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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제왕적 대통령제가 적폐의 뿌리… 연내라도 개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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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제왕적 대통령제가 적폐의 뿌리… 연내라도 개헌해야”

길진균기자 , 한상준기자 입력 2017-03-13 03:00수정 2017-03-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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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파면 이후]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길 정세균 국회의장에 듣는다 《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새로이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 통합을 선도하는 역할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정국 수습 방안을 밝히고 있다. 정 의장은 “우리 정치가 탄핵당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치권이 먼저 성찰하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한 뒤 “새 출발을 위한 적폐 청산은 ‘사람보다 제도가 만든 적폐’ 제거가 중요하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개헌 방향 추진 시기

―‘정치가 탄핵당한다는 심정’이라고 했는데….



“탄핵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 정경유착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는데, 이런 적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근본 원인이다. 대통령 선거 때 정말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제대로 된 일꾼을 뽑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평소에는 대충 번호 보고 뽑다가 문제가 생기면 ‘와∼’ 하는 정치나 선거로는 안 된다. 손가락을 자르니 어쩌니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개헌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하고 정당의 민주화도 철저히 해야 한다. 적폐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다시 (불행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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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라는 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제도가 만든 적폐도 있는데….

“사람보다 제도가 만든 적폐 청산이 우선이다. 제도가 잘못 설계돼 있으면 좋은 사람도 버리는 것이고, 특별한 사람만이 잘못된 제도하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정 의장은 개헌에 대해 “국회의원 300명 중 개헌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250명은 될 것”이라며 “개헌이 본격 논의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번에는 기필코 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개헌 청사진을 내놓고 그 약속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는 선거고, 개헌은 개헌이다. 빠를수록 좋다”면서도 대선 전 개헌에 대해서는 “일정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 해 내각제는 국민투표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분권형 대통령제, 4년 중임제 등 대통령 권한을 조정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다.”

―대선 전 개헌은 가능한가.

“개헌안은 대통령이 20일 동안 공고하고, 국민투표도 투표 전 18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그런데 대선까지 60일밖에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게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양심 불량이다.”

―개헌 시점은 언제로 보는지.

“늦어도 내년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 전에, 당장 4월에 개헌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올해라도 할 수 있다.”

―개헌파 의원들은 단일 개헌안을 마련해 발의라도 하자고 주장하는데….

“지방분권, 경제민주화 조항에 선거제도 개혁까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다.”

 

○ 국회-정부 협력 강조… 민생안정-국정공백 최소화가 최우선

정 의장은 ‘포스트 탄핵’ 정국과 관련해 “정치권이 (탄핵을) 승리 또는 패배의 차원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민생 안정과 국정 공백 최소화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시국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소통할 계획은….

“그렇게 하는 게 좋다. 그런데 (황 권한대행이) 아직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같은 엄중한 시기에 권한대행을 버리고 뭘 해보겠다고 한다면 국민이 박수를 치겠느냐. 그랬다가는 몰매를 맞을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지금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의 승복 메시지가 없는데….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 의사와 유감 표시를 국민에게 하는 게 정상이다. 국민의 신뢰를 배신한 것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줘야 국민들도 이제는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 여론에 대한 생각은….

“검찰과 법원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정치권이 그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과 사법부가 잘 판단해서 할 일이다.”

정 의장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선고를 집무실에서 TV로 지켜봤다. 그는 “정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대한민국이 표류했는데 나라의 표류를 끝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고 소회를 말했다.
 

○ 대선 앞둔 정치권은… 누구도 단독국정은 어려워 聯政 필요

1996년 15대 총선에 당선돼 20대까지 내리 6선을 한 정 의장은 “국회의원을 쉬지 않고 22년째 하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라고 했다. 네 차례의 대선과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그는 “이번처럼 사방이 캄캄한 적이 없었다. 대선이 특히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외교, 경제, 안보 등 심각한 상황인데….

“정말 앞이 안 보인다. ‘과거에도 어려움을 잘 극복했으니 이번에도 잘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진지하게 책임 있는 사람들이 특단의 자세로 대응해야 할 상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돌려보내야 하나.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풀 방도가 잘 안 보인다. 다음 정부에도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다.”

조기 대선 이후 정국 운영에 대해 정 의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 빨리 국정 운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각 정당들이 협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데….

“그래서 연정이 필요하다. 4당 체제에서 누가 집권하더라도 단독으로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 아마 대선 과정에서 (각 정당이) 연정 준비를 하지 않겠나.”

―어느 수준의 연정이 필요한가.

“소연정이 정상이고 우선이다. 다만 소연정이 불가능하다면 그때 대연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연정은 정당성이 있을 때만 용납된다.”

  

○ 국회 운영 개선 방안… 선진화법, 이젠 ‘식물정부’ 만들 우려

정 의장은 ‘국회 선진화법’의 재평가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다만 ‘직권상정’ 등 의장의 적극적 국회 운영 개입에 대해서는 “합의가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생각은….

“‘동물국회’를 끝내자는 반성에서 선진화법을 만들었는데 ‘식물국회’가 돼버렸다. 이제 ‘식물정부’까지 만들 우려가 있다. (국회가 멈추면) 국정도 표류한다. 선진화법을 폐기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정상 국회로 가야 한다.”

―선진화법은 19대 국회에도 있었다.

“대통령 탄핵도, 개헌도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그런데 선진화법에서는 3분의 2가 넘는 의원들이 찬성을 해도 입법이 안 될 수 있다. 선진화법을 만들 때는 양당제였는데, 지금은 교섭단체만 4개다. 국회가 발목 잡히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직권상정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없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은 (직권상정을) 하고 싶었다. 국회법이 뒷받침되지 않아 못한 것이다.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등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칼을 휘두르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조기 대선이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다.

“보완이 필요하다. 조기 대선에서도 인수위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조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역시 국회 통과가 어려운 것 아닌가.

“어느 당이 집권하든 법적으로 미흡한 사항에 대해 반대하면 안 된다. 그걸 반대하는 정치 세력은 미래가 없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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