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감동의 프로야구 ‘제1호 은퇴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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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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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 스포츠동아DB
NC 이호준. 스포츠동아DB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은퇴투어 행사였다. NC 이호준(41)은 9일 인천 SK전 선발 출장 명단에서 제외됐다. 여느 때처럼 대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경기 전 땀을 흘리며 훈련을 마쳤다. ‘선수로 인천에서 마지막 경기다’는 기자의 질문에 잠시 침묵하더니 “숙소에서 야구장으로 오는 버스에서 문뜩 ‘아 오늘이 인천에서 마지막 경기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뭉클하다. SK 선수로 뛰면서 인천에서 결혼도 했고 아이 셋을 낳았다. 선수로 우승도 해봤고 전성기를 보냈다. 함께 뛰었던 선배, 동기들은 다 은퇴를 했다. 선수들끼리 분위기가 참 좋았다. NC에 입단 했을 때 ‘SK클럽하우스 같은 분위기를 꼭 만들어보자’고 다짐했었다”고 돌아봤다.

이호준은 이 때까지도 SK에서 준비한 깜짝 이벤트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SK 염경엽 단장은 ‘SK에서 큰 역할을 했던 이호준의 마지막 경기다. 의미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베테랑 야구 기자들의 의견과 NC 프런트의 같은 생각 등을 종합해 이날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이호준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SK에서 뛰며 주장을 역임했고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다. SK는 팀 역사를 함께한 대선수의 마지막을 예우하며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순간을 전광판에 상영하고 주장 박정권이 꽃다발을 선사했다. 양 팀 선수들도 모두 그라운드에 서서 함께 박수를 쳤다. 이호준도 인천 팬들에게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겠다”고 인사했다.

KBO 각 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삼성 이승엽에 대한 은퇴 투어를 준비 중이다. 이호준도 이승엽에 이어 마지막 시즌임을 개막전에 알렸다. 이승엽의 은퇴 투어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열린다. 이호준의 은퇴투어는 비록 소박했지만 일정상 이승엽 보다 이틀 앞서 열렸다. SK가 아닌 다른 구단이 이호준과 특별한 작별 이벤트를 개최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날 특별한 시간은 은퇴를 예고하고 마지막 시즌을 뛰고 있는 베테랑 선수에 대해 처음으로 열린 작별행사로 의미가 컸다.

인천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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