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45 각당 경선 판세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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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文밖에 없지 않나” “누굴 찍을지 아직 모르겄소”


[더불어민주당]첫 경선지 호남 르포

누구도 쉽게 답하지 않았다. “모르겄소. 누구 찍을지 투표소 들어가기 전까지 고민할라요”라는 말이 전부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첫 지역 순회 경선인 호남 경선을 코앞에 두고도 호남의 표심(票心)은 흔들리고 있었다.

○ 표심 정하지 못한 호남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인지도에서 앞서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22, 23일 현장에서 만난 각계각층 인사 43명 중 25명이 문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9명), 안희정 충남도지사(5명), 무응답(4명) 순이었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사람 모두 문 전 대표를 언급했다. 광주 광산구에서 돼지국밥을 파는 상인 이모 씨(62·여)는 “문 전 대표가 그동안 호남에 해 준 것이 뭐냐”며 “최근 ‘전두환 표창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이 분명하다”고 문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럼에도 ‘그래서 누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한숨과 함께 “그래도 문재인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호남 지역 경찰 고위 간부를 지낸 A 씨는 마음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문 전 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을 한번 들러리 취급해 호되게 당했으니 또다시 들러리 취급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3년간 광주 서구에서 정형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62)는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이는 게 광주 민심의 특성이라고 진단했다. 김 씨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이 1위를 달리고 안희정, 이재명이 아직 따라붙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호남 사람들의 선두 주자 밀어주기는 또 한번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젊은 층에서는 지지층이 엇갈렸다. 전남대 학생 한모 씨(23·여)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학생들을 만나며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데 능한 이 시장을 보고 반했다”고 밝혔다. 취업 준비생인 최모 씨(28·여)는 “안 지사의 진정 어린 호소가 마음을 울렸다”며 “대통령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인물이 안 지사”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 서구 대형 마트에서 근무하는 점원 최모 씨(43)는 “모르겄소. 이놈도 마음에 안 차고, 저놈도 마음에 안 차서 마누라가 찍는 사람 같이 찍겠지”라고만 했다.

○ 오리무중 경선 전망

정치권에서는 1차 승부처인 호남 경선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과반 득표를 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문 전 대표 측은 호남에서 ‘최소 55%’를 득표해 기선을 제압한 뒤 세몰이를 이어가 최종 과반 득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문 전 대표 캠프는 송영길 총괄본부장을 필두로 이용섭 이춘석 김태년 강기정 등 호남 출신 인사들이 호남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전두환 표창장’, ‘부산 대통령’ 논란이 호남 민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민주당 경선 판도는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문 전 대표가 50% 득표에 턱걸이하고, 2위 후보와의 격차를 10% 이상 벌리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 지사 측은 호남에서 35∼40%를 득표하면 역전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충청(29일)에서 승리한다면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수도권(4월 3일)에서 대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장도 ‘호남 2위 전략’을 내세웠다. 이른바 ‘손가락 혁명군’과 같은 온라인 조직과 지역 오프라인 조직에서 안 지사에게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호남에서 문재인 45%, 이재명 35%, 안희정 20% 구도만 만들면 결선투표에서 이 시장이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 1강 1중 2약… 본선 보는 洪, 추격 나선 친박 3인

[자유한국당]26일 책임당원 전국투표

자유한국당은 31일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한국당 경선은 현재 4파전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강(强), 김진태 의원이 1중(中),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2약(弱)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한국당 안팎의 분석이다.

홍 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차례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숨에 보수 진영의 선두 주자로 뛰어올랐다. 홍 지사는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보수 결집을 유도해 ‘보수 대 진보’의 대립 구도로 끌고 가겠단 판단에 따른 전략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의 거침없는 언행이 중도 우파 표심까지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얼미터(MBN-매일경제 의뢰)가 20∼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홍 지사는 9.1%를 기록하며 한국당과 바른정당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그 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을 한 김 의원(5.2%)이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의원은 “태극기 시민들을 아스팔트에 그대로 둘 건가”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태극기 민심’에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홍 지사는 앞선 지지율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집중 견제하며 이미 본선을 내다보는 모습이다. 반면 김 의원은 물론이고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 지사와 이 전 최고위원은 홍 지사 견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24일 한국당 경선 후보자 TV토론회에선 신경전이 치열했다. 김 의원은 홍 지사가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가 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자살을 말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홍 지사는 “제가 저격수 소리를 들어도 같은 편을 저격하는 역할은 해 본 적이 없다”며 “대선 경선이니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받아들이겠다”고 받아쳤다.

