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지지자 문자폭탄, ‘민주당판 블랙리스트’ 사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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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개헌파 의원들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대선 공약으로 개헌을 명시하라고 요구했다가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김종인 강창일 변재일 유승희 등 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지난달 23일과 24일 국회에서 개헌 워크숍을 가진 이후 ‘내부 분탕질하는 자유한국당 2중대’ 등의 막말이나 ‘두 번 다시 표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이 포함된 문자 폭탄을 받고 있다. 해외 발신번호로 수백 통의 문자가 쏟아져 조직적 행동이란 의심이 간다고 한다.

개헌파 의원들은 1월에도 당 연구원이 만든 개헌 저지 전략 보고서의 편파성을 비판했다가 문자 폭탄을 받았다. 그 보고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은 제3지대에 유리하며, 제3지대가 야합임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생각이 달라도 존중해야 한다”며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했으나 며칠 뒤 당원 행사에서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문자를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상식 밖의 시각을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어제도 “서로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자제를 당부했으나 문자 폭탄을 날리는 지지자들이 얼마나 무게 있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진보성향 인터넷 사이트에는 개헌파 의원 30여 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의원별로 문 전 대표에게 반대활동을 한 횟수를 기록한 문서까지 나돌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빗대 ‘민주당판 블랙리스트’라는 말도 나온다.

문 전 대표 측은 문자 폭탄과의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관련성이 있든 없든 문 전 대표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지지자들 중에 개헌 관련 비판조차도 용납하지 못하는 반민주적 부류가 적지 않다는 사실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겨야 한다.

일부 비문 의원은 문자 발신자들을 고소·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문 전 대표의 대응이 미진하거나 자제를 촉구해도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고소·고발을 해서라도 문자 폭탄질을 뿌리 뽑아야 한다. 현대인의 필수불가결한 소지품인 휴대전화는 번호를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문자 폭탄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고 인격권을 훼손하는 범죄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문재인#개헌파 의원#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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