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터널서 ‘시너 트럭’ 폭발… 동행 119대원이 초등생 대피시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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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켜요 착한운전]세월호 이후 ‘동승 프로그램’ 성과

“시속 100km로 달리며 터널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눈앞에 멈춰 선 차량들이 보였어요. 겨우 급제동을 해서 충돌을 피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누구나 한두 번씩 겪어 본 상황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터널에 진입하면 순간적으로 시야가 어두워진다. 조명이 있어도 전방 교통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터널 안에 고장이나 정체로 차량이 멈춰 있어도 빨리 알아채기 힘들다. 터널 진입 전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전국 고속도로 터널에서 연이어 사고

26일 전국의 고속도로 터널에서 무려 5건(잠정 집계)의 사고가 났다. 피해 규모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터널 내 전방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일어난 사고로 보인다.

기울어지며 쾅 26일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안 폐쇄회로(CC)TV에 잡힌 사고 당시 모습. 2차로를 달리던 트럭(점선 안)이 급정거하다 중심을 잃고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차에 실려 있던 시너 등이 도로로 쏟아지면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기울어지며 쾅 26일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터널 안 폐쇄회로(CC)TV에 잡힌 사고 당시 모습. 2차로를 달리던 트럭(점선 안)이 급정거하다 중심을 잃고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차에 실려 있던 시너 등이 도로로 쏟아지면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이날 낮 12시 10분경 경북 상주시 낙동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면 132.4km 지점 상주터널에서 짐칸에 시너통을 가득 실은 3.5t 화물차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며 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시너통이 폭발하며 화재가 났다. 불이 다른 차량으로 번지면서 모두 11대가 전소됐고, 김모 씨(54)가 중화상을 입는 등 모두 22명이 부상했다.

사고 당시 터널 안에는 서울 영등포구 신대림초등학교 학생과 교사 70명을 태운 수학여행 버스 2대 중 1대가 있었다. 마침 서울 119특수구조단 소속 소방장 2명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동행했다가 학생과 교사들을 신속히 대피시켜 피해를 막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교육청과 소방재난본부는 ‘119 구급대원 동행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 41개 학교 수학여행에 82명의 구급대원이 동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화물차 운전자 주모 씨(34)가 터널 내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한 뒤 갑작스러운 정체 상황에 급제동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는 이날 오전에도 터널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10시 50분경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탄용터널 입구에서 송모 씨(61)가 몰던 12t 화물차가 앞서 가던 이모 씨(64)의 3.2t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어 다른 차량 3대와 잇달아 부딪혔다. 이 사고로 송 씨가 숨지고 이 씨 등 4명이 부상했다. 당시 터널 출구 쪽 1km 지점에 난 6중 추돌사고의 여파로 터널 안에선 차량들이 서행 중이었다.

오전 7시 30분 전남 여수시 율촌면 자동차전용도로 대포터널에서는 차량 3대가 추돌해 5명이 다쳤다. 경찰은 앞선 차량들이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이는 상황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곳에서는 7시 50분과 9시경에도 각각 8중,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 ‘감속, 안전거리 확보, 차로 변경 금지’ 지켜야

교통 상황이 원활해도 터널이 보이면 무조건 속도를 낮춰야 한다. 또 터널은 공기저항이 높기 때문에 차로를 바꾸면 평소보다 좌우 흔들림이 심하다. 무리한 앞지르기나 차로 변경도 금물이다. 터널에 진입할 땐 전조등이나 미등을 반드시 켜야 한다.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낫다. 터널 입구에 설치된 교통신호기나 제어기 등 지시 사항을 잘 확인하고 사고 징후가 있으면 절대로 진입하지 않아야 한다.

연기가 잘 빠지지 않는 특성 탓에 터널 내 화재는 치명적이다. 만약 교통사고 후 불이 난 것을 보면 일단 차량과 함께 외부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차량으로 이동하기 어렵다면 터널 안에 차량을 두고 대피해야 한다. 이때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접근할 수 있도록 차량을 최대한 갓길 쪽에 세우고, 구조대원들이 옮길 수 있도록 키를 꽂아 둬야 한다. 교통안전공단 정관목 교수는 “터널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주행 속도의 10∼20%를 감속하고 안전거리를 80∼100m가량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주=장영훈 jang@donga.com /여수=이형주 /충주=장기우 /최혜령 기자
#동행#초등생#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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