한국당 대선 후보 선출에는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26일 전국 동시 투표가 50%, 29일과 30일 실시되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50% 반영된다.


● 안철수 “60% 득표 자신”… 손학규측 “조직력 우세”

[국민의당]25일 호남 현장투표


국민의당은 25일 광주·전남·제주 현장 투표를 시작으로 순회 경선에 돌입한다. 전국 194곳에서 현장 투표를 진행하고 다음 달 3, 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현장 투표(80%)와 여론조사(20%) 결과를 합산해 다음 달 4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경선은 안철수, 손학규 전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의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이 호남을 최대 기반으로 하는 만큼 25일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가 나오면 대세론을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주자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안 전 대표에게 호남의 지지가 쏠릴지, 유권자를 동원하는 조직력이 승부를 가를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 전 대표 측에선 무난한 승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60%가량의 지지를 얻고 나머지 후보들이 20%씩 받는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새 정치’를 앞세운 안 전 대표가 조직 관리를 ‘구(舊)정치’로 보고 소홀히 한 측면이 있어서다.

안 전 대표는 24일 전북 익산을 방문해 “국민의당이 있었기 때문에 여소야대가 됐고, 여소야대가 됐기 때문에 최순실의 존재가 이 세상에 빨리 드러나게 됐고, 결국은 대통령 탄핵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증명하는 자리”라며 ‘창당’이라는 성과를 내세웠다.

손 전 대표는 경기 시흥 출신이지만 전남 강진에 2년여 동안 칩거하면서 ‘명예 호남인’으로 인정받은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손 전 대표와 가까운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전남 기초단체장들도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손 전 대표 측은 “호남 경기 인천 등에서 손 전 대표가 승리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20%를 반영하는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에게 뒤지는 만큼 현장 투표에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우위를 점해야 하는 게 손 전 대표의 과제다.

유일한 호남 출신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는 박 부의장은 조직력에 승부를 걸고 있다. 박 부의장은 검사 시절 해남지청장을 지냈고, 전남 보성―화순과 광주에서 총 4선 의원을 지내며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 유승민, 경선토론 3연승… 남경필 “수도권서 역전”

[바른정당]25일 마지막 권역별 토론


바른정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선 유승민 의원이 권역별 국민정책평가단 투표(40%) 결과 3전 3승을 거두며 초반 기세를 잡아 가고 있다. 아직 일반 국민 여론조사(30%)와 당원선거인단 투표(30%)가 남아 있어 승부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유 의원 측은 “승기를 잡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유 의원은 앞서 호남권, 영남권 정책토론회 국민정책평가단 투표에서 2연승을 거둔 데 이어 24일 발표한 충청·강원권 투표에서도 356명 중 201명의 지지를 확보해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제쳤다. 남 지사는 155명으로부터 선택받았다. 현재까지 3개 권역 결과를 합산하면 유 의원은 830명(62.2%), 남 지사는 504명(37.8%)을 확보했다.

남 지사 측은 권역별 투표 중 최대 규모인 수도권 국민정책평가단 투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평가단은 총 4000명인데 수도권에는 인구 비례에 따라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1980명이 배정돼 있다. 남 지사 측은 “아직 전체 경선의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어 “충청·강원권 국민정책평가단 투표 결과에서 이전 투표와는 달리 격차를 상당히 줄였고, 기세를 이어 가면 충분히 막판에 역전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유 의원 측은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안정감과 예리함이 부각되고 있다”며 “그동안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했던 만큼 이대로 승기를 굳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역별 정책토론회는 25일 수도권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이어 25, 26일 이틀 동안 전화면접 방식으로 일반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26, 27일에는 당원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문자 투표가 이뤄진다. 당원 중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약 3000명은 28일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현장 투표에 나설 예정이다. 28일 오후 5시경에는 바른정당의 최종 대선 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박성진 psjin@donga.com / 유근형 기자·송찬욱 song@donga.com·신진우 기자·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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