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서 전투력 키운 문재인… 도정에서 실용에 눈뜬 안희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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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한 뿌리’ 다른 행보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치러진 2009년 5월 2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운구 행렬의 맨 앞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장례 기간 내내 상주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두 사람을 가장 아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친구’ 문 전 대표와 ‘노무현의 적자’ 안 지사는 이제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최근 대선 행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만큼이나 두 사람은 정치적 뿌리와 삶의 궤적, 정치 목표에서도 차이가 있다.

○ 친노도 예상 못했던 ‘정치인 문재인’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난 뒤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봉하마을에 모였다. 한 386 인사가 “이제 문재인 실장님을 대통령으로 밀어보자”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인사들은 “문 실장님이 무슨 정치냐.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문 전 대표는 두 번째 대선에 도전하고 있다. 2012년 4월 총선에 당선된 그는 두 달 뒤 “암울한 시대가 나를 정치로 불러냈다”라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 패배 후 잠시 휴지기를 가진 그는 2015년 당 대표에 당선됐다.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은 “문 전 대표는 정치 입문 이후 계속해서 박근혜 대통령, 보수 진영과 싸우는 데 앞장서야 했다. 다소 선명해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했다.

연일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 바른정당과 함께할 수 없다는 태도다. 반면 안 지사가 제안한 대연정은 보수 진영과의 연대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이 상반된 입장에 서게 된 것은 야당의 수장(문 전 대표)과 행정가(안 지사)라는 경험의 차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안 지사 측 박수현 전 의원은 “대연정 제안은 도지사 경험에서 비롯됐다”라고 설명한다. 36명의 도의원 중 민주당 소속이 12명(2010년), 8명(2014년)에 불과한 상황에서 협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4대강을 반대했던 안 지사는 2015년 가뭄 당시 “(4대강 중 하나인) 금강을 활용하자”고 제안하면서 “가뭄 극복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 논리보다 실용주의를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 노무현 정부 평가도 온도차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까지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안 지사는 2003년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1년의 실형을 살았고, 노무현 정부 내내 공직을 맡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어 있는 옆자리는 문 전 대표의 몫이었다. 그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을 차례로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두 사람의 평가에 온도차가 있는 이유다. 문 전 대표는 각종 연설에서 “참여정부 때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비교해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반면 “친노 폐족”을 언급했던 안 지사는 “과거에 묶여 있지 말고 시대의 과제가 무엇이냐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태도다.

지난해부터는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 김경수 의원의 부친상 빈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안 지사 도착 직전에 자리를 떴다. 당시 “안 지사가 오는 걸 모를 리 없는데 문 전 대표가 자리를 피한 것 아니냐”라는 말이 돌았다. 한 친노 인사는 “1990년대 노 전 대통령의 부산 선거를 제외하면 사실 두 사람이 함께 같은 일을 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경쟁을 두고 “과연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다면 누구 손을 들어줬을까”라는 얘기도 나온다. 안 지사는 8일 토론회에서 “아마 ‘니들 때문에 골 아프다’고 하셨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작 문 닫고 들어가면 제 편을 들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문재인#안희정#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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