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FX에 T-50까지 對美 이상신호, 박 대통령 느끼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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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12대(4억 달러·약 4500억 원 규모)를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하려던 계획이 미국 정부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미 록히드마틴사의 기술 지원으로 개발된 T-50은 항전(航電)장비, 엔진 등 대부분의 핵심기술이 미국산이어서 수출은 물론이고 외국에서 전시할 때도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T-50을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에 수출할 때는 미국이 허가를 해줬다.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관계인 우즈베키스탄은 중국 전승절 열병식 때 러시아와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올랐던 나라다. 중국과도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으로서 역내 안보와 경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대한 개입과 중앙아시아에 대한 군사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해상 지배권 강화 시도로 미국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T-50의 수출은 단순히 한미 간 계약 문제가 아니라 국제정치적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미국이 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는 해양안보 영토분쟁 등에서 ‘중국이 국제규칙과 규범을 준수토록 촉진’하고 우크라이나에 군사원조를 하고 있는 ‘러시아는 봉쇄·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에서 미국이 F-35A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보유한 4개 핵심 기술의 한국 이전에 반대하는 것도 단순히 기술 유출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2014년 3월 F-35A를 차기전투기 구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으로 정할 때만 해도 기술 이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이 올 4월부터 무려 3차례나 기술 이전 불가 방침을 한국에 통보한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T-50 수출이나 KFX 기술 이전에 대해 미국이 ‘중국 경사(傾斜)론’ 등으로 미묘해진 한국에 우회적으로 불편한 기류를 표출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나올 만하다. 국민 사이에선 미국을 향해 “무기는 팔아먹고 기술 지원은 거부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소지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장 등 KFX 사업 관련 기관장들에게 직접 대면보고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2014년 기종 결정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자체 기술로 10년 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10년 뒤 기술 개발이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김 실장은 그동안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철저히 진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워싱턴으로부터의 이상신호를 쉬쉬하며 자리보전에 급급해하는 외교안보 책임자들도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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