명 시장에서 SL코퍼레이션, 이치코 등과 함께 시장을 3등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가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시장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1조 원대’ 액수는 LG그룹 및 계열사가 진행한 M&A 중 가장 큰 금액이다. 기존에 LG그룹은 삼성, SK와 달리 M&A에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적이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2010년 LG생활건강이 4666억 원에 더페이스샵을 인수하고, 지난해 LG화학이 4245억 원에 팜한농을 인수한 것이 가장 큰 거래 금액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ZKW 인수 입찰에는 일본 파나소닉도 참여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르면 다음 달 선정될 예정이다. 파나소닉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이어 테슬라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 제품 생산 공장 ‘기가팩토리’를 설립하고 있다. 파나소닉도 공격적으로 차량용 부품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가는 만큼 LG전자와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게 됐다.

LG전자는 전장(VC)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3년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를 LG전자에 신설했다. LG전자가 VC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5년 2072억 원에서 지난해 3303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총 544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 매출액은 꾸준히 성장해 올해 2분기(4∼6월) 882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8% 성장한 수치다.

이번 인수 시도에 앞서 ㈜LG와 LG전자는 2012년 영국 연료전지회사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스 지분 51%를 4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때의 성공 경험으로 LG그룹은 이번 인수전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전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에 인수를 추진키로 한 ZKW를 비롯해 차량용 조명업체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 오토모티브의 부품 계열사인 마그네티마렐리의 조명사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한 바 있다.

LG그룹은 현재 LG전자는 물론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LG CNS 등이 다양한 차량용 부품사업을 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재계에선 전기차를 포함한 차량용부품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진입이 과거와 다른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LG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LG전자는 조회공시를 통해 ‘당사는 미래성장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으며, 오스트리아 자동차부품업체 ZKW 인수 추진설과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lg#조명업체#오스트리아#z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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